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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가서 모욕을 당했고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은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실무급이 아닌 최고위급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다. 절실하게 ‘딜’을 원하지만 (여전히) 빅딜이 아닌 연속적인 스몰딜을 원한다”고도 했다. 최근 유엔(UN) 제재위원회 패널로 임명된 게오르기 센터장은 일주일 전 평양을 방문해 북한 정부 인사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오르기 센터장은 “북한이 현재 모든 연락, 회담 등 일제의 접촉을 중단하고 미국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합의 결렬 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뒤 여태껏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6월 방한 전후로 남북미 3각 정상회담 개최설도 나오지만 북한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 “북한 고위급 관료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그 관료가 ‘미국과 완전한 형태의 외교적 관계 정상화가 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선 상응조치, 후 핵 포기’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받기 어려운 것이어서, 북한이 미국과 당분간 대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철 당시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접촉하려 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시설은 5개’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 중국, 러시아의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시설은 적어도 5개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제안한 핵 시설 중 영변 내 고농축 우라늄 시설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오르기 센터장은 “북한의 제안에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 포기 방안도 포함된 걸로 확인했다”면서 “북한이 가진 핵 자산의 3분의 1을 포기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올해 1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전제로 대금 지급 시 달러 대신 쌀을 두 배로 지급하겠다고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식량 부족보다는 대북 제재로 인한 달러 등 통치자금이 줄어든 것을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한 대금으로 쌀과 두부, 식용유 등 생필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1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중국 선양 등에서 수차례 제안했다고 한다. 인도적 차원의 생필품은 핵, 미사일 개발 용도로 전용되기 어려운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중 대량 현금 송금(벌크 캐시) 금지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제안한 것.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하자 우리 정부는 “그렇다면 쌀로 (대금의) 2배까지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쌀보다는 현금(달러)이 필요하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선 민간의 식량 부족보다 국가 자금난이 김정은에게 뼈아픈 대목”이라며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국가 자금의 70% 정도가 날아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물 지급’ 방안을 제안한 건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진행된 남북 교류 사업에서 북한이 ‘물물교류’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바닷모래, 수산물 등을 가져오는 대신 쌀과 생필품을 주는 식의 물물교류 방안을 타진했고 어느 정도 긍정적 답변을 들었으나 비핵화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실제로 성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설비를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몰래 이전한 뒤 의류 임가공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설비 빼돌리기’가 들통 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지난해부터 힘 있는 (북한의) 국가무역회사들은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의 허가를 받고 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 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이어 “지금도 (해당) 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으며 임가공 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짭짤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의 자산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답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점검하러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설비를 다시 제자리에 반납해야 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된다”면서 북한 당국이 방북을 당장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설비 밀반출 의혹과 관련해) 동향 파악이 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개성공단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연 이후 우리 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소 개소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이 2016년 2월 일방적으로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렸던 공단 설비 상태를 여태껏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내 우리 자산 가치는 약 1조564억 원에 달한다. 북한은 실물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공단 설비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만 정부와 기업인에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도 옷 만들 정도의 설비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일감이 없는 것”이라며 “(공단 설비 무단 반출은) 확인도 안 된 이야기”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사진)은 21일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인도주의에 대한 원칙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며 밝힌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말도 인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쇄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과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8일 취임한 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재가 인도적 