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송

최미송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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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침반처럼 늘 고민하겠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주시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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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63%
사건·범죄16%
정치일반13%
사회일반8%
  • “외식-택시비 아끼자”… MZ세대 ‘홈파티’ 연말모임

    “비용이 평소 모임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들더라고요. 내년에는 다른 친구 집에서 모이자고 얘기했어요.”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대학 동기들과 연말 모임을 한 채혜선 씨(27)는 처음 경험한 ‘홈파티’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음식은 밀키트로 해 먹고, 자취방에서 같이 자니 귀갓길 택시비도 안 들었다”며 “내년에도 동기 모임을 다른 친구 집에서 홈파티 식으로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홈파티’가 연말 모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각자 원하는 음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어 고물가 시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모임 인원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집이나 숙박업소에서 ‘꼼수’ 모임을 갖는 이들이 일부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이런 방식의 모임이 오히려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예산 아끼고, 다양한 연출도 가능서울에 사는 대학생 송서영 씨(24)는 최근 고물가 속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을 홈파티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송 씨는 “아직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도 많은데 외식비가 많이 올라 웬만한 곳을 가면 술값까지 1인당 4만, 5만 원 넘게 써야 한다”며 “택시 심야할증 요금까지 올라 경기도에 사는 친구들의 교통비 부담도 커져 이번에는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식당에서 모이면 각자 원하는 음식과 주류를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홈파티는 각자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달에만 홈파티를 세 번째 한다는 직장인 이주영 씨(29)는 “식당 등에서 풍선과 갈런드(띠 형태의 거는 장식)를 설치하거나 이벤트를 하려면 주위 눈치가 보인다”며 “홈파티의 경우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위해 다양하게 연출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사람 많은 곳보다 집이 좋아”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인파가 몰리는 곳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홈파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한혜연 씨(22)는 “연말 친구들과 집에 모여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과자집’을 만들고 인증샷을 찍으며 소소하게 즐기려 한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고 했다. 집에서 모이기 마땅치 않은 경우 도심 파티공간을 빌려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파티공간 대여 업체가 연말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직장인 한승훈 씨(25)는 “이달 초 서울 강남의 유명한 파티룸 예약 업체에 대실 문의를 했지만 이미 두 달 전에 예약이 끝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젊은층의 홈파티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처럼 홈파티가 보편화되면 외식업계의 연말 및 크리스마스 대목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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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모임 비용의 3분의 1”…고물가에 MZ세대 ‘홈파티’로 연말모임

    “비용이 평소 모임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들더라고요. 내년에는 다른 친구 집에서 모이자고 얘기했어요.”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대학 동기들과 연말 모임을 한 채혜선 씨(27)는 처음 경험한 ‘홈파티’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음식은 밀키트로 해 먹고, 자취방에서 같이 자니 귀갓길 택시비도 안 들었다”며 “내년에도 동기 모임을 다른 친구 집에서 홈파티 식으로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홈파티’가 연말 모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각자 원하는 음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어 고물가시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모임 인원 제한을 피하기 위해 집이나 숙박업소에서 ‘꼼수’ 모임을 갖는 이들이 일부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이런 방식의 모임이 오히려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예산 아끼고, 다양한 연출도 가능 서울에 사는 대학생 송서영 씨(24)는 최근 고물가 속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을 홈파티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송 씨는 “아직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도 많은데 외식비가 많이 올라 웬만한 곳을 가면 술값까지 1인당 4만, 5만 원 넘게 써야 한다”며 “택시 심야할증요금까지 오르면서 경기도에 사는 친구들의 교통비 부담도 커져 이번에는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식당에서 모이면 각자 원하는 음식과 주류를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홈파티는 각자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달에만 홈파티를 세 번째 한다는 직장인 이주영 씨(29)는 “식당 등에서 풍선과 가랜드(띠 형태의 거는 장식)를 설치하거나 이벤트를 하려면 주위 눈치가 보인다”며 “홈파티의 경우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위해 다양하게 연출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사람 많은 곳보다 집이 좋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인파가 몰리는 곳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홈파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한혜연 씨(22)는 “연말 친구들과 집에 모여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과자집’을 만들고 인증샷을 찍으며 소소하게 즐기려 한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고 했다. 집에서 모이기 마땅치 않은 경우 도심 파티공간을 대여해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파티공간 대여업체가 연말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직장인 한승훈 씨(25)는 “이달 초 서울 강남의 유명한 파티룸 예약 업체에 대실 문의를 했지만 이미 두 달 전에 예약이 끝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젊은층의 홈파티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처럼 홈파티가 보편화되면 외식업계의 연말 및 크리스마스 대목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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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골프공 맞고, 연못 빠지고… 골프장 사고 4년새 2배로

