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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전쟁이 발발한 7일 납치했던 민간인 인질의 영상을 16일(현지 시간) 처음 공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상 작전은) 우리를 겁주지 않으며 우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프랑스계 이스라엘 여성 미아 솀 씨(21)가 상처 입은 팔 등을 치료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약 1분짜리 영상에서 “3시간 동안 수술을 거쳤다. 하마스는 약을 제공하며 나를 돌보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인질은) 우리 손님들”이라며 “가자지구에 인질 200∼250명이 있다. 현지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진입하면 이들 인질을 ‘인간 방패’로 쓸 것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인질을 잘 대우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질 석방 협상도 진행되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협상은 미국과 카타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통해 카타르에 협상안을 제시하고, 이를 카타르가 하마스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하마스는 카타르를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과 접촉하려 하지 않고 있지만,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이에 더타임스는 “카타르와 이스라엘의 관계 부족으로 인질 협상이 위험하게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공군(IAF)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하마스 수뇌부인 오사마 마지니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하마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 위원회’ 수장이며 이번에 납치한 인질을 관리하는 임무 등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6000명의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전보다 하마스 전투원을 정밀 공격하는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문을 어떤 식으로든 지상전 작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인질 방패’ 전략을 동원한 시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밀 타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블록별 순차 진압 전투 될 것”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 기갑무기를 동원한 포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의 ‘블록 대 블록’ 단위의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포격으로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은 민간인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건물과 지하시설에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려면 우선 보병을 이용해야 한다”며 “군인 대 군인,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병들이 소규모 전투를 이어가며 건물과 거리 한 곳 한 곳을 점령해 가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이스라엘의 특수부대가 정밀 공격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꺼번에 하마스 대원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져 지상전 초기에는 공격 대상을 수뇌부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동쪽을 공격해 먼저 수중에 넣음으로써 하마스 대원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작전을 병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DF가 이 같은 전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가자지구 공격에 여러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극도로 높은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 구분이 어렵고, 하마스가 지하에 파둔 거미줄처럼 촘촘한 땅굴도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高밀집-땅굴-민간인’ 3중고 이스라엘의 정밀 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의 모든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매켄지 퇴역장군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하마스는 땅굴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공격하는지 이스라엘군이 식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 부스처럼 좁고 근접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가 땅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조직원과 무기를 수송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뜨리고 병사를 납치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보병들이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FP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설치한) 지뢰, 드론 등이 있는 ‘킬 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을 치른 부대원을 안전지대로 빼내는 과정에서도 남아 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가자지구에 아직 인질을 비롯한 민간인이 대거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주민 약 110만 명을 향해 사흘 연속 대피 통보를 했지만 탈출로 정체가 극심하고 피란을 포기한 주민도 상당수다. FP는 “하마스도 이슬람국가(IS)처럼 여성과 어린이를 인간 방패로 삼고 이들 사이로 숨어드는 전술을 펼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65·사진)가 박테리아 감염 치료를 받은 후 4개월 만에 월드 투어로 돌아왔다. 15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돈나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월드 투어 ‘셀리브레이션’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마돈나는 “(중환자실에 있던) 5일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나도 의료진도 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첫 공연은 2만 석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에는 여섯 자녀 가운데 딸 로데스 리언(27)과 머시 제임스(17)가 함께했고, 쌍둥이 딸 스텔라와 에스터(11)도 무대에 올랐다. 마돈나는 ‘홀리데이’ ‘보그’ ‘버닝 업’을 비롯한 히트곡을 부르며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셀리브레이션은 마돈나의 12번째 월드 투어로 미국 뉴욕에서 빈털터리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여정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돈나가 춤추며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역경을 이겨낸 듯 관중이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는 당초 올 7월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마돈나가 6월 뉴욕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연기됐다. 