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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대형 사진이 5일(현지 시간) 미국 대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면을 장식했다.이날 WSJ는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Adorable)’이라는 제목으로 푸바오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땄다. 중국 쓰촨성 워룽의 선수핑 기지에서 4일 촬영된 사진으로, 푸바오는 카메라를 응시한 채 서 있었다.WSJ은 “중국에서 보낸 판다 한 쌍 사이에서 2020년 태어난 푸바오가 3일 한국에서 중국으로 날아왔다”며 한국 팬들이 환송 행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 판다인 푸바오는 귀여운 외형과 행동,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와의 애착 관계 등이 널리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 밖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는 생후 48개월 전에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협약’에 따라 태어난 지 1354일 만인 3일 중국에 보내졌다. 베이징일보 등에 따르면 선수핑 기지 측은 귀국 초기 한국식 사육 방식에 따라 푸바오를 돌본 뒤 차차 중국식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중 공개까지는 빠르면 한두 달, 길게는 7~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김일성 북한 주석이 소련이 만들어낸 ‘가짜 영웅’이라는 내용을 담은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952년 미 국무부 정보기관이 작성한 기밀 문건 ‘국가정보조사집 한반도 편’을 최근 기밀 해제해 일반에 공개했다. 보고서는 ‘김성주’라는 마적 두목 출신 중국공산당원이 소련의 선전을 통해 “일본군에 맞선 애국자이자 민족 영웅 ‘김일성’으로 추앙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보고서에 따르면 김성주는 1931년 김일성이라는 가명을 받고 만주와 조선 북부 게릴라 부대를 이끌었다. 잔인하고 거친 성격의 김성주는 백두산에서 활동했던 실제 ‘김일성 장군’의 명성을 이용해 부대를 지휘했다. 보고서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뛰어난 전술로 유명했던 실제 김일성은 일본군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오시프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45년 김성주에게 “사라진 김일성을 가장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CIA는 이보다 앞서 1949년 기밀문서을 통해서도 김 주석이 실제로는 김성주라고 밝힌 바 있으나, 당시는 한국에서 떠도는 내용을 담은 수준이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김일성 가짜설’을 한국 내의 소문이라고 기록한 과거 문건과 달리 이번에는 신상정보를 상세히 기록하고 미 정보기관의 공식 자료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중국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연일 불법 이민 의제를 앞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최근 급증한 미국 내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미국 내에서 군대를 조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그는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칭하고, 불법 이민자의 급증이 미국 내 ‘피바다(bloodbath)’를 야기한다는 자극적 발언을 연일 이어오고 있다.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 호소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보수 성향 라디오 ‘휴 휴잇’쇼에 출연해 ‘최근 미국으로 몰려드는 중국 이민자들이 무엇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 군대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며 “3만 명 이상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중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만들었지만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임기 동안 미 해군이 쓸 선박 수를 늘리려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 계획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아예 중국공산당이 중국 불법 이민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일 또 다른 보수 매체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18개월 동안 4만6200명의 중국인이 미국으로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은 중국인 이민자가 단기간에 미국에 몰려드는 것이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중국공산당은 누가 중국을 떠나는지에 대한 엄청난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경 당국은 2023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월경한 중국인 3만7000명을 체포했다. 2년 전보다 50배 증가한 수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일대에서도 중국인 이민자의 수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 수를 추월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04년 7월 태어난 브라질 상속녀 리비아 보이그트(20·사진)가 올해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등극했다고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포브스는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보유한 사람을 억만장자로 분류한다. 보이그트는 중남미 전기장비 제조업체 WEG의 공동 창업자인 할아버지 베르너 히카르두로부터 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보이그트는 11억 달러(약 1조4850억 원)에 해당하는 WEG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다. CNN브라질 등은 그가 태어난 날부터 매일 76만 헤알(약 2억 원)을 벌어들인 격이라고 진단했다. WEG는 2022년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 세계 10개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보이그트의 언니 도라(26) 또한 보이그트와 같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자매 모두 전 세계 33세 이하 억만장자 25명 안에 포함됐다. 포브스는 “세계적으로 부(富)의 대물림이 활발해져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젊은 억만장자 25명 중 상속을 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비용 효율적인(cost-effective) 공격에 특화된 단체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테러를 저질러 137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K(호라산)’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최근 평가다. 2015년 설립된 신생 조직인 IS-K는 짧은 연혁에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 올 1월 이란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장례식장 테러에 이어 모스크바 테러까지 자행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평가대로 IS-K가 다른 테러 조직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사상자를 낳는 테러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대원도 주로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주민을 포섭한다. 케르만 테러의 주동자 및 폭탄 제조자, 모스크바 테러의 용의자는 모두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최빈국으로 꼽히는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이 범행에 사용한 총기 또한 비교적 저렴한 ‘AK-47’ 소총이다. 제조국, 구매 경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148달러(약 20만 원)를 주고 살 수 있다고 미 비영리 군사전문기관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가 추산했다. 