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78

추천

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77%
칼럼17%
인사일반3%
보건3%
  • 맹장염 등 모든 복부 질환, 이달부터 초음파 검사 건보 적용

    올해도 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제도의 변화가 여럿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상일 원장의 도움말로 구정을 맞아 달라진 의료법 중 챙기면 도움이 되는 5가지를 알아봤다. 먼저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 항목인 우울증 검사 대상이 2030세대로 확대된다. 40세, 50세, 60세, 70세에만 시행하던 정신건강검사를 20세와 30세에도 확대해 청년세대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함으로써 의료비와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1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의 의료비 부담이 경감됐다. 1세 미만 아동의 경우 외래 진료 시 본인 부담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은 42%에서 20%로 낮아졌다. 종합병원은 35%에서 15%로, 병원은 28%에서 10%로, 의원은 21%에서 5%로 본인 부담 비율이 줄었다. 또 임산부는 임신과 출산 진료비를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 사용 혜택이 단태아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다태아는 9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금액한도가 인상됐고, 사용 기간은 분만 예정일 이후 60일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 2월부터는 비뇨기·하복부 초음파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 그동안 4대 중증질환에 해당하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장결석, 신낭종, 맹장염(충수돌기염), 치루, 탈장, 장중첩 등 모든 복부 질환 및 의심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돼 의료비 부담이 평균 5만∼14만 원에서 절반 이하인 2만∼5만 원으로 줄어든다. 3월부터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조건이 완화된다. 그동안은 임종기 연명의료에 대해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모든 직계혈족이 합의해야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했다. 3월부터는 동의해야 하는 가족 범위가 배우자 및 1촌 이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인 자녀로 축소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는 것이다. 7월부터는 30갑년(30년간 하루 한 갑, 15년간 하루 두 갑을 피운 경우) 이상 흡연한 54∼74세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폐암 검진을 한다. 현재 1인당 약 11만 원인 검진 비용 중 90%를 건강보험으로 지급해 1만1000원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MRI는 자기장으로 혈관-근육 정밀 촬영… 방사선과 무관

    가천대 길병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11.74T(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 기기를 올 6월에 도입한다. 2004년 수백억 원을 투자해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한 뒤 국내 최초로 7.0T MRI 시스템을 개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11.74T는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최신 3T MRI에 비해 화질이 1만 배 높다. 이들 두 대의 MRI를 보유한 병원은 세계적으로 길병원이 유일하다. 가천대 길병원 김양우 병원장과 가천대 의대 뇌과학연구원의 정준영 교수와 함께 톡투건강 ‘MRI’편을 통해 MRI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MRI와 컴퓨터단층촬영(CT)은 동일한 통에 들어가 찍을 뿐만 아니라 필름도 거의 같다. 차이는…. ▽정준영 교수=MRI는 신체 내 지방 근육 등 부드러운 조직을 더 잘 볼 수 있다. 반면 CT는 뼈처럼 단단한 조직이 잘 보인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에는 뇌출혈, 뼈 골절 여부를 알기 위해 CT를 우선으로 찍는다. ▽이 기자=T(테슬라) 수치가 높을수록 화질은 높아지지만 방사선이 많이 나오지 않나. ▽정 교수=MRI 앞에 T라고 표시돼 있는 것은 자기장의 세기 단위다. 자기장이 3.0T면 자기장 세기가 1.5T보다는 2배라는 뜻이다. MRI는 몸 안에 들어 있는 수소의 자기장의 신호정보를 획득해 영상을 확보한다. 자기장이 세면 더 많은 신호정보를 알 수 있다. 반면 CT는 ‘X레이’라는 방사선을 이용한다. ▽이 기자=MRI를 찍을 때 몸의 전자장치는 모두 피하라고 한다. ▽정 교수=보청기, 틀니, 시계 등 금속성 소지품은 검사에 방해된다.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신체에 심장박동기 시술, 신경자극기 시술, 인공와우 이식 등을 받은 사람은 전자장비가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CT를 찍기도 한다. ▽이 기자=MRI는 쿵쾅쿵쾅하는 큰 소리 때문에 환자가 불안해하기도 한다. 좁은 통에 들어가면 폐소공포증 때문에 찍기 힘들다.▽정 교수=소음을 줄이는 헤드폰을 환자의 머리에 장착한 상태에서 검사한다. MRI 통 안으로 들어갈 때 두려움을 방지하기 위해서 비상버튼을 항상 들고 검사를 받는다. 아이처럼 계속 움직일 경우 진정제를 투여해 MRI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이 기자=MRI도 금식을 하나. 특별한 부작용은 없나. ▽정 교수=금식은 필요 없다.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하지만 촬영 시 사용할 수 있는 조영제는 약물이므로 특정인에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구토와 두드러기 증상이다. 촬영 전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철저히 하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 기자=길병원이 테슬라 수치가 매우 높은 MRI를 도입해 연구하려고 한다. 그냥 지금 수준의 장비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 ▽김양우 병원장=현재 병원에서 고화질 MRI로는 주로 3.0T MRI가 사용된다. 그런데 3.0T와 7.0T는 수치상으로 보면 2.3배 정도지만 실제로 구현된 영상 차이는 더욱 실감난다.(사진 참조) 7.0T MRI로 찍으면 신체 구석구석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기자=7.0T는 정말 보이지 않던 미세한 혈관까지 다 보인다. 그런데 만약에 이 MRI가 상용화되면 임상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나. ▽김 원장=초기에 고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미세한 혈관이 나오기 때문에 치료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 기자=7.0T MRI도 우수한데 그보다 더 앞선 11.74T MRI라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11.74T MRI는 도대체 어떤 장비인가. ▽정 교수=현재는 치매 등 뇌 질환은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치료 또한 한계가 있다. 11.74T MRI는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뇌 질환과 뇌세포의 기능, 약물 효과 등을 이해하고 치매, 파킨슨병, 뇌중풍, 뇌종양, 조현병 등 각종 뇌 질환의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 등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기자=뇌 전용 11.74T MRI가 개발될 장소인 브레인밸리는 어떤 곳인가. ▽김 원장=브레인밸리는 인천 송도에 있다. 이곳에서 11.74T MRI의 핵심 부품들은 만들어진 상태로, 올해 6월경에 마그넷 설치와 전자장비가 갖춰진다. 브레인밸리는 송도 의료바이오연구단지(BRC) 내 2만1305m² 규모로 a-BNCT(붕소중성자 방사선암치료기) 개발 시설을 비롯해 기존 바이오의약, 뇌과학 분야까지 연구하는 곳으로 뇌과학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 임상이 이뤄지는 허브가 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7년 수술 노하우 담은 책 ‘최소상처 척추수술’ 발간