    “갑자기 날아온 골프공이 허벅지를 강타했어요. 타박상을 입고 병원 진료를 한동안 받았습니다.” 지난달 전남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부상을 당한 이모 씨(33)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씨는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면서 골프장 측이 ‘모르쇠’로 일관해 병원비도 사비로 냈다”고 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골프장 내 사고도 급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안전 규정이 허술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안전사고는 지난해 1467건으로 2017년(675건)의 2.2배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1∼8월에만 1296건으로 연말까지는 작년을 웃돌 전망이다. 골프장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2017년 1명에서 올해 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안전 규정은 허술하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은 골프코스 사이에 20m 이상 간격을 둬야 하고, 어려운 경우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망 높이 등 세부사항은 골프장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리자는 “안전망을 설치해도 시간이 지나면 뚫리기 마련인데 교체 주기 등의 규정이 없다”면서 “안전망이 훼손돼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바꾸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털어놨다. 올해만 2명이 골프장 내 연못에서 익사했지만 안전펜스, 구명환 마련 등 최소한의 안전 의무 규정도 없다. 올 4월 익사 사고가 난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 연못 역시 깊이가 4m에 달했지만 주변에 울타리나 위험표지판 등도 없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안전망의 주기적 교체, 연못 주변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와 함께 카트의 내구연한을 설정하고 유지 관리를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발생 시 골프장 측이 “관련 규정이 없다”, “캐디와 해결하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적지 않다.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지만 보험료율 상승 등을 우려한 골프장이 보험 처리를 꺼리는 탓이다. 최근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공에 맞는 사고를 당한 A 씨(46)는 “골프장 측에 항의했더니 ‘경기 진행을 제대로 돕지 못한 캐디와 해결하라’고 일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 감독도 형식적인 수준이다. 관련법에 의하면 지자체는 6개월마다 골프장의 안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민원이 들어오면 나가는 수준이라고 한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전무하다시피 한 골프장 내 안전시설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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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판길 미끄러진 버스에 초등생 참변… 주민들 “제설작업 미뤄”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초등학생 A 군(12)이 건널목에서 혼자 길을 건너다가 직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이었다. 경찰은 버스기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이달 2일에도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생(9)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두 곳 모두 인근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보행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구역이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버스기사 “빙판길에 제동 안 돼”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곳은 세곡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삼거리 횡단보도였다. 전날부터 눈이 내려 사고가 난 오전 9시 8분경에는 도로에 눈이 2cm 정도 쌓여 있었다고 한다. 사고 버스 운전기사 B 씨는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뛰어오는 아이를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길이 얼어 있어 버스가 바로 멈추지 않고 미끄러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 씨는 A 군이 보행신호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 씨의 과속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자체는 관련법에 따라 초등학교 반경 300m 정도를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속도는 시속 20km 또는 30km로 제한한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곳은 스쿨존에서 8m 정도 떨어져 있어 시속 50km 적용을 받는 지역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에 2cm 이상 눈이 쌓여 있으면 제한속도의 5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기사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음주나 졸음운전은 아닌 걸로 확인됐다”며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버스 블랙박스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보내 정확한 경위와 과속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 “제설작업 해달라”… 구청 “우선순위 아냐”사고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장소 주변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있어 평소에도 학생들이 해당 도로를 통학로로 자주 이용한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31)는 “횡단보도가 오르막길에 있다 보니 앞에서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 많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눈이 오면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며 강남구에 수시로 제설작업을 요청했는데 구청에선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제설작업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했다. 주민 강모 씨(44)는 “경사가 있다 보니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 되면 아이들이 다니기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이 올 때마다 우선적으로 (제설작업을) 해달라고 구청에 이야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 지점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고 당일에도 도로에 눈이 쌓여 있었고, 염화칼슘 등은 뿌려져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구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거나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에 대해 제설작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제설작업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또 사고가 난 곳이 비보호 좌회전이라며 신호등 설치 등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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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빙판길 버스에 초등생 참변…주민들 “구청 제설작업 미뤄”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초등학생 A 군(12)이 건널목에서 혼자 길을 건너다 직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이었다. 경찰은 버스기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이달 2일에도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생(9)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두 곳 모두 인근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보행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구역이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버스기사 “빙판길에 제동 안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곳은 세곡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삼거리 횡단보도였다. 전날부터 눈이 내려 사고가 난 오전 9시 8분경에는 도로에 눈이 2㎝ 정도 쌓여 있었다고 한다. 