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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들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실시간으로 전하며 14일로 예정된 국회 탄핵소추안 재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교도통신은 이날 “탄핵이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 담화를 속보로 보도했다. 또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계엄령이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재제출에 주목하며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경찰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윤 대통령 입건을 염두에 둔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야당이 14일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수사와 탄핵 책임 추궁이 두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요미우리신문은 첫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집단 퇴장한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 비판이 강하다며 14일 표결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참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 신문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을 다양한 경로로 확인하며 조기 퇴진 로드맵이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고 지적한 본보 보도를 인용하며 김재섭 의원 등의 기자회견에 주목했다.NHK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는 시간 문제가 됐다”고 보도하며 수사 향방에 초점을 맞췄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나루히토(徳仁) 일왕의 조카이자 일본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히사히토(悠仁) 왕자가 국립 쓰쿠바대학에 추천 전형으로 합격했다.NHK는 11일 궁내청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고3인 히사히토 왕자는 쓰쿠바대 생명환경학부 생물학 전공에 학교장 추천 전형 선발로 입시를 치렀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쓰쿠바대는 수도권 이바라키현에 있는 이공계 중심 대학로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다.히사히토 왕자는 아들이 없는 일왕의 남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외아들로 일본 왕실에서 유일한 남자 왕손이다. 왕실전범에 따라 후미히토 왕세자가 계승 서열 1위다.평소 잠자리에 관심이 많은 그는 8월 교토에서 열린 ‘국제 곤충학 회의’에 참석해 잠자리 생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때문에 ‘잠자리 왕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각에선 대입을 위해 잠해당 연구를 활용했단 논란이 벌어졌다. 그의 모친 기코(紀子) 비는 일본 언론 서면 인터뷰에서 “인터넷 악성 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리 가족도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렵고 괴로울 때가 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 금지 등 계엄 사태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대화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국 국가수반이란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현재의 혼란이 법치주의에 따라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시험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이는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주적 회복력을 얻었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도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요 외신은 한국이 리더십 공백으로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의 출국 금지에 대해 “한국인들은 누가 통치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여당의 조치 등은 권력다툼의 일환이며, 법적으로 모호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방산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무기 수출은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장기적으로 수출 계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방산 현장을 둘러보려 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국방 협력에 관심이 컸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취소를 사례로 들었다. 일본 언론은 연일 한일 관계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사설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윤 대통령이 한 역할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위험성도 부각됐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외교 분야의 최종 결정권자를 묻는 질문에 “정부의 국정 운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의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헌법상 외교권을 가진 주체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명시돼 있어, 윤 대통령이 법적으로 외교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왜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느냐”란 질문에 “국가원수가 대통령이라는 건 다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일본 원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니혼히단쿄)가 한국 피해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핵무기 폐기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니혼히단쿄의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 대표위원은 9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는 일한(한일) 관계 때문에 이중적이고 중복된 고난을 짊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피해자들이 식민지 지배와 원폭의 이중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나카 대표는 또 “(한국 피해자도) 핵무기의 희생자가 됐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며 “한국 피폭자는 물론이고 브라질과 멕시코, 미국 등으로 이주한 피폭자 등과의 공동 투쟁이 있었다는 걸 모두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핵 사용의 잔혹함이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며 “핵무기 사용은 인류에 반하는 행위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탄핵 무산) 합의는 국민적 분노가 여당과 정부 전체로 확대할 위험이 있는 도박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 12·3 비상계엄 사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던 미국 등 서방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거세지면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정치사회적 혼란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보다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란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의 대혼란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민 지지 받는 대통령이 미국에도 이익”미 국무부는 7일(현지 시간) 한국의 탄핵안 표결 무산에 대해 “국회 (표결) 결과와 추가 조치에 대한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완전하고 적절하게 작동하기를 계속 촉구한다”고 밝혔다. 