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형

조응형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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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입사해 스포츠부, 사회부를 출입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식 기사쓰기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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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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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10%
사건·범죄3%
  • 故이예람 중사 근무 부대서 또…여군 숨진 채 발견

    고 이예람 중사가 근무했던 공군 비행단에서 또 다른 여군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예림 중사는 지난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2차 피해 등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1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경 공군 20전투비행단 영내 독신자 숙소에서 항공정비전대 부품정비대대 소속 A 하사(21)가 동료 부대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하사는 지난해 3월 임관해 그 한 달 뒤부터 현 보직에 배치돼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하사는 군에 상담을 요청하거나 범죄 피해를 신고한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을 당한 뒤 군에 이를 알렸음에도 2차 피해를 당한 바 있다. 공군은 사망 사실을 충남지방경찰청에 알린 뒤 경찰 입회 하에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달 1일부터 피해자인 군인이 사망한 범죄는 민간 사법기관으로 이관하도로 돼 있다. 현재는 군이 A 하사 사망이 극단적 선택인지, 또 극단적 선택이라도 범죄 관련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범죄 혐의가 포착될 경우 사건은 민간 경찰로 이관된다.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팀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1년여 만에 동일 부대에서 다시 여군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군 수뇌부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을 당시 소속돼있던 부대에서 이런 일이 또 터지면서 군 안팎에선 해당 부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도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로부터 사망 사건을 통보받았다”며 “군 인권보호관 결정에 따라 즉시 인권위 조사관을 급파해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있을 부검 등 조사과정에 입회할 것임을 해당 부대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군 인권보호관은 군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를 조사해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기구로 이달 출범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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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선생 통합 리더십, 대한민국 건국 계기 만들어”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공동의 목표를 우선하는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의 리더십은 제헌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근대 시민의 형성과 대한민국’(2021년)의 저자 이승렬 박사(63)는 제헌절인 1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인촌 선생 고택에서 제헌헌법 제정 과정에서 인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촌사랑방 및 동우회 회원 등 60여 명은 제헌헌법(건국헌법) 초안이 사실상 탄생한 인촌 고택에 모여 인촌 선생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인촌 고택은 1948년 당시 내각책임제를 지지하던 한국민주당 인사들이 자주 모이던 곳이다. 한민당 당수였던 인촌 선생은 이곳에서 유진오 고려대 교수, 김준연 한민당 부당수 등과 논의해 민주공화제 헌법 초안을 마련했다. 이 박사는 “헌법 제정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중심제를 주장하며 내각제를 강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이를 중재한 분이 인촌 선생”이라며 “선생의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대한민국 건국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102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 백완기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등도 참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인촌 선생이) 고하 송진우 선생을 초대 국무총리에 모시고 싶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목메어 말씀한 적이 있다”며 “선생은 늘 유능한 사람을 찾아 자신보다 앞세우셨던 분”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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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회전車 90대 중 2대만 일시정지… 운전자들 “법 바뀐 줄 몰랐다”

    1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횡단보도 앞 인도에서 보행자 3명이 신호를 기다렸다. 화물차 한 대가 우회전을 한 뒤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하자 경찰관이 멈춰 세웠다. 이날부터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에 따라 횡단보도에선 건너려고 기다리는 사람만 있어도 신호에 관계없이 차량이 일단 멈춰야 한다. 화물차 운전자 강모 씨(59·서울 송파구)는 “습관적으로 그냥 지나왔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시 정지요?”… 개정 법 몰라올 1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개정 전 법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는 경우’ 일시 정지하도록 했는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에 대기자가 있더라도 정지하도록 한 것이다. 1962년 도로교통법 제정 당시부터 있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종로구 이화사거리와 서울 송파구 잠실역사거리 등을 살펴본 결과 바뀐 법을 잘 모르는 운전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이화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보행자가 대기 중인 횡단보도를 지나간 화물차 운전자 유성기 씨(52·서울 종로구)는 “법이 바뀐 줄 몰랐다”고 했다. 잠실역사거리에서 규정을 위반한 한 운전자도 “(건너는 사람이 없어) 서행했다”며 과거 규정대로 운전했음을 강조했다. 취재팀은 오전 11시 50분부터 10분 동안 이화사거리를 지켜봤는데 보행자가 건너려고 대기 중인 횡단보도로 우회전한 차량 90대 중 88대가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지나갔다. 잠실역사거리에서도 오전 10시 40분부터 5분 동안 같은 상황에서 일시 정지한 차량은 60대 중 2대뿐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 뒤로 지나가는 차량도 발견됐다. 이는 개정 전 법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김원신 손해보험협회 사고예방팀장은 “일관된 기준으로 현장 단속을 지속해야 국민들도 빠르게 인지할 것”이라며 “공익광고 등을 통한 홍보를 병행해 보행자 중심의 교통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일시정지 ‘0대’이날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횡단보도에선 무조건 차량이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도 시행됐다. 개정 전에는 보행자가 없는 경우 멈추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어린이 보호구역인 송파구 해누리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를 지나간 차량 50여 대 중 일시 정지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대부분이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약간 줄인 후 차량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다시 속도를 높였다. 운전자 이요한 씨(34)는 “서행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일시정지까지 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경찰은 이 씨의 차량을 멈춰 세우고 바뀐 법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보행자 보호 의무 조항을 위반하면 운전자에겐 범칙금 6만 원(승용차 기준)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이날부터 1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고, 이후 법 위반 시 범칙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통행하려 할 때’ 해석 놓고 혼란도이날 계도 현장에선 단속 기준을 두고 일부 혼란도 있었다. 특히 우회전 시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 일시정지 해야 한다’는 조항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경찰은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고 한 경우 △손을 드는 등 운전자에게 횡단 의사를 표시한 경우 △횡단보도 인근에서 차도, 차량, 신호 등 주위를 살피는 경우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향해 빨리 걷거나 뛰어올 경우에 일시 정지하지 않은 차량을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경찰청은 “해당 조항은 보행자의 통행 의사가 외부로 표출된 경우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횡단보도 앞에 그냥 서 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계도 현장에서 혼란이 일었다. 계도 현장에선 휴대전화를 보는 등 별다른 통행 의사 표출 없이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이 멈춰 세운 한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게 아니라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계도에 나선 경찰들도 혼란스러워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보행 의사가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애매할 땐 일단 멈추라고 조언했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는 “모든 상황에서 보행자의 의사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운전자는 횡단보도가 보이면 일단 멈추고 주위를 살핀 후 간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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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 가겠다’는 백신접종후 사망자 아들[기자의 눈/조응형]

    “엄마, 우리 이민 가면 안 돼요?” 열다섯 살 장세호 군은 요즘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버지 장호기 씨(사망 당시 51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한 뒤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급성 심장사였다. 경찰이던 장 씨는 사회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일찌감치 백신을 접종했다. 세호 군은 “경찰이 먼저 맞아야 국민들도 맞는다”던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하던 장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유족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접종 이상반응을 신고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제대로 된 설명 한번 없이 3개월 뒤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5줄짜리 결론만 전해 왔다. 통지문에는 인과성 여부를 누가, 어떻게 논의했다는 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머니 김민경 씨(46)가 질병청에 문의했을 때 “지침에 없어 인정해줄 수 없다”는 답만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정부에 대한 세호 군의 불신도 커졌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내색은 안 하지만 나도 국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부작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던 정부는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의 인과성 입증을 블랙박스에 넣고 철저하게 봉인했다. 본보가 어렵게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백신 인과성 심의 녹취에는 전문가들이 여러 근거를 들며 ‘인과성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는데도 “해외에서 부작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과성 없음’ 결론을 내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K방역’을 홍보하던 정부가 이상반응 인과성 검증에선 해외 기준만 앞세운 것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두고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피해보상 전문위원직을 사임하며 동료 위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모든 약물이 그렇듯 코로나19 백신도 완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역시 불완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과성) 결정이 불완전하단 사실을 받아들이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질병청은 ‘불완전’을 인정하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고 백신을 접종한 후 이상반응을 겪은 국민들에게도 “결정된 대로 따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계속 이런 방식으로 정부와 백신의 신뢰를 높일 순 없다. 20일은 장호기 씨의 첫 번째 기일이다. 한국을 떠나겠다는 세호 군에게, 정부는 ‘접종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지금이라도 돌아봤으면 한다.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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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장례뒤 보건소서 “부검했나” 물어… 유족 “화장했는데 이제 와서”

