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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은 11월 둘째 주입니다. 그때까지도 주파수가 안 정해지면 재난망 시범사업 일정은 2016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을 주관하는 안전행정부 관계자가 29일 전한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미 석 달 전에 재난망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끝냈다. 그러나 정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재난망용 주파수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주파수를 확정하는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이달 20일에야 첫 회의 겸 상견례를 했지만 아직 2차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주파수 확정이 미뤄지면 내년 시범사업 완료가 물 건너가고, 2017년을 목표로 잡은 본사업도 연쇄적으로 지연된다. 이미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초 재난망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자로 선정된 LG CNS는 기지국 및 단말기 설계 등 핵심 부문에 대해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땅(주파수) 없이 집(단말기 등)부터 지을 순 없어서다. 안행부는 연내 시범사업 계획을 만들어 내년 3월 ISP 수립 직후 시범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었다. 통신망 구축 및 단말기 개발에 6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보더라도 최대한 빡빡하게 짠 일정이다. 재난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재난망의 발목을 잡은 곳은 정치권이다. 세월호 참사 후 11년간 질질 끌어온 재난망 사업을 시급히 추진하라며 핏대를 올리던 국회의 모습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정부가 재난망에 할당하려는 주파수는 700MHz(메가헤르츠) 대역의 108MHz 폭(698∼806MHz 범위) 중 20MHz 폭이다. 그래서 당초 국회도 이견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일부 의원은 재난망 결정에 앞서 700MHz 대역 중 절반을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우선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UHD방송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으면 재난망용 주파수 할당도 동의할 수 없다는 소리다. 급해진 정부는 연일 여야 의원들을 찾아 설득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국회도 지상파는 어쩌지 못한다”는 푸념이나 “통신재벌의 이익을 위해 재난망으로 ‘주파수 알박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공격성 발언뿐이라고 한다. 27일 미래부 국감에 나선 한 야당 의원은 최양희 장관에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따져 주파수 문제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지상파 UHD 방송은 아직 글로벌 표준조차 없고 상용화 시점도 불투명하다. 통신용 주파수를 뺏어 지상파 방송사에 주는 게 왜 국가의 이익이고, 국민의 행복인지는 의문이 크다. 국민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이런 주장을 펼칠 권리를 국회의원들에게 준 적이 없다.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둘러싼 일부 국회의원의 지상파 편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발언을 내세워 ‘박심(朴心)’까지 운운하는가 하면 비논리적 대안을 마치 업계 의견인 것처럼 호도해 피감기관을 압박하는 행태도 나왔다.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9월 1일 MBC 상암동 개국 행사에 가서 방송콘텐츠 산업에 대한 분명한 말씀을 했고 방송콘텐츠 산업이 창조경제의 선두라는 메시지도 던졌다”며 “미래부는 대통령의 확실한 메시지를 잘못 이해했거나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라고 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주파수와 관련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콘텐츠 투자는 별도 주파수 확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6∼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93∼94%의 시청자들은 케이블 또는 인터넷, 위성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UH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700MHz 주파수 대역은 2012년 정부가 ‘광개토플랜 2.0’을 통해 총 108MHz 폭 중 40MHz 폭이 통신용에, 최근 20MHz 폭이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용도로 각각 할당키로 결정했다. 48MHz 폭만 남게 된 것이다. 지상파들은 UHD 상용화에 필요한 54MHz 폭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광개토플랜을 수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700MHz 없이는 UHD 콘텐츠도 없다”는 지상파 논리를 국감장까지 가져와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어느 나라도 700MHz 대역을 방송에 주거나 할당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의견을 왜곡하는 주장도 나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광개토플랜 1.0을 만들 때 SK텔레콤은 700MHz 주파수 대역에서 80MHz 폭을, LG유플러스는 30MHz 폭 이상을 요구했다”며 “40MHz 폭은 의미 없다는 얘기고 통신사들이 꼭 필요로 하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꼭 필요해 많이 줄수록 좋다’는 통신사 의견을 ‘통신사들엔 큰 의미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최 의원은 또 “통신사들이 5G(5세대) 서비스를 2020년에 상용화할 계획인 만큼 고주파 대역이 더 필요하다”며 “2.6GHz(기가헤르츠) 대역을 통신에 주고 700MHz 대역은 방송에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2.6GHz 대역은 이미 내년에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정해져 있어 새로운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지난달 15일과 이달 10일 대구와 대전에서는 각각 삼성그룹, SK그룹과 연계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업 전담 지원체제 구축에 대한 민관 협력 방안이 논의된 뒤 나온 1, 2호 사례들이다. 박 대통령은 두 행사 모두 직접 참석해 대기업과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간 연계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나머지 15개 시도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전국에 대기업과 지역 중소·중견기업, 창업벤처, 대학 간 협업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참여 기업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내세운 창조경제 전략을 만들어내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전국망 설치한 창조경제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술로, 제품으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꿈의 차고’가 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삼성과 연계해 새롭게 태어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창조경제가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릴 유일한 대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대기업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창업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상품화,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해 ‘죽음의 계곡’ 같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대구 창조센터와 같은 모델을 전국 17개 시도에 확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모델의 핵심은 ‘민간 협업’과 ‘전국 확대’다. 