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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결정적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단호하게 대응할 권리”를 천명하며 보복을 시사했다.특히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갈수록 확전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1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로이터통신 및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오후 12시 17분경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바로 옆에 있는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 등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침략적인 이스라엘 정권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장관은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온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이번 공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건 맞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 인터뷰에서 “공격한 건물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며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휴전 무산되나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외교적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들이 대상이었다. 때문에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3월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게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정부 고위급을 인용해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당분간 휴전 시도는 물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충돌로 몰아가려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공격”이라고 짚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총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동네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고 길거리에 나와 인사하는 후보들이 보입니다. 다른 나라의 선거철 분위기가 궁금하셨던 적 있으실까요? ‘슈퍼 선거의 해’ 첫 선거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총선을 치른 국가가 있는데요. 대만입니다. 대만은 1월 13일 국회의원(입법위원)과 총통(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렀습니다. 1월 11~13일 타이베이시 등 대만 수도권 일대에서 취재하며 목격한 축제같은 풍경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동네 마실 나오듯…간이 유세장이 된 공원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낮 다다오청마토우(大稻埕碼頭) 광장에서 민중당 유세가 열렸습니다. 커다란 강 옆에 만들어진 공원이라 한국의 한강공원과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민중당은 2019년 당시 타이베이시 시장이던 커원저 대표가 창당한 신생 정당입니다. 젊은층에서 특히 호응이 컸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총통 후보로 나선 커 대표는 득표율 26.1%를 기록하며 양당 체제를 깬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날 커 후보는 타이베이시 일대를 도는 자동차 순회 유세에 나섰습니다. 개조한 픽업트럭 트렁크에 타고 다니며 길가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방식으로 대만 정치인들의 선거철 필수 코스입니다. 이날 유세의 종착지인 다다오청마토우 광장에 도착했는데 ‘유세에 가면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커다란 앰프 소리나 단체복을 입은 당직자가 없어 두리번거리는데 민중당의 상징생인 민트색 깃발을 손에 쥔 사람이 보여 따라갔습니다. 굴다리 앞에 유권자 수십 명이 모여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에서 나눠준 깃발과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20~40대였고 아이를 데리고 마실 나온 부모들도 보였습니다. 민중당 지지자를 상징하는 ‘새싹’ 모양 핀을 머리에 꽂은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 커 후보가 도착했습니다. 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었는데요,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에 잠시 멈춘 뒤 연설하는 건가 싶었지만 금방 지나갔습니다. 커 후보의 얼굴을 3분도 못 보고 유세가 끝났습니다. 지지자들은 깃발을 둘둘 감아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곤 흩어졌습니다. 공원을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민중당 지지자를 포착하는 단서는 ‘민트색 깃발’이었습니다. 공원 마실 나온 나들이객 같지만 가방 틈새로, 외투 주머니에서 눈에 잘 띄는 민트색 깃발이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20대 친구들은 네컷사진 부스로 들어가고 있었고, 아버지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공원 앞 횡단보도에서는 초면인듯한 지지자들이 손가락으로 숫자 ‘1’(커 후보 기호)을 만들며 눈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대만에 입국한 후 처음 간 유세장이었는데요. 제 예상 밖의 풍경이었습니다. 민중당이 젊은이들의 분노와 무력감으로 세를 불렸다는 평가를 받았던지라 저는 부정적 에너지가 유세장을 감돌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니 다들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유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다오청마토우 광장에서 인터뷰한 유권자들은 입을 모아 “커원저가 정치의 새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콘서트장인지 유세장인지대만 선거철을 상징하는 또 다른 풍경은 ‘초대형 유세’입니다. 어느 정도의 초대형인가 하면 수만 명이 운집하는 규모입니다. 초대형 유세가 열리는 단골 장소는 두 곳인데요. 타이베이시 총통부 앞 카이거란대로와 수도권인 신베이시 반차오 경기장입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왕복 10차선이라 광화문광장이 세종대로(왕복 12차선)였던 시절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교통을 통제하고 이곳에서 유세를 열기만 하면 10만 명대 유권자가 모인다고 합니다. 반차오 경기장에도 5만 명씩 모인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선거 유세에 오는 걸까요. 모여서 대체 무엇을 하고요? 12일 저녁 반차오 제1경기장에서 열린 국민당(제1 야당) 선거 전야 유세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유세는 국민당 집계로 5만 명이 참석했습니다. 열기는 유세장 인근 지하철역 출구부터 느껴졌습니다. 길가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정차되어 있었고요. 물어보니 지역이나 조직에서 버스를 빌려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지지자들은 총통 후보 허우유이(侯友宜)의 이름과 “승리”를 외치며 걸어갔습니다. 5만 명이 모였다는 이날 유세는 입구부터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틈새를 비집고 걸어가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소풍 나온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무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앞으로 가다 보니 30분 뒤에야 무대가 보였습니다. 뒤돌아서 제 눈 앞에 펼쳐진 수만 명의 인파를 구경했습니다. 지지자들이 손에 쥔 대만기가 빨강과 파란색 물결처럼 보였습니다. 