불과 20만 원짜리 무기에 137명이 희생된 셈이다. IS-K가 행동 반경을 확장하면 서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도 대형 테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쿠릴라 사령관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서 “IS-K가 6개월 안에 미국과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고 경고했다.● 30세 지도자가 이끄는 테러 조직 IS-K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약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에서 이탈한 대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맹위를 떨쳤던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2015년 1월 지부인 IS-K를 출범시켰다. IS-K의 또 다른 명칭 ‘호라산’은 이란 북동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대를 일컫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 ‘해가 뜨는 곳’ 등을 뜻한다. 현 지도자 샤하브 알 무하지르는 1994년생으로 2020년부터 IS-K를 이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사나울라 가파리. 카불대에서 공학을 공부한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2015∼2016년경 IS에 합류하며 극단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무하지르는 2019년 미군에 사살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IS 산하 아프가니스탄인 특공대도 지휘했다. 바그다디 사망 후 IS는 물론 IS-K의 세력도 위축됐지만 그는 2020년 4월 26세 젊은 나이에 IS-K 수장이 됐다. 부인도 IS-K 고위 간부의 딸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추산에 의하면 2015년 창설 당시 약 2000명이던 대원 수는 올해 3배 이상인 6500명 수준으로 불었다. 실탄도 넉넉하다. 유엔 등에 따르면 이들의 활동 자금은 납치 밀수 강탈 등 범죄 수익, 아프리카 소말리아 등 다른 IS 지부로부터 받는 정기적 지원 등에서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잇따른 테러로 두각을 나타낸 이들에게 IS 지도부도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소말리아 IS 지부가 가상화폐 탈취 등을 통해 IS-K에 정기적으로 돈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아프간 안보 공백이 확장 발판 많은 전문가들은 IS-K의 세력이 확장되고, 이들의 잔혹함이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로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및 탈레반 집권을 꼽는다. 당시 이들은 미군 철수 11일 후인 같은 해 8월 26일 미군 및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의 탈출로 극도로 혼잡했던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아프간 땅을 떠나기 바쁜 미군, 막 집권 세력이 된 탈레반은 모두 IS-K의 테러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군 13명과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안보 공백이 생겼을 때 각종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급진성과 폭력성으로 경쟁했다. 카불 공항 테러로 잔혹함을 입증한 IS-K가 그 과정에서 일종의 승자가 됐다”고 평했다. 특히 집권 전 테러를 종종 자행했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테러 반대’를 천명한 점 등도 이들이 활개칠 토양을 만들어줬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과거 탈레반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테러를 활용했는데 IS-K가 이를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S-K 공격은 아프가니스탄 밖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파키스탄 바자우르, 올 1월 이란 케르만, 3월 모스크바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모(母)조직인 IS는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을 아우르는 광대한 땅을 점령하며 스스로 ‘국가’를 자처했다. 반면 IS-K는 탈레반의 존재로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이 될 수 없는 만큼 ‘영역 확대’보다 ‘테러 공격’으로 존재감과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 사라 하르무치 박사는 자유유럽방송에 “IS-K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격 능력, 대원과 자원을 모집하는 능력 등에서 다른 극단주의 단체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낙후된 중앙아시아 출신 포섭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대원을 적극 포섭한다는 점도 IS-K의 특징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원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태어났다. 이들이 IS-K에 투신하는 이유로는 중앙아시아의 고질적 경제난, 독재자의 장기 집권 및 부정부패 등에 따른 누적된 불만 등이 꼽힌다. 타지키스탄은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180달러(약 159만 원)로 세계 167위에 불과하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시딘 파리두니(26)는 불과 50만 루블(약 740만 원)을 약속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 대원들 또한 대부분 ‘생계형’이다. 튀르키예(터키)에 존재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는 IS-K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역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우호적인 비자 제도를 보유했다. 언어에서도 비슷한 면이 많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IS-K가 최근 튀르키예에서 인력과 물자를 대거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IS-K는 텔레그램과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선전을 퍼뜨리며 적극적인 모집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1월 공개한 보고서에도 IS-K는 최근 탈레반 정권에 환멸을 느낀 전사들과 다른 외국 대원들을 유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더 확장된 모집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우려… 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잇따른 테러로 자신감을 얻은 IS-K가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당장 올 7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IS-K에 자극받은 다른 테러 단체가 선명성 경쟁을 위해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 주요국의 보안담당 고위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모스크바 테러가 규모 확장, 국제 사회의 인정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조직에 새 자극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 주요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이라는 ‘2개의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 자국 경제난 등에 대처하기 바쁘다는 점도 극단주의 조직의 추가 테러를 우려하게 만든다. 한국 또한 이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 연구원은 “한국에도 무슬림 노동자의 유입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 무슬림을 향한 차별 기조가 감지된다”며 이것이 언제든 극단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 역시 “중동의 불안정이 커지면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같은 동맹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분쟁 전선에 함께 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K(호라산)’의 3월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이슬람과 러시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양측은 제정 러시아의 남진(南進) 정책에 따른 오스만튀르크 제국과의 영토 및 종교 갈등,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이슬람 탄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첸 분리독립 시도 진압 등으로 오랫동안 극한 대립을 해왔다. ‘유일신’ 이슬람 신앙과 사회주의 ‘무신론’ 간의 세계관 차이 또한 상당하다. 