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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 닥터헬기는 우리의 부모, 자식이 큰 외상을 입거나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 급성질환이 생길 때 생명을 구해주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하지만 환자가 있는 모든 장소에 자유롭게 이착륙하지 못하는 ‘인계점’(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사전에 허가된 장소) 규정과 소음 문제 등으로 환자 구조에 일부 제약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동아일보는 닥터헬기가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많은 닥터헬기가 전국을 누빌 수 있도록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페인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간단한 닥터헬기 응원 영상을 통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먼저 캠페인 응원 영상 촬영을 준비한다. 휴대전화 화면에 가로로 지나가는 ‘응원앱’을 내려받거나 풍선을 터뜨리거나 손글씨를 쓰거나 캠페인송에 맞춘 커버댄스를 추는 등 자신만의 응원 메시지를 표현하면 된다. 풍선을 터뜨리는 것은 풍선 터지는 소리 크기가 닥터헬기가 내는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촬영한 뒤에는 캠페인에 함께 참여할 3명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본인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된다. 이때 해시태그는 반드시 #소생캠페인 #닥터헬기응원 #닥터헬기소리는생명입니다를 입력해야 한다. 소생 캠페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소생 캠페인 메인 동영상’의 조회수가 10만 회가 넘거나 영상을 찍어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이 최소 1000명이 되면 유명 의료기기업체에서 포터블 초음파, 모니터, 응급혈액분석기, 제세동기, 인슐린펌프, 기부금 등을 외상센터나 응급의료센터에 무료 지원할 계획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기부 활동을 위해 국내 닥터헬기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가 함께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 등 응급의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계 관계자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또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연극인 손숙 씨(예술의전당 이사장),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인 안정환, ‘배구 여제’ 김연경, 국내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동참한다. 또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정은아 MC, 요리연구가 빅마마 이혜정 등이 캠페인의 문을 연다. 7일 오후 9시 반 방영되는 ‘나는 몸신이다’ 본방송엔 정은아 이용식 오한진 임경숙 송옥숙 등 출연진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영상이 방영된다. 이들의 참여 동영상은 ‘소생유튜브’와 ‘소생인스타그램’ ‘소생 네이버TV’ 등에도 소개된다. 동아닷컴의 메인 화면엔 소생캠페인 아카이브가 신설돼 매일 캠페인 참여 인원수와 참여하신 분의 ID 또는 이름이 업데이트돼 기록된다. 톡톡 튀는 영상은 기사와 함께 동아닷컴에 소개된다. 이번 캠페인에서 풍선을 터뜨리는 이유는 그 소리의 크기(데시벨)가 닥터헬기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선이 터지는 그 순간을 참으면 마치 닥터헬기의 소음을 참는 것과 똑같다. 또 핸드폰에 응원앱을 깔아서 ‘닥터헬기의 소리는 생명입니다’와 같은 응원 메시지를 표시해 찍어도 된다. 야구선수는 야구 방망이로 풍선을 터뜨릴 예정이다. 소생캠페인 노래인 슈퍼주니어 히트곡 ‘쏘리쏘리’ 노래에 맞춰 댄스 춤을 춰도 된다. 슈퍼주니어 측은 이 노래를 개사해 ‘캠페인송’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외에도 소생캠페인에 참여하는 분들로는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 양준혁 회장 △서울 서북부지역 헬기패드를 첫 가동한 은평성모병원의 권순용 원장 △대구경북지역 외상환자용 헬기패드를 운영 중인 경북대병원 정호영 원장 △심장질환 등의 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 △윤제필 필한방병원 원장 △나는 몸신이다의 출연자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 △서울에이치피부과 김형수 원장 △김유수 엠에스힐링 대표이사·재활의학전문의 등이 있다. 또 △KT프로야구단 KT WIZ소속의 박경수, 유한준, 강백호 선수와 △축구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김승규, 황의조 △울산현대축구단 김성준, 신진호 △전북현대축구단 이용 등이 동참한다. △커핀그루나루의 김은희 대표 △대구일과학고 전교생도 참여한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수술로봇은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술로봇은 환자의 몸에 2∼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 등을 몸속에 집어넣은 뒤 외부 조종석에 앉은 의사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장비다. 2009년 정부와 삼성전기, 서울대, 연세의료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KAIST, 전자부품연구원 등 국내 기술진들이 참여해 만든 수술로봇 ‘레보아이’는 담낭 절제와 전립샘 절제 등 복강경 수술 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수술로봇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다빈치’는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과에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의 주요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기자는 3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레보아이’ 교육장과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다빈치’ 교육장을 찾아 국내에 도입된 최신 수술로봇을 직접 체험해봤다.○ 선두주자 다빈치와 큰 차이 없는 레보아이 레보아이 교육장에는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조종관(컨트롤 콘솔)과 로봇 팔, 모니터 등이 구비돼 있다. 조종관에 앉아 양쪽 손가락을 조종기에 끼워 움직이니 바로 로봇 팔이 작동했다. 조종기에 엄지와 중지를 끼워 좁히거나 벌리면 로봇 팔의 집게도 똑같이 움직였다. 레보아이는 수술로봇 분야의 후발주자여서 로봇 움직임이 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화면도 비교적 잘 보였다. 3차원(3D) 화면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마를 기계에 딱 붙이고 두 눈을 화면에 가까이 대니 금방 입체감이 느껴졌다. 화면이 전반적으로 작다는 느낌이었지만 눈을 붙이고 화면을 당겨 10배 가까이 확대하면 수술에 별 지장이 없어 보였다. △작은 고리를 잡아서 이동하거나 △핀을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인조 피부를 실로 꿰매는 동작을 해봤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작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바늘로 실을 꿰매는 동작은 처음에 실패했다가 두 번째 성공했다. 게임하는 것과 느낌이 비슷해 일반인도 꾸준히 연습하면 금방 익힐 수 있을 듯싶었다. 최근 레보아이로 담낭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쁨병원 외과 이진우 원장은 “기존 수술로봇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레보아이 임상을 담당했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레보아이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경과와 만족도, 유효성, 안전성 등을 분석해 보니 다빈치와 비슷했다”며 “레보아이로 모든 복부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입체감에선 다빈치가 앞서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다빈치는 3월 기준으로 58개 병원에 85대가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 다빈치 수술 건수만 10만 건이 넘는다. 다빈치는 초창기 모델인 S에서 시작해 SI→XI→X(보급형) 등을 거쳐 지금은 환자 몸에 구멍을 하나만 내는 ‘SP’ 버전까지 나왔다. 기자는 다빈치의 최신 기기인 XI와 SP를 체험했다. 다빈치XI 화면의 입체감은 레보아이보다 확실히 뛰어났다.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 입체화면 덕분에 고리를 잡고 이동하거나 혈관을 자르는 등의 동작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봇 팔을 작동할 때의 느낌은 레보아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레보아이는 다빈치 기종으로 따지만 SI급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XI는 기존 수술로봇에 비해 로봇 팔이 가늘어 로봇 팔끼리 부딪히는 단점을 보완했다. 기자는 수술 가상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의 현실에서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봤다. 가상 여성의 자궁을 떼어내는 작업인데, 잘못 자르면 동맥이 터져 심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처음 도전한 것인데도 어렵지 않게 큰 출혈 없이 자궁 일부를 떼어낼 수 있었다. 다빈치SP의 SP는 Single Port, 즉 단일공(單一空·구멍 한 개만 뚫어 여러 시술이 가능)이라는 의미다. SP는 기존 다빈치에 비해 단일공을 통과해 들어가 움직여야 하는 만큼 아무래도 활동 공간이 제한됐다. 다빈치XI로는 한 번 만에 상처 부위를 꿰매는 동작에 성공했지만 SP로는 결국 하지 못했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다빈치SP는 입안이나 항문을 경유한 수술 등 깊고 좁은 부위 수술에 적합하게 설계된 로봇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레보아이는 국산 제품이다 보니 수술로봇의 가격이나 수술할 때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큰 장점이다. 다빈치의 경우 대당 가격이 20억∼25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사가 매년 청구하는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대당 2억3000만 원가량이다. 또 고가의 로봇 팔은 약 10회 사용 후 교체해야 해 소모품 비용이 많이 든다. 레보아이를 만든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에 비해 전체 비용을 42%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히 환자가 내는 수술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술로봇을 활용한 담낭 절제 시 다빈치를 이용했다면 수술비용이 700만∼1000만 원인 반면 레보아이로 수술을 받으면 500만 원 선이다. 