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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가능한 수준인가 눈 뜨고 못 볼 수준인가.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을 두고 신파 논란이 뜨겁다. 개봉 전 시사회로 영화를 접한 관객 상당수는 “신파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파 수위가 대체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신과 함께’ ‘7번방의 선물’ 정도인가요?”라는 질문도 많다. ‘신과 함께’ 시리즈,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해운대’는 ‘1000만 영화’라는 영예와 별개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계에 억지·과잉 신파를 퍼뜨린 영화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어 있다. 신파와 ‘절친’인 클리셰와의 상승 작용까지 일으켰으니 “영화 좀 본다”는 이들의 욕받이가 될 만도 하다. ‘비상선언’은 그런 면에서 조금 억울할 듯하다. 이 영화는 하와이행 비행기 내에 치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바이러스가 퍼지는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다. 한재림 감독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테러범을 알려주는 등 항공 재난영화의 클리셰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정부 각 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대응을 신속하게 해낸다. 기존 재난영화처럼 무능한 모습을 부각해 분노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식 깨기로만 일관하진 않는다. 그랬다가 상업영화의 미덕인 최대 다수의 공감을 얻는 대신 감독만의 독창적인 성에 갇혀 버리는 ‘영화적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흥행 ‘안전장치’, 신파를 일정 부분 활용하는 등 재난영화의 공식을 일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객들이 신파로 꼽는 대표적인 장면은 승객들이 가족에게 그간 하지 못한 말을 영상통화로 전하는 장면. 관객에게 “울어라”라며 주문하는 장면 같지만 9·11테러 등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실제로 한 행동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억지로 만들어냈다기보다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것. 참사 희생자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실제 들어보면 ‘비상선언’ 승객들 연기는 과하지 않다. 게다가 재난영화는 장르 특성상 사람 이야기가 반이다. 재난 발생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 한 축이라면 승객과 지상에 있는 가족의 고군분투 등 드라마를 보여주는 건 다른 한 축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은 삶이 곧 신파가 되는 상황이다. 가족이 떠오르고 눈물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가족에게 인사를 남기는 장면 등을 들어내야 할까. 승객들의 연대 등 신파로 보일 만한 사람 이야기를 모두 배제했다면 정반대 평가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재난만 있고 사람은 없는 반쪽짜리 재난영화”라는 혹평 말이다. 슬픈 장면이 실종되고 모두가 씩씩하거나 무반응한 재난영화는 오히려 괴작이 될 수 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전작 ‘명량’에서 지적이 쏟아진 과도한 신파와 ‘국뽕’을 절제하고 군사 전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호평이 나온다. 반대로 신파를 아낀 나머지 군사 다큐멘터리 같아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명량이 더 좋았다”는 것. 김한민 감독 입에서 “어쩌라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상업영화가 성공하려면 가족 단위 관객을 모으기 위한 영화적 장치를 곳곳에 넣는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람 경험이 많은 젊은 관객이 진부한 신파라며 혐오하는 장면이 노년층이나 어린 관객에게는 새롭거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으로 세계적인 스타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은 영화 ‘반도’가 신파로 지탄받을 때 인터뷰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왜 신파를 싫어하는지도 알지만 영화에서 감정적인 장면은 필요하다. 연출자 입장에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연출할 수밖에 없다.” ‘반도’ 역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신파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극에 달해 극장가가 텅 비다시피 했던 2020년 7월 개봉작임에도 380만 명 넘게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비난받는 ‘K신파’가 해외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오징어게임’은 국내에선 신파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해외에선 “신선하다”고 호평했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한국 영화가 재발견된 ‘K신파’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비상선언’은 신파적 요소를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뻔하되 뻔하지 않게’ 이끌어 가려 한 연출력과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 등 장점이 있는 반면 후반부의 다소 늘어지는 전개, 정치적인 오해를 부를 장면 등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한 신파에 유독 관심과 비판이 집중되며 영화가 ‘신파 프레임’에 갇힌 이유는 뭘까. 역대 1000만 한국 영화 상당수가 보여준 억지·과잉 신파에 당하고 당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개연성을 떠나 조금의 신파도 용납하지 못하는 ‘신파포비아’가 생겨버린 건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이는 관객 탓은 아니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새로운 영역의 액션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날것 그대로다.”(배우 주원) “거친 수묵화 같은 액션을 담았다.”(정병길 감독) 감독과 주연배우는 5일 전 세계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사진)를 이같이 요약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카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다. 영화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초토화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남북이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에 나서는 가운데 서울의 한 모텔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정체불명의 남성 카터(주원)가 깨어난다. 귓속 장치를 통해 누군가 카터에게 미 중앙정보국(CIA) 무장 요원 등 카터를 쫓는 이들을 제압하라는 지시를 연이어 내린다. 지시를 거부하면 입속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에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한다. 그의 임무는 치료제 개발의 핵심 인물인 한 북한 소녀를 찾아 신의주까지 데려가는 것. 영화는 도입부부터 액션 물량 공세를 펼친다. 카터가 티팬티 한 장만 걸친 채 낫을 들고 목욕탕에서 100여 명을 제압하는 장면을 포함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액션 장면들은 난도가 매우 높다. 액션 장면은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로 대부분 촬영됐다. 2017년 영화 ‘악녀’에서 독창적인 액션 장면을 선보이며 액션 영화 팬덤을 확보한 정 감독은 이날 원테이크 촬영을 두고 “한 번 틀리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썼다”며 “땀 냄새가 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인간병기’ 카터 역을 위해 주원은 4개월 가까이 액션 훈련을 받았다. 주원은 이날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이게 가능한 액션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촬영장에 갈 때마다 ‘오늘은 몇 명하고 싸울까. 몇 명을 다치게 할까’라는 마음으로 갔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웹툰 ‘미래의 골동품가게’(사진)가 올해의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네이버웹툰으로 현재 연재하고 있는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가게’를 2022년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미래의 골동품가게’는 한 저주받은 섬에 사는 소녀가 그 저주를 풀고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얘기를 담았다. 이날 신인만화상은 좀비가 창궐한 뒤 건물에 갇혀 사는 이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이명재 작가의 ‘위 아 더 좀비’가 수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개봉 닷새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관객 227만 명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한산)에는 압도적인 해상 전투 장면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다. 