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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등극한 이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기획자이자 시나리오 공동 작가로 이름을 올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이다. ‘걸리버 리턴즈’의 원작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년).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는 릴러퍼트 공화국이 인근 대국 블레퍼스큐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하자 블레퍼스큐에 맞서 싸우기 위해 릴리퍼트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걸리버는 “산처럼 큰 사람”이라는 전설과 달리 보통 체격.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우크라이나의 올레그 코다추크 프로듀서(4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4월 당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에서 젤렌스키와 함께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1991년 8월 24일) 프로젝트를 두고 논의를 했다”며 “젤렌스키가 총 12개의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 중 실제 거인이 아니라 용기가 거인만큼 거대한 새로운 걸리버 애니메이션 아이디어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이를 추진키로 했다”고 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선 “덩치가 크다고 거인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커다란 포부와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거인이 될 수가 있단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걸리버 리턴즈’는 2019년 대통령 당선 전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로 손꼽히는 크바르탈95가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을 앞두고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젤렌스키와는 2013년 한 체육관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이”라며 “우리에겐 우크라이나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부합하는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켜보겠다는 같은 목표가 있어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모아나’ ‘엔칸토’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모았다”며 “젤렌스키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예산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이 한창이던 2019년 젤렌스키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최종 완성됐고, 우크라이나의 30번째 독립기념일인 지난해 8월 24일엔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개봉했다. 우연찮게도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상황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온갖 첨단 무기로 무장한 채 공격을 퍼붓는 대국 블레퍼스큐는 러시아를, 이에 맞서는 작은 나라 릴리퍼트는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킨다. 눈에 띄게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고 결사 항전하며 블레퍼스큐군의 패퇴를 끌어내는 걸리버를 보면 자연스럽게 젤렌스키가 떠오른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우연의 일치지만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며 “우리는 애니메이션 속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 상황이 얼마나 비슷한지 하나하나 비교해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걸리버 리턴즈’는 현재 미국을 포함한 73개국에서 정식 개봉했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되고 있다. 전 세계 상영 판권 판매 등의 수익은 전액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및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을 지원하는 일에 사용된다. 코다추크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 관객들의 걸리버 세계로의 여행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작은 기여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지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관객들이 꼭 ‘걸리버 리턴즈’를 보길 바랍니다. 모두가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21일 공개돼 세계 5위에 오른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매의 눈으로 보지 않아도 빈틈이 보인다. 클리셰는 거의 모든 장면에 있다. 전개 방향도 훤히 보인다. 반전도 쉽게 맞힐 수 있는 수준. 영화 속 1999년은 여러 번 윤색된 끝에 순정만화처럼 미화돼 있다. 어떤 면에선 ‘레트로 판타지’ 같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 뜯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가도 수그러든다. 레트로를 표방한 이 영화는 1983년생 보라(한효주)가 1999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1 소녀 보라(김유정)는 절친 연두(노윤서)가 첫눈에 반한 같은 학교 남학생 현진(박정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연두에게 매일 e메일로 보낸다. 심장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연두가 현진을 볼 수 없다며 아쉬워하자 ‘첫사랑 동태 보고’를 시작한 것. 현진을 집중 관찰하다 보라는 현진의 절친 운호(변우석)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곧 연두가 돌아오고, 보라는 뭔가 일이 잘못됐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한국 영화 ‘연애소설’(2002년)은 물론 일본 영화 ‘러브레터’(1999년),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6년) 등 아시아의 유명 청춘 로맨스물을 재조합한 듯하다. ‘응답하라’ 시리즈,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년) 등 레트로 드라마 대표작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1999년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 주인공 김유정은 비교적 최근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다. 학생 역할 배우 대부분이 당시 촌스러운 스타일을 하고 있는 반면 주인공들은 현재와 큰 차이 없이 세련됐다. 1999년임에도 2022년 같은 모습이 때때로 튀어나오는 것. 보라와 운호의 사랑이 싹트는 곳은 하필 또 방송반이다. 드라마 ‘겨울연가’(2002년)부터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난달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까지 수차례 등장한 ‘첫사랑 배출의 산실’이다. 놀이공원, 삼각관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의 혼란 등 청춘 로맨스물 하면 떠오르는 클리셰도 모두 담았다. 특히 “난 행복했어.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라는 식의 웹소설에 나올 법한 대사는 영화를 레트로 판타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엔 마치 자신의 시절이 실제 그랬던 것처럼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너그럽게 수용해 가며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부 장치가 대표적. ‘1010235’(열렬히 사모) 등 암호 같은 번호를 상대방 삐삐에 보내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삐삐 세대의 기억을 일깨워 몰입을 이끈다. 20대 이하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진 하이틴 로맨스물에 90년대가 더해지면서 40대, 50대도 영화를 즐기게 된다.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90년대를 낭만의 시대로 여기며 동경하는 20대 이하 세대와 그 시절을 겪은 30∼50대가 공유할 영화가 오랜만에 나온 것. 보라가 공중전화로 통화할 때 중간중간 들리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는 동전이 모자라 애태웠던 기억을 소환한다. 주인공들이 e메일 도입 초창기 처음 계정을 만드는 장면은 당시 허세 가득한 아이디로 메일 주소를 만들었다가 마흔이 넘어서까지 아이디에 발목 잡힌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숙 이정재 주연의 영화 ‘정사’(1998년) 비디오 케이스, 여학생들이 머리를 묶던 ‘곱창 밴드’ 등 추억의 아이템이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추억팔이’라 해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아련한 추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클리셰도 해명의 여지가 없지 않다. 방송반, 삼각관계는 그간 첫사랑을 다룬 콘텐츠에서 대중이 선호해 온 설정으로 입증된 것. 