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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미국 정부에 한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을 배제한 채 흑연 등 핵심 광물을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2일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흑연 등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밝혔다. 현대차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은 구형 흑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0%, 합성흑연은 69%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 달라”고 미 정부에 제안했다. 앞서 미 정부는 FEOC로 지정된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조달해 제작한 전기차에는 IRA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면서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는 올해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 중인 약 13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와 하마스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측이 제안한 인질 석방 및 휴전안을 전면 거부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요구에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를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인질 생명은 도외시한 채 지지 기반인 극우층 입맛만 고려한 강경책을 고수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질 가족들은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천막을 치고 연일 “당장 석방 협상을 시작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도 높은 지상작전에도 ‘하마스 궤멸’이라는 네타냐후 내각의 목표와 달리 하마스 대원의 일부만 제거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협상 불가” vs 하마스 “인질 죽을 것”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 ‘괴물’들이 제시한 협상 조건을 거부한다. 이스라엘인의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우리 병사도 헛되이 쓰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자신들 또한 인질을 풀어주고 휴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를 반드시 소탕해야 한다. 살인자와 강간범도 풀어줄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에 반발했다. 이들은 관저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당일 인질이 된 사람들이 벌써 107일째 포로 생활 중”이라며 “당장 석방시키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가자지구는 물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이 완전한 안보 통제권을 가지겠다며 “타협하지 않겠다. 총리로 있는 한 이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도 인질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 간부 사미 아부 주흐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 종료를 거부하면 하마스 인질의 귀환 가능성 또한 없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16쪽짜리 성명을 통해 지난해 10월 자신들의 선제 공격이 “이스라엘의 탄압에 맞서는 정상적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이 대거 희생되고 인질까지 납치한 것은 “우발적 사태”라고 변명했다.● 하마스 소탕 지지부진… 회의론 고조 인질 석방과 하마스 소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과 달리 실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2만5000∼3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하마스 대원 중 20∼30% 수준인 1만여 명만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하마스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익명 보도를 전제로 뉴욕타임스(NYT)와 접촉한 이스라엘 장군 4명은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목표는 양립할 수 없다. 하마스 궤멸을 위한 전투가 장기화하면 인질들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또한 “군사작전으로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NYT가 검토한 이스라엘군 문서에 따르면 군은 당초 지난해 12월까지 가자지구의 3대 도시인 가자시티, 칸유니스, 라파에서 ‘통제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인 현재까지도 라파로 진격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2인자’ 야히야 신와르, 군사 지도자 모하마드 데이프 등도 여전히 살아있다. 이스라엘군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신와르와 데이프 사살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미국 정부에 한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을 배제한 채 흑연 등 핵심 광물을 단기간에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22일 미국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8일 미국 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흑연 등 특정 핵심 광물에 대해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고 밝혔다. 현대차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은 구형 흑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0%, 합성흑연은 69%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 달라”고 미 정부에 제안했다. 또 배터리 가격에서 핵심 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10% 미만이면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 도입도 요청했다.앞서 미 정부는 FEOC로 지정된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을 조달해 제작한 전기차에는 IRA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하면서 중국 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는 올해부터,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국내 배터리업계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초토화” 발언, 북한의 수중 핵무기 체계 시험 주장 등 최근 북한의 군사 위협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북한의 전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수사(修辭)로 보느냐, 실제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 “핵 능력을 비롯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정권의 책임자가 그런 말을 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수중 핵무기 발사 주장에는 “현재 정보가 부족해 진위를 판별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이 이웃 국가와 지역을 위협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북한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전쟁 사용 등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미국, 한반도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의 14∼18일 방러 소식을 전하며 “푸틴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며 “가장 친근한 벗을 최상 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또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방북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극우 진영에서 미셸 오바마(60)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체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란 음모론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측근들이 극우 매체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가 이른바 ‘민주당 쿠데타’를 통해 고령 리스크로 끝없이 공격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밀어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미셸 오바마 출마설은 ‘민주당은 변덕스러운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의 꼭두각시에 불과해 지령에 따라 행동한다’는 음모론이 가지를 쳐 생겨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미국 정치책략가 로저 스톤(72)은 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내가 지난 2년간 말해왔듯 2024년 민주당 대선후보는 미셸 오바마가 될 것”이라며 “그가 입지를 다지는 것을 보라”며 27초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미셸은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집 ‘자기만의 빛’ 홍보차 촬영한 인터뷰로 보이는 영상에서 “누가 우리의 리더가 될지 걱정돼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다음날 전 폭스뉴스 앵커 출신 메건 켈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대담에서 “미셸 오바마가 정치에 발을 들이려고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이자 친트럼프 논객으로 활동하는 빅터 데이비스 핸슨과 대담했다. 