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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한-WHO 합동 평가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복지부는 “WHO는 이번 한국의 메르스 확산 양상이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해 합동평가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인 합동 평가단은 WHO 본부와 서태평양 지역본부의 핵심 감염병 관련 인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또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로 긴장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의 감염병 전문가들도 합동 평가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합동 평가단은 한국 정부가 메르스 사태 대응 과정에서 추진한 조치들에 대한 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35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도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 아닌가.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가 지난달 30일 총 1700여 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가 대거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5번 환자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150여 명 참석)에, 오후에는 서초구 강남대로 L타워에서 재건축조합 총회(1565명 참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중 35번 환자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있던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은 없다. 이에 따라 5일 기준 총 41명의 환자(사망자 4명 포함) 중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만 30명의 환자가 나온 것처럼 35번 환자가 참석했던 두 행사가 새로운 ‘메르스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기침, 재채기가 심했다면 지역사회 전파 우려 보건 의료 전문가들은 35번 환자의 증세 발현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시 측은 35번 환자가 지난달 29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시작됐고 30일에는 증세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35번 환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전까지는 증세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35번 환자가 행사장에 있었을 때 기침, 재채기, 가래 등의 심한 증세를 보였다면 ‘비말(작은 침방울)’이 지속적으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2m 이내에 있었던 사람들은 충분히 감염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콧물 등을 손으로 닦는 과정에서 손에 바이러스가 묻고, 악수 등의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됐을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재건축조합 총회는 여러 지역에 본격적으로 메르스를 퍼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행사에 참석했다 35번 환자에게 감염된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돌아가 가족, 친지, 직장 동료 등을 다시 감염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수의 감염자라도 지역사회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하면 환자 수는 금방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을 접촉자로 규정하고, 격리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메르스의 공기 중 전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35번 환자와 2m 이상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하게 된 게 아닌 이상 2m 밖에 있었던 사람들의 감염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세가 있었더라도 약했다면 비말 양도 적었을 것이기 때문에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가 격리 대상자 관리에 어려움 35번 환자가 지난달 30일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에 모인 1565명 중 261명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 격리 조치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시가 35번 환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해 ‘위험군’으로 분류한 자가 격리 대상자 1565명의 거주지는 서울 1163명, 경기 211명, 그 외 지역 50명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거주자가 69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서초구(114명) 송파구(81명) 동작구(29명) 성동구(25명) 순이다. 나머지 141명은 주소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전화 통화를 통해 소재지가 파악됐다. 전체 참석자 가운데 전화 통화가 이뤄진 사람은 90.5%인 1417명(5일 오후 10시 현재)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가 격리 통보를 추진하며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격리 대상자임을 알린 뒤 발열 등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는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확인한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이상 증세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재건축조합이 있는 강남구는 “당시 총회에 참석한 관내 거주민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 2명이 발열 증세를 호소해 채혈하고 검체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선에서는 자발적인 자택 격리가 불가능해 사실상 강제적인 행정조치를 통한 자택 격리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서울시의 자가 격리 대상자에 대한 세부 관리 기준인 ‘1인 1담당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1인 1담당제’는 자택 격리 대상자를 공무원이 ‘하루 2회 전화, 주 1회 이상 방문’해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황인찬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3차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전파자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5일 발생한 신규 환자 5명 중 3명은 어떤 환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옮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37번 환자(45)는 무려 확진환자 5명(1, 9, 11, 12, 14번 환자)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39번 환자(62)도 4명의 확진환자(9, 11, 12, 14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했다. 40번 환자도 2명(9, 14번 환자)과 접촉했다.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다양한 경로의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초 감염자→2차 감염자→3차 감염자→4차 감염자’로 이어지는 바이러스 전파 단계가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을 뜻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평택성모병원에서는 이미 3차, 4차 감염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차, 4차 감염 이미 혼재 전문가들은 3차 감염자 수를 2차 감염자의 절반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 번째 환자 발생 후 2주(최대 잠복기)가 지난 현재 3차 감염자 관리가 관건이다”라며 “이 같은 환자 비율이 2, 3주간 꾸준히 유지된다면 안정적으로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응급실 감염 관리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41번 환자(70·여)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지는 것을 막으려면 병원 내 감염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4번 환자 동선 공개해 격리자 찾아야 확진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내 격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낮 시외버스를 타고 평택에서 서울의 한 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에 도착한 그는 호흡곤란을 느껴 구급차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면서 카드를 사용한 사람은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금 사용자는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14번 환자가 서울로 이동한 동선과 이동수단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해 접촉자가 스스로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메르스와 메르스 폐렴 구분 검토 보건당국은 ‘메르스’와 ‘메르스 폐렴’이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확진자 중 다수가 증세가 경미한데, 확진자 수 증가가 국민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 폐렴’은 메르스로 인한 폐렴 증세가 나타나 자가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증 상태를 보일 때만 사용하고, 감기처럼 몇 주 안에 회복될 수 있을 경우 ‘메르스’로 표기하자는 거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증세가 호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번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있지만 자가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2번 환자는 5일 첫 퇴원자가 됐고 4, 5, 7번 환자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세종=김수연 sykim@donga.com / 이세형·천호성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한 병원 의사(38·35번 환자)가 확진 판정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1565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후 10시 반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달 1일 35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모 병원 의사가 재개발 총회와 의학 심포지엄 등 대형 행사장에 수차례 드나들며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며 “서울시는 질병관리본부의 수동 감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1565명 위험군 전원에 대해 외부 출입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자가 격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모 병원 응급실에 왔던 14번 환자(35)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35번 환자는 14번 환자를 진료한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부터 발열 등 경미한 증상이 시작됐다. 30일에는 △오전 9시∼낮 12시 병원 대강당의 150여 명이 참석한 심포지엄 △오후 6∼7시 가족과 가든파이브에서 식사 △오후 7시∼7시 반 양재동 L타워의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고 귀가했다. 35번 환자는 31일부터 기침 가래 고열 등 증상이 발현됐고 이날 오전 9∼10시 병원 대강당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다가 급격히 증상이 악화됐다. 