이런 클리셰를 배제하고 완전히 새로운 첫사랑 서사를 만드는 건 대중의 욕망에 배치돼 상업성을 잃을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클리셰를 한가득 끌어올 것까지야 있었느냐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영화는 과거의 아련함과 학창시절 청량감을 표현하기 위한 색감 보정 등 영상미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가장 예쁜 색으로 보정된 과거는 유토피아 같다. 탄탄한 스토리나 치밀한 연출보다 예쁘게 보이는 것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대중이 레트로 영화에 원하는 건 과거를 날것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현재는 고통스럽고 미래는 두려운 만큼 과거라도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보정하고, 그곳에 의지해야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 영화가 곳곳의 빈틈에도 세계 5위를 기록한 건 대중의 이 같은 ‘레트로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잘 읽어내서가 아닐까.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영화는 반응이 화끈하죠. 영화가 안 좋으면 화살이 마구, 이만큼 날아오잖아요. 그런데 이건 영화가 아니니까 지금도 반응을 잘 모르겠어요.”(웃음)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년) 등을 연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이준익 감독은 드라마 데뷔작 ‘욘더’가 공개된 이후 다소 긴장한 기색이었다. ‘욘더’는 14일과 21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6화가 모두 공개된 드라마다.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내년 상반기 이 드라마가 글로벌 OTT의 파라마운트+를 통해 세계에 공개되는 것을 언급하며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욘더’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2032년을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안락사 집행 전 특수 장치로 뇌에서 기억을 통째로 빼내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죽은 이를 가상인간으로 부활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에서 안락사를 택한 이후(한지민)는 스스로 가상인간이 되는 길을 택하고, 죽은 후 남편 재현(신하균)과 자주 찾던 잣나무 숲에서 그를 기다린다. 재현은 그런 아내를 진짜 아내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혼란에 빠진다. 2010년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한 김장환 작가의 소설 ‘굿바이, 욘더’가 원작이다. 이 감독은 “11년 전 원작을 봤는데 삶과 죽음을 주제로 이런 과감한 설정을 다룬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며 “8년 전쯤 시나리오를 썼는데 판타지 성격이 과해 망하겠다 싶어 다 엎었다. 이번엔 욕심을 덜고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깊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완전히 새로 썼다”고 했다. 드라마는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형태로 존재하며 불멸하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수차례 던진다. 이 감독은 “이 드라마는 자극적이고 장르적 긴장감을 주는 킬링타임용이 아니라 세이빙(saving)타임용”이라며 “영원한 것은 과연 아름다운 것인가를 고찰하며 소멸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스스로의 내면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항상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외면하죠. 인간의 삶이 더 숭고해지려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첫 드라마 도전으로 2시간 안팎으로 제한되는 영화 러닝타임의 압박을 처음 벗어났다. 그는 “영화는 2시간 안에 압축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다”며 “이번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삶과 죽음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침착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가을은 전통적으로 극장가의 비수기다. 그러나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현재 관객 수는 처참한 수준이다. 이달 1∼23일 극장 관객은 498만 명.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1121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2020년(344만 명), 2021년(391만 명)보다는 늘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지난달 28일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관객 98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손익분기점(22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같은 날 개봉한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 역시 올해 두드러졌던 후속편 흥행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관객은 88만 명에 머물고 있다. 외화도 비슷하다. 할리우드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의 히어로물 데뷔작으로 관심을 모은 ‘블랙 아담’은 19일 개봉 후 5일간 43만 명이 관람했다. 엔데믹 시작 국면인 5월 개봉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일간 350만 명을 모은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달 7일 개봉한 한국영화 ‘공조2: 인터내서날’만이 관객 689만 명을 모으며 나 홀로 선방하고 있다. 극장업계는 할리우드 대작이나 국내 인기작을 재개봉하며 관객 끌어오기에 발 벗고 나섰다. CGV는 최근 영화 팬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 마블 히어로물 등 디즈니 계열 영화만 상영하는 전용관을 열었다. 이곳에선 2015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여러 작품을 재상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탑건: 매버릭’을 개봉 4개월이 지난 현재도 상영하며 마지막 한 명의 탑건 팬까지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 역시 두꺼운 팬덤을 확보해 주요 영화관들이 지금도 상영 중이다. 하지만 가족 단위 관객을 불러올 한국영화 대작 개봉이 연말까지 거의 없어 업계에선 ‘보릿고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중순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이 연말 한국영화 대작이 자취를 감추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아바타’(2009년) 후속편으로, 제작비 3600억 원이 투입된 이 대작은 아바타 제작진이 13년간 칼을 갈며 만든 작품이다. “아바타와의 맞대결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2월 등판할 한국영화 대작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웅’이 유일하다.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영웅’은 ‘아바타: 물의 길’ 개봉 일주일 후 극장에서 상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바타 효과’로 관객 수가 단기간에 늘어날 순 있어도 ‘아바타: 물의 길’ ‘영웅’ 외 대작이 없어 연말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10, 11월에 ‘자백’ ‘리멤버’ ‘나를 죽여줘’ ‘미혹’ ‘귀못’ 등 중저예산 한국영화 개봉이 몰린 것도 아바타와의 정면승부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식어야 대작 개봉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외계 기술을 방불케 하는 컴퓨터그래픽(CG)과 현란한 액션으로 중무장한 할리우드 대작 영화가 19일 개봉했다. 영화 ‘블랙 아담’이다. 대작이 실종된 가을 극장가에 홀로 출정한 만큼 극장가를 평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화의 배경은 기원전 2600년 고대 국가 칸다크. 왕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노예 테스 아담(드웨인 존슨)에게 어느 날 스피드, 체력 등 6가지 신(神)의 능력이 주어진다. 칸다크 백성들을 구할 영웅이 된 것. 그러나 아담이 이런 능력을 복수에 남용하면서 마법사들은 그를 영원의 바위 아래 가둔다. 이야기는 그가 5000년 후 깨어나며 본격화된다. 그는 칸다크를 점령한 용병조직 인터갱을 쓸어버린다. 아담이 용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면 용병은 불타오른 뒤 재가 된다. 총탄에 미사일까지, 아담 몸에 맞기는커녕 마구 튕겨 나간다. 최첨단 공격 헬기도 그 앞에선 종이 쪼가리.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고 온몸이 무기인 히어로계 끝판왕이다.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타나는 건 세계의 안정을 위해 활약하는 히어로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마법사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등 4인이다. 인터갱 대 아담,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 아담의 정면 대결은 최대 관람 포인트다. 