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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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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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찾은 양조위 “연쇄살인마 역할 탐나…K콘텐츠 도전해보고 싶다”

    “연쇄살인마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 감독님께도 연쇄살인마 관련 대본을 생각해보시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한국 취재진 앞에 등장한 중화권 스타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 입에서 평소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나오자 웃음이 터졌다. 6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량차오웨이 기자회견 현장. 홍콩 영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에겐 이날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이지만 팬 사인회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질문 경쟁이 치열했다. 영화제 기간 진행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아직 안해 본 역할이 많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악역 대본이 많이 안 들어온다. 연쇄살인마 역할을 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며 웃었다.그는 지난해 개봉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 ‘웬우’ 역할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고독하고 처연한 눈빛으로 유명한 그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가 됐다. 한국 나이로 60세인 그는 이날 “10년 전만 해도 내가 아버지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아버지 역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돼 즐겁다”며 “젊은 나이에 도전할 수 없었던 나이 든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어”고 했다.‘양조위의 화양연화’는 그가 직접 선정한 영화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그에게 아시아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화양연화’(2000년)를 비롯해 ‘무간도’(2003년) ‘2046’(2004년) ‘암화’(1998년) ‘동성서취’(1993년) ‘해피투게더’(1998년)가 상영된다.그는 작품 선정 배경을 두고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골랐다”며 “‘비정성시(1989)’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건 제2회 영화제가 열린 1997년부터 이번까지 총 4번째. 그는 5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는 좁은 길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개막식을 했었는데 이번 개막식은 정말 성대하더라.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현대화됐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예뻐진 것 같다”고 말했다.1981년 드라마로 데뷔해 데뷔 40년이 넘은 그를 두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어떤 배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에 출연했다. 굉장한 폭과 깊이를 동시에 가진 배우로 배우가 성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특별한 배우”라며 극찬했다.그는 이에 “20년간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또 다른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였다.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벼 소회를 밝혔다.그는 기회가 된다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에 출연할 의향도 밝혔다. 그는 “요즘 한국 연예계를 보면 정말 기쁘다. 나도 K콘텐츠를 즐겨 본다”며 저도 배우 전도연과 송강호를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두 분과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언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 K콘텐츠에 도전할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 ‘코다’처럼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역할이라면 도전하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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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활짝 열린 ‘영화의 바다’… 4500여명 몰렸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 극장.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사회를 맡은 배우 류준열이 말했다. 공동 사회를 맡은 배우 전여빈도 “팬데믹 때문에 관객분들을 만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감격적이다”라고 했다.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객석을 1200석만 운영했지만 올해 4500여 석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막식은 열기로 가득했다. 대구에서 온 성주희 씨(34·여)는 “지난해에도 오고 싶었는데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며 “이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영화제는 3년 만에 100% 정상 개최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2020년엔 팬데믹으로 레드카펫 행사와 야외 개막식을 생략했다. 지난해엔 이를 부활시켰지만 상영관 객석을 50%만 운영하는 등 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막식은 올해 5월 별세한 강수연 배우에 대한 추모로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인테르메조 선율에 어우러져 고인의 출연작과 배우 설경구 문소리 등이 고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지킴이였고 한국 영화의 거장이었다. 어떤 역경에도 함께해 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2015∼2017년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이는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였다. 그는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아시아 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한다. 무대에 오른 량차오웨이는 트로피를 몇 번이나 들여다본 뒤 “영광스러운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 팬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배우 한예리는 시상에 앞서 무대에 올라 량차오웨이에 대한 헌사를 발표했다. 그는 “스크린 속에서 너무나 무해한 얼굴에 고독하고 처연한 눈빛을 가진 한 배우를 오래도록 존경하고 흠모해 왔다. 그의 연기 앞에서 나는 늘 가장 순수한 관객이 된다”며 존경을 표했다. 이날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에선 개막작인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를 포함해 공식 초청작 기준 71개국 243편이 상영된다. 량차오웨이는 2000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화양연화’를 비롯해 ‘무간도’ ‘해피투게더’ ‘2046’ 등 직접 고른 출연작 6편으로 구성된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를 진행한다. 이 중 그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2046’과 ‘무간도’는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6일에는 13년 만에 개봉하는 ‘아바타’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의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을 존 랜도 프로듀서가 직접 소개한다. 올해 5월 이례적으로 예고편 시사회를 연 데 이어 주요 장면 영상까지 미리 공개하는 등 12월 개봉을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준익 감독의 시리즈 데뷔작인 티빙의 ‘욘더’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9편도 영화제에서 미리 만나 볼 수 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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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강수연 추모-양조위 내한…3년 만에 정상화된 ‘영화의 바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사회를 맡은 배우 류준열이 말했다. 공동 사회를 맡은 배우 전여빈도 “팬데믹 때문에 관객분을 뵐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감격적이다”라고 했다.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객석을 1200석 밖에 운영하지 못했지만 올해 4500여 석으로 대폭 늘리면서 개막식은 축제 현장다운 열기로 가득했다. 대구에서 온 성주희 씨(34·여)는 “지난해에도 오고 싶었는데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며 “이제 정상화돼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영화제는 3년 만에 100% 정상 개최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레드카펫 행사와 야외 개막식을 모두 생략했다. 