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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놔뒀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외교 당국자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 때 그는 ‘북한’ ‘통일’에 꽂힌 청와대의 노골적인 압박에 몸서리쳤다. 그런 그가 요즘 다시 신경질적인 자신을 발견하곤 한단다. “용산 그곳(당국자의 표현)”의 은근한 압박이 잦아져서다. 작은 외교 행사 하나 기획할 때도 ‘경제’ ‘산업’ ‘통상’ 키워드부터 매번 따지는 게 정상이냐고 그는 반문했다. 확실히 윤 대통령의 “경제를 살리자” 메시지는 요즘 날이 섰다. 지난달 수석비서관회의에선 “모든 순방은 한미일 안보협력 등 긴요한 국가 안보사항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비즈니스 이슈에 맞춰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0월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전 부처가 산업부란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로 뛴다는 자세로 일해 달라”고 방점까지 찍었다. 이런 절박함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14년 만의 적자가 확실시된다. 내년 1%대 성장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에서 수출까지 힘겹다 보니 대통령이 조급해할 만하다. 문제는 메시지 관리다. 요즘 관가에선 ‘전 부처의 산업부화’ 취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란 건진 모르겠단 말이 자주 들린다. 통상(通商) 업무에 잔뼈가 굵은 관료는 “세부 로드맵까지 빈틈없이 짠 뒤에야 큰 방향을 말할 수 있는 분야가 경제통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너(대통령)가 급한 마음에 메시지부터 내고 보면 밑에 관료들은 그 메시지에 꽂혀 진짜 할 일을 뒷전으로 미룬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외교안보 사안에까지 경제 기조가 무리하게 주입된다는 데 있다. 전 세계가 총성 없는 경제안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지만 경제 기조를 외교안보 이슈에 무리하게 접목하면 재앙을 부른다. 목적과 가치가 뚜렷한 외교안보 사안들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면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단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등 이념에 치우친 정치색을 무리하게 덧칠해 외교안보의 나침반을 흔든 적이 많았다. 실속도 제대로 못 챙겼다. 바통을 이어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교적 결례란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한술 더 떴다. 지난달 주한 유럽연합 대사를 만난 뒤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대사가 말했다”고 발표했다가 ‘거짓’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사는 김 대변인이 전한 발언이 사실과 다르단 취지로 외교부에 직접 해명까지 했다.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외교안보의 산업화’는 이런 ‘정치화’ 못지않게 위험하다. 외교안보는 묵직함과 신중함이 특히 요구되는 필드다. 대통령이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라고 툭 던진 한마디로 안보 최전선에 있는 누군가는 당연한 우선순위를 당연하지 않게 인식할지 모른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녀가 태국 최대 그룹 집안의 자제와 결혼했다. 모친끼리 인연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은 26일(현지 시간) 태국 왕실의 축하까지 받으며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에 결혼한 증손녀는 김구 선생의 막내 손자인 김휘 씨(작고)의 2녀 중 둘째다. 신랑은 태국 재계 1위인 CP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CP그룹은 식품분야 ‘CP푸드’, 유통분야 ‘CP올’, 통신·미디어분야 ‘트루’ 등을 운영하며 지난해 기준 약 7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에 결혼한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모친 간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당시에도 친구로 지내는 등 인연을 이어오다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식에는 한국과 태국 양측에서 1000명가량이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랑의 모친은 수파낏 치라와논 CP그룹 회장의 부인인 마리사(한국명 강수형) CP그룹 특별고문. 마리사 특별고문은 한국계로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 뉴욕대에서 공부했다. 수파낏 회장과 마리사 특별고문은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휘 씨의 부인은 작고한 한상태 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의 딸이다. 신랑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스위스 금융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CP그룹의 자회사로 대형마트인 ‘마크로’에서 최고경영자로 재직 중이다. 신부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연기하라고 촉구하겠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IRA와 관련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IRA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포함해 국내에서 우려가 매우 큰 상황. IRA가 중간선거 후 민주당과 공화당 간 최대 정치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모든 미국인의 세금을 올리고, 납세자와 기업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직격했다. 또 “미국의 직업 창출을 돕고 미국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이 법안의 혜택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피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한국계인 김 의원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공화당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그가 당선된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란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김 의원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이 미국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저는 비용을 낮추고, 미국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고,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등 상식에 부합된 정책들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정 활동을 주민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집중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과 관련해선 “북한은 이런 미사일 발사로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핵화가 미국 대북 정책의 핵심 순위가 돼야 한다”며 “가장 기본적인 논의조차 꺼리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힘으로 맞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서도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선 인권이나 자유, 체면쯤은 얼마든지 경시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줬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힘, 리더십, 단결이 필요하다. 