    “엄마, 보건소에서 전화 와서 아빠 부검했느냐고 묻던데?” 올 1월 19일 경기 안성시에 사는 여필자 씨(53)는 남편 김성원 씨(57)의 장례 후속 절차를 위해 경북 포항으로 내려갈 채비를 하던 중 딸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남편 김 씨는 닷새 전 숨졌고, 장례는 사흘 전 끝났다. 시신은 이미 화장돼 장지에 안장돼 있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한 지 31일 만인 올 1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진단명은 뇌출혈이었다. 앞서 경기 평택시 보건소는 김 씨의 백신 이상반응 신고를 접수했다. 그런데 뒤늦게 딸에게 연락해 “부검 여부가 사망과 백신 간 인과성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부검을 했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보건소 안내 부실로 부검 못 한 사망자들급히 평택시 보건소를 찾은 여 씨는 “왜 부검을 하라는 안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보건소 측은 “우리에게 알릴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5월 31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여 씨는 “보건소 직원이 ‘계속 소리를 지르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더니 나중엔 ‘돈 때문에 그러느냐’는 폭언까지 했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백신 접종 이상반응 역학조사에서 부검은 인과성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되는 필수 절차로 꼽힌다. 특히 환자가 갑자기 사망해 병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등에는 사실상 부검 결과 외에는 인과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 보건소들은 안내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김 씨의 이상반응 신고를 접수한 평택시 보건소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씨의 주소지는 안성시이므로 부검 안내는 안성시 보건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성시 보건소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입원 병원 관할 보건소에서 이뤄진다”며 평택시 보건소에 책임을 넘겼다. 취재진이 확인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의 ‘접종 후 이상반응 시도 신속대응팀 업무 매뉴얼’은 또 달랐다. 시도 역학조사반이 보호자에게 부검 실시를 권고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 같은 매뉴얼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많게는 수천 건의 이상반응 역학조사를 동시에 담당하는 시도 역학조사반이 직접 부검 안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응 체계의 허점 탓에 숨진 가족의 부검 기회를 놓친 유족들은 “부검 결과 없이 나온 인과성 심의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고 호소한다. 여 씨는 남편 사망이 ‘백신과 인과성이 없다’는 심의 결과를 올해 4월 19일 통보받았다. 여 씨는 기자에게 “부검도 못 했는데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인과성 심의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6월 아버지 전재명 씨(사망 당시 65세)를 잃은 혜원 씨(37)도 같은 의견이었다. 전 씨는 백신 접종 10일 뒤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혜원 씨는 어느 곳에서도 부검 안내를 받지 못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에 항의하자 ‘부검을 안내해야 한다는 지침이 뒤늦게 내려와 안내를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혜원 씨가 경기도청에 전화로 항의하자 담당자는 “고의 과실인지를 따져 국가 배상을 청구하라”면서도 “고의 과실이 인정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사자가 억울해하기에 배상 청구 절차가 있으니 이용하라고 알려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혜원 씨는 “지난해 9월 ‘접종과 인과성 없음’ 결정이 나왔지만 지자체 과실로 부검을 못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많은 관련 서류, 당사자가 일일이 챙겨야접종 후 이상반응 환자와 사망자 가족이 피해보상 신청을 하기 위해 수많은 서류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피해보상을 신청하려면 진료확인서와 진료비 영수증, 의무기록 사본, 부검감정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사망 등의 이유로 백신 접종자와 신청자가 다를 경우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도 내야 한다. 지난해 10월 아들 장지영 군(사망 당시 18세·지난해 8월 화이자 백신 접종)을 잃은 장성철 씨(50)는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아들의 부검 감정서를 받은 후에야 보건소에 제출할 수 있었다”라며 “관계 기관끼리 서류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됐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다. 동아일보가 대면 전화, 서면으로 만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환자 및 유족 158명 가운데 133명(84.2%)은 백신 이상반응 신고 또는 피해보상 신청 과정에서 질병관리청 및 보건소 등이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유족들 “백신접종 피해, 정부-사회가 외면… 잊혀질까 두려워” 국가책임제 등 대선 공약 지지부진유족 “정부가 인과성 입증 책임져야”대통령실 “소급적용 등 쟁점 검토중” “이젠 사회에서 영영 잊혀질까 봐 두려워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유족의 말이다. 코백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질환이 생긴 이들과 사망자 가족들이 모인 단체다. 코백회 회원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에 동참한 이후 피해를 입었음에도 정부와 사회에 외면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환자와 유족들은 백신 접종 피해를 적극 구제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백신 접종 부작용 피해 회복 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입증 책임을 국가가 지겠다는 내용이었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2월 15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을 가진 후 첫 일정으로 인접한 코백회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 대응특별위원회가 4월 발표한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는 국가책임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개연성은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급하는 의료비와 사망 위로금 상한선을 상향하는 내용만 담겼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지원금 한도를 높이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인과성 입증 책임을 지고, 백신 외 다른 원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 질의에 “국가책임제 기조는 당연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스터디가 필요하다. 소급 적용 여부, 인과성 입증 전 선보상 등의 쟁점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4일 동아일보 보도 관련 자료를 내고 “백신 안전성 연구 확대, 의료비 및 사망 위로금 등 지원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부작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던 지난 정부에 대한 항의도 가로막혔다. 코백회 회원들은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시 사저 앞에서 사과 요구 집회를 열었는데, 지난달 1일 경찰이 ‘주민 사생활 평온 침해’를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해 왔다. 지난달 예정됐던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과의 면담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고 한다. 올 1월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도 지난달 구청의 철거 명령이 떨어졌다. 김 회장은 “추모 공간까지 잃으면 정부가 우리를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라고 했다.특별취재팀 ▽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 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기사(혹은 콘텐츠, 영상, 홈페이지)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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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백신-혈전 인과성 검사 거부하던 질병청… 딸 죽은뒤 뉴스 나오자 그제야 검사 통보”

