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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원이면 가뭄의 단비 같은 돈이죠. 코로나19 기간 쌓인 빚이 아직 5000만 원 넘게 남았거든요.” 서울 중구에서 복어 요리점을 운영하는 윤명자 씨(62)는 당정이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1인당 600만 원 이상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씨는 “요즘 식재료값과 인건비가 많이 올라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며 “지원금이 나오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영업자들은 당정의 이번 결정을 반기며 조속한 지급을 촉구했다.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5)는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일단 너무나 반갑다”며 “이번 지급을 시작으로 영업제한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대출금 탕감 등도 검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지원금을 받으면) 밀린 임대료도 내고 한 시름 놓을 수 있겠다. 5월 안에 지급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선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강정윤 씨(60)는 “표심을 얻기 위한 생색내기인 것 같다. 정부가 돈을 나눠준 만큼 나중에 각종 세금을 인상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손실보상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 영업제한으로 발생한 자영업자 손실에 대해서도 온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손실 보상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는 유명 인사들 대신 다문화 어린이와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이 단상에 오르는 ‘국민과 함께하는 무대’가 꾸며졌다. 취임식에는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계 5대 그룹 총수, 6개 경제단체장 등을 포함한 4만1000여 명이 참석해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했다. ○ 尹 대통령 내외, 걸어서 취임식장 이동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 53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차에서 내린 뒤 약 180m를 걸어서 이동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국회 본청 앞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과 주먹인사를 나눴다.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 등 국민대표 20인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이날 취임식은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편견과 차별을 넘어 꿈을 향해 모두가 동행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뒤쪽으로는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고,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윤 대통령 좌석 뒤에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등 세계 각국 경축 사절도 참석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탈북 국군포로 3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계단을 내려와 10m가량 돌출된 무대의 단상에 서서 취임선서를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군악대 의장대의 행진에 이어 국가원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윤 대통령은 약 17분간의 취임사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기념하는 청와대 개방 선포와 실시간 청와대 중계가 이어졌다. ○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신동빈 ‘자주색 넥타이’대통령실은 “좋은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계 인사들도 다수 초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주요 인사석에 재계 순위와는 무관하게 착석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최 회장, 구 대표, 신 회장, 조 회장 등은 모두 윤 대통령이 즐겨 매는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취임식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초대됐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는 유명인사들 대신 다문화 어린이와 청년,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들이 단상에 오르는 ‘국민과 함께 하는 무대’가 꾸며졌다. 취임식에는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재계 5대 그룹 총수, 6개 경제단체장 등을 포함한 4만1000여명이 참석해 새 정부 출범을 축하했다. ● 尹 대통령 내외, 걸어서 취임식장 이동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10시 53분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차에서 내린 뒤 약 180미터를 걸어서 이동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국회 본청 앞 잔디광장을 가득 채운 국민들과 주먹 악수를 나눴다.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 천안함 생존 병사인 전환수 씨 등 국민대표 20인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이날 취임식은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편견과 차별을 넘어 꿈을 향해 모두가 동행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뒤쪽으로는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참석했고,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윤 대통령 좌석 뒤에서 취임식을 지켜봤다. 민주당 소속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단상에 앉았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더글러스 엠호프 해리스 미국 부통령 부군 등 세계 각국 경축 사절도 참석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탈북 국군포로 3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계단을 내려와 10미터 가량 돌출된 무대의 단상에 서 취임 선서를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군악대 의장대의 행진에 이어 국가원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약 17분간의 취임사가 끝나고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 선포와 실시간 청와대 영상 중계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합창단의 합동 공연이 끝나고 국회를 떠나는 문 전 대통령을 환송했고, 김건희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환송을 맡았다. ● 이재용·최태원·구광모·신동빈 ‘자주색 넥타이’대통령실은 “좋은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계 인사들도 다수 초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은 주요 인사석의 두 번째 줄에 재계 순위와는 무관하게 착석했다. 총수들의 왼편으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구자열 한국무혁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자리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최 회장, 구 대표, 신 회장, 조 회장 등은 모두 나란히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취임식 상공에 떠오른 무지개를 촬영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초대됐다. 이날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인근은 인파로 북적였다. 초청권이 없는 시민들은 먼발치에서라도 취임식을 보기 위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여의도 직장인들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취임식을 구경했다. 