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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틀 요정’ 여서정(17·경기체고·사진)이 자신의 올해 첫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은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종목별 월드컵시리즈 여자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26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대한체조협회에 따르면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선에서 평균 14.40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오른 그는 1차 시기에서 난도 5.8점, 2차 시기에서 난도 5.4점짜리 기술을 시도했다. 실시 점수는 두 기술 모두 8.666점이었다. 여서정은 우즈베키스탄의 베테랑 선수인 옥사나 추소비티나(44·평균 14.200점)를 0.066점 차로 따돌렸다. 전날 발목 통증으로 평균대와 마루운동 예선에 기권했던 여서정은 주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한국 체조의 ‘레전드’ 여홍철(48)의 딸인 그의 목표는 내년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여서정은 이번 시즌 꾸준히 국제 대회에 참가해 난도 높은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여서정은 5.8점 혹은 6.0점으로 예상되는 자신만의 기술 ‘여서정’(뜀틀 짚고 두 바퀴 몸 비틀며 공중회전)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을 장착하면 충분히 올림픽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검은 물결’이 박성현(26)을 따라 움직인다. 이번에는 ‘노란 물결’이 전인지(25)를 뒤따른다. 검은 모자와 검은 옷, 노란 모자와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의 물결이다. 검은색을 좋아하는 박성현, 노란색을 좋아하는 전인지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이글’을 기원하는 독수리, ‘미친 존재감’ 등 강렬한 그림과 문구도 등장한다. 일사불란하다. 박성현 팬들은 티샷 20분 전, 전인지 팬들은 10분 전까지 1번홀 티 박스 근처로 집결한다. 선수 소개 때 팬 중의 한 명이 박성현의 별명 ‘남달라’를 선창하면 기다리고 있던 수백 명의 다른 팬이 일제히 ‘파이팅’을 외친다. 통일된 응원복과 단합된 구호. 이런 풍경에 외국인 선수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외국인을 놀라게 하는 한국의 응원 문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가했던 대만의 스타 골퍼 캔디 쿵(38)은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17년간 투어 생활을 하면서 한국 팬들처럼 대규모 응원을 펼치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홍보대행을 담당하는 골프뉴스 에이전시 JNA의 최민석 팀장(45)은 “미국 팬들은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 개인적으로 선수를 응원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눈에는 원정 응원을 펼치는 한국 팬클럽의 규모와 통일성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PGA 홈페이지도 1월 한국 여자 골프 팬클럽 문화를 조명했다. LPGA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팬들의 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에너지가 넘치는 응원을 펼치는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응원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메이저 대회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고 전했다. ○ 팬클럽에서는 무슨 일이 온라인 팬카페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팬덤을 가진 대표적 선수가 전인지와 박성현이다. 2013년 개설된 전인지의 네이버 팬카페(플라잉 덤보)는 21일 현재 가입자가 1만254명이다. 2015년 개설된 박성현의 네이버 팬카페(남달라) 회원은 8281명이다.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고,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걸크러시’ 박성현의 팬들은 여성의 비율이 높다. 박성현 팬카페 부매니저 정태연 씨(47)는 “카페 활동을 하는 팬 중 여성의 비율이 89.3%다. 특히 45∼54세 여성의 비중(46.1%)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직업군은 다양하지만 평일 팬클럽 모임 시 주부와 직장인의 비율이 7 대 3 정도”라고 덧붙였다. 박성현의 팬인 민혜진 씨(47·여)는 “40, 50대 주부는 아이들을 어느 정도 다 키운 상태다. 이때 다른 일을 배우거나 관심사가 생기지 않으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멋진 샷과 당당한 모습의 박 프로를 알게 됐고, 선수에 대한 대화를 팬들끼리 나누면서 친구도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전인지 팬클럽에는 남성이 많다. 전인지의 팬카페 매니저 김은정 씨(47·여)는 “전인지의 여성스럽고 상냥한 모습, 홀을 지나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친절한 팬 서비스에 매료된 중년 남성 팬이 많다. 팬카페 회원들의 성별을 살펴보면 남성이 80% 정도다. 일부 남성 팬들은 ‘내게 아들이 있다면 전 선수 같은 사람을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시즌 중에는 경기장을 찾아 ‘직관(직접 관전)’을 하며 현장 응원을 한다. 박성현의 팬클럽 관계자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박성현 선수가 오면 1라운드 혹은 4라운드가 끝난 뒤 팬카페 회원들과 식사를 함께한다. 이때 회원 500명 정도가 참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시즌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서울, 경인 지역 등 지역별 스크린 골프 모임을 열어 즐기고 응원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는 전인지의 별명인 ‘덤보’와 ‘파이팅!’을 외쳤던 전인지 팬들은 해외에선 ‘고(GO), 인지’를 외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파이팅’이 ‘싸우자’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 명이 ‘고’를 선창하면 나머지가 ‘인지’를 외치기로 했다”는 것이 김 매니저의 설명이다. 박성현 팬클럽은 박성현의 올해 목표 승수에 맞춰 “5승 가자”를 응원 구호 중 하나로 사용할 예정이다. 해외 응원에는 평균 20∼30명이 참가한다. 카페 운영진이 대회 개최 지역의 교통과 숙박 정보 등을 올리면 자율적으로 응원에 참가한다. 해외 직관을 하는 회원들이 카페 내 응원방에 현장 소식을 올리면 밤새도록 1만 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린다. ○ 골프 에티켓 vs 응원 문화, 그리고 책임 일각에서는 한국의 열성적 골프 응원 문화에 우려의 시선을 나타내기도 한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 외국인 선수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은 꽤 큰 소리를 낸다.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벨소리가 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의 응원이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팬클럽 회원들도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 폰(NO PHONE) 캠페인’이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놓거나 꺼놓고 있는 것이다. 