사고 버스 운전기사 B 씨는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뛰어오는 아이를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길이 얼어 있어 버스가 바로 멈추지 않고 미끌어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 씨는 A 군이 신호등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B 씨의 과속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법에 따라 초등학교 반경 300m 정도를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속도는 시속 20㎞ 또는 30㎞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곳은 스쿨존에서 8m 정도 떨어져 있어 시속 50㎞ 적용을 받는 지역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에 2㎝ 이상 눈이 쌓여 있으면 제한속도의 5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기사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음주나 졸음 운전은 아닌 걸로 확인됐다”며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버스 블랙박스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보내 정확한 경위와 과속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 “제설작업 해달라”…구청 “우선순위 아냐” 사고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장소 주변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있어 평소에도 학생들이 해당 도로를 통학로로 자주 이용한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31)는 “횡단보도가 오르막길에 있다 보니 앞에서 속도를 높이는 차량이 많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눈이 오면 차량이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며 강남구청에 수시로 제설작업을 요청했는데 구청에서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며 제설작업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했다. 주민 강모 씨(44)는 “경사가 있다 보니 제설 작업이 제대로 안 되면 아이들이 다니기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이 올 때마다 우선적으로 (제설 작업을) 해달라고 구청에 이야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 지점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고 당일에도 도로에 눈이 쌓여 있었고, 염화칼슘 등은 뿌려져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구청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거나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에 대해 제설 작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제설작업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곳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또 사고가 난 곳이 비보호 좌회전이라며 신호등 설치 등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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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둘 잃은 이태원 생존 고교생, 숨진 채 발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참사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2일 오후 11시 40분경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A 군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 군은 이날 오후 7시경 홀로 투숙했는데, 아들이 야간자율학습 후 귀가하지 않자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범죄를 의심할 정황은 없었다. A 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 군은 참사 당시 이태원에 함께 갔던 친구 2명을 모두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군도 다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까지 갔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 군은 참사 후 주 2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치료를 받고 교내 심리 상담도 수시로 받아 왔다. 또 트라우마를 우려한 부모님과 담임교사가 지켜봐 왔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상담교사로부터 ‘최근 아이가 많이 좋아지고 있으며, 교내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달받았다”며 “상담교사도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A 군 부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조문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고교 1학년이라는 나이에 온전히 견뎌내긴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라며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도 받고, 학교생활도 잘했는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을 부모는 믿기 힘든 상태”라고 썼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측은 “A 군 사망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가려고 했지만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유족 의견에 따라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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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또 그놈”… 쓰레기산 불법투기 3건중 1건은 재범자 포함

    “어, 이놈이 그놈이잖아?” 불법 쓰레기 투기 피해자 이모 씨(46)는 생업을 제쳐두고 범인 일당을 쫓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2019년 봄 경북 영천에 있는 자신의 공장에 약 3900t의 쓰레기를 버리고 도주한 일당 중 한 명이 그해 2월 적발된 ‘경북 의성 쓰레기산’(약 17만 t)을 만든 주범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이 씨는 “처벌이 얼마나 약하기에 범인이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 대놓고 같은 일을 저지르느냐”며 가슴을 쳤다. 땅 주인에게 토지나 공장을 빌린 후 쓰레기를 대량으로 투기하고 도주하는 ‘쓰레기산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2019년 1월∼2022년 8월 폐기물관리법 해당 조항 위반 사건 91건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274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82명(29.9%)에 불과했다. 소수의 무죄(12명·4.4%)를 제외한 대부분은 집행유예(89명·32.5%)나 벌금형(91명·33.2%)에 처해졌다.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유사 범죄를 반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판결문 분석 결과 폐기물 투기 범죄 91건 중 30건(33.0%)은 동종 범죄를 저지른 재범자가 가담한 경우였다. 법률사무소 엘프스의 이예인 변호사는 “불법 투기 수익에 비해 처벌이 약하니 범인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조직을 만들어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을 만들고 다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쓰레기산은 조직범죄… 조폭-브로커-바지사장 등 64명 가담도 초범은 벌금형, 실형도 1년 미만솜방망이 처벌… 출소후 다시 범행전국 11곳서 동시다발 ‘치고 빠지기’“지방경찰청 단위 집중 수사해야” 판결문 분석 결과 그나마 폐기물 투기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의 형량도 대부분 6개월∼1년에 그쳤다. 또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농지법 위반이나 상해, 사기, 마약 등 다른 범죄를 함께 저질렀거나 전과가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범은 벌금형인 경우가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투기범들은 서로 ‘재수 없이 걸려도 잠깐 (교도소에) 들어갔다 오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투기 되풀이수사 과정에서 공범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2019∼2021년 쓰레기산을 수사했던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형기가 얼마 안 되니 출소 후 유사 범죄를 저지를 생각에 투기조직의 공범과 총책 등은 끝까지 감추는 범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출소 후 지인이나 바지사장 명의로 다시 범행을 벌인다고 한다. 수원지방법원도 2020년 불법 폐기물 범죄자에게 2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구금된 후에도 공범 조직을 계속 유지하며 폐기물 공급 역할을 했으며,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범들과 증거인멸을 모의하고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20년 5월 쓰레기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이 일부 강화됐지만 아직 미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쓰레기 투기 범죄를 추적해온 서봉태 환경운동가는 “피해자들이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고 환경에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힘에도 쓰레기산 범죄 처벌 수위는 피해 액수가 비슷한 사기 범죄보다도 약하다”며 “처벌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십 명이 조직적·계획적 투기쓰레기산 범죄는 많게는 수십 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폐기물 투기 총책은 주로 자금력을 보유한 조직폭력배나 외관상 합법을 가장한 폐기물 처리업체 대표가 맡는 경우가 많다. 