해전이 본격화되는 영화 후반부, 조선 수군이 대사를 할 때 한글 자막이 나온 것. 이순신 장군 역의 배우 박해일이 “준비시켜 놓은 나머지 배들도 내보내거라”라고 말할 때 이 대사가 스크린 하단에 자막으로 뜨는 식이다. 한국어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처리한 전례 없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대체로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한민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자막 덕에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센스 있고 영리한 선택이다”, “그간 한국 영화를 볼 때 잘 안 들리는 대사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 좋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려면 사운드의 힘이 필요한데, 대사를 잘 전달하려면 이 사운드를 눌러버려야 했다”며 “무슨 말인지 안 들린다는 원망도 듣기 싫었고, 전쟁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 끝에 자막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운드가 큰) 전쟁 장면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는 것. 실제 그의 전작 ‘명량’(2014년) 개봉 당시에도 전투 사운드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자막으로 보완하고 대사 외의 사운드를 살리는 데 집중한 덕에 화포 및 조총 발사 소리, 함선 격파 소리를 최대한으로 담아낸 ‘한산’의 해상전투 장면이 어느 영화보다 생생하고 웅장하다는 평가가 많다. 자막 활용은 ‘한산’이 여름 극장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최근 개봉한 ‘헤어질 결심’ ‘브로커’ ‘외계+인’ 등 한국영화 대작을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기 때문. 명확한 대사에 대한 갈증이 고조된 시점에 일부 장면에서나마 자막을 단 한국 영화가 나온 셈이다. 일부 관객들은 “‘한산’처럼 다른 한국 영화도 자막을 넣어주면 좋겠다”거나 해외 애니메이션을 더빙판, 자막판으로 분리 편성하듯이 한국 영화도 자막판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김 감독 말대로 ‘선택의 딜레마’ 탓도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사운드 믹싱을 할 때 대사를 더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음 등 나머지 사운드가 약해져 영화의 분위기가 죽는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 창작자들은 대사냐 사운드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 넷플릭스 등은 자국 콘텐츠에도 자국어 자막을 넣어 감상할 수 있게 해 많은 관객들이 여기에 익숙해져버린 것. 일각에선 “OTT의 자막 서비스가 모국어 듣기 능력을 퇴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영화 속 자막을 비판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 ‘한산’의 자막에 대한 호평이 대다수인 가운데 “자막 때문에 몰입이 깨졌다”, “한국 영화에 한글 자막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자막은 편리하지만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을 읽느라 미장센 등 영화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 감상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며 “‘한산’처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면 자막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개봉 닷새째인 지난달 31일까지 관객 227만 명을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는 압도적인 해상 전투 장면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다. 해전이 본격화되는 영화 후반부, 조선수군이 대사를 할 때 한글 자막이 나온 것. 이순신 장군 역의 배우 박해일이 “준비 시켜놓은 나머지 배들도 내보내거라”라고 말할 때 이 대사가 스크린 하단에 자막으로 뜨는 식이다. 한국어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처리한 전례 없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은 대체로 호평을 쏟아냈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한민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자막 덕에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센스 있고 영리한 선택이다”, “그간 한국영화를 볼 때 잘 안 들리는 대사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럴 일이 없어 좋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려면 사운드의 힘이 필요한데, 대사를 잘 전달하려면 이 사운드를 눌러버려야 했다”며 “무슨 말인지 안 들린다는 원망도 듣기 싫었고, 전쟁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 끝에 자막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운드가 큰) 전쟁 장면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는 것. 실제 그의 전작 ‘명량(2014년)’ 개봉 당시에도 전투 사운드 때문에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자막으로 보완하고 대사 외의 사운드를 살리는데 집중한 덕에 화포 및 조총 발사 소리, 함선 격파 소리를 최대한으로 담아낸 ‘한산’의 해상전투 장면이 어느 영화보다 생생하고 웅장하다는 평가가 많다. 자막 활용은 ‘한산’이 여름 극장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최근 개봉한 ‘헤어질 결심’ ‘브로커’ ‘외계+인’ 등 한국영화 대작을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기 때문. 명확한 대사에 대한 갈증이 고조된 시점에 일부 장면에서나마 자막을 단 한국영화가 나온 셈이다. 일부 관객들은 “‘한산’처럼 다른 한국영화도 자막을 넣어주면 좋겠다”거나 해외 애니메이션을 더빙판, 자막판으로 분리 편성하듯이 한국영화도 자막판을 따로 편성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김 감독 말대로 ‘선택의 딜레마’ 탓이 큰 부분이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사운드 믹싱을 할 때 대사를 더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음 등 나머지 사운드가 약해져 영화의 분위기가 죽는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 창작자들은 대사냐 사운드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확산된 영향도 있다. 넷플릭스 등은 자국 콘텐츠에도 자국어 자막을 넣어 감상할 수 있게 해 많은 관객들이 여기에 익숙해져버린 것. 일각에선 “OTT의 자막 서비스가 모국어 듣기 능력을 퇴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영화 속 자막을 비판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 ‘한산’의 자막에 대한 호평이 대다수인 가운데 “자막 때문에 몰입이 깨졌다”, “한국영화에 한글 자막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자막은 편리하지만 외국영화를 볼 때 자막을 읽느라 미장셴 등 영화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 감상에 있어 양날의 검”이라며 “‘한산’처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면 자막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하와이행 비행기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는 생화학 테러가 발생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시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관객에게 알려준다. 김이 빠질 것도 같지만 오히려 범인을 알게 된 뒤 극의 긴장감은 배가된다. 1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대부분에 고도로 몰입하고 긴장하게 된다. 관객은 꼼짝없이 갇힌 승객이 된 듯 공포감에 짓눌리는 경험도 하게 된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비상선언’ 얘기다. 영화는 칸 영화제 주연상 수상자인 송강호, 전도연은 물론이고 이병헌 김남길 등 한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들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건 이야기 자체와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이다. 친구들과의 여행길이 즐거운 중년 여성들 등 승객 면면을 보면 과거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탄 경험이 소환된다. 기내 세트장은 미국에서 가져온 비행기 본체와 부품으로 만든 만큼 진짜 비행기 같다. 이 세트장은 관객들이 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감과 공포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1등 공신. 기체 흔들림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장면은 시종일관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했다. 비행기 추락 장면에선 세트를 360도로 회전시키고, 세트에 몸을 묶은 스태프들이 이를 촬영해 실제로 추락하는 것처럼 담아냈다. 