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송

최미송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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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침반처럼 늘 고민하겠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주시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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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63%
사건·범죄16%
정치일반13%
사회일반8%
  • 37년 노포 ‘을지면옥’ 마지막 날 30도 넘는 날씨에도 100여명 긴줄

    “마지막 날이란 말을 듣고 냉면 동호회 회원들이랑 경기도에서 왔는데 못 먹게 돼 너무 아쉽네요.” 25일 오후 6시경 서울의 대표적 평양냉면 전문점 중 하나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만난 김성혁 씨(45) 일행은 “을지면옥이 오늘로 문을 닫은 게 너무 안타깝다”며 몇 번이나 간판을 돌아보다 발길을 돌렸다. 김 씨 일행 외에도 여러 명이 아쉬움에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가게 앞을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을지면옥은 6·25전쟁 당시 월남한 김경필 씨(여) 부부가 1969년 경기 연천군에 문을 연 ‘의정부 평양냉면’에서 갈라져 나온 곳으로, 김 씨 부부의 둘째 딸 홍정숙 씨(66)가 세웠다. 을지로에서 1985년부터 37년간 자리를 지키며 실향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지만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이날 문을 닫았다.○ “마지막 냉면 먹겠다” 무더위에도 긴 줄을지면옥이 자리한 세운지구 3-2구역은 2017년 시행사가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2018년 서울시가 을지면옥을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한때 건물 철거가 보류됐지만 1년 후 다시 전면 철거로 방향이 바뀌면서 보상금 액수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21일 법원이 시행사가 을지면옥을 상대로 낸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소송 2심에서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자리를 비워주게 됐다. 을지면옥 측은 “이전할 장소를 찾는 대로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25일 을지면옥 앞에는 한낮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손님 100여 명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사장 홍 씨는 당초 이날 오후 3시에 영업을 마치려고 했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자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문을 열겠다”며 오후 4시 10분경 영업 종료를 알렸다. 홍 씨는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더운 날인데도 을지로3가역 교차로까지 줄을 섰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 30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냉면을 먹었다는 임창곤 씨(28)는 “단순히 음식점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반면 을지면옥 30년 단골이라는 김성 씨(69)는 “아쉽지만 노후한 건물은 재개발하고, 새로운 곳에서 손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했다.○ 줄줄이 문 닫는 서울 노포들을지면옥 외에도 최근 서울 유명 노포(老鋪)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올 들어서만 서울 동작구의 중식당 ‘대성관’과 서대문구 ‘통술집’, 중구 ‘을지오비(OB)베어’ 등이 줄줄이 폐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에 빠졌거나 재개발 또는 임대료 갈등이 불거진 것이 폐점의 원인이다. 1946년 개업 후 한자리에서 3대가 경영을 이어온 대성관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달 초 폐업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로 꼽히는 을지오비(OB)베어 역시 건물주와의 오랜 갈등 끝에 올 4월 강제 철거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 낙후 도심의 재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긴다”라면서도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면서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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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간 을지로 지켜온 ‘을지면옥’ 영업 중단…잇따라 문닫는 서울 노포들

    “냉면 동호회 회원들이랑 경기도에서 왔는데 못 먹게 돼서 너무 아쉽네요.” 25일 오후 6시경 서울의 대표적 평양냉면 전문점 중 하나인 중구 ‘을지면옥’ 앞에서 만난 김성혁 씨(45)와 동호회 회원 4명은 “오늘로 문을 닫았다니 너무나 아쉽다”라고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1985년부터 37년간 자리를 지켜온 평양냉면집 을지면옥이 25일 영업을 종료했다. 을지면옥은 6·25전쟁 당시 월남한 김경필 씨(여) 부부가 1969년 경기 연천군에 문을 연 ‘의정부 평양냉면’에서 갈라져 나온 곳으로, 김 씨 부부의 둘째 딸 홍정숙 씨(66)가 세웠다. 실향민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법원 결정에 따라 시행사 측에 건물을 인도하고 이날 자리를 비워주게 됐다. 을지면옥은 측은 “새로 이전할 장소를 아직 찾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을지면옥을 찾은 손님들은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냉면을 먹기 위해 100여 명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을지면옥은 당초 이날 오후 3시에 영업을 마치려고 했지만 손님들이 계속해서 찾아오자 사장 홍 씨는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문을 열겠다”며 오후 4시까지도 주문을 받았다. 이후 문을 완전히 닫은 오후 6시가 지난 뒤에도 7시경까지 약 1시간 동안 100여 명의 손님이 찾아와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홍 씨는 “마지막 날이라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며 “엄청나게 더운 날인데도 을지로 3가역 사거리 가까이까지 줄 서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경 방문해 30분 동안 줄을 서 기다린 후 냉면을 먹었다는 임창곤 씨(28)는 “꾸준히 찾았던 곳인데 최근 없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아쉬운 마음에 일부러 왔다”라면서 “몇 년 전부터 을지로 주변 시설이 재개발 되는 것을 봐왔지만 을지면옥이 사라진다는 걸 들으니 단순히 노포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 반경 찾아온 손님 박모 씨(23)는 “을지로가 유명해진 것도 ‘노포 감성’ 덕분이었는데 을지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서울)시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을지면옥의 30년 단골이라는 김성 씨(69)는 “단골집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노후화된 건물들을 재개발해서 손님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옳다”라고 했다. 을지면옥 주변 상인들 역시 노포의 폐업을 아쉬워했다. 을지면옥과 한 건물에서 운영하던 ‘을지다방’은 올해 3월 문을 닫았고, 최근 새로 이전할 곳을 찾았다. 을지다방 사장 박옥분 씨(65)는 “40년 가까이 을지면옥 사장님 소유 건물에서 장사했는데, 지금껏 딱 한번 세를 올렸을 만큼 착한 건물주”라며 “을지면옥이 이 자리에 있어서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도 있었는데 자리를 옮기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노포들은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동작구의 중식당 ‘대성관’, 서대문구 ‘통술집’, 동대문구 ‘동화반점’, 중구 ‘을지오비(OB)베어’ 등 유명 노포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에 빠졌거나 지역 재개발 사업, 임대료 갈등 등으로 문을 닫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성관은 1946년 개업한 후 한 자리에서 3대가 경영을 이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을 이기지 못해 이달 초 폐업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라고 불리는 을지오비(OB)베어 역시 건물주와의 오랜 갈등 끝에 지난 4월 강제 철거됐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비보다 보존에 중점을 두는) 도시재생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들이 쌓이면서 노포를 그대로 유지해야 되느냐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라며 “오래된 것의 지속과 새로운 변화가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도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미송기자 cms@donga.com}

