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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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피아노 거장 바두라스코다 별세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스코다(사진)가 25일 타계했다. 향년 91세. 바두라스코다는 1949년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의 초청으로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고 바흐에서 현대 창작곡에 이르는 광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명성을 높였다. 하이든, 브람스, 라벨 등의 연주를 담은 음반으로 수많은 음반상을 수상했다. 프리드리히 굴다, 외르크 데무스와 함께 피아노계의 ‘빈 삼총사’로 불렸다.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그는 10월 31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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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서울서 국제오르간콩쿠르 팡파르

    내년부터 서울에서 국제오르간콩쿠르가 열린다. 롯데문화재단(대표 김선광)과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이사장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020년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과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제1회 한국국제오르간콩쿠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콩쿠르는 2년마다 열리며, 제2회 대회는 2022년 개최된다. 콩쿠르 1, 2차 경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결선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롯데콘서트홀은 5000여 개 파이프와 68개 스톱(음전)이 있는 오스트리아 리거사의 파이프오르간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는 바로크식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첫 대회 심사위원장은 오자경 이사장이 맡는다. 신동일 연세대 교수와 아르비드 가스트(독일), 미셸 부바르(프랑스), 데이비드 티터링턴(영국), 나오미 마추이(일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한국국제오르간콩쿠르는 2022년 제2회 대회 뒤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에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WFIMC에 가입한 콩쿠르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1996년 창설·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2003년 창설·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2000년 창설·금관 각 악기 및 타악 부문) 등 3개가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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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반짝 빛나는 한국 클래식의 미래

    제3회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시상식이 서울 동작구 중앙대 중앙문화예술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4일 열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중앙대와 채널A가 후원한 이번 콩쿠르는 초등, 중등, 고등부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부문으로 치러졌다. 165명이 참가 신청을 해 16∼19일 열린 예선을 거친 44명이 23, 24일 열린 본선에 올랐고 32명이 수상했다. 중등부 플루트 부문에서 권나경 양(예원학교 1년)은 이 부문 본선 진출자 중 유일한 1학년으로 1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등부 피아노 부문 1위 수상자인 최이삭 군(포항제철중 3년)은 예능반이 없는 일반 중학교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레슨을 받아 왔다. 최 군은 “경연 도중 연주에 미숙함이 많았는데 1위로 뽑아주셔서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10월 1일 오후 5시 이후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은 10월 1일 게재되며 본선 연주 동영상은 10월 중으로 유료로 서비스한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고등부 ▽피아노 △1위 정대현(선화예고 3년) 이연수(홈스쿨링) △3위 박찬원(서울예고 2년) ▽바이올린 △3위 유채은(서울예고 1년) ▽첼로 △3위 김호인(경기예고 3년) ▽플루트 △1위 이현주(홈스쿨링) △3위 송서연(서울예고 1년) ◇중등부 ▽피아노 △1위 최이삭(포항제철중 3년) △2위 이수완(예원학교 2년) △3위 김재희(포항이동중 3년) ▽바이올린 △1위 윤해원(예원학교 2년) △2위 김다연(예원학교 3년) △3위 박원민(예원학교 3년) ▽첼로 △1위 박상혁(예원학교 3년) △2위 한단아(예원학교 2년) △3위 한예린(예원학교 3년) ▽플루트 △1위 권나경(예원학교 1년) △2위 박지성(예원학교 2년) 3위 구다은(선화예중 2년) ◇초등부 ▽피아노 △1위 홍석영(대치초 6년) △2위 김찬욱(송명초 6년) △3위 조은서(경기초 6년) 손세혁(석현초 6년) ▽바이올린 △1위 백서연(원촌초 6년) △2위 이연솔(갈산초 5년) △3위 박시우(서원초 6년) ▽첼로 △1위 황주희(구봉초 6년) △2위 권지우(우촌초 5년) △3위 이재리(언북초 4년) ▽플루트 △1위 한혜린(버들초 6년) △2위 한지연(길원초 6년) △3위 신채린(계성초 6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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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반 배틀’ 멍석 깐 ‘열혈 4걸’

