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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시원한 공연장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여름방학을 맞아 공연계는 어린이들을 위한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매년 여름마다 선보이는 서울 예술의전당 어린이 연극 시리즈는 국내외 우수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도 연극, 인형극,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어린이 연극 전문 극단 사다리의 신작 연극 ‘에스메의 여름’(13일까지)을 비롯해 2009년 스페인 티티리하이 세계인형극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예술무대 산의 인형극 ‘달래이야기’(15∼20일), 지난해 서울 어린이연극상 대상을 차지한 극단 북새통의 음악극 ‘봉장취’(22일∼9월 3일)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티켓 가격은 지정석 3만 원, 자유석 2만 원이며 가족 3, 4인 또는 5인이 함께 관람할 경우 각각 35%, 40% 할인된다. 02-580-1300 송승환 PMC 회장이 제작한 가족 뮤지컬 ‘정글북’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1894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정글에서 늑대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소년 모글리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웅장한 무대세트와 12종가량의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디테일한 움직임 등이 동심을 사로잡는다. 27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4만∼6만5000원. 02-738-8289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공연도 풍성하다. 헨델, 베토벤 등 고전음악과 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소년 여름음악축제가 10∼15일 경기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만5000원. 취학 아동 이상 관람 가능. 031-779-1500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2017 썸머클래식’(1만∼3만 원·만 4세 이상·02-399-1790), 8∼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3만∼4만 원·만 4세 이상·02-399-1000)를 비롯해 5,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키즈콘서트(2만∼4만 원·4세 이상·1544-7744), 10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들리는 웹툰 보이는 클래식’(1만 원·초등학생 이상·031-230-3295) 등도 추천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동욱 기자}
서울 남산에 위치한 국립극장은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지하철(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약 800m 떨어졌고, 오르막길인 탓에 여름에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셔틀버스와 일반 버스가 있지만 공연 뒤 이용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자동차로 국립극장에 가는 사람이 많다. 국립극장 주차장은 38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출차에만 20∼40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입·출구가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주차장만 해도 입·출구가 세 곳이다. 국립극장은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에 맞춰 내년 4월 주차장 확장 공사를 한다. 지하주차장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복잡한 규제와 예산 문제 때문에 입·출구를 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주차 대수는 늘어나지만 입·출구는 그대로 하나뿐인 상황.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공연 후 혼잡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나만의 팁이 있다. ①책 한 권이나 드라마가 담긴 스마트폰을 들고 간다. ②공연 뒤 로비에서 감상하거나 연락이 뜸했던 친구와 전화통화를 한다. ③1시간 뒤 주차장으로 가 여유 있게 출차를 하고 집으로 간다. 참 쉽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2년 전인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사건 이틀 뒤 일요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 도중 프랑스 국가인 ‘라마르세예즈’가 연주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의 가장 상징적인 종교 건축물이자 국가 수장의 장례식 등이 열리는 곳. 당시 큰 화제가 된 이 연주의 주인공은 노트르담 대성당 파이프오르간 상임 연주자인 올리비에 라트리(55)였다. 라트리가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002, 2004, 2008년에 이은 네 번째 내한공연이다. 그는 본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2년 전 프랑스 국가를 성당에서 연주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제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꼈어요. 종교 건물에서 국가 연주가 문제가 없는지 연주 전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모두 괜찮다고 했죠. 프랑스와 프랑스인을 하나로 이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1985년 23세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임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됐다. 오르가니스트라면 누구나 선망하던 자리였다. “사실 경쟁자들보다 더 준비했던 것 같아요. 40, 50대 경쟁자들보다는 시대 흐름을 잘 알고 있었겠죠. 또 하나는 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혀 긴장하지 않았어요.(웃음)” 이후 그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많은 앨범도 냈고, 1995년에는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교수로 임명됐다. “상임 연주자로 임명된 뒤 바로 국제무대에 데뷔했죠. 준비도 안 됐는데 당시 나이로는 현실감이 없었죠.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이 ‘교황으로서 일을 배우는 데 적어도 2년 걸렸다’고 하는데 저도 같았어요.” 그 어떤 연주자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미사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움과 영성적 느낌을 주고 싶어요. 관광객들이 건물의 압도적 크기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환상을 느꼈다면, 저는 오르간으로 환상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는 고전음악은 물론이고 현대음악 등 다양한 시대의 음악 연주에 정통하고, 특히 즉흥연주에 뛰어나다. “오르간은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이번 내한공연 때 멜로디가 주어진다면 즉흥연주를 펼치고 싶어요. 