숨 돌린 만한 장면 없이 상영시간 대부분을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채웠다. 아담의 치고받고 다 쓸어버리는 무적의 퍼포먼스가 시각적 쾌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중동 국가 칸다크를 백인 군사조직이 장악하는 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지만 살짝 건드리고 넘어가는 것에 그친다. 배트맨, 슈퍼맨 등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에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다루는 기존 DC 영화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DC 영화치고는 단순하다. 주인공들의 미국식 개그, 히어로들의 대결 방식도 마블 영화를 연상시킨다. 마블 영화스러운 DC 영화를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법하다. 무엇보다 분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슈퍼 히어로 같은 드웨인 존슨이 히어로로 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블랙 아담’은 영화 말미 아담이 스스로 붙이는 이름으로 암시될 뿐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외계 기술을 방불케 하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한시도 눈을 못 떼게 만드는 고난도 액션으로 중무장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가 19일 개봉했다. 영화 ‘블랙아담’이 그 주인공. 한국 영화 대작은 물론 할리우드 대작마저 실종된 가을 극장가에 홀로 출정한 만큼 극장가를 평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화의 배경은 기원전 2600년 고대 국가 칸다크. 광산 채굴 노예로 살며 왕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테스 아담(드웨인 존슨)에게 어느 날 용기, 스피드, 체력 등 신들의 6가지 능력이 주어진다. 칸다크 백성들을 구할 히어로가 된 것. 그러나 아담은 이 힘을 사적 복수에 남용하고, 마법사들은 그를 영원의 바위 아래 가둔다. 이야기는 아담이 5000년 뒤 깨어나면서 본격화된다. 그는 칸다크를 점령한 용병조직 인터갱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아담이 인터갱 용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면 용병은 불타오른 뒤 금세 재가 된다. 총탄에 미사일까지 아담 몸에 맞기는커녕 마구 튕겨 나간다. 최첨단 공격 헬기도 전투기도 종이 쪼가리처럼 찢어버린다.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는 히어로계의 끝판왕 캐릭터인 것.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타나는 건 세계의 안정을 위해 활약하는 히어로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마법사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등 4인이 그와 맞선다. 인터갱 대 아담,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대 아담의 정면 대결은 최대 관람 포인트. 할리우드 최첨단 기술을 모두 끌어모아 한꺼번에 폭발시킨 듯 화려한 액션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숨돌린 만한 장면 없이 상영시간 대부분을 관객을 압도하는 액션 장면으로 채웠다. 최첨단 기술의 대향연인 펼쳐지는 것. 아담의 치고받고 다 쓸어버리는 무적의 퍼포먼스가 시각적 쾌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덕에 단순하고 다소 유치한 이야기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동 국가의 모습을 한 ‘칸다크’를 백인 주축 군사조직이 장악한다거나 이들을 절대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은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 그러나 살짝 건드리고 넘어가는 수준이다. 배트맨, 슈퍼맨 등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에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다루는 기존 DC 영화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DC영화 치고는 가볍고 단순한 편. 주인공들의 스몰토크와 미국식 개그 , 히어로들의 맞대결 방식, 블랙 아담의 초능력 시현 장면 등도 마블 영화를 연상시킨다. 마블 영화스러운 DC영화를 보는 것도 관람포인트가 될 법하다. 무엇보다 별다른 분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슈퍼 히어로 같은 드웨인 존슨이 처음으로 히어로로 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제목 ‘블랙 아담’은 영화 말미 테스 아담이 “이름이 촌스럽다“며 스스로 붙이는 이름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에서 공개한 드라마 ‘아메리칸 지골로’는 기시감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다. 1980년 북미에서 개봉해 리처드 기어를 당대 스타로 만든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원작은 물론 42년 만에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든 건 미국 영화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79). 원작 영화는 그가 제작해 첫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탑건’(1986년) ‘더 록’(1996년) ‘아마겟돈’(1998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2017년) 등을 제작하며 할리우드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의 미다스 손’ 브룩하이머를 최근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e메일 인터뷰했다. 브룩하이머는 ‘탑건’ 속편인 ‘탑건: 매버릭’을 36년 만에 내놓은 데 이어 ‘아메리칸 지골로’를 드라마화한 이유에 대해 “10년 전부터 논의해 왔던 것으로, 시간 제약 탓에 담지 못했던 주인공 줄리언의 인생사를 다루고 싶었다”며 “OTT와 케이블 채널이 부상한 만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LA) 부촌을 무대로, 몸 파는 남성을 뜻하는 ‘지골로’ 줄리언(기어)이 상류층 여성들과 보내는 화려한 일상을 주로 담았다. 줄리언이 살인죄 누명을 쓰는 장면도 나오지만, 이는 로맨스 완성을 위한 보조 장치에 그친다. 반면 드라마는 그가 제작한 ‘CSI’ 시리즈처럼 범죄 수사물 성격이 짙다. 줄리언(존 번솔)이 복역하던 중 진범이 밝혀져 15년 만에 출소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브룩하이머는 “줄리언이 누명을 벗은 이후 이야기로 시작하면 그가 삶을 재건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줄리언이 미성년자 시절 지골로로 키워지는 모습이나 누명을 씌운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도 두루 보여준다. 아동학대와 빈곤 등 사회적 문제도 녹였다. 브룩하이머는 “줄리언을 범인으로 몰았던 선데이 형사와 (줄리언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미셸 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지골로는 화려한 면에 치중한 반면 드라마는 현실적이고 초라한 면을 부각한다. 브룩하이머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시대가 변하며 성 노동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줄리언 같은 이가 설 자리가 남았느냐는 의문 역시 드라마가 짚는 주요 포인트다. 상류층 성 노동자라는 ‘서브 컬처’와 누명 쓴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는 보편적인 줄거리를 함께 다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원작 영화의 ‘지골로’란 단어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아메리칸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바꿔 1985년에야 개봉됐다. 드라마는 원제를 그대로 살렸다. 브룩하이머는 “전 세계가 같은 타이틀을 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최근 브룩하이머는 자신이 제작했던 인기작을 여러 방식으로 되살리는 작업에 애쓰고 있다. 1980년대 에디 머피를 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 4편도 제작하고 있다. 그는 “각색을 검토하는 과거 작품이 더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탑건: 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6월 한국을 찾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단짝’으로 불리는 톰 크루즈와 함께 레드카펫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탑건: 매버릭’은 국내에서 816만 명 넘게 관람하며 올해 개봉 외화 관객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당시 한국 팬들이 보여준 환대는 압도적이었어요.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 작품을 한국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탑건3를 제작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브룩하이머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 영화계에도 큰 관심도 보였다. “한국 콘텐츠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나오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작품에 불어넣는 사람들과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 감독,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있냐고요? 물론이죠.”