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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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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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미국/북미30%
국제일반22%
국제정세15%
인사일반10%
유럽/EU7%
아시아5%
일본5%
국제정치2%
러시아2%
중국2%
  • 괌, 태풍에 공항 폐쇄… 韓관광객 “아버지 혈압약 떨어져가” 울상

    “아버지 혈압약을 구할 수 없어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태평양 휴양지 괌을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다가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인 도모 씨(34)는 26일 동아일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노약자 등 지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 대한 외교당국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수도와 전기가 끊긴 채 고립돼 있다면서 “호텔 내부까지 물이 차올라 유일하게 마른 바닥이 있는 화장실에서 이불을 깔고 지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영사관도 태풍에 피해를 입어서 그런지 전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식수 떨어져” 악몽 된 신혼여행 23, 24일(현지 시간) 괌을 강타한 마와르는 최고 시속 225km의 강풍을 동반한 ‘슈퍼 태풍’으로 시간당 50mm의 비를 뿌리며 괌 국제공항 활주로를 비롯해 많은 호텔, 식당 등이 침수됐다.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전선이 끊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상하수도 설비도 작동을 멈춰 단수된 지역이 적지 않다. 태풍이 물러난 후에도 국제공항 운영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휴가를 떠났던 한국인 관광객 3200여 명은 현지에 고립된 채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못 챙기는 상황이다. 임신 7개월 차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온 이모 씨(37)는 “체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내가 두통을 호소하고 배 뭉침 증상도 생기고 있다”며 “식당과 식료품점이 대부분 문을 닫아 미리 챙겨둔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한 관광객은 “숙소가 물에 잠겨 에어컨도 안 나온다. 지금은 렌터카 안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이 악몽이 되기도 했다. 손유경 씨(30)는 이달 20일 결혼 후 괌으로 신혼여행을 왔는데 이제 식수가 거의 떨어졌다고 했다. 손 씨는 “호텔에서 더 이상 숙박 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해서 당장 잘 곳도 없다”며 “내일이 오는 게 너무 두렵다”고 했다. 현지 관광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데 방을 나눠 쓸 사람을 찾거나 ‘노숙 중인데 샤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공항 이르면 30일 재개될 듯 고립이 길어지면서 늘어난 체류 비용도 부담이다. 관광객 김모 씨(29)는 “마트마다 사람들이 몰려 식료품이 동났다. 호텔 식당이 있긴 한데 가족과 밥을 먹으면 최소 40달러(약 5만3000원)는 든다. 하루 한 끼만 제대로 먹더라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나마 문을 연 마트나 편의점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제대로 안 돼 현금을 뽑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으러 다니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교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교민 김모 씨(58)는 “생수가 거의 떨어졌는데 수돗물이 안 나온다. 몸을 씻지도 못하고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괌 국제공항은 이르면 30일 다시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괌 공항청장이 전날(25일) 면담에서 30일 공항 재개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교민단체, 여행사 등과 긴급 지원방안을 협의 중이다. 필요한 분들에게 비상의약품을 전달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여행사들은 괌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의 경우 보상할 의무는 없지만 1박에 10만 원 정도 숙박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 측도 패키지 고객 70여 명을 대상으로 호텔 숙박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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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대, 인재유치 위해 존치를”vs“로스쿨 갈 학생에 왜 세금 쓰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세금으로 지원하자는 말입니까.” “인재를 경찰 조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마지막 유인책입니다.” 경찰대 폐지 여부를 놓고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에선 지난 8개월 동안 이 같은 격론이 이어졌다. 찬반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결국 경발위는 23일 마지막 회의 후에도 “논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대 폐지 찬반, 팽팽하게 나뉘어”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경발위는 당초 이날 표결을 마치고 경찰대 개혁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마친 박인환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찰대 폐지 문제는 위원들 간 이견이 아직도 팽팽하다”며 “다음 달 회의를 27일 열고 계속 논의하되 연말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최대 쟁점은 경찰대 학사과정 및 경위 자동임용제 폐지 여부였다. 사실상 경찰대 폐지를 의미하는 학사과정 폐지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 경찰대 학생들이 최근 로스쿨로 대거 빠져나가 ‘로스쿨 육성학교’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엘리트 경찰 육성이 필요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학사과정 유지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범죄 수법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경찰대가 폐지되면 인재를 유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는 배경이 되는 졸업생 경위 자동임용제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제도인 만큼 폐지하자”는 의견과 “제도는 유지하되 졸업시험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경찰대 폐지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다. 