저에게 멜로디를 주시길 바랍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만∼5만 원. 1544-7744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지방자치단체 최장수 음악 공연 프로그램 ‘서초금요음악회’가 11일 1000회를 맞는다. 서초금요음악회는 1994년 3월 4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3년간 이어져 왔다. 총 1만여 명의 음악가가 무대에 올랐고 연인원 67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1000회를 기념해 8월 한 달간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999회째인 4일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는 국악 한류 1세대인 퓨전 국악 그룹 ‘공명’이 무대에 오른다. 11일 1000회 기념 음악회에서는 지휘자 서희태가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김미주, 바리톤 한명원,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베이스 손철호가 출연해 오페라 명곡을 들려준다. 18일 1001회 공연은 국립발레단의 갈라 공연, 25일 1002회 공연은 가수 김범룡이 출연하는 ‘조이풀 콘서트’가 진행된다. 무료. 02-2155-8317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참 까다로운 연주자였죠. 연주자 중 가장 완벽주의자 같아요. 2003년 내한공연 때 제가 조율하면서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죠.” 조율사인 이종열 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연주자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사진)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197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협연 1순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며 공연장에 직접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질문마다 1000자에 가까운 상세한 답변을 보냈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9월 8일 ‘슈베르트 소나타 D959&D960’ 음반 세계 동시 발매를 앞두고 있다. 독주곡으로는 25년 만. “사실 저도 제 음반 전체를 들어보지는 않아요. 썩 즐거운 일이 아니죠. 녹음 후 일주일만 지나도 아마 다르게 녹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 작업을 듣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완벽주의자라는 말에 대해 그는 선을 그었다. “절대 완벽주의자가 아닙니다.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완벽주의라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어요. 예술에 완벽한 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는 공연장의 음향과 피아노 상태에 예민하다. 커다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운반해 세계 곳곳의 공연장을 누빈다. “플루티스트에게 이런 질문은 하지 않잖아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때 탄생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경우에만 연주할 곡에 조율된 피아노를 갖고 갑니다.” 60대에 접어든 그는 나이에 맞는 음악적 성숙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성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13세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소나타를 아주 성숙하게 치는 것이 더 무섭죠. 나이에 맞게 진실된 연주가 더 중요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어릴 적 그의 연주를 들으며 쇼팽에 빠져들었다. 그는 2015년 콩쿠르 뒤 조성진의 연주를 듣고 이메일을 보내 우승을 축하했다. “쇼팽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조성진의 우승에 관해서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어요. 음악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경력을 쌓아나가는 태도가 좋아요. 앞으로 조성진이란 이름은 오랫동안 널리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3년 이후 국내 리사이틀이 없었다. 앞으로 내한공연이나 또 다른 작곡가의 곡을 녹음·공연할 계획에 대해 그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전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합니다. 수많은 실험 중 제가 연주할 때 사용하는 것은 10% 남짓이죠. 분명한 것은 2020년까지 콘서트를 열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골반의 정체성이 혼란스럽죠.” 뜬금없는 골반 이야기다. “수십 년간 골반을 안으로 닫다가 갑자기 밖으로 열려다 보니 골반이 말을 안 들어요. 골반 양쪽이 제각각 노는 느낌이에요.” 골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28∼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이다. 이번 작품에는 국악에 바탕을 둔 창작음악은 물론이고 전통무용 오고무가 등장한다. 현대무용수들 사이에서 한국무용수 3명의 존재도 돋보인다. 한국무용수이지만 그냥 무용수로 불리길 원하는 김지연(31), 김현(25), 김민지(24)를 21일 만났다. 이들은 올해 초 국립현대무용단에 입단했다. 한국무용수가 왜 현대무용수와 함께,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춤을 추는 것일까. “한국무용, 현대무용의 구분은 무의미해요. 한국무용 창작춤도 현대적인 것이 많고 최근 현대무용도 한국적인 춤과 소재를 많이 사용해요. 그냥 춤을 추는 것뿐이죠.”(김현) 같은 춤이지만 동작은 많이 다르다. 2인무가 많은 현대무용과 달리 한국무용은 파트너를 들어올리는 동작조차 없다. “상체와 달리 하체 움직임은 한국무용에는 없는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차는 동작이 많아 힘든 편이죠. 특히 골반과 어깨를 안으로 움츠리는 한국무용과 달리 둘 다 열고 펴야 하는데 6개월 동안 몸이 변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김지연) 신분의 정체성도 혼란스럽다. “소개를 할 때 한국무용수라고 해야 할지, 현대무용수라고 해야 할지 헛갈려요.”(김민지) 10년 넘게 한국무용을 하다 보니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번 작품에 국악이 사용되다 보니 춤을 추다가 저도 모르게 ‘덩덩 쿵더쿵’ 하면서 국악 리듬을 탈 때가 있어요.”(김현) “2인무를 처음 시도하는데 평생 춤추면서 그렇게 지면 위로 높이 올라간 적이 없어 당황했어요. 결국 2인무는 없던 일이 됐죠.”(김민지) 한국무용수가 현대무용을 춘다고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전통을 버렸다며 비난도 받았다. 괜한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항상 한국무용수라고 불려요. 다 같은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인데요.”(김지연) 이들은 앞으로 현대무용을 배운 한국무용수라는 정체성을 간직하며 춤을 출 계획이다. “한국무용은 저만의 특기예요. 버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죠. 여기에 현대적 테크닉을 가미해 더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어요.”(김현) “지금의 한국무용도 크게 보면 현대무용이죠. 한국적 현대무용을 계승 발전시키고 싶어요.”(김지연) 2만∼5만 원. 02-580-1300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늦은 점심시간 갑자기 곱창전골이 먹고 싶었다. 마침 길을 걷다 보니 한 곱창전골 전문점이 보였다. 