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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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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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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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日, ‘징용 사과’ 계승… 韓해법 호응조치 언급안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방일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앞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표현 대신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문화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언급한 것.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제3자 변제안’ 해법에 대한 일본의 추가 호응 조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앞으로 하나하나 구체적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도쿄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총리관저에서 1시간 23분가량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국 대통령의 양자 회담을 위한 일본 방문은 12년 만으로, 윤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의 취지를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구상권이 행사되면 모든 (강제징용 논의) 문제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기에 우리 정부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며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를 꼭 완화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도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전략 대화 등 당국 간 경제 외교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정상 간 셔틀외교도 재개하기로 하고,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시기에 방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저는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경제 협력도 재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결과 일본이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종과 관련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尹-기시다 “징용배상 구상권 행사 안해… 셔틀외교 재개 합의” 日, 징용 직접 사죄없이 ‘우회 사과’ 기시다, 韓해법 호응조치 질문에“오늘도 몇가지 성과” 즉답 피해대통령실 “역대 日정부 50차례 사과”기시다 “적절한 시기 방한” 밝혀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한국 정부가 구상권 행사를 가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한 뒤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일 정상이 명확히 한 것이다. 이와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피고 기업의 기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열흘 전 강제징용 해법 발표 당시 “물컵의 절반 이상이 찼고 일본의 호응에 따라 더 채워질 것”이라던 정부 기대와 달리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별다른 호응 조치를 보이지 않았다. ● 대통령실 “‘사과 한 번 더’ 어떤 의미 있을지”기시다 총리는 이날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만 했다. 6일 우리 정부의 해법 발표 후 밝힌 우회적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명시된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오늘도 몇 가지 구체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결과를 하나씩 하나씩 일본으로서도 응하고자 한다”고만 했을 뿐 피고 기업 기여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제3자 변제’ 방식) 해법을 발표한 것과 그 취지와 관련해서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거듭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올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25주년”이라며 “이번 회담은 공동선언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가 없었던 것에 대해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 50여 차례 사과를 한 바 있다”고 답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도 그렇고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도 그렇게 역대 역사 인식에 관한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 속에 사과의 의미가 있다”며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해 대통령실은 “오늘은 주로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집중됐다”고만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상을 지냈다. ● 韓日 정상, 셔틀외교 복원 합의한일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에도 뜻을 모았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상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데 일치했다”고 했고 윤 대통령도 “셔틀외교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한국 방문 시점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양국 간 경제, 문화 교류 등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교류가 더 왕성해진다면 양국이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것이 국익이고,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공동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A 씨는 이날 통화에서 “일본이 사과 비슷한 것이라도 한마디 하길 바랐지만 그런 사죄의 표현이 없어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한일 사이 교류가 재개됐다고 하니 이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사죄나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도 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호응조치에 대해서 앞으로 구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지금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결 여지를 열어둔 부분이라서 의미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도쿄=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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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尹에 위안부 합의 착실한 이행 요청”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면서 “위안부 문제도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상으로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2021년 10월 총리직에 오른 뒤 문재인 정부에서 사문화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줄곧 주장해왔다. 한국은 당시 일본 정부 예산에서 출연된 10억 엔(약 100억 원)으로 피해자 및 유족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화해 치유 재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일부가 지원을 거부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재단은 공식 해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논의가)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부분 집중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잘 대처해 가야 할 양국 현안에 관해 언급하며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 2018년 초계기 갈등 등도 포함시켰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도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기시다 총리는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꼭 이를 완화해 달라”고 발언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뜻은 확고하다. 