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104

추천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문화 일반73%
인사일반18%
문학/출판9%
  • 제6회 박수근미술상 김주영 작가

    김주영 작가(73·사진)가 제6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21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6년 제정했다. 김 작가는 노마드(유목민·Nomad) 정신을 예술의 가치로 두고 인도 티베트 몽골 터키 등을 다니며 회화, 설치 작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심사단은 “원로 여성 작가로서 끊임없이 활동하며 환경, 생태 등 시대적 담론에 부합해왔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29일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발길 머무는 곳이 아틀리에”… 길에서 예술을 줍는 ‘노마드’

    ‘길에서 예술을 줍는다.’ 김주영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김 작가는 예술 인생 평생을 노마디즘에 몰두했다. 노마디즘이란 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뜻한다. “발길이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아틀리에”라는 그는 평생을 부유하는 삶을 예술이라 여기며 자연을 캔버스 삼아 온몸을 던졌다. 홀로 방랑하다가 마주한 물건에서는 이야기를 찾아냈다. 제6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작가는 21일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이 백지상태가 됐다”며 “우선 저세상 엄마께 신고하였다”고 했다. 그가 배낭 하나 들고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 건 1986년. 당시 그는 약 10년간 홍익공업전문대(현 홍익대 세종캠퍼스) 도안과 교수로 재직했다. 사회적으로는 명성을 쌓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괴로운 시절이었다. 군부정권에 대한 회의감, 동료들과의 다툼으로 공허했다. 이에 더해 자신이 태어나기 전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실은 좌익 활동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가족사를 알게 되면서 심신이 힘들었다. 그는 떠나기로 했다. 고향인 충북 진천부터 청주, 서울을 거쳐 선망의 나라였던 프랑스로 갔다. 어머니는 결혼 안 한 딸을 걱정했다고 한다. 1992년, 파리 8대학에서 6년에 걸쳐 박사 학위를 딴 그는 지구촌을 떠돌면서 ‘노마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파리에 권태를 느낀 것이다. “퐁피두센터의 멋진 전시를 보면서 저는 파리의 일원이 아닌 관객인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서구 문명이 나와는 관계가 없는 느낌. 결론은 ‘유럽 문명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그 후 그는 인도, 티베트, 몽골, 네팔, 아프리카 등을 떠돌았다. 길 위에서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을 하며 원주민의 삶 깊숙한 자리로 들어갔다. 몽골 사람들과 살면서 초원지대 목동이 됐고,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을 만나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어머니의 병환 소식에 귀국했다. 홀로 떠도는 삶이 마냥 흥겨웠을 리 없다. 김 작가는 “낯선 길에 서면 슬픈 감정도, 환상도 들면서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독한 두려움, 이걸 제가 즐겼던 것 같다. 축제 같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묻히면 처음에는 좋고 따뜻하지만 금방 권태를 느낀다. 낯설고 섬찟한 곳에 가야 비로소 나 같다”고 했다. 그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밖으로는 넓은 세계를 품고 싶지만, 작업실에 있으면 자기 세계에 빠지게 된다”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는 그의 작품을 보면 이해된다. 그는 어떤 곳이건 “현장에 가면 꼭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10m가 넘는 광목천을 바람을 따라 펼치고, 땅 위에 엎드리며 제식을 올리는 등 자신을 매개로 세계와 연결을 시도한다. 반면 너비가 10cm도 안 되는 아크릴 상자에 길가에서 주운 곤충, 나뭇잎을 놓고 에폭시로 고정하기도 한다. “외부와 단절돼 내 세계를 파고들면서 과거의 기억을 헤집어내고, 그 추억을 고착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길 위에서 작가는 어렴풋이 예술을 마주했다. “몽골 초원에 서 있는 사람이나 남인도 거대한 사원 속에 꽃잎을 들고 기도하는 여자를 보면 ‘바로 저거다’ 생각이 들어요. 원초적인 무언가가 느껴지죠. 그거야말로 예술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작가는 평생 치열하게 예술이란 허상을 좇다 살아간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했다. “프랑스어에 ‘au-del‘a’라는 단어가 있어요. ‘저 너머에’라는 뜻인데, 아마 예술이 이게 아닐까요? 닿지 못하는 어떤 것. 저는 그걸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쫓아 살아간 사람이고 싶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 ‘설강화’… “방영중지” 靑청원