민간 협업의 중심에는 그동안 한국경제 발전을 주도해온 대기업이 있다. 글로벌 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해 지역 중소·중견기업과 창업벤처의 성장을 돕고, 또 그들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특히 서울, 경기, 대전 등 일부 지역에 머물러 있던 창조경제의 산실을 전국으로 확대함에 따라 지역 인재들의 활용폭도 커질 수 있게 됐다.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해당 지역에서 핵심 사업장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과 짝을 지어 창조경제 확산 메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대기업들의 맞춤형 지원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된 대기업은 모두 15곳이다. 삼성그룹은 가장 먼저 출범한 대구와 함께 이르면 연내 마련될 경북 구미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는다. SK그룹도 이달 확대 출범한 대전과 내년 상반기 설립 예정인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특급도우미로 나섰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광주, 롯데의 부산, 한진의 인천, 두산의 경남, KT의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5곳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LG와 GS는 각각 충북과 전남을, 한화와 효성은 충남과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짝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CJ는 서울에서 창조경제 붐을 책임진다. 국내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도 강원과 제주 지역 창업벤처들과 창조경제 주역으로 나선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전국 17개 시도에 1곳씩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각 기업은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등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 기업의 성격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시동을 건 대구의 삼성과 대전의 SK는 각각 1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광주 기아자동차 생산공장을 활용해 친환경 자동차 등과 관련해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및 IT 기업과의 협업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충북에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이 거점을 두고 있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력 계열사들도 이 지역 기업 및 인재와의 연계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네이버와 다음은 지역 SW 기업 발굴 및 육성, 효성은 전주 탄소 클러스터 구축과 연계해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신소재 연구개발(R&D) 및 생산에 각각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기대 효과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출범 이후 줄곧 창조경제를 최대 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창업벤처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단순한 정책들만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 주도의 창조경제를 완전히 민간에 넘겨 대기업-중소·중견기업-창업 벤처-대학 및 연구기관 간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각 대기업도 일방적으로 지역 기업들을 지원하는 형태를 넘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을 성공의 열쇠로 보고 있다. 사장될 뻔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하고 국내에만 머물던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 루트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업성이 검증된 제품 및 서비스의 경우 대기업이 직접 인수해 새로운 먹을거리로 육성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인재나 창업 벤처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 등을 수시로 열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될 것”이라며 “참여 기업들은 이들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도 “참여 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내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닌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이라며 “기업별로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재섭 KAIST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54)이 24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 총국장에 선출됐다. 한국으로서는 1952년 ITU에 가입한 뒤 62년 만에 처음 배출하는 고위급 인사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TU 고위선출직 선거에서 총 169개국이 참여한 1차 투표 결과 반수가 넘는 87표를 얻었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튀니지와 터키 출신 후보는 각각 50표, 32표를 얻었다. 이 연구위원은 내년 1월부터 4년간 총국장직을 수행한다. 한 차례 연임도 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 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다른 산업과의 기술융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ITU는 전권회의 기간에 차기 사무총장, 사무차장, 표준화 전파통신 개발 3개 부문 총국장 등 5명을 직접투표로 뽑는다. 23일과 이날 선거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은 각각 중국 출신 자오허우린(趙厚麟) ITU 사무차장과 영국 출신 맬컴 존슨 표준화 총국장이 맡게 됐다. ITU 표준화 총국은 차세대 정보통신, 인터넷 정책 등 굵직굵직한 정보통신기술 표준화 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대한 국가 간 주도권 경쟁에서 이 연구위원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ITU 사무총장을 배출한 중국을 이 연구위원이 적절히 견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건국대 전자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 연구위원은 대전 한밭대에서 멀티미디어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KT 연구개발본부 전략기획부장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을 지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화그룹은 일과 가정의 양립,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기회 제공, 장시간 근로 개선 등을 위해 각 계열사에 맞는 시간선택제 직무를 발굴해서 채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우선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다. 이후에도 계열사별로 시간선택제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 왔다. 현재 사무보조부문(㈜한화, 한화케미칼), 고객센터 상담원(한화생명), 재택상담(한화손해보험), 예약상담 및 조리(한화호텔앤드리조트), 식품판매(한화갤러리아) 등의 직무에 100여 명을 채용했다. 시간제 일자리에 채용된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회사별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시간에서 6시간까지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근무기간은 채용부터 무기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퇴직금, 경조휴가, 자녀 학자금 지급, 어린이집 이용, 전국 13곳 한화리조트 이용 등 복리후생도 정규직과 차이를 두지 않고 적용하고 있다. 