나군호 교수는 “레보아이의 경우 아직 다양한 부위의 시술 경험이 부족하지만 많은 부위의 경험이 쌓이고, 내년에 보험급여화가 이뤄지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경기 안양시에 있는 한림대 성심병원에서만 직원 21명이 홍역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와 대전 등에서도 홍역 환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사라진 질병으로 알려진 홍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 임현택 회장(사진)에게 홍역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물었다. Q. 홍역의 증상은 어떤가. A. 일반인이 홍역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증상의 병들이 워낙 많아서다. 한마디로 ‘열이 나면서 몸에 뭐가 난다’면 일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 문의하는 게 좋다. Q. 홍역이 갑자기 기승을 부린다. A. 홍역은 아주 위험한 병은 아니다.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95% 아동이 홍역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이 잘돼 있다. 다른 나라처럼 감염이 급속도로 퍼질 위험은 낮다는 얘기다. 물론 극히 일부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Q. 어떨 때 합병증을 의심해야 하나. A. 아이의 보채는 정도가 평소와 다르거나 반대로 너무 늘어져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평소 아이를 가장 오랜 시간 돌보는 사람이 봤을 때 아이가 평소와 다르다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Q. 최근 홍역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 A.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외국에서 감염된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낮아 우리나라처럼 집단면역을 갖고 있지 않다. 홍역 예방을 위해서는 2회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완료하지 않아 감염된 경우도 있다. Q. 평소에 예방하는 방법은…. A. 백신을 맞는 거다. 특히 5월 연휴기간을 맞아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홍역이 유행하는 국가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출국 전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물론 손 씻기나 올바른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도 철저히 해야 된다. 외국 여행 뒤 발열이나 발진 등 홍역(잠복기 7∼21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전문의의 지시를 따르는 게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요즘 회사, 지하철 등에서 일부러 건강을 챙기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을 거의 안 하는 기자가 회사 출근 때 15층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봤다. 계단을 오르면 5층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이후로는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숨이 찬다. 10층을 넘어서면 난간을 잡고 겨우겨우 올라간다. 15층 사무실에 도착하면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숨이 찬다. 다리 근육도 제법 땅길 정도로 통증이 느껴진다. 유산소운동도 제법 된다. 에너지 소모량도 상당하다. 실제로 15분 동안 계단을 오르면 30분 걷기와 같은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 체중 관리에 효과적이다. 더구나 계단 오르기는 근력운동뿐만 아니라 유산소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늘려 심폐 지구력을 기를 수 있다. 또 계단을 올라갈 때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근육)과 골반의 운동 범위가 크기 때문에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계단 오르기를 5분 동안 하면 수영을 5분간 하는 것과 맞먹는 40Cal의 열량이 소비된다. 최근엔 100세 건강을 위해 일부러 자가용을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또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보다 앞선 정류장에서 미리 하차해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다 계단 오르기를 병행하면 상당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건강한 무릎을 가진 사람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무릎 부위나 허벅지 근육에 통증을 느낀 적은 없었나. 통증이 있는데도 무릎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고 지금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없는가. 계단을 올라갈 때는 체중의 3배, 내려올 때는 체중의 5배 정도 무릎에 하중이 실린다. 내려갈 때보다 덜하지만 올라갈 때도 무릎이 견뎌야 할 하중이 상당히 큰 셈이다. 특히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클수록 무릎 하중은 더욱 커진다. 한 논문에 따르면 평소 걷기를 할 때 무릎 주변 근육에 전달되는 하중이 76kg이라면 계단을 오를 때 무릎 굽히는 각도가 30도인 경우 무릎 주변 근육에 전달되는 하중은 무려 357kg으로 5배 가까이 무거워진다. 이 때문에 국내에 내로라하는 무릎 전문가들은 계단을 오르는 것을 경고한다. 지금까지 8만여 명의 무릎 수술과 내시경 시술을 해온 Y병원의 고모 원장은 “허벅지 근육이 약한 사람이 계단을 오르다가 다치는 경우가 있다”며 “하중을 받쳐주는 근력을 키운 뒤 계단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즉,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근력을 키우지 말고 근력을 키운 다음에 계단 오르기를 하라는 의미다. 참고로 하체 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 타기다. 국내에서 한때 무릎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병원으로 알려진 H병원의 이모 원장은 평소 다리 근육을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계단을 두세 칸씩 오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근육을 과도하게 움직여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무릎 수술을 해 유명해진 J병원의 송모 원장은 계단을 절대로 오르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엑스레이상 무릎관절 아탈구 환자(계단 오를 때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남)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무릎관절 손상이 확인된 환자 △근력이 정상보다 약한 사람(병원에서 근력 측정 가능) △계단운동 시 통증이 있는 사람을 꼽는다. 폐경기 여성도 계단을 오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폐경기 여성은 연골판이 터지는 사례가 꽤 있기 때문이다. 평소 여성호르몬이 관절 부위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기로 이 호르몬이 감소한다. 계단을 오를 때는 자세도 중요하다. 무릎 굽히는 각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가슴과 배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무릎의 높이를 적당하게 올려 무릎을 굽히는 각도를 최소화하는 게 대퇴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또 체중은 발뒤꿈치에 실리도록 하고 뒷무릎(오금)을 완전히 편 뒤 다른 발을 내디뎌야 한다. 발목에 힘을 빼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밀어내듯이 계단을 오르는 게 좋다. 계단운동을 얕보고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계단운동 전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즉,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주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적정 속도로 올라가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퇴근 후, 하교 후 집에 들어가면 누구나 일단 소파나 침대에 눕기 마련이다. 한번 누우면 도통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다면 목과 어깨, 허리, 무릎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른바 ‘게으른 스트레칭법’이다. 게으른 스트레칭법은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해 온 경험 많은 전문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30년 경력의 클래식 발레 전문가인 양지요 발레드파리 원장이 스트레칭 모델로 나섰다. 동영상 촬영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진행했다. 첫 번째 게으른 스트레칭법 부위는 ‘목’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거북목’이 보편화됐다. 목을 많이 숙이고 있으면 목과 등을 이어주는 근육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목 주위 근육이 딱딱해지면 목 관련 질환을 얻게 된다. 목을 자주 앞으로 숙이는 만큼 목 주위 근육을 풀어 주려면 목을 뒤쪽으로 당겨 줘야 한다. 우리들병원의 배준석 원장은 “의식적으로 자주 목 당기기를 해주면 목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①앉아 있을 때: 등을 곧게 펴고 턱을 당긴다. 이때 머리는 숙이지 말아야 한다. 10번을 반복하되 마지막에는 목을 당긴 채로 10초를 유지한다. ②엎드려 있을 때: 팔꿈치를 턱에 대고 엎드린다. 턱이 엄지 손끝에서 떨어지도록 당긴다. 이때에도 머리를 숙이지 않아야 한다. 10번을 반복하되 마지막에는 목을 당긴 상태로 10초를 유지한다. ③누워 있을 때: 바로 누워서 머리로 베개를 지그시 누른다. 천천히 턱을 아래로 당기면 된다. 이때에도 머리를 숙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0회를 반복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퇴근 후, 하교 후 집에 들어가면 누구나 일단 소파나 침대에 눕기 마련이다. 한번 누우면 도통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다면 목과 어깨, 허리, 무릎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른바 ‘게으른 스트레칭법’이다. 게으른 스트레칭법은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해온 경험 많은 전문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30년 경력의 클레식 발레 전문가인 양지요 발레드파리 원장이 스트레칭 모델로 나섰다. 