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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무라카미 하루키, 제이디 스미스, 마이클 폴런….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개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라마(LLaMA)’ 학습에 쓰인 작품의 작가 중 일부다. 미국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이 작가들의 작품이 무단 사용됐다고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 일부 작가가 자신들의 책이 동의 없이 챗GPT 훈련에 사용됐다고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방대한 양의 저작권이 있는 자료가 무단 사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디애틀랜틱이 라마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세트 ‘북3(Books 3)’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근 20년간 출간된 17만 권 넘는 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 책 3만 권, 영국 출판사 하퍼콜린스와 맥밀런 책 각각 1만4000권과 7000권,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 책 1800권 등이다. 3분의 1은 픽션이고, 3분의 2는 논픽션이었다. 디애틀랜틱은 “AI가 약속한 미래는 훔친 말들(stolen words)로 쓰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북3는 오픈AI의 챗GPT 학습과 올 3월 블룸버그통신이 출시한 생성형 AI ‘블룸버그GPT’ 학습에도 쓰였다. AI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던 북3는 올 6월 오픈AI에 대한 저작권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디애틀랜틱은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저작권 위반 소송 제기에 “생성형 AI는 훈련받은 책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디애틀랜틱은 “완성작의 복제와 배포를 규제하겠다는 보장 없이 몇 년 동안 소설을 쓰거나 역사를 연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날 대표 기술이 대량 절도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적절한 말이다”라고 꼬집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원장 김명진)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쇼핑몰에서 최근 열린 ‘아세안 푸드 페스티벌(ASEAN Food Festival)’에 특별 초청국으로 참가해 현지에 한식을 소개했다고 19일 밝혔다. 필리핀 외교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필리핀과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브루나이,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등 10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이 참가해 자국의 음식과 문화를 선보였다. 특별 초청국 자격으로 한국을 대표해 이 행사에 초대된 주필리핀 한국문화원은 한식 상차림을 메인 메뉴로 소개한 데 이어 소떡소떡, 회오리 감자, 닭강정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 시식회도 열었다. 부스 앞에는 한식을 맛보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떡소떡과 회오리 감자를 먹는 모습을 자주 봐서 꼭 먹고 싶었다. 소떡소떡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맵지만 너무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하와이에 이어 캐나다,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는 전역에서 최소 1000건의 산불이 나 각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전례 없는 대규모 산불이 났다. 세계적으로 산발하고 있는 산불의 공통된 원인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일 캐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캐나다 전역에서 1047건의 산불이 동시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불에 탄 면적은 총 14만 km²로 우리나라 면적(약 10만 km²)의 약 1.4배에 달한다. 캐나다 당국은 진행 중인 산불의 절반이 넘는 661건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밝혔다. 385건으로 가장 많은 산불이 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는 18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약 3만500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19일 3만 명에게 추가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데이비드 이비 주 총리는 AP통신에 “암울한 상황이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극해와 인접한 노스웨스트준주(準州)도 15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노스웨스트에서는 236건으로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산불이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주도(州都)인 옐로나이프에서는 주민 2만 명 중 1만9000명이 대피한 상태다. 옐로나이프를 방문한 캐나다 정치인 키런 테스타트는 “이곳은 유령 도시다. 세상에 끝에 있는 것 같다”고 18일 캐나다 현지 매체에 말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유명 휴양지인 테네리페섬 북부에서도 15일 산불이 발생해 2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로사 다빌라 테네리페 의회 의장은 “전례 없는 규모의 화재”라고 밝혔다. 8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14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는 최소 13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와 현지의 복합적 요소가 얽혀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의 수석 과학자 마크 패링턴은 “기후변화로 고온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화재가 더욱 크고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하와이에 이어 캐나다,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는 전역에서 최소 1000건의 산불이 나 각 주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전례 없는 대규모 산불이 났다. 세계적으로 산발하고 있는 산불의 공통된 원인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19일(현지 시간) 캐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캐나다 전역에서 1047건의 산불이 동시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불에 탄 면적은 총 14만㎢로 우리나라 면적(약 10만㎢)의 약 1.4배에 달한다. 캐나다 당국은 진행 중인 산불의 절반이 넘는 661건이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혔다.385건으로 가장 많은 산불이 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는 18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약 3만500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19일 3만 명에게 추가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데이비드 에비 주총리는 AP통신에 “암울한 상황이다.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북극해와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準州)도 15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노스웨스트 준주에서는 236건으로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산불이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주도(州都)인 옐로나이프에서는 주민 2만 명 중 1만9000명이 대피한 상태다. 