영화는 딸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탄 재혁(이병헌) 등 승객 및 승무원들이 이끄는 기내 상황과 국토교통부 장관(전도연), 문제의 비행기에 아내가 탑승한 형사 인호(송강호) 등이 이끄는 지상의 재난 대응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 장면이 수차례 전환되지만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촬영 기법과 일관된 사운드 활용 덕에 이질감이 없다. 시나리오는 팬데믹 이전에 완성됐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바이러스 확진자에 대한 혐오, 각국의 봉쇄 조치가 부른 외교문제 등 팬데믹 국면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주연 배우 이병헌은 28일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팬데믹 전이었는데 영화가 현실을 앞서가는 상황이 생겼다”며 “영화를 봤을 땐 팬데믹을 겪고 나서인지 심하게 감정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광기 어린 테러리스트 연기와 딱딱한 언론 브리핑 말투까지 그대로 살려낸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 등 배우들의 탄탄한 기량은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변호인’에서 임시완과 함께했던 송강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임시완이 너무 잘해줬다. 영화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엔 임시완이 있다”고 극찬했다. 별다른 이유 없는 테러를 동기가 분명한 테러보다 더 설득력 있게 그려낸 시나리오, 기내라는 답답한 공간을 스펙터클하게 활용한 촬영 방법, 뻔한 재난 영화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절제를 거듭한 연출이 버무려져 전에 없던 깊이 있는 재난 영화가 탄생했다. 한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더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더 많은 함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종교 지도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촉구했다. 국내 7대 종단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통해 “(정부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고자 검토하고 있는 8·15 특별대사면 조치 계획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을 비롯해 이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사면복권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공동대표 의장인 종지협에는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유교 성균관장,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김현성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시대표회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일 윤 대통령은 특별사면과 관련해 “사면 범위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루마니아의 한 명문 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하는 에밀리아(카티아 파스카리우)에게 위기가 닥친다. 남편과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성인 사이트에 올라온 것. 에밀리아는 급기야 학부모 회의에 불려간다. 고상한 척하는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의 온갖 희롱과 모욕이 쏟아진다. 그는 영상 유출 피해자임에도 마녀사냥을 당하며 궁지에 몰린다. 28일 개봉하는 ‘배드 럭 뱅잉’(사진)은 지난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다. 3부로 나뉜 영화 중 1부는 영상 유출로 난감해진 에밀리아가 거리를 오가는 모습을 추격하듯 촬영하는 식으로 그의 하루를 따라간다. 2부는 이야기 전개를 멈추고 루마니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차우셰스쿠, 인종 차별 등 70여 개 키워드와 이미지를 차례로 보여준 뒤 관련 내용을 자막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루마니아 민족시인 에미네스쿠를 키워드로 그의 얼굴이 들어간 지폐를 보여준 뒤 ‘우리의 양심’이라는 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3부는 에밀리아가 학부모 회의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2부에서 소개된 키워드는 3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3부에서 학부모들은 양심의 상징인 에미네스쿠를 칭송하지만 피해자인 에밀리아를 맹비난하고 자녀들의 성인 사이트 접속을 방치한 자신들에게는 관대한, ‘양심 없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학부모들은 1989년 무너진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을 비난하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은 독재정권의 전체주의 그 자체다. 라두 주데 감독은 새로운 연출법으로 서사를 이끄는 한편 고국 루마니아에서 이뤄진 독재와 전체주의, 집시 차별, 현대인의 각종 위선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유쾌하게 꼬집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동유럽의 낯선 국가 우크라이나가 이웃 나라처럼 친숙해진 건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결사항전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뉴스를 통해 숱하게 접한 덕분인지 지척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보다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이뿐이다. 전쟁과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정작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친숙해진 듯하지만 여전히 낯선 나라,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아우른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역사는 현재에 대한 혜안을 제공해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썼다”고 말한다. 전쟁은 물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으로 끝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책은 우크라이나 땅인 흑해 북쪽 지역에 네안데르탈인이 정착했던 기원전 4만5000년경에서부터 출발해 우크라이나의 근원을 파고든다. 이란계 여러 부족이 혼합된 스키타이인이 거주했던 기원전 5세기∼기원전 4세기 이야기부터 소련시대 마침표를 찍었던 1991년 12월 우크라이나인의 독립투표, 2008년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 희망을 선언하며 고조된 전쟁 위기, 2019년 5월 젤렌스키 대통령 선출, 최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한다.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왜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로 직결되는지, 복잡한 국제 정세에 대한 치열한 분석이 인상적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의 김한민 감독. 그는 이번에도 한국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냈다. 영화는 8년 전보다 절제되고 세련돼졌다. ‘국뽕’은 적당할 만큼만 넣었고, ‘명량’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신파와 비장함을 최대한 걷어냈다. 해상 전투를 구현한 장면은 한층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담겼다. 8년 만에 나온 ‘명량’ 후속편, ‘한산: 용의 출현’ 이야기다. 27일 개봉하는 영화는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7월 한산섬 앞바다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 경상우수사 원균 등이 이끈 조선 수군이 왜군 주력 부대를 무찌른 한산대첩을 다룬다. ‘명량’이 다룬 명량대첩에서 5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 압권은 판옥선이 주력인 조선 수군과 안택선이 주력인 왜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정면대결을 펼치는 장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명량’ 때 겪은 시행착오가 이번 영화를 찍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당시와 달리 물에 배를 띄워 찍지 않고 스케이트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했다. 이순신이 거듭 고심하며 그려낸 해상 작전지도 격인 ‘학익진도(鶴翼陣圖)’가 실전에서 구현되는 모습은 장관이다. 조선 수군의 전략무기격인 거북선이 등장할 때는 귀를 때리는 웅장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는 용이 출현하는 듯하다. 김 감독이 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고증이다. 특히 거북선 고증을 위해 각종 사료를 섭렵했다. 그는 “거북선은 2층인지 3층인지, 각이 졌는지 아닌지 자료마다 달라 조사하면 할수록 헷갈리더라”며 “각종 사료를 기반으로 한 다음, 실제 전장에서 어떤 형태의 거북선이 효용성이 높을지를 추론해 가장 적합한 거북선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사실과 추론을 더해 거북선을 세공해낸 다음 위엄 있는 방식으로 등장시킨 덕에 영화 주인공이 거북선으로 보일 정도다. 화포 등 무기 발사 음향과 긴장감을 더해줄 사운드가 뒤섞여 배우들 대사가 잘 안 들릴 수 있는 해전 장면에서 자막을 넣는 과감한 선택을 한 점도 눈에 띈다. 