국민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데 개방할 순 없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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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긴 겨울 벗어나 벚꽃”… 尹 “한일관계 새롭게 출발”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여러 차례 벚꽃을 언급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처럼 한일 관계가 “긴 겨울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일본 자위대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2차례의 만찬까지 함께 했다. 정상회담은 1시간 23분간 이어졌다. ● 韓日 정상, 만찬 이어 ‘오므라이스 회동’까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벚꽃을 언급한 기시다 총리는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도쿄의 벚꽃 얘기를 꺼내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그간 정체돼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기자회견 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저녁 윤 대통령 부부를 도쿄 중심부 긴자에 있는 고급 소고기 전골요리점인 ‘요시자와(よし澤)’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두 부부는 신발을 벗고 지하로 내려가 전통 일본식(호리고다쓰·바닥이 뚫려 있어 의자처럼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방에 앉았다. 약 80분간의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인근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로 이동해 오후 9시 15분 무렵부터 한 시간가량 2차 만찬을 가졌다. 1895년 개업한 노포로 일본에서 처음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판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오므라이스 간담회는 지난해 11월 방한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윤 대통령을 예방할 당시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의 추억을 얘기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이날 비공개로 차담회를 가졌다.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식사를 관저, 영빈관 등 정부 건물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갖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에서 만찬을 하는 건 못 들어봤다. 그만큼 한국 대통령에게 세심히 신경 썼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만찬은 양 정상 부부 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하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졌던 스시 만찬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외무성 부대신이 공항서 尹 영접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재일동포 77명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보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다.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4분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 등이 마중을 나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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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련-경단련 ‘미래기금’ 10억씩 출연, 피고기업 등 개별기업은 일단 참여안해

    한국과 일본 재계 단체가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을 창설한다고 16일 발표했다. 미래기금은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일환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각각 10억 원을 출연해 각 단체 산하 재단법인으로 시작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책임이 있는 피고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포함한 개별 기업은 이번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단련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 경단련 회관에서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기금을 만든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한국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며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분야에서 한일 교류가 강력하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과 경단련은 이번 기회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길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공동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는 우선 각자 자금으로 각각 기금을 설립하고, 기금 규모는 차차 늘려 나갈 방침이다. 기금은 별도지만 두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양 단체가 사무국 역할을 해 사실상 공동 운영하게 된다. 개별 기업 출연 여부에 대해 김 회장 대행은 “전경련과 경단련이 출연해 일단 시작한다”며 “개별 기업이 참여할지는 각자 의사에 달렸다. 다만 노력은 하겠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기금 참여와 관련해 도쿠라 회장은 “무엇을 하고 연구할지 결정된다면 필요에 따라 참여하고 모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금을 모을 기업의 경계는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측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일본제철 측은 “경단련 소속 기업으로 앞으로 파트너십(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만 했다. 일본제철은 경단련 부회장을 맡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도 “(경단련) 회원사로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17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향후 한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기업 총수와 전경련 회장단이 참석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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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기시다, 소고기 이어 ‘오므라이스 회동’까지 이례적 2회 만찬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여러 차례 벚꽃을 언급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처럼 한일 관계가 “긴 겨울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님과 제가 이렇게 만난 것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일본 자위대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2차례의 만찬까지 함께 했다. 정상회담은 1시간 23분간 이어졌다. ● 韓日 정상, 만찬 이어 ‘오므라이스 회동’까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벚꽃을 언급한 기시다 총리는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도쿄의 벚꽃 얘기를 꺼내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한관계에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그간 정체돼온 한일관계를 협력과 상생 발전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익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기자회견 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저녁 윤 대통령 부부를 도쿄 중심부 긴자에 있는 고급 소고기 전골요리점인 ‘요시자와(よし澤)’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두 부부는 신발을 벗고 지하로 내려가 전통 일본식(호리고다츠·바닥이 뚫려있어 의자처럼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방에 앉았다. 약 80분 간의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인근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로 이동해 오후 9시 15분 무렵부터 약 한 시간 가량 2차 만찬을 가졌다. 1895년 개업한 노포로 일본에서 처음 돈가스, 오므라이스를 판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오므라이스 간담회는 지난해 11월 방한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윤 대통령을 예방할 당시 윤 대통령이 과거 일본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의 추억을 얘기한 것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는 이날 비공개로 차담회를 가졌다.