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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휴일 근무 시 휴일근로수당을 없애는 대신 휴가로 보상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새롭게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여야는 당초 근로허용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서 휴일수당을 평일의 1.5배 주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 내 일부 강경파와 노동계가 평일의 2배를 줘야 한다며 반발하면서 여야 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휴일수당을 아예 없애고 대체휴가를 의무화해 근로시간 단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휴일수당을 없애고 대체휴가를 의무화한 선진국 사례를 고용부에 요청했다. 고용부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 등을 취합해 민주당에 제출했다. 독일은 휴일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병원이나 경비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 대신 이 업종에서 휴일근무를 하면 의무적으로 대체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독일처럼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노사가 합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휴일근무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휴일근무 시에도 통상임금의 150%나 200%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2주 안에 대체휴가로 보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일수당을 많이 줄수록 근로자가 휴일근무를 원하게 돼 휴일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고용부는 이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2021년 6월까지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초 여야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2021년 7월부터 전면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 대체휴가제도 그 시기를 맞추자는 것이다.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764시간을 크게 웃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로시간 단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휴일수당 폐지, 대체휴가제 의무화’가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300만 원. 대학생 박정일(가명·22) 씨가 아직 받지 못한 임금이다. 박 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가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일은 편했지만 결국 적자를 견디다 못한 업주는 9월 PC방 문을 닫았다. 두 달 치 월급을 밀린 채였다. 업주는 “가게가 나가면(권리금을 받고 팔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믿고 기다렸지만 연락은 없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고심 끝에 노동청에 신고했다. 근로감독관은 “일단 기다려 보자”며 “학생보다 더 많은 월급을 떼인 사람이 엄청 많다”고 했다. 체불액이 큰 사건부터 먼저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박 씨는 300만 원을 받으면 등록금에 보탤 생각이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 씨는 밀린 월급을 받지도 못했고 노동청의 연락도 없다. 지난해 박 씨처럼 임금을 받지 못해 정부에 신고한 청년들(15∼29세)의 임금체불 신고액이 1393억98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2016년(1406억700만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고용부가 청년 임금체불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는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16.4%나 올라 임금체불로 고통을 당하는 청년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터 받은 ‘2017년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임금체불을 신고한 청년은 6만9796명으로 전체 신고자(32만6661명)의 21.4%였다. 임금체불 근로자 5명 중 1명은 청년인 셈이다. 청년 임금체불 업종별로는 제조업(395억4900만 원)이 가장 많았고,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361억76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청년을 포함한 지난해 국내 임금체불 전체 신고액은 1조3810억6500만 원이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1조4286억3100만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이 역시 역대 두 번째다. 한국의 체불임금액은 일본(연간 1400억 원 안팎)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근로기준법에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조항(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있지만 임금체불을 중대범죄로 처벌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밀린 임금만 지급하면 처벌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지난해 정부는 처벌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적발 사업장 13만996곳 가운데 사법처리를 받은 곳은 2만7726곳(21.2%)에 불과했다. 같은 해 임금체불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30명에 그쳤다. 처벌 강화와 함께 사업주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청년들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많이 일하는 서비스업종 사업주들은 해고와 임금체불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놓인 청년들이 해고와 임금체불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인 셈이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청년에 대한 임금체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 가운데 악질사범의 명단을 공개하고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을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다. 신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년층은 일자리 감소와 임금체불 급증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근로기준법에 수습사원 규정은 별도로 없다. 수습기간과 처우는 사업장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 정한다. 수습사원의 월급은 일반 직원보다 적어도 상관없지만 최저임금의 90%는 돼야 한다. 올해 최저월급(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은 157만3770원이므로 141만6393원 이상은 줘야 한다. 수습사원도 엄연한 근로자다. ‘근무태만’ 같은 정당한 사유(근로기준법 23조)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5조에 따라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여야 한다.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상대로는 수습기간을 둘 수 없다. 월급 감액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습기간을 둬 월급을 깎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7회 ‘취뽀생? 퇴준생!’ 웹툰은 ‘규찌툰’ 시리즈로 유명한 남현지 작가가 과도한 신입교육과 단체활동으로 워라밸을 잃고 사표를 쓴 회사원 박정후(가명·30)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불참은 없다. 전원참석!’ 입사한 지 한 달 만인 2016년 중순경 총무팀에서 받은 e메일은 간결하고 명료했다. 신입사원인 우리의 임무는 회사 체육대회에서의 장기자랑. 혹독한 취업관문을 거치느라 노는 법조차 잃어버린 미생(未生)들에게 담당자는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곤란하다”고 엄포를 놓았다. 업무를 마친 우리들은 한밤중에 모여 춤을 연습했다. 아이돌 춤을 따라하느라 야근을 하게 될 줄이야…. 연습하느라 풀어놓은 넥타이를 보니 입사 첫 날이 떠올랐다. “근속연수 35년을 채우겠습니다. 신입사원 박정후(가명·30)입니다.” 회사 로고와 같은 색깔의 넥타이를 하고 간 나의 자기소개에 임원들은 박장대소했다. 그땐 진심이었다. 40여 곳을 탈락한 끝에 합격한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가 돼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엉뚱한 곳에 ‘신입의 열정’을 요구했다. 1000여 명이 모인 회사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신입사원 장기자랑’이었다. ‘방탄소년단’이 될 수 없다면 선택은 하나였다. 반짝이 재킷과 핫팬츠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로 신고식을 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괴감이 이후 1년 넘게 나를 괴롭혔다. 돌이켜보면 입사 직후 연수원 생활도 다르지 않았다. 10일간 외부와 차단된 채 합숙훈련을 했다. 아침엔 구보, 저녁엔 점호를 하는 게 흡사 군대 같았다. 주말 외출도 금지됐다. 오죽하면 취업사이트에 이런 질문들이 올라올까. ‘가족 결혼식인데 외출하겠다고 말하면 찍힐까요?’ ‘가장 친한 친구가 사고로 죽었어요. 연수원에서 외출을 허락할까요?’ 경조사 참석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연수원에서 배운 건 업무가 아니었다. 신입연수란 창업주의 정신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당하는 과정 같았다. ‘창업주의 자서전을 읽고, 그 일화를 연극으로 만드시오.’ 이런 과제를 받을 땐 한숨만 푹푹 나왔다. 입사 초기 이 고비만 넘기면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근로계약서상 출근시간은 오전 8시지만 간부들은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하듯 새벽 출근을 미덕으로 여겼다. 업무는 오전 9시 넘어 시작하더라도 사무실 ‘착석’은 오전 7시를 넘겨선 안 됐다. 신입사원 정신교육을 한다며 새벽 조깅을 하는 회사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해 한 동료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 ‘사장과 사원대리급 사원 간담회’에서다. 사장은 어떤 건의사항이라도 허심탄회하게 해 달라고 했다. 동료는 “해외 영업 업무로 오전 5시경 출근할 때가 있다. 그때만이라도 오후 5시에 퇴근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어진 사장의 답변에 모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자네는 회사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군.” 입사한 지 1년 반이 된 올해 초 나는 결국 사표를 냈다. 