    척추 전문 우리들병원은 최소상처 척추수술법을 집대성한 국제 의학텍스트북인 ‘최소상처 척추수술(Minimally Invasive Spinal Surgery)’을 영국에서 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37년간의 개발과 연구, 수술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병원은 이를 기념하는 출판학술대회를 12일 제주 우리들리조트에서 열었다. 스파인헬스학회가 주최하고 우리들병원이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최소상처 척추수술 주요 챕터별 발표가 있었다. 이 책은 우리들병원 척추수술팀(이상호, 배준석, 전상협, 이호연, 신상하, 금한중, 문기형, 조지영)이 함께 참여해 보다 진일보한 고난도 최소침습 척추수술법을 소개해 그 의의가 크다. 또 미국 남애리조나 척추수술센터의 정형외과 레완드로스키 박사, 독일 아펙스 척추센터 정형외과 슈바르트 박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페인버그의대 신경외과 페슬러 교수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료진들이 집필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최소상처’ 척추 치료법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국제적 의학출판사 ‘JP 메디컬’ 측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요추, 경추, 흉추로 세분해 치료술에 대한 기본이론과 다양한 치료 케이스를 통한 경과보고, 고난도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37년간 척추 디스크 한 분야에만 매진해 다양한 최소상처 치료술을 개발했다. 1992년엔 기존 내시경 시술에 레이저를 접목한 새로운 ‘내시경 레이저 척추 수술법’을 정립해 본격적인 최소침습 척추수술 시대를 열었다. 지속적으로 임상과 연구 과정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요추 디스크는 물론이고 고난도 경추 및 흉추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 척추 질환 전 분야에 걸쳐 최소상처 치료법을 발전시켰다. 2017년에는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수술법이 미국에서 의료보험 급여 코드를 받으면서 미국 의대 척추수술 아카데미에 정규 과목으로 채택됐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은 “앞으로도 임상과 학술연구를 병행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100세 시대를 맞아 환자들이 노년기에 척추 질환으로 고통 받지 않게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기술 전수를 위해 계속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45개국 척추 의사 800여 명이 우리들병원에서 최소상처 수술법을 교육받는 미스코스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또 우리들병원은 척추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치인 340여 편의 논문을 국제 권위의 SCI급 의학저널에 등재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발간된 총 29권(170편)의 의학서적 저술에도 참여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난청 이겨내고 이제 콘서트도 즐겨요”

    코클리어 코리아가 올해 11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인공와우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소리로 행복을 찾은 코클리어 고객과 이들에게 소리를 찾아준 의료진 등 총 800여 명이 참가해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코클리어는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와 골전도 보청기를 만드는 호주계 글로벌 회사다. 세계적으로 난청인 45만 명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찾아줬다. 강원석 코클리어 마케팅 부장은 “최근 스마트폰과 무선 연동이 가능한 ‘Nucleus 7’ 귀걸이형 음향처리기를 선보였다”며 “이렇게 새로운 기기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클리어 UCC(손수제작물) 공모전인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에서 최우수상은 서울 용산에 사는 고등학생 정유정 군(19)에게 돌아갔다. 정 군은 “평소 해군 특전부사관이 되기 위해 매일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딥스 등과 같은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며 “인공 와우는 내게 난청을 극복하게 해주고, 꿈을 가질 수 있게 한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난청은 고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청인 환자가 방치될 경우 치매로 갈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5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소아나 성인 모두에서 빠를수록 좋다. 최 교수는 “돌 이전에 수술을 받으면 듣지 못하는 공백기가 짧아 듣기와 말하기, 발음 수준이 거의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며 “성인도 듣지 못한 기간이 짧을수록 인공와우 수술 뒤에 더 잘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인공와우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400만∼600만 원으로 수술비가 많이 저렴해졌다. 요즘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경우 수술 효과를 예측하기 위한 난청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도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특히 소아와 성인의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인공와우 수술 여부와 수술 시기 결정에 이 난청 유전자 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최 교수는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많은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늦지 않게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난청의 정도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진과 청각사, 언어치료사, 연구진 등은 난청 환자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항상 기다리고 있다. 모두 함께 난청과 맞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한림대 의료원장은 왜 해임됐나

    서울대 의대는 지난해 7월 30, 40대 젊은 교수 18명을 중심으로 급속히 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 비전 추진단’을 만들었다. 한 달에 4차례 이상 모여 열띤 토론을 한다. 지금까지 총 35차례, 80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 의대는 젊은 교수들의 비판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어떻게 하면 현재의 위상을 더욱 발전시킬지 고민 중이다. 10년 뒤 이들이 의대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의대 관계자는 “상명하복식 진행은 없다. 자유로운 토론 방식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작은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서울대만 하는 게 아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건축, 정치,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된 ‘병원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 종합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종합병원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개원을 준비하거나 증축하는 종합병원만 4개다. 이화의료원은 다음 달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이대서울병원을 개원한다. 이 병원에는 4∼6인실이 없다. 중환자실은 모두 1인실이다. 수술실은 버튼 하나로 모든 의료기기가 움직인다. 개원준비단에는 30, 40대 젊은 교수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4월 개원을 앞둔 은평성모병원은 모든 병동 입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 내과, 외과 구분 없이 여러 과들이 함께 움직이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병원 역시 개원을 준비하면서 젊은 교수 30여 명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3월 550병상의 병원을 증축하는 대전 유성선병원은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환자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수술 장면을 참관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장 사전 자리 예약제’를 도입해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할 장소를 바로 안내받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이런 혁신에는 선승훈 의료원장이 전 세계 병원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경험이 녹아있다. 병원들이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을 처음 맡은 정기석 한림대의료원장이 최근 재단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정 의료원장은 질병관리본부장 시절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당사자다. 그런데 정 의료원장이 해임된 상황을 들어보니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두 달 전 사건으로 지금까지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11월 한림대 의료진 80여 명은 충남 안면도에 있는 한림대의료원 연수원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30, 40대 젊은 교수들로, 이 자리에서 병원의 발전 방향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시 신선한 제안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5개 병원별 발전전략과 융합연구를 위한 공동연구체 발족 제안, 중앙임상의학연구소의 활성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자연스럽게 다른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료진 처우 개선 문제도 나왔다고 한다. 시설 투자 요구도 이어졌다. 병원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이 자리에 참석한 재단의 고위 인사는 갑자기 1박 2일 워크숍을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정 의료원장의 직무가 정지됐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한림대가 아무래도 다른 병원보다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며 “결국 워크숍에서 경영을 총괄하는 재단 인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일로 의료원장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 조치까지 내린 것은 황당하다”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정 의료원장의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의료원장과 이사장의 불편한 관계가 누적돼 생긴 것이지 워크숍 때문에 해임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기한 것은 젊은 교수들이나 노조가 ‘부당 인사’에 항의하고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릴 만도 한데, 실상은 정말 조용하다는 점이다. 의료원장을 단칼에 잘랐으니 교수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조용한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병원이 발전하려면 아래로부터의 비판을 적극 받아들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최근 한림대의료원은 ‘위로(慰勞)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료원장 전격 해임을 보니 말 못할 고민이 있어 보이는 정 의료원장을 비롯해 의료진, 직원들에게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골이-수면무호흡증 개선하려면… ˝체중 감량이 중요˝