    두 대의 피아노로 펼치는 두 팀의 대결, 해설을 곁들인 오후의 피아노, 실내악 반주로 듣는 피아노협주곡,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피아노 배틀…. 피아노로 떡하니 한상을 차린 젊은 음악가들의 축제가 10월의 세종문화회관을 수놓는다. 10월 8∼1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S씨어터에서 펼쳐지는 ‘열혈건반(熱血鍵盤)’. 박종해 이택기 한상일 등 젊은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 8명과 경쟁을 거쳐 선발된 +(플러스) 4명이 출연한다. 비교와 경쟁의 재미가 쏠쏠할 이번 축제는 공연계의 ‘열혈4걸(傑·girl)’이 의기투합해 창설한 ‘영 아티스트 포럼’이 세종문화회관과 손잡고 띄워냈다. 20년 이상 공연기획자로, 오케스트라 매니저로, 음반기획자로 공연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네 사람은 2017년 젊은 예술가들의 활로를 고민하는 ‘영 아티스트 포럼’을 열었다. “매년 수많은 신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설 수 있는 무대는 제한적이죠. 연주의 길을 계속 걸어 나갈 것인지 고민들이 많아요.”(윤보미)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젊은 연주자들과 공연장, 기획사, 학교, 우리 사회가 함께 이들의 자질을 잘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이동은) 박진학 윤보미 공동대표는 각각 재원 마련과 공연사업을, 박현진 상임이사는 음악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포럼을, 이동은 대외협력이사는 홍보를 주력으로 맡아 뛰고 있다. 그동안 음악가들의 사회 진출, 바람직한 음악 커리큘럼, 유학 현실 등을 고민하는 10여 차례의 포럼을 열었다. 치열한 모색의 결과 무대에 오르는 첫 산물이 ‘열혈건반’이다. 내년 이후 장르를 바꿔 ‘현악본색’ ‘관악일주’ ‘성악예찬’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다. “주변에서 BTS의 성공을 눈여겨보라고 하더군요. 그들을 살펴보고 클래식을 되돌아보니, 무대와 객석 사이 보이지 않는 담이 크게 느껴졌어요. ‘열혈건반’ 행사에서는 한번 모든 것을 ‘공연 소비자’ 중심으로 세팅해보고 싶었습니다.”(박진학)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은 11일 ‘라이브 배틀’이다. 온라인 공모를 통해 사전 선발된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 30분간의 무대를 통해 승자를 가리는 배틀 형식의 음악회다. 베토벤 시대에는 ‘연주 배틀’이 흔했다. 베토벤과 겨루던 명연주자들이 패배를 자인하고 뛰쳐나갔다는 기록들도 보인다. “무대와 객석을 가깝게 한다고 해도 클래식이 가진 본질에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아요. 고전음악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의 감성은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고리 걸기’를 고민하는 거죠.”(박현진) 네 사람은 “한국 젊은 연주가들의 강력한 개성이 아시아 클래식 시장에서부터 열풍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클래식 한류의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열혈건반’은 10월 8일 홍민수 이택기, 한상일 박종해가 펼치는 피아노 두 대씩의 앙상블 ‘더 듀오’에 이어 9일 한상일의 마티네 콘서트 ‘오후의 피아노’와 김준호 이재경의 솔로무대 ‘스타의 탄생’, 10일 실내악 반주로 만나는 쇼팽 협주곡의 밤 ‘쇼팽 그리고 쇼팽’(박진형 원재연 솔로)으로 이어진다. 11일 ‘라이브 배틀’에 이어 12일에는 예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상호관계를 전문가에게 듣고 토론하는 ‘클래식 커넥션’ 세션과 무료 포럼 ‘영 아티스트들이 말하는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가 열린다. 콘서트 전석 3만 원, 클래식 커넥션 1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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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았지만 풍성했던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 선사합니다”

    옛 악기와 현대 악기, 바로크 음악에서 이 시대 음악까지 어우르는 네덜란드의 첼로 거장 피터르 비스펠베이(57)가 5년 만에 내한 연주를 한다. 2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2년 바흐 무반주 첼로 전곡 연주, 2014년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를 펼쳤던 그는 이번에 ‘슈베르트’를 들고 온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시작으로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D.574,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시든 꽃’ 변주곡을 첼로로 연주한다. 원곡은 모두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한 곡들이다. 비스펠베이는 4년 전부터 슈베르트 첼로곡 전곡을 음반으로 발매하고 있다. 전곡 연주를 통해 작곡가의 세계에 더 잘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곡 연주로 만나는 슈베르트의 내면은 어떤 것인지’ e메일로 물었다. 우울하고 내성적이었다는 인식이 있는데, 맞는 것일까. “슈베르트가 우울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작품들이 그토록 거대할 수 없었겠죠. 조금 낯을 가렸으며 여자 앞에서 자신이 없는 정도였을지 모릅니다.” 슈베르트 인생관의 키워드는 독일어로 ‘Sehnsucht’. 한국어에 딱 맞는 단어가 없다. 일반적으로 ‘동경’으로 번역된다. “‘Sehnsucht’는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죠. 그는 동년배와 감정을 많이 공유했습니다. 지병으로 일찍 숨졌지만 친구들과 아름다운 환경에서 풍성한 삶을 살았습니다.” 비스펠베이는 여러 시대 음악을 소화하며 옛 악기와 현대 악기를 두루 사용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 작곡가의 ‘시대성’은 어떻게 표현될까. 첼로 줄, 활 등 고려할 점이 많다. “옛 음악을 거트현(강철 현의 등장 이전 동물의 창자로 만든 현)으로 연주하는 데서 늘 영감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철 현을 사용한 과다니니 첼로로 연주할 예정입니다.” 그와 자주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파올로 자코메티가 반주한다. 3만∼9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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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쓰나미가 덮친 날, 그 학교엔 무슨 일이 있었나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슬프다. 아이를 다시 찾았을 때의 모습은 슬프다. 부사(副詞)를 붙이기 힘들다.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여러 나라와 시대가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우리도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다. 일본은 그보다 3년 앞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최악의 재난을 겪었다. 1만85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희생은 351명뿐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보호 아래 있다가 숨진 학생은 75명. 그중 74명이 한 초등학교에서 나왔다. ‘더 타임스’ 아시아지역 편집장인 저자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오카와초등학교 현장에 머무르면서 아이를 잃은 가족들을 만났다. “아이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이가 먹을 음식과 옷들을 가지러 왔다 갔다 했어요. 남편은 ‘그런 건 필요 없어요. 그냥 갑시다’라고 했죠.” 책의 절반이 지나면서 의문부호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무엇이 이 학교의 비극을 낳았을까. 매뉴얼은 부실했고, 비상시 집합장소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라’라는 지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린 학생과 교사들까지 휩쓸어 가버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했다. 2014년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쓰나미 현장에서 주민들의 공동체적 질서와 품위를 보았고, 이 재난이 일본을 새로 일으킬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쓰나미 이후 일본은 힘과 확신을 얻었다기보다 잃어버렸다”고 솔직히 토로한다. “그 중심에는 일본의 리더와 시민들 사이의 훨씬 커진 단절이 있다. 승리한 리더는 전후 가장 국수주의적인 수상이다. (아베 신조의) 정당은 국민 대부분의 본능과 조화되지 못하는 사상을 지닌 사람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단력과 일관성이 있었으며,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도쿄에서 반(反)아베 시위대를 만나 “그러면 누가 일본을 이끌어야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시위대는 조용해져서 서로 쳐다보더니 멋쩍게 웃었다고 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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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직후의 혼란, 오페라로 노래하다

