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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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12~2025-12-12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바흐가 가야금을 만난다면?

    가야금과 생황 등 전통 악기로 서양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 어떤 느낌이 날까. 프랑스인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수원대 교수)가 이 느낌을 들려주는 연주회를 연다. 그는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바로크에서 현대곡까지 직접 편곡한 작품을 가야금, 생황과 함께 연주한다. “아는 작품들을 새롭게 들리도록 하는 데 예전부터 기쁨을 느껴 왔어요. 한국의 국악기와 함께 이 곡들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17세기 작곡가 요한 쇼프의 ‘눈물의 파반’에선 가야금, 브리튼의 ‘눈물’에선 가야금 생황, 바흐의 칸타타 ‘제가 어디로 달아나리까’ 아리아와 라모의 환상곡에선 생황 가야금 첼로가 함께한다. 가야금 연주자 이화영, 생황 연주자 김효영이 출연한다. 부인인 첼리스트 박노을과는 라모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모음곡’에서 둘만의 호흡을 맞춘다.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음악을 연주하면서 이화영, 김효영 씨를 알게 됐죠. 두 분을 통해 국악기의 매력을 알았고, 옛 서양 음악을 이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슈만 같은 낭만주의 곡이라면 이상하겠지만 바로크나 현대곡이라면 어울리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편곡할 작품으로는 ‘기법적으로 세밀하지만 자유로움이 깃든 곡들’을 선택했다. ‘자유’의 공간에 국악기가 숨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가야금의 경우 왼손을 깊이 눌러 음높이를 세밀하게 변화시키는 ‘농현(弄絃)’이 양악기와 다른 색깔을 빚어낸다. 그는 “농현 등 국악기 고유의 특징을 물론 사용한다. 재미있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연주자와도 편곡의 세부를 상의하며 더 좋은 결과를 낳고자 노력했다. “학창 시절부터 편곡을 좋아했어요. 비올라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비해 레퍼토리가 좁아서, 다른 악기를 위해 쓰인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가 쇼스타코비치의 4중주곡을 비올라 독주와 체임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 작품도 이달 화음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선보인다. 그는 파리에서 자라난 ‘파리지앵’이다. 독일 유학 중 부인을 만났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교향악단 비올라 수석으로 재직하다 2008년 안식년을 맞아 함께 서울에 왔고, 한국에서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따뜻함이 좋다고 했다. 그는 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가 모임 ‘라 메르 에 릴’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회원들과 함께 독도에도 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상륙이 꽤 힘들었죠. 거의 수직의 절벽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전석 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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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니체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국내 초연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경쟁과 반목, 피의 역사를 그린 도니체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이 국내 초연한다. 22∼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19세기 ‘벨칸토’ 오페라 거장 도니체티가 영국 왕조사를 담아 만든 ‘튜더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도니체티가 38세 때인 1835년 발표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튜더 3부작’의 첫 작품 ‘안나 볼레나(앤 불린)’를 2015년 초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스코틀랜드 여왕이었던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반역죄로 성에 갇혀 있는 몸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타는 그를 정치적 경쟁자를 넘어 사랑하는 남성 로베르토와의 관계에서도 연적이라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선처를 부탁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엘리자베타는 마리아에게 비난과 모욕을 퍼붓는다. 이에 마리아도 발끈해 엘리자베타에게 ‘영국의 왕좌를 더럽힌 비열한 사생아’라는 치욕스러운 말로 되갚는다. 결국 엘리자베타는 사형집행서에 서명을 하고, 마리아는 그의 죽음을 알리는 대포 소리를 듣게 되는데…. 타이틀 롤인 비운의 여왕 마리아 스투아르다 역에 소프라노 강혜명 이다미, 숙명의 라이벌 엘리자베타 여왕 역에 소프라노 고현아 오희진, 두 여인의 사랑을 받는 로베르토 역에 테너 신상근 이재식이 출연한다. 양진모 지휘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베르디 ‘돈 카를로’, 도니체티 ‘돈 파스콸레’ 등에서 역량을 증명해온 이회수 연출가가 연출을 맡는다. 공연은 22일 오후 7시 반, 23일 오후 3시·7시 반, 24일 오후 5시에 열린다. 3만∼1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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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봉 하나로 100인을 휘어잡은 최초의 여성

    “(음악가들을) 컨트롤하고 싶은 건가?” 지휘는 오랫동안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영화 속 남성 지휘자 카를 무크의 말에서 보듯 수십 명에서 100명 넘는 타인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는 행위가 여성에게 적당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14일 개봉하는 네덜란드 영화 ‘더 컨덕터’(마리아 피터르스 감독)는 금단의 자리에 발을 디뎠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1902∼1989)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브리코는 버클리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했으며 뉴욕 필, 베를린 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였다. 영화 속의 브리코(크리스타너 더브라윈)는 여성 지휘자를 향한 수많은 편견과 맞선다. 그가 사랑한 남자도 ‘내 신부 안토니아’를 원할 뿐 지휘자의 배우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연인의 의지를 꺾기 위해 책략을 꾸민다. 영화 말미의 자막은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머폰이 선정한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나 음악감독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세계 50대 지휘자 중에 여성은 없다’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의 포디엄(지휘대)에 오르는 여성의 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강요형’에서 ‘설득·화합형’으로 이상적 지휘자상이 바뀌고 있는 것도 이유다. 미국의 마린 올솝(63)은 2007년부터 미국 명문 오케스트라인 볼티모어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성공적인 임기를 보내고 있다. 호주인 시몬 영(58)은 2013년 독일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교향곡 전집을 발매해 호평을 받았다. 2021년엔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서 처음 바그너 오페라를 지휘하는 여성 지휘자가 될 예정이다. 지휘 명문 국가로 이름 높은 핀란드의 대표 악단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여성인 수산나 멜키(50)가 이끌고 있다. 캐나다의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48)은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로도 명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성시연(44)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와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거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맹활약 중이다. 영화 ‘컨덕터’는 줄곧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구성했지만 많은 부분은 상상에 기초한다. 여성 지휘자를 넘어 ‘여성 전문 직업인’에 대한 영화 속 1920, 30년대의 사회적 편견은 종종 과도한 설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불편하다면 이런 ‘사실’들은 어떨까. 러시아 출신 영국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는 2013년 인터뷰에서 “지휘대 위의 예쁜 여성은 연주자들이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가 철회하느라 진땀을 뺐다. 3년 뒤엔 러시아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의 본질은 힘이다. 여성은 힘이 떨어진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브리코는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우며 1970년대까지 활동했지만 오늘날 그의 이름이 표지에 실린 음반은 목록에 남아 있지 않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지휘자 장한나’를 만날 수 있다. 신동 첼리스트를 지나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한나는 이 오케스트라 첫 내한공연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임동혁 협연) 등을 지휘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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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은 슈베르트의 계절”… 피아니스트 김태형 세 차례 공연