    톡투건강 핫클릭, 이번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본 코골이에 대해 알아본다. 코골이는 잠을 자면서 숨을 들이쉴 때 입속에 부드러운 조직(연구개, 혀, 기도 등)들이 떨려서 나는 소리다. 특히 겨울철엔 코막힘, 감기, 비염 등으로 코를 통과하는 구멍이 작아진다. 이때 공기가 좁은 곳에서 빠르게 통과돼 진동이 강해지면서 소리는 더욱 커진다.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로 있는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과 함께 코골이 건강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코골이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인 경향이 있다는데? ▽신홍범 원장(이하 신 원장)=맞다. 특히 유전적으로 코뼈가 휘어있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코막힘과 코골이가 심해진다. 이외에 혀가 두꺼운 사람, 목구멍이 좁은 사람도 코골이가 잘 생긴다. 모두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살이 찌면 코골이가 심해진다. 따라서 수면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아예 가족이 와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이 기자=마른 사람도 코를 고나? ▽신 원장=체중이 줄면 코골이가 준다. 다만 나이가 들면 마른 사람도 기도조직에 힘이 떨어져 떨리는 게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이 기자=치료를 받아야 하는 코골이의 기준은? ▽신 원장=대개 코골이 소리가 크면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코골이 소음 자체는 치료 진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코를 골다가 숨을 안 쉬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바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들은 잠을 잘 때 숨을 정상인에 비해 30% 정도만 쉰다고 보면 된다. ▽이 기자=옆에서 자는 사람이 숨을 멈췄다가 한참 뒤에 가서 ‘후’ 내쉬면서 코를 곤다면 수면무호흡을 의심해 볼 수 있나? ▽신 원장=그렇다. 계속해서 코를 곤다고 심각한 건 아니다. 드르렁 드르렁 밤새 코를 곯아도 (무호흡증이 없다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 뿐이지 당사자 건강엔 문제없다. 근데 코를 곤 뒤 조용하다가 갑자기 ‘크억’ 하면 수면무호흡을 의심해야 한다. ▽이 기자=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신 원장=우선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산소공급이 안 된다. 산소를 많이 쓰는 장기가 심장인데 심장에 무리가 간다. 이로 인해 심장부정맥, 심근경색 심지어 돌연사도 생긴다. 혈압도 올라간다. 또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뇌중풍(뇌졸중)도 발생한다. 이뿐 아니다. 수면무호흡 때문에 수면부족이 생기고 항상 피곤하다. 결국 집중력이 떨어지고, 낮 동안 졸음, 우울증이 생긴다. 잠을 못 자고,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하면 치매발병률도 높아진다. ▽이 기자=코골이 치료법엔 수술과 비수술이 있다는데…. ▽신 원장=수술은 재발이 잘 돼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비수술 치료가 1차 치료법이다. 코에 공기를 주입시키는 양압기 치료가 대표적이다. ▽이 기자=양압기라고 하면 흔히 마스크를 씌우고 산소를 공급해 코골이 증세를 완화시켜주는 것 아니냐. ▽신 원장=맞다. 기본적으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좁아지면서 막힌 거다. 그것을 열어주는 장치다. 산소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실내 공기주입이다.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서 필터로 거른 다음 일정한 압력을 만들고 수증기를 섞어서 바람을 불어넣는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공호흡기 마스크와 다르다. 코에다 갖다 대서 코를 통해 공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요즘은 크기가 작다. ▽이 기자=실제로 사용해 보니 일단 좋은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또 공기가 막 들어오면 내뱉을 때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뱉을 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인데…. ▽신 원장=아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때만 해도 수면다원검사비용이 70만 원, 양압기 기기가 250만 원 이상 들었다. 다행히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다원검사도 본인 비용이 11만7000원 정도다. 양압기 기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임대비의 80%를 지원해줘 한 달에 1만8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 기자=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예방법은 없나? ▽신 원장=우선 체중감량이 중요하다. 자기 체중의 10% 정도 빼면 코골이는 현저하게 준다. 그 다음 비염, 코막힘이 있는 경우 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기자=잠을 잘 때 도움이 되는 자세도 있나? ▽신 원장=기본적으로 바로 누우면 혀가 뒤로 밀리면서 기도를 막는다. 그래서 코골이와 무호흡이 심해진다. 옆으로 자면 기도가 덜 막혀 코골이가 많이 준다. 일반적으로 왼쪽을 아래로 깔고 누우면 소화기가 좀 편해진다. ▽이 기자=방안의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지 않나? ▽신 원장=수면환경에서 중요한 게 기온이다. 실내기온은 22도 내외가 좋다. 습도는 50% 정도를 유지한다. 습도가 높은 게 중요하다. 방이 너무 더우면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아진다. 결국 코가 마르고, 코가 막히면 코골이가 심해진다. ▽이 기자=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생활습관은 없나? ▽신 원장=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습관 유지도 중요하다. 음주한 경우엔 아무래도 코골이가 심해진다. 또 밤늦게 과식하면 음식이 넘어오는 리플럭스가 생기는데, 그게 기도 주위 점막을 자극해 붓게 만들고, 결국 기도를 좁힌다. 저녁 늦게 술을 포함한 음식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이 기자=잠잘 때 좋은 베개 선택법을 알려 달라. ▽신 원장=‘코골이 방지 베개’라고 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베개로 코골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다만 베개가 너무 높으면 목이 꺾여 기도가 좁아지고, 코골이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나마 C자 형태로 경추 골격을 유지해주는 기능성 베개는 좀 낫다. 그냥 집에 있는 수건 2개 정도를 말아 목 바로 뒤에 받쳐주면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기도가 확보돼 코골이가 줄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하늘에 ‘이국종 무전기 길’ 생긴다