    jtbc 신규 드라마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광고가 끊기고 방영 중단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은 게재 하루 만인 20일 현재 29만여 명이 동의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450건 이상 접수됐다. 18, 19일 2회분이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요원들에게 쫓기던 남파간첩 임수호(정해인)를 운동권 대학생으로 오인한 여대생 은영로(지수)가 구해주며 시작된다. 간첩이 미화된 모습으로 대학생들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점, 안기부 직원이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된 점 등이 비판을 사고 있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을 배경으로 자칫 간첩이 이에 개입한 듯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설강화’에 협찬 또는 광고하는 기업 명단과 불매 요청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푸라닭’과 ‘티젠’ 등은 20일 광고와 제작 지원에 대해 사과하며 이를 철회했다. 일부 시청자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해외로 공개되는 이 드라마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사건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스트리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제작진과 방송사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라고 썼다. 청년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은 22일 법원에 ‘설강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설강화’가 올 3월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tbc 관계자는 “드라마 속 인물과 기관, 설정 등은 모두 가상이며, 대학생과 간첩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방송 중단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개를 더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지금 예술은 반쯤 죽었다”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사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직관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일 테다. 아이웨이웨이는 서면 인터뷰에서 “예술가에게 정해진 역할은 없다”면서도 “지금 예술은 이미 반은 죽은 상태이고 예술에 관한 이론, 미학, 철학적 사유는 사실 마비 상태에 있다. 인류의 고난과 불안에 대한 예술의 반응이 너무나 미약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엔 인류가 거쳐 온 역사와 지금도 지나치고 있는 동시대의 문제가 담겼다. 아이웨이웨이는 자유를 지키려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가 됐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 당국이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미운털이 박혔다. 그 후론 체포, 가택연금, 구속의 시간을 보냈다. 2011년 탈세 혐의로 비밀리에 구금됐고 2015년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수상한 뒤에야 압수당한 여권을 돌려받고 유럽으로 떠나 해외에 머물고 있다. 현재는 포르투갈에서 지낸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아이웨이웨이: 인간미래’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서 작가가 가진 고민이 담겨 있다. 회화부터 설치, 사진, 오브제 등 대표작 120여 점을 볼 수 있다. “나 자신이 바로 국제 이슈다. 내 생명, 내가 처한 상황이 세계적 문제의 일부”라는 아이웨이웨이. 그는 권력의 억압에 도발과 저항으로 맞섰다. 전시장 초입에 놓인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년)을 빼놓고는 그를 논할 수 없다. 중국의 톈안먼 광장을 시작으로 미국 백악관, 파리 에펠탑 등 세계 역사적 기념물 앞에서 보란 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린 사진 시리즈다. 그는 이 행위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을 조롱한다. 지난달 문을 연 홍콩 ‘M+ 뮤지엄’이 개관 전시에서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20여 점 중 ‘원근법…’을 홈페이지와 관내 전시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벽면에 부착돼 있는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2015년)은 표현의 자유와 감시를 다룬다. 얼핏 아름다운 금빛 장식 벽지 같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시카메라와 수갑 등이 있다. 권력에 대한 그의 행보가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다. ‘구명조끼 뱀’(2019년)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애통하다. 천장에 매달린 22.5m의 거대한 뱀 형상은 구명조끼 140벌로 만들어졌다.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서 난민들이 벗어두고 간 조끼들이다. 뱀의 꼬리 부분은 아이들의 작은 조끼로 만들었다. 작가는 조끼 주인들의 흔적을 보여줌으로써 잊고 있던 그들의 행방을 묻게 한다. 4월 17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매튜 본 감독 “ 킹스맨 기원 담아…독특한 유머와 액션코드 느낄수 있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유행어를 낳으며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의 세 번째 시리즈가 공개된다. 22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에 앞서 이 영화 연출을 맡은 매슈 본 감독(50)과 주연배우 레이프 파인스(59)를 17일 화상으로 만났다. 이번 작품은 비밀 첩보조직 킹스맨의 기원을 찾는 프리퀄(기존 시리즈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세계 근현대사 방향을 바꾼 실존 인물과 사건을 빌려와 킹스맨 창설 과정을 그린다. 본 감독은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년)와 ‘킹스맨: 골든서클’(2017년)도 연출했다. 두 편의 전작이 배우 콜린 퍼스(61)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영화는 파인스가 주인공이다. 본 감독이 이번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를 “파인스의 출연”이라고 말할 정도. 파인스는 국내 개봉에 맞춰 방한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며 “한국 영화산업은 창의적이고 독특하다. 킹스맨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칭찬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파인스는 킹스맨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옥스퍼드 공작’ 역을 맡았다. 파인스는 “이전 작품에 담긴 유쾌한 분위기나 예상할 수 없는 드라마에 매료됐다. 인류애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시리즈의 기원을 밝히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즐거웠다”고 했다. 킹스맨만의 독특한 유머와 액션코드는 여전하다. 거칠고 빠른 액션, 그중에도 검술 액션이 많다. 파인스는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민첩성이 떨어질 땐 내가 조금 더 젊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7
    • 좋아요
    • 코멘트
  • 제대로 상처 받아야 또 살아갈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레 아내의 죽음을 맞는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돼 작품을 연출하게 된 가후쿠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도코)를 만난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두 사람이 서서히 관계를 맺으며 상처로 봉인됐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23일 국내 개봉에 앞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3)을 16일 화상으로 만났다. ‘해피 아워’(2015년), ‘아사코’(2018년), ‘스파이의 아내’(2020년)로 이름을 알려온 그는 이번 영화로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감독이 됐다. 그는 “상과 함께 좋은 평을 받아 고생한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유림 등 한국 배우 및 스태프와 협업했다. 그는 “11년 전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심도’를 공동 제작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서 일본과 다른 지점들이 있다는 게 많은 자극이 됐는데, 다시 함께 일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영화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72)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프로듀서의 첫 제안은 하루키의 다른 단편을 영화화하자는 것이었지만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라면 만들 수 있다”며 역으로 제안했다. 그는 “소설이 인물의 내면을 그린다면 영화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자동차가 등장해 차의 움직임이 인물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가후쿠는 끝내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며 고통을 마주한다. 이는 하루키의 같은 소설집의 단편 ‘기노’에서 나온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는 대사를 각색한 것. 감독은 “가후쿠는 자신과는 물론 부부 관계에서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그걸 깨달아야 타자와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운전하는 장면에서는 침묵이, 연극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수어 등 다양한 언어가 나온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영화 말미, 가후쿠에게 수어로 전하는 이 대사는 우리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류스케 감독 “가까운 한국과 다른지점 많아 자극…협업 기뻐”

