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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중 교사 김동식 씨(51·사진)의 어머니는 김 씨를 분만한 직후 심한 탈수증을 앓아 생명이 위태했다. 희귀 혈액형이라 가족이 도울 수 없었다. 그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이름 모를 한 청년의 수혈 덕이었다. 김 씨가 군인이 됐을 때 부대 인근의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던 한 산모가 급히 수혈을 받아야 할 처지라는 소식을 들었다. 망설임 없이 피를 나눴고, 이 산모는 건강히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동안 478차례나 헌혈을 해 올해 헌혈 유공 표창자로 선정된 김 씨는 “어차피 죽고 나면 묻힐 몸인데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제15회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 씨를 비롯한 헌혈자 21명과 헌혈홍보대사인 가수 JK김동욱 씨(43) 등 헌혈 문화에 앞장선 59명에게 장관 표창을 수여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일찍 온 무더위에 예년보다 서둘러 개장하는 해수욕장이 늘면서 ‘워터프루프(방수)’ 기능을 앞세운 내수(耐水)성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물놀이용으로 허가받은 자외선차단제도 자주 덧바르지 않으면 실제 해수욕할 땐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허가 기준에 따르면 실험에 수돗물을 쓰도록 돼있는데, 소금물에선 제품이 더 쉽게 씻겨 내려갔다는 얘기다. 영국 소비자단체 ‘위치(Which)?’는 시판 중인 유명 브랜드 자외선차단제 중 ‘물놀이용(water-resistant)’이라고 표시된 제품 2개를 실험한 결과를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실험은 네 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험자가 제품을 바른 직후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측정한 뒤 ①약하게 흐르는 수돗물 ②약하게 흐르는 염소 처리된 물 ③빠르게 흐르는 수돗물 ④약하게 흐르는 소금물에 각각 40분 몸을 담갔다가 다시 SPF를 측정해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영국의 현행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가이드라인은 ①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①의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A제품의 SPF는 40%, B제품은 21% 감소했다. ②의 방식으로는 A와 B제품의 SPF가 각각 34, 37% 감소했다. 영국 정부는 실험 후에도 SPF가 50% 이상 남아있으면 물놀이용 제품으로 허가해준다. 이 제품들이 현행법상 합격 조건은 달성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파도풀이나 유수풀, 계곡처럼 빠르게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갔을 때를 상정해 ③의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A와 B제품의 SPF는 각각 14%, 59% 감소했다. 바닷물처럼 염분이 많은 환경을 재현한 ④의 방식으로는 두 제품의 SPF 감소 폭이 각각 34%, 59%로 늘어났다. B제품은 빠르게 흐르는 물이나 바닷물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의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기준은 영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 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흐르는 수돗물에 40분 담근 뒤에도 SPF가 절반 이상 유지되면 ‘내수성’으로 인정하고, 80분 담근 뒤에도 같은 수준을 달성하면 ‘지속내수성’으로 인정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물놀이용 자외선차단제 허가 기준이 거센 파도 등 실제 해수욕 환경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을 자주 덧바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태영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급적 식약처의 ‘내수성’ 인증 제품을 선택하고, 30분∼1시간마다 아낌없이 발라야 햇볕 화상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일부터 부부가 이혼해 국민연금을 나눌 땐 가출이나 별거 기간을 빼고 실제로 함께 산 날만 계산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을 앞두고 세부 기준을 1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분할연금 제도는 부부 중 한쪽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이혼을 했더라도 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이혼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해 연금액 일부를 상대방에게 주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엔 ‘혼인 중 보험료 납입 기간’을 말 그대로 법적인 혼인 기간으로 일률 계산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별거 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까지 계산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복지부는 개정법의 시행령을 통해 분할연금 산정 시 △실종 기간 △거주 불명으로 등록된 기간 △이혼 소송이 진행된 기간 등을 빼고 혼인 기간을 계산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당사자가 혼인 기간에서 빼기로 합의했다면 이에 따른다. 분할연금 수급권자는 이런 기간이 있으면 그 내용을 국민연금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이혼해야 한다. 분할 비율은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으로 정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삐비비빅!’ 5일 대전 유성구 하수처리장에서 가스농도측정기가 요란한 경고음을 냈다. 하수에 뒤섞인 머리카락 등 찌꺼기(슬러지)가 썩으면서 새어나온 유독 물질인 황화수소 농도가 5ppm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영석 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 직업건강부장은 “밀폐된 공간은 황화수소 농도가 1ppm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환기하거나 송기마스크(산소를 공급하는 보호구)를 단단히 쓴 뒤 들어가야 질식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작업 전 가스 측정-송기마스크 착용은 필수 이날 안전보건공단은 대전시설관리공단 환경시설본부가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인양기를 손보는 과정을 점검했다. 인양기 주변에선 계란이 썩은 듯한 황화수소 냄새가 진동했다. 황화수소 농도가 150ppm이 넘으면 후각이 마비된다. 1000ppm 이상이면 숨을 한 번만 들이마셔도 즉사한다. 이 하수처리장엔 황화수소 농도가 1500ppm 이상으로 치솟는 곳도 있다. 안전 수칙을 어기면 삽시간에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하수처리장에 들어가기 전 한 직원이 황화수소 농도가 떨어진 걸 확인한 뒤 송기마스크를 썼다. 시중에 나온 미세먼지 마스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송기마스크로 외부의 맑은 공기를 곧장 넣어줘야 한다. 또 다른 직원은 밖에서 공기가 제대로 주입되는지 관찰하며 파트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2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는 게 철칙이다. 혼자 작업하다 유독가스를 마셔 의식을 잃으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 때까지 방치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질식 사고의 위험이 큰 하수 및 분뇨처리시설은 전국 4000여 곳이다. 정식 시설이 아닌 맨홀 5만5000곳에서도 보수 작업이 수시로 이뤄진다. 