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를 두고 기시감을 느낀 이들이 꽤 있을 듯하다. 1980년 북미에서 개봉해 리처드 기어를 당대 최고 스타로 만든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 영화를 비롯해 42년 만에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든 이는 세계적인 스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79). ‘탑건’(1986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2017년) ‘블랙 호크 다운’(2002년) ‘아마겟돈’(1998년) ‘콘 에어’(1997년) ‘더 록’(1996년) 등 누구나 알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한 할리우드 큰손이다. 원작 영화는 그가 제작한 영화 중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할리우드에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미다스 손’ ‘할리우드 지배자’ 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 제리 브룩하이머를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근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을 36년 만에 내놓은 데 이어 42년 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드라마화한 이유에 대해 “10년 전부터 드라마 제작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 제약으로 다루지 못했던 주인공 줄리언의 배경과 성격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다”며 “OTT와 케이블 채널이 부상한 만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LA) 부촌을 무대로 몸을 파는 남성을 뜻하는 ‘지골로’ 줄리언(리처드 기어)이 최상류층 여성들과 보내는 화려하고 은밀한 일상을 주로 보여준다. 줄리언이 살인죄 누명을 쓰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로맨스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에 그친다. 반면 드라마는 그가 제작한 ‘CSI’ 시리즈처럼 범죄 수사물 성격이 짙다. 줄리언(존 번설)이 복역하던 중 진범이 밝혀지면서 15년 만에 출소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브룩하이머는 “원작은 줄리언의 현재 삶에만 집중했다”며 “드라마를 줄리언이 누명을 벗은 이후 이야기로 시작하면 그가 삶을 재건하는 과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줄리언의 사회 복귀 과정, 그가 미성년자 시절 상류층 여성들을 상대하는 지골로로 키워지는 모습, 누명을 씌운 인물을 특정해가는 과정도 두루 보여준다. 아동 학대와 빈곤 등 뿌리 깊은 사회 문제도 녹였다. 그는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줄리언을 진범으로 몰았던 선데이 형사와 (줄리언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미셸 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지골로’는 일부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드라마는 이들에 대한 경멸과 초라한 모습을 부각한다. 브룩하이머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등 시대의 변화로 성 노동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느냐”며 “줄리언 같은 사람이 아직 설 자리가 이 시대에 있느냐는 의문 역시 드라마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LA VIP 지역의 고급 성 노동자라는 서브 컬처를 자세히 다룹니다. 누명을 쓴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한국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에 매료되길 바랍니다.” 영화는 ‘지골로’라는 단어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선 북미 개봉 5년 뒤인 1985년 ‘아메리칸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바꿔 뒤늦게 개봉됐다. 이번에 원제 그대로 공개된다. 그는 “전 세계가 같은 타이틀을 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브룩하이머는 ‘아메리칸 지골로’ 외에도 1980년대 에디 머피를 글로벌 스타로 만든 영화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의 네 번째 편 제작에 나서는 등 과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명작들을 되살리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각색을 검토 중인 과거 작품이 몇 가지 더 있다”고 귀띔했다. 6월엔 ‘탑건: 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차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방한해 탑건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할리우드 단짝’ 크루즈와 브룩하이머는 한국 관객들과 함께 ‘탑건: 매버릭’을 관람하고 레드카펫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탑건: 매버릭’은 81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올해 개봉한 외화 중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탑건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한 만큼 ‘탑건3’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탑건3 제작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며 “올여름 방한했을 때 열정적인 한국 팬들이 보여준 환대는 압도적이었다. 충성심 높은 팬들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제 영화와 드라마를 한국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고 많이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브룩하이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나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역 봉준호 감독,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정재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 영화와 TV 콘텐츠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나오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작품에 불어넣는 사람들과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 유명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의향이 가득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K팝 콘서트가 비자 문제로 출연진의 절반가량이 참여하지 못한 채 파행 개최됐다. 이에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문제의 공연은 15일(현지 시간), 16일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KAMP LA 2022 콘서트’다. 공연을 기획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 KAMP글로벌은 15일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트위터를 통해 “콘서트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아이돌 가수 15팀 중 7팀이 비자 문제로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녀시대 태연, 엑소 카이, 갓세븐 뱀뱀, 몬스타엑스, 전소미, 자이언티, 라필루스의 공연이 취소됐다. 태연과 카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트위터를 통해 “주최 측이 공연 비자 업무를 진행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보냈지만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AMP글로벌이 비자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AMP글로벌은 16일 정오까지 환불 신청하면 15일 하루 티켓은 전액 환불해주고, 이틀짜리 공연 티켓은 50%를 환불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거나 해외에서 온 많은 팬들이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호소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K팝 콘서트가 비자 문제로 출연진의 절반가량이 참여하지 못한 채 파행 개최됐다. 이에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문제의 공연은 15일(현지시간), 16일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KAMP LA 2022 콘서트’다. 공연을 기획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업체 KAMP글로벌은 15일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트위터를 통해 “콘서트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아이돌 가수 15팀 중 7팀이 비자 문제로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녀시대 태연, 엑소 카이, 갓세븐 뱀뱀, 몬스타엑스, 전소미, 자이언티, 라필루스의 공연이 취소됐다. 