지난해엔 이를 부활시켰지만 상영관 객석을 50%만 운영했다. 개막식은 올해 5월 별세한 고 강수연 배우를 추모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인터메조 선율에 어우러져 고인의 출연작과 배우 설경구 문소리 등이 고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지킴이었고 한국영화의 거장이었다. 어떤 역경에도 함께해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2015~2017년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주인공은 행사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였다. 그는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된다. 무대에 오른 량차오웨이는 트로피를 몇 번이고 들여다본 뒤 “영광스러운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팬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시상식에 배우 한예리는 “스크린 속에서 너무나 무해한 얼굴의 고독하고 처연한 눈빛을 가진 한 배우를 오래도록 존경하고 흠모해왔다. 그의 연기 앞에서 나는 늘 가장 순수한 관객이 된다”며 존경을 표했다. 이날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에선 개막작인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를 포함해 공식 초청작 기준 71개국 243편이 상영된다. 량차오웨이는 2000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화양연화’를 비롯해 ‘무간도’ ‘해피투게더’ ‘2046’ 등 자신이 직접 고른 출연작 6편을 들고 영화제를 찾아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를 진행한다. 이중 그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2046’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6일에는 13년 만에 개봉하는 ‘아바타’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의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을 존 랜도 프로듀서가 직접 소개하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 5월 이례적으로 예고편 시사회를 연데 이어 주요 장면 영상까지 미리 공개하는 등 12월 개봉을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준익 감독의 시리즈 데뷔작 ‘욘더’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9편도 공식 공개 전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다. 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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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 개그맨이 고향 내려와 조폭두목 된다면…

    “다시는 오나 봐라.” 학을 떼고 떠난 고향에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이다. 기세(송새벽)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꿈꾸던 공채 개그맨 시험에 단박에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7년 넘게 무명 개그맨으로 방송국을 떠도는 신세가 된다. 고생 끝에 콩트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었는데, 하필 그때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설상가상으로 월세를 못 내 옥탑방에서 쫓겨나고 충청도 최대 조직폭력배 ‘팔룡회’를 이끌던 아버지(이경영)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마지못해 돌아온 고향, 기세는 아버지에 이어 ‘팔룡회’ 회장이 된다. 어린 시절 기세가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던 조직 2인자 강돈(이범수)이 그에게 ‘바지회장’을 맡아주면 거액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 5일 개봉한 ‘컴백홈’은 송새벽 이범수 라미란 등 한국 대표 코미디 배우 3인이 동시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코미디 영화.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고향에 돌아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세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축이다. 웃음 일등 공신은 단연 송새벽.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생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모습이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웃게 만든다. 진지함에 억울함, 지질함을 더해 빚어낸 송새벽 특유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한 것.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미디 영화라고 웃기려고 애쓰면 장면이 살지 않는다. 그냥 매 장면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세의 첫사랑 영심 역의 라미란은 현재 상영 중인 또 다른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 맡은 강원도지사 주상숙과 180도 다른 생활 연기로 관객들을 웃긴다. 이범수는 빈틈 많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잔인하기 그지없는 악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악역은 합법적으로 나쁜 짓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며 웃었다. 무명 개그맨이 고향에 내려와 조폭 두목이 된다는 설정은 참신하다. 반면 조폭 영화의 뻔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관객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송새벽은 “‘컴백홈’에서 얘기하려는 건 고향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조폭은 그 이야기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상투적인 흐름이었다면 영화 출연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기세가 16년 만에 고향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인교진 이중옥 오대환 황재열 등 친구 4인방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오랜 친구 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들 친구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이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살려낸 덕분에 몇몇 장면은 대사만 들어도 웃음이 터진다. 이 영화의 미덕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데 웃기는 것.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열 일 제치고 훌쩍 고향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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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 두목 된 무명 개그맨…그의 아버지는 누가 죽였나

    “다시는 오나 봐라"라며 학을 떼고 떠난 고향에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이다. 기세(송새벽)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꿈꾸던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7년 넘게 콩트 주인공 한 번 못 해본 무명 개그맨으로 방송국을 떠도는 신세다. 고생 끝에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는데, 하필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탑방에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충청도 최대 조폭 ‘팔룡회'를 이끌던 아버지(이경영)가 돌아가신다. 마지못해 돌아온 고향, 기세는 아버지에 이어 ‘팔룡회’ 회장이 된다. 어린 시절 기세가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던 조직 2인자 강돈(이범수)이 기세에게 ‘바지 회장’을 맡아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 코미디영화 ‘컴백홈’은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 3인이 동시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고향에 돌아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세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이야기의 주축이다. 상영시간 내내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일등 공신은 단연 주인공 송새벽. 그는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마치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하는데 이 모습이 큰 웃음을 끌어낸다. 진지함에 억울함과 지질함을 더한 송새벽 특유의 코믹 연기가 이번에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는 것.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특별히 웃기려고 애쓰면 오히려 장면이 살지 않는다. 그냥 매 장면, 그 상황 자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라며 코믹 연기의 비결을 밝혔다. 기세의 첫사랑 영심 역으로 출연한 라미란은 현재 상영 중인 또 다른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 그가 맡은 강원도지사 주상숙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웃긴다. 