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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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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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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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면 쓴 카쇠르, 폭력시위로 프랑스 위협”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행정부의 친기업적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점점 과격화되면서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 ‘카쇠르(Casseur·파괴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 때마다 복면을 쓴 채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깨고 화염병을 던지는 소수의 젊은이들을 프랑스에서는 ‘카쇠르’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26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카쇠르가 시위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다. 스테판 르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지난 두 달간 노동법 반대 시위 도중 경찰 350여 명이 부상했다”며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과격 시위로 인한 경찰관 부상이 잦아지자 경찰노조는 이달 18일 ‘경찰에 대한 증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그날 경찰차 한 대가 시위대에 의해 불태워져 충격이 더욱 컸다. 올랑드 대통령도 “노동법을 반대하고 저항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범죄”라며 ‘카쇠르’가 주도하는 폭력 시위를 비판했다. 보수 야당 공화당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경찰 소방관 등 국가를 대표하는 제복을 입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프랑스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장피에르 지랑 의원(공화당)은 “경찰차를 불태운 것은 더 이상 시위가 아니라 살인 범죄”라며 “카쇠르는 우리 안의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노동조합총연맹(CGT)이 주도하는 정유공장 봉쇄로 유럽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 2016’ 개막을 2주 앞두고 교통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프랑스 노조단체들은 노동법 개정에 반대해 24일부터 프랑스 전역에 있는 8개 정유시설 모두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유소에서 기름이 완전 고갈되거나 기름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주유난이 확산되자 전략 비축유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 파업에는 철도, 항만, 항공, 지하철 노조까지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CGT는 원전도 멈춰 세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25일 “노동자의 3%만 대표하는 CGT가 프랑스 국가 전체를 인질로 잡고 있다”며 “이것은 사회적 테러리즘(Terrorisme Social)”이라고 비판했다. 좌파 진영에서도 과격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1면에서 “CGT가 이 나라를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좌파당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24일 “정부의 공권력 사용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폭력 시위는 자칫 ‘도시 게릴라전’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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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준 대사, 한국인 첫 ‘로마 호감상’ 수상

    이용준 주이탈리아 대사(60)가 한국 문화를 이탈리아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로마 시로부터 ‘로마 호감상’을 받았다. 이 대사는 23일 오후(현지 시간) 로마시청에서 열린 제46회 로마 호감상 시상식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이 대사는 2015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국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한국문화원이 올 10월 로마에 개원되는 등 한국 문화를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시상식에는 이 대사 외에도 이탈리아의 인기그룹 ‘티로만치노’의 보컬 페데리코 참팔리오네,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 영화감독 파올로 제노베제 등 13개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인물들이 함께 수상했다. 1967년 제정된 로마 호감상은 매년 문화, 외교, 공연예술, 연구 등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이탈리아인이나 외국인에게 주어진다. 역대 수상자로는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건축가 렌초 피아노 등이 있다. 이 대사는 시상식에서 “이탈리아의 세계적 명사들이 받았던 상을 한국을 대표해 받게 돼 큰 영광”이라며 “이탈리아 속에 한국 문화를 더 깊숙이 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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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지하철 8월부터 24시간 운행

    영국 수도 런던의 지하철(Tube)이 8월부터 단계적으로 24시간 운행된다. 사디크 칸 신임 런던시장은 8월 19일부터 센트럴 노선과 빅토리아 노선을 24시간 운행한다고 23일 발표했다. 24시간 달리는 ‘나이트 튜브(Night Tube)’는 일단 주말(금·토요일)에만 적용된다. 나머지 노선에서는 새로 충원된 시간제 기관사 200여 명이 14주간에 걸친 훈련프로그램을 마치는 가을부터 24시간 운행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칸 시장은 “런던 시민에게 많은 일자리와 기회들을 제공하는 런던 ‘야간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교통당국은 ‘나이트 튜브’가 야간에 평균 2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런던 시는 지하철 24시간 운행으로 3억6000만 파운드(약 6224억 원) 규모의 야간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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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지하철, 8월부터 단계적으로 24시간 운행