영화가 과도하게 비장해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 일등공신은 이순신 역의 배우 박해일이다. ‘명량’의 최민식이 용맹스러운 이순신을 강조했다면 박해일은 지략가 면모를 부각한다. 김 감독은 박해일에게 촬영 전 “연기를 안 하는 듯 연기하되 에너지는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고난도 제안을 했다. 실제로 박해일의 대사량은 주인공 치고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로 절제된 위엄을 보여준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원균 역의 손현주, 수군향도 어영담 역의 안성기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호흡, 8년간 칼을 간 듯한 김 감독의 연출력이 버무려지며 전편을 뛰어넘는 명작이 완성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름방학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들은 매주 한 편 이상 개봉하며 어린이들이 극장을 찾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 관객의 복귀는 극장가가 예년의 영광을 되찾는 마지막 관문으로 해석된다.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미니언즈2’.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날까지 사전 예매 관객 수 15만 명을 넘어서며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로 순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외계+인 1부’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대작 ‘탑건: 매버릭’ 등을 누르고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미니언즈2’는 어린이는 물론 미니언 캐릭터들이 조연으로 나온 ‘슈퍼배드1’(2010년)부터 미니언즈 팬이 된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분위기다. ‘미니언즈2’는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섬기는 것이 목표인 미니언들이 세계 최고 악당을 꿈꾸는 초등학생 그루와 함께 ‘6인의 악당’을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미니언들이 무국적어를 남발하며 보여주는 ‘병맛’스러운 모습은 관객을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극강의 귀여움을 간직한 이들 캐릭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올해 4월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은 잭 안토노프가 ‘Funky Town’ 등 1970년대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담아낸 사운드트랙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열광할 요소가 많은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28일에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돌아온다.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은 꼬마가 돼버린 드래곤 왕국의 왕 아서가 뽀로로, 크롱 등과 함께 악당 마법사 게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뽀로로 시리즈 극장판으로는 6번째 영화. 2013년 첫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93만 명이 관람해 어린이영화로는 대박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며 뽀로로의 저력을 보여줘 이번에도 흥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도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국내에서 15번째로 개봉하는 도라에몽 시리즈로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우주인 파피가 나타나고 도라에몽과 진구가 그와 친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 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DC 리그 오브 슈퍼-펫’(8월 10일).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슈퍼맨 등 저스티스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은 위험에 빠진다. 이에 강아지 시절 슈퍼맨과 함께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온 슈퍼도그 크립토와 초고속 거북이 머튼 등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은 슈퍼 히어로 구하기에 나선다. 슈퍼맨, 배트맨 캐릭터가 중심인 ‘DC 유니버스’를 확장한 만큼 어린이 관객은 물론 기존 DC 팬도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바다 탐험대 옥토넛: 탐험선 대작전’(8월 11일) ‘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8월 10일)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8월 중)가 가족 관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이신영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기간 3명 이상 함께 온 관객이 크게 줄었는데 부모들이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영화관에 보내길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관객 복귀는 영화관을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인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을 계기로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여름방학 기간 극장가에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들 영화는 매주 한 편 이상 개봉하며 엔데믹에도 여전한 감염 우려 탓에 극장가 복귀를 꺼리는 최후의 관객층, 어린이들이 극장을 찾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 관객의 복귀는 극장가가 예년의 영광을 되찾는 마지막 관문으로 해석된다. 애니메이션 릴레이 개봉의 첫 테이프 끊은 작품은 ‘미니언즈2’. 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날 오후 1시 반 기준 예매 관객 수 13만 2000명을 넘어섰다.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로 순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외계+인 1부’는 물론 할리우드 대작 ‘탑건: 매버릭’ 등을 누르고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미니언즈2’는 어린이들은 물론 미니언 캐릭터들이 조연으로 나온 ‘슈퍼배드1(2010년)’부터 미니언즈 팬이 된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분위기다. ‘미니언즈2’는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섬기는 것이 목표인 미니언들이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초등학생 ‘그루’와 함께 ‘6인의 악당’을 만나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미니언들이 무국적어를 남발하며 보여주는 ‘병맛’스러운 모습은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극강의 귀여움을 간직한 이들 캐릭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올해 5월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은 잭 안토노프가 ‘Funky Town’ 등 1970년대 히트곡들을 재해석해 담아낸 사운드트랙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모두 열광할 요소가 많은 만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흥행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28일에는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돌아온다. 이날 개봉하는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은 꼬마가 돼버린 드래곤 왕국의 왕 아서가 뽀로로, 크롱 등과 함께 악당 마법사 게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뽀로로 시리즈 극장판으로는 6번째 영화. 2013년 첫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관객 93만 명을 동원하는 등 어린이영화로는 대박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며 뽀로로의 저력을 보여준 만큼 이번에도 흥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우주소전쟁’도 다음달 3일 개봉한다. 국내에서 15번째로 개봉하는 도라에몽 시리즈로 진구가 주운 작은 로켓 안에서 작은 별 ‘피리카’의 대통령인 우주인 ‘파피’가 나타나고 도라에몽과 진구가 그와 친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음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건 ‘DC 리그 오브 슈퍼-펫(8월 10일)’.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슈퍼맨 등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은 위험에 빠진다. 이에 강아지 시절 슈퍼맨과 함께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온 슈퍼독 ‘크립토’와 초고속 거북이 ‘머튼’ 등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은 슈퍼 히어로 구하기에 나선다. 