이범수는 빈틈 많아 보이지만 알고보면 잔인하기 그지없는 악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악역은 참 매력 있다. 합법적으로 나쁜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무명 개그맨이 고향에 내려와 조폭 두목 자리를 이어받는다는 설정은 참신하다. 그러나 영화 소재로는 닳고 닳도록 활용돼온 조폭이 소재인 만큼 뻔한 조폭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영화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새벽은 이에 “최근 한 친구가 연락이 와서 ‘지하철에서 영화 광고를 봤는데 포스터만 봐도 얘기가 뻔히 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컴백홈’에서 얘기하려는 건 고향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조폭은 그 이야기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상투적인 흐름이었다면 출연을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기세가 16년 만에 고향 친구들과 투닥거리며 깊은 우정을 재발견하는 모습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인교진 이중옥 오대환 황재열 등 고향 친구 4인방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실제로 송새벽과 또래. 그런 덕분인지 다섯 사람은 실제로 오랜 친구 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들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출연 배우들이 충청도 사투리의 말맛을 맛깔나게 살려낸 덕분에 몇몇 장면은 대사만 들어도 웃음이 터진다.이 영화의 장점은 누구도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 것. 관람차 안에서의 대결 장면 등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도 배우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배우들의 이런 능청스러움은 영화의 최대 웃음 포인트다. 이 영화의 단점은 영화를 보고 나면 오랫동안 못 본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열 일 제치고 훌쩍 고향으로 떠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5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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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 서커스’ 연출가 드라고네 별세

    전 세계에서 2억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공연 제작사 ‘태양의 서커스’의 간판 연출가 프랑코 드라고네(사진)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이탈리아 출신인 드라고네는 1985∼1998년 ‘알레그리아’ ‘퀴담’ ‘오’ 등을 연출하며 ‘태양의 서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0년에는 회사 드라고네를 설립해 팝 스타 셀린 디옹의 콘서트를 연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태양의 서커스’ 측은 “그는 ‘태양의 서커스’의 성공에 소중한 기여를 했다. 그의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공연)산업계에도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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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GD 등 K팝 가수 협업 화가 ‘킬드런’, 6년만에 킨텍스서 개인전

    방탄소년단(BTS), 지드래곤 등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가수들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화가 킬드런(본명 김석원)의 개인전 ‘Man on the moon’이 열린다. 전시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꿈에그린 GIFC몰 내 ‘스튜디오 제뉴인’에서 1~3일, 7~10일 개최된다. 이번 개인전에선 킬드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해 유명세를 탄 작품과 신작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할만한 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킬드런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 뷔의 얼굴을 그린 작품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해 팬들의 큰 호응을 끌어내는 등 MZ세대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튜디오 제뉴인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달에 홀로 외로이 서있는 듯한 작가의 내면세계를 담은 작품을 보여주고자 한다. 형식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들이 전시된다”고 밝혔다. 전시 시간은 오후 1시~8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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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 담론, 한쪽에 치우치면 악용될 수도”

    “여자들이 날 거부했다. 나는 스물두 살인데도 숫총각이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서 6명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엘리엇 로저는 사건 전 촬영한 영상에서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외모, 운동신경 등의 문제로 여성에게서 내쳐진 ‘비자발적 순결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에게서 ‘섹스할 권리’를 박탈했으니 이들을 응징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갈한다. “섹스할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여성도 그와 섹스할 의무는 없다.” 1984년생으로 37세에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에 오른 여성 철학자인 저자는 21세기에도 고질적인 성 계급 문제에 메스를 갖다댄다. 남성에게 성적 권리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어디서부터 형성됐는지 분석하고, 복잡한 이념 지형을 가진 페미니즘과 성적 욕망 등 다양한 관련 논제를 6편에 걸친 에세이로 엮어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말은 일단 믿고 보는 주류 페미니스트들의 ‘여성을 믿자’라는 구호의 필요성과 맹점을 동시에 짚는 에세이 ‘누가 남성을 음해하는가’를 쓴 저자가 여성이고 페미니즘 철학자라는 걸 고려하면 꽤나 파격적이다. 저자는 날이 무딘 구호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을 단순하게 보지 말고 인종이나 계급 같은 요인을 두루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2013∼2014년 미 콜게이트대는 학생의 4.2%만 흑인이었는데, 당시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학생의 50%가 흑인이었다. 자칫 ‘여성을 믿자’는 구호가 흑인 차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저자는 성 대립이란 첨예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성매매 금지법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성매매는 반대하지만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의 생존 문제는 간과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들을 금방 해결 가능한 문제로 섣불리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배타적이거나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차치한 채 모든 여성의 공통성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며 페미니즘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냉철한 접근이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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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인간’인줄 모르고… 실패한 덕후들, 분노의 목소리

    중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오빠’를 좋아했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팬 사인회에 한복을 입고 등장해 그를 놀라게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연모의 마음을 담은 자작시를 낭독했다. 오빠는 그런 그를 사인회 때 먼저 알아보고 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오빠가 전교 1등을 하라고 해서 정말 전교 1등을 했다. 오빠 말은 인생 지침이 됐다. 그런데 10대 시절을 다 바친 그 오빠가 2019년 성범죄자가 됐다. 문제의 오빠는 가수 정준영. 그는 집단 성폭행 혐의 등으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28일 개봉한 ‘성덕’은 1999년생 오세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오 감독을 포함해 각자 선망하던 스타 오빠가 성범죄자로 추락하면서 ‘실패한 덕후’가 된 팬들이 분노 등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인터뷰가 주축이다. 오 감독은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나 말고도 상처받은 팬들이 많고 여전히 그들을 옹호하는 팬들도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팬들은 한때 사랑했던 오빠를 ‘그런 인간’ ‘사회의 악’으로 지칭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 감독은 과거 빅뱅의 멤버 승리의 열혈 팬이었던 김다은 조감독과 함께 앨범 등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 굿즈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치르며 과거 떨치기에 나선다. 