근무성적이 우수하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에는 전일제로 전환도 가능하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별로 추가적 인력 소요에 따라 시간제 일자리 인원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비정규직 직원 1900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 바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고용 안정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과 승진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한화그룹은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시작으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이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코바코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 도를 넘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곽 사장은 이 자리에서 “단순한 지상파 광고총량제만으로는 현재의 어려움(코바코 경영위기)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광고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총량제가 허용된다면 신문매체를 비롯한 유료방송 광고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한 답변이냐”고 따져 물었다. 곽 사장은 “코바코는 지상파를 우선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중간광고 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코바코의 권한을 넘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지상파와 코바코는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가 필요하다고 하기 전에 방만 경영을 하지 않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사업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탓에 주파수 대역을 확정짓지 못해 내년 시범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지상파 편들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가 이날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분배를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심의위원회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당연직 정부위원 3명과 새로 위촉된 민간위원 3명이 참여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공동연구반을 꾸려 1년간 700MHz 주파수 할당방안을 논의해 왔다. 연구반을 이끌어온 김용규 위원장(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은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연구반은 우선 옛 방통위가 2012년 700MHz 대역 108MHz 폭 중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남은 68MHz 폭 중 20MHz 폭(718∼728MHz, 773∼783MHz)을 재난망에 할당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어 심의위원회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에 필요한 54MHz 폭 확보가 어려워진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용 주파수 할당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 지상파 채널을 동원해 “통신용 주파수 할당은 통신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일방적 주장을 집중 보도해 왔다. 정치권도 이에 호응해 지상파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미 2년 전 할당받은 주파수를 토해낼 위기에 처한 통신업계는 좌불안석이다. 더 큰 문제는 12년째 지체되다 세월호 참사 후 급물살을 탄 재난망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20일 재난망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위한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안행부는 연내에 ISP를 수립해 내년 초 시범사업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3월 말 시범사업자가 선정되면 9월에는 강원 평창군에서 재난망을 시범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당장 재난망 주파수 대역이 확정된다는 전제하에서다. 안행부의 심진홍 재난망 구축기획단장은 “재난망용 단말기 설계 및 제작에 6∼9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주파수 대역이 하루빨리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안에 시범사업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이번 부산 회의 개최는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주도하는 나라의 반열에 올랐음을 뜻합니다. 모든 나라가 개최국이자 의장국인 한국의 입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일 부산에서 개막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의 민원기 의장(51·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 의장은 “ITU의 헌장이나 협약은 강제력을 지니기 때문에 국제회의 중에서도 국가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의장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실장급 공무원인 민 의장은 올 5월 ITU 이사회에서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외교부의 전방위적 지원사격 덕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온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을 뚫어낼 수 있었다. ITU에선 올해 부의장이 내년 이사회 의장을 맡고, 그 다음 해에는 전 의장 자격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ITU 전권회의에선 개최국 자격으로 의장을 맡게 된 민 의장이 2016년 이사회까지 ITU의 주축 멤버로 활동한다는 얘기다. 민 의장은 “한국은 ICT 인프라 강국으로 알려졌지만 국제회의에서는 다른 나라가 제시한 이슈를 분석해 대응하기 바빴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전권회의와 내년 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정책 주도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 20년간 한국은 ICT산업 덕분에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시장 악화와 중국의 추격 등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변화가 ICT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캐스팃은 국내 특허기술로 개발한 미라캐스트 동글(컴퓨터의 입출력 접속구에 연결되는 장치) ‘캐스팃(CI-C112R·사진)’을 20일 선보였다. 미라캐스트 동글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저장된 문서 사진 동영상 등을 TV나 빔 프로젝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연결하는 무선 기기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20일 부산에서 개막한다. 전 세계 193개 회원국을 둔 ITU의 최고 의사결정 회의로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것은 1994년 일본 교토(京都)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 달 7일까지 3주간 열리는 이번 전권회의에는 170여 개국 정부 대표단 3000여 명이 참석하고, 경제적 효과만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창조과학부 ITU 준비기획단 이상학 부단장의 설명이다. 전권회의가 열리는 약 3주 동안 세계 190개국의 대표단 3000여 명이 참가하는 데다 각종 이벤트로 인한 관광 증가, 수출 효과 등만 따져도 그렇다는 설명이다. 세계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장들이 모두 모이는 부산 ITU 전권회의는 이처럼 단순히 외교, 정책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20일 개막하는 부산 ITU 전권회의를 계기로 ‘MICE’ 산업이 침체된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히든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통칭하는 MICE 산업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MICE의 유·무형의 효과들 미래부는 부산 ITU 전권회의를 뛰어난 국내 ICT 기술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보통 상반기(1∼6월)에 서울에서 열던 ‘월드 IT 쇼’를 전권회의 기간에 부산으로 옮겨 개최하도록 했다. 