    “딸아이가 죽은 후에 (질병관리청) 연락이 온 거예요, 죽은 후에…. (살아) 있을 때 쌩쌩한 피 뽑아가지고 검사해 달랬더니, 다 무시하고…. 죽은 아이 피를 어디서 찾겠어요?” 5월 28일 제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남훈 씨(54)는 목이 멘 듯하더니 이내 격앙된 목소리로 변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제주교대 4학년으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딸 유빈 씨를 잃었다. 유빈 씨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4일 만인 지난해 7월 30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집 앞 화단에서 쓰러졌다. 뇌와 폐혈관에 혈전이 생긴 것. 8일 뒤 유빈 씨는 스물셋의 나이에 뇌경색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유빈 씨가 중환자실에 있던 지난해 8월 4일 제주도청 A 역학조사관(전문의)은 접종과 혈전증의 인과성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이 씨에 대한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해달라고 질병청에 의뢰했다. TTS는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접종으로 유발될 수 있다고 공인된 질환이다. A 조사관은 이 씨가 백신 접종 외에는 뇌, 폐혈관의 혈전증을 일으킬 만한 위험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고, 접종으로 인한 TTS가 주로 젊은 여성층에서 발병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질병청은 검사를 거부했다. 유빈 씨가 AZ나 얀센이 아닌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 조사관이 사흘 동안 검사 요청을 세 차례 되풀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빈 씨가 숨지자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질병청은 그제야 “(유빈 씨의) TTS 검사를 하겠다”며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에 검체(혈액)를 보내라고 했다. 유빈 씨가 세상을 떠나고 5일 후였다.부검결과 안나왔는데 “인과성 없다”… 질병청 “1차 소견으로 판단” 부검의는 “백신 가능성 매우 높다”… 질병청 재심의선 ‘다른 원인 가능성’고3 접종후 뇌출혈 사망 논란에 질병청 “백혈병 인지 못한채 접종”유족들 “질병청, 피해자 고통 외면… 인과성 없음 증명에만 몰두해 상처” 간신히 질병청에 이유빈 씨의 혈액을 보낼 수는 있었다.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은 유빈 씨가 사망하기 직전 병원에서 채취해둔 혈청 약 1cc를 찾아냈다. 그러나 유빈 씨 혈청은 영상 2∼8도의 냉장고에 수일간 보관됐던 상태였다. 질병청은 TTS 검사를 위한 혈청은 영하 20도 이하로 냉동 운송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냉장의 경우 24시간 내 운송돼야 한다. 질병청은 이같이 운송된 유빈 씨의 혈액을 검사한 뒤 TTS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유빈 씨는 결국 지난해 9월 피해조사반에서 ‘인과성 없음’ 판단을 받았다. 아버지 이남훈 씨는 “기본적인 보관 조건도 갖추지 않은 검사를 어떻게 믿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권고하는 (혈액 보관) 방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자문단 및 피해조사반에서 의무기록 및 전반적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판단했다”고 본보에 설명했다. 질병청은 유빈 씨 사례가 논란이 된 뒤에야 지난해 9월 26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자도 TTS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동아일보는 백신 접종 후 질환이 생긴 환자와 사망자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질병청의 대응 방식에 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질병청이 자신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접종과의 인과성 없음’을 증명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부검 결과 안 나왔는데 “인과성 없다”부검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질병청으로부터 ‘인과성 없음’ 통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현직 경찰 이은석 씨(38)는 지난해 6월 30일 어머니 강순향 씨를 떠나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어머니는 백신 접종 후 23일 만에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진단명은 뇌출혈이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뇌출혈을 겪게 된 원인을 알고자 부검에 동의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7개월 전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한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 뉴스 기사를 통해 질병청이 어머니의 죽음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사망 후 이틀 만인 지난해 7월 2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이 씨는 질병청에 전화를 걸어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왔는데 인과성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라고 따졌다. 담당 팀장은 “부검 1차 소견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했다”며 “최종 결과가 나와도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는 달랐다. 피해조사반 회의가 열린 지 20일 뒤인 7월 22일 나온 부검 감정서엔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검의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는 단계”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전 생성의 병리기전을 벗어나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사료된다”고 했다. 부검 최종 결과를 전달받은 질병청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 강 씨 사례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서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판정을 바꿨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백신 접종 초기엔 위험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1차 부검 소견을 토대로 인과성을 검토하고, 최종 부검결과가 나왔을 때 재심의를 통해 반영되도록 했다”라며 “현재는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 심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혈병 걸린 채 접종했다니…”확실하지 않은 기저질환을 언급해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질병청은 지난해 11월 19일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75일 만에 사망한 고등학교 3학년 김준우 군에 관해 “백혈병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 군이) 백혈병이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했고, 이후 발병을 인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5월 30일 강원 강릉시 자택에서 만난 김 군의 어머니 강일영 씨(47)는 “병원에서도 진단을 확실히 못 내리고 추정만 했는데, 어떻게 접종 때 이미 백혈병이 걸린 상태였다고 발표하느냐”라며 분노했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외부적 요인(방사능 등)에 의한 백혈병은 통상 노출 후 상당 기간 후에 발병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접종 전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토했다”고 답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 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기사(혹은 콘텐츠, 영상, 홈페이지)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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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모더나는 해당 안돼’ 검사 거부 질병청, 뉴스 나오자 죽은 딸 혈액 보내랍디다”

    “딸아이가 죽은 후에 (질병관리청) 연락이 온 거예요, 죽은 후에…. (살아) 있을 때 쌩쌩한 피 뽑아가지고 검사해 달랬더니, 다 무시하고…. 죽은 아이 피를 어디서 찾겠어요?” 5월 28일 제주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남훈 씨(54)는 목이 멘 듯하더니 이내 격앙된 목소리로 변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제주교대 4학년으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딸 유빈 씨를 잃었다. 유빈 씨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4일 만인 지난해 7월 30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집 앞 화단에서 쓰러졌다. 뇌와 폐혈관에 혈전이 생긴 것. 8일 뒤 유빈 씨는 스물셋의 나이에 뇌경색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유빈 씨가 중환자실에 있던 지난해 8월 4일 제주도청 A 역학조사관(전문의)은 접종과 혈전증의 인과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씨에 대한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해달라고 질병청에 의뢰했다. TTS는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접종으로 유발될 수 있다고 공인된 질환이다. A 조사관은 이 씨가 백신 접종 외에는 뇌, 폐혈관의 혈전증을 일으킬 만한 위험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고, 접종으로 인한 TTS가 주로 젊은 여성층에서 발병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질병청은 검사를 거부했다. 유빈 씨가 AZ나 얀센이 아닌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 조사관이 사흘 동안 검사 요청을 세 차례 되풀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빈 씨가 숨지자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혈액 검사 거부는) 의료진 판단을 외면한 행정편의적 결정”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질병청은 그제야 “(유빈 씨의) TTS 검사를 하겠다”며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에 검체(혈액)를 보내라고 했다. 유빈 씨가 세상을 떠나고 5일 후였다.간신히 질병청에 이유빈 씨의 혈액을 보낼 수는 있었다. 제주도청 역학조사팀은 유빈 씨가 사망하기 직전 병원에서 채취해둔 혈청 약 1cc를 찾아냈다. 그러나 유빈 씨 혈청은 영상 2~8도의 냉장고에 수일간 보관됐던 상태였다. 질병청은 TTS 검사를 위한 혈청은 영하 20도 이하로 냉동 운송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냉장의 경우 24시간 내 운송돼야 한다. 질병청은 이같이 운송된 유빈 씨의 혈액을 검사한 뒤 TTS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유빈 씨는 결국 지난해 9월 피해조사반에서 ‘인과성 없음’ 판단을 받았다. 아버지 이남훈 씨는 “기본적인 보관 조건도 갖추지 않은 검사를 어떻게 믿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권고하는 (혈액 보관) 방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자문단 및 피해조사반에서 의무기록 및 전반적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판단했다”고 본보에 설명했다. 질병청은 유빈 씨 사례가 논란이 된 뒤에야 지난해 9월 26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자도 TTS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동아일보는 백신 접종 후 질환이 생긴 환자와 사망자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질병청의 대응 방식에 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질병청이 자신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접종과의 인과성 없음’을 증명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부검 결과 안 나왔는데 “인과성 없다”부검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질병청으로부터 ‘인과성 없음’ 통지를 받은 경우도 있다. 현직 경찰 이은석 씨(38)는 지난해 6월 30일 어머니 강순향 씨를 떠나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어머니는 백신 접종 후 23일 만에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진단명은 뇌출혈이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뇌출혈을 겪게 된 원인을 알고자 부검에 동의했다. 이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7개월 전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갑자기 뇌출혈이 발생한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 뉴스 기사를 통해 질병청이 어머니의 죽음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사망 후 이틀 만인 지난해 7월 2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이 씨는 질병청에 전화를 걸어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왔는데 인과성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라고 따졌다. 담당 팀장은 “부검 1차 소견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했다”라며 “최종 결과가 나와도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는 달랐다. 피해조사반 회의가 열린 지 20일 뒤인 7월 22일 나온 부검 감정서엔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검의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는 단계”라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전 생성의 병리기전을 벗어나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생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사료된다”고 했다. 이 씨는 5월 27일 자택에서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나 “내가 일하는 경찰에서도 부검 결과 없이는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는데, 부검 1차 소견만으로 심의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부검 최종 결과를 전달받은 질병청은 지난해 9월 회의에서 강 씨 사례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에서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판정을 바꿨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백신 접종 초기엔 위험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1차 부검 소견을 토대로 인과성을 검토하고, 최종 부검결과가 나왔을 때 재심의를 통해 반영되도록 했다”라며 “현재는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 심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혈병 걸린 채 접종했다니…”확실하지 않은 기저질환을 언급해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질병청은 지난해 11월 19일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75일 만에 사망한 고등학교 3학년 김준우 군에 관해 “백혈병으로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 군이) 백혈병이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했고, 이후 발병을 인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5월 30일 강원 강릉시 자택에서 만난 김 군의 어머니 강일영 씨(47)는 “병원에서도 진단을 확실히 못 내리고 추정만 했는데, 어떻게 접종 때 이미 백혈병이 걸린 상태였다고 발표하느냐”라며 분노했다. 대한혈액학회장인 김동욱 을지대의료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김 군의 경우 백신 접종 당시 혈액 검사 기록이 없는데,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며 “급성 백혈병은 대개 한두 달 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 발현일로부터 75일 전인 백신 접종 시점에 백혈병이 걸려 있었을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질병청은 본보 질의에 “외부적 요인(방사능 등)에 의한 백혈병은 통상 노출 후 상당 기간 후에 발병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접종 전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토했다”고 답했다.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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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피해보상위, 운영 방식 납득 어려워”