슈퍼맨, 배트맨 캐릭터가 중심인 ‘DC 유니버스’를 확장한 만큼 어린이 관객은 물론 기존 DC팬들도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바다 탐험대 옥토넛(8월 9일)’ ‘극장판 살아남기 시리즈: 인체에서 살아남기(8월 10일)’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8월 중)’ 등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신영 롯데컬쳐웍스(롯데시네마 운영)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팬데믹 기간 3인 이상 동반 관람 관객이 크게 줄었는데 감염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영화관에 보내길 꺼려하는 부모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관객 복귀는 영화관을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인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을 계기로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조건으로 사랑을 찾는다는 속물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해외에선 신선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에서 주인공 서혜승 역을 맡은 배우 김희선(사진)은 18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출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담아냈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선 ‘막장 드라마에 가깝다’는 평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김희선은 “문화가 달라도 욕망은 똑같지 않나. 세계에도 충분히 통할 소재라고 생각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며 “이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이 있는 사이다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블랙의 신부’ 극본은 ‘어머님은 내 며느리’ 등 지상파 일일 드라마를 주로 써온 이근영 작가가 맡았다. 드라마는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어느 정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선 ‘Remarriage & Desires(재혼과 욕망)’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인 이 드라마는 17일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중 세계 8위다. 김희선은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넷플릭스와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8위에 오른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1990년대 활동할 때보다 콘텐츠도, 소재도 다양해져서 아이를 낳은 40대 중반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늘었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기회가 많아져 감사하죠. 다양한 연기를 하겠지만 앞으로도 ‘예쁜 배우’로 불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합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쌍천만 감독’ 최동훈 감독의 새 영화 ‘외계+인’ 1부가 지난주 시사회에서 공개된 뒤 엇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최 감독이 영화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 ‘타짜’(2006년) 등을 통해 대중이 열광하는 지점을 가장 잘 아는 감독으로 손꼽혀 온 만큼 그의 작품을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건 이례적이었다. 이 영화는 1부 순제작비만 330억 원이 들어간 대작 중의 대작이다. 죄수 외계인들이 인간의 뇌에 수감되고, 로봇인 가드(김우빈)와 그의 파트너이자 인공지능 격인 선더가 이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영화의 기본 설정. 영화는 2022년 현재와 1380∼90년대 고려시대 등 시공간을 과도하게 오가며 전개된다. 캐릭터 역시 고려시대 인물들과 현재 인물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대향연’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가 복잡해져 따라가기 어렵다는 혹평과, SF와 사극을 접목시킨 신선한 장르의 탄생이라는 호평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감독은 최근 언론 화상 인터뷰에서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가면 천재가 된다. 아무리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관객들이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는 142분 분량의 1부. 2부는 내년에 공개된다. 혹평 중엔 1부가 2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에 그친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수많은 캐릭터와 각종 설정을 설명하는 데 분량 대부분을 할애하고 정작 캐릭터들 간의 연관성이 밝혀지는 부분은 후반부 일부에 그쳤다는 것. 이에 최 감독은 “1부는 캐릭터들이 만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주연배우 김태리 역시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1, 2부 합쳐) 총 5시간 분량의 이야기인데 방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설명은 불가피하다”며 “설명이 끝나고 나면 2부는 얼마나 재밌겠느냐”고 말했다. 김태리는 고려시대에 살며 손목시계와 권총을 사용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역을 맡았다. 영화에는 인간의 뇌에서 탈옥한 외계인들과 로봇으로 변한 가드가 도심에서 대결을 벌이는 장면 등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떠오를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비행선이 도심 상공을 가로지르는 장면 등은 국내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최 감독은 “‘이건 CG로 만든 세상이야’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도심 지하주차장에 (외계의) 비행선이 들어오는 장면 등 비행선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CG 기술을 이용해 다양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낸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할리우드 작품에 비해선 여전히 부족하고 어색한 기술과 과도하게 친절한 상황 설명 등으로 인해 ‘어린이 영화’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최 감독은 “(영화 속) 도술 액션의 경우 제작 전 단계부터 유치해 보이면 어떡하냐 등 여러 반대가 있었다”며 “그런데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지 않나. 유치한 게 어때서 싶기도 했다”고 했다. 영화가 마블의 각종 시리즈 등을 뒤섞어 놓은 것 같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최 감독은 “나도 아이언맨 등 마블 영화를 재밌게 봤지만 마블은 굉장히 서양적인 문화로 이 영화와 큰 연관은 없다”며 “영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한국인다운 것,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1부를 120번 봤는데 지금도 보고 있으면 영화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져요.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계속 신이 나 있어요. 이걸 관객들이 본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요.(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가장 공포스럽고 불안한 공간이 된다면. 13일 개봉하는 ‘뒤틀린 집’은 이른 폭염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줄 공포영화로, 제목 그대로 집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일을 다룬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다 중증 우울증에 걸린 명혜(서영희)와 남편 현민(김민재)은 도시 아파트를 떠나 산속 외딴 저택으로 이사한다. 명혜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사했지만 집이 좀 이상하다. 전에 살던 가족은 고급 가구들을 그대로 두고 떠나버렸다. 바람이 불면 집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나고 자물쇠로 잠겨 있는 집 옆 창고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명혜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던 끝에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른다. 딸 희우(김보민)는 집 안에서 누군가와 얘기하는 등 불안정해지며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스승의 은혜’ ‘추격자’ ‘궁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그간 스릴러물과 공포물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서영희는 이번에도 우울함과 과도한 밝음의 극단을 오가는 광기 어린 엄마 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낸다. 