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식사를 관저, 영빈관 등 정부 건물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갖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도를 제외하면 외부에서 만찬을 하는 건 못 들어봤다. 그만큼 한국 대통령에게 세심히 신경 썼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만찬은 양 정상 부부 간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목적 하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장소를 선정해 초청했다”며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가졌던 스시 만찬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꼬치구이 만찬과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日 외무성 부대신이 공항서 尹 영접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방문 첫 일정으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재일동포 77명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한일관계가 원상회복을 해도 만일 대립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싸울 때는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류까지 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보고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다.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98년 정유재란 때 포로로 일본에 잡혀가 도자기 명가를 이룬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가’의 제15대 심수관 씨(본명 오사코 가즈데루)도 간담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 부부에게 도자기를 선물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4분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다케이 슌스케 외무성 부대신 등이 마중을 나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공항에 영접을 나오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고 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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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현씨 母 “징용배상문제, 우리 대에서 끊고 미래 세대는 편안했으면”

    “생전에 수현이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요. 양국에 똑같이 손해라면서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했어요.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유언이었네요.”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JR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 씨(당시 27세) 어머니 신윤찬 씨(73)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국경을 넘은 이 씨의 희생정신은 지금까지도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 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고) 아들이 (한일 관계에) 빛이 비친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일본 탄광에 끌려갔던 강제동원 피해자다. 이 때문에 신 씨는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가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얼어붙은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세상을 떠난 남편과도 얘기했지만 이건(징용 배상 문제) 우리 대(代)에서 끊어 해결이 되고 미래 세대는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신 씨는 “아들 덕분에 양국에서 많은 분을 만났는데 한일은 정말 서로 멀리할 수 없는 나라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과거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런 과거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과거로 인해 우리가 더 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오쿠보역에는 이 씨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동판이 벽에 새겨져 있다. 신 씨는 3년 만인 올 1월 아들 추모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한일 관계가 어려워) 코리아타운 가게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번에 붐비는 모습을 보고 내가 부자가 된 것처럼 기뻤다”라고 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도쿄=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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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前 수출규제 해제-지소미아 복원 윤곽 잡힐듯”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2019년 양국 관계 악화의 단초가 됐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과 이에 따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수출 규제와 관련해선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협의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상회담 전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협의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라며 “진전된 결과물이 나오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하고, 지소미아 연장 중단 등 대응에 나서며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다. 정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정상화는 수출 규제 해제와 맞물려 있다. 2019년 종료 파동 이후 현재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인 지소미아의 ‘조건부’ 딱지를 떼면서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 수석은 또 “그간 중단된 양국 간 재무, 통상, 과학기술 등 경제 분야 장관급 협력채널을 조속히 복원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차례로 회담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다만 정상 간 공동선언은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그간 입장을 총정리하고 정제된 문구를 다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일 간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구상이나 합의 사항을 협의, 준비하는 준비위원회를 이번에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공동선언을 좀 더 알차고 내실 있게 준비해 다음 기회에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단련이 17일 함께 개최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국내 경제인 12명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미즈호, 히타치,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기업 경제인 11명이 참석한다. 방일 기간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와 화과자를 만드는 친교행사를 갖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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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기시다 정상회담뒤 공동회견… 新안보-경제협력 구상 밝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 당일인 16일 한일 정상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를 천명하고 신(新)안보-경제협력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하는 것은 12년 만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 방일에 대한 답방으로 이르면 올여름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 히로시마 개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뒤 방한할 가능성이 크다.● 한일 정상, 新안보-경제협력 구상 밝힐 듯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12년간 중단된 양자 정상 방문을 재개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정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의 단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 검토는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상호 방문의 셔틀 외교를 재개해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끝으로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도쿄 도착 후 첫 일정으로 현지 동포들과 오찬간담회를 한다.