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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모텔과 전북 무주 단독주택에서 9일에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8명이 사망한 가운데 유사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가스 경보기 설치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 경보기는 온라인에서 1만 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 12일 포항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 70대 여성 3명이 숨진 남구 대잠동 A모텔의 경우 1층 보일러실에 가스 경보기가 있었지만 사망자가 나온 5층 객실이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배기통 인근에는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9일 낮 ‘퇴실 시간이 지났는데 안 나온다’는 신고를 받고 객실에서 이들을 발견했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1층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의 배기통이 외벽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온 객실이 최고층인데 옥상에서 물이 새 공사 업체가 천장에 구멍을 뚫고 누수 지점을 파악 중이었다”며 “일산화탄소가 천장 구멍을 통해 객실로 유입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공사 업체가 보일러 배기구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사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객실과 배기통 인근에 가스 경보기가 없었던 것을 두고선 현행 규정의 한계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강원 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누출로 고등학생 10명이 사망하거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후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에는 반드시 경보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다만 설치 장소는 ‘가스보일러 주변이나 적절한 장소’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A모텔의 경우 보일러실에 경보기가 있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사고가 난 객실 안팎에 경보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 사고가 발생한 날 무주 단독주택에서도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이 역시 원인은 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주택이나 식당의 경우 숙박업소와 달리 2020년 이후 제조, 수입된 가스보일러에 대해서만 경보기 설치가 의무다. 더구나 이번에 사고가 난 단독주택처럼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경우는 경보기 설치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방재 전문가들은 주택도 숙박업소처럼 보일러 연한에 관계 없이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으로 기름보일러에 대해서도 경보기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보기를 정확히 어디에 설치하라는 내용까지 담아 보완해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대구보건대는 이달 2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교내 인당뮤지엄에서 현대미술가 오수환 작가 기획초대전 ‘무아행(無我行)’을 연다. 오 작가는 서양화 재료인 유화물감을 사용해 서예와 같은 필치를 담아 추상 세계를 그린다. ‘한국적 추상표현주의’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이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시시설로 거듭나면서 재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민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적 수행을 쌓고 있는 작가의 행보를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됐다. 주제 무아행은 불교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존재가 없는 상태가 되도록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 작가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끄집어낸 본성을 색과 선으로 화폭에 표현했다. 초대전은 오 작가가 대구에서 20여 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라 의미가 깊다. 인당뮤지엄은 5개 전시장에서 대형 작품 총 42점(드로잉 11점, 유화 31점)을 선보인다. 1전시실에서는 1980, 90년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세로 258.7cm, 가로 194cm의 캔버스에 그려진 1989년작 ‘곡신(God of Valley)’은 압도적이다. 곡신(谷神)은 중국 사상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무위자연의 모습으로 만물이 모여드는 근원’이라는 뜻이 담겼다. 4전시실에서 전시하는 올해 신작 ‘대화(Dialogue)’도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캔버스에 가득 찬 노란빛에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관객이 작품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오 작가는 1969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국내외에서 개인과 단체 등 많은 전시회를 열었다. 1996년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프랑스 매그(Maeght) 재단 초청으로 지방 마을인 생폴 드 방스(Saint Paul de Vence)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곳은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머문 곳으로도 유명하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일요일은 쉰다. 인당뮤지엄은 이번 초대전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콘텐츠와 영상물을 전시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당뮤지엄은 2007년 국내 건축계 거장으로 꼽히는 김종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설계로 지어졌다. 내부에는 전 대구보건대 이사장인 인당(仁堂) 김윤기 박사가 수집해 기증한 장롱과 궤 203점을 비롯해 조선시대 목가구와 유물 5000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8595m² 규모로 조성된 야외 조각 공원은 색다른 볼거리다. 박석원, 문인수, 이환권 등 유명 작가들의 설치작품이 전시돼 있다. 인당뮤지엄은 매년 다양한 테마로 주민 초청 음악회를 비롯해 유명 작가 전시회, 기획전을 열고 있다. 전국에서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기념전에는 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다녀가 큰 관심을 모았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인당뮤지엄과 조화를 이룬 캠퍼스가 거대한 박물관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다양한 기획전 및 음악회를 꾸준히 개최해 많은 분들이 힐링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전북 무주에서 일산화탄소 가스중독으로 일가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경북 포항의 한 모텔에서도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 사망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포항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9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의 한 모텔에서 60, 70대 여성 투숙객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강원 강릉에 거주하는 이들은 지인을 만나기 위해 포항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입실한 이들이 퇴실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인기척이 없자 모텔 직원이 방문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낮 12시 16분경 발견 당시 A 씨(70·여)는 숨져 있었고, B 씨(68·여)와 C 씨(72·여)는 심정지와 의식저하 상태였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각각 10일과 11일 결국 숨졌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유서 등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특별한 범행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3명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없었고 현장에 번개탄 등도 발견되지 않아 보일러 등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모텔은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스누출경보기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이 모텔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현장 합동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사명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도 산림박람회가 13∼15일 3일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다. 