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완

이채완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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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정당팀 이채완 기자입니다.

chaewan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정당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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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판결11%
대통령8%
국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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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 버린 한국 아버지, 30년간 원망했지만”… 라이베리아 청년의 ‘아빠 찾기’

    “제 아빠를 찾아주세요. 1980년대에 아프리카에 왔고 성은 강씨예요.” 2019년 3월 경기 안산시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아빠를 만나고 싶다”며 30대 초반의 남성이 찾아왔다.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라이베리아 출신인 그는 ‘서관우’라는 이름도 자기 스스로 지은 것이라고 했다. 관우는 피부색이 흑인에 가까웠지만 분명 한국인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는 라이베리아식 억양의 영어로 나직하게 말했다. “당시 대우건설에서 라이베리아로 파견을 왔던 한국인 강모 씨를 찾고 있어요.”“정보가 그게 다예요?” 박선영 변호사가 그에게 물었다. 관우는 서류 3장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라이베리아에서 가져온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자신과 어머니의 출생증명서였다. 아버지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박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었다.“서울에서 김철수 찾기보다 막막하네…”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국으로 떠난 아버지1988년 라이베리아에서 태어난 관우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 사진조차 없다. 1980년대 대우건설과 협력사들은 라이베리아에 도로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하며 노동자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관우의 아버지 강 씨는 그때 파견된 노동자였다. 강 씨는 한국에 처자식이 있었지만 당시 18세의 고교생이던 라이베리아인 여성을 6개월간 만났다. 이 여성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 강 씨는 “고향에 가족이 있어서 배 속의 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1988년 관우가 태어났을 때는 강 씨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강 씨는 이듬해 라이베리아에서 내전이 시작되자 관우의 어머니와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당시 라이베리아에는 독일과 레바논 등 여러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이 있었고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 자녀를 낳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 상당수는 그렇게 낳은 아이들을 책임진 반면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2004년 라이베리아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출산도 하기 전 이 남성이 한국으로 떠나버려 홀로 딸을 키워왔던 크리스티나 도 씨(41)는 “한국 남성들은 한국에서 결혼을 한 상태였음에도 현지 여성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애가 태어나면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혼외자식을 특히 수치스러워하는 문화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유전자 검사 가는 길,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관우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점점 더 닮아갔다. 학교에서 아시아계 혼혈아는 관우가 유일했다. 동급생들은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밝은 그를 “주인과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고 놀렸다.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1847년 세운 나라인 라이베리아에서 이 말은 심한 욕이었다.“엄마, 나 왜 이렇게 생겼어요?” 관우는 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에게 물었다. 친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어머니는 극심한 내전 속에서 간신히 생계를 꾸리며 관우를 키웠다. 관우는 “도망간 아버지가 평생 원망스러웠고 동시에 그리웠다”고 했다. 라이베리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관우는 29세가 된 2017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자라는 내내 없었던 아버지를 꼭 찾고 싶었어요. 나의 절반을 이루는 한국의 문화도 경험하고 싶었고요.” 한국에 가기 위해 몇 년간 돈을 모았지만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을 경유해 한국에 도착하는 항공권을 사고 나니 남은 돈은 30만 원이었다. 일단 라이베리아인 지인이 있는 광주로 내려갔다. 여러 관공서를 전전했지만 아버지 성이 강 씨라는 것 외엔 아무 정보가 없어 도움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선 돈부터 벌어야 했다. 공장 일, 과수원 일, 택배 상하차, 치킨 배달 등 가리지 않고 했다. 광주, 경기 안산시, 경남 밀양시, 서울 충무로 등 전국을 오갔다. 오전 1시에 퇴근해 눈만 붙이고 오전 5시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짬짬이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들과 단체를 수소문해 메일을 보냈다. 2년 만인 2019년 기회가 찾아왔다. 공익 사건에 무료 조언을 해주는 세계한인법률가회였다. 관우를 담당했던 박 변호사는 “성만 아는 30년 전 인물이라면 영영 못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3개월이 되도록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경찰관의 말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출입국관리소 기록은 거의 영구적으로 남아있어요.” 강 씨의 출입국 기록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부랴부랴 법원에 출입국관리사무소(현 출입국·외국인청)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시점도 특정하기 어려워 1980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라이베리아에 입국한 모든 한국인의 이름을 조회하기로 했다. 2주 뒤 결과가 나왔다. 1980년대 라이베리아를 오간 강 씨 성을 가진 남성은 딱 한 명이었다. 박 변호사는 특정된 강 씨의 현재 주소를 찾아 관우가 친자임을 입증하는 소송의 소장을 보냈다. 관우는 마침내 아버지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열린 첫 재판에 아버지는 출석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평생 나를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구나 싶어서 좌절감이 들었어요.” 법원은 서울대 의대 법의학연구소에 관우 부자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강 씨에게도 검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연락했지만 그가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검사 당일인 2020년 2월 관우가 법의학연구소 검사실로 가는데 누군가 불쑥 말을 걸어 왔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던 노년의 남성이었다.“혹시 한국말 잘해요?”“조금 알아요. 그런데 Who are you(누구세요)?”“I am your 아버지(내가 너의 아버지야).” 관우 입에서 “진짜?”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강 씨는 눈물을 흘리며 관우를 껴안았다. 강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얼굴이 나를 닮아 내 핏줄이란 걸 보자마자 알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집에 소장이 온 것을 숨겨서 재판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관우는 “아버지를 만나면 ‘당신을 30년간 미워했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너무 반갑고 행복했다”고 말했다.전 재산 처분한 돈으로 한국 왔는데… 관우처럼 한국인 친부를 만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라이베리아에는 최소 수십 명의 한국계 사생아들이 있지만 한국 땅을 밟는 것조차 어렵다. 