    • 202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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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출근길 시위 재개… 지하철운행 40여분 지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서울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일주일 만에 재개한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의 열차 출발 지연 행위를 저지하고 나섰다. 올 들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경찰이 물리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예산 확대를 위한 실무협의를 기획재정부에 요구하면서 이날 오전 7시 반경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삼각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전 8시 5분경 삼각지역에 도착한 후 일부 회원이 목에 사다리를 건 뒤 사다리를 열차 출입문에 끼우는 방식으로 열차 출발을 지연시켰다. 경찰은 열차 지연 행위를 중단하라고 시위대에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시위가 지속되자 8시 27분경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 등 10여 명이 시위대 목에서 사다리를 빼내려고 시도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시민 불편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취한 조치”라며 “열차 출입문에서 사다리를 빼내려는 과정에서 전장연 관계자들이 스스로 사다리를 빼고 승차해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회현역 기준으로 상행선은 48분, 하행선은 43분 동안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집회·시위 관련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 하겠다. 오늘 아침 전장연 시위와 같이 사다리까지 동원해 시민의 발을 묶으려 했던 행위에 대해 즉각 조치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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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 “기름값 아끼자”… 나들이도 ‘카풀’

    서울 강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희윤 씨(29)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매일 강남구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한다. 최근 기름값이 치솟자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 한 달 전 직장 내 ‘카풀팸’(카풀을 함께하는 모임)에 가입했다. 비용은 타는 사람 수만큼 나눠 내는 ‘n분의 1’ 방식을 적용했다. 처음엔 근처에 사는 직장동료 4명과 출퇴근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주말에 ‘나들이 카풀’도 함께 한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도 카풀을 같이 하는 동료 커플과 서울 외곽으로 함께 이동한 뒤 헤어져 커플별로 데이트를 즐겼다. 그는 “물가가 올라 데이트비용도 만만찮은데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카풀 문화…카풀 앱 사용자도 증가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의 카풀 문화도 진화하고 있다. 출퇴근뿐 아니라 나들이, 여가활동을 할 때도 ‘카풀’을 활용한다. 고유가 시대 합리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취지다. 직장인 홍지혜 씨(27)는 “카풀 멤버들이 회사 사람들이다 보니 휴무 날짜나 휴가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면서 “올여름에는 휴가 일정이 겹치는 멤버들끼리 카풀로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나들이 카풀’ 대상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주말 강원 양양군으로 나들이 갈 계획인데 비슷한 계획이 있으신 분은 카풀을 통해 고유가에 대응하자”는 글과 연락처를 올리는 식이다.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있다. 카풀 앱 ‘워프’에 따르면 앱 이용자는 올 2월 1만3428명에서 5월 2만866명으로 55.4% 증가했다. 카풀을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게시글 역시 2월 700건에서 5월 1040건으로 48.6% 늘었다. 한우리 워프 대표는 “한 달 전부터 카풀 모집글의 대부분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비용 보전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카풀 앱 ‘파킹박’은 카풀을 이용하기 위한 ‘드라이버 신청’이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5일 기준으로 드라이버 신청은 4월 말보다 24.3% 늘었다. ○ 기름값 폭등으로 보상 갈등도 늘어카풀 이용이 늘면서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통상적으로는 카풀 멤버들이 운전자에게 ‘일주일에 1번 주유금액권 지급’ 등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가를 주지만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보상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카풀을 이용하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보상 액수를 두고 멤버들과 불편한 상황을 경험한 뒤 최근 회의를 통해 운전자 보상을 강화한 규칙을 새로 마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와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보상에 민감하다 보니 카풀이 늘고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갈등도 커질 수 있다”며 “멤버들끼리 유가와 연동해 지속적으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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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대통령실 100m내 ‘소규모 집회’ 첫 허용

    경찰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허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는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13일 ‘당진화력발전소 부당해고 철회 촉구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8일 신고했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 방침에 따라 지난달 1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 인근 집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경찰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7번 연달아 인용하자 7일 “집무실 앞이라도 500인 이하 소규모 집회는 인정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집회는 우리가 제시한 ‘500명 이하’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허가했다”며 “다만 플랜트노조가 회사와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돼 집회를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실제로 집회는 안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겠다며 신청한 안전운임제 관련 집회에 대해선 9일 금지 통고했다. 주최 측은 499명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화물연대 조합원 다수(500명 초과)가 참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집회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는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해 9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심문은 13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다음 달 2일 집무실 앞에 신고된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개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집무실 인근 대규모(500인 초과) 집회에 대한 대응 방침도 정리해 밝힐 예정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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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늪 빠진 아이들 도우려면…” 온정만큼 중요한건 안전망 [기자의 눈/최미송]