면역력 저하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뒤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마돈나가 어떤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전보다 하마스 전투원을 정밀공격하는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문을 어떤 식으로든 지상전 작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인질 방패’ 전략을 동원한 시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밀타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블록 대 블록 단위 전투될 것”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 기갑무기를 동원한 포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의 ‘블록 대 블록’ 단위의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포격으로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은 민간인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건물과 지하시설에 광범위하게 뻗어있는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려면 우선 보병을 이용해야 한다”며 “군인 대 군인,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병들이 소규모 전투를 이어가며 건물과 거리 한 곳 한 곳을 점령해가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멀로이 전 차관보는 “이스라엘의 특수부대가 정밀공격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꺼번에 하마스 대원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설정할 경우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져 지상전 초기에는 공격 대상을 수뇌부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멀로이 전 부차관보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동쪽을 공격해 먼저 수중에 넣음으로써 하마스 대원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작전을 병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IDF가 이 같은 전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가자지구 공격에 여러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극도로 높은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 구분이 어렵고, 하마스가 지하에 파둔 거미줄처럼 촘촘한 땅굴도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高밀집-땅굴-민간인’ 3중고이스라엘의 정밀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의 모든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맥켄지 퇴역장군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하마스는 땅굴 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공격하는지 이스라엘군이 식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 부스처럼 좁고 근접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가 땅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조직원과 무기를 수송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트리고 병사를 납치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보병들이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FP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설치한) 지뢰, 드론 등이 있는 ‘킬 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을 치른 부대원을 안전지대로 빼내는 과정에서도 남아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가자지구에 아직 인질을 비롯한 민간인이 대거 남아있는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주민 약 110만 명을 향해 사흘 연속 대피 통보를 했지만 탈출로 정체가 극심하고 피란을 포기한 주민도 상당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P)는 “하마스도 이슬람국가(IS)처럼 여성과 어린이를 인간 방패로 삼고 이들 사이로 숨어드는 전술을 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65)가 박테리아 감염 치료를 받은 후 4개월 만에 월드 투어로 돌아왔다.15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돈나는 전날 영국 런던에서 월드 투어 ‘셀레브레이션’ 첫 공연 막이 올랐다. 2만 석 전석이 매진된 이날 마돈나는 “(중환자실에 있던) 5일 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나도 의료진도 내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여섯 자녀 가운데 딸 루데스 레온(27)과 머시 제임스(17)가 함께했고 딸 쌍둥이 스텔라와 에스더(11)도 무대에 올랐다. 마돈나는 ‘홀리데이’ ‘보그’ ‘버닝 업’을 비롯한 히트곡을 부르며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셀레브레이션은 마돈나의 12번째 월드 투어로 미국 뉴욕에서 빈털터리로 시작해 팝스타가 된 여정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돈나가 춤추며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역경을 이겨낸 듯 관중이 환호했다”고 전했다.이번 투어는 당초 올 7월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마돈나가 6월 뉴욕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연기됐다. 면역력 저하로 박테리아에 감염된 뒤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마돈나가 어떤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사법부 무력화를 꾀하는 사법조정안 같은 극우 정책을 밀어붙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방국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정치적 위기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침공은 구명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탄 삭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중동정책센터장은 7일(현지 시간) “(이번 위기로 당분간) 네타냐후 총리는 원하는 것을 뭐든지 할 수 있는 정치적 보호막을 얻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올 8월 사법조정안을 강행 처리하자 이스라엘 예비군 수만 명은 복무 거부 서명에 참여했고 야당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 전면 침공으로 반정부 시위대 측은 7일 시위 중단을 발표하며 “피해 지역 주민과 이스라엘군, 보안당국 구호에 온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 야당 대표들도 이스라엘군 지지 성명을 내 “테러리즘을 직면하며 우리는 단결한다. 이 같은 시기에는 반대도 연합도 없다”고 밝혔다. 예비군들도 소집 요청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부의 적’ 네타냐후 대신 외부의 적(敵)에 맞서기 위해 국민이 결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극우 세력과 손잡아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대,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방문 강행 등 극우 정책을 이어갔다. 전통적 우방 미국은 크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9개월이 넘도록 백악관 초청도 받지 못하다 지난달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겨우 면담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는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셋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티븐 쿡 미국외교협회(CFR) 고문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지도자인 에스마일 카니 장군이 올들어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꾸준히 만나 왔다. 