도내 23개 시군과 100여 개 산림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참여하는 이번 박람회는 경북의 숲과 관련한 청정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림정책 주제관과 23개 시군의 산림홍보관, 산림 관련 컨설팅관, 산림정책 심포지엄관 등 다양한 전시관을 운영하며 우수 임산물 라이브커머스와 각종 숲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특히 ‘경북의 메타숲길’ 미디어관에서는 실감 미디어를 활용해 경북의 명품 숲길을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숲속카페와 사진 갤러리, 숲속놀이터도 운영한다. 14일 열리는 임산물 요리 품평회와 15일 유아숲 교육 세미나도 볼거리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gbforestexpo.c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산림박람회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 대응책을 찾고 산림소득 증대와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는 계기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금이나 전자부품을 수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약 9300억 원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공범들로부터 가상화폐를 넘겨받은 뒤 현금으로 바꿔 송금하며 차액을 챙기는 방식을 썼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환치기 범행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불법송금 과정에서 시중은행 지점장이 수상한 외환거래를 본점에 보고하지 않고, 검찰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무역대금 위장해 일본, 중국에 송금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일본으로 4960억여 원을 송금한 A 씨(39) 등 4명과 중국으로 4390억여 원을 송금한 B 씨(33) 등 4명을 특정금융정보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8명 중 7명은 구속됐다. 또 이들의 범행을 돕고 대가로 25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시중은행 전 지점장 C 씨(52)도 구속 기소했다. A 씨 등 4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일본에 있는 공범들로부터 총 3398억여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넘겨받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거래소 4곳을 통해 매각했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270억 원 이상의 차익을 본 이들은 무역법인을 세운 뒤 반도체칩과 금 수입 대금을 일본으로 보내는 것처럼 은행에 가짜 서류를 제출하고, 4957억 원을 일본으로 보냈다. A 씨 등은 대가로 47억여 원의 수수료를 챙긴 뒤 외제차와 명품을 구입하며 국내에서 호화 생활을 했다. 또 중국계 한국인 B 씨 등 4명은 같은 기간 중국에 머무는 공범들로부터 3500억여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넘겨받은 뒤 국내거래소를 통해 매각했다. 역시 무역법인을 차린 B 씨 등은 전자부품 수입대금을 보내는 것으로 가장해 총 4391억여 원을 중국으로 보냈다. 검찰은 A 씨와 B 씨 일당이 별개 조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행은 우리은행 지점장이었던 C 씨의 비호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A 씨와 B 씨 일당이 제출한 허위서류를 그대로 접수했고, 은행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의심거래 경고’ 통보를 받았음에도 이를 본점에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의 계좌추적 영장이 은행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A 씨 일당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C 씨는 범행을 도운 대가로 현금 2400만 원과 상품권 100만 원을 받았다. C 씨가 지점장이었던 은행 지점은 해외 송금수수료 약 21억 원을 챙겼다.○ 수천억 원대 비트코인 출처도 수사 중검찰은 단순한 환치기 범행이 아니라 부정한 자금을 세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최초 자금 출처 등을 확인 중이다. 일본에 있는 한국 국적의 공범 3명, 중국으로 도주한 중국인 공범 5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들이 보유한 고가 외제차 3대(3억 원 상당)와 콘도 분양권(2억6000만 원 상당) 등 12억 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 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위는 외환관리시스템에 심각한 부실을 초래하고 무역수지를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시중은행을 통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아무 제지 없이 수천억 원이 불법 송금된 만큼 외화 송금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현재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나욱진)도 가상화폐를 통해 유입된 10조 원가량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통해 불법으로 해외 송금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도가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경북도는 6일 메타버스 신산업 육성 종합대책인 ‘메타버스 수도 경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돈 되는 메타버스’,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는 ‘사람이 몰리는 메타버스’, 새로운 영토를 창출하는 ‘디지털로 통합하는 메타버스’ 등 3대 방향으로 설정했다. 도는 2026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입해 메타버스 육성 거점 5곳을 구축하고 관련 콘텐츠 150건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개발 인력 6260명을 양성하는 한편으로 가상 도민(메타버스 상 인구) 1000만 명 유치가 목표다. 분야별 대표 사업으로는 메타버스 융합 진흥센터 설립과 국제 대학생 청년 메타버스 창작 페스티벌 개최,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메타버스 특화 메타포트 구축 등을 추진한다.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는 국제기술 협력을 도모한다. 경북도는 이번 산업을 정부의 글로벌 혁신 특구 정책과 연계해 규제 특례, 조세 감면, 정주 여건 등에 관한 지원 인프라를 만들 예정이다. 또 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대구경북연구원과 경북테크노파크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생산 유발 6889억 원, 부가가치 유발 3275억 원, 취업 유발 5353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전국적으로 생산 유발 1조126억 원, 부가가치 유발 4586억 원, 취업 유발 7208명 등의 경제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도심에서 한방 축제 즐기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세요.”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가 6∼10일 닷새 동안 중구 남성로 약전골목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44회를 맞은 이번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정상 개최한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2020년 축제를 취소했고,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만 열었다. 시는 올해 축제 주제를 ‘활력충전소 대구약령시 력(力)이 어때’로 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다시 활력을 충전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사상체질관을 운영하는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축제는 6일 오전 11시 약령시 약령문 앞에서 시민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고유제(告由祭)’를 지내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올해의 약제를 소개하고 약령시 발전을 기원하는 공식 개막식은 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개막식에는 조선시대 궁중에 바치는 각 지방의 약재를 심사하는 심약관(審藥官)이 등장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축제는 한방역사관과 한방체험관, 한방디저트관, 한방청춘관, 한방문화체험관, 한방힐링관 등 6개 테마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약령시 동편에 꾸려지는 한방역사관에서는 올해의 약차로 선정된 십전대보차를 시음할 수 있다. 