    “한 아이의 아빠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걱정됩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동아일보가 7∼9일 보도한 ‘코로나 늪에 빠진 아이들’ 시리즈 기사를 읽은 독자가 보낸 e메일이다. 이 밖에도 여러 독자가 연락해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이후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준이(가명·13) 민지(가명·11) 남매를 비롯한 취약계층 아동을 돕고 싶다고 했다. 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행동·정서 발달과 건강, 학력 등에서 뒤처진 아이들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취재팀이 만난 아이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힘겨운 일상을 견디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해외여행을 미루는 수준의 불편함이었던 코로나19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재난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도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이들이 정상적인 삶의 궤도를 되찾는 건 요원해 보였다. 민준이 고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졌다고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 줄 수 있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시계를 되돌려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가정이 해체되는 등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상당수가 오랜 기간 후유증을 겪었고, 일부는 범죄의 길로 빠져들어 이후 소년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번 생긴 발달·건강·학력 격차는 쉽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기간 생긴 취약계층 아동의 상처가 제때 회복되지 않으면 10∼20년 뒤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재를 할수록 이번만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취약계층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절감했다. 기사를 읽고 연락해 온 독자들 덕분에 취약계층 아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칼럼을 읽는 이들에게도 눈을 크게 뜨고 살필 것을 권하고 싶다. 주위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코로나의 늪’에 빠진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간에만 맡겨 놓을 일은 아니다. 정부는 더 늦기 전 코로나19로 심해지는 아동·청소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 안에는 학습 결손을 메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 정서적인 상담·치유 프로그램, 신체적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 등 아동·청소년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최미송·사회부 기자 cms@donga.com}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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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기 학습결손 등 메울 별도 프로그램 마련돼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주위 환경이 취약한 아동에게 일상 회복은 힘겨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평균적인 아동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더딜 수밖에 없기에 격차를 줄이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동의 삶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이 처한 상황 유형별로 회복되지 않는 부분이 다르다”며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가 과제를 단기와 장기 과제로 나누고 당장 필요한 것부터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더 늦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박명숙 교수는 “학교의 복지담당자를 확충해 취약계층 아동 발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대면 복지 서비스가 2년여간 거의 중단됐음을 감안해 일상 회복이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벌어진 학습 결손을 메우고 악화된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는 별도의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상 회복 기간에는 아이들만이라도 긴급 복지 제도 지원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정부 차원에서 취약계층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다채롭게 만들어 정서적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지원을 통합 관리하는 ‘아동 복지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복지 단체는 많지만 연령과 상황 등 기준이 각각 달라 일부 아이는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곤 한다”며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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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외 멘토링-미술치료…‘게임 중독’ 명준이가 달라졌어요

    “상대 캐릭터에게 제대로 (게임) 기술을 못 쓰면 키보드를 막 부수고 싶었어요….” 조손 가정에서 자라는 중학교 1학년 명준이(가명·1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졌다. 심할 때는 하루 10시간씩 새벽까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곤 했다. 4월 28일 서울 양천구의 집에서 만난 명준이는 “격투 게임에서 지면 너무 화가 나 조절이 안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학교는 문을 제대로 안 열고, 구청의 돌봄 프로그램도 멈추면서 명준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돌봄 공백 속에 할 일이 없다 보니 게임에 중독된 것. 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경증이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도 심해졌다. 그러나 요즘 명준이의 일상은 게임 대신 할머니와의 산책, 복지관에서 하는 공부, 미술 치료와 심리 상담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명준이는 “더 이상 집에서 폐인처럼 게임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와 민간 어린이재단 등이 명준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행동과 정서 발달, 건강, 학습 등에서 뒤처졌던 취약계층 아이들을 ‘코로나19의 늪’에서 끌어내기 위한 ‘골든타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지금이라고 입을 모은다.과외 멘토링 받고 미술치료… 게임만 하던 명준이 “이젠 달라질것” 코로나로 외부활동과 단절 하루 6시간씩 게임에 매달려… 수업 집중 못하고 ADHD 악화민간 재단-복지기관 지원 받고, 스스로 예전 일상으로 복귀“이젠 공부 시간 기다려져요”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을 빨리 안 끝내 주면 화가 나 막 소리 지르고 싶었어요.” 명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년 전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심해졌다.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명준이에게 선생님은 자주 주의를 줬다. 걱정이 된 할머니는 올 초 명준이를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다. 