이번 공격이 그 결과일 수 있다”며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감행한 전방위 공격을 두고 미국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이란과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까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마스 ‘중동 데탕트’에 반발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날 이스라엘 공격 이후 TV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항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객체(이스라엘)는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랍권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아랍 국가들에 무장 공격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지속적으로 이슬람권을 자극하며 적개심을 키운 것도 이번 사태의 요인 중 하나다. 극우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올 들어 3차례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끄사 모스크에 공개 방문했다. 또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지속했다. 하니예는 이번 공격에 대해 “알아끄사 모스크를 지키기 위한 영웅적 싸움”이라고 했다.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8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셰바농장 지대에 박격포 공격을 했다. 셰바농장 지대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곳으로 이스라엘은 1978년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뒤 2000년 철수한 뒤에도 이곳만큼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 서방 vs 아랍 간 갈등 비화 조짐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에선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비판해온 이란의 배후 지원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선임국장을 지낸 자베드 알리 미시간대 교수는 “이란과 하마스의 오랜 관계, 공격 자금과 무기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잇따라 이스라엘 지지에 나섰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이슬람 혁명수비대 장군은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란을 향해 “가자지구에 어떠한 방식의 개입도 미-이란 간 향후 협상을 위태롭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ABC 방송은 전했다.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 튀르키예, 카타르, 요르단 외무장관들과 연쇄 통화에 나섰지만 이들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에 동참하면서 서방과 이슬람 국가들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 간 3자 협상을 탈선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Pu) 추출 작업을 한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이번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최대 6개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그간 북한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은 2, 3개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6개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무기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이 있다”며 “탄두당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적게 하고 플루토늄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지시해온 바 있다. 북한이 지난달 하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을 멈춘 정황은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배경은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7일로 98일 남은 대만 총통 선거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 비해 면적은 36%, 인구는 44%에 지나지 않는 작은 국가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세계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미국에서 볼 때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측면에서는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을 1차 저지하는 교두보이며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측면에서는 글로벌 첨단 기술(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는 핵심 고리다. 반대로 중국에 대만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손안에 넣어야 할 보석이다. 2000년 이래 대만 정권은 친중(親中) 성향 국민당과 반중(反中) 성향 민진당이 양분해 왔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에 나서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냉각 상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하며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군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3연임이 끝나는 2027년 이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가설이 속속 제기됐다.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돼 내년 총통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 균형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은 각각 내년 대선과 경제 회복이라는 국내 과제가 시급해 대만해협 긴장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만 유권자들은 대(對)중국 안보 균형을 지속하면서 경제 발전을 누리는 현재 상태 유지를 원한다. 주요 정당 총통 후보들은 자신이 ‘현상 유지 적임자’라며 유권자 마음을 노리고 있다.● 최대 현안은 야권 후보 단일화내년 1월 13일 승부를 가릴 총통 선거는 7일 현재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64·부총통)와 제1야당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侯友宜·66·신베이 시장), 제2야당 민중당 후보 커원저(柯文哲·64·당 대표)의 3파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1강(强) 2중(中)’ 양상이다. 대만 매체 마이포모사의 지난달 20∼2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 1위는 37.3%로 30%대를 굳건히 지키는 민진당 라이 후보다. 2위는 19.7%의 국민당 허우 후보로 올 5월 10%대로 추락한 이후 20% 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중당 커 후보는 16.9%로 3위에 올랐다.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대만 언론은 이달 중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 두 번째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커 후보는 5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대만인 단체를 만난 자리에서 “대만에 이익이 되는 한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허우 후보와의 단일화 의향을 거듭 내비쳤다. 