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이어 일본 총리 공관에서 부부 동반 만찬을 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두 사람만 배석자를 최소화한 채 2차 만찬을 이어간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진통 끝에 나온 강제징용 배상 해법의 이행을 포함한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등 정책적 장벽을 해소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는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지소미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두 정상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공동 추진할 계획”이라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는 신(新)한일협력 구상을 함께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과 추진할 부처별 프로젝트는 이미 100가지 정도 작성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에서 기시다 총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추가 호응을 해올지가 관건이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 당일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할 것”이란 입장을 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있는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런 사죄 내용을 언급해야 배상 해법에 비판적인 여론을 달랠 수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과거의 역사 의식을 계승한다고 분명하게 얘기했다”며 “그리고 그 얘기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尹, 게이오대서 韓日 대학생에게 강연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7일 예정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이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안’과 별개로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함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식화하는 자리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미래기금에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밝힐지가 관건이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다수의 기업인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방일 마지막 일정은 게이오대에서의 한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세대 강연회다. 게이오대는 과거 우리나라의 개화파 청년들을 후원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대학이다. 김 실장은 “미래 한일 관계의 주역을 격려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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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이상훈]일본이 한국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려면

    한국과 일본 모두 가장 사이가 좋았던 때라고 꼽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일본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맺을 때도 일본에서 마냥 환영하는 반응만 나온 것은 아니다. 총무상 시절 “일본은 식민지 시대 한국에 좋은 일도 했다”고 망언한 에토 다카미 의원은 김 대통령이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만찬을 한 날에도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바뀔 때마다 (일본이) 사과와 반성을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한일 기본조약으로 해결했는데 이제 와서 웬 사죄냐”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면 한국이 청구권을 들고 올 것” 같은 말들이 집권 자민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일왕 만찬장에서 과거사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사기로에 놓였던 납치 사건(1973년 중앙정보국이 일본에서 김 대통령을 납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에서 대승적 태도를 보여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였다. 한국의 통 큰 태도에 오부치 총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일본 정부 책임 있는 사람들이 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왜곡하는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부치 총리의 이 발언은 안타깝게도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전적으로 일본 책임이다. 거센 논란 속에도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결론 내린 배경은 25년 전과 다르지 않다.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한 큰 결단이라는 것은 일본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한일 관계를 양자 관계 틀로만 보는 일본의 시야가 좁다.” “글로벌 국가 전략으로 한일 문제를 다루는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 일본 한반도 전문가들이 기자에게 들려준 냉정한 평가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중국의 강화되는 해양 진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엄중해진 동아시아 정세를 고려하면 양국이 과거사로 다툴 여유가 없다. ‘왜 피해자인 한국이 양보하느냐’는 비판이 한국에서 나오지만 거꾸로 보면 이렇게 대승적이고 과감한 결단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언제나 사죄만 요구한다”고 일본이 퍼뜨린 ‘한국 피로증’은 한국이 스스로 끊어냈다. 지난 10년 넘게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한일 관계의 공도 일본에 넘겼다. 이제 일본이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년 전 일본 총리가 문서로 약속한 사죄와 반성조차 총리 입으로 되풀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일본 외교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강제동원은 없었다. 이미 다 끝난 일”(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이라며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하는 태도는 한일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다. 일본 최고 명문 가이세이고교 출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지난해 모교 창립 150주년 기념 회보에 “시대적 전환기에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글을 썼다고 한다. 지금 한일 관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우리 정부도 ‘할 일 다 했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로하고 반발하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두 차례 보상을 했어도 피해자들은 한일 협정에 따른 식민지배 청구권 자금을 제철소와 고속도로 짓는 데 쓰느라 충분한 보상과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가 대의와 외교 전략이 옳아도 역사가 인간에게 남긴 응어리를 치유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통 큰 대일 외교도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일본도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존중한다.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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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기시다 2차만찬은 128년된 경양식집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이례적으로 만찬을 두 번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번째 식당으로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가 거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이 일본 총리 공관에서 1차로 식사한 뒤 도쿄 중심가 긴자 지역의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는 일정을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경양식 명소 렌가테이가 거론됐다며 “소수 인원만 참석해 두 정상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문화가 발현됐다는 것이다. 다만 경호 문제 등으로 식당이 바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4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렌가테이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문 앞에는 ‘긴급 정비를 위해 13, 14일 임시 휴무’라는 안내문도 걸렸다. 