업무효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윗사람 보여주기식 새벽출근과 야근, 단체행사의 강압적 참여에 심신은 지쳐갔다. 성과 없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갉아먹는 행동을 강요당할 때마다 ‘퇴사 마일리지’가 쭉쭉 쌓였다. 어쩌면 열심히 업무를 배우겠다며 눈을 반짝이던 신입사원에게 반짝이 의상을 나눠주며 야간 춤 연습을 시킬 때 이미 퇴사를 예약했는지 모른다. 실제 몇몇 동기들이 그 일 이후 이직을 공공연히 얘기했다. ‘퇴준생(퇴직준비생)’ 중 내가 먼저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향해 나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 할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조차 분명치 않은 강압적 교육과 단체활동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게 패기이고 열정일까. 그것을 미생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엔 우린 너무 젊다. ▼ 못 버티는 사원, 일찌감치 걸러내자? 워라밸 빼앗는 신입교육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100㎞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직원에게 피임약을 권해 물의를 빚었다. 행군 때 생리로 고생하지 않도록 한 조치지만 오히려 인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신입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군대식 점호 등 무리한 훈련에 사회 초년생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4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인 261명은 기업연수원 입소 경험이 있었다. 이 중 34%는 연수원 교육을 받은 뒤 입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실제 퇴사를 했다고 응답했다. 신입사원들은 ‘매 시간 꽉 채워진 빈틈없는 일정’(18%) ‘집체교육 등 지나친 단체생활 강조’(12%) ‘이른 기상시간’(10%) 등에 불만을 나타났다. 이들은 입사 초부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회사의 강압적 교육방식을 ‘갑질’에 비유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군대식 신입교육이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이유에 대해 “사람을 뽑았으면 회사도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든 교육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원이 있다면 일찌감치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B기업 인사 담당자는 “함께 일하려면 기업의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보니 기업도 많은 비용을 들여 신입연수를 하는 것”이라며 “다만 장거리 행군 등 무리한 프로그램은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근로자의 단결심 고양과 체력단련 등을 명목으로 자행되는 군대식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신 의원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수습사원의 법적 신분 근로기준법에 수습사원 규정은 별도로 없다. 수습기간과 처우는 각 사업장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 정한다. 수습사원의 월급은 일반 직원보다 적어도 상관없지만 최저임금의 90%는 돼야 한다. 올해 최저월급(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은 157만3770원이므로 141만6393원 이상은 줘야 한다. 수습사원도 엄연한 근로자다. ‘근무태만’ 같은 정당한 사유(근로기준법 23조)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최저임금법 5조에 따라 수습기간이 3개월 이내여야 한다.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상대로는 수습기간을 둘 수 없다. 월급 감액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습기간을 둬 월급을 깎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의 취업자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자동차 제조업은 40개월 만에 취업자가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2%(3만7000명)나 급증했다. 이는 고용부가 2013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치다. 자발적으로 퇴직한 사람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결국 해고 등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특히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는 13.6%(8만7000명) 느는 데 그쳤지만 고용보험에서 탈퇴한 사람은 18.8%(13만6000명)나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곧 일자리(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저임금 노동시장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자리를 얻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300인 미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도 지난해 1월보다 1만5000명이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소 제조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현 방식으로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통계 산출 방식이 달랐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300인 이상 제조업체 가입자는 1만2000명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대응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간 ‘고용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부진한 자동차 제조업도 고용보험 가입자가 2만2000명이나 줄었다. 자동차 제조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14년 9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설 연휴가 1월이었지만 올해는 2월로 옮겨가면서 실업급여 신청 일수가 대폭 늘었고, 건설 조선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서 신규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달 31일 노사정(勞使政) 6자 대표자 회의가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열렸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에 경제 2단체장(한국경영자총협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노사정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이 모두 참여한 6자 회의는 2009년 11월 이후 8년 2개월 만이다. 6자 회의는 앞으로 대화기구 재편과 대화 의제 등을 논의한 뒤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오랜 시간 단절된 ‘사회적 대화’가 재개된 만큼 사회적 대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위기 극복 매개체 사회적 대화란 경제주체들이 한데 모여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쟁점을 논의한 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경제주체는 노동과 자본, 정부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대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노사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를 축약한 말이다.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타협(노사정 대타협)을 목적으로 한다. 대타협이란 각 경제주체(노사정)가 서로 양보해서 특정 정책과 노선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보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대타협이 주로 ‘위기 국면’에서 시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기에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정체되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때 영국과 미국은 각각 대처리즘(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개혁)과 레이거노믹스(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같은 정부 주도 개혁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경우 정부 주도의 과감한 개혁으로 단시간에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복지 축소와 양극화 같은 부작용도 생겼다.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정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 개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만 각 경제주체의 피해와 양극화를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구조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타협으로 위기 극복한 네덜란드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세나르 협약’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소위 ‘네덜란드병’(자원에 의존해 급성장한 국가가 산업 경쟁력을 등한시하면서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현상)에 시달리는 유럽의 ‘불량 국가’였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재정 적자가 심각했고, 청년 실업률은 30% 가까이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계는 연간 5∼15%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1982년 집권한 뤼돌퓌스 뤼버르스 총리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노동계는 임금 동결,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받아들이는 대신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고 재정과 세제 지원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주체의 양보를 통한 체질 개선과 함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창출을 시도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대표들은 오랜 협상 끝에 이런 내용이 담긴 78개의 협약을 바세나르시에서 1982년 11월 24일 체결했다. 정식 명칭은 ‘고용 정책에 관한 일반 권고’로 지금까지 네덜란드의 경제 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역사적 협약으로 평가받는다. 이 협약의 효과는 막강했다. 협약 체결 당시 50%대였던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현재 76%(지난해 3분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다. 