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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북한 평양 고려호텔 39층 레스토랑에 생선조림과 오리 요리, 와인 등의 오찬이 차려졌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을 향해 “딱 좋은 때 평양을 방문했다. 봄날인 데다 남북 간에 좋은 기류가 형성됐다”고 인사말을 했다. 폼페이오의 방북을 동행 취재 중인 미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김영철 언행이) 과장돼 보였다”며 다소 어색한 첫 만남 분위기를 전했다. 폼페이오가 두 번째 평양 방문에서 만난 첫 상대는 김영철이었다. 폼페이오는 지난달 초 평양을 처음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김영철을 만났을 수 있지만 아직 공개되거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들의 만남이 주목받는 것은 올해 들어 펼쳐진 한반도의 급속한 해빙과 북-미 정상회담을 실무 지휘한 양국의 두 전직 정보 수장이기 때문이다. 정찰총국장을 거쳐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김영철은 남북,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북한의 정통 외교라인보다 김정은의 신임을 더 받으면서 사실상 북측 비핵화 대표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폼페이오 또한 지난달까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물밑에서 조율해왔다. 국무장관으로 ‘옷’을 바꿔 입었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회담 전면에 나서고 있다. 폼페이오는 이날 오찬에서 김영철에 대해 “위대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고, 김영철은 “한반도 평화 구축에 미국이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이들은 나란히 배석해 이날 오찬과는 전혀 다른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3월 베이징 회동 후 40여 일 만의 파격 행보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처음으로 전용기를 타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로 날아가 1박 2일 일정으로 시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평양으로 돌아왔다. 최근 비핵화 조건과 방식 등을 놓고 북-미 간 막판 기 싸움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전통 혈맹인 중국을 다시 찾은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TV는 8일 오후 8시경 김정은이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다롄을 찾아 시 주석과 7일 회담과 만찬, 8일 오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은 시 주석과 만나 “(미국 등) 관련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만 없애면 북한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어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수립하고 각 측이 책임 있게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문제의 전면적인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장기 평화를 실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3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에 따른 ‘단계적 동시적 조치 요구’를 재확인한 것. 백악관이 강조하고 있는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등 강력한 비핵화 조치와는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시 주석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북-중 간 ‘2인 3각’ 전략을 구축하고 비핵화 논의에서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 주석은 “조중(북-중)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脣齒·입술과 이)의 관계”라며 “정세가 어떻게 흐르든 중조 관계를 공고 발전시키려는 것은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중 간 거의 거론하지 않았던 ‘순치’까지 언급하며 비핵화 논의에서 북한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동시에 ‘차이나 패싱’은 불가함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방중에 전용기 ‘참매1호(IL-62)’를 이용했으며 다롄의 고급 해변 휴양지 방추이(棒槌)섬에서 1박 했고, 8일 오전엔 시 주석과 ‘해변가 회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북한에서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비핵화 외교 관련 핵심 인사들이 대거 함께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다롄=윤완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일정에서도 단연 눈에 띈 것은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그림자 수행’이었다. 특히 지난 회담 이튿날 오전 방추이(棒槌)섬에서 열린 북-중 정상 간의 ‘해변가 해담’에서 김여정은 김정은 바로 옆에 배석하며 핵심 측근임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TV는 8일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5명을 이번 방중 수행원으로 공개했다. 김영철-김여정 등 남북 정상회담의 배석자 2인에 리수용-리용호-최선희로 이어지는 대미 외교라인의 간판들이 총출동한 것. 7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는 리수용, 김영철, 리용호가 배석했다. 김정은의 사실상 비서실장으로 여겨졌던 김여정이 회담장에 나서지 않은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의문점은 금세 풀렸다. 북-중 정상은 8일 오전 숙소 인근 해변가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고, 한편에 미리 준비된 나무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화창한 날씨와 푸른 바다, 그리고 형형색색의 꽃들은 마치 새소리와 나무, 푸른색 벤치와 의자가 어우러졌던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의 ‘도보다리 회담’을 연상시켰다. 북-중 정상도 마주 앉아 환하게 웃었고 김여정은 김정은의 바로 옆에 앉았다. 김여정은 3월 김정은의 방중 때도 동행하지 않아 이번에 시 주석을 처음 만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찬에서 직접 술을 따라주는 등 발랄한 ‘막내 여동생’ 같은 모습을 보였던 김여정은 이번 방중에선 내내 조신하고 차분한 표정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도보다리 회담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처럼 북한과 중국 매체들은 이 해변가 회담의 내용은 전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코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비핵화 논의를 풀어갈지를 두고 구체적인 전략 전술이나 내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정은 공식 회담 테이블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가장 은밀한 북-중 정상 간의 대화는 수행원 중 가장 가까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직접 들은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관심이 쏠리지만 열흘 가까이 그 시기와 장소가 안갯속인 가운데 돌연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확정된 것. 