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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브라질 월드컵은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공교롭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 명예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이 결승전에서 만나 화제가 됐습니다. 이 경기가 ‘바티칸 더비’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끌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위해 기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현 교황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마니아인데 어린 시절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 프로팀의 열렬한 팬으로, 베네딕토 16세는 고향팀인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승전이 독일의 1 대 0 승리로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이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직접 지켜보지 않았다. 경기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했습니다. 교황이 그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베네딕토 16세의 비서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베네딕토 16세가 결승전을 직접 보지 않고 먼저 주무셨다”면서 “그러나 결승전 결과를 듣고 ‘아르헨티나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가톨릭 교계에서도 결승전은 사제들 사이에 관심거리였습니다. 교계의 대표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차동엽 신부는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고 합니다. 차 신부 주위에서는 “예정된 강연에 영향받을 정도로 신부님이 상심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다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의 반응은 좀 더 심각했습니다. 해외 이민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외국 교구의 주교가 된 문한림 주교는 통화에서 “월드컵 결승전 패배로 아르헨티나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종교와 그다지 관계없는 축구 얘기를 왜 길게 언급하느냐고요? 이들 종교인의 반응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느껴집니다. 애써 중립을 지키고, 그 결과에 상심한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는 따뜻한 온기입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이런 배려가 지구촌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염불의 레전드 청암사 승가대학’ ‘승가교육의 혁신도량 동학사’ ‘염불은 내 운명’ ‘운문사 파이팅’…. 17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알록달록한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등장했다. 대웅전 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누군가 올라가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빠빠빠 ○○ 파이팅” 하는 단체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마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녹화장을 연상시켰다.○ 랩과 댄스에 사로잡힌 한여름 조계사 이날 조계사에서는 제1회 학인(學人)염불시연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을 기본 수행법으로 하는 조계종에서 염불대회는 초유의 일이다. 학인은 정식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사미, 사미니들로 승가대에 재학 중인 예비 스님들을 가리킨다. 이 대회에는 해인사 수덕사 불국사 통도사 봉녕사 동학사 운문사 청암사 등 전국 승가대에서 개인 부문 108명, 단체 12개팀 등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는 경북 김천 청암사 승가대의 ‘신반야심경’이 시연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가사를 입은 혜강 스님은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가수처럼 두 손을 하늘 위로 마주치며 객석을 향해 “여러분, 시작입니다. 편안하게 박수 치시고 따라하세요”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마침내 그의 입에서 “아제아제바라아제…마하반야바라밀다…”라는 반야심경 구절이 나왔다. 그런데 리듬이 다르다. 속사포처럼 나오는 ‘랩 반야심경’이다. 이를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불자들이 순간 ‘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사회를 맡은 진명 스님도 “우리 문화 세계화에 아이돌 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돌 스님’도 있다”며 감탄사를 보탰다. ‘불러요 다라니’라는 제목의 염불을 시연한 청암사의 다른 출전 팀은 천수경에 쉬운 리듬과 흥겨운 댄스를 도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절집의 명예’를 걸고 참가자들이 대부분 큰 절에 있는 승가대 소속이기 때문에 절집의 명예를 건 자존심 경쟁도 치열했다. 응원전도 펼쳐졌다. 특히 사미니 스님들이 학교별로 모여 앉은 공간은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의 방청석처럼 팬클럽이 모인 듯 열띤 분위기였다. 경북 청도 운문사의 한 참가자는 “새벽에 5시간이나 걸려 왔다”며 “반드시 입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봉녕사 강사 설오 스님은 “염불은 수행뿐 아니라 경조사를 통해 신자들과 애환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500명 이상 모인 객석 한쪽에서는 “누구 아이디어인지 염불대회 정말 잘 열었다” “이거 ‘조계종의 슈퍼스타 K’ 아니냐. 시즌 2도 해야 한다”라는 호평도 들렸다. 불교 신자인 도영록 씨(51·여)는 “학인 스님들의 염불대회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줄 몰랐다”며 “진작 이런 대회를 개최해야 했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단체 대상은 ‘불러요 다라니’의 청암사 승가대 팀, 개인 대상은 운문사 승가대 보견 스님에게 돌아갔다. 랩으로 객석의 흥을 돋웠던 혜강 스님은 우수상을 받았다. 중견 스님들이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과 시국 사건으로 때때로 어려움을 겪던 조계종은 이날만큼은 스님과 학인, 불자들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 60장 1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로고에 담긴 문구는 교황의 한국 방문 목적을 한마디로 보여준다. 불꽃과 배의 모양으로 구성된 로고는 성경 구절처럼 파도처럼 일어나 불꽃처럼 세상을 비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역동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의 빨간색과 파란색은 분단국가인 남과 북을 상징하며, 불꽃이 서로 화합하며 어우러지는 것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평화와 일치를 이루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한국천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의 설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아시아 지역 방문은 처음이며,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 89년 방한에 이어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4박 5일간 한국에 머무른다. 교황의 첫 일정은 이날 낮 12시 서울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기도와 묵상을 하는 개인미사다. 교계에 따르면 교황은 해외 방문 때 첫 일정으로 방문 목적을 되새기고 방문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교황은 이어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교황의 방한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 미사’ 집전과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에 맞춰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교구를 찾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17일 아시아주교단과의 만남에 이어 청년대회 폐막식에도 참석한다. 