동영상 촬영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진행했다. 첫 번째 게으른 스트레칭법 부위는 ‘목’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거북목’이 보편화됐다. 목을 많이 숙이고 있으면 목과 등을 이어주는 근육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목 주위 근육이 딱딱해지면 목 관련 질환을 얻게 된다. 목을 자주 앞으로 숙이는 만큼 목 주위 근육을 풀어주려면 목을 뒤쪽으로 당겨줘야 한다. 우리들병원의 배준석 원장은 “의식적으로 자주 목 당기기를 해주면 목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①앉아있을 때: 등을 곧게 펴면서 턱을 당긴다. 이때 머리는 숙이지 말아야 한다. 10번을 반복하되 마지막에는 목을 당긴 상태로 10초를 유지한다. ②엎드려 있을 때: 팔꿈치를 턱에 대고 엎드린다. 턱이 엄지 손끝에서 떨어지도록 당긴다. 이때에도 머리를 숙이지 않아야 한다. 10번을 반복하되 마지막에는 목을 당긴 상태로 10초를 유지한다. ③누워 있을 때: 바로 누워서 머리로 베개를 지그시 누른다. 천천히 턱을 아래도 당기면 된다. 이때에도 머리를 숙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0회를 반복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청력이 손상된 사람, 특히 소리를 청각신경에 전달하는 달팽이관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사람은 ‘난청’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치매 발생과 사고 위험도 높다. 이런 환자에게 소리를 되찾아주는 치료가 바로 인공와우 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5만 명이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되찾았다. 국내에서도 1만여 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았다. 난청 치료와 인공와우 수술 전문가인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함께 ‘톡투 인공와우’를 진행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자세히 알려 달라. ▽최병윤 교수(이하 최 교수)=일반인들은 보청기와 헷갈려 한다. 인공와우는 보청기와 전혀 다르다. 보청기는 소리를 단지 물리적으로 증폭시키지만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의 기능, 즉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1960년 초 미국에서 시작돼 역사가 길다. 처음엔 성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돼 영유아들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은 어떨 때 받나. ▽최 교수=달팽이관 속에는 소리를 전기자극으로 바꾸는 유모세포가 있다. 유모세포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경증 난청의 경우 보청기를 사용해 충분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유모세포 기능이 거의 소실될 정도로 심한 난청은 보청기를 통해 아무리 소리를 증폭해도 그 증폭된 소리가 전기신호로 바뀌지 않는다. 이 경우 달팽이관, 그중에서도 유모세포 기능을 대신해 주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현재 대부분 병원에서는 뇌파 및 각종 청력 검사 등을 통해 수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기자=의료계의 핫이슈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패러다임이 난청 환자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최 교수=맞다. 정밀의료란 특정 질병에 대해 한 가지의 표준적인 치료나 약물을 고집하던 기존의 의학개념과 달리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개인 건강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다. 주로 암 환자에게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정보를 파악해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에 맞는 항암 치료를 선택할 때 활용한다. 흥미롭게도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 대상이 되는 난청은 그 절반 이상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원인 유전자를 파악하면 난청의 진행과 경과는 물론 보청기 혹은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예측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자=난청도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이전에 비해 보다 최적화된 난청의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최 교수=그렇다. 난청 환자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오직 임상적인 정보만으로 난청 치료를 결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밀의료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자=최근엔 인공와우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서 잔청(청력이 남아있는 상태)이 꽤 있는 경우에도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 ▽최 교수=처음에는 잔청이 전혀 없는 심도난청인 성인을 대상으로만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유아, 소아 심도난청 환자의 한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이 허용됐다. 최근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들의 양쪽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와우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서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제대로 말귀를 알아듣기 힘든 잔청 환자를 대상으로도 인공와우 수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환자의 경우 사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난청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하는 것이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인공와우 대상 환자를 선정할 때 유전자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기자=선천성 난청인 청각신경병증 환자의 경우에도 인공와우 수술 여부와 시기 결정에 유전자 검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최 교수=인공와우 시술과 관련해 유전자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청각신경병증’이 그렇다. 신생아 1000명 중 1명꼴로 난청을 가진 채 태어나는데, 이 중 8%가 청각신경병증이다. 청각신경병증은 귀 안으로 들어온 소리가 청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장애가 발생해 난청을 일으킨다. 이런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은 드물게 저절로 호전이 되거나 어느 정도 잔청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치료와 치료시기를 두고 논란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천성 청각신경병증은 대부분 ‘오토프(OTOF)’라는 유전자 변이와 큰 연관이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면 최대한 빨리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게 언어발달에 유리하다. ▽이 기자=개인 유전자 정보가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좋은 정보를 줘서 감사드린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대구 지역 병원으로는 최대 규모인 1041병상으로 새롭게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미국 병원 8곳을 모델로 ‘환자 최우선’을 지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처음으로 스마트한 수술장을 선보였다. 병원 3층에 위치한 수술장은 총 24곳으로 구성돼 있었다. 비수도권 최초로 3개의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로봇수술실을 포함해 수술실 7곳에는 음성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역시 국내 최초다. 이곳에선 의사가 수술 시 손과 발을 쓰지 않고 음성을 통해 모든 수술 장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가령 “수술 시작할 거야”라고 말하면 모든 수술 장비가 자동으로 세팅되고, “카메라 켜줘” 하면 자동으로 켜진다. “밝기 낮춰줘”라고 하면 조명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술 보조 인력 없이도 의사 혼자 수술이 가능하다. 또 감염을 예방하고 의료진이 환자의 수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수술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 시스템을 갖췄다.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실시간 수술 중계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수술센터는 감염 예방을 위한 설계와 설비를 갖추고 있다. 수술센터 전체를 ‘클린존’과 ‘비클린존’으로 나눠 클린존에는 모든 출입이 제한된다. 특히 이식수술을 할 때는 공여 장기의 감염관리를 위해 클린존에서만 장기와 수술도구의 이송이 이루어진다. 또 수술실 입구에는 에어커튼이 설치돼 외부 공기 유입이 차단된다. 동산병원 기획정보처장 조치흠 산부인과 교수는 “미국의 스탠퍼드, 존스홉킨스, 에머리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면서 시스템을 익혔다”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선진 시스템보다 더 업그레이드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특이한 점은 타 병원의 수술장과 달리 수술장 한 곳에서 모든 수술을 다 진행할 수 있는 ‘올인원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특정 과만 사용하는 수술장이 아니라 모든 과가 공동으로 수술장을 사용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수술자가 엉뚱한 환자를 수술하지 않도록 다른 병원에는 없는 생체정보 인식 시스템을 갖췄다. 환자의 손가락에 있는 정맥의 파동을 인식하는 지정맥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환자 지정맥을 인식하고 이와 동시에 수술자인 주치의의 지정맥도 인식해 두 정보가 일치해야 수술용 컴퓨터가 작동되도록 설계됐다. 