    “슈베르트 음악은 무대 위에서 강한 힘으로 저를 이끕니다. 저는 그저 그 안에 잠기고, 그 음악을 표현해 내기보다는 그 음악이 저를 통해서 노래합니다.” 지난해 경희대 음대 교수가 된 피아니스트 김태형(34)이 11월을 슈베르트로 수놓는다.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의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에서 7, 14, 28일 세 차례 ‘김태형, 슈베르트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른다. 28일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베이스 장세종과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협연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11월이야말로 슈베르트를 듣기 가장 적절한 계절”이라고 말했다. 김태형은 2015년 ‘위대한 예술가의 편지―슈베르트, 고독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연기와 낭독을 곁들인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험은 생생하고도 즐거웠다. 하지만 4년 전에 비한다면 지금은 슈베르트가 나를 통해 노래하는 순간을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7일 연주곡은 소나타 13번 A장조와 ‘악흥의 순간’ D 780 등. 14일에는 즉흥곡 D 935와 ‘방랑자 환상곡’에 이어 리스트가 피아노 솔로용으로 편곡한 슈베르트 가곡들을 연주한다. 마지막 날 가곡집 ‘겨울 나그네’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는 셈이다. 김태형은 “슈베르트 가곡에서 피아니스트의 역할은 짧은 몇 마디 전주만으로 곡의 성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는, 지독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성악가가 단어의 의미를 노래한다면, 피아니스트는 그 단어를 더욱 의미 있게, 아픈 데서는 더 아리고 슬픈 화음으로 표현해줘야 합니다. 정말 예민해야만 하죠.” 그는 “만약 내가 작곡을 했다면 쓰고 싶었을 것 같은 작품들이 슈베르트 곡들이다. 그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와 함께 3중주단 ‘트리오 가온’ 활동도 펼치고 있다. 12월에는 독일에서 네 차례의 트리오 가온 콘서트를 연다. ‘슈베르트로 가는 길’ 무대는 3일 모두 오후 8시에 열린다. 4만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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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知音’ 핀란드 두 거장 첼로-피아노의 환상호흡