청년 실업률은 7.8%(지난해 11월 기준)까지 떨어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4만8272달러로 세계 12위다. 유럽의 불량 국가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유럽의 ‘강소국’으로 거듭난 셈이다.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도 사회적 대타협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한국도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대타협을 시도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같은 해 2월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담은 역사적인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협약은 부결됐고, 이후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노총은 지금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바세나르 협약을 모델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이후 정부의 이른바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방법을 담은 정부 지침) 시행에 반발해 한국노총이 합의를 파기하면서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다. 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반쪽 합의라는 비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대타협이 없다면 일자리 창출이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노사정위가 비정규직, 청년, 소상공인 등의 취약계층을 대변하지 못해 왔다고 진단하고 이들을 참여시키는 이른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한국도 과연 네덜란드처럼 ‘한국병’을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새로 시작된 노사정 대화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한국의 사회적 대화 연혁 ::―1998년 1월 15일 노사정위원회 출범―1998년 2월 9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1998년 2월 10일 민노총, 노사정 대타 협안 부결 및 노사정위 탈퇴―2004년 2월 10일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 약 체결―2006년 9월 11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 한 노사정 대타협 체결―2007년 4월 2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 위원회로 개명―2009년 2월 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 체결―2015년 9월 15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사회적 대타협) 체결―2016년 1월 19일 한국노총, 노사정 합 의 파기 및 노사정위 탈퇴―2018년 1월 31일 노사정 6자 대표자 회 의 개최자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사용자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60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이 1년 개근하면 11일의 유급휴가가 생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60조 3항은 신입사원이 이 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연도에 3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듬해 연차휴가가 15일 생겼다면 실제로는 3일을 차감한 12일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29일부터는 이 3항을 삭제한 개정안이 시행돼 신입사원이 연차를 쓰더라도 이듬해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1년 차 휴가’를 온전히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6회 ‘불타는 금요일’ 웹툰은 ‘파페포포’ 시리즈로 유명한 심승현 작가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직전 상사의 업무지시로 괴로워하는 3년차 회사원 김현지(가명·여)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금요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가구회사 디자인팀 사무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서둘러선 안 된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금요일용’ 플랫 슈즈를 신고 허리를 굽힌 채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K 선배도 까치발을 들고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바로 그때! “현지 씨 잠깐 와보세요.” 동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눈빛에서 안도와 연민이 교차한다. 이번 주 ‘불금’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사무실 숨바꼭질은 금요일 퇴근시간마다 반복된다. 술래는 팀장. 20명이 넘는 팀원은 머리를 책상에 처박고 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주말을 앞두고 ‘일 폭탄’이 날아들 수 있어서다. 왜 이번에도 나일까. “별 건 아닌데….” 등골이 오싹하다. 얼마나 대형 폭탄이기에 이런 밑밥을 까나. 문서 더미를 뒤적이던 팀장이 파일 하나를 건넨다. 어림잡아 80쪽은 돼 보인다. “내용 정리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만들어줘. 수요일 임원 보고야.” ‘화요일까지 만들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네” 하고 돌아서는데 팀장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데드라인 맞춰 PPT 만들 일이 많으니까 확실히 연습해 놓아야 해.” 주말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간,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다. ‘나 이제 출발! 다들 늦지 마.’ 불금에 들뜬 친구들의 채팅 수다에 스마트폰을 구석에 엎어 놓았다. ‘오늘 못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지 않을 게 뻔하다. 분명 ‘현지는 또 야근인가 보네…’ 하고 넘어갈 거다. 토요일 오전 11시. 스마트폰 너머로 남자친구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카페 데이트야?” 카페에서 나는 일하고, 남자친구는 영화 보고…. 주말 우리의 일상이다. 1시간 뒤 남자친구가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오늘은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다운로드해 왔단다. 옆에서 턱을 괴고 영화를 보는 남자친구 모습이 짠하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팀장이다. “지금까지 한 것 좀 보내봐.” 중간점검이다. 잠시 뒤 팀장은 “검토해봤는데 4페이지에 PPT 효과를 줬으면 좋겠어. 손짓을 하면 글씨가 튀어나오는 거 있잖아.” 휴대전화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2년 전 파릇한 신입사원 때는 바쁜 시간을 쪼개 친구들을 만나 회사 ‘뒷담화’를 하는 게 낙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불만을 토해내는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더욱이 주말에도 일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점점 말수가 줄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흙빛이야”란 말을 듣기 일쑤다. 그때도 난 딴생각을 한다. ‘얼른 가서 자료 정리해야 하는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심지어 회사는 휴가를 앞두고 일 폭탄을 날렸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다. “휴가 잘 다녀오고, 쉬다가 고객사 한번 만나봐.” 휴가 이틀 전 팀장이 말했다. 고객사와의 미팅은 휴가 기간 중간에 잡혀 있었다. 위약금을 물면서 코타키나발루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했다. 팀장만 ‘공공의 적’이 아니다.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은 쉴 수 있겠지’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회사 선배가 화들짝 놀라 후배들을 소집했다. 월요일까지 보고할 수납장 디자인 자료를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건 꼭 금요일 오후에 생각날까. 서로 눈치를 보며 폭탄 돌리기에 들어가면 결국 팀 막내가 떠안는다. 후배에게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오랜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저녁을 챙겨주며 물었다. “이제 좀 편해졌니?” 밥을 한술 떠 입에 넣는데 눈물이 났다.▼ 직장인 1007명 “팀장님 워라밸 노력 5.32점” ▼“상사병 때문에 ‘일하기실어증’에 걸릴 지경이다.” ‘상사병’은 남녀 간에 그리워하는 ‘상사(相思)’병을 직장 ‘상사(上司)’로 바꾼 신조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겨 부하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직장상사 때문에 화병이 난다는 의미다. 그런 직장상사에 지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을 ‘일하기실어증’이라고 한다. ‘싫어’와 ‘실어(失語)’의 발음이 유사한 데서 비롯됐다. 직장인 사이에서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직장상사는 워라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고 물은 결과 5.32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직장상사의 워라밸 노력 점수가 높았다. WLB연구소는 “고소득인 경우 관리자 집단이 많은 반면 저소득일수록 시간제 혹은 단기근로가 많다”며 “회사 내 위치와 채용 형태에 따른 복리후생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워라밸 붕괴를 직장상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팀장이나 부장 등 직장상사도 조직 내에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이다.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직장상사가 개인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 내 워라밸 전담팀을 구성해 워라밸 제도가 정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신입사원휴가입사 1년 미만 근로자는 한달 개근하면 1일 휴가 ‘사용자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60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이 1년 개근하면 11일의 유급휴가가 생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60조 3항은 신입사원이 이 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연도에 3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듬해 연차휴가가 15일 생겼다면 실제로는 3일을 차감한 12일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29일부터는 이 3항을 삭제한 개정안이 시행돼 신입사원이 연차를 쓰더라도 이듬해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1년 차 휴가’를 온전히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6회 ‘불타는 금요일’ 웹툰은 ‘파페포포’ 시리즈로 유명한 심승현 작가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직전 상사의 업무지시로 괴로워하는 3년차 회사원 김현지(가명·여) 씨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가구회사 디자인팀 사무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서둘러선 안 된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금요일용’ 플랫 슈즈를 신고 허리를 굽힌 채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K 선배도 까치발을 들고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첩보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바로 그때! “현지 씨 잠깐 와보세요.” 