순경 출신의 A 경위는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점령하면서 현장 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비경찰대 출신이 승진에서 밀리는 등 불공정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대 출신의 B 경감은 “경찰대를 4년 동안 다니면서 충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경위 입직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찰대 출신들은 최근 군복무를 의경 소대장으로 대체하던 혜택이 사라졌으며, 신입생 축소 및 편입생 선발 등 경찰대 개혁이 이미 진행 중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대 준비하는 수험생들 ‘전전긍긍’전체 경찰 13만 명 중 3%에도 못 미치는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하위직의 근무 의욕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총경 이상 계급 754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469명으로 62.2%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경찰대 폐지’를 공약했고 경찰대 신입생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하는 등 개혁 조치를 취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7월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20년 걸려야 가는 자리부터 시작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개혁에 불을 댕겼다. 다만 경발위가 졸업생 경위 자동임용 제도나 학사과정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당분간은 시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 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대 입학이나 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경위 임용제가 사라지면 경찰대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간부후보생 또는 순경 입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출신과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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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대, 인재 유치위해 존속” vs “로스쿨 육성학교 오명”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세금으로 지원하자는 말입니까.” “인재를 경찰 조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마지막 유인책입니다.” 경찰대 폐지 여부를 놓고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에선 지난 8개월 동안 이 같은 격론이 이어졌다. 찬반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결국 경발위는 23일 마지막 회의 후에도 “논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대 폐지 찬반, 팽팽하게 나뉘어”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경발위는 당초 이날 표결을 마치고 경찰대 개혁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마친 박인환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찰대 폐지 문제는 위원들 간 이견이 아직도 팽팽하다”며 “다음 달 회의를 27일 열고 계속 논의하되 연말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최대 쟁점은 경찰대 학사과정 및 경위 자동임용제 폐지 여부였다. 사실상 경찰대 폐지를 의미하는 학사과정 폐지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 경찰대 학생들이 최근 로스쿨로 대거 빠져나가 ‘로스쿨 육성학교’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엘리트 경찰 육성이 필요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학사과정 유지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범죄 수법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경찰대가 폐지되면 인재를 유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는 배경이 되는 졸업생 자동 경위임용제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제도인 만큼 폐지하자”는 의견과 “제도는 유지하되 졸업시험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경찰대 폐지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다. 순경 출신의 A 경위는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점령하면서 현장 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비경찰대 출신이 승진에서 밀리는 등 불공정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대 출신의 B 경감은 “경찰대를 4년 동안 다니면서 충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경위 입직이 불공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찰대 출신들은 최근 군복무를 의경 소대장으로 대체하던 혜택이 사라졌으며, 신입생 축소 및 편입생 선발 등 경찰대 개혁이 이미 진행 중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대 준비하는 수험생들 ‘전전긍긍’ 전체 경찰 13만 명 중 3%에도 못 미치는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하위직의 근무 의욕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총경 이상 계급 754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469명으로 62.2%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경찰대 폐지’를 공약했고 경찰대 신입생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하는 등 개혁 조치를 취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7월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20년 걸려야 가는 자리부터 시작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개혁에 불을 당겼다. 다만 경발위가 졸업생 경위 자동 임용 제도나 학사과정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당분간은 시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 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대 입학이나 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경위 임용제가 사라지면 경찰대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간부후보생 또는 순경 입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출신과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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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유아인·지인 영장 청구… ‘마약혐의·증거인멸 정황’