특히 대만과 다른 동맹국이 이미 구매한 무기들은 꼭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김 의원은 “미국은 합의에 의거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원조를 제공했다”면서도 “지원한 구호품이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그 내역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과 중국이 경제통상 분야가 중심이 된 ‘1.5트랙’ 대화를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 시작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고위급 경제협력체도 가동하기로 하고 사전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최근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이에 필수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7차 핵실험이 임박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대중(對中) 협력 필요성은 커진 상황.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우군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중 간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1.5트랙, 밀도 있게 운영될 것”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중 양국은 최근 각종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1.5트랙이다. 1.5트랙은 정부 인사들에 민간 전문가들이 더해진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대화 체제다. 시 주석은 1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국 간 1.5트랙 대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늦어도 내년 봄 이전에는 (1.5트랙을) 시작하기로 하고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 미래상 제언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라는 1.5트랙 협의체를 운영한 바 있다. 이 협의체에는 양국이 각각 22명씩 44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분야별 정책 제언을 담은 보고서도 냈다. 내년 초 가동될 것으로 전망되는 1.5트랙 체제는 올해 종료된 협의체보다 훨씬 밀도 있게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5트랙은) 양국 정부가 주요 현안별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협의해 나갈지 등 밑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달 정상회담 전 이미 1.5트랙 체제에 대한 실무 논의를 시작했고, 최근 이 체제의 구성·형태·방식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교통상 채널을 통해 중국과의 고위급 경제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무 논의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선 양국 간 수출 통상 및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통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변곡점… 한한령 해제 이어질지 주목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최우선 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중 기조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취임 초와 비교해 중국에 상대적으로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들어섰다”면서 “이제 중국과의 관계도 좀 더 밀착하는 방향으로 재설정에 나설 단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해제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이른바 한한령을 시행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면서도 “중국은 한국과의 문화교류 협력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OTT 조치가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북한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최대 사거리로 쏠 경우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ICBM의 실물을 2020년 10월 공개한 뒤 2년 1개월 만에, 6번째 시도 끝에 그 성능까지 입증한 것. 한미일이 최근 정상회의를 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재확인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가장 위력적인 미사일 카드로 맞받아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벼랑 끝 대치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미 준비가 끝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화성-17형 1발이 동해로 고각(高角)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마하 22(음속의 22배), 최대 고도 6100km로 1시간 이상 약 1000km를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떨어졌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전 11시 23분경 홋카이도 오시마섬 서쪽 약 200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1만5000km 이상 비행해 미 본토 어디든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5월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화성-17형을 쐈지만 1단만 분리돼 실패했다. 이후 가장 최근인 3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 2단 추진체 분리까지 성공했지만 비행 중 추력이 낮아 일찍 떨어졌다. 하지만 북한이 18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2단 추진체 분리에 성공하고, ICBM 기준 속도인 마하 20까지 충족시켰다. 최종 성공 여부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찾아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도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미국 본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재확인했다. 우리 군은 이날 ICBM 발사에 대응해 F-35A 스텔스전투기 등을 동원해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를 모의표적으로 삼은 훈련에 나섰다. 