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일 순방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두 사람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중앙아시아 순방 중에 임명했지만 바로 임명장을 수여하지 못했다”며 “오늘 마침 제56회 법의 날을 맞아 임명장 수여식을 하게 되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으로 보나, 법원에 있는 동안 사회 소수자들을 위한 판결로 보나, 법원 내의 평가로 보나 두 분은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문 재판관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지방분권 등의 가치가 대한민국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 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역사상 처음으로 재판관 여성 비율 30%를 넘어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헌법재판관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재판관은 “처음 지명 소식을 듣고 지인으로부터 역사적 소명이 있을 터이니 당당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처럼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된 과도한 주식 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문 재판관의 부인도 함께했지만 이 재판관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거래에 대해 “남편이 한 일”이라고 답한 바 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0시 관보에 고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여현호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 조성재 대통령고용노동비서관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 등으로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 비서관은 경기 과천시 부림동 아파트 분양권(101.00m²) 8억7215만 원을 신고했다. 그의 배우자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아파트(84.00m²) 5억4500만 원을 신고했고, 여 비서관의 장녀는 용산구 신창동 연립주택(26.00m²) 2억 원을 신고했다. 여 비서관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94년 과천 아파트를 사서 살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2007년 전세를 주고 과천의 좀 더 큰 아파트로 전세를 갔다. 2015년 딸의 직장과 아들 대학에서 가까운 마포에 전세를 구하려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자기 돈과 전세를 끼고 연립주택을 구입했다”며 “과천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면 마포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노 비서실장은 자신과 배우자 공동명의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아파트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각각 절반씩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조 비서관은 부부 공동 명의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 7억7900만 원과 본인 명의 세종시 아파트 3억3100만 원 및 세종시 아파트 전세권 1억7000만 원, 배우자 명의 서울 마포구 아파트 전세권 7억3000만 원과 채무 7억7000만 원 등 15억5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배우자 명의의 광주 소재 101.93m² 아파트(1억7000만 원)와 예금 5억292만8000원 등 총 6억9192만8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마포구 아파트(7억1200만 원)와 모친 명의의 성북구 아파트(2억5300만 원), 예금 4억7800만 원과 부채 5억2400만 원 등 모두 9억1900만 원을 신고했다. 청와대에서 퇴임한 인사들은 예금을 중심으로 모두 재산이 증가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년 대비 1억4219만8000원 증가한 6억4945만1000원을 신고했다. 배우자 명의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101.83m²)가 6400만 원 늘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2억2300만 원 증가한 23억8700만 원,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1억1900만 원 증가한 6억5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이번 수시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올 2월 임명된 오세정 서울대 총장으로 44억1987만 원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 명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18억718만7000원)와 본인 명의 예금(8억9478만9000원) 등을 신고했다.홍석호 will@donga.com·한상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철도 및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대화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라도 남-북-러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러 공동행동계획을 전달받고 “러시아 측에서 미국과 많이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과 북한을 경유해 남측을 향하는 가스관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며 “이 외에 우리는 전력망 연결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선 국익에 부합하는 사업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선 여러 가지 미국과의 동맹에 관한 의무적인 사항들이 있기에 활발하게 이룰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신뢰 구축이 가장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남북과 철도 연결 사업에 관련해선 최근 그런 시도가 이뤄졌는데 러시아로 향하는 철도 연결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미 신뢰 구축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철도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미국의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북-러 정상회담이 북-미 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촉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파트루셰프 서기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러 공동행동계획에 대해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지금 시급한 과제는 북-미 대화 재개와 비핵화 촉진”이라며 “공동행동계획도 미국과 충분히 협의돼야 한다”고 했다. 중-러 공동행동계획은 이른바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병행)’의 원칙을 담은 단계별 로드맵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러시아 측에서 미국과 많이 논의해달라”며 “우리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게 되길 희망하고 가급적 빠른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주길 바란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이사진을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고, 북-미 대화 또한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석 달 만에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북-미가 대화의 길로 들어섰고 3차 북-미 정상회담도 준비되고 있다”며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신미숙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24일 “신 비서관이 사표를 냈고, 현재 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신 비서관은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업무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신 비서관은 10일과 16일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김봉준 인사비서관 등 총선에 출마할 일부 비서관들도 이르면 이번 달 말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조만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퇴로 공석이 된 대변인 등 일부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 대상자들이 순차적으로 교체되면서 부분적인 참모진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축하합니다. 어쩜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나가십니까.” 지난달 말 각각 주오스트리아 대사, 주이탈리아 대사로 부임한 신재현 대통령외교정책비서관과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은 떠나기 전 청와대 동료들에게 ‘농반진반’으로 이런 축하를 숱하게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고된 청와대 근무를 마치게 됐다는 것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 참모는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 체제에서 벗어나게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만큼 김 차장은 2월 28일 부임한 직후부터 안보실 직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부처에서 만든 보고서를 그대로 올렸다가 “제대로 읽어 본 거 맞느냐”는 질책을 받은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핵심 인사 발언은 한글 번역본이 아닌 영어 원문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청와대에서 북핵 업무를 실무 총괄하고 있는 김 차장은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사전 협상을 위해 백악관에 다녀왔고, 언론 브리핑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임자인 남관표 주일 대사보다 활동 폭이 훨씬 넓어졌다. 