이날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도 “단결된 마음으로 일치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 간 단일화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단일화 방식, 단일화 이후 양당 통합 여부, 당선 이후 정부 구성 방안 등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세(黨勢)로 볼 때 허우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원내 의석 수로 볼 때 국민당은 38석인 반면 2019년 창당한 신생 정당 민중당은 5석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허우 후보로 단일화하고 커 후보가 러닝메이트(부총통 후보)가 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의 일대일 대결이 성사될 경우 지지율 격차는 많이 좁혀진다. 마이포모사 여론조사 결과 라이 후보 43.4%, 허우 후보 41.8%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 총통 계승자’ 라이칭더 “중국과 적(敵)이 되고 싶지 않다.” 라이 후보는 올 8월 미국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등한 방식인 한 우리 문은 열려 있다. 평화와 번영을 발전시키고자 중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만 독립보다는 양안 관계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민진당 온건파로 분류되는 차이잉원 총통 기조 그대로다. 라이 후보는 자신과 차이 총통의 관계를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에 비교하면서 자신이 차이 총통의 계승자라고 호소한다. 라이 후보는 당 안팎에서 ‘독립 분자’라고 공격당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강경파 출신으로 2017년까지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대만 유권자 여론이 양안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는 데다 국민당과 중국이 “라이칭더가 총통이 되면 대만해협 긴장 수위가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험 인물’로 몰아가자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이 후보는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국가”라며 “별도로 독립을 선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1959년 신베이(新北)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라이 후보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의대를 졸업해 의사로 일하다 1994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민진당 세력 기반인 타이난(臺南)에서 시의원으로 3선을 한 뒤 2010∼2017년 타이난 시장을 지냈다. 2019년 민진당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 총통에게 패배한 후 러닝메이트가 돼 2020년 부총통이 됐다.● 중국과 인연 없는 허우유이 허우 후보는 국민당 색채가 옅은 인물로 꼽힌다. 국민당 후보 경선에서 그에게 패한 궈타이밍(郭臺銘·73) 폭스콘 창업자가 중국 남부 최대 도시 선전(深圳)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친중파인 반면 허우 후보는 중국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국민당이 유권자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그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1957년 태어난 허우 후보는 한국 경찰대와 비슷한 중앙경찰대를 졸업하고 2006년 최연소 경찰국장(한국의 경찰청장)에 임명되는 등 2008년까지 경찰로 일했다. 2010년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8년 신베이 시장에 당선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허우 후보는 지난달 13∼22일 미국을 방문했다. 시장 이력 외에 이렇다 할 정계 경험이 없는 그는 특히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의 싱크탱크와 대만인 단체들을 연이어 만나 자신의 외교안보관을 설명한 것이다. 국민당 총통 후보가 이처럼 오래 미국에 체류하는 일이 이례적이지는 않다. 안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대만이다 보니 유권자도 미국이 인정하는 혹은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총통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허우 후보는 방미 기간 미국과의 경제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FA) 기고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우호적인 법안을 만든 것에 감사하다”며 “미국의 프렌드쇼어링(동맹국 공급망 연대)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우방국에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관련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해 온 국민당에 대해 대만 안팎에서 나오는 ‘중국 밀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중 관계도 실용적으로” 커원저 대만의 미중 관계에 대해 실용성을 강조하는 커 후보는 민진당과 국민당 대안으로 젊은 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유권자와 길거리에 앉아 대화하는 소탈한 모습도 자주 보여 준다. 올 4월 3주간 미국을 방문한 커 후보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민중당은 전통적 이념에는 관심이 없다. 대만인을 위해 실용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정책을 펴겠다”면서 대외 정책 기조로 ‘역동적 균형’을 제시했다. 미중 사이에서 입장을 정해 두지 않고 현안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겠다는 것이다. 라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사(외과) 출신인 커 후보는 2014년 타이베이(臺北) 시장 선거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19년에 자신이 창당한 민중당이 이듬해 총선에서 5석을 차지하며 제2야당으로 올라섰다. 그는 총통 후보 중 유일하게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와 만나 “대만 국방력 강화를 원한다. 미국이 대만의 역내 경제협력체 가입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국에 마냥 밀착하겠다는 것만은 아니다. 미중 반도체 공급망 갈등이 격화된 이후 세계 최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가 미국과 일본에 공장 건설을 발표하자 그는 “(공장) 부지 선정 기준은 정치가 아닌 시장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3명 중 1명 “영원히 현상 유지”대만 유권자 사이에서는 ‘불통불독(不統不獨)’ 정서가 퍼져 있다. 독립도 통일도 아닌 현재 대만해협 긴장 수준을 감수하며 중국과 경제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이다. 대만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소가 1994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독립 대 통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빠른 통일을 원하는 국민은 2003년 이후 1%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국민도 2007년 7.8%를 정점으로 하락해 올 6월 조사에서는 4.5%에 불과했다. 반면 ‘영원히 현 상태 유지를 원한다’는 32.1%로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대만의 불명확한 처지를 수용하는 국민이 늘면서 기존 총통 선거 주요 쟁점이던 ‘독립 대 통일’이라는 이념 대결 구도는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유권자의 정체성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국립정치대 선거연구소의 정체성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1992년 25.5%에서 지난해 2.5%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대만인 정체성만 지녔다고 답한 국민은 같은 기간 17.6%에서 63.3%로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유권자 여론 변화에 국민당도 그동안 지지하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를 거부한다고 2020년 밝혔다. 