특히 대축일 미사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초대해 위로한다. 당초 희생자 가족의 명동대성당 미사 참석이 검토됐지만 더 많은 가족을 초청하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요청으로 초청 장소가 바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소외받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고,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길 서울대교구청에서 국내 종교지도자들을 만난다. 이날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평소 청빈을 강조해온 교황은 방한 기간에 호텔이 아닌 교황청 대사관에 머무른다. 교통편은 장거리 이동 때는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를, 단거리 이동은 승용차를 이용할 예정이다. 교황청 전례원 원장 귀도 마리니 몬시뇰, 존 사이악 몬시뇰, 빈첸조 페로니 신부, 바티칸 공보처 직원 마테오 브루니 등으로 구성된 교황청 실사단은 명동대성당과 광화문광장, 대전월드컵경기장과 해미성지, 청주 음성 꽃동네 등 교황의 방문 장소를 둘러본 뒤 10일 귀국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의전과 경호 등 세부적인 내용은 실사단과 방준위 협의를 거쳐 추후에 발표될 예정이어서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승용차의 경우 교황이 가장 작은 한국 차를 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은 메시지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사 중에 순차 통역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용기편으로 교황 일행과 함께 입국하는 교황수행기자단은 동아일보를 비롯해 AP, ABC, CNN 등의 68명으로 확정됐다. 공식 발표 이전이지만 수행단에는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인도 북동부 부다가야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성도지(成道地)로 탄생지 룸비니, 최초 설법지 사르나트, 열반지 쿠시나가르와 함께 불교 4대 성지로 꼽힙니다.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 사원에서 벌인 개신교 신자들의 이른바 ‘땅 밟기’ 동영상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땅 밟기는 개신교 불모지를 직접 밟으며 전도하는 선교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젊은이 3명이 사원 내 대탑 입구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개신교식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 스님이 중지할 것을 요청하자 이들은 “구원받지 못한 이들이 불쌍해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고 대꾸했답니다. 땅 밟기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한 선교회 교육생들이 사찰이 무너지길 기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랐고, 같은 해 개신교 신자 10여 명이 미얀마 사찰에서 예배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땅을 왜 밟는 걸까요? 땅을 밟으면 밟힌 쪽이 개종이 되거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건가요? 한 신학자는 “본래 땅 밟기 기도는 영어식 표현인 ‘걷기기도(prayer walking)’를 번역한 것으로 걸으면서 하는 기도였다. 그러나 현재 땅 밟기 기도는 영적 대결을 추구하는 선교 운동의 한 분파적 사상이 주도해왔다”고 합니다. 땅 밟기는 개신교 내부에 남아있는 과거의 십자군식 발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 서유럽 기독교 국가들은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전쟁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이 약탈과 약소국가에 대한 엉뚱한 공격으로 번진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땅 밟기는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위한 기도가 돼야지, 우월적 위치에서 다른 이들을 구한다는 비정상적 선교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땅을 밟으면 밟을수록 그 땅은 좁아질 뿐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코스타리카 국립대에서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 분야를 가르치는 최현덕 교수(55·사진)가 1일 교황청 문화평의회 자문위원에 임명됐다. 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문화평의회는 학술과 문화계, 세계 여러 민족과 문화권, 비신자와 무신론자 등 다양한 문화 주체를 연구하고 교황청과의 상호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는 기구다. 이번에 임명된 5년 임기의 자문위원은 12명, 아시아인은 최 교수를 포함해 2명이다. 특히 최 교수는 유일한 여성일 뿐 아니라 개신교 신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1980년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7년 브레멘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화여대와 부산대 HK연구교수,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 한국사무소 기획협력위원 등으로 일하다 2013년 7월 코스타리카 국립대 교수로 부임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점심 식사 도중 갑자기 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수첩의 크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의 수첩에는 무엇이 쓰여 있고, 그 크기는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참석자 중 여러 분의 의견은 “박근혜 대통령이 쓰고 있는 수첩은 크기가 좀 작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깨알 메모보다는 큰 수첩에 여야와 좌우, 종교, 학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지도자가 아니기에 편한 입장에서 이런 말도 할 수 있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편한 얘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우리 종교 지도자들의 주머니에 있는 수첩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속시원하게 말해보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고민은 세 분 스님의 행보에 담겨 있습니다.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봉은사 주지 임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외압을 주장하기도 했던 명진 스님, 명분이 있으면 협력하면서도 종단에서 ‘영원한 야당’으로 불리는 영담 스님입니다. 가톨릭 지도자는 어떨까요? 일각에서 보수의 본류라고 비판하는 염수정 추기경과 이름만 떠올려도 진보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제주교구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개신교는 특정한 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항상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입장을 내놓는 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같은 단체만 떠오를 뿐입니다. 한경직 목사님 소천 이후 교계 지도자로 어떤 분이 연상되지 않는다는 게 개신교의 불행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더 쓴소리를 하자면, 점심시간에 모인 갑남을녀(甲男乙女)의 공통된 주장은 우리 종교 지도자들 역시 수첩 크기가 좀 작다는 겁니다. 객관적인 표현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종교 지도자들이 사람들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을 꿈꿔봅니다. 자승 스님과 영담 스님이 손을 잡고 종단 현안인 총무원장 직선제를 위해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사회 현안에 염 추기경과 강 주교가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그런 풍경입니다. 