그는 갑자기 밝아진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를 긴장시키고 날음식을 입으로 마구 집어넣는 등 괴기스러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원작은 공포·추리소설로 유명한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 집 대문, 안방 문 등의 방향과 위치가 잘못 정해지면 집이 뒤틀리고, 이 뒤틀린 틈 사이로 귀신이 들어와 최악의 흉가가 된다는 한국형 괴담인 ‘오귀택(五鬼宅)’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영화는 단순히 괴담을 활용한 공포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동학대, 입양, 육아 우울증, 표절, 실직, 보험금을 노린 살인 등 사회 곳곳의 문제를 담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사회 문제를 9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다 보니 깊이는 다소 얕다. 뒤틀린 집을 통해 실제로는 뒤틀린 모정과 가장이라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끝에 뒤틀려 버린 부정을 보여 주려한 감독의 시도는 참신하다. 강동헌 감독은 영화사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긴장감 넘치는 호러 영화를 마음껏 즐기고, 영화가 끝난 뒤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마음을 본인의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작 공포영화로 꼽히는 ‘장화, 홍련’ ‘컨저링’ 등을 오마주한 듯 기시감이 드는 등장인물들과 공간 연출이 눈에 띈다. 음악감독은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음악감독에 도전한 가수 윤상. 그는 최근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이 영화보다 기억에 남으면 옛날 스타일이라고 하더라”라며 “영화 스토리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고 필요할 때 내 역할을 했는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때 아이들은 통곡하곤 한다. 굉음 가득한 원통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공포감 탓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MRI 장비를 개발해온 더그 디에츠는 혁신에 나선다. 장비 외관을 보물선처럼 꾸민 것. 공포에 떨던 아이들은 호기심을 품고 MRI 장비에 다가왔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어린이박물관 직원 등 각계각층 의견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창의성이란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질적인 생각과 분야가 만나는 ‘네트워킹’ 과정을 통해 창의성이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물 곡선은 배 만드는 기술을 건축에 적용한 ‘경계 넘기’의 결과물. 공부와 놀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결과 ‘에듀테인먼트’가 자리 잡았다. ‘짬짜면’부터 방탄복 등에 적용할 목적으로 거미 유전자를 염소에게 주입해 만든 인공 거미줄까지. 기존 생명체나 물건, 아이디어를 조합한 창의성의 산물은 곳곳에 있다. 저자는 연세대 총장을 지낸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재임 당시 고등교육혁신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 혁신에 공을 들였다. 그는 “인텔리전스가 지식을 넣어 획득한 똑똑함이라면 엑스텔리전스는 기존 아이디어를 뒤집고 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 내는 총명함”이라고 정의한다. 엑스텔리전스는 지식 주입과 획득에 기울어진 한국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상적 사례부터 전문적 사례까지 다채롭게 소개하며 주변의 것들을 닥치는 대로 조합하고 뒤집어 보면 누구나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교육자의 애정이 묻어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엔데믹 시대, 극장으로 돌아온 관객들이 체험형 특별관으로 몰리고 있다.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려는 젊은층이 특히 많다. ‘탑건: 매버릭’은 이런 추세에 가속도를 붙였다.》돌아온 관객들, 오감체험 영화 속으로 지난달 28일 ‘탑건: 매버릭’이 상영 중인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내 한 상영관. 평일 낮임에도 144석 중 7개를 제외한 좌석이 모두 차 있었다. 전투기 편대가 산과 충돌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급상승하는 장면에서 좌석이 기울어지며 흔들리자 관객들은 자신들이 급상승하는 듯 팔걸이를 꽉 잡았다. 조종사들이 순식간에 몸무게의 9배에 달하는 중력을 받는 장면에선 의자의 진동, 바람 등 각종 효과가 더해졌다. 조종사와 함께 중력을 버텨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적 적투기 편대가 기관포를 퍼부으며 미 해군 전투기 편대를 위협하고 이에 섬광탄(플레어)을 투하하며 맞서는 공중전투 상황에선 천장 양쪽에 설치된 조명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실제 공중전에 참가한 듯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이 상영관은 오감 체험 특별관인 4DX에 정면 스크린 외 좌우 벽면에서도 영상이 상영되는 스크린X 기술을 더한 4DX스크린관. 3개 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데다 안개, 비, 물, 버블, 번개, 향기 등 21개 효과가 각 장면 특성에 맞춰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들어간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 ‘탑건: 매버릭’ 중 눈보라가 치는 설산이 나오는 장면에서 이른 무더위를 잊고 한겨울 눈밭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덕분이었다. 이날 영화를 본 박지민 씨(33·여)는 “상영 시간 내내 전투기를 직접 타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유대웅 씨(39)도 “4DX스크린관은 처음인데 전투기를 타고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특별관에서 볼 계획이다. 이 영화는 IMAX에서도 한 번 더 보려고 한다”고 했다.○ “영화로 들어오게 하라” 체험형 상영관 인기엔데믹 시대를 맞아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영화관 관객 수는 1547만 명. 5월 1455만 명보다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20년 4월 월별 관객 수가 97만 명대까지 곤두박질쳤고, 불과 4월까지도 312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의 영광을 거의 되찾은 셈이다. 영화관으로 돌아온 관객들은 여러 상영관 중에서도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이 있어 현실세계와 분리된 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4DX스크린관 같은 특별관을 눈에 띄게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풀린 직후인 5월 4일 개봉해 엔데믹 특수를 가장 먼저 누린 마블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개봉 1주 차 좌석 판매율은 CGV 기준 4DX관 47.3%, 4DX스크린관은 58.9%, IMAX관은 54%에 달했다. 일반관 좌석 판매율 27.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탑건: 매버릭’도 비슷했다. 개봉일인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CGV 일반관 좌석 판매율은 16.1%에 그친 반면 4DX관은 42.2%, IMAX관은 41.1%였다. 실제 전투기를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4DX스크린관 좌석 판매율은 64.7%까지 치솟았다. 롯데시네마의 대표적인 특별관인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의 5월 1일∼6월 26일 좌석 판매율도 일반관에 비해 10.2%포인트 높았다. 영화관이 옛 영광을 되찾는 데 있어 특별관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두 영화를 일반관에서 본 이들 중에도 “특별관 좋은 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일반관에 간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층에서 특히 특별관 선호 분위기는 두드러진다. 젊은층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영화관을 습관적으로 가기보다는 모바일 기기나 TV로 즐기기에 한계가 있는 블록버스터 등의 콘텐츠에 한해 특별관을 찾는 모습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영화관을 가는 것.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영화관을 찾아 ‘탑건: 매버릭’을 봤다는 성기훈 씨(31)가 선택한 곳 역시 특별관인 CGV 스크린X관이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작은 화면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게 습관이 된 뒤부터는 드라마 장르처럼 조용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지는 않게 된다”며 “‘탑건: 매버릭’은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는 대작인 데다 3면 스크린에 둘러싸여 영상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며 몰입하고 싶어 특별관을 찾았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데믹이 끝나도 당시 쌓인 OTT 시청 습관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관객들은 ‘영화관에 어울리는 영화’를 더 엄격하게 구분해 영화관을 찾게 될 것인 만큼 영화관 업계도 이에 맞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별관 도장깨기’ ‘N차 관람’ 열풍젊은층의 특별관 선호 현상은 ‘특별관 도장깨기’ 문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상엔 ‘탑건: 매버릭’을 특별관의 성지로 꼽히는 ‘용아맥(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영스엑(CGV 영등포 스크린X관)’ ‘용포디(CGV 용산아이파크몰 4DX스크린관)’ ‘수플G(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남돌비(메가박스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돌비시네마관)’ 등에서 모두 봤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별관별 장단점을 비교해 놓거나 특별관 내에서도 오감 체험이나 몰입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묻는 글도 넘친다. 