태연과 카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트위터를 통해 “주최 측이 공연 비자 업무를 진행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보냈지만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AMP글로벌이 비자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KAMP글로벌은 16일 정오까지 환불 신청하면 15일 하루 티켓은 전액 환불해주고, 이틀짜리 공연 티켓은 50%를 환불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거나 해외에서 온 많은 팬들이 금전적 손실은 물론 정신적 피해를 호소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하교 후 집에 와보니 문이 잠겨 있다. 그땐 옆집으로 가면 된다. 옆집 아주머니는 자연스럽게 이웃집 아이의 저녁을 챙겨 준다. 아이는 이웃에게 보호받으며 부모를 기다리면 그만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탄탄했던 한국 사회 특유의 ‘옆집 돌봄’ 네트워크는 전래동화가 된 지 오래다. 팬데믹으로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돌봄 공백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 맞벌이 부부는 많지 않다. 특히 주변에 도와줄 조부모나 베이비시터가 없다면 한 손에 육아와 집안일을, 다른 한 손에 직장 일을 들고 펼치던 불안한 저글링은 곧바로 중단되고 만다. 책은 ‘돌봄의 위기’를 직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육아, 간병, 간호 등 돌봄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고령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돌봄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공공 돌봄 서비스를 받으려면 대기표를 쥐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가족이 무보수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식으로 해결되기 일쑤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부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2015년의 한 통계를 근거로 영국에서 환자와 노인에게 제공된 무보수 돌봄 노동의 가치가 연간 206조 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2017년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돌봄 노동자의 자살률은 평균 자살률의 2배였다. 돌봄 노동을 저임금으로 후려치는 등 평가 절하하는 문화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저자는 “우리 사회는 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가내 돌봄으로 시작된 돌봄 노동은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치부돼 왔다. 돌봄 노동을 애써 가려놓는 ‘문화적 가림막’이 존재하는 셈이다. 저자의 육아 경험을 비롯해 자녀를 돌보는 부모, 부모를 돌보는 자녀, 간병인, 간호사, 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돌봄 현장 이야기를 5년간의 심층 취재로 생생하게 담았다. 돌봄의 위기와 원인을 진단하는 동시에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짚어본다. 돌봄 노동을 과도하게 추켜세우지 않으면서도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돌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저자의 진심이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 리스트가 시끄러운 논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이 지난달 26일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을 공개하면서 덧붙인 설명이다. ‘논쟁적일 것’이라는 롤링스톤의 예측은 적중했다. 1951년 CBS 드라마 ‘아이 러브 루시’(36위)부터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95위)까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총망라하는 이 리스트를 살펴보던 문화부 대중문화팀 손효주 이지훈 김재희 기자는 의문을 품었다. 주인공이 입는 옷과 신는 신발이 족족 패션 아이콘이 된 ‘섹스 앤드 더 시티’가 고작 78위라고? 1위를 차지한 ‘더 소프라노스’는 마피아 미화 논란이 일었는데? 롤링스톤 스태프와 배우, 작가, 감독, 평론가 등 56명이 만들었다는 이 리스트를 세 기자가 파헤쳐 봤다. ○ ‘오징어게임’ 차트 진입…“구색 맞춘 느낌도”▽손효주=95위라는 숫자보다 순위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반짝 화제작이 아닌 클래식 반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더라.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오락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덕인 것 같아. ▽이지훈=미국 젊은 세대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빈부격차와 불공정에 눈을 뜬 세대야. ‘오징어게임’이 그 주제를 잘 공략했어. 낯선 시공간을 활용해 신선함도 줬고. ▽김재희=차트의 다양성도 고려했을 것 같아. 아카데미상이나 골든글로브상에 ‘백인들의 잔치’란 비판이 지난 몇 년간 쏟아졌듯, 이번 리스트에도 비영어 콘텐츠 한 편 정도는 상징적으로 넣자는 의도도 있었을 거야. ○ 섹스 앤드 더 시티 78위…“오락성 치중된 탓”▽김=‘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49위)처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순위가 낮은 드라마들도 눈에 띄었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스핀오프 영화나 시퀄 드라마가 망한 요인도 있는 것 같아. 롤링스톤도 ‘속편이 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원작에 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언급했듯 속편의 ‘폭망’이 원작 타이틀의 힘을 약화시킨 거지. ▽손=깊이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 등장인물들의 패션, 여성들의 솔직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 등 화제성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함의나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아냐. ▽이=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긴 해. ‘브레이킹 배드’(3위)처럼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거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말이야. 2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풍자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잖아. ▽김=TV 드라마도 블록버스터 영화 스케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왕좌의 게임’(31위)이나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고전 중의 고전 ‘스타트렉’(22위) 등 레전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 ○ 넷플릭스 드라마 5편… 두드러진 OTT 성장세▽이=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이 포함된 것도 놀라웠어.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더 크라운’(88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85위), ‘러시안 인형처럼’(57위),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41위)까지 총 5편이 순위에 들었어. ▽김=61위를 차지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드라마야.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이 원작으로, 학대받던 노예 소녀 코라가 지하철도를 타고 도망친 뒤 벌어지는 이야기야. ▽손=흑인 노예 이야기라고 하니 1977년 ABC에서 방영된 ‘루츠’(29위)도 기억 나. 아프리카에서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 미국으로 온 쿤타 킨테와 그 후손의 이야기야. 미국 주류 미디어가 처음으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기념비적 작품이지. 한국에서도 ‘뿌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해. OTT가 소재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신선한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 상위권 작품 공통점은 ‘작품성’▽이=리스트의 톱10을 보다가 발견한 재밌는 점은 상위권 작품들이 예술성이 높은 드라마라는 점이었어. 올해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은 ‘석세션’(11위)도 굉장히 심오해. 미디어그룹 회장이 죽으면서 가족들이 유산 상속을 두고 싸우는 과정이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로 진행되지.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물고 늘어지는 대화의 향연이랄까? 중간에 끄고 싶은 순간이 많이 찾아오지만 꾹 참고 볼 가치가 있어. ▽손=1위를 한 ‘더 소프라노스’는 미국의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을 주인공으로 한 마피아물이지만 어떤 드라마적 판타지도 없이 현실을 날것 그대로 묘사해. 삶과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담긴 작품이야. ▽김=롤링스톤이 2016년에도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더 소프라노스’가 1위였더라고. 롤링스톤이 ‘더 소프라노스’를 ‘반박 불가의 챔피언’이라고 언급했어. 반세기를 통틀어 챔피언으로 꼽힌 드라마는 어떨지 한번 보는 게 어떨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제2의 미나리.’ 14일까지 열리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두 영화에 붙은 별칭이다. 