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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이 주요 신흥국 가운데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15일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글로벌) 금융상황이 긴축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다른 신흥국보다 하방 압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 판단하기 위해 미국 등 기준금리, 채권수익률 등 6개 지표를 종합해 만든 금융상황지수(FCI)가 1.0%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년 동안 최대 0.6%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조사 대상 17개 신흥국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한국에 이어 폴란드(―0.55%), 체코(―0.48%) 등이 글로벌 금리인상의 ‘후폭풍’이 큰 국가로 꼽혔다. 한국의 교역 1위 상대국인 중국(―0.43%) 역시 긴축 정책이 시행될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핵 폐기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한국 경제에 즉시 끼치는 영향은 GDP의 최대 0.2%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 기업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개월 뒤 경기를 가장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정부가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 일본 등 OECD 주요국 기업들은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14일 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기업심리지수(BCI)는 올 3월 기준 98.44로, 비교 가능한 OECD 31개 회원국 중 최저였다. BCI는 기업들이 현재의 생산, 재고, 주문량을 토대로 미래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 국가별 경기지수를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OECD가 표준화한 것이다. 2008년 1월∼2018년 3월 평균값(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기업가정신 무너져가는 한국 한국의 BCI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98.9로 떨어진 뒤 제자리걸음을 하다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BCI는 지난 1년 동안 0.6포인트 이상 올라 최근에는 101.5 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내수가 살아나고 일본과 유로존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글로벌 경제 회복 기조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계에 비관론이 커진 것은 3월 제조업 가동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멈춰 선 설비가 많고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뼈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만큼 경영을 옥죄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를 평가해 매긴 순위를 보면 2017년 한국은 137개국 중 95위에 머물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으론 규제와 인건비 상승, 밖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등 신흥국의 견제 심화 등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고용 회복세 반도체 호황에 가려 있던 한국 기업의 실력이 최근 실체를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데 이어 4월 수출은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기계장비 등 주력 산업의 생산이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3월 한 달 만에 7.8%가 줄었다. 축 처진 한국 기업과 달리 선진국 기업들의 심리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9월 BCI가 99.59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은 101.38로 올라섰다. 18개월 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던 미국의 기업심리가 살아난 건 친기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이고, 4차 산업혁명이 선도적으로 진행되면서 고용률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 정부의 목표치가 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실물경기에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 ○ 무리한 시장 개입, 투자 위축 우려 반면 우리 정부는 인건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정경제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치우친 채 기업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박재명 / 서동일 기자}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의 역외탈세 의혹을 수사한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벼락 갑질’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최근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9일 밝혔다.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조 회장이 아버지인 고 조중훈 전 회장(한진그룹 창업주)에게서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아 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조세포탈 액수와 이로 인해 내야 할 과태료를 모두 합치면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사정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기업·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곧 참고인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검찰에 출석할 수도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상속세 누락 사실을 2016년 발견하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이번 달 납기일에 맞춰 세금을 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의 경찰 출석도 임박해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이 이사장은 2014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 증축 공사현장에서 직원들을 밀치고 폭언한 혐의 등으로 6일 입건됐다. 이 이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이) 확대 과장돼 보도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18개로 정리해 반박했다. 이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원에서 모자를 쓰고 일하는데 직원이 ‘아주머니, 준비해야 하니 나가세요’라고 말해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해외 지점을 통해 명품 등을 밀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 등 생필품 구매를 요청했지만 직접 결제했다”고 주장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 / 세종=박재명 / 변종국 기자}