역시 한국인 아버지를 둔 라이베리아인 프린스 현보 심 씨(30)도 가까스로 2018년 한국에 도착했지만 이후 여정은 순탄치 않다. 현보는 1993년 라이베리아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아버지 심모 씨와 라이베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작 15세였던 어머니는 당시 40대였던 심 씨가 어머니의 가족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며 결혼을 밀어붙이자 부모의 요구에 못 이겨 심 씨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현보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공부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싶었지만 남자에게 갇히고 말았다”고 말하곤 했다. 어머니는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세 남매를 낳았다. 심 씨는 남매에게 한국 이름을 붙였다. 어머니는 공주와 왕자처럼 자라라며 ‘프린세스’와 ‘프린스’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불렀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내전과 함께 무너졌다. 심 씨는 내전이 터지자 홀로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갔고 연락은 영영 끊겼다. 현보의 어머니는 내전 속에서 어린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구걸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동네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했다. 현보는 “누나와 여동생은 다른 집에 맡겨졌다. 삼남매가 흩어져 살면서 남은 음식을 받아먹는 등 개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현보에게 “너희 엄마는 하얀 남자와 결혼했는데 왜 그렇게 가난하냐”고 놀렸다. 학교도 중퇴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현보는 직업훈련을 알아보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연수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한국에 가서 아버지를 찾을 절호의 기회였다. 현보는 갖고 있던 차와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장의 기계를 4000달러(약 508만 원)라는 헐값에 몽땅 처분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아버지를 찾아 묻고 싶었다. “왜 우리를 이런 고통 속에 살게 했나요. 우리가 100% 한국인이었어도 버렸을 건가요.” 현보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 석 자와 부산 출신이라는 점뿐이었다. 2018년 11월 연수생들의 공동 숙소가 있는 경기 의정부시에 도착하자마자 현보는 부산으로 향했다. 생전 처음 느끼는 영하의 한기와 낯선 풍경이 그를 맞았다. 현보는 “라이베리아에서는 사람을 찾을 때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건너건너 금방 알 수 있었다. 한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모두 바빠 보였다”고 말했다. 현보는 부산역에 내린 뒤 한동안 역 앞 광장에 멀뚱거리며 서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용기를 내 근처 옷 가게에 들어갔지만, 말문이 막혔다. 점원은 가만히 서 있는 그를 수상하게 쳐다볼 뿐 말도 걸지 않았다. 결국 현보는 역 주변을 한두 시간 서성이다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그는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던 직장에서 가까워진 한국인 동료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냉담했다. “한국에선 혼외자식이 드러나는 걸 싫어해. 너희 아버지도 그럴 거야.” 전 재산을 처분하고 한국에 왔던 현보는 3개월의 연수 기간 동안 아버지에게 단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한 채 라이베리아로 돌아갔다.“한국어 공부하곤 싶지만 돈은 언제 벌어요”관우는 법적으로 아버지 강 씨의 친자임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또 다른 벽 앞에 서있다. 강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국적은 라이베리아다. 두 부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통화를 하지만 강 씨의 부인과 자녀들은 관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관우의 ‘멘토’이자 경기 평택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라이베리아 여성 크리스티나 도 씨는 기자에게 “관우가 거둔 건 슬픈 승리”라며 “현실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서류상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녀 역시 내전 이전에 한국인 남성을 만나 딸을 낳았지만 홀로 양육하다 2008년 딸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관우의 다음 목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다. 그는 “평생 고생하신 어머니를 한국에 모셔오려면 안정적인 신분과 직장, 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법상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미성년 자녀에게 자동으로 한국 국적이 주어지지만, 성인이 된 이후 한국인의 자녀로 확인된 경우는 다르다. 관우가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한국어 능력과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귀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해운업체에서 일주일에 많게는 6, 7일 일하는 관우에겐 만만치 않은 시험이다. 그는 “일이 불규칙해 새벽에 나가야 할 때도 많고 지방 곳곳을 다닌다”며 복잡한 일정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귀화 시험 응시자용 교육 프로그램도 주로 주말에 열리다 보니 주말 근무가 잦은 관우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아직 초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3년 전 관우가 일했던 평택시의 주점 사장 윤인철 씨는 “여직원들이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걸 보고 관우도 나를 오빠라고 부르곤 했다”며 웃었다. 현재 관우의 직장 상사인 박청진 씨도 “관우는 성실한 직원이지만 가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관우는 “저도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싶지만 그러면 돈을 벌 수가 없다”고 했다. 관우가 사는 원룸의 책상에는 기초 한국어 학습서가 10권 넘게 쌓여 있지만 끝낸 책은 거의 없었다.“두 돌 아들은 고통 안 겪게 해주고 싶어요.”관우는 2년 전부터 아프리카계 한국 혼혈아들을 알음알음 초대해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관우와 라이베리아에 있는 현보를 연결하는 것도 바로 이 그룹이다. 가입자는 어느덧 30명을 넘었다. 관우는 아버지를 찾기까지의 과정, 한국의 비자 발급 방법, 한국계 사생아 관련 기사 등을 매주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을 전혀 하지 않고 않다. 법무부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아프리카 국가별 한국계 사생아 현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 국민의 잘못으로 고통받아 온 청년들이 가족을 찾고 싶어도 문화적 언어적 제도적으로 거의 길이 막혀 있다는 건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보에겐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은 아들이 있다. “제 아들만큼은 제가 겪었던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 자랐으면 해요. 저는 전혀 누리지 못했던 한국의 교육, 복지 혜택을 제 아들은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한국에 가서 정착하고 싶은 이유예요.” 