이미 한 차례 전쟁 같았던 점심시간이 지난 뒤라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빈자리에 앉아 곱창전골 2인분을 시켰다. “일행은 언제 오나요?” “혼자 왔습니다.” 종업원이 이상한 눈으로 본다. 주위 손님들도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4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혼밥’(혼자 먹는 밥)에 대해 했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는 ‘노숙자’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혼밥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 누군가는 혼밥 증가가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증거라고 얘기한다. 식사는 단순히 먹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고 정을 나누는 행위라는 것이다. 식사를 혼자 하거나, 함께하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행복하고 즐겁고 맛있게 먹는 것. 이날 곱창전골 2인분 식사는 더 없이 좋았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었으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과연 누가 이런 정장을 입을까 의아스럽다. 알록달록한 패턴, 화려하다 못해 입기 부담스러운 색상, 우스꽝스러운 무늬…. 하지만 기존 정장과 ‘다르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의 ‘오포슈트(Opposuits)’는 평범하지 않은 정장으로 성공을 거뒀다. 2012년 세 명의 창업자가 세운 오포슈트는 5년 만에 직원 수는 40명으로 늘고, 50여 개국에서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오포슈트는 ‘오포지트(opposite·정반대)’와 슈트(정장)의 합성어다. 기존의 무채색 정장과 달리 화려한 색상과 패턴 무늬가 특징이다. ‘재미있고, 놀랍고, 말도 안 되는 정장’을 추구한다.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오포슈트 창업자인 휘스 바커르, 야스퍼르 카스텔레인, 옐러 판데르 즈베트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5년 전 베트남 여행 중 오포슈트 아이디어를 얻었다. 관광도시 호이안의 한 양복점에서 정장을 맞춰 입어야 했는데 양복점에 있던 알록달록한 패턴의 다양한 천에 끌렸다. “설마 이런 천으로 정장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이틀 뒤 새 정장을 찾아서 입었는데 주위에서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죠. 그때 사업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네덜란드로 돌아가 시장조사를 거친 뒤 판매를 시작했어요.” 마침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가 한창이었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2000벌의 정장을 만들었다. 2주 만에 모두 팔리며 오포슈트의 존재를 알렸다. “도박이었죠. 보통 사람들은 정장을 격식을 차리는 자리나 일할 때 입는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희는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정장으로 주목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사고의 전환이 성공을 가져왔어요.” 정장 한 벌 가격은 10만 원 정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등 스포츠 팀, 미국 할리우드 배우 등이 즐겨 입는다. “유명인이 입으면 홍보 효과는 크겠지만 다양한 일반인들이 입길 희망해요.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날에 저희 옷을 입고 특별한 기분과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래도 ‘이런 정장을 어떻게 입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네덜란드 속담을 예로 들었다. “‘농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먹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어요. 어떤 고정의식을 갖기 전에 직접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죠. 오포슈트도 이상한 옷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번 입어보면 사랑하게 될 거예요.”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브라질 등 각국의 대표 색과 문양으로 디자인한 정장도 파는 오포슈트는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정장도 만들 계획이다. “만약 한국을 위해 디자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태극기를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태극의 빨강과 파랑의 조화가 꽤 강렬하고 정장에 잘 어울릴 것 같거든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 이제 먹으니 살 것 같아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28)는 점심시간이었지만 초면이라 커피만 마시겠다고 말했다. 혹시 몰라 와플을 시켰다. 크림이 듬뿍 얹힌 커다란 와플을 바라보더니 포크를 들었다. 무용수가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와플의 절반을 뚝딱 해치웠다. 그는 “한국에 와서 감자탕과 국밥만 먹다가 단것을 먹으니 좋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보스턴발레단 입단 4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꽤 빠른 속도다. 현재 발레단의 여성 수석무용수는 그를 포함해 5명이다. “주위에서 외국 무용수로는 초고속 승급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만 너무 빨리 목표를 이뤄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요. 밑에 있을 때는 올라갈 곳이라도 있지만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부담감이 커요.” 그는 발레단에서 누구보다 많은 공연을 소화한다. 그만큼 발레단의 신임이 두텁다. “수석무용수의 좋은 점은 군무에서 제외된다는 점이에요. 예전 어떤 공연에서는 1인 8역을 맡아 44회 공연을 소화한 적도 있었어요. ‘발레 좀비’였죠. 지금도 오전에 현대 발레, 오후에 클래식 발레 주역을 할 정도로 바쁩니다.” 2010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그는 ‘얼짱 발레리나’로 불렸다. 당시 유니버설발레단의 다른 무용수들과 출연했지만 그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어렸을 때는 외모가 불만이었어요. 제 춤은 보지 않고 외모만 보는 기분이었죠. ‘내가 그렇게 춤을 못 추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은 나의 외모도 무용수로서의 매력을 더해 주는 좋은 장점 중의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미국의 무용 잡지 ‘댄스매거진’의 주목할 만한 무용수 25인으로 뽑혀 그해 첫 표지 모델로 실렸다. 지난해 유럽 ‘댄스포유’ 잡지에서 선정한 ‘매력적인 세계 10명의 발레리나’에도 선정됐다. “지금은 즐겁게 춤을 추고 있지만 4년 전만 해도 전 부족한 것이 많은 무용수라는 생각에 발레를 그만두려 했어요. 유니버설발레단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었죠. 다행히 보스턴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입단까지 하게 됐죠. 지금도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보스턴발레단에 그가 입단한 뒤 매년 한국인 무용수들이 들어오고 있다. 