한편에선 문제의 오빠들을 여전히 사랑하는 팬들이 남아있었다. 오 감독은 이 지점에서 카메라 방향을 태극기 집회 현장으로 돌린다. 정치 팬덤을 상징하는 현장으로 가 이들이 왜 이토록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사연을 들어본다. 다만 감독은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던지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 관객에게 판단을 맡긴다. 오 감독은 “아이돌 팬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우상화 문제를 짚어보는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실패한 덕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이처럼 정치 팬덤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실패한 덕후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등 날카로우면서도 감성적이고, 단선적인 듯하면서도 입체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고 해서 팬들도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를 좋아했던 시절에 행복했다면 그걸로 성공한 거죠.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좋아해 봤다면, 상처받아 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받은 이들이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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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망했던 ‘오빠’가… 어느날 성범죄자가 됐다”

    중1 때부터 7년간 가수 ‘오빠’를 좋아했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팬 사인회에 한복을 입고 등장해 그를 놀라게 했다. 중3 때는 지상파 방송에 한복을 입고 나와 연모의 마음을 담은 자작시를 낭독했다. “여름에는 삼계탕 닭 다리 쥐여주고 싶고...” 오빠는 그런 그를 명확히 인지했다. 사인회 때 먼저 알아보고 반기기 시작했다. 그는 자타공인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오빠’가 전교 1등을 하라고 해서 진짜 그렇게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라고 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했다. 오빠 말은 사소한 말이라도 인생 지침이 됐다. 오빠의 취향, 가치관 등 모든 것이 좋았다. 아예 그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다. 그런데 10대 시절을 다 바친 그 오빠가 2019년 성범죄자가 됐다. 문제의 오빠는 가수 정준영. 집단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사회에서 영구 격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8일 개봉한 ‘성덕’은 1999년생 오세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받았다. 오 감독을 포함해 각자 선망하던 오빠가 성범죄자로 추락하면서 실패한 덕후로 전락한 팬들이 분노와 배신감 등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인터뷰가 주축이다. 이들은 한때 그 오빠의 덕후였다는 이유로 범죄를 도운 것만 같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 시절의 추억과 열정을 모두 도려내는 아픔도 겪었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사랑한 자신을 미워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상처였다. 오 감독은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준영 사건은 내게 너무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며 “과거의 덕질을 후회했고 그를 비난했다. 나말고도 여러 오빠들로 인해 상처받은 팬들도 많고 여전히 그들을 옹호하는 팬들도 있더라.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팬들은 한때 사랑했던 오빠를 ‘그런 인간’ ‘사회의 악’으로 지칭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 감독 역시 과거 승리의 열혈 팬이었던 김다은 조감독과 함께 앨범, 달력 등 덕질의 증거물인 굿즈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을 치르며 과거 떨쳐내기에 나선다. 한편에선 여전히 문제의 오빠들을 옹호하는 팬들이 남아있었다. “우리 오빠 그런 사람 아니다”라며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광적인 팬덤이다. 오 감독은 이 지점에서 카메라 방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 현장으로 튼다. 태극기가 그려진 수건을 목에 두르고 집회 현장에잠입해 이들이 왜 이토록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사연을 들어본다. 다만 감독은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던지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 관객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오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 아이돌 팬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우상화 문제를 짚어보는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영화를 보면 범죄자가 된 아이돌의 여전한 팬덤과 일부 정치 팬덤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감독이 22세 때 만든 작품. 20대 초반의 재기발랄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대표적인 건 또 다른 오빠를 사랑했던 한 팬을 만나 인터뷰를 하려다 말고 믹서로 요구르트 막걸리를 만드는 장면을 한참 보여주는 부분. 요구르트 막걸리가 갑자기 폭발하고 믹서 위에 얼음덩어리만 남는 장면은 관객을 폭소케 한다. 오 감독은 “이 장면을 영화와 동떨어진 내용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더라”며 “우연히 담은 장면이긴 한데 폭발하는 모습이 팬들 처지 같아서 넣었다. 예상치 못하게 터져버리고 얼음만 남는 모습이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된 팬덤, 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팬들 모습과 겹쳐 보였다”고 했다. 영화는 ‘실패한 덕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 팬덤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동시에 ‘실패한 덕후’들을 위한 위로를 건네는 등 날카로우면서도 감성적이고 단선적인 듯하면서도 입체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고 해서 팬들도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를 좋아했던 시절에 행복했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질을 했거나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좋아해 봤다면, 그로 인해 상처받아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영화니까요. 무엇보다 상처받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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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이 어느날 거짓말 못하게 된다면?… ‘코미디 여왕’ 라미란의 더 강력해진 웃음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주상숙(라미란)은 관운을 타고난 듯하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뒤 고향 강원도 어촌마을에서 생선을 손질하며 살아가지만, 관운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바다로 추락한 트럭에 갇힌 청년을 구한 것을 계기로 주상숙은 시민 영웅이 되고, 이에 힘입어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어렵게 재기한 그는 깨끗하게 도정을 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금세 초심을 잃고 연임에 목매며 주목받을 수 있는 일만 찾아다닌다. 그런 그에게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것. 입을 열 때마다 막말과 솔직한 말이 튀어나오고 그때마다 지지율은 곤두박질친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2’는 2020년 개봉한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다. 부패한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흐름은 전편과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주상숙의 ‘오른팔’ 박희철 비서실장(김무열)까지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는 것. 주상숙의 막말을 수습하던 그마저 같은 신세가 된다는 새로운 설정은 속편의 웃음 포인트다.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코미디 여왕’ 라미란의 활약. 자기 입을 틀어막는 등 막말과 솔직한 발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능청스러운 연기는 웃음을 끌어내는 일등 공신이다. 라미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편에 이어 속편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해 “나만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임감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김무열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는 설정이 더해지고 강원도청 건설교통국장 조태주(서현우) 등 새로운 캐릭터가 일부 등장하는 것 외에 전편과 크게 다른 요소가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역시 그대로다. 전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만큼 다음 이야기가 쉽게 예측된다. 