    2017년 국립극단이 공연해 큰 반향을 얻은 배삼식 원작의 연극 ‘1945’가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이 27일 오후 7시 반, 28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연출가 고선웅이 처음 오페라 연출에 데뷔하고 작곡은 최우정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을 찾았다. 만주에서 조선으로 돌아가는 피란민들에게 한글 강습을 열고자 하는 교사 원창과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아내 순남의 2중창이 한창이었다. “이 수렁 속에서, 무거운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요, 당신은 체면을 차려요, 이 아귀 같은 세상에서!” 배경은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이 광복을 맞아 고국행 기차를 기다리며 머물렀던 전재민(戰災民) 구제소. 조선인 위안부 분이는 일본인 위안부 미즈코를 언어 장애가 있는 동생으로 속이지만 사실이 탄로 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창백한 지식인 원창과 현실적인 아내 순남, 눈앞의 사랑에만 집중하는 막난과 섭섭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펼쳐진다. 연습실에서는 한국 오페라 관객의 의식에 켜켜이 쌓인 지층을 귀로 듣는 듯했다. 대한제국 시기에 들어와 일본군과 독립군의 군가에까지 스며든 2박자 창가(唱歌), ‘단조 5음계’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일본 엔카 음조, 고뇌의 아리아마다 동반되는 후기 낭만주의적인 화성, 공포의 장면을 수놓는 무조(無調) 기법까지, 다중(多重)양식 오페라라 할 만했다. 작곡가인 최 교수는 “시대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늘날 한국인이 아는 음악적 요소들을 삽입했다”고 말했다. ‘희생되는 선한 한국인, 야비한 일본인’ 같은 이분법은 작품에 없다. 모든 주인공이 그 나름의 약점과 인간미를 드러낸다. 오페라 대본도 직접 각색한 배삼식 작가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얼마나 성글 수 있으며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자애로운 슬픔, 즉 ‘자비’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국립합창단이 합창을 맡는다. 분이 역에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독일 ‘아벤트차이퉁’ 선정 ‘금주의 스타’에 두 차례나 선정된 소프라노 이명주, 선생 원창 역에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이 출연한다. 소프라노 김순영 김샤론,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김향은, 테너 이원종 민현기 정제윤, 바리톤 유동직 이동환이 노래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1만∼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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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진은 내 생애 가장 환상적 연주자”

    ‘반주자를 고르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2)의 새 선택은 조성진이다. 2005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한국 무대를 찾아온 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슈베르트의 가곡(리트)만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1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오후 7시 반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그는 동아일보에 보내온 e메일에서 ‘조성진은 내 인생에서 발견한 가장 유니크하고도 환상적인 연주자’라고 말했다. 괴르네는 알프레트 브렌델,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 최고의 피아니스트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성진이 2년 전에 파리에서 내 공연을 보러 왔죠. 그의 기량과 음악성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내가 먼저 호흡을 맞춰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슈베르트 곡만으로 짜인 이번 리사이틀은 유명한 ‘방랑자’로 시작해 일반인에게 생소한 곡도 많이 등장한다. 전반부는 ‘명부(冥府)행’ ‘젊은이와 죽음’ 등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며 후반부에는 ‘겨울밤’ ‘저녁별’ ‘사랑스러운 별’처럼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등장한다. “슈베르트는 500곡이 훨씬 넘는 가곡을 작곡했지만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곡은 50∼60곡 정도에 그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슈베르트 가곡들의 아름다움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엮었습니다.” 그의 연주 영역은 바흐 칸타타와 바그너 음악극, 현대 레퍼토리까지 매우 넓다. 2017년에는 서울시향과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아리아를 협연하기도 했다. 스승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엄밀한 가사 해석을 이어받았다고 평가받는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할 때 염두에 두는 점으로 ‘인간에 대한 공감’을 꼽았다. “사람 사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슈베르트의 가곡은 말해줍니다. 우리의 존재, 이루지 못하는 열망 등에 대해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방식으로 만나게 해 주죠. 관객들이 그 점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바랍니다.” 서울 4만∼12만 원. 통영 2만∼8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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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예고 명예교장 지휘자 금난새 “음악 꿈나무들, 다양한 문화권과 화음 맞춰요”

