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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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목소리 대신 첼로로 듣는 ‘겨울나그네’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박유신이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나그네’를 워너 레이블의 음반으로 내놓았다. 독일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와 함께 지난해 11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했다. 박유신은 “기존의 첼로 레퍼토리를 잘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의미 있는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첼로는 ‘가장 사람(특히 남성)의 목소리와 닮은 악기’로 통한다. 박유신이 독일 가곡집의 성악가 파트를 첼로로 연주한 음반은 2022년 슈만 ‘시인의 사랑’에 이어 두 번째다. 가곡의 성악 파트를 악기로 연주할 경우 두 가지 접근을 상상할 수 있다. 하나는 악기가 나타낼 수 없는 가사를 묘사적인 기법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사 내용보다 선율의 흐름을 중시하는 것이다. 박유신은 후자를 택했다. 음표 하나하나의 길이를 충분히 살리고 과장 없는 비브라토를 사용해 첼로의 순수한 음색을 끌어냈다. 곡 하나하나의 감성은 성악가의 노래보다 한층 큰 길이의 단위로 표현된다. 여기에 반주자 울리히와의 호흡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세 번째 곡 ‘얼어붙은 눈물’이 대표적이다. 감정이 한껏 고조되는 3절에서 템포를 바짝 당기고 강력한 첼로 선율로 곡의 마무리를 짓는다. 이 앨범의 녹음은 또렷하게 음상이 잘 잡혀있으며 공간감이 잘 살아난다. 점차 쓸쓸해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초겨울 방안에 마냥 틀어놓고 싶은 앨범이다. 독일 가곡집의 대표 레퍼토리인 ‘겨울 나그네’는 성악가들의 노래 외에 다양한 편성의 연주를 접할 수 있다. 첼로 연주로는 마틴 룸멜의 첼로와 노먼 셰틀러의 피아노가 함께 하는 앨범이 대표적이다. 각 곡의 사이사이 나레이션도 나온다. 프란츠 리스트는 이 가곡집의 24곡 중 절반인 열두 곡을 피아노 솔로 용으로 편곡했다. 피아니스트 레슬리 호워드가 연주한 음반이 사랑받고 있다. 성악부를 오보이스트 클라라 덴트 보가니와 바수니스트 벤스 보가니가 대신한 음반도 색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반주부만 피아노 외 다른 악기로 대체한 음반도 여럿 있다. 테너 크리스토프 프레가르디엔은 기타리스트 틸만 홉슈토크의 반주로 12곡을 녹음했다. 기타의 소박한 음색이 기대 이상의 따뜻함을 살려낸다. 프레가르디엔이 아코디어니스트 요제프 페트릭과 관악5중주 반주로 녹음한 음반도 있다. 테너 페터 슈라이어가 드레스덴 현악4중주 반주로 녹음한 앨범도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 작곡가 한스 젠더는 ‘겨울 나그네’를 현대적 앙상블 반주의 버전으로 편곡했다. 크리스토프 프레가르디엔의 아들인 테너 줄리안 프레가르디엔이 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니와 호흡을 맞춘 음반 등이 나와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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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기 힘든 동점 우승” 두 남자의 특별한 밤

    1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시상식장. 6위에서 3위까지 입상자들이 차례로 상장과 꽃다발을 받은 뒤 사회자는 남은 결선 출연자 두 명을 무대 위로 불러냈다. 선율(24·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과 유성호(28·독일 하노버음대)였다. “믿기 힘든 결과입니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위 입상자 두 명이 나왔습니다!”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10명의 심사위원이 채점한 점수 중 최고 최저점을 제외하고 합산한 결과가 정확히 한 자릿수까지 일치하는 동점이었다. 심사위원장 주희성 교수는 “두 사람의 색깔이 뚜렷했지만 자신의 강점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현하고 소화한 점은 일치했다”고 말했다. 김광현 지휘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결선에서 유성호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선율은 같은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두 사람은 이 대회 1위 상금 5만 달러와 2위 상금 3만 달러를 합산해 나눈 4만 달러(약 5740만 원)를 각각 받는다.이번 대회 3위는 정지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4위는 문성우(24·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5위는 배재성(24·한예종 졸업), 6위는 김동주(20·서울대)에게 돌아갔다. 배재성은 1차 예선에서 준결선까지 과정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피아니스트에게 주는 특별상(상금 5000달러)을 받았다. 이 상은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 일민 김상만 선생(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제정했다. 이번 대회 공동 1위를 수상한 유성호와 선율은 한예종에서 동문수학한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같은 점수로 우승했다는 점이 영광일 정도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입을 모았다. 유성호는 2021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제16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5위를 차지했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운 그는 한예종 졸업 후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당타이선을 사사하며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하노버음대에서 아리에 바르디 문하로 ‘콘체르트엑사멘’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바르디 선생님이 매일 제게 전화를 해서 응원해 주셨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선율은 올해 미국 명문 콩쿠르인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도 해 여러 가지로 잊을 수 없는 해가 됐다. 한예종 졸업 후 파리 스콜라칸토룸을 졸업했고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2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동생(선고은)도 한예종 졸업을 앞둔 피아니스트다. 시상식에는 김상한 서울시 행정1부시장,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상무가 시상자로 참석했다. 신수정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은 특별상을 시상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1, 2차 예선은 유튜브(검색어 ‘@simc1996’)에 공개됐으며 준결선과 결선은 내년 1월 중 공개된다.“완벽히 준비한 결선 6명, 개성 깊은 연주 인상적”심사위원들 총평“여섯 명의 결선 출연자 모두 1차 예선부터 결선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과 도전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인상 깊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각자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호흡 속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낸 완숙함이 인상 깊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은 주희성 서울대 교수(사진)는 “네 차례의 경연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연주자의 모든 것을 거는 지난한 도전이지만 결선 출연자 모두 각 라운드를 완벽히 준비해 즐겁게 심사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주희성 교수와 손민수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앤절라 쳉 미국 오벌린 음악원 교수, 마르쿠스 그로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 티에리 위예 프랑스 툴루즈 국립음악원 교수, 소피야 굴랴크 미국 인디애나대 제이컵스 음악원 부교수, 케빈 케너 미국 마이애미대 프로스트 음대 교수, 알렉산다르 마자르 벨기에 브뤼셀 왕립 플랑드르 음악원 교수, 로베르토 플라노 스위스 이탈리아 음악원 교수, 웨이단원 중국 베이징 중앙음악원 피아노과 학과장 등 10명이 참여했다. 손민수 교수는 “1차 예선부터 참가자의 수준이 균일하게 높았고 각자가 분명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었다. 결선에 오른 여섯 명뿐 아니라 결선에 오르지 못한 연주자들도 당장 콘서트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출중한 연주자가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웨이단원 학과장은 “수준 높은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는 것 자체가 행복했지만 각 단계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결선 출연자 여섯 명 모두 기술적인 완성도가 밑받침된 탁월한 예술적 이해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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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으로 웃어보셨나요, 유머 넘치는 콘서트 초대합니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비꼬기는 가장 수준 낮은 위트이지만 가장 수준 높은 지적 표현’이라고 말했죠. 