병원에선 “집중력은 낮아지고 분노 조절 능력은 약화돼 ADHD 증세가 악화됐다”고 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학교가 자주 문을 닫다 보니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기 어려웠다. 명준이가 좋아하던 지역청소년지원센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내내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명준이는 센터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박 2일로 시골에 놀러 가 감자를 캐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주로 집에 있던 명준이의 일상을 게임이 파고들었다. 전에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매일 6시간 넘게 게임에 매달렸다. 할머니가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면 “방문 닫으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밥도 거르기 일쑤였다. 할머니가 차린 밥상에는 손도 대지 않고, 과자와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전 1시까지 게임을 했다. 체력도 떨어졌다.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제자리 왕복 달리기’ 횟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도움받으며 달라진 일상하지만 명준이의 일상은 최근 민간 재단과 지역 복지기관 개입 덕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각종 대면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지자 본격적으로 명준이네를 돕겠다고 나섰다. 재단은 조손가정으로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에 등록돼 있던 명준이네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명준이는 어린이재단이 지원하는 수학 영어 ‘일대일 과외 멘토링’을 받는다. 공부에 조금씩 다시 흥미를 붙여 나가고 있는 명준이는 “대학생 선생님과 공부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관했던 지역 청소년지원센터도 올 초 운영을 재개했다면서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명준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청소년센터에서 주 3회 하는 미술 치료 시간이다. 명준이를 담당하는 치료 상담 선생님 역시 “명준이가 그림 그릴 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차분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명준이는 지역 내 복지관 등에서 하는 놀이치료, 현장학습 등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코로나19 기간 오전 9시에 느지막이 일어나 간신히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던 명준이는 요즘 오전 7시면 눈을 뜬다. 전날 늦게까지 게임을 하지 않은 덕이다.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은 2시간 이내로 지키고 있다. 명준이는 “폐인처럼 게임만 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다시 살가웠던 예전의 명준이 모습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다퉜던 명준이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요즘 할머니에게 ‘다이어트’를 핑계로 뒷산 산책을 함께 가자고 조르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주말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명준이는 설레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만나 건담 프라모델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 “뒤처진 아이들, 전폭적 지원 해야”하지만 전문가들은 “명준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입을 모은다. 명준이처럼 민간 복지재단과 지자체 사회복지 시스템에 포착돼 도움을 받으며 코로나19로 입은 상처에서 회복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학력 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을 대규모로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학교나 지역 복지관 등이 정상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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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에 극단 택한 아빠… 방안에 갇혀버린 중1 민준이

    “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안 나와요.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부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민준이(가명·13)는 몇 달 전부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외출도 하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저녁부터 밤까지 말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민준이가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이다. 원래 티 없이 밝은 아이였다. 민준이가 다섯 살 때 이혼한 아버지는 “엄마 없는 티가 안 나게 하겠다”며 민준이 민지(가명·11) 남매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사무용 의자 조립 일로 바쁜 와중에도 남매의 아침·저녁상을 정성스레 차리는 건 물론이고, 아침마다 머리를 빗겨 주던 다정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 식구를 사정없이 할퀴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가구 수요가 급감하면서 민준이 아버지는 일감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버텼지만 끝내 우울증이 왔다. 결국 올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부모가 이혼하거나 사망하는 등 가정 해체를 경험한 아동·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아빠와의 추억 담긴 고양이에 집착… 부모 이혼 충격에 발달 늦어져 〈중〉 남겨진 아이들 코로나 타격에 아빠 극단 선택뒤 첫째, 말수 줄고 친구와도 안 어울려둘째는 “아빠 보고싶어” 불면증, 지자체 무료상담으론 치료 역부족‘이혼 가정’ 태현이 언어발달 느려져 병원 가면 ‘충격 받은 일 있나’ 물어“정서적 격차, 학업 격차보다 심각… 지속적 지원으로 해결책 찾아야” “정말 의좋은 남매였는데, 얼마 전 동생 민지가 오빠한테 주먹질하며 대들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민준이와 민지 남매의 고모는 지난달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민준이네 집에 자주 들러 살피는데, 오빠 민준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친구들과도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밥 먹어라”고 재촉해도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고 했다. 민지는 아버지가 없어진 후 유난히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얼마 전에는 “꿈에 아빠가 나와 같이 밥도 먹고 좋았는데, 중간에 깨서 엄청 울었다”고 했다. 밤마다 옆에서 재워주던 사람이 없어진 탓인지 불면증도 생겼고, 자다 깨는 일도 잦아졌다. 급기야 민준이는 4월 학교에서 받은 학생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우울이나 불안, 심리적 부담을 또래보다 훨씬 많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깊어지는 정서적 빈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동·청소년들의 우울감이 증가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대 공황장애, 우울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각각 1039명, 9297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559명, 1만32명으로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이 2020년 25.2%에서 지난해 26.8%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취약계층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재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어 붕괴한 취약계층 가정이 많은데 아동들은 그 속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혼자 견뎌야 했다”라며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며 정신건강이 크게 나빠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부재로 심리적 타격을 입은 경우 경제적으로도 취약해져 마음의 상처를 돌볼 여유가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민준이 남매는 아빠의 죽음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둘이 합쳐 매달 정부 지원금 80만 원 정도가 나오지만 부족하다. 