국세청은 9일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세 납세자를 위해 무료 세정지원 활동을 할 ‘나눔세무사’와 ‘나눔회계사’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나눔 세무·회계사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세무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납세자를 위해 무료 세무자문, 창업 멘토링 등을 해주는 전문가 집단이다. 18일까지 각 세무서 납세보호담당관실에 이메일로 지원 신청을 하면 된다. 국세청은 나눔 세무·회계사로 선정될 경우 상징 스티커를 배부하고 전국 세무서 주차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활동 우수자는 납세자보호위원회 등 국세청의 외부위원 위촉 때 우대하고 표창할 방침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번 업무협약이 영세 납세자에 대한 실질적인 세무 지원으로 이어져 자발적 성실 신고 문화가 정착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64.5점.’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실험적인 경제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작부터 논쟁적이었다. 공공 부문 중심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민간기업 경영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안들에는 ‘친(親)노동·반(反)기업’ 색채가 짙었다. 이렇게 하면 소비 증가→내수 확대→투자 증가→3% 경제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지만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다.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구호뿐인 일자리정책에 실업 가중 전·현직 경제 관련 학회장과 민간 경제연구원장 등 10명의 경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1년 동안의 성과를 100점 만점에 64.5점이라고 평가했다. 낙제는 아니지만 ‘잘했다’고 보기도 힘든 점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해 한국이 3년 만에 3.1% 성장한 것은 기대 이상”이라면서도 “집권 2년 차에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지 않는 한 지금의 성적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지만 이후 고용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3월 국내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청년실업률(11.6%) 역시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는 구직에 나서는 청년의 수가 많아지면서 실업자 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조치를 하는 대신 돈을 풀어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가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서비스업과 금융산업을 키우는 근본적인 일자리 확충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규제 풀어 기업 뛰게 하라” 정부는 대기업도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간극은 지난 1년 동안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협화음이 커진 것이다. 국내 10대그룹 인사팀의 한 임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 경제팀이 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채용 확대를 압박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고용 경직성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올려 인건비를 높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터라 고용 확대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혁신성장과 규제개선도 병행해야 일자리의 난맥상을 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본보가 정책 평가를 위해 접촉한 경제 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정책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2년 차에 들어선 지금은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증대가 이뤄져야 할 시기지만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가 “공무원을 늘리면 그만큼 규제가 늘 수밖에 없는데 공공 부문을 늘리면서 규제 개혁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직접 지원 대신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대책, 강남 집값 잡았지만 ‘로또 청약’ 부작용 ▼투기와의 전면전에도 집값 껑충… 양도세 중과 등 규제 총동원지방 집값 하락… 지역 양극화 심화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출범 1년째인 현재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과거 참여정부가 5년에 걸쳐 발표한 규제를 1년 안에 몰아서 쏟아낸 승부수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9일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굵직한 부동산 대책은 모두 6개다. 정부 출범 약 한 달 만에 6·19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서울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2부동산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부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 중과, 가점제 청약 확대 등을 담았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해 돈줄을 조였다. ‘투기 및 강남 집값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정권 초기 서울 집값은 되레 더 뛰었다. 지난해 4월 0.23%였던 서울 집값 월간 상승률은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0.35%로 상승 폭을 키운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0.94%까지 치솟았다. 각종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즌2’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놀란 정부는 과열의 진원지인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카드를 추가로 꺼냈다. 