    영국 수도 런던의 지하철(Tube)이 8월부터 단계적으로 24시간 운행된다. 사디크 칸 신임 런던시장은 8월 19일부터 센트럴 노선과 빅토리아 노선을 24시간 운행한다고 23일 발표했다. 24시간 달리는 ‘나이트 튜브’(Night Tube)‘는 일단 주말(금·토요일)에만 적용된다. 센트럴과 빅토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노선에서는 새로 충원된 시간제 기관사 200여 명이 14주간에 걸친 훈련 프로그램을 마치는 가을부터 24시간 운행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칸 시장은 “지하철 24시간 운행은 런던 시민에게 많은 일자리와 기회들을 제공하는 런던 ‘야간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교통당국은 ‘나이트 튜브’가 야간에 평균 20분 간격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런던시는 지하철 24시간 운행으로 3억6000만 파운드(약 6224억 원) 규모의 야간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마이크 브라운 런던시 교통행정담당관은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 이후 지하철 이용 인구는 50만 명 이상으로 심야버스 이용률도 2000년보다 170%나 늘어났다”며 “런던이 뉴욕, 베를린과 함께 지하철 24시간 운행에 동참함에 따라 일하고 여행하기에 편리한 국제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지하철 24시간 운행은 칸 시장의 전임자인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다. 존슨 전 시장은 24시간 운행을 지난해 9월 시작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연장 운행에 따른 보수와 근무 조건을 둘러싼 노사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행 시기가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런던지하철 종사자들이 소속된 주요 4개 노동조합단체들이 지난해 6월 24시간 전면 파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노사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18개월간의 협상을 타결했고 10일 신임 시장에 당선된 칸 시장은 전임 시장의 정책을 이어받아 시행 일정을 확정했다. 칸 시장은 선거 기간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지하철요금 등 대중교통 요금을 임기 4년 동안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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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청문회, 두루뭉술 주제 없고 꼭 필요한 증인만 소환

    국회를 통과한 상시 청문회법은 연중 내내 청문회가 열리는 미국 의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 연방 상원과 하원은 여름 휴회 등을 제외하곤 각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가 주최하는 청문회 일정이 빼곡하다. 미 상원 외교위의 경우 5월 한 달 동안 최소 11건의 청문회가 잡혀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만큼이나 청문회의 제도적, 정치 문화적인 토양이 확연히 달라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한국 현실에 맞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여야가 철저히 당리당략으로 움직이는 구태의연한 정치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미 의회 청문회는 개최 목적이 구체적이고 아주 명확하다. 한국의 개정된 국회법은 ‘소관 현안’이면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열 수 있도록 했지만 워싱턴 의회에서 ‘소관 현안 청취’라는 두루뭉술한 주제로 청문회가 열리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상원 외교위가 25일 개최할 청문회의 주제는 ‘해외 해킹세력에 대한 연방정부의 사이버안보 전략’으로 크리스토퍼 페인터 국무부 사이버안보조정관 1명만 증인으로 부른다. 주제에 맞는 정부 인사를 최소한으로 소집해 압축적이지만 실질적인 청문회를 여는 것이다. 또 한국과 달리 청문회 시간을 미리 정해 놓고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입법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정부 인사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도 부르기 때문이다. 미 하원 외교위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1월 13일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마이클 그린 일본석좌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정확하게 정오에 끝났다.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다들 바쁜 만큼 청문위원들은 핵심적인 질문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상원 외교위가 26일 여는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는 국무부 당국자 3명을 불러 오전 9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열린다. 청문회가 철저히 정책 질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정 현안과 관련한 청문회는 물론이고 행정부 고위직 및 연방 판사 등 2000여 명의 상원 인준 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정책과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청취에 집중된다. 후보자의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에서 사전 스크린 작업을 따로 거치므로 청문회에서 다시 논의하지 않는다. 후보자 가족을 청문회장에 초청해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개인 신상에 대한 불필요한 질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빈센트 브룩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선 6시간 내내 미 정부의 대북정책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만 오갔다. 브룩스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대선 후보로 선출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스스로의 안보를 위해 자체 핵무장에 나설 것”이라며 트럼프의 한반도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단 한 번의 고성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8일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인 로레타 린치 후보자에 대한 상원 법제사법위 청문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등을 놓고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이 거친 질문을 쏟아냈으나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는 크루즈가 “수고했다”고 격려하고, 린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청문회는 인신공격, 막말, 삿대질이 없는 ‘3무(無)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의원내각제 전통이 강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총리가 매주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국정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해당 부처에서는 장관들에게 기본적인 자료만 준비해줄 뿐 많은 공무원들이 의회에서 대기해 행정부 업무가 마비되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총리나 장관은 기본적인 정책 자료만 갖고 의원들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스스로 방어하고 설득한다. 일본에선 ‘공청회(公聽會)’라는 청문회 제도를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도입했다. 일본 국회법 51조는 ‘공적 위원회는 일반적 관심 및 목적이 있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실제 이해관계를 가진 자 또는 학식 경험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총예산과 극히 중요한 법안의 경우에만 열리며 공청회를 여는 시점에 이미 각 의원의 표결 내용은 대부분 정해져 있어 형식에 그치는 편이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파리=전승훈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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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로 가는 오스트리아… 유럽서 되살아나는 ‘나치 망령’