지도자들의 수첩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의 행복도 커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구하면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큰 정치, 역사에서 오래가는 정치를 할 수 있다.” ‘무지개 원리’ ‘희망의 귀환’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인 차동엽 신부(56)가 최근 ‘교황의 10가지-따봉, 프란치스코!’ (위즈앤비즈·사진)를 펴냈다. ‘따봉…’은 교황의 행동과 말에 담긴 속뜻을 키워드로 정리해 쉽게 전한 책. “대담이나 강론을 다룬 기존 책이 신학적으로 깊은 얘기여서 일반인들에게 좀 대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는 차 신부를 1일 만났다. 》―정말 궁금한 게 있다. 그분의 행복한, 또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웃음) 내 보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쁨의 비밀, 행복의 비밀을 깨달은 대가(大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쁨의 광채가 나온다. 사람들을 살리고, 즐겁게 하고, 나누는 기쁨을 깨달은 분이다. 억지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기 때문에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점은 없나? 아르헨티나 대교구 보좌주교 시절 아리스티 신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그분 손에 쥐여진 묵주를 가져왔다는 고백이 책에 나와 있던데. “그분은 그 순간 아리스티 신부의 얼굴을 보며 반성하면서 ‘당신의 자비를 반만이라도 나에게 주십시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아리스티 신부의 자비,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탐한 것이다. 자비와 사랑을 배우고 싶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룩한 탐욕’인 셈이다.” ―교황에게 좌절은 없었나.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황의 끊임없는 관심은 아르헨티나에서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찾아야 한다. 경제 부국에서 몰락한 아르헨티나의 역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예민한 고수(高手)가 느낀 슬픔과 고통은 더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을 테니까. 이들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는 것은 큰 좌절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방신학 같은 급진적인 길을 가지 않았다. “그분의 해법은 이른바 운동가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 아니다. 예수의 방식을 선택했다. 어려운 사람과 같이 울고 웃고 나누는 방식이다. 선택 또는 의견이 다른 이들마저도 감싸는 포용이었다.” ―진짜 결점은 없는 분인가. “교황께선 젊은 시절의 즉흥성과 독선으로 인한 실수를 여러 차례 고백했다. 마음이 급해 구조와 제도의 개선 같은 급한 개혁을 추진했지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반성 뒤 오늘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책에선 교황의 언행을 한마디로 ‘동행의 미학’이라고 표현한다. “그분은 갑작스럽게 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만나 ‘본 조르노(안녕하세요)’ 하며 안부를 묻고, 한 사람 한 사람과 시선을 맞춘다. 앞서 가는 사람에게는 조금 속도를 늦춰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 하고, 뒤에 처진 이들은 위로하며 끌어준다. (교회에 적대적인) 반대 그룹에서 볼 때도 교황은 대립하는 상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교황은 좋은 의미의 ‘무서운’ 전략가이고, 말과 행동의 파장을 아는 분이다.” ―말씀 중에 우리 정치 지도자의 모습도 보인다. “바로 그렇다. 교황, 금세기 최고 고수의 수(手)를 연구하면 큰 정치, 역사에 오래가는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더욱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처음에는 쇼다, 뭐다 말이 많겠지만 개의치 않고 어려운 분들과 동행한다면 ‘아, 저분이 부자만 사랑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꿈꾸는 천년 지속되는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분이 교황 명을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으로 정한 것에서 메시지를 명확하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가난과 겸손, 사랑이다. 예수에 이어 프란치스코 성인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지금 교황은 혁명이니 개혁이니, 이런 거창한 말없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정말 ‘무서운’ 분이다. “교황이 오래된 구두를 그대로 신고, 여행자 숙소에 머물고, 의전을 거절하는 것은 교회 안팎의 비본질적인 ‘장식’을 거부하겠다는 메시지다. 고위 성직자 입장에선 ‘보통 이렇게 합니다’라고 하면 관행을 거부하기 매우 힘들다. 하지만 교황은 예수로 상징되는 초기 교회의 소박함과 단순함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분은 사랑은 마라톤이지, 계주가 아니라고 말씀하고 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삶이 즐거우면 죽음도 즐거워야 한다.”여기 행복한 죽음을 주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임종치유사, 가족생태학자를 자처하는 송길원 목사(57)와 그의 둘째 아들인 송예준 씨(28·미국 퍼듀대 4년). 부자는 최근 죽음에 대한 글과 자신들의 의견을 엮은 묵상집 ‘행복한 죽음’(나남·사진)을 출간했다. 16일 만난 두 사람에게 ‘정말 닮았다’는 말을 건네자 송 목사는 “DNA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웃었다. 책과 죽음, 행복, 재난, 가족을 키워드로 송 부자(父子)와 대화를 나눴다. 》○ “죽음의 자리에서 보면 삶의 진리가 보인다” ▽기자(記)=젊은 사람도 죽음에 관심 있나. ▽자(子)=솔직히 20대들은 죽음과 상관없다는 듯 얘기한다.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기 어렵고, 교육이 안 돼서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총기사고나 각종 재난이 끊이질 않지만 죽음 교육은 없는 것 같다. ▽부(父)=한때 행복전도사였다. 아무리 행복과 긍정을 얘기해도 결국 죽음의 문제에 부딪히더라. 항상 행복해도 죽음이 행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기=책 제목, 행복한 죽음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부=그러나 둘은 떨어질 수가 없다.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주어진 삶은 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삶이 단단하고 여물어진다. ▽자=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다. 그걸 찾으면 뭘 하든 행복하겠다. 삼성에 다니고 미인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은 아니지 않은가. ▽기=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할 생각도 있나. ▽자=신학 공부라면 몰라도 목회는 아니다. 어렴풋하지만 행복의 표지는 발견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나침반이 방향은 알려주지만 골짜기는 알려줄 수 없어” ▽부=제가 대학 학보사 출신이라 큰아들이 기자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에게 ‘돈 세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하더니 결국 회계사가 됐다. 큰아들은 개신교 표현으로 하면 회개한 뒤 맘껏 회계하며 살고 있다.(웃음) 부모 기준으로 자식의 성공을 따지니 서로 힘들어진다. 나침반은 방향은 알려주지만 그곳의 골짜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기=이 순간, 두 사람의 버킷리스트 1번은 뭔가. ▽자=1번, 결혼해 보고 죽어야 한다.(웃음) 2번은 친구들이랑 자연이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부=가족들 앞에서 사진 찍는 포즈로 사는 거다. 남 앞에서는 스마일하면서 집에 들어오면 굳어진 제 얼굴을 자주 본다. 나머지는 예수님이 못한 것들이 리스트에 들어 있다. 우선 1월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캐나다에서 북극 오로라를 봤다. 다음은 2년 전 두 번 실패한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것이다.