역사, 종교, 사상적 갈등에 따른 양측 대립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제정 러시아는 19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며 현재의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영토를 넓혔다. 러시아가 이슬람이 뿌리 내린 중앙아시아에 기독교 분파인 러시아 정교까지 전파하려 하자 영토 및 종교 갈등이 가속화했다. 1922∼1952년 스탈린의 공포 통치는 이슬람권 전반의 반(反)러시아 감정을 고조시켰다. 당시 소련 인구의 약 4분의 1이 무슬림이었지만 스탈린은 자신보다 알라신을 숭배하는 이들을 독재의 방해 요인으로 여기고 잔혹하게 탄압했다. 스탈린은 무슬림이 많은 캅카스의 체첸 주민 40만 명을 1944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최소 10만 명이 객사했다. 이슬람 사원(모스크) 철거, 이슬람 신학교 폐쇄, 무슬림 성직자 숙청 등도 단행했다. 또한 중앙아시아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이른바 ‘스탄’ 국가 5곳으로 쪼갰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10년간 점령한 것도 이슬람권의 분노를 키웠다.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 일대에는 경제난, 이념적 공백 속에 급진적인 이슬람 원리주의가 발호했다. 특히 가난한 젊은이들이 이에 매료됐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이 타지키스탄 출신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세진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중앙아시아 내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를 넘어 러시아에 대한 저항수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1999년 말 집권한 푸틴 대통령도 무슬림을 탄압했다. 당시 그는 체첸의 분리독립 시도를 잔혹하게 탄압하며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사실상 폐허로 만들었다. 분노한 체첸 반군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2004년엔 체첸 인근 북(北)오세티야 초등학교 인질 사건 등 대형 테러로 끈질기게 저항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IS-K의 모(母)조직 IS를 사실상 몰락시키는 데 기여하면서 양측은 철천지원수가 됐다. 시아파 국가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내전 발발 후 IS 등 수니파 세력을 탄압했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린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의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자국군과 무기를 대거 지원했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서는 다종교 정책을 내세우며 변화를 과시해왔다. 2015년 9월 모스크바에 세계 최대의 모스크가 들어섰고, 2020년 ‘러시아 민족 통합의 날’(11월 4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탁상에 성경과 꾸란, 토라(유대교 율법)를 모두 올려놓은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두 세력 간 해묵은 갈등이 지난달 모스크바 테러로 다시 터져나오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푸틴 정권이 테러 직후 일부 용의자의 귀를 자르고 신체를 고문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슬람권의 추가 분노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러시아가 최근 중동에서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 무장세력이 결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일(현지 시간) 중국이 제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으로 초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직격했다.옐런 장관은 이날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최 행사에서 “중국은 외국 기업에 장벽을 부과하고 미국 기업에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불공정한 경제 관행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의 과한 공급이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내수 부진에 직면한 중국은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초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는 “과잉 생산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지만 더욱 심해졌고, 새로운 부문에서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제조업 지원과 ‘과잉 생산’을 두고 미중 양국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주력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해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중국은 이들이 자국의 비효율적인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화살을 밖으로 돌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 기반해 경제를 개혁하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반(反)중국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생산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데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9일까지 중국에 머무르는 옐런 장관은 남은 일정에서 중국 고위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창 총리, 허리펑 부총리, 란포안 재정부장(장관) 등을 만나기로 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과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악재에 국내 증시가 1% 넘게 주저앉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27.79포인트(1.01%) 내린 2,714.2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기관투자가가 4000억 원 넘게 팔았고, 외국인도 1000억 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20% 떨어진 872.29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7원 오른 1352.8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이날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전날 대비 0.94% 떨어진 8만4500원에 마감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2.77%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는 대만 지진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국면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4일(현지 시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닐 캐슈커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며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35%)가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악재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96% 급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0.63% 떨어졌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004년 7월 태어난 브라질 상속녀 리비아 보이그트가 올해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등극했다고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포브스는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를 보유한 사람을 억만장자로 분류한다. 