    사랑하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레 아내의 죽음을 맞는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돼 작품을 연출하게 된 가후쿠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만난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두 사람이 서서히 관계를 맺어가며, 상처로 인해 봉인됐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23일 국내 개봉에 앞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3)을 16일 화상으로 만났다. 감독은 “수상을 비롯해 좋은 평을 받아 같이 고생해주신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피 아워’(2015년), ‘아사코’(2018년), ‘스파이의 아내’(2020년)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감독은 이번 영화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섰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유림 등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과도 협업했다. 그는 “11년 전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심도’를 공동제작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서도 다른 지점들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자극이 됐는데, 이번에 함께 일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영화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72)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실 프로듀서의 첫 제안은 하루키의 다른 단편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라면 영화로 만들 수 있다’며 역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그려낸다면 영화는 움직임이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자동차가 나온다. 차의 움직임이 인물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주인공 가후쿠는 끝내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며 고통을 마주한다. 이 대사는 하루키의 같은 단편집 내 단편소설 ‘기노’에서 나온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는 대사를 각색한 것이다. 감독은 “가후쿠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을 과대평가했다”며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타자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또 그걸 깨달아야 타자와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는 ‘소통’을 소재로 하지만 ‘말’이 주요 매개체는 아니다. 운전하는 장면에서는 침묵이, 연극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수어 등 다양한 언어가 주가 된다.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영화 말미, 가후쿠에게 수어로 전하는 이 대사는 우리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6
    • 좋아요
    • 코멘트
  • 방송인 유재석 돌파감염

    방송인 유재석(49·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소속사 안테나가 13일 밝혔다. 안테나는 “올해 9월 2차 접종을 완료한 유재석이 11일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통보를 받았다. 1차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13일 2차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재석은 예정된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 유재석은 현재 MBC ‘놀면 뭐하니?’,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SBS ‘런닝맨’ 등에 출연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촬영하기 어렵게 됐다. 유재석은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차질을 빚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살바도르 달리’ 마력이 달리 보인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문제적 아티스트다. 생전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라며 거침없는 행보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고, 실제 매우 유명했기에 사후에도 위작 시도가 많았다. 2004년 핀란드 헬싱키박물관에서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전시는 작품 대부분이 모조품으로 확인돼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는 국내 처음으로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협업해 유화, 삽화, 영화, 애니메이션 1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달리 작품의 주요 소장처인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미술관,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달리 재단의 몬트세 오거, 후안 세비아노 디렉터는 “1000점의 유화로 구성된 달리의 회화 전작 도록은 재단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조형 작품도 기록하고 있다. 우선 그래픽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디지털 목록을 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작품을 보면 의외의 면에 놀라게 된다. 깔끔한 채색과 정밀한 소묘, 완벽한 원근법 때문이다. 달리는 비사실적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달리는 이 화법을 ‘편집광적 비판’이라 이름 붙였다. 환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그래서 달리 그림에는 익숙함과 생경함이 공존한다. ‘유령 마차’(1933년)는 달리의 고향 스페인의 엠포르다 대지가 배경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차 왼쪽에 어렴풋이 그려진 해골, 건물처럼 보이는 마차 운전자 등 수수께끼 같은 사물들로 인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의외의 장소에 놓인 왜곡된 사물. 달리 그림의 특징이다. 그는 개미, 목발,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반복해 사용했다. 달리는 죽은 박쥐 위를 기어 다니던 개미 떼를 보곤 “시간을 먹는 위대한 존재”라 생각했다. 개미에게서 죽음과 부패를 본 달리는 개미핥기를 키울 정도로 개미를 무서워했다. 그는 목발에서 “엄청난 권력과 엄숙함”을, 줄넘기하는 여자에게서 “어린 시절 순수함”을 느꼈다. 학교 창밖으로 종일 바라보던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고독을 의미했다. 어린 시절 나폴레옹이 되길 꿈꿨던 달리의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1945년)에서는 목발이,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 폭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1947년)에서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다. 죽은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달리의 내면은 불안감과 호기심으로 차 있었다. “이 전시는 달리 머릿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설명처럼 전시장 곳곳에는 달리에게 자극이 된 대상을 볼 수 있다. 달리의 뮤즈인 아내 갈라(1894∼1982)와 밀레의 ‘만종’을 재해석해 그린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달리는 ‘만종’을 두고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시켰다”고 했다. 감자 바구니가 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만종’을 X선 촬영한 결과 감자 바구니 아래에 관으로 추정되는 작은 나무 상자 밑그림이 발견됐다고 한다. 모래 사막 속 아내와 ‘만종’에 등장하는 두 인물을 그려넣은 ‘슈거 스핑크스’(1933년)는 ‘만종’을 새롭게 해석해 그린 작품 중 하나다.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1974년)에서도 보듯 갈라는 수많은 작품 속 모델이었다. 달리는 작품에 사인할 때 갈라의 공헌을 표하며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고 남기기도 했다. 사망 1년 전인 1988년, 병원에 실려 간 달리가 처음 요청한 건 TV였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보겠다는 것.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던 달리. 그는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영화·연극 연출가로 폭넓게 활동했다. 도발적인 언행은 시대를 앞선 그의 예술이 있기에 또 하나의 마력이 된다. 내년 3월 20일까지. 2만 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DDP 찾아온 ‘문제적 아티스트’ 달리의 ‘진짜’ 작품…익숙함·생경함 공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분명 문제적 아티스트다. 생전 “세상은 나를 우러러볼 것”이라며 거침없는 행보로 대중을 들썩이게 했고, 실제로 매우 유명했기에 사후에도 위작 시도와 논란이 많았다. 실제 2004년에는 핀란드 헬싱키박물관에서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전시를 열었는데, 대부분 모조품이라 중단된 바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and Reality’가 유의미한 건 앞선 사건들 때문이다. 이 전시는 국내 최초로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협업해 유화, 삽화, 영화, 애니메이션 140여 점의 원작이 시기별로 선보여진다. 달리 작품의 주요 소장처인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미국 플로리다 미술관,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된다. 달리 재단의 몬트세 오거, 후안 세비아노 디렉터는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연장선상에서 현재 1000점의 유화가 포함된 달리의 회화 전작 도록은 재단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돼있다”며 “회화뿐 아니라 3차원 조형작품을 정리해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그보다 앞서 달리의 그래픽 작품들을 모아볼 수 있는 디지털 목록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보다가 놀라는 지점은 깔끔한 채색과 정밀한 소묘, 완벽한 원근법이다. 달리의 작품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건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달리는 비사실적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달리는 이 화법을 ‘편집광적 비판’이라 이름 붙였다.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환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달리 그림에는 익숙함과 생경함이 공존한다. 출품작 ‘유령 마차’(1933년)는 달리의 고향 스페인의 엠포르다 대지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차 좌측에 어렴풋이 그려진 해골, 건물처럼 보이는 마차 운전자 등 수수께끼 같은 사물들로 인해 긴장감을 띠게 된다.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 의외의 장소에 놓인 왜곡된 사물. 달리 그림의 상징적인 사물은 잘 알려진 ‘녹아내린 시계’만은 아니다. 그는 개미, 목발,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 등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달리는 죽은 박쥐 위를 기어 다니던 개미떼를 보곤 “시간을 먹는 위대한 존재”라 생각했다. 개미에게서 죽음과 부패를 본 달리는 개미핥기를 키울 정도로 개미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는 목발에서 “엄청난 권력과 엄숙함”을, 줄넘기하는 여자에게서 “어린시절 순수함”을 느꼈다. 에로티시즘의 상징으로 신발을 사용했으며, 학교 창밖으로 종일 바라보던 사이프러스 나무는 죽음과 고독을 의미했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느끼는 불안감과 호기심은 달리 본인의 내면이기도 했다. “이 전시는 달리 머릿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재단 측 설명처럼 곳곳에는 달리에게 자극이 된 대상들이 소개된다. 달리의 뮤즈인 아내 갈라(1894~1982)와 밀레의 ‘만종’이 대표적이다. 달리는 만종을 두고 “몇 년이나 나를 쫓아다니며 모호한 위기감을 유발시켰다”고 했다. 감자바구니가 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달리는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는 이후 만종을 재해석한 그림들을 제작하는데 ‘슈거 스핑크스’(1933년)도 그중 하나다. 이는 달리 작품에 갈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기작이기도 하다. 달리는 작품에 사인할 때 갈라의 공헌을 표하며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고 남기기도 했다. 사망 1년 전인 1988년, 병원에 실려 간 달리가 처음 요청한 것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볼 수 있도록 TV를 갖다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달리. 그는 한계를 두지 않고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영화·연극 연출가로서도 광범위하게 활동했다. 오만할 정도로 도발적인 언행은 시대를 앞선 그의 예술이 있기에 또 하나의 마력이 된다. 내년 3월 20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13
    • 좋아요
    • 코멘트
  • CCTV, 범죄 아닌 ‘이야기’를 담아내다