    마약류 5종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에 대해 22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유아인과 유아인의 지인인 미대 출신 작가 A 씨에 대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대마, 케타민, 졸피뎀, 코카인 등 마약류 5종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15일 “(투약한 마약의) 종류와 횟수가 수사 의뢰 당시보다 늘었다”며 “단독 범행이 아니라 공범들까지 존재하면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유아인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된 지인 4명 중 A 씨를 제외한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증거 인멸 우려가 없어 (3명은)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아인이 2021년 73회에 걸쳐 4400㎖가 넘는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조사 결과를 넘겨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검사 결과와 병원 및 유아인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마약류 5종 투입 정황을 확인했다. 유아인은 2차례 경찰 조사에서 대마를 제외한 나머지 마약류 4종에 대해서는 투약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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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시민단체, 김건희 여사 ‘빨래 건조대’ 표현한 WP에 항의 서한 발송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에 대해 ‘빨래건조대’(clotheshorse)라고 표현한 미 워싱턴포스트(WP)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22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WP에 해당 표현을 정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18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만찬을 했다. 이후 WP는 지난달 26일 기사에서 김 여사의 옷차림을 두고 ‘지나치게 유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빨래 건조대’(clotheshors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김 여사는 흰색 정장 재킷과 흰색 드레스, 흰 장갑을 착용했다.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WP의 이런 표현에 대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빨래 건조대라는 표현은) 한미 70년 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단어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결과를 빛낼 수 있도록 삭제하거나 합리적인 단어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WP에 다음달 6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WP는 12일(현지 시간)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며 “부디 한국의 영부인을 모욕하지 말라(Please don’t insult South Korea’s first lady)”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독자는 “방문객의 복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성과도 없이 무례하기만 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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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공원 배달 오토바이 20대중 18대 역주행… 인도 질주까지

    “아무리 배달이 급해도 그렇지 너무하네요!” 20일 오후 2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 10여 명이 배달음식을 픽업하는 ‘배달존’에 모여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토바이 한 대가 시속 30km가량의 속도로 배달존 앞 도로를 달리다가 보행자와 부딪히기 직전 멈췄다. 간신히 사고를 피한 직장인 김모 씨는 “휴대전화로 친구 전화를 받으며 길을 건너다가 미처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무리되고 날이 풀리면서 최근 한강 나들이객과 함께 한강공원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덩달아 늘었다. 그런데 배달 오토바이들이 역주행과 과속을 일삼으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역주행에 인도 질주까지 무법천지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배달존에도 시민 30여 명이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로 긴 줄이 생겼고 배달존으로 진입하는 회전교차로 정체가 심해졌다. 그러자 배달 오토바이 대부분은 빠른 배달을 위해 반대편 차로로 역주행을 감행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0분가량 지켜본 결과 배달 오토바이 20대 중 18대가 역주행을 했고, 그중 3대는 막히는 차로를 피해 인도로 질주했다. 불법 유턴을 시도하던 택시와 역주행하던 오토바이 3대가 부딪힐 뻔한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역주행한 경우 범칙금 4만 원과 벌점 30점 처분 대상이지만 단속된 오토바이는 한 대도 없었다. 직장인 최모 씨(31)는 “한강공원에서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배달존이 붐비자 인근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며 음식을 직접 손님들에게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눈에 띄었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행은 금지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회사원 박현기 씨(43)는 “휴일이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도 많은데 한강을 관리하는 측에서 오토바이가 진입하는 걸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가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경우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까진 단속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속 40km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 위협배달 오토바이 외에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폭주족’도 행인들에게는 위협의 대상이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 주행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19일 오후 7시경 서울 반포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5분 동안 달린 20명 중 12명이 권고를 어기고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는 자전거도 5대에 달했다. 한 자전거는 좁은 구간에서 시속 4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앞 자전거를 추월하려다가 보행자와 충돌할 뻔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자전거 속도 제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가 사고 위험이 큰 지역에서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km 이내로 제한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8세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아랑 씨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24년까지 한강공원 내 저속 자전거 도로를 지정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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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통]구자균 회장, 167km 과속… 직원 “내가 운전” 거짓 자수