가게 문을 닫은 줄 모르고 찾은 손님 몇 명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왔다는 6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처음 내놓은 곳으로 유명한 양식집”이라며 “현 주인은 4대째이며 나는 30년 전부터 단골”이라고 소개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도 귀띔했다. 1895년 창업한 렌가테이는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대표 메뉴인 ‘원조 포크커틀릿(돈가스)’과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는 각각 2600엔(약 2만5500원)이다. 가장 비싼 ‘비프스테이크’는 1만6000엔(약 15만6800원)이다. 맥주, 위스키, 니혼슈(사케) 등 술도 취급한다. 역사가 깊고 옛날식 실내 장식이 그대로라 분위기는 다소 허름한 편이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 일본은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맞춤형 오모테나시’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 총리는 한글로 ‘취임 1주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딸기 케이크를 선물했다. 또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는 골프 접대를 하고,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는 초밥(스시) 장인이 만든 최고급 스시를 대접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쿄 ‘핫포엔’에서 만찬을 열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도쿄=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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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건희 여사, 방일 기간 日 건축가 안도 다다오 만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는 기간 중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81)와 만난다. 14일 한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 여사는 방일 이틀째인 17일 도쿄에서 안도 씨와 만나 교류를 할 예정이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안도 씨가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 와 김 여사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16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전’을 전시 기획할 당시 안도 다다오 특별 세션을 마련하며 안도 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도 씨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때 김 여사 측에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김 여사는 올해 1월 안도 씨와 서한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당시 서한에서 “과거 함께한 작업을 통해 건축으로 우리 시대에 던지고자 하는 화두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다“라며 ”한일 양국의 친밀한 교류에 이바지하는 인연을 이어가자”라고 제안했다. 안도 씨는 김 여사가 기획한 전시를 기억하며 자신의 건축 철학에 공감해준 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안도 다다오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익혀 도쿄대 교수를 역임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년)을 수상할 만큼 명성이 높다. 한국에는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 제주 서귀포시 글라스하우스 등의 작품이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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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기시다 2차 만찬에 ‘원조 경양식집’이 후보에 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며 이례적으로 만찬을 두 번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번째 식당으로는 1895년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창업한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가 거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이 긴자 일대 식당에서 1차로 식사한 뒤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가는 일정을 양국이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경양식 명소 렌가테이가 거론됐다며 “소수 인원만 참석해 두 정상의 신뢰 관계를 깊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문화가 발현됐다는 것이다. 다만 경호 문제 등으로 식당이 바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4일 동아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렌카테이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문 앞에는 ‘긴급 정비를 위해 13, 14일 임시 휴무’라는 안내문도 걸렸다. 가게 문을 닫은 줄 모르고 찾은 손님 몇 명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왔다는 60대 일본인 여성은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처음 내놓은 곳으로 유명한 양식집”이라며 “현 주인은 4대째이며 나는 30년 전부터 단골”이라고 소개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도 귀띔했다. 윤 대통령이 들를 수 있다고 기자가 언급하자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은 한국말로 “너무너무 기뻐요”라고 했다. 이 여성은 한국 문화 등에 관심이 많아 최근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렌가테이의 대표 메뉴인 ‘원조 포크커틀릿(돈가스)’과 ‘메이지 탄생 오므라이스’는 각각 2600엔(약 2만5500원)이다. 가장 비싼 비프스테이크는 1만6000엔(약 15만6800원)이다. 맥주, 위스키, 니혼슈(사케) 등 술도 취급한다. 역사가 깊고 옛날식 실내 장식이 그대로라 분위기는 다소 허름한 편이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 일본은 각국 정상이 올 때마다 ‘맞춤형 오모테나시’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해 한글로 ‘취임 1주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딸기 케이크를 선물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 때 일본식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쿄 ‘핫포엔’에서 만찬을 열었다. 일본은 골프를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게는 골프 접대를,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는 최고급 스시 장인이 만든 스시를 대접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도쿄=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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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戰後 일본의 양심’ 오에 겐자부로 떠나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청년들의 정신 상황을 표현하며 일본 문학을 대표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향년 88세. ‘설국’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이후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로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고인은 1935년 에히메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불문과에 다니던 1958년 단편 ‘사육’으로 등단했다. 그해 23세이던 그는 사육으로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이 작품은 패전 이후 일본 사회의 불안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1967년)은 패전 후 미일안보조약 체결 반대 투쟁, 재일조선인과 일본인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일본인이 겪은 정신적 공황을 통해 인간 실존 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3년 장애인 아들 히카리를 낳아 기른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장애인의 출생을 주제로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 세대 문제를 파헤친 작품 ‘개인적인 체험’을 펴냈다. 고인은 스페인 언론인 사비 아옌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 나는 아들의 삶을 통해 보는 세상을 묘사했다. 나한테는 히카리가 현실을 여과하는 렌즈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공생(共生)’이라는 작품 세계의 주요 주제를 던져준 것도 아들이었다. 히카리는 현재 유명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스스로를 전전(戰前·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왕제 중심의 초국가주의와 군국주의적 사회 지배구조를 벗어난 ‘전후 민주주의자’라고 칭한 고인은 사회주의 계열 잡지 세카이(世界)에 히로시마를 취재한 경험과 소회를 담은 ‘히로시마 노트’를 연재하며 반핵(反核)과 반전을 주장했다. ‘전후 일본의 양심’ ‘살아 있는 지성’으로 불린 그는 일본 정부가 노벨상 수상자에게 관례적으로 수여하던 문화훈장을 “국가와 관련된 훈장”이라며 거부했다. 국가주의와 일왕제에 비판적이었고 평화헌법 수호 단체 ‘헌법 9조를 지키는 모임’의 중심 구성원이었다. 그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일본이 아시아인들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 또 1995년 동아일보가 후원한 ‘해방 50년과 패전 50년’ 심포지엄을 위해 한국을 찾은 고인은 김지하 시인과의 대담에서 “일본은 패전 후 신생(新生·새로운 삶)을 위해 한국인에게 사죄하고 과거 죄과를 청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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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日피고기업 미래기금 참여, 尹 방일 맞춰 발표”