동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 눈빛에서 안도와 연민이 교차한다. 이번 주 ‘불금’도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 사무실 숨바꼭질은 금요일 퇴근시간마다 반복된다. 술래는 팀장. 20명이 넘는 팀원들은 머리를 책상에 쳐 박고 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주말을 앞두고 ‘일 폭탄’이 날아들 수 있어서다. 왜 이번에도 나일까. “별 건 아닌데…” 등골이 오싹하다. 얼마나 대형 폭탄이기에 이런 밑자락을 까나. 문서 더미를 뒤적이던 팀장이 파일 하나를 건넨다. 어림잡아 80쪽은 돼 보인다. “내용 정리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PPT(파워포인트) 만들어줘. 수요일 임원 보고야.” ‘화요일까지 만들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네”하고 돌아서는데 팀장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데드라인 맞춰 PPT 만들 일이 많으니까 확실히 연습해 놓아야 해.” 주말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간, 친구들의 단체 채팅방에 불이 났다. ‘나 이제 출발! 다들 늦지 마.’ 불금에 들뜬 친구들의 채팅 수다에 스마트폰을 구석에 엎어 놓았다. ‘오늘 못 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지 않을 게 뻔하다. 분명 ‘현지는 또 야근인가 보네…’하고 넘어갈 거다. 토요일 오전 11시. 스마트폰 너머로 남자친구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카페 데이트야?” 카페에서 나는 일하고, 남자친구는 영화 보고…. 주말 우리의 일상이다. 1시간 뒤 남자친구가 노트북을 들고 나타났다. 오늘은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다운받아 왔단다. 옆에서 턱을 괴고 영화를 보는 남자친구 모습이 짠하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팀장이다. “지금까지 한 것 좀 보내봐.” 중간점검이다. 잠시 뒤 팀장은 “검토해봤는데 4페이지에 PPT 효과를 줬으면 좋겠어. 손짓을 하면 글씨가 튀어나오는 거 있잖아.” 휴대전화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2년 전 파릇한 신입사원 때는 바쁜 시간을 쪼개 친구들을 만나 회사 ‘뒷담화’를 하는 게 낙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불만을 토해내는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더욱이 주말에도 일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점점 말수가 줄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일 있어? 얼굴이 흙빛이야”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그때도 난 딴 생각을 한다. ‘얼른 가서 자료 정리해야 하는데…’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심지어 회사는 휴가를 앞두고 일 폭탄을 날렸다. 지난해 여름휴가 때다. “휴가 잘 다녀오고, 쉬다가 고객사 한 번 만나봐.” 휴가 이틀 전 팀장이 말했다. 고객사와의 미팅은 휴가 기간 중간에 잡혀 있었다. 고객사를 만나기 전 준비해야 할 자료가 산더미였다. 위약금을 물면서 코타키나발루 비행기표를 취소해야 했다. 팀장만 ‘공공의 적’이 아니다.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은 쉴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회사 선배가 화들짝 놀라 후배들을 소집했다. 월요일까지 보고할 수납장 디자인 자료를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왜 이런 건 꼭 금요일 오후에 생각날까. 서로 눈치를 보며 폭탄 돌리기에 들어가면 결국 팀 막내가 떠안는다. 후배에게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오랜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어머니가 저녁을 챙겨주며 물었다. “이제 좀 편해졌니?” 밥을 한술 떠 입에 넣는데 눈물이 났다. ■ 내 상사의 워라밸 노력점수는 “상사병 때문에 ‘일하기실어증’에 걸릴 지경이다.” ‘상사병’은 남녀 간 그리워하는 ‘상사(相思)’병을 직장 ‘상사(上司)’로 바꾼 신조어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안겨 부하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직장상사 때문에 화병이 난다는 의미다. 그런 직장상사에 지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을 ‘일하기실어증’이라고 한다. ‘싫어’와 ‘실어(失語)’의 발음이 유사한 데서 비롯됐다. 직장인 사이에서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직장상사는 워라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고 물은 결과 5.32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응답자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직장상사의 워라밸 노력 점수가 높았다. WLB연구소는 “고소득인 경우 관리자 집단이 많은 반면 저소득일수록 시간제 혹은 단기근로가 많다”며 “회사 내 위치와 채용 형태에 따른 복리후생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워라밸 붕괴를 직장상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팀장이나 부장 등 직장상사도 조직 내에서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이다. A기업 부장은 “워라밸을 지켜주고 싶어도 다른 부서는 야근하는데 우리 부서만 퇴근하면 눈치가 보인다”며 “성과가 떨어지면 결국 내 책임 아니냐”고 말했다. WLB연구소 안선영 연구원은 “직장상사가 개인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 내 워라밸 전담팀을 구성해 워라밸 제도가 정착하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잡학사전 : 신입사원도 휴가갈 수 있다 ‘사용자는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60조 2항이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이 1년 개근하면 11일의 유급휴가가 생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60조 3항은 신입사원이 이 휴가를 사용하면 이듬해 연차휴가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사실상 신입사원은 1년차에는 휴가가 없고 이듬해 연차를 당겨쓸 수만 있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년도에 3일의 휴가를 사용했고, 이듬해 연차 휴가가 15일 생겼다면 실제로는 3일을 차감한 12일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5월 29일부터는 이 3항을 삭제한 개정안이 시행돼 신입사원이 연차를 쓰더라도 이듬해 연차에서 차감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1년차 휴가’를 온전히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bit.ly/balance2018)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유성열기자 ryu@donga.com}
올해부터 초등학교 입학생 자녀를 둔 공공기관 근로자의 출근시간이 오전 10시로 늦춰진다. 학부모에게 연간 10일의 ‘자녀돌봄휴가’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는 ‘워 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6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생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 근로자들은 따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3월부터 오전 10시에 출근할 수 있다. 공무원은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근무혁신 종합대책’에 따라 필요에 따라 출근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정부는 민간 중소기업이 초등학생 학부모 근로자의 출근시간을 오전 10시(주 35시간 근로)로 조정하면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44만 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출근시간 조정이 어려운 사업장은 연차휴가를 시간 단위로 쪼개 쓰는 것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서 일찍 하교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퇴근시간을 당기고 싶다면 현재 시행 중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 제도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육아를 위해 단축근무를 하면 정부가 줄어든 임금의 일부(통상임금의 80%)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4시간으로 단축근무를 해 200만 원이던 월급이 100만 원으로 줄었다면 정부가 80만 원을 보조해준다. 만약 오전 10시 출근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모두 활용하면 ‘오전 10시 출근, 오후 3시 퇴근’도 가능하다. 정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연간 최대 10일의 ‘자녀돌봄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가족의 질병이나 부모 부양 등을 사유로 최대 90일간 휴직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90일 중 10일은 자녀돌봄휴가로 쓸 수 있다. 장윤숙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법 개정과 예산 편성이 필요한 대책은 3월에 추가로 내놓겠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이미지 기자}