대전에서 상경했다는 박모 씨(70)는 “초청권에 당첨이 안 돼 아쉽지만, 새로 시작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모처럼 어버이날 대면 면회가 가능해져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안겨 드리려고 사러 왔어요.”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만난 최모 씨(62)는 꽃바구니를 든 채 이같이 말하며 환히 웃었다. 최 씨는 “어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가장 좋아하시던 꽃이 카네이션이었는데, 이제 만나 뵙고 드릴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6일) 등 기념일이 몰린 5월을 맞아 꽃집이 오랜만에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념일에도 외부행사와 만남을 자제하던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모처럼 선물할 꽃을 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 급등은 꽃 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소비자 중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6일 양재 화훼공판장은 선물할 카네이션 바구니와 꽃다발을 품에 안은 이들로 북적였다. 꽃가게 앞에는 미리 주문받은 꽃다발이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었다. 다만 손님 상당수는 오른 가격에 당황한 표정이었다.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산 양모 씨(67)는 “작년에는 한 바구니가 2만 원이었는데 오늘은 3만5000원 주고 샀다”며 “부모님을 찾아뵙고 꽃다발을 안겨드리고 싶어 나왔는데 비싼 가격에 구매를 잠시나마 망설였다”고 했다. 꽃을 들여오는 경매가도 오른 탓에 상인들 표정도 밝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8일 평균 카네이션 경매 낙찰가격은 한 단(20송이)에 835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16원)보다 32.2%, 2020년 같은 기간(4864원)보다 71.7% 올랐다. 이날 본보 기자가 만난 상인 10명 중 9명은 “카네이션 경매 가격이 많이 올라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훼농가도 한숨을 내쉬는 건 마찬가지다. 전남 장성에서 화훼농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50)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름값과 자재값이 올라 온실 유지비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화훼업계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데다 유류비 등 원가 상승 요인이 겹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 있다. 홍영수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꽃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거리 두기 해제 후 소비가 늘어난 결과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앞으로 꽃 소비가 지속되면 재배 종목을 바꿨던 농가들이 다시 꽃을 키우면서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법이 바뀌면 어떡하나요. 문제 1, 2개로 당락이 갈리는데….” 3년째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현우 씨(31)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이 개정되면 새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검수완박 입법이 일단락되면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선 “갑자기 학업 부담이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9급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형소법은 올해 2차례 치러지는 9급 경찰 공무원 시험 필수 과목이다. 전체 문항 40개 중 8개가 형소법 수사 관련 문항인데 8월 하순에 하반기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라 개정 형소법을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 올 3월 상반기 시험에 응시했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김현수 씨(26)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시험 과목 개편으로 준비가 힘들었는데 이번에 검수완박법 개정까지 겹쳐 혼란스럽다”며 “기출 문제도 없는 데다 교재를 새로 사고, 인터넷 강의도 다시 들어야 해 수험생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들도 검수완박 법안 통과가 변호사 시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로스쿨 3학년생인 A 씨는 “내년 변호사 시험 범위를 담은 법전이 3월 말에 나왔는데, 또 법이 바뀌었다”며 “실무와 관련돼 바뀐 내용이 많아 소송 서류를 토대로 치르는 변호사 시험에 미칠 영향도 클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형소법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와 교수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는 최정훈 교수는 “형소법 수사 관련 문항 8개 중 실제 영향을 받는 문항은 3, 4개 정도일 것”이라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 이론이 많이 바뀐 게 아니어서 변호사 시험도 내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시험 얼마나 남았다고 법이 또 바뀌었네요. 문제 1, 2개로 합격 당락이 바뀌는데…” 3년 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현우 씨(31)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 박 씨는 “시험을 3달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법이 바뀌니 이전까지 공부해온 거 말고 또 새로운 내용으로 공부해야 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검수완박’ 형소법 개정 법률안이 3일 공포된 뒤 경찰공무원, 변호사 수험생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20일 경찰공무원 하반기 시험과 내년 1월 변호사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형소법이 개정되면서 시험공부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개정된 법률안은 형소법의 수사 부분으로 해마다 경찰 시험 형사법 과목 40문항 중 8문제, 9급 검찰직 형소법 과목 20문항 중 6문제 정도 출제된다. 올 3월 경찰 시험에 응시했던 김현수 씨(26)는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법률이 개정될 때마다 참고할 문제도 없고 교재와 인강도 새로 구입해야 해야 한다”며 “안 그래도 지난해 1월 검경수사권 조정과 올해 경찰공무원 시험 개편으로 변동이 많았는데 혼란스럽다”고 했다. 8월 경찰 하반기 시험을 준비하는 우모 씨(26)는 “법이 9월에 시행된다고 하면 8월 시험부터 개정된 내용이 나올지 아니면 내년 상반기부터 반영될지 감이 안 잡힌다. 어떤 범위로 공부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법학전문대학원생도 개정된 법안으로 시험 준비에 지장이 갈 것이라 우려했다. 서울의 한 대학 로스쿨 3학년생 A 씨는 “내년 변호사 시험 범위를 담은 시험용 법전이 3월 말에 나왔는데 갑자기 범위가 바뀌니 두 달 공부가 헛것이 됐다”며 “개정된 부분이 형사 실무 영역과 크게 연관된 부분이라 실제 소송 서류들을 가지고 치루는 변호사 시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과 학교에서 형소법을 가르치는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시험에는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는 최정훈 교수는 “형소법 수사 부분 8문제 중 3, 4문제 정도만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며 “법률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어 시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론상 많은 내용이 변한 것은 아니기에 시험 내용이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감염 위험이 여전한데 마스크 벗기가 좀 꺼려져서요.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거닐던 A 씨(75)는 마스크를 쓴 채 한강을 배경으로 부인과 사진을 찍었다. A 씨는 “오늘부터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마스크는 쓸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강공원에서 마주친 시민 대부분은 A 씨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10명에 한 명도 안 됐다. 