조 교수는 “환자들이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게 안타까웠다”며 “서울을 넘어 세계 어느 병원과도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4차 산업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 수술방”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병원에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갔을 때 간혹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이나 의료진이 환자의 병명이나 증상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는 일부 의사들은 진료실에 여러 명의 환자들을 미리 대기시키기도 합니다. 이때 환자의 증세를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환자는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드러내서 말하기 힘든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중년 여성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병문바(병원 문화를 바꾸자)’에서는 요실금을 주제로 환자 개인정보 유출과 곤란한 상황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요실금은 겁이 나거나 부끄러워서 혹은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혼자 고생하는 대표적 질환입니다. 요실금은 비뇨기과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이지만 산부인과에서 진료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실금은 웃거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새는 증상입니다. 또 어떤 요실금은 도저히 소변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증세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주변에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한 증세를 보여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의료진은 이런 환자의 말 못 할 상황을 잘 이해하는 따뜻한 말을 건네야 하지 않을까요. 진찰 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여기까지 오시기 힘들었겠어요”와 같은 위로의 말을 한다면 환자의 불안감이 훨씬 누그러들 것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수치심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왜 산부인과가 아닌 비뇨기과로 가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겠죠. 김병연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환자경험관리팀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 항목에도 환자 위로와 공감,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신체 노출 등 수치심 배려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민감한 증상의 여성 환자를 안내할 때는 신중하고 조심하게 해야 하며 환자 존중과 함께 증상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치료 효과는 더욱 높아집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남긴 말이다. 영원한 챔피언은 평생 식단 관리와 체력 증진에 힘써 왔다. 그런 그를 한 번에 KO 시킨 것은 다름 아닌 파킨슨병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에 대한 치료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파킨슨병은 여전히 원인조차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질환이다.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이를 맞아 파킨슨병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드는 뇌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서서히 악화돼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는 증상이 많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몸이 뻣뻣해져 움직일 때 부자연스러운 ‘강직현상’ △손·발 떨림 등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얼굴이 무표정해지거나 말소리가 작아지고 거동 시 중심 잡기가 힘들어진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안태범 교수는 “행동 장애 외에도 우울감, 어깨통증, 소변장애, 피로감 등 비운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어르신에게 이전에 보이지 않던 증상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빨리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파킨슨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증상 대부분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완치’ 개념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약물에 대한 반응과 효과가 떨어져 약물 증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뇌심부자극술은 문제가 있는 뇌의 운동회로에 직접 전기자극을 주어 회로의 변화를 유도해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요법이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박창규 교수는 “환자별 약물 반응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약물 조절과 수술자극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면 호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은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협진을 토대로 한 다학적(多學的)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퇴행된 도파민 관련 운동회로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회로도를 정상으로 돌리는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또 파킨슨병에 동반되는 보행 장애와 관련해 척수신경자극술을 통해 증상이 호전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초음파 치료로 운동장애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 교수는 “최근의 연구들은 밖에서 일방적인 자극을 주는 게 아니라 뇌 신호전달 체계를 변형하거나 이상을 스스로 감지해 적절한 자극이나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올해 열 살인 태민(가명)이네 집에는 식사 시간이 따로 없다. 일과를 마친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는 풍경은 이 가정에 꿈같은 일이다. 태민이는 이름도 생소한 희귀질환 ‘단장(短腸)증후군’을 앓고 있다. 생후 100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장 천공이 발생해 소장 대부분을 잘라냈다. 남은 소장이 30cm도 되지 않아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하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을 잃어 흡수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짧은 소장을 가지고 태어났거나 괴사성 장염, 장간막 파열, 크론병 등 복부질환 치료를 위해 소장을 많이 절제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워낙 희귀하다 보니 국내 유병률 등 정확한 역학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정맥주사로 생명 유지 우리가 섭취하는 총 칼로리의 90%, 물과 전해질의 80%는 소장에서 흡수한다. 하지만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소장의 면적 자체가 좁아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한다. 또 심한 설사와 지방변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음식 섭취를 거부하기도 한다. 국내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근본적인 치료 대신 총정맥영양법(TPN)이라는 주사제에 의존하고 있다. TPN 요법은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거의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 정맥주사를 투여해야 해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민이 아버지는 “한창 뛰어놀 나이에 몸에 호스를 달고 사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태민이는 정규 수업 외에 체육이나 소풍 등 야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삽관 부위 감염은 ‘시한폭탄’ 고농도 영양수액을 주입하는 TPN은 몸속 정맥 중 비교적 큰 중심정맥을 통해서만 투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중심정맥에 카테터(관)를 삽입해 진행하는데, 삽관 부위가 감염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얼마 전 태민이 역시 삽관 부위 감염으로 패혈증이 발생해 응급실을 찾았다. 태민이 아버지는 “TPN 과정에서 아무리 위생에 신경을 써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TPN 환자에게 감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에서 TPN 치료를 하는 환자 가운데 카테터 등으로 인한 감염 발생은 연간 0.41∼1.5회에 이를 정도로 매우 빈번하다. 특히 단장증후군 아동의 경우 다른 질환으로 TPN을 진행하는 경우보다 감염 발생 확률이 6배나 더 높다. 다른 환자들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장증후군 아동에게 감염이 발생할 경우 5년 이내 사망률은 30%에 이른다.○ 근본적 치료제, 식약처 허가 받았지만… 무엇보다 TPN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식사로 흡수할 수 없는 영양분을 주사액으로 넣어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대증요법인 셈이다. 단장증후군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평생 TPN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단장증후군 환자들에게 간편한 피하주사를 놓아 소장의 흡수율을 높이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TPN의 사용 기간과 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일부 환자 중에는 TPN을 완전히 중단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피하주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험급여가 결정되지 않아 현재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해당 약제가 비급여로 출시되면 연간 비용이 2억∼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비용 부담 때문에 대다수 환자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이상훈 교수는 “단장증후군 환자들은 소장의 영양분 흡수율만 높여주면 호전 가능성이 크고,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며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오랜 시간 괴로워하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톡투 건강 먹방의 마지막 회로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 국내 섭식장애 전문가인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와 함께 먹방과 관련한 다양한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먹방을 보다 보면 정말 끝까지 보게 된다. 