    지휘자 금난새(72·사진)의 초가을은 10대의 젊음이 점령했다. 그는 12일(현지 시간) 영국 버밍엄음대에서 서울예술고등학교의 콘서트를 갖는다. 그가 명예교장으로 있는 서울예고의 현악 전공 학생 12명과 버밍엄음대 금관 연주자들을 지휘한다. 17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러 대화(KRD)가 주최하는 실내악 음악회를 연다. 서울예고 학생 5명과 러시아의 젊은 음악도 4명이 참여한다. “한국 젊은 학생들의 기량은 세계적이지만 개인 기술만 외곬으로 연마하기 쉽죠. 내면이 큰 음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화권의 배경을 가진 음악가들과 화음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7일 서울 중구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실에서 만난 그는 늘 그렇듯 분주했다. 인터넷 티켓 예매 사이트가 조사하는 ‘클래식·무용·전통 부문 티켓파워 1위’를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차지할 만큼 바쁜 그는 출국 전날인 8일에도 아트센터 인천에서 한-러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한국마사회와 함께하는 KYDO(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 공연이다. 2년 동안 중단됐다가 올해 재개돼 더욱 기쁘다고 했다. “농어촌에서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이 1년에 한 번 합숙을 하고 수도권에서 연주합니다. 어른의 몇 달, 몇 년에 바꿀 만한 체험이죠. 올해는 갑자기 일정이 잡혔지만, 각 고장 꿈나무들이 악기를 들고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러 온다고 하니….”(웃음) 5월 일본 도쿄에서는 ‘피스(평화) 뮤직 페스티벌 인 도쿄’를 열었다. 사흘은 도쿄음대, 하루는 한국문화원에서 서울예고 학생들의 악단 ‘카메라타 서울예고’를 지휘했다. 내년에도 서울예고 현악5중주단과 목관5중주단이 콘서트를 연다. 나라 사이에 응어리가 있을수록 민간교류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금 지휘자는 2013년 서울예고 교장에 취임하고 4년이 지난 뒤 급여 중 2억3000만 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이 돈은 학생들의 해외 연주와 경험에 쓰이고 있다. 내년 7월에는 서울예고 체임버 오케스트라 유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체코, 슬로베니아에서 공연한다. 3년 전부터는 ‘서부의 커티스 음악원’으로 불린 미국 콜번음악원과도 교류해왔다. 서울예고 학생들이 해마다 1주일간 워크숍에 참가한다. 중국 상하이음악원에서도 다음 달에 교류를 의논하기 위해 대표단이 올 예정이다. 장기적인 비전은 ‘아시아의 청소년을 한데 모으는 네트워킹’이라고 그는 말했다. “좋든 싫든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만나고 생각을 나눌수록 좋죠. 젊으면 더 좋고. 여기에 예술만큼 좋은 도구가 또 있겠어요?”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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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빛 화음으로 물드는 순천만의 가을

    가을을 맞은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이 교향악의 황금빛 화음으로 물든다. 25∼30일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잔디마당과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2019 순천만 국제교향악축제(SIOF)’다. 올해 네 번째인 순천만 국제교향악축제는 규모와 교향악이라는 본질의 ‘집중도’를 뚜렷이 높였다. 문용휴 순천시 문화관광국장은 “지난해까지 유명 성악가 위주의 공연을 부각했지만 앞으로는 오케스트라 중심의 프로그램에 더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이틀 공연은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25일 오후 7시에는 정명훈 지휘 원코리아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경축음악회를 겸한 무대다. 26일 오후 7시에는 장윤성 지휘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송영민 사회로 정원 갈라콘서트를 마련한다. 이후 공연은 순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28일 오후 5시 세계 최정상 악단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실내악단 ‘로열콘세트르헤바우 카메라타’가 공연한다. 24세의 ‘신동’ 출신 오스트리아 지휘자 파트리크 한의 지휘로 하이든 교향곡 83번, 모차르트 교향곡 33번 등을 연주한다. 29일 오후 5시 서경욱 지휘 순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과 여자경 지휘 진주시립교향악단이 동서를 아우르는 ‘화합의 한마당’ 콘서트를 연다. 박평준 SIOF 예술감독은 “클래식 마니아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교향악의 축제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참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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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년들이여, 악착같이 벌어 평생 쓸 자유를 사라

    제목은 ‘재정적 자유’를 얘기하는데 저자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이 목적일까. ‘자유’와 ‘시간’이다. ‘가성비’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저자는 강조점을 가시비(價時比)에 두는 것으로 읽힌다. 돈도 필요한 만큼의 자유와 시간을 얻기 위해 버는 것이므로. 책은 일목요연하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급한 것과 미뤄둘 것을 명쾌하게 구분한다. 저자를 흉내 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조언과 그다음 참고할 만한 것,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봤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20대 내지 30대에 은퇴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감수의 글’에 따르면 ‘일찍 은퇴하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겠다’는 최근 미국 파이어(FIRE)운동과 연관된다고 한다. 일찍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젊은 나이에 빈털터리로 소득전선에서 물러나라는 말은 아니다. 충분한 돈을 모아두면 ‘복리의 마법’이 작용한다. 이자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자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자가 들어오는 삶’을 강조했던 1990년대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같은 충고다. 충분한 돈을 모을 수만 있다면, 일찍 은퇴할수록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에 복리의 ‘마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모아야 은퇴하기에 충분할까.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가 권하는 금액은 연간 지출비용의 최소 25배, 이상적으로는 30배 이상이다. 이상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뜬구름 같을 수도 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연간 지출액의 30배를 모아둔다는 얘긴가. 나머지 내용 대부분은 그 ‘방법론’을 다룬다. 한마디로 독해져야 한다. 정규 직업 외에 부업, 투자 등 가능한 방법은 모두 동원하라는 것이다. ‘돈도 자유와 시간을 위한 것’이라는 애초 권고는? 젊어서 온 힘을 다하면 나중에 훨씬 많은 자유와 시간이 생긴다. 예의 ‘복리의 마법’ 덕분이다. 저자에게 ‘불로소득’이라는 말은 험담이 아니다. 시간 대비 수입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귀 기울여 둘 방법론은 많다. 세금 우대 혜택이 있는 곳에 먼저, 최대한도로 투자하고 찾을 때는 마지막에 찾는다. 정규 직장 내의 혜택은 최대한 뽑아 쓴다. 가계부식의 지출 예산은 (가시비 관점에서) 세울 필요가 없다. 주거비와 교통비 등 많이 들어가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돈을 버는 데만 말고 관리하는 데 시간을 들이자. 매일 5분으로 시작한다. 마치 게임처럼, 익숙해질수록 쉬워진다. 여기까지가 책의 ‘그다음 참고할 부분’으로 읽힌다. 한편 그다지 참고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부분도 제법 많다. 부동산이나 연금 등의 투자 운용 전략 부분은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워낙 다르다. 참고로 읽어두면 좋을 듯하다. 의외로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소득은 부모 세대가 그 나이에 벌던 수입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저축은 고사하고 수년간 빚에서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호황에 올라탄 줄 알았던 미국도 젊음의 아픔은 다르지 않다. 저자는 무일푼에서 시작해 갖가지 투자로 20대에 125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1000만 명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밀레니엄머니’를 창설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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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욕탕, 교회, 학교, 공원… 클래식 흐르는 마포