올해 1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2월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여기에 4월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누적된 정부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서울 집값 상승률은 3월 0.55%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0.31%까지 떨어졌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는 최근 4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부작용도 있다. 서울을 겨냥한 규제가 지방에도 적용되면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해졌다. 지방 집값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하락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3월 말 기준 전국 1만1993채로 전월(1만1712채)보다 2.4% 늘었다. 악성 미분양 단지는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일반 주택시장과 신규 청약시장 간 온도차도 극명해지고 있다. 정부가 신규 분양가를 규제하면서 생겨난 ‘로또 청약’ 단지로 예비 청약자가 몰리면서 서울 및 일부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반면에 수도권 외곽과 기타 지방 청약시장에서는 할인 분양을 해도 분양이 안 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은택 / 세종=김준일 기자 /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도움말 주신 분 △강성진 한국경제연구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정식 전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주찬 한국규제학회장(원광대 행정학과 교수) △신도철 한국제도경제학회장(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정희 전 한국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조준모 전 한국노동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병일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황성현 한국재정학회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생산 감소뿐만 아니라 출하 감소에다 재고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내놓은 경제 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이 부진을 이어가면서 생산 측면의 경기 개선 추세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제조업 출하도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고 재고율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국내 광공업 분야 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4.3% 줄었다. 1월(―2.4%) 2월(―6.8%)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지표에는 국내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 추이가 모두 포함된다. 제품이 공장을 빠져나가는 지표인 출하 역시 내수(―5.6%)와 수출(―5.6%) 양쪽 모두 줄었다. 3월 제조업 재고율 역시 반도체(8.2%)를 중심으로 재고가 늘어나면서 한 달 만에 2.9%포인트 오른 114.2%를 나타냈다. 소비는 개선 추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심리는 차츰 꺾이고 있다. 3월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7.0% 늘면서 2월(6.6%)보다 증가율이 높아졌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에 107.1로 전월보다 1.0포인트 내리면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한편 KDI가 국내 경제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경제는 올해와 내년에 2.9%의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실업률이 3%대 후반까지 오르고, 취업자 수 증가폭이 떨어지는 등 일자리 문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현지 시간)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논의 재개를 시사한 것은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된 이후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초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역전 상황을 되돌릴 수 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가 많고 내수 경기가 부진해 ‘저금리 처방’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자본 유출에 대비한 안전판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급등에 대비한 안전판 미국은 6월에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물가도 목표치(2%)에 근접하는 등 내수가 살아났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예측대로 미국이 올해 4차례 금리를 올리는 반면에 한국의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 현재 1.50∼1.7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1.5%)보다 크게 높아진다. 한국에 있던 외국인 자금이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수출 경기가 둔화하고 있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이미 경고음은 나오고 있다. 올 1월 2조110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투자가는 2월 2조8215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313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은 단기 재료에 따라 매매 동향이 움직이는 측면이 있는 만큼 자본 유출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3월 이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 분야에서도 ‘셀 코리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도 글로벌 돈의 흐름에 따라 자본유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한일 통화스와프 같은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덕분에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 “경제 논리로 협정 추진할 필요” 한일 양국은 2015년 2월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정치, 외교적으로 대립하면서 협정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화스와프 논의와 관련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본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매개로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중국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그 다음 차례일 수 있다. 