전국 한약시장 종사자와 관련 전공 학생들이 참가하는 한약재 썰기 대회인 전승기예 경연대회도 열린다. 한방체험관에서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통해 한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ICT한방체험과 힐링족욕, 한방의료뷰티 등을 즐길 수 있다. 약령시 회원사가 내놓은 다양한 한방상품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방디저트관에서는 한방재료를 활용한 칵테일 등을 시음할 수 있고 한방문화체험관에서는 한복체험, 약첩싸기, 떡메치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해설사와 함께하는 근대골목 밤마실’도 현장 신청을 받아 이뤄진다. 7일 오후 6시에는 인기 가수 강진과 한혜진, 김성환, 서지오 등이 출연하는 ‘I-net 성인 가요 콘서트’가 열려 축제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대구약령시는 조선 효종 9년 때인 1658년부터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우리나라 최초의 약령시다. 전북 전주, 강원 원주의 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약재시장으로 꼽힌다. 이승대 대구시 혁신성장실장은 “개장 364주년을 맞은 대구약령시는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는 지역 한방문화의 거점”이라며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한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우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서울 강남구가 설립해 운영하는 인터넷 수능교육 방송 ‘강남인강’은 고등부 수능 및 내신과 중등부 내신 등 수준별, 단계별 강의를 연회비 5만 원으로 1년 내내 제공한다. 전국구 스타 강사진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구는 교육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2004년 6월 강남인강을 설립했다. 대구 동구지역 학생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강남인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구는 강남구와 협약을 맺고 인터넷 강의 시스템을 공동 이용하고, 지역 학생들에게 강의를 무료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지역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사업이 성사되도록 강남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를 비롯해 대구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교육 인프라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강남 8학군 부럽지 않은 명품 학군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정주 환경이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서구는 소외계층 지원에 주안점을 둔 교육 정책을 마련했다.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의 고향이 서구인 것에서 착안해 사업 명칭은 ‘비티에스(B.T.S)’로 정했다. ‘북(Book) 돋움’과 ‘더(The) 가까이 함께’, ‘스터디(Study) 플랫폼 구축’ 등 3가지 사업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북 돋움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서 방법 등을 알려주는 사업이다. 더 가까이 함께 사업은 대학생 멘토링이 핵심이다. 대학생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진로 상담과 정서적, 학습적 지원을 해준다. 서구는 스터디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학부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학력 향상 방안을 함께 찾을 예정이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지역 청소년들과 적극 소통해 교육 강화 방안과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약을 맺고 사업 추진에 각종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동구는 입시 및 영어 교육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 내 영어도서관을 조성해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권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영어 스피치 대회도 개최한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동구교육발전협의체를 통해 교육 수요 예측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수요자 맞춤형 교육 지원으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명품 교육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달성군은 보육 환경 개선 및 초등학생 영어 교육 인프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장시간 맡길 수 있는 보육 서비스도 구축할 계획이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초등학생 영어 교육만큼은 학부모들이 달성군을 먼저 찾아올 정도로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네덜란드에서 찾은 해법을 바탕으로 경북의 농업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겠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농업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의 선진 농업 기술력을 도입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전국 청년들이 경북으로 찾아와 ‘부농’이 되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농업정책과 스마트농업, 정보통신기술(ICT) 및 메타버스 등 16개 분야에 관한 농업대전환 추진위원회를 민·관·산·학 위원 72명으로 출범시켰다. 이 지사는 “기술혁신을 통해 기존의 소규모 영세 농업을 대규모 기업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고령 농업인들이 기업 주주 형태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 영세 농민을 모아 대규모 농지를 만들고, 여기에 최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농업인들이 공들인 노력에 비해 보상을 적게 받는 문제를 해결할 모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첨단 농업기술 도입과 관련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위도 란트헤이르 농업자연식품품질부 차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북 농업을 첨단산업으로 혁신하기 위한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네덜란드 측에서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분야를 활용한 첨단농업 혁신 계획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경북도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인터뷰 중 경북 농업 대전환의 핵심은 스마트팜 확산에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도는 미래 농업을 선도하기 위해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직농장이다. 수직농장은 밀폐 공간에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미래 농업 모델이다. 도는 2024년까지 지방소멸대응 기금 50억 원을 확보해 예천군 지보면 일대에 수직농장 3300m²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농업모델로, 농업인 1인당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통해 전국이 벤치마킹하는 농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스마트기기와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한 청년들이 부농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북을 찾게 되면 장기적으로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할 획기적 대안이 될 것”이라며 “네덜란드 현지 연수에서 얻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농업대전환 추진위원회와 머리를 맞대 전국이 주목하는 성공 모델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암스테르담=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9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네덜란드의 대표적 농업도시 베스틀란트. 거리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넓은 초원 위에서 방목된 젖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들판 곳곳엔 국기가 거꾸로 걸려 있었다. 네덜란드 국기는 위에서부터 빨간색, 흰색, 파란색 줄무늬지만 농민들이 정반대로 걸어 놓은 것. 