○ “아비로 다른 건 몰라도 죽음에 대한 교육은 했다” ▽기=재난과 죽음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부=목회를 하고 임종치유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봤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만 부모님은 어떠실까 걱정이다. 가끔 두 분께 임종과 관련한 유머를 툭, 툭 던지는데 그냥 웃고 마신다. ▽자=책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 자식들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아버지 모습이 ‘짠’하더라. ▽부=전, 겨우 이제 부모님과 임종유머를 통해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들과는 이번에 책 준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장 좋은 유산을 물려준 것 같다. 죽음에 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육아휴가도 있는데 왜 임종휴가는 없나? 가족의 죽음은 며칠 장례로 도저히 풀 수 없는 큰 트라우마다. 임종휴가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도 ‘삶의 평형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세계 평화와 청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 일정을 교황청이 확정해 18일 공식 발표했다. 교황은 8월 14∼18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지역 방문은 처음이며,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 89년 방한한 데 이어 25년 만이다. 》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역대 교황으로는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문 일정이 18일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한국천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오후 4시 바티칸 뉴스포털을 통해 교황의 한국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지역 방문은 처음이며, 한국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 89년 방한에 이어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4박 5일간 한국에 머무른다. 교황의 첫 일정은 이날 낮 12시 서울 자하문로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기도와 묵상을 하는 개인미사다.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교황은 해외 방문 때 첫 일정으로 방문 목적을 되새기고 방문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교황은 이어 청와대를 방문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방준위는 이날 교황의 방문이 한국 내 가톨릭 교구를 둘러보고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등 종교적인 차원의 사목 방문이라고 밝혔다. 교황의 방한 일정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 미사’ 집전과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에 맞춰져 있다. 방준위는 “교황이 지역 교회를 찾아 시복식을 주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광화문은 인근에 가톨릭 신앙 선조들이 옥고를 치렀던 형조와 우포도청, 의금부 터 등이 있어 순교로 희생된 천주교 신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는 역사적 장소”라고 밝혔다. 방준위는 시복 미사에 가톨릭 신자 20여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교구를 찾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17일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자들과의 만남에 이어 폐막식에도 참석한다. 특히 대축일 미사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초대해 위로한다. 당초 희생자 가족의 명동대성당 미사 참석이 검토됐지만 더 많은 가족을 초청하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요청으로 초청 장소가 바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소외받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찾고,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서울 중구 명동길 서울대교구청에서 국내 종교지도자들을 만난다. 이날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청빈을 강조해온 교황은 방한 기간에 호텔이 아닌 교황청 대사관에 머무른다. 교통편은 장거리 이동 때는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 단거리 이동은 승용차를 이용할 예정이다. 승용차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방탄장치가 안 된 일반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산업진흥본부장 민경미 △출판기반조성〃 배진석 △콘텐츠진흥팀장 유신영 △전자출판〃 김진우 △정책개발팀장 정관성 △출판유통〃 이상현 ◇한국마사회 △비상안전관리처장 김영태 △승마진흥원장 장일기 △부산동구지사장 성창환 △중랑지사장 김종필 △의정부지사장 정광섭 △인천중구지사장 박순호 △승마아카데미담당 정순화 △성과평가팀장 이용호 △부산총무팀장 이중근 △승마기획담당 유성언 △승마레저담당 김정근 △안전기획팀장 전진홍 △지사안전관리팀장 김봉환 ◇매일일보 △산업1부장 겸 국장 연성주 △경제부장 이석호 △산업2부 팀장 정수남 △정치사회부 〃 김경탁 ◇디지털타임스 △편집국 정보미디어부장 김승룡 ◇브릿지경제신문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겸 편집인 최회봉}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은 6월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인식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구다. 의장단은 이날 성명에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일부 발언에 대해 교회 내에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나눈 역사에 대한 종교적 인식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는 신앙을 빌미로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며 “그릇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진 문 후보자가 국무총리의 자리에 오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장단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면서 “문 후보자는 더이상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도 이날 ‘한국역사학계가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에서 “반민족적이거나 편협한 역사관을 가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을 지닌 인사들이 총리와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것은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한국과 중국 개신교의 공식적인 교류 협력을 위한 ‘한중기독교교류협회’가 17일 창립된다. 2004년부터 중국 교회와 교류해온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 등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15, 16일 서울에서 한중기독교교류회 5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17일 협회 창립식을 갖는다. 이 행사에는 중국 종교사무국의 차관급인 장젠융(張堅永) 부국장과 기독교협회장 가오펑(高峰) 목사 등 종교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에 대한 추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교계 관계자들의 대거 방문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에서는 박 목사를 비롯해 이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은 류영모(한소망교회)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대표집행위원장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 등이 참여한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국어진흥과장 안신영 ◇강원도 △안전자치행정국장 최중훈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장 김종훈 △후마니타스연구소장 조운찬 △디지털뉴스편집장 박성진 △경향비즈 ⓝ라이프편집장 박종성 △논설위원 겸 편집국 문화전문기자 김석종 △정치에디터 박래용 △편집에디터 강기성 △정치부장 김광호 △국제〃 조홍민 △경제〃 오창민 △산업〃 최우규 △전국사회〃 서의동 △사진〃 박민규 △비즈ⓝ라이프팀장 김석 △디지털뉴스팀장 이상호 △디지털영상팀장 우철훈 △콘텐츠운영팀장 이기자 △국제부 선임기자 조찬제 △경제부 〃 안호기 △산업부 〃 김준 △사진부 〃 권호욱 △주간경향 〃 최병태 원희복 △정책사회부 노동전문기자 강진구 △사장실장 박재현 △편집국 제작지원팀장 김창규 △미디어전략실 화상팀장 송창섭 ◇국민일보 △국민일보CTS㈜ 제작국장 직무대행 박성호 ◇동의대 △산학협력단장 김선호 △대외협력처장 차동욱 △한국행복교육연구소장 이경민}