인기 가수의 대형 콘서트와 견주어 손색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수만 명이 전부 한 곳을 응시하며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사회는 국민당 정치인이 봤습니다. “이제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거 광고 영상을 상영한 후 지역구 후보들이 하나하나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국민당 유력 정치인들이 나와 연설했습니다.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였던 한궈위(韓國瑜), 장제스의 증손자로 차기 총통 후보로 유력한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행사 막바지에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총통 후보 허우유이(侯友宜)는 제법 인상적으로 입장했는데요. 입구부터 무대까지 지지자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왔습니다. 지지자들이 “허우를 총통으로”라는 구호를 외친 지 15분쯤 됐을까요, 무대 위로 허우 후보가 올라왔습니다. 허우 후보는 대만어로 연설했습니다. 그리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수만 명의 지지자와 무대 위 정치인들이 다 같이 즐겁게 노래 2곡을 연달아 열창했습니다. 노래를 마친 뒤 후보자들이 인사를 했고 무대 조명이 꺼졌습니다. 오후 9시 57분, 공식 선거운동 종료 3분을 앞두고 행사가 종료됐습니다.제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해산했습니다. 오후 10시 5분, 반차오 제1경기장에는 조금 전까지 인파에 가려 있는 줄도 몰랐던 붉은색 의자만 잔뜩 보였습니다. ● 선거대책본부에 차린 ‘팝업스토어’카이거란대로에서 11일 열렸던 민진당(여당) 초대형 유세에 갔을 때 눈에 띈 점이 있습니다. ‘팀 타이완’이라고 적힌 야구점퍼를 입은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 점퍼를 입은 사람이 전부 다 선거 캠프 관계자일 수는 없을 만큼 많았는데요. 알아보니 민진당에서 판매하는 ‘공식 굿즈’를 사 입은 지지자들이었습니다. 판매용 굿즈라니 새로웠는데요. 민진당은 굿즈 판매 공간까지 차려뒀다길래 가봤습니다. 위치는 타이베이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선거대책본부 1층이었습니다. 다소 삭막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알록달록했는데요.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팝업스토어’ 같아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은 라이칭더 (賴淸德) 총통 후보가 유소년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야구’를 콘셉트로 꾸몄다고 합니다. 인증샷을 찍고,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참고로 민중당은 유권자들이 직접 만든 팻말을 가지고 유세에 나오는 문화를 살려 선대본부 1층 전체에 책상과 의자를 깔아뒀다고 합니다. 종이와 마커펜을 갖춰 유권자들이 팻말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선거를 하루 앞둔 날이라 다녀갈 사람은 이미 다녀갔을 것 같기도 하고, 평일 오후 2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였지만 그래도 한 아름씩 봉투를 손에 쥐고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습니다.이곳에서는 옷가지와 배지, 퍼즐, 달력 등을 판매했는데요. 제가 유세에서 본 야구점퍼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품절된 인기 상품은 민진당의 상징색인 녹색 티셔츠였다고 합니다. 이어 녹색 여행 가방 벨트가 품절됐다고 합니다. ●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결전의 날13일 오후 4시,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대만은 재외국민 투표도, 부재자 투표도 불가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도심은 무척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저는 타이베이시 완화구에 있었습니다. 이 지역 민진당 후보로 출마한 우페이이 후보의 사무소에 갔는데요. 앞서 유세장에서 만난 대만인이 말하길 동네 사람들이 지역구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보는 문화가 있다고 했습니다. 도심이나 신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여전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길래 한국의 종로구와 비슷한 타이베이시 구도심 완화구로 찾아갔습니다. 우 후보의 사무소에 도착하고 보니 상가 건물 1층에 출입문이 없는 모습부터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입구에 TV 모니터와 의자를 두어 사람들이 오가며 개표 방송을 보고 있었습니다.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대민 사무소’ 격의 공간이라고 합니다. 일반 사무를 보는, 통상 건물 2, 3층에 있는 사무실도 운영하지만 이처럼 건물 1층에 입구가 없는 대민 사무소를 두는 것이 대만 선거철 정치 문화라고 합니다. 이곳은 선거를 앞두고 3~4개월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했다고 합니다. 사무소에는 선거 캠프 관계자도 많았지만요, 동네 주민들이 걸어가다 잠시, 또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잠시, 심지어 차를 타고 가다 잠시 서행하며 개표 방송을 보는 풍경이 새로웠습니다. 취재하고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3명이 걸어가다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나다”라고 말하면서요.저녁 시간대가 지난 뒤 등장한 70대 할아버지들은 대만어로 수다 떨고 있었습니다. “커원저랑 밥 먹어봤는데 느낌이 별로다”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오후 7시가 지나가니 구경 나온 시민이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습니다. 오후 8시가 조금 지나 우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축하 폭죽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다들 이렇게 나오시는 걸까요. 타이베이 시민 린(林)모 씨(38)에게 여쭤봤습니다. 린 씨는 “분위기가 좋잖아요”라고 답했습니다.● 꽃가루 뿌리며 끝난 대만 선거오후 8시 40분경 민진당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제가 팝업스토어 구경을 갔던 민진당 선대본부 앞 도로에서 당선인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연다는 속보도 떴습니다. 저도 빨리 이동했습니다. 어제 보았던 한적한 풍경은 온 데 간 데 없고 왕복 6차선 도로가 300m 가까이로 깃발을 손에 쥔 지지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다들 속보를 보고 모인 것이었습니다. 등에 테니스 라켓을 매고 운동복을 입고 온 사람도, 스마트폰과 깃발만 덜렁 쥐고 나온 사람도 보였습니다. 행사는 당선인들의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외신 기자회견을 진행했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선거인만큼 이번 선거를 취재하러 외신 기자 400명 이상이 대만에 왔습니다. 외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무대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랐습니다. 곳곳에서 삼삼오오 셀카를 찍고 시끌벅적하던 행사장 분위기가 돌변했습니다. 들뜬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경건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차이 총통의 연설을 듣는 사람들에게 애틋한 느낌도 났습니다. 시민 인터뷰를 하던 저도 잠시 멈췄습니다. 이 순간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이 총통이 연설을 마치자 다시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언제 울먹였다는 듯 다들 신난 표정으로 “총통 라이 총통 라이”라고 외쳤습니다. 역시나 마지막 순서는 라이 당선인의 연설이었고요. 그러고는 하늘에서 녹색과 분홍색 색종이가 내렸습니다. 꽃가루가 내리는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색종이를 줍길래 저도 주워봤습니다. 각각 “라이칭더 샤오메이친 2024년 하나로 연합하다”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고, 올바른 길을 가세요. 2024년 승자! ‘팀 타이완’,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작은 기념품으로 챙겼습니다. ● 마치며현장을 다녀보니 온 사회가 선거철 행사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대만인들에게 “선거를 즐기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는데요.돌아온 반응이 재밌었습니다. 