이날 오후 9시 40분 B병원에 격리됐다. 서울시는 35번 환자가 참석했던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 명단을 확보해 가택 격리 조치를 요청했고 불응할 경우 강제 자가 격리도 검토 중이다. 또 35번 환자가 소속된 병원의 접촉자들도 조사해 격리 요청했다. 그러나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4일 밤 서울시의 기습 발표 직후 이뤄진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장관은 박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시민을 걱정하는 시장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35번 환자와 밀접 접촉한 49명과 가족 3명은 이미 격리 관찰을 하고 있고, 나머지 접촉자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는데, 지자체가 먼저 발표를 한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1565명이라는 숫자가 국민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조장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문 장관은 “밀접 접촉자를 제외한 1500여 명 대부분은 경미한 접촉자로 볼 수 있다. 공기 중 감염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의심환자로 보는 것은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유근형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대형병원 의사(38·35번 환자)가 서울 시민 1700여 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4일 드러났다. 3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14번 환자(35)를 서울 D병원에서 진료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3차 감염자다. 서울시에 따르면 35번 환자는 지난달 29일 발열 등 경미한 증세가 있었고 31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가 심해져 이날 오후 9시 40분부터 병원에 격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35번 환자는 병원 격리 전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도 재건축조합 총회(1565명 참석)에 참석하고, 병원 관련 심포지엄(150여 명 참석)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35번 환자는 이 외에도 공공장소를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 커져 35번 환자가 접촉한 시민들 중에도 앞으로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감염이 아닌 ‘지역사회 감염’이다. 병원 내 의료진, 환자, 방문자로 국한돼 있던 감염 영역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또 35번 환자가 증세 발현 중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접촉한 1700여 명의 접촉자를 찾아내 추가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기준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는 격리자는 1667명인데, 이에 맞먹는 수의 접촉자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격리 대상자를 찾아내야 하고, 자가 격리 후에는 관리를 담당하는 추가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중앙 방역 관리망이 뚫린 상황으로,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서울시 간 환자 관리 논쟁 심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간에 35번 환자의 관리를 둘러싼 책임 논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35번 환자의 시민 접촉 사실을 확인한 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내용을 발표할 것을 요청하며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부가 35번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1565명의 재건축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수동 감시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며 “이러한 미온적인 조치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서울시의 35번 환자에 대한 확진 시기에서도 차이가 난다. 복지부는 35번 환자가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35번 환자가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감염병 환자 관리를 둘러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유례를 찾아보기 ‘진실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35번 환자로 인한 파장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복지부가 메르스와 관련해 계속해서 빗나간 전망을 발표했고, 대응에서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1일은 1차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최종 결과로 볼 수는 없다”며 “4일 2차 검사 결과도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나와 확진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장병 89명 격리 서울시에서 1500명이 넘는 감염자 접촉 수가 발생한 데 이어 군대에서도 메르스 확산이 우려된다. 공군 A 원사의 메르스 확진 여부 판정을 앞두고 군내 ‘메르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군 내 메르스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1차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A 원사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그와 접촉한 장병 6명은 국군대전병원에서 각각 격리 중이다. 같은 부대 소속 장병 68명도 자택(간부 41명)과 별도 생활관(병사 27명)에 격리돼 증상을 지켜보고 있다고 군은 밝혔다. 군은 4일 기준 메르스 사태로 격리된 군 장병이 총 89명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군 장병 중에서 메르스 환자가 생겨도 심각한 문제로 번질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부대란 폐쇄된 공간에 있기 때문에 민간인보다 격리 및 통제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감염 전후의 생활과 동선 등 역학조사에 꼭 필요한 항목도 파악하기 쉽다. 한편 군은 메르스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8∼10일 오산기지에서 예정돼 있던 예비군 동원훈련을 잠정적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로 예비군훈련이 연기된 것은 처음이다. 오산기지에 주둔 중인 주한 미 7공군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메르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기지 출입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김수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0일 국내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확인된 상황에서도 다음 날까지 체육행사가 포함된 워크숍을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0, 21일 ‘제3회 검역의 날(5월 20일)’을 기념해 충북 청주의 한 공공기관 연수원에서 체육행사가 포함된 워크숍을 가졌다. 문제는 지난달 20일이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판명된 날이라는 점.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본부장과 감염병관리센터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메르스 환자 발생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워크숍 중 공식적으로 체육행사를 취소했다. 지난달 21일 벌어진 체육행사는 일부 직원과 행사에 초청받았던 외부 인사들만 참석한 자체 행사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발생하고,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감염병이 확인된 상황에서 국내 방역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의 이 같은 행동은 너무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후 메르스가 확산되자 질병관리본부가 연수원 측에 ‘외부에서 행사 문의가 오면 지난달 20일에 모두 철수했다’고 설명하라는 지침까지 줬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는 국방부로 치면 전쟁이 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전쟁이 났는데 담당자가 출동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조직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 3일 이틀 연속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3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 당국은 당초 첫 번째 환자(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20일부터 최대 잠복기(14일)가 지나면 확산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3일에도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최소 2주가량 메르스 환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일 현재 메르스가 의심돼 실시하는 유전자 검사만 99건에 이른다.