선수와의 스킨십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도 있다. 여성 회원들이 스스럼없이 선수와 팔짱을 끼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선수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해달라는 내용이다. 팬클럽 회원들은 선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 박성현 팬클럽 회원들은 ‘울프(우리프로)’, 전인지 팬클럽 회원들은 ‘우리 선수’ 등으로 부른다. 팬클럽 내에서 회원 자신을 지칭하는 닉네임에는 ‘박성현’ ‘남달라’, ‘전인지’ ‘덤보’ 등을 쓸 수 없다. 선수를 사칭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선수를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긍심 높은 팬클럽이지만 경기장에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금방 선수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은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의 명예와도 직결된다. 김 매니저는 “잘못된 행동을 하면 누구의 팬인지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회칙 등을 통해 매너를 더 엄격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고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후반 25분. FC바르셀로나(스페인·바르사)의 최전방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2)는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었다. 올랭피크 리옹(프랑스·리옹)의 수비수들이 바르사 측면 공격수들을 신경 쓰느라 수아레스를 마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왼발 슈팅은 골포스트 옆으로 빠져나갔다. 수아레스는 얼굴을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수아레스는 20일 프랑스 데신샤르피외에서 열린 리옹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에서 부정확한 슈팅으로 수차례 골 기회를 놓쳤다. 그의 부진 속에 바르사는 24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무득점에 그치며 0-0으로 비겼다. 과거 리오넬 메시(M), 수아레스(S), 네이마르(N)의 ‘MSN 트리오’가 공격을 이끌었던 바르사는 유럽 최고의 공격진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2017년 파리생제르맹(프랑스)으로 이적한 데 이어 서른 살을 넘어선 수아레스가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메시가 31경기에서 30골을 넣으며 아직 건재하지만 MSN 트리오가 활약하던 때보다 바르사의 파괴력은 확실히 약해졌다. 수아레스는 최근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이 기간에 팀은 1승 4무를 기록했다. 수아레스는 2015∼2016시즌 59골을 넣은 이후 매 시즌 득점이 감소했고 이번 시즌에는 16골을 기록 중이다. 바르사 팬들은 수아레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미국 블리처리포트에 따르면 팬들은 “수아레스는 엉망진창이다” “바르사가 유럽 정상에 서려면 하루빨리 수아레스의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바르사는 수아레스의 대체자로 해리 케인(토트넘),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의 영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야심 차게 프로 1군 무대로 올라선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사진)이 좀처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이강인은 18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경기에서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을 치른 그는 지난달 31일 발렌시아 1군에 정식 등록했다. 하지만 정작 1군이 된 이후부터 5경기(유로파리그 등 포함) 연속으로 결장했다. 1군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던 이강인은 곤살로 게데스 등 경쟁자들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마르셀리노 토랄 발렌시아 감독은 “부상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어린 선수가 연달아 경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1군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신예 이강인이 주전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강인의 스페인 현지 에이전트 관계자는 “이강인은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계속 싸워 나갈 것이다. 그는 매일매일 힘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는 중국 국가대표팀 에이스 우레이의 에스파뇰 이적 후 첫 선발 경기로도 관심을 끌었다. 이강인이 출전하지 않아 ‘한중 대결’은 무산됐다. 72분을 뛴 우레이는 헛발질을 하는 등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발렌시아와 에스파뇰은 0-0으로 비겼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손흥민(27·토트넘)이 골을 넣으면 나는 먼저 드레싱룸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경기가 끝나기만 기다리면 될 것 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손흥민은 ‘승리의 파랑새’와도 같다. 에이스 손흥민이 득점한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두터운 믿음이 있다는 얘기다.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토트넘과 도르트문트(독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손흥민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팀. 안방에서 대승을 거둔 토트넘은 다음 달 6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2차전을 치른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2분 얀 페르통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토트넘의 첫 번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시즌 16호골이자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 첫 득점이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조합된 유니폼을 사용해 ‘꿀벌 군단’으로 불리는 도르트문트에 유독 강한 손흥민은 ‘양봉업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프로 데뷔 이후 도르트문트전 11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전에서 또다시 골을 넣은 것은 맞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다른 팀을 상대해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13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는데 그가 득점한 경기에서 토트넘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모든 감독이 지도하고 싶어 하는 ‘꿈’ 같은 선수다. 