대다수는 가스농도측정기와 송기마스크, 환풍 장치를 갖추지 못한 영세 사업장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들을 위해 해당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완순 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장은 “작업 일주일 전에 전국 27개 본부 및 지사에 신청하면 장비를 빌려주고 사용법도 알려준다”고 말했다.○ “치사율 높은 질식, 2022년까지 절반 이하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목표는 전국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질식 사고의 사망자를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질식 사고가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7건이 발생해 177명이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이 중 93명(52.5%)이 숨져, 사망률이 다른 산업재해(1.2%)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하수처리장과 맨홀 다음으로 황화수소 질식 사고가 잦은 곳은 돼지농장이다. 돼지의 분뇨는 소의 것과 달리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는데, 여기서 나온 유독가스로 매년 1, 2명이 꾸준히 희생됐다. 올해 4월에도 경남 하동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황화수소로 의식을 잃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공단은 전국 돼지농장 4500곳에도 가스농도측정기 등을 빌려주고 있다. 질식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겨울철에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불을 피우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근로자가 지난 5년간 12명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선 야자열매숯을 교체하려던 근로자 2명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10월부터 공사 규모가 3억∼120억 원인 건설 현장 7만 곳에서 날씨의 변화에 따른 ‘중독사고 발생 경보(KOSHA Alert)’를 운영하고 예방교육을 할 예정이다. 건설현장에서 주로 쓰는 숯 제품의 표지엔 산림청과 협의해 경고문도 붙인다. 전문가들은 현장 근로자나 하청 사업주 못지않게 원청 사업주도 질식 사고 예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업을 서두르라”는 원청의 압박 탓에 현장에서 안전 절차를 건너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질식 사고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원청 사업주의 징역형 상한을 현행 1년에서 7년으로 올리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하려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규제심사를 맡은 외부위원 중 일부가 ‘경영계의 부담’을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 산재 보상 기준 완화 Q&A ▼Q: 점심에 커피 한 잔 후 돌아오다 사고 나면?A: 회사 인근이면 “산재”11일부터 근로 현장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회사 인근에서 식사하고 돌아오다가 다쳐도 산업재해(산재) 보상보험에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기존엔 ‘구내식당이나 사업주가 지정한 식당’에 다녀오다가 당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이를 ‘휴게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완화했다. 근로복지공단이 바꾼 ‘휴게(식사)시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업무처리 요령’의 내용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알아봤다. Q.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지만 날씨가 더워 인근 냉면집에 가다가 발목을 다쳤다. 산재로 인정되나? A. 인정된다. 구내식당이 있든 없든 휴게시간 내에 사업장으로 복귀가 가능한 음식점이라면 가는 길이나 오는 길에 당한 사고 모두 산재로 본다는 게 바뀐 지침의 핵심이다. Q. 식사 후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숍이 있기에 차를 마시고 오다가 넘어져 다쳤는데…. A. 이때도 정해진 식사시간 안에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였다면 산재로 인정된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정도는 ‘통상적, 정형적, 관례적’인 식사시간 이용 방법으로 본다. Q. 점심을 책상에서 김밥으로 때운 뒤 지인이 회사 근처에 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잠시 만나러 나갔다가 다쳤다면…. A.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식사 전후 당한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것이 출퇴근과 마찬가지로 업무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인과의 만남은 사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하에 있었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이다. Q.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일하는 회사원이 기분 전환 삼아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점심을 먹고 오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A. 해당 음식점의 위치가 점심시간 안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거리였는지가 쟁점이다. 사고를 당한 시간이 정해진 휴게시간이 지난 후였다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Q. 거래처 직원과 식사하러 회사로부터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음식점으로 가다가 사고를 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산재인가? A. 개정 전 지침으로도 산재로 인정받는다. 거래처와의 회의나 간담회 등 업무와 관련된 식사를 위해 이동 중이었다면 휴게시간 안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업무 수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 본인의 과실 비율이 높다면 자동차보험보다 산재보험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게 상대적으로 이익이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 부주의 과실 등에 따라 보상액을 깎지만 산재보험은 과실이 크든 작든 같은 급여를 준다.대전=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소규모 식당과 술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월급은 줄었다. 시간당 임금은 올랐지만 인건비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바쁜 시간에만 종업원을 쓰는 등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월급이 깎였기 때문이다. 11일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가 5∼9명인 소규모 음식점과 주점의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올해 3월 받은 시급은 평균 7840원으로 지난해 3월(7221원)보다 619원(8.6%) 올랐다.