공군의 주력 자산인 F-35A가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타격 훈련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F-35A 4대는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와 함께 한미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도 실시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일 정상이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뜻을 모으면서 향후 협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물꼬를 튼 만큼 협의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무 및 고위급 협의를 병행해 빠르면 연내 돌파구 마련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정부는 이미 일본 측에 기존 재단을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으로 하는, 복수의 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측이 세부안 협의 단계에선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조기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상이 책임 의지 보여준 자체가 큰 의미”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긴밀히 논의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1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현안을 정상들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자체가 상징성이 있고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두 달 전처럼 약식이 아닌 정식 정상회담을 갖고 ‘조속한 해결’까지 언급함에 따라 향후 협의에 나설 정부 당국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일본은 민감한 사안을 두곤 계산이 철저하다”면서 “그런 일본이 이번 회담에 의미를 부여해 나섰다는 게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 측의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달 한일 외교차관 회담 등을 갖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향후 실무 및 고위급 차원에서 협의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시한을 정하진 않았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한 돌파구를 가급적 연내 찾는 걸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해결 방안으론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하는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 제안에 일본 측도 큰 거부감을 보이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채무자(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채무를 제3자인 재단이 대신 갚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을 내세워 배상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특히 안보협력도 주요 의제로 병행해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해 안보협력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를 병행하여 논의해 나갈 경우 상대적으로 민감한 강제징용 문제를 협의할 공간의 폭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日, 여전히 세부안 논의에는 소극적다만 일본 측이 각론에선 여전히 소극적이란 게 걸림돌이다. 우리가 제안한 재단 활용 방안 등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지만 명확한 입장도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것. 우리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일본 기업이 참여해야 협의가 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기업이 기부 등 명목으로 재단에 갹출하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TBS방송도 “양국이 조기 해결에 의견이 일치했지만 이제까지 방침을 확인한 것에 그쳐 큰 진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이 외교 당국 간 협의 가속화를 바탕으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재차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일관된 입장으로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자민당 내부) 파벌 간 견제가 심하다”면서 “소수파인 기시다 총리 입지로 볼 때 보수 지지층 반발을 감안해 (강제징용 해결에 나설) 결단을 내릴지는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11일 출국하면서 ‘북핵 대응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13일 한미일·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14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한일·한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한반도 문제와 관계 깊은 주요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정상 간 회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북한이다. 특히 한미일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새 대북제재 방안까지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다자 정상외교 무대는 윤석열 정부에 신(新)냉전 구도 속 새로운 외교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중 간 진영 대립 한복판에서 힘든 선택을 강요받는 살얼음판 도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일 정상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북한 도발 수위에 따른 맞춤형 대북제재 확보 방안 등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0일(현지 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이버 분야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광범위한 위협이 한미 정상 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선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미 정부는 최근 각국을 대상으로 IRA와 관련된 2차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산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14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통상, 대만 문제 등은 물론이고 북한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도발을 포함한 현안들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을 제시하며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2024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것을 공식 제안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인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지역 등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힘을 앞세운 팽창주의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비밀 교역에 나선 정황을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비밀리에 러시아에 수천 개의 포탄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북-러-중동 무기 커넥션’을 제기한 가운데 우리 정부 역시 별도로 유사한 무기 거래 정황을 포착해 분석 중이라는 것. 