악역들의 악한 면모와 부정부패를 드러내는 방식은 일차원적이다. 풍자의 칼날은 무디고 깊이는 얕다. 라미란의 연기 역시 전편의 틀에 머무른다. 이 같은 익숙함이 식상하게 받아들여질지, 웃음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로 반갑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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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못하게된 도지사, 입 열때마다 막말…익숙한 웃음 장착한 ‘정직한 후보2’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주상숙(라미란)은 관운을 타고난 듯하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뒤 고향 어촌마을에서 생선을 손질하며 살아가지만, 관운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바다로 추락한 트럭에 갇힌 청년을 구한 것을 계기로 주상숙은 시민 영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에 힘입어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어렵게 재기한 그는 깨끗한 도정을 꾸리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금세 초심을 잃고 연임에 목매며 주목받을 수 있는 일만 찾아다닌다. 그런 그에게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것. 대외적, 의례적 발언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입을 열 때마다 막말과 솔직한 말이 튀어나온다. 그때마다 지지율은 곤두박질친다. 주상숙은 과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28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2’는 2020년 2월 개봉해 라미란에게 코미디 영화 출연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정직한 후보’의 후속편. 부패한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흐름은 전편과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속편에선 국회의원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온 오른팔 박희철 비서실장(김무열)까지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는 것. 주상숙이 쏟아내는 막말을 수습하는 역할을 하던 그마저 같은 신세가 된다는 새로운 설정은 속편의 웃음 포인트다.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코미디 여왕으로 등극한 라미란이 이번엔 또 얼마나 웃길 것인가 하는 것. 자기 입을 틀어막거나 명상 음악을 들으며 귀를 막는 등 튀어나오는 막말과 솔직한 발언을 봉쇄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웃음을 끌어내는 일등 공신이다. 라미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편에 이어 속편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해 “나만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나 없이 할 거면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 정도로 책임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미디 연기의 비결은 없는 것 같다”며 “내가 재밌다고 한 것들을 안 좋아해 주실 때도 있고, 별 생각 없이 한 걸 좋아해 주실 때도 있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무열 역시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는 설정이 더해지고 주변 인물 캐릭터 몇몇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 외에 전편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 주상숙이 부패할 대로 부패했다가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정의의 사도가 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역시 그대로다. 전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만큼 다음 이야기가 쉽게 예측된다. 영화 속 악역들의 악한 면모와 부정부패를 드러내는 방식은 일차원적이다. 풍자의 칼날은 다소 무디고 그 깊이는 전편이 비해 얕아졌다. 라미란의 연기 역시 전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익숙함이 식상하게 받아들여질지, 웃음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로 반갑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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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업 앞둔 극장 앞… 음악 흐르자 30년 전으로

    폐업 직전인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지난해 영업종료) 앞. 버스를 잘못 타 영화관 근처에서 내린 중년 여성 세연(염정아)은 순간 추억에 빠져든다.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우리 옛날에 여기서 영화 자주 봤잖아”라며 전화로 다정히 말을 건네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뚝뚝한 반응뿐. 상념에 잠긴 세연은 홀로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한다.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침 햇살 속에…” 이문세의 노래 ‘조조할인’(1996년)이 흘러나오자 주변은 영화 ‘사랑과 영혼’이 개봉했던 1990년으로 바뀐다. 20대로 돌아간 세연과 진봉. 근처에서 수줍어하던 젊은이들이 함께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스크린에는 ‘그때 그 시절’이 펼쳐진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강조한다. 입에 맞는 노래를 고르는 주크박스처럼 관객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히트 곡으로 구성했다는 뜻. 흔하진 않아도 ‘이별식당’(2020년) 등 국내 뮤지컬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평생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헌신한 세연. 하지만 청천벽력처럼 폐암 말기를 선고받는다. 살날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선고. 세연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런데 가장 하고 싶은 게 고교 시절 첫사랑 정우 오빠(옹성우)를 찾는 것. 세연의 요청에 진봉은 마지못해 ‘첫사랑 찾기 여정’에 따라나선다. 부부는 첫사랑을 찾아 전국을 돈다. 목포에서 부산, 보길도…. 그때마다 이문세의 노래들은 물론이고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이승철) ‘부산에 가면’(최백호) 등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노래가 줄기차게 쏟아지며 과거의 풍경과 조우한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적)처럼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노래도 간간이 어우러진다. 말기 암 환자라는 설정은 아무래도 상투적인 소재. 하지만 연출은 작품을 ‘신파 범벅’으로 만들지 않으려 무척 애를 쓴다. 가족의 이별식 같은 장면은 아무래도 짠하지만, 슬픔을 내세워 뻔하게 흐르지 않는다.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절제력이 돋보인다. 오히려 아쉬운 건 뮤지컬 영화의 가장 기본인 음악이다. 정극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고, 배우들의 가창력이 기대보단 많이 아쉽다. 최근 염정아도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는 게 꿈이었지만, 해보니까 쉽지 않았다. 노래도 춤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류승룡 역시 “우리나라는 언제나 노래 부르고 춤추는 민족이라 부담이 상당했다”고 했다. 빈틈이 적지 않지만 치명적인 매력도 다분하다. 가족과 인생에 대해 곱씹어볼 대목이 많은 데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과거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이 높다. 뭣보다 다소 선선해진 요즘 가을 날씨에 맞춤한 정취는 관객들을 불러 모을 가장 큰 무기. 음향에 특화된 상영관에서 본다면 영화가 빚어낸 추억의 세계에 더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전체 관람가.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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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 극장 앞, 춤추고 노래하던 청춘… 스크린에 추억이 쏟아진다

