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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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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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고 굵게 끝난 보복관람… 신년 극장가도 찬바람

    올해 국내 극장가 분위기는 ‘짧고 굵게 끝나버린 보복 관람 효과’, ‘길고 긴 보릿고개’로 요약된다. 할리우드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한국 영화 ‘범죄도시2’가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해제된 직후인 5월 4일과 18일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팬데믹 2년여 간의 절망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개봉 전 사전 예매량만 100만 장을 넘기면서 극장가 부활의 신호탄이 됐다. .뒤이어 개봉한 ‘범죄도시2’가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예상 밖으로 ‘보복 관람’ 효과는 반짝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여름 시장을 겨냥해 개봉한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외계+인’ 등 한국 영화 ‘빅4’의 성적은 예상을 밑돌았다다. ‘1000만 예약 영화’로 불린 ‘한산: 용의 출현’이 가장 선방했지만, 756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한재림 최동훈 등 국내 대표 스타 감독이 연출한 ‘비상선언’과 ‘외계+인’은 각각 200만 명, 154만 명에 그치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스타 감독 마케팅은 물론 송강호 이병헌 등 천만 배우를 내세운 마케팅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평일 일반관 기준 1만4000원으로 폭등한 관람료에 올해 한국 관객들은 역대 가장 냉정한 관객의 모습을 보였다. ‘빅4’ 대전이 극장가 판을 키워 분위기를 띄우기는커녕 파이 나눠먹기식의 출혈 경쟁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을 극장가는 한겨울처럼 얼어붙었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염정아 류승룡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117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면서 손익분기점 220만 명을 한참 밑돌았다. 코미디 여왕 라미란을 내세운 ‘정직한 후보2’을 비롯해 ‘압꾸정’ ‘동감’ ‘데시벨’ ‘리멤버’ ‘자백’ 등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관객들의 냉정함만 확인한 채 퇴장했다.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가 속출하면서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지난달 23일 개봉해 홀로 독주하며 19일까지 292만 명을 모은 ‘올빼미’를 비롯해 ‘육사오’, ‘마녀2’, ‘헌트’,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헤어질 결심’ ‘범죄도시2’ 등 8편. 팬데믹 이전인 2018년 16편, 2019년 18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극장가가 얼마나 심각한 보릿고개를 넘었는지 한 눈에 보인다. 외화 역시 마찬가지. ‘탑건: 매버릭’(877만 명)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 명)을 제외하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더 배트맨’ ‘블랙아담’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줄이 한국 극장가의 쓴맛을 봤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19일 현재까지 1억566만 명. 관객을 쓸어 모으고 있는 ‘아바타: 물의 길’의 공세가 이어지고 천만 감독 윤제균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 21일 개봉한 것을 계기로 연말 관객이 상당수 더해지더라도 2013년부터 시작해 2019년까지 줄곧 관객 2억 명을 넘긴 영광을 되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의 영광을 되찾는 데 실패한 데다 전체 파이가 작아진 사실만 확인하면서 신년 한국 영화의 극장 개봉은 한층 더 신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내년 개봉이 확정된 한국 영화 대작은 ‘한산: 용의 출현’ 후속편 ‘노량: 죽음의 바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피랍’, 설경구 박해수 주연의 ‘유령’, 류승완 감독의 ‘밀수’ 등이다. 영화업계는 극장 큰 스크린에 걸어야 할 이유가 분명한 대작 등에 한해 내년 라인업을 우선 발표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서 개봉할 영화를 이미 확정했더라도 이를 공개하는 것에 극도로 신중한 분위기도 읽힌다. 내년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 등 전 세계를 휩쓴 대작 속편 개봉이 일찌감치 확정돼있어 이를 피해 개봉하는 것도 숙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내년 7월 개봉한다. 영화업계는 할리우드 대작을 피해야 하는데다 올 여름 출혈경쟁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한국 영화 대작과의 정면 대결도 피해야 하는 등 여러 숙제를 안고 있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줄어든 관객 수가 올해는 변수였다면 내년엔 아예 상수로 놓고 개봉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개봉일 결정에 한층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에 걸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확실하다는 내부 판단이 없는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판매에 OTT로 직행하는 사례가 내년부터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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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타: 물의 길’ 인기에 특별관 암표도 기승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5일 만에 관객 268만 명을 모으며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암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화 팬들의 ‘성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등 특별관 내 명당을 놓고 암표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최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히는 I열 두 자리를 11만 원에 팔겠다는 내용 등 암표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자리 정가는 주말 기준 좌석당 2만7000원이다. 암표 판매 전문 업자로 추정되는 글도 있다. 16일엔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등의 명당 40여 석을 열거해 놓고 1인당 최소 3만5000원에 판다는 글도 등장했다. ‘아바타: 물의 길’ 특별관 표 구하기는 실제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 19일 오전 현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기준으로 다음 달 3일 표까지 예매가 가능한데, 주말 표는 맨 앞자리 맨 구석 한 자리 등을 제외하면 매진됐다. 암표가 기승을 부린 건 2009년 전편 ‘아바타’ 개봉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6월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 특별관에서 봐야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암표 거래가 성행한 바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온라인 대량 예매를 위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증거가 있으면 계정 정지 등 조치를 할 수 있지만 개인 간 거래라 입증이 쉽지 않다”며 “대응책 마련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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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가슴 뜨거워지는 뮤지컬 영화”