○ 3차 감염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16번 환자와 접촉한 3차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6번 환자는 P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뒤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병원 2곳(E, F병원)에서 추가로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이 환자가 이 병원 2곳에서 다인실(6인실)에 머물렀다는 점. 이 때문에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 중 3차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머물렀던 11명 가운데 3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고, 나머지는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거나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다”며 “6월 13, 14일은 지나야 16번 환자와 연관된 3차 감염자 발생 위험이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 P병원에서도 3차 감염자 나올 가능성 16번 환자가 아닌 다른 2차 확진환자가 3차 감염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1번 환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린 경기 P병원에서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번 환자는 지난달 15∼17일 다른 환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20일 확진 후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격리됐다. 이 때문에 1번 환자와 접촉한 격리자 중에서는 산술적으로 20일부터 14일(최대 잠복기)이 지난 3일 이후에는 메르스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떨어진다. 3일 이후에도 P병원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할 경우 1번 환자가 아닌 다른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3, 4차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병원에서 발생한 감염은 기본적으로 병원 내 감염이라 지역사회 전파와는 거리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P병원 안에서 1번 환자와 연관되지 않은 3, 4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온 올라가면 메르스 꺾일까? 6월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통상 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전파력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의 경우 예외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 등 신종 감염병은 기온이 올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메르스는 더운 중동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가 1261명에 이르면서 보건 당국의 통제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가 격리자가 보건 당국 몰래 외출을 하거나, 방문자를 집 안에 들이는 등 금지 행위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격리 과정에서 생계가 곤란한 가구에 한 달 동안 110만 원(4인 가구 기준)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자가 격리 이탈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제성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가 격리자 통제 강화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격리 관찰자는 아직 증상이 발현된 의심환자와는 다르다. 메르스 확진 환자처럼 강압적으로 다루면 인권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전용 병원 현실화할까 복지부가 3일 추진하기로 밝힌 메르스 환자 전용 병원도 실제 운영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메르스 전용 병원은 보호 장비를 장착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만을 치료하는 곳으로 추가 감염의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중국과 홍콩이 전용 병원으로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병원 선정, 일반 환자 이동 등 숙제가 적지 않다. 국공립 의료기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병원 선정도 쉽지 않은 문제지만 선정한 뒤에는 의료진 이탈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3차 감염 ::발병지(중동)에서 직접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1차 감염자라 부른다. 1차 감염자로부터 직접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2차 감염자다. 3차 감염자는 1차 감염자가 아닌 2차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말한다. 이 때문에 3차 감염이 활발할 경우 2차 감염보다 더 광범위하게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경우 3차 감염은 2차 감염보다 전파력이 더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이세형·김수연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세계적으로 드문 3차 감염자까지 확인되면서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메르스와 관련해 빗나간 전망을 해 왔고, 확실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도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지난달 15∼17일 최초 감염자(1번 환자)와 경기 P병원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던 6번 환자(71)가 1일 오후 11시경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폐 질환과 신장 질환을 앓아 왔으며 메르스에 감염된 직후부터 호흡곤란을 겪는 등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왔다. 복지부는 메르스 의심환자 상태에서 1일 오후 6시경 사망했던 57세 여성(25번 환자)도 유전자 검사 결과 메르스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3차 감염자 2명(23번, 24번 환자)은 P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6번 환자(40)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달 28∼30일 P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사망자 2명과 3차 감염자들은 모두 1번 환자가 파악된 직후에는 보건 당국의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보건 당국은 1번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만 격리 대상으로 설정했고, 지난달 28일이 돼서야 격리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의 관리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던 환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감염자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3차 감염자가 증가하고, 최악의 경우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전파력이 강해졌는지를 비롯해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 등도 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가 격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129명이던 자가 격리 대상은 2일 750여 명까지 늘어났다. 현재 추세라면 곧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3∼5일 휴업에 들어가는 유치원과 초중고교도 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유치원 57곳, 초중고교 84곳, 특수학교 1곳, 대학교 1곳 등 143곳이 휴업에 들어간다. 충북지역에서는 초등학교 5곳, 충남지역에서는 유치원 1곳이 휴업에 들어간다. 이날 휴업을 결정한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불안에 떨기보다 집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휴업을 결정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휴업 연장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일 기준 국내 메르스 감염자는 전날보다 7명 늘어나 총 25명(사망자 2명 포함)이 됐다. 전체 환자 수(사망자 포함)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와 아랍에미리트(76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 수원=남경현 기자}

“전망은 성급하면서 안이했고, 조치는 소극적이며 느렸기 때문에 결국 더블쇼크(사망자와 3차 감염자 발생)가 발생한 것이다.” 2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의 전체적인 대응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국내에서는 경험한 적이 없는 감염병이 터졌는데도 세계보건기구(WHO)와 다른 나라들의 사례만 맹신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최악의 상황을 설정한 뒤 강력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며 “처음부터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스와 관련해 보건당국이 내놓은 전망은 모두 빗나갔다. 지난달 20일 1번 환자(68)가 메르스로 확인된 직후 보건당국은 ‘중증호흡기 질환이라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약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주 만에 환자 수가 25명(사망자 2명 포함)으로 늘었고, 1번 환자가 심한 증세를 보이던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에서는 무려 1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2m 이상 거리를 두고 접촉하면 ‘비말(작은 침방울)’이 전파될 위험이 없다는 설명도 10m 이상 떨어진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에서 감염자가 다수 나오면서 명백한 오판으로 드러났다. 3차 감염도 마찬가지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가 확인되기 하루 전까지도 공식 브리핑 등에서 ‘3차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메르스에 대한 연구가 오래 지속되지 않은 만큼 기존 연구에 의지하기보다는 얼마든지 전파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전망이 모두 틀렸지만 보건당국의 ‘장밋빛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3차 감염자들에 대해서도 ‘병원 내 감염(hospital infection)’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3차 감염이라고 해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병이 대거 퍼지는 ‘지역사회 감염(community infection)’이 아니어서 대대적으로 확산될 위험은 낮다는 것이다. 