“국 안의 국자들이 많아요. 남들에게 국 맛을 건네주면서도 자신은 그 속에 푹 빠져 있어 맛을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A 스님은 요즘 세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문득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축구 4 대 0으로 가나에 침몰. 축구계의 세월호를 지켜보는 듯한 경기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설화 아닌 ‘트위터 화(禍)’를 당한 소설가 이외수 씨의 일도 떠올랐다. 그는 누리꾼들의 비판에 “속수무책으로 침몰했다는 뜻인데 난독증 환자들 참 많군요. 게다가 반 이상이 곤계란들”이라고 반박했지만 곧 백기를 들었다. 글을 다루는 소설가조차도 그 짧은 글에 무너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재빠른 활용이 문명인의 척도가 된 시대의 단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몇 마디 글을 여기저기서 퍼서 나르고, 때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시켜주는 SNS의 즉각적인 반응과 매력은 현대인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식사 중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기존 320여 명에서 6000명으로 확대하자는 총무원의 선거법 개정안도 화두가 됐다. 이 안은 숫자만 보면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놓치고 있다. 종단 안팎에서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제한된 인원에게만 투표권에 주어지면서 노출되는 금권선거 시비와 선거인단의 권력화를 막자는 것이다. “조계종 스님이 1만2000여 명입니다. 이럴 경우 스님들은 투표권 있는 스님과 없는 스님, 두 부류로 나뉘네요. 조계종이 직선제도 못하고, 비구니라는 이유로 선출직조차 개방하지 않는 것을 알면 바깥세상에서 놀랄 겁니다.”(A 스님) 수시로 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단체의 익숙한 분위기와 주장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국 밖의 세계와 단절되는 순간, 국자의 ‘불행’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에 더 안타까울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한 가지 맛밖에 모르면서 그 맛을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국 안의 국자가 될 수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황님 점심 메뉴요? 숯불 양념 갈비가 유력한 후보예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유치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한국 방문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유흥식 주교(63)를 2일 대전교구청에서 만났다. 교황에 대한 그의 기억과 애정은 예상보다 훨씬 촘촘했다. 그는 “교황님 방한이 정확히 73일 남았다” “지난해 3월 13일 선출되셨으니, 오늘로 1년 2개월 19일 됐다”고 했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교황님이 짧은 시간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콘이 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말과 행동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방한을 기다리며 교황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생존 중 퇴임은 지난해 큰 화제였습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베네딕토 16세처럼 살아서 은퇴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랬더니 교황께서 전임 교황이 은퇴 교황에 대한 모범을 주셨다고 답변했답니다. 이 말로 충분한 설명이 되죠.” ―세계대회도 아닌 아시아대회에 교황의 참석은 의외 아닌가요. “대전교구 순교자가 한국 가톨릭 전체 순교자의 3분의 1이나 돼요. 교황님의 한국과 청년들에 대한 깊은 관심, 간곡한 노력이 방한 성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대전교구는 시복식이 진행되는 서울대교구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지역이다. 유 주교는 교황에게 보낸 편지와 뒷얘기도 밝혔다. “순교자들은 믿음과 삶이 똑같았던 분들입니다. … 한 줄 띄우고, (방한하셔서)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참석하셔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순교자의 믿음과 삶, 평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다시 한 줄 띄우고… (웃음).” ―4월 교황을 단독으로 면담했습니다. “그때 한국에 오실 줄 정말 몰랐다고 했더니 교황께서 웃으며 ‘주교님, 내게 편지 썼잖아. 주교님 편지 읽으면서 난 한국에 가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교황청 방문이 세월호 참사 이후였다. “참사를 알고 한국을 떠났는데 10일 뒤 귀국했을 때 한국의 모습이 꽤 달라보였습니다. 당시 교황께 한국 젊은이들 보러 오시는데, 가장 귀한 젊은이들 300여 명이 희생됐다, 하느님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따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교황께서 깊은 슬픔을 표시하셨죠. 나중에 세월호 관련 애도 메시지와 트위터를 통해 기도하자는 글이 떴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내면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무책임….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저도 놀랐고 많은 사람들도 놀랐습니다. 돈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사람 다음이죠.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어요. 하나도 못 가져가니까.” ―교황 숙소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주한 교황청 대사관이고, 식사도 대부분 내부에서 간소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교구에서는 8월 15일 아시아청년대회 대표, 17일 아시아 주교님들과의 점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요? “글쎄, 워낙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분이라. 해외순례 일정 책임자인 알베르토 가스바리 박사가 2월 사전 조사를 위해 방한했어요. 그때 숯불 양념 갈비는 밖에서 드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당면이 들어간 갈비탕과 밥도 괜찮은 것 같고….” ―평소 좋아하시는 말씀을 부탁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행전),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신 일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겁니다. 라틴어로 ‘네모 다트 쿠오드 논 하베트(Nemo dat quod non habet·자기가 가지지 않은 것은 남에게 줄 수 없다)란 말도 있어요. 스스로 불행하게 여기는 사람은 남들에게 불행과 신경질밖에 줄 수 없습니다. 먼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행복하게 여겨야 남에게도 그것을 줄 수 있습니다.”대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두 마디 별 뜻 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 내면에 예리하고 깊은 상처와 절망감을 안기는가 하면, 오래 고심했으나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난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치 긴 가뭄 끝에 목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처럼 감로수마냥 물리적 갈증만이 아닌 마음과 정신마저 풋풋하고 싱그럽게도 한다. 