    “이웃 나라에 의해 강요된 다문화주의, 세계화, 대량 이민을 반대한다.” 극우 공약을 내걸어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자유당(FP¨O)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45·사진)가 22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된다. FP¨O의 호퍼 후보는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72)와 맞붙었다. 호퍼의 당선이 확정되면 나치 패망 이후 서유럽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서 최초로 극우 성향의 국가수반이 탄생하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오스트리아에선 총리가 실권을 행사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덴마크 등의 극우 정당들이 지난해와 올해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유럽에 부는 ‘극우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인츠 게르트너 빈(Wien)대 정치학 교수는 “호퍼의 당선은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환경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외국인 혐오, 난민 규제를 내건 극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호퍼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지난 주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판데어벨렌 후보를 53% 대 47%로 제치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도박사들도 주로 호퍼에게 돈을 걸었다. 호퍼가 반(反)난민 공약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지난해 전체 인구의 1%가 넘는 9만 명의 난민들이 오스트리아로 유입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불법이민자 단속에 나섰지만 난민 수용에 비판적인 FP¨O의 주장이 옳았음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잇따른 극우 성향의 주장으로 호퍼가 ‘유럽의 트럼프’ 별명을 얻은 반면 판데어벨렌은 난민 규제 철회를 공약해 ‘오스트리아의 오바마’로 불린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호퍼는 부드러운 미소와 재치 있는 언변을 갖추었고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그는 양복 재킷에 늘 권총을 갖고 다닌다. 그 이유로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스스로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녀들과 함께 사격 연습을 하는 사진을 즐겨 올린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늘 친절한 이웃이나 중도파 정치인처럼 포장하지만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경계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호퍼는 아이젠슈타트에서 항공기술대를 졸업했고 헝가리를 사이에 둔 국경을 지키는 군인으로 복무했다. 19세기 독일 국수주의적 이상을 뿌리로 둔 독일남성동호회 ‘대학생학우회’의 명예회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와 호퍼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다면 호퍼는 ‘오스트리아 제일주의’를 외친다. 난민 차단용 장벽 설치와 무슬림 입국 차단 주장도 쏙 빼닮았다. 집권을 앞두고 있는 FP¨O는 1950년대 일부 나치 출신 정치인들이 창당한 정당으로 1990년대 대표적 극우 정치인 외르크 하이더가 대표를 맡으면서 주요 정당으로 떠올랐다. 2000년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하면서 유럽 정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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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 트럼프’ 호퍼, 오스트리아 대선서 무소속 반데어벨렌과 초접전

    “이웃 나라에 의해 강요된 다문화주의, 세계화, 대량 이민을 반대한다.” 극우 공약을 내걸어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자유당(FPOe)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45)가 22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무소속 알렉산더 반데어벨렌 후보(72)와 초접전을 벌였다. 선거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호퍼는 50.1%, 반데어벨렌은 49.9%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개표가 97%가량 완료된 23일 오전 2시 현재(한국시간)까지도 호퍼와 반데어벨렌은 각각 50%를 득표한 상태. 이에 따라 개표 마지막까지 승부를 가늠할 수 없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만일 호퍼의 당선이 확정되면 나치 패망 이후 서유럽과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서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국가수반이 탄생하는 셈이다. 의원내각제인 오스트리아에선 총리가 실권을 행사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호퍼가 당선된다면 유럽에서 부는 ‘극우 바람’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덴마크 등의 극우 정당들이 지난해와 올해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바 있다. 하인츠 게르트너 빈(Wien)대 정치학 교수도 “(호퍼가 당선된다면)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환경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외국인 혐오, 난민 규제를 내건 극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호퍼는 아이젠슈타트에서 항공기술대를 졸업했고 헝가리를 사이에 둔 국경을 지키는 군인으로 복무했다. 19세기 독일 국수주의적 이상을 뿌리로 둔 독일남성동호회 ‘대학생학우회’의 명예회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와 호퍼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다면 호퍼는 ‘오스트리아 제일주의’를 외친다. 난민 차단용 장벽 설치와 무슬림 입국 차단 주장도 쏙 빼닮았다. 한편 호퍼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반데어벨렌은 난민 규제 철회를 공약해 ‘오스트리아의 오바마’로 불린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호퍼는 부드러운 미소와 재치 있는 언변을 갖췄고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그는 양복 재킷에 늘 권총을 갖고 다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스스로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녀들과 함께 사격 연습을 하는 사진을 즐겨 올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런 반데어벨렌의 행태를 두고 “늘 친절한 이웃이나 중도파 정치인처럼 포장하지만 양의 탈을 쓴 늑대일 뿐”이라고 평가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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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주민들, 요즘 김정은을 ‘정은이’ ‘걔’라고 부른다는데…