    “제가 운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LS일렉트릭 김모 부장은 경찰에 출석해 지난해 11월 외국산 수입차 페라리를 타고 서울 올림픽대로를 시속 167km로 달린 사람이 본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 부장의 자수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페라리 소유자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66)이었다. 또 운행 직전까지도 차량은 구 회장의 자택에 세워져 있었다. 경찰은 김 부장에게 “왜 당신이 구 회장 차를 몰았느냐”고 추궁했지만 김 부장은 우물쭈물하며 설명을 피했다. 그런데 자수 4일 만에 김 부장은 “사실은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과속은 통상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 과태료 통지서를 받는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최고 제한속도보다 80km를 초과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은 제한속도 80km인 올림픽대로를 구 회장 차량이 167km로 달리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구 회장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LS일렉트릭 측은 이에 대해 “김 부장이 실제 운전을 했던 구 회장 혐의를 대신 뒤집어쓰려다 형량이 높다는 걸 알고 번복한 것”이라며 “구 회장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김 부장에게 거짓 자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진상을 파악한 뒤 지난달 초 구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김 부장을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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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에 개 30마리 풀겠다”는 집회…법원은 ‘동물학대’ 이유로 제동[사건 Zoom In]

    개 식용을 찬성하는 육견협회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개 수십 마리를 동원해 집회를 열려고 했지만 무산된 사실이 18일 뒤늦게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동물보호단체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개 식용’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에서 “개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대한육견협회가 반발하며 집회를 개최하려고 한 것이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17일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들은 “김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 식용을 종식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를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육견협회 측은 “(김 여사) 발언을 철회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으면 육견협회 전 회원이 사육하는 식육견을 대통령실에 반납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 30마리를 철장 안에 넣어 집회 장소에 가져온 뒤 대통령실에 풀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 집회에 대해 “육견은 방기하거나 탈출하는 경우 통제가 곤란하여 시민 안전 등에 심각한 위험의 초래가 우려된다”며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육견협회는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15일 집회에 육견을 동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가처분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이 집회를 전면 허용하지 않은 이유는 ‘동물학대’였다. 재판부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집회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를 동원한 경우 동물보호법 3조 및 9조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집회 과정에서 해당 동물이 고통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 동물학대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이어 “집회에 다수의 육견을 직접 동원하지 않더라도 육견의 사진이나 모형을 이용하는 등의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를 전면 허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일정 제한을 두고 허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육견협회 측은 개를 동원하지 못할 경우 집회를 열지 않기로 해 결국 이 집회는 무산됐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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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라리로 시속 167㎞, 회장님의 ‘과속 스캔들’… 부장 “내가 운전” 거짓 자수

    “제가 운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LS일렉트릭 김모 부장은 경찰에 출석해 지난해 11월 수입차 페라리를 타고 서울 올핌픽대로를 시속 167㎞로 달린 사람이 본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 부장의 자수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페라리 소유자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66)이었다. 또 운행 직전까지도 차량은 구 회장의 자택에 세워져 있었다. 경찰은 김 부장에게 “왜 당신이 구 회장 차를 몰았느냐”고 추궁했지만 김 부장은 우물쭈물하며 설명을 피했다. 그런데 자수 4일 만에 김 부장은 “사실은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과속은 통상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 과태료 통지서를 받는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최고 제한속도보다 80㎞를 초과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은 제한속도 80㎞인 올림픽대로를 구 회장 차량이 167㎞로 달리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구 회장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LS일렉트릭 측은 이에 대해 “김 부장이 실제 운전을 했던 구 회장 혐의를 대신 뒤집어쓰려다 형량이 높다는 걸 알고 번복한 것”이라며 “구 회장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고 김 부장에게 거짓 자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진상을 파악한 후 지난달 초 구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김 부장을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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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총 도심 점거로 이틀째 교통 혼잡… 노숙땐 음주-노상방뇨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렸는데 전광판에 적힌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 않네요.” 17일 오후 2시 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70대 남성은 “서대문에 가야 하는데 차라리 걸어가는 게 나을 거 같다”며 자리를 떴다. 