그는 다양한 공격 포지션에서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놀라운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영국 BBC는 “손흥민이 다시 한번 빛났다. 그는 최근 12경기에서 11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이 꾸준히 득점 감각을 유지하며 2016∼2017시즌에 자신이 작성한 유럽무대 한국인 시즌 최다골 기록(21골)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16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 EPL 경기만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도청이 경북체육회 ‘팀킴’을 꺾고 2년 연속 전국겨울체육대회 정상에 올랐다. 경기도청은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전국겨울체육대회 컬링 여자 일반부 결승에서 접전 끝에 7-6으로 승리했다. 경기도청은 4엔드까지 4-1로 앞섰다. 하지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팀킴은 5, 6, 7엔드에 1점씩을 뽑아내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도청이 8엔드에 2득점을 하자, 팀킴은 9엔드에 2점을 올리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도청은 마지막 10엔드에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1점을 획득해 7-6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도청은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를 배출했던 팀이다. 당시 경기도청은 컬링과 걸그룹 걸스데이를 합친 ‘컬스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엄민지(28)와 김은지(29)가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지난해 11월 지도자들의 전횡 등을 폭로한 뒤 한동안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던 팀킴은 복귀 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임명섭 경북체육회 코치는 “전국겨울체육대회 우승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이번 대회를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을 향한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유럽 톱 레벨이 아니다. 현 맨유 선수 중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에서 뛸 수준이 되는 선수는 2명 정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의 수비수 출신인 필 네빌은 13일 친정팀이 안방에서 PSG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뒤 영국 BBC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지성과 함께 뛰었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맨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다. 상대와의 격차가 컸다”고 말했다. 전직 맨유 선수들이 입을 모아 비판을 쏟아낼 정도로 맨유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이날 맨유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PSG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안방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게다가 PSG는 에이스 네이마르와 에딘손 카바니가 부상으로 빠져 정상 전력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올레 군나르 솔셰르 감독대행 체제가 시작된 후 자국 리그와 축구협회(FA)컵 등에서 11경기 연속 무패(10승 1무)를 이어오던 맨유지만 유럽 강자들이 맞붙는 유럽대항전에서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날 맨유는 10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 슈팅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골 결정력이 떨어졌다. BBC는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 등 맨유 경영진의 안목 없는 선수 영입 정책이 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선수들이 제 몫을 못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 선수가 지난해 초 영입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다. 7억 원에 가까운 주급(선발 출전 보너스 등 포함)을 받는 산체스지만 그는 맨유에서 37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는 데 그쳤다. 아스널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166경기에서 80골을 터뜨렸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PSG전에서 전반 추가시간에 투입된 산체스는 유효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BBC는 “이적료 7500만 파운드(약 1087억 원)로 영입한 최전방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는 솔셰르 체제에서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고 있다. 맨유가 변화를 시도 중인 만큼 경영진의 영입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맨유는 무패 행진을 벌인 11경기에서 7골을 내주며 수비가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차세대 축구 황제’ 킬리안 음바페를 앞세운 PSG의 공격진에 수비가 붕괴됐다. BBC는 “솔셰르 체제에서 맨유가 가진 힘은 수비에 있었다. 전반은 잘 견뎌냈지만 후반 초반 실점하면서 경기력이 급속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맨유는 후반 8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쇄도하는 상대 수비수 프레스넬 킴펨베를 놓쳐 첫 실점을 했다. 후반 15분에도 중앙으로 쇄도하는 음바페를 수비수들이 마크하지 못해 쐐기골을 허용했다. 음바페는 “네이마르와 카바니가 없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당돌하게 말했다. 맨유는 안방 1차전 패배로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 2차전은 다음 달 7일 PSG의 안방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솔셰르 감독대행은 “우리는 한동안 이런 (높은) 수준의 팀과 경기를 하지 못했다.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된 만큼 다시 도전할 것이다. 산 앞에서 드러눕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여정은 산을 정복했을 때 끝날 것이다”며 2차전에서의 반격을 다짐했다. 하지만 맨유는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1차전에서 후반 44분 거친 파울로 인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2차전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전임 조제 모리뉴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분란에 빠뜨렸던 포그바는 결정적 순간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다시 팀에 위기를 불러왔다. 