지원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은 상황 관리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고, 협상 재개를 위해서 다양한 대화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한미가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방북도 이런 공감대 속에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업인 방북은) 제재 하고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한미 간에 논의를 해왔고, ‘그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해서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 전 교착 국면을 풀 방안이 있나’는 질문엔 “(8∼10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왔을 때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조정 국면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해법, 큰 틀에서의 차이를 좁히는 노력 등을 (한미가)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미 간에 여러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인 개성 방문과 800만 달러 국제기구 공여, 식량 지원 외에 추가 대북 유인책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시사된다. 이 고위 당국자는 “6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도 있기 때문에 남-북-미 3각 대화가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결국 북-미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남북을 통한 조율이라고 본다면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지난해 5월) 판문점 2차 회담처럼 한다면 굳이 특사나 고위급 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2017년 9월 지원 결정을 내려놓고 1년 8개월가량 집행을 미뤘던 800만 달러(약 95억6800만 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르면 한 달 내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식량 지원 재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까지 본격 시동을 거는 셈이다. 통일부는 17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 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세계식량계획(WFP)의 탁아시설, 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식품 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금액은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지만 집행이 미뤄졌고, 시일이 흘러 효력마저 중단됐다. 이에 정부는 교추협 등 행정 절차를 다시 빠르게 진행해 한두 달 이내로 800만 달러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인도적 지원 결정을 내렸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조건부 집행을 내걸었던 2년 전보다 더 적극적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800만 달러 지원을 우선 추진하면서 식량 지원도 본격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도 했다. 식량 지원 방식에 대해서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외에도 정부나 민간단체 등의 직접 지원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직접 지원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직접 방식을 통한 대화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뚫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다음 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진전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화두로 남북 간 대화 제의에 나선 셈이다. ○ 김연철 취임, 한 달 만에 ‘개성 방문 승인’ 정부는 이날 기업인 방북을 승인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공단을 폐쇄한 이후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냈지만 8번 거절당했고, 이번에 9번 만에 승인을 받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박근혜 정부 때는 3번 ‘불허’ 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번 ‘승인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방문을 막는 불허 결정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방문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고려해 승인을 유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취임 한 달여 만에 승인 결정이 이뤄진 셈이 됐다. 김 장관은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장기 버티기 자세에 들어가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한편 식량 지원에는 미동도 하지 않자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더 강한 ‘미끼’가 필요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미국도 북한을 유인할 만한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 기업인들의 방북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8번 승인이 거절된 것도 미국에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김정은, 호응하나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했지만 남북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기업인 방북과 관련한 별도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방북 승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로키(low-key)’ 자세를 취했다. 4월 30일 방북 신청을 했던 193명의 기업인만 승인하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지만 점검을 위한 기름이나 기계류 등의 반출은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일단 “육안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업인 방문을 즉각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업인 방문은 제재 해제 조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방북에 무응답으로 나올 경우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꺼낼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북한이 현재 심각한 기아상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인도적 측면에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의 식량난이 과장됐고, 식량 지원이 “늘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 식량난의 근거가 되고 있는 인구수와 수요량 통계가 왜곡됐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식량 지원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갈등은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북한 식량난, “정말 심각” vs “과장 가능성” 북한 식량난은 이달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올해 회계연도(2018년 11월∼2019년 10월) 식량 부족량은 136만 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처해 있으며 긴급하게 식량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FAO와 WFP 보고서가 곡물 생산량과 분배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를 북한 당국에서 받아 발표하기 때문에 북한이 통계를 조작하면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요 규모를 좌우하는 인구수가 정확하지 않다. FAO와 WFP는 보고서에서 북한 인구를 2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17년 조선중앙연감에서 밝힌 수치(2015년·2503만 명)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의혹을 제기한다. 2008년 한국과 유엔인구기금(UNFPA)의 재정지원으로 북한이 실시한 인구센서스 결과도 불신 받았다. 