    한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참여를 이번 주 공식화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聯)이 윤석열 대통령의 16, 17일 방일 기간에 맞춰 이 기금 조성 방안을 발표할 때 경단련 소속인 이들 피고기업이 참여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낸다는 것. 양국 정부는 이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낼지, 피고기업 관계자가 발표 현장에 배석할지 등을 두고 협의 중이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우호 증진에 공감하는 일본 대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맞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변제하는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조성하는 재원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고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들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 모임인 ‘서울저팬클럽(SJC)’에 소속된 기업 중 몇 곳이 참여 주체로 거론된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입장에선 일본 (일반)기업들이 재단에 참여한다는 발표가 이번 주에 나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 방일 기간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사과 표명 없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역대 내각이 제시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앞서 한국 정부가 6일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 해법을 발표한 당일 기시다 총리가 밝힌 ‘역대 내각의 전체적 계승’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아직 사과 방식도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1998년 선언에 담겼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정부측 “日, 사죄-배상에 더 성의 보여야” 日피고기업 기금 참여 “韓 결단에 진정성 있는 호응 필요” “일본 피고기업의 (미래청년)기금 참여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일본 측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다. 일본 정부가 그 이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호응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먼저 ‘대승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일본도 미래청년기금 조성 외에 사죄와 배상 문제에서 성의를 더 보여야 한국 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윤 대통령 방일 기간 중 일본 피고기업이 미래청년기금에 참여한다는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낼지 협의 중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피고기업이 미래기금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밝히는 걸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다만 “피고기업이 경단련 회원인 만큼 미래기금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일본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 입장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앞서 7일 국무회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실천이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해법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이번 해법이 윤 대통령이 직접 결단한 고육지책이었음을 강조한 것.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도 이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1998년 공동선언이 버전 1.0이었다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시대는 버전 2.0이어야 한다”며 일본의 호응을 촉구했다. 윤 대사는 “일본인에게는 이 문제가 법적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피해자는 그렇게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납득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호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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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對中 수출통제 반도체장비 2배 확대 추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이 같은 계획을 미국 내 기업에 알렸고, 이르면 4월 새로운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새로 추진하는 수출 통제 계획을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 네덜란드 정부와도 조율할 계획이다. 새 규정이 도입되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미국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장비의 수가 지금보다 2배로 늘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자국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는 17개다. 여기에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경우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반도체 장비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가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잡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3개의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이 미국 기업이다.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ASML이, 일본에는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이 있다. 이들 3개국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규제에 따라 반도체 장비 기업의 탈중국 현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 ASML의 납품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를 공식화했다. ASML 관련 기업 10여 곳의 관계자들은 공장 용지 물색을 위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ASML의 리소그래피(반도체 기판에 집적회로를 만드는 기술) 시스템에 전기 제어장치, 전원 제어·배전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뉴웨이즈를 비롯해 정밀기계공급업체인 NTS, 베스트로닉스, BKB 정밀, HQ그룹, KMWE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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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천물 年 2회만 교체한 日온천 前사장 숨진 채 발견

    온천물을 1년에 2번만 갈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일본 후쿠오카현의 온천 숙박시설 전(前) 사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일본 NHK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경찰은 이날 아침 온천이 위치한 지쿠시노시의 산길에서 전 사장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유서로 보이는 종이도 발견됐다. 숨진 전 사장은 논란이 불거진 뒤인 지난달 28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이달 2일 사임을 발표했다.유서에는 “미안하다. 모든 것은 내 불찰이다. 뒤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오카현 지쿠시노시의 관광 온천시설인 ‘다이마루 벳소’는 최근 일본 공중목욕탕 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현지 경찰은 11일 온천과 전 사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후쿠오카현은 조례로 일주일에 1번 이상 모든 탕의 물을 교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곳은 연 2회 휴관 일에만 물을 갈았다. 소독용 염소 주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검사에서 기준치의 최대 3700배에 달하는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됐다.   이 숙박 시설은 서기 700년대부터 온천수가 나온 지역에서 1865년 창업한 곳으로 히로히토 일왕도 숙박한 적이 있는 고급 시설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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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재일교포 경제인들 “징용 재단에 기여하겠다”