통상교섭본부장을 두 번이나 맡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이끈 김 차장의 전공은 통상.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청와대의 외교, 통일 정책은 물론이고 북핵 이슈까지 맡겼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그의 소신이다.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각국과의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에서 만든 상품은 한국 원산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남북 FTA 아이디어도 냈다. 노 전 대통령조차 “그게 가능하냐”고 되물을 정도로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김 차장은 2010년에 쓴 저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지금까지 남북 경협이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남북 FTA를 체결하면) 기존 관행을 공식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경협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뜻에 200% 부합하는 것이다.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한미 FTA를 관철시켰던 그의 추진력도 문 대통령이 김 차장을 안보실로 불러들인 또 다른 이유다. 김 차장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전례가 없다’는 말”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의중과 같다. 하지만 통상 협상과 비핵화 협상은 성격이 판이하다. 김 차장은 FTA 협상의 성공 이유로 “동시다발적 추진 전략”을 꼽는다. 한국 시장을 놓고 유럽연합(EU), 캐나다와 경쟁하는 미국에 “EU나 캐나다와 먼저 FTA를 하겠다”고 응수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식이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북-미밖에 없는 비핵화 협상에서 이 전략을 똑같이 쓰기란 쉽지 않다. ‘전사(戰士) 김현종’의 특기 중 하나는 벼랑끝 전술. 협상이 빡빡해지면 주저 없이 “없던 일로 하자”며 윽박지른다. 그는 2007년 마지막 한미 FTA 서울 협상 당시 마감시한 하루를 앞두고 카란 바티아 미 협상단장에게 “짐 싸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라. 그만두자”고 통보해 반전을 이끌어 냈다. 한일 FTA 협상에서는 아예 판을 깼다. 하지만 이런 전술은 북한이 각종 비핵화 협상에서 이미 숱하게 사용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차장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노련한 협상가인 김 차장이 비핵화 협상은 FTA 협상처럼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백악관 관료들의 협상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김 차장밖에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김 차장이 직원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것도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고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 이어 또다시 국가의 명운이 걸린 협상에 참전한 김 차장은 앞서 언급한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외교를 잘못해서 나라를 뺏긴 뼈아픈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은 세부 사항까지 꼼꼼히 챙기면서도 깊고 넓게 또 멀리 보고 통합할 줄 아는 관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 차장 스스로 그 관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

“말로 하지 않겠다.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전자결재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불통이다. 뜻을 알아듣도록 이제 직접 가서 이야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결국 제1야당의 장외 투쟁으로 이어진 것. 여야가 끝을 알 수 없는 무한 충돌의 ‘이미선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종적을 감췄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당, 오늘 청와대 앞 장외 투쟁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이날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어느 때보다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혹시라도 문 대통령이 야당 의견을 수용해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당 일각의 기대감은 삽시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추경호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 싸울 것이다”라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철저한 코드 사슬로 엮인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key)다. 결국 재판관 9명 중 6명이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당시 386운동권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 없이 헌재의 위헌 결정 하나로 의회 패싱(건너뛰기)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한국당은 20일 ‘문재인 스톱(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투쟁에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게 1차 목표다. 한선교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발송된 공문에는 원내 의원은 200∼300명, 원외는 100∼200명씩 동원령이 떨어졌다. 드레스코드는 한국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복장과 소품이다. 특히 이번 투쟁은 황 대표 취임 후 첫 장외 투쟁인 만큼 당 지도부가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지극히 정치적 이벤트인 첫 대규모 장외 집회를 어떻게 소화하고 국민적 지지로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4월 국회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한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 맞서 싸울 ‘10인의 전사’(곽상도, 김광림, 김태흠, 최연혜, 주광덕, 백승주, 임이자, 김도읍 의원 등)까지 선정했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투쟁력을 인정받은 의원들이다. 황 대표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장외 투쟁 국면의 정치적 비중과 몸집을 더욱 키웠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출판행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차기 대선 대결 질문에 “여론조사에서 총리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같이 해볼 만한 분들과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아주 멋진 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좌파들이 왜 황교안을 죽이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안 무서우면 안 죽이려고 하겠죠”라고 했다.○ 야당의 국정 방해 vs 청와대의 국회 무시 물론 제1야당이 국회 안에서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장외 투쟁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비판에만 골몰하면서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는 애써 눈감으며 국정을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면서 “일단 첫 장외 투쟁부터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명분도 제공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이미선 카드를 밀어붙인 청와대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번 달 들어 두 차례 청문보고서 미채택 인사에 대한 임명 강행 과정에서 임명 시점을 예고까지 했다. 이는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과는 무관하게 인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야당을 설득하지는 않고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하겠다’고 나서니 야당으로서는 더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조동호, 최정호 전 후보자는 낙마 수순을 밟았다”며 “하지만 다른 후보자들은 의혹이 충분히 소명됐기 때문에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이미선 재판관을 낙마시켰다 해도 야당이 정치 공세를 멈췄겠느냐”고 반문했다. 