옐로나이프를 방문한 캐나다 정치인 키에론 테스타트는 “이곳은 유령 도시다. 세상에 끝에 있는 것 같다”고 18일 캐나다 현지 매체에 말했다.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유명 휴양지인 테네리페섬 북부에서도 15일 산불이 발생해 2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로사 다빌라 테네리페 의회 의장은 “전례 없는 규모의 화재”라고 밝혔다.8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14명으로 늘어났다. 실종자는 최소 13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와 현지의 복합적 요소가 얽혀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수석 과학자 마크 패링턴은 “기후변화로 고온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화재가 더욱 크고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평화 발전의 고지이자 협력 개발의 온상”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결과 군사 블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연적으로 역내 국가들의 경계와 반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일 3국이 사실상 중국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동 위협과 도전에 즉각 공조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왕 대변인은 이어 “혼란한 국제 안보 형세에서 각국은 안보 공동체 개념을 견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고수해 다양한 안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안보 이익을 희생하고 지역 평화와 안전을 희생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의 위험한 음모’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이 이번 회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작은 울타리’를 더욱 연결하고 진영 대결을 선동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보를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미국이 강압적으로 한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에서 양국이 역사적 화해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중국 측에서) 일부 비판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러시아와 협력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한미일 협력은 우리 이익에 반하는 안보적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반발했다.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평화 발전의 고지이자 협력 개발의 온상”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결과 군사 블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필연적으로 역내 국가들의 경계와 반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일 3국이 사실상 중국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동 위협과 도전에 즉각 공조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왕 대변인은 이어 “혼란한 국제 안보 형세에서 각국은 안보 공동체 개념을 견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고수해 다양한 안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안보 이익을 희생하고 지역 평화와 안전을 희생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의의 위험한 음모’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이 이번 회의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한일 양국의 ‘작은 울타리’를 더욱 연결하고 진영 대결을 선동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보를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디딤돌로 삼기 위해서”라고 비판했다.이어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미국이 강압적으로 한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에서 양국이 역사적 화해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백악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중국 측에서) 일부 비판이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미 러시아와 협력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한미일 협력은 우리 이익에 반하는 안보적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경을 봉쇄했던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사실상 전면 허용했지만 외교 갈등 중인 캐나다에 대해서는 빗장을 풀지 않았다. 경기 침체 우려로 여행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시도하면서도 캐나다에 대한 앙금만은 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자국민의 해외 여행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영국 BBC가 16일 진단했다. 중국은 올 1월 이후 총 세 차례에 걸쳐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138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을 불허했던 규제도 10일 77개국과 함께 해제했다. 하지만 캐나다 여행은 여전히 불허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캐나다를 방문한 중국인은 약 74만 명이었다. 양국 갈등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캐나다가 2018년 12월 체포하고, 중국은 자국 내 캐나다인들을 구금하면서 본격화했다. 중국이 2019년,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야당 보수당에 비해 친중 성향이 강한 집권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캐나다 내 반중 여론 또한 고조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올 5월에는 서로 상대방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15일 중국공산당 학술지 추스(求是)는 시 주석의 올 2월 연설을 다시 거론하며 국민에게 ‘인내’를 주문했다. 서방을 중심으로 나오는 중국 위기론에 흔들리지 말고 당국을 믿으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분배를 이유로 부동산, 빅테크 산업 등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불러왔던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의 정당성 또한 거듭 주장했다. 경제난에도 당분간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리코법(RICO·마피아 등 조직범죄 처벌법) 챔피언이 이 법으로 몰락했다.” 14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투표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9)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내린 평가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개인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조지아주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조직범죄’에서 일종의 설계자 노릇을 하며 각종 조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이었을 때 리코법을 이용해 거물 범죄자를 줄줄이 잡아들였고, 그 명성으로 1994∼2001년 재선 뉴욕시장을 지낸 그가 같은 법에 의해 수감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970, 1980년대 뉴욕은 강력범죄가 판치는 도시였다.