    재일교포들이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환영하며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10일 밝혔다.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대신 배상금을 변제하는 재단에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차원에서 재단 기금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17일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 도쿄에서 기여 의사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재일교포 2세인 김덕길 가네다(金田)홀딩스 회장(77)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오쿠보(도쿄 내 코리아타운)에서 사업하는 재일동포들이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것에 대해 우리도 기부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회장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1, 12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17일 공식 발표 후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양국 관계가 좋아지면 혜택도 입게 될 텐데 배상 문제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내 일부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초 27일쯤 발표하려고 했는데 한일 관계 개선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날짜를 앞당겼다”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양국 경제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일 재계 조성 ‘미래기금’(가칭)에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단에 대한 피고 기업 참여는 단기간 내 예상하지 않고 있지만 한일관계가 진전됨으로써 기여할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은 10일 중의원에서 징용 관련 질문을 받고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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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하반기 방한 조율… 尹 방일후 셔틀외교 복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에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시작으로 12년간 중단된 한일 간 ‘셔틀 외교’(상대국을 오가며 정례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 답방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조정에 들어가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의 상징이 될 셔틀 외교의 복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9일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16, 17일 일본을 찾는다고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실무 방문(Working Visit) 형식으로 방일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방일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후 약 4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되었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된다”면서 “이는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셔틀 외교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의 재개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이후 답방 차원에서 첫 방한을 위한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대해) 아직 양국 간 얘기가 나온 건 없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방일하면 다음엔 방한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상대국을 1년에 한 번씩 방문하는 형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시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및 회담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이뤄지면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부활하는 것이다.기시다 “한일 관계 강화 기회”… 日보수인사들 만나 설득 나서 尹대통령 16, 17일 방일 기시다, 日 보수 거물급 잇단 접촉한국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 행보日언론 “지소미아 중요성 확인”회담서 안보-경제 협력 논의 방침한일 양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 외교가 자연스럽게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어렵게 해법을 마련한 만큼 양국 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도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한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셔틀 외교가 복원된다면 기시다 총리는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올 하반기에 한국을 답방할 가능성이 크다. 셔틀 외교가 중단되기 전인 2011년까지 양국 정상은 매년 한 번씩 상대국을 찾아 회담을 했다.● 조심스레 분위기 조성하는 日기시다 총리는 9일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할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일본 보수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변화에 대단히 신중하고, 특히 한일 관계에 민감한 일본 주류사회를 설득해 한국에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바꾸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로서는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온 주류 보수파를 배려하지 않고서는 일본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한일 관계 개선을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8일 일본 최대 신문사인 요미우리신문을 찾아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대표이사 주필을 만났다. 와타나베 대표는 올해 96세이지만 일본 보수를 상징하는 원로로서, ‘막후의 쇼군(수장)’으로 불릴 정도로 정·재계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 발표가 있던 6일에는 집권 자민당 임원회의에 참석해 “(아소 다로) 부총재를 비롯해 모든 분이 세심하게 분위기를 다져주셔서 결실을 봤다”며 공을 주변 인사들에게 돌렸다. 지난해 11월 방한해 윤 대통령을 예방한 아소 자민당 부총재는 9일 “(한국 정부의 해법은)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기 위한 매우 큰 첫걸음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일 회담서 지소미아 중요성 확인”한일 정부는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첫 단추로서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의 정상화 표명 방침을 굳혔다”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의 진전을 보고 정상화 발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확정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문재인 정부는 같은 해 8월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는 공한을 보냈다. 현재 지소미아에 따른 군사정보 교환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안부 협약처럼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지소미아 정상화를 비롯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본 영공 및 인근 바다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엄중한 안보 위기를 타개하려면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은 4월 26일 공식 환영식에 이어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4월 27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이 열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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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방송개입 의혹’ 문서 폭로… 담당장관 사퇴 압박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방송 개입 시도’ 의혹 문서가 폭로돼 당시 담당 장관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014년에 방송 주무 부처인 총무성과 총리관저가 협의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84쪽 분량의 문서에는 ‘방송국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라는 일본 방송법의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정부 해석에 ‘개별 프로그램을 보고 판단한다’라는 해석이 추가된 경위가 담겨 있다. 