지난달 28일 저녁 ‘탑건: 매버릭’을 4DX스크린관에서 보려고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 박예송 씨(30·여)는 “4DX스크린관에서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단 이 포맷으로 영화를 한 번 보고 주 후반에 IMAX로 한 번 더 볼 계획”이라며 “표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운 좋게 괜찮은 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특별관 도장깨기’를 통한 ‘N차 관람’은 영화관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GV 일반관 관람료는 1만5000원이지만 IMAX는 주말 프라임석 기준 2만2000원이다. 5월 극장 전체 매출액은 전월에 비해 396% 폭증한 1507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엔 관객 수 증가와 특별관 인기, N차 관람 추세에 힘입어 이보다 더 늘어난 15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이던 2020년 1월 1437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이달에는 특별관 상영에 적합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더 높은 몰입도와 체험 효과를 원하는 관객들이 특별관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각 영화관의 특별관 상영이 예정된 영화는 마블 대작 ‘토르: 러브 앤 썬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 음악영화 ‘엘비스’를 비롯해 ‘도둑들’ ‘암살’ 등 천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든 최동훈 감독의 복귀작 ‘외계+인’,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 관람)을 세운 영화 ‘명량’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 등으로 화려하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중시하게 된 젊은층이 특별관을 중심으로 극장에 몰리면서 극장은 팬데믹 이전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을 넘어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업계는 이런 흐름에 따라 관객들의 체험 및 몰입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관 확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전국 17개 극장에서 IMAX관을 운영 중인 CGV는 7월 충북 청주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 IMAX관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대구에도 IMAX관을 개관한다. 롯데시네마는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공식 인증을 받은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의 음향시스템과 좌석을 개선하는 등 관객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극장을 테마파크처럼 관객들이 신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건 꼭 필요한 전략”이라며 “영화관이 팬데믹 이후에도 유효한 공간이라는 판단에 따라 집이나 모바일 기기로 경험할 수 없는 극장만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 3개 이어 69m… 천장까지 연결 ‘꿈의 영화관’도 성큼 ‘실감나는 영화관’ 진화 어디까지좌우 스크린 각도 넓혀 현장감… 모션체어도 더 자연스럽게 개선영화 제작단계부터 극장과 협업… 공포감 극대화 특수효과 살려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영스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영스엑’은 서울 영등포구 ‘CGV 영등포 스크린X관’의 줄임말. 스크린X관은 정면과 좌우에 스크린이 설치된 다면 스크린특별관을 말한다. 전국 50개의 스크린X관 중 유독 ‘영스엑’이 인기인 이유는 CGV가 CGV 영등포의 스타리움관을 ‘스크린X PLF(Premium Large Format)’로 이달 개조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좌우 스크린에 영화관 벽면을 활용했는데 ‘영스엑’은 실버스크린을 설치해 화면의 선명도를 높인 것. 정면 스크린의 가로 길이는 25m, 좌우 스크린 길이는 각각 22m로 총 69m에 달한다. 상공에서의 비행 장면이 압권인 ‘탑건: 매버릭’ 개봉은 ‘영스엑’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영스엑’과 ‘4DX’ 버전의 ‘탑건: 매버릭’ 관람 후기가 연일 화제다. 6월 29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방준식 CJ 4D플렉스 콘텐츠비즈팀장은 “기존 스크린X관의 정면과 좌우 스크린 사이 각도는 90도였으나 영스엑은 이보다 15도 더 각도를 넓혔다. 관객 입장에서 더 확장된 화면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탑건: 매버릭’처럼 체험형, 몰입형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극장들이 직접 나서 ‘특수관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공연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공연장에서 공연을 직접 즐기지 못하자 스크린X, 4DX 기술을 접목한 콘서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아이즈원,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의 콘서트가 극장용 콘텐츠로 제작돼 개봉했다. 음악에 맞춰 모션체어가 움직이고, 무대 분위기에 맞게 향기나 안개 효과도 들어간다. 좌우 스크린에 꽉 찬 관객은 실제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방 팀장은 “콘서트 실황을 본 후 영화관에서 한 번 더 보는 게 팬덤 문화로 자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한 공포영화 ‘귀문’은 제작 단계부터 연출진과 극장이 협업에 나섰다. 기존에는 완성된 영화 콘텐츠에 CJ 4D플렉스가 후반 작업을 진행했지만 귀문의 경우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관의 효과들을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협의했다. 방 팀장은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놀이공원의 귀신의집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폐쇄된 수련원이 배경이기 때문에 좌우 스크린이 있는 스크린X관에서 감상했을 때 실제 수련원에 갇힌 듯한 공포감을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DX관의 경우 실제 그 안에 있는 듯한 촉감을 주기 위해 수련원 문이 열릴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거나, 피가 튀는 장면에서 물이 분사되는 효과를 넣었다. 극장 기술의 진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크린X관의 스크린 수는 정면과 좌우의 3개 면이지만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20년 CJ 4D플렉스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중앙과 좌우에 더해 천장까지 총 4개 면에 스크린을 접목한 ‘4DX스크린’ 상영관을 선보였다. 4DX관도 변모를 꾀하고 있다. 4DX관의 경우 모션체어의 움직임 범위를 넓히고,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숙제다.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 ‘4DX스크린’ 상영관의 일부 모션체어에는 기존 6방향 움직임과 더불어 좌석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기능인 ‘스웨이&트위스트’ 기능이 접목됐다. 안개가 스크린을 가리지 않도록 하거나, 천장에서 눈이 더 은은하게 떨어지도록 하는 등 환경효과도 개선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번들거리는 머리에 건들거리는 태도. 이상한 모양새의 19세 소년이 무대에 등장한다. 골반을 튕기고 다리를 마구 떨어대는, 1954년 기준으로는 파격 그 자체인 퍼포먼스와 백인임에도 흑인 창법을 선보이는 그에게 백인 소녀들은 열광한다. 가장 조용한 소녀마저 참지 못하고 끝내 소리 지르게 만드는 이 마성의 소년은 엘비스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톰 파커(톰 행크스)는 그의 스타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온 세상이 네 음악을 듣게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엘비스’는 로큰롤의 황제이자 세계 최초의 아이돌 스타 프레슬리(1935∼1977)의 일생을 담았다. 