보이그트는 중남미 전기장비 제조업체 WEG의 공동 창업자인 할아버지 베르너 히카르두로부터 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보이그트는 11억 달러(약 1조4850억 원)에 해당하는 WEG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다. CNN브라질 등은 그가 태어난 날부터 매일 76만 헤알(약 2억 원)을 벌어들인 격이라고 진단했다. WEG는 2022년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전 세계 10개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보이그트의 언니 도라(26) 또한 보이그트와 같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자매는 모두 전 세계 33세 이하 억만장자 25명 안에 포함됐다.포브스는 “세계적으로 부(富)의 대물림이 활발해져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젊은 억만장자 25명 중 상속을 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중국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군대를 만들 수 있다.”11월 대선을 앞두고 연일 불법 이민 의제를 앞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급증한 미국 내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미국 내에서 군대를 조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그는 불법 이민자를 ‘동물(animal)’로 칭하고, 불법 이민자의 급증이 미국 내 ‘피바다(bloodbath)’를 야기한다는 자극적 발언을 연일 이어오고 있다.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에 호소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쇼에 출연해 ‘최근 미국으로 몰려드는 중국 이민자들이 무엇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 군대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며 “3만 명 이상이다. 상당히 많은 숫자”라고 강조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중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만들었지만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임기 동안 미 해군이 쓸 선박 수를 늘리려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 계획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아예 중국공산당이 중국 불법 이민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일 또 다른 보수 매체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18개월 동안 4만6200명의 중국인이 미국으로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은 중국인 이민자가 단기간에 미국에 몰려드는 것이 우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중국공산당은 누가 중국을 떠나는 지에 대한 엄청난 통제권이 있다”고 주장했다.CBS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경당국은 2023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월경한 중국인 3만7000명을 체포했다. 2년 전보다 50배 증가한 수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일대에서도 중국인 이민자의 수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 수를 추월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남미 국가에서 시민들은 얄팍한 월급봉투에 허덕이고 있지만 대통령들은 과도한 연봉을 받아 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게는 최저임금보다 약 46배 이상 많은 돈을 받는 나라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인포바에는 2일 우루과이국립대의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웨버 교수팀이 중남미 11개국의 최저임금과 대통령 급여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과테말라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은 자국 최저임금 420달러(약 56만7000원)보다 무려 46배가량 많은 1만9062달러를 월급으로 받고 있다. 과테말라는 가난을 못 견디고 미국으로 가는 불법이민자들이 중남미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다. 올 1월 기준 약 28만5000명이 미 국경에서 적발됐다. 아레발로 대통령은 ‘부패와 빈곤 척결’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이루고 올 1월 취임했다. 최근 통제를 벗어난 인플레이션에 몸살을 앓는 아르헨티나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최근 비상 긴축재정을 선언해 놓고 월급을 48% ‘셀프’ 인상해 비판에 직면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최저임금보다 약 26배 많이 받았다. 최근 ‘롤렉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최저임금보다 15배 많은 급여를 받는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2000만 원에 육박하는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최소 14점의 고급 시계를 착용한 게 알려지면서 취득 경위를 놓고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인포바에는 “베네수엘라는 헌법상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받도록 돼 있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원칙대로라면 월 48달러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누구도 마두로 대통령이 그것만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중남미의 난센스”라고 전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특유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돼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유엔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중남미 전체 인구의 29%인 1억8100만 명 이상이 빈곤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물가상승률은 14%로 국제 평균 8.7%를 크게 웃돌았다. 아르헨티나는 2월 말까지 3개월간 누적 물가상승률이 71%였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현 상황에 (이란 참전 등)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최후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미국 CNN방송)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함으로써 지난해 10월 발발한 중동 전쟁이 지역 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공격으로 이란 고위급 장교 3명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자, 이란은 “공격자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번 미사일 타격은 그간 시리아 및 레바논의 친(親)이란 민병대나 무장조직을 대상으로 했던 공격과 달리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여러 확전 고비에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었던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결국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급 등 13명 사망… 이란, 보복 천명 시리아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 낮 12시 17분경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미사일 6발을 쏟아부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건물은 폐허가 됐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란은 즉각 분노를 드러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도 “(이스라엘 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자국에 대사관을 두지 않는 미국 대신 미 정부에 전달자 역할을 하는 주이란 스위스대사대리를 초치했다.