솔리스트 채지영을 비롯해 이소정, 이승현이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긍정적 나비효과다.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그리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받고 있어요. 앞으로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발레단의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후배들의 가교 역할도 하고 싶어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꽤 잘 차려진 뷔페를 먹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것도 음식 하나하나에 만족하면서 말이다. 21, 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14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 공연은 각국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모은 뷔페 같은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효정을 비롯해 스페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세연, 프랑스 마르세유발레단 이지영, 미국 조프리발레단 솔리스트 정한솔, 미국 컬럼비아클래시컬발레단 수석무용수 진세현 등 5명이 출연했다. 국내 초청 무용수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오랜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초코브라우니=‘해적’ 파드되와 ‘스프링워터’를 선보인 진세현은 굉장히 안정되면서도 기교가 넘쳤다. 흑인 무용수 파트너와의 호흡도 좋았다. 달콤함과 사랑스러움 그 자체. ▽라타투이=이지영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극도의 빠른 신체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관객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켰다.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하몬 이베리코=‘언더마이스킨’을 선보인 김세연은 3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능적이면서도 음악과 하나가 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역시 깊은 숙성을 거친 깊은 맛. ▽크뇌델=‘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린 강효정은 2010년 같은 공연 뒤 왜 12차례 커튼콜을 받고 수석무용수 승급이 됐는지 눈앞에서 보여줬다. 완자처럼 속이 꽉 찬 완벽한 공연. ▽티본스테이크=‘파리의 불꽃’ ‘아리아’ 등 성격이 다른 작품들에서 정한솔은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을 정도의 뛰어난 기술로 박수를 이끌어냈다. 다양한 색깔과 기술로 유혹. 이들 외에도 김용걸 김지영은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로 왜 이들이 한국 최고의 무용수인지를 증명했다. 이번 공연은 최고의 무용수들이 다양한 색깔과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장기들을 모두 보여준 공연이었다. 1년에 한 번만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별 5개 만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별걸 다 ‘대행’하는 시대다. 정치와 스포츠 분야의 감독 대행은 익숙하다. 실제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은 각종 배달 서비스다. 몇 년 전부터는 배달을 하지 않았던 음식점도 배달 대행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다. 한술 더 떠 인기가 좋아 줄을 서야만 하는 식당에서 줄을 서주는 줄서기 대행 서비스도 인기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한정판 음반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며칠간 줄을 서주기도 한다. 인터넷에 ‘대행’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각종 대행 서비스가 눈에 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해외에서의 물품배송 대행이다. 친구, 영업, 조립 등 대행이 가능할까 싶은 것들도 대신해 준다. 이런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성업 중일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일까? 과연 대행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까운 미래, 사무실의 나를 대신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날이면 날마다 오는 공연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서기 때문입니다. 제14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 21, 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강효정(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김세연(스페인 국립발레단), 이지영(프랑스 마르세유발레단), 정한솔(미국 조프리발레단), 진세현(미국 컬럼비아 클래시컬 발레) 등 5명이 이번 공연에 섭니다. 19일 서울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자 소감을 밝혔습니다. “올해 9월부터는 아메리칸내셔널 발레단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 만들고 싶어요.” (진세현) “좋은 공연에 멋진 무용수들과 같이 멋있는 공연하게 돼 고맙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정한솔)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서 춤을 춥니다. 특히 김용걸 예술감독과 김지영 씨도 함께 데 뜻 깊은 무대가 될 것 같아요.” (김세연) “한국에서 갖는 무대는 항상 뜻깊고 기억에 남아요.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 한국팬들에게 보여줄수 있어 설레요. 좋은 무대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강효정) ”마르세유 발레단에서 활동한 작품으로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것이라 많이 기대가 됩니다.“ (이지영)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의 황금 콤비로 이름을 날렸던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다시 호흡을 맞춥니다. 김용걸 교수가 2014년에 안무했던 ‘인사이드 오브 라이프’를 2인무로 선보입니다. 김지영과 함께 다시 호흡을 맞춘 계기가 있습니다. ”군무 작품을 올렸었는데 무용수들이 서울국제무용콩쿠르와 겹치게 되서 공연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래도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원래 하려던 무용수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서 김지영 씨와 하게 됐습니다. 기량을 보여주기 보다는 무용수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삶과 죽음 등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김용걸) 그 동안 덜 알려졌던 이지영의 다사다난했던 무용수 생활도 공개됐습니다. ”제가 부산 출신인데 발레를 배우기 힘들어 14세 때 러시아 발레학교를 시험을 봐서 들어갔어요. 그 뒤 독일 슈투트가르트 존 크랑코 발레학교에서 고교 시절을 보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댄스 아카데미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어요. 여러 발레단의 오디션을 보다가 2년 뒤 프랑스의 마르세유 발레단에 들어갔죠. 