네덜란드 정부가 질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사육하는 가축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하자 반발한 농민들이 항의의 뜻으로 내걸었다는 설명이었다. 베스틀란트 관계자는 “국민들의 시선이 썩 곱진 않다. 농민 대부분이 부농(富農)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농민 1인당 연 소득은 평균 1억 원을 넘는다. 경북도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배한철 경북도의회 의장, 각계 전문가 및 농업인들로 연수단을 꾸려 18∼22일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네덜란드가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업 부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배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유리온실로 척박한 환경 극복베스틀란트는 전체 면적 90.58km² 가운데 평균 6ha(6만 m²)짜리 유리온실 6000여 동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글라스 시티(Glass City)’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눈길 닿는 곳마다 유리온실이 펼쳐져 있어 눈부실 정도였다. 베스틀란트는 세계에서 처음 유리온실 농업이 시작된 곳이다. 1850년경 포도 재배를 위해 유리와 벽돌을 이용해 온실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바다보다 낮고 습지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척박했던 지형 조건을 기술 개발로 이겨낸 것이다. ‘퀴보’는 1945년 베스틀란트에 설립된 온실 설계 및 시공업체다. 현재는 첨단 유리온실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보급하고 있다. 이날 퀴보의 유리온실 공장에서 만난 레이니르 판 헤럴 영업사장은 “자체 개발 프로그램 ‘파일럿’을 통해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수치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며 “농가 상황을 실시간 데이터로 취합해 문제가 생기는 즉시 해결책까지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공장 내부에선 온실의 뼈대를 이룰 철골 구조물을 생산 중이었다. 언뜻 보기엔 엇비슷한 구조물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판 헤럴 사장은 “러시아 등 극한 지방이나 두바이 등 사막 지역에도 온실을 설치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강수량과 일조량 등이 달라서 구조물 형태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유리온실을 설치하기 위해선 1ha(1만 m²)당 약 27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농작물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네덜란드 농민 대부분은 설치 5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한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작지가 넓을수록 스마트팜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도 앞당길 수 있다”며 “경북 문경 농민들이 스마트팜 설립 및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인데 도 차원에서 성공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사업-연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 이어 찾아간 세계원예센터(WHC)는 교육기관과 각종 농업기술산업 전시판매장, 실증체험시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2018년 3월 문을 열었다. 매년 158개국 12만 명이 이곳을 찾아 네덜란드의 첨단 스마트팜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 2층 전시 공간에는 농업 장비 업체의 최신 기술 및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원할 경우 구매 계약까지 할 수 있다. 이날 WHC 내 교육기관에선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이 농업 관련 이론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었다. 한국의 마이스터고와 유사한 교육기관인데 농업 관련 로봇 및 정보통신기술(ICT) 연구실도 곳곳에 있었다. 픽 판 홀스테인 WHC 최고경영자는 “농업 고도화의 핵심은 산학연 협력”이라며 “WHC에선 교육과 산업,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네덜란드의 농업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날 WHC 및 경북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WHC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인력 양성 및 농업기술 공동 발전을 위한 인적교류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한국 농업인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끈끈한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고 했다.● 농업의 싱크탱크 바헤닝언대네덜란드 관계자들은 “농업 경쟁력은 학력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네덜란드 농민의 약 10%는 대학원, 약 60%는 대학, 약 20%는 전문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20일 오후에 찾은 바헤닝언대는 세계 1위 농업대학으로 전 세계 농업기술의 ‘싱크탱크’로 불린다. 1918년에 설립됐으며 농업대학으로는 세계에서 처음 마케팅 학과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학부생의 약 10%, 석사 과정의 약 45%, 박사 과정의 약 70%가 외국인일 정도다. 경북도는 이날 바헤닝언대에 스마트 농업 대전환 계획을 설명하고 농업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 농업정책 등에 대한 상호 교류를 제안했다. 이 지사는 “바헤닝언대의 교육 연구 통합모델은 경북 농업 혁신에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베스틀란트·바헤닝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시는 20, 21일 북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진로박람회’를 개최한다. 시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가 올해 처음 여는 이번 행사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진학 및 진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박람회 주제는 ‘꿈을 향한 힘찬 비상’으로 정했다. 대구에서는 매년 1000여 명의 학생이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은 모두 1211명이다. 초등학생은 292명, 중학생은 207명, 고등학생은 712명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진로와 진학에 관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람회는 지역 대학 학과 소개 코너와 입학 정보 안내관, 검정고시 및 대학 진학자를 위한 일대일 맞춤형 대학입시컨설팅관, 대학 입학 면접 특강실 등으로 구성했다. 특강실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진로 특강과 창업 관련 컨설팅 및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행사장에는 스탬프 릴레이와 퀴즈 대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한다. 현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유튜브 생중계도 진행한다. 진로 특강과 일대일 맞춤형 대학입시 컨설팅, 면접특강 등의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이나 현장 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사전 신청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온라인(han.gl/GCgwTm)에서 받는다. 서구와 북구, 남구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를 직접 찾아도 된다. 안중곤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시민들에게 ‘젖줄’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금호강 유역 곳곳이 아직도 미개발지로 남아 있어 수변 공간으로서 활용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동구 동촌유원지와 달성군 강정고령보 및 디아크 일대, 그리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북구 하중도 등이 있지만 여전히 접근성과 편의시설 부족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대구시가 금호강을 세계적 수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마스터플랜(구체적 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마스터플랜은 △열린 금호강 △활기찬 금호강 △지속가능한 금호강 등 3대 목표와 30여 가지 세부 실행 계획으로 구성됐다. 