한강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조모 씨(33)는 “여자 친구가 아직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 혹시 감염될까 걱정돼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닌다”고 했다.○ “썼다 벗었다 하느니 그냥 쓸래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2일 해제됐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566일 만이다. 하지만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에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몰렸는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잠실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안모 씨(34)는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출근길 직장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안 하고 다니면 괜히 눈치가 보여 당분간 마스크를 하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이 쓰이는지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다시 착용하기도 했다.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게 불편해 그냥 쓴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초3 딸 등굣길에 동행한 학부모 전모 씨(40)는 “아이가 ‘교실에 가면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니 그냥 밖에서도 쓰겠다’고 해서 함께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아이도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져 그런지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충남에서 서울을 찾은 김모 양(17)은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마스크를 벗는 게 좀 어색하다. 같은 반 친구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을 지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퇴근길이라는 직장인 최모 씨(31)는 “오늘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녔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마스크를 계속 썼다. 남들이 벗을 때 같이 벗으려고 한다”고 했다.○ 기온 오르자 ‘탈(脫)마스크’ 늘어반면 등산과 산책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시민들은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반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2시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 시민 50여 명 가운데 7, 8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한 손에 마스크를 들고 가던 홍지영 씨(49)는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가 좋아 산책을 나왔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 답답하지 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일영 씨(72)는 “어제까지 숨이 가쁘더라도 주변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벗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눈치 안 보고 벗고 다녀도 된다”며 환영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이 영상 21도까지 오르면서 도심에서도 낮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 인근에선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커피를 마시고 대화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아빠, 이제 아픈 거 안 해도 되는 거야?”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모 씨(36)는 2일 오전 유치원 등원을 준비하던 딸(5)이 이렇게 묻자 “응, 아픈 건 이제 빠이빠이야”라고 웃으며 답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면 1주일에 한 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했다. 김 씨는 “아이 코를 실수로 잘못 찔렀다가 코피가 난 이후로 아이가 검사를 피해 도망 다니는 바람에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며 “오늘부터 검사를 안 해도 돼 아침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일상회복 추진방안’에 따라 2일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원격수업이 중단되고 2년여 만에 정상 등교가 이뤄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등원·등교 전 선제검사다. 지금까진 교육부 권고에 따라 매주 1회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이날부터 교육청 자율에 맡겨지면서 대부분의 학교는 선제검사 없이 등교를 허용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문성화 씨(40)는 “등교를 준비할 때 번거로움이 한결 줄었다. 아이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반면 자녀가 아직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거나 백신 미접종 상태인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무증상 감염 학생들이 등교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승아 씨(48)는 “아직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오늘도 음성을 확인한 후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등교시켰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 체육수업이나 운동회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날 상당수 학생들은 실외에서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도 학생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23일부터는 야외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인천에 사는 학부모 우명숙 씨(43)는 “부작용이 우려돼 아이 백신을 안 맞혔는데 (마스크 해제 조치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커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아빠, 이제 아픈 거 안 해도 되는 거야?”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모 씨(36)는 2일 오전 유치원 등원을 준비하던 딸(5)이 이렇게 묻자 “응, 아픈 건 이제 빠이빠이야”라고 웃으며 답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면 1주일에 한 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했다. 김 씨는 “아이 코를 실수로 잘못 찔렀다가 코피가 난 이후로 아이가 검사를 피해 도망다니는 바람에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며 “오늘부터 검사를 안 해도 되면서 아침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일상회복 추진방안’에 따라 2일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원격수업이 중단되고 2년여 만에 정상 등교가 이뤄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등원·등교 전 선제검사다. 지금까진 교육부 권고에 따라 매주 1회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이날부터 교육청 자율에 맡겨지면서 상당수 학교는 선제검사 없이 등원·등교를 허용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문성화 씨(40)는 “등교를 준비할 때 번거로움이 한결 줄었다. 