전망 못지않게 대응도 부실했다. 초기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에서부터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우선 보건당국은 1번 환자와 같은 병실(2인실)에 입원했던 3번 환자(76)가 아들(10번 환자)과 접촉한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10번 환자는 중국 출장 중 병세가 심각해져 격리 치료를 받게 됐고, 이제는 중국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조사 대상자들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 터진 문제”라고 변명하고 있다. 국내에서 ‘메르스 진원지’가 된 P병원에서 다른 병실을 썼던 환자들이 어떻게 1번 환자와 접촉했는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실한 대응 실태를 보여주는 증거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의 병원 내 동선, 병동 내 환기 시스템, 의료진의 진료도구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과를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에 따라 19명의 감염자가 나온 장소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빠르게 밝히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의문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스 환자가 계속 나오며 우려가 커지자 보건당국은 잠깐이라도 접촉했던 사람들은 모두 자가 격리 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격리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10번 환자와 지난달 26일 같은 비행기를 탔던 승객들 중 국내 보건당국 기준으로는 20명이 필수 격리 대상이다. 하지만 홍콩은 30명이 필수 격리 대상이다. 비행기 탑승객에 대한 명확한 격리 기준이 없지만 지금처럼 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보다 적은 수의 사람을 격리 대상으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안이한 대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미 수차례 느슨한 규정을 적용하다 위기가 커진 상황인 만큼 보건당국이 더욱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로 인한 위기감이 커지자 청와대는 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을 막을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2일 ‘메르스 긴급 대책반’을 꾸려 24시간 가동에 들어갔다. 긴급대책반은 보건복지부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국민안전처의 ‘비상상황관리반’ 등 관련 부처의 상황대책반과 긴밀히 연락해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확산 방지대책을 논의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한 뒤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이재명 기자}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번째 환자(1번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의심환자 A 씨(58·여)가 1일 오후 6시경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A 씨는 경기 P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돼 지난달 25일부터 경기 D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A 씨는 25일 병원을 옮긴 이후 6일 만에 보건당국의 격리 관찰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 구멍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A 씨는 보건당국으로부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진 않았다. 다만 A 씨와 접촉했을 가능성 때문에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25일 D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D병원 관계자는 “A 씨는 25일 심장이 멈추기 직전이었고, 폐 기능도 떨어져 에크모(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기계)를 부착해야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1일 메르스 유전사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A 씨가 메르스 바이러스로 사망했는지는 1일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A 씨의 사망이 메르스 때문인지, 다른 질환 때문인지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2일 발표될 예정이다. 메르스와 연관된 첫 사망자가 나옴에 따라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번 환자가 P병원에서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한 5월 15∼17일에서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지났지만 1일에도 신규 환자가 3명이나 나와 환자가 총 18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진 환자 18명 중 5명의 상태가 불안정하고, 특히 6번 환자는 만성폐쇄폐질환과 신장질환 등의 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매우 떨어진 상황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상태가 위중하다. 보건당국은 “6번 환자는 현재 폐를 비롯한 장기 손상이 심해 사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재 에크모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확진 환자와의 접촉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자가 및 시설 격리자는 이날 현재 682명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1일부터 자가 및 시설 격리자의 출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10번 환자와 같이 보건당국의 통제를 피해 해외로 출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민병선 기자}

국내 최초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1번 환자·68)가 5월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에서 같은 기간에 입원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A 씨(58·여)가 1일 오후 6시경 사망했다. A 씨는 P병원에 입원했을 때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같은 병실 사용 등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서만 격리 조치를 취했던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방역 대응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A 씨의 메르스 감염 여부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A 씨가 메르스의 주요 증세 중 하나인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고, 1번 환자가 집중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던 시기에 P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A 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여전히 답보 상태인 P병원에 대한 역학조사 무엇보다 P병원에 대한 명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까지 확인된 총 18명의 메르스 확진자 중 P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1번 환자 부인 △의료진 1명 △같은 병실 이용자 3명 △다른 병실 환자와 방문자 10명 등 총 1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1번 환자가 처음으로 갔던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세 번째로 갔던 의료기관의 의사 등 3명(1번 환자 포함)을 제외하고는 모두 P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P병원에서 1번 환자와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에 있던 6번 환자(71)가 감염자로 확인된 지난달 28일이 되어서야 P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P병원에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이른 시간 안에 밝혀내는 게 역학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폐쇄회로(CC)TV, 병원 기록, 병원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1번 환자의 정확한 활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CCTV 영상의 화질이 안 좋고,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앙메르스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CCTV 등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정보의 제한이 많아 1번 환자의 동선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사망자 발생에 대한 불안감 커져 A 씨가 사망하자 이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8명의 환자 중에서도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5명이나 되고, 호흡 곤란 등을 겪고 있는 환자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관지에 인공호흡 장치를 삽입하는 ‘기관 삽관’ 시술을 받은 환자는 1번, 6번, 14번 환자(35) 등 3명이다. 또 3번(76)과 12번 환자(49)는 체내 산소 포화도 저하 현상을 겪고 있다. 보건당국은 기관 삽관 시술 환자 3명과 산소 포화도가 낮은 환자 2명 총 5명의 환자를 ‘불안정 상태’로 보고 있다. 