탄핵 무산을 두고 여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윤 대통령의 퇴단이 헌법에 근거해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무부는 또 “한국의 관련 당사자들과도 계속 접촉할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국회의 탄핵 표결을 보이콧한 여당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핵 무산은 여당에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며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일컫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을 더 우려하는 듯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지지를 위해 결집했다”며 “탄핵 무산은 더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고 대통령 사임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의 혼란 악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2차 계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미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6일 한미경제연구소 행사에서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가진 지도자가 한국에 있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셔먼 연방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같은 날 하원 본회의에서 “계엄 선포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세계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한 노력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국제 질서, 대북 대응에도 악영향” 일본 언론은 탄핵 무산은 물론이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국민담화문까지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향후 여파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 배제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탄핵 무산으로 현 정권은 (한시적으로) 존속하게 됐지만 대통령 퇴진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혼란 확산을 피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내정 혼란이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핵 무산은) 여당의 ‘시간 벌기’가 목적”이라며 “혼란 장기화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에 대한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인용해 “탄핵은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절차”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대규모 거리 시위도 탄핵 반대에 나선 여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한국 사회의 깊은 균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했으며,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추운 날씨에 거리에서 기다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다수 불참으로 무산되자 해외 언론들은 7일(현지 시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뒤 약 6시간 만에 계엄 해지를 이끌어내자 “한국의 견고한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던 외신들이 탄핵 무산에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을 인용해 “국민의힘이 나라보다 당을 중시하기로 결정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탄핵 무산은 결국 당파정치의 승리로 보인다”며 “한국의 정치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사임에 대한 더 큰 대중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평소 타국 정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일본 언론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핵 무산은) 여당의 ‘시간 벌기’가 목적”이라고 비난했고, 아사히신문은 “정치의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고 규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7일 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끊었다. 40분 넘게 한국의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했다. 며칠째 신문 1면과 방송 뉴스 첫 꼭지는 비상계엄과 탄핵안 소식이다. 일본 언론은 왜 이렇게 크게 보도하는지를 아사히신문 가스가 요시아키(春日芳晃) 편집국장에게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국민들은 종북 반국가 세력과 싸운다는 윤석열 대통령 설명을 납득할 수 있는가? 한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많은 일본 국민들도 이해할 수 없으니,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보도할 수밖에 없다.”“2차대전 소집영장 받은 느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황당함과 놀라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K컬처 나라’ 한국에서 계엄령이라니. 일본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한 60대 교수는 “학창 시절 김대중 납치 사건이 실렸던 신문 1면을 보는 것 같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 베테랑 일본 기자는 “오늘 밤 나라에서 아카가미(赤紙)를 받으면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라고도 말했다. ‘빨간 종이’라는 뜻인 아카가미는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때 자국민과 조선인 등을 동원하기 위해 일본 군부가 보낸 강제 징집영장이다. 그만큼 아득하고 황당한, 21세기 선진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유다. 일본 국민과 지식인 사회는 한국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안 논란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흘러가야 하는가. 계엄과 탄핵이 아니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이런 사태를 겪고도 국가와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그동안 한국에서 대통령제는 임기 동안 행정부가 안정되고 지속적인 국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배웠다. 내각제는 잦은 정권 교체로 정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 대통령제를 두고 안정적 행정부 운영, 지속적 정책 추진이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각제인 일본 헌법에는 총리 임기가 명시되지 않았다. ‘임기 3년’은 집권 자민당 당규다. 그나마 시시때때로 바뀐다. 중의원(하원) 임기는 4년이나 의회가 해산되면 만료 전에 종료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고 어떤 상황에 어떻게 해산하는지조차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덴노는 다음 국사에 관한 행위를 한다’는 헌법 7조에 ‘중의원 해산’을 둔 정도다. 실질적으로는 총리 전권으로 아무 때나 해산이 가능하다. 규정이 허술하고 불안하지만, 타협과 정치력으로 공백을 메운다. 지지율이 떨어진 총리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으니 언제라도 교체 대상이다. 비판에 귀를 닫거나 미숙한 행보를 보이면 당내 비판 몇 마디에 임기와 상관없이 그만둬야 한다. 그러니 매사가 조심스럽다. 기대에 못 미치면 몇 개월 만에라도 하차하고, 잘하는 총리는 당규를 바꿔서라도 연임을 시킨다. 장관 자리 한 달이면 밑천이 드러나니 실력이 없으면 당내 간부직조차 맡기 어렵다. 그렇게 짧게는 십수 년, 길게는 30년 이상 정치적 훈련을 받아야 총리 후보로 거명된다.나라 두 동강 낸 대통령제 폐해 한국은 어떠한가.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불법성 짙은 계엄 사태를 저질러도 직무 정지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할 만큼 경직됐다. 