미래부는 또 국내 기업들을 주요 내용으로 한 ‘ICT 성공사례집’을 만들어 북미, 서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 126개국에 발송했다. 한국 IT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기 위한 것이다. 이 부단장은 “해외에서는 한국이 ICT 인프라 강국인 것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부대행사는 100년 만에 한 번 한국에서 열릴까 말까 한 전권회의 개최를 실질적인 국부 창출로 잇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8월 13∼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는 전 세계 122개국에서 5000명 이상의 수학자가 참석했다. ICM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특히 마리암 미르자하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사상 첫 여성 ‘필즈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 잉그리드 도브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과 함께 여성 3명이 함께 연단에 서는 보기 드문 모습도 연출했다. 이 장면은 ‘서울’과 ‘한국’이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전 세계에 회자되도록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1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스연맹(IGU) 총회에서 중국, 러시아, 노르웨이를 제치고 2021년 세계가스총회(WGC) 유치에 성공했다. 3년마다 열리는 WGC는 세계에너지총회(WEC), 세계석유총회(WPC)와 함께 에너지 분야 세계 3대 총회 중 하나다. 가스공사는 2021년 6월 대구 엑스코에서 5일간 열리는 WGC에 세계 90여 개국에서 2만1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956억 원의 경제적 효과와 1179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他산업 파급효과도 막대… 컨벤션 기획사 육성해야 ▼○ MICE 선진국으로 가는 길 MICE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제회의나 전시회 참가자의 지출액이 일반 관광객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전시회(CES) 등 MICE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액이 1061억 달러(2011년 기준)로 780억 달러의 자동차산업을 웃돌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마리나베이샌즈 등 복합시설 구축을 발판 삼아 2012년과 지난해 국제회의 개최 건수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MICE 및 관광산업을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고 2018년 GDP의 MICE 산업 비중을 1.5%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는 2008년 전 세계 개최 건수의 2.6%에서 2012년 5.4%까지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MICE 산업 비중이 여전히 GDP 대비 0.8%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행사를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MICE 산업은 호텔업, 외식업, 운송업 등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아 성장의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며 “또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며 한국의 위상도 높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프라 투자는 물론이고 국제 행사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국내 컨벤션 전문기획사들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 / 세종=문병기 기자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 보름 만에 여론의 뭇매 속에 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들은 전 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든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통신요금 인하 경쟁과 보조금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오전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긴급 간담회를 연다. 소비자들이 단통법에 분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같은 휴대전화를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차별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모두가 비싸게 사게 됐기 때문이다. 30만 원 이내로 제한된 보조금마저 고가 요금제 위주로 편성되다 보니 오히려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통신요금은 더 비싸졌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컨슈머워치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단말기 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는 소비자 불만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라며 “사실상 정부 주도 담합과 다름없는 현행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 간 가격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계 통신비 인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최근 뒤늦게 쟁점이 되고 있는 분리공시(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 시행 논의에 대해서도 단통법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 관계자들은 단통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분리공시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변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들도 분리공시 공방을 끝내고 보조금 현실화를 통해 요금 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휴대전화기 지원금 상한선이 이미 30만 원으로 정해진 상황에서는 분리공시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휴대전화기 출고가격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은 프리미엄 폰 선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평균 구매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출고가 자체가 다른 건 아니다”고 해명한다. 반면에 이통사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높다”며 “단통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스마트폰 가격 인하와 같은 추가적인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TOA는 통신서비스 측면에서는 이미 단통법의 긍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만5000∼4만5000원의 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지난달 31.0%에서 이달 1∼14일 48.2%로 높아진 반면에 8만5000원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27.1%에서 9.0%로 낮아졌다는 것이다.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 기자}