    백남준(1932∼2006)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 독일에서 선보인 ‘TV부처’다. 불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마치 부처가 TV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상념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관람객과 평론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이 작품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TV와 전통을 상징하는 불상 간의 소통을 시도하며 새로운 자기 인식 방법에 대한 담론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보상자로 지탄받던 TV는 백남준의 손을 거쳐 예술 매개로 탈바꿈됐다. 그로부터 약 50년이 흐른 올해, 낯선 방법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졌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는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가 우리 삶을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각 매체의 다른 기능성을 모색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20년 수상작가인 ‘캠프(CAMP)’는 인도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협업 스튜디오다. 국제예술상은 백남준아트센터가 2009년부터 백남준의 실험정신을 계승한 작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는 감시매체가 아닌 예술매체로서의 CCTV를 조명한다. 캠프는 구도심과 도시 재생이 공존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을지로의 대림상가를 골라 올해 10월 건물 옥상에 무인 작동 CCTV를 세웠다. 1시간마다 움직임의 범위가 설정된 카메라는 그간 잘 비춰지지 않았던 도시의 주변 이야기를 담아낸다. 전시실과 웹사이트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영상이 재생된다. 2008년, 이들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 이후 CCTV를 대거 설치한 영국 맨체스터 쇼핑몰 등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아트센터에서 만난 작가들은 “관객들은 CCTV를 통해 범죄 현장이나 사건을 목격하길 기다린다. 하지만 영상을 영화처럼 보면 CCTV가 지나가는 강아지나 이웃이 키우는 채소 등 친밀한 장면을 훨씬 더 많이 찍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 미적인 발견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관성에서 벗어나 미디어 매체를 활용했다는 말이다. 전시장에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캠프의 주요 작품들을 8개 대형 스크린에 펼쳐놓은 ‘무빙 파노라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백남준 아카이브 자료를 온라인에 오픈해 아카이브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비디오 아카이브에 대한 제안’도 있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전시는 조촐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의미가 묵직하다. 이미 우리의 환경이 돼버린 미디어의 생경한 모습을 보며 기술에는 하나의 용도만 있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들은 “미디어 인프라 위에서 개인들이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행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7일까지. 무료.용인=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예술-지식 집대성한 네덜란드 최고 명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에 필수불가결의 존재는 지도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된다지만, 17세기 여행의 민족 네덜란드인에게 지도는 귀중했을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지도를 들여다보며 여행의 이미지를 그리고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그렇기에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이 그려진 지도가 9∼12권의 책으로 총망라된 ‘아틀라스 마이오르’(대세계지도·1662∼1672년)는 당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책은 이 지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로 상징되는 해상무역 덕분이었다. 동시에 이 시기 네덜란드는 지식의 개방성을 장려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럽 사상의 3대 중심지였던 네덜란드에서는 인쇄, 도서 산업도 유례없는 성장을 구가했다. 이러한 두 조건 덕택에 네덜란드인은 지리학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지도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이에 지리학자 오르텔리우스는 1570년 최초의 근대적 지도책 ‘세계의 무대’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전까지 지도는 두루마리 형태로 말려 있는 데다 무거워서 사용하기 불편했다. 오르텔리우스는 학자들이 만든 지도를 수집해 각 지도에 관한 설명을 달아 책으로 만들어냈다. 무역으로 부를 쌓아 신흥 지배계급이 된 이들 사이에선 개인 도서관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됐고, 도서관에 화려한 지도책을 갖추는 게 문화가 됐다. 이에 지도책이 폭발적으로 제작됐는데, 그중에서도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최고가였다. 네덜란드 지도책 제작의 명가 블라외 가문이 만든 이 지도책에는 당시 가장 트렌디한 이론이었던 지동설을 포함한 천문학적 이미지들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한 세기 전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제기한 지동설이 핫이슈였다. 네덜란드에서는 1633년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로마 종교재판 이후 지동설 논쟁이 한층 뜨거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물질적·지적 풍요로움을 표상하는 상품으로 정착했다. 흑백과 채색 판본 두 가지로 제작돼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출간됐는데, 채색본의 경우 현재 가치로 약 2만 유로(약 2700만 원)의 고가였다. 그림도 극도로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이 지도책의 특징은 당대 네덜란드의 예술 흐름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1권의 삽화를 보면 인물이 여러 겹의 주름으로 풍성하게 표현된 의상을 입고 있으며 그 위로는 아기 천사들이 있다. 이는 고전주의 회화의 전형적 소재로, 네덜란드가 그리스·로마 철학과 미술에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또 지도에 많이 쓰인 빨강, 파랑, 노랑은 당시 일상복의 대표 색이었다. 사회 전반을 담아내고 있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단순히 길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의 성공과 권위, 자긍심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미술사가인 저자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보고 ‘황금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예술품’이라 칭한다. 지도책의 색채와 상징, 채색 등을 곱씹으면 그 예술적 가치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올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초서 최고로, 탐험가 정신으로 콘텐츠 개척… 오리지널의 힘, 세계가 인정