극한 대립 속에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할 4월 국회는 표류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법안 논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논의는 국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19일 오찬 회동을 갖고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조율했지만 한국당은 불참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이미선 치킨게임’에 골몰하는 사이 정치가 산으로 가고 있다. 봄이 와도 정치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과다 주식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선 재판관을 임명한 것에 반발하며 대규모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연이은 임명 강행에 정국 경색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9일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0분(한국 시간)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며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빈 방문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결재했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의 임명에 따라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미채택 상태로 임명됐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금요일에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3·8 개각 발표는 물론이고 16명에 달하는 대규모 차관 인사(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 인사(지난해 11월) 등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이뤄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논란이 여전한 인사인 만큼 여론의 주목도가 덜한 주말을 택한 측면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이은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한국당은 “전(前) 정권의 전자결재 임명을 그토록 비난하더니 순방 중 전자결재로 최악의 인사 임명을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제목의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최대 1만여 명 참여를 목표로 하는 한국당은 집회 후 청와대 앞까지 거리 행진도 벌일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장외 투쟁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19일은)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좌파독재 퍼즐 완성의 날”이라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 폭정을 함께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인사 강공과 한국당의 장외 투쟁이 격돌하면서 정국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4월 임시국회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등도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로 두 재판관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주식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과 헌재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간의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고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뒤 청문보고서 미채택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밀어붙인 인사는 1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9일 “문 대통령은 낮 12시 40분(한국시간)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며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빈 방문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결재했다”고 밝혔다.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은 18일 퇴직했기 때문에 헌재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임명이라는 설명이다. 두 재판관의 임명에 따라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청문보고서 미채택 상태로 임명됐다. 모두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들이다. 또 이달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과도한 주식 거래 등을 이유로 이 재판관의 임명을 반대해온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철저한 코드 사슬로 엮인 이 후보자 임명으로 헌재를 손에 쥔 문재인 정권이 사법부 독립을 사실상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 재판관 임명 등에 반대하는 장외 집회를 20일 열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첫 장외 투쟁이다. 이에 따라 공전 중인 국회의 파행도 장기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인사청문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18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19일 두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15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문 대통령은 8일에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청와대의 연이은 임명 강행 방침에 야당은 “청와대가 국회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의 ‘마이웨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의 공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18일까지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19일에 대통령이 인사를 재가하고 발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9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여야가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해도 두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최종 통보인 셈이다.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은 19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로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최근 보름 사이 4명의 장관,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밀어붙이자 야당은 문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청와대발(發) 항복 요구서’”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주식 매각·백지신탁 대상 공직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이미선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 최저 임금 결정 구조 개편과 탄력 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 합의가 어려우면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사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데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법안 통과를 요청한 것.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라인의 책임을 묻기 위한 여야정협의체라면 찬성하겠다”라며 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당의 요구는 묵살하면서 정작 법안은 처리해 달라는 것은 지나친 폭주”라고 성토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아이들을 기억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의 다짐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되새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철저히 이뤄질 것”이라며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도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이 머물렀던 자리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사고를 대비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 유가족께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4월 정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임명 강행’ 선택으로 순식간에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밀어붙였던 문 대통령이 열흘도 지나지 않아 16일 국회에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것. 문 대통령은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18일까지 채택되지 않으면 19일 임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업무 공백을 없애기 위해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18일을 (송부) 기한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업무 공백을 이유로 송부 기간을 이틀로 정하고, 미채택 시 곧바로 임명하겠다는 통보다. 