중국 정부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가혹하게 진압한 이후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한 일국양제가 사실상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만에서 반중(反中) 여론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국양제 방식 통일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여론 변화를 반영하듯 세 총통 후보의 주요 대외 관계 현안에 대한 입장차는 크지 않다. 세 후보 모두 국방력 강화에 동의하고 중국군의 대만해협 훈련에 반대하며 일국양제에 반대한다. 허우 후보도 “대만 독립과 일국양제, 둘 다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미 관계에 대해서도 세 후보 모두 안보 및 경제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세 후보는 1992년 국민당 정부가 중국과 합의한 ‘92공식(共識)’에 대해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92공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대만(중화민국)과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중 어느 쪽이 중국을 대표하는지는 각자 편의대로 해석하기로 한 합의다. 라이 후보는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허우 후보는 “대만 헌법에 부합하는 92공식은 수용한다”고 말했다. 커 후보는 “내용이 표현보다 중요하다. 명사에 집착할 필요 없다”며 중국과의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미 싱크탱크 CNA는 “이번 대만 선거는 정치권 의제가 정체성과 양안 관계를 둘러싼 이분법적 분열에서 경제, 사회 같은 국내 이슈로 옮겨 가는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中, 물리적 압박 대신 경제적 유인책”중국은 경제 분야 ‘당근과 채찍’을 잇달아 구사하며 국민당 우호 여론 조성과 반(反)민진당 정서를 부추기는 전략으로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대만과 마주한 푸젠(福建)성에 ‘양안 융합발전 시범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시범구에서는 대만 신분증만으로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택 구입도 장려해 사실상 푸젠과 대만을 같은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올 8월에는 검역 과정에서 유해 생물이 검출됐다며 대만산 망고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민진당 지지 기반인 대만 남부 농업지대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권위주의 정권이 막대한 재정 동원 등으로 압박해 해외 여론을 조작하는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으로 분석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반중 정서가 퍼지며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며 “중국은 이번에는 군사 압박 강화 같은 물리적 영향력 대신 샤프 파워를 구사해 대만인을 유인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Pu) 추출 작업을 한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이번에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최대 6개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5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그간 북한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은 2, 3개였지만 (이번에는) 최대 6개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무기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핵탄두 소형화와 관련이 있다”며 “탄두 당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적게 하고 플루토늄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지시해온 바 있다.북한이 지난달 하순경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을 멈춘 정황은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배경은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무기에 사용될 고순도의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원자로 활동을 일시 중지한 후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약 2년 2개월간 가동한 이 원자로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12∼16kg이라고 보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미 상원 대표단은 다음 주 한중일 3국을 찾는다. 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달 말 왕 부장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기 위해 미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및 동아시아 외교 당국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FP는 “왕 부장의 방미가 공식 확정된다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정상회담 의제를 마무리 짓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집권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 상원 대표단은 다음 주 한중일 3국을 방문한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미 상원 대표단의 방중을 환영한다”며 “양국 입법기구 간 대화와 교류를 촉진해 중-미 관계에 긍정적 요소를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베이징에서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등을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슈머 원내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고강도 대응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한 측근은 “대표단이 중국의 불공정한 기업 활동 및 통상 관행 등을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중국의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이 고위급 소통을 통해 갈등 관리에 나섰지만 미 의회와 정부는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날 미 상원 마샤 블랙번 의원(공화당)과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민주당)은 틱톡 미 지사에 서한을 보내 중국 모회사 바이트댄스 근무 경력이 있는 직원 수 및 직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 초부터 바이트댄스 베이징 본사 등의 간부 여러 명이 미국 틱톡으로 발령 났다”고 보도하자 의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유통과 관련된 중국 기업 13곳과 개인 12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전 세계에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8원 오른 1349.3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1356.