그는 한국에서 친부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를 찾아서, 내가 당신 때문에 겪은 그 모든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자랐다는 걸 보여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가 제 아내와 아들을 만났으면 해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손자에게 증명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평택=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평택=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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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 클린턴, 컬럼비아대 교수 된다…“국제정세 가르칠 것”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76)이 올 가을학기부터 미 컬럼비아대 교수로 강단에 선다. 5일(현지 시간) 컴럼비아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 총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에서 학생들에게 국제정세에 대해 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린저 총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며 공공분야에서 4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며 “컬럼비아대의 공공서비스 관련 연구와 교육, 사명 등에 기여할 수 있는 탁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대안을 연구하는 ‘컬럼비아 월드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하려는 컬럼비아대의 교육 방침과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소명의식에 크게 공감한다. 이러한 노력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이 대학에서 법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는 그의 외동딸 첼시(43)가 보건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곳이기도 하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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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을 것 찾아 바다 뛰어든 로힝야 난민, 물고기에 먹힌듯” [사람, 세계]

    “살이 썩어 뼈가 보였습니다. 저는 배에서 죽을 거라 생각했어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하이트몬 네사 씨는 인도네시아 북부 아체주(州) 보호소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다섯 살 난 딸 움메 살리마도 함께 울고 있었다. 이 모녀는 지난해 11월 25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대규모 난민캠프를 떠나 로힝야 난민 200여 명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목선에 올랐다. 네사 씨는 4일 미국 CNN방송에 “아이가 교육받는 것이 내 유일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캠프 생활에는 희망이 없었다”며 열악한 캠프를 떠난 이유를 말했다.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1000달러(약 120만 원) 넘게 지불하고 오른 배는 일주일 예정의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엔진이 꺼졌다. 남은 것은 3일 치 식량과 빗물을 받아둔 양동이 10여 개가 전부였다. “여남은 명의 남성이 먹을 것을 찾으러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물고기에 먹힌 것 같아요. 식수가 떨어지자 목이 너무 마른 어떤 아이는 바닷물을 퍼마셨어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숨졌죠.” 난민들은 위성전화로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 열흘가량 먹지도 못했다”고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알렸다. 캠프에 있던 다른 가족들과 구호기관이 인도 스리랑카 정부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한 달이 흘렀고 26명이 숨졌다. 시신은 배 밖으로 던졌다. 지난해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어부들과 지역 당국이 구조에 나선 끝에 배는 아체 해변에 닿을 수 있었다. 배에 오른 200여 명 중 생존자는 174명이었다. 네사 씨 모녀를 비롯한 난민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인도네시아가 이들을 추방할 확률은 낮지만 보호소 생활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네사 씨는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캠프에 남겨 두고 온 일곱 살짜리 첫째 딸 생각에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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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크아이’ 레너, 폭설에 갇힌 운전자 돕다 중상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슈퍼히어로 호크아이로 잘 알려진 배우 제러미 레너(52)가 폭설로 도로에 갇힌 운전자를 돕다가 중상을 입었다고 3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레너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두 차례 수술 후 회복 중인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CNN에 따르면 레너는 1일 미국 네바다주 리노시 자택 인근 도로에서 눈을 치우다가 다쳤다. 이날 리노 일대에는 눈이 15∼30cm 내렸고 일부 지역은 최대 적설량 45cm를 기록했다. 레너 자택 인근 도로에도 차량 13∼20대가 눈에 파묻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너는 도로에 갇힌 운전자를 돕기 위해 집에서 제설기를 가지고 나오다가 갑작스레 시동이 걸려 작동하는 제설기에 부딪혔다. 레너는 가슴 부위를 크게 다치는 등 상반신에 각종 외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헬리콥터로 병원에 옮겨진 레너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레너의 친구 힐러리 시브 리노시장은 “레너는 늘 거주지에 제설기를 보관했다. 항상 내게 먼저 전화를 걸어 필요한지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레너는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고 후 처음으로 자신의 근황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 속 그는 병상에 누워 코에 산소 줄을 걸고 있고 얼굴에는 짙은 피멍과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보였다. 레너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신 여러분 감사하다. (글을 쓰려고) 문자판을 치기에는 상태가 너무 엉망이지만 모두에게 사랑을 보낸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호크아이로 인기가 높지만 영화 ‘허트 로커’(2008년) ‘컨택트’(2010년)로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연기파 배우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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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매체 “한국 국력, 日 제치고 세계 6위”

    미국 순위조사 전문매체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NWR)’가 매년 발표하는 ‘최고의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10개 세부 지표 중 ‘국력(power)’ 부문에서 6위를 차지했다. 다만 삶의 질, 기업 개방성, 경제 발전 가능성 등 10개 지표를 종합한 전체 순위에서는 20위였다.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조사한 USNWR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22년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 군사 외교 대중문화 등의 힘을 포괄한 국력 순위에서 2021년(8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2021년 6위였던 일본이 한국과 자리를 바꿔 8위로 내려앉았다. USNWR는 한국이 식민 지배, 6·25전쟁, 군부 독재 등의 굴곡을 겪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기금의 첫 수혜자에서 기금 기부자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1960년대부터 꾸준한 경제 성장을 거듭해 현재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가 됐으며 삼성 현대 기아 같은 대기업을 보유했다고도 언급했다. 국력 부문의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5위 안에 들었다. 전체 순위에서는 기업 개방성 등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스위스가 1위에 올랐다. 독일, 캐나다, 미국, 스웨덴이 5위 안에 자리했다. 한국의 순위는 2021년(15위)보다 5계단 하락한 20위로 집계됐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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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日 제치고 ‘세계서 가장 강력한 국가’ 6위”