매번 다른 나라, 다른 학교를 거치면서 각자 다른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슬럼프도 많이 겪었어요.“ (이지영)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해외 발레단에서 생활한 이들은 해외 발레단 생활의 장단점을 밝혔습니다. ”다양한 무용수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안무가들과 직접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한국도 많이 좋아졌지만 외국 발레단의 복지는 반할만 해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이 경우 무용수가 38~40세에 은퇴를 하면 직업 전환을 위해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원해줘요. 단점이라면 한국이 그리울 때가 많고, 한국 관객에게 잊혀질까봐 두렵다는 점이죠.“ (김세연)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을 볼 수 있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은 어느덧 14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 등 80명이 넘는 해외활동 무용수들이 무대에 섰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금이 5000만원인데 14년째 거의 동결입니다. 후원금을 받아 충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죠.“ (김용걸) 지난해 이 공연에 출연한 한 무용수는 기자에게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주최 측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비용이 얼마 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파트너로 오는 무용수에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데려오고 있죠. 한국인 무용수들이야 비용에 상관없이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도 유명한 파트너들은 적은 돈을 받고 한국에 올 이유가 없거든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제14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등에서 열린다. 서울국제문화교류회가 주최하는 이번 콩쿠르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총 14개국 292명의 무용수들이 치열한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발레, 현대무용, 민족무용 등 3개 부문에서 인재를 발굴해 왔다. 입상자 대부분이 국내외 무용단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세미온 추딘(1회 3위),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2회 그랑프리),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5회 1위), 미국 보스턴발레단 한서혜(5회 2위)를 비롯해 컨템퍼러리 무용의 최수진(4회 1위), 이선태(5회 1위), 안남근(5회 2위) 등이 이 콩쿠르 출신이다. 27, 28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월드갈라 공연이 펼쳐진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최영규, 워싱턴발레단 브루클린 맥, 현대무용단 아트프로젝트보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양성옥 교수가 이끄는 한누리무용단 등이 무대에 오른다. 02-588-757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장유진. 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주니어 콩쿠르에서 입상한 공통점이 있다. 조성진은 2008년 러시아 쇼팽 주니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우연히 콩쿠르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접한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조성진을 2009년에만 세 차례 서울시향 협연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손열음은 열두 살 때인 1997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로 입상한 것을 계기로 1998년 금호영재콘서트 첫 주자로 발탁돼 음악계에 데뷔했다. 김계희는 2008년 그네신 주니어 국제콩쿠르 1위, 장유진은 2004년 영국 메뉴인 국제콩쿠르 주니어부 최연소 3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많은 음악인 중 주니어 콩쿠르 입상을 계기로 이름을 알리고 주목을 받은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사는 차세대 음악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동아주니어음악콩쿠르’를 신설한다. 동아일보사가 수십 년간 개최하고 있는 동아음악콩쿠르, 동아무용콩쿠르, 동아국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로 미래의 거장들을 발굴해 왔다. 특히 1961년 창설돼 음악계 최고 권위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동아음악콩쿠르에 이어 초중고교생을 위한 콩쿠르가 신설됨에 따라 동아일보 콩쿠르는 초중고교와 일반부(대학)를 망라하는 국내 유일의 음악 경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니어 콩쿠르 신설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는 1992년부터 주니어를 대상으로 별도의 콩쿠르를 진행하고 있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는 “주니어 콩쿠르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국내에도 권위 있는 주니어 콩쿠르가 나올 때가 됐으며 음악영재 발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부문을 대상으로 초중고교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예선은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동작구 중앙대 중앙문화예술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본선은 9월 12, 13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과제곡 선정에 참가한 피아니스트 오윤주 성신여대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일찍부터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자극을 받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무대 경험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 신청은 8월 7일부터 18일까지로 자세한 요강과 과제곡은 동아주니어콩쿠르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02-361-1415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창작에는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이 남자는 정말 그 어떤 시도도 주저하지 않는다. 패션 디자인, 브랜드 컨설팅, 비주얼 디렉팅, 무용 연출은 시작일 뿐이었다. 어떤 직함으로 불러야 할지도 아리송하다. 서울패션위크 정구호 총감독(52). 그는 이제 ‘오페라 연출가’라는 직함도 새로 얻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8월 26,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무대에 올리는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연출을 맡았다. 제작비 25억 원이 투입되는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를 조선 영·정조 시대의 양반 사회로 바꿨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오페라를 즐겨 봐온 마니아라고 밝혔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 티켓을 구매해서 봤죠. 