직장 간부들도 휴가를 못 쓰긴 마찬가지다. 경제 부처의 A 과장은 지난해 휴가를 5일밖에 쓰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종 정책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반면 A 과장과 함께 일하는 후배 직원들은 평균 10일씩 휴가를 갔다. ‘쉼표 있는 삶’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연차 사용을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문 대통령부터 “연차를 모두 소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자신이 쉬지 않으면 수석비서관이, 수석비서관이 쉬지 않으면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줄줄이 쉬지 못하는 구조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14일 중 8일(57%)만 썼다. 청와대가 목표치로 제시한 70%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 조직문화 특성상 직급이 올라가면 업무 범위와 책임이 넓어진다. 조직 내 대체인력을 찾기 어렵다. 특히 A 과장 같은 중간 간부들은 ‘샌드위치’ 신세다. 고위 간부가 휴가를 가면 일을 떠맡아야 하고, 아래 직원들의 휴가는 보장해줘야 한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장은 “조직의 업무를 면밀히 파악해 휴가자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수인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5회 ‘휴가=차력’ 웹툰은 ‘삼국전투기’ ‘MLB카툰’으로 유명한 최훈 작가가 휴가 한번 제대로 쓰기 어려운 직장인 정준익(가명) 이수영(가명·여) 부부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남은 연차 늦지 않게 소진해 주세요.’ 매달 반복되는 팀장의 ‘단톡(단체 카카오톡)방’ 공지다. 몇 번이나 숨을 골라도 오르는 혈압은 어쩔 수 없다. ‘넵!’ 하고 답을 한 뒤 금요일 연차 신청을 올린다. 기분 좋아야 할 연차 신청 때마다 울화가 치미는 건 ‘거짓 신청’이어서다. 금요일엔 당연히 근무다. 회사는 비용 줄이고, 팀장은 연차를 다 소진하면서도 성과를 올리는 유능한 팀장이 되고, 우린 휴가 때도 일이 우선인 애사심 넘치는 직장인이다. 정준익(가명·33) 씨에게 이런 ‘쉼표 없는 삶’은 6년째다. 정 씨의 아내이자 같은 회사 후배인 이수영(가명·29) 씨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광고대행사의 광고기획자다. 업계 용어로 ‘광고주 케어(care)’가 주 업무다. “경쟁사 동향을 조사해 달라” “새로운 광고 전략을 세워 달라”는 등 광고주 요구를 수시로 받는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와 오늘 광고주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는지 서로 비교하며 하루를 마감할 정도다. 광고주가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을 용인할 리 없다. 담당자마다 여러 광고주를 맡다 보니 업무 인수인계도 쉽지 않다. 자칫 계약이라도 끊어지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담당자가 진다. 선택은 두 가지다. 휴가 따위는 애초 머릿속에서 지우거나 언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휴가를 떠나거나. 정 씨 부부는 신혼여행부터 이런 현실을 혹독히 체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챙겼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호텔을 예약했다.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신혼여행 5일 중 이틀간 노트북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광고주가 갑작스럽게 계약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관광 일정 등을 취소하면서 평생 한 번뿐이라는 허니문은 물거품이 됐다. 남들 휴가 갈 때 소주잔 건네며 가까워진 부부지만 신혼여행마저 엉망이 되자 서로 할 말이 없었다. 더 야속한 건 귀국 후, 출근 첫날 팀장의 반응이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재계약은 잘 해결됐느냐”는 질문이 전부였다. 그날 퇴근 후 평소 눈물이 많지 않은 아내가 눈물을 쏟았다.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망쳤다는 생각에 한 번,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했다. “휴가 가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는 거야. 광고주 때문에 휴가 못 간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니까. 광고주를 잘 달래서 다녀와야지. 내가 언제 휴가 못 가게 했어?” 팀장이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그때마다 팀장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한 땀 한 땀 묶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팀장 말대로라면 휴가 못 간 팀원은 그저 무능한 직원일 뿐이다. 부부가 속한 팀은 모두 8명이다. 이 중 휴가를 절반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부부는 “휴가 못 간 게 개인 능력이라니…. 그럼 이 회사는 능력 없는 사람만 뽑는다는 얘기냐”며 넋두리를 나눈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부부는 지난해 휴가 20일 중 7일밖에 쓰지 못했다. 그것도 3, 4일씩 쪼개 써야 했다. 남들처럼 동남아라도 다녀오려면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월요일 새벽 도착하는 일정으로 짜야 했다. 월요일 아침 여행가방을 끌고 바로 출근하는 모습은 회사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부부의 꿈은 유럽 여행이다. 하지만 올해도 유럽 여행은 감히 꿈도 못 꾼다. 다만 이번만큼은 ‘한 주’를 온전히 쉬어 보는 게 소원이다. 신혼여행 때도 이루지 못한 ‘온전한 휴가’를 올해는 꼭 가져보고 싶을 뿐이다. 팀장은 또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휴가 계획서 늦지 않게 올려 주세요. 일이 몰리는 월초나 월말은 피해 주시고….’ 올해 부부의 꿈은 이뤄질까.▼ “연차 소진” 약속했던 대통령도 57%만 써 ▼직장 간부들도 휴가를 못 쓰긴 마찬가지다. 경제 부처의 A 과장은 지난해 휴가를 5일밖에 쓰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종 정책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반면 A 과장과 함께 일하는 후배 직원들은 평균 10일씩 휴가를 갔다. ‘쉼표 있는 삶’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연차 사용을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문 대통령부터 “연차를 모두 소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자신이 쉬지 않으면 수석비서관이, 수석비서관이 쉬지 않으면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줄줄이 쉬지 못하는 구조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14일 중 8일(57%)만 썼다. 청와대가 목표치로 제시한 70%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 조직문화 특성상 직급이 올라가면 업무 범위와 책임이 넓어진다. 조직 내 대체인력을 찾기 어렵다. 특히 A 과장 같은 중간 간부들은 ‘샌드위치’ 신세다. 고위 간부가 휴가를 가면 일을 떠맡아야 하고, 아래 직원들의 휴가는 보장해줘야 한다. 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장은 “조직의 업무를 면밀히 파악해 휴가자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수인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잡학사전 : 휴가시기는 근로자 마음업무 ‘막대한 차질’ 생길때만 상사가 변경 가능‘사용자는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상관이 허락해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60조 5항에 따르면 휴가는 근로자가 정한 시기에 갈 수 있다. 사용자나 상관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법으로만 따지면 근로자가 상관에게 휴가 결재를 올리고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상관이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파업 등 쟁의를 위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연가를 내는 경우에도 회사는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만약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해 실제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내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사용자는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상관이 허락해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60조 5항에 따르면 휴가는 근로자가 정한 시기에 갈 수 있다. 사용자나 상관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법으로만 따지면 근로자가 상관에게 휴가 결재를 올리고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상관이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파업 등 쟁의를 위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연가를 내는 경우에도 회사는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만약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해 실제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5회 ‘휴가=차력’ 웹툰은 ‘삼국전투기’ ‘MLB카툰’으로 유명한 최훈 작가가 휴가 한번 제대로 쓰기 어려운 직장인 정준익(가명) 이수영(가명·여) 부부의 사연을 토대로 그렸다. ‘남은 연차 늦지 않게 소진해주세요.’ 매달 반복되는 팀장의 ‘단톡(단체 카카오톡)방’ 공지다. 몇 번이나 숨을 골라도 오르는 혈압은 어쩔 수 없다. ‘넵!’하고 답을 올린 뒤 금요일 연차 신청을 올린다. 기분 좋아야 할 연차 신청 때마다 울화가 치미는 건 ‘거짓 신청’이어서다. 금요일엔 당연히 근무다. 회사는 비용 줄이고, 팀장은 연차를 다 소진하면서도 성과를 올리는 유능한 팀장 되고, 우린 휴가 때도 일이 우선인 애사심 넘치는 직장인이다. 정준익(가명·33) 씨에게 이런 ‘쉼표 없는 삶’은 6년째다. 정 씨의 아내이자 같은 회사 후배인 이수영(가명·29) 씨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광고대행사의 광고기획자다. 업계 용어로 ‘광고주 케어(care)’가 주 업무다. “경쟁사 동향을 조사해 달라” “새로운 광고 전략을 세워 달라”는 등 광고주 요구를 수시로 받는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와 오늘 광고주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는지 서로 비교하며 하루를 마감할 정도다. 광고주가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을 용인할 리 없다. 담당자들마다 여러 광고주를 맡다보니 업무 인수인계도 쉽지 않다. 자칫 계약이라도 끊어지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담당자가 진다. 선택은 두 가지다. 휴가 따위는 애초 머리 속에서 지우거나 언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휴가를 떠나거나. 정 씨 부부는 신혼여행부터 이런 현실을 혹독히 체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챙겼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호텔을 예약했다.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신혼여행 5일 중 이틀간 노트북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광고주가 갑작스럽게 계약 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관광 일정 등을 취소하면서 평생 한 번뿐이라는 허니문은 물거품이 됐다. 남들 휴가 갈 때 소주잔 건네며 가까워진 부부지만 신혼여행마저 엉망이 되자 서로 할 말이 없었다. 더 야속한 건 귀국 후, 출근 첫 날 팀장의 반응이었다. “고생했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 “재계약은 잘 해결됐느냐”는 질문이 전부였다. 그날 퇴근 후 평소 눈물이 많지 않은 아내 이 씨가 눈물을 쏟았다.