특히 6번 환자의 경우 메르스에 감염되기 전에도 폐질환과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번 환자도 젊지만 패혈증 증세가 있어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가뜩이나 치사율이 40%나 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만약 확진 환자들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이번 주가 3차 감염의 고비 ‘3차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번 주가 1번 환자의 본격적인 바이러스 전파 시기(5월 15∼17일)로부터 약 2주가 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메르스에 감염된 지 약 2주 안에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수 있는 잠재적 환자들의 증세가 집중적으로 발현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5일에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 3차 감염은 물론이고 ‘공기 중 전파’와 ‘바이러스 변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점검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특별한 환자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메르스 확산이 어느 정도 꺾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건당국이 지난달 기준 129명이었던 격리 대상자 수를 1일 682명으로 5배 이상으로 늘린 것도 중요한 시기에 ‘집중적 관리’를 하기 위한 조치다. 권 공공보건정책관은 “2차 감염자들이 거쳐 간 지역병원을 중심으로 의심 신고가 급증했고, P병원에 대한 전수조사와 재조사 과정에서도 추가 격리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보건당국은 격리 대상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전체 격리 대상자의 약 35%(240여 명)를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시설 격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시설 격리된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한편 뚜렷한 역학조사 결과 등이 나오지 않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김성주 의원 등은 “복지부가 메르스 발생 지역 의료기관들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유근형·민병선 기자}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5월 30, 31일 3명이 추가로 확인돼 전체 환자가 15명으로 늘어났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새로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3명은 모두 최초 감염자인 1번 환자(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의 같은 병동 내 다른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P병원에서 감염된 사람은 총 12명(부인, 같은 병실 이용자 3명, 의료진 1명, 다른 병실 환자와 방문자 7명)으로 늘어났다. 13번째 환자(49)는 이 병동의 다른 병실에 입원한 부인(49·12번째 환자)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번째 환자(35)도 같은 병동의 다른 병실에 입원한 환자였고, 15번째 환자(35)는 같은 병동 다른 병실에 입원한 어머니를 매일 병문안했던 사람이다. 1번 환자와 직접 접촉한 적이 사실상 없는 ‘P병원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메르스의 전염력이 강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이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격리 조치를 너무 소극적으로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처음에는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와 가족만 격리했다가 지난달 28일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인 6번째 환자(71)가 나온 뒤에야 해당 병동의 환자와 방문자들을 격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P병원에 입원했거나 방문해 격리 조치된 사람은 총 129명. 보건당국은 이 가운데 50세 이상이면서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 속하는 약 35%를 국가지정병원 격리병동에 보냈고, 나머지는 자가 격리를 시키고 있다. 1번 환자와 특별한 접촉도 없었던 동일 병동 환자 수가 늘면서 ‘3차 감염’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번 환자가 아닌 다른 환자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를 의미하는 3차 감염자가 대거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로 메르스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같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 모두 증세가 나타난 시점을 고려할 때 최초 환자와의 직간접 접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에 감염된 채 중국으로 출국한 10번째 환자(44)는 현재 광둥(廣東) 성 후이저우(惠州) 시 인민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홍콩 보건당국은 10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이 의심되는 ‘밀접 접촉자’ 79명을 격리했지만 아직 특이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P병원의 다른 병실에서 감염된 환자들(7명)의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라.’ 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1번 환자·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 P병원에서 이 환자와 사실상 뚜렷한 접촉이 없었던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 7명의 감염 경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 15명의 환자 중 절반 정도(7명)가 이렇다 할 직접적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됐다는 건 보건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주장해온 ‘약한 전염력’과는 차이가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동일 병동 감염 경로 못 밝혀…3차 감염 불안감 하지만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지 11일이 지났는데도 P병원 동일 병동 내 다른 병실 감염자들의 명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선 조사 착수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가 확인된 직후엔 이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동일 병동 사람들은 격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과 접촉했던 의료진만 격리 대상으로 설정했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높지 않다는 WHO와 중동지역 국가들의 보고를 지나치게 믿었기 때문이다.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에서 약 10m 떨어진 입원실에 있던 6번째 환자(71)가 확인된 지난달 28일부터 보건당국은 급하게 해당 병동 입원자와 방문자까지 포함해 P병원을 다녀간 총 129명을 격리 대상으로 설정했고, 자가 격리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또 이때부터 폐쇄회로(CC)TV와 병원 기록 등을 토대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이 1번 환자와 어떻게 접촉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1번 환자와 7명의 감염자 간 구체적인 접촉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P병원에서 다른 병실에 있던 감염자들이 1번 환자와 직접 접촉했다는 증거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오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메르스의 전염력이 훨씬 강하고, 공기 중 전파 가능성 등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전염력과 공기 중 전파가 현실이 될 경우 보건당국이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해 온 ‘3차 감염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1번 환자가 발생한 뒤 8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다른 병실 입원자와 방문자에 대한 격리에 들어갔다는 건 이 사람들이 해당 기간에 바이러스를 지역사회에 얼마든지 전파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병실 입원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았던 방문자들 중 감염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또 정부는 바이러스 주요 부위 검사 결과 ‘변종 바이러스’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1주일간 3차 감염자 발생 여부에 따라 메르스 방역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학조사 격리조치 부실 여전 P병원 상황 외에도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8번 환자(46)로 지난달 15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번 환자를 채혈했던 간호사의 아들인 A 일병(충남 계룡대 근무 중)이 지난달 30일에야 “휴가였던 지난달 12일 어머니가 일하는 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다”고 부대에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국방부는 A 일병이 8번 환자를 만났던 시기가 8번 환자가 1번 환자를 진료하기 전이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A 일병을 일단 격리했다. 그러나 31일 오후 11시경 A 일병에 대한 최종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15명 가운데 5명은 추가 악화 우려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5명의 환자 중 기관 삽관(기관지에 인공호흡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1번(68), 6번(71), 14번(35) 환자와 체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는 3번(76), 12번(49) 환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번과 14번 환자는 위중한 상태다. 평소 신장 질환이 있던 6번 환자는 심장과 폐 기능이 멈춰 생명이 위독할 때 심장과 폐 역할을 대신하는 치료 기계인 ‘에크모(ECMO)’를 부착했고, 14번 환자는 패혈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중동 국가들 기준”이라며 “국내에서의 치사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정성택 기자}