대부분 “한국은 안 그래?”라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다시 물으니 “K-드라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드라마 속 한국인들이 삶을 열정적으로 즐기던데 선거철이라고 다르겠냐는 뜻이었습니다.초대형 유세에서 만난 대만인 천(陳)모 씨(44)는 대만 선거가 ‘카니발’ 같다며 제 호기심에 공감했습니다. 그는 대만에만 살 때는 몰랐는데 브라질에서 6개월간 살아보니 ‘축제 중의 축제’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카니발과 대만의 선거철 풍경이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춤과 파티가 없을 뿐, 사회를 휘감는 즐거운 에너지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천 씨가 기억하는 한 대만 선거철은 늘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대만은 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했습니다. 왜 늘 즐거운 것일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만인은 정치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대만인들에게 어느 후보를 왜 뽑았는지 물었습니다.▼“나는 이래서 OO을 지지했다” 대만인 25명의 답변[시차적응]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약 반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달 30, 31일 양일간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했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석방을 촉구했다. 하루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앞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인근에만 수만 명이 운집했다면서 이번 시위가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평했다. 특히 인질 가족은 “총리가 인질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하마스와 협상해 인질을 돌려받자고 외쳤다. 현재 풀려나지 못한 인질은 약 130명이며 이 중 3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 내 파열음도 커졌다. 인구의 약 13.5%를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인 ‘하레디’는 1948년 건국 때부터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이들 또한 입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심 지지층인 극우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공식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연정 내에서 비교적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이스라엘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전쟁 발발 후 귀국해 예비군 등으로 자원 입대한 것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의 장남 야이르(33)가 계속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자신의 아들은 참전하지 않으면서 총리가 계속 “전쟁”을 외치는 것이 모순이라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1일 “지금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더 늦어질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탈장 수술을 받았다. 75세이며 지난해 7월에도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은 그의 건강 이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약 반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달 30, 31일 양일간 이스라엘 전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퇴진 요구를 일축했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석방을 촉구했다. 하루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앞에서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지난달 31일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 건물 인근에만 수만 명이 운집했다면서 이번 시위가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평했다.특히 인질 가족은 “총리가 인질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하마스와 협상해 인질을 돌려받자고 외쳤다. 현재 풀려나지 못한 인질은 약 130명이며 이 중 3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 내 파열음도 커졌다. 인구의 약 13.5%를 차지하는 초정통파 유대인 ‘하레디’는 1948년 건국 때부터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 후 이들 또한 입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심 지지층인 극우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공식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연정 내에서 비교적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미국에 거주 중인 이스라엘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전쟁 발발 후 귀국해 예비군 등으로 자원 입대한 것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의 장남 야이르(33)가 계속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자신의 아들은 참전하지 않으면서 총리가 계속 “전쟁”을 외치는 것이 모순이라는 의미다.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1일 “지금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더 늦어질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탈장 수술을 받았다. 75세이며 지난해 7월에도 심박조율기 삽입술을 받은 그의 건강 이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1999년)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幾寅)역(사진)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이 운영을 종료했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의 설정이 20년 세월을 지나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달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쿠토라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은 31일을 끝으로 117년 동안 이어졌던 운행을 멈춘다. 1907년에 개통한 이 구간은 하루 이용자가 수십 명으로 줄어들며 적자가 심각했다. 앞으로 철도 운행 대신 버스가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이쿠토라역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작품 속 이름이던 ‘호로마이역’으로 문패를 바꾸고 계속 방문객을 맞는다. 