프레슬리 매니저로 그를 착취하는 데 골몰했던 탐욕스러운 인물 파커가 자신이 위독하던 1997년 프레슬리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프레슬리의 어린 시절부터 42세로 요절하기까지 일대기를 1, 2초 만에 장면이 마구 바뀌는 현란한 편집을 통해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준다. ‘하운드 독’ ‘제일하우스 록’ 등 그의 대표곡 템포에 맞춰 편집한 덕에 각 노래의 흥을 느끼며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코믹스를 활용하거나 1950, 60년대 미국 쇼프로그램 화면을 차용한 편집, 분할 편집 등 다채롭게 시도한 편집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물랑루즈’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든 배즈 루어먼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프레슬리가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미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살며 흑인음악에 매료되는 과정, 파커를 만나 미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모습을 스타일리시한 편집으로 담아내며 전기영화의 딱딱한 틀을 부순다. 영화는 그 자체로 센세이셔널했던 그의 음악이다. “저속한 춤을 춘다”거나 “흑인 문화를 퍼뜨리고 백인들을 분열시킨다”며 백인 주류 사회에서 맹비난을 받으며 고초를 겪은 모습도 그렸다. 당시 미 남부에 남아 있던 인종분리법의 민낯을 보여준다. 프레슬리의 그윽한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 걸음걸이와 손짓을 그대로 살려낸 신인 배우 버틀러의 열연이 돋보인다. 10대부터 40대까지의 엘비스를 연기한 그는 실제 영화 속에서 나이를 먹는 듯하다. 데뷔 초인 1950년대 노래들은 그가 직접 불렀다.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는 영화 속 버틀러 목소리를 아버지 목소리로 착각했을 정도라고 한다. 행크스의 연기 변신도 관람 포인트. 프레슬리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고 노예 계약을 맺어 프레슬리가 위급한 상태일 때조차 무대에 세우며 착취한 악마 매니저 연기를 과거 작품 속 그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프레슬리의 명곡이 연이어 나오는 데다 감각적인 편집이 더해진 덕에 콘서트장이나 클럽에서 노는 기분으로 관람할 수 있다. ‘대중문화 혁명가’였던 프레슬리 이야기와 노래에 더 깊게 빠져들려면 사운드에 특화된 특별관에서 볼 것을 권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 관람)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의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이 다음 달 27일 개봉한다. 전작 ‘명량’이 개봉한 지 8년 만이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한여름에 개봉하는 데다 극장가 분위기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된 만큼 전작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산’은 1592년 7월 왜선 70여 척을 상대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학익진(鶴翼陣) 공격을 펼쳐 대승을 거둔 한산대첩을 다룬 영화다. ‘명량’에 이어 ‘한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2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명량’을 기획하다 보니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과연 영화 한 편으로 그리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적어도 3부작을 만들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좀 더 농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연출한 이순신 장군 시리즈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로 총 3편. ‘노량’은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로 올해 말과 내년 초를 놓고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시기상으로는 한산대첩(1592년), 명량대첩(1597년), 노량해전(1598년) 순이지만 ‘명량’이 가장 먼저 개봉됐다. “‘명량’이라는 가슴 뜨거운 역전극을 먼저하고 싶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이순신 장군 역은 ‘명량’에선 최민식이 맡았고, ‘한산’에선 박해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노량’에서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박해일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엄청난 위인 역할을 제안받고는 ‘아니 날 뭘 믿고?’ 싶어서 굉장히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다. 최민식 선배는 내게 곁눈질을 하고 씩 웃으며 ‘고생 좀 해봐라’ 한마디 하시더라”며 웃었다. ‘명량’의 최민식은 용맹스러운 장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한산’의 박해일은 전투 전략을 밀도 있고 지혜롭게 세우는 지장(智將)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박해일은 “선비답고 군자다운 모습과 올곧음을 보여주는 한편 전투 장면에선 긴장감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학자마다 그 원형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거북선을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3층이냐, 2층이냐 등 워낙 설왕설래가 많은 거북선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며 “영화에서 해전 장면이 50분이 넘는데 이 장면에서 다양한 학설을 총망라해 가장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거북선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제목 ‘용의 출현’ 중 ‘용’은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영화에서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은 배우 변요한이 맡아 일본어로 연기했다. 변요한은 “외국어 연기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이를 연기하는 건 정서적으로 나보다 뜨겁지 않을 거 같아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일본어 선생님을 내 집에서 자게 하면서 일본어를 연습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자긍심’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대한민국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용기를 얻고 연대의식도 느꼈으면 합니다. 그런 뒤 자긍심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통합되는 감정을 가지고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영화는 ‘자긍심’이라는 한 단어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입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넷플릭스가 24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두고 평이 엇갈린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중 하나로 손꼽히며 세계적인 팬덤이 형성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긴장감이 없다는 혹평과 통일을 목전에 둔 한반도 등의 새로운 설정을 가미해 신선하게 재가공됐다는 호평이 동시에 나온다. 27일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중 스트리밍 순위 세계 3위다. 이날 언론 공동 화상인터뷰에서 주연 배우 유지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거라는 건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다”며 “원작의 팬덤이 강하다 보니 잘못하면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개 이후) 일부러 반응들을 안 찾아봤다”고 했다. 작품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도 이날 “2018년 리메이크 기획 당시만 해도 ‘종이의 집’이 히트작은 아니었는데 시간이 가며 세계적인 히트작이 돼 부담이 많이 됐다”며 “‘공동경제구역’이라는 현실에 없는 공간을 구현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원작에선 일명 천재 전략가 ‘교수’가 이끄는 강도단이 스페인 마드리드의 조폐국을 습격한다. 리메이크작은 통일을 앞둔 2026년을 배경으로 하며 남한과 북한 출신으로 구성된 강도단이 가상의 남북 공동경제구역(JEA) 내 조폐국을 침입하는 내용으로 각색됐다. ‘교수’ 역의 유지태는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다. 한국판 종이의집은 한국식으로 잘 버무려낸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원작 중 파트1, 2에 해당하는 21개 에피소드는 12개로 압축됐다. 24일 공개된 건 이 중 6개 에피소드. 올 하반기 나머지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압축을 거듭하다 보니 각 캐릭터는 원작에 비해 단선적이다. 교수나 강도단 일원인 ‘도쿄(전종서)’의 입을 통해 각 캐릭터의 사연이나 범행 동기 등을 일일이 설명하는 장면도 늘었다. 유지태는 “압축하다 보니 인물들의 입체감이 드러나기는 어려웠지만 전개가 빨라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선 인질로 잡힌 조폐국 직원들이 강도단의 협박을 받고 남북으로 출신을 나눠 서로를 감시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를 두고 통일 한국이 겪을 시행착오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김 감독은 “상황을 남북 중 한쪽에 치우치게 얘기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최대한 중립적 입장에서 그려내려 노력했다”며 “통일이 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바로 합치긴 어렵지 않겠느냐. 갈등을 겪고,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