버스정류장 맞은편 도로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원 수백 명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민노총 건설노조가 16, 17일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1박 2일 노숙 집회를 열면서 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을 점령한 채 술을 마시고 노상 방뇨를 하는 노조원들과 길가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틀간 5만여 명 모인 집회로 출퇴근길 혼잡 17일 오후 2시부터 노조원 2만7000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오거리에서 종로구 동화면세점까지 세종대로 6개 차로를 점거하고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노조 탄압 분쇄,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건폭’(건설폭력) 수사를 받던 중 분신해 사망한 간부 양모 씨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집회 후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방면과 양 씨의 빈소가 있는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면으로 나눠서 행진했다. 서울대병원으로 행진하던 노조원들은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멈춘 뒤 전 차로를 무단 점거하고 30분가량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차량 경적을 울리며 “통행을 막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전날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2만4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집회를 하고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틀 동안 도심을 막고 진행된 집회 행진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면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1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서울역 방면 세종대로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2km에 불과했다. 평소 시속 26km 안팎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서울 도심을 찾은 관광객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헝가리에서 온 관광객 레나타 푸츠 씨(29)는 “집회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교통마저 통제돼 버스가 안 온다.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집회 후 노숙장으로 돌변한 서울 도심 전날 모인 조합원들은 1박 2일 노숙 시위를 진행한 후 오전까지 광화문역 일대 인도를 점거했다. 간밤에 조합원들이 먹다 버린 도시락이나 돗자리 등 쓰레기도 인도에 놓여 있었다. 중구 관계자는 “노숙으로 발생한 쓰레기가 약 20t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평소의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조합원들은 16일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오후 5시 이후에도 불법 집회를 이어갔으며, 행진을 마친 오후 8시 반경부터는 1만4000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모여 돗자리, 등산용 매트, 간이용 텐트 등을 설치하고 노숙했다. 일부 조합원은 금연 구역인 서울광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인근에 경찰이 설치한 간이 화장실이 여럿 있는데도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술에 취한 조합원끼리 시비가 붙어 서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16일 밤∼17일 새벽 노숙 장소 일대에서 조합원 간 시비 2건, 소음 6건, 텐트 설치 관련 민원 1건 등 총 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는 민노총 건설조합에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각각 9300만 원, 260만 원 부과하고 형사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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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혁, 종편 재승인 점수 넘겼다는 보고에 ‘미치겠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이 2020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다는 보고를 받은 뒤 “미치겠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한 위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재승인 심사 점수가 집계된 직후인 2020년 3월 20일 오전 7시경 방통위 양모 국장(수감 중)으로부터 전화로 결과를 보고받은 뒤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평상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한 위원장이 이 같은 말을 하자 양 국장과 차모 과장(수감 중)이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수감 중)와 함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 국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고 했는데, 차 과장이 “그럼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라며 다른 방법을 궁리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윤 교수 등 평소 종편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심사위원들에게 중점 심사 사항의 점수를 낮게 고치도록 해 결과를 바꾸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교수는 심사위원 2명에게 점수를 낮추자고 제안했고, 같은 날 오전 9시경 종합 심사의견서 작성 회의 직전 점수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점수 수정 과정에 대해 이날 오전 10시경, 21일 오후, 23∼24일 등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양 국장 등에게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2일 기소 당시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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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혁, 종편 재승인 점수 넘자 “미치겠네”…檢 공소장 보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0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다는 걸 보고 받은 뒤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라며 불쾌한 기색을 방통위 간부들에게 내비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한 위원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당시 재승인 심사 일주일 전인 2020년 3월 13일 방통위 양모 국장과 차모 과장(각각 구속 기소)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TV조선 등 종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거론하며 종편 재승인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어 심사 결과 집계가 이뤄진 직후인 3월 20일 오전 7시경 양 국장 등으로부터 “TV조선 점수가 재승인 기준을 넘었다”는 보고받은 뒤 한 위원장은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검찰은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한 위원장이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말을 하자 양 국장과 차 과장이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와 함께 점수 조작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한 위원장의 반응을 접한 차 과장은 양 국장을 만나 점수를 수정할 방법을 논의했고, 양 국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서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차 과장은 “그럼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도 다른 방법을 궁리했다.