국회가 폭주해도 해산은커녕 어떤 견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고작 거론되는 ‘여당 대표-국무총리 공동 국정운영’에 선뜻 동의하는 국민은 드물다. ‘주권자인 국민이 내 손으로 뽑는다’는 정당성 말고는 오만과 독선, 극단적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드러났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라를 두 동강 내는 극단적 대통령제 폐해가 지금의 한국보다 더 적나라한 나라가 있을까.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대다수 불참으로 무산되자 해외 언론들은 7일(현지 시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뒤 약 6시간 만에 계엄 해지를 이끌어내자 “한국의 견고한 민주주의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던 외신들이 탄핵 무산에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을 인용해 “국민의힘이 나라보다 당을 중시하기로 결정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탄핵 무산은 여당에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며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일컫는다.뉴욕타임스(NYT)도 “탄핵 무산은 결국 당파정치의 승리로 보인다”며 “한국의 정치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사임에 대한 더 큰 대중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평소 타국 정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일본 언론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탄핵 무산은) 여당의 ‘시간 벌기’가 목적”이라고 비난했고, 아사히신문은 “정치의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고 규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사퇴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4일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여전히 주요 외신은 한국의 후속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계엄령 선포 직후엔 핵심 민주주의 동맹국으로 여겼던 한국이 겪는 초유의 사태에 당혹감을 표했으나, 이후 사태의 배경을 분석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겪을 외교·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은 사퇴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한 곳에서 대통령은커녕 어떤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날 선 평가를 내렸다. 이 매체는 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토록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건 충격적이면서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윤 대통령이 대체 누구와 상의했으며 누가 조언했는가”라며 “이거야말로 1만 달러(약 1415만 원)짜리 질문”이라고 꼬집었다.계엄 여파로 한국의 내정 혼란이 극심해져 국제 안보 협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은 미국의 태평양 동맹(한미일)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미국이 4, 5일 예정됐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등을 연기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 동맹국에도 요구 사항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난해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젠 (우호적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동아시아 안보에 미칠 악영향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사설에서 “한국 내정이 대혼란에 빠지면 한일 관계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필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사히신문도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계엄은 해제됐지만 경제 분야까지 파장을 몰고 왔다”며 “한국 재정 당국은 한밤중 벌어진 정치 드라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힘들게 이뤄낸 민주주의 진보를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사퇴하거나 탄핵 당해야 한다.”(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4일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여전히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후속 상황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계엄령 선포 직후엔 핵심 민주주의 동맹국으로 여겼던 한국이 겪는 초유의 사태에 당혹감을 표했으나, 이후 사태의 배경을 분석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이 겪을 외교·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은 사퇴하거나 탄핵 당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한 곳에서 대통령은커녕 어떤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날 선 평가를 내렸다. 이 매체는 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토록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건 충격적이면서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윤 대통령이 대체 누구와 상의했으며 누가 조언했는가”라며 “이거야말로 1만 달러(약 1415만 원)짜리 질문”이라고 꼬집었다.계엄 여파로 한국의 내정 혼란이 극심해져 국제 안보 협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은 미국의 태평양 동맹(한미일)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미국이 4, 5일 예정됐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등을 연기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 동맹국에도 요구 사항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난해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젠 (우호적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일본 언론들은 동아시아 안보에 미칠 악영향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사설에서 “한국 내정이 대혼란에 빠지면 한일 관계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필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사히신문도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계엄은 해제됐지만 경제 분야까지 파장을 몰고 왔다”며 “한국 재정 당국은 한밤중 벌어진 정치 드라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힘들게 이뤄낸 민주주의 진보를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한편 계엄 사태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국 외교 노선이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NYT는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거리를 둬 왔다”며 “한미일 동맹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윤 대통령은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야당 출신 대통령은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에 대해서도 덜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외교 국방 각료 및 간부를 소집해 한국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 등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과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상, 나카다니 겐(中谷元)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국가안전보장국장, 외무성 및 방위성의 차관과 한국 담당 간부 등을 불러 약 45분간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탄핵안 발의 등 현 상황과 향후 한국 정세 변화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 상황에 대해 “매우 놀라고 있다”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상황을 묻는 질의에 “한일 관계는 지금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한국) 국내적으로 큰 비판과 반발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한일 관계의 개선, 그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이라는 신념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들은 그런 윤 대통령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내년 1월로 조정 중이던 이시바 총리의 방한은 사실상 무산됐다. 