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망쳤다는 생각에 한 번,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했다. “휴가 가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는 거야. 광고주 때문에 휴가 못 간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니까. 광고주를 잘 달래서 다녀와야지. 내가 언제 휴가 못 가게 했어?” 팀장이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그때마다 팀장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한 땀 한 땀 묶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팀장 말대로라면 휴가 못 간 팀원은 그저 무능한 직원일 뿐이다. 부부가 속한 팀은 모두 8명이다. 이 중 휴가를 절반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부부는 “휴가 못 간 게 개인 능력이라니…. 그럼 이 회사는 능력 없는 사람만 뽑는다는 얘기냐”며 넋두리를 나눈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부부는 지난해 휴가 20일 중 7일밖에 쓰지 못했다. 그것도 3, 4일씩 쪼개 써야 했다. 남들처럼 동남아라도 다녀오려면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월요일 새벽 도착하는 일정으로 짜야 했다. 월요일 아침 여행가방을 끌고 바로 출근하는 모습은 회사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부부의 꿈은 유럽 여행이다. 하지만 올해도 유럽 여행은 감히 꿈도 못 꾼다. 다만 이번만큼은 ‘한 주’를 온전히 쉬어보는 게 소원이다. 신혼여행 때도 이루지 못한 ‘온전한 휴가’를 올해는 꼭 가져보고 싶을 뿐이다. 팀장은 또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휴가 계획서 늦지 않게 올려주세요. 일이 몰리는 월초나 월말은 피해주시고….’ 올해 부부의 꿈은 이뤄질까.서동일기자 dong@donga.com ▼대통령도 다 못 쓴 휴가▼ 직장 간부들도 휴가를 못 쓰긴 마찬가지다. 경제부처의 A 과장은 지난해 휴가를 5일밖에 쓰지 못했다.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종 정책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반면 A 과장과 함께 일하는 후배 직원들은 평균 10일씩 휴가를 갔다. ‘쉼표 있는 삶’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연차 사용을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문 대통령부터 “연차를 모두 소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자신이 쉬지 않으면 수석비서관이, 수석비서관이 쉬지 않으면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줄줄이 쉬지 못하는 구조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14일 중 8일(57%)만 썼다. 청와대가 목표치로 제시한 70%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 조직문화 특성상 직급이 올라가면 업무 범위와 책임이 넓어진다. 조직 내 대체인력을 찾기 어렵다. 특히 A 과장 같은 중간간부들은 ‘샌드위치’ 신세다. 고위간부가 휴가를 가면 일을 떠맡아야 하고, 아래 직원들의 휴가는 보장해줘야 한다.김영주 일생활균형재단 WLB연구소장은 “조직의 업무를 면밀히 파악해 휴가자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수인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상관이 허락해야 휴가? 근로자의 휴가권 알고보니▼‘사용자는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상관이 허락해야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60조 5항에 따르면 휴가는 근로자가 정한 시기에 갈 수 있다. 사용자나 상관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법으로만 따지면 근로자가 상관에게 휴가 결재를 올리고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 한해 상관이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파업 등 쟁의를 위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연가를 내는 경우에도 회사는 휴가를 연기시킬 수 있다. 만약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해 실제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유성열기자 ryu@donga.com}

“제 사생활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도 차버리고 싶어요!”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를 묻는 상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입사한 지 5년. 그동안 2번 연애를 했다. 결론은 같았다. “그 회사엔 ‘회식 빌런(악당)’들만 사냐?” 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갔다. 내 이름은 박지현(가명·29·여). 대학 졸업과 함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이 회사에 입사했다. 정년 보장, 정시 퇴근, 적당한 근무강도…. 워라밸 ‘3종 세트’를 완벽히 갖췄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3종 세트를 단박에 무력화할 엄청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바로 저녁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회식 폭격’이다. “근처에서 딱 한잔만 하고 가자.” 입사 한 달째, 야근보다 더 끔찍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퇴근 때마다 ‘누가 팀장 입 좀 막아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누가 팀장 입을 막겠는가. “딱 한잔만”은 늘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신입사원의 숙명이라며 억누른 불만을 1년 만에 터뜨렸다. “바로 집에 가면 안 될까요? 몸이 너무 힘들어요.” 돌아온 답변에 기가 막혔다. “일만 시키는 사람보다 낫잖아? 고맙지도 않나 보네.” 팀장은 자신의 부하사랑을 몰라주는 게 억울하다며 자화자찬을 덧붙였다. “이렇게 맛있는 거 잘 사주는 상사 봤어?” 입사 2년이 지나 ‘회식 빌런’ 팀장이 다른 부서로 옮겼다. ‘오∼ 신이시여!’ 드디어 내 인생에도 ‘쉼표’가 찍힐 줄 알았다. 착각을 깨는 데 하루면 족했다. 새 팀장은 진정한 ‘회식 빌런’이었다. 소위 ‘실세’답게 빵빵한 법인카드와 강력한 인사권을 양손에 쥔 인물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퇴근 한 시간 전 “오늘은 뭐 먹지?”라며 번개 회식을 잡았다. 그에게 부원들의 저녁 스케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회식을 소집하면 급히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오늘도 회식이래. 다음에 봐….” 간단히 저녁만 먹을 것 같던 회식은 2차 호프집, 3차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졸음을 쫓아내며 술잔을 기울이는 동료들의 눈가엔 다크서클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거나하게 취한 팀장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어차피 대리기사 부를 거잖아? 대리비 나가는 건 똑같으니 끝까지 달리자!” 회식이 끝나면 새벽 1시가 되기 일쑤였다. 한 달에 최소 6번, 연말연시엔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됐다. 심할 때는 주당 회식 시간만 20시간쯤 된 것 같다. 동료들은 회식 빌런에게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불참으로 시위했고, 또 누군가는 당당하게 ‘회식 구조조정’을 외쳤다. 한 신입사원의 어머니는 “도대체 그 회사는 뭐 하는 곳이기에 매일같이 술을 먹이냐”며 항의한 일도 있다. 그렇다고 위축되면 애초 빌런이 아니었을 터. 그들은 오히려 “비싼 돈 들여 맛있는 거 먹이고 술 사주며 업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군소리가 많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그들의 ‘회식 예찬 어록’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임원이 되고 싶어? 그럼 ‘술상무’부터 해야지!” “회식은 조직생활의 기본이야. 이게 싫으면 나가서 닭이나 튀기든지….” 또 누군가는 그랬다. 회식에는 좌파와 우파가 없다고. ‘한 식구’끼리 밥 먹고 시간 보내는 건 한국의 미풍양속이 아니냐면서…. 고생한 직원을 격려하려는 상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 ‘사양하고 싶은 복리후생’ 1위로 꼽힌 것은 바로 ‘술자리 회식’(27%)이다. 오늘도 빌런들은 “고생한 사람들끼리 한잔 하자”며 우리의 퇴근길을 막아선다. 한번쯤 용기 내 외치고 싶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꼭 회식이어야 하나요? 차라리 돈과 휴식으로 보상받고 싶어요.” ▼ “노래방까지 화려한 2차” 찬성 0.5%뿐 ▼직장인 70% “회식탓 일상에 지장… 단합보다 서열 반영 불편한 자리”동아일보와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가 1월 24∼26일 79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회식 때문에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69.8%에 달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의 저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를 두고 ‘착취 회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직장 동료를 ‘식구’에 비유하는 한국에선 함께 밥을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며 “회식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일상에 피해를 주는 수준의 회식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도 판공비, 회의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 항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팀의 단합을 명목으로 주어진 예산과 법인카드가 과도한 회식문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돈의 권력’은 회식 자리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비용을 내는 사람이 정중앙에 앉는다. 주 교수는 “이런 회식은 친목과 단합보다 업무의 연장선 역할을 할 뿐”이라고 했다. 결국 직장 내 서열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아랫사람들이 불편함을 누른 채 앉아있어야 하는 회식이 바로 ‘착취 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회식을 하더라도 2, 3차까지 이어지는 자리는 더치페이를 한다면 개인의 참여 의사가 더 존중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적정한 수준의 회식은 어느 정도일까. ‘블라인드’ 조사 결과 ‘저녁식사 1차만’(45.7%)을 가장 선호했다. ‘저녁 대신 점심으로’(34.5%)가 2위였다. 저녁식사 뒤 노래방 등 ‘화려한 2차’를 즐기고 싶다는 직장인은 0.5%에 그쳤다. ▼[노동잡학사전]회식중 부상-사망은 산재… 귀가하다 사고 나도 인정▼‘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에 규정된 ‘업무상 사고’ 유형의 일부다. 여기서 사업주란 직장 상관을 포함한다. 상관이 주관한 회식 도중 다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회식 중이라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다가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회식 뒤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사고’는 아니다. 