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이 올해 7530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월 임금총액 평균은 같은 기간 86만7265원에서 81만6183원으로 5만1082원(5.9%) 줄었다. 2015년 기준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1048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4월 평균 월급이 91만4858원으로 2016년 4월(90만388원) 대비 1만4470원(1.6%) 오른 이후 11개월째 줄곧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영세 업주가 대폭 오른 최저임금에 대응해 주말 등 손님이 몰리는 요일과 저녁시간 등에만 종업원을 쓰거나 카운터에 종업원 대신 무인계산기를 두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월 임금총액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소규모 식당 및 주점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3월 120.1시간에서 올해 3월 104.1시간으로 16시간(13.3%)이나 줄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삐비비빅!’ 5일 대전 유성구 하수처리장에서 가스농도측정기가 요란한 경고음을 냈다. 하수에 뒤섞인 머리카락 등 찌꺼기(슬러지)가 썩으면서 새어나온 유독 물질인 황화수소 농도가 5ppm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영석 안전보건공단 대전지역본부 직업건강부장은 “밀폐된 공간은 황화수소 농도가 1ppm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환기하거나 송기마스크(산소를 공급하는 보호구)를 단단히 쓴 뒤 들어가야 질식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작업 전 가스 측정-송기마스크 착용은 필수 이날 안전보건공단은 대전시설관리공단 환경시설본부가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인양기를 손보는 과정을 점검했다. 인양기 주변에선 계란이 썩은 듯한 황화수소 냄새가 진동했다. 황화수소 농도가 150ppm이 넘으면 후각이 마비된다. 1000ppm 이상이면 숨을 한번만 들이마셔도 즉사한다. 이 하수처리장엔 황화수소 농도가 1500ppm 이상으로 치솟는 곳도 있다. 안전 수칙을 어기면 삽시간에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하수처리장에 들어가기 전 한 직원이 황화수소 농도가 떨어진 걸 확인한 뒤 송기마스크를 썼다. 시중에 나온 미세먼지 마스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송기마스크로 외부의 맑은 공기를 곧장 넣어줘야 한다. 또 다른 직원은 밖에서 공기가 제대로 주입되는지 관찰하며 파트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2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는 게 철칙이다. 혼자 작업하다 유독가스를 마셔 의식을 잃으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 때까지 방치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질식 사고의 위험이 큰 하수 및 분뇨처리시설은 전국 4000여곳이다. 정식 시설이 아닌 맨홀 5만5000곳에서도 보수 작업이 수시로 이뤄진다. 대다수는 가스농도측정기와 송기마스크, 환풍 장치를 갖추지 못한 영세 사업장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이들을 위해 해당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업 일주일 전에 전국 27개 본부 및 지사에 신청하면 장비를 빌려주고 사용법도 알려준다.● “치사율 높은 질식, 2022년까지 절반 이하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목표는 전국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질식 사고의 사망자를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질식 사고가 자주 발생하진 않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7건이 발생해 177명이 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이 중 93명(52.5%)이 숨져, 사망률이 다른 산업재해(1.2%)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하수처리장과 맨홀 다음으로 황화수소 질식 사고가 잦은 곳은 돼지농장이다. 돼지의 분뇨는 소의 것과 달리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는데, 여기서 나온 유독가스로 매년 1, 2명이 꾸준히 희생됐다. 올해 4월에도 경남 하동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황화수소로 의식을 잃은 근로자 1명이 숨졌다. 공단은 전국 돼지농장 4500곳에도 가스농도측정기 등을 빌려주고 있다. 질식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겨울철에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불을 피우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근로자가 지난 5년간 12명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선 야자열매숯을 교체하려던 근로자 2명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10월부터 공사 규모가 3억~120억 원인 건설 현장 7만 곳에서 날씨의 변화에 따른 ‘중독사고 발생 경보(KOSHA Alert)’를 운영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설현장에서 주로 쓰는 숯 제품의 표지엔 산림청과 협의해 경고문도 붙인다. 전문가들은 현장 근로자나 하청 사업주 못지않게 원청 사업주도 질식 사고 예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업을 서두르라”는 원청의 압박 탓에 현장에서 안전 절차를 건너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질식 사고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원청 사업주의 징역형 상한을 현행 1년에서 7년으로 올리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하려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규제심사를 맡은 외부위원 중 일부가 ‘경영계의 부담’을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대전=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새 직업을 찾는 실직자가 받은 구직급여 지급액이 한 달 만에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10일 고용노동부 고용노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7만8000명으로 지난해 5월(7만1000명)보다 10.1% 늘었다. 일용직 수급 신청이 많은 건설업(3100명)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중인 제조업(1500명) 등에서 증가폭이 컸다. 구직급여 수급자는 총 44만9000명으로 지난해 5월(39만4000명)보다 13.9% 증가했다. 구직급여 지급액도 4647억 원에서 6083억 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였던 올해 4월(5452억 원) 기록을 경신했다. 구직급여는 실직자가 재취업을 준비할 동안 고용보험에 따라 지원받는 돈으로, 실직 전 평균 급여의 50%가 90∼240일간 지급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최근 일자리 창출 목표치를 종전보다 줄이는 상황과 함께 고려하면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신욱균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의 증가폭(5만9000명)이 상실자 증가폭(3만8000명)보다 큰 점을 감안하면 경기 악화가 아닌 이직 활성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뇌사자와 가족의 결단으로 어렵사리 기증한 장기가 최근 5년간 100건 넘게 이식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선 고령화 여파로 뇌사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모두 평균 연령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이식 실패도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451명의 뇌사자가 콩팥과 간, 안구, 심장, 폐, 췌장(췌도) 등 총 9960건의 장기를 기증했다. 정부에 등록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3만4984명이다. 새 생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대기자 중 실제로 뇌사 장기를 기증받는 행운을 누리는 건 연간 17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뇌사 기증 장기 중 114건(1.1%)은 대기자에게 끝내 이식되지 못했다. 