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에 동참해 온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선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론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게 맞다”라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CNN에 “영사관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시설”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 “이란 본토 공격과 동급”… 美, 전전긍긍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줄곧 이어지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외교 공간을 직접 타격한 건 처음이다. 이전 공격은 주로 중동 지역에 산재한 이란 군사시설을 노렸다. 때문에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현지에선 이번 공격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등 돌린 민심을 붙잡기 위해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전쟁 국면의 전환을 꾀했다는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에 ‘너희의 방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의 반전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란 참전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미 정부 고위급 인사는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미국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당국자도 “이란에도 이를 직접(directly) 설명했다”고 전했다. 확전 불씨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공격은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구호단체도 공습해 7명 사망 1일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공습으로 구호단체 7명이 목숨을 잃는 참변도 벌어졌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식량을 전하고 오던 WCK 차량 3대에 탑승한 구호요원 6명과 팔레스타인 운전사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영국인 3명과 호주·폴란드·미국인(캐나다 이중국적) 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WCK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미국에서 창설한 자선단체다. NYT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지난달 개시된 해상 구호품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WCK는 “형제자매들의 희생으로 당분간 구호식량 운송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의도치 않은 사고”라며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이들의 가족 등 최소 1000여 명이 시달린 것으로 보고된 원인 불명의 이상 증상 ‘아바나 증후군’에 러시아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 등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하루 뒤 미국 국방부 또한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1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료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료는 국방부 대표단과 별도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인사”라며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에서는 적지 않은 러시아 정보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두통, 현기증, 이명, 어지러움, 인지 장애, 코피 등을 동반한다.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더인사이더는 미 CBS방송, 독일 슈피겔과 1년간 공동 취재한 결과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러시아 ‘29155’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용한 비(非)살상 음파 무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는 공격 대상의 두뇌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음향 또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장치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매체는 29155 부대원들이 아바나 등 해당 증상이 보고된 각국 여러 장소에서 포착됐다는 증언, 해당 부대의 음파 무기 실험 문서 등의 증거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9155 부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한 공로로 상을 받고 승진을 했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수년간 서구 언론에서 과장한 주제이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관련돼 있다. 누구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크게 다쳤다.국영 TRT하베르 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7분경 이스탄불 중심가인 베식타쉬 가에레테페에 있는 16층 건물의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31대와 소방대원 86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오후 4시 51분 기준 29명이 숨졌다. 다부트 굴 이스탄불 시장은 “건물 지하에 있던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나 보수 작업을 진행하던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건물은 공사를 위해 문을 닫은 상태였다.굴 시장에 따르면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폭발 등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마즈 툰즈 법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당국이 클럽 경영자와 공사 현장 책임자 등 5명의 관계자를 구금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현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툰즈 장관은 “모든 방면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목숨을 잃은 시민들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그리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해외 주둔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그들의 가족 등 최소 1000여 명이 시달린 것으로 보고된 원인 불명의 이상 증상 ‘아바나 증후군’에 러시아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 등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하루 뒤 미국 국방부 또한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1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료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료는 국방부 대표단과 별도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인사”라며 미 국가정보국 국장실(ODN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에는 적지 않은 러시아 정보 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두통, 현기증, 이명, 어지러움, 인지 장애, 코피 등을 동반한다.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는 미 CBS방송, 독일 슈피겔과 1년간 공동 취재한 결과,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러시아 ‘29155’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용한 비(非)살상 음파 무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는 공격 대상의 두뇌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음향 또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장치라고 덧붙였다.특히 이 매체는 29155 부대원들이 아바나 등 해당 증상이 보고된 각국 여러 장소에서 포착됐다는 증언, 해당 부대의 음파 무기 실험 문서 등의 증거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9155 부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한 공로로 상을 받고 승진했다고도 했다.