    지난해 10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사진)은 “아무것도 안 된다”며 무전기(인터콤)를 집어던졌다. 이를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구조헬기에서 무용지물인 무전기가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같은 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구조헬기 탑승 시) 무전기가 안 돼 LTE 통신망이 터지는 낮은 고도비행 때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KT가 이 교수의 하소연에 응답했다. 15일 KT에 따르면 지상에서 잘 터지는 LTE 무전기가 공중(고도 300∼600m)에서도 잘 연결되도록 아주대병원을 중심으로 28개 LTE 전용 기지국에 통신용 안테나를 추가로 달았다. KT 지속가능경영담당 정명곤 상무는 “원래 LTE 기지국의 송출은 공중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는 방식이어서 지상에서 통화가 잘 이뤄지는 것”이라며 “기지국 28곳에는 지상에서 상공으로 전파를 쏘는 안테나를 추가로 설치해 공중에서도 무전기가 잘 터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KT는 아주대병원을 중심으로 구조헬기의 주요 이동경로를 따라 통신용 안테나를 추가 설치했다. △경부라인(아주대병원∼평택 미군기지) 52km △영동라인(아주대병원∼여주 나들목) 55km △서해안 라인(아주대병원∼화성 향남 나들목) 15km 등이다. 이 라인에선 고도 600m 이하에서 무전기가 잘 연결된다. 정 상무는 “외상환자 발생 시 골든타임 내에 충분한 응급조치를 취하려면 무엇보다 지상 병원과의 연결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사업을 진행했다”며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함께 헬기 항로별로 무전기가 잘 터지는 높이와 위치를 계속 점검해 ‘무전기 길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상센터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닥터헬기 통신망을 완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닥터헬기 내 무전기만이라도 군이나 소방헬기가 사용하는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심한 난청엔 인공와우가 답… 평생 AS 되는지 확인해야”

    동아일보는 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해 인터뷰하는 ‘톡투 메디컬 여성 CEO’ 코너를 마련했다. 첫 회 주인공은 난청인을 위해 인공와우를 만드는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인 코클리어 코리아의 윤소정 대표(사진)다. 윤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다. 지난해 6월 코클리어 대표로 취임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코클리어(Cochlear)는 무슨 뜻인가. ▽윤소정 대표=코클리어는 소리를 청신경에 전달하는 달팽이관의 영어명이다. 우리 회사는 난청인들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 임플란트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다. 창립된 지 올해 40주년을 맞는 호주계 회사다. ▽이 기자=인공와우는 일종의 보청기인가. ▽윤 대표=전혀 다르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직접 청신경에 전달하므로 달팽이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크게 들리도록 하는 것이어서 난청인들이 불편할 수 있다. 난청 환자 중 상태가 심한 경우 인공와우를 이식한다. ▽이 기자=귀 위에 기계를 붙이기만 하면 바로 들을 수 있나. ▽윤 대표=인공와우를 착용하려면 수술이 필요하다.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 뒤에 적응하는 재활 과정이 필요한데 3∼12개월 정도 걸린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재활 기간은 차이가 난다. ▽이 기자=수술의 적기는 언제인가. 또 수술 비용은…. ▽윤 대표=수술은 빠를수록 좋다. 어릴 때 수술을 받으면 재활 기간이 짧아 듣기와 말하기 수준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쉽다. 비용은 예전에 2500만 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400만∼500만 원이면 가능하다.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가 올 확률이 5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한다. 난청은 절대 난치병이 아닌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와 상담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이 기자=인공와우의 종류가 다양하다.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윤 대표=무조건 싼 제품을 찾지 말고 평생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연동이 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최소 5년에 한 번 정도 업그레이드해 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코클리어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인공와우로 소리를 되찾은 코클리어 고객과 가족들, 난청 환우 치료에 애쓰는 의료진을 초청해 한국 법인 설립 11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선 인공와우 강연과 함께 가수들의 축하공연 등이 열린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찬 바람 불면 콧물 훌쩍… 2주 이상 지속되면 알레르기 비염 등 의심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12년 대비 14.3% 증가한 699만 명에 이른다. 특히 요즘처럼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불면 코 점막이 약해지면서 알레르기 비염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아진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홍보이사로 있는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승준 교수와 함께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와 예방법을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코 점막은 왜 중요한가. ▽김승준 교수(이하 김 교수)=코 점막은 공기가 기관지로 들어가기 전에 먼지를 걸러줄 뿐 아니라 공기도 적당하게 데워 습도를 맞춰준다. 숨을 쉴 때 공기는 코 점막을 구성하는 상기도에서 기관지를 포함한 하기도를 지나 폐로 들어가는데, 상기도가 깨끗하지 않으면 아랫부분에 있는 하기도와 폐가 다양한 병을 앓게 된다. 특히 비염으로 인한 콧물이 기관지로 넘어가면 폐결절 및 폐렴이 생길 수 있다. 또 만성적인 기도 염증을 유발해 만성기침, 기관지확장증, 비결핵항상균증과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 코 관리는 기관지와 폐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이 기자=알레르기 비염과 코감기는 모두 콧물을 많이 흘린다. 어떻게 구분하나. ▽김 교수=콧물 색깔과 전신증상 여부로 구별한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처음에 맑다가 점차 누런색으로 변하고 농도가 진해진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맑은 콧물과 함께 코 막힘과 재채기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눈이나 코의 가려움증, 두통, 피로 등도 동반한다. 감기와 달리 발열, 몸살, 기침, 목감기 등의 증상은 없다. ▽이 기자=감기는 치료해도 일주일, 놔둬도 일주일이라는데 알레르기 비염은 어떤가. ▽김 교수=감기는 보통 일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이 점이 알레르기 비염과 가장 큰 차이다. 만약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담해 알레르기 비염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호흡기 질환들이 처음에 감기로 오인해 감기약을 먹는다. 그러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성기침, 결핵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자=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은…. ▽김 교수=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치료 등이 있다. 원인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은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약물요법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알레르기 비염에 사용하는 약물은 국소용 비강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항류코트리엔 제제 등이 있다. 이외에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소량 투여해 차츰 농도를 높이면서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면역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이 기자=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속 실천방법은 어떤 게 있나. ▽김 교수=과도한 난방기구 사용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마스크 착용은 찬 공기의 직접적 유입을 막아주고 습도를 높여줘 알레르기 비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2∼3시간에 한 번씩 20분 동안 환기해 주는 게 좋다. 실내온도는 20∼22도를 유지하길 권한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동물 털 등이 대표적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이런 원인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기자=알레르기 비염, 코감기 환자들이 코 막힘 해소를 위해 ‘코 스프레이’를 매일 사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있다는데…. ▽김 교수=반드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스프레이 치료가 1차 치료다. 혈관수축제 성분이 있는 스프레이는 적절하게 쓰면 괜찮다. 다만 장기간 사용 시 하루 최대 사용량을 넘지 않도록 한다. 비약물성 제품은 코를 촉촉하게 해주고 세척을 통해 염증 물질을 제거한다. 코 스프레이 중에는 체액 염분 농도인 0.9%보다 높은 하이퍼토닉 제품도 있다. 이 제품은 천연 해수와 유사한 3%의 고농도 삼투압 효과로 콧속 부종을 자연스럽게 감소시켜 준다. 이는 김장할 때 배추 숨을 죽이기 위해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부작용 걱정 없이 매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자=스프레이도 종류가 많다. 증상에 따라 어떤 스프레이를 사용해야 하나. ▽김 교수=우선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빨리 회복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편해지면 경구약 또는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이때 하이퍼토닉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코 막힘을 해소하고, 코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방전 발급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알레르기 비염의 주된 치료제로 최소 2주 이상 사용을 권장한다. ▽이 기자=약물이나 스프레이 치료에도 개선이 안 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할 텐데, 수술 치료를 하면 완치될 가능성은 높나. ▽김 교수=비중격만곡증, 만성 비후성비염 등 구조적인 이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수술이 도움이 된다. 다만 수술 이후에도 코 막힘 이외에 콧물이나 재채기와 같은 다른 증상을 조절하려면 약물 치료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기자=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부모라면 자녀에게 같은 질환이 나타날까 염려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비염도 유전 가능성이 있나. ▽김 교수=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50%, 양쪽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70∼80% 정도 자녀에게 해당 질환이 나타난다. 부모 양쪽 모두 질환이 없는 경우 10∼15% 정도 발병한다. 보통 ‘알레르기 질환은 반은 유전이고 반은 환경이다’라고 말한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먼지, 꽃가루, 동물 털, 곰팡이 등을 적절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2차 감염 예방”