    음악 강국 핀란드를 대표하는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77)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73)가 작곡가 류재준의 첼로 소나타를 서울에서 연주한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 일환으로 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낙엽이 지다’ 듀오 콘서트다. 노라스와 고토니는 헬싱키음악원 동문이자 20대부터 50년 이상 화음을 맞춰온 지음(知音). 핀란드 작곡가 아울리스 살리넨의 실내악 앨범을 비롯한 음반들에서도 정교한 호흡을 선보인 바 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류재준의 첼로 소나타 2번은 그가 림프종 진단을 받은 뒤 지난해 투병의 고통 속에서 작곡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노라스와 고토니에게 헌정했으며 두 사람은 헬싱키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이 소나타를 소개해왔다. 류재준의 작품을 자주 연주해 온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이 작품이 “풍부한 선법(旋法)과 대위법을 갖춘 신고전주의적인 작품으로 청중과 연주자 모두에게 큰 흥미를 주며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이 작품 말고도 베토벤의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야나체크의 첼로 소나타 ‘동화’를 연주한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는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JCC아트센터 등에서 열린다. 5일 오후 8시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플루티스트 조성현,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피아니스트 허원숙,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 등이 참여하는 실내악 콘서트 ‘겨울 문턱에서’가 무대에 오른다. 2만∼5만 원. 홈페이지 참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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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이라서…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녀는 많다. 소년은 적다. 그러나 소년들보다 더 적은 수의 소녀들이 직업 음악가가 된다. 지나간 시대에는 더했다. 피아노 앞의 소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저자도 그중 하나였다. 어릴 때 아버지가 데리고 간 재즈 트리오 연주에 매혹됐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 친구들도 그의 피아노 솜씨에 매혹됐다. 그에게 음악의 열정을 부여한 것은 ‘즉흥연주’였다. 유행가 악보집을 마음대로 변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재즈 라이브 밴드들을 눈여겨보았지만 여성 피아니스트는, 없었다. 열아홉 살 때 콩쿠르에서 쇼팽의 ‘혁명’ 연습곡을 완전히 망친 뒤 그는 음악사(士) 학위를 받는 데서 더 나아가지 않기로 한다. 출판 편집자로 살던 그가 다시 피아노를 돌아보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졸업 20주년 동창회였다. 친구들은 복사해 붙이듯 “너 아직 피아노 치니”라고 물으며 그의 멋진 연주를 회상했다. 이 저자가 일찍이 피아니스트가 됐다면 훌륭한 작가 하나가 사라질 뻔했다. “바흐의 2성 인벤션에는 조화와 합의가 있다. 존 매켄로(코트의 악동)보다는 비에른 보리에 가까운 셈이다” “여자애들의 어느 파벌 멤버도 아니었으니, 사교계의 스위스였다” 같은 센스 넘치는 문장들이 한 가지 증거다. 도발과 소심함을 오가는 내면이 가끔씩 날을 세우는 문장들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성과 피아노에 대한 사회학’으로서도 이 책은 의미가 크다. 모차르트의 누나 아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지만, 성장한 뒤 그의 아버지는 ‘성인 여자가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수치’라고 여겨 활동을 금했다. 슈만의 아내이자 유명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도 딸들에게 콘서트 대신 교습 활동을 격려했다. 1850년부터 60년간 영국 인구가 3분의 2 증가하는 동안 피아노 생산은 세 배로 늘었다. 피아노 연주는 규수들의 필수 교양으로 치부됐다. ‘에마’를 비롯한 제인 오스틴 작품의 주인공들도 그렇다. 이들이 가진 ‘완벽한 결혼에의 환상’은 저자에게 지긋지긋하다. 동창회에서 자기를 돌아본 저자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어릴 때 무섭게만 느껴졌던 할머니 앨리스의 삶을 찾아보는 일이다. 앨리스는 전(全) 스코틀랜드 성악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성악가였지만 피아노에 능숙했고 큰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노동계급 출신 소녀가 음악적 재능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당대의 ‘성공 신화’에 없었다. 결혼은 앨리스의 삶을 고립된 영역에 가뒀다. “나도, 할머니 앨리스도 위기에 대한 대응은 가능성을 여는 것이 아닌,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이제 저자는 아마추어 재즈 앙상블의 일원이다. 소망이었던 ‘자기 목소리를 가진 음악인’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 ‘찰리 브라운’으로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의 ‘슈뢰더’처럼 음악을 통한 몰입은 그의 행복에 중요한 성분으로 자리 잡았다. “먼 길을 돌아왔다. 내가 10대 때의 기술을 가지거나 자주 연주하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늘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로 생각할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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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클래식 미래 밝힐 19명의 샛별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포스코 협찬, 중앙대 후원으로 열린 제59회 동아음악콩쿠르 시상식이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부문별 격년제로 열리는 이 콩쿠르는 올해 8개 부문에 308명이 참가했다. 중앙대 중앙문화예술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1, 2차 예선을 거쳐 29명이 본선에 올랐다. 이 중 19명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1위 입상자 중 피아노 부문 1위인 노희성 씨(21·서울대 3년)는 한인하기념상과 클래식소나타상을 함께 받았다. 클래식소나타상은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가 기탁한 기금으로 피아노 2차 예선에서 클래식(고전주의)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상이다. 노 씨는 “준비에 긴 시간을 들이지 못했고 과제곡들의 무게감이 컸지만, 작곡자의 의도와 나만의 해석을 함께 전달하려 생각을 많이 한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여자 성악 1위인 박서호 씨(25·서울대 4년)는 정훈모기념상을, 남자 성악 1위 윤서준 씨(26·경희대 졸업)는 이인범기념상을 받았다. 로뎀우드윈드상은 오보에 1위 이유진 씨(19·서울대 1년)에게 돌아갔다. 바순 1위에게 주어지는 이종오바순상은 올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1일 오후 6시부터 동아음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평은 다음 주에 게재되며 본선 연주 동영상은 18일부터 유료로 서비스한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작곡 △1위 장래황(26·한양대 대학원) △3위 백성태(22·서울대 3년) ▽여자 성악 △1위 박서호 △2위 이민서(20·서울대 2년) △3위 한예원(21·서울대 3년) ∇남자 성악 △1위 윤서준 △2위 정현우(23·연세대 졸업) △3위 박사무엘(27·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 ▽피아노 △1위 노희성 △2위 문성우(19·서울대 1년) ▽오보에 △1위 이유진 △2위 최나은(21·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3위 전세라(17·서울예고 2년) ▽클라리넷 △1위 남형준(20·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2위 곽신우(20·한국예술종합학교 1년) ▽플루트 △2위 조은비(23·서울대 3년) △3위 한예지(27·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 ▽바순 △2위 김민주(20·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3위 김우아(20·서울대 2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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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센터 인천’ 1주년 간담회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획공연 60여 회로 늘릴 것”

    “놀라운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공연장입니다.”(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자) “소리가 크리스털처럼 맑으면서도 따뜻하게 전달되는 연주 홀입니다.”(임선혜 소프라노) 바다와 어울린 멋진 경관과 아름다운 음향으로 첫해부터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아트센터 인천’이 1주년을 맞는다. 아트센터 인천은 30일 서울 중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개관 1주년 간담회를 갖고 2020년 공연계획과 앞으로의 비전을 공개했다. 아트센터 인천은 지난해 11월 16일 1727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연 뒤 올해 40여 회의 기획공연을 개최했다. 내년에는 기획공연을 60여 회로 늘린다. 2020년 3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가 피아노와 지휘를 맡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으로 시작해 5월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가 협연하는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7월 파비오 비온디 지휘 에우로파 갈란테 공연 등 굵직한 독자 초청 공연들을 마련한다. 시즌 상세 일정은 11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학규 운영단장은 “올해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하이든 ‘천지창조’ 공연, 레자르 플로리상의 헨델 ‘메시아’ 공연 등에서 바로크 음악에 적합한 아트센터 인천의 음향이 찬사를 받았다”며 “바로크 합주나 중소형 규모의 관현악에 어울리는 공간의 특징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연 공연기획팀장은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및 바로크 현악거장 타르티니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마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트센터 인천은 바다가 보이는 ‘낙조 뷰(view)’ 명소로도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 1439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와 1만5145m² 규모의 전시장도 조성해 기존 콘서트홀과 함께 ‘지휘자의 양손’ 모양을 상징한 멋진 경관을 이루게 된다.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오페라하우스와 전시장은 기반공사가 이미 마무리돼 공사를 시작하면 2년 이내 완공이 가능하다. 아트센터 인천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완성하기 위해 재원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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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계의 교육현장에서 찾은 미래 학습법