    폐업 직전인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앞.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영화관 앞에서 내린 중년 여성 세연(염정아)이 추억에 빠져든다. “우리 옛날에 여기서 영화 자주 봤었잖아.”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전화로 다정하게 젊은 시절 얘기를 건네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뚝뚝한 반응뿐. 깊어져 가는 가을 홀로 추억에 잠긴 세연이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한다.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침 햇살 속에 수줍게 웃고 있던 그 모습이.”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이 세연 입에서 흘러나오며 서울극장 앞은 영화 ‘사랑과 영혼’이 개봉했던 1990년으로 바뀐다. 20대 세연과 진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젊은이가 수줍은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등 그들의 청춘이 펼쳐진다. 28일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했다. ‘조조할인’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로 구성했다는 뜻. 주크박스에서 노래가 나오듯 수시로 인기곡이 흘러나온다. 영화는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며 평생을 헌신하던 세연이 폐암 말기 선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살날이 2개월 남은 세연이 버킷리스트를 만드는데, 가장 하고 싶은 건 고교 시절 첫사랑 오빠를 만나는 것. 세연은 진봉에게 ‘첫사랑 찾기 여정’에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진봉은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추억 속 ‘정우 오빠(옹성우)’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보여주며 세연의 고향 목포부터 부산, 청주, 완도군 보길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명소를 등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애수’ 등 이문세의 명곡을 비롯해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신중현의 ‘미인’,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추억의 노래들이 잊을 만하면 하나씩 흘러나오며 80, 90년대 풍경과 어우러진다. 40~60대는 세연과 진봉 등 배우들이 부르는 이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추억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배우들은 6개월 넘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한 곡당 5번 이상 반복해 녹음하며 노래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노래도 포함해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여정을 소재로 한만큼 관객의 눈물을 쏟을 만한 장면이 많다. 신파로 흐를 수밖에 없는 소재임에도 최루성 신파 범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가족 및 지인들과의 ‘이별식’ 격 행사 장면 등에서 슬픈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 전반부 및 중반부의 유쾌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 공들인 절제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만 정극 연기에서 노래하는 연기로 넘어가는 장면들은 다소 갑작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염정아와 류승룡 역시 뮤지컬 전문 배우나 가수가 아닌 만큼 노래자체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염정아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뮤지컬 영화가 꿈이었다"며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해보니까 아니더라. 노래도 춤도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빈틈이 곳곳에서 보이는 영화지만, 치명적인 장점도 있다. 가족과 인생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는 지점이 많은데다, 추억의 노래들과 레트로 감성으로 중무장한 만큼 잠시나마 과거의 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봐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음향에 특화된 상영관에서 본다면 영화가 빚어낸 추억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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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없이 떠도는 젊은 부부, 홀몸노인 집에 머무는데…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라는, 결이 조금 다른 두 사안을 아우르면서도 그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듯 등장한 영화가 있다. 15일 개봉한 ‘홈리스’다. 영화는 젊은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부부는 월세 보증금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고 갈 곳 없는 처지. 한결(전봉석)은 배달을, 고운(박정연)은 전단 배포 알바를 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다친 아들 병원비조차 없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한결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평소 자주 초밥 배달을 가며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도움을 줬던 한 홀몸노인의 집. 노인이 미국의 아들네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라고 허락해 줬단다. 그런데 한결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영화는 임승현 감독(35)의 장편 데뷔작. 지난해 제50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한국 극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당시 “‘홈리스’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뤘다”며 극찬했다. 임 감독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MZ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홈리스 세대’다. 정부나 부모의 완벽한 지원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지지 않았나.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매력은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임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이다. 임 감독은 “어떻게 하면 두 문제를 가장 흡입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공포·스릴러 장르였다”고 했다. 주인공인 청년 부부와 홀몸노인의 자세한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들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 홀몸노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며 “너무 자세한 사연이 들어가면 지극히 특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치면서 논의가 확장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전략적 생략’이었다는 설명이다. “청년 빈곤 문제든 홀몸노인 문제든 그 근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요. 이 영화가 주변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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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들 확 늙기 전에 ‘오겜2’ 2024년 공개”

    “오징어게임 시즌2가 늦어버리면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 있잖아요. 빨리 서둘러야겠다 싶었죠, 하하. 작품상이 제일 받고 싶었는데, (스태프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갈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의 농담에선 이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미국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총지휘자 황동혁 감독(51·사진)은 한국에 돌아오니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1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촬영에 들어가면 2024년쯤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즌2의 구체적인 공개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황 감독과 배우 이유미(게스트여배우상), 심상민 무술팀장(스턴트퍼포먼스상), 채경선 미술감독(프로덕션디자인상),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특수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 수상자들이 함께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배우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제2, 제3의 오징어게임이 계속 나와 더 많은 한국 창작자와 배우들이 세계와 만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를 다 쓰고 또 촬영하고…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이가 흔들리고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넷플릭스와 잘 얘기하고 있어서 시즌2는 더 좋은 환경과 조건으로 잘 찍을 수 있을 겁니다.”(황 감독)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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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오겜 시즌2로 골든글로브-에미상-배우조합상 받고싶다”