이처럼 이식되지 못한 장기는 2013년 6건에서 2016년 32건, 지난해 41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장기 이식 의술과 관리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식학계는 못 쓴 장기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고령화라고 보고 있다. 전체 뇌사 장기 기증자 중 50대 이상 비율은 2012년 40.8%에서 2016년 50.3%, 이식 수혜자 중 50대 이상의 비율은 같은 기간 49.7%에서 58.4%로 각각 높아졌다. 장기 기증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적출된 장기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5년간 콩팥 43건의 이식 실패 사유를 분석해보니 대다수는 콩팥에 미처 몰랐던 암이 퍼지거나 혈관이 막힌 상태였다. 폐기된 안구(41건) 중 상당수도 각막에 염증이 있는 등 문제가 있었다. 최근 5년간 50대 이상 기증자의 장기 중 이식되지 못한 비율은 5.9%로 40대 이하의 장기(3.5%)보다 높았다. 이식 수혜자가 고령이어도 고난도의 수술을 견딜 확률이 떨어진다. 지난해 한 고령의 간 이식 대기자는 수술을 준비하던 중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심박이 멎었다. 장기이식관리센터가 급히 다음 순번 대기자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적출된 장기는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변질된 상태였다. 정부는 뇌사 장기 기증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증자의 조건을 더 엄격하게 관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장기 상태가 다소 나빠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도 많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기증자와 이식 환자의 평균 연령이 더 높아질 때를 대비해 기증 장기 이송 체계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서 8일 둘째 아이를 분만할 예정이던 임신부 장모 씨(32)는 4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날부터 병원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직원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얘기였다. 새로 옮긴 병원에 낼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위해 제일병원을 찾은 장 씨는 “분만을 나흘 앞두고 처음 본 의사에게 아이를 맡기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 해 4500여 명이 분만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병원인 제일병원이 대규모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임신부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일병원지부는 4일 “지난달 직원들의 임금 15∼50%를 일방적으로 삭감한 경영진 전원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조합원 500여 명 중 필수 근무인력을 제외한 250여 명의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당장 이 병원에서 분만할 예정이었던 임신부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병원 측은 주말부터 진료를 앞둔 임신부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피치 못할 응급수술이 아니라면 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날 오후 병원을 찾은 임신부 김모 씨(30·임신 28주)는 “분만까지 쭉 같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요량으로 지난주에 제일병원으로 왔는데 또다시 병원을 옮겨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제일병원을 찾는 임신부 중엔 특히 35세 이상 고령임신과 이른둥이(미숙아) 등 고위험군이 많다. 출산이 코앞일 때 병원을 옮겨 의료진을 바꾸면 분만사고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 출산을 한 달 앞둔 김모 씨(36·임신 33주)는 “제일병원에서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해도 (일손이 부족해)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맡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밝혔다. 노사는 이날 두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삭감 철회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기홍 제일병원노조 사무장은 “경영진은 재정이 어려워 직원 임금을 깎는다면서도 새 건물을 지으려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된 근본 원인은 2012년 6800건이던 병원 내 분만이 2016년 4500건으로 줄어드는 등 신생아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제약사의 가격 인상 요구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간암 치료제 ‘리피오돌’이 10일부터 국내에 추가 공급된다. 리피오돌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 게르베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게르베코리아는 1일 대한간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등에 보낸 서한에서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르베코리아 측은 항공을 통해 늦어도 10일에는 추가 물량을 들여오기로 했다. 리피오돌은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 치료제이지만 최근 게르베코리아가 “값을 5배로 올려 달라”며 수입을 중단해 전국 병원에서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다만 게르베코리아는 “천연 양귀비 오일로 만드는 탓에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늘고 있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으로) 수입해 올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니 의료 현장에서 투약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의 배경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15년 9월 게르베그룹과 리피오돌 공급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해 3년 만에 수입량을 22배로 늘렸다. 지난해 국내 리피오돌 소비량은 3만 개였지만 중국은 무려 6만 개에 달했다. 올해 중국 수요량은 12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리피오돌 개당 가격도 30만 원 가까이 쳐준다. 반면 한국에선 개당 가격이 2012년 8740원에서 5만2560원으로 오른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값을 생산 원가 수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제 시세에 맞게 가격을 협상할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정부와 게르베코리아의 협상이 일러도 내년 초에야 종료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당분간 품귀 현상이 지속돼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국내 간암 환자들의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사진)이 대형병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독점 제약사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인 탓이다.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간암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리피오돌 재고량은 2, 3일 치에 불과하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다음 주에 리피오돌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리피오돌은 간의 암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해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주사제다. 