아이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반면 자녀가 아직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거나 백신 미접종 상태인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무증상 감염 학생들이 등교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승아 씨(48)는 “아직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오늘도 음성을 확인한 후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등교시켰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체육수업이나 운동회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날 상당수 학생들은 실외에서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도 학생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23일부터는 야외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인천에 사는 학부모 우명숙 씨(43)는 “부작용이 우려돼 아이 백신을 안 맞혔는데 (마스크 해제 조치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커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북한산 자락 도로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택시 기사를 70대 엽사가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엽사 A 씨(72)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경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인도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운 산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인 줄 알고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북한산 생태공원에서 구기터널 쪽으로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소변을 보던 중 우측에서 20∼30m가량 떨어진 곳에서 A 씨가 쏜 총에 맞았다. 한 번에 발사된 탄환 2발에 각각 오른쪽 손목과 복부를 관통당해 그 자리에 쓰러졌다.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가 택시기사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약 5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52분경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난 도로변은 민가와 거리가 있어 인적이 드물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다. 수렵과 관련한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쪽으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김천시 복숭아밭에서 50대 남성이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에 중상을 입었고, 2020년 10월에도 충남 청양군 야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갔던 40대 엽사가 동료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북한산자락 도로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택시기사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 70대 엽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엽사 A 씨(7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경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인도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운 산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로 오인해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한번에 발사된 탄환 2발에 각각 오른쪽 손목과 복부를 관통당해 쓰러졌다.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5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52분경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난 도로변은 민가와 거리가 있어 인적이 드물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다. 수렵 관련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근처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은 총기사고 예방을 위해 인근에 사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도록 하고, 인가·축사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김천시 복숭아밭에서 50대 남성이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에 중상을 입었고, 2020년 10월에도 충남 청양군 야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갔던 40대 엽사가 동료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엄마, (면회 제한도 오래 계속되진 않을 테니) 1년만 더 버텨줘.”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경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요양원을 방문한 최모 씨(61)가 어머니 손에 카네이션을 쥐어주며 이같이 말했다. 약 6개월 만에 어머니 손을 잡은 최 씨는 30분가량의 짧은 면회가 끝나자 어머니에게 보이지 않게 등을 돌린 채 눈물을 흘렸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3주간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관리를 위해 비접촉 대면 면회만 허용했으나, 확진자 감소 추세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대면 면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날 요양시설을 찾은 가족들은 서로 끌어안고 손을 잡으며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오치동의 요양원에는 면회객이 5팀, 12명 방문했다. 야외 주차장에 면회를 위한 천막이 따로 설치됐다. 요양원 관계자는 “감염 확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방역 수칙에 따라 한 팀에 최대 4명, 20~30분 정도 제한을 두고 사전 예약을 받은 뒤 야외에서 방문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요양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가족 손을 잡거나 껴안으며 안부를 물었다.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모 씨(62)는 “어머니가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으로 요양원에 계신데, 5개월 넘게 직접 만나 뵙지도 못해 걱정이 많았다”며 “이제야 한 번 안아볼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소재 한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는 직장인 최준명 씨(28·대구 거주)는 “중환자실에 계실 때 의사가 2주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병세가 나아져 요양병원으로 모셨다”면서 “할머니를 안아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연차를 내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앞서 요양시설에는 면회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250명 정도 되는데 지금까지 방문 예약 관련 전화만 50통 넘게 받았다”며 “5월에 어버이날이 있어서인지 지난 추석보다 문의전화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난달 24일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의 한 작은 주택가. 주말이 되자 마을 어르신 100여 명이 인근에서 큰 한 교회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동네 어르신들의 왕래가 꽤 잦은 교회 정문 옆 골목을 따라 30m 정도 들어가니 쓰러져가는 한옥집이 보였다. 최근까지 한모 씨(82)와 그의 아들 이모 씨(51)가 살던 곳이었다. 주민들은 “저 집에서 누가 죽었다고 들었는데…”라며 한 씨와 이 씨에 대해 떠올려 보려 했지만 대부분은 “본 적은 있는데 왕래가 끊긴 지 좀 됐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모자는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했고, 궁핍과 지병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3월 초 아들 이 씨가 먼저 지병으로 사망하고, 뒤이어 어머니 한 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모자의 주검을 발견한 것은 수도사업본부 직원이었다. 올해 1, 2월 수도요금이 90만 원 넘게 청구돼 미납된 것을 미심쩍게 생각한 직원이 집을 방문했던 것. 사망 시점부터 발견까지 약 한 달 동안 아무도 모자의 죽음을 몰랐다. 취재 결과 생전 모자는 동네 주민 등 주변과의 관계가 거의 단절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자는 지병이 악화되고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마치 섬처럼 점점 더 고립돼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이웃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을 것”모자는 1980년대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어머니 한 씨를 ‘고생만 하다 간 사람’으로 기억했다. 