총책은 브로커를 통해 쓰레기를 버리려는 ‘고객’을 소개받은 뒤 투기 계획을 짠다. 고객은 주로 쓰레기를 싸게 처리하려는 폐기물 처리업체나 폐기물 배출 사업장이다. 투기 장소 물색은 중간책이 담당한다. 전국을 돌며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바지 임차인’을 내세워 땅 주인과 계약을 진행한다. 이후 화물차 기사를 고용해 폐기물을 내다버린다. 배후에는 이처럼 많은 이들이 관여하지만 피해자들이 대면하는 대상은 조직 말단의 ‘바지 임차인’뿐이다. 쓰레기산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 관계자는 “쓰레기산 1건에 연루된 범죄자는 최소 10명”이라며 “총 64명이 가담한 사건도 수사해봤다”고 했다.○ 지역 넘나들며 전국 곳곳에 버려판이 짜이면 투기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2020년 경기 양주시에 생긴 쓰레기산의 경우 총책과 브로커, 차량 담당, 자금 담당, 창고 임차인 등이 짜고 1월 16일부터 2월 3일까지 18일 만에 1320t을 투기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고 빠지기’ 범죄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와 충남 충북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의 공장 11곳을 임차한 뒤 약 5만 t의 폐기물을 무단 투기해 92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 지자체가 무단 투기 폐기물을 치우라는 명령을 내리자 며칠 후 그대로 다른 지역에 옮겨 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 역시 최소한 지방경찰청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서 차원에선 현장에서 트럭 기사를 잡아도 윗선을 추적하기 쉽지 않다”며 “지방청 단위로 집중 수사를 해야 바지사장부터 다른 지역에 근거지를 둔 총책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천=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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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필리핀 불법 수출’ 후 폐기물 반출시도 40건 적발

    범죄자들이 폐기물을 싸게 처리하는 방법으론 ‘쓰레기산 조성’ 외에 ‘폐기물 불법 수출’도 있다. 2018년 국내 폐기물 처리업체가 약 1만5000t의 쓰레기를 필리핀에 불법 수출해 국제적인 논란이 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사건 이후에도 올 상반기(1∼6월)까지 불법 폐기물 수출 시도가 40건 적발됐다. 적발된 양은 4만6320t이었다. 이는 환경부나 관세청이 국내 보세구역 등에서 적발한 것으로 실제 해외 반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40건 모두 불법 수출 혐의(폐기물국가간이동법 위반)로 고발했다. 수출 대상국은 △말레이시아 10건 △중국 5건 △태국 5건 △베트남 4건 △인도 4건 등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 절반 이상이었다. 폐기물 수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신고해 놓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보내는 경우다. 여기에 폐기물 수입국이 하나씩 수입을 중단하면서 합법 수출 길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폐기물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고체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태국도 내년부터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할 방침이다. 불법으로 수출하려다가 반출되지 못한 폐기물은 국내 쓰레기산으로 이어진다. 2019년 2월 환경부 조사 결과 국내에 쌓인 쓰레기산 중 약 3만4000t은 불법수출 목적으로 쌓여 있던 폐기물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폐기물 처리 단가가 높아지면서 과거 t당 6만 원가량이던 소각비용이 현재 20만 원대 후반까지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을 싸게 처리하려다 보니 국내에서는 쓰레기산으로 이어지고, 외국으로 갖고 나가면 불법 수출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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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투기꾼에 쓰레기 넘기는 폐기물업체… 불법 투기도 561건

    쓰레기산 범죄가 줄지 않는 것에는 불법 투기꾼뿐 아니라 ‘고객’으로서 이들에게 쓰레기를 넘기는 폐기물 처리업체 책임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악덕 처리업체의 경우 직접 투기 과정에 가담하기도 한다. 11일 동아일보가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폐기물 관련 사업장 및 시설 지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전국 처리업체에서 2018∼2021년 4년 동안 폐기물 처리 관련 법률 위반사항이 모두 1만8741건 적발됐다. 항목별로는 ‘불법투기’가 561건에 달했다.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할 폐기물 처리용량과 날짜 등을 적지 않은 ‘관리대장 미작성’(586건)과 ‘기타 사항’(8265건)으로 분류된 ‘반입·반출 시스템 부실 기재’ 중 상당수도 쓰레기산 범죄와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영업 정지·취소 처분에도 계속 영업을 했다가 적발된 경우(무허가처리업)도 1181건이나 됐다. 그럼에도 처리업체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전국 처리업체는 1만5000여 곳에 달하지만 시군구에서 처리업체 인허가와 불법 폐기물 등을 담당하는 직원은 1, 2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만큼 쓰레기산 감시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1월∼2022년 8월 적발된 전국 쓰레기산 437곳 중 ‘민원 신고’로 처음 발견된 곳이 358곳(81.9%)이었다. 충북 충주시에선 주민들이 ‘우리마을지킴이’ 활동을 통해 1000t 내외의 폐기물 투기 현장을 여러 차례 적발했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해외의 경우 주민이 요청할 경우 처리업체가 폐기물 보관 현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쓰레기산이 생기면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만큼 주민들에게 폐기물 처리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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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쓰레기산 54곳 처리비 337억… 애꿎은 땅주인들이 떠안았다

    “너무 억울해가 몇 번이고 죽어버릴까 고민했다카이. 우리가 죽으면 나라가 해결해줄까 싶어가….” 최근 대구 수성구의 자택에서 만난 문수용(81) 김순연(79) 씨 부부는 이같이 하소연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세 자녀를 키우며 맨손으로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는 부부는 2005년 예순이 넘어 빚을 갚고 남은 전 재산으로 경북 경산시에 노후 대비용 땅을 마련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날벼락이 떨어졌다. 토지 임차인이 폐기물을 산처럼 투기한 뒤 잠적한 것. 3951m²(약 1200평)가량인 공장 부지는 쓰레기 3000t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문 씨는 임차인이 경찰에 잡히면 해결될 거라고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경산시는 피해자인 부부에게 쓰레기 처리 명령을 내렸다. 3000t을 치울 길이 막막하다고 하자 행정대집행으로 쓰레기를 치운 후 4억9051만 원을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결국 노부부의 피땀 어린 땅은 지난해 경산시에 압류됐다. 노부부는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원인자 등 책임자가 처리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2022년까지 모든 쓰레기산 처리를 완료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습니다.” 2019년 2월 경북 ‘의성 쓰레기산’ 사건이 외신에 보도된 직후 환경부는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후 최근까지 조사를 통해 전국에서 쓰레기산 총 437곳, 191만 t을 발견했다. 올 8월까지 이 중 157만8000t이 치워졌다. 그러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대집행으로 치운 전국 쓰레기산 108곳 가운데 절반인 54곳(43만6328t)은 처리 비용이 무고한 피해자(땅주인)에게 부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상금으로 청구된 액수가 337억여 원에 이른다. 투기 범죄자들에게도 구상금이 청구됐지만 미리 재산을 숨겨둔 범죄자들은 ‘배 째라’ 식으로 버텼고, 애꿎은 피해자들이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자체가 2019년 이후 올 8월까지 무고한 피해자에게 처리 명령을 내린 쓰레기산은 모두 122곳에 달한다. 이 중 대집행된 곳을 제외한 68곳의 쓰레기 18만3000t을 치우려면 ‘폐합성수지’ 처리 단가로 추산할 때 약 544억 원이 든다. 