    보건의료 현장에서 주사바늘에 찔린 경험이 있는 의료인 비율은 약 70%에 달한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및 폐 주사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인 자상사고는 혈액을 매개로 한 수많은 질병감염을 유발한다. 메이킹 모어 헬스(MMH) 체인지메이커 발굴 프로젝트에서 최종 우승한 ㈜뮨은 바로 주사기 재사용을 방지하고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안전한 주사기 자동처리기기’를 개발했다. MMH 프로젝트는 아쇼카한국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헬스케어 분야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국내 헬스케어 분야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혁신적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가진 사회 혁신가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다. 뮨 팀의 오광빈 팀장을 만나 주사기 자동처리기기에 대해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50여 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정됐다. 주사기 자동처리기기를 만든 계기는? ▽오광빈 팀장(이하 오 팀장)=우리 회사는 연세대 공대 수업에서 만난 동기들이 함께 설립했다. 당시 수업 내용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하나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2차 감염 문제를 다뤘다. 실제 주사기를 사용하는 간호사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간호사들이 하루에도 10∼100개의 주사기를 사용하고 처리하면서 자신들이 사용한 주사기에 찔리기도 했다. 의료진의 주사침 상해는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이번 제품을 만들었다. ▽이 기자=어떻게 작동하나. ▽오 팀장=주사기 자동처리기기에 사용한 주사기를 던져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투입을 감지해 기기 안의 칼날이 주삿바늘과 실린더의 연결 부분을 절단한다. 잘린 주삿바늘과 실린더는 각각 폐기물통에 따로 배출돼 안전하게 처리된다. 이 기기는 기존 의료 카트 측면에 달린 손상성 폐기물통 위에 얹어 사용할 수 있고, 주사기 투입구가 넓어 주사기를 잡고 있지 않고 던져 넣기만 해도 자동으로 주사기가 분리 처리돼 편리하다. ▽이 기자=주사기 자동처리기기에 대한 병원의 반응은 어떤가. ▽오 팀장=간호사들은 업무부담과 주사침 상해 위험이 줄어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기존까지 구입하지 않은 제품을 새로 구매해야 하니 다소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기자=아무래도 초기모델이어서 비쌀 수 있지만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가격이 낮아지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오 팀장=이 제품 하나가 병원에 보급된다고 간호사들의 위해환경이 극적으로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들의 불편과 위험 요소를 찾아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대병원, 방검조끼-삼단봉-전기충격기 ‘무장 요원’ 배치

    2015년 10월 전직 소방대원 출신 A 씨가 갑자기 한 대학병원 병원장실로 들이닥쳤다. 180cm가 넘는 키에 체구도 컸다. 비서들의 만류에도 “병원장을 만나러 왔다”며 원장실로 돌진했다. 이어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B 병원장에게 다짜고짜 “너희 병원에서 날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너를 죽이러 왔다”고 소리쳤다. A 씨 손에는 껌 제거용 칼이 들려 있었다. B 병원장은 칼을 막다가 손목을 크게 다쳤다. 이때 비서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서울의 대학병원 상당수는 병원장실 문을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문으로 교체했다. B 병원장은 “테러를 당한 뒤 그 충격으로 3개월을 휴직했다. 한 달 동안 불안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었다”며 “지금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불안한 마음에 가스총을 구입해 갖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진료 현장이 공포로 변한 의사들 병원 응급실 내 폭행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실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희생된 사건은 임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6월 충남대병원에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퇴근하던 담당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2009년 11월에는 강원 원주시 비뇨기과 의원에서 외래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간호사 2명이 숨졌다. 2012년 8월 경남 양산시의 한 병원에선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가 자신을 상담하던 여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이듬해 2월에도 대구 수성구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50대 환자의 흉기에 의사가 크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치과의사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임 교수 살해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 사건 관련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일 현재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충격에 빠진 의료계는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입원실 등 모든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의료진만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병원 내 폭행은 다른 환자의 진료권까지 빼앗는 만큼 의료기관 내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26개 전문학회와 대한개원의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과 함께 종합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강제 입원 금지한 정신보건법이 문제” 병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4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배치된 보안요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전체 보안요원 190명 중 환자 난동이나 폭행 우려가 큰 응급실 근무자 등 11명을 ‘폴리스’로 전환했다. 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검조끼를 입고 삼단봉과 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소지하고 있다. 삼성서울, 연세세브란스, 서울아산 등 주요 병원도 검문탐색기 설치, 보안인력 확충 등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거나 치료하지 못한 데 있다. 한 정신과 개원의는 “가해자가 퇴원한 뒤 1년간 외래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돼 참변이 일어났다”며 “이 사건은 지난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감안해 함부로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정신보건법을 시행하면서 생긴 문제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힘들게 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퇴원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입원과 퇴원의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대개 외래치료를 거부한다. 결국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증상이 상당히 악화된 후에야 의료기관을 다시 찾는 것이다. 배재호 연세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 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강제로 병원에 데려오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환자가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외래치료 명령제’가 있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외래치료 명령제는 퇴원 시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해야 보건소에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돼 있더라도 환자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정신보건법이 개정된 뒤 환자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아졌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주장”이라며 “이런 통계를 내고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보건법 개정 전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이번 살해 사건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환자가 흉기들고 돌진…진료현장이 공포로 변한 의사들