    “8년 만에 영화를 내놓으려니까 정말 많이 떨리네요.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국제시장’(2014년)과 ‘해운대’(2009년)로 국내 첫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쥔 윤제균 감독(사진)은 신인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감독으로 나선 영화 ‘영웅’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은 올해 최고 기대작 ‘아바타: 물의 길’ 개봉 일주일 뒤인 21일 공개돼 정면 대결에 나선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일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바타가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라면 ‘영웅’은 시청각 선물 세트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라고 했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이듬해 3월 26일 순국하기까지 마지막 1년을 따라간다. 2009년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다. 13년간 뮤지컬 속 안중근으로 열연한 정성화가 같은 역을 맡았다. 윤 감독은 2012년 뮤지컬을 보고 오열한 뒤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만들었다. 뮤지컬을 본 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1909년 3월 대설원이 펼쳐진 러시아 연추에서 동지들과 피로 ‘대한독립’의 각오를 다지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주인공들의 가창력이 폭발하는 노래, 비장한 연기로 도입부부터 휘몰아치며 관객을 ‘영웅’의 세계로 이끈다. 몰입의 일등공신은 현장에서 녹음한 생생한 노래. 영화 속 노래 중 70%가 라이브다. 윤 감독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라이브를 결정했는데 그 순간 고통이 시작됐다”라며 웃었다. 그는 “‘후시 녹음을 할걸’ 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배우들이 한 번에 긴 노래 한 곡을 다 불러야 하는데, 연기와 노래가 완벽해야 하고 소음도 들어가면 안 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사형 집행 장면에서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30번 넘게 촬영했다. 이토 옆에 머물며 첩보원 역할을 하는 설희(김고은)를 핀 조명으로 비추거나 수건을 카메라 렌즈에 집어던지는 방식으로 장면을 바꾸는 등 뮤지컬 무대 전환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많다. 여기에 생생한 노래가 곁들여지는 덕분에 1만4000원을 내고 10만 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전작들에서 과도한 신파로 비판받기도 했던 윤 감독은 신파 절제에도 공을 들였다. 과도하게 슬퍼질 조짐이 보이면 과감하게 끊는 편집으로 담백함을 더했다. 그럼에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가 사형을 앞둔 아들의 수의를 지으며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에선 눈물을 쏟게 된다. 윤 감독은 “뮤지컬 관람 당시 안중근과 어머니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고 했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국민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겹게 견뎌내고 계신 분들께 이 영화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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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헤어질 결심’ 美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후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이 미국 방송·영화 비평가들이 수여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크리틱스초이스협회는 14일(현지 시간) 내년 1월 15일 열리는 제28회 시상식의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이 영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헤어질 결심’은 미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앞서 6일 크리틱스초이스협회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TV 부문 최우수 외국어드라마상 후보로 올렸다. 한편 올해 3월 열린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최우수 외국어드라마상을, 배우 이정재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엔 ‘미나리’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아역상(앨런 김)을, 2020년엔 ‘기생충’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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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윤제균 감독 “정성화 캐스팅 위해…무릎까지 꿇을 생각이었다”

    “잘 안 떠는 성격인데 8년 만에 영화를 내놓으려니까 정말 많이 떨리네요.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영화 ‘국제시장’(2014년)과 ‘해운대’(2009년)로 국내 최초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 대표 흥행 감독 윤제균은 신인처럼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감독으로 나선 영화 ‘영웅’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다. ‘영웅’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대작 중의 대작으로 꼽히는 ‘아바타: 물의 길’ 개봉 일주일 뒤인 21일 출격해 정면 대결에 나선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 당일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감독은 “아바타가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라면 ‘영웅’은 시청각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로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사살하고 1910년 3월 26일 사형 집행으로 순국하기까지 마지막 1년을 따라가는 영화다. 2009년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로 13년간 뮤지컬 속 안중근 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윤 감독은 2012년 뮤지컬을 처음 보고 오열한 뒤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두 가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뮤지컬을 본 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 전 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어 “안중근 역을 정성화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었다”며 “만약 정성화 씨가 안 한다고 했으면 집에 찾아가 무릎을 꿇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1909년 3월 대설원이 펼쳐진 러시아 연추 에서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며 피로 ‘대한독립’의 각오를 다지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주인공들의 비장한 노래, 연기로 도입부부터 휘몰아치며 관객을 ‘영웅’의 세계로 이끈다. 몰입을 이끄는 일등 공신은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생생한 사운드의 노래들. 영화 속 노래 중 70%가 현장 라이브다. 윤 감독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라이브 녹음을 결정했는데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됐다”며 웃었다. 그는 “촬영 내내 ‘후시 녹음을 할걸’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며 “배우들이 롱테이크로 현장에서 한 곡을 다 불러야 하는데 연기 노래 모두가 완벽해야 하고 소음도 들어가면 안 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안중근 사형 집행 장면에서 정성화가 부르는 ‘장부가’는 재촬영을 포함해 30번 넘게 촬영했다. 윤 감독은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테이크가 계속 반복되면 탈진하고 ‘왜 오케이를 내지 않느냐’며 짜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무릎을 많이 꿇었다”며 웃었다. 이토 옆에 머물며 첩보원 역할을 하는 설희(김고은)를 핀 조명으로 비추거나 수건을 카메라 렌즈에 집어 던지는 방식을 써 장면을 전환하는 등 뮤지컬 속 무대 전환을 영화적으로 해석해낸 장면 등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장면도 많다. 여기에 라이브로 녹음된 생생한 노래가 곁들여지는 덕분에 1만4000원을 내고 10만 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 공연을 보는 착각에 빠진다. 전작들에서 과도한 신파로 비판받기도 했던 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신파 절제에 공을 들였다. 과도하게 비장해질 조짐이 보이면 과감하게 맺고 끊는 편집으로 담백함을 더했다. 그런데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가 사형을 앞둔 아들의 수의를 지으며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에선 관객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울게 된다. 윤 감독은 “뮤지컬 관람 당시 안중근과 이토 이야기보다는 안중근과 엄마 이야기가 내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며 “내가 뮤지컬을 보며 느낀 그 감정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 모두 힘든 시기잖아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국민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힘겹게 견뎌내고 계신 분들께 이 영화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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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실이’ 감독이 멘토링… ‘몬티 쥬베이’는 복도 많지