암세포에 항암제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몸 안에 출혈이 있을 때 리피오돌을 주입해 출혈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간암 환자의 최대 90%가 이 치료를 받고 있다. 리피오돌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이 약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계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가 보건당국과 약값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자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리피오돌 하나의 가격은 5만2560원이다. 업체 측은 이 가격을 26만2000원으로 무려 5배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리피오돌 가격을 30만 원으로 올려주면서 업체 측은 중국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리피오돌의 대체재가 있지만 비용이 60만 원으로 비싼 데다 고름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어 일부 환자에게만 쓰인다. 병원들은 제약사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격을 원하는 만큼 안 올려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독점 제약사의 갑질이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무사안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 병원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는데 아직까지 가격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일본은 최근 2, 3년 안에 20만 원으로 약값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리피오돌 가격을 10만 원 선까지 올렸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리피오돌이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약품의 가격은 수입·제조사와 정부가 약값을 협상해 결정하는데 이때 국제 시세가 반영된다. 반면 퇴장방지 의약품은 생산 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정부가 가격을 정한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리피오돌을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빼고 약값 협상의 대상으로 전환해 국제 시세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체와 최대한 빨리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실내 흡연실을 잘 관리하면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1개비 분량의 유해물질을 완전히 빼내려면 최고 강도의 태풍(초속 44m 이상)급 환기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외부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陰壓) 격리실이라 해도 간접흡연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PC방이나 주점 등이 이런 시설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흡연실에 외부와 분리된 공기배출 시설을 갖춰도 간접흡연을 막을 수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토대로 “간접흡연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담배 없는 환경’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제31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이 같은 간접흡연의 폐해를 담은 슬로건 ‘흡연, 스스로를 죽이고 타인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담배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국내에서만 하루 159명꼴(2012년 기준)이고, 그중 일부는 비흡연자라는 뜻이다. 이날부터 방영될 새 금연광고에서는 담배를 살인자로 의인화해 묘사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 과장! 거기서 ‘우라’(당구에서 ‘뒤돌려 치기’의 속어)로….”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흡연실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 40대 남성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S당구장은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으로 가득했다. 당구장 안 공기는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5m²(약 1.5평) 남짓한 흡연실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주 A 씨는 “손님들이 드나들기 불편하다고 해 문을 떼어냈다”고 말했다.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3월 5일부터 금연구역이 됐지만 업주가 원하면 내부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집계해보니 전국 금연구역(PC방,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등) 내 흡연실은 4만2883곳이나 됐다. 흡연자 단체는 “거리에 설치된 흡연실이 40곳(서울 기준)에 불과하다”며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금연구역 안에도 이 같은 ‘히든 스모킹 존(숨은 흡연구역)’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 업소에 흡연자 손님을 빼앗기기도, 환기설비에 큰돈을 들이기도 싫은 업주들이 ‘기준 미달’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금연구역 내 흡연실은 △비흡연자가 다니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되고 △환풍기 등 환기설비를 완비하고 △탁자 등 영업용품 없이 재떨이만 둬야 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25∼29일 금연구역 내 흡연실 30곳을 취재한 결과 11곳이 이 같은 기준을 위반한 상태였다.#유형1. 활짝 열린 흡연실 종로구 S당구장처럼 흡연실 문을 아예 떼어낸 사례는 드물지만 문이 있으나 마나 한 흡연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25일 오후 7시경 종로구 A주점은 흡연실의 미닫이문이 닫히지 않게 맥주 통으로 막아두고 있었다. 업주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청소하려고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후 10시경 다시 찾았을 때도 이 문은 열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J주점 흡연실은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5cm가량 열려 있는 구조여서 문틈으로 계속 담배 연기가 새어나왔다.#유형2. 휴게실형 흡연실 흡연실에 각종 오락 및 편의 설비를 두는 것도 기준 위반이다. 흡연실을 사실상 영업장으로 활용하거나 흡연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종로구 J스크린골프장은 흡연실 내에 탁자와 소파뿐 아니라 정수기, 커피머신, 바둑판까지 두고 있었다. 강남구 M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선 드물게 흡연실을 두고 있다. 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환풍기를 여러 대 둔 덕에 담배 연기가 덜 새어나가는 편이었지만 벽에 걸어둔 TV에서 끊임없이 영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유형3. 복도 흡연실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복도, 계단은 흡연실로 쓸 수 없다. 비흡연자가 수시로 지나다닐 수 있어서다. 