정신의학적으로 왜 그런가? ▽김율리 교수=먹방은 사람의 뇌 앞부분에 만족을 관장하는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 이를 통해 대리만족감, 보상심리를 충족시킨다. ▽이 기자=대리만족이면 나쁘다고 할 수 있나? ▽김 교수=먹방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들이 문제다. 가령 지금 다이어트 중이거나 특히 비만, 폭식증, 거식증 등 섭식장애를 앓는 경우 음식에 대한 뇌의 보상중추가 쉽게 활성화된다. 먹방을 본 뒤 바로 먹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기자=먹방 하는 사람들 중엔 비교적 날씬한 분들도 있다. ▽한정호 교수=의학적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많이 먹지만 구토로 음식 소화를 막는 것이다. 또 밴쯔와 같은 유명 먹방러는 하루에 8∼10시간씩 고강도 운동을 해서 먹은 것을 다 소모한다. 이외에 먹방 하는 날만 많이 먹고 나머지는 계속 칼로리를 소모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다. 모두 건강엔 해로울 수 있다. ▽이 기자=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살이 빠지지 않나? ▽한 교수=맞다. 기생충에 감염됐거나 에너지를 소비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거나 만성 소모성 질환인 결핵 또는 암 같은 경우가 그렇다. 특히 살쪘다가 갑자기 홀쭉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당뇨병이 대표적이다. 몸에서 흡수가 안 돼 급격하게 살이 빠진다. ▽김 교수=거식증 환자는 대개 체중이 극도로 젝게 나간다. 구토를 하거나 하제(설사를 하게 하는 약) 같은 것들을 남용하기 때문이다. 구토는 뇌의 보상체제를 와해시켜 점점 배고픔과 배부름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어 폭식을 조장한다. 반면 하제는 점점 장 운동을 마비시켜서 심한 변비나 심하면 장 마비, 장 폐색까지 생길 수 있다. ▽한 교수=위의 크기가 유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번에 폭식을 하면 다음 번에 위가 포만감을 느끼려면 그만큼 또 먹어야 한다. 폭식이 계속 반복되면 위가 점점 늘어난다. 위는 탄력이 좋은 근육이다 보니 여성의 경우 자궁이나 난소가 있는 골반까지 위가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해부학적인 문제 외에도 비만, 고혈당,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내과적인 문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김 교수=폭식증과 거식증 두 질환 다 정상적인 식사로 회복시키는 게 치료다. 폭식증 환자의 경우 체중과 체형에 대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심리치료를 같이한다. ▽한 교수=일반인이 프로 먹방러처럼 많이 먹더라도 운동해서 살을 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먹방 하는 분들은 1만∼2만 Cal를 먹는데 이를 운동으로 소모하려면 계단만 몇만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가끔 즐겁게 보는 것은 좋지만 함부로 따라하다가는 큰 병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먹방을 보면 재미있고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측면은 있지만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또 먹방을 보면서 나도 따라해야지 하면서 먹다가 혹시라도 구토나 변비약을 남용하면 굉장히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들과 질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는 톡투 건강 핫클릭, 이번 주제는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심부전이다. 심부전은 심장 상태가 가장 악화된 상황이다. 대체로 예후가 나쁘다. 또 급성과 만성을 반복하면서 입원하므로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환자나 그 가족의 고통,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전문가들은 향후 심부전이 암보다 더 위중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심부전 전문가인 대한심부전학회 회장 최동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와 홍보이사인 김응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의 도움말로 심부전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많은 심부전 환자들이 단순한 노화 증상으로 오인한다. 심부전은 뚜렷한 증상이 없나? ▽최동주 교수=그렇지 않다. 호흡 곤란, 부종, 피로감, 식욕 부진 등이 심부전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부전 환자들은 물에 빠진 것과 같은 호흡 곤란을 겪는다. 또 심장이 충분한 양의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하지 못하므로 발이나 발목 등이 붓는 부종도 나타난다. ▽이 기자=심부전은 만성과 급성으로 구분되어 각각 발생하나? ▽최 교수=아니다. 심부전은 급성과 만성이 오가며 진행된다. 즉 만성 심부전이 급성 심부전으로 또는 급성 심부전이 만성 심부전으로 진행된다는 의미다.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을 하면 안정기를 거쳐 퇴원 후 만성 심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심부전 예후 관리를 위해서는 급성기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 기자=심부전은 다른 병들과 다르게 병원에서 퇴원 후가 가장 위험하다는데…. ▽김응주 교수=그렇다. 심부전 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퇴원 뒤 1개월 이내는 환자들의 상태가 취약한 급성-만성 심부전 이행기로, 높은 재입원 및 사망 위험을 보일 수 있어 심부전 환자들은 퇴원 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기자=심부전 사망률, 암보다 높나? ▽최 교수=그렇다. 심부전은 다양한 질환의 최종 합병증으로 발생해 예후가 나쁘고 심혈관계 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일반적으로 암의 평균 사망률은 50% 정도다. 하지만 중증 심부전의 5년 생존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심부전 환자들은 암에 비해 더 큰 고통과 막대한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 기자=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이 나타나 완치가 어렵고 뾰족한 치료법이 없을 것 같다. ▽김 교수=심부전은 진행성 질환이므로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하면 충분히 증상을 완화시키고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또 최근엔 사망, 재입원율 등을 감소시킨 신약의 등장, 인공심장 기술, 심장재활기술 발달 등 심부전 치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기자=심부전은 적극적 치료와 더불어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다. 심부전 환자들은 물을 적게 마시고 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는데…. ▽김 교수=맞다. 심부전 환자는 수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음식을 짜게 먹고, 수분 섭취량이 과하면 심장이 처리하지 못한 혈액 혹은 수액의 양이 넘쳐 폐나 전신이 붓고 숨이 차게 된다. 약 복용 등으로 수분 섭취량이 늘 수 있는데, 심부전 환자는 1.5∼2L 정도의 수분 섭취가 적당하다. 또 과한 운동보다 일주일에 3∼5번, 한번에 30분 이내로 유산소 운동이나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 기자=심부전,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다. 심부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셔서 감사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흔히 의사들은 짜게 먹지 마라, 물을 많이 먹어라 등 건강을 위한 조언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도리어 짠맛의 장점을 앞세운다. 백년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인 입맛에 맞는 짠맛을 먹으라고 한다. 저자인 김은숙 자연섭생 전문가는 “소금 섭취는 각자의 몸이 원하는 바대로 스스로 조절할 일”이리며 “소금에 대해 ‘약이냐, 독이냐’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효능과 역할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단 소금에 대한 오해가 너무 심하고 저염식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 소금 제한을 하다보니 필요한 사람도 못 먹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다”며 “여러 문헌을 근거로 소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저염식의 진실과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소금에 대한 오해, 소금과 소금 섭취 논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금 제한론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을 함께 담았다. 2부에서는 우리 몸과 소금의 관계, 소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금이 부족할 때의 증상과 생리학적 원리를 실제 좋아진 사례와 함께 다루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금 섭취와 관련된 실제적인 내용과 소금의 다양한 활용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소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부록에 있는 소금 디톡스 2주 프로그램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저자는 1998년부터 자하누리 자연섭리센터를 개원해 상담 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하기 힘들다고 진단받은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건강을 되찾는 과정을 함께 해오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스마트폰에서 