또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과도한 주식 거래 논란으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인사 검증 책임론이 재차 불거졌지만 “거취 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은 19일 두 번째 순방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 결재로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임명 강행 배경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반복된 청와대의 임명 강행에 야당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권의 오만과 교만이 절정에 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와 관련한 빌라 증여 매각, 해외 이주 취업 특혜 등의 의혹을 다룰 ‘문다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야당 탄압과 무시가 정점에 달했다”는 판단 아래 민정수석, 인사수석 등 참모진이 아닌 대통령 가족을 직접 겨냥하는 ‘극한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통해 야당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 등의 처리를 요청하자 한국당은 더 들끓었다.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두 법안의 통과를 당부하며 “여야 합의가 어려우면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사안들을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와중에 여야정 협의체에 참가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또 문 대통령은 “5월 18일 전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 지어 달라”고 지시했고, 홍 원내대표는 “(조속한 위원회 구성을 위해) 자격 미달로 탈락한 한국당 추천 위원도 조사위원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핵심 진상조사 범위에 ‘헬기 기총소사’가 포함된 만큼 조사위원 요건에 군 경력자도 포함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했다”며 “한국당과 민주당이 진상조사 위원 1명씩을 각각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 예고에 사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의혹에 더해 헌법재판관(9명)의 절반가량인 4명이 청문보고서 미채택 상태로 임명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윤리강령에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주식 보유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만으로도 법관으로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윤리적 정당성과 법률적 권위가 없었다면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심판할 수 있는 기관인 헌재의 구성원은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김예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제안하면서 청와대는 정상회담의 사전 협상을 담당할 대북 특별사절단 구성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 2차 대북 특사단의 양축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에 제대로 전달했느냐는 말이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면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번에 북한에서 받아오는 메시지를 토대로 북한과 다시 협상을 벌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이들을 당장 대체할 만한 비핵화 이슈 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 한국의 중재 노력을 ‘오지랖’이라며 깎아내린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특사 카드를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지난해 3월 특사로 평양을 다녀왔던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이번에도 대북특사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이 1년 사이 협상 파트너인 미국으로부터의 신뢰가 이전같지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 원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일정 등의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았다. 정 실장과 관련해선 “청와대가 백악관에 전하는 북한 정보를 다 믿기는 어렵다”는 말이 워싱턴 싱크탱크와 학자들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 현격한 이견 차를 있는 한국 정부가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자연스럽게 이들 ‘북핵 투톱’에게도 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스스로도 곤혹스런 상황을 겪기도 했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는 “북-미 정상 서명식을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지켜볼 것”이라며 ‘하노이 노딜’의 가능성을 거의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 배경 중 하나는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의 낙관적인 상황 파악 및 분석이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때문에 청와대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특사로 거론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한층 복잡해진 3차 북-미 정상의 길을 닦아야 할 이번 특사로 중량감 있는 새 인사를 보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찌됐든 지난해 비핵화 논의 시작부터 청와대는 정 실장에게 백악관을, 서 원장에게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통일전선부를 각각 맡겨왔다. 서 원장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꾸준히 북측과 물밑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인물은 여전히 서훈 원장”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서 원장 외에 안보라인에 새롭게 합류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대북 특사단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 차장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에도 동행했다. 신·구 멤버의 조합을 통해 비핵화 장기전을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중이다. 최근 잇단 대형 정치 행사 열고 ‘포스트 하노이’ 체제를 정비한 북한은 남북, 북중, 북러 등 차기 정상회담 행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특사로 누가 오는 것보다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무엇을 가져올 것이냐에 더 관심이 크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도적 지원 정도의 카드로 북한이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황인찬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인사청문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틀 뒤인 18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않으면 19일 두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이다. 이 경우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15명으로 늘어난다. 앞서 문 대통령은 8일에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청와대의 연이은 임명 강행 방침에 야당은 “청와대가 국회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의 ‘마이웨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의 공전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18일까지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19일에 대통령이 인사를 재가하고 발령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9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여야가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해도 두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최종 통보인 셈이다. 이날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은 19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 결재로 두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최근 보름 사이 4명의 장관,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밀어붙이자 야당은 문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청와대발(發) 항복 요구서”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다루는 ’문다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강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주식 매각·백지신탁 대상 공직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이미선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출국 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 최저 임금 결정 구조 개편과 탄력 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 합의가 어려우면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사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데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법안 통과를 요청한 것.