강남구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A주점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대신에 보란 듯이 입구 앞 복도에 재떨이를 두고 사실상 흡연실로 운영했다. 술집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것이다. V커피숍은 흡연실이 어딘지 묻는 손님들을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계단 한쪽엔 재떨이와 함께 쓰레기봉투 등 인화물질이 쌓여 있었다. 화재 시 대피로로 사용해야 할 비상계단이 화재를 일으킬 위험으로 가득한 셈이다. 현행법상 흡연실 시설기준을 어기면 처음엔 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17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물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시설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흡연실은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1995년 9월 이후로 단 1곳도 없다.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의 조치를 749건 내린 게 전부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단속원은 “과태료를 물린 전례가 없고 액수도 큰 편이어서 과태료 부과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실내 흡연실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폐쇄된 형태의 실내 흡연실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간접흡연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은 “지붕과 벽면이 절반 이상 개방된 야외에만 흡연구역을 설치하되 국가 금연 지원 서비스 안내문과 금연 홍보 문구를 반드시 내걸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서울시장 후보 전원이 공명선거와 선플(선한 댓글) 운동에 동참했다. ‘공명선거 선플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선플재단 선플달기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는 28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에서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및 서울시교육감 후보 총 12명이 공명선거 선플선언문에 서명을 마쳤다고 밝혔다. 선플달기운동본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와 함께 지방선거 후보들이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며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조성에 앞장설 것을 스스로 다짐하게 하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이날 서명엔 박원순(더불어민주당), 김문수(자유한국당), 안철수(바른미래당), 김종민(정의당), 김진숙(민중당), 인지연(대한애국당), 신지예(녹색당), 우인철(우리미래), 최태현(친박연대) 등 서울시장 후보 9명과 조희연, 조영달, 박선영 등 서울시교육감 후보 3명이 전원 참여했다. 선언문엔 △아름다운 말과 글, 행동으로 행복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앞장서 나가기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행위를 절대 하지 않기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기 △당선된 후에는 철저한 공약이행을 통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등이 포함됐다. 민병철 이사장은 “건전한 사이버 선거 문화 조성을 통해 유언비어와 악플(악성 댓글)을 근절하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선거가 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공정하고 선진화된 투명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플 서명에 참가한 후보 명단은 ‘공명선거 선플서명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 과장! 거기서 우라(당구에서 ‘뒤돌려치기’의 속어)로….”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흡연실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 40대 남성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S당구장은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으로 가득했다. 당구장 안 공기는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5㎡(약 1.5평) 남짓한 흡연실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주 A 씨는 “손님들이 드나들기 불편하다고 해 문을 떼어냈다”고 말했다.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3월 5일부터 금연구역이 됐지만 업주가 원하면 내부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집계해보니 전국 금연구역(PC방, 스크린골프장, 음식점 등) 내 흡연실은 4만2883곳이나 됐다. 흡연자 단체는 “거리에 설치된 흡연실이 40곳(서울 기준)에 불과하다”며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금연구역 안에도 이 같은 ‘히든 스모킹 존(숨은 흡연구역)’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업소에 흡연자 손님을 빼앗기기도, 환기설비에 큰 돈을 들이기도 싫은 업주들이 ‘기준 미달’의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금연구역 내 흡연실은 △비흡연자가 다니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밀폐되고 △환풍기 등 환기설비를 완비하고 △탁자 등 영업용품 없이 재떨이만 둬야 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25~29일 금연구역 내 흡연실 30곳을 취재한 결과 11곳이 이 같은 기준을 위반한 상태였다.#유형1. 활짝 열린 흡연실 종로구 S당구장처럼 흡연실 문을 아예 떼어내는 사례는 드물지만 문이 있으나 마나한 흡연실은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25일 오후 7시경 종로구 A주점은 흡연실의 미닫이문이 닫히지 않게 맥주통으로 막아두고 있었다. 업주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 청소하려고 열어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후 10시경 다시 찾았을 때도 이 문은 열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J주점 흡연실은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5㎝가량 열려있는 구조여서 문틈으로 계속 담배 연기가 새어나왔다.#유형2. 휴게실형 흡연실 흡연실에 각종 오락 및 편의 설비를 두는 것도 기준 위반이다. 흡연실을 사실상 영업장으로 활용하거나 흡연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종로구 J스크린골프장은 흡연실 내에 탁자와 소파뿐 아니라 정수기, 커피머신, 바둑판까지 두고 있었다. 강남구 M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선 드물게 흡연실을 두고 있다. 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환풍기를 여러 대 둔 덕에 담배 연기가 덜 새어나가는 편이었지만 벽에 걸어둔 TV에서 끊임없이 영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유형3. 복도 흡연실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복도, 계단은 흡연실로 쓸 수 없다. 비흡연자가 수시로 지나다닐 수 있어서다. 강남구의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A주점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대신 보란 듯이 입구 앞 복도에 재떨이를 두고 사실상 흡연실로 운영했다. 술집을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것이다. V커피숍은 흡연실이 어딘지 묻는 손님들을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계단 한 쪽엔 재떨이와 함께 쓰레기봉투 등 인화물질이 쌓여 있었다. 화재 시 대피로로 사용해야 할 비상계단이 화재를 일으킬 위험으로 가득한 셈이다. 