    “제 작품을 내놔도 부끄러운데 멘토링한 작품을 내놓으려니까…. 별로라는 사람이 속출하면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 심히 우려됩니다. 부모 같은 마음이죠.(웃음)”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2일 만난 김초희 감독(47)은 단편영화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의 일반 상영관 공개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다. 후배 김정민 감독(32)이 연출한 이 단편은 17일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한 차례 상영된다. 영화제 외에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건 처음이다. 김초희 감독의 단편 ‘우라까이 하루끼’도 함께 상영된다. 김초희 감독은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 국내 영화제 상을 휩쓸며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주연배우 강말금도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독차지했다. 김초희 감독은 CJ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진행한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스토리업’을 통해 지난해 김정민 감독을 만나 ‘몬티…’ 시나리오 수정과 연출에 대해 조언했다. 김초희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택한 이유에 대해 “단편은 색깔이 분명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나리오가 특이했다”며 “요즘 친구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멘토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몬티…’는 전업주부 완수(봉태규)가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는 기구 ‘호’를 발명해 사업을 하겠다는 부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이야기다. 부인은 하와이 출신 남성 몬티 쥬베이와 사업을 한다며 일본에 가지만 사업은 진척이 없고 뭔가 수상하다. 김정민 감독은 30분짜리 단편을 22개 챕터로 쪼개 단편 속 초단편처럼 구성했다. 완수가 돈을 빌리러 찾아간 사채업자와 장난감 제조업자 등 크게 관련 없는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쌓아가는 형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날 함께 만난 김정민 감독은 “흔히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하는데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것 위주로 담으며 반대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재밌게 봤는데 김초희 감독님이 멘토링을 해주신다고 해서 기뻤다”며 “감독님이 거친 시나리오를 현실의 틀로 당겨오는 역할을 해주셨다”고 했다. 시나리오 초안에는 욕설이 많았지만 김초희 감독이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자”고 조언해 상당수 빠졌다. 이 영화에 배우 강말금의 출연을 주선하는 등 크고 작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민 감독은 “이전에도 단편을 만들었지만 멘토링을 받아 만든 이번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며 “객관적인 조언을 들어 영화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초희 감독은 이날도 후배에게 부산 사투리로 “이 영화는 분절이 많아서 감정이 쌓이기 어려우니까 내레이션을 바꿔서라도 감정을 쌓아보라고 내가 말했나 안 했나. 단디(제대로) 하라고 말했다”라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정민이는 확실히 독특한 색깔이 있거든요. 그 색깔을 알아보는 투자자를 만나서 독보적인 감독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를 좀 끌어주면 더 좋고요. 하하.”(김초희 감독)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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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멘토링 나선 ‘찬실이’ 김초희 감독 “김정민, 독특한 색깔 살린 독보적 감독 되길”

    “제 작품을 내놔도 부끄러운데 멘토링한 작품을 내놓으려니까… 별로라는 사람이 속출하면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거 같아 심히 우려됩니다. 부모 같은 마음이죠.(읏음)“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초희 감독(47)은 단편영화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이하 몬티)’의 일반 상영관 공개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다.후배인 김정민 감독(32)이 연출한 이 단편은 17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공개된다. 지난해 제작된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등 영화제 외에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건 처음. 선배 김초희 감독의 단편 ‘우라까이 하루끼’도 이날 함께 상영된다. 두 사람은 함께 관객과의 대화도 연다. 김초희 감독은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년)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 상을 휩쓸었다. 주연배우 강말금 역시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독차지하며, 그는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부상했다.김초희 감독은 CJ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진행한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스토리업’을 통해 지난해 김정민 감독을 만나 ‘몬티’ 시나리오 수정과 연출 과정 전반을 멘토링하는 등 후배 육성에 나섰다. 멘토링을 거쳐 만든 이 영화는 CJ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단편영화 상영회 ‘스토리업 쇼츠’를 통해 공개된다. CJ문화재단은 지난달 ‘2022 충무로 영화제-감독주간’에서 ‘스토리업 쇼츠 아시아’를 열어 우수 단편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등 단편영화 상영 기회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김초희 감독은 김정민 감독의 시나리오를 멘토링 대상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단편에서까지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건 싫었다“며 “단편은 감독이 색깔이 분명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민이 시나리오가 정말 특이했다”고 했다. 이어 “요즘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궁금해 멘토링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나도 1990년대생 감독들에게 자극을 받았고 배우는 게 많았다”고 했다. ‘몬티’는 블랙코미디로 전업주부 완수(봉태규)가 상처에 바람을 불어주는 기구 ‘호’를 발명해 사업을 하겠다는 부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부인은 하와이 출신의 정체 모를 남성 ‘몬티 쥬베이’와 사업을 한다며 일본으로 가는데 사업은 진척이 없고 뭔가 수상하다. 김정민 감독은 30분짜리 단편을 22개 챕터로 쪼개 단편 속의 초단편처럼 구성했다. 완수가 돈을 빌리러 찾아간 사채업자와 일본 사업 전문가, 장난감 제조업자 등 서로 크게 관련 없는 주인공들을 차례대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하나씩 쌓아가는 형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며 몰입을 이끈다.이날 함께 인터뷰한 김정민 감독은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며 “흔히 영화를 만들 때 이야기하지 말고 보여주라고 하는데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것 위주로 보여주며 그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너무 재밌게 봤는데 김초희 감독님이 멘토링을 해주신다고 해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이 특히 투박하고 거친 시나리오를 현실의 틀로 당겨오는 역할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나리오 초안에는 욕설과 비속어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김초희 감독이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자”고 조언해 상당수 빠졌다. 김초희 감독은 이 영화에 배우 강말금의 출연을 주선하는 등 크고 작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민 감독은 “전에도 단편영화를 만들었지만 멘토링을 받아 만든 이번 작품을 확실히 다르다”며 “심리학을 전공해 영화계 동료가 배우 외엔 없었고 주로 혼자 작업을 했는데 처음으로 객관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어 내 세계에 몰입하던 것에서 벗어나 영화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초희 감독은 이날도 후배에게 부산 사투리로 “이 영화는 분절이 많아서 감정이 쌓이기 어려우니 내레이션을 바꿔서라도 감정을 쌓아보라고 내가 말했나 안 했나. 내 단디(제대로) 하라고 분명히 말했다”라고 말하는 등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멘토로서 정민이가 한국 영화의 미래가 되길 바랍니다. 이 친구는 확실히 독특한 색깔이 있거든요. 정민이 색깔을 잘 알아보는 투자자를 만나서 색깔도 잘 유지하고 독보적인 감독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를 좀 끌어주면 더 좋고요. 하하.”(김초희 감독)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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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계기술로 만든 영화일까… 물속에 빠진 192분의 황홀