    2015년 10월 전직 소방대원 출신 A 씨가 갑자기 한 대학병원 병원장실로 들이닥쳤다. 180cm가 넘는 키에 체구도 컸다. 비서들의 만류에도 “병원장을 만나러 왔다”며 원장실로 돌진했다. 이어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B 병원장에게 다짜고짜 “너희 병원에서 날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너를 죽이러 왔다”고 소리쳤다. A 씨 손에는 껌 제거용 칼이 들려 있었다. B 병원장은 양손으로 칼을 막았지만 손목을 크게 다쳤다. 이때 비서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서울의 대학병원 상당수는 병원장실 문을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문으로 교체했다. B 병원장은 “테러를 당한 뒤 그 충격으로 3개월을 휴직했다. 한 달 동안 불안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었다”며 “지금도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불안한 마음에 가스총을 구입해 갖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진료현장이 공포로 변한 의사들 병원 응급실 내 폭행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실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희생된 사건은 임 교수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6월 충남대병원에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퇴근하던 담당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2009년 11월에는 강원 원주시 비뇨기과에서 외래 환자가 간호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모두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2012년 8월 경남 양산시의 한 병원에선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가 자신을 상담하던 여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이듬해 2월에도 대구 수성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50대 환자의 흉기에 의사가 크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치과의사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임 교수 살해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 사건 관련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일 현재 6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충격에 빠진 의료계는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입원실 등 모든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의료진만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병원 내 폭행은 다른 환자의 진료권까지 빼앗는 만큼 의료기관 내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26개 전문학회와 대한개원의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과 함께 종합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강제 입원 금지한 정신보건법이 문제”병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4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배치된 보안요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전체 보안요원 190명 중 환자 난동이나 폭행 우려가 큰 응급실 근무자 등 11명을 ‘폴리스’로 전환했다. 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검조끼를 입고 삼단봉과 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소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들도 검문탐색기 설치, 보안인력 확충 등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거나 치료하지 못한 데 있다. 한 정신과 개원의는 “가해자가 퇴원한 뒤 1년간 외래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이 악화돼 참변이 일어났다”며 “이 사건은 지난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감안해 함부로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정신보건법을 시행하면서 생긴 문제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힘들게 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퇴원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입원과 퇴원의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대개 외래 치료를 거부한다. 결국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증상이 상당히 악화된 후에야 의료기관을 다시 찾는 것이다. 배재호 연세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 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강제로 병원에 데려오기도 상당히 어렵다”며 “환자가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외래 치료 명령제’가 있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외래 치료 명령제는 퇴원 시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해야 보건소에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돼 있더라도 환자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정신보건법이 개정된 뒤 환자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아졌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주장”이라며 “이런 통계를 내고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정신보건법 개정 전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임 교수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4
    • 좋아요
    • 코멘트
  • 유족 “의료진 안전과 함께, 낙인없이 정신치료 받도록 해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 범인에게 쫓기면서도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대피했는지 확인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교수의 여동생인 임세희 씨는 2일 임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병원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두 번이나 멈칫한 채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모든 사람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명 ‘임세원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의료진이 빠져나올 수 있는 뒷문 설치, 경찰과의 핫라인 및 비상벨 설치, 금속탐지기 도입 등을 논의해 의료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일대일 대면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의 안전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 의료계와 협의해 진료환경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이들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 못지않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낙인찍히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고인이 평생 가졌던 뜻이다”고 전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이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 진료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31일 사건이 벌어진 병원 본관 3층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병원 관계자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에 대한 정신과적 진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강은지 kej09@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이윤태 기자}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 번째 재발한 백혈병에 맞서… 책 수익금 사회에 환원”

    ‘톡투북’은 최근 화제가 된 건강 관련 책의 저자를 인터뷰하는 코너다. 첫 회 저자는 백혈병과 맞서 싸우는 황승택 채널A 기자다. 그는 세 번이나 재발한 백혈병 투병기를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라는 책으로 엮었다. 황 기자는 이 투병기를 소셜미디어에 주기적으로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지난해 1월 세 번째로 재발했다. 건강은 어떤가. ▽황승택 기자=두 번째 재발 때보다 담담했다. 정말 운 좋게도 4억분의 1 확률로 조직형이 일치하는 타인 조혈모세포 이식을 다시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이 기자=책에는 환자로서 느낀 치료 순간의 고통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골수나 척수검사를 할 때 아주 굵은 바늘을 몸 깊숙이 찔러 환자는 큰 고통을 받지만 의사는 그 고통을 잘 모른다. 치료 과정에서 느낀 좋은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 ▽황 기자=좋은 의사는 수용성, 유연성, 진취성이 있어야 한다. 수용성은 환자의 요구를 얼마만큼 의사가 수용하느냐다. 환자는 의사에게 궁금한 게 많다. 입원 환자가 가장 기다리는 회진 때만이라도 환자의 궁금증에 충실히 답해주면 좋겠다. 유연성도 중요하다. 병원엔 규칙이 많다. 온갖 기기로 산소포화도, 심박수, 체온 등을 체크하고 수시로 혈액검사를 한다. 건강한 환자도 각종 검사에 불편을 느낀다. 내 주치의는 건강이 회복되면 환자가 불편해하는 검사 등을 하나둘 빼줬다. 위중한 상태면 몰라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최신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하는 진취성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 재발했을 때 주치의는 여러 치료법 중 신약 치료를 제안했다. 최신 치료 흐름을 아는 의사였다. ▽이 기자=책 수익금을 전부 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고 들었다. ▽황 기자=치료를 받고 책을 쓰는 데 우리 사회와 회사 선후배, 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투병하면서 겪은 생각과 경험은 오롯이 내 것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서 얻은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맞다. 벌써 2쇄 제작에 들어갔다. ▽이 기자=이 책은 병원 의료진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 기자=긍정적인 성격이었지만 투병생활을 3년이나 하다 보니 자꾸 움츠러든다. 많은 사람과 교류도 끊어졌다. 몸이 허락한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건강을 꼭 챙겨야 한다.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교류를 계속 이어가는 게 좋다. 또 가족과 본인을 위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병마를)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9-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유리천장’ 통해 보호자가 수술 지켜봐… 유성선병원, 국내 처음으로 시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 지방 종합병원이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바꿔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수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실 ‘유리천장’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6일 선병원 재단에 따르면 내년 3월 유성선병원이 550병상을 증축한다. 여기엔 수술실 8개가 마련되는데 이 중 1, 2곳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만들기로 했다. 수술실 위에서 환자 보호자나 해외에서 참관하러 온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수술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의사들이 창문 너머로 다른 의사의 수술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과 유사하다. 국내 병원 중 이런 수술실을 갖춘 곳은 없다. 특히 환자 보호자는 실시간으로 마이크를 통해 집도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선 외과와 정형외과, 산부인과 수술 시 유리천장 수술실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를 조사한 뒤 추가로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 수술 시에도 보호자 참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선병원은 또 인공지능 센서가 달린 로봇을 병동 각 층에 배치할 계획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수직이동(층간 이동)이 가능하게 만든 이 로봇은 병원 이용객의 종합 안내를 맡는다. 또 화물용 로봇 ‘어부바’는 소독된 리넨 등의 운반을 맡아 사람 간 접촉으로 생길 수 있는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선병원에선 환자나 보호자가 더 이상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헤맬 필요가 없다. 주차장 입구에서 바로 주차 장소를 안내하는 ‘주차장 사전 자리 예약제’를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반려동물 호텔도 만든다. 모두 국내 병원으로서는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이다. 선병원의 병동도 남다르다. 기존 병원은 복도를 두고 양쪽에 입원실이 있지만 선병원은 건물 창문을 따라 입원실이 마련돼 있고 가운데에는 실내 정원이 들어선다. 700∼800병상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포기하고 쾌적한 환경과 환자 안정을 택한 것이다. 선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환자 서비스에 관심을 두지 않던 30여 년 전부터 ‘환자 중심 서비스 경영’을 추구해왔다. 환자가 오면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인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병원 선승훈 의료원장은 “이번 증축의 초점은 ‘언제나 즉각 응대·설명하는 병원’ ‘암병원·뇌심장종합혈관병원’ ‘디지털스마트병원’을 실현하는 데 있다”며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믿고 찾을 수 있는 하이테크와 따스함이 잘 조화를 이루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병원은 지방 병원으로 유일하게 지난해 글로벌 헬스케어 유공 포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5년 연속 수상이다. 해외 환자는 2012년 1000여 명에서 지난해 6000명을 넘었다. 또 한국 의료기관 최초로 유럽에 의료시스템을 수출한 데 이어 여러 나라에 병원 건립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대전=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환자 중심 미래 병원,갈 길이 멀다