《 하늘은 맑았다. 그러나 사람도 물건도 없는 휑한 공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선박의장품 제조업체 J사 2공장은 6월부터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무실에는 직원이 아무도 없고 채권 은행에서 고용했다는 경비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는 거래처 사람 두세 명이 미처 가져가지 못한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바로 옆 J사 1공장 역시 곧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10일 오후 찾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국가단지에는 이런 기업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1996년 완공된 대불산단은 2000년대 중반 조선기자재 집적단지로 변모했다.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한라조선(현 현대삼호중공업)을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면서 협력업체가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잘나갔던 대불산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경기가 추락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휴폐업 기업들이 속속 늘어났고 일부는 몇 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장이 방치돼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도 내년 납품물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감 부족에 단가 하락까지 선박블록 제작업체 대상중공업의 올해 공장 가동률은 70∼80%로 대불산단에서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매출액도 한창 때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400억 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정이 좋은 편인데도 문제균 대상중공업 사장은 내년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 “보통 9월이면 이듬해 물량 확보가 끝났어야 합니다. 지금은 내년 납품계약을 단 한 건도 맺은 게 없어요. 현대중공업이 조금이라도 물량을 주긴 하겠지만 그쪽도 워낙 어렵다니까….” 대상중공업은 인근 현대삼호중공업보다 울산과 군산의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물량이 훨씬 많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 4년간 선박 수주량 급감을 석유시추시설 등 해양플랜트로 메워왔다. 올해 플랜트 수주 실적마저 추락하자 대상중공업 같은 협력업체들에 나눠줄 물량도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에 선박용 소형구조물을 납품하는 선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선박설계와 건조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1년 반 전에는 일감이 확보돼야 하는데 당장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스케줄이 비어 있다. 이 회사 정자현 사장은 “예전엔 조선업 사이클이 5∼6년은 돼서 미리 대비라도 했는데 지난해 잠깐 반짝하더니 올해 다시 이 모양이다”라며 “내년에도 조선 전망이 안 좋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들로서는 납품단가 하락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 사장은 “올해 t당 가격이 전년 대비 4% 내린 걸 포함해서 매년 3∼5%씩 깎이고 있다”며 “2007, 2008년에 비하면 단가가 20∼30%나 내렸으니 많이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가격은 오르는데 국내 납품 단가는 떨어져서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어두운 터널 속 중소기업들 전남에는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중대형 조선사 8곳이 있다. 이 중 대한조선은 2010년 7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하고 있고, 4곳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휴업하고 있다. 소형 조선사 62곳 중에서도 7곳이 부도가 나거나 휴업에 들어가는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품을 대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더 아우성이다. 전남도가 지난해 상반기(1∼6월) 조사했을 때 전남 내 조선기자재 업체 223곳 중 36곳(16.1%)이 부도가 났거나 법정관리 또는 휴업 중이었다. 10곳(4.5%)은 조선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업종을 바꿨다. 전남도는 작년보다 경영환경이 나아진 올해에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환율마저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내 일감이 줄어들어 해외 수출을 적극 알아봤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악화된 것이다. 대불산단 내 D사는 일본 조선소에 선박 블록을 납품하다 최근에는 거래가 끊겼다. 라다(배 방향키)를 수출하고는 있지만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많이 잃은 상황이다. 대상중공업도 1년 반 전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의 한 조선소와 선박 블록 납품을 논의했지만 엔화 약세 탓에 거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일본 조선소들은 자국의 선박들을 꾸준히 수주해 건조 설비가 모자랄 정도다. 한국 중소기업들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환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전남테크노파크는 이달 8일 ‘전남지역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전남지역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이날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도 참석해 중소기업들에 권할 만한 대출상품을 소개했다. 포럼에 참석했던 전남도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의 대출 요건을 살펴보면 거의 대기업들만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중소기업들은 당장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들은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영암=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성공의 인큐베이터’가 되어 창업기업이 성공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끌어주고 도와줄 것입니다. 우수 기업은 코넥스에 상장하거나 실리콘밸리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10일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 확대 개소식에서 한 말이다. SK그룹이 도입한 ‘글로벌 벤처’ 프로그램은 박 대통령의 의지를 구체화한 방안이다.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도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야 했던 수많은 벤처기업으로서는 해외 진출의 장벽을 일거에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해외 진출 후보 10개사 선정한 SK 1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글로벌 벤처 프로그램 대상 후보로 씨엔테크 등 10개 기업을 선정했다. 지난달 3일부터 진행한 공모에 총 180개 기업이 도전장을 냈다. 이 가운데 10개 기업이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등을 통과했다. SK그룹은 선정 기업들마다 초기 창업지원금 2000만 원을 지급한다. 우수 기업에는 기술개발자금으로 최대 2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저전력 동산(動産) 담보물 감시시스템을 개발한 씨엔테크는 SK텔레콤 등의 IoT 및 보안사업 부문과 함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블랙박스 서비스 기술을 확보한 엠투브는 SK플래닛 ‘T맵’과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엠투브가 국내외에 출원 중인 특허 30여 개는 향후 스마트카 솔루션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멀티채널 스포츠 와이파이(WiFi) 카메라(더에스), 산업용 3차원(3D) 스캐너(씨메스), 영상 자동제작 시스템(엠제이브이), 웨어러블 플렉시블 발전기(테그웨이) 등의 기술들이 해외 진출의 꿈을 꾸게 됐다. 이들 벤처기업은 사업 개발→기술 개발→시제품 제작→실제 테스트 등 전 과정에 걸쳐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계열사들과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삼성은 대구에서 창조경제 생태계 육성 지난달 15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기업 연계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지역 창업벤처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삼성그룹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참여했지만 단순한 지원 주체가 아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벤처, 중소중견기업 등이 대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와 역량을 합쳐 튼튼한 창조경제 생태계를 실현한다”는 게 목표다. 