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라인의 책임을 묻기 위한 여야정협의체라면 찬성하겠다”라며 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장관석기자 jks@donga.com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확인한 미국의 비핵화 전략과, 평양에서 전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사이의 극명한 간극에 청와대는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대화의 돌파구를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 등 일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가 의사를 명확히 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할 뚜렷한 당근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워싱턴에선 ‘굿 이너프 딜’ 거절, 평양에선 경협 독촉장 김 위원장은 12일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 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을 신경 쓰지 말고 남북 간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용단’의 목표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남북이 체결한 9·19 평양공동선언이다. 선언에는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정상화, 서해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산림분야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대북 제재 해제 없이는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당시에도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한 합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서갔던 약속이 이제는 독촉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간 백악관의 묵인하에 개성공동연락사무소 등은 출범시켰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문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문 대통령이 돌파구로 구상하고 있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에 앞서 “남측이 당사자가 되어 9·19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보장을 하면 만나겠다”는 식으로 나올 경우 청와대는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가 된다. 이 경우 만나더라도 하노이, 워싱턴에 이어 ‘3연속 노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노이, 워싱턴에 이은 3차 노딜 우려도 청와대는 북-미 정상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유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각각 서로에 대해 “좋은 관계”, “훌륭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 정상의 속내라고 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상대방을 향해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으니 먼저 행동하라”는 요구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정받은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 정도를 갖고 김 위원장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과 평양의 엇갈린 메시지를 두고 여권 내에서조차 “중간에 낀 우리의 현실이 냉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청와대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미 간 ‘간접 대화’를 추진해 양측의 접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북 특별사절단을 준비하면서도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결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내놓을 한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메시지 역시 “대화 촉진을 위해 북-미와 다양한 채널로 논의하겠다”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취임 직후부터 ‘한반도 운전석’에 앉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결렬 이후 본격화된 북-미 정상 간의 거센 힘겨루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북핵 샌드위치’다. 미국 워싱턴으로 직접 날아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북-미가 수용할 만한 충분히 좋은 합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면전에서 거절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는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돼라”며 남북 경협 추진을 재촉 받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도 “비핵화 대화 추진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중재보다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의 후속 조치와 본격적인 남북 경협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19 선언에 담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적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는 지금 적정한 수준이며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한 뒤 “현 시점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빅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수준의 남북 경협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설득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을 거절한 것이다. 워싱턴과 평양이 문 대통령에게 잇달아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한 만큼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문 대통령에겐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마땅한 카드가 없다. 남북 정상회담마저 소득 없이 끝날 경우 하노이와 워싱턴에 이어 초유의 ‘3연속 노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북-미 정상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 문 대통령은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말라(목매어)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 없다”면서도 “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3차 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곧 대북 특별사절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북측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6일부터 7박 8일의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3개국을 국빈 방문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 대통령은 우선 16일부터 18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리 기업이 수주해 완공한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 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21일까지 우즈베키스탄을, 21일부터 23일까지 카자흐스탄을 각각 방문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 지역인 중앙아시아는 북방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의 핵심 대상 지역”이라며 “신북방정책의 외연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과정을 쪼개는 스몰딜이 아니라 빅딜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비핵화 전까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도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야심 차게 내놓은 중재안인 ‘굿 이너프 딜’(북-미가 서로 양보해 수용할 만한 비핵화 협상)을 사실상 거절한 것. 그래서 여권에서도 “워싱턴 노딜 아니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대화 모멘텀을 이어간 건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적절한 시기(in the right time)가 되면 적극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스몰딜에 대해서는 “지금은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빅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 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회담은) 가능하다. 