    18세기의 산업혁명은 수많은 육체노동자의 일자리를 가져갔지만 이후 더 많은 사무직 일자리가 생겨났다. 교육의 발전이 이에 맞춤한 인력을 제공했다. 오늘날엔 많은 지적 노동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현재의 교육체계는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기 적합한 도구인가. 저자는 미국과 유럽과 아시아 곳곳의 신개념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며 공부하는 미국 새너제이의 페르자 초등학교,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성취를 독려하는 영국 킹 솔로몬 아카데미, 프랑스의 정보기술(IT) 인재 전문교육기관 에콜42, 학생들의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 케임브리지의 와일드 로즈 몬테소리 등을 돌아본다. 각 학교의 철학에 밑받침이 되는 근거와 이론들도 꼼꼼히 점검한다. 책 후반부에서 저자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20세기 후반 정보통신의 혁명은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도구에 불과했다. 100년 전 에디슨도 ‘활동사진은 교육 체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1세기에는 ‘1만 시간 법칙’이 강조됐지만 창의 없는 1만 시간은 앞선 1%를 쫓아가는 99%만 양산했다. 1만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흥미와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교사의 중요성이 있다. 교사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첫 보고는 실망스럽다. 세계 각종 교육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학생들은 지쳐 있었고 교사들도 그랬다. “한국 학생들은 그들의 학교 제도 ‘덕분’이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뒀고, 그 배경에 학원이라는 비밀 병기가 있었다.” 저자는 파주에 있는 한 교육 네트워크에서 미래의 비전을 본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핀란드나 미국의 여러 학교처럼 자발적으로 문제의 해답을 모색한다. 그런 이상은 한국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발로 뛰어 찾아낸 세계의 특징 있는 학교들은 저마다의 창의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기존의 한계 내에서 이뤄진 자율형 교육마저 다시 획일화하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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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시간 동안 24회 릴레이 콘서트 “하루에 모든 것을 보여 드립니다”

    ‘더하우스콘서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박창수가 지난해에 이어 만 하루 동안 24회의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11월 1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서울 강남구 율하우스에서 매 시간 정시에 공연을 시작한다. 제목은 지난해처럼 ‘Why should? Why shouldn‘t?(왜 해야 하지? 왜 안 되지?)’이지만 ‘시즌2’가 붙었다. “처음 철학 하는 친구에게 계획을 말했더니 ‘왜 하는데?’ 하더군요. 역시 철학을 하는 다른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왜 안 되는데?’ 해요. 제목으로 써 보자, 싶었죠.” 그는 ‘이런 색다른 시도도 있구나’라는 정도로 보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했다. 뜨끔했다. “24명이나 되는 여러 장르의 연주가를 하루에 보여줄 콘텐츠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공연에는 해금 연주자 강은일, 대금 연주자 차승민,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하피스트 이기화, 전자음악가 최강희, 장난감 피아노 연주자 차혜리 등 다양한 음악가가 그와 호흡을 맞춘다. 겐타로 구지라이 등 일본 부토(舞蹈) 무용가들도 출연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프리(free) 뮤직’으로 정의되는 박창수의 음악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렇죠. 한 번 스케일(음계를 죽 훑는 것)을 연주하다가 우연히 틀리면 그 다음엔 옥타브를 옮겨 일부러 같은 데서 틀려요. 즉흥적으로 규칙이,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런 식으로 큰 그림들이 생겨납니다.” 하루 꼬박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엔 열 시간 동안 관람한 관객이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전체 공연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길 원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연은 유튜브 더하우스콘서트 채널로 공개된다. 그는 2002년 서울 연희동 자택을 시작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닥에 앉아 듣는 ‘더하우스콘서트’를 이어오고 있다. 2013년엔 전국에서 동시다발 공연을 여는 ‘원데이 페스티벌’을 열고 이듬해엔 한중일 세 나라에서 100개 가까운 공연을 하루에 펼쳤다. 2015년엔 27개국에서 한 달 동안 400여 개 공연을 펼치는 ‘원 먼스 페스티벌’로 커졌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잔뼈가 굵은 강선애 매니저 등 세 매니저의 헌신이 큰 자산이라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는 음악가로서의 본업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향후 기획은 매니저들의 새 감각으로 이어갈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3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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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처럼 자유로워 길들일 수 없는 사랑이여…