자신을 이기는 이가 가장 힘센 사람이고,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이가 정말 부자이며, 제일 지혜로운 사람은 지능지수가 높은 이가 아니라 자신 곁의 인물들을 스승으로 삼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이라는 톨스토이 우화집의 한 대목도 떠오른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함을 깨닫게 되었다. 지병인 고혈압으로 10년 고생하던 아버지는 떠나시기 전 마지막 가을엔 자그마한 한옥의 재래식 지붕기와를 바꾸시는 등 집수리를 말끔히 끝내셨다. 앞서 몇 달 전 세밑에는 어머니의 무릎수종 수술까지 서둘러 받게 했다. 1975년 1월 2일 0시 30분, 하나뿐인 아들의 대학 졸업식을 1년 앞둔 채 아버지는 타계하셨다. 위장병을 달고 사시던 어머니는 이듬해 아들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셨고 아들의 직장 합격통지를 받은 뒤 임용날짜만 기다리던 중 말기 위암 판정을 받았다. 워낙 중증이기에 수술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사의 말씀은 내겐 하늘이 무너지는 듯 절망적이었다. 이에 물에 빠져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한의학을 전공하는 후배와 함께 전국 도처의 제도권(?) 밖 명의(名醫), 기인(奇人)들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사상의학(四象醫學)에 용하다는 한의사, 몸 안에 나쁜 묵은 기를 뽑아내는 부항기며, 내 자신 손으로 자극을 주어 질환을 치료하는 카이로 프락틱을 배우기도 했다. 한편 각종 자연요법에도 솔깃해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율무 미음, 양배추즙으로 시작하는 식이요법과 대체의학에도 문을 두드렸다. 자연치유력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적지 않은 분들과의 조우도 이루어졌으니 이들 모두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분이었다. 이분들 중 특히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분이 있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 당시 원장실에 놓인 유려한 서체로 쓴 중국 시인이자 문학가인 도잠(도연명·365∼427)의 ‘귀거래사(歸去來辭)’ 가리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눈썹이 짙어서인지 강한 인상에 걸걸한 목소리의 건장한 40대 한의사로 28년이 흘렀으나 얼굴이며 말씀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분이 다급하고 초조해하는 내게 던진 첫 말씀은 “지금 명동 한복판을 힘차게 걷고 있는 사람들 중 50년 뒤엔 몇이나 남아 있겠소”였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나, 당시 뇌성벽력인 양 사자후(獅子吼)로 내게 다가온 것이다. 조금 빠르고 차이가 있을 뿐 모두는 떠난다는 평범하나 분명한 사실을, 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함은 놀람이며 신비이고, 초라한 주연과 빛나는 조연이 있듯 시간의 의미와 가치는 물리적 수치와는 별개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단명한 유전인자 때문인지 외가 분들은 모두 일찍 타계했다. 마흔을 채우지 못한 혈육들의 죽음을 지켜본 어머니에게서 불안의 그림자를 엿보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칠십칠 수를 누리셨다. 그리고 2001년 5월 26일 11시 40분, 외아들 내외와 대학생인 두 손주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암 판정 이후 25년을 더 사신 것이다. 꼭 그 무엇 때문이라 단정하긴 힘드나 아직은 하나뿐인 자식에 대해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 “선진국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외부에서 닥친 어려움에 대해 잘 대처해 왔지만 최근 내부에서 발생한 심각한 ‘속병’을 앓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그렇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진단해 잘 치료해야 하고, 적당하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지도자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토론하고 지혜를 모으는 대담론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28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경산 장응철 종법사(宗法師·74)는 평소처럼 넉넉한 모습이었지만 이날 발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참사를 언급하자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종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해당하는 원불교 최고 어른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어르신들이 희생됐습니다. “대한민국은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극복하고, 6·25전쟁의 잿더미에서도 일어섰습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도 잘 극복했습니다. 외부에서 시작된 위기가 있을 때마다 금도 모으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도약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속병은 정말 심각합니다.” ―속병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과거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해서 글공부와 관리로서의 입신양명, 지조 등 선비적 가치가 강조됐습니다. 산업화 이후 이것이 경제 제일주의로 바뀌었죠. 즉, 관료 중심의 국가 틀에 경제 우선의 사상이 결합됐는데, 이게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부정적 결과도 함께 낳고 있습니다. 정책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유착 내지 부도덕한 관계가 심각해진 거죠. 여기에 우리가 고속성장하면서도 섬세하게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빠져 허약한 기초가 한순간에 드러나게 된 듯합니다.” ―대담론의 장을 말씀하셨는데요. “이번 참사들은 가장 뼈아픈 상처이자 위기이지만, 어쩌면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드러난 문제를 대충 넘겨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론 주도층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참여해 함께 가정과 회사, 종교, 국가의 속병을 끄집어내고 그 치료책을 찾아야 합니다. 교육도 경제와 효율 위주로 가다 보니 인성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간을,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총체적으로 부족합니다.” ―유족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지금도 자식의 육신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이 40일 이상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직접 무엇을 할 수가 없는 상태에서 구조 작업이 어찌 보면 느리고 태만하게 느껴질 겁니다. 애간장을 태우는 아픔을 쉽게 이길 수는 없지만 슬픔 속에 계속 남아 있으면 본인도 불행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시신을 찾아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보는 미래는 국가 주도형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능력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이 그 신바람을 잘 구현하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해줄 리더들에게 먼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어려운 시기,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과거 선비 정신을 대표하는 리더들은 가난하면서도 올곧은 한사(寒士)였죠. 이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지조를 지키며 국가와 공동체의 정신을 지탱했어요. 하지만 요즘 그렇게 살면 ‘바보’라고 할 겁니다. 물론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원불교에서는 정신과 물질을 겸비하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을 그 대안으로 봅니다. 정신과 육체, 도덕과 경제가 잘 어우러진 상태를 최선으로 보는 거죠. 