    경제 군사 외교 등의 지표를 합산해 평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조사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 국제사회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했고 세계 최대 경제국가 중 하나로 도약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USNWR)는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 등을 포괄한 국가 영향력을 조사해 순위를 발표했다. USNWR이 매년 발표하는 이 순위에서 한국은 2021년(8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2021년 6위였던 일본이 한국과 자리를 바꿔 8위로 내려앉았다. USNWR은 한국이 식민 지배, 6·25전쟁, 군부 독재 등의 굴곡을 겪었음을 언급한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기금의 첫 수혜자였지만 기금 기부자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했다. 이어 1960년대 이후 꾸준한 성장 및 빈곤 감소를 경험했고 현재 전체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이 세계 최대의 국민 총저축과 외국인 투자 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엔, 주요 20개국(G20),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세계무역기구(WTO) 등 많은 국제기구의 회원국”이라고 했다. 삼성 현대 기아 같은 세계적 대기업을 보유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장 강력한 국가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5위 안에 자리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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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진 사임’했던 베네딕토 16세 前교황 선종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 향년 95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매우 고결하고 친절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그를 교회와 세계에 선물한 신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애도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해 사흘간 공개한다. 장례 미사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05년 제265대 교황에 올랐다. 2013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독일 뮌헨대와 프라이징대에서 철학, 신학을 공부했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53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1969년 뮌스터대, 프라이징대, 튀빙겐대 강단에 섰다. 1977년 추기경에 임명됐고 1981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바티칸에 입성했다. ‘진리의 수호자’란 사목 표어처럼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에 위배되는 사상과 무신론 등과 맞서 싸웠다. 프랑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10개 언어에 능통해 ‘21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렸다. 집필한 책만 60권이 넘는다. 예수의 실체를 둘러싼 각종 주장을 반박한 ‘나자렛 예수’는 ‘반(反)다빈치 코드’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었고 고양이를 좋아했다. 역대 교황들이 와인을 즐겼지만 독일 출신인 고인은 맥주 애호가였다. 보수 성향의 고인은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는 2019년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으로 제작됐고 동명의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자 힘썼다”고 애도했다. 명동대성당에는 이날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됐고 전국 성당에도 분향소가 설치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2일 공식 분향소를 설치한다.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은 7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고인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뮌스터대에서 학생신부로 유학할 당시 교수로 그를 가르쳤다. 2006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같은 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천주교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믿음과 원칙에 따라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라고 추모했다. 한편 고인의 선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이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문제로 사임 가능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전임 교황이 2명일 경우 신임 교황에게 부담이 돼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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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여왕’ 美앵커 바버라 월터스 별세

    각국 지도자와 유명인의 단독 인터뷰로 유명한 미국의 스타 앵커 바버라 월터스(사진)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향년 93세. 그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의 모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을 만나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렸다. 1929년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월터스는 세라로런스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방송계에 투신했다. 초기 조사 요원, 작가 등으로 일하다가 진행자로 변신해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1976년 ABC방송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 ‘이브닝뉴스’의 공동 앵커가 됐다. 소위 ‘황금 시간대’(프라임타임)에 배치되는 전국 단위 저녁 뉴스에서 여성 앵커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어서 여성 방송인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연봉 역시 타사 앵커의 2배 수준인 100만 달러였다. 이후 ‘바버라 월터스 스페셜’ ‘20/20’ ‘더뷰’ 등을 진행했다. 정치인 외에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유명 배우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을 살해한 마크 채프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불륜을 저지른 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 등을 만났다. 1999년 르윈스키 인터뷰는 약 7400만 명이 시청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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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 새 변이 자료 감춰”… 日 “중국發 항공편, 홋카이도行 금지”

    “중국 정부로부터 새로운 변종 출현 관련 ‘유전자 배열 자료’를 제공받을 수 없는 데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경 개방을 선언한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심사 강화 대책을 미국이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봉쇄 정책 폐지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새로운 변종 출현을 우려하고 있다.○ 美 “中 변이 자료 미공개로 입국 규제 검토”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코로나19 급증 상황과 바이러스 관련 데이터를 포함해 투명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자료가 없으면 새로운 변종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중국 국경 개방에 따른 미국 내 코로나19 변이 전파에 대한 우려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통계 자료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검역 규제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인도는 23일 ‘인근 국가인 중국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을 근거로 중국과 홍콩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감염 추적 및 감시 조치를 강화했다고 블룸버그가 28일 전했다. 