    “카르멘은 습기와 우울을 날려버리는 태양의 오페라다. 풍요롭고 정밀하며, 건축적으로 완벽하다.”(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철학자도 돌아 세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사라사테가 바이올린 곡 ‘카르멘 환상곡’으로 편곡해 현악 애호가들까지 사로잡았고, 오페라 초보자마저 처음 보는 순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수상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프랑스 음악극의 대명사 ‘카르멘’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팜 파탈’의 대명사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잘생기고 순진한 부사관 돈 호세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이 오페라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화려한 리듬이 지중해의 햇살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유럽 전역의 오페라극장에서 천재 무대 디자이너로 인정받아온 자코모 안드리코가 무대를 안달루시아 특유의 눈부신 하얀색 회벽으로 장식한다. 2016년 이탈리아 남부 카타니아의 고대극장에서 벨리니 ‘노르마’를 전석 매진시킨 잔도메니코 바카리가 연출을 맡는다. 배경은 19세기 초 세비야. 고향 처녀 미카엘라와 결혼 얘기가 오가던 부사관 돈 호세는 담배공장 여공인 카르멘에게 마음을 빼앗겨 탈영을 저지르고, 산적의 무리에 끼어든다. 그러나 ‘사랑은 새처럼 자유로워 길들일 수 없다’고 노래하는 카르멘의 마음은 이내 돈 호세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는데…. 집시 여인 카르멘 역에는 밀라노 스칼라극장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현역 최고의 카르멘을 선보이고 있는 주세피나 피운티가 국내 정상의 메조소프라노 추희명과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순진남 돈 호세 역은 2015년 전 유럽 영화관에서 상영한 ‘카르멘’ 실황 영상으로 가창력과 연기력이 함께 증명된 잔카를로 몬살베, 베로나 야외오페라 등에서 호평을 받은 다리오 디 비에트리가 맡는다. 돈 호세의 고향 연인 미카엘라는 소프라노 김은희 황진아, ‘투우사의 노래’로 2막의 ‘신스틸러’가 되는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과 우주호가 출연한다. ‘카르멘’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스페인 춤곡들이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쿠바에서 역수입된 ‘하바네라’, 건조한 공기가 묻어나는 ‘세기디야’, 투우사들의 입장을 수놓는 ‘파도소블레’ 등 스페인 춤을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혜경 오픈 시어터 대표가 안무와 감독을 맡아 선보인다. 오늘날 오페라 음반계를 안토니오 파파노와 양분하고 있는 거장 알베르토 베로네시가 지휘봉을 든다. 그는 볼로냐 코무날레 극장 예술감독과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대표를 맡고 있다.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푸치니 ‘에드가’, 조르다노 ‘페도라’, 마스카니 ‘친구 프리츠’ 등의 오페라 전곡반을 발매해 왔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11월 15일 오후 8시, 16일 오후 7시, 17일 오후 5시. 3만∼2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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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오페라의 진수를 느껴보세요”

    한 오페라, 남자 주인공 한 사람. 그와 사랑을 나누는, 인형(人形)과 죽어가는 여인, 그리고 간교한 여인. 19세기 프랑스 음악극의 대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최후의 걸작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10월 2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펜바흐는 춤이 많이 들어가는 가벼운 오페라 ‘오페레타’로 인기를 끌었지만 마지막 작품인 ‘호프만의 이야기’에서는 장대한 영웅극 ‘그랑 오페라’나 낭만적인 ‘리릭 오페라’ 등 당대 프랑스인이 탐닉한 모든 음악극의 요소를 집어넣었다. 독일 낭만주의 문호 E T A 호프만의 환상적인 단편 줄거리를 각각의 막에 사용했다. 이번 공연에는 2018년 국립오페라단의 마스네 ‘마농’의 성공을 이끈 제작팀이 다시 모였다. 지휘자 제바스티안 랑레싱, 연출가 뱅상 부사르를 비롯해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까지 프랑스 오페라에 특화된 팀이다. 남성들은 턱시도, 여성들은 한복 이미지를 차용한 드레스를 입고 나와 묘한 대비를 준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작곡가 사후에 완성됐고 공연 때마다 수정 개작을 거듭해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이번 공연에는 5막 끝부분에 출연진과 합창이 어우러져 ‘인간은 사랑으로 성장하고 시련으로 더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고조시키는 버전을 택했다.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가 부사르는 “세 여주인공은 각기 재능 있는 여인, 현모양처, 매혹적 여인이기를 강요하는 당대 사회의 억압에 희생되는 인물”이라며 이 여인들의 다른 듯 같은 모습에 연출의 포인트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주인공 호프만 역에 테너 장프랑수아 보라스와 국윤종, 세 여주인공 역에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윤상아, 막마다 이름과 모습을 바꾸는 바리톤 악역에 양준모, 호프만의 친구 니클라우스 역에 메조 김정미가 출연한다. 한편 이달 1일 취임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국립오페라단 역량 강화를 위해 시즌제 예술감독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즌제 예술감독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예술감독은 행정과 경영에 전념하고, 작품 제작은 시즌마다 위촉되는 예술감독이 책임지게 된다. 새 체제로 운영되는 국립오페라단의 첫 시즌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다. ‘호프만의 이야기’ 공연은 24, 25일 오후 7시 반, 26, 2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1만∼1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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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고 아름다운 소리, 남성도 낼 수 있죠”