시는 우선 지역을 통과하는 금호강 100리(약 40km) 물길과 바람길, ‘사람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강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사람길은 기존의 산책길과 가로수길, 자전거길, 강변도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발한다. 또 미개발지로 남아 있는 곳곳에 다목적 광장과 시민공원, 야생화 정원 등을 조성한다. 신천과 금호강을 잇는 바람길을 만들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열섬 현상을 완화시킬 계획도 세웠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후 남게 될 군 공항(K-2) 부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수위와 유량을 조정하는 가동보도 설치한다. 경기 가평군의 북한강 일대가 부럽지 않을 수변 및 수상 레저 공간도 들어선다. 동촌유원지 강 건너편과 강정보 등에 사계절 물놀이장과 샌드비치, 전동보트 선착장, 파크골프장, 캠핑장 등을 조성한다. 또 금호강 전경과 어우러진 색다른 풍경의 수변무대도 만든다.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길거리 공연을 열고 대구 대표 축제인 폭염축제와 치맥축제, 국제비치발리볼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도시 열섬 현상 저감을 위해 두물머리 생태거점과 인공 자연 설치물인 비오톱을 조성해 대구를 기후 위기에 강한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를 활용한 가상 금호강도 만들 예정이다. 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동촌유원지 명품하천과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 등 3대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 정부 예산에 국비 28억 원을 반영했다.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 사업은 사업비 450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생태수로와 사계절 물놀이장 등 생태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명품하천 거점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비 300억 원을 투입하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은 2025년까지 디아크 주변 문화관광 자원인 화원유원지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는 보행교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금호강과 낙동강 합류부를 경관 명소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금호강 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에는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한다. 2024년까지 안심습지와 금강습지, 팔현습지를 연계하는 도심 속 생태탐방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특별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4개 분과의 전문가 자문단을 만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는 대구를 내륙수변도시로 변모시킬 중요한 사업이다. 사업이 단계별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대구칠성종합시장연합회는 15∼17일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굿(Good)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축된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장에서는 농수특산물 할인 판매장과 먹거리 부스 등을 운영한다. 특히 먹거리 부스에서는 칠성종합시장이 자체 개발한 수제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칠성종합시장 로고가 새겨진 장바구니도 선물한다. 메인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15일 상인가요제를 시작으로 인기가수 박규리와 최준용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16일에는 시민가요제 예선전을 비롯해 인기가수 양양과 래준이 무대에 오른다. 17일에는 시민가요제 본선이 열리며 인기가수 조항조가 특별 공연에 나선다. 칠성종합시장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정됐다. 총사업비 80억 원을 지원받아 시장 내 구역별 외벽 도색 및 간판 정비를 통해 외관을 깨끗하게 단장했다. 주변 도로의 골칫거리였던 불법 적치물을 철거하고 주차선을 정비해 손님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재기하기에는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13일 오후 1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시장. 상인 4명이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엉망이 된 상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장은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친 6일 새벽 가까운 하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넘쳐난 하천물이 어른 목 높이만큼 차오르면서 상가 110여 곳을 집어 삼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오천시장을 비롯해 15개 전통시장 1760개 점포가 물에 잠겼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은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까지 전자제품이 전부 망가져 쓸 수 없을 지경”이라며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주는 지원금 200만 원은 너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시장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대송면 제내리는 태풍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힌남노가 쏟아부은 비로 이곳 1135가구 가운데 9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 이모 씨(68)는 “해병대원과 포항시 공무원,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복구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가계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정부가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사실상 침수 피해 주민들에게 도배 비용조차 안 된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 필수 가전제품도 새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한참 모자란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자연재난 지원 기준에 따라 침수 주택과 상가 등에 대해 최대 2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소상공인과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정부 재난복구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피해 주민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북도 자체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철강산업이 빠른 시일 내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공장 내 시설물 상당수가 침수됐다. 잠정 추산 피해 규모만 1조5000억여 원이다. 이에 따라 이강덕 포항시장은 8일 지역을 찾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지난해 8월 제정된 ‘지역산업위기대응 및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이번에 포항시가 지정되면 올해 2월 특별법 시행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자금·융자 등 금융·재정 지원 △연구개발 지원 및 성과 사업화 지원 △국내 판매, 수출 지원과 경영·기술·회계 관련 조언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은 같은 날 지역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항사댐 건설도 건의했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저수량 530만 t 규모의 항사댐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 홍수 피해 예방뿐 아니라 안정적인 물 공급도 가능하다. 시는 오천읍 침수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댐 건설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한 장관에게 형산강 국가하천 정비와 창포빗물펌프장 증설 사업, 지방하천 태풍 피해 복구비 등 총사업비 6400억 원 지원을 건의했다. 이 시장은 “지역 민생과 경제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 피해 관련 현안 해결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항사댐도 반드시 건설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재기하기에는 정부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13일 오후 1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시장. 