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가상의 범죄도시 ‘고담’ 또한 뉴욕에서 유래했다. 1987년 줄리아니 당시 지검장은 리코법을 적용해 마피아 보스 3명, 간부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각각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리코법은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제정됐다. 배후에서 부하들에게 강력범죄를 시킨 뒤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하는 마피아 두목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특정 범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어났다는 점만 증명하면 직접 가담자가 아니어도 모두 기소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법의 적용 대상을 주가 조작, 금융 사기 등을 일삼은 월가 금융 거물들로도 확대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시장에 뽑혔다. 그의 시장 재임 중 뉴욕의 강력범죄는 50% 줄었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안전모를 쓰고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에 ‘미국의 시장’으로도 불렸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 맹목적 충성을 보이며 최측근으로 군림했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기업의 이사 자격으로 고액 급여를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수사를 종용했을 당시에도 통화를 주선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4일 기소됐다. 퇴임 후 네 번째 기소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던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에 대해선 이달 1일 연방검찰의 기소에 이어 두 번째 기소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대선 직후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측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19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98쪽에 이르는 공소장을 통해 “트럼프와 다른 피고인들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트럼프가 패배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의도적으로 선거 결과를 트럼프에게 유리하도록 바꾸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조직적인 부패 범죄에 적용되는 리코(RICO)법 위반, 공직자 선서 위반, 공무원 사칭 공모, 허위 공문서 작성 공모, 위조 공모 등 총 13가지다. 기소된 19명에게 적용된 혐의를 합치면 총 41개다. 해당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은 향후 6개월 이내에 진행될 예정이다. 풀턴 카운티 검찰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고 브래드 래펀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한 통화 내역이 유출된 직후 수사를 벌여왔다. 2020년 대선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는 조지아주에서 야당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1만1779표 차로 패했다. 그러자 2021년 1월 초 래펀스퍼거 장관에게 전화로 “(결과를 뒤집을)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마녀사냥”이라며 “왜 2년 6개월 전에는 나를 기소하지 않았나. 그건 (2024년) 대선 일정 중간에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내년 미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적 기소라는 주장이다. 기소를 주도한 파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사장도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인 윌리스 검사장을 향해 “인종차별주의 검사”라고 했고, 경선 캠프는 “허위 공소장으로 기소해 선거운동을 하는 광적인 당파주의자(rabid partisan)”라고 했다. 윌리스 검사장은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의 글에) 나에 대한 경멸적 허위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무시하라고 지시했다고 WP는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43.3도까지 오르는 폭염과 산불로 목장이 한 달간 정전돼 가축들을 먹일 물을 퍼올릴 수 없었고 소들은 죽거나 삐쩍 말랐어요.”(리키 헬드·22)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가족들과 허클베리를 수확해 잼과 시럽을 만들어 생활하는데 산불로 모든 게 불탔어요.”(새리얼 샌도벌·20) “강에서 플라잉 낚시 하는 걸 좋아해요. 기온이 오르고 땅이 메마르면 물고기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실감했어요.”(키안 태너·18) 미국 몬태나주에 사는 5∼22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16명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개발을 승인해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했다”며 주(州)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에 이같이 호소했다. 몬태나주 지방법원은 14일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0년간 미 전역에서 비슷한 소송이 수십 건 제기됐지만 실제 재판까지 이어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강한 환경서 살 권리’ 인정한 법원이 소송이 제기될 당시인 2020년 몬태나주에서는 심한 산불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주 정부가 화석연료 관련 사업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스정 및 유정 개발, 석탄 채굴 사업을 쉽게 만들었다. 몬태나는 가스정 5000여 개, 유정 4000여 개, 정유소 4개, 탄광 6개가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화석연료 생산지다. 지역 청소년들은 주 의회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주민들과 미래 세대들이 위험에 놓였다며 해당 정책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몬태나주 헌법은 ‘주민의 삶을 유지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주 정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주 정부는 재판에서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몬태나주의 탄소 배출량은 전 지구적 흐름을 바꾸기엔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캐시 실리 몬태나주 지방법원 판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은 주 정부에 대해 주민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실리 판사는 “석탄의 주요 생산지이며 대규모 석유 및 가스가 매장된 몬태나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몬태나의 환경에 기후 영향을 일으켜 젊은 원고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실질적인 요인’으로 입증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에서 추출하고, 태우고, 수출한 화석연료를 모두 더하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파키스탄에서 생산된 것과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주 정부는 “터무니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의 실효성 두고 시각 엇갈려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라자루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주 