러시아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수 년간 서구 언론에서 과장한 주제이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관련돼 있다. 누구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노숙인의 길거리 텐트 설치 불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 정부가 집권 보수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리시 수낙 내각이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노숙인에게는 체포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40명 이상의 보수당 의원이 형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리시 수낙 내각이 법안 추진을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반대파 보수당 의원은 더타임스에 “정부는 반대파의 규모에 당황하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영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이른바 ‘노숙인 텐트 사용 금지법’은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 노숙 행위를 경찰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1824년 노숙과 구걸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부랑자 단속법(Vagrancy Act)’을 대체하는 것이다.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과 산업혁명의 여파로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자 노숙자를 구금하는 법을 만들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를 주는 노숙인을 강제로 이동시키거나 최대 2500파운드(약 425만 원) 이하의 벌금형·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노숙인 텐트 사용 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에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노숙 행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은 노숙인이 주변 환경에 ‘손상(damage)’을 입힐 경우 처벌 대상으로 보는데, 여기에는 ‘장소의 합법적인 사용 방해’나 ‘과도한 소음이나 냄새, 쓰레기 투기’가 포함된다. 이 경우 길에서 잠만 자더라도 냄새가 나거나 장소를 방해할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노숙인을 범법자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보수당 밥 블랙맨 하원의원은 “길에서 잠자는 사람들은 체포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며 법안이 사회적 문제인 노숙인 증가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하룻밤에만 3900여 명의 노숙인이 길에서 잠을 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맨 의원이 발의한 정부의 형법 개정안 반대 법안에 서명한 이들 중에는 보수당 당수를 지냈던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이나 데이미언 그린 의원 등 보수당 주요 의원도 포함돼 있다.타임스는 “해당 법안은 총선 전에 범죄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보수당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월 21~2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20%로 기관이 조사를 시작한 1978년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5월 조기총선론도 나오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두 개의 전쟁’은 빨라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끝나기 어렵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마스 지도부 등 전쟁의 당사자가 모두 미국 대선의 승자를 확인한 후 자신들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56)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진단하며 한 말이다. 회의 참석 차 내한한 그는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각종 분쟁 등 현재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누린 일종의 ‘대가’이자 각국 권위주의 통치자의 장기집권 및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고 진단했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며 민주주의, 인권 등을 경시하는 푸틴 대통령(72), 네타냐후 총리(75),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70) 등이 장기집권하면서 80여 년간 지켜졌던 국제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의미다.크로닌 석좌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승리하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그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통점은 상대에게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하는 것이며, 한국에도 이 위협을 가할 것이란 의미다.또한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치 않은 미 대선의 ‘킹 메이커’가 됐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재에 나선다 해도 ‘강 대 강’를 이어가는 양측 중 어느 한 쪽도 설득하기 어렵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비판에 직면해 대선 국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로닌 석좌는 미국 플로리다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했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신미국안보센터(CNAS), 미 평화연구소 등의 싱크탱크에서 근무했다. 현재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두 개의 전쟁,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을 포함해 전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국제 정세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익숙해져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고는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믿음이 퍼졌다. 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위기에 처했다. 지금 우리는 독재 정치의 귀환을 보고 있다. 미국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가 약해진 와중에 러시아 중국 북한 등 현상 변경을 원하는 국가들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지도자들은 모두 70,80대 고령이 됐다. 푸틴 대통령, 시 주석, 네타냐후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모두 1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다. 2개의 전쟁 또한 싫든 좋든 미국이 주요 행위자나 다름없어서 11월 미 대선 전까지는 확실한 휴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푸틴도 하마스도 네타냐후도 대선 승자를 보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전세계 각국 모두 더 많은 갈등과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의 핵심은 ‘억지력 강화’에 있다.”─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방위비분담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해 현재보다 분담금을 두 배 올린다 치자. 그렇다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이를 더 올리거나 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운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상대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이용한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이 물러나도록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일종의 ‘파워플레이(powerplay)’다.