    공연장, 호수공원, 교회, 학교, 목욕탕까지.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가을의 마포가 클래식의 가을빛 화음으로 물든다. 올해 4회째를 맞아 10월 24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마포문화재단 ‘M-PAT 클래식’ 축제다. 올해부터는 ‘노쇼’를 막기 위해 대부분 공연에 3000원 이상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무료 공연도 풍성하다. 28일 오후 5시 망원동 서울함공원에서는 미8군 군악대가 공연을 펼친다. 10월 15일 오후 7시 반엔 아현동 산성교회에서 세 개 오페라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모차르트 오페라 이야기’ 공연이 열린다. 10월 18일 옛 목욕탕을 개조한 아현동 복합문화공간 ‘행화탕’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현과 피아니스트 박진형의 듀오 무대가 열린다. 이 밖에 홍익대 앞 클럽과 게스트하우스, 마포아트센터 등에서 펼쳐지는 유료공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70여 개 무대가 펼쳐진다. 올해 가장 시선을 모으는 무대는 상암동 월드컵공원 수변무대에서 세 번째로 공연하는 야외 오페라 ‘마술피리’. 이회수 연출로 소프라노 이윤정, 테너 김성현, 바리톤 김종표 등이 주연을 맡는다. 야외에서 살릴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를 강조하고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100분 정도의 길이로 편집했다. 객석 2000석을 마련한 유료공연(3000원)으로 6, 7일 오후 8시에 공연한다. 야외 오페라는 궂은 날씨의 방해를 받는 일이 많다. 태풍 ‘링링’ 북상 소식도 들린다. 마포문화재단 측은 “폭우가 올 경우 피아노 반주로 공연을 진행하거나 실내 공연장에서 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공연장 출발 전 M-PAT 홈페이지 공지를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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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이토록 섬세한 손길의 열아홉

    1일 전화를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와중(渦中·소용돌이 가운데)에’라는 표현이 적당했다. 8월 29일 울산시립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협주곡 협연. 닷새 만인 3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협연, 다시 닷새 만인 8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6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를 차지한 만 19세 ‘꽃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몹시 바쁜 계절이다. “짧은 시간 동안 새 곡을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더 정신없이 살아가는 연주자도 많습니다. 바쁘다는 것보다 ‘성장’을 생각하며 연습하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20, 30대 연주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강동석 심사위원장은 ‘나이답지 않게 완벽한 기교와 여유 넘치는 연주가 돋보였다’고 평했지만 그 스스로는 ‘멘털 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멘털 승리’를 거뒀다. 결선 연주를 시작할 때 객석에서 누군가 고성을 질렀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때는 그 전 몇몇 콩쿠르에서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선 부담을 버리고 ‘내 연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자세로 임해 편했습니다.” 그의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섬세함과 디테일’에 대한 탄복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각각의 곡이 가진 세세한 감정을 어떻게 온전히 전달할까 항상 고민하고, 진심을 다해 연주하려 합니다. 그 부분을 느껴 주신다니 감사하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은 신진 지휘자를 발굴하는 ‘넥스트 스테이지’ 무대로 열린다. 미국 커티스음악원에 재학 중인 30세 여성 지휘자 김유원이 올해 수혜자로 선발돼 김동현과의 협주곡 연주 외에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2번을 지휘한다. “젊은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는 만큼 더 신선한 모차르트를 기대하고 있어요.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그 자신의 오페라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곡들이죠. 제 스스로가 무대 위의 가수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는 닮고 싶은 연주자로 덴마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이 스나이데르를 꼽아왔다. “그의 프레이징(분절법)과 음색, 특히 가장 높은 E현의 소리는 맑고 시원합니다. 남자답다고 할까, 어릴 때부터 부모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늘 스나이데르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 콘서트는 8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만∼4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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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일본은 어떻게 장기불황 탈출했을까

    지난달 초 일본은 한국에 무역전쟁을 도발했다. 자국의 손실을 감안해도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경에 있었을 것이다. 일본 경제는 완전히 상승 중인가? 한국은 그들이 걸어온 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와세다대 교수인 저자는 2010년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 규제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본은 바로 희토류 공급 확보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고, 대체 재료의 발굴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중국은 5년 만에 수출 규제를 철폐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겪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한국에도 올 것인가? 한국은 장기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외국 자본의 유입도, 다른 영역의 동반 투기도 없었던 만큼 두 나라와 같은 대폭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장기불황 탈출의 주역이었던 일본 기업의 분발과 혁신이다. 이들은 침체에 빠진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 시장을 찾았고,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로 재생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프리미엄TV 시장에서 약진한 소니의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도 있다. 더 힘든 현실 속에서 단련된 청년들의 경쟁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의 성과를 폐기하고 바닥에서 시작하는 한국의 정책 불연속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질타를 잊지 않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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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연과 열창… 한국 뮤지컬 샛별들 떴다