온갖 유머와 해학, 풍자와 비꼬기가 가득한 콘서트로 초대합니다.”(구자은 프렌즈 오브 뮤직 예술감독) 올해 창단 12주년을 맞은 실내악 그룹 ‘프렌즈 오브 뮤직’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송년연주회 겸 제29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제목이 ‘Why so serious?(왜 그리 심각해?)’다. 포스터에는 이렇다 할 장식 없는 제목 글자 아래 영어로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에는 멋진 포스터가 없습니다’라고 적혔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음악의 농담’ K522, 셰드린 ‘피아노 3중주를 위한 세 개의 우스운 소품’, 카발렙스키 ‘네 손을 위한 코미디언 모음곡’, P D Q 바흐 ‘네 손을 위한 비올라 소나타’ 등으로 채웠다. ‘음악의 농담’은 모차르트가 수준 낮은 음악가들을 비웃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아마추어 작곡가나 연주가들이 범하기 쉬운 우스운 실수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코미디언 모음곡은 소련 작곡가 카발렙스키가 어린이 대상 코믹한 연극을 위해 쓴 곡으로 웃음뿐 아니라 따끔한 풍자도 깃들어 있다. P D Q 바흐는 ‘대(大)바흐’로 알려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아들 중 작곡가가 많았단 점에 착안해 미국 작곡가 겸 풍자 작가인 피터 시컬리가 만든 가공의 작곡가 이름. 바흐 아들들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의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코믹하게 비꼰다. 구자은 예술감독은 “경기침체 등 힘든 일이 많은 시절에 한 번쯤 심각한 표정을 지우고 마음 편하게 웃어보자는 뜻에서 연주회의 콘셉트를 정했다”며 “충격과 이른바 ‘대유잼(大有+재미)’이 가득한 이번 공연에는 특히 연주자들의 연기까지 등장하니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김다미 임도경, 비올라 김상진 이해수, 첼로 홍채원 심준호, 호른 이석준 김홍박, 피아노 문재원 박진형 등 국내 연주계 기둥을 이루는 연주자들이 ‘체면 던지고 웃음 연출’에 가세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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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과 대유잼 가득”…심각한 표정 지우고 웃어요! 클래식 콘서트에서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비꼬기는 가장 수준 낮은 위트이지만 가장 수준 높은 지적 표현’이라고 말했죠. 온갖 유머와 해학, 풍자와 비꼬기가 가득한 콘서트로 초대합니다.” (구자은 프렌즈 오브 뮤직 예술감독) 올해 창단 12주년을 맞은 실내악 그룹 ‘프렌즈 오브 뮤직’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송년연주회 겸 제29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제목이 ‘Why so serious?(왜 그리 심각해?)’다. 포스터에는 이렇다 할 장식 없는 제목 글자 아래 영어로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에는 멋진 포스터가 없습니다’라고 적혔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음악의 농담’ K522, 셰드린 ‘피아노 3중주를 위한 세 개의 우스운 소품’, 카발레프스키 ‘네 손을 위한 코미디언 모음곡’, P D Q 바흐 ‘네 손을 위한 비올라 소나타’ 등으로 채웠다. ‘음악의 농담’은 모차르트가 수준 낮은 음악가들을 비웃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아마추어 작곡가나 연주가들이 범하기 쉬운 우스운 실수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코미디언 모음곡은 소련 작곡가 카발레프스키가 어린이를 위한 코믹한 연극을 위해 쓴 곡으로 웃음 뿐 아니라 따끔한 풍자도 깃들어 있다. P D Q 바흐는 ‘대(大) 바흐’로 알려진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 중 작곡가가 많았단 점에 착안해 미국 작곡가 겸 풍자 작가인 피터 쉬켈레가 만든 가공의 작곡가 이름. 바흐 아들들 시대 뿐 아니라 오늘날의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코믹하게 비꼰다.구자은 프렌즈 오브 뮤직 예술감독은 “경기침체 등 힘든 일이 많은 시절에 한번 쯤 심각한 표정을 지우고 마음 편하게 웃어보자는 뜻에서 연주회의 컨셉트를 정했다”며 “충격과 이른바 ‘대유잼(大有+재미)’이 가득한 이번 공연에는 특히 연주자들의 연기까지 등장하니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김다미 임도경, 비올라 김상진 이해수, 첼로 홍채원 심준호, 호른 이석준 김홍박, 피아노 문재원 박진형 등 국내 연주계 기둥을 이루는 연주자들이 ‘체면 던지고 웃음 연출’에 가세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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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에 담은 김정원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내년에 50세가 된다. “늘 만년 청춘의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인데…”라고 했더니 그는 “저를 잘 모르시나 봐요”라며 웃었다. “교회 오빠라면 뭔가 바른 이미지잖아요. 저는 루틴대로 착실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라면서 일탈도 많이 해봤고요. 하하하.” 그가 1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디어 마이셀프(Dear Myself): 자화상’을 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겠다는 느낌의 제목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부터 격렬한 청춘, 사랑과 열정, 삶과 죽음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관객들에게도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전반 두 곡은 베토벤 작품을 골랐다. 첫 곡은 파이시엘로의 오페라 선율에서 주제를 딴 ‘무정한 마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어린 시절 첫 콩쿠르에서 연주한 작품이죠. 이 곡을 마주하면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폭풍)’를 연주한다. “청춘은 종종 폭풍에 비유되죠. 저 역시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 느꼈던 갈등과 꿈, 사랑과 좌절을 이 곡에서 떠올립니다.” 후반부 두 곡은 리스트의 작품으로 골랐다. 먼저 초절기교 연습곡 11번 ‘저녁의 선율’로 시작한다. “저녁이라는 시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반추하도록 하는 곡이죠. 제게도 이 곡은 젊음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색을 상징합니다.” 무대는 리스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B단조로 이어진다. “이 곡은 선과 악의 끊임없는 전쟁을 그렸어요. 리스트의 철학적, 영적 탐구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작품이죠. 마침내 선이 승리해 영혼이 구원받고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을 신비로운 상행 화음으로 그려냅니다. 곡을 마무리하는 깊은 베이스 B음은 악의 세력이 고개를 떨구는 듯이 절묘하게 표현됩니다.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엔딩이죠.” 김정원은 15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수석 입학해 ‘만장일치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고등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바르샤바 쇼팽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서 솔리스트로 연주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들려준 연주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감동적인 연주였다’고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FM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극작가 이금림이다. 200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원이가 연습이 잘 안될 때는 말없이 피아노 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모친의 근황을 묻자 김정원은 “머잖아 80대가 되시지만 드라마 집필만 쉬고 계실 뿐 건강하시다. 생활하시는 데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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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의 순수함부터 삶의 모든 것 들려드립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내년에 50세가 된다. “늘 만년 청춘의 ‘교회 오빠’같은 이미지인데…”라고 했더니 그는 “저를 잘 모르시나 봐요”라며 웃었다. “교회 오빠라면 뭔가 바른 이미지잖아요. 저는 루틴대로 착실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라면서 일탈도 많이 해봤구요. 하하하.” 그가 1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디어 마이셀프(Dear Myself): 자화상’을 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겠다는 느낌의 제목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부터 격렬한 청춘, 사랑과 열정, 삶과 죽음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관객들에게도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전반 두 곡은 베토벤 작품을 골랐다. 