청와대 당국자도 4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고위급 회담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한일 통화스와프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 약속이기 때문에 정치 문제에서 자유로운 한은이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일본도 통화스와프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기자}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채용 비리 때문에 입사시험에서 탈락한 피해자는 즉시 채용되거나 면접 등 상위 단계의 채용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채용 비리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도 부정 합격 사실이 적발되면 낙방한 응시생만 모아 새로 시험을 치른다. 기획재정부는 3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용 비리로 피해를 본 사실이 입증되는 피해자는 부정행위가 발생한 다음 단계의 채용전형부터 응시 기회를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한 수험생이 최종면접 과정에서 부정 청탁을 한 사람에게 밀려 탈락한 경우, 해당 기관은 면접의 다음 단계인 채용 절차를 즉각 밟아야 한다. 서류전형에서 피해를 본 응시생은 필기시험을 볼 수 있고, 필기시험 단계에서 탈락한 응시생은 면접을 볼 수 있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구제절차가 좀 더 복잡하다. 부정 합격자가 발생한 것은 명확하지만 수많은 점수 조작이 이뤄져 서류 단계에서부터 누가 피해자인지 불분명했던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낙방자 가운데 희망하는 사람만 모아 부정행위가 시작된 단계부터 새로 채용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만약 첫 부정행위가 필기시험에서 이뤄졌다면 필기시험을 다시 치르고, 면접이 문제였다면 면접을 다시 실시한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임대사업자가 4월 1일 이후 보유 주택을 8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주택 수 기준에서 제외된다. 기획재정부는 공시가격이 6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이고 8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준공공 및 기업형 임대주택을 종부세 부과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2일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5월에 이번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준에 해당되는 임대주택 1채와 일반주택 1채를 보유한 사람이 종부세를 낼 경우 1주택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원칙적으로 다주택자는 종부세 계산 시 6억 원을 공제받지만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9억 원을 공제받아 납부 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3월 31일까지는 5년 이상 임대 예정으로 임대주택을 등록한 경우에도 이와 동일한 주택 수 배제 혜택을 줬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8년 이상 임대주택에 대해 종부세 과세 시 합산배제 혜택을 줬는데 이번에 주택 수에서도 제외하는 추가 조치를 한 것”이라며 “임대주택 등록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업인 A 씨는 미국에 투자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그는 이 수입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숨겼다. 이후 A 씨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국내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기 전에 페이퍼컴퍼니에 숨겨둔 돈으로 상장예정 기업의 주식을 매집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내국인이면서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하면서 세금도 면제받았다. 국세청은 A 씨처럼 해외 재산을 은닉해 탈세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자와 개인 39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국세청은 “외환거래 정보, 수출입 거래, 해외소득 신고 등을 종합 분석해 대기업 사주, 사회 유명인사가 포함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층 및 대기업의 역외탈세 수법은 매년 진화하고 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빼돌리는 오래된 탈세수단 말고도 기업 간 가상의 거래를 허위로 꾸며 해외에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일례로 B사는 해외에 있는 현지법인과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 현지법인이 “제품에 불량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판매 단가를 낮춰줬다. 하지만 공급한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B사가 낮춰준 판매 금액은 고스란히 회사의 비자금 금고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B사에 수백억 원대 법인세를 추징하고 사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탈세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역외탈세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33명을 조사해 1조3192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추징세액(59.7%)과 조사 대상자 수(15.3%)가 모두 급증한 것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국내 제조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 재정지출과 수출에 의존해 성장세를 유지해온 한국 경제가 기업의 생산 및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3월 기준으로 2009년(69.9%) 이후 가장 낮았다. 2011년만 해도 80% 선을 웃돌던 제조업 가동률은 지난해 73.4%로 잠깐 회복했지만 1년 만에 3%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이는 기업들이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데다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체 산업생산은 3월에 1.2% 감소하면서 최근 26개월 동안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의 미래 생산량을 좌우하는 설비투자 역시 한 달 만에 7.8% 줄어드는 등 생산과 투자 부문이 동시에 하락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를 빙산에 비유하자면 수면 위에 올라와 있는 소비 부문만 괜찮고 수면 아래에 잠긴 생산과 투자가 동반 침체에 빠진 것”이라며 “제조업 경기 하락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달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인 기업들이 미래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업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과 투자가 줄고, 그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 셈이다. 