해당 역은 촬영 당시 세트장 등을 지금도 보존해 영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인 미나미후라노시는 “철도회사 JR홋카이도로부터 역을 양도받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 철도원은 시골역에서 우직하게 역장으로 봉직한 사토 오토마쓰의 삶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 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 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 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 AI 모델과 전 세계 1억8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15초 음성 복제술 결합의 ‘위력’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읽어주기’ 기능이 있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음성 복제 기술에 뛰어든 이유는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내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른 스타트업의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력의 결합이 불러올 딥페이크 확산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 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가 갑작스러운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 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AI를 통해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 문제는 한층 진화된 음성 복제 기술이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AI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 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을 사칭하는 광고에 속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렸고, 배우 에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를 선동하는 영상에 무단 동원되는 피해를 겪었다. 국내에서도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픈AI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음성 복제 기능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힘이란 물체를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인데…”물리학 개념인 ‘힘’을 설명하는 15초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를 들은 인공지능(AI)은 곧장 이 목소리로 생물, 영어 독해, 수학 등 각 분야 강의 샘플을 만들어 냈다. AI가 목소리를 복제한 뒤 그 목소리로 챗GPT가 만든 텍스트를 읽은 것이다.이는 오픈AI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맛보기(프리뷰) 방식으로 공개한 음성 복제 모델 ‘보이스엔진’의 샘플 사례다. 오픈AI는 보이스엔진이 15초 분량의 사람 목소리만 있으면 거의 똑같게 음성을 복제해 낸다고 밝혔다.AI의 음성 복제 기술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이 음성 복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강력한 언어 생성AI 모델과 수억 명 사용자를 보유한 오픈AI가 음성 복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딥페이크(조작된 영상, 이미지, 음성)가 불러올 혼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오픈AI는 “위험성을 감안해 소수 개발자 그룹에만 보이스엔진 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AI발(發) 딥페이크 피해는 늘고 있다. 올 초 미국 대선 경선 과정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목소리를 사칭한 허위 전화가 돌아 파장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배우 조인성, 송혜교 등 유명인의 음성과 얼굴을 조작한 투자 권유 영상을 활용한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챗GPT와 음성복제 기술의 만남…‘오용 우려’에 대규모 배포 미정“샘 올트먼 목소리인 줄 알았다.”오픈AI의 음성 복제 기술 ‘보이스엔진’ 시연에 참석한 블룸버그통신은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목소리 같았지만 보이스엔진이 만들어낸 음성이었다.오픈AI가 2022년 말부터 개발해 왔다고 밝힌 이 음성 복제 기술은 ‘텍스트 음성 변환’과 챗GPT의 ‘읽어주기’ 기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챗GPT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고 텍스트를 생성하며 이를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기능이다. 여기에 ‘보이스엔진’을 접목하면 챗GPT가 특정인의 목소리로 각종 콘텐츠를 생성해 낼 수 있다. 또 챗GPT의 능력을 갖춘 음성 복제 기술이라 15초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해당 목소리로 각종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 챗GPT와 15초 음성 복제술의 결합음성 복제 기술은 오픈AI 뿐 아니라 일레븐렙스, 레플리카 스튜디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뛰어든 분야다. 오용 사례도 상당수 확인될 만큼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사용자 1억8000만 명을 둔 챗GPT와 음성 복제 기술이 만날 때의 위력에 대한 우려로 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딥페이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오픈AI는 우선 15초 목소리만으로도 정확한 음성 복제가 가능하다는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 해리스 오픈AI 제품 책임자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테크 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개발 방식이 더욱 강력하고 고품질의 음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보이스엔진 사용 비용이 다른 스타트업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음성 복제 기술에 많은 테크기업들이 뛰어드는 이유은 기업 고객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우 등 나레이터를 한 번만 고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종 광고, 비디오게임, 공공장소 안내방송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오픈AI는 오용 우려를 감안한 듯 “‘선한’ 분야에서 음성복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픈AI의 보이스엔진 개발 협력사 중 하나인 비영리 의료 시스템 라이프스팬의 노먼프린스신경과학연구소는 갑작스런 뇌종양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어린 환자에게 예전에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녹음한 음성을 토대로 원래 목소리를 복원해줬다는 것이다. 이 환자는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를 자신의 목소리로 읽히게 할 수 있다.● ‘오용 우려’ 대규모 배포 일정은 미정문제는 음성 복제가 딥페이크와 같은 부작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목소리로 11월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둔 주민들에게 무작위 전화가 걸려 오는 사건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가짜 바이든’은 주민들에게 “예비선거에 투표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통신위(FCC)는 AI발 ‘로보콜’ 자체를 금지했다.영상과 결합해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 투자 권유 사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선 배우 톰 행크스가 그를 사칭하는 광고에 이용됐고, 배우 엠마 왓슨은 혐오 메시지 선동에 동원됐다. 국내에서도 배우, 가수를 비롯한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확산돼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오픈AI도 이러한 혼란을 우려해 보이스엔진 기술의 대규모 배포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11월 미 대선 등) 선거가 있는 해에 사람 목소리를 닮은 AI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시민 사회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해 그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워터마크 기술을 활용해 AI와 실제 사람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1999년)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幾寅)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이 운영을 종료했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의 설정이 20년 세월을 지나 결국 현실이 됐다.지난달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쿠토라역을 지나는 JR네무로선은 31일을 끝으로 117년 동안 이어졌던 운행을 멈춘다. 1907년에 개통한 이 구간은 하루 이용자가 수십 명으로 줄어들며 적자가 심각했다. 