첫 곡은 파이젤로의 오페라 선율에서 주제를 딴 ‘무정한 마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어린 시절 첫 콩쿠르에서 연주한 작품이죠. 이 곡을 마주하면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폭풍)’를 연주한다. “청춘은 종종 폭풍에 비유되죠. 저 역시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 느꼈던 갈등과 꿈, 사랑과 좌절을 이 곡에서 떠올립니다.” 후반부 두 곡은 리스트의 작품으로 골랐다. 먼저 초절기교 연습곡 11번 ‘저녁의 선율’로 시작한다. “저녁이라는 시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반추하도록 하는 곡이죠. 제게도 이 곡은 젊음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색을 상징합니다.” 무대는 리스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B단조로 이어진다. “이 곡은 선과 악의 끊임없는 전쟁을 그렸어요. 리스트의 철학적, 영적 탐구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작품이죠. 마침내 선이 승리해 영혼이 구원받고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을 신비로운 상행 화음으로 그려냅니다. 곡을 마무리하는 깊은 베이스 B음은 악의 세력이 고개를 떨구는 듯이 절묘하게 표현됩니다.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엔딩이죠.” 김정원은 15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수석 입학해 ‘만장일치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고등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바르샤바 쇼팽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서 솔리스트로 연주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들려준 연주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자강 감동적인 연주였다’고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FM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극작가 이금림이다. 200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원이가 연습이 잘 안 될 때는 말없이 피아노 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모친의 근황을 묻자 김정원은 “머잖아 80대가 되시지만 드라마 집필만 쉬고 계실 뿐 건강하시다. 생활하시는 데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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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팬들 설레게 하는 日 ‘피아노 왕자들’ 잇따라 내한

    일본의 젊은 음악팬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20대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잇따라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도쿄대 공대생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스미노 하야토(29)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2022년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이듬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 그는 올해 일본 전국 투어 24회 전석을 매진시켰다.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피날레 콘서트에는 1만30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바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은 구독자 140여만 명, 누적 조회수 1억8000만 뷰에 달한다. 스미노는 유년기 국내 콩쿠르를 휩쓸며 열 살이 되기 전에 음악 신동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도쿄대 공대에 진학해 계수공학과 수리(數理)정보를 전공했다. 학내 밴드에서는 재즈를 연주했고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인공지능을 통한 새로운 소리를 탐구했다. 2021년 참여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는 이 대회 최초로 비전공자로 준결선에 진출하는 기록을 남겼다. 작곡가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그는 올해 내한 무대에서 ‘새로운 탄생’ ‘녹턴’ 등 자작곡을 연주하는 한편으로 바흐 ‘전주곡과 푸가’ C장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드뷔시 ‘달빛’, 라벨 ‘볼레로’ 등 친숙한 명곡들을 들려준다.12월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하는 카메이 마사야(23)는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의 이혁과 공동 우승하면서 청중상과 평론가상까지 받아 친숙한 이름이다. 같은 해 일본 산토리홀 데뷔 리사이틀은 전석 매진됐고 스미노와 가진 듀오 콘서트에는 5000명 넘는 관객이 몰렸다. 지난해 5월 서울 금호아트홀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다. 피아노에 매진하다가 공학으로 방향을 바꾼 스미노와 달리 카메이는 늦깎이로 피아노에 몰입하게 된 경우다. 고등학생이 된 뒤 음악을 전공으로 택했고 일본의 음악 명문인 도호가쿠엔대를 장학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2019년 일본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에서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리스트 ‘노르마의 회상’ 등 한껏 기교를 과시하는 곡들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내한 무대를 ‘올 쇼팽’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마주르카 작품 17의 네 곡, 녹턴 작품 27의 1, 2번, 발라드 3번 A플랫장조, 폴로네즈 5번, 6번 ‘영웅’, 7번 ‘환상’ 등 기교와 진한 서정이 함께하는 곡들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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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일본 피아니스트 바람이 불어온다

    일본의 젊은 음악팬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20대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잇따라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도쿄대 공대생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스미노 하야토(29)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2022년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이듬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팬들과 만난 그는 올해 일본 전국 투어 24회 전석을 매진시켰다.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피날레 콘서트에는 1만30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바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은 구독자 140여만 명, 누적 조회수 1억 8000만 뷰에 달한다. 스미노는 유년기 국내 콩쿠르를 휩쓸며 열 살이 되기 전에 음악 신동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도쿄대 공대에 진학해 계수공학과 수리(數理)정보를 전공했다. 학내 밴드에서는 재즈를 연주했고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인공지능을 통한 새로운 소리를 탐구했다. 2021년 참여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는 이 대회 최초로 비전공자로 준결선에 진출하는 기록을 남겼다. 작곡가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그는 올해 내한 무대에서 ‘새로운 탄생’ 녹턴‘ 등 자작곡을 연주하는 한편 바흐 ’전주곡과 푸가‘ C장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드뷔시 ’달빛‘, 라벨 ’볼레로‘ 등 친숙한 명곡들을 들려준다. 12월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공연하는 카메이 마사야(23)는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의 이혁과 공동 우승하면서 청중상과 평론가상까지 받아 친숙한 이름이다. 같은 해 일본 산토리홀 데뷔 리사이틀은 전석 매진됐고 스미노 하야토와 가진 듀오 콘서트에는 5000명 넘는 관객이 몰렸다. 지난해 5월 서울 금호아트홀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다. 피아노에 매진하다가 공학으로 방향을 바꾼 스미노와 달리 카메이는 늦깎이로 피아노에 몰입하게 된 경우다. 고등학생이 된 뒤 음악을 전공으로 택했고 일본의 음악 명문인 도호가쿠엔 대학을 장학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2019년 일본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에서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 리스트 ‘노르마의 회상’등 한껏 기교를 과시하는 곡들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내한 무대를 ‘올 쇼팽’ 프로그램으로 꾸민다. 마주르카 작품 17의 네 곡, 녹턴 작품 27의 1, 2번, 발라드 3번 A플랫장조, 폴로네이즈 5번, 6번 ‘영웅’, 7번 ‘환상’ 등 기교와 진한 서정이 함께하는 곡들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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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베토벤 합창교향곡 200주년… 인류는 ‘환희’를 얻었을까