    “카운터테너의 소리는 남성 누구나 훈련을 통해 낼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조화로운 소리입니다.” 20년 만에 만난 ‘국내 제1호 카운터테너’ 이철수 씨(64)는 책을 들고 있었다. 1996년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우리나라에 카운터테너의 고유한 매력을 처음 알렸던 그가 최근 카운터테너의 역사와 발성법, 대표 가수,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카운터테너의 부활’(책과나무·187쪽·1만8000원)을 펴냈다. 직접 작곡한 카운터테너 곡 두 곡도 실었다. 카운터테너란 여성의 소리로 여겨져 온 높은 소리를 남성이 노래하는 것을 뜻한다. 20세기 초까지 명맥이 이어진 거세(去勢) 가수 ‘카스트라토’와는 다르다. “파리넬리로 대표된 카스트라토가 쾌락과 황홀을 가져오는 ‘디오니소스적’ 성격이었다면, 카운터테너는 절제를 덕목으로 하는 ‘아폴론적’이고 지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유럽에서 깊이를 인정받는 카운터테너가, 우리나라에서는 흥미 위주의 음악으로 취급될까 하는 걱정에서 책을 썼습니다.” 책은 성악사(史) 교재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밀하지만 쉽게 읽힌다. 카운터테너라는 말은 14세기에 처음 등장하지만 합창의 성부(聲部) 개념이었고, 16세기 초 카운터테너 솔로가 등장해 18세기에 황금기를 누렸다. 책에서 이 씨는 보통 남성 음높이와 카운터테너의 음높이를 한 노래에 함께 노래하는 ‘듀얼 테너’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슈베르트 가곡 ‘마왕’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마왕과 아들을 달래는 아버지가 등장하죠.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마왕의 목소리는 카운터테너로, 아버지의 목소리는 바리톤으로 소화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의 3부 형식 아리아는 특히 듀얼 테너 기법으로 놀라운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조경회사를 운영하며 ‘인생 2모작’에도 성공한 그는 지금도 대구를 중심으로 ‘듀얼 테너’ 활동을 왕성히 펼치고 있다. “카운터테너의 발성은 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 잘 관리하면 오랜 활동이 가능합니다. 기존의 테너나 바리톤도 카운터테너 발성을 배우면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됩니다.” 그는 더 많은 카운터테너 또는 듀얼 테너가 오랜 전통을 지닌 이 ‘신비의 소리’를 알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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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혼란과 상처를 딛고 아이들은 자란다

    열다섯 살 남짓한 소년 소녀, 새로워서 더 경이로운 몸의 욕정을 동반한, 미숙한 사랑. 처음에는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청맥’(靑麥·1923년)을 떠올렸다. 그러나 백 년 전 안온했던 유럽 중산층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와는 배경의 색상이 전혀 다르다. 프랑스 동북부 공업지대의 퇴락해가는 도시. 우리에게는 ‘중2병’을 떼지 못해 보이는 아이들은 내면의 폭풍을 술, 마약, 절도, 폭주(暴走), 섹스에 버무린다. 그 색깔은 소년 소녀가 처음 만난, 한때 시체가 떠다녔던 호수처럼 끈적거리고 불온하다. 한쪽 눈이 반쯤 접힌, 근육질 몸매를 가진 안토니. 운명과 본능이 섞여 끊임없이 그의 곁을 맴도는, 포니테일 머리의 스테파니. 파열음을 내다 결국 갈라서는 안토니의 부모, 그리고 오토바이 도둑 하산이 둘의 배경을 수놓는다. 악당은 없다. 안토니도 남의 오토바이와 보트를 훔치는 건 다르지 않다. 거의 모든 장(章)에 거대한 파국이 있어 보이지만 각각의 파국은 결국 별것 아니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려진다. 폭행, 송사, 이혼의 굉음도 애초의 예상이나 기대에 비하면 미미하다. 계속 유예되는 듯한 파국의 느낌이 끈적거림을 더한다. 별일 아니었다는 듯이 아이들은 대학으로, 군대로 뿔뿔이 흩어지고, 우연하거나 계획된 만남을 거듭한다.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스테파니는 안토니의 내부에서 부쩍 자라나 하나의 삶이나 다름없어졌다. 이제 다시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지 못할 것이다.’ 씁쓸함은 마지막 장에 가까워서야 처음으로 처연함의 빛을 띤다. 아이 시절을 잔해처럼 남긴 그들의 삶은 더 서글프지도, 빛나지도 않고 계속될 것이다. 오토바이를 훔쳤던 하산은 중산층의 삶으로 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더 행복한 것도, 덜 위태한 것도 아니었다. 1978년생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인 이 작품은 지난해 프랑스문학계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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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남자가 완성한 ‘완벽한 러시아의 비애’

    오원(吾園)은 19세기 조선 화가 장승업의 호(號)다. ‘트리오 오원’은 프랑스인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으로 구성된 3중주단이다. 장승업의 예술세계에 공감해 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 한국과 프랑스의 멋을 이어온 세 사람이 결성 10주년 기념앨범으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19세기 거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곡과 20세기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3중주곡 2번, 폴란드 출신 소련 작곡가 바인베르크의 3중주곡을 수록한 새 앨범은 최근 데카 레이블로 발매됐다. “왜 러시아냐고요? 처음엔 우연이었죠.” 양성원은 예전 콘서트에서 한 청중이 ‘차이콥스키 3중주를 듣고 싶다’고 한 게 계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시대가 다른 세 작곡가의 러시아적 애상(elegiac feeling)에 세 사람이 너무도 공감해 앨범 프로그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 3중주곡 모두 ‘애도’를 담았죠. 차이콥스키는 스승 루빈시테인의 죽음에 부쳐 작품을 썼고, 쇼스타코비치 3중주곡 2번에는 그에게 말러의 교향곡을 소개한 지인 솔레르친스키에 대한 애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 연주자의 친구이자 이번 앨범 해설을 맡은 음악학자 필립 블록(옥스퍼드대 러시아 인문학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쓴 바인베르크의 곡은 나치와 스탈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1919년생인 바인베르크는 올해 탄생 100주년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탄생연도가 같죠. 한편으로 슬라브인과 한국인은 슬픔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갖고 있어요.”(양성원) 차이콥스키의 곡은 슬픔에 잡아먹힐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 속에서도 스승과의 추억들을 묘사한다. 쇼스타코비치와 바인베르크의 곡은 소련 정권 아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이상한 빛’과 같은 희망이 엿보인다고 스트로세는 설명했다. 샤를리에는 “이 앨범이 절대 프랑스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세 사람의 대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트 코간,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 같은 러시아 대가들의 이름과 연주 특징 등이 오갔다. “차이콥스키 3중주를 초연한 음악가들도 러시아인, 체코인, 독일인으로 짜인 ‘다국적 팀’이었고 프랑스어로 토론하며 연주를 준비했죠. 그렇게 완벽한 러시아의 비애를 표현했습니다.” 트리오 오원이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3중주곡 서두는 스승의 부고를 듣고 울며 달려가는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진한 풍경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한국 청중에겐 생소할 수 있는 바인베르크의 3중주는 귀를 잘근 씹는 듯한 차진 리듬이 독특한 쾌감을 전해준다. 트리오 오원은 다음 달 18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음악회 ‘10년의 울림’을 연다. 차이콥스키의 3중주곡 외에도 세 연주자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한 프랑스 인상주의 대가 라벨과 드뷔시의 3중주곡도 연주한다. 3만∼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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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古음악 선율 타고온 ‘메시아’