    《채널A가 1일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채널A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따듯한 웃음과 감동,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한결같은 자세로 달려왔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창의적으로 구축해온 오리지널 콘텐츠, 현장에 발을 딛고 길어낸 불편부당한 뉴스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에 힘입어 채널A는 슬로건인 ‘꿈을 담는 캔버스’에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탁월한 콘텐츠를 더 많이 그려나갈 예정이다.》채널A는 예능, 교양, 드라마 등 각종 장르에서 탐험가 정신을 발휘해 콘텐츠를 개척해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포착함으로써 채널A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축적해온 것.○ ‘최초 시도’로 선도해온 방송 트렌드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에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다. 2011년 개국과 함께 시작한 종합편성채널 최장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국내 첫 ‘탈북 예능’이다.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2013년 여러 종목의 전직 국가대표와 현역 선수들이 대결한 ‘불멸의 국가대표’는 국내 ‘스포엔터테인먼트’의 시초다. 2015년 시작한 첫 반려동물 관찰 예능 ‘개밥 주는 남자’는 확산되는 반려문화를 빠르게 포착해 연예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리얼리티 예능에 처음으로 ‘동거’를 입힌 ‘하트시그널’ 시리즈는 2017년부터 대한민국에 ‘썸’ 열풍을 일으켰다. 모든 시즌이 TV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연애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첫 낚시 예능 ‘도시어부’는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낚시를 국민 레저로 탈바꿈시켰다. 낚시의 특성상 ‘침묵 예능이 가능하겠느냐’는 방송가의 의구심도 있었지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착상은 이후 또 다른 히트작 ‘아이콘택트’의 ‘토크보다 강한 침묵’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문법을 개척해 나간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 상반기(1∼6월)를 뜨겁게 달군 첫 군대 예능 ‘강철부대’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6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로 뻗어가는 오리지널의 힘채널A의 콘텐츠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트시그널’은 중국 미국 일본 등에 판권과 방영권 등을 판매했고,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한 플랫폼사가 포맷을 구입해 만든 중국판 하트시그널은 시즌4까지 나올 만큼 오리지널 IP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육아 비법을 전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이어 현대인의 힐링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까지, 오은영 박사를 중심으로 한 ‘금쪽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채널A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린 ‘거짓말의 거짓말’, 지난달 29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 역시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각국에 선판매가 이뤄졌다. ○ 계속 이어지는 탁월한 콘텐츠채널A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는 계속 이어진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기대작을 연이어 선보인다. 2월 방영 예정인 ‘강철부대2’는 지난 시즌에 선전했던 부대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특수부대원들도 도전장을 내밀어 더욱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4월 론칭할 K뮤직 오디션 ‘청춘스타’는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드는 또 하나의 청춘 유니버스. 피땀 나는 경쟁과 눈물 나는 연대를 통해 뮤지션들이 청춘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작업공간이 곧 작품… 원본 없는 ‘伊런 전시’