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21일(1356.6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가 커진 것도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고금리 전망이 퍼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한때 4.56%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6.21로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며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킹달러에 韓 수입물가 상승… 침체 장기화 우려 환율 장중 1356원 연고점달러 강세 유로-엔화 환율도 출렁美 금리인상땐 연말까지 이어질듯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연일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이런 환율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장중 연고점인 1356원까지 상승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달러화 대비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유로화, 엔화 같은 주요 통화와 달러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 시간)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유로화도 1.0567달러로 올 3월 16일 이후 가치가 가장 낮았고, 달러-엔 환율도 달러당 150엔 선에 가까워져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굳어져 연준이 금리를 2회 이상 올려야 할 확률이 4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가 7%를 기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전문가들은 올해 말 미국이 금리 추가 인상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이른바 ‘킹달러’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이 계속 상승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는 등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우려도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의회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 처리와 임시 예산 편성에 모두 실패해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셧다운은 미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선 강달러 현상이 10월 이후엔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로 인해 경제지표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이 1400원 이상 환율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9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대형 크루즈선 선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고로 한국인 탑승객 26명이 숨졌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지방법원은 이날 ‘수상교통 위험 초래에 대한 과실 및 조력 불이행’ 혐의로 기소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 카플린스키(68)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다. 2019년 5월 29일 오후 9시 5분경 다뉴브강에서 바이킹 시긴호를 몰던 카플린스키는 앞에 가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다 이 배 좌측 측면을 들이받았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는 밀려가다 7초 만에 전복돼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유람선에 탑승한 한국인 관광객 및 관광가이드 33명 중 26명과 헝가리인 선장 및 승무원 2명이 숨졌다. 헝가리 검찰은 카플린스키가 사고를 유발했다고 봤다. 또 사고 직전 안전거리 유지에 실패했으며 추월할 때 반드시 해야 할 무전교신도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플린스키는 사고 후 구조에도 나서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헝가리 민간 유람선 연합체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호는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뒤 후진해서 20초 정도 멈춰있다가 사고 현장을 떠났다. 우크라이나 출신 카플린스키는 26일 최후 진술에서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끔찍한 비극의 기억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고 잠도 잘 수 없었다. 제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일”이라며 희생자들에게 사과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2위 자동차 기업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기술을 제휴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회 논란 속에 미 미시간주에 짓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미 의회의 합작 계약 조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그리고 전기차 부문 실적 부진 등이 겹친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짓고 있는) 미시간주 마셜 배터리 공장을 경쟁력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건설을 중단하고 관련 지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건설 중단이)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건설 재개 가능성을 열어 뒀다. CATL과의 합작 사업에 대한 미 정치권 공방과 UAW 파업이 건설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포드 측은 “다방면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미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앞서 포드는 올 2월 중국 CATL과 제휴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기술을 제공받아 2026년부터 가동할 마셜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장 건설에 35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투자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합작 생산 방식이 중국산(産)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IRA를 우회해 보조금을 받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와 세입위원회는 7월 포드에 계약서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파업 중인 UAW를 압박하기 위해 마셜 공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UAW가 무(無)노조로 운영되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에 대해서도 기존 자동차 기업 수준 임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포드의 미시간주 웨인 공장은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5일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공장을 폐쇄해 가며 우리를 압박한다. 부끄럽고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포드의 전기차 실적도 부진하다. 7월 포드는 올해 전기차 부문 손실액이 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포드는 연간 전기차 60만 대 생산 시한을 올 연말에서 내년까지로 연장하고,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 대 생산 목표는 폐기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 5월 미국 합참의장 후보로 지명된 찰스 브라운 전 미 공군 참모총장(61·사진)이 20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1989∼1993년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에 이은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포함해 ‘미군 투 톱’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모두 흑인인 것도 처음이다. 