한국계 미국인 엄소연 감독(33)의 다큐멘터리 ‘LA 주류가게의 아메리칸 드림’과 한국계 캐나다인 앤서니 심 감독(36)의 ‘라이스보이 슬립스’가 그 주인공. 두 작품 모두 한인 가족의 이민 정착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에 비견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혼인신고도 하기 전에 남편과 사별하는 바람에 싱글맘이 된 소영(최승윤)이 1990년 먹고살겠다는 일념으로 초등학생 아들 동현(도현 노엘 황)과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동현은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왔다는 이유로 ‘라이스보이’라고 놀림받으며 인종차별을 당한다. 소영은 공장에서 내내 서서 일하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민 생활 9년 만에 얻은 건 췌장암 4기 진단. 실제 8세 때 이민 간 심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가 겪은 이야기와 다른 이민자들의 경험을 녹여 만들었다”고 했다. 후반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소영이 동현과 함께 10년 만에 시부모를 만나러 한국에 오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캐나다에서의 모습은 1.33 대 1, 즉 과거 TV 화면 비율로 답답한 느낌이 들게끔 담아낸 반면 한국은 탁 트인 화면에 담아냈다. 심 감독은 “캐나다라는 큰 땅에 사는 이민자들의 외로움을 강조하고 싶어 좁은 화면을 택했다”며 “한국 땅은 좁지만 해방감을 주는 만큼 큰 화면에 담았다”고 했다. ‘LA 주류가게의 아메리칸 드림’은 1960, 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류가게를 연 ‘주류가게 1세대’와 이들의 자녀 이야기를 다룬다. 1980년대 로스앤젤레스 남부 지역 주류가게 운영자의 75%가 한인일 정도로 주류가게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엄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LA ‘주류가게 베이비’”라며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다뤄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폴링다운’(1993년) 등 1980, 90년대 할리우드 영화 상당수는 한인 가게 주인을 우스꽝스럽고 편협한 캐릭터로 묘사해 왔다”며 “이민자 입장에서 우리를 제대로 다뤄 보고 싶었다”고 했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의 원인을 한인, 흑인 등 누구의 잘못도 아닌 미국 사법 시스템의 문제로 짚어낸 점도 눈에 띈다. 주류가게를 이어받은 2세와 엄 감독처럼 꿈을 좇아가는 2세 등 자녀 세대의 다양한 모습도 보여준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가포르인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이 ‘아줌마’다. 영어 제목 역시 ‘Ajoomma(아줌마)’.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14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된 작품. 영화제 기간 3차례 상영이 모두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남편과 사별하고 성인 아들과 단둘이 사는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洪慧芳·훙후이팡). 그는 집안일을 할 때든 밥을 먹을 때든 늘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는 K드라마 팬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이 유일한 낙. 아들과 한국 여행을 가기로 한 림메이화는 한껏 들떴지만 이도 잠시, 아들은 회사 면접이 잡혔다며 여행을 취소하자고 한다. 환불이 안 된다는 말에 림메이화는 난생처음 홀로 한국 땅을 밟는다. 그러나 관광버스가 자신만 두고 떠나버리는 바람에 낙오되면서 여행은 시작도 못 해보고 꼬여버린다. 영화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 부산에서 7일 연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에서 허수밍(何書銘·사진) 감독은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 3, 4개를 동시에 볼 정도로 정말 좋아하신다”며 “이런 모습을 보며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주인공은 싱가포르 국민배우 훙후이팡. 그는 “나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고 했다. 주연인 관광 가이드 권우 역의 배우 강형석을 비롯해 정동환 여진구 등 한국 배우들도 다수 출연한다. 훙후이팡은 “언어장벽 때문에 촬영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되더라”라며 웃었다. 영화는 80% 이상 한국에서 촬영됐다. 대사 대부분은 한국어다. 영화는 한국 관객을 상대로 이른바 ‘국뽕’을 자극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는 소재일 뿐, 중년 여성이 인생의 주체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국적을 떠나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인 셈. 영화에서 여러 번 나오는 주제곡 ‘여성시대’(다비치 등) 가사는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직 웃을 날이 많은데 여태 그걸 몰랐어. (중략) 내 인생을 사는 거야.” 허 감독이 영화 아이디어를 낸 뒤 실제 제작하기까지는 6년 넘게 걸렸다. 앤서니 천 프로듀서는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제작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유명 감독, 유명 프로듀서면 수월했겠지만…”이라며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영화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7일 저녁 세계 최초로 영화가 상영된 뒤 허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정말 감동적이다.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중년 여성들에게 희망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데뷔작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가포르인 감독이 만든 영화 제목이 ‘아줌마’다. 영어 제목 역시 ‘Ajoomma(아줌마)’.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14일까지 진행되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 영화제 기간 3차례 공식 상영이 모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성인 아들과 단둘이 사는 싱가포르 아줌마 림메이화(홍휘팡). 림메이화는 집안일을 할 때든 밥을 먹을 때든 늘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는 K드라마 열성 팬이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이 유일한 낙. 아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 유명 촬영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가기로 한 림메이화는 한껏 들떴지만 이도 잠시, 아들은 회사 면접이 잡혀 여행을 못 간다고 한다. 환불이 안 된다는 여행사 직원 말에 림메이화는 난생처음 홀로 한국 땅을 밟는다. 그러나 관광버스가 자신만 두고 떠나버리는 바람에 홀로 낙오되면서 여행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꼬여버린다. 영화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 7일 부산 현지에서 연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 등에서 허슈밍 감독은 “실제로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 3, 4개를 동시에 볼 정도로 정말 좋아하신다”며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라고 했다. 주인공은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휘팡. 홍휘팡은 “나 역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영화에는 주연인 관광 가이드 역의 배우 강형석을 비롯해 정동환, 여진구 등 한국 배우들도 다수 출연한다. 홍휘팡은 “한국 배우들과 작업한다고 했을 때 언어장벽 때문에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다 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는 80% 이상 한국에서 촬영됐고 대사 대부분은 한국어다. 영화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줌마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한국 관객들을 상대로 ‘국뽕’을 자극하거나 중년 여성의 쓸쓸함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방식의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국 드라마는 매개일 뿐, 중년 여성이 인생의 주체로 거듭나는 등 성장하는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국적을 떠나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인 셈. 영화에서 여러 차례 나오는 K팝 주제곡 ‘여성시대’(다비치 등)의 가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직 웃을 날이 많은데 여태 그걸 몰랐어. (중략) 내 인생을 사는 거야. 화장하고 머리를 자르고 멋진 여자로 태어날 거야.“허 감독이 이 영화 아이디어를 낸 건 2015년 12월. 실제 제작까지는 6년이 넘게 걸렸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투자받기 쉽지 않았다. 