당시 북한 인구는 2405만 명으로 발표됐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011년 발표한 논문 ‘2008년 북한 인구센서스의 분석과 문제점’에서 “군대 인구와 관련한 의도적 통계 왜곡의 가능성이 의심되며, 동시에 이들 통계는 기존의 인구통계와도 서로 조화될 수 없을 만큼 불일치한다”며 “현재 존재하는 북한의 모든 인구통계는 통계적 왜곡의 가능성과 불일치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본보가 단독 입수한 북한 중앙통계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인구는 2005년 2100만 명을 넘어섰다가 2009년부터 2000만 명대로 후퇴했고, 이후 계속 줄었다. 추세대로라면 현재 북한 인구는 2050만 명 정도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인구가 FAO와 WFP 추산보다 450만 명이 적다는 뜻이며, 그만큼 북한에 필요한 식량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국력을 부풀리기 위해 인구수를 조작하는 것은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애용하던 방법이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과거 외부에 공개한 인구는 당시의 한국 인구 절반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 식량 수요, “손실 커 수요 늘어” vs “근거 불명확” FAO, WFP 보고서는 북한이 앞으로 1년 동안 필요한 곡물 소요량을 575만 t으로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소요량을 562만 t으로 잡았는데 1년 만에 13만 t을 늘려 잡은 이유로 “올해 식량 생산과 사료 소비량, 수확 후 손실 등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반대 측은 이에 대해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또 실제 북한의 1년 식량 소비량을 추정한 것과도 다르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식량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배급 목표 기준량으로 삼고 있는 500g을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다. 북한 인구가 2050만 명이면 전국적으로 매일 1만500t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탈북자도 “북한에선 전국의 하루 배급량이 1만 t이란 말이 정석처럼 통용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1년 365일 기준으로 할 때 북한이 배급제를 유지하려면 1년 동안 383만 t이 필요하다. 북한 인구를 2500만 명으로 높여 잡아도 456만 t이 필요하다. 여기에 식품 생산, 사료 등에 사용되는 곡물을 포함해도 북한은 1년에 500만 t만 확보하면 굶어죽을 상황까지 내몰리진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장 조사 했다” vs “조사 부실했다” FAO, WFP는 현장 조사를 위해 올해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전문가 8명을 북한에 파견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6개의 도를 돌면서 155개 농가를 살펴보고 농민들과 농업 관계자들을 인터뷰했고, 그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식량 가격과 거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장마당은 북한 당국의 비협조로 방문하지 못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경사도가 15도 이상인 50만 ha의 농지가 빠졌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20만 t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엔 북한 개인 경작지(소토지) 생산량도 반영되지 않았다. 북한에서 농민들이 협동농장 농사보단 개인 소토지 농사에 더 열심이란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 경작지 생산량은 농민들이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이 파악할 수 없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서 지원받은 밀가루 10만 t도 누락됐고, 외부 지원과 무역, 밀수 등으로 들어가는 식량도 전부 빠졌다. WFP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늘 식량 위기에 몰려 있다. 하지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갓 탈북한 북한 주민을 매년 약 100명씩 8년 동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세 끼를 다 먹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2012년 72.4%에서 2018년 87.4%로 증가했다. 적어도 북한이 굶주림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다수의 학자는 FAO가 사업을 하려는 조직 특성 때문에 북한의 식량 필요를 과대평가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쌀이 부족한데도 떨어지는 북한 쌀값의 미스터리 북한의 식량난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는 장마당 쌀값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가격은 위기설과는 달리 하락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보름 주기로 북한의 쌀값과 환율 등 주요 지표들을 조사해 공개해 온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14일 현재 북한의 식량 가격은 평양 기준으로 1kg당 4180원이다. 평양의 쌀값은 지난해 12월 5000원이었고, 지난해 5월 15일엔 5100원이었다. 1년 동안 오히려 1000원이 하락한 것이다. 북한의 식량 가격은 2017년 9월에 6100원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15일 이에 대해 “북한 체제 특성상 공식 가격이나 공식 기구가 아닌 (장마당) 지표를 가지고 식량 사정을 추정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많은 제한이 있다”며 “공식기구에 의한 가격이 아닌 장마당 가격에 대해 정부가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주민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시장 식량 가격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할 때에도 쌀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 식량 지원, “서둘러야” vs “신중해야” WFP는 5∼9월이 북한의 춘궁기라며 식량 지원이 가을 추수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해 9월 전까진 식량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북한의 춘궁기 개념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릿고개로 불리는 북한의 춘궁기는 3∼5월이고, 6월 초부터 이모작 봄 작물인 밀, 보리, 감자가 나오면 식량 사정은 점점 풀린다는 설명이다. 