구성원들 간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특히 삼성그룹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생태계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제품 개발에서 생산과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고리의 약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지역 내 창업벤처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사업화하는 노하우를 전달하게 된다. 또 우수 기술의 경우 직접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이 많이 생기면 고용 창출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우선은 창업벤처들이 대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겠지만 대기업으로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이 있어 윈윈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 지역 인재에게도 적극 투자 SK그룹은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연간 800명의 정보기술(IT) 전문가를 키우는 ‘창의인재교육센터’를 구축했다. 6개월 과정인 ‘디자인 싱킹 교육’은 벤처기업가는 물론이고 일반인과 학생도 참여할 수 있다. 이 교육 과정은 독일의 대표적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P의 통합적 디자인 접근 방식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이라고 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양성 과정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앱 개발자 인재 육성, IT 기기 전문 컨설턴트 양성 과정 등도 마련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대구지역 5개 초중고교생 250여 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SW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15개 학교 75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SW 지원 대학도 경북대와 영남대 2곳에서 향후 4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주성원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이 합작해 국내 벤처 기업인들의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한다. 15일 벤처기업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SK그룹과 미래창조과학부, 대전시 등이 함께 운영하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이런 기능이 포함된 ‘글로벌 벤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민·관이 벤처기업의 미국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벤처기업 발굴과 육성, 자금 지원, 대기업의 멘토링 같은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SK그룹은 대전과 세종시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미국 투자 자회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스타트업 ‘글로벌화’를 돕기로 했다. 이미 지역 벤처 기업 가운데 10곳을 후보 기업으로 선정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 미주 지역 투자 자회사인 ‘이노파트너스’와 글로벌 벤처 창업 기획사인 ‘랩 나인(LAB Ⅸ)’을 통해 글로벌 벤처를 육성할 계획이다. 육성 대상 벤처기업이 선정되면 이노파트너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내에 ‘인큐베이션’ 공간 및 ‘개발 장비’ 구축을 돕기로 했다. 또 초기 정착자금 100만 달러(약 10억 원)를 지원하고 이후 성과에 따라 벤처 캐피털을 연결해 500만 달러에서 최대 2000만 달러까지 투자 유치를 도울 방침이다. 랩나인은 최대 25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와 미국 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을 지원한다.주성원 swon@donga.com·김창덕 기자}

카카오톡을 둘러싼 ‘사이버 사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의 13일 ‘감청 불응’ 선언 이후 국민 불안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다음카카오는 잇따른 거짓말과 법을 무시하는 태도로 사태를 더욱 키웠다. 불씨를 던진 검찰은 논란이 확산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정치권은 이런 국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은커녕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현재의 논란을 두고 “다음카카오가 주연, 정부와 정치권이 조연을 맡은 한 편의 촌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대화에 대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법적인 근거도, 인력과 설비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충격적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상의 국론 분열,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뒤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대책 발표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까지 사찰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2000년대 초반 정국을 강타했던 ‘휴대전화 도·감청 논란’에서 보듯 ‘사찰’은 국민 정서의 민감한 영역이다. 쏟아지는 의혹과 오해에도 검찰은 약 한 달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태도였다. 다음카카오는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표는 1일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나 경찰의 카카오톡 메시지 수색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법 집행이 있을 경우 다음카카오는 대한민국 법에 적용받기 때문에 검찰에 협조한다”며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서비스든 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일주일 뒤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 문건이 공개됐다. 다음카카오가 검찰 요청에 안이하게 대처한 정황들도 속속 드러났다. 국민 불안은 커졌고 해외 메신저 서비스로의 ‘사이버 망명’이 줄을 이었다. 궁지에 몰린 다음카카오는 ‘법에 따르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8년간 변호사로 일했던 이 대표가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은 것을 보면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기업의 특성은 절대적 지지를 받다가도 한번 신뢰를 잃으면 금방 추락한다”며 “대외 업무를 담당해온 이 대표가 총대를 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회사를 위한 ‘희생양’ 역할을 자처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의 발언을 ‘감청은 악(惡)이고 카카오톡은 악에 의해 희생된 선의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야당이 ‘사이버 사찰’ 논란을 확대하면서 생긴 ‘반(反)감청’ 정서를 역이용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사이버 감찰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980년대 신군부정권의 보도지침을 능가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 온라인 검열에 분노한 민심이 사이버 망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으로 국내외에서 파괴적 형태의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정부, 정치권, 법조계 어느 한 곳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대처하지 못해 파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 기업,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정치권도 국민의 입장이 아닌 당리당략에 따른 선정적 발언으로 불신 사회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임우선·장관석 기자}