대만은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발 모든 여행객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한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27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중국발 입국자에게 PCR 검사를 요청한다.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 전원을 상대로 PCR 검사를 실시해 양성 판정자는 7일간 지정 시설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아예 중국발 항공편이 홋카이도,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지방 도시 공항에 도착하는 걸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홍콩 유력 일간지 밍(明)보는 “현재 많은 홍콩인들이 홋카이도 등지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홍콩으로 돌아오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中 “왜 우리 국경 개방만 문제 삼나” 반발중국이 미국과 일본 등 각국으로 확산되는 입국 규제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가 중국의 코로나19 자료의 불투명성을 입국 제한 조치 강화 검토의 핵심 이유로 제시한 만큼 미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입국 규제 강화에 대해 “방역 정책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적 교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중국이 적절한 시기에 국경을 개방했는데도 일부 국가가 다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코로나19 새 변이 출몰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관광을 재개하려 하자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국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며 “서방은 개방해놓고 왜 중국의 국경 개방 조치를 문제 삼나”라고도 했다. 홍콩 유력 영문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버드대 의대와 마카오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앞으로 3개월 내 중국 인구의 89.3%에 달하는 12억700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 확대, 서방 백신 수입, 치료제 보급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6개월간 약 150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SCMP는 28일 “(중국의) 내년 전체 항공 이용객 수가 2019년의 70%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9편인 한중 간 항공노선을 내년 1월 15편까지 늘린다. 내년 한국행 중국인 여행객 수는 20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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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에 갇힌 한인들… 도움 손길 내민 美부부

    미국으로 신혼여행 온 최요셉 씨(27) 부부와 한국인 단체 관광객 일행은 23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뉴욕주 버펄로시 외곽 윌리엄즈빌을 지나고 있었다. 1시간 전부터 눈보라가 퍼붓더니 목적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30분 앞두고 차량이 눈에 파묻혔다. 승합차 문을 가까스로 열고 나온 최 씨가 앞에 보이는 집 문을 두드렸다. “실례지만 삽을 빌릴 수 있을까요?” 알렉산더 캠파냐 씨(40) 부부가 영하 12도 날씨에 눈에 갇힌 차량과 그 안에서 초조하게 있던 한국인 9명을 바라봤다. 그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최 씨와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다. “(폭설로 유명한) 버펄로 주민으로서 이번 눈은 차원이 확실히 달라요. 이번 폭설은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 최대 빌런)급’이라니까요.” 최 씨 부부를 비롯해 딸과 여행 온 부부, 현지 유학생과 그 어머니,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이 주춤주춤 집으로 들어섰다. 캠파냐 씨 부부는 이 낯선 한국인들에게 소파, 침낭, 매트리스가 충분한 침실 3개를 내어줬다. 예상 밖의 환대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한국인들은 그날 밤 한국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최 씨는 26일 통화에서 “각자 가져온 한국 식재료를 너 나 할 것 없이 하나둘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국 레스토랑에서 첫 데이트를 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캠파냐 씨 부부 집에는 고추장, 간장, 참기름에 김치, 밥솥까지 있었다.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이 속속 준비됐다. 다음 날 저녁에도 근사한 한식들이 식탁에 올랐다. 캠파냐 씨 부부는 미 뉴욕타임스에 “뜻밖의 인연으로 만난 이분들 덕분에 한국 음식 조리법을 제대로 알게 됐다. 정말 특별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25일 도로 제설 작업이 끝나면서 최 씨 일행은 마중 나온 차량에 올랐다. 캠파냐 씨 부부와 컵라면에 밥까지 먹은 뒤였다. 최 씨 부인 클레어 씨는 갖고 있던 한국산 마스크팩을 모두 부부에게 건넸다. 최 씨는 “내가 한국에서 낯선 외국인들을 이렇게 대접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며 “예상치 못한 ‘눈 참사’가 맺어준 인연 덕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캠파냐 씨 부부는 “절대 이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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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폭풍에 고립된 韓 관광객들 집으로 불러 환대해준 미국인 부부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최요셉 씨(27) 부부와 단체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 일행은 23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뉴욕 외곽 작은 도시 윌리엄스빌을 지나고 있었다. 1시간 전부터 굵은 눈보라가 날리기 시작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승합차를 몰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이들은 목적지를 30분 정도 앞두고 눈에 파묻혀 오도가도 못했다. 승합차 문을 가까스로 열고 나온 최 씨가 앞에 보이는 집 문을 두드렸다.“실례지만 삽을 빌릴 수 있을까요?” 집주인 알렉산더 캄파냐 씨(40)와 부인 안드레아 씨가 문을 열었다. 영하 12도 날씨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캄파냐 씨는 눈에 갇힌 차량과 그 안에서 초조하게 앉아 있던 한국인 관광객 9명을 바라봤다. 그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최 씨와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다. “(폭설로 유명한) 버펄로 주민으로서 이번 눈은 차원이 확실히 달라요. 폭설 중에서도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 속 최대 빌런)급’이라니까요.” 최 씨 부부를 비롯해 딸과 여행 온 부부, 현지 유학생과 그 어머니,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이 멈칫멈칫 캄파냐 씨 집으로 들어섰다. 캄파냐 씨 부부는 이들에게 따뜻한 물과 커피부터 건넸다. 그리고 침실 3개를 내어줬다. 방마다 충분한 소파 침낭 매트리스가 있었다. 주인 부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그날 밤 한국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최 씨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가져온 한국 식재료들을 누가 말할 것도 없이 하나둘 내놓았다”고 말했다. 현지 한국 레스토랑에서 첫 데이트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캄파냐 부부 집에는 고추장 간장 참기름에 김치, 밥솥까지 있었다. 제육볶음 닭도리탕이 속속 만들어졌다. 다음날 저녁도 근사한 한식 메뉴들이 식탁에 올랐다. 캄파냐 부부는 “뜻밖의 인연으로 만난 손님들 덕분에 한국 음식 조리법을 제대로 알게 됐다. 정말 특별한 축복이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25일 도로 제설 작업이 끝나면서 최 씨 일행은 마중나온 차량에 올랐다. 캄파냐 부부와 컵라면에 밥까지 먹은 후였다. 최 씨 부인 클레어 씨는 가지고 있던 ‘한국산‘ 마스크팩을 모두 캄파냐 부부에게 건넸다. 최 씨는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눈 속에 고립돼 위험했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낯선 외국인들을 이렇게 환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며 “예상치 못한 ‘눈 참사’가 맺어준 인연 덕분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캄파냐 부부는 “절대 이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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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폭설-강풍 동반 ‘폭탄 사이클론’ 강타… 바이든, 1억명 성탄여행 앞두고 “자제를”