나카다니 방위상의 방한 역시 취소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방한도 취소됐다. 일본에서는 한국 정치 상황 변화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제3자 변제 안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일 관계 개선의 기세가 꺾일 수 있는 중대한 국면”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소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철회하고 국회의 해제 투표를 존중한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도 한국이 동맹국임을 강조하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단 입장을 드러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계엄 철회 발표 뒤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기초”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엔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국회가 비상계엄 선포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철회한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며 “정치적 의견 불일치가 평화롭게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했다”며 “민주주의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에겐 이번 사태가 뼈아플 수 있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를 부각시키며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출범시켰다. 한국은 3월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국이었다.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10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하원의원(민주·뉴저지)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근인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민주 절차를 우회해 정치적 반대를 짓밟으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 억제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핵우산 정책에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을지 추측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한미가 4, 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하기로 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도상연습(TTX)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된 상황을 북한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사태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NYT는 “미 정가에선 윤 대통령이 미국의 정권 교체기란 시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의소리(VOA)’에 “한국은 우리의 가까운 동맹국”이라며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으로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충격적(shocking)”이라고 반응했다.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타국 내정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한국) 체류 일본인의 안전에 최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방한 추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와 관련해 “특단의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재류 일본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방한을 추진했던 이시바 총리는 방한 일정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이시바 총리의 방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인 일한의원연맹 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이달 15일로 예정했던 방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및 해제와 관련해 “특단의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재류 일본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내년 1월 방한을 추진했던 이시바 총리는 방한 일정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이시바 총리의 방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일본 언론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소식을 톱 뉴스로 전하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최근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 모든 것에 윤 대통령의 독선적 정치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당에서도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은 오랜 군사 독재 정권에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과 많은 희생 끝에 1980년대 후반에 경우 민주화를 쟁취한 역사가 있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주요 대학 중 40%가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올릴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일본 대학들이 교육 및 연구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가 536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15개 대학이 “등록금을 이미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인상 이유로는 교육 및 연구 환경 유지 개선 등을 거론했다.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대한 대응, 설비 노후화 대처 등을 꼽는 곳도 적지 않았다.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힌 대학의 90%는 사립대였다. 도쿄 유명 사립대인 게이오대는 법학부 기준 올해 신입생 등록금이 141만3350엔(약 1321만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47만3350엔(약 1377만 원)으로 4.2% 인상하기로 했다. 와세다대 역시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5.3% 올렸다. 최근 20년간 등록금이 묶인 국립대들도 속속 인상 채비에 나서고 있다. 도쿄대는 현재 53만5800엔(약 500만 원)인 등록금을 내년에는 64만2960엔(약 600만 원)으로 20% 정도 올리기로 했다. 도쿄대는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결정했다”며 “고등교육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육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등록금 인상 대학의 절반가량은 장학금을 확충하고 등록금 인하 및 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에 등록금을 올리는 도쿄대는 등록금 전액 면제 대상을 연 소득 400만 엔 이하에서 600만 엔 이하로 확대한다. 