개인적으로는 바그너 오페라를 선호해요. 오페라를 연출하고 싶다고 소문내고 다녔는데 마침 연출 기회가 왔죠.” 오페라는 음악, 미술, 무용, 패션 등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다. 그는 오페라 애호가이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라 트라비아타), CF감독 채은석(토스카) 등 외부 인물이 오페라 연출을 맡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저도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절대 전문가는 아니죠. 다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이끌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포장을 조율하는 역할이에요.” 2013년 제일모직 전무 타이틀을 벗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국립무용단의 ‘묵향’ ‘향연’ 연출이었다. 의상부터 음악, 무대 디자인까지 모두 담당했다. 일반 관객의 평가는 우호적이었고, 해외에서도 공연됐다. 하지만 의상과 무대에 춤이 가려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최근 국립무용단의 춤이 신(新)무용의 영향을 받아 서양식 의상으로 바뀌었는데 전 정말 전통 한국무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부러 더 무용수의 몸이 안 보이게 의상을 만들었죠. 숨고르기와 발디딤 등이 윤곽으로만 보이게 하는 게 제대로 된 한국무용이라고 봤죠.” 각광받는 연출가이지만 그는 지난해 1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연출로 임명됐다 송승환 총감독과의 불화설 속에 8개월 만에 사퇴했다. “세상에 올림픽보다 더 큰 무대는 없어요. 그 무대에 제 작품을 올릴 수 있었는데 많이 아쉽죠.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겠죠.” ‘동백꽃 아가씨’ 공연 뒤 그는 9월 국립무용단의 새 창작무용극 등 잇달아 무용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창작 오페라 연출을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을 나온 것도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한 것이었죠. 사실 패션 디자인보다 무용계에서 더 일찍 일을 시작했어요. 좋은 작곡가를 만난다면 꼭 창작 오페라를 하고 싶어요. 영화, 융·복합 예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창작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하나의 공연이 오르기 전, 대개 공연장과 예술단체들은 프레스콜(Press call·기자시사회)을 연다. 약 2∼6개월 준비한 작품들이 가장 까다로운 관객 앞에 서는 순간이다. 보통 프레스콜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면 이후 티켓 예매도 잘되는 경우가 많다. 공연 관계자로서는 긴장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프레스콜 뒤 공연장을 나설 때는 표정 관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잘 보셨어요?” “공연은 어땠나요?” 등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공연이 좋을 때는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을 수는 없다. 대개 “잘 봤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한다. 공연 관계자들이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프레스콜 때 좋은 공연일지 아닐지 공연 관계자의 심정으로 객석에 앉을 때가 많다. 하지만 과정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공연은 결과로만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고도 시험을 망쳤을 때의 기분을 잘 알고 있기에 프레스콜 순간은 긴장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연주 외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심들이 결국 제 연주를 보러 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30·사진)는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만 입었음에도 171cm의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로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인터넷 연예전문지에서는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일상 사진을 연예인들처럼 기사화할 정도다. 2006년 독일 하노버 국제콩쿠르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07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5위, 2008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 1위, 2012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3위에 올랐다.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유학 없이 국내에서만 공부한 것도 그의 이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유지해온 단발머리를 버리고 3, 4년 전부터 긴 생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팬들은 단발머리를 좋아했지만 사람들이 저를 대할 때 차갑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것 같아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여성적인 곡을 연주할 때도 이미지가 맞지 않는 것 같아 기르기 시작했죠.” 공교롭게도 그와 동갑내기인 1987년생 국내 연주자 중에는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많은 편이다. 클라라 주미 강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김수연이 대표적이다. “어릴 적부터 세 명이서 많은 콩쿠르에서 함께 경쟁하기도 했어요. 서로 굉장히 개성도 다르고 연주 스타일도 달라요. 오랫동안 같이 콩쿠르에 나가서 그런지 전쟁터에서 함께 뛴 동지 같아요.” 서로 친하지만 주로 독일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두 연주자와 달리 그는 국내에 머물기 때문에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는 “해외를 근거지로 한 활동도 좋지만 한국에서의 활동도 좋은 점이 많다”며 “협연, 실내악, 솔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장르의 음악인들과 협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솔로로 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실내악에 주력하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과 연주했고,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비올리스트 이화윤, 피아니스트 한지호와 함께 앙상블 무대를 꾸민다. 26일부터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4, 5회 정도 실내악 무대에 오른다. 그는 “실내악 악보를 새로 공부하느라 정신없지만 아이디어도 얻고 공부도 많이 된다”며 “솔로일 때는 연습시간이 외로운데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연습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약 1년간 한 방송사에서 그는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그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특유의 말투와 분위기가 있었다.