수출도 최근 반도체를 빼면 대다수 업종에서 증가 폭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회복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경기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 투자 소비 등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는 3가지 부문 가운데 소비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3월 전(全)산업생산은 2월보다 1.2% 줄어들면서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나타냈다. 세부적인 내용도 좋지 못하다. 지난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기업이 대다수 포함된 광공업 분야의 생산이 2월보다 2.5% 하락했다. 이 같은 광공업 하락세는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반도체(1.2%) 생산은 늘었지만 자동차(―3.7%) 기계장비(―4.3%) 등 주력산업의 생산 하락세가 계속됐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3월 설비투자는 기계류(―11.6%) 투자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통에 한 달 만에 7.8% 줄었다. 다만 최근 4개월 연속 투자가 늘어난 만큼 일시적인 조정국면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은 재고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3월 국내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2%, 지난해 3월 대비 10.4% 늘었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 증가를 이끌던 반도체 재고는 1년 만에 53.1% 늘었다. 자동차 분야의 3월 재고물량도 2월에 비해 15.1% 증가했다. 해외나 국내 시장으로 출하되어야 할 제조업 제품이 창고에 쌓인다는 뜻이다. 3월 국내 제조업 재고율은 114.2%로 한 달 사이 2.9%포인트 늘어났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자동차 조선 해양플랜트 등 불황에 빠진 대형 주력 업종이 산업생산 감소와 제조업 가동률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설비투자는 앞으로 반도체 등의 업종에서 추가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라 회복될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소비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1월 1.9%, 2월 0.8%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는 2.7%까지 회복세를 끌어올렸다. 주로 승용차, 의복 등의 판매가 늘어났다. 면세점(22.1%) 편의점(4.8%) 대형마트(4.4%) 등 소매점 대부분 판매가 늘어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고가 늘고 제조업 가동률이 줄어드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기업들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경기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기업들이 최저임금 증가 등 노동비용 인상을 더욱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지만 남북이 본격적인 경제협력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개가 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남북이 선언적인 합의를 했다고 해도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계는 5, 6월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경협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적 경협까지는 여전히 먼 길 판문점 선언에서 경협과 관련된 내용만 추려보면 “10·4선언 당시 합의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수준뿐이다. 10·4선언 당시 △황해도 해주 경제특구 개발 △백두산 관광 시작 △남북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발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들은 4·27남북정상회담에 남북 경협이 정식 논의 안건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대북 제재’로 꼽았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유엔이 대북 인도 지원까지 막는 상황에서 정상회담 정식 의제로 신규 남북경협 방안을 내놓기는 어려웠다”며 “정부 차원의 경협안도 유엔 제재가 풀린 이후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으로부터 금융거래, 무기 수출입, 선박 왕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는 원유 공급 동결 안건까지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협안을 제시할 경우 “홀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대북 제재가 풀리면 이번에 합의한 대로 기존 경협 사업을 재추진하고, 신규 사업에 착수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관가에서는 이 경우 2007년과 마찬가지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등의 조직을 다시 발족해 경협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추위는 부총리급 독립위원회였다.○ 백두산 관광 재추진 가능성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이 2007년 10·4선언 때 합의한 경협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추진하기로 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해주경제특구 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남북은 당시 황해도 해주에 제조, 물류, 수출 복합 특별경제구역을 만들어 인천국제공항, 개성공항을 잇는 남북 간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 특구를 만들기로 했다. 산업합작 측면에서는 북한 강원도 안변군, 평안남도 남포시 등에 남북 조선협력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호황을 맞은 한국 조선업이 중국 대신 인건비가 싼 북한을 새로운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 경기 침체로 11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국제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한다는 내용도 2007년 10·4선언에 담겼다. 증권가에서는 철도 도로 등 남북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개성공단 확장 등을 제외하고도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해소가 남북경협의 전제조건인 만큼 북-미 회담이 중요하다”며 “우리 측 경의선, 동해선 공사의 재개 등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소득이 없는데도 1억 원이 넘는 고액의 현금을 가진 이른바 ‘금수저 미성년자’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정 당국이 미성년자만 선별해 편법증여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24일 고액의 예금을 보유한 미성년자, 차명주식으로 회사 경영권을 자녀에게 승계한 기업체 사주,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고가 아파트 취득자 등 총 268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고액 예금자는 151명으로 대부분 10대 미성년자다. 