민준이의 할머니는 본인도 디스크가 심한 상태로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까지 돌보는 처지다. 남매의 고모는 아이들의 정신과 상담을 고민해봤지만 진료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여러모로 알아본 끝에 대학생이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월 1회 남매를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고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빠가 있었을 때는 조잘조잘 말도 잘하는,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민준이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킥보드처럼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조를 아빠가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라며 “학원을 끊고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자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더 우울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매는 요즘 키우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늘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함께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다. “사료 값이 적잖게 드니, 내보내는 게 어떨까” 하는 고모의 제안에 남매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정서적 격차, 쉽게 회복 어려워코로나19가 부모의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정서적 충격을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이유미(가명·25) 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이혼했다. PC방에서 점장으로 일하던 남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하던 PC방이 문을 닫아 실직자가 됐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부부간 다툼이 잦아졌다. 아들 태현이(가명·6)는 원룸에서 부부의 다툼을 지켜봤다. 이 씨는 이혼 뒤 태현이가 유난히 엄마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울음이 많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원에 가 상담하니 ‘아이에게 충격받을 만한 일이 있었느냐’고 묻더라”며 “부모의 다툼과 이혼이 아이의 정서 및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아이들이 겪은 심리적 상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이 부모의 부재로 정서적 고립을 겪을 경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자해 및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며 “학습 결손으로 인한 학력 격차는 차츰 완화될 수 있지만, 정신건강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훨씬 느리게 회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아동 청소년 시기 생겨난 정서적 결핍은 무의식에 깊게 남을 가능성이 커 더욱 위험하다”며 “아동 정신건강은 한두 번의 상담으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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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 치료 못 받아 말을 잃은 여섯살 막내

    강정서(가명·6) 양은 2년 만에 ‘엄마’라는 단어를 잊었다. 발달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정서는 언어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간단한 단어는 말할 수 있게 됐다. 홀로 삼남매를 키우는 박지희(가명) 씨는 막내 정서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3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갈수록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가졌다. “어, 어, 어….” 그러나 기자가 지난달 17일 강원 원주시 박 씨 집에서 만난 정서가 할 줄 아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정서의 언어 능력을 퇴행시킨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박 씨는 4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단체 모임 전문 도시락 가게를 열었다. 일은 고됐지만 네 식구의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가게가 자리를 잡을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행사가 사라지고 단체 주문이 끊기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월 100만 원 넘게 내며 매일 받던 정서의 특수치료를 박 씨는 주 3회로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정서가 다니는 특수유치원은 방역 때문에 자주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는 또래들이 말하는 걸 보고 들을 기회마저 정서에게서 앗아갔다. 코로나19의 타격은 정서의 오빠들에게도 미쳤다. 다니던 학원을 끊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조차 마땅치 않았던 첫째 정현이(가명·15)는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학교 급식 대신 집에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던 정태(가명·13)는 체중이 20kg이나 늘어 비만이 됐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 아동의 발달과 학습, 건강 등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사회적 격차를 벌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녀와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2019년 4월 34만2000가구에서 올 4월 41만5000가구로 7만 가구 이상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함께 코로나19로 자녀와 사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여전히 늪과 같은 ‘사회적 롱코비드(Long COVID)’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빈곤층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급식 끊겨 라면 혼밥에 20kg 찌고… 줌 수업용 PC 못사 성적 뚝 막내, 유치원서 말 배울 기회 놓치고 둘째는 인스턴트 끼니 때우다 ‘비만’큰아들, 학원 못가 수학 60점→20점… 3남매 발달-건강-학습 ‘코로나 직격’“코로나 시기 격차, 평생 갈 가능성… 아이들에 기회 제공 긴급 지원을” 정서는 요즘 집에만 오면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조른다. 유튜브로 ‘키즈카페 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TV도 매일 2시간가량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 코로나19 기간 특수유치원이 절반은 문을 닫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던 정서에게 새로 생긴 습관이다. 엄마 박 씨는 “비용 때문에 좋아하는 키즈카페에 자주 못 가는데, 영상으로라도 많이 보겠다는 게 안쓰러워 휴대전화 영상 보는 시간을 못 줄이고 있다”며 말을 흐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정서네 가족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구성원 4명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학원 끊고, 컴퓨터 1대로 2명이 온라인 수업“여유 있는 집들은 코로나 기간에 사교육을 많이 시켰다던데 우리 집은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니까….” 박 씨는 중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 정현이 얘기를 꺼내며 한숨부터 쉬었다. 2년 전에는 60점대였던 수학 성적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20점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학교에선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이랑 똑같으니 걱정 말라”고 박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 수업은 칠판도 잘 안 보였고, 수업 중 모르는 것이 나와도 물어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또래들은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으로 공백을 채웠지만 정현이는 오히려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동생 정태도 같은 시간 ‘줌(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집에 컴퓨터는 한 대뿐이었다. 