    요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장군님’이나 ‘수령님’ 등의 존칭 없이 ‘정은이’, ‘갸(걔)’라고 부른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노체인·No Chain) 정광일 대표는 19일 오후 영국 런던의 영국 의회 내 한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예전엔 장군님이라든지 수령님이라든지 존칭을 붙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북한 주민과 전화통화하면 김정은을 친구 부르듯 ‘정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32년 만에 당대회를 열고 자신의 직함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김일성 주석이 맡았던 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는 등 정통성 부여에 열을 올렸지만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자리는 영국 의회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이 장 대표로부터 ‘북한 정권의 정보 장벽 깨기’ 활동을 청취하려고 마련한 것이다. 장 대표는 2009년부터 외부 콘텐츠를 북한에 들여보낸 것이 북한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해외 영화, 한국에 온 탈북자가 정착한 모습이나 개방된 사회의 국민이 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을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장대표는 2012년부터는 CD, USB를 500~600개 씩 북한에 들여보냈다. 또한 북한에서 휴대폰과 중국산 MP4 플레이어가 확산한 데 발맞춰 SD카드에 외부 콘텐츠를 담아 무역일꾼에게 넘겨왔다. 북한에선 이 영상이 상품화돼 매매된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제는 북한이 어느 정도 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단속에 걸리더라도 뇌물을 얼마 주고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정착한 모습 등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CD에 담아 보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우리가 보낸 콘텐츠를 보고 강요당한 삶을 알기 시작하다 보니까 ‘정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갸’라는 표현도 나온다”며 “예전 같으면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50여명은 장 대표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고, 증언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자리에는 APPGNK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하원의원 3명이 참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올해 안에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국어 단파라디오 방송 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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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일엔 집… 주말만 복역하는 교도소

    평일에는 집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복역하는 교도소가 영국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8일 웨스트민스터 의회 국정연설에서 “정부는 개인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기 위해 향후 1년간 교도소와 법원을 개혁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너무 오랫동안 교도소를 곪아 터지도록 방치했다”며 “교도소를 단지 처벌만이 아니라 사회 복귀의 장소로 만드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교도소 개혁 방향은 재소자들의 재범 방지와 새 출발 기회 제공에 맞춰져 있다. 총리실은 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를 부착한 재소자를 평일에는 집에서 생활하게 하고 주말에만 감금시킨다면 교도소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9월부터 노팅엄셔 등 8개 지역에서 주말 전용 교도소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또 재소자들이 온라인 기반 화상 통화 ‘스카이프’ 등으로 가족, 친구와 연락할 수 있도록 교도소 안에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울러 민간 대학과 협력해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해 출소 후 재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재범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총리실은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이후 100여 년 만에 최대 개혁안”이라고 자평했다. 텔레그래프는 파격적인 교도소 개혁이 보수당으로부터 ‘관대한 사법’이라는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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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여왕 “교도소 개혁 추진”…주말에만 복역 가능?

    평일에는 집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복역하는 교도소가 영국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8일 웨스트민스터 의회 국정연설에서 “정부는 개인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기 위해 향후 1년간 교도소와 법원을 개혁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너무 오랫동안 교도소를 곪아 터지도록 방치했다”며 “교도소를 단지 처벌만이 아니라 사회 복귀의 장소로 만드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교도소 개혁 방향은 재소자들의 재범 방지와 새 출발 기회 제공에 맞춰져 있다. 총리실은 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를 부착한 재소자를 평일에는 집에서 생활하게 하고 주말에만 감금시킨다면 교도소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9월부터 노팅엄셔 등 8개 지역에서 주말 전용 교도소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또 재소자들이 온라인 기반 화상 통화 ‘스카이프’ 등으로 가족, 친구와 연락할 수 있도록 교도소 안에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울러 민간 대학과 협력해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개선해 출소 후 재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재범 예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총리실은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이후 100여 년 만에 최대 개혁안”이라고 자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재소자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148명으로 서유럽에서 비율이 가장 높다”며 “그러나 보수당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지난 5년간 교도소 인력이 30%가 줄어들어 교도소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파격적인 교도소 개혁이 보수당으로부터 ‘관대한 사법’이라는 반발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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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창적 한복 맵시는 패션영감의 원천”