다만 올해 1월 1일부터 ‘출퇴근 재해’를 시행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회식 뒤 평소 자신이 이용하는 경로와 방법으로 귀가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로 인정받는다. 만약 중간에 친구를 만나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귀가 중 사고가 났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특별사이트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동계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31일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제도 개편 논의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 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산정기준) 개편과 결정 구조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노동계 위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어 위원장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중립적이어야 할 위원장이 사측에 치우친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근로자 위원인 김종인 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영업자가 거리에서 데모에 나설 것이란 발언은 위원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또 편파적인 인터뷰를 한 만큼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도 “어 위원장과 함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경영계 위원들은 “국민 대다수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걱정을 하고 있다”며 “(어 위원장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건 옳지 않다”고 맞섰다. 공익위원들도 “노동계 요구는 우리 모두 사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하면서 회의는 그대로 끝났다. 어 위원장 등 공익위원 8명의 임기는 4월 23일까지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부와 경영계, 노조의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勞使政)’이라는 단어가 빠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6자 대표는 대화기구 개편과 대화 재개를 위해 31일 서울 종로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8년 2개월 만에 만났다.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 명칭에서 ‘노사정’을 빼자고 요구할 방침이다. ‘노사정’이라는 단어로는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제사회발전위원회’처럼 포괄적인 명칭으로 다듬어서 대표성을 더 넓히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노사정위의 대표성을 넓힌 다음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복지, 경제 문제까지 다루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노사 합의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노사가 합의만 한다면 명칭 변경은 물론이고 모든 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노사정 6자 대표 회의는 노사 양측의 확연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회가 2월 근로시간 단축안 처리를 강행하고,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국회와 정부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 요구대로 휴일수당을 일당의 150%(노조는 200% 주장)로 설정하고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도 같은 뜻을 밝히면서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양극화 차별 해소와 노동 3권의 보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이런 바람에 역행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을 취업시키는 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제일 크다”며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도 청년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 해소할 수 있다. 일단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노동 현안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과거에 대화를 해보면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며 “기업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짓누른다”고 말했다. 6자 대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노동 3권 보장 △4차 산업혁명 및 저출산·고령화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선정하고, 노사정위 개편을 위한 실무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회의는 2월 중 열릴 예정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에 규정된 ‘업무상 사고’ 유형의 일부다. 여기서 사업주란 직장 상관을 포함한다. 상관이 주관한 회식 도중 다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회식 중이라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다가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회식 뒤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사고’는 아니다. 다만 올해 1월 1일부터 ‘출퇴근 재해’를 시행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회식 뒤 평소 자신이 이용하는 경로와 방법으로 귀가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로 인정받는다. 만약 중간에 친구를 만나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귀가 중 사고가 났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동아일보는 워라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찾은 일과 삶의 붕괴 실태를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웹툰을 4컷짜리로 싣는다. 3회 ‘헤어진 연인들(feat. 회식)’ 편은 ‘우리사이느은’으로 인기를 얻은 이연지 작가가 입사 5년차 회사원 박지현(가명) 씨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빌런(villain)은 ‘악당’이란 뜻으로, ‘어벤져스’ 등 히어로물이 뜨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제 사생활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도 차버리고 싶어요!”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 이야기를 묻는 상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입사한 지 5년. 그동안 2번 연애를 했다. 결론은 같았다. “그 회사엔 ‘회식 빌런(악당)’들만 사냐?” 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갔다. 내 이름은 박지현(가명·29·여). 대학 졸업과 함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이 회사에 입사했다. 정년 보장, 정시 퇴근, 적당한 근무강도…. 워라밸 ‘3종 세트’를 완벽히 갖췄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3종 세트를 단박에 무력화할 엄청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바로 저녁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회식 폭격’이다. “근처에서 딱 한잔만 하고 가자.” 입사 한 달째, 야근보다 더 끔찍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퇴근 때마다 ‘누가 팀장 입 좀 막아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누가 팀장 입을 막겠는가. “딱 한잔만”은 늘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신입사원의 숙명이라며 억누른 불만을 1년 만에 터뜨렸다. “바로 집에 가면 안 될까요? 몸이 너무 힘들어요.” 돌아온 답변에 기가 막혔다. “일만 시키는 사람보다 낫잖아? 고맙지도 않나보네.” 팀장은 자신의 부하사랑을 몰라주는 게 억울하다며 자화자찬을 덧붙였다. “이렇게 맛있는 거 잘 사주는 상사 봤어?” 입사 2년이 지나 ‘회식 빌런’ 팀장이 다른 부서로 옮겼다. ‘오~ 신이시여!’ 드디어 내 인생에도 ‘쉼표’가 찍힐 줄 알았다. 착각을 깨는 데 하루면 족했다. 새 팀장은 진정한 ‘회식 빌런’이었다. 소위 ‘실세’답게 빵빵한 법인카드와 강력한 인사권을 양손에 쥔 인물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퇴근 한 시간 전 “오늘은 뭐 먹지?”라며 번개 회식을 잡았다. 그에게 부원들의 저녁 스케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회식을 소집하면 급히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오늘도 회식이래. 다음에 봐….” 간단히 저녁만 먹을 것 같던 회식은 2차 호프집, 3차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졸음을 쫓아내며 술잔을 기울이는 동료들의 눈가엔 다크서클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거나하게 취한 팀장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어차피 대리기사 부를 거잖아? 대리비 나가는 건 똑같으니 끝까지 달리자!” 회식이 끝나면 새벽 1시가 되기 일쑤였다. 한 달에 최소 6번, 연말연시엔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됐다. 심할 때는 주당 회식 시간만 20시간쯤 된 것 같다. 동료들은 회식 빌런에게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불참으로 시위했고, 또 누군가는 당당하게 ‘회식 구조조정’을 외쳤다. 한 신입사원의 어머니는 “도대체 그 회사는 뭐 하는 곳이기에 매일같이 술을 먹이냐”며 항의한 일도 있다. 그렇다고 위축되면 애초 빌런이 아니었을 터. 그들은 오히려 “비싼 돈 들여 맛있는 거 먹이고 술 사주며 업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군소리가 많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그들의 ‘회식 예찬 어록’은 눈부시게 화려했다. “임원이 되고 싶어? 그럼 ‘술상무’부터 해야지!” “회식은 조직생활의 기본이야. 이게 싫으면 나가서 닭이나 튀기든지….” 또 누군가는 그랬다. 회식에는 좌파와 우파가 없다고. ‘한 식구’끼리 밥 먹고 시간 보내는 건 한국의 미풍양속이 아니냐면서…. 고생한 직원을 격려하려는 상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 ‘사양하고 싶은 복리후생’ 1위로 꼽힌 것은 바로 ‘술자리 회식’(27%)이다. 오늘도 빌런들은 “고생한 사람들끼리 한잔 하자”며 우리의 퇴근길을 막아선다. 한번쯤 용기 내 외치고 싶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꼭 회식이어야 하나요? 