앞으로 철도 운행 대신 버스가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이쿠토라역도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작품 속 이름이던 ‘호로마이역’으로 문패를 바꾸고 계속 방문객을 맞는다. 해당 역은 촬영 당시 세트장 등을 지금도 보존해 영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인 미나미후라노시는 “철도회사 JR홋카이도로부터 역을 양도받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소설이 원작인 영화 철도원은 시골역에서 우직하게 역장으로 봉직한 사토 오토마쓰의 삶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오토마쓰를 연기한 다카쿠라 겐은 일본의 국민배우로 등극했으며, 당대 청춘스타였던 히로스에 료코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 세상을 떠난 다카쿠라는 영화 촬영을 도와준 지역 주민들과 말년까지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던 것으로 유명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전쟁(Chip War)’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ASML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인프라를 개선하고 법인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네덜란드는 이날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이른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ASML이 법상, 회계상,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유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5억 달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이 본사를 해외로 옮길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네덜란드 “ASML, 경제의 메시” 감세 추진 네덜란드, ‘베토벤 작전’ 본격 가동중앙-지방정부 함께 3.6조 마련본사 주변 주택-교통 인프라 등 개선ASML 해외이전 막기위해 총력 “ASML은 네덜란드 경제의 ‘메시’다.” 미키 아드리안선스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장관은 28일(현지 시간) ANP통신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이 네덜란드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맞먹으며, 이런 중요한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일 베토벤 작전을 예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 반도체 지원 속도전에 나섰다. 25억 유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ASML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도 함께 조달한다고 소개했다. 국가 대표 기업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원팀’으로 총력을 쏟겠다는 취지다. 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818억 달러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이은 유럽 3위다. 에인트호번 일대에는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자리했다. 또 ASML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다. 에인트호번 일대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이 돈을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고속도로, 철도 등을 새로 짓고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에인트호번 공대에도 투자한다. 그간 ASML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위한 법안 또한 이미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앞서 2018년 정부가 배당세를 강화하자 정유기업 셸,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등이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 또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우파 성향이 강화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현지 기업가 설문에서는 ‘네덜란드를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답이 44%였다. 1년 전 28%보다 16%포인트 늘었다. ‘네덜란드를 떠날 것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ASML은 네덜란드 경제의 ‘메시’다.”미키 아드리안선스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장관은 28일(현지 시간) ANP통신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이 네덜란드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맞먹으며, 이런 중요한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일 베토벤 작전을 예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 반도체 지원 속도전에 나섰다. 25억 유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ASML 본사가 있는 아인트호벤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도 함께 조달한다고 소개했다. 국가 대표 기업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원팀’으로 총력을 쏟겠다는 취지다.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818억 달러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이은 유럽 3위다.에인트호번 일대에는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자리했다. 또 ASML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다. 에인트호번 일대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다.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이 돈을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고속도로와 철도를 새로 건설하고,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에인트호벤 공대에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ASML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는 조만간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2018년 정부가 배당세를 강화하자 정유기업 셸,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등이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 또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우파 성향이 강화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현지 기업가 설문에서는 ‘네덜란드를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답이 44%였다. 1년 전 28%보다 16%포인늘었다. ‘네덜란드를 떠날 것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0년부터 14년째 장기 집권 중인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여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다. 최측근 로간 언털 총리실 내각 장관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 폭로’를 계기로 장기집권 과정에서 축적된 시민들의 분노가 터지며 “총리 사퇴”를 외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오르반 총리는 집권 내내 반(反)난민, 반이슬람 노선 등 노골적인 극우 성향을 보이며 반대파를 탄압해 논란을 불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6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시민 수천 명이 운집했다.