    미국에서는 북극의 찬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 ‘폭탄 사이클론’이 곳곳을 강타해 폭설과 한파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 50개 주 중 48개 주에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17일부터 23일까지 폭설로 최소 9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영 NHK방송이 보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22일 북서부 몬태나주의 산악 지대에서 기온이 한때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 역시 32년 만의 최저치인 영하 31도를 찍었다. NWS는 미국 전역에서 100개 이상의 최저 기온 기록이 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력이며 전 인구의 약 60%인 2억 명이 영향권 안에 든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뉴욕, 텍사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주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속속 선포했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중부 캔자스주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다. 인근 오클라호마주에서도 폭풍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와이오밍주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100건 이상의 차 사고가 발생했고, 아이오와주에서도 4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미 북부를 관통하는 ‘90번 고속도로’의 약 300km에 달하는 구간이 강풍과 눈보라로 폐쇄됐다. 정전 피해도 잇따라 남부 텍사스주에서만 한파 등으로 약 8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 자동차협회(AAA)는 연말연시인 이달 2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약 1억1300만 명이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 또한 22, 23일 양일간 4400여 편의 항공편 결항을 포함해 총 1만5000편이 지연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날씨가 매우 위협적이고 심각하다”며 여행 계획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어릴 때 알던 그런 날씨가 아니다. 제발 날씨 경보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NHK에 따르면 21일 북동부 아키타현 유리혼조에서는 80대 남성이 지붕에서 제설 작업을 하다 추락한 뒤 눈에 파묻혀 숨졌다. 20일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에서도 20대 여성이 눈에 파묻힌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홋카이도섬 오토이넷푸촌에는 24시간 동안 168cm의 눈이 내렸다. 야마가타현 오쿠라촌(164cm), 아오모리현 스카유(151cm) 등에도 엄청난 눈이 왔다. 이로 인해 일본 고속도로 15곳의 58개 구간에서 통행이 금지됐고 20개 철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6시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100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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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영하 45.6도’ 폭탄 사이클론 피해 속출…日선 폭설로 최소 8명 사망

    미국에서도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이 곳곳을 강타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 50개 주 중 48개 주에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17일부터 23일까지 폭설로 최소 8명이 숨지고 4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영 NHK방송이 보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22일 북서부 몬태나주의 산악 지대에서 기온이 한때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 역시 32년 만의 최저치인 영하 31도를 찍었다. 기상청은 미 100여개 지역에서 최저 기온 경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력이며 전 인구의 약 60%인 2억 명이 영향권 안에 든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뉴욕, 텍사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주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속속 선포했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중부 캔자스주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다. 인근 오클라호마주에서도 폭풍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와이오밍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100건 이상의 차 사고가 발생했고, 아이오와에서도 4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미 북부를 관통하는 ‘90번 고속도로’의 약 300km에 달하는 구간이 강풍과 눈보라로 폐쇄됐다. 정전 피해도 잇따라 남부 텍사스주에서만 한파 등으로 약 8만 가구가 정전됐다. 항공 대란도 이어졌다. 미 자동차협회(AAA)는 연말연시인 이달 2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약 1억1300만 명이 최소 80km 이상의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 또한 22,23일 양일간 4400여 편의 항공편 결항을 포함해 총 1만5000편이 지연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날씨가 매우 위협적이고 심각하다”며 여행 계획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어릴 때 알던 그런 날씨가 아니다. 제발 날씨 경보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NHK에 따르면 21일 북동부 아키타현 유리혼조에서는 80대 남성이 지붕에서 제설 작업을 하다 추락한 뒤 눈에 파묻혀 숨졌다. 20일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에서도 20대 여성이 눈에 파묻힌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다가 폭설로 차량 내 공기 순환이 안 돼 일산화탄소 중독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22일 홋카이도섬 오토이넷푸촌에는 24시간 동안 168cm의 눈이 내렸다. 야마가타현 오쿠라촌(164cm) 아오모리현 스카유(151cm) 등에도 엄청난 눈이 왔다. 이로 인해 일본 고속도로 15곳의 58개 구간에서 통행이 금지되고 20개 철도 노선에서 운행이 중단됐고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6시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10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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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헨 중앙銀, ‘메시 지폐’ 발행 검토중”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35)의 얼굴이 자국 화폐에 새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21일(현지 시간) 멕시코 언론 엘피난시에로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메시의 얼굴을 1000페소(약 7300원) 지폐에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메시의 등 번호가 10번임을 감안해 ‘10’으로 시작하는 1000페소에 그의 얼굴을 넣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바이블’은 메시의 얼굴이 들어간 화폐의 예비 도안까지 공개했다(사진). 앞면에는 메시의 얼굴과 이름이 있다. 