그러나 미셸은 ‘자기만의 빛’ 출간 직후 공개한 71분짜리 넷플릭스 대담 다큐멘터리에서 출마설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자 “나는 단 한 번도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적이 없다. 정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야 할 수 있지만 내 마음에는 정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출마설을 제기한 스톤은 2016년 트럼프 후보의 대선캠프 비선 참모다. 그는 트럼프 대선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 혐의로 40개월 형을 받았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면해줬다. 2020년 대선 때는 선거 불복 시나리오를 고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NYT는 “극우 진영에서는 미셸이 성전환 여성이라는 음모론,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암살한 후 돌연사로 발표할 것이라는 음모론 등도 널리 퍼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13일 치른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40.1%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같은 당 차이잉원 총통의 뒤를 잇게 되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나왔고, 승리 요인에 대한 분석도 접하셨겠지만, 실제 유권자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대만 사람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11~13일 타이베이시에서 취재하며 25명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유권자를 찾아다니다 덩달아 대만의 선거철 문화도 경험했습니다. 선거를 축제, 나들이, 동네 마실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下편’에는 선거철 문화를 담아 ‘민진당 지지자들의 3일’이라는 기사를 전할 예정입니다. 모든 인터뷰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뽑으실 건가요? 왜요?”○ 선거 2대 이슈 ‘양안 평화-정치 개혁’우선, 대만 유권자들과 이야기 나눈 결과를 요약할까 합니다. 구체적인 대만 현지 취재 내용은 뒤에 붙였습니다. 사진이 많고 글도 많습니다. 집권 민진당(라이칭더)과 제1야당 국민당(허우유이) 지지자들의 경우 총통을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꼽은 기준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였습니다. 양측 모두 ‘양안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평화’인지에 대한 인식,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에 있어 다른 관점을 가진 것입니다. 민진당 지지자들은 라이 당선인이 차이 총통의 기조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을 높게 샀습니다. 부총통 당선인 샤오메이친(蕭美琴·53)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샤오 당선인은 ‘주미국 대만대사’ 격인 미 워싱턴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를 2020~2022년 지내며 유연함을 강조하는 ‘전묘(戰猫·고양이 전사) 외교’로 중국에 맞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에 상관 없이 민생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인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는 끝없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꼽았습니다.제2야당이자 제3지대인 민중당(커원저) 지지자들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습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을 견제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커원저가 이끄는 제3지대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소 모호한 커 후보의 양안 관계 입장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만 정치 지형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대통령이 정당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고 양당제 또한 굳건합니다.이번 선거로 대만이 ‘다당제 시대’에 돌입한 점도 주목할 법합니다. 총통 선거에서 커 후보는 26.4%의 득표율을 거뒀습니다. 제3후보로는 역대 최대 득표율입니다.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51석)과 국민당(52석)이 국회 과반(57석)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앞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민중당(8석)과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대만에서 양당제 체제가 깨진 것은 직선제를 실시한 1996년 이후 처음입니다. 국민당은 민진당이 잃은 지역구 10석을 모두 뺏어왔습니다.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등 수도권 의석이 대부분입니다.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에 6.6%포인트 차로 졌습니다. ○ “친중 안된다. 이렇게까지 ‘귀향투표’하는 이유”선거 이틀 전인 11일부터 선거 당일 13일까지 사흘간 유권자를 찾아다녔습니다. 유세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유권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유세에 나가지는 않더라도 꼭 투표할 유권자를 찾아 공항, 기차역, 투표소에 갔습니다. 11일 오후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대만인 위니 웡 씨(63). 영국에서 입국했다고 합니다. 은퇴하고 영국에서 1년간 지냈다고 하네요. 그가 입국한 이유는 총통 선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이 ‘첫 투표’라고 합니다. 위니 씨는 중년인데…. 어찌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홍콩인이었다”고 합니다. 2017년부터 대만 이민 준비를 해 2022년 마침내 귀화했다고 합니다.▽위니라이칭더를 뽑을 거예요. 부통령 후보 샤오메이친하고 조합이 좋아요. 대만은 세계로 나아가야 해요. 중국 본토에 의존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홍콩인으로서 봤잖아요. 이번 선거는 대만 운명의 분기점이 될 거예요. 다른 당이 당선되면 대만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됩니다.이날 입국장은 유독 붐볐습니다. 대만의 선거 제도 때문입니다.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합니다. 후커우(戶口·호적)가 있는 곳에서 투표해야 합니다. 대만에서 선거날은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과도 같습니다. 10일 화상 인터뷰를 한 하이디 다이 씨(30)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만 선거를 위해 귀국했습니다. 학교가 이미 8일 개강했지만 하이디 씨는 대만 타이베이시 본가에 있었습니다. 교수님들께 첫 주 수업을 빠지기로 양해를 구했다고 합니다. 하이디 씨는 “친중 후보가 당선되면 안돼서 이렇게까지 투표한다. 중국에 의존할수록 대만은 불안정해진다.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의 외교 역량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입국장에서 만난 루(呂)모 씨(49)는 ‘타이상(臺商·중국 진출 대만 기업인)’입니다. 대만 기업이 중국 광둥성 선전에 둔 제조업 원자재 공장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입국해 가족들과 푹 쉴 거지만 투표도 꼭 할 거라고 합니다.▽루국민당을 뽑아야죠. 전 국민당 당원이예요. 국민당이 대륙과 관계를 잘 처리해요. 보다 온화하고 매끄럽게요. 중국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차이잉원이 중국과 관계를 제대로 처리 못해서 회사 매출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총통은 민진당, 지역구는 일 잘하는 국민당”선거 전날에는 유권자를 찾아 타이베이역으로 갔습니다. 한국의 서울역 같은 곳입니다. 대만은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하듯 부재자 투표도 불가능합니다. 대합실에서 만난 헤드헌터 리이루이(李依叡·36) 씨도 고향 타이중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이루이라이칭더가 좋은 건 아닌데, 라이칭더를 뽑을 거예요. 총통에게 가장 중요한 건 중국과 너무 가깝지 않은 것입니다. 입법의원(국회의원)은 국민당을 뽑을 거예요. 우리 지역구를 위해 일을 잘한 후보가 나와요. 저는 일본에서 프로그래머로 7년을 일하다가 지난해 귀국했어요. 대만에 살며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 훈련하는 걸 보면 조금 무섭긴해요. 그런데 지금보다도 10년, 20년 뒤가 진짜 무서워요. 중국이 더 강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해요.미국도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해요. 트럼프가 1기 때 중국 견제를 위해 ‘약간 미쳤던(crazy)’ 건 좋았는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 걱정입니다. 미중 경쟁이 심할수록 대만 경제가 나빠져요.대학 야구점퍼를 입고 있던 신베이시 출신 닐 씨(19)와 타이중 출신 피터 씨(18). 둘은 물류학과 재학생인데 만 20세가 되지 않아 투표권이 없다고 합니다. 질문을 약간 바꿔 물었습니다.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누구를 뽑을지 물었습니다.▽닐커원저요. 유튜브에 쇼츠(60초 이내 영상)가 정말 많이 떠요. 그래서 정책도 대강 알아요. 실제로 총통이 될 것 같은 건 라이칭더예요. 제 느낌에 훨씬 이기고 있어요.허우유이(국민당)는 부총통 후보 자오샤오캉이 싫어요. 