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연주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배웠어요.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지거든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은지야. 빨리 무대로 가.” 2015년 3월 핀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하은지(33)는 객석에 앉아 있었다. 자신이 주역을 맡은 ‘돈키호테’의 공연. 이날은 다른 무용수가 주역으로 서는 날이었다. 공연이 10분쯤 지났을 때 주역 무용수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다. 더 이상 공연 진행이 어려운 상황. 하은지를 발견한 발레단 단장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고 그는 곧바로 무대로 향했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했다.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파트너와 함께 곧바로 무대에 나섰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핀란드 언론들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날 상황을 뉴스로 전했다. 그가 얼마나 발레단의 신뢰를 받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는 핀란드 국립발레단 여성 수석무용수(에투알) 세 명 중 한 명이다. 이 발레단 최초의 한국인이자 현재 유일한 동양인 수석무용수. 2009년에는 43세까지 무용수 활동이 보장되는 종신단원이 됐다.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무용수가 종신단원이 된 것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활동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이후 처음이다.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은지는 “제 키가 163cm로 발레단에서 제일 작다”며 “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만 춤을 췄다”고 말했다.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한 ‘국내파’다. 유학 없이 해외 유명 발레단에 들어간 것은 그가 처음이다. 8년간 금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던 뉴욕 국제발레콩쿠르에서 2007년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등 많은 곳에서 입단 제의가 왔지만 바로 주역 활동이 가능했던 핀란드 국립발레단을 골랐다. “그땐 주역으로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핀란드를 선택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안정적으로 마흔이 넘어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잖아요.”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1년 6개월간 수술과 재활훈련에 매달렸다. 2010, 2012년 같은 부위의 부상으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뒤 가장 두려운 것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종신단원이니 그냥 걸어 다니는 역할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른 무용수보다 약한 다리를 갖고 있으니 그만큼 더 운동하고, 더 연습을 해야 했어요.” 핀란드 주요 일간지인 ‘투룬사노마트’는 “하은지는 기술적으로 뛰어나며 감정이 깊은 아우라가 있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그가 신었던 토슈즈 등 관련 상품이 가장 빨리 팔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듯이 열심히, 그리고 잘하고 싶어요. 물론 다치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노래를 부르다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치맛자락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마치 10대 소녀처럼. 공연장에 온 관객 모두 마법에 걸린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무대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58)이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첫 곡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를 끝낸 뒤 마이크를 들고 “한국이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에 선 그나, 객석의 관객이나 애타게 기다린 무대였기 때문이다. 1부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곡을, 2부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대중적인 노래를 들려줬다. 브람스의 곡을 부를 땐 청량하고 고요한 한여름 밤의 야외무대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특히 뮤지컬 ‘왕과 나’ 중 ‘즐겁게 휘파람을 불지’를 부를 때 그는 “나는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한다”며 관객의 휘파람을 유도했다. 곡 중간중간 마이크를 들고 곡 해설과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토크 콘서트’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지 거슈윈의 ‘서머 타임’,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 등을 앙코르로 들려주며 아쉬움을 달래줬다. 풍부한 성량은 아니었지만 리듬을 타며 자유자재로 곡을 갖고 노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련된 무대 매너도 돋보였다. 다만 절제되고 두꺼운 목소리를 지닌 탓도 있지만 성대에 필터를 하나 끼운 듯 일부 곡에서는 거칠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몇 차례 고음에서는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르네 플레밍, 15년을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 5개 만점)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평균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기며 7월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가마솥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떨어진 체력을 되찾아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바로 민어.7월 초복과 중복을 앞에 두고 민어잡이가 한창이다.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도 진상될 정도로 영양가와 단백질이 풍부한 특별 여름 보양식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와 목포 인근 해역이 국내 대표 산지로 꼽힌다. 수온도 적당하고 갯벌 속의 풍부한 유기물이 민어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과 다르게 암컷보다 수컷 가격이 평균 2, 3배 높다. 눈으로도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데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른 것은 암컷이다. 알을 그 정도로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살이 늘어져 식감이 푸석하며 영양분 대부분이 알로 집중된다. 