다섯 살짜리 어린이도 억대 예금을 보유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회사 경영권을 자녀에게 편법으로 넘긴 의혹을 받는 40개 법인은 임직원 명의의 차명 주식이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무상 증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지만 재력가인 부모에게서 자금을 받아 고가의 아파트를 샀거나 비싼 전세에 사는 ‘부동산 금수저’ 77명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앞으로 변칙 증여를 조사하는 기준금액을 낮춰 조사 대상을 더 늘릴 방침이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고액 자산가인 A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틈나는 대로 학생인 아들 계좌로 돈을 보냈다. 소득이 없는 아들 명의의 예금은 9억 원으로 불었다. 국세청은 A 씨의 아들이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세금 3억 원을 물렸다. 국세청이 24일부터 고액 예금을 가진 미성년자 151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일부 부유층의 편법 증여 때문에 부의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을 사주는 무상증여를 조사한 데 이어 현금 자산으로 단속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 서민 박탈감 키우는 부의 무상증여 부모에게서 억대의 자금을 받아 예금이나 주식에 넣어 둔 미성년자가 대거 적발됐다. 한 개인병원 원장은 병원 수입 가운데 10억 원을 탈세로 마련한 뒤 자녀의 증권 계좌로 이체했다. 자녀는 미성년자이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10억 원대 주식을 소유한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고액 자산가의 며느리인 B 씨는 시아버지에게서 5억 원을 받았다. B 씨는 그 돈으로 고금리 회사채를 사들여 자녀 명의 계좌로 넣는 수법으로 부를 세습했다. 국세청 측은 “이번에 조사하는 미성년자는 모두 1억 원 이상 예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하는 게 모두 불법은 아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0년을 기준으로 △만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 원 △성인인 자녀에게는 5000만 원까지 무상으로 증여할 수 있다. 이를 넘는 증여 금액에 대해 과세표준에 따라 10∼50%의 세율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개발호재 발표 전 주식 증여한 사주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 된 법인 40곳은 미공개 정보나 차명 주식 등을 활용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C그룹의 사주 D 씨는 미성년인 손주들에게 미리 회사 주식을 증여했다. 회사가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주가가 쌀 때 증여해 세금을 적게 낸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이후 회사가 수조 원대의 개발사업을 시행해 손주들의 재산이 크게 불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뒤 5년 내에 발생한 재산가치 증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건설 분야의 대기업을 경영하는 E 씨는 임직원의 명의를 빌린 차명 주식을 이용해 수십억 원대의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주식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채권을 사주의 자녀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편법 증여한 사례도 조사할 방침이다.○ 부동산 변칙증여자에 중과세 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한 부동산 변칙증여 세무조사를 통해 1518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 등을 대상으로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자만 1375명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이번에 고가 아파트를 사거나 비싼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 77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20대 후반인 한 직장인은 아버지가 대표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월급만으로는 사기 힘든 서울 성동구의 17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공정한 세(稅) 부담을 위해 부동산, 예금 등을 활용한 변칙상속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탈세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저도 ‘알바’를 하지만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실업자만 늘 겁니다.”(청년 구직자 박모 씨) “상사에게 초과 근무수당을 달라고 하면 ‘조용히 나가라’는 악담만 들어요. 새로운 대책보다 기본부터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청년 구직자 김모 씨) 정부는 최근의 고용 부진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겠다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의 생각은 달랐다. 동아일보와 잡코리아가 3월 20∼26일 만 34세 이하 1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순리’와 ‘기본’을 강조했다. 》 ○ 법 안 지키는 ‘밑 빠진 독’에 실망 김정욱 씨(33)는 일자리 대책에 3번 속았다고 했다. 3년 전 들어간 소규모 기업에선 월급도 제때 못 받았다. 퇴사 후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지만 고용센터는 형식적인 보고서 독촉뿐이었다. 다시 취업한 회사는 청년 목돈마련 프로그램인 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해주지 않았다. 취업 준비-취직-실업 등 각 단계마다 정부 정책을 활용했지만 결과는 늘 기대 이하였다. 청년들은 먼 미래를 보고 구직에 나서는데 정부 정책이 단기적인 임금 보조에 쏠려 있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구직 단계에서 임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실제 창업박람회에서 연봉과 관련해 청년들이 물어봐도 기업들은 ‘추후 협상’이라고 얼버무리는 게 태반이다. 설문에 참여한 김모 씨는 “중소기업 근로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당초 약정한 급여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일자리가 근로기준법도 안 지키는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한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떨어진 이유라도 알려 달라” 호소 청년들은 새로운 정책 못지않게 기존 제도 가운데 미흡한 점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 구직자는 “입사시험에 떨어졌을 때 왜 탈락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도록 제도화하자”고 제안했다. 