미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에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만큼 북-러 무기 거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고강도 대북 제재가 예상돼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북한이 제3국을 우회해 러시아를 수신지로 무기 수출에 나선 첩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려는 무기 종류가 다양한 것으로 안다”며 “액수로 환산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무기들이 실제 러시아까지 흘러들어갔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NN 등 미국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수송하기 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해운 수송품인 것처럼 무기들을 위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 시간) “북한은 엄청난 규모의 포탄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지원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시아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 담당 차관보도 10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러시아가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정상화 추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관계가 안보, 경제 등을 통합한 포괄적 동맹 관계로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한미 정상은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1일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9월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만나 포괄적 경제협력 등을 약속했다.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선 양국이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보 협력 수준도 대폭 끌어올렸다. 한일 관계도 회복 중이다. 양국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이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협의에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본 측 사죄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커 실질적 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한중 관계는 걸림돌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기조를 정하는 등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노선에 동참하면서 갈등 요소가 부각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차도 걸림돌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내놓으며 대북 관계 개선을 꾀했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집중 도발로 화답했다. 이에 뚜렷한 대북 억제 방안이 없다는 것도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외교안보 과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일 관계를 얼어붙게 한 이슈는 언제나 ‘치킨게임’의 연속이었다. 둘 다 직진하면 대참사지만 어느 한쪽도 먼저 피할 생각이 없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갈등 등 어느 하나 이런 양상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때마다 양국 정부는 매듭지을 생각은 물론 비켜갈 의지조차 없던 적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난도 최상의 치킨게임이란 게 한일 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무엇보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결정타였다.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을 하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자 우리 정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기업 자산 현금화가 사실상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이라던 일본은 더욱 자세를 고쳐 잡고 귀를 닫고 날선 메시지만 쏟아냈다. 이젠 한일 정상의 입지까지 불안 요소로 꼽힌다. 30%대 지지율을 오르내리는 동병상련을 겪어서인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얼굴에선 먼저 관계를 리드해보겠단 자신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호재가 있긴 하다. 당국자들 설명에 따르면 관계 회복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양국 정부 모두 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듯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아대며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건 한일 관계에는 호재다. 실제 강제징용 협의에 나섰던 고위 당국자는 “밖에서 보는 것보단 일본 측과 비공개 회동 분위기는 훈훈했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미묘한 자세 변화도 눈에 띈다. 요즘 일본 외교관들은 경제 관료 못지않게 한국인 방문객 숫자 등을 꿰고 있다고 한다. 일본 입장에서도 관계 개선에 따른 실익이 많다고 판단하는 기류라는 얘기다. 강제징용 문제를 풀려면 우선 피해자들 입장부터 더 들어보는 게 우선이다. 그런 뒤 상식적인 방식으로 협의해 가면 된다. 물론 이 과정 자체가 난관의 연속이겠지만 요즘 관가에서 자주 들리는 고행의 봉우리는 따로 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다. 다른 고위 당국자는 “결국 협상이 논의를 넘어 협의 단계까지 가려면 누군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며 “우리나 저쪽(일본)이나 이 팽팽한 풍선을 누가 손에 쥐느냐를 두고 눈치게임이 시작됐다”고 했다. 최근 한일 관계의 무게를 실감하는 상황이 잇따랐다. 대통령실이 9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흔쾌히 합의했다”고 섣불리 일정을 발표했다가 두들겨 맞은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 보니 관가에선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한다. 야당 대표가 동해상 한미일 연합훈련을 겨냥해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며 서슬 시퍼런 친일 공세에 나서는데 훨씬 민감한 강제징용 문제의 키를 누가 쥘 수 있겠느냐는 자조까지 들린다. 결국 양국 정상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이때 가장 피해야 할 건 밀실 합의다. 