우리 또래는 집값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자오는 이걸 두고 “당선되면 집무실 자리에 사회주택을 지어주겠다”고 농담처럼 말해요. 청년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집값은 누가 당선돼도 해결 못한다”선거 날 낮 최고 기온은 23도,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선선했습니다. 타이베이시 중산구의 한 초등학교에 차려진 투표소로 갔습니다. 남편과 투표소를 찾은 주민 크리스티 팽 씨(32)와는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만인인데 한국어를 공부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크리스티중국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찍었어요. 후보가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닌데 중국과 대만이 평화를 갖기 원해서요. 라이칭더를 뽑았어요.(Q: 경제는 어떤 거 같아요?) 당분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잖아요. 집값, 할 수 없어요.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잖아요. 대만은 오르기만 해요. 거품이 심해요. 안 내려가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도 많고, 주변에서도 많이 고민하는데요. 부동산은 어쩔 수 없어요.크리스티 씨의 남편도 공감했습니다. 그러면서 “커원저를 타이베이 시장으로 두 번(2014, 2018년) 뽑았지만, 그가 8년 사이에 일국양제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의 변절에 대해 우리 또래는 알지만 1020은 모른다. 곧 그들도 커원저의 진짜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원저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이제는 유세장에서 만난, 보다 적극적인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선거 이틀 전인 11일 낮 유세가 열린 이곳은 타이베이 단수이(淡水)강 옆 다다오청마토우(大稻埕碼頭) 광장입니다. 한강시민공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차를 타고 순회 유세 중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곧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머리에 새싹 핀을 꼽은 학생 천잉잉(陣穎穎·22) 씨. 아침식사 식당을 운영하는 삼촌과 함께 유세장에 나왔습니다. 삼촌은 원래 제1야당 국민당 지지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당 체제 하에서)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며 지지 정당을 바꿨다고 합니다. 새내기 유권자 잉잉 씨의 이야기도 들어보죠.▽잉잉커원저는 국민을 속이지 않아요. 부패하지 않을 거예요. 타이베이 시장(2014~2022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지지하게 됐어요. 원래 저는 민진당 지지자였지만 대만의 자체 개발 ‘가오돤(高端) 백신’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제대로 조사 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어요. 커원저는 타이베이 시장을 하면서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거든요? 아무도 손을 못 대던 곳입니다. ‘타이베이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고?’ 커원저를 보면서 깨달았죠. 또 커원저는 회의록과 예산 사용 내역도 전부 공개했어요.○ “부총통을 ‘美대만대사’격 고른 것 훌륭하다”11일 저녁 총통부 앞 카이거란대로에서 사진으로만 접한 “수만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유세가 열렸습니다. 이날 민진당 유세에는 지지자 15만 명(당 추산)이 모였다고 합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유세 맛집’입니다. 이곳은 대규모 집회 단골 장소입니다. 카이거란대로 쟁탈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선거 전야에는 커원저의 민중당 집회가 열렸습니다. 카이거란대로는 왕복 10차선이라고 하니, 광화문광장이 세종대로(왕복 12차선)였던 시절과 비슷한 규모입니다.저는 평생 민진당을 지지했다는 30년 지기 60세 리우(劉)모 씨와 슈(徐)모 씨를 만났습니다. ▽리우, 슈라이칭더를 뽑아야죠. 차이 총통의 8년간 대만은 많이 바뀌었어요. 세계가 대만을 알게 됐어요. 그런 점에서 미국 대사격인 샤오메이친을 부총통 후보로 고른 건 가점을 줘야 해요. 대만은 중국이라는 흉포한 이웃을 뒀어요. 매우 걱정되지만 굴복하면 안돼요. 이번 선거로 대만이 위로 올라갈지, 뒤로 퇴보할지 결정돼요. 허우유이가 당선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중국 경제에 의존하게 될 거예요.차이 총통의 8년이 어땠나 물어봤더니 “페이창하오(非常好·훌륭하다)”라며 “3연임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리 가슴 속 총통 중 최고다. 라이가 차이 노선을 따라간다니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에너지가 발산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대만인들은 즐겁게 수다 떨고, 셀카 찍고, 손에 쥔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충분히 빨리 도착하지 못한 탓에 행사장 뒤편에 있어 열기가 다소 덜했지만요. 덕분에 지지자들과 대화하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에너지를 흡수만 해 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말을 붙여봤습니다. “샹강(香港)이예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실비아 씨(25), ‘홍콩 사람’이라고 합니다.▽실비아민주주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러 왔어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어요. 홍콩에는 민주주의가 없잖아요. 진짜 선거를 경험하고 싶어서 왔어요. 내일은 소수정당이 커피집에서 여는 행사를 구경 가요.대만은 지금 분기점에 있어요. 대만이 다음번 홍콩이 안 되면 좋겠네요. 홍콩에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지만 저는 계속 홍콩에 살고 싶어요. 본토에서 태어나 열네살에 홍콩으로 왔지만, 제 정체성은 홍콩인이에요. 옆에서 저희 대화를 듣고 있던 60대 린지아링 씨가 끼어듭니다. 둘이 대화를 나눕니다. 린 씨는 실비아 씨가 이렇게 말하자 크게 공감합니다. ▽실비아커원저가 말하는 중도요, 홍콩도 중도가 힘을 얻었던 때가 있어요. 그런데 친중으로 노선을 틀더라고요. 경제 의존도 심화했고요. 커원저를 보면 이들이 떠올라요.○ “대만 해협 양측은 평화롭다”선거 전날인 12일 저녁 찾아간 곳은 국민당 대규모 유세였습니다. 유세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대형 앰프로 음악을 틀거나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었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모였다보니 대화 소리가 겹겹이 쌓여 소음이 아주 컸습니다. 다같이 소풍나온 분위기였습니다. 인터뷰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 보이던 2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국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케빈대만 해협 양측이 평화롭기 때문에 지지한다.이날 허우 후보는 대만어로 연설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TV 토론회에서도 대만어로 말했습니다. 대만어는 대만 표준어 ‘국어(國語)’와 다른데요. 대만에서 유학 중인 한 한국인 유학생은 “표준어와 제주 방언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당이 허우 후보를 지명한 것을 두고는 친중(親中)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허우 후보는 중국과 연이 없는 후보입니다. 허우 후보의 가족은 장제스(蔣介石) 대만 초대 총통이 중국 공산당과 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만으로 물러나기 이전부터 대만에 산 내성인(內省人) 출신입니다. 또 그는 평생 경찰로 일하며 중국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거 기간 대만어를 최대한 많이 사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선거 기간 허우 후보는 “대만해협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과 소통하는 동시에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방문해서는 양안 관계 전략으로 ‘억지, 대화, 긴장완화’라는 ‘3D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허우 후보를 비롯해 세 후보 모두 미국과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중국에 대하는 자세에서 이견이 있는 것입니다. ○ “대만이 세계에 더욱 개방되길 원한다”토요일인 13일 오후 4시에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대만은 한국보다 개표가 빨리 진행됩니다. 오후 8시를 앞두고 민진당 라이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습니다. 오후 8시 30분으로 예정된 당선 기자회견을 10분 앞두고 민진당 선거대책본부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장(張)모 씨 가족은 20대 딸과 부모님이 함께 나왔습니다. 기분이 어떤지 물으니 “매우 행복하다. 올바른 사람을 선택했다. 중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라이를 선택한 대만인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친구와 둘이 나온 릴리 씨(50)에게 라이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것을 묻자 “대만이 앞으로 세계에 더욱 개방되어 세계가 대만을 더 잘 이해하길 바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모든 민주국가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전 세계 76개국이 대선, 총선을 치른다 해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주요국 첫 선거였던 대만 총통 선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친미,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전 세계는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셈법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목소리에서 보셨듯 대만인들은 이 선거가 자국의 앞날,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후보를 지지했든 진지했습니다. 