    30년쯤 뒤인 어느 미래에서 만들어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지금 상영하는 게 아닐까. 장장 13년 만에 다시 찾아와 14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아바타’(2009년)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은 현재 촬영·시각효과 기술이라고는 믿기 힘든 ‘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미래에서 온 감독’이라 부르는 이유가 단번에 실감 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고맙다. 압도적인 화면에 놀라 걸핏하면 쩍 벌어지는 입을 잘 가려주니까.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에서 지구인이었다가 외계 행성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이 된 제이크(샘 워딩턴)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와 결혼해 가족을 꾸린 데서 시작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또다시 지구인이 판도라를 침공한다. 희귀 자원을 뺏고 지구인의 새 거처로 만드는 것이 전편의 침공 목적이었다면, 이번엔 지구인을 배신한 제이크에 대한 복수라는 이유가 더해졌다. 지구인 집단인 자원 개발 초거대기업 ‘RDA’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은 전편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RDA의 유전자 기술을 통해 아바타로 재탄생했다. 나비족과 똑같은 외모를 한 그는 제이크가 이끄는 숲의 부족 오마티카야족 터전을 침공한다. 숲은 쑥대밭이 되고 제이크 가족은 물의 부족 ‘멧케이나족’이 있는 해변으로 피신한다. 영화는 환상 그 자체다. “경이롭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중을 유영하는 장면은 에메랄드빛 바닷속을 함께 누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3차원(3D)으로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앞에서 평화롭게 출렁인다. 그야말로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아바타: 물의 길’은 몰입을 넘어 관객을 영화 속 세계에 데려오는 방식으로 관객과의 일체를 이뤄낸다. 멧케이나족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 ‘일루’와 멧케이나족 전사들의 이동 수단인 거대한 날치처럼 생긴 ‘스킴윙’, 대왕고래 형상인 ‘툴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도 볼거리. 캐머런 감독이 창조해낸 생명체들이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오가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수초는 수중 유토피아를 완성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영화관용 영화란 이런 것”이란 캐머런 감독의 장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73세에 14세 소녀 키리를 연기한 시고니 위버를 비롯해 RDA 최첨단 우주선과 전투함, 각종 항공기, 잠수정 등 미래 무기의 대향연, 나비족 아이들의 발랄한 모습, 배우들이 수중에서 펼치는 섬세한 감정 연기 등 관전할 포인트도 꽉 들어차 있다. 다만 이야기 구조는 다소 빈약하다. 전편은 멸망 직전인 2154년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이 아바타를 내세워 판도라에 침공한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백인의 원주민 학살 역사를 빗댄 상상력은 참신했다. 하지만 익숙한 세계관이 그대로 이어지며 전투만 반복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진다. 감탄이 거듭되는 장면은 많지만, 3시간 12분 내내 계속되니 갈수록 경이로움도 퇴색된다.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자주 강조하는 것도 아쉽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이 역대 최고인 전편의 흥행 기록을 깰지는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관객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에 3D 안경까지 쓰고 있자니 꽤나 답답하기도 했다. 캐머런 감독이 드디어 공개한 ‘판도라의 세계’를 제대로 즐기려면, 컨디션이 최상인 날 3D 포맷으로 최대한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길 권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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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머런 “아바타 사랑한 韓서 2편 세계 첫 개봉”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아바타’(2009년)를 정말 많이 봤잖아요. 많은 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바타’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을 들고 방한한 할리우드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영화의 첫 개봉 국가로 한국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14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캐머런 감독과 존 랜도 프로듀서를 비롯해 샘 워딩턴, 조이 살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 주연배우들도 참석했다. 랜도 프로듀서는 “관객이 스크린 속에서 캐릭터들과 함께 달리는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위버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도 (영화 속) 가족의 일원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73세인 위버는 부부가 된 나비족 제이크(샘 워딩턴)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가 입양한 10대 소녀 키리 역을 맡았다. 그는 10대 소녀들과 워크숍을 하고 수중 연기를 위해 잠수 시간을 30초에서 6분까지 늘리며 고군분투했다. 전편에선 판도라 행성의 숲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엔 바다에 초점을 맞췄다. 캐머런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느끼게 하는 영화”라고 했다. 전편이 한국에서 관객 1360만 명을 모았고 역대 세계 1위 흥행 기록을 고수 중인 만큼 후속편도 대박을 터뜨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3시간 12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캐머런 감독은 “같은 돈을 내고 길게 보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이 영화는 가성비가 좋다”며 자신했다. “우리 목표는 최고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미리 본 사람 중에 길다고 불평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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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붕괴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쳐버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이 에세이집은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저자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 그는 불안장애로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자신을 1분이라도 늦게 데리러 오면 엄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며 불안에 떨었다.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을 화나게 하지는 않았는지부터 시작해 환경오염, 정치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을 걱정하며 불안을 끼고 살았다. 그가 이 같은 불안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어떻게 하면 불안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깊게 탐구하기 시작한 것도 자신이 중증 불안장애를 앓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세우며 세상의 모든 고통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뉴스를 불안 조성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한시도 머리를 비울 수 없게 하는 TV와 스마트폰 등 기술의 과잉은 삶 역시 흘러넘치게 만들어 과도한 불안을 빚어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멘털 붕괴’ 상태를 자주 겪는 건 그가 유독 나약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세상이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처럼 보여서일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유리 멘털’은 실은 세상 탓일 수 있다며 매사에 불안해하는 이들을 위로한다. 정신적으로 100% 건강한 행세를 해야 추앙받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범죄처럼 ‘고백’해야 하는 세상이 누군가에겐 힘겨울 수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이 서래(탕웨이)에게 한 유명 대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터놓고 할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정신적으로 가장 튼튼한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고찰 끝에 저자가 발견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뻔하다.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햇볕을 쬐는 등 자연과 더 자주 교감하는 것, 각종 기기와의 연결을 이따금 끊는 것…. 삶의 정답은 가장 기본적이고 뻔한 것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 뻔한 것들이 가장 어렵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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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 스토리 vs 아바타 비주얼