정부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획기적 승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판결의 영향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몬태나주에선 환경권과 관련한 주 정부의 의무가 헌법에 명시돼 이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 비슷한 조항이 있는 주는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뉴욕 등 소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환경법 전문가인 짐 허프먼은 AP통신에 “이번 판결은 단순히 주 정부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선언적 판결’로서 주 정부에 특정 조치를 명령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이번 소송에서 청년들을 대리했던 환경단체 소속 변호사 필립 그레고리는 “몬태나주 판결이 다른 주에서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내년에 있을 하와이주 재판 등 다른 주 판사들에게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주에서도 청소년들이 주 교통부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사용을 홍보하는 것이 환경보호 의무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43.3도까지 오르는 폭염과 산불로 목장이 한 달간 정전돼 가축들을 먹일 물을 퍼올릴 수 없었고 소들은 죽거나 삐쩍 말랐어요.”(리키 헬드·22)“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가족들과 허클베리를 수확해 잼과 시럽을 만들어 생활하는데 산불로 모든 게 불탔어요.”(사리엘 산도발·20)“강에서 플라잉 낚시하는 걸 좋아해요. 기온이 오르고 땅이 메마르면 물고기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실감했어요.”(키안 태너·18)미국 몬태나주에 사는 5~22세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16명은 주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개발을 승인해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하며 법원에 이같이 호소했다.실제로 지난 10년간 미국 전역에서는 주 정부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수십 건 제기됐지만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모두 기각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4일(현지 시간) 몬태나주 법원이 승소판결까지 내린 것이다●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 청년들 호소 인정한 법원이 소송이 제기될 당시인 2020년 몬태나주에서는 심한 산불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는 주 정부가 화석연료 관련 사업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온실 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스정 및 유정 개발, 석탄 채굴 등 사업을 오히려 더 쉽게 만들었다. 몬태나는 가스정 5000여개, 유정 4000여 개, 정유소 4개, 탄광 6개가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화석 연료 생산 지역이다. 청소년들은 주 의회와 정부의 조치로 인해 주민들과 미래 세대들이 위험에 놓였다며 해당 정책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몬태나주 헌법은 ‘주민의 삶을 유지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주 정부는 재판에서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로 몬태나주의 탄소 배출량은 전 지구적 흐름을 바꾸기엔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법원은 청년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을 맡은 케이시 실리 몬태내주 지방법원 판사는 주 정부가 화석 연료 허가 요청을 승인할 때 온실 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화석연료의 사용’과 ‘기후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간 연관성을 인정한 것이다.실리 판사는 “석탄의 주요 생산지이며 대규모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있는 몬태나주의 온실 가스 배출량은 몬태나의 환경에 기후 영향을 일으켜 젊은 원고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실질적인 요인’으로 입증된다”며 “온실 가스 배출량이 추가될 때마다 청년들의 피해가 악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기후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에서 추출하고, 태우고, 수출한 화석연료를 모두 더하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파키스탄에서 생산된 것과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제라드 컬럼비아대 로스쿨 사빈기후화법센터 교수는 “100장 이상의 이번 판결문은 화석연료의 사용과 기후변화 피해를 강하게 연결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내려진 기후변화 판결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 정부는 “터무니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판결의 실효성에 대해선 시각 엇갈려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번 법원 결정을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라자루스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주정부가 기후 변화와 관련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획기적 승리”라고 설명했다.다만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몬태나주에선 환경권과 관련한 주 정부의 의무가 헌법에 명시돼있었던 덕분에 이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 비슷한 조항이 있는 곳은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메사추세츠, 뉴욕주 등 소수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환경법 전문가인 짐 허프만은 AP통신에 “이번 판결은 다른 유사한 환경권 관련 사건에 ‘감정적 지지’ 외에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단순히 주 정부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선언적 판결’로서 주 정부에 특정 조치를 명령하지는 않았다”며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반면 이번 소송에서 청년들을 대리했던 환경단체 소속 변호사 필립 그리고리는 “몬태나주 판결이 다른 주에서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내년에 있을 하와이주 재판 등 다른 주 판사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어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하와이주에서도 청소년들이 주 교통부가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사용을 홍보하는 것이 환경 보호 의무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산불 대비와 구조작업 예산이 부족하다. 물가 인상 정도에 따라 늘린 게 전부다.” “소방호스를 틀었더니 물줄기 대신 물안개가 나오고, 그마저 곧 끊겼다.” 8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13일 기준 최소 96명이 숨진 가운데 당국의 대비 태세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섬의 3분의 2 이상이 극도로 건조해 산불 위험이 높고, 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화재 대비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수년간의 경고에도 그간 대형 화재에 대한 별다른 준비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이번 하와이 화재는 ‘미국 내 100년 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 사전 경고에도 “산불 위험성 낮음” 평가 마우이섬 정책위원회는 2021년 7월 ‘마우이 산불 예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운영을 검토해 정책 대안을 권고하는 자문기구다. 