고용센터가 기업과 접촉해 탈락 이유를 들어 알려주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으로 나뉜 채용 구직 사이트를 한데 묶자는 제안도 나왔다. 청년들이 손쉽게 정보를 얻고 기업도 신입사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도 높은 사이트를 구축해 관리하면 현재 일부 민간 사이트에 많은 유흥업소 채용공고나 사기성이 농후한 과장 광고를 걸러낼 수도 있다. 한 구직자는 “정장 대여 등 취업 준비 비용을 지원해주는 정책의 경우 예산이 이미 소진돼 저소득층 청년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도 늘 것 정부나 기성세대 중에는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청년 1224명이 도전 중인 일자리는 ‘중견·중소기업’이 38.9%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채용인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 셈이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실제 취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한모 씨는 “재직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취업자들도 중소기업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새로 입사하는 청년들에게 더 유리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도입했다. 당장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는 취지지만 재직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청년들의 생각과는 거꾸로 간 셈이다. 청년 고용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6%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경영환경 악화’를 꼽았다. 정부는 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청년들은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평범한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직자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하기 힘들어 직원도 늘리기 어려워진 것”이라며 경제 성장 및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과 저출산 해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혁신이 가장 효과적인 일자리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많은 지원금을 받아도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며 혁신이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김수연 / 세종=최혜령 기자}

3월 실업자가 18년 만에 최대인 125만7000명에 이른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은 졸업생이 많이 나오는 2월에 악화됐다가 3월에는 다소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지만 올해는 전례 없는 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용주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고용 분야에 지난해 25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은 데 이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2조9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일자리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 한 고용 쇼크가 만성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서민 일자리 줄인 ‘최저임금 역풍’ 인건비 비중이 큰 민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1년 새 사라진 국내 일자리 수가 20만 개를 넘는다. 그 자리를 15만 개 정도의 공공 일자리가 채웠지만 국민 세금을 계속 넣어야 유지할 수 있다. 청년 실업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다시 11%를 넘었다. 정부는 새로운 산업 육성 대신 청년에게 보조금을 쥐여주며 취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1년 가까이 썼지만 그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슈퍼마켓 판매원, 음식점 종업원, 제빵사 등 서민 일자리가 대거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임시 근로자가 1.9% 감소하고 일용직 근로자도 1.1% 줄었다. 임금 수준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정책이 도리어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한 셈이다. ○ 원인 파악 못 한 채 허둥대는 정부 고용 대란이라고 할 만한 지경이지만 관계 당국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측은 “어느 분야에 충격이 있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산업 분류에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면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단지 작년 3월 취업자 증가 폭이 46만3000명에 달해 올 3월이 상대적으로 취업자가 적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임금이 오른다고 사용자들이 근로자를 즉각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장과 다소 괴리된 설명을 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갑자기 끌어올린 것 외에는 다른 요인이 없다”며 “우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처방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 다시 고꾸라지는 청년 실업 고용시장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청년 실업은 다시 바닥을 향하고 있다. 3월 청년 실업률은 11.6%로,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11%대를 넘어섰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4.0%에 달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이 2, 3월에 몰려 있는 공무원시험에 대거 응시하면서 실업자로 분류된 점도 청년 실업률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로 분류된다. 문제는 청년을 비롯한 국내 일자리 상황이 반전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2월 늘어난 취업자 수는 10만4000명으로 8년 1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3월에 그나마 소폭 오른 11만2000명이었지만 두 달 연속 10만 명대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이맘때는 30만 명 이상의 신규 취업자가 나왔다. 