오늘날 한국이 국제적인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기관은 어느 곳일까. 상당수 국내 의료인들은 미국 미네소타대를 꼽는다. 1955∼1961년 미네소타대가 서울대 의대를 중심으로 국내 의료진에게 제공한 연수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 때문이다. 당시 개발도상국(개도국)이었던 한국의 고급 의료 인력에게 선진 의료 교육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취지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226명의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최소 3개월, 최대 4년 동안 미네소타대에서 연수를 받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많은 국제기구가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의학교육과 의료진 양성체계가 틀을 잡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뒤 선진국이 개도국에 제공한 원조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들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 60년 전 미네소타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와 지금의 한국 의료 수준은 다르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발전 못지않게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 특히 의료진 양성은 국제기구와 개도국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는 분야 중 하나다. 데이비드 나바로 유엔 에볼라대책 조정관은 지난달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국제적인 수준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라며 “한국이 국제사회에 가장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의료진 양성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달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국내 의대들이 개도국 의료진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보건의료 부문 국제원조로 꼽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종욱 펠로십’이다. 한국인 최초로 주요 국제기구 중 하나인 WHO의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전 사무총장(2006년 5월 사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개도국 보건의료 인력을 교육하는 게 목적이다. 개도국 의사, 간호사, 보건 관련 공무원, 질병 연구자, 의공기사 등을 대상으로 3∼12개월간의 교육 과정으로 운영된다. 이수구 KOFIH 총재는 “이종욱 펠로십은 과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받았던 의료 원조를 다른 개도국에 돌려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한국이 주도하는 ‘미네소타 프로젝트’이며 동시에 한국형 의료인 양성 모델을 세우는 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2012년 정부의 보건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계획 보고서도 이종욱 펠로십을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응용한 한국형 개발 경험 전수 사업’이라고 표현했다.라오스, 탄자니아, 우즈베크가 가장 많은 연수생 파견 올해로 9년째 운영되는 이종욱 펠로십을 거쳐 갔거나 현재 참여하고 있는 개도국 의료 인력은 총 26개국 455명. 운영 10년째가 될 내년에는 누적 연수생 수가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KOFIH에 따르면 이종욱 펠로십에 가장 많은 인력을 파견했던 나라는 라오스(82명)다. 다음으로는 탄자니아(62명), 우즈베키스탄(48명), 스리랑카(38명), 캄보디아와 에티오피아(각 34명), 베트남(21명)의 순이다. 전통적으로 ‘한류 열풍’이 강했던 동남아와 중앙아시아권 나라들이 주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문화에 덜 익숙한 아프리카 국가(탄자니아, 에티오피아)들도 적극적으로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심각한 전쟁을 겪었던 남수단(9명), 르완다(5명), 아프가니스탄(4명) 등이 연수생을 보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의 국제원조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종욱 펠로십은 ODA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비아시아권 의료인들에 대한 연수 기회를 더 확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펠로십 연수생들이 주로 교육받는 기관 중에는 ‘빅5 병원’을 비롯해 국내 정상급 병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도 장점. 그만큼 수준 높은 의료진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시설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92명), 연세의료원(48명), 가톨릭의료원(42명), 순천향의료원(41명), 인하대의료원(40명) 순으로 많은 인력을 교육했다. 이인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팀장은 “개도국 의료진 교육은 국제사회에 대한 환원 활동이며 동시에 병원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병원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한국 의료기술 벤치마킹에 적극적 이종욱 펠로십 연수생들도 교육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특히 기대했던 것보다 병원 시설이나 의료진 수준이 훨씬 높다는 평가가 많다. 탄자니아 내과 의사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알렉스 마사오 씨(37). 3월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 중인 그는 “유럽에 비해서도 한국 병원의 인프라나 의사들 실력이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교육량이나 교육 강도는 더 세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로 돌아간 뒤 의대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그는 한국 병원에서 꼭 벤치마킹하고 싶은 것으로 중환자 관리 기준과 디지털 시스템을 꼽는다. 마사오 씨는 “어떤 환자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질환별로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체계적인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탄자니아에도 큰 병원들에는 매뉴얼이 있지만 구체성은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환자 진료 기록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디지털 시스템도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조치로 꼽았다. 캄보디아 산부인과 의사 출신으로 2월부터 인제대 일산백병원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우루엥 씨(46)는 “캄보디아는 프랑스 등 외국에서 공부한 의사와 국내에서만 공부한 의사 간 수준 차가 크다”며 “겨우 수십 년 만에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준 높은 인력을 국내에서 양성할 수 있게 된 비결이 궁금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학병원에서도 1년간 연수한 경력이 있는 우루엥 씨는 “산부인과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준 차는 없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아시아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산모 사망률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우루엥 씨는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하는 제왕절개 수술에 특히 관심이 높다. 또 복강경 수술을 이용한 부인과 질환 치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개도국 의료 발전 이끌어나갈 기회 의료계에서는 최근 국내 주요 병원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종욱 펠로십, 나아가 다른 개도국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에 한국형 병원이 계속 생기면 국내 의료진의 진출을 통한 현지 의료진 교육과 양성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 한류’ 특히 한국형 의료진 양성 모델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대 의대 강대희 학장은 “한국의 현대의학이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제중원을 통해 발전했듯 먼 훗날 한국 의료진들이 운영하는 병원이 특정 개도국의 스탠더드 병원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의 경제나 의료 수준을 감안할 때 전체 의료계가 이에 대한 준비를 진지하게 해야 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개도국들 “한국의 건강보험-응급의료체계 배우고 싶어”▼한국 의료정책도 인기 “현재 국제기구 내에서 한국의 보건의료 정책, 의료인 양성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을 찾았던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은 “한국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할 때마다 국제기구에서 예의주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보건의료 정책의 수준이 그만큼 높고, 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도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기구와 개발도상국(개도국)들은 한국의 의료인 교육 및 양성 시스템 못지않게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에 대한 벤치마킹에도 적극적이다. 개도국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보건의료 정책으로는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꼽힌다.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계층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개도국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미 오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벤치마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건강보험 제도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인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통해서도 가나와 에티오피아가 건강보험 제도를 배우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건강보험 제도의 약점으로 꼽히는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물어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이나 기초위생 증진과 관련된 정책도 한국형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결핵 퇴치, 어린이 예방접종, 응급의료체계 구축, 농어촌 보건소 운영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KSP 사업을 통해 △필리핀과 남수단은 결핵 퇴치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어린이 예방접종 △스리랑카는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얀마는 농어촌 보건소 운영과 관련된 한국형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사회정책 부문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도시개발 관련 컨설팅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이모 씨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와 주요 감염병 예방 정책은 개도국 공무원들의 경우 보건의료 담당이 아니어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개도국 공무원들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 출신을 더 많이 뽑을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 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29일 하루 동안 5명이 더 늘어나 총 12명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중국 출장을 떠났던 국내 3번째 감염자의 아들인 H 씨(44)를 포함해 최초 감염자 A 씨(68)와 접촉했던 간호사 I 씨(46), 같은 병동에 있었던 환자 J(56), K(79), L 씨(49) 등 5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 요르단(19명)에 이어 카타르와 함께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H 씨의 감염 사실이다. 