    “한복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색감과 형태, 현대적인 절개선은 21세기 디자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한국을 더 잘 알았다면 분명 한국 패션의 품질과 우아함이 그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마르크앙투안 자메 총괄 경영본부장(57·사진)은 13일(현지 시간) 파리 외교관클럽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LVMH그룹이 한국의 패션, 건축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새로운 컬렉션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부터 LVMH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들의 시너지 협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루이뷔통재단이 운영하는 파리 불로뉴 숲 아클리마타시옹 테마파크의 회장(CEO)으로 2014년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루이뷔통미술관을 개관했다. LVMH그룹은 지난달 29일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 등 한국과 프랑스 문화교류 공로자들에게 ‘2016 한불 문화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을 후원했다. 자메 본부장은 “루이뷔통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사절과 같다”며 “1980년대부터 한국에 진출했고 현재 100여 개의 부티크를 둔 LVMH그룹이 프랑스와 한국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문화 교류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3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서울 청담동에 있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을 방문했는데 이는 디오르와 루이뷔통이 프랑스 문화와 기업을 대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LVMH그룹은 루이뷔통뿐 아니라 크리스티앙 디오르, 마크 제이컵스, 지방시, 모에샹동, 에네시, 펜디, 태그호이어, 세포라 등 가방, 패션, 시계, 보석, 화장품 등 수많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합병한 프랑스 최고 명품기업이다. 자메 본부장은 유럽에 부는 ‘한류(韓流)’에 대해 “프랑스 패션업계에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창조, 혁신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고 이와 동시에 오래된 시간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문화라는 점에서 서로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 한국 문화가 소개된 것은 15∼2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프랑스인이 가장 쉽게 끌렸던 것은 한국 영화”라며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한국 영화는 샘솟는 창작력과 다채로운 이미지, 영화가 전달하는 가치의 자유를 보여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자메 본부장은 “여성의 패션뿐 아니라 한국 건축물의 선에서도 깊은 감명을 받는다”며 “특히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전통적인 양식과 현대적인 느낌이 조화된 한국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특별함’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자메 본부장은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는 LVMH그룹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한국은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양적인 크기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평가하고 이해하고 선택하며 진화하게 만드는 고객들의 질도 중요하다”며 “한국 고객들은 언제나 더 나은 것, 색다른 것, 그러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LVMH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LVMH의 예술성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청담동에 들어선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는 프랑스의 최신 예술 경향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나라 한국에 자리 잡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자메 본부장은 다음 달 1∼4일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환영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올랑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의 우정에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두 나라 대표단이 서로 방문하면서 프랑스와 한국이 친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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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인간 존엄성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싶어”

    17일(현지 시간) 이른 아침에 연락이 닿았다. 시상식 다음 날이었다. 한강 씨(46·사진)는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다”면서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의 이야기”라면서 “이때의 인간은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을 말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이 어떻습니까. “매우 놀랍고 기쁩니다. 번역자인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하는 상이어서 더 기뻐요.” ―수상을 기대했는지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내년 11월에 새 소설 ‘흰’이 영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입니다. 편집자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겸사겸사 가벼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자신의 작품의 어떤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호소력을 가졌다고 보는지요.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덕분입니다. 한국문학에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를 “인간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의 이야기”로 소개했는데요.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식물이 되려고 합니다. 이 극단적인 서사를 통해 저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려고 했습니다. 어려운 질문이지요. 인간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중요한 것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질문하면서 써 나가고 싶습니다.” ―폭력성에 대한 저항이 주요 메시지인가요. “인간의 폭력에 대한 고통이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향하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쓴 후 더욱 그 고민을 더듬어 가게 됩니다. 인간의 폭력에 우리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어떤 출발점이자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소년…’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와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담은 소설로 올 초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국내외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아주 훌륭하고 좋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이 시간에도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한국의 동료 작가들,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쁨을 독자들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시상식이 막 지났는데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요. “어서 제 자리로 돌아가서 읽고 쓰는 생활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게 제일 중요한 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 입니다. 다음 주에 새 책이 출간돼요. 제목은 ‘흰’입니다. 배내옷, 달떡, 안개, 눈보라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 쓴 책이에요. 산문과 시와 소설의 경계에 있는 책인데, 저는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컬래버레이션으로 전시회도 열 예정입니다.” 런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김지영 기자}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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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테 伊 축구대표팀 감독, 승부 조작 혐의 벗어…“악몽의 종지부”

    이탈리아 대표팀의 안토니오 콘테(47)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를 벗었다. 이탈리아 북부 크레모나 법원은 16일(현지 시간) 열린 공판에서 콘테 감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콘테 감독에게 집행유예 6개월과 벌금 8000유로(약 1000만원)를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리그)의 시에나팀을 지휘하던 2010년 5월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었다. 콘테 감독은 같은 혐의로 2012년 이탈리아축구협회로부터 4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콘테 감독은 무죄가 확정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년 전 새벽 5시에 압수 수색을 받을 때부터 시작된 끔찍한 악몽이 오늘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나를 의심하지 않았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수년 간 자신을 괴롭혔던 구설에서 자유로워진 콘테 감독은 다음 달 10일 개막하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끌게 됐다. 이탈리아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인 유벤투스 감독을 지낸 그는 ‘유로2016’이 끝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팀인 첼시로 자리를 옮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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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뷰티의 질주… 토니모리, 유럽 14개국 매장 입점