당장 민감한 국민 정서를 의식해 뒤에서 주고받기식 합의에 나서다 정권 바뀌고 발목 잡힌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3일 발사했다. 전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경북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데 이어 하루 뒤엔 세계 최대 규모의 ‘괴물 ICBM’까지 날리며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린 것. 한미는 이날 북한의 도발에 맞서 당초 4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북한 군부 1인자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연장 결정을 겨냥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정천 담화 후 55분 만에 북한은 보란 듯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3발 발사하며 야간 도발까지 감행했다. 북한이 핵실험 직전 실행할 것으로 관측된 ICBM 시험발사 버튼을 누르면서 7차 핵실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7시 40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을 쐈다. 북한은 이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KN 계열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도 동해로 잇달아 발사했다. 이날 쏜 ICBM은 정점고도 1920km를 찍고, 760km까지 날아갔다. 최고 속도는 음속의 15배(마하 15). 이 미사일은 1, 2단 추진체 분리에도 성공했다. 다만 이후 탄두부(핵 장착 부위)가 비행 중 추력이 낮아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일찍 떨어졌다. 정상 발사에는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ICBM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쏜 화성-17형보다 성능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5월 25일 북한은 한일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귀국하던 날 화성-17형을 발사했다. 당시엔 1단 분리만 이뤄졌다. 이번보다 정점고도(540km)가 낮고, 거리(360km)도 짧았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까지 동원해 전격 도발에 나선 건 비질런트 스톰은 물론이고 이날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SCM을 열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들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북한 ICBM 도발 직후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의 ICBM 도발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미 본토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25발가량의 미사일과 100여 발의 포를 11곳에서 10시간 19분에 걸쳐 동·서해로 무더기로 발사했다. 특히 탄도미사일 중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경북 울릉도 방향으로 향했다. 북한이 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날린 건 휴전 이후 처음이다. 울릉도에는 처음으로 공습경보까지 발령됐다. 우리 군은 NLL 이북 공해상으로 공대지미사일을 쏘며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도발은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로 맞선 가운데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강원(북한 지역)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SRBM 3발 중 1발은 NLL을 26km 넘어 속초에서 동쪽으로 불과 57km 떨어진 공해상에 낙하했다. 우리 영해(기준선에서 12해리·약 22.2km) 안에 떨어지진 않았지만 근접한 위치까지 날아온 것. 특히 이 미사일은 울릉도 방향으로 향해 우리 영토를 직접 겨냥했다. 군 당국자는 “미사일에 핵을 실어 쏘는 대남(對南) 기습 핵타격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4차례에 나눠 미사일을 쏘고 동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론 포 사격까지 실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북한 군 서열 1위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해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의도를 반영하듯 북한은 이날 도발에 지상에서 공중으로 날리는 지대공미사일을 다수 동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기습 도발에 공군 F-15K, KF-16 등이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합참은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으로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사실상 한국 수역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무모한 결정’을 규탄한다”면서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기지에 도착했다고 주한 미 7공군이 1일 밝혔다. F-35B 스텔스기가 국내 지상 기지에 전개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이와쿠니 미 해병기지 소속 F-35B는 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해 한국 공군과 다양한 작전 훈련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출격이 가능하다. 유사시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 즉각 출동해 지상군 작전 지원 임무 등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질런트 스톰에는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기와 F-15K, KF-16, 미 공군의 EA-18 전자전기 등 240여 대의 양국 군용기가 참가하고 있다. 9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역대 최대 규모인 1600여 소티(출격 횟수)에 걸쳐 공격편대군과 긴급 항공 차단을 비롯한 주요 항공 작전과 최대 무장 장착 및 공중 급유 훈련 등을 실시한다. 군 관계자는 “가용한 모든 능력과 범위에서 한미 공군의 전시 작전 절차를 숙달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추진잠수함 키웨스트(SSN-722·6000t)도 지난달 3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키웨스트는 최대 사거리 31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1일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을 거론하며 “계속 군사적 도발을 가해올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인하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강 대 강 대결 국면에 들어섰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중간선거(8일)를 겨냥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나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전투기 4대가 전북 군산기지에 도착했다고 미 7공군이 1일 밝혔다. F-35B 스텔스기가 국내 지상 기지에 전개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이와쿠니 미 해병기지 소속의 F-35B는 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해 한국 공군과 다양한 작전 훈련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출격이 가능하다. 