이 보고서에는 “마우이섬 전체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언급과 함께 근래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들이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약 2.9㎢)의 6배가 넘는 면적(4600에이커·약 18.62㎢)을 불태운 산불이 났다. 2020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4300에이커(약 17.4㎢)와 1835에이커(약 7.43㎢)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 위원회는 또 마우이섬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 예산을 검토한 뒤 “예산이 부족하다. 산불 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우이섬 소방안전국이 발표한 5개년(2021∼2025년) 전략 계획에 대해선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조치가 어떠한 것도 포함돼 있지 않다. 화재 예방 계획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 2021년 1월 하와이 당국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자체 평가를 담은 ‘2021 하와이 THIRA’ 보고서에서 “허리케인과 결합된 화재는 특히 위험하다”며 긴급 구조대와 소방관 대응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마우이섬 산불도 허리케인 ‘도라’를 타고 빠르게 번지며 섬 전체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하와이 당국은 이 같은 안팎의 사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방재청이 지난해 2월 종합방재계획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하며 별다른 대응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미 CNN은 “하와이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불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소방호스 물 안 나와 소방관들 맨몸 구조 대비 시스템의 부실은 고스란히 화재 대응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마우이섬의 수도 시스템이 화재에 취약해 산불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방관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했던 여러 명의 소방대원은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지만 수압이 너무 약해 불을 끌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내던지고 불에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맨몸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피해가 가장 큰 라하이나로 출동했던 소방관 케아이 호 씨는 “아수라장이었다. 불이 번지는 와중에 집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소방 인력도 크게 부족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보비 리 회장은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주요 섬을 담당하는 상근 소방관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12일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 이는 산불이 인구밀집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NYT는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등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조달한 식수, 식료품,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96명이지만 피해 지역의 3%만 수색이 이뤄진 상황이라 희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14일 하와이에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소방호스를 틀었더니 물줄기 대신 물안개가 나오고, 그마저 곧 끊겼다.”“산불 대비와 구조작업 예산이 부족하다. 물가 인상 정도에 따라 늘린 게 전부다.”“화재 예방 계획이 적정한지 평가하는 기준조차 없다.”8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 93명(13일 기준)이 사망한 가운데 소방당국의 대비 태세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와이 주정부는 “섬의 3분의 2이상이 극도로 건조해 산불 위험이 높고, 대형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화재 대비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경고에도 그간 대형 화재에 대한 별다른 준비 태세를 갖추지 않았다. 이번 하와이 화재는 ‘미국 내 100년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 사전 경고에도 산불 위험성 ‘낮음’ 평가마우이섬 정책위원회는 2021년 7월 ‘마우이 산불 예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마우이섬 전체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언급과 함께 근래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들이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약 2.9㎢)의 6배가 넘는 면적(4600에이커·약 18.62㎢)을 불태운 산불이 났다. 또 2020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4300에이커(약 17.4㎢)와 1835에이커(약 7.43㎢)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이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정책과 행정을 검토해 대안을 권고하는 민간 자문기구다.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 예산을 검토한 뒤 “예산이 부족하다. 산불 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우이섬 소방안전국이 발표한 5개년(2021~2025년) 전략 계획에 대해선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조치가 어떠한 것도 포함돼있지 않다. 화재 예방계획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최근 5년 내 또 다른 보고서에도 “허리케인과 결합된 화재는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화재에서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바람은 마우이섬의 불길을 부채질 했다. 하지만 하와이 당국은 이 같은 사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와이주 방재청이 지난해 2월 발간한 종합방재계획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했다. 미 CNN은 “하와이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불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소방호스 물 안 나와 소방관들 맨몸 구조대비 시스템의 부실은 고스란히 처참한 화재 대응 부실로 이어졌다. 특히 마우이섬의 수도 시스템이 화재에 취약해 산불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방관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불길이 수도관을 녹이거나 파손시켜 물이 새면서 소방용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이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했던 여러 명의 소방대원은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지만 수압이 너무 약해 불을 끌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내던지고 불에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맨몸으로 불길 속을 뛰어들었다. 피해가 가장 큰 라하이나로 출동했던 소방관 케아이 호 씨는 “아수라장이었다. 