    ‘기쁨이여, 아름다운 신들의/불꽃 낙원에서 온 딸이여,/화염과 같은 열정에 취해/우리 그대의 성소에 들어가노라!/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았던 것/그대의 마법이 다시 묶어,/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실러 ‘환희에의 송가’)유독 12월 공연장을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는 작품들이 있다. 오페라라면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발레라면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합창곡이라면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다.‘라보엠’은 1, 2막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이고, ‘호두까기 인형’도 크리스마스이브에 꾼 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메시아’에는 복음서를 바탕으로 한 그리스도의 생애가 담겼으니 역시 성탄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반면 4악장에 실러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교향곡’을 연말에 연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일본과 한국에서만 보이는 관습이라는 말도 맞는 듯하다. 하지만 인류가 하나 되는 이상적 세계를 찬미한 이 곡을 듣지 않고서는 한 해를 제대로 보내지 않은 듯한 기분마저 이제는 든다.그렇다. 대한민국의 교향악과 합창음악 팬들은 연말마다 이 곡이 선사하는 기쁨의 세례를 통과해야 한다. 올해 서울만 살펴봐도 12월 8일 고잉홈프로젝트, 16일 홍석원 지휘 한경아르테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 20일 얍 판 츠베덴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21, 24일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 KBS교향악단이 이 곡을 무대에 올린다.(8, 16,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 20,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올해는 이 곡이 세상에 나오고 200년 되는 해다. 정확히는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케른트너 극장에서 초연됐다. 4악장 가사인 ‘환희에의 송가’는 프리드리히 실러가 프랑스 혁명 4년 전인 1785년에 쓴 시다. 당시 26세였던 실러는 만민의 평등한 결합을 염원하는 계몽주의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실러가 본래는 시에 ‘환희(Freude)’가 아닌 ‘Freiheit(자유)’라는 단어를 써서 ‘자유에의 송가’라고 썼다가 검열에 걸릴 것을 우려해 ‘환희’로 바꾸었다는 설도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을 때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베를린에서 이렇게 가사를 바꿔 지휘했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은 맞는 것같이 들린다. 기쁨은 해방을 가져오는 도구라기보다는 해방된 뒤에 돌아오는 결과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설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이 곡이 나올 당시 베토벤을 둘러싼 세상의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베토벤의 마음을 격동시켰다. 프랑스에 가까운 라인 강변의 본에서 자라난 베토벤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자유와 해방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의 전개는 기대와 달랐다. 나폴레옹은 전 유럽에 군대를 보내 군홧발로 깔아뭉개고 베토벤의 기대는 환멸로 바뀌었다.그나마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정복군이 법 체계나 인권을 근대적으로 개편하는 개혁은 있었지만, 나폴레옹이 패퇴하고 1814년 전쟁을 결산하는 빈 회의에서 세상은 완벽히 과거로 돌아갔다. 인간이 서로 도우면서 자유 평등 박애의 기치 아래 슬기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이상의 수립부터 좌초까지를 베토벤은 생생히 지켜보았다. 이 곡은 어쩌면 ‘꿈이 있었던 계몽주의적 세계에 대한 후일담’이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200년이 흘렀다. 인간들은 여전히 총을 겨누고 있다. 동서를 가른 장벽이 무너지고 번스타인이 ‘자유에의 송가’를 지휘하던 시대의 이상은 좌초하는 듯하다. 다시 장벽을 쌓고 있는 인류도 외계 또는 그 어딘가에서 공동의 적이 침략해 온다면 힘을 합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무망해 보인다. 지금 인류에게는 기후 위기라는 심각한 공동의 적이 있다. 초강대국의 차기 집권자는 그 위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인물을 에너지 장관으로 앉히려 한다.기자는 ‘지금 다시 계몽’(스티븐 핑커 지음, 사이언스북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인간은 ‘계몽’으로부터 진정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한 채 그 시대를 너무 서둘러 통과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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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새들이 SNS를 한다면… 월동지 가는 길 공유 “좋아요”

    “안녕? 나는 동아시아의 왜가리야.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데, 올해 가을이 더워서 남쪽으로 출발이 늦어졌어. 이번 주에 갑자기 추워져서 걱정이 되지만,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짜내서 최선의 출발일과 경로를 찾고 있어. 다른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줄래?” 인간 외의 동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될 리는 없다. 하지만 지구상의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는 있다. 동물들에게 발신기를 부착해 각각의 위치와 움직임(가속도), 고도, 온도, 습도, 기압, 자기장 등을 알아내고 이를 거대한 서버로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새들의 집단 이주에서 엘니뇨 같은 기후현상을 미리 감지하고, 위험에 처한 종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미국 일리노이대에 재직할 때 ‘생물원격측정법’의 시조 격인 빌 코크런과 알게 됐다. 코크런이 1980년대에 지빠귀들에게 단 발신기는 새들이 이동할 때 자동적으로 유전적 본능만 따르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면서 고도와 방향을 논의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사람은 코크런과 친한 사이였던 전파공학자 조지 스웬슨이었다. 동물들에게 발신기를 달아 국제우주정거장이 수신하면 지구적 차원에서 동물들의 삶을 연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2001년 이 얘기를 들은 저자는 ‘4년 안에 될 겁니다!’라고 외쳤지만 기대처럼 되어나가지는 않았다. 2020년에야 국제우주정거장을 사용하는 이카루스(ICARUS·우주를 통한 동물 연구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가동됐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이 핵심 기술을 빼내려 시도하거나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통보 없이 우주정거장을 회전시키는 등 우여곡절이 따랐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올해 자신들의 첫 위성을 쏘아올렸고, 앞으로 2년 동안 매년 새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저자도 고백하듯이 이제 첫걸음을 뗀 단계다.지구상의 여러 동물종이 발신하는 정보를 연결하는 ‘동물 인터넷’에 기대할 효과는 크다. 독일 멧돼지들에게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시스템은 이를 세 시간 만에 감지해냈다. 멧돼지들 귀의 움직임이 느려진 게 포착된 것이다. 지진 같은 환경이변 때 동물이 미리 알아챈다는 이른바 ‘동물 육감’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여러 동물에게 발신기를 달며 알아낸 사실과 일화들도 흥미롭다. 발신기를 부착한 새들은 비행에 이상이 없도록 몸의 지방 분포를 조정했다. 황새 ‘한지’는 동료들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바이에른의 농촌 한가운데 머무른 게 포착됐다. 움직임이 감지되므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찾아가 보니 한지는 잘 지내고 있었다. 후손을 본 농가가 감사의 의미로 (서양에서는 황새가 아이를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다) 한지를 ‘입양’한 것이다. 걱정거리도 있다. ‘동물에 의한’ 동물인터넷이 ‘동물을 위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다양한 생명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다른 종을 고려할 때 인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 때 다른 종의 지식을 우리의 지식과 연결하는 것이다. 