건설업 불황이 겹치면 일자리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16만7000명이 늘어났던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4만4000명에 불과했다. 국내 고용 문제가 악화하면서 미국과의 실업률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지난달 한국 실업률은 4.5%로 미국의 4.1%보다 0.4%포인트 높았다. 2월에도 한국 실업률(4.6%)이 미국(4.4%)을 앞질렀다. 2개월 연속 한미 실업률 역전 현상이 벌어진 건 이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은 없고, 최저임금 증가로 고용 비용만 늘어난 터라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기는 매우 힘든 지경”이라고 진단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박재명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대책의 파장이 본격화하면서 3월 실업자 수가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해 일자리의 파이를 늘리는 정석 대신 공공 부문 확대와 보조금 지급이라는 임시 처방에 치중한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1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실업자는 125만7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2만 명 늘었다. 이 같은 실업자 수는 월별 실업자 규모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4.5%로 2001년(5.1%) 이후 17년 만에 최고였다. 임금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 서비스업 분야에서 고용이 크게 위축됐다. 대형몰이나 슈퍼마켓이 포함돼 있는 도·소매업에서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9만6000명 줄었고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에서 7만7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10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줄었다. 대체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들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들이 감원을 불가피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공 일자리인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15만 명 가까이 늘었다. 민간 서비스업 분야에서 줄어든 일자리를 공공 부문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2조9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서 처리하도록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국면에서 보조금 위주의 일자리정책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지난해 7월부터 교육 숙박 음식 부문의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다”며 “중소기업 혁신을 포함한 근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기자}
지구 온난화 때문에 2090년대가 되면 한국에서 사과나무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반면 강원도 해안 지역을 따라 귤나무가 자랄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主)산지 이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라 재배지역이 가장 크게 줄어드는 작물은 사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된다면 지금 경북 북부와 충북에서 주로 생산하는 사과는 2030년대에 강원 산간으로 주 생산지가 바뀐다. 2090년대가 되면 사과는 강원 고산지역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과일이 된다. 그나마 재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사과를 키우기 좋은 ‘재배 적지(適地)’는 남한에서 사실상 사라질 수도 있다. 김진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장은 “최근 30년 동안 한국의 기온 상승은 1.2도로 전 세계 평균의 1.5배에 달했다”며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한국은 사과 수입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은 사과 외에 복숭아, 포도 등의 작물도 2050년 이후 재배 가능 지역이 급격히 줄어드는 작물로 꼽았다. 반면 아열대성 과일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다. 대표적인 과일이 귤이다. 현재 생산량 대부분이 제주에서 나오는 귤은 2090년대에 재배 적지가 강원 영동지역으로 바뀐다. 전남, 경남 남해안은 물론 충남 서해안에서도 귤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는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한라산 중턱 등으로 귤 재배지가 축소된다. 국내에서 온난화에 따라 재배 지역이 가장 크게 늘어날 과일로는 단감이 꼽힌다. 단감은 통상 전남, 경남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2060년대가 되면 전국 대부분 해안가가 단감을 기르기 알맞은 곳이 된다. 한편 국내에서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가장 큰 지역은 제주였다. 제주는 2017년 연평균 기온을 1973년과 비교하면 44년 동안 1.14도 올랐다. 수도권(0.91도), 강원(0.90도)도 온난화의 영향이 컸던 지역이다. 반면 충남(0.34도)은 기온 상승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의 조세 재정 분야 개혁 방향을 결정할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참여연대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58·사진)가 선임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9일 서울 종로구에서 위원 30명이 참여하는 1차 전체회의를 열고 강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강 신임 위원장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을 지냈다. 국세청의 과거 세무조사 중립성을 검증하는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도 역임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경제 분야 고위직에 진출한 사례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재정개혁특위는 앞으로 조세와 예산 분야 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해당 분야 개혁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상향 등 부동산 보유세 개편을 중점과제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는 물론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보유세 개편을 논의할 것”이라며 “임대소득과세 역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개혁특위의 논의를 거쳐 7월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안을 반영할 계획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