    이름부터 프랑스의 섬세함과 위엄을 전해주는 고(古)음악 단체 두 곳이 10월의 무대를 물들인다. 17일 아트센터 인천에서는 프랑스 고음악단체 레자르 플로리상이 음악감독 윌리엄 크리스티 지휘로 오라토리오(종교적 음악극)의 대명사인 헨델 ‘메시아’를 공연한다. 29일에는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캐나다 프랑스어권 퀘벡주를 대표하는 고음악 앙상블 ‘레 뷔올롱 뒤 루아’가 첫 내한연주를 갖는다. 고음악이란 19세기 중반의 ‘악기 혁명’으로 악기들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소리가 커지기 이전, 옛 작곡가가 작품을 쓰던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윌리엄 크리스티는 1979년 ‘꽃피는 예술’이라는 뜻의 레자르 플로리상을 창단하면서 프랑스 고음악 운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1993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뒤 2016년 내한에 이어 2017년에도 ‘한화클래식’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바로크 거장 라모의 오페라 두 편을 공연한 바 있다. 이번에 공연하는 헨델 ‘메시아’는 연말이면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명곡이지만, 고음악 연주자들의 섬세한 손길로 가을에 펼치는 무대가 각별한 느낌을 예고한다. 아트센터 인천은 올해 3월 개관 프로그램으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공연했다. 당시 바로크에서 고전주의 초기의 관현악과 성악에 적합한 투명하고도 쾌적한 음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공연이 기대를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다. 29일 레 뷔올롱 뒤 루아 첫 내한공연에서는 캐나다 피아노계를 대표하는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27번 B플랫장조를 협연하고, 지난해 이 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영국 출신 조너선 코엔이 지휘를 맡아 하이든 교향곡 83번 ‘암탉’, 모차르트의 ‘눈물짓는’ 교향곡인 교향곡 40번 g단조를 연주한다. 코언은 17일 공연하는 레자르 플로리상의 부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어 두 공연의 접점이 지어지는 셈이다. ‘레 뷔올롱 뒤 루아’는 ‘왕의 바이올린’이라는 뜻. 17세기 베르사유 궁전에서 왕실 음악을 연주했던 역사 속 악단의 이름을 가져왔다. 1984년 창단한 이 악단은 현대 악기와 옛 악기의 연주법을 절충한 ‘절충주의’ 연주로 높은 효과를 올려 인정받고 있다. 아트센터 인천 레자르 플로리상 ‘메시아’는 17일 오후 8시 공연한다. 3만∼10만 원. LG아트센터 ‘레 뷔올롱 뒤 루아’ 공연은 29일 오후 8시 열린다. 4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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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가 아는 진실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가짜(fake) 뉴스’라는 말을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은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아연한 일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첫해에 하루 평균 5.9건의 거짓말을 쏟아놓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추산이다. 그런데 왜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그리 많을까. 코네티컷주 출신 미국인이자 서적·문학비평가인 저자는 ‘진실 경시’를 가져온 미국 사회의 지적 풍토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미국의 지적 쇠퇴를 지적한 것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작가 수전 저코비는 트럼프 취임 10년 전 ‘오락프로그램 중독, 종교근본주의, 지성주의를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 부실한 교육제도’가 지성의 쇠퇴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저자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지식사회적 배경을 언급한다. ‘보편적 진실은 없다. 개개의 작은 진실들이 있고, 모두가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상대주의 관점이다. 저자는 이런 상대주의가 20세기 후반을 휩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객관적이고 단일한 진실이란 없으며 지식은 계급, 인종, 성(性) 등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여과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했던 약자와 소수자들이 자기 권리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도 발생했다. 지구의 시작은 6000년 전인가, 45억 년 전인가.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대기와 바다의 온도를 높이는가, 아닌가. 여기에는 계급 인종 성 등에 따른 프리즘이 작동할 여지가 없다. 진실과 거짓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급진적 포스트모더니즘은 ‘최선의 진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이란 헛수고’라고 비웃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포스트모더니즘 자체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상대주의의 잘못된 적용이 문제인 것이다. 트럼프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주인공이었다. 예전부터 그는 “내 자산은 질문을 받을 때,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식의 상대주의는 나치나 볼셰비즘 같은 전 세기의 전체주의를 연상시킨다. 나치도 “과학 따위는 없다. 독일인의 과학, 유대인의 과학 등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히틀러는 “판에 박은 문구를 반복하고 적에게 꼬리표를 붙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유대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오늘날의 미국 집권자도 이민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이슬람교도 등을 백인 노동자 계층의 희생양으로 내놓는다. 해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의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당원이 아니라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여기까지가 미국의 현실이다. 이제 책을 덮고 우리를 돌아보자. 저자는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가 무엇에 강하게 반응하는지 예측해 그런 것을 더 많이 제공한다”며 “데이터 과부하의 세계에서는 제일 큰 목소리와 충격적인 견해가 가장 입소문을 탄다”고 지적한다. 내가 세상을 내다보는 창은 믿을 만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는가. 극작가 아서 밀러는 2004년 대선 직전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조지 W 부시 지지자는 하나도 없는데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막상막하일 수 있지?”라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우리도 종종 비슷한 궁금증을 갖지 않는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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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대왕 ‘여민락’, 교향시로 재탄생