    “우리 국민 400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그럼 우리나라 기준을 만들어야지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회의에서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심근염이 발생해 사망한 21세 남성의 접종 인과성 여부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피해보상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심근염을 화이자의 이상반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무조건 국제적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언”이라고 했다.신 변호사는 한국의료법학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다. 2003년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약 8년 동안 활동했다. 이후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9년부터 다시 예방접종 피해보상위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근 본보 인터뷰 일문일답. ―피해보상위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변협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그동안 피해보상위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기관이 인정한 이상반응을 기준으로 피해보상을 결정해왔다. 백신 말고 이상반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경우도 ‘4-1’(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근거 불충분) 항목으로 결정됐다. 답답해서 회의 도중 ‘우리가 FDA의 한국지부이냐’고 불만을 표한 적도 있다.” ―인과성 여부는 과학적으로 따져야 하지 않나.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립된 기준만 기계적으로 적용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문제다. 더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이 기저질환을 촉진했을 수도 있는데,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로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결론짓는다.” ―과거 현재 피해보상위 운영을 비교하면…. “예전에는 위원들이 난상 토론을 벌인 뒤 각자 서류에 결론을 적어 내 과반 이상의 다수결로 보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보상위는 위원장 주도로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으로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일부 위원이 반발해 한동안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면….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안전하다, 문제가 나타나면 책임지겠다’며 접종을 권장했다. 그 후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보상하기 곤란하다’고 하면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 기자 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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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심의 3분만에 ‘사망과 백신 인과관계 없음’…피해보상 회의 최초 확인

    “표에 나온 증상만 갖고 (인과성이) 있다, 없다 판단할 거면 전문가 모셔놓고 회의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2022년 5월 17일, 역학조사관) “(사망 이유를) 모르면 (인과성 없다고) 결정하지 말고,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우선입니다.”(2021년 12월 28일, 피해보상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및 피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역학조사관과 전문위원이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지만 2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은 지난해 2월 백신 접종 시작 이후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를 통해 보상 신청된 이상반응의 백신 인과성 여부를 결정했다.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유족 등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회의록을 안 만든다”며 번번이 거절했다.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9월 16일~올해 6월 10일 9개월간 열린 두 회의의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47시간 42분 분량이다. 처음 공개되는 회의 내용에는 “접종 부작용을 책임지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다른 실상이 드러나 있었다. 논의된 이상반응 사례 783건 가운데 질병청 지침을 넘어선 결론이 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일부 전문가는 인과성 인정을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동아일보에 “이상반응 지침은 최신 국제 사례를 반영하는 가장 과학적인 자료”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망자 2236명 중 6명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지금까지 이상반응 신고는 47만1775건이었으며 보상 신청 7만8462건(심의 완료 5만4795건) 중 1만8548건이 보상을 받았다. 심의 완료 건 중 약 80%는 30만 원 미만 소액 진료비 보상이었다. 올 5월 17일 질병관리청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유빈 씨(당시 23세)의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 인정 여부를 두고 격앙된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 역학조사관(전문의)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인과성 인정을 거듭 주장했지만 피해조사반장(의대 교수)은 “(질병청) 기준을 벗어난다. 나는 (기준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회의 녹취에선 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는 경우 전부 거부됐다.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 및 사망자 유가족 158명을 대면과 전화통화,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과성 심의 회의록 공개’(49명·31%)였다.●질병청 지침에만 의존한 인과성 평가이 씨는 모더나 백신 접종 11일 만인 지난해 8월 7일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씨를 담당한 종합병원 의사는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질병청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지자체 역학조사 결과 이 씨에겐 기저질환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난 사인은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었다. 이 병의 발병 인자로는 백신 접종과 C형 간염, 흡연 등 1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이 씨는 백신 접종 외에 다른 발병 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질병청 이상반응 목록엔 이 병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은 회의에서 “해외 논문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씨 죽음에) 백신 이외에 원인이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지만 피해조사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54)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질병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된) 결과록만 있다”고 답했다.●“전문위원들은 거수기 노릇”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에는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피해 보상위에선 심근염 진단 후 사망한 박모 씨(당시 21세)에 대해 논의했다. 박 씨는 현역 군인으로 지난해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일 뒤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심근염. 지난해 7월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인정됐지만 올 1월 회의에선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의대 교수인 전문위원이 반론을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직권으로 ‘인과성 근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은 그 자리에서 피해조사반 구성원 일부가 피해보상위에도 포함돼 있다는 걸 거론하면서 “위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피해보상위원장이 피해조사반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올 3월 백신안전성위원회는 환자 1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염을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다.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심근염의 경우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보상위는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연구가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인과성 인정은 극히 어렵다.●대법원 “인과성 입증 기준 완화할 필요”피해보상위의 ‘인과성 없음’ 결정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4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장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며 “예방접종 피해 보상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에 동참해 특별한 희생을 한 데 대한 보상”인 만큼 인과성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피해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백신 외 이상반응을 설명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보상위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 상당수가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1건당 평균 논의시간 2분 48초현행 인과성 심의 체계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가 도입된 옛 전염병예방법(1995년 1월 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팬데믹을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가 심의한 사례 수는 지난달까지 4만3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1000건 이상 검토된 날도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26차례의 회의 녹취에서 구두 논의 사례 783건을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건당 평균 2분 48초였다. 구두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이상반응 신고 수만 건은 서면으로 검토를 마쳤다. 한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 피해보상위, 운영 방식 납득 어려워”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우리 국민 4000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그럼 우리나라 기준을 만들어야지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전문위원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8일 회의에서 이같이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심근염이 발생해 사망한 21세 남성의 접종 인과성 여부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피해보상위 위원장은 회의에서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심근염을 화이자의 이상반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무조건 국제적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언”이라고 했다.신 변호사는 한국의료법학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다. 2003년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약 8년 동안 활동했다. 이후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을 거쳐 2019년부터 다시 예방접종 피해보상위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근 본보 인터뷰 일문일답. ―피해보상위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변협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그동안 피해보상위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기관이 인정한 이상반응을 기준으로 피해보상을 결정해왔다. 백신 말고 이상반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경우도 ‘4-1’(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근거 불충분) 항목으로 결정됐다. 답답해서 회의 도중 ‘우리가 FDA의 한국지부이냐’고 불만을 표한 적도 있다.” ―인과성 여부는 과학적으로 따져야 하지 않나.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립된 기준만 기계적으로 적용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문제다. 더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백신이 기저질환을 촉진했을 수도 있는데,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의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로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결론짓는다.” ―과거 현재 피해보상위 운영을 비교하면…. “예전에는 위원들이 난상 토론을 벌인 뒤 각자 서류에 결론을 적어 내 과반 이상의 다수결로 보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보상위는 위원장 주도로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으로 다른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일부 위원이 반발해 한동안 의결서를 제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 ―개선 방향을 제언한다면….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 극복을 위해 ‘안전하다, 문제가 나타나면 책임지겠다’며 접종을 권장했다. 그 후 발생한 이상반응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보상하기 곤란하다’고 하면 납득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질병청 “백신 인과성 판단 근거, 美-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판단하는 절차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질병당국의 판단 근거가 다른 주요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백신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은 백신별 이상반응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은 국내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 등 전 세계 주요 연구와 보고서를 참고해 만들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가 접수되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이 지침에 등재된 부작용인지부터 살핀다. 질병청은 이 지침에 등재되지 않은 이상반응 사례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상반응 지침에 나온 증상들만 인과성을 인정하는 게 다소 보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새로운 연구 사례가 나올 때마다 이상반응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심근염과 심낭염은 지난해에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각각 올해 3월과 5월부터 인과성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인과성을 인정하는 이상반응의 범위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늘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피해조사반, 피해보상전문위원회 등 질병청의 백신 이상반응 판단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질병청은 “회의 결과가 정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회의 녹화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면서도 “개인정보 문제와 보관 근거 부재 등의 이유로 회의 결과를 지자체에 통보한 뒤 폐기한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백신 피해 보상을 늘리고 있다. 현재까지 총 5만4795건을 심의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는 1만8548건에 대해 보상했다. 질병청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시간적 개연성, 기저질환, 유전적 특성 등을 종합 판단해 최대 5000만 원의 사망위로금과 최대 3000만 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5명이 사망위로금을, 130명이 치료비를 받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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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백신 사망 인과성 인정을”… “질병청 지침에 없어 불가”