상인 4명이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엉망이 된 상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장은 태풍 ‘힌남노’가 들이닥친 6일 새벽 가까운 하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넘쳐난 하천물이 어른 목 높이만큼 차오르면서 상가 110여 곳을 집어 삼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에서는 오천시장을 비롯해 15개 전통시장 1760개 상가가 물에 잠겼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은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까지 전자제품이 전부 망가져 쓸 수 없을 지경”이라며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주는 지원금 200만 원은 너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시장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대송면 제내리는 태풍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힌남노가 쏟아 부은 비로 이곳 1135가구 가운데 9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민 이모 씨(68)는 “해병대원과 포항시 공무원,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복구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가계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정부가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다각적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사실상 침수 피해 주민들에게 도배 비용조차 안 된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 필수 가전제품도 새로 구입해야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한참 모자란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자연재난 지원 기준에 따라 침수 주택과 상가 등에 대해 최대 2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소상공인과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정부 재난복구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 피해 주민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북도 자체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역 경제를 받치는 철강산업이 빠른 시일 내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공장 내 시설물 상당수가 침수됐다. 잠정 추산 피해 규모만 1조 5000억여 원이다. 이에 따라 이강덕 포항시장은 8일 지역을 찾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지난해 8월 제정된 ‘지역산업위기대응 및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이번에 포항시가 지정되면 올해 2월 특별법 시행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자금·융자 등 금융·재정 지원 △연구개발 지원 및 성과 사업화 지원 △국내 판매, 수출지원과 경영·기술·회계 관련 조언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은 같은 날 지역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항사댐 건설도 건의했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저수량 530만t 규모의 항사댐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 홍수피해 예방뿐 아니라 안정적인 물 공급도 가능하다. 시는 오천읍 침수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댐 건설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한 장관에게 형산강 국가하천정비와 창포빗물펌프장 증설 사업, 지방하천 태풍 피해 복구비 등 총사업비 6400억 원 지원을 건의했다. 이 시장은 “지역 민생과 경제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 피해 관련 현안 해결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다. 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항사댐도 반드시 건설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오시지만 아직 일손이 부족합니다.” 12일 낮 12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통합자원봉사지원단(지원단) 사무소. 사무소에 앉아있던 담당자는 “추석 연휴에도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와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복구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항을 도우러 온 봉사자들은 일단 이곳으로 모인 뒤 현장에 투입된다. 매일 1000여 명이 포항 시내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음에도 아직 남은 일이 많다는 말에 동아일보 기자도 펜과 수첩을 내려놓고 한나절 동안 팔을 걷어붙였다.○ 끝 안 보이는 복구 현장현장에서 간단한 신상정보를 작성하고 개인 봉사자로 등록한 기자는 사무소에서 5분 거리인 오천시장에 투입됐다. 오천시장은 태풍으로 상가 110여 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한 상인은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어른 목 높이까지 흙탕물이 차올랐다”고 했다. 지원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작업용 장갑과 방진 마스크를 건넸다. 이어 “상가 사이에 설치된 패널이 완전히 침수돼 철거해야 한다. 석고 재질인데 철거할 때 먼지가 심하게 발생되니 방진마스크를 꼭 쓰라”고 했다. 상가 내부로 들어가자 일부 봉사자가 망치로 벽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봉사자들은 삽과 빗자루를 이용해 부서진 벽체를 포대에 담았다. 기자도 삽을 들고 폐기물을 퍼 날랐다. 이날 포항 기온은 영상 22∼24도로 선선했지만 삽질을 여러 차례 반복하자 금세 땀이 맺혔다. 15m²가량인 상가 내부는 곧 먼지로 가득해졌다. 방진마스크 덕에 숨은 겨우 쉬었지만 눈이 따가워졌다. 30분이 지나자 얼굴에서 흐른 땀이 방진필터를 적셔 호흡이 힘들어졌다. 동료 봉사자가 “잠시 쉬자”고 말해 상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직 복구 전인 상가 점포 수십 곳이 눈에 들어왔다. 넋이 나간 듯 자신의 가게를 바라보는 점주들을 보니 오래 쉴 수 없어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일을 마칠 무렵이 되자 폐기물과 흙탕물이 반복적으로 몸에 닿은 탓인지 팔에서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고맙다며 내민 식혜 한 잔에 피로 잊어”생면부지의 봉사자들은 휴식을 취할 때마다 피로해소제를 나누고, 서로 어깨를 주무르며 힘을 냈다.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함께 해서인지 금세 친구처럼 정이 들었다. 시장 상인들도 추석 연휴를 포기하고 찾아온 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기자와 같이 상가에서 일하던 박선호 씨(22)는 경북 안동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침수 피해를 입은 분식집 주인이 고맙다며 식혜를 줬는데, 가전제품 중 유일하게 멀쩡한 냉장고에서 꺼냈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박창훈 씨(53)는 부산에서 아들 내외와 함께 복구 현장을 찾았다. 박 씨는 “TV를 통해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나니 도저히 명절에 웃고 떠들 수 없어 도우러 왔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며느리 장혜미 씨(31·여)는 “안 그래도 돕고 싶었는데 시아버지께서 같이 가자고 해 두말하지 않고 따라왔다. 일은 힘들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이 풍성한 추석”이라며 웃었다. 12일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 162가구 214명, 경주 20가구 25명 등 총 183가구가 여전히 마을 경로당 등에 머물고 있다. 12일 오전 7시 기준으로 태풍이 지나간 후 피해 복구를 위해 경북 지역에 투입된 인력은 공무원과 군인, 자원봉사자를 합쳐 3만5420명에 이르지만 피해 시설 8016곳 중 응급 복구가 완료된 곳(3933곳)은 49.1%에 그친다. 지원단 관계자는 “아직 복구 작업이 많이 남은 만큼 자원봉사를 원하는 이들은 포항시자원봉사센터(054-248-8742)로 문의해 달라”고 했다.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진짜 죄송합니데이. 지금 치우고 있거든요, 내일 꼭 다시 와주이소!” 8일 오전 10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시장 입구 앞. 구룡포2리 전원도 이장(70)은 이날 장날을 맞아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을 애써 돌려세우며 억지로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 입구에서 경광봉을 들고 손님을 돌려보내던 전 이장은 “지금 상인들이 복구 작업을 하느라 손님 맞을 겨를이 없다. 9일 하루라도 추석 대목 장사를 하려면 복구 작업을 1분이라도 빨리 마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추석 연휴를 앞두고 흥정 소리가 넘쳐야 할 구룡포시장은 떠내려 온 쓰레기를 치우는 중장비 굉음으로 가득했다. 