처리 명령이 내려지기 전 자체적으로 쓰레기산을 처리한 비용까지 더하면 땅주인에게 떠넘겨졌거나 떠넘겨질 처리 비용은 모두 1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쓰레기산 범죄를 추적해온 서봉태 환경운동가는 “잘못한 게 없는 땅주인에게도 처리 비용을 물리는 현행 시스템 탓에 범죄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땅 임대 18일만에 쓰레기 3000t 쌓여”… 신고해도 지자체 방관 처리비 떠안은 땅주인 주민 신고해도 지자체 “규정 없다”市, 주인 대신 처리하고 5억 청구“지자체가 쓰레기산 키워” 목소리 동아일보 취재팀은 문수용 씨를 포함해 불법 투기조직에 당한 피해자 5명을 인터뷰했다. 이 중 3명은 지자체에 의해 쓰레기 처리 책임을 떠맡은 상태였고, 나머지 2명도 투기 범죄자 재판이 끝나면 처리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각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쓰레기 처리 의무가 부과된 땅주인 가운데 쓰레기산 발생에 책임이 없는 피해자는 전국에 최소 122명에 달했다.○ ‘쓰레기산의 덫’에 빠진 사람들문 씨 부부는 인터뷰 내내 “억울하다”고 했다. 마땅한 기술이 없었던 부부는 국화빵 노점상, 구멍가게, 식당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예순 넘어 간신히 마련한 땅은 부부의 ‘인생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2019년 3월 부부는 소유한 공장 부지를 손모 씨(62)에게 빌려줬다. 이후 부부의 땅에 약 3000t의 쓰레기가 깔리기까지 채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김 씨는 그날을 회상하며 몸서리쳤다. “갑자기 친척한테 전화가 온 기라. 우리 땅 앞을 지나가는데 누가 쓰레기를 가득 부어 놨다 안 카나.” 충격에 빠질 틈도 없었다. 노부부는 대문 앞에 차를 대고 3일간 밤을 새우며 지게차 등 중장비들을 막았다. 손 씨 일당은 더 이상의 투기를 포기하고 잠적했다. 그러나 진짜 고생은 이제부터였다. 경북 경산시는 그해 9월 부부에게 폐기물 3000t을 처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행법이 투기자 외에 땅주인도 처리명령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사비를 들여 1000t가량을 치웠지만 나머지 2074t 처리 비용은 도저히 마련할 수 없었다. 경산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남은 쓰레기를 치운 뒤 구상금을 청구한 우편물에는 ‘4억9051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와 있었다.○ ‘쓰레기산의 덫’에 빠진 사람들문 씨는 “지자체의 방관도 쓰레기산 조성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손 씨 일당이 땅을 임차한 지 이틀 뒤 인근 주민들은 경산시에 “폐기물이 투기되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시청 직원은 손 씨 측에 구두 지도만 한 채 돌아갔다. 그 뒤에도 주민 신고가 잇따르자 다시 시청 직원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강제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시청은 부부에게도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김 씨는 “(투기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우리에게 말을 안 해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20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경산시에 “(부부에게 내린) 처분을 재검토하고, 꼭 내려야 한다면 시에서 무단 투기 사실을 알았음에도 조치를 소홀히 해 늘어난 양을 감안하라”고 의결했다. 하지만 경산시 측은 “폐기물 투기 현장 발견 후 땅주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권익위 의견도 법적 효력은 없다”며 묵살했다. 경북 영천시의 피해자 권모 씨(31) 역시 지자체의 미온적 대응 속에 쓰레기산이 1만7000t까지 불어난 경우다. 권 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땅에 불이 났다는 방송 뉴스를 보고 쓰레기산이 생긴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부리나케 달려간 권 씨에게 마을 주민들은 “악취 때문에 민원을 계속 넣어 영천시, 면사무소와 회의까지 했는데 왜 안 왔느냐”며 핀잔을 줬다. 영천시가 쓰레기산 발생을 알면서도 땅주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권 씨는 시청에 “(투기 조직이) 쓰레기를 더 이상 반입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했지만 시는 “우리 권한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영천시는 쓰레기를 치운 뒤 권 씨에게 구상금 33억여 원을 청구했다. 권 씨는 만삭의 몸으로 주민들에게 받은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구상금을 내지 못해 땅은 압류됐고, 거액의 빚만 남았다. 권 씨는 “아파트 발코니를 보면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며 간신히 참았다”고 했다. 2017년 충북 음성군 원남면의 땅에 불법 투기된 3000t의 쓰레기 역시 처리 책임이 토지주에게 돌아갔다.○ 막을 수 없었던 ‘조직범죄’쓰레기 불법 투기 조직은 폐기물 배출 사업장이나 폐기물 처리업체로부터 싼 가격에 쓰레기를 처리해 주겠다며 돈을 받고 남의 땅에 쓰레기를 쏟아 버린다.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모두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충남의 불법 쓰레기 투기 피해자 A 씨(50)는 지난해 초 ‘마스크 공장’을 하겠다는 이에게 건물을 빌려줬다. 관리차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임차인은 “2층은 마스크 제조를 위한 ‘멸균실’이라 출입이 힘들다”며 1층만 보여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2층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투기조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1층 역시 폐기물로 채운 뒤 도주했다. 피해자 이모 씨(46)의 땅을 빌린 임차인은 2019년 봄 담장을 설치해 안이 안 보이게 했다. 임차인은 “고가의 자재를 보관 중이라 도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실제로는 안에 쓰레기가 쌓이고 있었다. 문 씨 부부 역시 폐기물 투기를 막기 위해 임대차계약서에 ‘고철·고물 폐기물 입고는 불허한다’는 특약사항을 추가했지만 투기 조직의 막무가내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화하는 투기 수법폐기물 불법 투기 수법은 진화하고 있다. 광재(광산·제철소 등에서 이용하고 남은 찌꺼기)를 폐토사 형태로 분쇄한 뒤 뿌리거나 매립하는 경우 흙과 거의 구분되지 않아 발견해 내기 쉽지 않다. 2019년 3만4450t의 폐토사를 인천 강화군, 경기 김포시와 화성시, 안산시 일대 부지에 묻은 투기 조직이 적발됐다. 2015년에는 양화대교 공사 도중 생긴 건설폐기물 약 34t을 물속에 그대로 버려 만들어진 ‘수중 쓰레기산’이 발견됐다. 땅조차 빌리지 않고 말 그대로 무단 투기를 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2019년 한 투기 조직은 경남 함안군 고속도로 인근의 빈 공장에 폐기물 80t을 한꺼번에 쏟아 놓고 도주했다. 경산·영천=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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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마약사범 줄줄이 엮인 보이스피싱… 일당 무더기 검거

    마약 사범과 조직폭력배 등이 연루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검찰에 붙잡혔다. 1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와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 등 3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8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중국 국적의 총책 A 씨(35)와 B 씨(39) 등 2명은 기소 중지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원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만 불구속 송치된 사건이었지만 합수단이 전면 재수사하면서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행 실태가 드러났다.합수단에 따르면 A, B 씨와 국내 총책 C 씨(39) 등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보이스피싱으로 국내 피해자 23명으로부터 9억5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저금리 대출을 알선해준다”고 속인 뒤 피해자 계좌에 있는 현금을 대포통장으로 송금받거나 직접 만너 현금을 건네받았다. 현금 수거책에게 피해금 수수를 지시하는 핵심 역할인 ‘오더집’을 맡은 A, B 씨는 과거 보이스피싱을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를 국내에서 검거돼 수감 생활을 마친 뒤 중국으로 강제 추방된 뒤에도 계속 국내 피해자를 노린 범죄를 지속해왔던 것. C 씨는 현금 수거책 등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는 등 마약 범죄도 함께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C 씨는 중국 최상위 총책에게 현금 수거책이 경찰에 검거됐다고 속인 뒤 피해금 3억 원을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다. 조직폭력배도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 부산의 조직폭력배 ‘동방파’ 두목 D 씨(54)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필요한 대포통장을 구해주는 대가로 1억7000만 원을 챙겼다. 또 다른 조직폭력배 ‘칠성파’ 행동대원 E 씨(41)는 대포폰 유심칩을 제공했는데, 합수단은 E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보이스 조직은 수사 기관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총책과 공모해 피해금을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돈세탁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등 서로 가깝게 지내던 수십 명이 오랜 기간 함께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게 밝혀졌다”며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을 강제 송환하는 등 말단 조직원부터 최상위 총책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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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中 백지시위’ 연대 움직임… ‘시틀러’ 사진-대자보 붙어