불이 번지는 와중에 집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소방 인력도 크게 부족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바비 리 회장은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주요 섬을 담당하는 상근 소방관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12일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 이는 산불이 인구밀집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NYT는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등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조달한 식수, 식료품,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93명이지만 피해 지역의 3%만 수색이 이뤄진 상황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우리 정부는 14일 하와이에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식수, 식품, 담요 등 구호 물품을 현지 대형 한인마트 등을 통해 하와이 주정부에 전달하고 현지 구호단체에 기여금을 지원할 계획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랑스 통신사 AFP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상대로 저작인접권에 따른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인접권은 콘텐츠의 복제, 배포, 공연, 전시 등 2차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캐나다에서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콘텐츠 사용료 문제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보상 없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AFP는 2일(현지 시간) “X가 뉴스 콘텐츠에 대한 요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며 “(프랑스) 법원에 X의 자료 제출을 명령해 달라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AFP는 이어 “X는 그간 저작인접권 이행과 관련한 논의를 거부해 왔다”면서 “뉴스 콘텐츠 공유로 발생하는 가치에 대해 공정한 배분을 받기 위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는 2019년 뉴스 콘텐츠와 출판물을 자사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뉴스 매체와 출판사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저작인접권법을 제정했다. 이후 2021년 구글과 메타는 현지 매체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X는 이와 같은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거부했고 이번에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AFP의 소송 제기에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계정에 “이상하다. (AFP는) 그들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트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에 대해 우리더러 돈을 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X에 게시된 뉴스 콘텐츠를 누르면 언론사 웹사이트로 접속되는데 왜 X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냐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년 동안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은 뉴스 매체가 전통적으로 의존해 왔던 광고 수익을 잠식해 왔다”며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은 소셜미디어가 자사 플랫폼에 게시하는 뉴스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전했다. 캐나다도 올 6월 ‘온라인 뉴스법’을 제정해 플랫폼 기업에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했다. 그러자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에게 뉴스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타는 1일 “캐나다에 뉴스 공급을 종료하는 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구글도 6월 캐나다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캐나다 문화유산부는 “그들은 뉴스 매체에 공정한 몫을 지불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좋은 품질의 뉴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아 연예계, 빅테크, 인터넷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이념 단속을 한층 강화했다. 당국을 비판하거나 도덕성 문제로 도마에 오른 연예인들은 ‘례지(劣迹·품행 불량)’로 분류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들을 두고 ‘홍색 정풍(整風)운동’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대표적 예가 ‘황제의 딸’ 등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한국에서도 유명한 톱스타 자오웨이(趙薇·47)다. 그는 같은 해 8월 이후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의 팬클럽은 물론이고 자오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폐쇄됐다. ‘황제의 딸’을 포함해 영화 ‘적벽대전’ ‘뮬란: 전사의 귀환’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의 출연진 목록에서도 이름이 지워졌다. 자오가 사라진 시점도 묘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8월 17일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부의 재분배’를 주창하는 이 개념을 앞세워 알리바바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재산이 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전방위적으로 옥죄었다. 자오는 공동부유 개념이 등장한 지 불과 9일 후 사라졌다. 프랑스 도피설 등 그의 행방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아직도 나돌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이 결정되는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1년 2개월 앞두고 있었다. 공산주의에 걸맞지 않은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좁히는 것이 자신의 장기 집권 및 정권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는 중국 금융당국의 낙후된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공개 비판한 뒤 역시 철퇴를 맞은 마윈(馬雲·59) 알리바바 창업주와도 가깝다. 자오는 2009년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과 결혼한 후 각종 투자로 꾸준히 재산을 불렸다. 자오의 퇴출을 계기로 당시 런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일제히 “악행을 저지른 모든 연예인에 대한 철저한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자오가 본보기가 됐다는 의혹이 힘을 얻었다. 같은 해 12월 업계 1위 쇼호스트 웨이야(薇娅·38) 또한 탈세 혐의로 13억4100만 위안(약 2500억 원)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어 추종자가 8000만 명이 넘는 그의 ‘타오바오’ 계정이 삭제됐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웨이야 사건은 당국이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 보내는 경고의 ‘첫발’”이라며 추가 단속을 경고했다. 가수 연습생 출신 주부였던 그는 2017년 무렵 중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잡아 빠르게 부를 축적해 화려한 생활을 자랑했다. 2021년 당시에는 총자산이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된다. 비슷한 시기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 쉐리(雪梨)도 탈세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아이돌 팬덤에도 칼을 겨눴다. 2021년 웨이보는 팬들의 모금 활동을 금지했다. 