    한국 영화 대작과 글로벌 대작의 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극장가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해운대’(2009년), ‘국제시장’(2014년)으로 ‘쌍천만 감독’에 오른 윤제균의 뮤지컬 영화 ‘영웅’과 세계 흥행 1위 기록을 고수한 ‘아바타’(2009년)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정면으로 맞붙는 것. 전문가들은 제작비 140억 원의 ‘영웅’이 제작비 5000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규모 대작 ‘아바타: 물의 길’과 붙어볼 만하다는 의견과 적수가 안 될 것이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은 14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이 영화는 올해 5월 국내 영화관에서 1분 분량 예고편을 시사회까지 열어 공개하는 등 일찌감치 한국 관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평화롭게 누비는 바다 생태계의 환상적인 장면 일부가 공개돼 탄성을 자아냈다. 당시 존 랜도 프로듀서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 영화는 영화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세 시대에도 영화관에 가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자신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영웅’에 비해 비주얼이 화려한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며 “전편에서 1360만 관객을 모은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영화는 개봉 6일 전인 8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사전 예매 관객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전 예매량만 100만 건이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영화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극장가를 되살릴 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발목을 잡는 건 긴 러닝타임. 팬데믹 이후 OTT로 짧은 콘텐츠를 보는 데 익숙해진 관객이 많아 3시간 10분의 러닝타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어린 관객들이나 60대 이상까지 아우르는 가족 단위 관객이 긴 영화를 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21일 개봉하는 ‘영웅’이 선방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2시간으로 짧고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가족 단위 관객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명의 뮤지컬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여서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뮤지컬을 관람하기엔 부담을 느끼던 관객들이 저렴한 가격에 ‘스크린 뮤지컬’을 대체재로 보려고 극장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애국심이 고취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도 애국심 마케팅을 내세운 ‘영웅’엔 호재로 꼽힌다. 다만 ‘영웅’이 연말 관객들이 주로 찾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진지한 역사를 다룬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평론가는 “‘영웅’의 서사는 한국인이 다 아는 내용인 데다 연말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아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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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영웅’ vs 글로벌 ‘아바타: 물의 길’…12월 스크린 대전 승자는?

    한국 영화 대작과 글로벌 대작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연말 극장가에 때아닌 ‘전운’이 감돌고 있다. 쌍천만 감독으로 불리는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과 세계 흥행 1위 기록을 고수 중인 ‘아바타’(2009년)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정면으로 맞붙는 것. 전문가들은 순제작비 140억 원 규모의 ‘영웅’이 제작비가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규모의 대작 ‘아바타: 물의 길’과 한 번 대결해볼 만하다는 의견과 적수가 되기 힘들 것이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두 영화 중 먼저 개봉하는 건 ‘아바타: 물의 길’. 이 영화는 14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5월 국내 영화관에서 1분 분량 예고편을 시사회까지 열어 선보이는 등 일찌감치 한국 관객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왔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평화롭게 누비는 환상적인 바다 생태계를 담은 장면 일부가 공개돼 탄성을 자아냈다. 당시 존 랜도 프로듀서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은 영화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가 된 시대에도 영화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자신한 바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에 비해 ‘아바타: 물의 길’은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확실한 영화”라며 “전편 아바타가 기록한 1360만 관객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개봉 6일 전인 8일 낮 12시 현재까지 사전 예매 관객 수가 15만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사전 예매량만 100만 건이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영화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극장가에 다시 활기가 돌게 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발목을 잡는 건 3시간 1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팬데믹 이후 OTT가 급속히 확산하며 집에서 짧은 콘텐츠를 보는데 익숙해진 관객이 많은 만큼 3시간 10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긴 러닝타임만큼 상영회차를 줄여야 해 상영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긴 러닝타임 탓에 어린 관객들이나 60대 이상까지 아우르는 가족 단위 관객이 이 영화를 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일주일 뒤인 21일 개봉하는 ‘영웅’이 선방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러닝타임이 2시간으로 짧고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연말 극장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관객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명의 뮤지컬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인 만큼 10만 원이 넘는 비싼 돈을 내고 뮤지컬을 관람하기엔 다소 부담을 느끼던 관객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대체재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애국심이 고취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도 ‘애국심 마케팅’ 내세운 ‘영웅’에는 호재다. 2009년 12월 ‘아바타’가 개봉한 지 6일 뒤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도 관객 614만 명을 모으는 등 글로벌 대작의 총공세를 뚫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영웅’의 선방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영웅’이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 관객들이 선호하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진지한 역사를 다룬 영화라는 점은 흥행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평론가는 “‘영웅’의 서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재여서 뮤지컬이라는 요소를 빼면 새로울 것이 없는데다 연말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아서 ‘아바타: 물의 길’과의 대결에서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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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50대 신인 감독이 터뜨린 극장골 ‘올빼미’