    노란색 바나나 모양 용기에 든 핸드크림(6.95유로), 판다 얼굴 모양 용기에 들어 있는 다크서클 완화 제품(10.90유로·사진)…. 국내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가 화장품 종주국인 프랑스의 파리 한복판에서 한류(韓流)와 K뷰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오후 2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화장품 전문매장 ‘세포라’. 샤넬과 랑콤 등 글로벌 명품 화장품만 전문으로 파는 이 매장에 ‘토니모리’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국의 20, 30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토니모리가 유럽 14개국 825개 세포라 매장에 진출한 것이다. 토니모리는 파리 세포라 매장에 이달 초 입점했다. 매장을 찾은 프랑스 여성 고객들은 발랄한 디자인의 용기에 담긴 화장품에 호기심을 보였다. 판다 모양 용기의 아이크림을 손에 쥔 고교생 마틸드 양(16)은 “너무 귀엽다. K팝을 좋아하는 팬이어서 한국 연예인들의 화장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한국 마스크 팩을 체험한 마루앙 엔조 씨(25)는 “유럽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피부를 거의 관리하지 않는 편인데, 한국에선 남성들도 ‘1일 1팩’을 한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며 “한국 배우들의 빛나는 피부관리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세포라는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화장품 전문 편집숍이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토니모리는 이미 중국, 미국,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이번에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유럽에 진출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총 825개 세포라 매장에 처음 발주한 양이 100만 개 이상(약 100억 원)인 대규모 입점이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1994년 화장품 용기 전문제조업체인 태성산업을 세워 톡톡 튀는 용기들을 선보였고, 2006년 토니모리를 세운 후에는 바나나 모양 용기에 담은 ‘매직푸드 바나나 슬리핑팩’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연 매출은 2199억 원이었다. 릴리안 비노 세포라 유럽 부사장은 “그동안 세포라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의 제품이 많았다”면서 “‘톡톡 튀는’ 토니모리 제품 덕택에 20대 젊은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K뷰티 수입시장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프랑스 수출액은 1641만 유로(약 218억 원)로 전년(900만 유로)의 갑절에 육박했다. 이날 행사는 K팝으로 시작된 프랑스의 한류가 K뷰티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K팝 걸그룹인 ‘밍스’ 멤버들이 등장하자 프랑스 손님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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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정치인들, 여성에 손대지 말라”

    프랑스의 전현직 여성 장관들이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장관 등 전현직 여성 장관 17명은 15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모든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간지에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았다. 89세의 모니크 펠티에 전 법무장관은 37년 전 상원의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전현직 여성 장관들은 정치권에 있으면서 “저 여자는 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고 있는 치마가 너무 긴데 잘라야 하는 것 아니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숱하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전 장관은 2014년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 기자로부터 “예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성추문이 잇달아 터지면서 나왔다. 드니 보팽 전 하원 부의장은 유럽생태녹색당 소속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신체를 더듬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9일 사임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여기자의 속옷 끈을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자의 속옷이 우연히 드러난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면서 끈을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사팽 장관은 당시 여기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자에게는 사과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여기자 40명은 일간 리베라시옹 1면에 ‘내 몸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랑스 남성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기자들에게는 ‘한잔하며 회의하자’거나 ‘토요일 밤 저녁 같이 먹자’며 그 대가로 정보를 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진다”고 폭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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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마가 너무 길다고?…佛 전현직 여성장관 성폭력 규탄 성명

    프랑스의 전현직 여성 장관들이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부 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부 장관 등 전현직 여성 장관 17명은 15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모든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간지에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았다. 89세의 모니크 펠르티에 전 법무장관은 37년 전 상원의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전현직 여성장관들은 정치권에 있으면서 “저 여자는 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고 있는 치마가 너무 긴데 잘라야 하는 것 아니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숱하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 기자로부터 “예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성 추문이 잇달아 터지면서 나왔다. 드니 보팽 전 하원 부의장은 유럽생태녹색당 소속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신체를 더듬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9일 사임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지난 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여기자의 속옷 끈을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자의 속옷이 우연히 드러난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면서 끈을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사팽 장관은 당시 여기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자에게는 사과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여기자 40명은 일간 리베라시옹 1면에 ‘내 몸에 손 대지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랑스 남성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기자들에게는 ‘한 잔 하며 회의하자’거나 ‘토요일 밤 저녁 같이 먹자’며 그 대가로 정보를 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진다”고 폭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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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카페]“야만적인 테러 이겨내려면 우린 문화적으로 행동해야”