인류에서 종간(種間·interspecies)시대로, 모든 생물이 각자 적합한 방식으로 살아갈 때 인류도 번영할 것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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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로크 고음악에서 현대곡까지… 첼로의 무궁무진함 들려드릴게요”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첼로에서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구나’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브뤼셀 보자르 음악당의 여제’ 첼리스트 최하영(26)이 내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돼 4월 30일, 11월 26일 두 차례 공연을 펼친다. 인하우스 아티스트는 연주가에게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주음악가’ 형태의 특전이다. 4월 30일 첫 무대에서는 두 살 아래 친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함께 하는 ‘현악자매’의 하모니를 만날 수 있다. 1부는 최하영의 솔로무대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펜데레츠키 ‘지크프리트 팔름을 위한 카프리치오’ 등을 들려준다. 2부 듀오 순서에서는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등을 연주한다. 21일 오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하영은 “6개월 전부터 바로크 첼로로 고음악(古音樂) 연주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연주곡 중 17세기 바로크 작곡가 도메니코 가브리엘리의 ‘리체르카르’를 바로크 악기와 거트현(동물 창자를 말려 꼰 현), 바로크식 활로 연주해요. 옛 음악 특유의 소리와 분절법에 매력을 느꼈죠.” 같은 무대에서 들려줄 크세나키스와 펜데레츠키 등의 현대곡에 대해서는 “확장된 테크닉과 효과들로 관객들이 쇼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생 최송하와는 연말 베네치아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유럽과 한국에서 여러 듀오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4년 동안 베를린에서 함께 살았는데 한 번도 다퉈본 적이 없어요. 가끔은 송하가 제 연주복을 입기도 해요.(웃음) 음악적으로도 호흡이 잘 맞죠.” 맏언니 최하임도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어서 세 자매 모두 현악 연주가다. 어머니가 취미로 첼로를 배울 때 따라 한 게 그의 첼로 인생 시작이었다. “엄마가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잠들 때나 차를 타고 있을 때 늘 음악이 들렸어요.” 11월 26일에 열리는 인하우스 아티스트 두 번째 무대에선 피아니스트 요아힘 카르와 드뷔시와 슈니트케,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카르는 그리그 고향인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이에요. 그가 자란 집이 그리그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죠. 함께 표현할 노르웨이 정서에 기대가 큽니다.” 그는 캐나다의 독지가가 빌려준 과르네리 첼로를 2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따뜻하고 힘 있는 등 여러 팔레트의 색깔을 들려줘요. 약간 작아서 제 체형에도 잘 맞죠.” 내년 활동에 앞서 최하영은 올해 12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인 코리아 콘서트에서 소피 데르보 지휘 KBS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함께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서유진 롯데콘서트홀 공연기획팀장은 “내년 8월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에서도 최하영 씨가 협연과 티칭 등에 참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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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하영 “‘첼로서 이런 소리가?’ 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사운드 들려드릴게요”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첼로에서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구나’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겠습니다.”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브뤼셀 보자르 음악당의 여제’ 첼리스트 최하영(26)이 내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돼 4월 30일, 11월 26일 두 차례 공연을 펼친다. 인하우스 아티스트는 연주가에게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주음악가’ 형태의 특전이다.4월 30일 첫 무대에서는 두 살 아래 친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함께하는 ‘현악자매’의 하모니를 만날 수 있다. 1부는 최하영의 솔로무대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펜데레츠키 ‘지크프리드 팔름을 위한 카프리치오’ 등을 들려준다, 2부 듀오 순서에서는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등을 연주한다. 21일 오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하영은 “6개월 전부터 바로크 첼로로 고음악(古音樂) 연주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연주곡 중 17세기 바로크 작곡가 도메니코 가브리엘리의 ‘리체르카르’를 바로크 악기와 거트현(동물 창자를 말려 꼰 현), 바로크식 활로 연주해요. 옛 음악 특유의 소리와 분절법에 매력을 느꼈죠.” 같은 무대에서 들려줄 크세나키스와 펜데레츠키 등의 현대곡에 대해서는 “확장된 테크닉과 효과들로 관객들이 쇼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생 최송하와는 연말 베네치아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유럽과 한국에서 여러 듀오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4년 동안 베를린에서 함께 살았는데 한 번도 다퉈본 적이 없어요. 가끔은 송하가 제 연주복을 입기도 해요.(웃음) 음악적으로도 호흡이 잘 맞죠.” 맏언니 최하임도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어서 세 자매 모두 현악 연주가다. 어머니가 취미로 첼로를 배울 때 따라한 게 그의 첼로 인생 시작이었다. “엄마가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잠들 때나 차를 타고 있을 때 늘 음악이 들렸어요.” 11월 26일에 열리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두 번째 무대에선 피아니스트 요아힘 카르와 드뷔시와 슈니트케, 그리그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카르는 그리그 고향인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이에요. 그가 자란 집이 그리그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죠. 함께 표현할 노르웨이 정서에 기대가 큽니다.” 그는 캐나다의 독지가가 빌려준 과르네리 첼로를 2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따뜻하고 힘있는 등 여러 팔레트의 색깔을 들려줘요. 약간 작아서 내 체형에도 잘 맞죠.” 내년 활동에 앞서 최하영은 올해 12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인 코리아 콘서트에서 소피 데르보 지휘 KBS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함께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서유진 롯데콘서트홀 공연기획팀장은 “내년 8월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에서도 최하영 씨가 협연과 티칭 등에 참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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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를 읊듯 피어오르는 온화한 선율… 감정의 끝 파고든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지난해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영국의 사이먼 래틀 경과 함께 서울을 찾아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협연한다. 이 악단의 내한은 2018년 주빈 메타 지휘의 무대를 가진 지 6년 만이다. 20,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1949년 창단됐다.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리크, 콜린 데이비스 경,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정상급 지휘자들을 연속해 수석지휘자로 맞이하며 ‘숙명의 라이벌’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일의 비밀 수도’로 불리던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의 음악 무대를 대표해 왔다. 래틀 경은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을 이끌어 온 세계 지휘계 대표 거장. 이번 내한에서는 20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 21일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래틀 경은 “2017년 베를린 필, 2022년 런던 심포니 등 지금까지 세 악단과 한국을 찾았는데 모두 조성진과의 협연 기회가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대해서는 “10대 시절 라파엘 쿠벨리크가 지휘하는 연주를 보았는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그처럼 밀접한 연대감을 가지고 함께 숨 쉬는 듯한 연주를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쿠벨리크의 능력인가 했는데 이 악단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 이게 이 악단의 능력이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는 이 악단의 특징을 두 독일어 단어로 표현했다. “하나는 이니히(innig)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뜻하죠. 