결국 이들은 평소 종편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던 일부 심사위원들에게 과락을 면한 중점 심사사항의 점수를 낮게 고치게 하는 방법으로 결과를 바꾸기로 했다. 양 국장은 “예상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며 구체적인 평가 점수 집계 결과를 일부 심사위원들에게 알려줬다. 이에 일부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자 조건부 재승인 대상에 해당할 수 있도록 일부 점수를 낮게 고쳐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한 위원장에게 채점 결과를 최초로 보고한 지 2시간 뒤인 3월 20일 오전 9시경 일부 심사위원이 “점수 수정 되죠?”라며 객관적인 사정변경이 없지만 ‘방송의 공적책임’ 등에 대한 점수를 변경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 같은 과정에 대해 3월 20일 오전 10시경, 21일 오후, 23~24일 TV조선의 해당 항목 점수가 104.15점으로 조작된 사실을 여러 번 보고 받았다. 이후 한 위원장은 양 국장 등에게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2일 기소 당시 “검찰이 주장하는 기소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다. 앞으로 재판을 통해 결백을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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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함상자로 잘못 알아” 다이아 20개 버린 금은방 털이범[휴지통]

    “다이아몬드는 본 적 없는데요?” 이달 2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금은방 유리문을 망치로 부수고 4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50대 A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이렇게 반문했다. 금은방 주인이 신고한 도난품 중 다이아몬드 20개(시가 1200만 원)가 든 보석함에 대해서만은 끝까지 모른다고 항변한 것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이틀 만에 인천의 한 모텔에서 A 씨를 붙잡은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고민에 빠졌다. 경찰의 회수 품목은 물론이고 A 씨가 훔친 귀금속을 처리한 장물 거래 내역에도 해당 다이아몬드만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추궁이 이어지자 A 씨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가는 동부간선도로에 명함이 가득 든 상자를 버린 적은 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이 상자에 다이아몬드 20개가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일 동안 수색을 이어간 끝에 8일 오전 동부간선도로 초입 인근 풀숲에서 상자를 찾아냈다. 발견된 상자에는 경찰 예상대로 명함 아래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 작은 보석함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12일 A 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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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 착수

    정부가 2020년 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사진)에 대한 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최근 한 위원장에 대해 관련 청문 절차가 개시됐다는 내용을 담은 등기를 방통위로 발송했다. 이날 등기가 방통위에 접수됐다. 정부는 한 위원장으로부터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친 뒤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서면으로 소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부는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혐의가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및 품위 유지 의무 등에 위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면직 절차 착수를 두고 전임 정부 인사인 한 위원장이 7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자 정부가 압박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면직이 이뤄질 경우 일단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상이 거론된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10일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방송정책국과 미디어다양성정책과를 압수수색해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당시 업무기록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한 시민단체가 “2019년 방통위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한 위원장 등 방통위 관계자 6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7개월 만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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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 착수

    정부가 2020년 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최근 한 위원장에 대해 관련 청문 절차가 개시됐다는 내용을 담은 등기를 방통위로 발송했다. 이날 등기가 방통위에 접수됐다. 