대북 식량 지원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북한에 식량이 지원되면 내부 쌀값이 떨어지고, 굶어죽을 걱정이 없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농민에 대한 군량미 수탈도 줄어드는 작용도 있다. 북한이 식량 지원을 받을 때 대남도발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 효과다. 햇볕정책이 본격 시행돼 매년 3억∼4억 달러어치의 식량 지원이 본격 시작된 2002년 하반기부터 2007년 말까지 북한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군사도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효과도 있다. 우선 북한은 외부 지원으로 국가가 장악한 식량이 많아지면 배급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 돈을 벌어 살던 주민이 배급 500g 때문에 직장에 강제로 출근해 통제에 묶이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의 시장화에 역행할 수 있다. 북한의 농업제도 개혁도 늦어질 수 있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농가 책임 경영제 등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지원으로 연명할 수 있다면 굳이 협동농장 체제를 허물 동기가 없어진다. 모니터링이 철저히 되지 않으면 지원 식량이 군량미 창고에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WFP의 현장 모니터링도 북한이 동의하는 접근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특성상 지원의 투명성을 완벽하게 보장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제의에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로 화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돌려 세우기 위해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전에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 멈춰선 비핵화 협상을 다시 가동시키겠다는 의도다. 통일부는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고, 북한의 아동 및 임산부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800만 달러(약 95억6800만 원)를 공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도 본격 추진할 태세다. 모두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추진되는 대북 유화책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요청을 5차례 유보했던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을 이유로 이날 방북을 전격 승인했다. 지금까지는 기업인들의 방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신호로 해석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을 흐트러뜨릴 것을 우려해 승인을 유보해 왔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시설에 대한 기업인들의) 육안 점검이기 때문에 제재 해당 사안이 아니다”라며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북한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 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을 위해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를 북한에 공여하기로 결정했으나 지금까지 집행하지 못해 왔다. 국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식량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는 시점과 방식을 최종 고심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 원칙을 이미 확정했다”고 말했지만 청와대는 오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WFP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에 8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하자 문 대통령이 ‘북핵 다걸기’에 나섰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또다시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입지가 벼랑 끝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이지훈 기자}

정부가 2017년 9월 지원 결정을 내려놓고 1년 반 가량 집행을 미뤘던 800만 달러(약 91억 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이르면 한 달 내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식량 재개 방침을 밝힌데 이어 미뤄놨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까지 본격 시동을 거는 셈이다. 통일부는 17일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 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세계식량계획(WFP)의 탁아시설, 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식품 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금액은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이하 교추협)을 통해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지만 집행이 미뤄졌고, 시일이 흘러 최근 그 효력마저 중단됐다. 이러자 정부는 교추협 등 행정 절차를 다시 빠르게 진행해 한두 달 이내로 800만 달러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인도적 지원 결정을 내렸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조건부 집행을 내걸었던 2년 전과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800만 달러를 우선 집행한 뒤 식량 지원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외에도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 등의 직접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민간단체가 직접 지원할 때 배급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들어 지급된 식량이 정치·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뚫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다음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진전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화두로 남북 간 대화 제의에 나선 셈이다. ● 김연철 취임, 한 달 만에 ‘개성 방문 승인’ 정부는 이날 기업인 방북 승인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공단을 폐쇄한 이후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냈지만 8번 거절당했고, 이번에 9번 만에 승인을 받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박 정부 때는 3번 ‘불허’ 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번 ‘승인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방문을 막는 불허 결정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방문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자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고려해 승인을 유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 한 달 여 만에 승인 결정이 이뤄진 셈이 됐다. 