이제 이는 라이 당선인과 대만 정치인들의 몫이 됐습니다. 라이 후보는 당선 연설에서 “선거 결과는 국민이 ‘유능한 정부’와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을 기대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 새로운 여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두 경쟁 후보의 정견과 주장을 깊이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적지 않은 청년층이 커원저의 민중당에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들의 마음을 다시 사는 것이 민진당과 국민당 두 당 모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강한 제3당이 생겨야 양당의 마인드가 달라진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13일 투표소에서 만난 웨슬리 텡 씨(40·회사원)가 한 말입니다. 그는 “커원저가 패배하더라도 민중당은 대만 정치를 바꾸는 ‘청류(清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만 정치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그의 염원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타이베이·타오위안·신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전용기의 결함으로 인해 대체 항공기를 조달해 미국 워싱턴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는 보잉 737 기종을 개조한 것이다. 18일 미 CNN은 “블링컨 장관과 취재진은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워싱턴행 ‘보잉 C-40’에 탑승했지만 이륙 전 치명적 결함이 발견돼 결국 비행기에서 내려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했다”고 전했다. 결함은 산소 누출과 관련된 고장으로 전해졌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예정보다 몇 시간 늦게 돌아왔지만 업무 수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출장에 동행한 참모진과 취재진은 다른 상업 항공편을 이용했다. 미 공군 소속 보잉 C-40은 보잉 737 기종을 개조한 여객기로 부통령, 영부인, 국무장관이 사용한다. 블링컨 장관은 15~19일 WEF 참석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이번 고장은 알래스카항공 보잉기 사고 12일 만에 발생했다. 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이륙 10여분 만에 벽면 패널 부품인 ‘도어 플러그’가 분리돼 기내에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났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 737의 차기 기종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자 예견됐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라이 당선인은 15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당부해 벌써부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같은 날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밝혀 묘한 기류를 짐작하게 했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은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이란 강경 메시지도 내놓았다.● 라이 당선인 美 대표단 만나… 中 반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우루 공화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단교 의미를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톈중광(田中光) 대만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나우루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1980년 공식 수교한 이후 2002년 단교했다. 그 후 3년 뒤인 2005년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당시 국교가 재개됐다가 19년 만에 다시 단교하게 됐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과테말라 파라과이 바티칸 팔라우 등 세계 12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라이 당선인 취임과 맞물려 대만 압박을 위한 중국의 외교 행보가 지금보다 더 가속화되면 대만 수교국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이 당선인은 같은 날 미국의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 “미국이 계속해서 대만을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미 대표단은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됐다. 라이 당선인은 이들을 만나 “대만은 이제 ‘세계의 대만’”이라며 “대만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들리 전 보좌관은 “대만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 빛나는 모범이 됐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확고하고 원칙적이며 초당적”이라고 화답했다.● 라이 취임까지 양안 ‘4개의 파고’ 이날 대만 중앙통신사는 “5월 20일까지 대만은 ‘4개의 시점(時點)’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이 시점들마다 대만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명절) 연휴 직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무원(행정부) 대만사무판공실의 첫 연례 회의다. 대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대만사무판공실은 이 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대만 정책 초안을 마련한다. 여기서 얼마나 강도 높은 정책과 표현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만 압박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3월 초에 예정된 중국공산당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두 회의를 합쳐 ‘양회’라고 부른다. 전국인대에서는 주요 정책을 확정하고 별도의 성명 등을 발표할 수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게 되는데 여기서 대만 관련 언급이 반드시 포함된다. 네 번째는 5월 20일 예정된 라이 당선인 취임식이다. 중국은 이미 “재집권에 성공한 민진당이 대만 다수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빌미로 라이 당선인의 취임 자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또 만일 취임식에 외국 사절이 참석할 경우 중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만을 포위하는 등 군사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선거의 해’인 2024년 주요국 첫 대선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대만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외교·군사 수단을 총동원해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만해협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직간접적 파장이 불가피한 한국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이날 득표율 40.1%(558만6019표)를 얻어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득표율 33.5%·467만1021표)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득표율 26.4%·369만466표)를 제쳤다. 이로써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2024년 세계 선거의 해,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거뒀다”라면서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중 민주주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이 친미·반중 노선과 친중 노선의 대결 구도에서 전자를 택했다는 뜻이다. 또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 중국의 군사 위협을 의식한 듯 “대만 국민이 외부 세력(중국)의 개입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고 자평했다. 라이 당선인의 승리 원인으로 중국의 위협,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대만은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는 발언 등이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민진당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은 커 후보의 선전 또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나 야권 지지 성향 표를 분산시켰다. 다만 민진당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어 국민당(52석)에 제1당을 내줬다. 라이 당선인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데다 의회에서도 제2당으로 밀려 정국 운영은 물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며 그의 승리를 반겼다. 중국은 “민진당은 대만 주류 민심과 괴리가 있다. 