정부는 한 위원장으로부터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거친 뒤 면직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서면으로 소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면직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부는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혐의가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및 품위 유지 의무 등에 위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면직 절차 착수를 두고 전임 정부 인사인 한 위원장이 7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자 정부가 압박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면직이 이뤄질 경우 일단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상이 거론된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이날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방송정책국과 미디어다양성정책과를 압수수색해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당시 업무기록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한 시민단체가 “2019년 방통위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한 위원장 등 방통위 관계자 6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7개월 만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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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민, 이태원 참사때 늑장 대응”…“중대한 법률 위반 안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국회 측은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이 장관이 탄핵당할 만큼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9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국회 측과 이 장관 측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먼저 재난예방 의무와 관련해 국회 측은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 좁은 경사로에 인파가 밀집해 발생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는데 정부 차원의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군중 밀집은 (재난안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여기 있는 분들 중 누가 이태원 참사를 예상한 분 있느냐. 이를 예측 못 했다고 몰아붙이는 건 정치적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재난 발생 후 대응과 관련해서도 국회 측은 “이 장관이 대통령보다 참사 사실을 늦게 인지하고, 이후에도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자택에서 85분이나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사망자 최초 확인 후 1시간 반 만에 재난관리 주관 기관을 정하고 그로부터 40분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했다.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 발생 직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던 이 장관에 대해 국회 측은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으로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직후 성급한 발언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이 장관은 출석하면서 “국정 공백과 차질을 조속히 매듭짓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에 성심껏 임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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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PM’ 옥택연 어머니 김미숙 씨, 모교 고려대에 발전기금 1억원

    아이돌 그룹 2PM 멤버인 옥택연(35)의 어머니 김미숙 옥캣월드 대표(지리교육과)가 모교인 고려대에 1억 원을 기부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 사범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는 4일 오후 2시 본관 총장실에서 발전기금 기부식을 갖고 김 대표가 김성일 사범대학장과 함께 1억 원씩 총 2억 원을 기부했다고 8일 밝혔다. 김 대표와 김 학장은 81학번 동기다. 김 대표는 “사범대 신입생을 선발한 지 올해로 5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에 기부를 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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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식에 부담 될라”… 어버이날 급식소 찾은 어르신들

    “어버이날이라면서 밥 차려달라고 자식 고생시킬 바에는 여기 오는 게 미안한 마음도 안 들고 차라리 속 편하네요.” 8일 낮 12시경. 서울 동대문구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밥퍼)을 찾은 임이량 씨(89·여)는 “평소에도 종종 급식소를 찾는데, 오늘은 같이 사는 아들 가족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급식소에는 어르신 약 400명이 모여 있었다. 한 초등학생이 어버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바이올린으로 ‘어머님 은혜’를 연주하자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 평소 2배 넘게 몰린 무료 급식소 이날 밥퍼에선 어버이날을 맞아 점심 배식 1시간 전인 오전 10시 반부터 공연을 선보였는데, 공연 시작 전부터 어르신들이 150m가량 줄지어 입장을 기다렸다. 줄 서 있던 박종문 씨(81)는 “장가 간 아들, 독립한 딸은 사실상 남처럼 느껴진다. 행사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데 눈물이 나더라”며 눈시울을 훔쳤다. 일부 어르신들은 어버이날 특식과 공연을 위해 새벽부터 와 또래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경기 부천시에서 왔다는 윤귀남 씨(80)는 “혼자 사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왔다. 어버이날처럼 잔치가 있는 날은 일찍 와야 한다”고 했다. 이군자 씨(93·여)도 “자리를 미리 맡으려 새벽 5시 반에 왔다”며 “자녀가 없는데 여기서라도 어버이날을 챙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밥퍼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어버이날 공연을 재개했다. 최일도 밥퍼 이사장은 “자녀들이 어버이날 이런 곳을 찾아가는 걸 부끄러워할까봐 이른 아침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이분들을 위해 급식 전 공연을 준비했는데 마음에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밥퍼 측은 이날 어버이날 특식을 준비하면서 평소 300인분의 2배 이상인 700인분을 준비했는데 오전 11시 반∼오후 1시 반 동안 모두 소진됐다. 밥퍼 관계자는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방문한 어르신들이 1000명 가까이 돼 막판에 부족할 뻔했다”고 말했다.● 급식소 카네이션에 웃음도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무료급식소도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는 정오부터 시작하는 배식을 앞두고 오전 11시 반경 이미 200명 넘는 어르신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원각사 측이 배식 번호표를 나눠주며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자 어르신들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곳을 찾은 박상열 씨(88)는 “아흔이 다 된 늙은이가 자식들에게 챙겨 달라고 하기도 미안해 급식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탑골공원 일대에선 평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원각사와 국가혁명당 허경영 총재의 하늘궁 급식소 외에 노후희망유니온까지 총 3곳이 무료 배식을 진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홀몸노인 수는 지난해 187만5270명으로 5년 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원각사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오르고 홀몸노인이 늘면서 어버이날에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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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5일, 우리에겐 ‘어른이날’”… 부모에 용돈 받고 부부끼리 선물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저는 어린이 아닌가요.”