김 장관은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장기 버티기 자세에 들어가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한편 식량 지원에는 미동도 않자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더 강한 ‘미끼’가 필요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미국도 북한을 유인할 만한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 기업인들의 방북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8번이 승인이 거절된 것도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강조했던 김정은, 호응하나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했지만 남북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기업인 방북과 관련한 별도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방북 승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게 정부가 지원을 할 것이다. 북측과 접촉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로키(low-key)’ 자세를 취했다. 4월 30일 방북 신청했던 193명의 기업인만 승인하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지만 점검을 위한 기름이나 기계류 등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일단 “육안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업인 방문을 즉각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업인 방문은 제재 해제 조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방북에 무응답으로 나올 경우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꺼낼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조만간 교체되고, 그 후임에 서호 대통령통일정책비서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주말 전후 일부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새 통일부 차관으로 유력한 서 비서관은 1985년 통일부에 들어온 뒤 기획조정실장, 남북출입사무소장, 교류협력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한 소식통은 “당초 이번 주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인수인계 등 행정적 문제로 늦춰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처장에는 이승환 사단법인 남북교류협력지원회장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에서 오랫동안 민간에서의 남북 교류협력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이 회장은 민화협 공동의장을 지낸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공석이 된 통일연구원장도 이르면 다음 주 후임이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시걸 맨들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이 “북한 등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이 가상화폐 거래 시스템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맨들커 차관은 13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개막한 가상화폐 정보매체 코인데스크 주최 연례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밀려난 경제 제재 대상국들이 충격 완화 대응책을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서 찾고 있다”며 “지난해 9월 미 법무부가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한 북한 해커 박진혁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박진혁은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일원으로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직원들에게 악성 코드가 숨겨진 e메일을 보내는 ‘스피어 피싱’ 수법으로 내부망에 침투해 8100만 달러(약 962억 원)를 탈취하는 등의 사이버 범죄를 저질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연방 하원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금융기관과 법인, 개인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2019년 미중 경제안보 검토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북한은 8개월 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며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를 강하게 비난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북)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을 공약한 6·12 조미공동성명의 기본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다”고 압박했다. 압류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이 배는 인도네시아 영해에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있었고, 국제 해상항로에서 선박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도 끄고 운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1년 가까이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이 배를 9일 넘겨받은 뒤 압류 사실을 공개하고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선박 몰수를 위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배는 11일 미국령 사모아로 예인돼 조사를 받고 있다.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선원들은 전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손택균 sohn@donga.com·이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을 접견해 대북 식량 문제 및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자리는 당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나서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받겠다고 나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약 1시간 동안 비슬리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식량 상황 등을 공유한 뒤 북한 인도적 식량 지원에 대해서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특히 비슬리 사무총장이 “현재 북한 내 일일 배급량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면서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자 문 대통령은 공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우리가 어려웠을 때 WFP로부터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비슬리 사무총장을 만나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의 기본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영·유아, 임산부 등 대상 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비슬리 사무총장을 접견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식량상황이 중요한 의제이며 우리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내부적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 