파워플레이는 적을 대처할 때는 좋은 방법이지만, 친구와 동맹을 대할 땐 끔찍한 방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 외에는 누구에게든 파워플레이로 일관한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 그가 자신의 핵심 참모들을 내친 방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재집권에 성공해 한국을 더 많이 압박할 수록 안타깝게도 한국 내 반미 여론과 자체 핵무장론 등이 고조될 것이다.”─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푸틴 대통령에겐 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친구다. 김 위원장 또한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는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 푸틴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작지만 위대한 국가(small great nation)’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다고 해서 북한이 러시아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누구의 위성국가도 되지 않으려고 한다.김 위원장이 핵 위협을 가하는 목적은 ‘나도 푸틴처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공포감을 조성해서 자신을 더 중요한 협상 대상으로 만드려는 것이다. 그는 핵무기 위협을 통해 얻어지는 ‘힘’과 ‘영향력’을 원한다.”─그 여파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나온다.“미국과 일본이 모두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우선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이 위협받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다. 일본 역시 한국과 북한이 모두 핵을 가지게 된다면 자국 안보가 크게 위협받는다고 여길 것이다. 나의 일본인 친구도 이 사안에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북핵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약속이 더 공고해졌다.한국과 일본의 이해 관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일치한다. 식민지배 역사 등 한국의 아픈 과거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과거를 부정하지는 말되 너무 사로잡히지도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영국과 프랑스는 1000년 넘게 수 차례 전쟁을 벌인 앙숙이고 아직도 서로를 헐뜯고 조롱한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협력할 사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한다. 한국과 일본 관계도 그러기를 바란다.”─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로 접어들었다. “최근 러시아가 일부 성과를 얻고 있으나 ‘승리(win)’가 아니라 ‘지지 않은 것(not losing)’에 가깝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우크라이나 내부, 전세계적인 반(反)러시아 여론이 워낙 높아 과거처럼 친러 인사를 우크라이나의 ‘꼭둑각시 대통령’으로 세우기는 어렵다. 푸틴 정권이 원하는 친러 정권 수립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또한 일부 영토를 잃는 것도 감내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경은 언제든 바뀌는 것이고 지금의 국경이 영원불변한 것도 아니다.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11월 대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야당 공화당과 지원을 지지하는 집권 민주당의 정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멈춰진 상태지만 시 주석이나 김 위원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가 지도록 두면 안 된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새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국이나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안에 관심이 있다면 푸틴 대통령이 쉽게 승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특히 우크라이나 상황은 대만에 매우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이루거나 재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시 주석 또한 대만을 침공할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한 장기화하고 있다.“안타깝게도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대영제국, 옛 소련, 미국이 모두 패한 아프가니스탄처럼 가자지구 또한 이스라엘의 영원한 뇌관으로 남을 것이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만 제거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하마스를 궤멸해도 제2, 제3의 하마스가 또 나올 것이다.미국은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지원만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중동에는 미군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 정도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높다. 이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네타냐후 총리가 11월 미 대선의 ‘킹메이커’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긴밀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도울 가능성은 낮다. 이스라엘이 강경책을 고수해 더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으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것이고 그의 지지율 또한 타격받을 것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앤스로픽과 손잡고 전 세계 모든 조직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도록 하겠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7일 오픈AI의 ‘라이벌’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6977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기존 투자금을 합치면 아마존은 총 4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쏟아붓는 셈이다. 1994년 아마존이 창사한 지 30년 동안 이렇게 많은 외부 투자에 나선 건 처음이다. AI를 무대로 한 빅테크의 ‘쩐의 전쟁’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오픈AI와 맹추격하는 앤스로픽, 미스트랄AI 등 AI 스타트업의 3파전이 테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이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중동 국부펀드가 지분 매입에 나서며 안보 위협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빅테크의 AI 투자엔 이유가 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스타트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자, 오픈AI 출신인 다리오·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만든 회사다. 아마존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며 “앤스로픽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클로드3 오푸스’가 오픈AI의 ‘GPT-4’보다 추론이나 수학, 코딩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구글도 앤스로픽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MS는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달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스트랄은 미국 중심의 AI 개발에 대항해 유럽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단순히 AI 분야를 선점하려는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매체들은 “이들의 계약엔 오픈AI나 앤스로픽이 AI를 개발할 때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MS나 아마존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익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톱3’인 MS와 구글,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는 직접적인 이유다. 