    유명 예술가의 이름을 보고 전시장을 찾았는데 정작 원화(原畵)가 별로 없어 실망한 경험이 있는 관람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9년 ‘야수파 걸작전’이나 올해 ‘아트 오브 뱅크시’ 전시는 복제본이 다수 포함돼 관람객으로부터 아쉬움을 샀다. 양질의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원본 출품 여부는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원본이 없음에도 작가들의 예술관을 잘 표현한 전시도 있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지난달 8일 열린 ‘토일렛페이퍼: 더스튜디오’ 전시는 ‘이미지의 순환’이라는 작가들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 잡은 사진잡지 토일렛페이퍼의 본사 스튜디오를 재현했다. 올 9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이후 처음 대중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간을 통째로 재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토일렛페이퍼는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61)과 사진작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50)가 2010년 창간한 잡지다. 이번 전시도 두 작가가 주도했다. 잡지 토일렛페이퍼는 ‘쉽게 쓰고 버리는 화장지처럼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잡지’를 콘셉트로, 글이나 광고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담당한 김현경 큐레이터는 “토일렛페이퍼는 삶의 환경 속으로 예술을 다양하게 재활용하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 작업 공간을 보여주는 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화려하다 못해 과하게 느껴지는 색상과 무늬로 가득하다. 이탈리아 실제 스튜디오의 입구, 거실, 주방, 정원, 복도 등이 재현된 공간 벽면에는 잡지에서 선보인 작품 사진들이 인화돼 있다. 빨간 립스틱을 든 남성들, 살아 있는 개구리를 넣은 햄버거, 한쪽 날개가 가위로 잘릴 위험에 처한 카나리아 등…. 강렬한 원색과 파격적인 소재가 눈길을 잡아끈다. 전시장 한편에는 실제 스튜디오 내부를 담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원스튜디오에서 가져온 컵, 거울, 의자, 소파 등 500여 점의 오브제들도 곳곳에 놓여 있다. 카텔란의 예술 활동을 살펴보면 이번 전시 철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에서 페로탕 갤러리 벽면에 바나나를 붙인 작품 ‘코미디언’을 선보였다. 작품은 약 1억5000만 원에 팔렸는데, 전시 마지막 날 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먹어버렸다. 잠시 후 전시 관계자가 그 자리에 새로운 바나나를 붙였다. 작품은, 중요한 건 바나나가 아니라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그 자체로는 예술적 가치가 없는 대상이 작가의 손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과정을 풍자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일렛페이퍼 작품은 인쇄나 복사와 뗄 수 없는 사진이기에 회화 등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 원본의 가치가 덜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일상용품과 예술품의 경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2월 6일까지. 4000∼5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로맨스인지, 불륜인지 혼란 주고싶어요”

    《“주변에서 ‘이번에 들어가는 드라마는 어떤 작품이냐’고 물으면 전 ‘막장 드라마야∼’라고 말해요.”최근 만난 채널A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 주연 송윤아(48)는 거리낌이 없었다. “막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진 않지만 사실 엄연히 따지면 막장 아닌 드라마가 몇이나 있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29일 처음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치정 멜로 장르다. 능력 있는 남편과 함께 화목한 가정의 엄마로 살아온 한선주(송윤아)가 남편 신명섭(이성재)의 불륜 대상인 윤미라(전소민)의 사랑을 응원하다 상대가 자신의 남편인 걸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신당한 한선주의 곁에는 동생 한정원(황찬성)이 남아 그를 지킨다. 같은 자리에 있던 이성재(51), 전소민(35), 황찬성(31)은 ‘현실적인 내용’이라고도 했다. 이성재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랑 이야기가 있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아이돌 2PM의 멤버이자 연기자인 황찬성은 “멤버들에게 ‘불륜 드라마’라고 말해주면 토끼 눈이 되는데, 세세히 이야기해주면 리액션이 다채로워지더라”고 했다. 극은 중견배우인 송윤아와 이성재가 중심이 된다. 둘은 사회복지재단의 이사장이자 세계적 패션그룹 라헨의 장녀인 한선주, 라헨을 키운 유능한 남편 신명섭을 연기한다. 이들은 1997년 드라마 ‘지평선 너머’ 이후 2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성재는 “송윤아 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수락했다. 이제까지 두 번 이상 호흡을 맞춘 배우가 없었다. 서먹한 사이보다도 친한 사이에서 연기하는 게 개인적으로 시너지가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과 전소민, 황찬성의 케미도 시청 포인트다. 한선주는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여동생이 죽은 아픈 가정사를 갖고 있는데, 한선주의 아버지가 첫 불륜 후 데려온 이복동생이 한정원이다. 올 1월 군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한 황찬성은 “‘내가 이 장르에서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것도 도전이었다”고 했다. 윤미라는 한선주 모친의 인정을 받기 위해 라헨을 키우는 데 공들여야 했던 신명섭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인물이다. 이성재는 “시청자들에게 이게 로맨스물인지 불륜물인지 혼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전소민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졌다. 그는 “최대한 시청자들을 많이 놀라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대개 내연녀는 섹슈얼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비쳤지만 윤미라는 생각보다 평범하다. 물론 독한 성격이 있지만 이는 자기방어적인 기제다. 이런 현실적인 면모 때문에 나를 선택한 것 아닐까 싶다”고 했다. 드라마 안에는 전소민과 송윤아가 만들어낸 워맨스, 완벽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 송윤아의 이성재를 향한 사랑, 누나만을 바라보며 희생하는 황찬성의 사랑 등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다. “자신을 버릴 때 손해 보는 느낌이 없다면 그건 사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송윤아와 이성재의 말처럼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김환기와 피카소의 차이는?