현행법상 흡연실 시설기준을 어기면 처음엔 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다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17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물리도록 돼있다. 하지만 시설기준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흡연실은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1995년 9월 이후로 단 1곳도 없다.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의 조치를 749건 내린 게 전부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단속원은 “과태료를 물린 전례가 없고 액수도 큰 편이어서 과태료 부과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실내 흡연실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폐쇄된 형태의 실내 흡연실은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간접흡연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은 “지붕과 벽면이 절반 이상 개방된 야외에만 흡연구역을 설치하되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안내문과 금연 홍보 문구를 반드시 내걸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태풍급 환기로도 흡연실 연기 못 막아” ▼실내 흡연실을 잘 관리하면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1개비 분량의 유해물질을 완전히 빼내려면 최고 강도의 태풍(초속 44m 이상)급 환기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외부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음압(陰壓) 격리실이라 해도 간접흡연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PC방이나 주점 등이 이런 시설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흡연실에 외부와 분리된 공기배출 시설을 갖춰도 간접흡연을 막을 수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토대로 “간접흡연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담배 없는 환경’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다수의 흡연자가 담배를 피운 뒤 연기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장 흡연실에서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환기설비가 아무리 강력해도 연기 유출을 막을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 환경건강연구소는 2003년 실험 결과 흡연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흡연실 내부 공기가 최대 10%씩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제31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이 같은 간접흡연의 폐해를 담은 슬로건 ‘흡연, 스스로를 죽이고 타인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를 발표할 예정이다. 담배로 인해 숨지는 사람이 국내에서만 하루 159명꼴(2012년 기준)이고, 그 중 일부는 비흡연자라는 뜻이다. 이날부터 방영될 새 금연광고에서는 담배를 살인자로 의인화해 묘사했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 추세에 맞춰 장기적으로 실내 흡연실을 모두 없앨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이르면 내년부터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숨지면 원청 사업주가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해진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31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주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 원이다. 새 법안은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원청 사업주에게 최소 1년에서 최대 7년의 징역을 선고하거나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았다. 부상자만 나와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사업주는 최장 200시간의 안전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건 28년 만이다. 이 법은 1981년 만들어진 뒤 1990년 단 한 차례 전면 개정됐다. 목표는 현재 연간 1900명 안팎인 산재 사망자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은과 납 등 몸에 해로운 12종을 쓰는 제조 작업의 하도급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린다. 음식배달원이나 퀵서비스 기사에겐 보호구를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에게도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콜센터 상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이나 괴롭힘에 시달리면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가 업무를 일정 시간 중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 밖에 근로자가 산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피하거나 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을 경우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새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새 법이 근로 현장에 도입된다. 재계는 처벌 조항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의 산재 사망에 따른 징역형(1∼7년) 조항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고용부에 전달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해 5월 29일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념하는 첫 ‘환자안전일’이다. 8년 전 이날 투약 오류로 숨진 백혈병 환자 정종현 군(당시 9세)을 기리고 환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날이 기념일이 되도록 묵묵히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45·여)와 이상일 대한환자안전학회 부회장(58)이다. 이 이사는 2007년 환자단체에 가입해 환자의 권익을 높이자는 캠페인에 앞장섰다. 환자들이 울분을 토로하는 ‘환자샤우팅카페’도 매월 열었다. 이런 활동을 계기로 백혈병 완치자를 공무원으로 뽑지 않았던 제도가 개선됐다. 이 부회장은 환자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저조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분야를 활발히 연구했다. 관련 학회를 세우고 2015년 환자안전법을 제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이 이사와 이 부회장 등 5명에게 환자안전 장관 표창을 수여하고, 신응진 순천향대 부천병원장(54) 등 16명에게 환자안전 장관상을 시상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37만5000원 미만인 노인은 9월부터 인상되는 기초연금 월 25만 원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였던 노인 중 약 10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 2014년 7월 시행된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최고 20만 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 5월 현재는 20만9960원)을 주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 494만3726명 중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배(31만4940원) 이상인 35만5666명(7.2%)은 월 20만9960원인 기초연금 중 일부(최대 10만4980원)가 삭감된 금액을 받고 있다. 