    “당신들은 너무도 특별했던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내 인생의 사랑, 그리고 내 아들의 어머니였던 사람을. 하지만 당신들은 결코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Vous n‘aurez pas ma haine).”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벌어진 테러로 아내를 잃은 프랑스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34)가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는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메시지는 계속 이어져 지난달 ‘당신은 내 증오를 가져가지 못할 것’(사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됐다.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이 책은 발간 직후부터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프랑스 독자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18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운명의 그날 밤부터 12주간의 가슴을 찌르는 고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아내 엘렌은 “삶과 음악을 사랑한 여자”였다. 아내가 미국의 록그룹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바타클랑 극장에 갔던 날 밤, 남편은 17개월짜리 아들과 함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앵포’에서 문화평론가로 일했던 레리는 TV뉴스의 검은 자막을 통해 테러 소식을 접했을 때의 공포를 회상한다. 그는 수백 번 아내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는 묵묵부답이었다. 수없이 병원을 찾아 헤매던 남편은 결국 영안실에서 아내의 시신을 발견했다. “11월 16일. 파리 경찰청 검시소에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키스하러 갔다. 그녀는 매일 아침 깨어날 때 모습처럼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울었다.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과 함께 더 머무르고 싶다고. 한 시간이라도 더, 단 하루라도, 아니 평생토록…. 그러나 나는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는 요즘도 22개월 된 아들 멜빌과 함께 장미꽃이나 백합을 들고 파리 몽마르트르 묘지에 묻힌 아내를 찾는다. 앙투안 레리의 이 책은 테러 직후 프랑스 사회가 복수와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 삶에 대한 신중한 성찰에서 나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문체는 문학적이면서도 지성적이고, 감각적이다. “내가 만일 분노와 증오에 내 감정의 문을 여는 순간, 내게서 아내의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분노와 증오는 유혹적이다. 내 안에서 점점 자라나 결국 내 온몸을 차지할 것이다. 나는 처음엔 슬픔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그러나 만일 내 아들과의 일상이 없었다면, 나는 슬픔에 휩싸여 지독히 외로웠을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들을 탁아소에 맡기러 갈 때면 주변의 엄마들이 많이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하고,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물을 그릇에 담아 건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아들이 성장하는 기쁨과 상실의 슬픔을 모두 받아들이길 원한다. 삶이란 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늘은 늘 그리 어둡지 않고, 빛은 늘 그렇게 밝지 않다. 우리는 영원히 희미한 여명 속의 삶을 산다. 이것이 인간적 삶이다.” 레리는 슬픔을 딛고 방송에서 문화평론가 일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 다짐한다. “우리는 결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삶 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야만적인 테러에 대한 반응은 문화적이어야 한다. 공포를 이해하고 이겨 내기 위해서도 문화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는 다시 영화와 문학과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다. 문화가 우리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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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FA 사상 최초 女 사무총장 임명, 유엔출신 사모라… 非백인 발탁도 처음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에 사상 최초로 비(非)백인 여성이 지명됐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세네갈 상주대표인 파트마 사모라 씨(54·사진)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남성 지배적 조직인 FIFA에 축구와 무관한, 그것도 백인이 아닌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랫동안 유엔의 아프리카 프로그램에서 활동해 온 사모라 씨가 중책을 맡은 것은 각종 부패로 얼룩진 FIFA 조직을 일신하기 위한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 조직을 회복하고 재구축하기 위해선 신선한 시각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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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전승훈]말뫼 시장의 눈물과 희망

    특파원으로 출장을 준비할 때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섭외다. 유럽에선 최소 2, 3주 전에 취재 요청을 해야 관료나 전문가들과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취재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마냥 느긋하게 답변을 기다릴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달 초 다녀온 스웨덴 말뫼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뜨거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우리보다 먼저 중공업 구조조정을 경험한 선진국 현장을 찾아가는 기획을 준비했다. 2002년 울산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판 비극적인 대형 크레인이 놓여 있던 말뫼 조선소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말뫼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아픔을 딛고 청정에너지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동안 말뫼 시장을 지낸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72)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출장을 떠나기 전 이곳저곳 관계 기관에 섭외를 부탁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다행히 구글을 검색해 레팔루 전 시장의 이메일을 찾을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그는 ‘터닝토르소’ 건물 1층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가 재임 당시 ‘말뫼의 눈물’로 불린 대형 크레인 대신에 말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선정했던 건물이다. 레팔루 전 시장은 북유럽 최고 높이 건물인 터닝토르소의 54층 스카이라운지로 기자를 안내했다. 말뫼의 항구와 옛 조선소 부지, 크레인이 놓여 있던 곳, 바다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외레순 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레팔루 전 시장은 노트북을 켜고 1986년 말뫼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도시 인구의 10%인 2만8000여 명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던 당시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경쟁력을 잃고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해 온 조선업의 문을 닫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신(新)산업’을 찾아냈던 기업과 노조 간 ‘끝장 토론’의 힘겨웠던 과정을 차근차근 들려줬다. 그는 이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볼보 승용차에 기자를 태워 손수 운전하며 옛 조선소 터에 세워진 친환경 주택단지와 바이오 산업단지 곳곳을 안내했다. 레팔루 전 시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며 “복지연금보다는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로 노동자들을 흡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최첨단 기술대학 유치를 꼽았다. 현재 말뫼에는 전 세계 179개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살고 있다. 벤처기업들도 몰려왔다. 말뫼는 퇴직한 연금 노동자들의 쇠락한 도시에서, 자유롭고 세련된 코스모폴리탄 젊은이들의 도시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레팔루 전 시장은 10∼20년 후 이 도시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레팔루 전 시장은 퇴임 후에도 코펜하겐-말뫼 항만운영기구 이사장과 유엔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자문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바쁜 삶에도 불구하고 불쑥 찾아온 외국 기자를 위해 도시 곳곳을 직접 설명해주는 그로부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둡고 희망이 없던 도시를 21세기 친환경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키운 그를 수많은 말뫼 시민은 아직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한국에도 자신이 재임 중 변화시킨 도시 곳곳을 걸으며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전직 시장이 있을까. 말뫼의 변화가, 그리고 이를 이끈 전직 시장이 무척 부러워 보인 출장이었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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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노후 캡슐빌딩 ‘숙박공유’ 했더니… 임대료 수입 3배로