    최근 열린 고려대 의료원 비전 선포식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융합된 행사로 진행돼 참가자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3차원(3D)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나온 아티스트 염동균 씨가 무대에 서더니 양쪽 팔에 게임기 모양의 조종기를 잡고서 입체영상을 실시간으로 그려냈다. 이날 비전 선포식의 클라이맥스는 미래 병원을 보여주는 4분짜리 동영상이었다. 무인자동차, 스마트진료(원격상담), 병원 내 위치파악서비스, 홈헬스케어, 3D프린팅, 유전자가위, 로봇수술 등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기술들이 녹아들어간 영상이었다. 이번 영상 작업에 참여한 고려대 의료원 박종웅 의무기획처장은 “앞으로 환자 중심의 개인 맞춤형 진료와 스마트 건강관리 등을 잘하는 의료기관이 좋은 병원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동영상에 소개된 환자 맞춤형 치료, 착용형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등 대부분 기술이 길어도 10년 이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환자 중심 미래 병원을 조만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미래 병원을 가로막는 규제가 너무 많다. 미래 병원을 담은 동영상 내용을 갖고 살펴보자. 우선 차 안에서 환자는 차 창문 스크린을 통해 의사와 얼굴을 보면서 수술 뒤 상태를 두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환자는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바로 옆에 주치의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원격진료 금지 틀에 묶여 당분간 이런 모습을 국내에서 보기 힘들다. 뇌종양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형 약을 찾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온다. 정밀의료는 세계적 대세로 현재 모든 나라에서 경쟁하는 분야다. 같은 해열제나 진통제를 투여해도 어떤 사람은 잘 듣는데 어떤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 약이 잘 듣는 유전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가장 잘 듣는 약을 처방하는 게 정밀의료다. 정밀의료는 빅데이터 활용이 기본이다. 국내에서는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데이터 교환이 쉽지 않다. 일부 병원에서는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없어 외국인 유전자 정보를 수입해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전 국민 건강데이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방대한 자료를 누구도 쉽게 활용할 수 없다. 기술 차이가 아니라 규제 차이로 의료산업의 선두 자리를 뺏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애플워치에 도입된 심전도 측정기만 해도 그렇다. 아주 고전적인 심전도 측정기이지만 매일 본인 데이터가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심장 기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기능을 도입하기 힘들다. 심전도 측정은 병원에서 의료진만 할 수 있다. 과거 혈압계나 혈당계는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체육시설이나 약국, 공중목욕탕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전도 측정기 사용 제한도 대표적 낡은 규제다. 유방 양성종양 환자들이 20년 가까이 치료에 사용한 맘모톰(절개 없이 혹을 제거하는 시술법)을 최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기술의료평가에서 논문 미비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청와대에 이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을 쏟아냈다. 신기술이 다시 논문으로 인정받으려면 2, 3년이 걸린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영성 원장은 “맘모톰의 경우 우선 제한적 신기술로 인정해 병원에서 이를 비급여로 사용하고, 동시에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실시간 치료 성적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1년 이내로 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면 무엇이든 해결할 방법이 있다. 선진국 병원들은 병원의 최대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앞다퉈 고객(환자) 중심 서비스와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만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 이런 신기술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어떤 사태가 빚어질까. 미처 대비하지 못한 병원들은 아우성칠 것이다. 세계가 카풀 같은 공유경제에 집중할 때 우리만 방치하다 택시업계가 ‘멘붕’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멋진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서울대 의대 치료 경험으로 눈 건강 책임지겠다”

    서울대 의대 안과 교수 2명이 동시에 개원을 해 화제다.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식교수까지 승진한 40대 중후반의 서울대 의대 중견교수 2명이 한꺼번에 교직을 떠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영근, 김태완 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직을 반납하고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개원했다. 이들은 각각 17년, 11년간 서울대 보라매병원 안과에 근무하며 연이어 안과과장을 지냈다. 병원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전임의들을 교육하며 많은 안과 의사들을 길러왔다. 특히 미국 UCLA Jules Stein Eye Institute에서 연수를 마친 한 원장은 각막, 백내장 분야의 전문가로 2만 건 이상의 수술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백내장굴절수술학회에서 안과 의사들에게 수술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김 원장은 망막 분야의 대가인 정흠 교수의 수제자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뒤 개인 안과의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수많은 난치성 망막질환 환자를 진료해 왔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대기 환자는 계속 늘어 가는데, 강의와 논문 작성, 학회활동 등으로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한안과학회 보험간사와 편집간사, 한국망막학회, 한국포도막학회 부총무를 역임했다. 한 원장은 현재 한국콘택트렌즈학회,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한국건성안학회 등에서 이사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심각한 질환이 아닌데도 개인병원을 믿지 못해 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며 개원의 뜻을 품었다고 한다. 또 심각한 질환을 갖고도 큰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개원 결심을 굳힌 이유다. 한 원장은 “시력교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안과에서 결막염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응급수술이 필요한 망막박리 질환인데도 개인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실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며 “특정 수술에만 치중하는 안과가 아니라 여러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모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안과를 만들고자 김 원장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시립병원에서 지역주민과 인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건강강좌를 진행해온 만큼 개원 후에도 무료 건강강좌와 지역 활동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의료소외 계층을 위한 의료봉사나 지역 학교,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검진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또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등 3대 실명질환에 대한 조기진단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이런 질환으로 실명하는 환자들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오랜 기간 난치성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서남부 지역 환자들의 눈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홀몸노인에 안부 전화-식사 대접 사회적 돌봄-나눔 문화 확산 시킨다