이 와중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웨이보에서 생일 축하 광고 비용을 모아 제주항공 비행기를 지민의 사진으로 장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국은 해당 팬클럽 계정을 60일간 정지시켰다. 또 팬덤의 금품 살포 등 고액 소비를 막기 위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서의 인기 투표 등도 규제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조차 시진핑식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홍위병을 앞세워 반대파를 무차별적으로 숙청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정책을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오는 국공 내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당시 “공산당 내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정풍 운동을 벌였다. 공동부유 개념 또한 마오가 1955년 제시한 ‘공부론(共富論)’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프랑스 통신사 AFP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상대로 저작인접권에 따른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인접권은 콘텐츠의 복제, 배포, 공연, 전시 등 2차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캐나다에서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콘텐츠 사용료 문제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보상 없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AFP는 2일(현지 시간) “X가 뉴스 콘텐츠에 대한 요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다”며 “(프랑스) 법원에 X의 자료 제출을 명령해 달라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AFP는 이어 “X는 그간 저작인접권 이행과 관련한 논의를 거부해 왔다”면서 “뉴스 콘텐츠 공유로 발생하는 가치에 대해 공정한 배분을 받기 위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프랑스는 2019년 뉴스 콘텐츠와 출판물을 자사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이 뉴스 매체와 출판사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저작인접권법을 제정했다. 이후 2021년 구글과 메타는 현지 매체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X는 이와 같은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거부했고 이번에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AFP의 소송 제기에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계정에 “이상하다. (AFP는) 그들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트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에 대해 우리더러 돈을 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X에 게시된 뉴스 콘텐츠를 누르면 언론사 웹사이트로 접속되는데 왜 X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냐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년 동안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은 뉴스 매체가 전통적으로 의존해 왔던 광고 수익을 잠식해 왔다”며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은 소셜미디어가 자사 플랫폼에 게시하는 뉴스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전했다.캐나다도 올 6월 ‘온라인 뉴스법’을 제정해 플랫폼 기업에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했다. 그러자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에 뉴스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메타는 1일 “캐나다에 뉴스 공급을 종료하는 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구글도 6월 캐나다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캐나다 문화유산부는 “그들은 뉴스 매체에 공정한 몫을 지불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좋은 품질의 뉴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06년 실각 후 해외 도피 중이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0일 귀국을 예고한 가운데 탁신의 딸 패통탄이 이끌고 있는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손잡고 차기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2일 밝혔다. 5월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프아타이당은 당초 1당 전진당 주도로 구성되는 야권 연립정부에 참여하려 했다. 그러나 징병제 폐지, 왕실모독제 형량 완화 등 전진당의 개혁 정책에 거부감이 큰 군부의 반대로 수권이 어려워지자 전진당을 버렸다. 현지 매체 ‘더네이션’에 따르면 이날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합에서 탈퇴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새 동맹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를 총리로 만들기 위한 모든 일을 했지만 그가 총리 인준 투표에서 번번이 상하원 합계 750석의 과반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결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프아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부동산 재벌 세타 타위신(60)을 새 총리 후보로 추대했다. 프아타이당은 친군부 성향의 몇몇 정당과 손잡아 인준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계산이다. 수권에 성공한다면 패통탄은 외교장관직을 노리고 있다. 세타는 지난해 정계에 입문했으며 정치 및 행정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그가 인준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면 사실상 탁신 전 총리가 그의 배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이 2011∼2014년 총리를 지냈을 때도 탁신의 ‘수렴청정설’이 끊이지 않았다. 피타 대표의 총리 선출 무산에 이은 프아타이당과 군부의 연합 소식에 전진당의 개혁 노선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분노했다. 2일 전진당 지지자들은 수도 방콕의 프아타이당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당사로의 침입을 시도했다. 전진당의 핵심 공약인 왕실모독죄 형량 완화 정책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프아타이당은 “왕실모독죄를 개정하려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진당과의 결별을 거듭 강조했다.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프아타이당의 결정에 “이번 일은 최고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은 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착잡함을 토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06년 실각 후 해외 도피 중이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10일 귀국을 예고한 가운데 탁신의 딸 패통탄이 이끌고 있는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손잡고 차기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2일 밝혔다. 5월 총선에서 전진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프아타이당은 당초 전진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징병제 폐지, 왕실모독제 형량 완화 등 전진당의 개혁 정책에 거부감을 느낀 군부의 반대 등으로 전진당을 버리고 군부를 택했다.