정태가 컴퓨터로 수업을 들으면 정현이는 휴대전화로 들어야 했다. 박 씨가 뒤늦게 무리해 25만 원짜리 중고 컴퓨터를 구입했지만 정현이는 한번 놓친 수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 가정 아동의 학습 부진 심화는 정서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1년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곤층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취약가정 아동은 10명 중 1명꼴로 디지털 학습기기가 아예 없었고, 3명은 가족의 기기를 썼다. 응답자들은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시행’(55.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 씨는 정현이가 ‘레고 디자이너’의 꿈까지 포기했다며 가슴을 쳤다. “정현이가 어느 날 ‘엄마, 미술학원 안 다녀도 돼’라고 하더라고요. 돈이 안 드는 진로를 택하겠다며….”○ 급식 대신 라면 ‘혼밥’에 비만 돼중학교 1학년인 둘째 정태는 건강이 문제다. 키는 157cm로 또래 평균 정도인데, 체중은 72kg이어서 중증 비만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년 전에는 키 152cm에 체중 52kg으로 보통이었다. 그러나 키가 5cm 자라는 동안 체중은 20kg이나 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가 문제였다. 출근하는 박 씨를 대신해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서 영양 균형이 잡힌 급식을 먹던 정태는 집에서 홀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게 됐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던 집 근처 놀이터까지 코로나19 이후 폐쇄돼 뛰어놀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정태의 체중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교생 32.1%가 과체중이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26.7%)보다 5.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들은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양 불균형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문을 닫는 사이 생긴 보호자의 돌봄 공백은 신체에 상흔으로 남았다. 정태는 지난해 허벅지에 손바닥만 한 붉은 흉터가 생겼다. 박 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혼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뜨거운 국물을 엎지르면서 3도 화상을 입어 두 번 수술을 했다. 박 씨는 “몸이 아픈 막내를 돌보느라, 병원에 있는 둘째에게 잘 가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다.○ “학령기 격차가 평생 격차로”생활고에 지쳐 가던 박 씨는 올 4월 ‘선양낭포암’이라는 희귀암 진단까지 받았다. 침샘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박 씨는 기자와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도 숨이 차는지 마스크를 몇 번이나 들췄다. 고대하던 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정작 건강 문제로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박 씨는 코로나19 기간 발달이 지연되고, 공부에서 뒤처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한 격차가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좋아하는데, 우리 애들은 앞으로도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은 것 같다”며 “첫째와 둘째에게 엄마가 잘못되면 막내는 너희들이 책임지려 애쓰지 말고 나라에 맡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생긴 격차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성장기의 문제들은 단계적으로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결핍된 부분이 다음 성장 단계에서 다시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며 “코로나19 기간 취약계층 아동들이 겪은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적 지위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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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3% 수익” 코인 발행해 시세조작, 22억 챙겨

    가상자산 발행 뒤 시세를 조작해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가상자산 발행자 1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8월∼2021년 5월 ‘EG코인’ 등 가상자산(코인) 3종을 잇달아 가상자산거래소 ‘포블게이트’ 등에 상장하고 자전·통정거래로 시세를 상승시킨 뒤, 보유한 자산을 일시에 매도하는 수법으로 약 22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자전·통정거래는 여러 명이 짜고 정상 거래인 것처럼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리딩방’(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하고 자신들이 발행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매수, 매도 공지에 따라 투자하면 매일 수익 3%를 보장하겠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수법에 피해자 424명이 걸려들었다. 일당은 가상자산의 시세가 상장가 대비 수십 배에 이르자 보유한 자산을 일괄 매도했다. 한 코인은 10원에 상장돼 2개월 만에 60배가 넘는 610원까지 올랐다가 이들의 매도로 폭락한 뒤 거래마저 중단됐다. 일당은 거액을 챙겼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덤터기를 썼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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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변보호’ 정보 유출 공무원 징역5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2020년부터 2년간 주소와 차량 정보 등 개인정보 1101건을 흥신소에 팔아넘긴 경기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 박모 씨(41)에게 징역 5년형과 벌금 8000만 원을 27일 선고했다. 박 씨가 총 4000만 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긴 개인정보에는 이석준(26·구속)이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에서 살해한 신변보호 조치 대상 여성의 가족 주소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누설해 살인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밝혔다. 흥신소업자 민모 씨(41)와 김모 씨(38)는 각각 징역 4년형과 2년형이 선고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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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 발행해 시세조종… 투자자 속여 22억원 챙겨