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의회로 행진하며 “오르반 총리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횃불을 손에 쥐고 참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법조인 출신의 외교관이자 여권 내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머저르 페테르(43)가 오르반 정권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며 정계를 뒤흔든 데서 비롯됐다. 이날 머저르는 전 부인이자 오르반 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버르저 유디트 전 법무부 장관과 결혼 상태였던 지난해 1월 나눈 2분짜리 음성 파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버르저는 로간 장관이 집권 피데스당 유력 인사의 비리 수사를 두고 검찰에 증거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있음을 언급했다. 머저르는 이 음성 파일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하며 “오르반 정권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 증거 인멸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그들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오르반 총리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스캔들”이라고 평가했다. 머저르와 버르저 전 장관은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녀 정계의 파워 커플로 불렸다. 대중매체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지난해 3월 17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연 끝냈다. 머저르는 이혼 후 본격적으로 반(反)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하며 지지 기반을 넓혀 왔다. 15일에는 피데스당을 대체할 새로운 보수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오르반 총리의 반대파나 26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르반 정권의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머저르가 장기 집권을 청산하는 데 기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다만 의회 199석 중 피데스당(116석) 등 여권이 총 135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르반 총리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1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르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장을 통해 최소 35억 달러(약 4조6900억 원)를 벌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이자 트럼프 캠프보다 모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트루스소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상장을 목표로 이미 NYSE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DWAC는 TMTG 인수안을 주주 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상장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없다. 미 금융당국이 최대주주는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요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르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장을 통해 최소 35억 달러(약 4조6900억 원)를 벌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이자 트럼프 캠프보다 모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트루스소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상장을 목표로 이미 NYSE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DWAC는 TMTG를 인수안을 주주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종목 코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딴 ‘DJT’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상장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없다. 미 금융당국이 최대 주주는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가 상장 후 해당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요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탁금 납부 기한인 25일을 넘기면 검찰이 부동산 등 그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네 살인 제 딸이 커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 오른 아동소설 ‘기프티드 클랜(The Gifted Clans)’ 시리즈를 쓴 한국계 뉴질랜드 소설가 그레이시 김(38·김성은)이 최근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초청으로 양국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8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김 작가는 “한국 문화는 이야깃거리가 정말 풍부해 가져다 쓸 소재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세 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간 그는 2019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했다. 대표작 ‘기프티드 클랜’ 3부작(2021∼2023년)은 미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국계 청소년 마법사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담았다. 2010년대생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NYT 어린이도서 부문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김 작가는 “도깨비와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할머니가 자주 들려주셨다”며 “내 역할은 나만의 고유한 감각을 덧대 미래 세대에게 이야기의 바통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프티드 클랜엔 재치 있게 변주한 한국 소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마법 능력이 없는 주인공을 지칭하는 표현은 ‘사람(saram)’이며, 아이들은 미국의 대표적 한국 마켓체인인 ‘H마트’ 치킨 코너를 통해 마법사원으로 들어간다. ‘귀신(gwisin)’ 전용 모바일 메신저로 돌아가신 할머니와 대화하는가 하면,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치유 능력을 지닌 ‘곰 종족’의 수호신으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뜻하지 않은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뉴질랜드 외교관으로 약 10년 동안 중국과 대만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베이징에서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뒤 몇 개월 동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하며 “어른이 된 뒤 잊고 지냈던 호기심과 마법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에서 보듯 최근 영미권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불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민)’ 콘텐츠 열풍에 대해선 “디아스포라를 직접 경험하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인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는 보편적 감정이라 울림이 큰 것 같다”고 짚었다. 김 작가는 “기프티드 클랜 역시 가족에게 인정받고 마법 세계에 소속되려는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뤘다”며 “이민자 서사의 물결이 풍부해진 덕분에 즐거움과 마법에 대해 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부 ‘The Last Fallen Star’(2021년)는 내년 한국어로 번역돼 국내 출간된다. 2, 3부 ‘The Last Fallen Moon’(2022년), ‘The Last Fallen Realm’(2023년)도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이 든 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빈자의 대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88)이 첫 회고록을 출간한다. 