    “뮤지컬 ‘브루클린’의 주인공인 브루클린은 아빠를 찾기 위해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르죠. 역경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았는데,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3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주예리 양(18·계원예고 3학년)은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브루클린’ 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희망찬 표정과 또렷한 발성으로 열창해 영광을 안은 주 양은 “반짝 뜨기보다 오래 무대에 서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일반부 금상은 ‘셜록홈스’ 중 ‘아픈 진실’을 노래한 최혁준 씨(19·경기예고 졸)가 받았다. 중등부 금상은 ‘팬텀’ 중 ‘그 어디에’를 열창한 박민찬 군(15·백현중 3학년)이 수상했다. 이날 본선 심사는 김민정 발성코치(경복대 교수), 이광용 배우(동국대 교수), 이성준 음악감독(단국대 교수), 조용신 뮤지컬 작가 겸 연출가, 허순자 연극평론가(서울예대 교수)가 맡았다. 본선 경연이 끝난 후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과 관객들 앞에서 충고를 담은 심사평을 밝혔다. 허순자 심사위원은 “고등부의 경우 객석과 교감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갖춘 출연자들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며 “중등부는 참가자들에게 어울리는 뮤지컬을 뮤지컬계가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청소년들의 삶과 맞물리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용신 심사위원은 “캐릭터를 잘 해석해 짧은 순간에 매력을 집중적으로 뽐낼 수 있는 곡을 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심사위원은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과 목소리 컬러에 맞는 곡을 찾아내 어떤 창법을 구사할지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성준 심사위원은 “노래는 열심히 부르면서 대사는 쉽게 말하거나 손동작 등을 잘못 구사하는 참가자들이 있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에서 26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학·일반부 △금상 최혁준 △은상 장민제(중앙대 1학년) △동상 최유민(명지대 졸) 이지연(명지대 4학년) △장려상 김정민(국민대 대학원) 김학균(단국대 1학년) 이승현(서울예대 2학년) 유건우(서울대 졸) 신지아(대경대 3학년) 염동언(경희대 졸) 김소희(명지대 졸) 박성국(동국대 4학년) 이하나(이화여대 졸) 전호준(한세대 1학년) 신수민(한세대 1학년) 서승원(한림연예예고 졸) 신준석(명지대 4학년) 문시연(단국대 1학년) ▽고등부 △금상 주예리 △은상 이재림(안양예고 3학년) △동상 박연지(강릉여고 2학년) △장려상 김가영(경산여고 3학년) 장현(국립전통예고 3학년) 박규민(안양예고 3학년) 차현민(대구서부고 3학년) 김세찬(안산디자인문화고 3학년) 김기정(한림연예예고 3학년) 김예은(상명대사범대부속여고 3학년) 박효은(국립전통예고 3학년) 서연수(경기예고 3학년) ▽중등부 △금상 박민찬 △은상 김하린(CSIS국제학교 3학년) △동상 소지윤(송호중 3학년) △장려상 이근아(홍익대사범대부속중 3학년) 홍연주(종촌중 3학년) 김도훈(연서중 3학년) 권연우(구산중 3학년) 최여원(대방중 3학년) 김하영(두일중 3학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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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요요마, ‘바흐 프로젝트’로 서울 찾는다… 2년간 36개 도시 공연

    푸른 잔디밭에 앉아 달빛을 받으며 첼리스트 요요마(64)가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듣는다. 9월 8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요요마 바흐 프로젝트’. 요요마는 지난해 8월부터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성격의 장소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 왔다. 목표는 ‘2년 동안 세계 36개 도시에서 연주하는 것’이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바흐 프로젝트 월드투어가 지난해 8월 시작했고 절반을 넘겼는데요. “9월 8일 서울 공연을 할 시점에는 네 개의 대륙에서 19곳의 지역을 들른 뒤가 되겠군요. 아테네부터 미국~멕시코 국경, 인도의 뭄바이까지, 문화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 왔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음악가와 프로그래머, 활동가와 공무원, 셰프와 천문학자들이었죠.” ―20대 때인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바흐 첼로 모음곡 전곡을 세 번 녹음했습니다. 이 곡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바흐의 음악과 함께한다는 것은 제 인생의 각 챕터에 가장 친한 친구를 두는 것 같아요.멋진 동반자이자, 인생의 힘든 고비들을 넘길 때 도와주죠. 그런 의미에서 바흐는 저에게 집(home) 과도 같습니다.”―“바흐가 세계를 구하기 원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왜 유독 이 곡집인가요? “바흐의 여섯 개 첼로 모음곡은 악기의 에베레스트 같은 존재입니다. 첼로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며, 감정과 열망에 대한 완벽한 해부학과 같습니다.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바흐보다 우리에게 좋은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점은 더 큰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특별히 주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서울은 사람들이 문화의 힘으로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장소죠. 저는 야외 공연을 좋아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 음악을 가져올 수 있고, 벽을 허물고, 음악과 문화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임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죠. 바흐 프로젝트는 차이와 분열, 국경을 넘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행사이고, 한국은 이런 과제가 시급한 곳입니다. 우리의 목표를 호소하기 위해 한국에서 별도로 특별한 행사를 가지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난 후 새로운 도전이나 프로젝트가 있는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프로젝트 뒤의 미션과 비전이, 제 손과 심장,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손과 심장에서 계속되기를 원합니다.” ―서양음악을 공부했지만 세계 여러 지역 전통 음악가들과 교류하고 화음을 맞추어 왔습니다. “바흐 프로젝트가 주는 즐거움 중 하나도 제가 방문하는 장소의 음악에 대해 알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지역의 음식도 즐겁죠. 새 것과 옛 것, 유명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리고 모든 전통은 성공적인 개혁의 결과라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장르 간의 경계, 지역 간의 경계 같은 것들은 시간 속에서 생겨났다 사라지곤 하는 것이죠.”4만~10만 원(4인 테이블석 24만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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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대 오페라 스타들, 초가을밤 수놓는 우정과 열정의 무대