창신동에 60년 넘게 살았다는 문모 씨(80)는 한 씨를 두고 “남편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평생 일만 했지, 이웃과는 자주 어울릴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모자의 집 근처에 사는 김모 씨(79)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계를 위해 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고 닥치는 대로 일만 하던 사람이었다. 3년 전쯤부터 몸이 불편해서 집에 누워만 있었다”고 떠올렸다. 주민들은 아들 이 씨를 ‘말수가 없어 다가가기 쉽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인근 교회 관계자는 “매일 집 앞 골목에 나와 하염없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봤다”며 “주민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았고 외로워보였다”고 했다. 모자와 같은 골목에 사는 이모 씨(81)는 “평소엔 집 밖에 잘 나오지 않다가 인적이 드문 밤 11시 반쯤 되면 나와 골목을 산책했다”고 회상했다. 인근 교회를 방문하느라 이 동네를 자주 찾았다던 B 씨는 “가끔 비둘기 먹이를 주던 아들이 있었다. 당시엔 다가가기 좀 망설여졌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안보였다”고 했다. 모자가 그나마 자주 방문하며 교류가 있었던 곳은 한 약국이었다. 약국 직원 A 씨에 따르면 모자는 지난해 9월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약을 사 갔다. 주로 혈압약을 받아갔다고 했다. A 씨는 “3년 전까지 어머니 한 씨가 약을 받아 가셨는데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그 뒤론 아들이 와서 약을 받아갔다”고 했다. 이 직원은 아들 이 씨가 용달 등의 사업을 몇 차례 시도했는데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말수가 적어졌고, 최근에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약만 받아갔다고 했다. 어머니 한 씨도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 약국에 찾아왔을 때는 A 씨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털어놓곤 했다. A 씨는 “2017년 한 씨가 약국에 와서 ‘아들이 용달 사업을 다시 해보려고 집을 팔려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고 물었다”며 “저를 포함 주변 사람들은 낡은 집을 팔아도 얼마 돈이 나오지도 않는데다, 살 곳이 없어진다고 만류했다”고 전했다.● “생활고 시달리며 더욱 고립돼”모자는 노모가 몸이 불편해지면서 일을 그만 둬야했던 3년 전부터는 국민·기초연금 54만 원을 빼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50년 넘게 인근에서 방앗간을 운영해온 박모 씨(82)는 “약 3년 전부터 모자가 집에서도 나오지 않으니 가끔 집을 찾아가서 식재료를 건네줬다”면서 “그런데 1년 전부터 아들 이 씨가 ‘찾아오지 말라’고 해서 교류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최모 씨(78)는 “아들 이 씨에게 ‘어머니가 아프신데 일이라도 좀 구해보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심적으로 위축돼 보였다”고 회상했다. 뚜렷한 소득 없이 생활을 이어가던 2019년 9월. 한 씨는 처음으로 수도요금 9만5000원마저 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수도요금에 이어 전기요금, 통신비, 케이블 TV 요금, 신용카드 대금이 줄줄이 연체됐다. 요금이 밀리자 1~2년 전 한국전력, 중부수도사업소 관계자들도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부분 “문이 잠겨 있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찾은 모자의 집 대문 앞에는 각종 요금 납부 독촉장이 떨어진 채 그대로였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모자가 수입이 없고 지원도 없던 가운데 관계 단절과 고립 속에서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아들은 지난해 두 번이나 구청을 찾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급여 지급 기준인 소득인정액 환산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연한 지적인데 기자가 살펴본 결과 그 밖에도 사회복지 안전망이 이들 모자를 발견할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2개월마다 전기요금,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 미납 정보를 취합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있었다. 이 시스템으로 모자가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넘게 전기요금을 내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모자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16kWh였던 것이 문제였다. 이 시스템은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200kWh를 넘으면 가구 형편이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 전기를 써야 하는 사정은 가정마다 다른데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모는 2020년 2월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요양급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요양보호사가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했다면 시신이 한 달 넘게 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모는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방문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인근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방문요양 비용의 10%(월 약 8만 원)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모자에겐 사실상 없는 복지 서비스와 다름없었다. 아들은 지난해 12월경 구청을 방문해 생계·의료·주거급여를 신청했다. 노후 주택의 수리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는 현장 조사가 필수다. 주택 노후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모자의 한옥 소유가 문제였다.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초과해 모자는 현장 조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모자의 형편은 언제나 현장 조사 없이 서류로만 판단됐다. 그 결과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모자는 숨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도요금이 과다 청구된 걸 이상하게 여긴 수도사업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선 서류상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을 일선 사회복지 인력이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도 꺾인 만큼 지금이라도 부족한 복지 인력을 확충하고 방문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승우·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최근 노모와 숨진 채 발견된 50대 아들이 지난해 말을 전후해 구청을 두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서류상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4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구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어머니 한모 씨(82)를 모시고 살던 아들 이모 씨(51)는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두 차례 구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안내에 따라 이 씨는 기초생계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2개월 후인 올 2월 말 모자는 기초생계급여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모자는 거의 소득이 없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한 게 문제였다. 