교황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의 세계가 밟아온 길을 짚어 봤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AP통신 등은 1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 ‘인생: 역사를 통해 본 나의 이야기’(사진)가 19일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회고록은 교황이 이탈리아인 기자와 여러 차례 진행한 대담을 엮어 펴낸 것이다. 교황이 어린 시절 경험부터 전쟁과 독재 등 역사적 사건들이 준 영향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교황은 회고록에서 신학생 시절에 우연히 만난 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삼촌 결혼식에서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머리가 핑 돌았다”며 “일주일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기도도 잘 못했지만 다행히 (감정이) 지나갔다”고 떠올렸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가정을 꾸린 부모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던 모습이 자신에게 큰 인상을 남긴 사실도 전했다. 축구를 좋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와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바티칸에서 마라도나를 만난 교황은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로 넣은 결승골로 평생 ‘신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교황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꼽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도 깊이 있게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와 일본 원폭 투하,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독재, 9·11테러 등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이 삶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혐오와 증오를 뿌리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했다. 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나는 최악의 모욕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바티칸은 유럽에 남은 마지막 절대왕정 같다. 교회 내 권모술수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보수파의 반발에도 동성 연인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2013년 77세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며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고 답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이 든 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빈자의 대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88)이 첫 회고록을 출간한다. 교황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의 세계가 밟아온 길을 짚어 봤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AP통신 등은 1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 ‘인생: 역사를 통해 본 나의 이야기’(사진)가 19일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회고록은 교황이 이탈리아인 기자와 여러 차례 진행한 대담을 엮어 펴낸 것이다. 교황이 어린 시절 경험부터 전쟁과 독재 등 역사적 사건들이 준 영향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교황은 회고록에서 신학생 시절에 우연히 만난 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삼촌 결혼식에서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머리가 핑 돌았다”며 “일주일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기도도 잘 못했지만 다행히 (감정이) 지나갔다”고 떠올렸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가정을 꾸린 부모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던 모습이 자신에게 큰 인상을 남긴 사실도 전했다.축구를 좋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와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바티칸에서 마라도나를 만난 교황은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로 넣은 결승골로 평생 ‘신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교황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꼽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도 깊이 있게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와 일본 원폭 투하,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독재, 9·11테러 등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이 삶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혐오와 증오를 뿌리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했다.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나는 최악의 모욕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바티칸은 유럽에 남은 마지막 절대왕정 같다. 교회 내 권모술수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보수파의 반발에도 동성 연인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2013년 77세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며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고 답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하원이 13일(현지 시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절반인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려면 상원 의회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연방의회 차원에서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을 퇴출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미 정치권은 그간 미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경계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로 본격화한 양국 간 기술 냉전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개인정보 수집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 퇴출은 11월 미 대선의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트럼프 반대에도 하원 통과 ‘일사천리’ 미 하원은 이날 ‘외국의 적(適)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5일 발의에서 이날 하원 통과까지 단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다. 