뒷면에는 이번 우승 직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표팀의 모습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뒷면에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도한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44)의 애칭 ‘라 스칼로네타’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시의 얼굴이 진짜로 화폐에 새겨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내부에서 나온 장난스러운 제안에 불과하다며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러나 고질적인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차원에서도 검토할 만한 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몇몇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메시 지폐’가 국민들의 화폐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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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폐에 메시 얼굴이?…아르헨, 기념 주화 발행 검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35)의 얼굴이 자국 화폐에 새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978년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 당시 승리의 주역 디에고 마라도나의 얼굴이 들어간 기념 주화를 발행했다. 21일(현지 시간) 멕시코 언론 ‘엘피난시에로’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메시의 얼굴을 1000페소(약 7300원) 지폐에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메시의 등 번호가 10번임을 감안해 ‘10’으로 시작하는 1000페소에 그의 얼굴을 넣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바이블’은 메시의 얼굴이 들어간 화폐의 예비 도안까지 공개했다. 앞면에는 메시의 얼굴과 이름이 있다. 뒷면에는 이번 우승 직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표팀의 모습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뒷면에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도한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44)의 애칭 ‘라 스칼로네타’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시의 얼굴이 진짜로 화폐에 새겨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 내부에서 나온 장난스러운 제안에 불과하다며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러나 고질적인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차원에서도 검토할 만한 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몇몇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메시 지폐’가 국민들의 화폐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78년, 1986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수차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고물가, 실업 등이 여전해 국민 고통이 상당하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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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비밀경찰서’ 국내 운영 의혹에… 정부합동 실태 파악나서

    정부가 해외에 있는 반(反)정부 성향 중국인을 감시한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의 ‘해외경찰서’의 국내 운영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 및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 조직과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최근 국내에도 비밀경찰서가 운영되고 있다는 흐름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경찰서의 위치, 수, 운영 방식 등을 면밀하게 살핀 뒤 정보 당국 간 소통을 통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권은 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사안으로 주재국과의 사전 협조 없이 특정 국가가 몰래 수사를 하거나 사정기관을 설치할 경우 주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공관이 설립된 장소 외의 다른 곳에 공관의 일부를 구성하는 사무소를 설치하려면 주재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운영했을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앞서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최소 세계 53개국에서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비밀 해외경찰서를 102곳 이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중국 장쑤성 난퉁(南通)시 공안국이 2016년부터 한국 등 29곳에서 스테이션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 시설들이 외국에 사는 중국인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 같은 서류 작업에 행정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밀경찰서는 사실에 기초한 폭로가 아니다. 대사관에 파견된 중국 공안이 그 일을 할 뿐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별도로 설치한 비밀경찰서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도 19일 자민당 외교부회 등 합동회의에서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에 “만일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활동이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용인할 수 없으며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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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B-2 폭격기 전체 비행 중단… 안전결함 점검

    미국 공군이 최근 오작동으로 비상 착륙했던 B-2 스텔스 폭격기(사진) 20대의 전체 비행을 19일 중단했다. 핵을 탑재할 수 있는 B-2 폭격기는 B-52H, B-1B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로 꼽힌다. 인도태평양에 정기적으로 배치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에도 배치됐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B-2 폭격기를 운용하는 미 공군 제509폭격비행단은 안전 결함 점검을 위해 B-2 폭격기 전체의 비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10일 B-2 한 대는 비행 중 고장으로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 부대에 비상 착륙했다. 착륙 후 화재까지 발생했지만 곧 진화돼 부상자는 없었다. 제509폭격비행단 측은 “무엇이 잘못됐고 향후 위험을 어떻게 줄일지 평가하고 있다. 안전 조사가 마무리되면 비행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또 다른 B-2 1대가 압력체계 이상으로 착륙 기어가 부서져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비상 착륙했다. 당시 기체가 멈출 때까지 날개 한쪽이 질질 끌려 최소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1989년부터 비행한 B-2 폭격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신년 축제이며 내년 1월 초에도 실시되는 ‘로즈 퍼레이드’, ‘로즈 볼 게임’ 행사에 참여해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었다. 이번 이륙 금지 명령으로 내년 행사에는 B-1 폭격기가 대신 비행하기로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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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이상 한파에 99명 저체온증 사망… 日 북동부엔 역대 최대 224cm 폭설