현지 매체 ‘더네이션’에 따르면 이날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합에서 탈퇴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새 동맹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를 총리로 만들기 위한 모든 일을 다했지만 그가 총리 인준 투표에서 번번이 상하원 합계 750석의 과반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결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프아타이당은 탁신 전 총리와 가까운 부동산 재벌 스레타 타위신(60)을 새 총리 후보로 추대했다. 그를 총리로 선출하기 위한 상하원 투표는 4일로 예정돼 있다. 전진당은 친군부 성향의 몇몇 정당과 손을 잡아 인준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패통탄은 외무장관 후보다.스레타는 지난해 정계에 입문했으며 정치 및 행정 경험이 거의 없다. 이런 그가 인준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면 사실상 탁신 전 총리가 그의 배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이 2011~2014년 총리를 지냈을 때도 탁신의 ‘수렴청정설’이 끊이지 않았다. 피타 대표의 총리 등극 좌절에 이은 프아타이당과 군부의 연합 소식에 국민들은 분노를 표했다. 2일 상당수 전진당 지지자들은 수도 방콕의 프아타이당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당사로의 침입을 시도했다. 전진당이 내세웠던 왕실모독죄 형량 완화 정책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프아타이당은 “왕실모독죄를 개정하려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진당과의 결별을 거듭 강조했다.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같은 날 “이번 일은 최고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은 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주 가까이 신호가 끊긴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사진)로부터 미세 신호가 잡혔다고 나사가 1일(현지 시간) 밝혔다. 나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딥스페이스 네트워크’(미국 호주 스페인에 있는 나사의 대형 전파 안테나 네트워크)가 보이저 2호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했다”며 “심장박동 같은 소리는 우주선이 여전히 통신 중이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나사가 명령을 잘못 보내 보이저 2호 안테나가 지구에서 2도 떨어진 곳을 가리키면서 지구에서 199억 km 이상 떨어진 보이저 2호는 명령을 받을 수도, 신호를 보낼 수도 없었다. 나사는 안테나가 지구를 향하도록 방향을 자동 재설정하는 10월 15일 통신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나사 보이저 프로젝트 수잰 도드 매니저는 “안테나가 지구 쪽으로 향하도록 새로운 명령을 생성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태양계 밖 행성 탐사를 위해 1977년 발사돼 47년째 항해 중인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방문한’ 유일한 우주선이다. 보이저 2호보다 2주 뒤 발사된 쌍둥이 우주선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지난 뒤 바로 태양계 밖을 향해 현재 지구에서 240억 km 떨어져 있다. 보이저 1, 2호에는 외계 생명체에게 들려줄 지구 정보를 담은 ‘레코드’가 있다. 55개 언어 인사말 가운데 한국인 여성이 녹음한 ‘안녕하세요’도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총괄적인 혁신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정부부처 간) 예산을 재조정해 새 우선순위에 대응하는 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 큰 그림을 그리는 대신 부처 간 기존 사업을 조정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정책 추진에 과도하게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 분야에서는 연구개발(R&D) 활동이 대기업과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이 확장하거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경제발전 연계한 계획 필요” OECD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OECD 혁신 정책 리뷰: 한국 2023년’ 보고서를 발간했다. OECD는 한국이 첨단기술을 빠르게 외국에서 들여온 데다 중앙집중적인 강력한 집행 체제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퀀텀 점프(대도약)’가 필요한 현 시점에서 혁신에 제약이 되는 요소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전략을 아우를 범정부 차원의 국가 개발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과학기술미래전략 2045’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도 장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를 2021년(5기), 올 6월(6기) 출범시켰다. OECD는 이에 대해 “과기부는 전반적인 경제발전 비전과 과학기술 전략을 연계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과학기술 분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두 부처가 명시적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큰 그림이 없다 보니 부처 간 조율을 마치 기존 사업의 조정이나 예산 재조정으로 좁게 이해하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기준 30조 원을 넘는 전 부처의 과학기술 R&D 사업을 조정하고 있다. OECD는 “현재 조정 프로세스는 로드맵에 따른 새 사업을 구상하기보다는 부처 간 자원 할당과 예산 경쟁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로그램 관리와 규정 준수 등의 작업을 다른 부처나 기관에 위임하고 과기정통부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제조업 중심 구조 변화해야”OECD는 한국을 ‘첨단기술 강국’으로 평가하면서도 중소기업, 서비스업 혁신이 뒷받침되지 못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 활동이 대기업과 제조업에 집중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R&D 국내총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9%로, 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지출의 74.3%가 기업 분담이었으며, 이 가운데 62.5%를 대기업이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OECD는 “한국 근로자의 83%가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26%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OECD는 “한국 중소기업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낮은 반면 대기업은 생산성이 높다”며 “한국의 산업구조가 불균형하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한국 대기업의 제조업 편중 현상도 지적했다. OECD는 지난해 4월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약 24%를 달성한 삼성을 한때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와 비교했다. 보고서는 “삼성은 한때 노키아가 거둔 성공과 매우 흡사하다”며 “애플과의 경쟁에서 실패한 노키아의 쇠퇴는 2008∼2014년 핀란드 GDP 하락과 고용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R&D에서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10.6%에 불과했다. OECD는 한국이 기술 중심화 산업 전략을 채택해 성장한 만큼 이를 활용해 지식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 혁신을 독려하고 중소기업에 혁신 기술을 전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