    “표에 나온 증상만 갖고 (인과성이) 있다, 없다 판단할 거면 전문가 모셔놓고 회의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2022년 5월 17일, 역학조사관) “(사망 이유를) 모르면 (인과성 없다고) 결정하지 말고, (유족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우선입니다.”(2021년 12월 28일, 피해보상전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및 피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역학조사관과 전문위원이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지만 2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은 지난해 2월 백신 접종 시작 이후 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를 통해 보상 신청된 이상반응의 백신 인과성 여부를 결정했다.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유족 등의 요청이 이어졌지만 “회의록을 안 만든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해 9월 16일∼올해 6월 10일 9개월간 열린 두 회의의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47시간 42분 분량이다. 처음 공개되는 회의 내용에는 “접종 부작용을 책임지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과 다른 실상이 드러나 있었다. 논의된 이상반응 사례 783건 가운데 질병청 지침을 넘어선 결론이 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일부 전문가는 인과성 인정을 집요하게 요청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됐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동아일보에 “이상반응 지침은 최신 국제 사례를 반영하는 가장 과학적인 자료”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망자 2236명 중 6명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지금까지 이상반응 신고는 47만1775건이었으며 보상 신청 7만8462건(심의 완료 5만4795건) 중 1만8548건이 보상을 받았다. 심의 완료 건 중 약 80%는 30만 원 미만 소액 진료비 보상이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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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백신 이상반응 심의, 전문가 의견 거부… 건당 2분48초 그쳐