시장 안 곳곳에 사람 키 높이만 한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구룡포시장의 대표 상품인 생선 등 각종 수산물이 폐사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시큼한 악취도 진동했다.○ 시장 15곳에서 상가 1760곳 물에 잠겨평소 비가 오면 빗물이 인접한 구룡포 앞바다로 흘러갔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스쳐간 6일 오전 6시경은 하필 바다가 만조였다. 물길이 막히고 빗물이 역류하면서 시장상가 130여 곳이 물에 잠겼다. 남편과 방앗간을 하는 이유단 씨(47)는 “추석을 앞두고 밀린 주문에 침수 전날 늦은 밤까지 기름을 짜고 고추를 빻았다”며 “폭우로 가게 안이 모두 다 잠겨 팔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정가게 주인 고상희 씨(72)의 표정도 어두웠다. 고 씨는 “추석을 앞두고 주문량이 상당했는데 손님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살길도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과일가게 상인은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2배 이상 들여놓았는데 다 물에 잠겼다”며 오물이 뒤섞인 과일상자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오천시장은 더 처참한 모습이었다. 6일 새벽 인접 하천이 범람하면서 시장 안은 어른 목 높이만큼 구정물이 찼다고 한다. 상가 110여 곳은 당분간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상인들은 전날 하루 종일 복구 작업에 매달렸지만 여전히 가게 내부까지 흙더미로 가득한 곳도 적지 않았다. 반찬가게 주인 김경희 씨(53)는 “주문받고 포장까지 마친 제사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냉장고 안 반찬까지 싹 다 침수됐다. 대목 장사를 날린 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지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힌남노의 여파로 포항 지역 내 전통시장 15곳에 있는 상가 1760곳이 침수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인접한 영천이나 경산으로 이른바 ‘원정 장보기’에 나서는 실정이다. 권수원 구룡포시장 상인회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9일부터는 시장을 정상 운영할 것”이라며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지 말고 꼭 지역 내 전통시장을 찾아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기업 1조5000억 원 피해 추정태풍으로 크고 작은 산사태가 나면서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출향민들도 무거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모 씨(35·대구)는 “오천읍의 야산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데 그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건물과 사찰 등이 매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 산소가 피해를 입지 않았나 걱정이 큰데 찾아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는 철강 산업 등 지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공장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관련 업체 92곳에 약 1조5000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37)는 “추석 연휴가 다가와도 전혀 즐겁지 않다. 가뜩이나 국제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번 태풍으로 회사가 도산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폭우로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이동시키려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6일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면서 침수된 경북 포항시 아파트 2곳에서 차를 빼러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주민 8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8일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 서울 서초구 지하주차장에서 남성이 고립돼 숨진 지 약 한 달 만에 똑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사망 사고는 2003년 태풍 ‘매미’,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반복됐다. 재해 대응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재난 대응 매뉴얼과 미비한 침수방지 시설 설치 규정 탓에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침수 땐 주차장 진입 금지 안내” 명시해야7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공동주택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매뉴얼)에는 “지하주차장 침수 예상 시 주차 차량 신속 이동 안내 방송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나와 있다. 이 매뉴얼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행정안전부의 ‘지하 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을 참고해 만든 뒤 일선 아파트 관리소에 보급한 것이다. ‘침수 예상 시’가 언제인지, 침수가 이미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매뉴얼은 또 “침수 피해 발생 시 필요조치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을 경우 관리사무소가 차량 침수 피해에 책임을 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이 침수 중인 상황에서 ‘차를 빼라’고 안내해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관리소 측은 지하주차장에 이미 발목 높이로 물이 차 있던 6일 오전 6시 반경 주민들에게 “차를 이동시키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매뉴얼이 부적절해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A 씨는 “관리소가 ‘차를 빼라’는 안내 방송을 안 했다간 차량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며 “폭우가 내려도 차량을 빼라고 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비가 오기 시작한 후에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지 않도록 안내하라’는 내용으로 매뉴얼을 고치고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기 예보상 폭우가 예상됐을 때 지하주차장 차량 출차를 공지하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지하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침수가 시작됐다면 지하주차장 문을 폐쇄하고 접근을 막는 등의 강제 조치가 매뉴얼에 규정돼야 한다”고 했다.기상이변 못따라가는 방재 매뉴얼… “차수판-배수펌프 의무화를” 대비책 없는 지하주차장… 2017년 ‘지하공간 수방기준’ 확대해일-상습위험 지구 등에만 적용… 기준 시행전 지은 건물엔 소급 못해전문가 “과거 데이터로는 대응 한계”… 민방위 등 활용한 교육 강화 시급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발생한 곳들은 공통적으로 차수판 등 침수방지 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는 아파트뿐 아니라 주상복합이나 상가 건물,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침수방지 시설 설치 의무 지역 확대해야2016년 태풍 차바 때는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50대 여성이 차를 빼려다가 숨졌고, 2003년 태풍 매미 당시에는 상가 지하주차장 등에서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20년 7월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 지하주차장에선 폭우로 발생한 급류에 3명이 휩쓸렸다가 구조됐다. 정부는 지하주차장 사고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태풍 차바를 계기로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수방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과거 침수 피해가 없었더라도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까지 지하 공간 내 침수방지 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적용되지 않는 곳이 광범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수방기준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중 침수위험지구 및 해일위험지구 △과거 5년 이내 1회 이상 침수되었던 지역 중 동일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구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에 위험지구로 선정된 지역 중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구 등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침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지역에 적용된다. 