    올해 3월 성악 부문으로 열린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한 내일의 오페라 스타들이 한 무대에 선다. 9월 10일 오후 7시 반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위너스 오페라 갈라 콘서트 II’. 2019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고점으로 1위가 없는 2위를 수상한 바리톤 이현규(30), 3위 베이스 조성준(25), 5위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요바노비치(28·세르비아), 6위 테너 밧자르갈 바야르사이한(29·몽골)이 모차르트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오페라 역사를 빛낸 아리아와 중창 18곡을 노래한다. 2010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지낸 바리톤 고성현(한양대 교수)도 같은 무대에서 젊은 차세대 유망주들과 열정을 나눈다. 반주는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부문)에서 6위 입상했고 올해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오페라 석사 과정을 수석 졸업한 김예담이 맡는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세계 차세대 클래식 스타들의 산실로 명성을 더해 가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열리고 있는 국제 콩쿠르다. 최근 열린 국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이 콩쿠르 2016년(성악 부문) 우승자인 바리톤 김기훈이 성악 2위를, 2018년(바이올린 부문) 우승자 김동현이 바이올린 부문 3위를 차지하면서 아시아 최고 권위 콩쿠르로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중요성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올해 이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독일 바리톤 안드레아스 슈미트는 콩쿠르 결선이 끝난 뒤 “참가자 수준뿐 아니라 진행과 반주 등이 모두 뛰어난 일류 콩쿠르”라고 평가했다. 올해 유일한 여성 입상자인 소프라노 요바노비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 이후 독일 SWR 방송 ‘내일의 오페라 스타’에 선정됐다. 세계 정상급 무대인 빈 국립오페라와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역으로 데뷔도 앞둬 눈길을 끈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에서 유명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 외에 또 다른 아리아 ‘떨지 말아라, 사랑하는 아들아’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아리아’로 유명한 ‘새들은 소사나무에 앉아’ 등을 노래한다. 올해 최고 등위 수상자이자 ‘해외 학교에 발을 들여 본 일 없는 순수 국내파’로 눈길을 끌었던 바리톤 이현규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서정적인 표현과 탄탄한 소릿결로 청중과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낸 바그너 ‘탄호이저’ 중 ‘저녁별의 노래’ 등을 부른다. 2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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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다운 죽음… 삶의 가치를 깨우다