앤소니 첸 프로듀서는 “허 감독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지만 제작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유명 감독, 유명 프로듀서면 일이 수월했겠지만…”이라며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7일 저녁 세계 최초로 영화가 상영된 뒤 허 감독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정말 감동적이다. 나에겐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중년 여성들에게 희망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제 데뷔작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7일 낮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주변 소향씨어터. 영화제 상영관은 어디나 많은 관객이 몰렸지만 이곳은 유독 북적거렸다. 이날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데뷔작 ‘욘더’(티빙)가 상영됐기 때문. 2032년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로맨스물 ‘욘더’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뒤 사람이 숨지기 전 뇌에서 기억을 빼내 이를 바탕으로 가상현실 속 가상인간으로 부활시키는 이야기다. 상영 뒤엔 이 감독과 주연배우 한지민 신하균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황.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 김진형 씨(19)는 “이 감독 팬인데 그가 만든 OTT 시리즈가 궁금했다”며 “스마트폰으로 보던 OTT 콘텐츠를 대형 스크린에서 보면 어떨지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감독 역시 “OTT 시리즈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올 줄 몰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OTT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영화제에선 넷플릭스와 티빙,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의 OTT 시리즈를 9편이나 선보였다. OTT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3편을 초청했던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다. 그간 영화계에서는 OTT 콘텐츠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영화와 OTT 시리즈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망 있는 감독들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은 물론이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광팬이라고 밝힌 ‘고어물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일본 감독의 K콘텐츠 데뷔작 ‘커넥트’(디즈니플러스)와 영화 ‘은교’ ‘해피 엔드’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썸바디’(넷플릭스)도 초청됐다. 미이케 감독은 “OTT 콘텐츠가 영화제에 초청받아 너무 놀랐고 기뻤다”고 했다. 정 감독도 “부산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영화와 달리 각 캐릭터와 그 관계들을 원 없이 그릴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도 뜨겁다. 공식 공개 전에 대형 스크린으로 미리 볼 수 있고, 한지민 신하균(욘더) 정해인 고경표(커넥트) 등 스타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마련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제를 ‘OTT 시리즈 축제’라 해도 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OTT 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초청됐던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은 호평이 쏟아지며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공식 공개 뒤 넷플릭스 순위에서 세계 1위, 3위에 각각 올랐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중에는 소셜미디어에 앞다퉈 리뷰를 올리는 등 적극적인 이들이 많다”며 “구독자를 선점하고 화제성도 끌어올릴 수 있으니 이만한 홍보 무대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년엔 더 많은 OTT 시리즈를 받아들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유명 영화감독들이 OTT 시리즈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징어게임’이 미국 에미상을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OTT 작품들의 치열한 홍보 경쟁이 영화제 분위기를 띄우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제에 초청되는 OTT 초청작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7일 낮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 소향씨어터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데뷔작 ‘욘더(티빙)’가 상영됐기 때문. 상영 뒤엔 이 감독과 한지민 신하균 등 주연배우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이날 상영은 일찌감치 매진이었다. 서울에서 ‘욘더’를 보러 왔다는 대학생 김진형 씨(19)는 “평소 이 감독 팬인데 그가 만든 시리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왔다”며 “스마트폰으로 보던 OTT 콘텐츠를 영화관 대형스크린에서 보면 어떨 느낌일지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욘더’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2032년이 배경. 숨을 거두기 직전 뇌에 저장된 기억을 모두 빼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죽은 이를 가상현실의 가상인간으로 부활시켜 남은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줄거리다. 이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및 오픈토크 등에서 “OTT 시리즈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5~14일 진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OTT 시리즈는 모두 9편. 영화제 측은 지난해 OTT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3편을 초청했는데, 이번엔 9편으로 대폭 늘렸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 그간 영화계가 가진 OTT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영화와 시리즈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선 이 감독 작품은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혀 더 유명해진 ‘고어물의 거장’ 일본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K콘텐츠 데뷔작 ‘커넥트’, 영화 ‘은교’ ‘해피 엔드’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썸바디’(넷플릭스) 등 유명감독들의 첫 시리즈가 잇달아 초청됐다. 미이케 감독은 7일 기자회견에서 “OTT가 영화제에 초청받아 너무 놀랐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지우 감독은 “부산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영화와 달리 한도 각 캐릭터와 관계들을 한없이 그릴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OTT를 통해 공식 공개되기 전에 큰 스크린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욘더’의 한지민 신하균, ‘커넥트’의 정해인 고경표 등 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등에 힘입어 관객들 관심이 OTT에 쏠리는 분위기. 영화제 부제를 ‘OTT 시리즈 축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OTT 업체도 영화제 초청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초청된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은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바이럴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이후 공식 공개되며 각각 세계 1위, 3위라는 좋은 성적도 이뤄냈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앞다퉈 리뷰를 올리는 등 적극적인 이들이 많아 선공개에 따른 최고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국내 구독자를 선점하고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이만한 마케팅 공간이 없다”고 했다. 영화제 측이 내년에는 OTT 콘텐츠를 더 많이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방송계의 아카데미 에미상을 석권하는 등 OTT 시리즈가 K콘텐츠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국가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명망있는 감독의 시리즈 데뷔가 속속 이뤄지며 시리즈가 상영시간이 긴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문호를 더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예측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제에서 벌어지는 OTT 작품들의 치열한 홍보 경쟁이 영화제 분위기를 띄우는 효과도 큰 만큼 향후 영화제에 초청되는 OTT 초청작 수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6일 저녁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낙동강’이 최초로 대중에 공개됐다. 44분 분량으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한국을 대표하던 예술인들이 임시수도 부산에서 제작했고, 이듬해 개봉한 영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최근 자료원 보존고에 있던 영화 원본 필름을 발굴해 복원에 성공했다. 