또 하나는 바이히(weich)입니다.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는데, 부드러움과 온화함, 깊이, 인간미, 공동체 의식이 깃든 부드러움이죠. 그런 특성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있습니다. 기교적으로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이 악단은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그는 현대음악 프로그램과 고음악(시대악기)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이 악단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20일 협연할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에 대해 “거대한 스케일이 있으며 오케스트라 역할이 매우 중요한 협주곡”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뮌헨에서 이 악단과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곡이지만 오케스트라와 래틀이 너무 잘해줘서 연주 때는 힘든 줄 몰랐죠. 곡을 마치고 진이 빠졌어요.” 래틀 경은 “성진이 너무 겸손하게 얘기했다. 그는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지만(웃음) 이 곡은 피아노와 악단이 테니스를 치듯 서로 잘 넘겨줘야 하는데 그와 함께라면 염려가 없다”고 화답했다. 그는 21일 첫 곡으로 지휘할 베베른의 곡에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말러나 바그너 곡을 분재(盆栽)로 만든 듯한 곡이죠. 음표 하나하나에 수없이 많은 표현이 압축돼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폰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대표는 “한국 연주회장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흥분과 지식, 집중력이 느껴진다. 그것들이 단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이 악단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 여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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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화함-시심 깃든 ‘바방’ 연주 즐겨보세요…래틀 “조성진과 함께라면 염려 없어”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지난해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영국의 사이먼 래틀 경과 함께 서울을 찾아온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협연한다. 이 악단의 내한은 2018년 주빈 메타 지휘의 무대를 가진지 6년만이다. 20,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1949년 창단됐다.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리크, 콜린 데이비스 경,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정상급 지휘자들을 연속해 수석지휘자로 맞이하며 ‘숙명의 라이벌’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독일의 비밀 수도’로 불리던 바이에른 주도 뮌헨의 음악 무대를 대표해 왔다. 사이먼 래틀 경은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을 이끌어 온 세계 지휘계 대표 거장. 이번 내한에서는 20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 21일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래틀은 “2017년 베를린 필, 2022년 런던 심포니 등 지금까지 세 악단과 한국을 찾았는데 모두 조성진과의 협연 기회가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대해서는 “10대 시절 라파엘 쿠벨리크가 지휘하는 연주를 보았는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그처럼 밀접한 연대감을 가지고 함께 숨쉬는 듯한 연주를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쿠벨리크의 능력인가 했는데 이 악단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 이게 이 악단의 능력이구나’라고 알게 됐죠.” 그는 이 악단의 특징을 두 독일어 단어로 표현했다. “하나는 이니히(innig)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뜻하죠. 또 하나는 바이히(weich)입니다. 적당히 번역할 말이 없는데, 부드러움과 온화함, 깊이, 인간미, 공동체 의식이 깃들인 부드러움이죠. 그런 특성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있습니다. 기교적으로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이 악단은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그는 현대음악 프로그램과 고음악(시대악기)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이 악단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20일 협연할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에 대해 “거대한 스케일이 있으며 오케스트라 역할이 매우 중요한 협주곡”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뮌헨에서 이 악단과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곡이지만 오케스트라와 래틀이 너무 잘해줘서 연주 때는 힘든 줄 몰랐죠. 곡을 마치고 진이 빠졌어요.” 래틀은 “성진이 너무 겸손하게 얘기했다. 그는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지만(웃음) 이 곡은 피아노와 악단이 테니스를 치듯 서로 잘 넘겨줘야 하는데 그와 함께라면 염려가 없다”고 화답했다. 그는 21일 첫 곡으로 지휘할 베베른의 곡에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말러나 바그너 곡을 분재(盆栽)로 만든 듯한 곡이죠. 음표 하나하나에 수없이 많은 표현이 압축돼 있습니다.” 니콜라우스 폰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대표는 “한국 연주회장에서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흥분과 지식, 집중력이 느껴진다. 그것들이 단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이 악단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처음 여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44-7744, 1544-1555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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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반 이끌 ‘미래의 거장’은 누구?… 서울이 뜨거워진다

    12월 ‘K클래식의 수도’ 서울이 세계에서 모인 예비 피아노 거장들의 연주로 뜨거워진다. 19회째를 맞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12월 1∼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1996년 시작된 이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분으로 매년 번갈아 개최되며 지난해에는 성악 부문으로 열렸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첫 회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서울대 교수)를 우승자로 배출한 것을 비롯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다음 회에서 백주영(서울대 교수)과 리비우 프루나루(전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를 공동 우승자로 선정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명인을 배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동현, 피아니스트 한지호 신창용 김준형, 바리톤 김기훈 공병우,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 등 역대 우승자를 비롯한 수많은 입상자가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피아노 부문에서 일곱 번째로 열리는 이번 콩쿠르에는 16개국 140명이 도전장을 냈고 영상 예비심사를 통과한 6개국 29명이 1차 예선에 참가한다. 세계 유명 콩쿠르의 역대 우승자와 상위 입상자도 여럿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인으로는 2024년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인 선율,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3위와 2020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4위에 오른 이택기, 2019년 동아음악콩쿠르 피아노 1위 입상자이자 2022년 롱티보 국제콩쿠르 5위를 차지한 노희성, 부소니 콩쿠르와 ARD 콩쿠르 결선에 진출했고 2019년 동아주니어콩쿠르 1위, 2021년 동아음악콩쿠르 2위에 오른 최이삭, 2021년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수상한 김동주, 2018년 제네바 국제콩쿠르 특별상 수상자인 유성호가 눈에 띈다. 