직장인 박상용 씨(29)는 5일 “어린이날 기념으로 부모님께 용돈 20만 원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이날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여행 경비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박 씨는 “매년 5월 5일 용돈을 받고 있다”며 “어버이날엔 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로 용돈도 드리는데 조삼모사 같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른이(어른+어린이)날’로 부르며 부모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받는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성인이 됐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나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 등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어린이날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딩크족인 김모 씨(37) 부부도 이날 집 근처에 사는 부모님 댁에 들렀다 용돈으로 2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결혼 7년차지만 아이가 없다 보니 여전히 우리 부부를 아이처럼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부부나 연인들은 어른이날을 기념해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올 3월 결혼한 직장인 황모 씨(31)는 전날 퇴근길 백화점에 들러 아내에게 선물할 꽃다발과 가방을 샀다. 황 씨는 “아내가 최근 일이 바빠 힘들어하는 것 같아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며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어린이날을 부부 기념일로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직장인 최모 씨(27)는 “3년 전부터 어린이날이면 나만을 위한 선물을 사왔는데 올해는 립스틱을 샀다”며 “어른을 위한 기념일이 없어서 1년간 고생한 나를 스스로 토닥이는 의미”라고 했다. ‘어른이’를 겨냥한 마케팅도 늘고 있다. 토스는 올해 ‘어른이날 선물’ 기프티콘 행사 코너를 준비했고, 하이마트 등 가전제품업체는 ‘닌텐도 스위치’ 등 어른이 좋아하는 게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어른이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전문가들은 성인이 어른이날을 즐기는 문화는 경제적 독립과 출산 등이 늦어지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이 많은 편이라 부모들이 함께 사는 자녀를 여전히 어린이로 인식하고 용돈을 주는 문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이 늦어지고,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공휴일인 어린이날을 부부끼리 기념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저출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런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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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체류 연장된줄…” 몽골유학생 추방 위기

    “잘못이 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변경된 체류 기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거죠. 이곳에서 제 인생이 구금된 느낌입니다.”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왼쪽 가슴에 법무부 마크가 박힌 파란 의복을 입은 몽골 국적의 강지민(가명·31) 씨는 이곳에서 구금번호 ‘217’로 불린다. 그는 철창 너머로 수화기를 통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불법체류자가 돼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체포돼 9개월째 구금 중이다.● “불법체류자가 된 줄도 몰랐다” 몽골에서 태어난 강 씨는 1999년 부모님이 한국에 일하러 오면서 7세 때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국어를 배웠고 200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시 돌아갔을 때도 몽골에서 한국인 학교를 다녔다. 2006년 다시 입국해 경기 성남시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서울의 한 대학 연극학부에 입학했다. 국내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던 강 씨는 유학생 비자 체류 기간 2년이 만료될 때마다 규정에 따라 몽골과 한국을 오가며 체류 기간을 갱신했다.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가량을 한국에서 보낸 강 씨는 “한국 이름을 갖고 지금까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국경이 막히며 외국 국적자의 귀국이 힘들어지자 2020, 2021년 총 4차례 체류 기간을 3개월씩 직권 연장했다. 2020년 4월 만기였던 강 씨의 체류 기간도 같은 해 7월까지로 연장됐다. 강 씨는 “비행기 편을 못 구하는 상황이 이어져 법무부에 문의했더니 ‘코로나19 확산으로 조만간 다시 연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해 안심했는데 어느새 체류 기간이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때까지도 본인이 불법체류자란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체류 기간 만료 임박 시점에 우편으로 통지문을 보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전달이 안 된 경우 본인이 직접 조회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국인데 강제 퇴거는 가혹” 강 씨는 체류 기간 만료 통지를 못 받았다며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취소하란 소송을 냈다. 무료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측은 “강 씨에게는 한국이 사실상 모국인데 강제 퇴거는 가혹하다. 불법체류는 코로나19로 인한 혼선 및 법무부의 안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은 인정하지만 다른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씨는 항소했지만 확정판결 전까지 외국인보호소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시기 강 씨처럼 체류 기간 연장 관련 내용을 제대로 몰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출입국관리 전문 행정사는 “코로나19 당시 비자가 여러 차례 3개월씩 자동 연장되는 과정에서 체류 기간을 혼동해 어느새 불법체류자가 됐다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 씨 같은 경우 규정상 강제 퇴거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성장 환경 등을 감안해 인도적 관점에서 재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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