    우리나라 미술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된 수화 김환기의 두 폭짜리 점화 ‘우주 5-IV-71 #200’(1971년)이다. 해외 작가와 비교해 보자.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은 경매 최고가가 2000억 원에 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5000억 원 낙찰로 세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은 피카소가 태어난 스페인보다 경제대국이며, 다빈치의 나라 이탈리아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문화는 경제의 거울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이는 세계 미술계 구조의 영향이 크다. 비서구 국가들에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다. 자국의 전통미술은 낡은 것으로 치부됐다. 자연스레 비서구 국가들의 미술사는 상당 부분 서구 미술사조를 순차적으로 도입한 역사로 기술됐다. 이러한 문화의 일원화 현상은 시장으로도 이어진다. 오늘날 세계 미술계에서 서구의 주요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은 일종의 인증기관을 담당하고 메이저 갤러리와 경매회사는 작품을 유통시킨다. 서구 미술계는 시장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작가의 예술성, 갤러리의 작품 관리, 컬렉터의 기반이 모두 안정적인 구조다. 반면 주변국의 미술시장은 지역의 미술 생태계 자체가 아직 불안정하다. 세계화로 인해 서구 유명 작가들의 수억 원대 작품에 더해 수천만 원대의 판화까지 가세하면서 비서구 미술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으로 구매력과 화랑의 규모 등 한국 미술시장의 기초체력은 향상됐다. 그럼에도 한국 미술품,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한국 미술의 성장성을 보고 서구 메이저 화랑들이 국내에 지점을 냈지만 한국 작가 발굴이 아닌 소속 작가 작품 판매가 우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술품 경매가가 뉴스가 되는 이때, 책은 자본주의와 함께 걸어온 미술의 역사를 톺아보며 한국 미술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짚는다. 경제학과 미술사를 모두 공부한 저자는 우리 미술사를 한국의 독자적인 성취의 역사로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생아의 눈으로 본 세상, 그 모호함

    전시장 문을 열면 흰 덩어리 2개가 붙어서 빙글빙글 돈다. 한 행성의 3D 버전 같기도 한데, 군데군데 숫자 팻말이 있다. 뒤에 놓인 세 개의 나무 막대는 서로 닿을 듯 닿지 않으며 사방으로 허우적댄다. 작품 ‘모르는 마을’(2021년)이다. 답답함이 몰려오는 이 전시 ‘Maybe it‘s like that’. 제목마저 갑갑하다. ‘모르는 마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아이였다.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만난 양정욱 작가(39)는 최근 아이가 태어났다며 입을 뗐다.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뭔가를 설명하려 해도 명쾌하게 해설할 수 없고, 알아듣지도 못하죠. 그런데 이게 전시의 목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새로운 작품을 보는 건 기존 언어로 정의되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니까요.” 이를 듣고 나면 ‘모르는 마을’의 흰 덩어리는 자세히 설명하길 포기하고 핵심만 짚어준 상황으로, 막대기는 절묘하게 엇갈리는 생각들로 각각 보인다. 기존에 작품마다 문장형 제목을 붙이고 나무를 주 재료로 써왔던 그는 이번엔 제목을 짧게 정하고 나무 사용도 최소화했다. 양 작가는 “10년 가까이 활동하다 보니 대중이 좋아하는 걸 안다고 생각했다. 한데 아이가 태어나자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첫 아이라 키우는 과정에서 수시로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생겼고, 그게 활력이 됐다. 그 느낌을 작업에 소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장에는 보물찾기 같은 작품도 있다. ‘일시적인 약도’는 2층 전시장 난간에 나무 조각, 실, 철사 등으로 지도를 표현한 것으로, 얼핏 보면 쓰레기를 흩어 놓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양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막대로 땅에 그림을 그려가며 목적지를 설명한다. 작가가 인근을 한 바퀴 돌고 왔더니 둘은 사라졌다.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 그림은 쓸모없는 것이지만, 작가는 설명의 흔적임을 안다. ‘일시적인 약도’의 재료도 작업을 하고 남은 것들이다.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는 항상 ‘나는 충분히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나?’ 되뇐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배도 고파 보고, 버스도 타는 등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뒹굴어야 작품이 보인다고 한다. “제가 다루는 주제는 누구나 한 번은 보거나 접하게 될 수 있어요. 그게 예술이 해야 하는 일 같아요. 누군가는 한 번 겪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요.” 12월 18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성작가 3인, 전통 회화가 지닌 평면성에 도전장