사실상 지분 강제 매각과 시장 퇴출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법은 공화당 소속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 20여 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표결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 반대를 선언했지만 친(親)트럼프 강경파까지 대거 틱톡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백악관은 즉각 환영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의 개인정보와 광범위한 국가안보가 위협에 처해 있다”며 상원 통과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우량기업을 마구잡이로 탄압할 수 있다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라며 “남의 좋은 물건을 보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강도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싱가포르계인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이 금지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영세 사업자들의 주머니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에게 당신들의 의견을 전해 달라”고 젊은층에 여론전을 폈다. 지난해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 30세 미만 성인(18∼29세)의 3분의 1이 “주로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한 ‘틱톡 퇴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틱톡 금지법의 하원 통과 자체로 미중 기술 경쟁의 상징이 된 ‘틱톡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초 틱톡 규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중인 2020년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한 매각 협상을 추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현재 틱톡에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틱톡 규제를 천명했지만 지난달 11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이 열렸을 때 젊은층 표심을 노리고 틱톡에 선거 홍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난 때문에 틱톡 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매체는 그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인 제프 야스 SIG 공동대표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야스로부터 대선 자금을 얻으려고 연일 틱톡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밀 대화 기능과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한 메신저 텔레그램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최근 전 세계 이용자(MAU·한 달에 한 번은 서비스를 쓴 이용자) 9억 명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현재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40·사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로프는 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나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IPO로 조달한 돈을 ‘회사의 독립성 유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성을 지키려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2년 전 광고와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고 같은 맥락에서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혹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로프 CEO는 상장 장소와 시기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텔레그램은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출시됐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벗어난 것이다.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와츠앱,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어 네 번째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밀 대화 기능과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한 메신저 텔레그램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최근 전 세계 이용자(MAU·한 달에 한 번은 서비스를 쓴 이용자) 9억 명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현재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40)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두로프는 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나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IPO로 조달한 돈을 ‘회사의 독립성 유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성을 지키려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2년 전 광고와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고 같은 맥락에서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혹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로프 CEO는 상장 장소와 시기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텔레그램은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출시됐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벗어난 것이다.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와츠앱,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어 네 번째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한 프랑스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존엄사할 수 있는 ‘조력 사망(Aid in dying)권’ 입법도 추진한다. 다만 가톨릭 영향력이 큰 프랑스로선 종교계 반대에 부딪히면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10일 일간 라크루아와 리베라시옹 공동 인터뷰에서 “5월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수명 만료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진단부터 죽음까지 동행할 것”이라며 “말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에 전폭 투자해 인간성과 형제애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현재 한국처럼 말기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은 허용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이 극심한 성인 환자일 경우 존엄사를 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스스로 판단해 조력 사망을 요청해야 하며, 알츠하이머(치매)나 정신질환 환자 등은 제외된다. 그 대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심사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숙려 기간 2일을 가진 뒤 의료기관이 15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존엄사가 허락된 환자는 집이나 병원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세상과 작별할 수 있다. 조력 사망과 더불어 통증 치료나 호스피스 제도 강화 등 완화 의료에도 집중 투자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말 ‘완화의료 10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관련 분야에 투입하는 정부 지원을 연간 16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에서 10년 안에 26억 유로로 늘릴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돕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권리나 자유의 창출이라기보단 ‘죽음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