    대만과 일본에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이 몰아쳐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아열대 기후로 난방 시설 등이 부족한 대만에서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가 속출했고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폭설 피해가 심한 일본에서는 제설기에 깔리거나 눈에 파묻혀 숨지는 사례가 속속 보고됐다. 19일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16, 17일 양일간 북부의 수도 타이베이와 타오위안에서 각각 20명, 13명이 숨졌다. 남부 가오슝에서도 13명이 사망하는 등 대만 전역에서 저체온증으로 99명의 비외상성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틀간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사례도 121건에 달했다. 대만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지만 최근 이상 한파로 5∼8도까지 떨어졌다. 난방이 어렵고 겨울철 습도가 높아 실제 체감 온도는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심정지 환자 급증과 사망자 증가 등의 원인이 한파 때문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를 원인에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1월에도 이틀간 한파로 126명이 숨졌다. 2018년 1월 말에도 나흘간 이상 저온으로 타이베이에서 28명, 중부 장화에서 18명 등 모두 13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노인이었고 상당수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라니냐 현상’, 전 세계 온난화 여파 등으로 올 12월 기온이 예년보다 낮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21일쯤 차가운 대륙성 기단이 한 번 더 대만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해 추가 인명 피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북동부를 중심으로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기록적인 눈이 내렸다. 야마가타 등에서는 최대 224cm, 니가타 등에서도 최대 187cm의 눈이 쌓여 각각 관측 후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이날 야마가타현에서는 78세 남성이 제설기에 깔려 숨졌다. 아키타현에서는 73세 남성이 눈에 파묻혀 숨졌고 심폐 정지 사례 등도 보고됐다. 후쿠시마에서는 고속철 신칸센이 눈에 미끄러져 정지 위치를 160m 넘게 지나쳤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신칸센 한 대는 폭설에 따른 정전으로 4시간 동안 멈췄다. 20일에는 니가타현 인근 국도에서 800대 넘는 차량이 갇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야마가타, 후쿠시마 등 6개 현에서는 1만7400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보고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은 피하라”고 당부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또한 이날 자위대를 재해 현장에 긴급 파견해 제설 및 구조 작업을 지시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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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리 “유엔, 인권 관심 부족… 난민특사 그만둘것”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47)가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유엔난민기구(UNHCR)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앞서 졸리가 유엔이 인권 침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한 지 6개월 만이다. 16일(현지 시간) 졸리는 UNHCR와 공동 성명을 내고 “20년간 유엔과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이제 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민들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직접 현지 난민단체와 접촉해 소통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난민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졸리가 UNHCR를 떠나는 것은 최근 유엔이 인권 침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졸리와 가까운 익명의 관계자는 NYT에 “졸리가 유엔 밖에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졸리는 올 6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미 시사주간지 타임 기고에서 “유엔이 설립된 방식 때문에 갈등과 박해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은 희생되고 있다. (유엔은) 강대국 이익과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주장했다. 졸리는 이어 “유엔은 현지 단체와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데 관심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2001년 UNHCR와 인연을 맺은 졸리는 2012년 특사로 임명돼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를 비롯해 세계 분쟁지역 60곳 이상을 현장 방문해 난민 문제에 관한 세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올 들어 졸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3월 그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소아과병원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난민 청소년들을 만났다. 4월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의료시설에 입원 중인 아이들 및 자원봉사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 대표는 “졸리는 전 세계에서 난민 권리를 옹호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지자로 꼽힌다. 수십 년간 이어진 그의 봉사, 헌신, 그리고 난민을 위해 만들어낸 변화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난민을 위해 일할 그를 응원한다”고 밝혔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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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젤리나 졸리, UN과 결별 선언…“현지 난민단체와 직접 소통하겠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47)가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유엔난민기구(UNHCR)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앞서 졸리가 유엔이 인권 침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한 지 6개월 만이다. 16일(현지 시간) 졸리는 UNHCR과 공동 성명을 내고 “20년간 UN과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이제 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민들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이라며 “이제 직접 현지 난민 단체와 접촉해 소통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난민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졸리가 UNHCR을 떠나는 것은 최근 유엔이 인권 침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졸리는 올 6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미 시사주간지 타임 기고에서 “유엔이 설립된 방식 때문에 갈등과 박해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은 희생되고 있다. (유엔은) 강대국 이익과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주장했다. 졸리는 이어 “유엔은 현지 단체와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데 관심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졸리와 가까운 익명의 관계자는 NYT에 “졸리는 유엔 밖에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2001년 UNHCR과 인연을 맺은 졸리는 2012년 특사로 임명돼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를 비롯해 세계 분쟁지역 60곳 이상을 현장 방문해 난민 문제에 관한 세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올 들어 졸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3월 그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소아과병원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난민 청소년들을 만났고 4월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의료시설에 입원 중인 아이들 및 자원봉사자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 대표는 “졸리는 전 세계에서 난민 권리를 옹호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지자로 꼽힌다. 수십 년간 이어진 그의 봉사, 헌신, 그리고 난민을 위해 만들어낸 변화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난민을 위해 일할 그를 응원한다”고 밝혔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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