13일 사실상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법 위에 두겠다’라는 취지의 공격적인 발언을 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회사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지만 국내 대표적 기업 대표가 실정법을 위반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감장 뜨거운 이슈 카카오톡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해 주무 부처인 미래부가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누리꾼 사이에서 감청과 사찰 공포로 ‘국민 감시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런 상황(검열 논란)이 국내 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주 잘 살피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는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이 “카톡 압수수색은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 대화 일시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카카오의 초강수 배경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기자들에게 공지된 지 1시간 반 뒤였다. 국회에서의 논란을 더 방치했다가는 카카오톡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며 “감청 요구에 불응한 책임은 대표이사인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최근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에 실망한 가입자 중 이미 100만 명 이상이 해외 메신저로 옮겨갔다.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자 다음카카오 주가도 1일 16만6500원에서 13일 12만8400원으로 22.9%나 떨어졌다.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에 무조건 불응하는 것과 동시에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감청 영장은 실시간 교신기록에 관한 것이고 압수수색은 대화 내용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대표가 “7일부터 감청 영장에 대해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이 기간 다음카카오에 대한 감청 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구글코리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도 이와 관련한 공동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성진 인기협 사무국장은 “다음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심각한 상황 우려” 감청 영장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발부된다.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을 추적하고 수사할 때도 감청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감청 영장 발부는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일부 혐의와 납치나 유괴 등 시급한 사건과 관련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청 영장 발부에 불응한다는 것은 국가안보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영장 집행이 서버 압수 등 강제성을 띠게 되고 관련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 대표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불응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했을 때로만 제한되기 때문에 ‘단순 불응’은 이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손영일 기자}

11일 오후 7시 반 전남 해남군 송지면의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이미 어둠이 깔린 학교에 인근 아이들과 학부모 등 50여 명이 모여들었다. 1층 다모임실에서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미래’라는 주제의 학생 글짓기 발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1학년 담임 이미숙 교사(47·여)의 인사말에 이어 준비된 동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아이들의 글짓기 발표 장면과 함께 농사일이나 집안일에 바쁜 아빠, 엄마, 할머니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일주일 전 이 교사가 나눠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이었다. 부모님이 젊어지는 장치, 아빠의 땀을 흡수해주는 안경, 엄마가 좋아하는 코스모스를 사시사철 피우는 기계 같은 아이들의 바람이 하나씩 전해졌다. 6분짜리 동영상이 끝날 때쯤 내레이션이 흘렀다. “아버님, 어머님 아이들의 꿈이 참 예쁘죠? 도시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꿈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더 큰 꿈을 키울 기회를, 그리고 꿈꾸던 미래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화면은 곧이어 깜깜한 학교 운동장으로 옮겨갔다. 정체 모를 사람들이 일주일 전부터 뚝딱뚝딱 만들던 기괴한 구조물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SK텔레콤이 정보통신기술(ICT) 소외 지역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이동형 체험전시관 ‘티움(T-um) 모바일’이었다.○ 귀농가족 4남매의 꿈 경기 성남시에 살던 문희준(42) 장하니(40) 부부는 2009년 이곳 해남으로 귀농했다. 강연(11), 설우(9·여), 새미(7·여) 삼남매에게 삭막한 도시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2011년엔 막내 원이도 태어났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도시의 친척집보다 훨씬 좋아한다. 부모들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늘 ‘귀농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족한 게 하나 있지만. 강연이는 이달 초 학교에서 데려간 2박 3일 서울 나들이가 아직도 아쉽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강연이로선 처음 가본 국립과천과학관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는데 일정상 1시간 만에 다 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를 꿈꾸는 설우는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학원에 다닐 수 없다는 게 늘 불만이다.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가 차로 35분 거리의 읍내까지 아이를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장 씨는 “아이들은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그걸 해 줄 수 없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장도에 오른 티움 모바일 티움 모바일은 강연이 남매처럼 늘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체험관’이다. 서정분교는 1990년대 후반 학생이 5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색다른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해남읍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학생 수가 지금은 80명까지 늘어났다. 티움 모바일은 이동이 쉽도록 약 700m² 넓이의 버블텐트로 설치된다. 아이들은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을 돌며 30여 개 휴대전화 벨소리로 연주하는 음악, 증강 현실을 이용한 온라인 상점, 가상현실 기기 등 10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보 격차 때문에 꿈꿀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창의력을 꽃피우도록 돕는 게 티움 모바일의 목적”이라며 “우선 내년 8월까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을 10곳 이상 더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해남=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2020년까지 전 세계 유무선 통신요금을 2012년 대비 40% 낮추는 방안이 세계적으로 추진된다. 