    중국 내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중국인 유학생 일부도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에는 잇달아 대자보가 붙었고, 30일 모여 촛불집회를 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8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자유 중국(Free China)’, ‘자유냐 죽음이냐(Liberty or Death)’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 주석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시틀러’ 사진도 붙었다. 29일 중앙대 중앙도서관 인근 게시판에도 ‘이것은 나의 의무다(It‘s my duty)’ ‘잊지 말자(Don’t forget)’ 등의 문구와 함께 24일 중국 서부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었다. 당시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숨졌는데 봉쇄를 위한 설치물 때문에 진화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학생을 포함한 주한 중국인들은 3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촛불 추모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집회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29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약 370명이 모였다. 해당 채팅방에서 한 중국인은 “중국인들은 더 이상 정부와 국가를, 공산당과 중국을 헷갈리지 말자”라며 중국 내 시위에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거주 중국인은 84만 명가량인데 현재까지 추모집회 동참 의사를 밝힌 이는 극소수인 상황이다. 한편 각 대학 익명 게시판에도 중국 정부 비판 시위를 지지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대자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고 썼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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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학가에도 ‘시틀러’ 대자보…中 반정부시위 연대 확산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지역 화재 사고로 중국 내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도 단체행동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화재 사고로 10명의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과 위구르인 홀대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국내외에서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Liberty or Death’ ‘Free China’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게시판에는 시 주석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시틀러’ 사진과 문구가 붙기도 했다. 이에 한 재학생은 관련 사진을 찍고 에브리타임에 글을 쓴 후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고 했다. 본인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한 학생도 댓글로 “공산주의가 빨리 사라져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9일 중앙대 중앙도서관 인근 게시판에도 ‘It‘s my duty’, ‘Don’t forget‘ 등이 적힌 포스터와 함께 중국인 유학생들이 모이는 화재 사고 희생자 추모집회가 한국에서도 진행될 예정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었다. 유학생 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3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여울마당로에 모여 촛불 추모집회를 진행한다. 집회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29일 오후 3시 기준 약 370명의 인원이 모였다. 해당 채팅방에서 한 중국인은 “한국도 선거를 통해 집권 정당이 바뀌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같다”며 “중국인들은 더 이상 정부와 국가를, 공산당과 중국을 헷갈리지 말라”고 남기며 중국 본토 시위에 연대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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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역 앞엔 국화-메모 가득… 끊이지 않는 추모 발길

    “아직 한 달밖에 안 됐잖아요. 충분히 슬퍼하기에는 짧은 시간 아닐까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에서 만난 이예빈 씨(29)는 “국가와 사회가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할 시간을 충분히 줬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추모 공간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추모 공간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A 씨는 “28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27일 오후 10시부터 5시간 동안 다른 자원봉사자와 함께 추모 공간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비닐을 쳤다”고 말했다. 비닐 안에는 색이 바랜 국화꽃 수백 송이와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 메모지가 가득했다. A 씨는 “주말의 경우 하루 2000명가량이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공간을 방문한 일본인 아사이 유야 씨(28)는 “어제 여행을 왔는데 뉴스를 통해 이태원 참사를 알고 있었다”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싶어 잠시 들렀다”고 했다. 현장의 자원봉사자는 희생자 유족들 역시 종종 추모 공간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흘 전 늦은 저녁에도 딸을 잃은 부부가 이곳을 방문해 멀리서 쳐다보다 별안간 딸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당시 발생한 유실물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센터에 보관 중이었지만 13일 유실물센터가 철수하면서 현재는 서울 용산경찰서 문서고로 옮겨졌다. 유류품은 28일 현재 900여 점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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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가구 지정됐는데도 ‘복지 사각’ 모녀 또 비극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던 모녀가 세 들어 살던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모녀는 전기료를 5개월 이상 체납했지만 정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의 허점 탓에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65)와 딸(36)이 숨진 채 집주인에게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은 모녀의 집 앞엔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고지서에는 올 5∼10월 전기요금 총 9만2430원, 6∼10월 도시가스요금 3만4550원이 체납됐다고 나와 있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는 “월세가 밀렸다”는 집주인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모녀의 냉장고 안에서는 덩그러니 남은 빈 반찬통과 함께 케첩과 두어 줌의 쌀만 발견됐다. 모녀는 적지 않은 부채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의 한 주택 앞에서는 모녀 앞으로 발송된 약 8000만 원의 카드대금 미납 고지서가 발견됐다. 모녀는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다. 모녀 이름으로 된 통신요금과 주민세, 지방세 미납 고지서 등도 가득 쌓여 있었다. 