전창근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6·25전쟁 당시 제작된 한국 극영화 14편 중 2013년 ‘태양의 거리’(1952년), 2020년 ‘삼천만의 꽃다발’(195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굴됐다. 앞서 발굴된 두 편에 비해 음향과 영상 유실이 거의 없어 기록적 가치가 높다. 영화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뒤이어 소복을 입은 여성 무용가 조용자 선생이 강변에 나와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때 흐르는 노래는 ‘낙동강’. “보아라 가야 신라 빛나는 역사”로 시작되는 노래로 낙동강의 역사와 6·25전쟁 당시 낙동강에서 일어난 참상을 함축했다. 흑백 유성 영화로 전반부는 벌거벗은 채 낙동강에 뛰어들어 노는 아이들 모습 등 낙동강 일대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주인공 일령(이택균)이 낙동강의 역사를 설명하는 모습도 나온다. 1950년 8월 북한군이 낙동강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시작하자 일령은 조국을 지키겠다며 참전한다. 실제 전투 장면을 곳곳에 삽입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후반부는 재건의 희망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날 상영에 참석한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전한 영화”라고 했다. 복원 과정에서 영화음악을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만든 사실도 밝혀졌다. 그가 생전 유일하게 참여한 영화음악인 것. 윤이상은 이 영화 원작이기도 한 이은상 시인의 동명 시에 세 가지 버전의 곡을 붙여 만든 주제곡 ‘낙동강’ 중 영화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노래를 작곡했다. 영화에 깔리는 관현악곡은 1956년 윤이상이 작곡한 ‘낙동강의 시’의 원형으로 분석된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다의 절경이 펼쳐진다. 에메랄드 빛 바닷속 가득한 열대어 떼는 팔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눈앞에서 유유히 헤엄친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바다로 들어갈 땐 관객도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아바타’(2009년)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 6일 공개되자 3차원(3D) 영화 관람용 안경을 쓴 관객들은 숨죽이며 스크린 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를 계기로 열린 이날 행사는 전편이 역대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인 만큼 특히 관심이 뜨거웠다. 행사에 참석한 존 랜도 프로듀서는 올해 12월, 13년 만에 후속편을 개봉하는 데 앞서 편집 영상을 먼저 공개한 배경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아시아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완벽한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아바타’는 국내 개봉 당시에도 1360만 명이 넘게 관람해 역대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전편이 열대우림의 천혜 자연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바다 생태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날 뉴질랜드에서 화상으로 관객을 만난 할리우드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전편에서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지구인이 광산 개발에 나서며 나비족이 위협받는 모습을 그렸고, 이번엔 바다가 위협받는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판도라 행성이 배경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빗댄 우화라는 것. 전편에는 나비족이 하늘을 나는 장면이 주로 나온다. 이번엔 환상 그 자체인 바닷속을 평화롭게 누비는 모습을 그렸다. 캐머런 감독은 “3, 4편에서는 사막과 극지방 등 판도라의 다양한 환경이 등장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은 ‘아바타’를 총 5편으로 기획한 가운데 ‘아바타: 물의 길’을 촬영하며 3편도 동시에 제작했다. 4편 역시 일부 촬영이 진행됐다. 이번엔 전편에서 나비족의 영웅이 된 제이크가 나비족 여성 네이티리와 결혼한 뒤 꾸린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다룬다. 랜도 프로듀서는 “우리의 작은 선택이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 나아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아바타 후속편이라 해도 팬데믹으로 극장 관객이 줄면서 전편만큼의 흥행은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랜도 프로듀서는 “캐머런 감독은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만들어 왔고 아바타는 영화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며 “관객을 상영관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영화적 경험입니다. 큰 스크린으로 다 같이 즐기는 경험이죠. 손꼽아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영화, 그런 영화가 바로 ‘아바타: 물의 길’입니다.”(캐머런 감독)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연쇄살인마 역을 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웨어 더 윈드 블로우스’ 감독님에게도 연쇄살인마 관련 대본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어요.(웃음)” 3년 만에 정상화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가 찾았다. 영화제 기간 열리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것.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6일 진행된 량차오웨이 기자회견장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량차오웨이는 “아직 안 해 본 역할이 많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악역 대본이 많이 안 들어온다. 연쇄살인마 역을 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며 웃었다. ‘양조위의 화양연화’에선 그가 직접 선정한 영화 6편을 선보인다. 그에게 아시아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화양연화’(2000년)를 비롯해 ‘무간도’(2003년) ‘2046’(2004년) ‘암화’(1998년) ‘동성서취’(1993년) ‘해피투게더’(1998년)가 상영된다. 작품 선정 배경에 대해 그는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골랐다”면서도 “‘비정성시’(1989년)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제2회 영화제가 열린 1997년부터 올해까지 총 네 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는 개막 첫날인 5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는 좁은 길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개막식을 했는데 이번 개막식은 정말 성대하더라.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가 현대화됐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예뻐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20년간은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또 다른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였다.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 웬우 역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고독하고 처연한 눈빛으로 유명한 그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가 됐다. 올해 60세인 그는 이날 “10년 전만 해도 내가 아버지 역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아버지 역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여러 역을 소화할 수 있게 돼 즐겁다”며 “젊은 나이에 할 수 없었던 나이 든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K콘텐츠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요즘 한국 문화계를 보면 정말 기쁩니다. K콘텐츠를 즐겨 보는데, 배우 전도연과 송강호를 좋아해 기회가 되면 두 분과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언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 K콘텐츠에 도전할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 ‘코다’처럼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역할이라면 더 좋고요.”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