조국 통일은 필연”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대만은 이미 주권국이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외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줄곧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됐을 때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MVP(최우수 선수)”라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맞서겠다는 뜻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이런 라이 당선인의 선거 승리를 막기 위해 선거 과정 내내 군사 위협, 구두 경고 등을 가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중국의 공세가 오히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투표 열흘 전인 2일 대만 언론 롄허보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인 5%포인트였다. 실제 투표에서 1, 2위 간 격차는 6.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광부 아들→의사→총통 당선 라이 당선인은 1959년 수도 타이베이 인근 작은 마을 완리에서 태어났다. 광부였던 그의 부친은 라이 당선인이 태어난 지 95일 만에 탄광 사고로 숨졌다. 그의 어머니가 홀로 라이 당선인을 포함한 6명의 자녀를 키웠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인 그는 국립 대만대 의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고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타이난에서 4선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타이난 시장, 행정원장(총리)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총통에 올랐다. 부인과 두 아들, 손자가 있다. 라이 당선인은 역시 반중 성향으로 유명한 차이 총통보다 대만 독립에 대한 열망이 더 높은 ‘대독파’로 꼽힌다. 타이난 시장 시절인 2014년 처음 중국 본토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금기로 여기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거론하며 “톈안먼 시위는 애국운동”이라고 했다. 또 중국식 병음 표기를 거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시 공용어에 영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남부 가오슝 유세 현장에서는 “‘92 공식’(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양측의 구두 합의)을 받아들이는 건 대만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외쳤다. 이런 그를 중국은 ‘배신자’ ‘말썽쟁이’ ‘분열주의자’로 부르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習 믿어야” 마잉주, 반중 정서 결집시켜 선거 직전 제1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신습론(信習論)’ 발언도 되레 민진당에 호재가 됐다. 마 전 총통은 최근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양안 관계가 좋아지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당 허우 후보마저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거세진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주장해 대만인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국민당 지지층은 선거 패배 확정 직후 마 전 총통의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패배의 주범’이라는 댓글을 달며 비판했다. 외신 또한 중국의 거듭된 위협이 오히려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대만의 팔을 거듭 비튼 중국의 강경 행보가 오히려 대만 유권자로 하여금 중국을 넘어서야겠다는 열망을 키워줬다”고 분석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사진) 후보는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의 ‘장외 승리 주역’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협상 결렬 후 완주해 제3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다 표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분산시켜 라이 당선인에게 도움을 준 셈이다. 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26.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만 언론 롄허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 때의 지지율 21%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20, 30대 유권자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의 오랜 양당 체제를 깨고 ‘제3정당의 세력화’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커 후보는 라이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이다. 대학병원에서 30년 가까이 외과의사로 근무해 종종 ‘커 교수’로 불린다. 부인도 산부인과 의사다. 2014∼2022년 수도 타이베이에서 무소속으로 재선 시장을 지내며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의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타이베이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2019년 민중당을 창당했고 올해 총통 선거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후보 등록 직전 허우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 방침에 합의했지만 집권 후 권력 배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다. 국민당 지지자는 이런 그를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하지만 젊은층에서는 “각각 친(親)중, 반(反)중 이념만 강조하는 국민당과 민진당이 모두 지겹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타이베이 시민 천잉잉(陳穎穎·22·여) 씨는 “커 후보는 탐오(貪染·탐욕과 오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시장 재직 당시 회의록을 전부 공개했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커 후보는 13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일요일인 내일(14일)도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겠다”며 차기를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지지율이 낮은 총통 당선인을 보유하고, 입법원(국회) 제1당에서 제2당으로 전락해 ‘이중(二重) 소수’에 빠졌다.”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현지 언론 롄허보의 평가다. 민진당은 이날 총통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라이칭더(賴淸德) 당선인의 득표율은 40.1%에 그쳤다. 입법원 내 민진당 의석 또한 4년 전보다 10석이 줄어 제1야당 국민당에 원내 제1당 지위를 내줬다. 집권당 의석이 총 113석인 입법원 과반(57석)에 미달한 것은 입법원 의석이 현재 의석으로 확정된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1996년 총통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가며 8년씩 집권했던 공식 또한 깨졌다. 국민당은 제1당에 오르긴 했지만 민진당보다 불과 1석이 많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민진당과 국민당 모두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위해 8석을 얻은 제3당 민중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에 다음 달 1일 입법원장(국회의장) 선출 때 민중당이 어떤 당의 후보를 지지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입법원장 후보로 국민당에서는 2020년 총통 선거에 도전했으며 갖가지 논란을 몰고 다니는 한궈위(韓國瑜·67·사진) 전 가오슝 시장, 민진당에서는 유시쿤(游錫堃) 현 입법원장이 거론된다.● 국민당이 제1당… 16년 만의 여소야대 총통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국민당은 13일 11대 입법위원 선거에서 52석을 얻었다. 4년 전보다 14석이 많다. 반면 대권을 거머쥔 민진당은 10석을 잃은 51석에 그쳤다. 4년 전 5석이었던 민중당 의석은 8석으로 늘었다. 입법위원 선거에서 국민당의 승리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인물론이 중시되는 총통 선거와 달리 입법원 선거는 전국적 인지도가 낮아도 후보 개개인의 지역구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대(對)중국 강경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집권 8년간 민진당이 반중 정책을 강조하느라 민생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었다는 유권자의 불만도 상당한 상황이었다. 타이베이 시민 리이루이(李依叡·36·회사원) 씨는 12일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중국의 군사 위협 등을 우려하기에 총통 선거에서는 라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당 후보가 민진당 후보보다 일을 잘하고 지역구 사정에도 밝다고 했다. 민진당은 2022년 11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도 21개 지역에서 불과 5곳에서만 승리해 13개 지역에서 이긴 국민당에 참패했다. 이런 흐름이 이번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이어졌다. 차이 총통은 이번 유세 과정에서 “입법위원은 국정 운영의 동력”이라며 라이 당선인과 민진당 입법위원 후보를 모두 찍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국민당 전 총통 후보, 입법원장 가능성 그간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한궈위 전 시장이 입법원장에 오를지도 관심이 크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입법원에 입성하게 됐다. 한 전 시장은 2018년 민진당 텃밭으로 꼽히는 남부 가오슝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시장에 올라 큰 관심을 모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역시 대머리인 지지자를 유세장으로 불러모아 대머리를 강조하는 이색 퍼포먼스를 벌였다. 