와세다대도 총 43억 엔 규모의 상환 의무 없는 장학금 조성에 나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한국 정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일본 오사카 엑스포와 관련해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에 앞서서 “우리는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가지고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서울의 모든 급 한국 측 인사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은 한국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으며, 지속해서 상황에 대한 평가도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캠벨 부장관은 “한국과의 동맹은 철통 같으며, 불확실한 시기라도 한국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어떤 정치적 분쟁이든 평화적으로 법치에 따라 해결될 것을 희망하고 기대한다”고도 밝혔다.이날 뉴욕타임스(NYT), CNN,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관련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NYT는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가장 위에 띄웠고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뒤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CNN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한국 지도자가 내린 가장 극적인 결정 중 하나이며 동아시아 경제권과 미국의 핵심 지역 동맹국을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윤 대통령이 ‘핵 옵션’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 총선 뒤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이 됐다”며 “자신이 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없었고,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는 필사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신세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과 중국 언론도 한국 상황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서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검사 등 공직자 탄핵을 이어간 게 계엄령 선포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2일 오후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약국. 병원 처방전을 들고 온 40대 남성이 지갑에서카드를 꺼내 접수대에 설치된 기계에 올려놨다. 카드 인식을 마치고 4자리 비밀번호를 누르자 접수가 완료됐다. 약사가 종이 건강보험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던 종래의 본인 확인 방식이 디지털화된 것이다.》일본에서 ‘디지털 주민등록증’ 격인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을 결합한, 이른바 ‘마이넘버 보험증’이 전격 도입됐다. 이날부터 기존 종이 건강보험증 신규 발급이 전면 중단됐고, 유예기간 1년이 끝나는 내년 12월부터는 종이 건강보험증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아날로그 문화를 고수해 온 일본이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실시하는 국책 사업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 디지털화를 전자 정부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마이넘버 보험증 정책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향후 마이넘버 카드 하나만 있으면 모든 정부 사무를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하고 디지털화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일본에서는 정부의 마이넘버 카드 정책에 대한 반발이 여전하다. ● “편리하다” “불안하다” 반응 엇갈려 약국에서 마이넘버 카드를 사용한 40대 남성은 “병원, 약국에서 간편하게 접수시킬 수 있고 접수 시간도 짧아졌다.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 발급받을 때도 편리하다”라며 마이넘버 카드의 장점을 꼽았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금까지 반드시 기초자치단체에서 발급하는 종이 건강보험증을 보여줘야 했다. 병원 직원은 접수대에서 환자 이름, 생년월일, 유효기간, 발급 일련번호 등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며 기록했다. 하지만 마이넘버 보험증은 마이넘버 카드 인식 기계에 갖다 대기만 하면 환자 정보가 곧바로 의사 컴퓨터에 표시된다. 얼굴 인식 기능도 갖춰 본인 확인을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다. 환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다른 의료기관 진료 이력, 약 처방 명세 등도 확인이 가능하다. 응급 상황에 구급대가 곧바로 진료 및 투약 이력을 확인해 신속한 처치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마이넘버 카드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이날 해당 약국에는 30분간 9명의 환자가 방문했는데, 마이넘버 카드를 사용한 사람은 40대 남성 1명뿐이었다. 약국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평생 건강보험증을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데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 기계는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카드를 갖다 댄 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보였다. 실제로 마이넘버 카드가 있으면 아무 병원이나 약국 혹은 온라인에서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보험증으로 쓸 수 있다. 그래도 주요 구청 마이넘버 상담 창구에는 사람이 몰리는 추세다. 도쿄의 대표적인 주택가 지역인 네리마구의 구민사무소에는 이날 하루에만 주민 50여 명이 몰려 마이넘버 카드 발급을 신청하거나 건강보험증 연동 여부를 문의했다. 사실 일본은 이미 2021년부터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 기능을 넣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 종이 보험증에 익숙한 국민의 거부감이 컸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현행 종이 보험증을 폐지하고 마이넘버 카드와 보험증의 일원화를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마이넘버 카드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지자체가 발급하는 ‘자격 확인서’를 발급받아 쓸 수 있다.● 유력 총리 후보도 못 피해 간 논란 일본은 한국 같은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납세, 연금, 은행 거래, 의료 정보, 보조금 지급 등이 제각기 따로 관리됐다. 무엇보다 전자정부 전환에 걸림돌이 됐다. 일본 정부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일본판 주민등록번호 제도인 마이넘버를 도입했고 IC칩이 내장된 마이넘버 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앞선 전자정부 구현에 관심을 보였다. 모든 일본 국민 및 거주 외국인에게 12자리 마이넘버가 부여됐지만, 마이넘버 카드 보급은 더뎠다. 민감한 개인 행정 정보를 12자리 번호로 통합 관리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은 뒤 마이넘버 카드가 있어야만 10만 엔(약 90만 원)의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급이 본격화됐다. 2022년에는 경제 부양 대책으로 마이넘버 카드 신청자에게 최대 2만 엔(약 18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며 신청자가 더욱 많아졌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일본 전체 인구의 75.7%가 마이넘버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마이넘버 카드 보급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마이넘버 카드로 발급받은 주민표, 호적증명에 타인의 정보가 등록된 사례가 확인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등록된 은행 계좌가 다른 가족이나 엉뚱한 사람 명의로 등록된 경우는 13만 건 이상 나왔다. 이름이 잘못 표기되거나 한자 이름이 깨진 채 주민표 등에 출력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잇따른 사고에도 디지털 행정 책임자였던 고노 다로(河野太郎) 전 디지털상은 마이넘버 카드에 문제가 없다며 건강보험증 일원화를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일원화는 실현됐지만, 고노 전 디지털상은 지지율이 추락했다. 