식량 지원을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북한도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지만 잇따른 도발에 아무래도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3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대통령은 식량 지원이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하고 국회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9일) 대담에서 말했다”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보자는 의미에서 요청했고 그게 이뤄져야 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가 신중해진 것은 북한의 ‘엇박자’와도 무관치 않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진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에 지원을 할 거면 ‘통 크게, 제대로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한상준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8일 방북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찾는다. 지난달 8일 장관 취임 후 딱 한 달 만의 방북이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 연락사무소를 방문하는 김 장관은 오전 9시경 현지 도착 후 업무를 보고 낮 12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입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파트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인사와의 공식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으며, ‘조평통 부장급(국장급)’인 임시소장대리가 영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락사무소의 업무추진 점검 및 상주 근무자 격려가 방문 목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나흘 만에 방북하는 것에 대해서는 “4월 중하순에 장관의 개성 방문 의사를 전달했고, 북한이 4월 말 수락했다. 북한의 발사 시점인 4일 이전에 방문이 최종 확정된 터라 예정됐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김 장관은 개성을 다녀온 뒤 9일이나 10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미사일 도발’에 미사일 전문가 리병철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고 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가 20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에 오른 리 제1부부장은 최측근으로 불리며 ‘김정은 시대’의 핵 무력 완성에 막대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2016년 8월 북한의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때 김 위원장과 리 제1부부장이 맞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지난해 말 입주 예정으로 새로 지어진 서울·경기 지역의 공공·민간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층간소음 공사에 있어서 사전에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은 등급으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60%(114채)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성능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문책 1건, 주의 요구 7건, 통보 11건 등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사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국가기술표준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다. LH,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채와 6개 민간아파트 65채 등 총 191채의 층간소음 시공 상태 등이 대상이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통해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 원인으로 허술하게 운영된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를 꼽았다. 아파트 등 층간 바닥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인정기관(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사전에 성능을 시험해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인정기관은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층간소음 차단구조 인정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업체가 완충재에 대한 시료를 조작해 품질시험 성적서가 제출됐는데도 인정기관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성능인정서를 발급한 사례도 있는 등 부실 관리가 드러났다. 게다가 LH가 짓는 아파트의 층간소음 기준을 LH 스스로 인정해주는 ‘셀프 인증’ 형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공 과정에서도 여러 부실 사례가 적발됐다. LH, SH공사가 시공하는 현장의 88%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저품질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것. LH 소속 현장소장과 공사감독관이 퇴직한 LH 직원의 부탁을 받고 용역업체로 하여금 기준 미달의 바닥구조 제품을 사용하게 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후 평가도 허술했다. 아파트 완공 시점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는 13개 민간 공인측정기관이 발급한 ‘성능측정 성적서’의 86% 이상이 측정방법이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2017년부터 여러 차례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실제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으니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별도의 개선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탈북이, 대한민국이 뭔지도 모르는 아홉 살짜리가 엄마 얼굴 보겠다며 그 어려운 길을 오다가 그렇게 됐는데….” 어린이날을 나흘 앞둔 1일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 부모가 있는 한국으로 오기 위해 탈북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된 최모 양(9)의 엄마 강모 씨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강 씨는 “중국 공안에 잡혀 생사를 알 수 없는 제 아홉 살 난 딸을 불쌍히 여기시고 대통령님께서 어린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간절한 호소를 들어 달라”고 울부짖었다. 발언을 끝낸 최 양의 부모는 급기야 무릎까지 꿇었다. 이어 “제 딸 좀 살려주세요” “아홉 살짜리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를 외치며 약 10분간 호소를 이어갔다. 