여세를 몰아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가 됐지만 과도한 친중국 성향 등으로 차이 총통에게 대패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총통 선거에만 신경 쓰느라 시정을 등한시했다”는 이유로 실시된 시장 파면 선거가 통과돼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와신상담한 그가 입법원장에 오르려면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에서 모두 선전한 민중당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총통 선거에 출마했던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주석은 13일 “민중당은 나의 1인 정당이 아닌 집단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15일 지지 후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번 한 표.”13일 오후 5시경 대만 타이베이 완화(萬華)구의 한 골목. 복덕방처럼 생긴 건물 1층 상가에서 우렁찬 외침과 복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치러진 총통 및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의 개표 현장이었다.투표소로도 운영된 이곳에서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개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가로 50cm, 세로 10cm 정도의 투표용지를 활짝 편 뒤 머리 위로 번쩍 들어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면 다른 관계자가 그 결과를 ‘바를 정(正)’ 자로 하나하나 적는 식이다.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한 대만에서는 한국처럼 전자 개표를 하지 않고 이처럼 수작업으로 일일이 개표한다.누구나 개표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대만 선거 제도의 특징이다. 선관위가 개표 관람증을 한정 배부하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완화구의 투·개표소에서도 주민 6명이 앉아서 개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고,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가던 다른 시민이 잠시 멈춰서서 현황을 지켜보기도 했다.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00만 명이나 이날 운영한 투표소는 1만7795개에 달했다. 2022년 대선 당시 한국이 운영한 투표소(1만4464개)보다 많다.대만은 부재자 투표가 불가능하고 자신의 고향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천(陳)모 씨(44)는 “현재 타이베이에 거주하지만 투표는 고향인 중부 타이중에서 했다”고 말했다.이 투표소로부터 100m 떨어진 민진당 소속 입법의원 후보의 사무소에서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이곳 역시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했고 출입문이 없었다. 타이베이 시민 린(林)모 씨(38)는 “대만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태동한 젊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번 한 표”13일 오후 5시경 대만 타이베이 완화(萬華)구의 한 골목. 복덕방처럼 생긴 건물 1층 상가에서 우렁찬 외침과 복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 치러진 총통 및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의 개표 현장이었다.투표소로도 운영된 이 곳서는 일반 시민도 모두 개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가로 50cm, 세로 10cm 정도의 투표용지를 활짝 편 뒤 머리 위로 번쩍 들어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면 다른 관계자가 그 결과를 ‘바를 정(正)’ 자로 하나하나 적는 식이다.1996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한 대만에서는 한국처럼 전자 개표를 하지 않고 이처럼 수작업으로 일일이 개표한다. 누구나 개표 작업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대만 선거 제도의 특징이다. 선관위가 개표 관람증을 한정 배부하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날 완화구의 투·개표소에서도 주민 6명이 앉아서 개표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고, 저녁거리를 사서 집에 가던 다른 시민이 잠시 멈춰서 현황을 지켜보기도 했다.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00만 명이나 이날 운영한 투표소는 1만7795개에 달했다. 2022년 대선 당시 한국이 운영한 투표소(1만4464개)보다 많다.대만은 부재자 투표가 불가능하고 자신의 고향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천(陳)모 씨(44)는 “현재 타이베이에 거주하지만 투표는 고향인 중부 타이중에서 했다”고 말했다. 이 투표소로부터 100m 떨어진 민진당 소속 입법의원 후보의 사무소에서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이 곳 역시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했고 출입문이 없었다. 타이베이 시민 리우(林)모 씨(38)는 “대만 민주주의는 거리에서 태동한 젊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첫 타자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대만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재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맞서 경제·외보·군사수단을 총동원해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만해협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직·간접적 파장이 불가피한 한국이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 당선인은 이날 득표율 40.1%(558만6019표)를 얻어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득표율 33.5%·467만1021표)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득표율 26.4%(369만466표)를 제쳤다. 이로써 민진당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라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2024년 세계 선거의 해,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거뒀다”라면서“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중 민주주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미·반중-친중 구도의 선거에서 민심은 친미·반중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또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 중국의 군사 위협을 의식한 듯 “대만 국민이 외부 세력(중국)의 개입에 저항하기 위한 행동을 취했다”고 자평했다.라이 당선인의 승리 원인으로 중국의 위협,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대만은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는 발언 등이 유권자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민진당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은 커 후보의 선전 또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나 야권 지지 성향 표를 분산시켰다.다만 민진당은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113석 중 51석을 얻어 국민당(52석)에 제1당을 내줬다. 라이 당선인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데다 의회에서도 제2당으로 밀려 정국 운영은 물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며 그의 승리를 반겼다. 반면 중국은 “민진당은 대만 주류 민심과 괴리가 있다. 조국 통일은 필연”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反)중국 성향이자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첫 선거이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성격이라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친중국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3)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대만 유권자들을 친중 성향으로 정권교체 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라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실시간 개표 상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개표율 93% 기준 라이 후보는 518만8867표를 얻어 득표율 40.4%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2위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 후보는 428만3647표(득표율 33.3%)를 얻었다. 1, 2위 표 차이가 90만5000여 표에 달하면서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허유 후보는 같은 시간 패배를 선언했다. 