외국인으로는 2017년 비오티 콩쿠르 1위와 청중상을 받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오른 러시아의 콘스탄틴 예멜랴노프,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와 슬로바키아 훔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체코의 로베르트 빌리 등이 상위 입상에 도전한다. 심사위원으로는 주희성 서울대 교수, 손민수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와 199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첫 독일인 우승자인 마르쿠스 그로,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로 친숙한 케빈 케너(미국) 외 앤절라 쳉(캐나다), 소피아 굴야크(리투아니아·러시아), 티에리 위에(프랑스), 알렉산다르 마자르(세르비아·벨기에), 로베르토 플라노(이탈리아·미국), 웨이단웬(중국) 등 세계에서 비중 있게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교육가들이 초청됐다. 입상자는 1위 5만 달러(약 7000만 원), 2위 3만 달러, 3위 2만 달러 등 6위까지 상금이 주어지고 연주 기회 등 혜택을 제공받는다. 2위 이상 한국인 입상자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1차 예선에서 준결선까지의 경연 중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는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 일민 김상만 선생(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기려 제정한 특별상(상금 5000달러)이 수여된다. ▽대회 일정 △1차 예선: 12월 1∼3일 △2차 예선: 12월 5∼7일 △준결선: 12월 9∼10일(이상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 △결선: 12월 12∼13일(협연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지휘 김광현, 서울아트센터 도암홀, 13일 결선 뒤 시상식). 02-361-1412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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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사-서울교대 업무협약 체결

    서울교육대학교와 동아일보사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대학본부 중앙회의실에서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미래형 예술 인재 발굴 및 양성을 위한 교육과 컨텐츠 개발 등 두 기관의 사업 활성화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교대 장신호 총장(오른쪽)과 동아일보사 박현진 문화사업본부장이 업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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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베르트 소나타로 꼭 11년만에 서는 무대… 음악적 성장 보이겠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2)은 11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벽산예술상 시상식에서 벽산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는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는 연주가가 되라고 주신 상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으로 활동 중인 그가 21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 ‘더 바이올리니스츠’를 연다. 피아니스트 보리스 쿠스네초프와 함께 슈베르트 소나타 A장조 D 574, 루토스와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파르티타’, 드보르자크 소나티나 G장조 ‘인디언 애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 D장조를 연주한다. “쿠스네초프는 멘델스존 음대 실내악 교수이고,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바이올린 부문) 공식 반주자를 맡을 정도로 현악 연주자와의 협연에서 정평 있는 분이에요. 레퍼토리도 굉장히 넓죠.” 이번 무대 첫 곡인 슈베르트의 소나타 A장조는 그가 2013년 금호아트홀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한 곡이다. “당시엔 20대 초반이었죠. 제 음악적 성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기대가 됩니다.” 그는 “바이올린이 가곡을 부르고 피아노가 반주하는 듯한, 선율선이 길게 흐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호아트홀과 인연이 깊다. “서울 제 방에 2004년 금호아트홀에서 연 영재콘서트 포스터가 걸려 있어요. 20년 전 초등학생 때였죠. 2020년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네 번의 리사이틀을 열었어요. 금호에서의 연주 영상들을 모아 컬렉션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올해 그는 4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개막 무대에서 KBS교향악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6월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 협연으로 브람스 소나타 2번 등을 연주했다. 12월 5일에는 첼리스트 최하영과 롯데콘서트홀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드보르자크 이중협주곡을, 12월 14일에는 첼리스트 심준호와 같은 곡을 협연한다. “개인적으로 ‘브람스 프로젝트의 해’죠. 이번 무대엔 오히려 다른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이번에 연주하는 루토스와프스키의 파르티타에 대해 그는 “20세기 바이올린 곡 대표 걸작으로 꼽을 만하다. 처음 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고 말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자유롭게 연주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부분도 있죠. 연주할 때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옵니다.” 그가 악장으로 재직 중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뒤를 이어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올해 음악감독 격인 카펠마이스터로 취임했다. 이지윤은 2022년 틸레만이 지휘한 이 악단 내한공연에 악장으로 참여했다. “주력하는 레퍼토리도 비슷하고 2년 전 처음 호흡을 맞출 때부터 틸레만은 우리 악단과 천생연분이었어요.” 이지윤은 “올해 지휘자뿐 아니라 대표와 사무 감독도 바뀌었다. 단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전하며 “2년 뒤 악단 내한 연주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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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윤 “11년 동안의 음악적 성장 보여드립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2)은 11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벽산예술상 시상식에서 벽산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는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는 연주가가 되라고 주신 상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으로 활동 중인 그가 21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 ‘더 바이올리니스츠’를 연다. 피아니스트 보리스 쿠스네조프와 함께 슈베르트 소나타 A장조 D 574, 루토스와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파르티타’, 드보르자크 소나티나 G장조 ‘인디언 애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 D장조를 연주한다. “쿠스네초프는 멘델스존 음대 실내악 교수이고,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바이올린 부문) 공식 반주자를 맡을 정도로 현악 연주자와의 협연에서 정평 있는 분이에요. 레퍼토리도 굉장히 넓죠.” 이번 무대 첫 곡인 슈베르트의 소나타 A장조는 그가 2013년 금호아트홀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한 곡이다. “당시엔 20대 초반이었죠. 제 음악적 성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기대가 됩니다.” 그는 “바이올린이 가곡을 부르고 피아노가 반주하는 듯한, 선율선이 길게 흐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호아트홀과 인연이 깊다. “서울 제 방에 2004년 금호아트홀에서 연 영재콘서트 포스터가 걸려 있어요. 20년 전 초등학생 때였죠. 2020년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네 번의 리사이틀을 열었어요. 금호에서의 연주 영상들을 모아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올해 그는 4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개막 무대에서 KBS교향악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6월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 협연으로 브람스 소나타 2번 등을 연주했다. 12월 5일에는 첼리스트 최하영과 롯데콘서트홀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드보르자크 이중협주곡을, 12월 14일에는 첼리스트 심준호와 같은 곡을 협연한다. “개인적으로 ‘브람스 프로젝트의 해’죠. 이번 무대엔 오히려 다른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이번에 연주하는 루토스와프스키의 파르티타에 대해 그는 “20세기 바이올린 곡 대표 걸작으로 꼽을 만하다. 처음 들은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고 말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자유롭게 연주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하는 부분도 있죠. 연주할 때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옵니다.” 그가 악장으로 재직 중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뒤를 이어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올해 음악감독 격인 카펠마이스터로 취임했다. 이지윤은 2022년 틸레만이 지휘한 이 악단 내한공연에 악장으로 참여했다. “주력하는 레퍼토리도 비슷하고 2년 전 처음 호흡을 맡을 때부터 틸레만은 우리 악단과 천생연분이었어요.” 이지윤은 “올해 지휘자 뿐 아니라 대표와 사무 감독도 바뀌었다. 단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전하며 “2년 뒤 악단 내한 연주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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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동서 베를린에 흐른 古음악 선율이 온다