말을 하면 그대로 문자로 변환해주는 앱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져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인공지능을 추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받아쓰기 정확도가 90∼99%에 이를 뿐 아니라 심지어 틀린 말도 바르게 고쳐주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의료에 적용되면서 의사가 사용하는 어려운 의학용어와 한국말을 자동으로 인식해 이를 의무기록지나 수술기록지 또는 영상진단 기록지에 알아서 척척 적어주는 인공지능 의료녹취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인공지능 의료녹취 솔루션인 ‘셀비 메디보이스’를 영상의학과에 도입했다. 3일 세브란스병원 4층 영상의학과 판독실에선 박영진 교수가 환자의 유방암 X선 영상을 보면서 마이크를 대고 환자의 유방 상태를 판독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그대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정확하게 자동으로 입력되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박 교수는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말해도 거의 정확하게 문서화되고, 어려운 의학용어 역시 녹음과 문서화에 문제가 없다”며 “그동안 판독과 녹음, 타이핑, 내용 확인을 하던 단계가 사라지고, 판독과 동시에 문서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가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판독에 보다 집중해 검사판독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니 치료 방법도 빨리 결정되고 근본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수술장에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일 이 병원 외과 김종완 교수는 급성충수염 환자의 수술을 마치고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 의료녹취 인식기능을 활용해 수술기록을 말하고 있었다. 말은 그대로 문자로 변환됐다. 정확도는 90%가 넘었다. 동탄성심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장뿐 아니라 입원환자 회진에도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의료녹취 서비스를 도입한 후 의사 1명당 평균 수술 기록지 작성 시간이 월 500분 단축됐다”며 “회진 경과 기록지 작성도 음성언어로 편리하게 작성 중이다. 그 덕분에 환자를 케어하는 시간이 늘어나 환자를 위해서도 음성인식 기술은 좋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의료녹취 솔루션을 개발한 셀바스 AI 윤재선 이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기술은 3년에 걸쳐 의료 빅데이터 딥러닝을 했다”며 “그 결과 영상의학과나 수술실, 회진 등에서 의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상담, 외래진료 등 다양한 분과별 의료산업에 특화된 의료 녹취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요즘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이다. 많은 사람이 먹방을 제작하는 유튜버, 일명 ‘먹방러’를 보면서 ‘저렇게 먹고 건강은 괜찮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기자는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와 함께 먹방으로 유명한 에드머 씨를 톡투 건강에 초대해 ‘과식과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에드머 씨는 “먹방을 따라하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공익적 차원에서 먹방과 건강을 이야기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 기자)=먹방 하는 사람들을 보면 10인분, 20인분을 먹는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먹나. ▽에드머=3인분 정도 먹지만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나가면 충분히 10인분 이상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위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물론 먹기 힘든 무리한 양을 설정한 경우 중간에 포기한다. 나는 즐겁게 먹는 엔터테인먼트형 먹방을 한다. 많이 먹을 때는 햄버거 7인분까지 먹어봤다. ▽한정호 교수(한 교수)=사람의 위는 보통 2L 정도는 늘어난다. 정말 최대한 위를 풍선처럼 부풀리면 4L도 가능하다. 10인분 이상 먹는 먹방러는 선천적으로 위가 크거나 아니면 무리한 노력으로 위를 계속 팽창시키는 훈련을 한 경우다. 일반인들이 준비 없이 먹는다면 복통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오거나 배가 아파서 구토를 할 것이다. ▽이 기자=건강이 걱정된다. 평소 건강이나 체중 관리를 어떻게 하나. ▽에드머=먹방을 하고 나면 운동을 2시간 이상 한다. 먹는 양만큼 소모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방송하다 보면 살찌는 게 느껴진다. 더욱 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 교수=혈액검사나 소변검사 같은 건 해봤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콩팥, 심장, 혈관 등에 부담을 줘 혈압이 오른다거나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에드머=얼마 전에 피검사를 했었는데, 간 수치나 이런 건 다 정상이었다. 다만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은 하고 있다. 아침에 속이 쓰린 증상이 자주 있다. ▽한 교수=아무래도 과식으로 위에 음식물이 많이 쌓이다 보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이 먹으면 위가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인과 다를 것 같다. ▽에드머=평소에도 2, 3인분 이상 먹어야 포만감이 느껴진다. 자기 전에 먹방을 하면 밤새 위가 늘어나 있다 보니 그 다음 날 아침 유독 배가 고프다. ▽한 교수=먹방을 하다 보면 몰래 토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위가 가득 차면 아무래도 위가 거북하고 장운동이 안 되면서 토하는 경우가 생긴다. ▽에드머=실제로 토한 적이 있다. 당시엔 택배 왔다고 하고 화장실에서 토했다. 물론 나중에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 기자=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에드머=시청자에게 식욕을 돋게 하는 게 저의 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건강을 너무 해칠 정도로 드시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저는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하지만, 본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 따라 하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걸리기 쉬울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고려대 안암병원은 현재 총 공사비 약 3500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칭)를 건립 중이다. 이 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혼합협실(MR),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이다. 완공되면 미래형 병원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의료의 기본이 되는 ‘안전’에 중점을 둔 미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며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정밀의학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주도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안암병원이 추구하는 미래의학으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병원 내에서의 혁신뿐 아니라 뛰어난 임상역량과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구축한 연구생태계가 한 장소에서 시너지를 내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소프트웨어인 ‘진료’ 역시 진화하는 것이라고 안암병원 측은 설명했다. 집약된 연구 시스템과 빅데이터 활용기술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가능케 한다. 센터를 통해 암 치료뿐만 아니라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에 정밀의료가 적용된다. 신약, 신의료기기, 신수술법 개발,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에도 센터를 활용해 질병의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센터에서는 국가전략프로젝트인 정밀의료사업을 구심점으로 정밀의료기반의 암 진단·치료법이 개발이 된다. 정밀의료 암 진단 치료법 등 미래의학이 조만간 임상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의 첨단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의학 연구에 적용된 후 다시 임상에 적용될 전망이다. 정밀의료와 더불어 IoT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안암병원의 목표다.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IoT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안내시스템을 만들고 의료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구현해 환자의 이용편의를 대폭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의료장비와 물품 관리 시스템에도 IoT를 적용해 정확성을 높여 환자안전은 물론 업무효율성 향상에도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발전시켜 최상의 의료시스템을 이루고 이것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병원(AI-Driven Hospital)을 구현한다. 항생제처방 이력과 추가 처방 등을 실시간 조언해주는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3A’, 진료차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입력하는 진료차트 ‘음성인식 AI’ 등을 비롯한 첨단 연구들이 진료현장에 접목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더욱 정밀하고 진일보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환자의 의료정보는 물론 유전자정보 등을 포괄하는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다시 진료에 적용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미래 병원의 모델이자 4차 산업의 메카로 센터가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 의료 트렌드 바꿀 혁신적 도약 박 원장은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어떤 병원이 가장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의료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의료사고를 없애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며 환자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안암병원은 환자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에는 무수혈센터를 열고 아시아 최초의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행돼야 하는 이유다. 