    가상자산 발행 뒤 시세를 조작해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가상자산 발행자 1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8월~2021년 5월 ‘EG코인’ 등 가상자산(코인) 3종을 잇달아 가상자산거래소 ‘포블게이트’ 등에 상장하고 자전·통정거래로 시세를 상승시킨 뒤, 보유한 자산을 일시에 매도하는 수법으로 약 22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자전·통정거래는 여러 명이 짜고 정상 거래인 것처럼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리딩방(유사 투자자문 행위가 이뤄지는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하고 자신들이 발행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매수, 매도 공지에 따라 투자하면 매일 수익 3%를 보장하겠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수법에 피해자 424명이 걸려들었다. 일당은 가상자산의 시세가 상장가 대비 수십 배에 이르자 보유한 자산을 일괄 매도했다. 한 코인은 10원에 상장돼 2개월 만에 60배가 넘는 610원까지 올랐다가 이들의 매도로 폭락한 뒤 거래마저 중단됐다. 일당은 거액을 챙겼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덤터기를 썼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 사기가 잇따르면서 거래소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거래소는 가상자산 발행자, 발행·유통량, 지분관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거래소는 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등을 활용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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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용산집무실 인근 도로점거 시위 중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최근 출근시간대 아침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벌여왔던 도로 점거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23일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출근길 도로 점거 시위는 추가경정예산에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을 반영해 달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결국 반영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 멈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27일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 다만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등에서 해 왔던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당분간 계속할 방침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탈(脫)시설 자립 지원 △평생교육시설 등에 대한 예산 편성 및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여왔다. 이달 16일부터는 매일 아침 용산구 한강대로 횡단보도 일부를 점거했다. 한편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전장연 시위에 대해 “무리한 점거가 있다면 즉시 조치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 시위를 두고 “다른 시민에 대한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 강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도로 점거 등을 스스로 풀도록 설득해왔지만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강제 해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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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한미정상회담날 대통령실앞 집회 허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인 20일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서울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방한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법원은 참여연대 등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대통령 집무실 근처 100m 이내에서 열겠다고 한 집회 개최를 허용했다. 반미투쟁본부 소속 30여 명은 20일 오후 4시경 전쟁기념관 앞에서 바이든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를 연 뒤 용산 미군기지 1번 게이트부터 이태원역까지 행진했다. 오후 8시 40분경부터는 하얏트호텔 정문 앞 인도에서 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0여 명이 경찰 저지선을 무너뜨리며 방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 신자유연대 회원 30여 명은 오후 8시경 하얏트호텔 주변에서 방한 환영 집회를 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대통령 관저란 대통령이 직무수행 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공간만을 가리킨다”며 참여연대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21일 열겠다고 한 집회 개최를 이날 허용했다. 앞서 경찰이 집시법상 100m 이내 집회·시위가 금지되는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집회를 금지하자 참여연대 등은 법원에 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은 21일 낮 12시∼오후 5시 대통령 집무실로부터 100m 안쪽에 있는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1개 차로 등에서 집회가 가능해졌다. 22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방한 찬반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경호차 한국에 먼저 입국한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직원 30대 A 씨가 19일 오전 4시 20분경 술에 취해 하얏트호텔서울 정문에서 30대 한국인 B 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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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 집무실-하얏트호텔 주변 대형 집회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20∼22일) 중 숙소로 사용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선 대규모 환영 및 반대 집회가 예고돼 있다. 경찰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고 수준의 경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방한 첫날인 20일 오후 햐얏트호텔 인근에서 자유호국단과 신자유연대 약 40명이 방한 환영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같은 장소에서 대학생진보연합과 민중민주당은 각각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한 반대 집회를 연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엔 대형 집회가 예정돼 있다. 탄핵무효운동본부 등 500여 명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방한 환영 집회를 연다. 재향군인회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앞에서 약 1000명이 참가하는 환영 집회를 연다. 반면 전국민중행동 약 1000명은 대통령 집무실과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방한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20∼22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구 내에서 신고된 집회는 모두 50여 건에 달한다. 비슷한 장소에서 열리다 보니 찬반 집회 참여자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집회 사이에 저지선을 설치하고 간격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창룡 청장 주재로 19일 대책 회의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최고 수준의 경호·경비 대책을 논의했다. 전국 경찰기동대를 동원하기로 했고 주한 미국대사관과 대사관저 등의 경비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의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치에 반발해 참여연대가 낸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은 20일 오전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19일 법원에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갖는 중대한 헌법적 위상에 비춰 볼 때 대통령의 집무 공간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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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27일까지 점거시위 연장”… 이준석 “비문명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한강대로 점거 집회를 2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히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문명적 시위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장연 회원 15명은 19일 오전 7시 53분경 장애인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며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한강대로 2개 차로를 4분가량 사전 신고 없이 점거했다. 