    보건복지부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 곁에서 든든한 지원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4일 ‘2018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사랑 나눔의 장’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라이나생명의 사회공헌 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의 ‘사랑 잇는 전화’가 복지부 장관상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라이나생명의 제휴 대리점 소속인 최미숙 텔레마케터는 2012년부터 인연을 맺은 어르신과의 사연을 수기로 응모했다. 또 라이나생명보험 임직원 봉사단인 ‘라이나 건강한 봉사단’은 홀몸노인 주거환경개선사업 사진 공모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부터 라이나전성기재단을 통해 홀몸노인 결연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종로구청과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홀몸노인 결연사업 ‘사랑 잇는 전화’는 올 한 해에만 1600여 명의 라이나생명 임직원과 텔레마케터들이 참여했다. ‘사랑 잇는 전화’는 라이나생명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또 ‘라이나 건강한 봉사단’은 ‘사랑 잇는 전화’ 봉사활동으로 홀몸노인과 결연해 2주에 한번씩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리고 있다. 분기별로는 직접 어르신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하고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후기를 공유해 임직원과 어르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등 사회 소외계층인 홀몸 어르신들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자살률이 높은 독거노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 단체와 복지기관, 독거노인 후원에 참여한 기관들과 협력해 사회적 돌봄과 나눔 문화를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이나생명 홍봉성 사장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을 통해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고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이 외에도 최근 대한조계종사회복지대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특별상을 수상했다. 조계종 측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심폐소생술 교육과 자동심장충격기(AED) 무료보급사업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활동의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실제 10월 제주 관음사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는데, 재단이 보급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신속히 응급조치를 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한문철 라이나전성기재단 상임이사는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심폐소생술 방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잘 익히도록 국민의 관심을 높이겠다”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해 더 따뜻한 보건의료계 되려면… 의료정책, 환자중심 접근해야

    헬스동아에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따뜻한 약 이야기,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등의 칼럼을 게재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언뜻 차갑기만 한 의료기기나 딱딱한 의료정책, 약 등에서 ‘따뜻함’을 읽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노력은 관련 제품과 기술, 정책이 의료현장에서 적절하게 전달된다면 환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편견도 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간 따뜻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따뜻한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봤습니다.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의료비 절감 등 정책을 펴 나가는 과정에서 보건정책의 가장 큰 방점은 사회적 약자, 특히 아동과 노년층, 빈곤층을 위한 의료 접근성 강화에 있었습니다. 본보의 따뜻한 이야기 역시 이를 촉진하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거나 직접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표적 예는 흔히 소아당뇨병으로 불리는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전극)의 건강보험 적용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 전극은 내년부터 월 4개 사용 기준으로 본인부담률 30%에 쓸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소개된 지 10년도 넘은 기술의 혜택을 우리나라 아이들은 이제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은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각급학교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소모품 급여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 전극 등을 보험 대상에는 포함하지만 금액 지원은 추후에 검토하기로 하면서 환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환자단체, 환자가족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연속혈당측정기 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본보도 보험급여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수차례 보도(본보 4월 19일자 C2면, 5월 9일자 A29면 참조)해 지원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보건의료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인, 업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보건의료 이해관계자들이 좀 더 환자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노년의 눈을 위협하는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인정 기준 확대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환자 한 명당 양쪽 눈을 합해 총 14회까지만 보험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투여횟수의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어르신 건강에 있어 정부의 가장 큰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국가 차원의 치매 관리도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10년간 1조 원을 투입해 검사 및 진료비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신약 개발을 비롯한 비용 최적화를 위한 중장기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들이 따뜻한 결말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9월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정작 중요한 원인질환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 대책은 빼놓았습니다. 여전히 이 질환의 관리가 정부 정책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지 불투명합니다. 정책 입안과 개발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는 사안이라 하겠습니다. 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데 요긴한 방법들도 정책적 지원의 궤도에 들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년층은 영유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 혜택을 덜 받는 가운데 대상포진 같은 질환은 백신이 있음에도 접종 대상자들은 아직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도 그 심각성에 비해 기본적인 진단 방법인 폐기능 검사의 시행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펀드 개념을 도입해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지자체 절반, 정부 절반 부담으로 진행하면 보다 많은 지역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암 환자들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으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아직 일부만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약제들과 그 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정부의 검토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뇌염 예방에 있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백신, 특히 세포배양 생백신의 경우 다른 백신과 동시접종 시 안전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은 환자의 건강은 물론이고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국가 재정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항상 결정과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보건의료와 관련한 모든 결정과 수행이 환자의 건강과 안전,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대명제만큼은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는 보건의료계가 보다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대의료원 “미래의학 선도하는 바이오메디컬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

    고려대의료원이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의대 90주년을 맞은 고려대의료원은 12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미래의학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비전 선포식에는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이기형 의무부총장, 나춘균 의대 교우회장 등 총 7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의료원의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을 결의하는 뜻깊은 자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오늘 선포하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차세대 의생명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비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고려대의료원이 밝힌 비전은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이다. 미션은 ‘생명존중의 첨단의학으로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로 정했다. 이에 따라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인류 건강에 공헌할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융합형 창의 인재교육’을 통해 의학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 분야를 섭렵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 국가 번영에 기여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의료계의 화두인 ‘개인 맞춤형 특화진료(정밀의료)’로 환자에게 특별한 진료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의료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해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래형 병원의 청사진도 공개했다. 고려대의료원이 제시하는 미래형 병원의 모습은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이다. 지난해 총공사비만 약 3500억 원을 들여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착공한 것을 비롯해 각 병원 모두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병원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날 차세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10가지 기술을 선정하기도 했다. 10대 기술은 △암 정밀 진단·치료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설계 △체액생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가위 △페이션트 온 어 칩 △3차원 장기 프린팅 △착용형 소프트 로봇 △메모리 에디팅 등이다. 이 기술들을 통해 영화에서나 가능한 미래의학을 현실로 만들 계획이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비전은 우리의 꿈과 이상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지금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적기”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18-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