모든 것은 원융(圓融·각각의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원만하게 하나로 융합)해야 하지만, 그중 도덕이 경제를, 정신이 물질을 앞서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그 역할 잘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남북 대치와 경제적 어려움이 전통적으로 큰 문제였죠. 국민 다수는 그분이 갖고 있는 의식과 캐릭터를 선택한 겁니다. 그 캐릭터에서 부족한 것, 나머지는 여러 곳에서 보충해야죠.” ―보충이 아니라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것도 공백을 메우는 거죠. 비판이 없으면 한쪽 일변도가 됩니다. 그럼 국가의 불행입니다. 주인정신과 공동체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게 순리죠. 어떤 대통령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비판을 수용하고 협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열린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단 제가 충분한 정보는 없습니다. 국민들은 현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오랜 시간 그분 모습을 지켜봤고 경험했습니다. 그걸 알고서 선택한 만큼 잘되도록 도와야죠. 딱 들어맞지는 않을 수 있지만, 한 과일나무에서 두 가지 과일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목(一木)에 불구이종과(不求二種果)요, 일인(一人)에 불구이종재(不求二種才)라 했죠. 그분 경험과 스타일을 알고도 선택했으니 (국민들이) 동업자인 셈이죠. 둘이 알고 함께 살기로 했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메워 가야죠.” 경산 종법사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인지 국가와 리더, 인재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답변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 몇 시간 지나 안대희 후보자의 사퇴 발표가 나왔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속담처럼 윗물이 맑아야 합니다. 사람을 쓸 때 능력이냐 도덕성이냐의 논란이 있습니다. 우선은 도덕성이 중요하고 부족한 능력은 다른 이를 통해 보충해도 된다고 봅니다. 도덕성에 의심이 생기면 사람들이 따르지 않고 반기를 들게 됩니다. 진나라의 병법가 황석공의 ‘소서(素書)’에 ‘임재사능(任才使能)’이란 말이 있습니다. 재목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일을 다 맡기고, 능한 사람은 부리라는 겁니다. 모든 일을 맡길 사람과 부릴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지도자의 지혜입니다.” ―여러 사고 이후 국민들 사이에 무기력증과 무관심한 반응도 나옵니다. “우리 모두 좀 쉬어야죠. 잠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너무 우리가 앞으로만 나아갔어요. 왜 내가 이렇게 사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해야죠. 좀 쉬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종교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있습니다.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많이 참회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안정화하도록 돕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면서 자비행을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인데 말이죠. 그런데 종교가 각기 교세 확장하는 데 우선이고, 내부의 문제점도 많이 노출됐죠. 종교인들이 세상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원리주의나 근본주의적 폐쇄성이 세상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하도록 만듭니다.” ―국민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현대는 모친 상실 시대, 어머니가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들조차도 사회적 배려의 부족으로 남성화하고 성과주의에 빠져 있어요. 여성으로 상징되는 부드러움과 치밀함이 부족합니다. 사회 전체가 여성성을 회복하고, 넉넉한 어머니의 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종법사께 어머니는 어떤 존재입니까. “저는 아버님이 일찍 작고하셨는데 어머니께서 늘 ‘넌 대인이 될 사람이니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죠. 눌은밥도 주지 않으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출가할 때 절하면서 너는 부처님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말들이 저를 키워주는 중요한 단어들이 됐습니다. 50, 60년 전 일인데도 부엌에 갔을 때 어머니의 그 얼굴이 어제처럼 떠올라요.”▼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1940년 전남 신안 출생△1960년 원불교 출가△1968년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1975년 독신으로 사는 정남(貞男) 서원△1988년 청주교구장△1995년 서울교구장△2000년 교정원장△2003년 중도훈련원장△2006년∼현재 종법사익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물은 같은 물인데,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됩니다. 매사를 바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치의 정(政)자에는 ‘바를 정’(正)이 들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바르게 해야 하는 거죠.” 22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만난 주지 원산 스님(70)은 산중에 있지만 바깥세상 돌아가는 게 답답하다는 듯 때로 목소리를 높였다.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가 봉안돼 있어 불보사찰로 불리는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3보 사찰로 꼽힌다. 원산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교육원장을 지냈고, 3년간 문을 걸어 잠근 채 밖에 나서지 않는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하기도 했다. 원산 스님은 8일 통도사 스님 20여 명과 함께 전남 진도를 찾아 위령재를 지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어이없기도 하고 가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며 “위령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5시간 동안 내내 가슴에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진도 팽목항을 여러 스님과 직접 찾으셨는데…. “요즘 부모들 자식 한둘밖에 없는데 그 천금이 망망한 바다에 희생됐을 때 유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본인이 그 일렁이는 찬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원인을 따지면 언론에 다 나옵니다. 불교적 세계관으로 보면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것 말고 이면의 것을 봐야죠. 요즘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한데 인명 존중 사상은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존경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과거에 비해 희미해진 거죠.”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대한 시시비비도 있습니다. “전 이번 사태가 대통령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질만능과 남을 경시하는 사회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정치를 요즘만 한 것도 아니잖아요? 누가 누구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민이 잘하면 대통령도 잘되고, 국민이 못하면 대통령도 못하는 겁니다. 국민과 대통령을 별개로 봐서는 안 됩니다.” ―경제는 옛날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먹고사는 것만큼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옛날에는 스승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윤리 도덕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사람을 500명이나 태운 선장이 어떻게 자신만 속옷 바람으로 나올 수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세월호가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사회 곳곳에 또 다른 세월호들이 많습니다. 