    이대로 실패로 끝날 것 같던 인생 후반 추가시간에도 영화 같은 ‘극장골’이 이따금 터진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는 흔한 말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영화계에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 못지않은 인생 역전골을 터뜨린 이가 있다. 그는 한국 팀이 16강에 갈 확률 11%보다 더 희박한 확률을 뚫었다. 영화계에 발을 들인 지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안태진 감독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올빼미’를 연출한 안 감독의 나이는 51세. 30대에 데뷔해 명성을 떨친 유명 감독들이 거장 반열에 들어서는 나이에 첫 영화를 찍었다. 50대 신인이 만든 영화는, 개봉하는 족족 참패한다는 ‘영화의 무덤’ 11월에 출격해 14일 만에 1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같은 달 9일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208만 명)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제작비 3300억 원이 들어간 마블 대작의 총공세를 2주 뒤 등장한 90억 원짜리 영화가 꺾어 버렸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늦깎이 신인이 ‘언더도그의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호평 일색인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 210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달마야 서울 가자’ 연출부에서 시작해 20년 가까이 감독 데뷔를 준비한 안 감독은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영화는 조선 16대 왕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인조실록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한 스릴러물.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수개월 만에 사망한다.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는 짧은 기록을 개연성 탄탄한 서사와 가상 인물을 더해 강력한 힘을 지닌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이야기 뼈대는 빛이 없을 때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는 내의원 침술사 경수(류준열)가 어의 이형익(최무성)이 세자(김성철)에게 독침을 놓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 세자가 얼굴 등에 침을 맞고 피를 흘리며 발작하는 장면은 ‘올빼미 그 장면’이라 불릴 정도로 명장면이다. 역사서에 건조하게 기술된 몇 줄을 가장 정교하고도 충격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한 컷 한 컷 매만지기를 거듭했다. 안 감독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뒤 이 장면을 기점으로 긴장감을 폭발시킨다. 이후부터는 관객을 빨아들인 뒤 끝까지 함께 내달리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빌드업 연출’의 정석이다. 경수의 텅 빈 눈빛이 촛불이 꺼짐과 동시에 초점 또렷한 눈빛으로 급변하는 모습과 이를 담아낸 카메라의 클로즈업,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부각하는 짧고 또렷한 음향, 경수의 시각처럼 흐렸다가 선명해지는 화면, 눈 귀 코 입에 선혈이 낭자한 세자의 기괴한 모습까지. 연기 음향 음악 편집 조명 촬영 미술 등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 장면은 영화가 종합예술로 불리는 이유를 입증한다. 독살을 사주한 이가 밝혀지는 순간 인조(유해진)의 등에 꽂힌 침 여러 개가 곧추서며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침마저도 명연기를 펼치는 듯하다. 횃불과 촛불의 일렁임, 불길한 어스름을 조합해 빚어낸 긴장감, 고요함과 빠른 역습의 교차를 통해 휘몰아치는 전개,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 등은 그가 2005년 이준익 감독의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으로 참여한 이후 17년을 헛되게 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생 후반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할 수 없다는 인생 베테랑 신인의 내공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는 촬영 이틀 전까지 스태프와 배우들 의견을 반영해 시나리오를 계속 고쳤다. 창작의 고통 탓에 촬영 초반 장염에 걸려 열흘간 죽만 먹었다. 이 같은 투혼 덕분에 관객들은 사온 팝콘을 먹는 것도 잊은 채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안 감독은 ‘왕의 남자’ 이후 2, 3년 내에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17년이 걸렸다. 긴 세월 눈뜨면 카페에 가 쓴 시나리오만 10여 편. 모두 투자를 못 받거나 캐스팅에 실패했다. 우유 배달 등으로 번 돈과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해 받은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는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마음이 버티게 한 힘이라면 힘”이라고 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유행어가 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그에게 걸맞은 말이 아닐까. 그가 17년간 거듭한 건 실패가 아니라 언젠가 인생의 결정골로 연결시키기 위한 유효 슈팅이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골문을 향해 날려 온 유효 슈팅은 마침내 쉰이 넘어 극장골로 연결됐다. 감독 데뷔까지 누구보다 긴 여정을 달려온 그가 최종 스코어가 나온 뒤 펼칠 세리머니가 기대된다. 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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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 보며 탄광 트라우마 치유”… “땀과 눈물 헛되지 않아”

    《6일 새벽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 만난 태극전사들은 ‘불가능’이란 편견 앞에 ‘꺾이지 않는 마음’(대한축구협회 트위터)을 간직한 채 경기에 나섰다. 우리 옆에는 태극전사들처럼 “불가능하다” “그게 되겠느냐”며 다수가 고개를 젓는 상황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기적을 일군 사람들이 있다. 컴컴한 막장에 갇혔다가 열흘 만에 생환하고, 기술 장벽을 넘어 우주의 문을 열고, 죽을 고비를 딛고 미지의 땅에 오른 사람들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넘어 기적을 써내려간 이들이 동아일보에 한국 대표팀 경기를 보며 느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우리와 한국 대표팀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준 대표팀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희망 잃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지난달 4일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 매몰된 뒤 221시간 만에 생환하며 ‘봉화의 기적’을 국민들에게 선사한 박정하 씨(62)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두운 갱도에 갇혀 있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어 새벽에 잠을 청하기 어렵다”면서 “덕분에 대표팀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여전히 매주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으며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구조되기 직전 들렸던 환청이 일상생활 중 불현듯 다시 들릴 때도 있고, 처방받은 약을 먹은 뒤 두통으로 신음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박 씨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언론 등에 나서며 국민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 선수 다수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몸이 성치 않은 상황인데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나도 치유받는 느낌이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표팀의 선전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또 “헤드랜턴 배터리가 소진돼 불이 꺼졌을 때도 혼잣말로 ‘어디서든 빛이 보이면 반드시 살 것’이라고 되뇌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일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해내야 했고, 해낼 수 있었다”1999년 3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 한국은 이날 김도훈 전 프로축구 울산 감독(52)이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어 브라질을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당당히 맞선 후배들을 지켜본 김 전 감독의 감회가 남달랐던 이유다. 김 전 감독은 통화에서 “이번 월드컵을 지켜보니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또 ‘하나의 팀’ 깃발 아래 서로 헌신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점차 세계무대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간 선배들이 계속해온 도전이 하나하나 쌓여 현재 대표팀 후배들이 성과를 낸 것”이라며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국내 K리그 선수, 유소년 선수에게도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선수뿐 아니라 온 국민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올 6월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고정환 우주발사체개발연구본부장(55)은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태극전사들의 선전과 누리호 연구개발 과정이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 본부장은 통화에서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도) 국가적으로 큰 사업이었던 데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며 “‘항우연이 할 수 있겠냐’ ‘한국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고 본부장은 “연구를 지속한 과정은 축구로 치면 골이 나올 때까지 열리지 않는 골대를 두들기는 과정 같았다”며 “그때마다 왜 우리 손으로 우리 발사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우리는 결국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원들을 다독여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누리호 발사까지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고비를 넘을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속도도 붙었다”며 “국가대표팀도 앞으로 쭉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표팀과 국민 모두 이 순간 즐겼기를”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황동혁 감독(51)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 2007년 첫 장편 영화 ‘마이 파더’(관객 90만 명)로 데뷔했다. 하지만 첫 영화가 실패한 뒤 일이 끊겨 만화방을 전전해야 했다. 2009년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 문을 두드렸지만 “기괴하고 잔인하다”며 퇴짜를 맞고 10년 넘게 빛을 보지 못했다. 황 감독은 이날 통화에서 “물러설 곳도, 우회로도 없었다. 될 때까지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흘린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았다면 늘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축구야말로 ‘언더도그’의 반란이 항상 일어나는, 의외성이 가장 높은 경기인 만큼 월드컵 후에도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보여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인간 한계에 늘 도전했던 엄홍길 대장(62)도 태극전사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엄 대장은 “선수들이 성치 않은 몸으로 너무 힘든 경기들을 해냈다”며 “팀과 동료를 위해, 국가의 명예를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면서 (등반) 사고 당시 사투를 벌이며 하산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1988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2000년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에 이어 2004년 얄룽캉봉, 2007년 로체샤르까지 올라 세계 최초로 16좌 완등에 성공한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엄 대장은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게 됐다. 부상 중에도 출전한 손흥민 선수를 비롯해 대표팀의 투지, 의지, 정신력이 대단했다”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살신성인하는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고 했다. 20년 넘게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은 김혜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63)도 “브라질이라는 강한 상대와 경기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대표팀, 국민이 재밌는 순간을 즐겼길 바란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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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귀남’→‘박뿡’… 맞춤 번역으로 ‘베트남 대박’