이들의 소득인정액은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의 방문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방문 조사를 최소화하면서 (모자의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를 했더라도 생계급여 선정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알았더라면 다른 복지혜택과 연계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최근 노모와 숨진 채 발견된 50대 아들이 지난해 말을 전후해 구청을 두 차례 방문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신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방문 조사 한 번 없이 서류상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4일 서울 혜화경찰서와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어머니 한모 씨(82)를 모시고 살던 아들 이모 씨(51)는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두 차례 구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일자리가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안내에 따라 이 씨는 기초생계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2개월 후인 올 2월 말 모자는 기초생계급여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초생계급여는 소득과 재산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2인 기준 97만8026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모자는 거의 소득이 없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쓰러져가는 한옥을 소유한 게 문제였다. 이들의 소득인정액은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으로 매겨졌다. 이 과정에서 구청의 방문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방문 조사를 최소화하면서 (모자의 상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문 조사를 했더라도 생계급여 선정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들의 심각한 상황을 알았더라면 다른 복지혜택과 연계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 모자는 이달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발견되기 약 한 달 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MZ세대의 소소한 기부는 유행처럼 늘고 있다. 자른 머리카락을 기꺼이 내놓고,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돈도 기부한다. 여행지에서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가능한 이색 기부를 알아봤다.》MZ세대 생활 속 나눔문화 “머리를 기르고 기부하는 데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제 머리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참으로 기뻤습니다.” 하진솔 씨(29)는 최근 3년간 길러온 머리카락을 30cm가량 잘라 암과 싸우는 어린이들의 가발 제작에 쓰도록 기부했다. 전남 목포의 한 극단에서 배우로 일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이 멈춰서면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 씨는 “주머니는 가벼워져도 머리카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기부를 하면 더욱 뜻깊을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기부, 봉사가 위축됐지만 큰돈이나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나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적지 않다. 걸을 때마다 적립되는 소소한 금액을 기부하고 여행을 떠난 관광지에서 쓰레기를 줍는가 하면, 해외로 가는 김에 입양되는 유기견을 함께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이들은 “기부와 봉사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머니 가벼워도 나눌 수 있어요”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도 ‘어머나운동본부’(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에는 기부자가 크게 늘었다. 2018년 1730명이던 기부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2020년 2만2260명으로 늘었다. 모발 기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분 ‘머리카락 기부 인증’ 바람의 덕을 보기도 했다. 4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 30cm를 잘라 지난해 12월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한 신윤하 씨(28)도 SNS에서 우연히 본 머리 긴 초등학생의 사연을 보고 모발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머리카락을 기부하겠다면서 주변 친구들이 놀리는 와중에도 꿋꿋이 머리를 기른다는 내용이었어요. 귀여우면서도 기특했지요.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취업준비생인 나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겼죠.” 신 씨는 “취준생이라 심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며 뿌듯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유튜브에서도 머리카락 기부 경험을 다룬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NS에서 ‘모발 기부’ ‘머리카락 기부’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결과물이 5000건 이상 나온다. 발레를 하며 14세 때부터 긴 생머리를 고수해 온 김모 씨(29) 역시 최근 머리카락을 40cm가량 잘라 기부했다. 발레리나는 긴 머리를 유지하다가 무대에 오를 때 단단히 묶는 것이 보통이다.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가 1년가량 전무했던 것이 도리어 기부의 기회가 됐다. 김 씨는 “내겐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긴 머리칼이 어린 암 환자들에게는 절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걸음 기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측정된 걸음 수를 토대로 소액을 적립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다. 앱 이용자가 걸은 걸음만큼 캠페인 후원 기업이 비영리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게 된다. 이용자들은 걷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5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A 씨는 “걷는 게 공황장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매일 5000∼6000보를 걷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주일 동안 5만 보를 걸으며 기부 앱으로 일정액을 적립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기부했다”고 했다. A 씨는 “치료 삼아 걷기를 시작했는데, 아픔이 있는 다른 동물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뿌듯함까지 느낀다”면서 “코로나19 기간의 우울한 감정을 덜어내는 데도 걸음 기부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놀며, 운동하며 하는 봉사여행이나 운동 등 취미생활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각광받고 있다. 김하운 씨(28)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니던 실내수영장이 문을 닫자 즐기기 시작한 등산이 봉사가 됐다. 김 씨는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쓰레기봉투를 들고 등산을 한다. 그는 “환경 문제가 화두인데 등산하는 김에 산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 좋겠다 싶어 ‘등산 플로깅(Plogging)’을 하고 있다”면서 “하산 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버릴 때면 등산로를 깨끗이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줍다’와 ‘조깅’을 합성한 말로 ‘조깅하며 쓰레기 줍기’를 뜻한다. 전국 명산을 찾아다니며 ‘등산 플로깅’을 한다는 김 씨는 “운동하는 김에 눈에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주우면 취미생활에 봉사를 살짝 곁들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바다에서도 플로깅을 한다. 김은지 씨(29)는 최근 강원 속초 해변에서 ‘서핑 플로깅’을 즐겼다고 했다. 