브라운 총장은 마크 밀리 현 의장이 다음 달 중 퇴임하면 그 자리를 잇는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브라운 총장은 인도태평양 전문가이며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8∼2020년 태평양 공군사령관을 지냈고 한국에서는 전북 군산에서만 두 차례에 걸쳐 총 2년 6개월 근무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역내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1962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태어났다. 1984년 텍사스공과대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임관했다. 조부와 부친도 미군에 복무한 3대 병역 명문가다.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을 때 자신 또한 흑인 전투기 조종사로 차별을 겪었다는 경험담을 밝혔다. 인준에 4개월이 걸린 것은 야당 공화당 소속으로 보수 성향의 토미 터버빌 상원의원이 “국방부가 다른 주(州)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장병을 지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군 간부의 ‘일괄 인준’ 전통에 어깃장을 놨기 때문이다. 이에 새 보직에 부임하지 못한 미군 장성이 300명을 넘겼고 안보 공백이 강화됐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결국 상원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핵심 보직 지명자의 인준은 개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응책을 짜내고 있다. 끝없는 유가 상승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다른 물가 상승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12월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조만간 통과시킬 방침이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보조금 철폐’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은 이달 종료될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했다.● 佛, 60년 만의 법 완화로 ‘착한 기름’ 유도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 유통업체들이 약 6개월간 휘발유나 경유를 매입가보다 싸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7일 각료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법안은 12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1963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유통업체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해 왔는데 약 60년 만에 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주유소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기름’을 팔게끔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앵테르마르셰, 시스템 U, E.르클레르 등 대형마트들은 이미 올여름부터 마트 내 주유소에서 유류를 원가 수준에 판매해 ‘착한 기름’을 찾는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뒀고, 오히려 휘발유나 경유가 마트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정부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주유소들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이 재정 부담을 감수하며 고수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는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휘발유나 경유 판매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고 요구하지만 정부의 거부 방침은 확고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수 감소로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류세를 인하했다가 향후 유가 진정기에 이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여기에 프랑스 대표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L당 1.99유로(약 2820원)로 책정한 유가 상한제를 내년까지 연장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또 상한제 적용 주유소를 현재 2600곳에서 내년에 34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정유사 압박… 日, 보조금 연장미국도 치솟는 유가에 에너지 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와 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간 310억 달러(약 41조1400억 원)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내년부터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지급하던 보조금을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유가 인하를 압박하려는 취지다. 중국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핵심 정책을 일부 무력화한 셈이다. 지난해 유가 급등에 미 에너지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은 557억 달러(약 74조 원)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셰브론, 셸, BP 등 다른 글로벌 에너지 기업도 기록적인 이익을 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11일 “최근 에너지 기업의 행보를 두고 이들이 보조금을 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업계가 지나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일본은 당초 9월 종료 예정이던 휘발유 보조금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185엔(1659원·11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고육지책으로 보조금 연장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씩 확대해 10월에 휘발유 가격을 175엔(1570원)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또 고물가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고 휘발유 보조금 재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도 마련할 방침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라 할 정보 및 방첩 전쟁 또한 격화하고 있다. 기존 도·감청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해킹, 소셜미디어 등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상대국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하면서 두 나라의 첩보 전선이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경쟁 당시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태 및 의중 파악,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실태를 집중적으로 염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진단했다. 이에 시 주석이 도·감청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은 ‘시 주석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은 ‘미국이 진짜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美, ‘反시진핑 中 엘리트’ 활용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대(對)중국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직후 중국을 “핵심 경쟁자”라고 했고 대중 첩보 수집이 목적인 신규 부서 ‘중국미션센터’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동아시아태평양센터에서 중국 첩보를 수집했으나 중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CIA 내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앞서 CIA의 대중국 휴민트는 2010∼2012년 중국에 발각돼 와해됐다. 