비행기를 탈 당시 H 씨는 이미 발열 등 메르스 증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H 씨와 함께 비행기를 탄 탑승객과 중국 현지인 가운데 3차 감염자가 나올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만약 중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메르스를 동북아에 확산시켰다는 오명을 얻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국가적 갈등과제 해결의 모범사례.’(5월 3일 인사혁신처 설명자료) 29일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정부는 이같이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과거 3차례(1995년, 2000년, 2009년) 개혁에 비해서도 강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최소 5년 내로 다시 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퇴직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기준인 ‘지급률’이 기존 1.9%에서 1.7%로 0.2%포인트 인하에 그친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마저도 20년에 걸쳐 내리도록 해놓는 바람에 실제 재정절감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은 “당장 적자가 심각한데 지급률을 너무나 적게 깎아 개혁 효과가 매우 낮을 것”이라며 “과감한 연금액 삭감 없이 보험료 총액만 올리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해 조만간 다시 뜯어고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의 칼끝이 젊은 세대에 집중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첫달 연금액만 9∼17% 줄어드는 10년 차(2006년 임용) 공무원에 비해 20년 이상 재직한 5급 공무원의 연금 삭감비율은 7%에 불과하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 재직자의 고통 분담은 줄고 10년 차 이하 젊은 공무원들의 부담은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개혁안이 보험료 부담률과 연금 지급률의 수치만 단순 조정한 ‘모수(母數) 개혁’에 불과해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와 여당 원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장기적으로 통합해 구조적인 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윤 센터장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면 앞으로 공무원연금만 따로 개혁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재정난이 심해지면 다시 연금 개혁 요구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단체 간의 심각한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국회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사회적 기구)’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하게 된다. 명목 소득대체율 40%(실질 소득대체율 20%)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명목 소득대체율 50%가 워낙 파장이 컸기 때문에 논의의 시작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9%로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보험료율을 올리기 위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구에서 과연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여야뿐 아니라 사회적 기구 참여 인사들 간에도 소득대체율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이세형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의심환자가 감염자로 29일 최종 판명되면서 메르스가 중국으로까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국내에서 4명이 감염자로 추가 확인돼 메르스 감염자는 모두 12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동시에 메르스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도 질병관리본부의 △격리 기준 △검사 기준 △접촉자 파악 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메르스 중국 전파” 오명 우려 이날 보건복지부는 국내 세 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C 씨(76)의 아들로 26일 홍콩을 거쳐 광둥(廣東) 성으로 출장을 떠났던 H 씨(44)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H 씨는 발열 증세를 보여 광둥 성 후이저우(惠州) 시의 공공 의료기관에 격리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H 씨로 인한 메르스 감염자가 중국에서 발생하면 한국은 ‘메르스 전파국’이란 오명을 피하기 힘들다. 중동지역 국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고,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H 씨 외에도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인 A 씨(68)와 접촉했던 간호사 I 씨(46), A 씨와 같은 병동에 있었던 환자 J 씨(56), K 씨(79), L 씨 (49) 등 4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또 격리 관찰자도 총 127명으로 늘어났다.○ 비행기 탑승객 격리기준 너무 소극적 가장 우려되는 건 H 씨가 중국 출장길에 탔던 비행기 탑승객 중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당시에도 H 씨는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기 내부는 사람들이 밀접해 앉아 있고, 환기도 잘되지 않는 공간이라 바이러스가 잘 퍼질 수 있는 조건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행기에 탔을 때 발열 증세가 있었다면 비행기에서 가까이 앉았던 사람들이나 접촉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H 씨가 탔던 비행기 탑승객 163명(내국인 85명, 외국인 78명) 중 2m 이내 위치에 앉았던 승객 20명과 승무원 6명 등 26명만을 밀접 접촉자로 설정해 귀국하는 대로 격리 관찰하기로 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최초 감염자와 단순히 같은 병동에 있었던 사람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2m 이내 승객만 격리 대상으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며 “같은 비행기를 탔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는 이들은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이한 대응, 부실한 조사, 느슨한 검사기준 H 씨가 ‘숨겨진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다. 국내 세 번째 감염자의 직계가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건 초기 역학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H 씨는 16일 A 씨와 C 씨가 있던 병실에 4시간이나 머물렀다. 26일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28일 다시 검사했을 땐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인 I 씨 사례도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미 음성 판정을 받은 격리 대상자들 중에서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격리 대상자 중 발열 등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에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 역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안이한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안이한 대응은 6번째 감염자 F 씨(71)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A 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F 씨가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갔을 때 담당 의사가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해 환자 증세를 설명하며 메르스를 의심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일반 병실로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러나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내 메르스 우려 확산 한편 홍콩 언론은 H 씨가 홍콩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열이 있고 기침을 해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는지, 메르스 환자가 있는 의료 시설에 갔는지 등을 물었지만 그가 모두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29일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H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비행기에서 그의 주변에 앉았던 한국인 승객 3명을 이날 격리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3명에게서는 검진 전 이상 증세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보건당국은 H 씨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200명에 대한 추적 조사를 하고 있으며 홍콩행 비행기에서 주변에 앉았던 승객 30명가량을 격리시킬 예정이다. 