평소 서핑을 할 때면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들이 눈에 밟혔다는 김 씨는 “쓰레기들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줍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가져갔던 가방이 가득 찼다”며 “앞으로도 서핑할 때 해변 쓰레기를 주울 생각”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6개월 전부터 ‘출퇴근 플로깅’을 시작했다. 서울 관악구 집과 서울 용산구 직장 사이를 달리기로 출퇴근하는 이 씨는 최근 손목에 쓰레기봉투를 달고 다닌다. 이 씨는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까지 주우니, 약간의 노력만으로 출퇴근길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더욱 보람차다”고 했다.○ 비행기 타며 유기견도 함께코로나19로 해외여행의 제약이 컸던 상황에서 해외 파견 근무나 이민, 유학 등을 위해 어렵게 비행기에 오른 기회를 활용해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이정현 씨(33)는 한국을 방문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면 유기견과 함께한다. 최근에도 한국에 온 이 씨는 ‘미국으로 돌아갈 때 유기견 한 마리를 데리고 가 달라’는 유기견 해외 입양 지원 단체의 제안을 지인을 통해 받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기견 입양 지원 단체가 동물들의 비행기 탑승 비용과 서류 등을 준비하고, 봉사자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수속 및 출국 절차를 돕는다. 봉사자는 도착한 공항에서 기다리는 입양자에게 유기견을 넘겨주면 된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는 데 제약이 생기면서 반려견의 해외 입양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어서 입양 지원 단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씨는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유기견이 무사히 입양돼 새 주인 품으로 가는 걸 돕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갈 때마다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에서 직장을 구한 김민경 씨(30) 역시 6개월 전 스페인행 비행을 처음 보는 강아지와 함께했다. 김 씨는 “출국 전 평소보다 1시간 정도 공항에 일찍 도착해 유기견과 먼저 만나 인사하면 되고, 품도 크게 들지 않아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서 “지인들에게 이 봉사활동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기부와 봉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로 각종 활동이 제약된 가운데 젊은 층이 공력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심리적 만족감과 즐거움, 의미를 동시에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나 봉사활동은 육체적 노력이나 시간을 상당히 소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실용성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기부와 봉사에서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본인들의 즐거움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사회적,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경건함’과 책임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참여에 심리적 벽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요즘 세대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작은 일이라도 주저 없이 실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기부와 봉사문화도 다양한 기준에 따른 여러 방식이 실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음식배달 주문 때 “일회용품 빼주세요” 생활 속 작은 실천 2022 기부 트렌드 들여다보니울진산불 때 무료식사 식당에… MZ세대 ‘돈쭐’ 기부도 줄이어 ‘일상 속에서 가볍게’, ‘가치에 맞게’, ‘재밌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기부가 각자의 가치에 맞는 재미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사랑의열매가 발간한 ‘2022 기부 트렌드 보고서’는 MZ세대가 △일상 속 실천도 기부로 여기고 △가치 있는 소비나 투자처럼 기부를 대하며 △거창한 기부보다 재미와 자기만족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돈쭐’(돈+혼쭐·구매로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은 이 같은 특성에서 생겨난 새로운 기부 문화다.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12월 ‘돈쭐’이 났다. 이 게임사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생겨난 수익 일부를 이용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하자 MZ세대들이 “이용자로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자”며 기부에 나선 것. 이용자들이 게임사가 운영하는 사회공헌재단에 각자 5000∼5만 원을 기부하면서 일주일 만에 1만2000건, 약 3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지난달에는 경북 울진 산불 당시 소방대원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식당에 ‘돈쭐’ 행렬이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 뒤 “음식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식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환경 문제 등의 해결에 도움이 되려는 것도 MZ세대의 문화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빼 달라”고 요청하거나 카페 이용 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쓰레기, 폐기물 등을 남기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기도 한다. 2월 발간 사랑의열매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부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착한 소비’ 등을 실천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내봤다는 응답자는 30%에 못 미쳤다. 울진 식당에 대한 ‘돈쭐’ 행렬에 참여했던 대학생 이준성 씨(26)는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특정 기관에 다달이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때그때 작은 행동에 동참하면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한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90년 전 지어진 낡은 집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 50분경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낡은 1층 한옥 집에서 어머니 한모 씨(82)와 아들 이모 씨(51)가 숨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이들이 약 한 달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지병을 앓던 아들이 먼저 사망했고 뒤이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세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과금 등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20일 모자의 사망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중부수도사업본부 직원이었다. 1, 2월 수도 요금이 90만 원 넘게 청구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집을 찾은 것.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인기척은 없는데 물 새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모자는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2일 찾아간 집 안에는 각종 고지서와 독촉장이 쌓여 있었다. 6개월 치 전기요금 약 26만 원을 내지 못해 ‘전기 공급을 제한한다’는 통지문도 문에 붙어 있었다. 아들 이 씨는 올 2월까지 신용카드 대금 약 152만 원을 납부하지 않아 매달 독촉장을 받고 있었다. 통신비(22만 원)와 케이블TV 요금(52만 원)도 밀려 있었다. 쓰러지기 직전인 집 안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방 한쪽에는 곰팡이 핀 냄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싱크대는 손만 대면 쓰러질 듯 겨우 버티고 있었다. 