    올해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흥행한 비결로는 우선 남북 분단을 다뤘다는 점을 꼽는다. 베트남 역시 과거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만큼 베트남인에게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것. 하지만 일등 공신으로는 현지 정서와 유행어를 그대로 반영한 ‘베트남 맞춤형 번역’이 꼽힌다. 영화의 현지 배급을 맡은 CJ HK 엔터테인먼트 정태선 법인장은 “현지 관객 댓글 중에 번역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성공적인 번역 덕분에 내내 웃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현지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띠축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뚜안린 배급팀장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건 한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대북 방송을 하며 “북녘 동포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는 장면. 이는 베트남 국민 작곡가 찐꽁선의 노래 ‘큰 손을 잡고’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실제 노래는 ‘우리 지금 만나’가 그대로 나왔고 가사 역시 ‘우리 지금 만나’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지만 베트남 노래 제목을 활용해 웃음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 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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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사오’ 베트남에서 초대박…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번역

    올 8월 개봉해 관객 198만 명을 모으며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한국 영화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9월 23일 현지에서 개봉한 후 지난달 말까지 한국보다 더 많은 225만 명을 모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225만 명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세운 120만 명이었다. ‘육사오’가 베트남에서 흥행한 비결로는 우선 남북 분단을 다뤘다는 점을 꼽는다. 베트남 역시 과거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만큼 베트남인에게 동질감을 갖게 했다는 것. 하지만 일등 공신으로는 현지 정서와 유행어를 그대로 반영한 '베트남 맞춤형 번역'이 손꼽힌다. 영화의 현지 배급을 맡은 CJ HK 엔터테인먼트 정태선 법인장은 “현지 관객 댓글 중에 번역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성공적인 번역 덕분에 내내 웃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은 이들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베트남 현지 CJ HK 엔터테인먼트의 베트남 직원들. 번역에 참여한 다오 띠 축 하 마케팅팀장과 응우옌 뚜안 린 배급팀장 은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특유의 관용구나 한국 최신 유행어를 최대한 베트남 상황과 정서, 문화에 맞게 현지화해 번역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표적인 건 한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북측에 제안하는 대북 방송을 하며 “북녘 동포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우리 지금 만나’”를 외치는 장면. 이는 베트남 국민가수 찐꽁손의 노래 ‘손을 잡아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실제 노래는 ‘우리 지금 만나’가 그대로 나왔고 가사 역시 ‘우리 지금 만나’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지만 베트남 노래 제목을 활용해 웃음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북한군 리연희(박세완)가 대남방송을 통해 한국의 대북 방송 담당 병사 박천우(고경표)를 ‘방귀남 병장 동무’라고 놀리는 장면은 베트남어의 방귀 소리를 넣어 ‘박뿡 병장’이라고 번역해 현지 관객들을 웃게 했다. 박천우가 리연희를 ‘북조선 아이유’라고 부르는 장면은 가수 아이유가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만큼 그대로 살렸다. 북한군 리용호 하사(이이경)가 한국 병사로 위장해 남쪽으로 가기에 앞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남조선 최신 유행 줄임말’을 배우는 장면은 모두 베트남의 최신 유행어로 대체해 젊은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번역 담당자들은 “주요 관객층인 18~25세가 현지 영화처럼 즐길 수 있도록 베트남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로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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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는 사람 잃고 아파하는 당신에게 [책의 향기]