하지만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는 상류에서 범람이 반복되는 냉천 옆에 있음에도 하류에선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침수위험지구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침수위험지구를 선제 발굴해 적극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상 기후가 잦아져 과거 데이터로는 예측에 한계가 있다. 침수 이력이 있었던 지구 근방까지 폭넓게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해야 50년, 100년에 한 번 오는 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존 건물에도 침수방지 시설 의무화해야침수우려지구 등으로 지정되더라도 개정 수방기준이 시행된 2017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침수방지 시설 의무화 조치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우방신세계타운 아파트 역시 1990년대 중반 준공돼 침수방지 시설 의무화 대상이 아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 차수판이 설치되지 않았고, 모래주머니도 없었다. 배수구가 3곳 있었고, 사고 당시 배수펌프도 가동 중이었지만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차수판을 주차장 외부에 설치하거나 배수펌프를 늘리는 등 큰 공사가 필요하지 않은 침수방지 조치는 기존 건물에 대해서도 일부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 교수는 “침수 위험이 높은 곳은 지상 도로처럼 지하 공간에 일정 거리마다 배수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수방기준을 점검해 문제가 있으면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하 공간 위험 교육 강화해야폭우 시 지하 공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하 공간은 폭우 등으로 물이 유입될 시 유속과 침수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배수는 느려 위험성이 크다. 방재관리연구센터에 따르면 지상의 침수 높이가 60cm인 상황에서 계단을 통해 지하 공간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5분 40초 만에 수위가 75∼90cm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주차장은 지하 공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어 대피하기 쉽지 않다”며 “침수가 시작됐다면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손원배 교수는 “화재 예방 교육처럼 침수 피해 예방 교육도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 건물 밖으로 대피하듯 지하 공간에서도 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침수 피해가 빈번한 만큼 민방위 시간을 활용해 수해 방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까지 힌남노로 인해 경북 포항과 경주, 울산에서 모두 11명이 숨졌고, 포항에서 1명이 실종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참사를 놓고 유족들이 민사상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나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경우 ‘예측 가능성’과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재지변의 경우 충분한 예방 또는 사후조치가 이뤄졌다면 배상 책임이 인정되긴 어렵다. 법원은 2016년 태풍 ‘차바’로 차량 수백 대가 침수 피해를 입고 사망자 1명이 발생한 울산 반천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울산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침수의 주된 원인은 기록적 강우이고 울산시 등의 관리행위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사고 당시 사망자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선 “서초구가 즉시 경보를 발령하고 위험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도록 지시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서초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고 원인 등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도 시작됐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전담수사팀(총원 68명)을 꾸려 참사의 원인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의 책임 유무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우방신세계타운 1, 2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배수 및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부에 들어가 참사 원인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지하주차장 침수 우려가 있음에도 관리사무소 측이 차량 이동을 알리는 방송을 한 이유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남구 일대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를 경고하는 포항시의 긴급재난안전문자 메시지도 발송된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인 만큼 아파트 관리 담당자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방송 당시 순식간에 물이 차오를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위에서 물이 쏟아지는데, 지하주차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차는 안 빠지고….”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 김모 씨는 “저는 정말 구사일생으로 살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차들이 빨리 나갈 수 있었으면, 관리사무소가 안내를 제대로 했다면 다들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아파트에선 전날 태풍의 영향으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7명이 사망했다.○ “철문으로 물 쏟아져, 순식간에 침수”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관리사무소 측은 6일 오전 5시 반 첫 방송을 통해 “폭우로 침수 피해가 우려되니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빼 달라”고 안내했다. 포항시에서 냉천 범람 위기를 경고한 지 50분가량 흐른 다음이었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은 서둘러 지하주차장으로 몰렸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후에도 비슷한 안내방송을 2차례 더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전 6시경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지상으로 가는 계단과 연결된 철문 3개 중 1개가 열렸고, 이곳으로 다량의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범람한 인근 냉천의 물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 놀란 주민들은 차를 타고 너도나도 지상으로 향했다. 김 씨는 주차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앞을 막은 차를 밀었지만 움직이지 않자 후진해 차를 뺐다. 그리고 방향을 돌릴 겨를도 없이 후진 상태로 지상까지 내달았다. 김 씨는 “차가 수차례 벽에 부딪치면서 간신히 빠져나왔다”며 고개를 저었다.○ 앞선 차 시동 꺼지면서 줄줄이 고립지상주차장에 주차했던 주민 A 씨(56)가 오전 6시 반경 차 상태를 확인하러 내려갔을 때는 이미 지상도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차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그의 눈에 지하주차장을 탈출하려는 차들이 뒤엉킨 모습이 들어왔다. A 씨는 “앞서 나오던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 못 움직이더라. 그러면서 뒤에 밀린 차들도 줄줄이 못 나오게 됐다”며 “이후 물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차량이 문손잡이 부분까지 물에 잠겼다”고 증언했다.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10분 남짓한 시간에 물이 급격하게 차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언론에 공개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부터 8분간 14대의 차량이 주차장 진입로를 빠져나왔지만 이후로 탈출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길이 150m, 높이 3.5m, 너비 35m 규모의 지하주차장이 약 8분 만에 거대한 물탱크로 변한 것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의 배수 상태는 문제가 없었지만 워낙 한꺼번에 물이 쏟아지다 보니 배수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포항=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포항=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