올 9월 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전 디지털상은 후보 9명 중 8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에게 불과 1표(1차 투표 기준) 뒤진 2위였지만, 마이넘버 카드 논란이 유력 총리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마이넘버에 사활 건 일본 정부 일본 정부는 마이넘버 보험증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넘버 카드를 다른 나라에 뒤처진 디지털화를 따라잡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마이넘버 보험증은) 본인의 보건의료 정보를 활용해 적절한 의료 제공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장점을 알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알려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에 불과했던 마이넘버 보험증 이용률은 올해 15%로 높아졌다. 보급 속도가 느리진 않지만, 여전히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말하긴 어렵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대표 대행은 “(종이 보험증 발급 중단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아날로그를 남겨 둘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스마트폰에 마이넘버 보험증 기능을 탑재해, 카드를 갖고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내년부터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지급한 ‘수급자증’도 마이넘버 보험증으로 통합한다. 또 내년 3월부터는 마이넘버 카드에 운전면허증도 결합해 IC 카드에 면허 정보를 디지털로 심을 예정이다.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주요 대학 중 40%가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올릴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일본 대학들이 교육 및 연구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등록금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가 536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15개 대학이 “등록금을 이미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인상 이유로는 교육 및 연구 환경 유지 개선 등을 거론했다.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대한 대응, 설비 노후화 대처 등을 꼽는 곳도 적지 않았다.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힌 대학의 90%는 사립대였다. 도쿄 유명 사립대인 게이오대는 법학부 기준 올해 신입생 등록금이 141만3350엔(약 1321만 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47만3350엔(약 1377만 원)으로 4.2% 인상하기로 했다. 와세다대 역시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5.3% 올렸다. 최근 20년간 등록금이 묶인 국립대들도 속속 인상 채비에 나서고 있다. 도쿄대는 현재 53만5800엔(약 500만 원)인 등록금을 내년에는 64만2960엔(약 600만 원)으로 20% 정도 올리기로 했다. 도쿄대는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결정했다”며 “고등교육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교육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등록금 인상 대학의 절반가량은 장학금을 확충하고 등록금 인하 및 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에 등록금을 올리는 도쿄대는 등록금 전액 면제 대상을 연 소득 400만 엔 이하에서 600만 엔 이하로 확대한다. 와세다대도 총 43억 엔 규모의 상환 의무 없는 장학금 조성에 나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2일(현지시간) 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나는 한때 위대하고 강력했던 US스틸이 외국 기업, 이번 경우 일본제철에 인수되는 것에 완전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일련의 세제 혜택과 관세 조치들로 US스틸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수 차례 언급했지만, 당선 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다.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3일 이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며 US스틸 인수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은 이날 “미일 간 상호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경제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서로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적 존재인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에 난항을 겪어왔다.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앞서 20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라는 점을 설명하며 “4년간의 성과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인수 계획 승인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987년 주요 7개국(G7)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위는 일본(2만1112달러)이었다. 36년이 지난 지난해, 일본은 G7 회원국 중 1인당 GDP가 최하위(3만3811달러)로 내려앉았다. 금융 위기와 경기 둔화, 저출산 고령화, 생산성 저하…. 겉으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헤어나오기 어려운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는 여전히 반등 모멘텀을 잡지 못하고 있다.1%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한국 경제도 ‘일본화(日本化·Japanification)’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활력 저하로 세대 간 갈등과 비관론이 확산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이제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3만5562달러)가 일본을 따라잡았다지만, 이대로 저성장이 굳어지면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 사회적 쇠퇴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재임 2008∼2013년)는 일본 경제 거품과 붕괴, 재도약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목격하며 경제 정책에 참여한 ‘잃어버린 30년’의 산증인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서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저성장으로 접어든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일본 성장률 저하는 인구 감소와 일본 기업 경쟁력 약화가 근본 원인이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탓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부진도 경기 순환적 침체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 저성장에 들어서는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9일 화상 인터뷰와 이를 보충하는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일본 장기 불황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 “1990년대 이후 일본 성장률 하락은 크게 3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거품 경제가 붕괴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15∼65세) 감소, 글로벌화와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었다. 버블 붕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은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잃어버린 30년’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 같은 서구의 오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에 대한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있다. “일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저성장 원인이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에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진단이 옳다면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적 금융완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해외 학자들을 중심으로 그런 처방이 나왔다.