이 같은 방안은 20일 개막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올림픽인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全權)회의에서 핵심 의제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2016∼2019년 ITU 전략 및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ITU는 ICT 부문 물가지수인 ‘IPB(ICT Price Basket)’를 2012년 글로벌 평균 14.2에서 2020년 8.5까지 약 40%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IPB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유선전화, 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요금의 비중을 각각 구한 뒤 평균을 낸 것이다.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 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의결하면서 193개 전 회원국이 모이는 부산 전권회의에서 목표치와 경감 방안 등을 최종 논의하기로 했다. 박민정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전문연구원은 “48개 이사국이 이미 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해 전권회의에서도 보고서가 공식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ITU 전권회의는 글로벌 ICT 정책방향에 대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비록 핵심 의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 정부가 일제히 공격적인 통신요금 경감 대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국은 올해 전권회의 개최국이자 내년 ITU 이사회 의장국(의장 민원기)이어서 통신요금 인하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신비 인하가 국제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비싼 요금 탓에 소득계층별 정보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

20일 세계 193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장관들이 모이는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통신요금 경감 대책이 핵심의제로 공식 채택될 경우 한국 통신시장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요금 경감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로선 국제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명분과 동력을 얻게 된다.○ 한국 등 세계 통신요금 인하 정책 힘 받는다 ITU는 ‘2016∼2019년 전략 및 재정운용 계획’에서 첫 번째 과제로 ‘ICT 네트워크 및 서비스 등의 합리적 비용과 보편적 접근 보장’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세계 통신요금 수준을 2020년까지 2012년 대비 40% 인하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ICT 물가지수를 나타내는 ‘IPB’는 2008년 20.2, 2010년 15.2, 2012년 14.2 등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ITU 이사국들(48개국)은 현재 통신요금이 저소득 계층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ITU는 또 개발도상국의 가구당 인터넷 보급률을 지난해 28%에서 2020년 43%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치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은 향후 ITU가 결의한 정책 방향을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민원기 ITU 이사회 부의장이 개최국 자격으로 부산 전권회의 의장을 맡기 때문이다. 민 부의장은 내년 ITU 이사회 의장으로도 내정돼 있다. 따라서 통신요금 경감 방안이 ITU의 핵심의제로 채택되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들은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달 1일 시행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기타 주목되는 핵심의제 후보들 ITU 사무국은 7일까지 전 세계 회원국들로부터 부산 전권회의에서 논의할 핵심의제 후보들을 접수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 결의사항과 ITU 헌정 및 협약 수정 등 모두 100여 건이 접수됐다”며 “몇몇 의제의 경우 채택 여부나 문구 수정을 놓고 국가 간에 치열한 ‘기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제들은 수정 또는 보완 과정을 거쳐 대부분 채택이 되지만 일부는 채택이 불발될 수도 있다. 미국은 ‘ITU 사무총장의 활동에 대한 회원국들의 감독권한 강화와 사무차장의 역할 명시’라는 사무총장을 견제하는 내용의 의제를 발의했다. 신임 ITU 사무총장 선거에 중국의 자오허우린(趙厚麟) ITU 사무차장이 단독 입후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4년(연임 시 8년)간 중국이 전 세계 ICT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견제장치를 확보하려는 심산이다. 캐나다는 올해 3월 남인도양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사건’을 계기로 960∼1164MHz 주파수 대역을 위성에도 할당하는 방안을 의제로 제출했다. 항공기 추적을 지상 기지국에만 의존하면 ‘사각지대’가 생겨 저궤도 이동위성을 활용하자는 의도다. 점점 쌓여가는 ‘전자폐기물’(사용 후 전자제품) 처리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처음 논의된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버린 전자제품이 아프리카 등으로 몰려들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우리에게 원조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유럽은 ‘청년들의 ICT 접근성과 활용도 증대’를 의제로 냈다. 한국이 낸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IoT) 표준 확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해 의제로 상정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가 낸 의제가 채택되면 연구반 구성이나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한국 ICT 기업의 위상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김창덕 기자}

“(단말기 출고가가 계속 인하되지 않으면) 알뜰폰이나 외국산 저가폰 등이 잘 팔리도록 지원해서 사이드(side)로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은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 단말기 가격은 외국과 비교해 2년 약정을 해도 높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에 단말기 출고가격을 인하하도록 할 직접적인 방법은 없지만 경쟁 환경을 다양하게 조성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1일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역시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통신요금 및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 부담만 늘어났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여러 차례 ‘시장 경제 논리’를 언급했다. 그는 “이통사 지원금이 지금은 낮은 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통사가 지원금을 올리든지 제조사가 출고가를 내리든지 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 상한선(30만 원)은 분명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상한선 때문에 이통사 지원금이 지금처럼 적다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지원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요금 할인혜택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지원금 수준이 낮아지면 요금 기준할인율(현재 12%)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미래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체들은 국내 스마트폰가격은 사양을 감안하면 해외와 별차이가 없다고 밝혔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