유사시 다양한 전장 환경에서 즉각 출동해 지상군 작전 지원 임무 등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비질런트 스톰에는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기와 F-15K·KF-16, 미 공군의 EA-18 전자전기 등 240여대 양국 군용기가 참가하고 있다. 9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역대 최대 규모인 1600여 소티(출격횟수)에 걸쳐 공격편대군과 긴급항공 차단을 비롯한 주요 항공작전과 최대 무장장착 및 공중 급유훈련 등을 실시한다. 군 관계자는 “가용한 모든 능력과 범위에서 한미 공군의 전시 작전 절차를 숙달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1일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을 거론하며 “계속 군사적 도발을 가해올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고려할 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정세는 또 다시 엄중한 강대강 대결 국면에 들어섰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중간선거(8일)를 겨냥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나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 교수는 “미 중간선거 전후로 ICBM을 발사한 뒤 미국 반응을 봐 가면서 7차 핵실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최측근이자 국가정보원 2인자로 불리던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의 돌연 사퇴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서 공개하기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국정원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을 맡은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 4개월 만에 사직한 배경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조 전 기조실장 사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계속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다 해서 본인의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적인 것이라면 말씀드릴 텐데 개인적인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후임자 인선에 대해서는 “원래 기조실장 후보도 좀 있었고, 업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게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내부 인사갈등설’ 등 각종 소문을 보도한 데 대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라고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조 전 기조실장이 ‘파워 게임’을 벌였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자료까지 내며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런 문제로 정보기관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김 원장과 신임 기조실장 중심으로 향후 인적쇄신을 포함해 내부 개혁의 폭을 더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임으로는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조 전 실장이 김 원장과 아무런 상의 없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압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최측근이자 국가정보원 2인자로 불리던 조상준 전 기획조장실장의 돌연 사퇴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서 공개하기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국정원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을 맡은 대통령 최측근이 임명 4개월 만에 사직한 배경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조 전 기조실장 사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중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계속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다 해서 본인의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적인 것이라면 말씀 드릴텐데 개인적인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후임자 인선에 대해서는 “원래 기조실장 후보도 좀 있었고, 업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게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내부 인사갈등설’ 등 각종 소문을 보도한데 대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라고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조 전 기조실장 간 ‘파워 게임’을 벌였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자료까지 내며 선을 그은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런 문제로 정보기관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체가 부담”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김 원장과 신임 기조실장 중심으로 향후 인적쇄신을 포함해 내부 개혁의 폭을 더 넓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임으로는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조 전 실장이 김 원장과 아무런 상의 없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압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과 일본이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재단을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 협의하되 복수의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는 일본 기업들을 배상에 동참시켜 달라는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일본 측에 촉구했고, 일본 정부는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해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푸는 방안을 일본 측에 우선순위로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도 이 방안에 대해 큰 거부감은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기존 채무자(피고 기업)의 채무를 제3자가 대신 갚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안을 세부 논의하는 수준은 아니고, 향후 고위급 협의에 따라 다른 방안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액과 동일한 금액을 기부 등 명목으로 내게 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이러한 기부금을 모아 배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 보도와 관련해선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과 일본이 양국 관계 개선에 있어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일 외교차관은 25일 회담을 갖고 이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 또 당국 간 긴장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이 다음 달 ‘다자 회의’ 등을 계기로 만나 논의의 폭을 넓힐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기존 재단을 활용하되 일본 기업 참여를 전제로 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과도 이 안을 중심에 놓되 복수의 방안들을 집중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가해 기업의 사죄 문제 등과 관련해선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일본 측 입장 변화가 일부 감지됐다고 한다. 