하지만 9월 기초연금이 월 25만 원으로 인상되면 삭감 대상이 되는 국민연금 수령액 기준도 월 37만5000원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31만4940∼37만4999원인 노인은 한 푼도 깎이지 않은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해당 구간의 노인은 10만 명으로 추산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일부 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용 방사선은 괜찮은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핵의학 전문가들은 약한 방사선도 자주 쬐면 장기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젊은층은 검사 전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52.3%는 최근 2년 내 암 검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유방암이나 폐암 등의 검진 시 CT나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상당량의 방사선 피폭을 동반하는 검사가 이뤄진다. 암 세포를 일찍 찾아내려는 검진이 자칫 없던 암을 생겨나게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수형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장이 2013년 전국 검진기관 296곳의 검진 항목을 조사해 보니 개인종합검진 프로그램 1회당 방사선 노출량은 2.5mSv(밀리시버트)였다. 방사선 피폭량이 많은 고선량 CT를 주로 쓰는 검진기관에선 1회당 노출량이 최대 40.1mSv나 됐다. 한국인이 한 해에 쬐는 방사선량은 평균 3.6mSv로 알려져 있다. 검진을 한 번만 받아도 한 해 치의 11배에 해당하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셈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의료용 방사선 100mSv에 노출될 때마다 50년 내에 암이 발생할 위험은 0.5%포인트 증가한다. 10mSv의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선 앞선 연구에 비춰 암 발생률을 0.05%포인트 높인다고 추정한다. 한국인의 평생 암 발병률이 평균 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회 10mSv인 방사선 검사를 100회 받은 사람의 암 발병률은 35%로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40대 이하 젊은층일수록 주의가 요구된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거나 암에 취약한 유전자를 지녔다고 확인된 경우에만 방사선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은 가급적 방사선 검사 횟수를 줄이고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등 다른 검사를 택하는 게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의 우군(友軍)인 노총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민노총은 너무 고집불통”이라며 국회에서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처리를 공언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를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겨 달라는 양대 노총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이에 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 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지 4개월 만에 강경 투쟁으로 돌아섰다.○ “8개월 끈 최저임금위에 다시 못 넘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두고 22일 새벽까지 밤샘토론을 이어갔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주요 쟁점은 매월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성 임금(정기 상여금)과 숙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란 최저임금에 편입하는 임금 항목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기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는 산입범위 확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그럼에도 양대 노총이 다시 산입범위 논의를 최저임금위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달 중순까지 국회 환노위원장을 맡은 홍 원내대표는 더 이상 논의를 공전시킬 수 없다며 국회에서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22일 0시경 국회 환노위 회의실 복도에서 김경자 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최저임금위로 논의를 넘겨주면 6월 안에 논의를 끝낼 수 있다”고 말하자 홍 원내대표는 “8개월 동안 논의를 끌어놓고 지금 와서 논의할 시간을 또 달라는 거냐”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논의를 무산시키기 위한 지연작전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김 부위원장이 “너희(노동계)는 할 수 없고 우리(국회)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언성을 높이자 홍 원내대표는 “민노총은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 모른다”고 맞받아쳤다. 홍 원내대표는 1990년 대우그룹 노조 사무처장과 대기업 노조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노동계 출신이다. 환노위는 24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기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한 상태다. 반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간사인 정의당 이정민 의원은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결국 24일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표결 처리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합의가 안 될 경우) 표결도 할 수 있다”며 “19대 국회 때도 표결은 아니지만 2, 3명 정도 반대해 이를 소수의견으로 기재하고 처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끼리도 의견 충돌 현재 양대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의 입장도 엇갈리면서 논의는 한층 복잡한 상황이다. 경총은 22일 새벽 긴급 보도자료를 내 “정기 상여금은 노조가 없는 기업의 경우 회사가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월로) 변경하는 게 가능하지만 노조가 있는 기업은 단체협약 개정을 위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산입범위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국회 논의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목표는 다르지만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양대 노총과 손을 잡겠다는 것이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심의위 공익위원 대부분이 친노동계 인사임을 감안해 최저임금위에서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상여금이 적은 대신 숙식비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부담이 더 큰 상황이어서 이를 반영한 국회 논의 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것이다. 민노총은 이날 “앞으로 노동 현안을 투쟁으로 쟁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23일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김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