그에 비해 수컷은 언제 잡아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부레의 크기도 수컷이 훨씬 크다. 비린 맛도 없어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최근 중국산 양식 민어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는데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양식은 몸통 부분이 유난히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깝게 어두운 편이고 자연산은 은은한 은빛을 띤다. 여름철 진객 중의 진객, 민어를 만나보자.》 핫 플레이스 5생선 요리를 하는 곳은 많지만 여름철 보양식의 정점인 민어를 제대로 요리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가격도 다른 생선에 비해 꽤 높아 도대체 어떤 음식점에 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민어 요리로 손꼽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쿠마 바닷속 용왕도 탐낸다는 민어. 여의도의 용왕님은 민어를 아낌없이 요리해 준다. 오마카세(お任せ·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택해 주방장이 알아서 코스 형식으로 내는 것) 전문점 쿠마의 김민성 주방장을 단골들은 ‘용왕’이라고 부른다. 수십만 원에서 그 이상을 호가하는 귀하신 생선을 호방하게 사들여 이런 애칭이 붙었다. 최근 107kg에 이르는 초대형 돗돔을 들여와 미식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점심에는 명란젓비빔밥과 멍게비빔밥, 저녁에는 오마카세 메뉴뿐이다. 요즘 계절에 맞게 하모(갯장어)와 민어 등 몸보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대로 맛이 오른 수컷 민어는 회로, 암컷 민어의 살은 전, 껍질은 무침 등 여러 방식으로 내놓고 있다. 여름철 회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매번 손질한 횟감을 레몬즙 뿌린 얼음물에 담가뒀다가 사용하는 등 위생적으로 관리한다. 가장 좋은 해산물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겠다는 철학과 식재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 둘 다 갖춘 몇 안 되는 곳으로 깐깐한 입맛을 가진 식도락가와 함께 가도 아쉬운 소리 듣지 않을 수 있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2층, 02-2645-7222, 디너 오마카세 10만 원(1인)○ 식영정 남도음식 전문점으로 식재료에 조예가 깊은 주인이 좋은 재료를 엄선해 상에 올린다. 흑산 홍어와 민어 요리가 중심이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질감이 느껴지는 민어회, 지리, 전, 마른 찜 등을 선보인다. 뼈까지 넣고 40분 이상 끓인 민어탕은 등뼈가 입 속에서 부서질 정도로 우려낸다. 살은 대부분 녹아 안 보이지만 국물이 진국이다. 제대로 몸보신 하고 싶다면 민어코스 정식을 추천한다. 민어회와 보리굴비,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배불리 먹을 수 있다.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0길 33 2층, 02-573-1477, 민어조림 12만 원, 민어코스정식(2인 이상 주문) 10만 원(1인)○ 경남횟집 인천 신포국제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경남횟집은 시장 내에서도 민어 요리로 으뜸가는 곳이다. 도톰한 민어회부터 꼬들꼬들한 껍질은 물론이고 귀하다는 부레도 맛볼 수 있다. 부레는 소금 양념에 찍어 고소하게 즐긴다. 특히 양념이 제대로 밴 민어조림은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올라 아주 제대로다. 사시사철 민어를 맛볼 수 있지만 제철인 여름에 보양식으로 유명해 맛과 더불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25, 032-766-2388, 민어회(특) 13만 원, 민어탕(2인 이상 주문) 1만3000원(1인)○ 예전명가 매일 전남 목포와 신안 임자도에서 잡은 민어를 사용해 싱싱한 민어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메뉴는 회, 찜, 지리, 전 등으로 다양하다. 민어회는 쌈장과 마늘, 고추, 참기름을 섞은 장을 곁들여 먹는다. 빨간 실고추가 올라가 식욕을 자극하는 민어찜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반건조로 살이 더욱 쫄깃하고 함께 나오는 미나리와 콩나물, 양파를 호박잎에 싸 먹으면 좋다.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17-19, 02-2271-3155, 민어찜정식(오후 2시까지) 1만5000원, 민어전 4만 원○ 중앙횟집 신안 임자도에서 잡은 민어만을 사용한다. 1∼3일 냉장 숙성시켜 감칠맛을 더한다. 회를 필두로 초무침, 전, 찜, 간국, 매운탕 등을 선보인다. 모든 메뉴를 조금씩 맛보고 싶다면 정식을 추천한다. 뱃살부터 껍질과 부레, 아가미뼈 등 특수부위와 무침, 튀김, 매운탕, 전과 찜 등을 한 끼에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찜은 1월에 말린 민어를 사용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꾸덕하게 말린 민어를 한 번 더 쪄 쫄깃하고 꼬들한 식감이 좋다.전남 목포시 번화로 44-1, 061-242-5040, 민어정식(4인 기준) 15만 원, 민어전 4만5000원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 다이어리알()에 동시 게재됩니다. 먹을땐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뱃살과 부레 특히 ‘진미’● 민어 더 맛있게 즐기는 법민어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살이 차지고 맛있다.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민어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생선이 그러하듯 우선 아가미를 펼쳐봐야 한다. 새빨갈수록 신선한 것이지만 이물질이 껴있거나 냄새가 나면 오래됐거나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 피해야 한다. 그 뒤 눈알을 확인해야 한다. 눈알이 맑고 선명해야 하는데 산란을 시작하기 전 암컷은 영양분을 알에 뺏겨 눈알이 흐리멍덩하다. 마지막으로 몸통을 눌러봤을 때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탄성이 있어야 한다. 생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육질이 물러지고 맛도 떨어진다. 민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먹는 것이 좋다. ‘민어를 잡으면 선주가 뱃살과 부레를 먹는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소리가 있다. 민어의 부레는 진미(眞味)다. 배를 가를 때 칼날을 너무 깊게 넣으면 내장을 터뜨리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우선 막을 제거한 뒤 썰어 먹으면 첫맛은 깊고 풍부하고 속은 쫀득쫀득하다. 기름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부레를 감싸고 있는 기름도 별미다. 단 두 점만 나오는 볼살은 고소해서 고추냉이를 따로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뼈 사이에 있는 사잇살은 생크림처럼 입에서 녹고, ‘바다의 삼겹살’ 뱃살은 아삭한 식감이 색다르다. 간은 신선한 민어에서 나온 것만 먹을 수 있다. 잡는 과정에서 민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쓸개가 터지고 간이 까맣게 돼 씁쓸한 맛이 나 탕으로도 쓸 수가 없다. 국으로도 끓여 먹지만 피가 슬쩍 나온 신선한 간은 생으로 썰어 먹어야 제맛이다. 지느러미살은 꼬들꼬들하며 턱살인 가마살은 연하고 차지다. 껍질은 살점이 붙지 않도록 분리한 뒤 따로 데쳐서 먹으면 씹을 필요도 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별미 중 별미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민어 껍질 요리법 동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