한편 맨유 팬들은 이날 맹활약한 PSG의 앙헬 디 마리아에게 맥주병을 던지는 등 추태를 부렸다. 맨유 소속이었다가 2015년 이적한 디 마리아는 이날 PSG의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 ‘팀킴’이 만든 유행어는 “영미!”였다. 스킵(주장) 김은정(29)이 의성여고 동창인 리드 김영미(28)에게 스위핑 등을 지시하며 외치는 소리였다. 1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전국겨울체육대회 컬링 여자 일반부 경기에서는 “영미”를 들을 수 없었다. 임신 중인 김은정을 대신해 서드 김경애(25)가 스킵으로 나섰기 때문. 김영미의 친동생인 김경애는 “언니야!”를 외치며 스위핑을 지시했다. 김은정은 후보로 코치석에서 경기를 봤고, 올림픽 당시 후보였던 김초희가 서드로 출전했다. 팀킴의 소속사 관계자는 “김경애가 과거에 스킵 훈련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실전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경북체육회 지도자들의 전횡 등을 폭로한 뒤 한동안 공식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팀킴은 이날 복귀전을 치렀다. 이들은 8강에서 부산시컬링협회에 19-2로 대승을 거뒀다. 4강에서는 현 국가대표팀인 춘천시청을 6-5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팀킴의 소속사 관계자는 “선수들의 궁극적 목표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최고 성적을 내는 것이다. 당분간 김경애 스킵 체제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1일 영국 런던에서 끝난 토트넘과 레스터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전반 15분 손흥민(27·토트넘)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레스터시티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반칙 여부를 놓고 손흥민과 매과이어는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 선언을 하지 않고 손흥민에게 ‘시뮬레이션 액션(반칙을 당한 척하며 심판을 속이려는 행위)’에 따른 경고를 줬다. 방송 중계 화면에는 손흥민의 오른쪽 다리가 매과이어의 오른쪽 다리에 걸리는 장면이 명확히 포착됐다. 하지만 EPL은 아직 비디오판독(VAR)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영국 BBC 해설진은 “매과이어와 손흥민 사이에 접촉이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공격수가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페널티킥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억울한 경고를 받은 손흥민은 득점포를 가동하기 위해 쉼 없이 상대 문전을 공략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후반 46분)에 ‘분풀이 득점’에 성공했다. 1-2로 지고 있던 레스터시티가 동점골을 넣기 위해 맹공을 펼치던 때였다. 동료가 수비 지역에서 걷어낸 볼을 센터서클 근처에서 잡은 손흥민은 약 53m를 질주한 뒤 왼발 슈팅으로 토트넘의 세 번째 골이자 자신의 시즌 15호 골을 작성했다. 그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2-0 한국 승) 후반 추가시간에 주세종의 패스를 받아 ‘50m 폭풍 질주’를 한 뒤 한국의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릴 때와 유사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3-1로 이겼다. 경기 후 손흥민은 “나는 누군가를 속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페널티킥이라고 생각했고, 경고를 받은 것은 억울하지만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고 말했다.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EPL 11골로 개인득점 공동 8위(11일 기준)에 올랐다. 영국 언론은 지난해 말부터 골을 몰아넣고 있는 손흥민의 득점력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지난해 11월 말에 이번 시즌 EPL 첫 골을 터뜨린 이후 완벽히 다른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24일 첼시전을 치르기 전에는 EPL 7경기에서 유효슈팅 1개에 그치며 득점이 없었다. 하지만 첼시전부터 EPL 13경기에 나와 21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11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에 손흥민과 같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리버풀의 에이스 무함마드 살라흐(개인 득점 공동 1위·17골)뿐이다. 손흥민은 14일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시즌 첫 유럽대항전 득점에 도전한다. EPL과 리그컵에서는 골 폭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대항전에선 없었다. 손흥민은 ‘꿀벌 군단’(노란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 유니폼을 사용해 생긴 별명) 도르트문트 킬러로 불리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팬들은 프로 데뷔 이후 도르트문트전에서 통산 8골(10경기)을 넣은 손흥민을 ‘양봉업자’로 부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차준환(18·휘문고)은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발표되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시즌 출전하는 국제 대회마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웃는 얼굴로 점수를 확인하던 그였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간판 차준환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8일 쇼트프로그램에서 97.33점으로 2위를 기록해 역전 우승까지 노렸던 그이지만 10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하며 최종 6위(총점 255.83점)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4대륙 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이자 김연아(은퇴) 이후 10년 만의 메달 획득을 노렸다. 4대륙 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세계선수권(3월)의 전초전 격이다. 4대륙 선수권은 차준환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찾은 대회가 됐다.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58.5점(8위)으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74.42점)에 크게 못 미쳤다. 점프가 흔들려 무더기 감점을 받은 차준환에게는 점프 안정성 확보가 숙제로 떠올랐다. 차준환은 2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비롯해 5개의 점프 요소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이번 시즌부터 ISU는 채점 규정을 개정해 점프의 수행점수 범위를 기존 7개 등급에서 11개 등급으로 넓혔다. 가점 및 감점의 폭이 커졌기 때문에 실수가 나오면 타격이 크다. 4회전 점프의 추가 장착도 요구된다. 4회전 점프는 난도가 높은 대신 기본 점수가 많아 성공 시 고득점에 유리하다. 