또 H 씨와 같은 항공기를 타고 홍콩으로 들어온 중년 홍콩 여성도 이날 정오 메르스 감염 증상을 보여 병원 전염병센터로 이송돼 검사를 받고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김배중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첫 환자 발생 이후 8일 만에 환자가 7명으로 늘었다.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스 의심환자 1명은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가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격리 관찰을 받아야 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가 26일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의 존재를 출국 하루 뒤인 27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메르스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세 번째 환자 C 씨(76)의 아들이자 네 번째 환자 D 씨(46)의 남동생인 H 씨(44)가 26일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27일 확인해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WPRO)와 중국 보건당국에 알렸다”라고 밝혔다. H 씨는 현재 중국 보건당국의 관리 속에 광둥의 대형병원 1인실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메르스 유전자 검사 결과는 29일 나올 예정이다. ○ 의심환자 출국할 때까지 파악도 못해 의심환자의 무단 중국행으로 메르스 방역체계의 빈틈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H 씨는 16일 첫 번째 환자 A 씨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아버지 C 씨를 누나인 D 씨와 함께 간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들 H 씨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C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에는 기본적인 가족 사항을 체크해 격리 조치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당시 딸 D 씨의 전염 여부에 관심이 쏠려 아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C 씨 확진 이후 가족 사항에 대해 수차례 물었지만 아들의 존재와 병원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해진 역학조사 방식 외에도 병원 방문 기록, 가족 구성원이나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 조사 등을 더 넓은 범위에서 진행했다면 미파악 접촉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의료진 의심환자 발견하고 보고도 안 해 H 씨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고열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진이 신속하게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 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H 씨는 19일부터 발열이 시작돼 22일과 25일 두 차례 병원을 방문했고, 25일 의료진에게 “가족 중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해당 의사는 중국 출장을 만류하기만 했지, 보건당국에 의심 사례를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H 씨가 출장을 강행한 뒤 하루가 지난 27일에야 이 사실을 신고했다. 의심환자 1명을 놓친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H 씨가 탄 항공편 탑승객 명단을 확보해 근접 탑승객 28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H 씨의 직장동료 180명 중 밀접접촉자가 있는지도 파악 중이다. 1명의 의심환자를 놓친 결과 200여 명에 대한 전염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신규 환자, 첫 번째 환자와 다른 병실인데도 감염 이런 가운데 28일에만 메르스 환자 2명이 추가로 확인돼 총 환자 수가 7명으로 늘어났다. 신규 환자는 첫 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F 씨(71)와 간호사 G 씨(28). 이에 첫 번째 환자 A 씨와 같은 병동에 머물렀던 환자들에 대한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보건당국에 발견되기 전인 11일부터 18일까지 4개 병원을 전전할 때 접촉했던 의료진에 대해서는 철저히 격리 및 관찰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A 씨와 같은 병실은 아니지만 같은 층에 머물렀던 환자들은 관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섯 번째 환자 F 씨와 같은 감염 사례를 막지 못했다. F 씨가 A 씨와 10m 이상 떨어진 다른 병실에 머물렀고 각각 다른 화장실을 사용했던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검사실 등 치료 과정에서 만났을 수 있지만 접촉 시간은 짧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환자 C 씨 등이 A 씨와 같은 병실에서 최대 5시간가량 접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6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첫 번째 환자 A 씨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전염시키는 이른바 ‘슈퍼보균자’라는 말도 나온다. 통상 메르스 환자 1명당 평균 0.7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1인당 2∼3명 전파)보다 감염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국내에서는 감염 속도나 전염력이 원래 알려진 것보다는 강한 것으로 보여 긴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킨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양 본부장은 “최근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쉽게 말해 이 책은 ‘식단’, 즉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또 건강검진을 비롯해 현대 의학으로도 만성질환을 원천적으로 치료,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건강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활 습관과 식사 패턴. 저자는 자기 주도 건강법을 크게 ‘마이너스 건강법’, ‘항염증 식단’, ‘소화력 키우기’ 등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먼저 마이너스 건강법은 가공 식품처럼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음식 섭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을 뜻한다. 항염증 식단은 육류와 가공 식품처럼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고 채소와 과일처럼 염증을 줄이는 음식 섭취를 늘려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기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화력 키우기는 우리 몸의 면역력 키우기와도 연관이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위와 장은 영양소를 소화할 뿐 아니라 외부 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위와 장의 건강을 챙기는 게 전체 면역력을 키우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과 검증되지 않은 대체요법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활에 도움이 될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확인된 지 일주일 만에 환자 수가 5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첫 번째 감염자인 A 씨(68)를 진료했던 의료기관의 의사 E 씨(50)가 26일 발열 증세를 보여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E 씨는 17일 병원을 찾아왔던 A 씨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 세계 6위…안이한 대응 지적 잇따라 중동 외 국가 중 메르스 환자가 5명 이상 나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보다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 요르단(19명), 카타르(12명), 이란(6명) 등 5개국. 이에 따라 ‘전염성이 약하다’고 강조했던 보건 당국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11일부터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인 A 씨가 메르스 발병 지역을 다녀왔다는 것을 19일에서야 파악한 게 문제다. 이는 증세가 심한 호흡기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위험 지역’을 다녀왔는지 여부를 초기부터 파악하는 과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 씨와 접촉한 이들에 대한 자가 격리도 느슨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E 씨가 자가 격리 과정에서 부인, 딸과 같이 지낸 것을 고려할 때 가족 중 추가 감염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지만 A 씨와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사실상 지역사회로 메르스가 퍼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부실한 초기 대응을 두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국내 환자 발생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복지부가) 앉아서 뭉개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네 번째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전문가 회의를 열고 발열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일부 격리 대상자는 음성으로 나타나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자가 격리 중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F 씨(46·간호사), G 씨(34·세 번째 감염자인 C 씨의 병실 접촉자), H 씨(31·의사), I 씨(29·의사) 등 4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정읍에서는 알제리에서 4개월간 체류한 뒤 23일 귀국한 J 씨(25·여)가 가벼운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알제리에서 중동지역(카타르)을 경유해 들어왔다’고 신고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보건당국은 J 씨가 발열 증세가 없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J 씨가 메르스 의심 신고를 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 후에야 J 씨를 격리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직접 찾아와 신고를 한 사람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황형준·이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