라이 후보 측은 직후 오후 8시 반에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막판까지 선전한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는 337만4921표(득표율 26.3%)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에서 2000년 이후 계속 이어져 온 ‘정권교체 8년 주기설’이 깨졌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해 온 대만은 2000년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가면서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에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8년에 이어 이번에 4년을 더해 12년 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혔던 것처럼 집권 이후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며 ‘대만 독립’ 기조를 내세울 경우 양안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라이 당선인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대만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차이 총통보다 반중 성향이 더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개적으로 대만이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만을 제 2의 홍콩, 제 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라고 비판하며 “대만 독립 강경론을 완고하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 당선인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두 살 때 아버지가 탄광 폭발 사고로 사망하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내과의사 생활을 하다가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4선에 성공했고, 2010년부터 7년간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행정원장(국무총리 격)에 올랐고, 지난해 1월 15일에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에서 물러난 차이 총통에게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부모님 앞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지지하는 척해요. 하지만 투표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에게 할 거예요.” 11일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강 인근 커원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23세 대학원생 량(梁)모 씨(여)는 “민진당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주택, 임금, 연금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래 친구 중에서도 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반중, 친중이라는 이념 대립에만 골몰한다. 양당 체제를 깨고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국민당을 지지했지만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겠다는 식당 주인 천(陣)모 씨(36)는 2014∼2022년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후보가 당시 더럽고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전 시장들은 손도 못 대던 곳을 커 후보가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난먼의 성공’은 이념 장사에 빠진 양대 정당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민중당을 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커 후보, 득표율 20% 넘길지 관심 13일 대만에서는 대선 격인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는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1996년부터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권력을 양분하며 확고한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제3정당 출신의 총통 후보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의 대선에 모두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016년 대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5% 미만 득표율을 얻었다. 올해 대선은 커 후보의 선전으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말 롄허보 조사에 따르면 커 후보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13일 선거에서도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를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의 지지자들은 민중당의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두고 ‘커원저 총통(Ko Wen-Je President)’이라고 외친다. 11일 롄허보는 민중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입법원 113석 중 5석만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 자릿수 의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커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는 당선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한 것 또한 일단 의회 권력을 다져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경제’(34.2%)로 꼽았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18.1%에 그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커 후보 또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자신이 집권해야 낮은 임금, 비싼 집값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현직 총통도 출동 민진당과 국민당에서는 각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또한 유세에 나서 각각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지원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타이베이 도심 유세에 라이 후보와 같이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라이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나를 믿는다면 라이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같은 날 중부 타이중 유세에서는 “나는 이미 ‘국가 운영’이라는 자동차의 열쇠를 라이 후보에게 넘겼다”고 했다. 마 전 총통은 허우 후보를 칭찬하는 것보다 라이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데 주력하며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의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마 전 총통이 “대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반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바람에 그의 유세가 오히려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표 하루 전날인 12일 거대 양당은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유세에 주력했다. 두 정당은 약 1km도 안 되는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부모님 앞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지지하는 척해요. 하지만 투표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에게 할 거예요.”11일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강 인근 커원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23세 대학원생 량(梁)모 씨(여)는 “민진당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주택, 임금, 연금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래 친구 중에서도 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반중, 친중이라는 이념 대립에만 골몰한다. 양당 체제를 깨고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최근까지 국민당을 지지했지만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겠다는 식당 주인 천(陣)모 씨(36)는 2014~2022년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후보가 당시 더럽고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전 시장들은 손도 못 대던 곳을 커 후보가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난먼의 성공’은 이념 장사에 빠진 양대 정당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민중당을 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커 후보, 득표율 20% 넘길지 관심13일 대만에서는 대선 격인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는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1996년부터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권력을 양분하며 확고한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제3정당 출신의 총통 후보에 대한 관심도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의 대선에 모두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016년 대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5% 미만 득표율을 얻었다.