그러나 단계적으로(step by step) 진행될 것”이라며 “빠르게 진행되면 ‘제대로 된 거래(proper deal)’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조기 수확)을 기반으로 한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보다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제대로 된 거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현재 적정한(fair) 수준이며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을 추진하는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 간 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다만 북-미의 간극을 좁힐 접점을 찾지는 못한 만큼 북한이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워싱턴=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북한과의 회담을 빨리 추진하다 보면 ‘제대로 된 합의(proper deal)’가 안 될 수 있다.” 1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빅딜’에 합의하지 않으면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고 못 박은 것. ‘제대로 된 합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돌파구로 제시한 ‘굿 이너프 딜’에 대해서도 “지금은 빅딜을 논의하고 있다”며 거리를 뒀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문은 열어뒀지만 북-미 간극을 좁힐 방법론은 한미 정상이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 면전에서 제재 완화 불가 외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제재 완화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즉각 “아니다(No). 제재가 그대로(in place) 유지되길 원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제재를) 상당히 늘려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 제재가 적정한 수준(fair level)”이라며 “언제든 (제재를) 늘릴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언제든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면 제재 해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다. 그게 오늘 우리의 첫 번째 의제(prime topic)”라고 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합의해야만 제재 해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대신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이 북한에 식료품 등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제재에)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 때로는 비자 문제 같은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 단체의 방북 제한 완화를 시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 확대는 이미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보상책.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사실상 대북 경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던 만큼, 인도적 지원은 북한으로서는 대화 궤도 이탈을 막는 ‘최소한의 당근’이라는 분석이 많다. ○ 한미 조율 없이 내놨다가 무력화된 ‘조기 수확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대로 된 합의’ ‘옳은 합의(right deal)’를 강조하며 청와대가 제시한 ‘굿 이너프 딜’이나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안에 대한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딜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딜(deal)인지 봐야 한다. 다양한 작은 합의들이 있고 이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며 “지금 우리는 빅딜을 논의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미 교착을 풀 보상 카드로 제안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선 “지금은 적절한 시기(right time)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을 남북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문재인 정부의 핵심 레버리지도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간에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한 ‘워싱턴 노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역시 “참 어두운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 큰 이견이 노출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한미 간 그런 의견들에 관해 아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워싱턴=한상준 기자}

“생큐”, “고 아웃”. 11일 낮 12시 45분(현지 시간), 한미 정상 내외가 만난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오벌오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돌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질문이 10개에 이르자 백악관 직원들이 시간이 지났다며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한미 정상의 단독회담은 29분간 열렸다. 당초 예정됐던 15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것.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단독 회담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방송 카메라가 둘러싼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로부터 14개의 질문을 받고 이에 답하느라 단독 회담 시간을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현재 열리고 있는 마스터스 골프대회 우승 예상자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결국 카메라가 퇴장한 뒤 두 정상만이 독대하는 ‘진짜’ 단독 정상회담 시간은 2분 남짓. 그나마 대부분 자리를 정돈하는 데 소요됐다. 당초 청와대는 “예상보다 단독회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두 정상의 독대가 15분가량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독무대가 길어지면서 두 정상은 촉박한 일정 탓에 곧바로 28분간 참모들이 배석한 소규모 회담과 59분간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2시 17분경 백악관을 떠났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정상회담에선 두 정상의 모두발언만 공개한 뒤 카메라를 퇴장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미국을 찾았을 때도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34분간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하며 30분으로 예정됐던 단독회담 시간을 모두 썼다. 한편 오벌오피스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함께했다. 두 여사는 각 정상의 옆에 앉아 돌발 기자회견을 모두 지켜봤고, 이후 그린룸으로 자리를 옮겨 별도 오찬을 가졌다. 한미 대통령 부인 간 단독 오찬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버지 부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여사의 만남 이후 30년 만이다.워싱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과정을 쪼개는 스몰딜이 아니라 빅딜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비핵화 전까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도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결렬 이후 야심차게 내놓은 중재안인 ‘굿 이너프 딜’(북미가 서로 양보해 수용할 만한 비핵화)을 사실상 거절한 것. 때문에 여권에서도 “워싱턴 노딜 아니냐”(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대화 모멘텀을 이어간 건 성과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의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적절한 시기(in the right time)가 되면 적극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스몰딜에 대해서는 “지금은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빅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회담은) 가능하다. 그러나 단계적으로(step by step) 진행될 것”이라며 “빠르게 진행되면 ‘적절한 거래’(proper deal)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조기 수확)을 기반으로 한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보다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적절한 거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현재 적절한(fair) 수준이며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과 북한과 관련한) 인도적인 이슈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그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북한과 대화의 끈을 남겨두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소한의 북핵 대화 동력은 마련한 문 대통령은 곧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 간 접촉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조속히 (나에게)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전후해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