점프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득점을 위한 기술 향상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쇼트프로그램 4위였던 세계 1위 우노 쇼마(일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3개의 4회전 점프를 깔끔히 성공시키며 대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위 진보양(중국)도 3개의 4회전 점프를 시도했다. 반면 차준환은 현재 4회전 살코와 토루프만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차준환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려면 점프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다만 성장기 선수가 무리하게 4회전 점프를 장착하려다가는 부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몸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반복되고 있는 부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차준환은 발(260mm)에 꼭 맞는 부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츠가 발목을 완벽히 고정해 주지 못해 점프 후 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준환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보다 5mm가 큰 부츠로 교체해 대회를 치렀다. 이번 부츠도 내구성이 약해 교체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3개의 국내 대회를 치르며 떨어진 체력도 뒷심 부족의 원인이 됐다. 차준환 측 관계자는 “대회 일정이 너무 많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 (차준환이) 체력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와 한국을 오가며 지칠 대로 지친 차준환이지만 이번 시즌 남은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전국동계체육대회(2월), 세계선수권(3월·일본) 등에 출전한다. 차준환은 “아쉬운 점도 많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남은 대회를 잘 준비해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손흥민의 토트넘 복귀 효과는 엄청나다. 마치 페라리(토트넘)에 연료(손흥민)를 부은 것과 같다.” 영국 BBC는 아시안컵을 마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돌아온 손흥민(27)의 활약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복귀 이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BBC가 선정한 ‘EPL 25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득점, 유효 슈팅 등 다양한 축구 지표를 종합해 평가하는 ‘이 주의 파워 랭킹’에서도 손흥민은 7위를 기록했다. EPL 정상급 공격수로 평가받으며 물 오른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는 ‘슈퍼 소니’ 손흥민은 명문 구단들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영국 축구 매체 ‘아이풋볼’은 6일 “EPL 첼시가 올여름에 아시아 축구 스타 손흥민을 영입하려고 한다. 첼시는 손흥민의 이적료로 8000만 파운드(약 1168억 원)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2011∼201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한 첼시는 EPL 명문 구단 중 하나. 아이풋볼은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손흥민의 활약을 보고 큰 매력을 느꼈다. 손흥민이 (이적을) 결심하면 첼시는 토트넘보다 3배 높은 주급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현재 주급은 14만 파운드(약 2억 원)로 알려져 있다. 손흥민의 이적에 대한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빅클럽 이적설’은 유럽 무대에서 손흥민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흥민은 주포 해리 케인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토트넘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토트넘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EPL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시즌 14호 골을 작성했다. 또한 그는 이번 시즌 EPL에서만 10골을 기록해 한국 선수 최초로 3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의 해결사 역할을 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된 손흥민을 두고 찬사가 쏟아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배터리처럼 방전됐다가도 휴식을 취하면 충전된다. 그러고는 경기에 나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다. 그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처럼 효율적으로 경기를 뛰는 최정상급 선수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최근 BBC의 축구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은 최근 EPL에서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의 선수 후보 5, 6명을 선정한다면 손흥민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골 그물이 찢어질 듯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린 손흥민(27·토트넘)은 주먹을 휘두르며 울부짖듯 포효했다. 평소 활짝 웃으며 동료나 팬들을 향해 달려가던 모습과는 달랐다. 2019 아시안컵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골 세리머니는 31일 소속팀 경기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진 후반 35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시즌 13호 골이며, EPL 9호 골이다. 그는 EPL에서 1골만 더 넣으면 세 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꼽은 영국 BBC는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에서 돌아와 토트넘에 복귀한 손흥민이다. 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사실 손흥민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대표팀과 토트넘을 오가며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아시안컵을 무득점으로 마친 그는 “(아시안컵 기간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골을 터뜨린 뒤 펼친 골 세리머니는 아시안컵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한 방이었던 셈이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지난달 26일부터 토트넘에 합류했다. 아시안컵 8강전 이후 6일 만에(한국 시간 기준) 선발로 출전했지만 이날은 대표팀에서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체력을 완벽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왓퍼드전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에 벌러덩 드러눕기도 했다. 