병원이 추구하는 최소수혈은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수혈을 하고, 수혈이 없어도 지장이 없는 환자에게는 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활용해 최대한 수혈을 피해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혈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수혈 뒤 면역반응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수혈을 받은 사람이 수혈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혈액 내에는 200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다. 이 중 약 25%는 어떤 성분인지 규명되지 않았고 타인의 체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박 원장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수혈 받았던 환자의 30%에서 수십 년 후에도 혈액에서 타인의 DNA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수혈을 일종의 장기이식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혈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의 가까운 미래에는 인구구조상 헌혈인구가 급격히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혈액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헌혈가능인구는 16∼69세 건강한 성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약 3900만 명인 헌혈 가능인구가 해가 갈수록 급감하여 2050년이 되면 2900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혈액을 받을 수만 있는 노년층은 급격히 늘어 혈액관리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곧 혈액부족 사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안암병원은 수혈에 대한 위험성과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게 이뤄지던 관행적 수혈의 문제점을 파악해 2013년부터 수혈관리프로그램을 구축하며 혈액 관리에 힘써 왔다. 수혈관리프로그램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수혈가이드라인을 확인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혈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혈을 줄이기 위해서는 출혈을 줄여야 한다. 병원은 출혈을 줄이는 다양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수술 전 철저한 계획 하에 △고용량 철분제, 조혈촉진제 등을 처방하고 △정밀한 수술로 수술 중 출혈을 줄이며 △자신의 혈액을 다시 수혈 받는 자가수혈도 실시한다.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에서 배액관을 통해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부위 안에 국소지혈제를 삽입했다가 일정 시간 이후 제거하면 배액관 출혈을 3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수술뿐 아니라 검사를 위한 채혈을 체계적으로 해 환자의 혈액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안암병원의 최소수혈외과병원 도약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동안의 병원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의료를 제공하며 나아가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대한민국 의료계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의료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안암병원이 지향점이다. 박 원장은 “환자 안전을 대한민국 의료의 문화로 뿌리내리게 할 선구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규모의 잣대를 넘어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뢰받고 기본을 지키는 미래병원의 패러다임 안암병원은 의료는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에 최근 안암병원은 병원의 모든 시설과 프로세스에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은 수요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혁신이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치료받고 나갈 때까지의 과정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유·무형의 요소들을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의료서비스 전달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환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게 된다. 새로운 기술, 혁신이 있더라도 의료의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신뢰다. 안암병원은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최신 기술들을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미 4차례에 걸쳐 세계에서 인정받은 JCI 안전 시스템, 아시아 최초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의 도약 등을 통해 가장 안전한 병원으로 발돋움 했다. 과거의 의료패러다임에서는 병원마다 최신의료장비를 구비하고 호텔 같은 병원, 라운지 같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겉포장보다는 속 내용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로 의료사고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의료기관이 제공해야할 최고의 가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병원마다 가장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미래 병원은 병상 수와 규모의 잣대를 통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원장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하는 어려운 질병과 수술을 맡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4차 의료기관, 최종의료기관으로서의 역량과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최소수혈수술이 진정한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함으로써 의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대 의대가 대한제국 정부가 설립한 최초의 근대의학 교육기관인 ‘의학교’ 설립 120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9일 의대 융합관에서 뉴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선포식에서 서울대 의대는 미션, 뉴 비전, 전략목표, 전략과제 및 실행 과제 등을 밝혔다. 특히 △가치전파 △수월성 추구 △사회공헌 등 총 3가지로 나눠 발표했다. 우선 서울대 의대는 ‘가치전파’를 위해 대학원 교육을 체계화해 의사와 과학자 연계 프로그램을 정립할 계획이다. 이는 의학, 자연과학, 공학 전체를 아우르는 융합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은 “국내 최고의 의학교육 기관으로서 국민의 건강지식의 향상을 위한 체계를 수립해 건강사회 구현을 이루고자 한다”면서 “또 의료기술의 혁신에 따라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의사들의 전문성 계발을 위해 의료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의학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수월성 추구’를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연구보다는 장기적 전략연구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서울대 의대는 밝혔다. 의과학 연구분야에서 평생 역작이 될 연구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조직 구조의 개선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 시스템 △역할 중심의 조직문화 △캠퍼스 시설 개선 등을 이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공헌’이다. 국제보건의료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 연구는 물론이고 국제 보건 체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 학장은 “전 세계적 보건의료 관련 이슈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제보건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또 한반도 건강 공동체의 기반형성을 위해 통일 대비 의학 연구 및 교육에 대한 대비 체계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융합관 양윤선홀에서는 오후 2시부터 의학교 설립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 서울대 의대 황상익 명예교수의 ‘한국근대사속의 의료인과 보건의료. 1879, 1899, 1919 그리고 2019’, 최은경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선임연구원과 서울대 의대 인문의학교실 김옥주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관련된 자료들은 서울대 의대 비전추진단 홈페이지와 서울대 의대 디지털전시관 등을 참조하면 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먹방(먹는 방송)은 2013년 유명 국내 비디오 사이트인 아프리카TV에서 처음 시작돼 2015년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젊은 친구들이 나와 말도 안 되게 많이 먹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직접 먹방에 도전해 보겠다고 주변 동료 의사들에게 얘기했다. 동료들은 한결같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반대했다. 특히 먹방 이후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위를 찍겠다고 하자 많은 양의 방사능 피폭을 우려했다. 3D CT는 한번 찍을 때 X레이 150∼200여 장을 찍을 때와 맞먹는 방사선에 노출된다. 