    세계 대표 고(古)음악 명장들을 매년 국내 무대에 초청해 온 ‘한화클래식’의 올해 무대를 독일 수도 베를린을 대표하는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이 장식한다. 23,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인 저스틴 도일 지휘로 헨델 ‘주께서 말씀하셨다’(Dixit Dominus·23일)와 바흐 ‘마그니피카트’(24일), 바흐 칸타타 BWV 21 ‘내 마음에 근심 많았도다’(23, 24일)를 연주한다. 고음악이란 바로크를 중심으로 그 이전 음악부터 고전주의에 이르는 시기의 음악을 당대 악기와 연주법을 살려 연주하는 연주법 또는 경향을 뜻한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1982년 동베를린에서 탄생했다. 18세기 중반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정음악가 야나치가 매주 자기 집에서 열었던 ‘음악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1948년 서베를린의 미군 점령지 방송국(RIAS·Rundfunk im amerikanischen Sektor)이 방송을 위해 설립했다. 독일 통일 2년 후인 1992년부터 이어져 온 두 단체의 협력은 동서 베를린의 문화적 통일을 상징하게 되었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폭넓은 셈여림과 부드러운 레가토, 물샐틈없는 앙상블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연주자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 연주로 인기가 높았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큰 인원 대신 30∼40명의 정교한 앙상블로 고음악에서 빛을 발했다. 이들의 만남은 큰 결실로 이어졌다. 두 단체가 르네 야콥스 지휘로 명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내놓은 바흐 ‘요한 수난곡’ ‘B단조 미사’, 헨델 ‘대관식 찬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후궁탈출’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 레퍼토리들의 중심 음반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부터 리아스 실내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원 김미영 씨(소프라노·45)는 9일 전화 통화에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는 리허설을 오래 하지 않아도 바로 앙상블이 맞는 최고의 팀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음대 졸업 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유학했으며 재학 중 리아스 실내합창단 오디션을 통과해 6개월 실습을 거친 후 종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1년 한양대 음악연구소 초청으로 열린 리아스 실내합창단 바흐 B단조 미사 내한공연에도 함께했다. 김 씨는 “리아스 실내합창단의 레퍼토리는 고음악과 창작음악이 각각 40% 정도이며 나머지 20% 정도를 낭만주의 음악에 할애한다”며 리아스 실내합창단과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예술적 동반자 같은 관계로 매년 1월 1일 신년음악회를 함께 하는 전통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도 자주 협연하고 있다. 김 씨는 “우열을 논할 필요 없이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모두 고음악 연주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는 연주단체”라고 말했다. 2021년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저스틴 도일에 대해 김 씨는 “합창단 경험과 첼리스트 경험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옛 기악음악과 성악에 두루 정통하다”며 “영국인인 만큼 특히 헨델 작품의 연주에는 발음에 공을 들이는 등 깊은 이해를 나타낸다”고 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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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고음악과 리아스 합창단의 앙상블, 23일 막 올린다

    세계 대표 고(古)음악 명장들을 매년 국내 무대에 초청해온 ‘한화클래식’의 올해 무대를 독일 수도 베를린을 대표하는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이 장식한다. 23,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인 저스틴 도일 지휘로 헨델 ‘주께서 말씀하셨다(Dixit Dominus·23일)’와 바흐 ‘마그니피카트’(24일), 바흐 칸타타 BWV 21 ‘내 마음에 근심 많았도다’(23, 24일)를 연주한다. 고음악이란 바로크를 중심으로 그 이전 음악부터 고전주의에 이르는 시기의 음악을 당대 악기와 연주법을 살려 연주하는 연주법 또는 경향을 뜻한다.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1982년 동베를린에서 탄생했다. 18세기 중반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정음악가 야나치가 매주 자기 집에서 열었던 ‘음악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1948년 서베를린의 미군 점령지 방송국(RIAS·Rundfunk im amerikanischen Sektor)이 방송을 위해 설립했다. 독일 통일 2년 후인 1992년부터 이어져 온 두 단체의 협력은 동서 베를린의 문화적 통일을 상징하게 되었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폭넓은 셈여림과 부드러운 레가토, 물 샐 틈 없는 앙상블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연주자의 음색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는(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 연주로 인기가 높았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큰 인원 대신 30~40명의 정교한 앙상블로 고음악에서 빛을 발했다. 이들의 만남은 큰 결실로 이어졌다. 두 단체가 르네 야콥스 지휘로 명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내놓은 바흐 ‘요한 수난곡’ ‘B단조 미사’, 헨델 ‘대관식 찬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후궁탈출’ 들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이 레퍼토리들의 중심 음반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부터 리아스 실내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원 김미영 씨(소프라노·45)는 9일 전화통화에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는 리허설을 오래 하지 않아도 바로 앙상블이 맞는 최고의 팀워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음대 졸업 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유학했으며 재학 중 리아스 실내합창단 오디션을 통과해 6개월 실습을 거친 후 종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1년 한양대 음악연구소 초청으로 열린 리아스 실내합창단 바흐 B단조 미사 내한공연에도 함께 했다.김 씨는 “리아스 실내합창단의 레퍼토리는 고음악과 창작음악이 각각 40% 정도이며 나머지 20% 정도를 낭만주의 음악에 할애한다”며 리아스 실내합창단과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예술적 동반자 같은 관계로 매년 1월 1일 신년음악회를 함께 하는 전통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아스 실내합창단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도 자주 협연하고 있다. 김 씨는 “우열을 논할 필요 없이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모두 고음악 연주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는 연주단체”라고 말했다.2021년 리아스 실내합창단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저스틴 도일에 대해 김 씨는 “합창단 경험과 첼리스트 경험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옛 기악음악과 성악에 두루 정통하다”며 “영국인인 만큼 특히 헨델 작품의 연주에는 발음에 공을 들이는 등 깊은 이해를 나타낸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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