여전히 체력 문제를 안고 있는 손흥민이 골 맛을 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표팀과는 다른 토트넘의 전술이 있다. 아시안컵에서의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연계 플레이로 공격을 이끄는 동시에 수비 가담도 해야 했다. 반면 토트넘에서는 최전방 투톱으로 나서 공격에 전념했다. 수비 부담이 작다 보니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의 손흥민은 공격적 움직임과 슈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볼 소유와 공격 전개 작업에 모두 관여하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토트넘의 빠른 경기 템포도 손흥민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한 해설위원은 “토트넘은 선수들의 패스 강도가 세고 빠르다. 경기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손흥민이 볼을 잡고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패스 강도가 약하고, 팀 전체 움직임이 정적인 경우가 많아 손흥민의 스피드를 활용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토트넘 복귀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손흥민은 “나도 사람이라서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 등 공격 자원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리그 3위 토트넘이 우승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득점 감각이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꾸준히 중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손흥민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가 (토트넘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손흥민의 몸 상태를 잘 체크한 뒤 괜찮으면 다음 경기에도 선발로 쓰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사진)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와의 1군 계약을 눈앞에 뒀다는 스페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언론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30일 “발렌시아 구단이 조만간 이강인의 1군 정식 승격을 발표할 것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1군에서 등번호 16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8000만 유로(약 1023억 원)의 바이아웃도 효력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지난해 7월 발렌시아 2군 소속인 이강인과 2022년 6월 30일까지 재계약하면서 바이아웃으로 8000만 유로를 책정했다. 바이아웃은 다른 구단에서 제시할 경우 소속팀의 동의 없이도 이적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일종의 최소 이적료다. 하지만 이강인의 8000만 유로 바이아웃에는 1군 정식 선수가 된 후에 발동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지 ‘수페르 데포르테’는 “이강인이 1군에 등록해야 거액의 바이아웃에 대한 효력이 생긴다. 1군 등록 전까지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2000만 유로다”고 전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최근 이강인이 1군에 호출돼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다른 구단의 영입 대상이 되자 1군 계약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바이아웃이 발동돼야 이강인이 쉽게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등 명문 클럽들이 스카우트를 파견해 이강인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강인은 이날 환상적 패스 능력을 발휘하며 발렌시아의 승리를 도왔다. 이강인은 30일 열린 헤타페와의 코파델레이(스페인국왕컵) 8강 2차전에 후반 26분 교체 출전했다. 이강인은 양팀이 1-1로 맞선 후반 47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긴 패스를 시도했고, 이를 산티 미나가 머리로 떨어뜨린 뒤 로드리고 모레노가 골로 마무리했다. 1분 뒤에는 이강인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시발점이 돼 발렌시아의 세 번째 골이 완성됐다. 3-1로 승리한 발렌시아는 1, 2차전 합계 3-2로 4강에 올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해 온 기성용(30·뉴캐슬·사진)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30일 “기성용이 ‘2019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고 한다’는 서신을 보내왔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기성용의 은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대표팀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변화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떠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시안컵 성적(8강)으로 대표팀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벤투 감독님의 지도 아래 동료들과 후배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아시안컵 멤버였던 기성용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로 조기 복귀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은 떠나지만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축구 선수의 경력이 끝날 때까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에 데뷔한 이래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그는 2015년 아시안컵부터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았으며 2011, 2012, 2016년에는 ‘KFA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고 오리온의 승리가 확정되자 이승현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며 경기장이 떠나갈 듯 포효했다. ‘두목 호랑이’ 이승현(27·197cm·사진)이 프로농구 복귀전 승리를 자축하는 강렬한 세리머니였다. ‘이승현 복귀 효과’를 톡톡히 본 오리온이 30일 울산에서 열린 선두 현대모비스와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77-74로 승리했다. 전날 상무에서 전역한 이승현은 골밑을 단단히 지키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이날 13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승현의 장점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 강한 힘과 적극적 수비다. 그는 2쿼터에 현대모비스 섀넌 쇼터의 돌파를 블록슛으로 막는 등 수비에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이승현의 가세로 골밑이 강화된 오리온은 라건아(199.2cm)가 버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34개의 리바운드(현대모비스 33개)를 잡아냈다. 