    모든 죽음은 예정되어 있지만, 예정된 대로의 죽음은 없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간다’ 말도 못 다하고 가는가.” 1250여 년 전 신라 승려 월명사는 ‘제망매가’에서 누이를 떠나보내고 죽음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에 대해 이렇게 읊었다.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저마다 인간 세상의 큰 가르침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던지는 질문 앞에 늘 막막해한다. 폭풍의 시기라는 중2 가을, 아빠는 암 진단을 받았다. 1년가량 남아있었다. 사춘기 딸은 아빠와 엄마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했다. 어른이 된 딸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되어 매일 삶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기억 너머의 책을 찾아내 읽는다. 1년여의 투병 기간 동안 아빠와 그를 간병한 엄마가 남긴 기록을 엮은 책이었다. 환자 가족으로서의 기억과 의사로서의 현실. 그 두 각도에서 죽음을 바라본 경험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에 담겼다. 저자에 따르면 종양내과는 ‘암을 퇴치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암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을 돕는 곳’이며,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이라는 장막 아래서 약간이라도 숨 쉴 공간을 마련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최선을 다하지만, 늘 자신의 결정을 회의할 수밖에 없다는 고뇌가 과거 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과 함께 녹아들었다. 환자 가족은 천사가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데 울컥 화도 나고, 이를 환자에게 되돌려줄 때도 생긴다. ‘화와 슬픔과 사랑과 기쁨은 모두 한 마음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까지 엄마에게 걱정의 말을 건넨 사람은 많았지만 ‘잘했다, 최선을 다한 거다’라고 그 삶을 긍정하는 말을 건넨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도와주고 곁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면 마지막 1년이 더 소중하고 감사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회상한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신학대에서 평생 사회윤리학을 가르친 저자가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한 13가지 물음’을 부제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만나는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고통이 없는 죽음은 가능한가? 나아가, 죽음은 삶의 마지막 책임 영역인가? 그 숙고는 윤리와 철학, 종교를 넘어 과학과 의학의 전문 영역을 넘나든다. 가장 무겁게 던지는 질문은 뒷장 표지에 적혀 있다. “왜 죽어가는 이에게 고통을 견디라 하는가?”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죽음을 앞당기고 고통을 줄여 달라고 환자가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사회가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해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방점은 ‘환자가 자기 죽음을 결정할 자유를 옹호해 주어야 한다’는 데 찍힌다. ‘잃었지만…’의 저자도 같은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그는 미국 외과 전문의 겸 유명 작가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빌려 ‘도움을 받는 삶은 도움을 받는 죽음보다 훨씬 어렵지만,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가슴 아픈 일을 겪었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상태의 독자라면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들을 펴길 권한다. 두 책을 만나기 직전, 기자의 지인이 여행지에서 가족과 함께 청천벽력처럼 먼 길을 떠났다. 선하고 성실했던 그가 남긴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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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에게 예정되어 있는 죽음 앞에서 막막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김선영 지음232쪽·1만3000원·라이킷인간의 마지막 권리박충구 지음312쪽·1만6000원·동녘 모든 죽음은 예정되어 있지만, 예정된 대로의 죽음은 없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간다.’ 말도 못 다하고 가는가.” 1250여 년 전 신라 승려는 누이를 떠나보내고 죽음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에 대해 읊었다.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저마다 인간 세상의 큰 가르침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던지는 질문 앞에 늘 막막해 한다. 폭풍의 시기라는 중2 가을, 아빠는 암 진단을 받았다. 1년 가량 남아있었다. 사춘기 딸은 아빠와 엄마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 했다. 어른이 된 딸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되어 매일 삶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그리고는 기억 너머의 책을 찾아내 읽는다. 1년여의 투병기간 동안 아빠와 그를 간병한 엄마가 남긴 기록을 엮은 책이었다. 환자 가족으로서의 기억과 의사로서의 현실. 그 두 각도에서 죽음을 바라본 경험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에 담겼다. 저자에 따르면 종양내과는 ‘암을 퇴치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암을 지니고 살아가는 삶을 돕는 곳’이며,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이라는 장막 아래서 약간이라도 숨 쉴 공간을 마련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최선을 다하지만, 늘 자신의 결정을 회의할 수밖에 없다는 고뇌가 과거 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과 함께 녹아들었다. 환자 가족은 천사가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데 울컥 화도 나고, 이를 환자에게 되돌려줄 때도 생긴다. ‘화와 슬픔과 사랑과 기쁨은 모두 한 마음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까지 엄마에게 걱정의 말을 건넨 사람은 많았지만 ‘잘했다, 최선을 다한 거다’라고 그 삶을 긍정하는 말을 건넨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도와주고 곁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면 마지막 일년이 더 소중하고 감사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회상한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신학대학에서 평생 사회윤리학을 가르친 저자가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한 13가지 물음’을 부제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만나는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고통이 없는 죽음은 가능한가? 나아가, 죽음은 삶의 마지막 책임 영역인가? 그 숙고는 윤리와 철학, 종교를 넘어 과학과 의학의 전문 영역을 넘나든다. 가장 무겁게 던지는 질문은 뒷장 표지에 적혀 있다. “왜 죽어가는 이에게 고통을 견디라 하는가?”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죽음을 앞당기고 고통을 줄여달라고 환자가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사회가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해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방점은 ‘환자가 자기 죽음을 결정할 자유를 옹호해 주어야 한다’는 데 찍힌다. ‘잃었지만…’의 저자도 같은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그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빌어 ‘도움을 받는 삶은 도움을 받는 죽음보다 훨씬 어렵지만,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가슴 아픈 일을 겪었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상태의 독자라면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들을 펴길 권한다. 두 책을 만나기 직전, 기자의 지인이 여행지에서 가족과 함께 청천벽력처럼 먼 길을 떠났다. 선하고 성실했던 그가 남긴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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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두민이 첼로 대신 피아노를? 헬무트 도이치가 피아노 대신 오르간을?

    “김두민이 첼로 대신 피아노를?” 혼동할 법도 하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김두민 피아니스트 데뷔 리사이틀이 열린다. 클래식 팬이라면 김두민이라는 이름은 독일 뒤셀도르프 교향악단 첼로 수석이자 국내외에서 활발히 실내악과 솔로 활동을 해온 첼리스트로 낯익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김두민(16)은 2016년 13세의 나이로 프랑스 명문 음악원 ‘에콜 노르말 드 뮈지크 드 파리’에 입학해 화제가 된 주인공. 18세 이상만 입학 허가를 내주는 이 학교의 학칙을 깨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최근에는 워너 레이블로 멘델스존 피아노 작품집을 발매했다. 인터내셔널(전 세계) 발매 조건으로 음반을 낸 국내 아티스트로 역대 최연소다. 어린 시절 TV 영재 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눈으로 건반을 보기 위해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특이한 자세를 갖고 있다. 그래도 건반 전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모든 악보를 외워서 친다. 20일 리사이틀에서는 음반에 실린 멘델스존의 곡들과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번, 12번을 연주한다. 3만∼5만 원. 동명이인 케이스는 외국에도 있다. 9월 5일 서울 이화여대 김영희홀에서 공연하는 헬무트 도이치(56) 파이프 오르간 리사이틀도 클래식 팬들을 헷갈리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헬무트 도이치는 피아니스트로 현역 최고의 성악 반주자다. 소프라노 황수미 임선혜, 테너 김세일, 바리톤 김동섭 등과 국내 협연 무대를 가진 바 있다. 오르가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오스트리아인인 피아니스트 도이치와 달리 독일인이며, 열여덟 살 더 젊다. 프라이부르크 음대 교수를 거쳐 슈투트가르트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스트의 오르간 음악 전문가로 정평이 있으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오르간용으로 편곡하는 데도 열정을 기울여 왔다. 리스트 오르간 작품집과 리스트 관현악곡 오르간 편곡판 등의 음반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 리사이틀에서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곤경을 지고 거리를 걷는 사람’ 오르간 편곡판과 바흐 파사칼리아 BWV 582, 리스트의 제자 로이브케의 ‘시편 94편’ 등을 들려준다. 모차르트가 당대의 ‘자동연주기’인 기계식 자동오르간을 위해 썼던 환상곡 F단조도 선보인다. 이화여대가 매년 주최하는 파이프오르간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2만 원(학생 1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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