    “워낙 (수상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짧아서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시상식 직후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울고 계셨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저를 키워 주시고 항상 믿고 지지해 주시고 제 길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 감독은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우 박해수(41) 정호연(28)과 함께 귀국한 황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번쩍 들어 보였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재킷을 입은 황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상식) 레이스를 같이했는데 벌써 10개월이나 됐다”며 “너무 오래 해외에서 레이스를 같이해 (오징어게임 배우들이) 가족 같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에미상이 마지막 레이스인데 모두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상을 많이 타고 돌아왔다. 멋진 1년간의 여정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즐거웠다. 많이 성원해 주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남녀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박해수 오영수 정호연의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트로피가 너무 무겁다”며 웃었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로 더 많은 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서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 당일에도 에미상 최고상인 작품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시즌2도 시즌1처럼 많이 사랑받았으면 한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시즌2로도 시상식 레이스에 참가해 골든글로브, 에미상,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은 에미상 시상식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를 경우 주최 측이 감사 인사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 주기로 했는데 실수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서울대 신문학과 재학 시절, 어머니가 지인에게서 받은 카메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주부 교실에서 촬영법을 배우신 후 영상을 찍어 틀어 주셨는데 신기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학교 축제 등을 찍어 상영하자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 영상을 찍는 게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의 기억을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녹이기도 했다. 상우(박해수)의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라는 대사가 그것. 황 감독은 “어머니가 당부하셨던 말들이 내 안에 쌓여 작품 곳곳에 피어났다”고 했다. 이날 박해수와 정호연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박해수는 “어제 숙소에서 오징어게임 팀과 마지막 자리를 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시작일 것 같은 느낌이어서 기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좋은 추억이었다”며 “오징어게임을 지지해 주신 한국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호연은 에미상 시상식 참가자 중 베스트드레서로 꼽힌 소감을 묻자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러 색상의 비즈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조선 시대 쪽머리 가르마에 하는 장신구 ‘첩지’를 떠올리게 하는 꽃 장식을 달아 주목받았다.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50)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뒤 이르면 18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시상식 후 이정재와 ‘시즌2를 더 잘해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오영수(78)는 앞서 14일 귀국했다. 황 감독은 에미상 게스트여배우상을 받은 배우 이유미, 오징어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 채경선 미술감독 등과 1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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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에미상 수상으로 여정 잘 마무리…오겜 시즌2로 더 많은 상 받고파”

    “워낙 (수상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짧아서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시상식 직후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울고 계셨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저를 키워주시고 항상 믿고 지지해주시고 제 길을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 감독은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우 박해수(41) 정호연(28)과 함께 귀국한 황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번쩍 들어 보였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정색 재킷을 입은 황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상식) 레이스를 같이 했는데 벌써 10개월이나 됐다”며 “너무 오래 해외에서 레이스를 같이 해 (오징어게임 배우들이) 가족 같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에미상이 마지막 레이스인데 모두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상을 많이 타고 돌아왔다. 멋진 1년간의 여정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즐거웠다. 많이 성원해주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남녀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박해수 오영수 정호연의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다양한 포즈를 취재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트로피가 너무 무겁다”며 웃었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로 더 많은 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서 에미상 시상식 당일에도 에미상 최고상인 작품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시즌2도 시즌1처럼 많이 사랑받았으면 한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시즌2로도 시상식 레이스에 참가해 골든글로브, 에미상,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 당일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를 경우 주최 측이 감사 인사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주기로 했는데 실수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대학시절, 어머니가 지인에게서 받은 카메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주부 교실에서 촬영법을 배우신 후 영상을 찍어 틀어주셨는데 신기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학교 축제 등을 찍어 상영하자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 영상을 찍는 게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의 기억을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녹이기도 했다. 상우(박해수)의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라는 대사가 그것. 황 감독은 “어머니가 당부하셨던 말들이 내 안에 쌓여 작품 곳곳에 피어났다”고 했다. 이날 박해수와 정호연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검정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박해수는 “어제 숙소에서 오징어게임 팀과 마지막 자리를 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시작일 것 같은 느낌이어서 기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좋은 추억이었다”며 “오징어게임을 지지해주신 한국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호연은 에미상 시상식 참가자 중 베스트드레서로 꼽힌 소감을 묻자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러 색상의 비즈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조선 시대 쪽머리 가르마에 하는 장신구 ‘첩지’를 떠올리게 하는 꽂 장식을 달아 주목받았다. 한편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50)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뒤 이르면 18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시상식 후 이정재와 ‘시즌2를 더 잘해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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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는 홈리스세대…무관심이 빚은 공포 보여주고 싶었다”