중국 선양에서 지난달 27, 28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최 양을 비롯한 탈북민 7명의 북송 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 탈북자들은 랴오닝성 안산시 공안국과 선양시 공안국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영사관 직원 면담을 거쳐 북한 국적이 확인되면 북송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양 부모는 지난달 28일 외교부를 시작으로 29일 주한 미국대사관, 30일 주한 중국대사관을 잇달아 방문해 “딸의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인권 단체와 연결된 중국 현지 소식통을 통해서만 최 양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양 부모에 따르면 1일 오전 중국 선양의 한국영사관 담당자와 연락했지만 “어느 공안에 잡혔는지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틀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자 대사관 측은 “본국에 알리겠다”고만 답했다. 지난달 28일 외교부 담당자는 최 양 부모에게 ‘중국 쪽에서 선처를 베풀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최 양 가족을 돕는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는 “최 양이 부모 품으로 올 수 있게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중국 선양에서 공안 당국에 지난달 27, 28일경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9세 최모 양을 비롯한 탈북민 7명의 생사와 소재지 파악에 한국 외교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인권단체 등은 탈북자들의 북송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 양의 부모는 지난달 29일 외교부를 찾아 면담을 했으나 최 양을 비롯한 탈북자의 소재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재가 파악되면 바로 알려드리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자 최 양의 부모는 30일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 “북송을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2년 전 탈북해 한국에 거주 중인 최 양의 부모가 (나를) 찾아와 딸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면서 “‘공사님! 제 딸 좀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밤새 귀에 쟁쟁히 울려와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도 북송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국제 협약을 위반하는 중국 당국의 강제 북송은 야만적이며 비인도적”이라면서 “이들이 북한에 송환되면 틀림없이 수감돼 고문을 받고 심지어 처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은 “탈북민 북송에 관여한 중국 관련자들을 모두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9살 여아를 포함한 탈북자 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북한정의연대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압록강을 넘어 중국 심양 외곽의 한 은신처에서 대기 중이던 탈북자 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기거하던 중국 심양의 은신처에는 짐과 침구류 등이 파헤쳐 있었고 사람들은 온데 간데 없었다. 탈북자들은 26일까지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 등과 연락을 주고 받았으나 27일 오전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체포 시기는 27~28일로 추정된다.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아홉 살인 최모 양도 있었다고 한다. 최 양은 외삼촌 강모 씨(35)와 함께 강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 양의 부모는 약 2년 전 탈북해 현재 한국에 거주 하고 있다. 최 양 가족을 돕는 목사 A 씨는 “체포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된다”라며 “최 양의 엄마는 어제부터 오열하느라 밥도 먹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최 양 등 7명의 탈북자의 소재지와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북한정의연대 등에 따르면 최 양을 돕는 단체에서 28일 오후 6시 30분경 처음 외교부에 신고를 접수했으며 외교부는 30분 만에 중국 외교당국과 공안당국에 전화로 연락한 뒤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직실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30~40분 만에 바로 공관에 연락을 취했다”면서 “어린 아이도 있으니 최대한 북송만은 막아달라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최 양 등 탈북자 7명의 은신처가 중국 심양 외곽인 만큼 체포 주체는 중국 요녕성 안산시 공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8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던 순간이다. 서로를 주적(主敵)이라 삿대질하던 남북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만난 것도, 선 넘어 영토를 밟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북한은 더 이상 한국 정부와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판문점 선언 1주년’도 한국 정부 ‘단독’으로 자축하는 ‘반쪽짜리’ 기념일이 될 듯하다. 그동안 정부는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공동 행사를 준비해왔다. 크고 작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하노이 결렬’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대화의 끈’은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아이디어로 경기도가 추진하던 ‘4·27 평화마라톤’도 북한의 무응답으로 답보 상태다. 당초 북한은 한국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출발해 북한 개성공설운동장까지 ‘마라톤 코스’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전만 해도 북한이 더 적극적이었는데 회담 이후부터 연락이 아예 되지 않는 걸로 안다”며 답답해했다.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이 판문점선언 1주년은 한국만의 잔치가 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여는 행사만 10여 개에 이른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이 포함된 ‘먼, 길’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두 정상이 손을 마주 잡고 선 곳과 30분간 밀담을 나눈 도보다리에도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 길’이라는 행사 제목에 ‘멀지만 가야 할 길’이라는 속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에서 예술가가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기리지만 ‘북한 예술가’의 자리는 없다. 이 행사를 기획한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자문위원은 “북-미 회담 이후 어려워진 상황과 쉽지 않은 여정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한미일중 4개국 예술가 섭외도 행사 개최 불과 한 달 전인 4월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공동행사를 추진하다가 무산돼 급조한 행사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통일부는 1주년 기념일을 5일 남겨둔 22일 북측에 행사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던 북한은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으로 ‘우회적인 답변’을 내놨다. 북한은 성명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두고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고 날 선 비난을 내놨다. 사실상 판문점선언 1주년을 함께 기념하지 않겠다며 ‘비토’(거부권)를 행사한 것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