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일본 성장률 저하는 인구 감소와 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지, 디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일본화에 대한 교훈을 잘못 얻고 있다.” ―일본은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거시적 구조개혁을 앞세운 아베노믹스에 나섰다. 어느덧 12년이 됐다. “아베노믹스라고 표현했지만, 내용은 대규모 금융완화뿐이었다. (결과를 보면) 물가는 오르지 않았고 성장률도 상승하지 않았다. 일본 경제가 직면한 문제와 해결책을 근본적으로 잘못 설정했다. 일본 전체에 필요한 과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를 썼어야 했는데도, 에너지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한다. 장대한 실험 결과 이제는 디플레이션이 저성장 원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줄었다. 그 대신 인구와 생산성 증가율 상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1.9%였고, 올해도 플러스 성장 중이다. 물가 상승률도 2%대다. 이 정도면 ‘잃어버린 30년’은 끝난 것 아닌가. “아직 그렇게 판단되지 않는다. 설령 임금과 물가가 2%씩 오른다고 해도 실질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국민들이 더 부유해진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생산성 상승이다. 일본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안 보인다.” ―일본 정부는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고 기업에도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임금은 노동 시장의 수요 공급으로 결정된다. 정부 압력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건 생산성이다. 생산성 성장을 웃도는 임금 인상은 오래가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 (낮은 수준조차) 임금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뜻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높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상황에 따라 파산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생산성 낮은 기업이 퇴출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생겨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다고 보는가. 한국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일본은 저성장이 지속됐다. “(한국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다만 고통스러운 구조개혁 속도 차이가 (한국과 일본이 다른 길을 간)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지금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기 고용 제도가 지속되고 있는데, 고용 안정 측면에서 보호받는 노동자들에겐 긍정적이지만 경제 변화에 적응하고 노동력을 재분배하는 의미로는 부정적이다. 이런 게 일본 성장률 하락 요인이 됐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 초반 삼성과 경쟁하던 전기 제조업체들이 경쟁력 저하는 엔고 탓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음에도 일본 전자업체 경쟁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 기업 경쟁력 약화가 근본적 원인이었다.” ―이제는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쉽게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과, 고령화 및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고려해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선다. “추세적 잠재 성장률 하락 문제는 금융 완화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지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현 부채 증가 상황과 추세를 살피면서 (이를 감당할) 충분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잠재 성장률 둔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일본 경제 문제점 및 해결책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IMF 보고서를 직접 읽어보지 못했다. 한국에 그런 논의가 있다면 일본이 직면한 상황, 특히 내가 일본은행 총재 시절 경험했던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일본 경제가 침체하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일본은행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고 큰 비판을 받았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인가.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원인이 어쨌든 간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융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졌을 때 ‘최후의 대부자’로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순 없다. 문제는 잠재 성장률 저하와 경기 순환적 침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와 같은 고도 경제성장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걸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중앙은행이 대응하겠다고 나서면 결국 영원히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한일 양국 공통 과제 중 하나가 저출산이다. 특히 한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조기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사회적 관행을 재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구 감소는 종합적인 사회 문제 축소판이다. 출산율 저하 배경 중 하나는 가사,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남성의 가사, 육아 참여가 중요하다. 미래에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필요한 검토를 해야 한다.” ―이웃 나라 중앙은행 총재 출신으로서 한국 경제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경제에 대한 지식이 제한적이라 조언을 하기 조심스럽다. 실제로 일본이 서구로부터 받은 많은 조언은 잘못됐다. 그것을 떠올리면 내가 한국에 같은 일을 할까 봐 걱정된다. 어느 나라든 고유한 사회 관행 등이 존재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조언하면 안 된다. 다만 다른 나라 경험에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걸 찾아내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본과 한국은 공통점이 많다. 고도 성장에서 안정적 성장으로 전환된 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유교 문화 영향을 강하게 받은 사회 모습도 비슷하다. 양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인구 감소에 대해 서로 고민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끼리 논의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1949년 일본 후쿠오카현 출생. 도쿄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2년 일본은행에 입행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 은행 이사를 거쳐 2008년 부총재에 올랐다. 그해 3월 야당 다수 참의원(상원)에서 일본은행 총재 인사안이 부결돼 총재 직무대행이 됐고, 한 달여 뒤 총재로 공식 취임했다. 돈을 무제한적으로 푸는 ‘아베노믹스’에 이견을 표명하면서 임기 만료 전인 2013년 4월 사임했다. 현재는 아오야마가쿠인대 특별 초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