    청년 빈곤 문제와 독거노인 문제 등 결이 조금 다른 두 문제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그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난제에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듯 등장한 영화가 있다. 15일 개봉한 ‘홈리스’다. 영화는 젊은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남편 한결(전봉석)과 아내 고운(박정연)은 월세 보증금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고 갈 곳 없는 처지. 한결은 배달을, 고운은 전단 배포 알바를 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다친 아들 병원비조차 없다. 찜질방에서 분유를 타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 아들을 재우는 부부의 모습은 절망 그 자체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한결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평소 자주 초밥 배달을 가며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도움을 줬던 독거노인 예분(송광자)의 집. 예분이 미국의 아들 집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라고 허락해줬단다. 그런데 한시름 놓은 고운과 달리 한결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영화는 임승현 감독(35)의 장편영화 데뷔작. 지난해 50회를 맞은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한국 극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되는 등 호평받았다. 영화제 측은 당시 “‘홈리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고 있다. 임 감독은 첫 장편 주제 선정에서 신인 감독들을 넘어서는 현명함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임 감독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19세일 때 가세가 기울면서 우리 가족이 찜질방에서 산 기억이 있다. 당시 경험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집 없는 청년 부부를 주인공을 내세운 것에선 대해 “나도 MZ세대지만 MZ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홈리스 세대’”라며 “정부나 부모의 완벽한 지원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지지 않았나.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청년 빈곤과 독거노인 문제를 그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임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이다. 임 감독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들을 가장 흡입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공포-스릴러 장르였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장면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은 없다. 그는 “그런 장면이나 음악을 넣으면 관객들이 그것에 몰입하게 돼 청년이나 독거노인 문제 등의 메시지가 흐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청년 부부와 독거노인의 자세한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이 역시 ‘전략적 생략’이라는 것이 임 감독 설명. 그는 “주인공들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 독거노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라며 “너무 자세한 사연이 들어가면 영화 속 이야기가 지극히 특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치면서 논의가 확장되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청년 문제든 독거노인 문제든 그 근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요. 이 영화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도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주변의 누군가에 관심을 갖고 한 번쯤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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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힘주지 않는 영화의 힘 ‘육사오’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최대 이변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육사오’일 것이다. 제작비 50억 원의 이 저예산 코미디 영화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의 비주류였다. 여름 극장가의 관심은 한국 영화 ‘빅4’로 불리는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외계+인’ ‘헌트’에 쏠려 있었다. 호평도 혹평도 ‘빅4’에 집중됐다. ‘빅4’ 대전의 격랑 속에 작디작은 ‘육사오’는 본의 아니게 ‘은밀하게’ 개봉했다. 이 영화가 갈 길은 분명해 보였다. ‘요절복통’ ‘웃음폭탄’ 등의 단어로 관객들을 유혹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개봉과 동시에 사라지는, 수많은 코미디 영화가 걸었던 그 길 말이다. 감독 지인들 정도만 “영화 정말 재밌던데?”라며 어색한 표정으로 위로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그런 ‘육사오’가 일을 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는 12일 누적 관객 수 16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육사오’를 포함해 ‘범죄도시2’ ‘마녀2’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헌트’ ‘공조2’가 전부. ‘육사오’는 이 중 유일하게 제작비가 100억 원이 안 되는 영화다. ‘육사오’가 대작 범람 국면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코미디만 파고든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 꼽힌다. 그간 코미디 영화가 숱하게 나왔지만 코미디 한길에만 집중한 영화는 드물었다. 슬로 모션을 더한 신파를 남발하며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나는 일부 영화들은 웃으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당황케 했다. ‘육사오’처럼 남북 분단이 소재라면 말미에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등 거창하게 보이려는 유혹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육사오’는 그런 면에서 영리하다. 관객들이 코미디 영화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는다.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의 1등 당첨 로또 복권이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손에 들어간다는 코믹한 설정을 위해 남북 분단을 활용할 뿐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던지지 않는다. 남북 군인들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진행한다는 설정은 일부 관객들에게 또 뻔한 방향으로 빠지겠다는 우려를 하게 했을 것이다. 남북 군인들이 자주 만나며 돈독해지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눈물의 이별 장면이 나올 것이란 우려 말이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애통해하며 오랜 대결을 종식시키고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자는 식의,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마저 생기게 하기 딱 좋은 설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코미디 외에 다른 길을 엿보지도, 섣불리 대의를 논하지도 않는다. 남북 군인들은 비교적 쿨하게 헤어진다. 분단의 현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분위기가 진중해질라치면 영화 속 로또처럼 가볍게 날아가며 코미디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신파로 흐를 조짐이 보일 땐 담담함을 앞세우는 식으로 원천 봉쇄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임에도 조금도 황당하지 않다는 듯 연기하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끝까지 웃다가 영화관을 나설 수 있다. ‘육사오’의 흥행은 영화관과 작은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팬데믹 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고 영화 관람료가 크게 오르면서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장면들로 무장한 블록버스터나 액션 영화가 아니면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저예산 코미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없는 대표적인 장르로 여겨졌다. 반면 ‘육사오’를 본 이들은 ‘육사오’를 영화관에서 봐야 가치가 더 높아지는 영화로 평가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함께 어우러져 웃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나는 별로 안 웃겼는데 다른 사람들이 크게 웃어서 같이 웃었다. 관객이 최대한 많은 영화관으로 가시라”는 관람 팁을 내놓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 고립을 겪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던 예년의 영화관 풍경을 그리워했고, 이런 갈증이 높아진 시기에 개봉한 영화가 ‘육사오’였다는 이야기다. 쓸데없는 힘을 빼며 코미디 영화의 미덕을 보여주는 데 충실했던 ‘육사오’는 흥행에 성공했다. 힘주지 않은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진중한 이야기를 다룬 ‘빅4’ 영화나 OTT가 쏟아내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콘텐츠로 피로감이 누적된 시기에 나온 이 영화는 원초적이고 가벼운 웃음으로 관객들의 복잡하고 심각해진 머리를 비우는 데도 일조했다. 관객들은 어쩌면 영화관에서나마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는 소임에 충실한 영화라면 그 스케일을 넘어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도 모른다.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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