정부는 가급적 연내 가시적인 협의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일 외교차관 “한일 관계 개선 긍정적 흐름”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90분간 회담을 갖고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자들의 주장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 방안 △이행의 주체 및 재원 △일본 기업 사죄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양국 차관은 지난달 유엔총회 때 가진 한일 정상 약식회담을 계기로 이어진 양국 간 긍정적 흐름을 평가했다. 회담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관계 개선의 긍정적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출국길에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서 폭넓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사죄 요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 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곤 “11월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등이 있다”며 “그 계기에 고위급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번 일본 방문에서) 관련 협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 우선, 복수안 논의 중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단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해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으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푸는 것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기존 채무자(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채무를 제3자가 대신 갚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미 일본 측과도 이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언론 보도처럼 양국 간 이 방안을 두고 본격 협의에 들어갔다는 건 이른 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 뒤 우리 당국자도 “병존적 채무인수는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 차관도 회담에 앞서 “(재단을 통한 배상 방안은) 하나의 옵션”이라며 “방법론에서도 추가적으로 우리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기여할지 등은 (논의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본 기업 참여가 어떤 식으로든 배상의 선결 조건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가 우선이지만 일본 측이 반대할 경우 최소한 일본의 다른 기업이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 한일 기업들이 기부금을 출연하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 및 기념사업을 이어가는 형태를 의미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책임 있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방향은 이미 타진 중”이라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北상선 NLL 침범’ 軍 경고사격에… 北 방사포 10발 ‘적반하장’ 북한 상선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기습 침범했다. 우리 군 당국은 즉각 함정을 보내 퇴거 조치했지만 북한은 이를 구실로 방사포 10발을 서해 NLL 이북 완충구역으로 쐈다. 이후 남측을 겨냥해선 “최근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 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 버튼을 누르기에 앞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상선 1척(무포호)은 오전 3시 42분경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km에서 NLL 이남으로 월선했다.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한 건 5년 9개월 만이다. 군은 무포호의 NLL 침범 이전과 이후 각각 한 차례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하지만 무포호는 계속 내려왔고, 군은 두 번에 걸쳐 20발의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 함정들은 물론 KF-16 등 전투기까지 현장에 출동했다. 결국 무포호는 NLL 이남 3.3km까지 내려온 뒤에야 오전 4시 20분경 선로를 틀어 NLL 이북으로 올라갔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14분경 서해 NLL 이북 완충구역으로 포를 쏘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이후 북한군 총참모부는 오전 6시 7분경 대변인 명의로 “남조선 괴뢰해군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비계선’을 근거로 오히려 남측을 비난하고 나선 것. 국제사회는 북한이 임의로 만든 이 해상경비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22일) 이틀 만에 다시 도발에 나서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우방인 중국을 의식해 숨고르기에 나선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날인 11월 8일(현지 시간) 전 핵실험에 나서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北상선, 5년9개월만에 NLL 침범… 전투기 대기 등 90분 일촉즉발軍안팎 “긴장고조 위한 의도적 침범… 경고사격 유도해 책임 전가 의도”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 폐막(22일) 이틀 만에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상선을 기습 월선시키고, 우리 군의 정상적 퇴거 작전을 트집 잡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어기고 또 해상완충구역에 포 사격을 하는 등 더 대담한 도발을 강행했다. 