    일본 도쿄 긴자(銀座)의 ‘나카긴(中銀) 캡슐타워 빌딩’. 1972년 일본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140개의 캡슐로 이뤄진 건물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했지만 2000년대 들어 노후화되면서 재건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다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 이 건물의 캡슐 하나가 2014년부터 ‘초인기 숙박시설’로 탈바꿈했다. 캡슐 소유주가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 방을 빌려주겠다고 등록하자 신청자가 몰린 것이다. 숙박료는 하루 1만 엔(약 10만4700원), 가동률 60%만 돼도 연 수입이 216만 엔이다. 기존 임대료 수입(연간 72만 엔)의 3배에 이른다. 숙박공유 서비스가 ‘숨어 있던 경제’(노후 건물)를 실물 경제(인기 숙소)로 바꿔 놓은 셈이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다양한 아류와 변종을 만들어내며 세계경제 지형까지 바꿔 놓고 있다.○ ‘소유의 종말, 접근권 시대’의 흐름을 탄 공유경제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00년 발표한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가 아닌 접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무형의 자원을 가진 개인과 그것이 필요한 개인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 주는 공유경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난달 기자가 이용했던 뉴욕 우버 택시의 기사 무함마드 앨퍼트 씨는 “지난해 말까지 옐로캡을 몰았는데 그때보다 근무는 더 편하면서 수입은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우버는 평상시 가격은 옐로캡보다 저렴하지만 비 오는 금요일 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처럼 수요가 급증할 땐 요금이 평소의 8∼10배까지 오른다. 그러면 우버 기사들이 차를 몰고 나와 많은 수요를 충족시킨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의 원칙, 가격 기능에 충실하다. 자기 소유 차 한 대만 있으면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인 ‘저스트파크’는 사적 공간을 공적인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약 15만 개의 주차공간이 등록돼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저스트파크에 따르면 런던 번화가에서 개인이 주택 내 주차공간을 대여해 벌어들인 수익은 연평균 3000파운드(약 485만 원)에 이른다. ‘해슬닷컴(hassle.com)’은 청소 전문업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 전문가를 요청하면 원하는 최적의 청소부를 찾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경쟁사인 독일 업체가 지난해 7월 3200만 파운드(약 536억 원)에 인수했다. 3D프린터용 설계도를 공유하는 ‘셰이프웨이(Shapeway)’도 주목받는 공유경제 모델이다. ○ 선진국 대기업·정부, 공유경제에 적극 동참 프랑스 파리 시는 2007년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Velib)’, 2011년 전기자동차 공유 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를 도입해 친환경 교통혁명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다. 파리 시는 올여름부터 전기오토바이 대여 시스템도 운영한다. 프랑스인들은 장거리 여행에는 카풀 중개서비스 앱인 ‘블라블라카(BlaBlaCar)’를 많이 이용한다. 2006년에 설립된 블라블라카는 운전자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올리면 일정이 맞는 이들이 비용을 내고 동승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3개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억8000만 유로(약 2303억 원)를 조달하면서 몸값이 15억 달러(약 1조7685억 원)로 뛰었다. 카풀 고객들은 여성 전용, 애완견 동승 등 원하는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일본은 숙박 수요를 민박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무턱대고 새로 숙박시설을 지었다가는 반짝 특수가 사라진 뒤 파리만 날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국민 12%가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유경제 강국이다. 특히 생활밀착형 공유경제 플랫폼이 큰 인기다. ‘라일라(Leila)’는 전동드릴, 마사지 기계, 보드게임, 외발자전거, 등산용 배낭 등을 공유하는 ‘나눠 쓰는 가게’다. 가장 큰 자동차 공유 기업을 운영하는 곳은 철도청이다. 전체 카셰어링 시장의 31%를 차지한다. BMW와 폴스크바겐도 카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 기업만 살찌운다는 지적도 공유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자 유럽 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유경제 사업 모델에 대한 복잡한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리는 작업에 나섰다. 영국은 40년 만에 숙박 공유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런던을 공유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지원법도 마련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플랫폼만 살찌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우버 기사는 직원이 아니라 우버와 계약한 ‘독립사업자’이다. 미국 공화당은 “우버 같은 공유경제가 집 안에 잠자고 있던 자원과 서비스를 깨워 경기를 부양하고 관련 요금을 낮춘다”고 옹호하지만 민주당은 “우버 기사 같은 노동자는 고용 안정성이 없는 반면 플랫폼 기업(우버)의 기업가치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우버 기사들은 집단소송을 통해 “우버 본사가 요금 방식 등 주요 내용을 모두 결정한다.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파리=전승훈 / 뉴욕=부형권 특파원}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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