    올 5월 17일 질병관리청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이유빈 씨(당시 23세)의 사망과 접종의 인과성 인정 여부를 두고 격앙된 대화가 이어졌다. 지역 역학조사관(전문의)은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인과성 인정을 거듭 주장했지만 피해조사반장(의대 교수)은 “(질병청) 기준을 벗어난다. 나는 (기준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피해보상전문위원회(피해보상위) 회의 녹취에선 이 같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됐다.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질병청 지침에 없는 경우 전부 거부됐다. 취재팀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 및 사망자 유가족 158명을 대면과 전화통화,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이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과성 심의 회의록 공개’(49명·31%)였다.○ 질병청 지침에만 의존한 인과성 평가이 씨는 모더나 백신 접종 11일 만인 지난해 8월 7일 혈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씨를 담당한 종합병원 의사는 ‘백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질병청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다. 지자체 역학조사 결과 이 씨에겐 기저질환이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나타난 사인은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란 희귀 질환이었다. 이 병의 발병 인자로는 백신 접종과 C형 간염, 흡연 등 10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이 씨는 백신 접종 외에 다른 발병 인자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질병청 이상반응 목록엔 이 병이 없었다. 역학조사관은 회의에서 “해외 논문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재난적 항인지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씨 죽음에) 백신 이외에 원인이 뭐가 있겠나”라고 물었지만 피해조사반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 이남훈 씨(54)는 “심의 내용을 공개해 달라”며 질병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회의록은 없고, (요약된) 결과록만 있다”고 답했다.○ “전문위원들은 거수기 노릇”피해조사반과 피해보상위에는 전문가 다수가 참여했지만 전문성에 기반한 실질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피해보상위에선 심근염 진단 후 사망한 박모 씨(당시 21세)에 대해 논의했다. 박 씨는 현역 군인으로 지난해 6월 7일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일 뒤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추정 사인은 심근염. 지난해 7월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인정됐지만 올 1월 회의에선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의대 교수인 전문위원이 반론을 제기했지만 위원장은 직권으로 ‘인과성 근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은 그 자리에서 피해조사반 구성원 일부가 피해보상위에도 포함돼 있다는 걸 거론하면서 “위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하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피해보상위원장이 피해조사반장을 겸임한다. 하지만 올 3월 백신안전성위원회는 환자 1500여 명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심근염을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다.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심근염의 경우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보상위는 질병청 지침에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계적 연구가 쉽지 않은 희소 질환의 경우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인과성 인정은 극히 어렵다.○ 대법원 “인과성 입증 기준 완화할 필요”피해보상위의 ‘인과성 없음’ 결정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4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장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라며 “예방접종 피해 보상은 예방접종의 사회적 유용성에 동참해 특별한 희생을 한 데 대한 보상”인 만큼 인과성 입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피해보상위원으로 활동한 신현호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더라도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에 시간적 개연성이 있고, 백신 외 이상반응을 설명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기준에 따르면 피해보상위에서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 상당수가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건당 평균 논의시간 2분 48초현행 인과성 심의 체계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가 도입된 옛 전염병예방법(1995년 1월 시행)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초유의 팬데믹을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보상위가 심의한 사례 수는 지난달까지 4만30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1000건 이상 검토된 날도 있었다. 본보가 입수한 26차례의 회의 녹취에서 구두 논의 사례 783건을 심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건당 평균 2분 48초였다. 구두로 논의되지 않은 나머지 이상반응 신고 수만 건은 서면으로 검토를 마쳤다. 한 피해보상전문위원은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박종민 김윤이 최미송(이상 사회부) 기자vaccine.donga.com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 이 기사(혹은 콘텐츠, 영상, 홈페이지)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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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콘운송노조 파업… 노동계 하투 본격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1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보름 만에 수도권 레미콘 공장이 또다시 멈춰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을 종료한 지 보름 만이다. 민노총은 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되고 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물가 인상을 반영한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레미콘운송노조에는 수도권 레미콘 차주 95%가량(85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노조는 주말 사이 사측과 타협하지 못할 경우 다음 주 총파업(운송거부)을 이어간다. 민노총은 2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 6만 조합원이 집결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총연맹 차원에서 처음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다.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도 이달 중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레미콘 파업, 수도권 하루 300억 피해” 수도권 레미콘공장 95% 가동 멈춰아파트 신축현장 등 공사중단 속출… 업계 “원자재값 상승 겹쳐 초비상”민노총도 오늘 서울서 6만명 집회… 법원, 세종대로~삼각지 행진 허용 1일 서울 노원구 1200채 규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은 마지막 남은 1개 동 타설 작업을 남겨두고 공사가 멈췄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나흘간 골조 공사를 못했는데 레미콘 공급을 못 받아 또다시 공사가 중단된 것. 현장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레미콘 타설을 할 수 있는 날이 드물어 맑은 날 공정을 해야 하는데 하루를 날렸다”며 “연이은 파업 때문에 공사 기간을 못 맞출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운송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날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대부분 가동을 멈췄고 건설현장으로도 피해가 이어졌다. 임금 단체협상이 몰린 하절기 노동계의 연이은 집단행동이 예고돼 있어 산업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 연속 파업에 직격탄 맞은 레미콘-건설업계1일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파업으로 인한 수도권 공장 중단율은 95%에 달했다. 레미콘은 제품 특성상 생산 즉시 출하해 믹서트럭으로 운송하지 못하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 규모가 큰 유진기업(17개), 삼표산업(15개), 아주산업(7개) 등 중견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번 운송 중단으로 수도권에서만 하루 300억 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업계 전체 매출이 2500억∼3000억 원 피해를 봤다”며 “원자재값 인상, 단가 협상 지연 등에 파업까지 겹치면서 중소 공장들은 폐업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한 골조 공사 현장이 올스톱됐다.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운송차량을 구하지 못해 인천 700채 규모 아파트 신축 현장 등 수도권에서만 6곳의 타설 공사 작업을 중단시켰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값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졌는데 파업까지 겹쳐 적자가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1회당 운송료(5만6000원) 26% 인상(7만1000원)과 근로시간 면제수당, 단체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사는 운송료 단계적 인상에는 수긍하면서도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는 다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조사들은 운송사업자들을 지입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일 뿐이라며 노조로 보지 않고 있다. 양측은 주말까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 민노총 2일 도심서 대규모 집회노동계 하투(夏鬪)도 주말 사이 본격화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일 오후 서울광장, 세종대로, 을지로, 청계천 등 서울 도심에서 조합원 약 6만 명이 모이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경찰은 이날 집회와 행진으로 서울 도심권 일대 교통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교통경찰 500여 명을 투입하고 안내 입간판 50개를 설치하는 등 교통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집행부에 대해선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일 예정된 집회와 행진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에 따라 민노총은 2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본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4시∼6시 반 서울역 교차로와 숙대입구 사거리, 남영사거리를 거쳐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파출소까지 3만 명 이내의 규모로 행진할 수 있게 됐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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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8회 장한 고대언론인상’에 김진오 CBS 사장 등 3명 선정

    고려대 출신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고려대언론인교우회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제28회 장한 고대언론인상’ 수상자로 김진오 CBS 사장(60), 김병직 문화일보 발행인(57), 추승호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55)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언론인교우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선 등 혼란한 시기에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며 언론의 정도를 지켜온 공로가 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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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외 멘토링-미술치료…‘게임 중독’ 명준이가 달라졌어요

    “상대 캐릭터에게 제대로 (게임) 기술을 못 쓰면 키보드를 막 부수고 싶었어요….” 조손 가정에서 자라는 중학교 1학년 명준이(가명·1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졌다. 심할 때는 하루 10시간씩 새벽까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곤 했다. 4월 28일 서울 양천구의 집에서 만난 명준이는 “격투 게임에서 지면 너무 화가 나 조절이 안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기간 학교는 문을 제대로 안 열고, 구청의 돌봄 프로그램도 멈추면서 명준이는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돌봄 공백 속에 할 일이 없다 보니 게임에 중독된 것. 사회적 활동이 줄면서 경증이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도 심해졌다. 그러나 요즘 명준이의 일상은 게임 대신 할머니와의 산책, 복지관에서 하는 공부, 미술 치료와 심리 상담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명준이는 “더 이상 집에서 폐인처럼 게임만 하지는 않을 것이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 청소년지원센터와 민간 어린이재단 등이 명준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행동과 정서 발달, 건강, 학습 등에서 뒤처졌던 취약계층 아이들을 ‘코로나19의 늪’에서 끌어내기 위한 ‘골든타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지금이라고 입을 모은다.과외 멘토링 받고 미술치료… 게임만 하던 명준이 “이젠 달라질것” 코로나로 외부활동과 단절 하루 6시간씩 게임에 매달려… 수업 집중 못하고 ADHD 악화민간 재단-복지기관 지원 받고, 스스로 예전 일상으로 복귀“이젠 공부 시간 기다려져요”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을 빨리 안 끝내 주면 화가 나 막 소리 지르고 싶었어요.” 명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년 전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심해졌다.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명준이에게 선생님은 자주 주의를 줬다. 걱정이 된 할머니는 올 초 명준이를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다. 병원에선 “집중력은 낮아지고 분노 조절 능력은 약화돼 ADHD 증세가 악화됐다”고 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학교가 자주 문을 닫다 보니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기 어려웠다. 명준이가 좋아하던 지역청소년지원센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내내 운영을 중단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명준이는 센터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박 2일로 시골에 놀러 가 감자를 캐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주로 집에 있던 명준이의 일상을 게임이 파고들었다. 전에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매일 6시간 넘게 게임에 매달렸다. 할머니가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면 “방문 닫으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밥도 거르기 일쑤였다. 할머니가 차린 밥상에는 손도 대지 않고, 과자와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전 1시까지 게임을 했다. 체력도 떨어졌다.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제자리 왕복 달리기’ 횟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도움받으며 달라진 일상하지만 명준이의 일상은 최근 민간 재단과 지역 복지기관 개입 덕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각종 대면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지자 본격적으로 명준이네를 돕겠다고 나섰다. 재단은 조손가정으로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에 등록돼 있던 명준이네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요즘 학교 수업이 끝나면 명준이는 어린이재단이 지원하는 수학 영어 ‘일대일 과외 멘토링’을 받는다. 공부에 조금씩 다시 흥미를 붙여 나가고 있는 명준이는 “대학생 선생님과 공부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관했던 지역 청소년지원센터도 올 초 운영을 재개했다면서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명준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청소년센터에서 주 3회 하는 미술 치료 시간이다. 명준이를 담당하는 치료 상담 선생님 역시 “명준이가 그림 그릴 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차분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명준이는 지역 내 복지관 등에서 하는 놀이치료, 현장학습 등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코로나19 기간 오전 9시에 느지막이 일어나 간신히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던 명준이는 요즘 오전 7시면 눈을 뜬다. 전날 늦게까지 게임을 하지 않은 덕이다.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은 2시간 이내로 지키고 있다. 명준이는 “폐인처럼 게임만 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다시 살가웠던 예전의 명준이 모습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다퉜던 명준이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요즘 할머니에게 ‘다이어트’를 핑계로 뒷산 산책을 함께 가자고 조르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주말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명준이는 설레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만나 건담 프라모델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러 갈 것”이라고 했다.○ “뒤처진 아이들, 전폭적 지원 해야”하지만 전문가들은 “명준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입을 모은다. 명준이처럼 민간 복지재단과 지자체 사회복지 시스템에 포착돼 도움을 받으며 코로나19로 입은 상처에서 회복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학력 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을 대규모로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학교나 지역 복지관 등이 정상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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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지원 ‘드림스타트’, 건강검진-아이돌봄도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체와 정신건강이 악화되거나 학력수준이 떨어진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은 찾아보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통합 서비스인 ‘드림스타트’는 경제적 도움과 함께 건강검진, 멘토링,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종합 지원한다. 만 12세 이하 빈곤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원하고 있다. 각 지역 센터 정보는 드림스타트 홈페이지(www.dreamstar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경험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벌이는 ‘코로나 우울 심리회복 지원’ 사업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초중고 학생 또는 보호자가 소속 학교장에게 신청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를 총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긴급생계비 등 현금 지원과 돌봄, 학습, 의료 지원 프로그램 등을 포괄 지원하는 ‘코로나19 회복지원사업’(가칭)을 올해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재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가정형편이 나빠진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수 있다”라며 “각 지역 주민센터, 복지관 등과 연계해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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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에 극단 택한 아빠… 방안에 갇혀버린 중1 민준이