모녀는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녀가 살던 건물에 입주했던 A 씨는 “엄마와 따님 두 분이 조용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만 했다. 본보 취재 결과 모녀는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체납, 금융 연체 등으로 위기 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있는 광진구의 복지 담당자는 모녀가 실제 살지 않아 만나지 못했고, 실거주지인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신촌 모녀’ 前세입자 명의로 전기료 체납… 생활고 파악 한계 ‘복지 사각’ 또 비극 집 앞엔 공과금 미납 고지서 수북석달전 ‘수원 세모녀’ 사건 닮은꼴숨진 모친, 중학교 교감으로 퇴직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위기 정보 34종 중 하나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린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 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다. 한전은 과거 세입자가 요금을 체납했다고 보고 복지부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엉뚱한 이전 세입자가 정부의 복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상 전 세입자 명의로 체납 내역이 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 납부 명의자가 거주자와 다른 경우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특정 주택에 전기요금이 체납됐다면 명의자와 무관하게 주소지 기준으로 위기가구 존재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요금 미납으로 한전 측 직원이 서대문구의 모녀 집을 방문했지만 이 직원도 모녀를 만나지 못했다. 서대문구청은 해당 주소지를 서류상 ‘무(無)거주지역’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모녀는 건강보험료 등 다른 체납 정보를 바탕으로한 올해 7월과 9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에서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선정 내용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광진구)로 통보됐다. 광진구는 올 8월 25일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안내를 위해 모녀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올 8월 ‘수원 세 모녀’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모녀가 부채와 생활고의 늪에 빠지게 된 경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숨진 모친은 경기 지역에서 1982∼2006년 교사로 근무했고,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최근 3년간 거주지를 4번 옮겨 다녔다. 광진구 관계자는 “숨진 모친의 남편을 수소문해 연락해 봤으나 ‘연이 끊겼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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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개 구역 나눠 인파 분산… 2만6000명 거리응원, 사고 ‘0’

    24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거리 응원에 예상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은 2만6000여 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운집했지만 응원은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종료됐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높아진 경각심이 ‘무사고 응원’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첫 경기가 열린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응원단 ‘붉은악마’ 측이 예상했던 8000여 명을 훨씬 뛰어넘는 시민이 몰렸다. 그러나 서울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광장에서의 사고는 경기 시작 전 한 응원객이 넘어지면서 찰과상을 입은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대 이송, 구조 요청 건은 한 건도 없었다. 경찰청 역시 이날 오후 7시∼이튿날 오전 1시 거리 응원 관련 112 신고가 전국에서 총 11건 접수됐지만 모두 소음·교통불편 등의 내용이었고 구조요청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응원에 앞서 경찰은 광화문광장을 5개 구역으로 나누고 인파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안내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모여들자 광장과 차로를 구분하던 울타리를 일부 걷어낸 뒤 세종대로 2개 차로의 차량을 통제하고 응원을 위한 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세종대로 양방향 7개 차로 모두를 통제해 응원 공간을 더욱 넓혔다. 이날 거리 응원은 붉은악마 측 341명, 경찰 690명, 소방 50여 명, 서울시와 종로구 측 300여 명 등 1400여 명이 안전 관리에 나섰다. 시민들 역시 질서정연했다. 경기가 끝난 뒤 구획별 순차 퇴장 안내도 순순히 따랐다. 거리 응원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경각심 때문인지 모두들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거리 응원 때마다 되풀이됐던 쓰레기 무단 투기도 이날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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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사각’ 모녀 또 비극…집 앞엔 다섯 달 밀린 가스비 고지서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던 모녀가 세 들어 살던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모녀는 전기료를 5달 이상 체납했지만 정부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의 허점 탓에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11시 22분경 서울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 채모 씨(65)와 딸 김모 씨(36)가 숨진 채 집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은 모녀의 집 앞엔 각종 공과금 미납 고지서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고지서에는 모녀는 올 5~10월 전기요금 총 9만2430원을, 6~10월 도시가스요금 3만 4550원이 체납했다고 나와 있었다. 현관 신발장 위에는 “월세가 밀렸다”는 집주인의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모녀의 냉장고 안에는 덩그러니 남은 빈 반찬통과 함께 케첩과 두어줌 가량의 쌀만 발견됐다. 모녀는 적지 않은 부채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의 주택 앞에는 모녀 앞으로 약 8000만 원의 카드대금 미납 고지서가 발견됐다. 모녀는 2020년 4월부터 한동안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다. 이 집 앞에도 모녀 이름으로 된 통신요금과 주민세, 지방세 미납 고지서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녀는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녀가 살던 건물에 입주했던 A 씨는 “엄마와 따님 두 분이 조용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만 했다. 집주인은 “1년 전 이사온 뒤 (나와는) 개인적 교류는 없었다”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모녀는 거주지인 서대문구와 주민등록상 주거지인 광진구 모두에서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체납, 금융연체 등으로 위기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광진구의 복지담당자는 모녀가 실거주하지 않자 발길을 돌렸고,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주소지에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34종 위기정보의 하나인 ‘전기요금 체납’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린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다. 한전은 과거 세입자가 요금을 체납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엉뚱한 이전 세입자가 정부의 복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상 전 세입자 명의로 체납 내역이 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요금 납부 명의자가 거주자와 다른 사례는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서대문구청은 해당 주소지를 서류상 ‘무(無) 거주지역’으로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요금 미납으로 서울 서대문구의 모녀의 집을 방문한 것은 한국전력공사 측 요급수납 직원뿐이었지만 이 직원도 모녀를 만나지 못했다. 모녀는 건강보험료 등 다른 체납정보를 바탕으로 올해 7월과 9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에 따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선정 내역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광진구)로 통보됐다. 