    “엄마는 숨을 들이쉬고 다시 내뱉지 않았다. 상실이라는 현실이 차갑게 내 발밑을 받치고 있었다.” 2009년 19세 대학생이던 저자의 엄마가 돌아가신다. 난소암 4기 선고를 받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지났다. 이따금 상실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급습해 오지만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로 내세울 정도로 덤덤한 날이 더 많다. 슬픔이 흐려진 지금, 저자는 엄마의 투병 과정, 장례식 등 그간 마주하지 못한 상실의 순간을 정면으로 보기 시작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47세에 유명을 달리한 엄마 론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림으로 보여준다. 론다는 갈색 반달눈에 소가 혀로 핥은 듯 곧추선 앞머리, 주근깨가 있는 매끈한 팔을 가진 사람이었다. 얼굴 구석구석 특징과 사소한 습관까지 그림과 글로 되살려낸다. 난소암 4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는 저자를 엄마는 되레 위로한다. 엄마 그림엔 ‘죽어가는 사람’, 본인 그림엔 ‘안 죽어가는 사람’이란 문구를 각각 넣은 뒤 “이 장면에서 뭐가 잘못됐을까?”라며 웃음을 유발한다. 가장 슬펐던 때를 돌아보면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눈물샘만 자극하는 전개가 아니라는 점은 이 책의 매력이다. 암이 뇌와 폐까지 전이된 뒤 아기처럼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도 그린다. 엄마의 마지막 순간과 저자의 복잡했던 머릿속, 조문객들이 던진 “넌 좀 어떠니?”라는 질문에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고민했던 기억, 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복해가는 모습,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았다. 이 책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책. 한 개인이 겪은 상실과 회복 과정을 만화로 보여주며 삶을 뒤흔든 슬픔에서도 얻는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일찍 엄마를 잃은 이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어떤 말이 가장 위안이 되는지 알게 되는 것 말이다. 슬픔엔 어떤 규칙도 없지만 무서운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누군가와 함께할 때 훨씬 덜 무섭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저자의 말이 무엇보다 와 닿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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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건 신부 열연한 윤시윤… 교황도 극찬

    러닝타임 151분. 영화는 길고 어렵다.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매우 낯설게 들린다.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30일 개봉한다.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한국에 온 최초의 서양인 신부인 프랑스 출신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밀입국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모방 신부에게 세례를 받는다. 영화는 그가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을 오가며 교육받는 과정, 1842년 프랑스 군함을 타고 온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에 밀입국했다가 청나라를 거쳐 1845년 천신만고 끝에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 형식으로 담았다.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데려오려고 큰 뗏목 수준의 ‘라파엘호’로 서해를 횡단하며 고군분투하고, 1845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돼 9월 순교하기까지 그의 10년을 한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탄생’팀은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보고 교황은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는 종교인 김대건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무역가로서의 면모도 두루 담았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인 유진길(1791∼1839)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성기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촬영에 들어갔지만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전혀 표 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839년 기해박해로 투옥돼 칼을 차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결코 배교(背敎)하지 않는 등 심지 굳은 모습을 초연하게 소화해낸다. 11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흥식 감독은 “안성기 배우는 투병 중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며 존경을 표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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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다섯 조선 청년의 죽음, 가슴이 뜨거워진다…영화 ‘탄생’

    이 영화는 길고 어렵다. 러닝타임은 무려 151분.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외계어처럼 들릴 수도 있다. 1836년부터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 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세부 내용을 100% 이해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곱씹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30일 개봉하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김대건 신부 하면 대부분 순교와 그가 태어난 솔뫼 성지(충남 당진시) 정도만 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궤적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1월 한국 최초의 서양인(프랑스인) 신부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비밀리에 입국하는 장면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용인 은이성지에서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영화는 그가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오가며 라틴어 불어 등 언어와 신학 등 각종 교육을 받는 과정, 1842년 마카오에서 프랑스 군함을 타고 떠난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으로 밀입국했다가 다시 청나라를 거쳐 1845년 1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로 담아냈다. 귀국 이후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입국시키려고 큰 뗏목이나 다름없는 ‘라파엘호’로 서해를 건너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1845년 8월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조선의 첫 신부가 되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된 뒤 9월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하기까지 김 신부의 10년을 한 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박흥식 감독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부를 해보니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다 알아야만 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신 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제목 ‘탄생’은 조선 근대의 탄생이자 첫 번째 신부의 탄생, 우리가 탄생시켜야 할 미래 등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탄생’팀은 16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도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본 교황은 그에게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탐험하고 모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에는 종교인 김대건의 모습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조선학자 무역가 등의 면모도 두루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인물인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많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 유진길(1791~1839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촬영 내내 김대건이라는 인물은 저를 많이 꾸짖었습니다. 200년 전 한 청년은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 꿈꾸고 개척하고 비전을 외쳤습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고 꽃이 돼 지금 향기가 나고요. 저를 비롯해 많은 청년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 향기가 나는 때를 알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윤시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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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지는 OTT 대작… 연말 대목 극장가에 도전장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카지노’부터 스타 작가 김은숙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데뷔작 ‘더 글로리’까지…. 극장가 대목인 12월 OTT시장에서도 굵직한 신작 드라마들이 쏟아진다. 새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느라 바빠지는 신년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연말에 기대작을 공개해 구독자들을 내년에도 계속 묶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다음 달 21일 공개하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K드라마 ‘카지노’.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K드라마 중 가장 큰 공을 들인 1주년 기념 대작이다. 최민식이 드라마 ‘사랑과 이별’(1997∼1998년) 이후 24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열풍의 초석을 마련한 1편(2017년)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최민식은 물론이고 올해의 대세 배우로 꼽히는 손석구가 출연하는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 후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이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다음 달 7일 ‘커넥트’를 공개한다. 세계적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힌 일본 고어물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이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추격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체 6화 중 3화까지 먼저 공개됐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K드라마라는 점이 흥미를 끄는 데다 화제성이 높은 배우 정해인이 출연하고,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이어서 ‘카지노’ 공개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도깨비’ ‘파리의 연인’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로 유명한 스타작가 김은숙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도 연말 공개를 잠정 확정했다. 배우 송혜교의 OTT 드라마 데뷔작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여성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렸다. 폭력성과 대사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달콤하고 온건한 수위의 멜로물을 주로 써온 김 작가가 선보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장르물은 어떨지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외에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를 내지 못한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로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토종 OTT 작품도 만만치 않다. 왓챠는 배우 한석규의 OTT 드라마 데뷔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다음 달 1일 공개한다.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남편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자극적인 장르물 사이에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티빙 역시 다음 달 9일 ‘술꾼 도시 여자들2’를 공개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시즌1은 방영 당시 기록한 주간 유료가입기여자 수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드라마는 한 번에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를 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년에 비해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더 있는 연말에 작품을 공개해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업체 인지도가 높아져 신년에 구독자를 선점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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