초밥 5인분을 먹은 뒤 3D CT를 두 번 찍었으니 X레이 400여 장을 찍을 때의 방사선에 피폭된 셈이다. 이런 수고를 무릅쓰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유가 있다(본보 23일자 22면 참조). 바로 아이들이 직접 먹방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얼굴이 확연히 아파 보이는데도 먹방을 지속했다. 이 아이는 결국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방송에는 ‘재미있게 잘 봤다’ ‘먹는 모습이 귀엽다’ ‘다음번에 치킨 2, 3박스 보낼게’와 같은 응원 메시지가 줄줄이 달렸다. ‘그러다 몸 상한다’ ‘무리하지 마라’와 같은 걱정 어린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최근 아이들의 먹방에는 댓글 쓰기가 금지됐다). 성인 ‘프로 먹방러’야 본인 책임하에 방송을 하는 것이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소아청소년들은 사실상의 ‘자해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소아과 의사들도 아동 먹방을 보여주면 경악했다. 아이의 영양 상태가 극히 불량해지고 건강에 매우 해로운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아이에게 해로운 먹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전문기관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속적인 먹방이 올바르지 않은 식습관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소아 비만뿐 아니라 성인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먹방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방을 보는 것도 부작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튜버는 요즘 아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런 유튜브에는 먹방 콘텐츠가 넘쳐난다.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은 애교 수준이다. 먹고 토하는 내용 등 각종 엽기 먹방까지 등장했다. 유튜브 고객센터에 가면 아동 안전에 관한 5가지 규제 가이드라인이 있다. △미성년자의 성적 대상화(성적 학대 내용) △미성년자와 관련된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미성년자의 정신적 고통 유발 △오해를 일으키는 가족용 콘텐츠 △미성년자에 대한 사이버 폭력 및 괴롭힘 등의 내용이 올라오면 신고해 달라는 것이다. 먹방은 이 중 두 번째인 ‘미성년자와 관련된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처벌은 각국 기준에 맞게끔 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먹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도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 및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식당 규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사이 흡연 못지않게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는 먹방 콘텐츠가 아무런 제약 없이 유통되고 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는 특정 주제를 검색하면 이후 계속해 관련 콘텐츠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있어 먹방에 한번 노출된 아이는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 접하기 쉽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국내외 먹방 실태를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살이나 자해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포스팅한 내용들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영국인 14세 소녀 몰리 러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몰리의 아버지인 이언 러셀은 딸이 죽기 직전 인스타그램에서 자해 관련 사진 등을 본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언은 인스타그램이 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지체하다가 사고가 난 뒤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먹방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톡톡 건강 핫클릭’ 이번 주제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우리 몸의 ‘세균덩어리’를 지칭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유산균’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병, 암, 비만, 피부질환 등 각종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서 최근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다. 이에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로 있는 신경과 안성기 전문의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연구하면서 큰 관심을 모은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대표(의사)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산균은 어떻게 다른가? ▽안성기 학술이사(이하 안 이사)=우리 온몸 곳곳에 사는 미생물(세균포함)들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유전체 분석을 통해 미생물들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산균은 탄수화물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일부 미생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총 무게만 2, 3kg에 이른다. ▽이 기자=엄청난 양이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균들이 어디서 들어왔나. 태어날 때는 무균 상태이지 않나. ▽안 이사=출산과정을 생각해보면 균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자연분만 시 아기는 엄마의 산도, 즉 질을 통해 태어난다. 엄마의 질 속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즉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무균 상태의 아이는 산도를 통과하면서 세균과 접촉을 시작한다. 일종의 ‘세균 샤워’다. 즉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세균이다. 이후 모유 수유와 엄마와의 접촉으로 다양한 균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원이다. ▽이 기자=이렇게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박한수 대표(이하 박 대표)=보통 마이크로바이옴은 좋은 균인 유익균과 나쁜 균인 유해균, 그리고 기능이 확실치 않은 상재균으로 나눈다. 최근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하나하나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모든 곳에 다 살고 있다. 피부부터 호흡기, 비뇨생식기, 소화기 등 모든 곳에 살지만 그중에서 장이 전체적으로 표면적도 가장 넓고 세균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이 기자=중요한 부위에 사는 이 균들의 기능이 밝혀졌나. ▽박 대표=항암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균도 있고 비만을 억제하는 항비만 균주도 있다. 또 피부염증을 줄여 아토피나 여드름 증상을 완화하는 균주도 발견했다. 현재 환자와 일반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기자=그렇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박 대표=맞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개념 중 하나를 설명해 보겠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거나 농경생활을 할 때 가지고 있던 유익균을 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한 질병, 항생제 치료 등으로 많이 잃어버려 현재 다양한 질환에 걸린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잃어버린 유익균을 외부에서 직접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성이 확인된 유익균으로 만든 제품을 복용하거나 유익균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자=박 대표는 의사 출신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박 대표=궁극적으로 미생물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해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2월 미국식품의약국과 임상 미팅을 마쳤고, 금년 내로 항암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 밖에 미국, 유럽에선 장 질환, 비만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폐증이나 우울증 등 인지기능과 관련해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안 이사=이뿐 아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만성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관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자=박 대표가 연구한 것은 언제쯤 제품화되나. ▽박 대표=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제품과 항비만 마아크로바이옴 제품은 이미 국내에서 건기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미국과 한국에서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고, 제품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의학과 생물학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우리는 인간의 몸이 인간 세포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 세포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치료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 몸이 미생물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미생물을 통해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말 커다란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비록 현재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점점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