    “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안 나와요. 아빠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부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민준이(가명·13)는 몇 달 전부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외출도 하지 않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저녁부터 밤까지 말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민준이가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이다. 원래 티 없이 밝은 아이였다. 민준이가 다섯 살 때 이혼한 아버지는 “엄마 없는 티가 안 나게 하겠다”며 민준이 민지(가명·11) 남매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사무용 의자 조립 일로 바쁜 와중에도 남매의 아침·저녁상을 정성스레 차리는 건 물론이고, 아침마다 머리를 빗겨 주던 다정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 식구를 사정없이 할퀴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가구 수요가 급감하면서 민준이 아버지는 일감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생활고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버텼지만 끝내 우울증이 왔다. 결국 올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2년 넘게 지속된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부모가 이혼하거나 사망하는 등 가정 해체를 경험한 아동·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아빠와의 추억 담긴 고양이에 집착… 부모 이혼 충격에 발달 늦어져 〈중〉 남겨진 아이들 코로나 타격에 아빠 극단 선택뒤 첫째, 말수 줄고 친구와도 안 어울려둘째는 “아빠 보고싶어” 불면증, 지자체 무료상담으론 치료 역부족‘이혼 가정’ 태현이 언어발달 느려져 병원 가면 ‘충격 받은 일 있나’ 물어“정서적 격차, 학업 격차보다 심각… 지속적 지원으로 해결책 찾아야” “정말 의좋은 남매였는데, 얼마 전 동생 민지가 오빠한테 주먹질하며 대들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처음 봤어요.” 민준이와 민지 남매의 고모는 지난달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들이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했다. 민준이네 집에 자주 들러 살피는데, 오빠 민준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친구들과도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밥 먹어라”고 재촉해도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고 했다. 민지는 아버지가 없어진 후 유난히 컴퓨터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줄이라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얼마 전에는 “꿈에 아빠가 나와 같이 밥도 먹고 좋았는데, 중간에 깨서 엄청 울었다”고 했다. 밤마다 옆에서 재워주던 사람이 없어진 탓인지 불면증도 생겼고, 자다 깨는 일도 잦아졌다. 급기야 민준이는 4월 학교에서 받은 학생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우울이나 불안, 심리적 부담을 또래보다 훨씬 많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깊어지는 정서적 빈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동·청소년들의 우울감이 증가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대 공황장애, 우울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각각 1039명, 9297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559명, 1만32명으로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2021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이 2020년 25.2%에서 지난해 26.8%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취약계층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재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어 붕괴한 취약계층 가정이 많은데 아동들은 그 속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혼자 견뎌야 했다”라며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며 정신건강이 크게 나빠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부재로 심리적 타격을 입은 경우 경제적으로도 취약해져 마음의 상처를 돌볼 여유가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민준이 남매는 아빠의 죽음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둘이 합쳐 매달 정부 지원금 80만 원 정도가 나오지만 부족하다. 민준이의 할머니는 본인도 디스크가 심한 상태로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까지 돌보는 처지다. 남매의 고모는 아이들의 정신과 상담을 고민해봤지만 진료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여러모로 알아본 끝에 대학생이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료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월 1회 남매를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고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빠가 있었을 때는 조잘조잘 말도 잘하는,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민준이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는 “킥보드처럼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조를 아빠가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라며 “학원을 끊고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자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더 우울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매는 요즘 키우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늘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함께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다. “사료 값이 적잖게 드니, 내보내는 게 어떨까” 하는 고모의 제안에 남매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정서적 격차, 쉽게 회복 어려워코로나19가 부모의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정서적 충격을 받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이유미(가명·25) 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이혼했다. PC방에서 점장으로 일하던 남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하던 PC방이 문을 닫아 실직자가 됐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부부간 다툼이 잦아졌다. 아들 태현이(가명·6)는 원룸에서 부부의 다툼을 지켜봤다. 이 씨는 이혼 뒤 태현이가 유난히 엄마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울음이 많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원에 가 상담하니 ‘아이에게 충격받을 만한 일이 있었느냐’고 묻더라”며 “부모의 다툼과 이혼이 아이의 정서 및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 아이들이 겪은 심리적 상처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이 부모의 부재로 정서적 고립을 겪을 경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자해 및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며 “학습 결손으로 인한 학력 격차는 차츰 완화될 수 있지만, 정신건강은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훨씬 느리게 회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아동 청소년 시기 생겨난 정서적 결핍은 무의식에 깊게 남을 가능성이 커 더욱 위험하다”며 “아동 정신건강은 한두 번의 상담으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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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정신건강 고위험 1~2% 학생만 상담…英선 담임이 주 1회 학생들과 전화 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아동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정신건강 전문가 학교방문 지원사업’을 통해 전문가의 학생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되는 전문가 수가 많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인력이 많지 않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1∼2%의 학생 위주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3년마다 실시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이 드러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평소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사들이 이상 징후를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 맨체스터의 하이어레인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예방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주 1회 이상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도록 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를 꺼리는 청소년 등은 표면적 검사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각·조퇴가 잦거나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는 등 일상의 신호를 적시에 포착해 상담을 실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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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 치료 못 받아 말을 잃은 여섯살 막내