공개된 문서에는 “현재 프로그램에는 이상한 것이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 ‘TV아사히에 공정한 프로그램이 있나’ ‘총무상은 준비해 줬다고 관저에 전해달라’ 등 방송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대화가 담겼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여당에 비판적 보도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지금까지 퍼졌다”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장관은 “날조”라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총무성이 7일 내부 행정 문서가 맞다고 인정하고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경위에 대해 총무성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감싸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야당은 앞서 다카이치 장관이 “사실이라면 사임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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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장 한 칸 빌려서 나만의 책방 꾸며요”… 日공유형 서점 인기[글로벌 현장을 가다]

    《5일 오후 일본 도쿄 진보초(神保町). 도쿄의 관문인 도쿄역에서 불과 1.7km 남짓 떨어진 도심이면서도 저편의 화려한 고층빌딩 숲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른 푸근함과 넉넉함이 느껴지는 동네다. 헌책방 180여 곳이 몰려 있는 세계 최대 고(古)서점 거리로 유명하지만 작은 라이브하우스나 재즈클럽도 곳곳에 있고, 스포츠용품 거리이면서도 카레 가게가 밀집한 ‘카레 메카’로도 알려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매력 가득한 곳이다.》 지난해부터 여기에 또 다른 매력이 가미됐다. 진보초가 이른바 공유형 서점 열풍의 중심지로 떠오른 것이다. 공유형 서점이란 기존 서점 안에 있는 책장 한 칸을 빌려 나만의 서점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매달 일정 정도의 돈을 내면 바로 ‘미니 책방’ 주인이 된다.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책의 거리에서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유형 서점 붐이 부는 진보초 뒷골목을 걸었다.책장마다 개성 한가득 진보초역은 도쿄 지하철 3개 노선이 교차한다. 여기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5분쯤 걸어가니 짙은 파란색 문틀의 큼직한 유리문이 있는 가게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상점가를 연상시킨다. 문 앞에 놓인 스탠드형 간판에는 책 읽는 고양이 캐릭터와 함께 ‘네코노혼다나(猫の本棚·고양이 서가)’라고 쓰여 있다. 공유형 서점의 원조 격인 이곳은 어느새 진보초 거리 명물로 떠올랐다. 전형적인 동네 점포만 한 네코노혼다나에는 가로 30cm, 세로 35cm, 깊이 30cm 책장 170개가 세 벽을 둘러싸고 있다. 가입비 1만1000엔(약 10만5000원)에 매달 이용료 4400엔(약 4만2000원)을 내면 책장 하나를 빌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서점을 꾸밀 수 있다. 대여 기간은 3개월 이상이다. 서점 한가운데 책을 전시하는 팝업 테이블과 잠시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간이 의자를 갖췄다. 팝업 테이블은 책장 주인이 서점과 상담해서 무료로 쓸 수 있다. 책장마다 주인의 개성을 뽐내는 듯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들어 있다. 만화책으로 가득한 책장, 절판된 영화 서적으로 채운 책장,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 책만 있는 책장…. 주인의 성향과 관심사, 취미 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책장 대부분은 책뿐 아니라 주인이 손님에게 전하는 메모나 액자, 인형 등으로 꾸며져 있다. 베스트셀러는 드물다. 철저히 주인 마음대로다. 다른 사람들이 읽게 하고 싶은 책들이다. 책장에 붙은 주인들 이름은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영화감독, 배우, 소설가 같은 유명인도 있다.‘대면의 중요성 깨닫는 공간’ “한국에서 오신 기자라면 여기 잠깐 보시겠어요?” 점주 미즈노 구미(水野久美) 씨가 가리킨 책장에는 ‘그림자놀이’ ‘당근 유치원’ ‘마음아 안녕’ 같은 유아용 한글 그림책이 20권 넘게 꽂혀 있다. 한국어 공부에 푹 빠진 일본인 대학교수가 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위 칸에는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82년생 김지영’ 일본어 번역본과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 ‘한국 영화의 정신’ ‘유라시아풍의 신라’ 같은 책이 담긴 책장도 눈에 띄었다. 익명의 주인은 ‘여러 모습의 한국을 즐길 수 있는 책들입니다’라는 메모를 올려놨다. 네코노혼다나는 공간을 실내디자인 및 실내장식으로 꾸미는 공간플래너 출신 미즈노 씨와 일본 유명 영화감독 히구치 나오후미(樋口尚文) 씨가 함께 만들었다. 색다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160년 전 사찰 난간과 100년 전 샹들리에를 어렵게 구해 실내를 꾸며놨다. 히구치 감독의 영향으로 영화 관련 책장이 많다. 검열과 터부에 저항하는 문제작 ‘감각의 제국’(1976년) 같은 작품으로 일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오시마 나기사(大島渚·1932∼2013) 감독 장서 코너를 마련해 주목받기도 했다. 미즈노 씨는 “코로나19 이후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며 “책의 거리로 유명한 진보초에서 한두 명 정도 조용히 쉬러 올 수 있는 안식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는 분들이 책장 주인으로 와 주실 거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대면 공간이라면 커피숍도 괜찮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여기가 평범한 카페였으면 한국 신문기자가 와 주셨겠어요. 하하하. 특별한 공간으로 꾸몄기 때문에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책장은 대부분 주인을 만나 지금 신청하면 한동안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서점 줄지만 공유형 모델 늘어 ‘독서 왕국’ 일본도 인터넷 스마트폰에 밀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서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99년 전국에 2만2000개가 넘었던 서점은 지난해 8600여 곳으로 60%가량 줄었다. 동네 서점이 사실상 전멸한 한국에 비한다면 다소 사정이 낫지만 일본에서도 작은 서점은 갈수록 사라지는 분위기다. 진보초 역시 10년 전에 비해 고서점이 30%가량 줄어들 만큼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깊어지는 서점 소멸 위기 속에서도 공유형 서점은 지난해부터 일본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 도쿄에만 10곳 넘게 생겼다. 공유형 서점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가 등장했고 주요 신문과 TV에서도 연일 소개되고 있다. 공유형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유 경험을 제공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 공유할 뿐만 아니라 그런 밀접한 관계와 소통이 형성되는 공간을 공유하는 체험이다. 네코노혼다나는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나만의 작은 서점을 어떻게 이름 붙이고 어떻게 꾸밀지, ‘서점 주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해 달라”고 밝혔다. 돈벌이를 주목적으로 하지 않다 보니 뒷골목에 자그마하게 숨어 있지만 이런 은밀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공유형 서점 팬이 늘어나고 있다. SNS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서점에 다녀왔다” “이런 책을 소개하는 책장 주인이 궁금하다” 같은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공유형 서점에서는 작은 책방 주인들이 모이는 교류 모임도 주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팔 수 있을지도 논의하지만 주인 각자의 콘셉트와 지향점을 공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 마니아 모임’에 가깝다. 진보초 공유형 서점에서 만난 손님은 “책장을 꾸밀 수 있을 만큼 자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책을 매개로 책장 주인끼리, 책장 주인과 고객끼리 다차원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공간인 공유형 서점이 위축돼 가는 서점의 새로운 존립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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