이날까지 4일 연속 출근시간대에 한강대로를 점거한 것. 당초 20일까지 예고했던 시위도 2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시민들의 불만만 커질 것”이라고 전장연 측을 비판했다. 한편 용산파크타워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1000여 명이 서명한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 반대 탄원서를 19일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각각 제출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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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방한기간 용산-햐얏트호텔 인근 대규모 찬반 집회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20~22일) 중 숙소로 사용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서 대규모 환영 및 반대 집회가 예고돼 있다. 경찰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최고 수준의 경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방한 첫날인 20일 오후 햐얏트호텔 인근에서 자유호국단과 신자유연대 약 40명이 방한 환영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같은 장소에서 대학생진보연합과 민중민주당은 각각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한 반대 집회를 연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엔 대형 집회가 예정돼 있다. 탄핵무효본부 등 500여 명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방한 환영 집회를 연다. 재향군인회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앞에서 약 1000명이 참가하는 환영 집회를 연다. 반면 전국민중행동 약 1000명은 대통령 집무실과 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방한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20~22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구 내에서 신고된 집회는 모두 50건에 달한다. 근처에서 열리다 보니 찬반 집회 참여자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집회 사이에 저지선을 설치하고 간격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창룡 청장 주재로 19일 대책 회의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최고 수준의 경호·경비 대책을 논의했다. 전국 경찰기동대를 동원하기로 했고 주한 미국대사관과 대사관저 등의 경비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의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치에 반발해 참여연대가 낸 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은 20일 오전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1일 성소수자 단체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집무실 앞 행진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허용될 경우 참여연대는 21일 용산 집무실 100m 이내 장소에서 200명 규모의 집회를 열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19일 법원에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갖는 중대한 헌법적 위상에 비춰볼 때 대통령의 집무 공간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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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도로점거 집회 27일까지 연장…주민들 반발, 탄원서 제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한강대로 점거 집회를 2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히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문명적 시위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용산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 시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구청과 경찰서에 제출했다. 전장연 회원 15명은 19일 오전 7시 53분경 장애인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며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 한강대로 횡단보도 2개 차로를 4분 가량 사전 신고 없이 점거했다. 이날까지 4일 연속 출근시간대에 한강대로를 점거한 것. 당초 20일까지 예고했던 ‘용와대(용산 청와대) 출근길 행진‘ 시위도 2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대로는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라며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시민들의 불만만 커질 것이다. 차라리 저랑 계속 토론하면서 주장을 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전장연 측을 비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 용산 일대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용산파크타워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1000여 명이 서명한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 반대 탄원서를 19일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각각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용산역 주변 7개 단지 입주자대표협의회도 집회로 인한 주거환경 침해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택시를 운전하는 홍모 씨(58)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 삼각지역에서 용산역까지 너무 막혀 그쪽으로 가달라는 손님을 태우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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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장연, 이틀째 ‘용산 집무실’ 인근 도로 점거… 출근길 혼잡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 점거에 나섰다. 16일 ‘용와대(용산 청와대) 출근길 행진’을 시작한 이후 이틀 연속이다. 이로 인해 한강대로 일부 구간이 정체를 겪으며 출근길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전장연 회원 1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4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삼각지역 2번 출구까지 한강대로 약 1km 구간을 행진했다. 경찰은 행진에 1개 차로 사용을 허용했으나 전장연은 오전 7시 48분경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횡단보도에 멈춰 편도 7개 차로 중 2개를 15분 동안 기습 점거했다. 전장연의 도로 점거로 출근길 정체가 이어지자 일부 운전자들은 길게 경적을 울려 시위대를 향해 불만을 표시했다. 당초 3개 차로를 이용하려 했던 전장연은 경찰의 설득에 2개 차로만 점거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횡단보도 위에 멈춰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추경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추경에 예산이 편성돼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및 집시법 위반”이라고 경고방송을 했지만 전장연은 이를 무시하고 도로 위를 15분 동안 점거하다 오전 8시 5분경 삼각지역 2번출구까지 1개 차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8시 반경 전장연 회원들은 삼각지역으로 이동해 승강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역 방향 지하철에 탑승해 발언을 이어갔다. 일부 시민이 “바쁜 아침에 왜 이러는 거냐”며 항의하는 등 소란이 빚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전장연은 서울역에서 다시 신용산역으로 돌아와 시위를 마쳤다. 전장연은 20일까지 매일 오전 7시 반부터 같은 경로로 ‘용와대 출근길 행진’을 예고한 상황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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