    ‘여성 작가 3인의 예술 활동.’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IMA Picks 2021’의 주제는 얼핏 진부해 보이지만 의미가 있다. 미술계에서 여전히 여성 서사의 역사는 짧기 때문이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여성 화가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는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첫 회고전을 열었고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은 2017년 더 많은 여성 예술가를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IMA Picks 2021’은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미술관은 지금 주목할 작가로 세 여성 작가 윤석남(82) 홍승혜(62·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학과 교수) 이은새(34)를 꼽았다. 윤율리 일민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세 작가는 회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전통 회화가 지닌 평면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시작한 IMA Picks는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3명을 조명하는 전시다. 격년으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하고 올해 개최됐다. 이은새는 형체가 일그러진 회화를 선보인다. 기존에 작가는 술에 취한 여성 등 여러 모습의 여성을 그렸다. 그러나 그는 ‘나 역시 여성을 이미지의 소재로 재생산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지 않은 추상화를 선보였다. 그가 처음으로 철판 조각에 작업을 한 작품 ‘리핑’ 시리즈(2021년)는 잘려진 쇠의 테두리와 평면 위에 그어진 금이 모두 회화적 선처럼 보인다. 철판의 두툼한 옆면에는 유화 물감을 칠했다. ‘미니’는 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곡선을 그렸고 철판 옆면은 노란색, 파란색으로 채색했다. 작가가 “극단적 그리기”라 표현한 이 시리즈는 조각임에도 회화처럼 보인다. 홍승혜의 작품은 회화라는 걸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서정적인 유화를 그리던 그는 1997년 백지 평면 작업에 답답함을 느꼈다. 눈을 돌린 건 컴퓨터의 픽셀이었다.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한 설치 작품 ‘공중무도회’(2021년)는 2차원 평면과 3차원 공간을 넘나들며 유희를 선사한다. 작품의 공간성에 대한 고민은 그의 퍼포먼스 작품 ‘연습’(2021년)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퍼포머 5명은 시작 시간은 물론이고 러닝 타임도 정하지 않고 전시장 중앙에 놓인 무대와 전시 공간을 돌아다닌다. 무대 안과 밖의 경계를 지운 것. 첫 퍼포먼스이기에 제목 또한 ‘연습’이다. 작가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용기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할 때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성인 자신의 존재를 회화로 탐구하는 윤석남은 삶의 의미를 되묻다 마흔이 넘어 미술에 입문했다. 서양화를 그리다 조선 화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접한 뒤 한국화에 기반한 여성 초상화를 그렸다. ‘소리 없이 외치다’(1992∼2009년)처럼 캔버스가 아닌 나무틀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식탁’(1987년) 같은 초기작 서양화와 ‘고카츠 레이코 초상’(2021년)이 나란히 놓여 있다. 초상의 주인공은 윤 작가의 활동에 도움을 준 일본인 큐레이터다. 1982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어머니의 초상부터 2000년대 이후의 미공개 드로잉 등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세대의 작가들이지만 전시장 밖을 나갈 때쯤이면 이들의 나이는 중요치 않아진다. “젊은 작가들과 함께 전시할 수 있어 ‘잘 늙어왔구나’ 생각한다. 그림이란 것은 내가 모르는 너와 내가 통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는 윤석남의 말처럼. 내년 2월 6일까지. 5000∼7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탄소년단, 히트곡 ‘버터’로 美버라이어티 ‘올해의 음반’ 수상

    방탄소년단(BTS·사진)이 히트곡 ‘버터’로 미국 유명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올해의 음반’ 수상자로 선정됐다. 21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BTS는 버라이어티가 19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1 히트메이커’ 중 올해의 음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히트메이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노래를 제작한 가수와 작곡가, 제작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버라이어티는 “멤버 RM을 비롯해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이들이 완벽한 히트작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BTS가 히트메이커에 선정된 건 두 번째. 앞서 2019년 ‘올해의 그룹’에 뽑혀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히트메이커를 수상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실과 가상, 무너진 경계… 정체성을 묻다

    올 3월부터 10월까지 미국 휘트니미술관 웹사이트에는 특별한 작품이 전시됐다. 하루 중 일출과 일몰에 맞춰 가상의 황금 거울이 나왔다. 거울 속에선 비디오가 재생됐다. 작가가 사는 곳이라고 했는데, 가상의 3차원(3D) 아파트였다. 작가의 이름은 ‘라터보 아베돈’. 출생지는 온라인. 즉 아바타다. 혹자는 아베돈이 작가의 ‘부캐’(제2의 캐릭터)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10여 년간 아베돈을 운용해 오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아베돈은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 ‘프로필을 설정하세요’에 영상 작품 ‘그 누구도 아닌 나’(2019년)를 출품했는데, 서지은 큐레이터는 “국제전을 준비하면 작가 여권 등 서류가 오가게 되는데 작가가 미술관 측에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베돈은 아바타가 곧 정체성이라 주장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가상 아바타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이 얼마나 힘든지 등을 보여주며 가상 정체성의 권리를 논한다. 그에게 정체성이란 더 이상 현실의 경험과 신체에만 근거하는 게 아니다. 아베돈뿐 아니다. 온라인 상시 접속이 가능한 시대에 많은 이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편집한다. 이런 면에서 국내외 작가 9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온·오프라인 존재의 가치가 공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에서 주목받은 작가 루양도 마찬가지다. 그는 ‘도쿠’라는 아바타로 환생했다. 도쿠는 작가의 신체를 3D 스캔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성별은 없다. 작가는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수의 표정이나 일본 현대무용가의 몸짓 등을 섞어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합치기도 했다. 이런 도쿠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2021년)는 온라인 세계 속 정체성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전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 내 우려되는 지점도 함께 조명한다. 안가영의 ‘KIN거운 생활: 온라인’(2020∼2021년)은 가상공간 속 무차별적 복제 문제나 기술 낙오자 등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작가는 성인 포르노물 배우로 오용된 아바타, 무단 복제당한 아바타, 게임 속 신체에 부적응한 아바타가 연대하는 역할극을 만들었다. 몰리 소다는 자신의 브이로그, 메이크업 영상, 스트리밍 영상, 사진을 모아놓은 작품 ‘미 앤드 마이 걸스’(2021년)를 통해 자신의 사적 모습을 관객과 공유하고, 온라인을 부유하는 자기 정체성은 과연 ‘오롯한 나’인지 질문한다. 전시는 27일까지. 3000∼4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