    강정서(가명·6) 양은 2년 만에 ‘엄마’라는 단어를 잊었다. 발달 장애를 갖고 태어난 정서는 언어 치료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간단한 단어는 말할 수 있게 됐다. 홀로 삼남매를 키우는 박지희(가명) 씨는 막내 정서가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3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갈수록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가졌다. “어, 어, 어….” 그러나 기자가 지난달 17일 강원 원주시 박 씨 집에서 만난 정서가 할 줄 아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정서의 언어 능력을 퇴행시킨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박 씨는 4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단체 모임 전문 도시락 가게를 열었다. 일은 고됐지만 네 식구의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가게가 자리를 잡을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행사가 사라지고 단체 주문이 끊기면서 매출이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월 100만 원 넘게 내며 매일 받던 정서의 특수치료를 박 씨는 주 3회로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정서가 다니는 특수유치원은 방역 때문에 자주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는 또래들이 말하는 걸 보고 들을 기회마저 정서에게서 앗아갔다. 코로나19의 타격은 정서의 오빠들에게도 미쳤다. 다니던 학원을 끊었는데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조차 마땅치 않았던 첫째 정현이(가명·15)는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학교 급식 대신 집에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던 정태(가명·13)는 체중이 20kg이나 늘어 비만이 됐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 아동의 발달과 학습, 건강 등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사회적 격차를 벌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녀와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2019년 4월 34만2000가구에서 올 4월 41만5000가구로 7만 가구 이상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함께 코로나19로 자녀와 사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여전히 늪과 같은 ‘사회적 롱코비드(Long COVID)’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빈곤층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급식 끊겨 라면 혼밥에 20kg 찌고… 줌 수업용 PC 못사 성적 뚝 막내, 유치원서 말 배울 기회 놓치고 둘째는 인스턴트 끼니 때우다 ‘비만’큰아들, 학원 못가 수학 60점→20점… 3남매 발달-건강-학습 ‘코로나 직격’“코로나 시기 격차, 평생 갈 가능성… 아이들에 기회 제공 긴급 지원을” 정서는 요즘 집에만 오면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조른다. 유튜브로 ‘키즈카페 영상’을 보기 위해서다. TV도 매일 2시간가량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 코로나19 기간 특수유치원이 절반은 문을 닫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던 정서에게 새로 생긴 습관이다. 엄마 박 씨는 “비용 때문에 좋아하는 키즈카페에 자주 못 가는데, 영상으로라도 많이 보겠다는 게 안쓰러워 휴대전화 영상 보는 시간을 못 줄이고 있다”며 말을 흐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만난 정서네 가족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구성원 4명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학원 끊고, 컴퓨터 1대로 2명이 온라인 수업“여유 있는 집들은 코로나 기간에 사교육을 많이 시켰다던데 우리 집은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니까….” 박 씨는 중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 정현이 얘기를 꺼내며 한숨부터 쉬었다. 2년 전에는 60점대였던 수학 성적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20점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학교에선 “온라인 수업도 대면 수업이랑 똑같으니 걱정 말라”고 박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온라인 수업은 칠판도 잘 안 보였고, 수업 중 모르는 것이 나와도 물어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또래들은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으로 공백을 채웠지만 정현이는 오히려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동생 정태도 같은 시간 ‘줌(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집에 컴퓨터는 한 대뿐이었다. 정태가 컴퓨터로 수업을 들으면 정현이는 휴대전화로 들어야 했다. 박 씨가 뒤늦게 무리해 25만 원짜리 중고 컴퓨터를 구입했지만 정현이는 한번 놓친 수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 가정 아동의 학습 부진 심화는 정서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1년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곤층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취약가정 아동은 10명 중 1명꼴로 디지털 학습기기가 아예 없었고, 3명은 가족의 기기를 썼다. 응답자들은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시행’(55.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박 씨는 정현이가 ‘레고 디자이너’의 꿈까지 포기했다며 가슴을 쳤다. “정현이가 어느 날 ‘엄마, 미술학원 안 다녀도 돼’라고 하더라고요. 돈이 안 드는 진로를 택하겠다며….”○ 급식 대신 라면 ‘혼밥’에 비만 돼중학교 1학년인 둘째 정태는 건강이 문제다. 키는 157cm로 또래 평균 정도인데, 체중은 72kg이어서 중증 비만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년 전에는 키 152cm에 체중 52kg으로 보통이었다. 그러나 키가 5cm 자라는 동안 체중은 20kg이나 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가 문제였다. 출근하는 박 씨를 대신해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서 영양 균형이 잡힌 급식을 먹던 정태는 집에서 홀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게 됐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던 집 근처 놀이터까지 코로나19 이후 폐쇄돼 뛰어놀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정태의 체중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중고교생 32.1%가 과체중이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26.7%)보다 5.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들은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양 불균형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문을 닫는 사이 생긴 보호자의 돌봄 공백은 신체에 상흔으로 남았다. 정태는 지난해 허벅지에 손바닥만 한 붉은 흉터가 생겼다. 박 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혼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다 뜨거운 국물을 엎지르면서 3도 화상을 입어 두 번 수술을 했다. 박 씨는 “몸이 아픈 막내를 돌보느라, 병원에 있는 둘째에게 잘 가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다.○ “학령기 격차가 평생 격차로”생활고에 지쳐 가던 박 씨는 올 4월 ‘선양낭포암’이라는 희귀암 진단까지 받았다. 침샘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박 씨는 기자와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도 숨이 차는지 마스크를 몇 번이나 들췄다. 고대하던 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정작 건강 문제로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박 씨는 코로나19 기간 발달이 지연되고, 공부에서 뒤처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발생한 격차가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가 끝나간다고 좋아하는데, 우리 애들은 앞으로도 더 안 좋아질 일만 남은 것 같다”며 “첫째와 둘째에게 엄마가 잘못되면 막내는 너희들이 책임지려 애쓰지 말고 나라에 맡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생긴 격차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성장기의 문제들은 단계적으로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결핍된 부분이 다음 성장 단계에서 다시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며 “코로나19 기간 취약계층 아동들이 겪은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적 지위 등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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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곤 가정 아동 행복감 점수 7.17→6.69… 코로나 이후 非빈곤층과의 격차 더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아동과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감 수준이 하락한 가운데 빈곤층 아동의 경우 행복감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 점수는 2017년 7.22점에서 2021년 6.85점으로 하락했다. 이 점수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어제 어느 정도 행복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물음에 10점 만점 척도로 답변한 것으로 연도별로 571∼22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빈곤층 가정(중위소득의 50% 미만)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년 7.17점이었으나 2021년 6.69점으로 0.48점 떨어졌다. 같은 기간 빈곤층이 아닌 가정 아동의 점수는 7.27점에서 6.91점으로 0.36점 떨어졌다. 두 집단의 행복감 격차는 2017년 0.1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1년 0.22점으로 벌어졌다. 조사를 진행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非)빈곤층 아동은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 행복감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빈곤층 아동은 경제적 여건이 회복되지 않는 한 행복감 점수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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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광훈 광화문집회, 야간 소음기준 넘겨 경찰 수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도심 집회를 하면서 야간 소음 기준을 넘겨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자유통일당은 현충일을 맞아 5일 오후 7시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11시간동안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차도 등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철야 국민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를 사용해 노래를 부르고 연설을 했다. 이날 집회엔 1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소음 측정 결과 집회 평균 소음은 86dB(데시벨)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야간 소음 기준인 65dB을 한참 초과했다. 최고 dB은 99dB로 열차 통과 시 철도변 소음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인근 호텔 투숙객들이 잠을 설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10여 차례 소음 기준을 지키라고 요구했지만 주최 측은 불응했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현장 채증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분석을 마치는 대로 담당 부서에서 주요 참가자에 대한 출석 요구를 하는 등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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