브렌던 버크 AI 전문 애널리스트는 “매출을 늘림과 동시에 라이벌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칩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또 다른 투자 요인이다. 아마존은 이날 “앤스로픽은 미래 AI 모델을 구축하고 훈련할 때 AWS의 자체 AI 칩인 트라이니움 및 인페렌티아 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펀드도 “지분 달라” 투자 경쟁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에 순풍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미국이나 유럽 규제 당국이 이들의 투자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으로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한 계약 조항은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MS와 미스트랄의 파트너십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레아 쥐버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양사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조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양사의 관계를 합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 자료 수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부펀드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파산 절차를 밟으며 자사가 보유하던 앤스로픽 지분 5억 달러어치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국부펀드 무바달라 계열 펀드에 넘긴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CNBC는 “사우디아라비아 계열 펀드도 앤스로픽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앤스로픽 측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 3개국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조직들이 10년 넘게 세 나라의 고위 관료 및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중국이 해킹 활동을 통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선거를 비롯한 정치 개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도둑이 ‘도둑 잡아라’ 외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25일 “중국 정부 산하 해커조직 ‘APT31’이 자국 관료 등을 표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진행해왔다”며 관련인들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26일 뉴질랜드 정부도 자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해킹이 중국 정부가 후원하는 ‘APT40’의 소행임을 확인했다며 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지능형 지속위협)는 특정 국가나 기관을 장기간에 걸쳐 해킹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가가 배후로 의심되는 APT 조직에는 식별을 위해 숫자를 붙인다. APT31과 APT40는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돼 있다고 세 나라는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 해커 7명은 APT31에 소속됐으며, 약 14년간 여러 국가에서 정보를 빼내고 업무를 방해했다. APT31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산업계 종사자 수천 명의 이메일 계정과 통화기록을 탈취했다. 이들은 평범한 뉴스처럼 보이는 악성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서 이를 클릭하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을 주로 써왔다. 영국은 2021년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자국 의원들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해킹 시도를 APT31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 해킹 사건에도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영국 선관위는 지난해 8월 해커들이 2021년 8월∼2022년 10월 선관위 시스템을 해킹해 선거인 명부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당시 2014∼2022년 사이 등록된 영국과 해외 유권자 4000만 명의 이름과 주소가 노출됐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이전에도 ‘머스탱판다’ 등 악명 높은 해커조직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보안기업인 트렐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 해외 정부를 공격한 해킹의 약 79%가 중국 연계 해킹조직의 소행이었다. 중국은 근거도 없이 모함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및 관련 당사자에게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으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세계에서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가장 많이 일삼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역공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흑인으로 채운 영화 캐스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미디어제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펠츠 최고경영자(CEO)의 2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던 펠츠는 다음 달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싸움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에 나섰다. 펠츠 CEO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영화나 쇼를 즐기려고 보러 가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얻으려고 가는 게 아니다”며 현 디즈니 경영진을 직격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이 여성과 흑인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2023년)와 ‘블랙 팬서’ 시리즈를 지목하며 “내가 여성에게 특별한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왜 관객들이 여성만 출연하는 마블 시리즈를 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펠츠 CEO가 이 작품들을 거론한 건 최근 디즈니를 두고 일각에서 공격하는 ‘워크(woke·깨어 있음)’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워크는 인종 성별 등 사회적 차별에 깨어 있다는 뜻이지만 최근 ‘한쪽으로 치우친 진보’를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논란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흑인 여배우 할 베일리를 ‘인어공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등 관련 논란의 타깃이 돼 왔다. 펠츠 측은 1월에도 디즈니의 사업 효율화 등을 명목으로 새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예고했다. 다수의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회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즈니 주식을 약 1.8%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펠츠 CEO의 공세를 막아냈던 디즈니는 이번에도 맞불 작전을 놓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펠츠는 디즈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스타워즈’ ‘인디애나존스’로 유명한 조지 루커스 감독 겸 제작자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이 디즈니 지지를 선언하며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라스루이스(GL)의 지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21일 펠츠 CEO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의결권 자문사의 추천에 따라 투표한다”며 “디즈니의 경영권 방어는 쉽게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