오랫동안 두 사람을 알고 지내던 이웃들은 모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웃들은 어머니 한 씨가 3년 전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50년 전부터 창신동에서 방앗간을 했다는 박모 씨(82)는 “아들은 직업이 없었고 어머니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소하러 다니다 3년 전부터 일을 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모 씨(80)도 “어머니 한 씨와 60년 가까이 한동네에서 살았는데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다 고생만 하고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낡은 집 있어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동아일보가 입수한 모자의 사회보장급여 대상 제외 통지서를 보면 한 씨는 지난해 기초생계급여를 두 차례 신청했으나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97만 원·2인 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올 2월 말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에서 산정한 모자의 소득 및 재산 내역은 주택을 포함해 1억7000여만 원. 이를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할 경우 선정 기준의 3배가 넘는 316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한 씨는 1930년대 지어진 이 집을 2020년 매물로 내놨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송모 씨(64)는 “집이 팔렸다면 이런 비극이 없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년 만에 거리 두기가 풀렸는데 월요일 밤이라는 게 대수인가요?” 19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한 클럽. 클럽 앞에 줄을 선 직장인 김모 씨(27)는 일행 3명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들뜬 표정으로 “밤을 새우고 출근하더라도 오늘은 마음껏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2년 만에 도심 유흥가 불야성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과 강남역 인근의 클럽 및 술집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20∼30명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가게가 부지기수였다. “오랜만에 거리 두기도 해제됐는데 놀다 가라”며 호객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날 술집을 찾은 대학생 정형근 씨(24)는 “그동안 늦은 시간까지 놀고 싶어도 여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며 거리 두기 해제를 반겼다. 심야 영업을 재개한 노래방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은 19일 오전 1시를 넘긴 시각에도 방마다 8∼10명씩 들어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방 업주는 “지난주 월요일에 비해 매출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기뻐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몰래 영업을 이어왔던 일부 클럽은 ‘정상 영업’을 하게 됐다. 강남의 한 클럽 직원 김모 씨(34)는 “단속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건물 밖에 차를 대 놓고 망을 보며 비밀리에 심야 영업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18일 밤 12시경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A 씨는 “첫날부터 이렇게 풍경이 달라질 줄 몰랐다”며 “아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 안팎으로 나온다는데 마스크를 계속 잘 쓰고 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영업 제한할지 몰라” 불안도자정 이후 영업을 재개한 자영업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24시간 문 여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하루 사이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민시헌 씨(50)는 “자정을 넘겨도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반갑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언제 또 영업 제한이 재개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식당들은 야간에 일할 직원을 미리 구하지 못해 일찍 문을 닫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영태 씨(45)는 “심야 직원 시급을 1만2000원까지 올려 구인 공고를 올렸지만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언제 거리 두기 규제가 재개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있고, 일할 직원을 급히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도 적잖아 야간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년 만에 거리두기가 풀렸는데 월요일 밤이라는게 대수인가요?” 19일 오전 1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한 클럽. 클럽 앞에서 줄을 선 직장인 김모 씨(27)는 일행 3명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들뜬 표정으로 “밤을 새고 출근하더라도 오늘은 마음껏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2년 만에 도심 유흥가 불야성 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과 강남역 인근의 클럽과 술집은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20~30명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가게가 부지기수였다. “오랜만에 거리두기도 해제됐는데 놀다 가라”며 호객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날 술집을 찾은 대학생 정형근 씨(24)는 “그동안 늦은 시간까지 놀고 싶어도 여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 편히 놀 수 있다”며 거리두기 해제를 반겼다. 심야 영업을 재개한 노래방도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은 19일 오전 1시를 넘긴 시각에도 방마다 8~10인이 들어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방 업주는 “지난주 월요일에 비해 매출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기뻐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몰래 영업을 이어왔던 일부 클럽은 ‘정상 영업’을 하게 됐다. 강남의 한 클럽 직원 김모 씨(34)는 “단속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건물 밖에 차를 대 놓고 망을 보며 비밀리에 심야 영업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18일 밤 12시경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A 씨는 “첫날부터 이렇게 풍경이 달라질 줄 몰랐다”며 “아직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 가까이 나온다는데 마스크를 계속 잘 쓰고 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또 영업 제한할지 몰라” 불안도 자정 이후 영업을 재개한 자영업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24시간 문 여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하루 사이 매출이 늘긴 했지만 아직까진 코로나19 이전에는 못 미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민시헌 씨(50)는 “자정을 넘겨도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반갑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 언제 또 영업 제한이 재개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식당들은 야간에 일할 직원을 미리 구하지 못해 일찍 문을 닫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문영태 씨(45)는 “심야 직원 시급을 1만 2000원까지 올려 구인 공고를 올렸지만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밤 12시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언제 거리두기 규제가 재개되지 모른다’는 불안도 있고, 일할 직원을 급히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도 적잖아 야간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