오리온은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다. 이승현이 상대 수비를 자신에게 쏠리게 만들면 외국인 선수 대릴 먼로 등 동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골밑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기록했다. 먼로는 양 팀 최다인 27득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이날 승리로 5할 승률(19승 19패)을 기록하며 단독 6위가 됐다. 이승현은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잘하는 것이 목표다. 복귀전에 부담감이 많았는데 승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오리온과 공동 6위였던 DB는 창원에서 열린 LG와의 방문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5-110으로 졌다. DB는 상무에서 전역한 가드 허웅이 14득점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LG 외국인 선수 제임스 메이스(34득점 10리바운드)를 막지 못해 패배를 맛봤다. DB는 KGC와 공동 7위가 됐다. 5연승을 기록한 LG는 5위를 기록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혁신성장과 글로벌 경영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골프존뉴딘홀딩스 최덕형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골프존뉴딘그룹은 2000년 대덕연구단지에서 직원 5명으로 창업해 ‘스크린골프’로 열풍을 일으킨 기업이다. 이들은 2015년 지주사 체계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했다. 스크린골프 외에 골프용품 유통, 골프장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스크린야구, 스크린테니스, 스크린낚시, 스크린볼링 등 다양한 가상현실(VR) 사업에 진출했다. 골프존뉴딘그룹은 현재 국내 9개 자회사와 국내외 15개 손자회사를 운영 중이며 연간 매출은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경영 목표에 따른 적극적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지난해 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 인수 및 미국 호프만 그룹(부동산 개발사)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해외 영역을 확장했다. 해외 전시회 적극 참여 등 ‘골프 한류’를 목표로 삼은 골프존의 최근 5년간 해외 수출은 300억 원 이상이다. 급속한 성장 속에 고용 창출도 눈에 띈다. 골프존뉴딘그룹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 청년인력 320여 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총 400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할 방침. 골프존뉴딘그룹은 간접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탰다. 골프존뉴딘그룹 관계자는 “스크린골프매장 운영을 통한 일자리(1만8000명) 등 우리 그룹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약 2만 개로 평가된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 팀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경기였다.” 서동철 KT 감독은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방문 경기에서 100-85로 승리를 거둔 뒤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팀이 오랜만에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3연패 탈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2위를 기록하며 ‘돌풍의 팀’으로 불렸던 KT지만 올해 들어 3승 6패에 그치며 4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3연패를 당할 동안 팀의 평균 득점은 67.7점에 불과했다. 특히 단신 외국인 선수 쉐인 깁슨이 평균 7.7득점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고심 끝에 KT는 깁슨을 외곽슛 능력이 뛰어난 저스틴 덴트몬으로 교체했다. 29일 선수 등록을 마치고 곧바로 경기에 나선 덴트몬은 데뷔 무대부터 맹활약했다. 그는 삼성전에서 팀 최다인 21득점(3점슛 3개)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서 감독은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인 덴트몬에게 90점을 주고 싶다. 덴트몬의 합류로 팀의 3점 슛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다시 한번 공격적 인 농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새 얼굴’의 활약과 함께 국내 에이스 양홍석이 ‘팔방미인’으로 거듭났다. 양홍석은 삼성전에서 13득점 12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21세 6개월의 나이로 프로농구 역대 최연소 트리플더블 기록이다. 양홍석은 “연패를 끊고 팀 분위기를 반전시킨 만큼 이제는 팀이 연승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외 선수로 ‘원투 펀치’를 구성한 KT는 상위권 경쟁에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서 감독은 ”시즌 막바지인 6라운드에서 어려운 순위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5라운드에서 승수를 최대한 많이 쌓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쌀딩크’ 박항서(60)가 자신의 지위 변화를 암시했다. 일이 너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현재 베트남 국가대표팀(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박 감독은 29일 “(2개 팀을 맡다 보니) 일이 너무 가중되고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를 해야 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나. 베트남 내에서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개의 대표팀을 이끌고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써왔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마치고 “정말 힘들고 지쳤다”는 그는 휴가를 맞아 고국에서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이날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의 설 연휴 기간은 9일이다. 박 감독은 “가족들을 못 본 지 오래됐다”며 어머니 박순정 여사(97)를 뵈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준우승), 아시아경기(4강), 스즈키컵(동남아시아선수권·우승)을 거치며 베트남 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그에게도 아시안컵은 부담스러운 무대였다.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스즈키컵을 마친 뒤 아시안컵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새해부터 걱정이 많았다. 베트남에서 (아시안컵에) 기대를 안 하는 것 같더니 조별리그 2패를 당하니까 비판 여론도 나오고 이기니까 조용해지고 원래 다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예멘을 꺾고 조 3위로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뒤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박 감독은 “행운이 많이 따랐다. 