차라리 돈과 휴식으로 보상받고 싶어요.” ▼ 한국은 왜 이렇게 회식이 많을까? ▼동아일보와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가 1월 24~26일 79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회식 때문에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은 69.8%에 달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의 저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를 두고 ‘착취 회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직장동료를 ‘식구’에 비유하는 한국에선 함께 밥을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며 “회식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일상에 피해를 주는 수준의 회식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도 판공비, 회의비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항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팀의 단합을 명목으로 주어진 예산과 법인카드가 과도한 회식문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돈의 권력’은 회식자리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비용을 내는 사람이 정중앙에 앉는다. 사실상 부담 없는 ‘공금’을 집행하는 상급자가 회식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 교수는 “이런 회식은 친목과 단합보다 업무의 연장선 역할을 할뿐”이라고 했다. 결국 직장 내 서열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아랫사람들이 불편함을 누른 채 앉아있어야 하는 회식이 바로 ‘착취 회식’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회식을 하더라도 2, 3차까지 이어지는 자리는 더치페이를 한다면 개인의 참여 의사가 더 존중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적정한 수준의 회식은 어느 정도일까. ‘블라인드’ 조사 결과 ‘저녁식사 1차만(45.7%)’을 가장 선호했다. ‘저녁 대신 점심으로’(34.5%)가 2위였다. 저녁식사 뒤 노래방 등 ‘화려한 2차’를 즐기고 싶다는 직장인은 0.5%에 그쳤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노동잡학사전] 회식 도중 발생한 사고도 ‘산재’ 인정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에 규정된 ‘업무상 사고’ 유형의 일부다. 여기서 사업주란 직장 상관을 포함한다. 상관이 주관한 회식 도중 다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회식중이라도 아무런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다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회식 뒤 집에 가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사고’는 아니다. 다만 올해 1월 1일부터 ‘출퇴근 재해’를 시행하고 있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회식 뒤 평소 자신이 이용하는 경로와 방법으로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로 인정받는다. 만약 중간에 친구를 만나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귀가 중 사고가 났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 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 특별사이트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넌 그래도 연봉이 높잖아. 돈 많이 벌면 그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야!” 평일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한다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몇 개월 만에 누리는 황금 같은 이 시간을 이놈들과 보내는 게 아니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에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핀잔이었다. ‘니들도 매일 야근해 봐라.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빽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맥주와 함께 도로 삼켰다. 강석제(가명·33) 씨는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8년 차 직장인이다. 출근은 남들처럼 오전 9시다. 그럼 퇴근시간은? 잘 모른다. 정시 퇴근을 바라는 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만큼 허황된 일인지 모른다. 오후 6시가 되면 팀은 바로 2라운드 업무에 들어간다. “저녁 먹고 일하자”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 봤자 퇴근시간만 늦어진다. 연애 초기 “언제 퇴근하느냐”는 여자친구의 재촉이 짜증 났다. 지금은 그런 문자메시지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 평일에 여자친구는 알아서 연락을 끊는다. 가족들은 으레 “석제는 일찍 못 온다”며 가족행사에 부르지 않는다. 입사 초기에는 출근과 함께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이제는 그런 쓸데없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오후가 되면 우리 팀장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업무 요청이 쏟아진다. 일의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다. 일의 우선순위는 단 하나다. 닦달하는 상사가 맡긴 일부터 해야 한다. 사실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남아 있는 날들이 적지 않다. 이를 ‘페이스 타임’이라고 부른다. 상사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다. 팀장이 퇴근하면 경쟁자인 동료들끼리 페이스 타임을 보내기도 한다. “어제 강 대리가 제일 늦게까지 일했다”는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그렇다고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진 않는다. 신청 시스템은 있지만 신청하는 순간 ‘가장 성실한 직원’에서 곧바로 ‘가장 무능한 직원’으로의 추락을 각오해야 한다. 아마도 팀장은 초과근무수당 결재를 올리면 “근무시간에 뭐하고 왜 야근을 하느냐”고 핀잔할 게 뻔하다. 수당 없는 야근에 지친 동료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사내에선 “이직할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서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회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나갈 사람보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더 많아서다. 강 씨의 저녁은 그렇게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를 게 없다. 김연수(가명·35) 씨는 3년 전 공기업을 다니다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 연봉이 1.5배 오른다며 주위에 한턱 쏘기도 했다. 하지만 이직 이후 환하게 웃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3년 만에 미간엔 ‘내 천(川)’자가 새겨졌다. 지난 주말은 한 시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의 전화였다. 평일 저녁이건, 주말이건 고객사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김 씨는 “고객이 요구한 사안을 고객이 요구한 시간에 ‘배달’ 하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고객사가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는 날엔 비상이 걸린다. 미리 식성을 파악해 맞춤형 식당을 예약해야 하고, 2차 노래방 동선까지 미리 확인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50일 연속 근무를 한 적도 있다”며 “비공식 세계 신기록이 아닐까 싶다”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외국인들이 서울 야경을 보고 예쁘다고 하잖아요. 그걸 우리 같은 근로자들이 야근하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하면 참 씁쓸하더군요.” ▼ 기본급보다 수당 많은 ‘야근 권하는 사회’ ▼연장근로 최대 28시간까지 인정土日도 포함…사실상 주7일제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할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2004년 7월부터 주 5일제(주 40시간)를 시행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을 통해 연장근로를 최대 28시간까지 인정하고 있다. 연장근로 12시간에다 토,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은 ‘별도’라는 행정해석을 유지 중이다.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셈이라 사실상 ‘주 7일 사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이런 해석을 내린 이유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주 5일제 시행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주 5일제가 정착된 이후에도 정부가 해석을 바꾸지 않으면서 연장근무 수당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랐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도 긴 근로시간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에선 스스로 야근을 자청하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정부는 근속연수가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직무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가 심해 정착되지 않고 있다. ■ 노동잡학사전 : 법정 근로시간주당 68시간이상 일 시키면 수당 줘도 불법‘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과 2항의 내용이다. 다만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53조 1항). 토,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 주말 휴일근무를 합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40+12+16시간)이다. 중요한 건 이 시간을 넘기면 아무리 수당을 많이 줘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주당 68시간 이상 일을 시킨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보건이나 방송 등 26개 업종은 ‘근로시간 특례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주당 68시간을 넘어 무제한 일을 시켜도 처벌받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특례 업종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강승현 byhuman@donga.com·유성열 기자 ○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주세요.설문 링크()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시리즈 전체 기사는 동아닷컴() 특별사이트 ‘2020 행복원정대: 워라밸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