올해 대선은 커 후보의 선전으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말 롄허보 조사에 따르면 커 후보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13일 선거에서도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를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의 지지자들은 민중당의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두고 ‘커원저 총통(Ko Wen-Je President)’이라고 외친다. 11일 롄허보는 민중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입법원 113석 중 5석만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자릿 수 의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커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는 당선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한 것 또한 일단 의회 권력을 다져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경제’(34.2%)로 꼽았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18.1%에 그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커 후보 또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자신이 집권해야 낮은 임금, 비싼 집값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현직 총통도 출동민진당과 국민당에서는 각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또한 유세에 나서 각각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지원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타이베이 도심 유세에 라이 후보와 같이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라이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나를 믿는다면 라이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같은 날 중부 타이중 유세에서는 “나는 이미 ‘국가 운영’이라는 자동차의 열쇠를 라이 후보에게 넘겼다”고 했다.마 전 총통은 허우 후보를 칭찬하는 것보다 라이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데 주력하며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의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마 전 총통이 “대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반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바람에 그의 유세가 오히려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투표 하루 전날인 12일 거대 양당은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유세에 주력했다. 두 정당은 약 1km도 안 되는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1일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오전부터 인파로 북적거렸다. 특히 상대적으로 차분한 출국장과 달리, 입국장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대만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고향을 찾은 기업인 여모 씨(49)는 “이번 선거에 꼭 투표하겠다. 지난 8년간 중국과의 관계가 망가진 탓에 회사 매출이 크게 줄었다”면서 집권당을 비판했다. 반면 은퇴 후 영국에서 지내다 고국을 찾은 왕위시아 씨(63)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가 중국 정부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된 일을 떠올리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이긴다면 대만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13일 대만 대선 격인 총통 선거를 앞두고 소문으로 무성하던 ‘귀향 투표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슈퍼 선거의 해’ 주요국 가운데 첫 주자인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막판으로 갈수록 현지는 긴장감마저 흐르는 모습이었다.● ‘타이상 귀향 독려’로 승부수 던진 中 대만 재외국민들은 전체 인구(2300만 명)의 10% 수준인 약 200만 명. 이 가운데 100만 명 정도는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재자 투표제가 없는 대만은 표를 행사하려면 총통과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중국은 이번에 투표 독려를 위해 ‘타이상(臺商·중국 진출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항공권 할인도 해주고 있다. 쯔유(自由)시보 등 대만 언론은 10일 “중국이 주중 대만 기업인 10만 명을 목표로 귀향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할인 항공권을 제공하도록 항공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대만 국적자에겐 대만행 항공권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들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지지자들이 많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회복되면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권당이자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중국의 부정한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위 초접전 “50만 표 박빙 승부” 투표일을 이틀 앞둔 11일 각 후보 측은 수도 타이베이나 최대 도시 신베이를 집중 공략하며 밤 늦게까지 유세전을 펼쳤다. 이는 현재 1·2위 후보가 초접전 양상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2일 대만 롄허보 발표에 따르면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32%,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27%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5%포인트로 오차범위 내라 누구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라이 후보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시를 시작으로 타이베이시 총통부 앞에서 유세를 벌였다. 그가 “민진당에 투표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길”이라고 호소하자 유세장에 모인 수백 명의 지지자는 민진당의 상징색인 녹색 깃발을 흔들며 화답했다. 허우 후보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양안 관계 강화뿐 아니라 대만과 미국 간 정보 교류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막판 지지율 역전을 위해 중도층 흡수에 주력했다. 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 유세장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세 후보 가운데 커 후보가 가장 탐욕적이지 않아 신뢰할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2020년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은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중국의 강경 진압에 따른 반사 효과로 당시 국민당 후보를 264만 표라는 큰 표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2년 총통 선거에선 80만 표 차이로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당선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도 50만 표 안팎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 중 여러 대에서 ‘도어 플러그(door plug)’의 나사(볼트)가 헐겁게 조여진 걸 확인했다.”(미국 유나이티드항공) 5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에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조립 불량’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어 플러그는 불필요한 비상구를 막아 기내 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창문과 벽체로 이뤄진 패널 부품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8일 자사가 보유한 맥스9 여객기의 안전 점검에 착수한 결과 도어 플러그 여러 개에서 나사가 제대로 조여져 있지 않은 경우를 발견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10개 가까이 되며 아직 전수 조사가 끝나지 않아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이 보잉의 과실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로 미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중지를 명한 맥스9는 171대로, 유나이티드항공은 79대를 보유하고 있다. FAA는 “모든 항공사에 강화된 점검 기준을 전달했고, 점검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맥스9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이번 사태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위기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보잉 탑승 회피’ 움직임이 확산되며, 8일 종가 기준 보잉 주가는 8.03%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로 보잉 시가총액 120억 달러(약 15조7500억 원)가 날아갔다”고 전했다. 보잉의 과실이라 단정 짓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해당 사고 여객기의 운항사인 알래스카항공이 안전 조치를 적절히 했는지도 현재 조사 중이다.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7일 “일단 도어 플러그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해야 할 단계”라며 “아직 어떤 결론도 쉽사리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도어 플러그는 인근 포틀랜드 주택가 뒷마당에서 발견됐다. 도어 플러그는 무게가 약 28kg이나 돼 사람이나 건물에 떨어졌으면 또 다른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