광진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올 8월 25일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안내를 위해 모녀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모녀가 부채와 생활고의 늪에 빠지게 된 경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숨진 모친은 경기 지역에서 1982~2006년 교사로 근무했고, 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녀는 최근 3년 간 거주지를 4번 옮겨 다녔다. 광진구 관계자는 “숨진 모친의 남편을 수소문해 연락해봤으나 ‘연이 끊겼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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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김의겸 “거짓이면 유감”… 與 “의원직 사퇴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사진)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에 윤 대통령 등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을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봤다고 주장한 첼리스트 A 씨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4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국정과 관련한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짓말을 입고 달고 사는 ‘흑석거사’ 김 의원은 이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생사람 잡는 일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가히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내려야 할 ‘거짓말 자판기’ 김의겸 대변인과 ‘더불어거짓당’”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이제 파도가 밀려났고 책임질 시간”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김 의원은 사과하실 필요없다”며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질 음모론에 올라타고 부추긴 이재명 대표 등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해당 내용은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 측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남자친구가 새벽에 전화해 왜 늦게 오냐고 추궁하자 A 씨가 당시 상황을 모면하려고 순간적으로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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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용품 규제 첫날… 카페선 “손님이 원해” 식당선 “몰랐다”

    “식당, 카페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설거지가 지옥처럼 힘들다는 뜻에서) ‘설거지옥’이라는 말이 있어요. 손님이 많이 몰리는 점심에는 현실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이 어려워요.” 식당 등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이날부터 카페, 식당 등에선 일회용 종이·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편의점과 제과점 등은 일반 비닐봉투를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백화점 등에서 비 오는 날 제공했던 우산용 비닐도 금지된다. 다만 1년 동안은 계도기간으로 규칙을 어겨도 과태료(300만 원 이하)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현장에선 제도를 모르는 손님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점주 때문에 규정이 유명무실한 곳이 상당수였다.○ “일회용품 대체품 못 찾아”이날 취재팀이 서울 종로·중랑·용산·영등포·중구 등의 식당 및 카페 13곳과 편의점 8곳을 둘러본 결과 식당, 카페 13곳 전부와 편의점 3곳은 여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제공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영등포구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은 손님들이 쓸 수 있도록 플라스틱 빨대를 매대 위에 가득 쌓아둔 채였다. 용산구의 유명 햄버거 체인 매장, 밀크티 매장 역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했다. 밀크티 매장 직원은 “아직 대체용 빨대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영등포구 커피전문점 점주 김연주 씨(27)는 “손님들이 종이 빨대는 흐물거린다고 싫어해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도 일회용품을 그대로 쓰는 곳이 많았다. 서울 중구의 한 국수가게는 정수기 옆에 종이컵 수십 개를 쌓아두고 있었다. 종업원 이모 씨(57)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 줄 몰랐다”고 했다. 일부 편의점에선 여전히 일반 비닐봉투를 제공 또는 판매하고 있었다. 편의점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GS리테일, 세븐일레븐은 “지난달부터 일반 비닐봉투 대신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봉투만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중랑구의 한 편의점은 한 손님이 비닐봉투를 요구하자 일반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며 “원래 안 되는데 오늘만 드린다”고 했다. ○ “계도기간, 그대로 일회용품 쓸 것”가게 상당수는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에는 일회용품을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종로구에서 소고기 전문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는 “적발돼도 어차피 과태료가 나오지 않는데 당장 종이컵 사용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 카페 점주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그대로 제공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규제를 품목별로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등포구에서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진성 씨(37)는 “아이스크림은 손님들이 매장 내에서 먹다가 갖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회용기에 담아도 상당수는 일회용 컵으로 옮기게 된다”며 “다회용기 사용의 실익이 적은 업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환경부에는 이날 제도 시행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부분 ‘매장 내에서 어떤 품목을 써도 되느냐’ 같은 문의가 많았다”며 “제도가 정착하도록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도 및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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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의겸 “청담동 술자리 거짓이라면 유감”…한동훈 “법적 책임 묻겠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지 한 달 만에 윤 대통령 등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을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봤다고 주장한 첼리스트 A 씨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4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국정과 관련한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짓말을 입고 달고 사는 ‘흑석거사’ 김 의원은 이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생사람 잡는 일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가히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내려야 할 ‘거짓말 자판기’ 김의겸 대변인과 ‘더불어거짓당’”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국회의원 뱃지 뒤에 숨어 선량한 국민들 상대로 거짓말하면서 해코지할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저질 음모론에 올라타고 부추긴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우상호 박범계 김성환 박찬대 장경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한다”도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해당 내용은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당시 자정이 넘은 시각에 해당 술집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휴대전화를 포렌식 등을 통해 A 씨가 실제 술집을 떠난 시간과 함께 있었던 사람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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