최근 법회 때문에 호주에 다녀왔는데 짧은 도로도 몇 년씩 걸려 공사를 한다고 합니다. 화장실 문 하나도 야물게 달아놨습니다. 대한민국은 대충대충, 빨리빨리 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도 세월호가 있습니까. “우리 마음이 키운 것이 세월호 참사입니다. 나를 포함한 서로의 마음이 바르지 못해 불신했고, 그래서 생긴 마음의 불씨가 원인을 제공한 참사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습니다. “대승적인 입장에서 얘기할 때 큰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구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잠수사들의 생명도 소중합니다.” ―어려운 시기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대에 맞는 지도가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뚫고 시대를 통합할 큰 지도자가 귀한 시대입니다.” ―박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본인은 잘하려고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겠죠.” ―곧 6·4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정치권은 내가 국민이고, 국민이 나라는 관념 속에 정치해야 합니다. 현재는 여는 여만, 야는 야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내각 사퇴와 대통령 퇴진 주장도 있습니다. “그건 귀담아들을 가치가 없는 얘기죠. 총사퇴하면 누가 합니까. 그래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국민을 위한 조언을 해 주시면…. “이번에 느끼는 슬픔을 모든 국민이 공유하고, 사회를 바르게 하려는 뜻을 하나로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하나의 꽃송이요, 우주일가(宇宙一家), 우주는 한 집안이죠. 또 너와 나는 불이(不二), 따로가 아닙니다. 한 꽃송이 속에 뿌리, 줄기, 가지, 꽃이 모두 들어 있고, 우주는 한 가정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 가정의 주인은 가족, 우주의 주인은 모든 생명체인데 모든 것이 내 것인 것처럼 행세해서는 안 됩니다. 천자문 보면, 집 우(宇), 집 주(宙), 이렇게 읽죠. 이렇듯 모두 한집, 한 식구로 보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지도자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합니다. “작은 그룹이든 큰 조직이든 관계없이 자신이 속해 있는 전체를 위한 위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통도사 주지인 저도 통도사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도지사라면 도를 위해,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겁니까. “우리 얼굴의 이목구비를 뜯어보면 ‘바를 정’자가 쓰여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얼굴에 바를 정자를 찍어 놨으니, 그렇게 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기에 불행이 생기는 겁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위정자뿐 아니라 우리 각자가 지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더 나아져야 합니다. 저는 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봅니다. 물질이 풍요해질수록 인성 교육이 중요한데 아무것도 못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성이 제대로 됐을 때 영어, 수학을 가르쳐야 됩니다. 올바른 정신 위에 물질을 놓아야 합니다.” ―복된 인연, 복연(福緣)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합니까. “비법(非法), 비합리적으로 번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망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식에게 호열자(虎列刺·콜레라) 균을 물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서 보시(布施·널리 베푸는 것)에 관한 내용을 보면 남에게 인색하지 말고 베풀라 했습니다. 그게 다시 자신을 위한 복덕의 원인입니다. 남을 살리면서 자신도 부자가 되는 길입니다. 인색하면 가난해지고, 베풀면 부자가 됩니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 보면 맞습니다. 보시행이야말로 환희행(歡喜行)이죠.”원산 스님은…△1944년 경남 양산 출생△1964년 경봉 스님을 은사로 출가△1969년 월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1981∼93년 직지사 황악학림 졸업, 관응 스님으로부터 전강, 직지사 통도사 승가대 강주(講主)△1994∼97년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교육원장△1998∼2001년 영축산 백련암 죽림굴에서 3년간 무문관(無門關) 수행△2011년∼현재 통도사 주지, 사회복지법인 통도사 자비원 대표, 불교방송 이사양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탐욕은 브레이크가 없다. 그것을 억제하는 외적 장치인 규제조차도 그것을 온전히 막지 못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그것들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은 그것들을 암적 존재라고 단언하면서 손을 들어주며 화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새순처럼 곱디고운 우리 아이들을 저 차가운 바다에서 두려움과 원망에 떨며 눈 감게 했다. 결국 그 원인의 뿌리는 천박한 탐욕이었다. 욕망이 없는 삶도 사람도 없다. 모든 욕망이 나쁜 건 아니다.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보다 인격적이고 사람다운 삶으로 살게 이끄는 내적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욕망은 자칫 인간 전체를 망가뜨리고 삶을 타락시키기 쉽다. 그걸 덜어내야 자유롭고, 삶도 사랑도 더 농밀해진다. 쓸데없는 욕망이 나를 갉아먹으려 할 때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이 말을 기억한다. 월든 호숫가에 두 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을 제 손으로 짓고 직접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노예로서의 삶을 근원적으로 거부한 소로가 원한 것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는 월든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그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죽음을 맞았을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며 탄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충남 서산 해미읍성 인근에 마련한 작업실 수연재(樹然齎)는 8평쯤 된다. 월든 호숫가에 좁디좁은 오두막을 마련한 소로에 비하면 호사요, 낭비일 것이다. 그래도 남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지 혀를 차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내겐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내가 해미로 내려가기로 결심할 때 다시 읽었던 것이 소로였고, 내 결정에 힘을 얻은 것이 바로 이 문장이었다. 그리고 ‘뜻은 높게, 생각은 깊게, 영혼은 맑게, 삶을 소박하게’라는 좌표를 잡은 것도 거기에서 얻은 영감이었다. 하나를 가질 때 풍요롭지만 둘을 갖게 되면서 결핍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의 본질이다. 물질에 대한 헛된 탐욕이 커질수록 삶은 부박해지고 의미는 퇴색한다. 그리고 그 탐욕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갉아먹는다. 세월호의 비극은 헛된 탐욕의 끝이 어떤 것인지 아프게 보여주었다. “좁고 꼬불꼬불하더라도 사랑과 존경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추구하라”는 소로의 충고는 그런 탐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때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삶의 머릿돌이리라. 돈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삶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일 것이다. 흔들릴 때마다, 갈등할 때마다 나는 소로의 이 외침을 새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