북한 상선의 NLL 침범은 2017년 1월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우리 함정이 북한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침범했다고 시비를 건 것은 9·19 합의 이후 처음이다. 3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과 미 중간선거(11월 8일)를 앞두고 NLL 무력화 및 긴장 고조 등으로 7차 핵실험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40분간 NLL 휘젓고 방사포로 적반하장 도발군에 따르면 24일 오전 3시 42분경 백령도 서북방 약 27km 해상에서 북한 상선(무포호·5000t) 1척이 NLL을 침범했다. 아군 호위함의 2차례 경고통신에도 상선은 뱃머리를 돌리지 않고 NLL 이남 3.3km까지 곧장 내려왔다. 무포호는 1991년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향하다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적발돼 도중 귀환한 배와 이름이 같다. 우리 군은 오전 4시 20분경 상선에 1km 지점까지 접근해 M60 기관총으로 2차례에 걸쳐 10발씩, 총 20발의 경고사격을 했고 그제야 상선은 NLL 이북으로 퇴각했다. 같은 시간 “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북한군의 부당통신(일방적 주장의 경고통신)이 포착되자 군은 초계전력(KF-16 전투기)과 해병대 등 합동전력을 인근에 대기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칠흑 같은 NLL 해상 일대의 팽팽한 대치는 50여 분 뒤 북한의 방사포 도발로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군은 9·19 합의를 위반하고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해상완충구역으로 122mm 방사포 10발을 쐈다. 탄착 지점이 상선의 NLL 침범 해역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북한군 총참모부는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km 침범해 경고사격을 한 남측 함정에 대한 ‘위협 경고사격’이라면서 아군 호위함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발표로 볼 때 NLL과 인접한 ‘해상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하는 걸로 보인다”며 “해상분계선이든 경비계선이든 북한의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NLL 무력화·도발 책임 전가로 7차 핵실험 명분군 안팎에선 단순 월선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기상도 좋았고 우리 군 경고사격 후 곧장 북상한 점에서 항로 착오나 기관 결함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 군 소식통은 “북한이 고의로 NLL 이남으로 내려보내 아군의 대응을 떠보고 NLL 무력화를 노렸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선의 NLL 월선→아군 경고사격 유도→대남 비방 및 방사포 맞대응’ 등 일련의 도발 과정이 치밀히 짜인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도발 수위를 더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9·19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2020년처럼 김정은 명의로 최전방 지역에 ‘1호 전투체계’를 발령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및 서해 NLL에서 군사훈련 전면 재개에 나설 수도 있다. 이달 말 연합 공중훈련을 빌미 삼아 중대 결단을 예고한 뒤 미 중간선거일 즈음에 ‘핵단추’를 눌러 ‘레드라인’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을 19일 불러 조사했다. 윤석열 정부로 교체된 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이날 오전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탈북 어민 합동조사가 조기 종료된 경위와 강제 북송이 결정된 과정 등을 물었다. 노 전 실장은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국가안보 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로부터 올 8월 고발됐다. 노 전 실장은 북한 어민 2명이 해군에 나포되고 이틀 후인 2019년 11월 4일 청와대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북송 방침을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는 다음 날 북한에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다는 전통문을 보냈고, 어민들은 같은 달 7일 오후 3시경 판문점을 통해 북송됐다. 검찰은 노 전 실장 조사 후 당시 북송 결정에 관여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실장은 이날 조사를 마친 후 “국익에 기반한 남북 관계 등 안보조차 정치 보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 도끼에 제 발등을 찍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野 “尹정부 칼끝, 文 향해 가고 있어” 반발 ‘강제북송’ 노영민 조사 檢 “국정원 귀순의사 보고서에도 盧주재 회의서 방향전환 의심”감사원, 서주석 등 檢수사 요청 검찰이 19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윗선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탈북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달했지만 11월 4일 노 전 실장 주재로 청와대 대책회의가 열린 뒤 정부 기류가 바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회의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의 경우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국정원 자체조사 등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강제 북송 방침이 결정된 후 서훈 전 국정원장은 합동조사 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을 적어 통일부에 송부하도록 김준환 당시 3차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과 국방부, 경찰 등이 참여한 합동조사팀에도 보고서 중 ‘귀순자 확인자료’라는 표현을 ‘월선자 확인자료’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갔다고 한다. 다만 11월 4일 청와대 회의 내용은 회의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검찰은 대신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 전 실장에 이어 조만간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강제 북송 결정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북송 방침을 보고받고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노 전 실장 출석 조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에서 일어났던 안보 관련 사건을 가지고 자꾸만 정쟁으로 몰아가며 덫을 놓고 있다”며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서 전 원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강건작 전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 3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들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피살된 후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해 ‘월북 몰이’에 나선 핵심 인사들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또 서 전 원장과 서 전 1차장에 대해선 이 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되기 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