    세종대왕이 지은 국악곡 ‘여민락(與民樂)’이 교향시로 재탄생한다. 세종시문화재단(대표이사 인병택)은 “이신우 서울대 작곡과 교수(사진)가 작곡한 ‘여민락교향시’를 세종솔로이스츠 연주로 4일 세종시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곡은 11월 21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 연주로 공연된다. 이 교수는 앞으로 ‘여민락교향시 2∼4’를 추가로 작곡해 4개 악장으로 된 ‘여민락교향곡’을 2021년 개관하는 세종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초연할 예정이다. ‘여민락교향시’ 초연은 세종시문화재단이 10월 세종축제 기간에 선보이는 ‘세종대왕 문화콘텐츠 개발·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세종시문화재단은 이와 함께 세종대왕의 음악을 미술로 재해석하는 ‘세종대왕과 음악, 치화평’을 5∼31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8일 대통령기록관 강당에서 ‘세종대왕의 문화적 성취’ 국제 심포지엄도 갖기로 했다.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의 ‘여민락’은 세종대왕이 ‘용비어천가’를 가사로 작곡한 정악(正樂) 작품이다. 오늘날에는 기악만으로 연주된다. 이 교수는 “세종의 여민락에 표현된 군주의 기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여민락에 들어있는 주제들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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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로, 또 같이”… 바이올리니스트-피아니스트-첼리스트의 ‘동행’

    “언젠가부터 말이 필요 없이 가장 편한 사이가 됐어요. 서로가 든든하죠.”(우정은) 바이올리니스트 우정은, 피아니스트 김주영, 첼리스트 박혜준. 셋의 ‘우정은’ 각별하다. 우정은이 2014년부터 진행해온 콘서트 시리즈 ‘동행’에는 처음부터 김주영이 늘 함께했다. 이듬해 첼리스트 박혜준이 가세했다. 올해 여섯 차례 ‘동행’ 콘서트도 스물한 명이나 되는 연주자가 거쳐 가지만 두 차례 예외를 제외하면 늘 세 사람의 화음을 들을 수 있다. “우연히 몇 번 함께 연주하다 보니 서로 음악적 공감이 크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리허설도 매번 즐겁게 마무리하고, 연주 제안이 오면 또 즐겁게 응하게 된 거죠.”(김주영) 세 사람 다 솔로 활동도 바쁜 인기 연주자들이다. 김주영은 KBS 클래식 FM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방송인’으로서도 분주하게 살고 있다. 그래도 ‘동행’의 부름이 최우선이다. 2015년 부산, 제주 등 전국을 ‘동행’할 때도 늘 함께였다. “셋 모두 실내악을 좋아해요. 실내악은 ‘음악의 대담’이니 성격이 맞아야 지속되는 거죠. 음악으로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할까요.”(우정은) “가끔 의견이 안 맞기도 하지만 할 말을 안 하고 넘어가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 털고 지나가니 사이가 좋죠. 후후.”(박혜준) 우정은은 심리상담사 자격도 갖고 있다. 2주에 한 번 기업체 콜센터 직원들의 상담을 진행한다. 장기를 살려 3년 전부터는 ‘동행’ 콘서트에 전문가를 초청해 대화 형식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영화평론가 오동진, 작가 김영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이 출연한다. 10월 2일에는 강재원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세 연주자 외 소프라노 허진, 베이시스트 정찬학 등이 출연해 드뷔시와 바흐 등의 곡을 연주한다. “셋이 아예 3중주단을 꾸려보라는 권유도 들어요. 하지만 작정하고 팀을 만들면 이렇게 못 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대곡들을 포함해 우리만큼 자주 3중주를 하는 팀도 드물어요. 이상하죠?”(김주영) 2일 올해 네 번째 ‘동행’ 콘서트는 오후 7시 반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열린다. 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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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철학은 스스로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싸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철학이고, 그 역사가 철학의 역사이지만 일상을 사는 갑남을녀에게는 다가가기 쉽지 않다. 이 책은 팟캐스트 내용을 정리한 서양철학의 일대기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다시 앞쪽을 참조할 수 있도록 정리한 텍스트가 아니라 들으면서 바로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한결 부담이 적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언어를 강조한다. ‘언어는 불완전하다’며 불평하는 행위마저 언어로 실천하는 활동이 인문학이다. 철학은 언어로 진술된 사상을 탐구한다. 한국에서 인문학이 방황하는 이유는 언어에서 길을 잃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15개 장(章) 16명의 철학자 가운데서도 인식과 언어를 강조한 인물들에게 무게중심이 실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을’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가 한가운데 놓이는 것도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파르메니데스의 철학은 ‘is의 철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영문법 책에서 본 ‘be 동사’, 독일철학 개론서에서 본 ‘sein’이다. 서구 언어에서 이들 동사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이다’, ‘있다’, ‘…는 참이다’라는 뜻을 지녔다. 서양인은 ‘…is’라고 할 때 이 세 가지 뜻을 한꺼번에 생각한다. 저자는 “서양철학은 아직도 이 문제와 대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이와 다르죠? 그런 점에서 한국어로 다른 사고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제안한다. 철학의 탄생 시점에 놓이는 탈레스부터 20세기의 푸코까지,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철학자들이 균등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고대부터 시대별로 정리하지 않고 ‘철학의 시작과 끝’, ‘앎의 싸움’, ‘있음의 싸움’, ‘삶의 싸움’이라는 주제에 따라 주인공들을 나눴다. “생각의 싸움은 싸움의 현장을 봄으로써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다.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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