스즈키컵에 ‘올인’한 선수들이 아시안컵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떨어져 있었다. 선수들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곤했고 메시지를 던져도 굉장히 반응이 느렸는데 목표 달성을 해서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8강에서 일본에 패해 아시안컵 여정을 마친 뒤 박 감독은 아부다비에서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0-1 한국 패)을 지켜봤다. 박 감독은 “한국이 상대의 중거리 슈팅 한 방 때문에 졌다. 주도권을 쥐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자국 대표팀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해 박 감독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스즈키컵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베트남이 아시아 톱 레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3월에 한국과의 친선경기(A대표팀), 2020 도쿄 올림픽 예선(23세 이하 대표팀) 등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한국과의 친선경기에 대해 “손흥민이 베트남과의 친선경기에 오겠나. 안 온다”라면서 베트남 대표팀의 많은 선수도 이때 올림픽 예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베스트 전력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한국 일본 이란과 경기할 기회가 얼마 없다. 아시아 강팀과 경기하는 것이 많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8강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팬 수백 명은 비난 대신 격려로 이들을 맞이했다. “힘내세요!”라는 함성에 선수들의 굳었던 얼굴이 밝아졌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사진)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받을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팀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시안컵을 마친 대표팀의 선수 구성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해온 해외파 중 일부가 은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로 조기 복귀한 기성용(30)이 인스타그램에 ‘마침내 끝났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했다.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은 8강 직후 공개적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대표팀은 ‘패스 마스터’ 기성용 없이 치른 8강 카타르전(0-1 한국 패) 등에서 전진 패스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격 효율성이 떨어졌다. 한국이 아시안컵 참가국 중 가장 많은 패스(3341회)를 기록하고도 6골(팀득점 공동 7위)에 그친 원인 중 하나다. 벤투 감독은 베테랑들의 은퇴 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구자철은 아시안컵 이후 은퇴하기로 돼 있었다. 기성용과는 (은퇴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그가 은퇴 의사를 밝히면 존중하겠다. 이제는 그들이 없이도 팀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를 관찰해 두 선수의 대체 자원을 찾고,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대 문전에서의 공격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찾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한편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3·전북)는 베이징 궈안(중국)으로의 이적이 확정됐다.인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지난해 4월 6일.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34)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한국농구연맹(KBL) 센터로 들어왔다. 2018∼2019시즌 장신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200cm 이하’가 되면서 2015년 신장 측정 당시 200.1cm를 기록했던 로드(2017∼2018 시즌 당시 KCC)는 한국 생활 연장을 위해 키를 다시 측정해야 했다. “허리를 쭉 펴세요”라는 KBL 관계자의 말에 로드는 “최대한 허리를 곧게 만든 거예요”라며 신경전까지 펼쳤다. 재측정 결과 199.2cm로 나오자 로드는 무릎을 꿇고 환호했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조건을 맞춘 그였지만 정작 새 시즌에 그와 함께하겠다는 팀이 없었다. 쓸쓸히 미국으로 돌아간 로드. 그러나 그는 한국 무대 컴백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일본 리그에서 영입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고, 식단 조절과 하루 2차례 개인 훈련을 하며 몸 관리를 했다. 24일 전자랜드의 안방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분명 시즌 중에 나를 불러줄 팀이 있다는 믿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로드에게 손을 내민 팀은 전자랜드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12월 27일 발등 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머피 할로웨이의 대체 선수로 로드를 영입했다. 재취업에 성공한 로드는 한국에서의 8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그는 “전자랜드는 과거(2013∼2014시즌)에도 뛰었던 익숙한 팀이다. 한국에 다시 오면서 전자랜드를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로드는 전자랜드 가세 후 평균 15득점, 9.2리바운드로 골밑을 지키고 있다. 과거 몸싸움을 기피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적극적으로 상대 골밑을 공략하고 있다. 로드는 “내 골밑 장악력에 대한 팀의 기대가 큰 만큼 적극적으로 골밑으로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와 심판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악동’으로 불렸던 그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달라졌다고 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로드는 팀 훈련 시작 전에도 홀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말 ‘순한 양’처럼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로드 합류 이후 전자랜드는 8승 2패를 기록하며 2위(23승 13패)를 기록 중이다. 1위 현대모비스(28승 8패)와의 승차는 5경기. 26일 현대모비스와의 맞대결을 앞둔 로드는 전의를 불태웠다. 전자랜드가 이기려면 로드가 현대모비스 라건아를 제압해야 한다. 로드는 “내게 라이벌이라는 것은 없다. 라건아와의 대결도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전자랜드도 아직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전자랜드의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