번스 국장은 올 7월 중국 관련 휴민트 역량 재건에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CIA가 새로 구성한 휴민트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 등 고위 엘리트가 상당수 포함됐다. 반대파를 철저히 탄압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미국의 정보원 포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을 포함해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정치 파벌 ‘태자당’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는 시 주석에게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올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태 당시 시 주석이 군 수뇌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이후 고위 장성 등에게 거센 불만을 표하며 이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은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것을 염려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전격 취소했고 넉 달 후 중국을 찾았다. ● 中, AI로 美 스파이 감지 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소셜미디어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은 NYT에 “중국이 미국 첩보원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감지하는 AI 체계를 보유했다”며 해당 첩보원이 변장을 해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중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 몇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최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링크트인 등 서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정부기관, 정보기술(IT) 기업, 방산업체 등에서 정보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미 고위 관계자, 군인, 민간인에 대한 포섭 시도 또한 치열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중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IA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2016년 미 대선 당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집권하면 울시 전 국장이 미 정보당국의 수장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기에 충격을 줬다. 중국은 자국 민간인 및 외교관을 동원해 미 주요 군사기지를 ‘도촬’(도둑 촬영)하고 전자기파 수치도 측정했다. 올 8월에는 미 해군 기밀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해군 병사 2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파악한 중국의 첩보 활동만 10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라 할 정보 및 방첩 전쟁 또한 격화하고 있다. 기존 도·감청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해킹, 소셜미디어 등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상대국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하면서 두 나라의 첩보 전선이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경쟁 당시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태 및 의중 파악,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실태를 집중적으로 염탐하고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진단했다. 이에 시 주석이 도·감청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은 ‘시 주석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은 ‘미국이 진짜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美, ‘反시진핑 中엘리트’ 활용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대(對)중국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직후 중국을 “핵심 경쟁자”라고 했고 대중 첩보 수집이 목적인 신규 부서 ‘중국미션센터’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동아시아태평양센터에서 중국 첩보를 수집했으나 중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CIA 내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앞서 CIA의 대중국 휴민트는 2010~2012년 중국에 발각돼 와해됐다. 번스 국장은 올 7월 중국 관련 휴민트 역량 재건에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CIA가 새로 구성한 휴민트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 등 고위 엘리트가 상당수 포함됐다. 반대파를 철저히 탄압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미국의 정보원 포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을 포함해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정치 파벌 ‘태자당’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는 시 주석에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올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태 당시 시 주석이 군 수뇌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이후 고위 장성 등에 거센 불만을 표하며 이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은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것을 염려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전격 취소했고 넉달 후 중국을 찾았다. ● 中, AI로 美스파이 감지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 소셜미디어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은 NYT에 “중국이 미국 첩보원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감지하는 AI 체계를 보유했다”며 해당 첩보원이 변장을 해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중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 몇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최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링크드인 등 서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정부기관, IT 기업, 방산업체 등에서 정보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미 고위 관계자, 군인, 민간인에 대한 포섭 시도 또한 치열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중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IA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2016년 미 대선 당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울시 전 국장이 미 정보당국의 수장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기 충격을 줬다.중국은 자국 민간인 및 외교관을 동원해 미 주요 군사기지를 ‘도촬’(도둑 촬영)하고 전자기파 수치도 측정했다. 올 8월에는 미 해군 기밀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해군 병사 2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파악한 중국의 첩보 활동만 십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