북-미가 회담 일정을 앞두고 치열한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남북, 한미, 북-미로 이어지는 ‘비핵화 논의 시계’가 조금씩 늦춰지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오전 백악관의 한미 회담 일정 발표가 있은 지 약 1시간 뒤 성명을 통해 22일 한미 회담 개최를 확인하며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에 대해서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는 등 본격화된 비핵화 국면에서 다시 한미 공조 강화에 나선 셈이다. ‘북-미 회담 전 한미 회담’이 한미 간 원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행하는 한미 회담이 22일로 잡힌 건 예상보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회담은) 3, 4주 후”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23∼25일 북-미 회담이 열려야 하지만 이렇게 며칠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 회담이 6월 초 이후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궁금증은 커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 회담) 여행 일정을 잡고 있고 지금 날짜와 장소도 갖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에도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고 할 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흥행성을 노린 트럼프 특유의 ‘티저 광고’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미 간 날 선 공방이 재개되고 있어서 양측이 비핵화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핵화한 북한(a denuclearized North Korea)’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한이 포함된 개념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콕 집어 강조하며 압박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3월 3일 이후 두 달 만으로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 스텔스 전투기 F-22 8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한상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모습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에 공개 폐쇄 행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6일 “핵실험장 폐쇄 공개 날짜가 아직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10년 넘게 사용한 핵실험장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한미 참관단 구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이달 중순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면 곧바로 날짜가 택일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핵실험장 폐쇄가 22일로 정해진 한미 정상회담이나 아직 날짜가 공개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세리머니’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타이밍을 택해 국제사회에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시키고, 최대한 많은 보상을 끌어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5월 중 공개 폐쇄’를 언급한 만큼 북한도 손님맞이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핵실험장 갱도 내 전선 등 핵실험에 쓰는 각종 장비 철거 작업에 들어간 것도 공개 폐쇄를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의 핵 전문가들이 핵실험장에서 북한의 실제 핵능력을 유추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획득할 수 없게끔 ‘증거 없애기’ 격 현장 청소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6차 핵실험이 불과 지난해 9월 진행된 만큼 핵실험장 주변엔 방사성 핵종 등 북한의 핵능력을 보다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유의미한 정보들이 상당수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또한 국방부, 통일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전문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 구성 관련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 근무를 했거나 공동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연구원이나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소속 직원 등이 참관단 1순위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만에 이뤄지는 북한의 핵실험장 공개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는 외빈이 묵을 만한 숙박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북한이 2008년 공개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은 평양과 가까워 IAEA 관계자와 기자단이 차로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영변과 달리 풍계리는 오지”라며 “평양에서 헬기로 가거나 항공편으로 청진공항까지 간 뒤 육로로 이동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핵실험이 진행된 만큼 풍계리 일대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숙박시설도 여의치 않은 만큼 핵실험장 폐쇄를 최단 시간 내에 확인한 뒤 평양으로 돌아오는 ‘당일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야당의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도입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신문은 2일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야당 패거리들이 일명 ‘드루킹 사건’이라고 하는 집권여당의 ‘선거부정사건’에 대해 요란하게 떠들어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집권여당이 특검 수사를 받아들여야 한다느니, 집권자가 직접 나서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느니 하고 떠들면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펴보려고 발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들에게 불리한 지방자치제 선거판세를 역전시켜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주로 한국의 보수세력을 비판해왔지만 아무리 남북 정상회담 이후라 하더라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부 여당 편을 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자신들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런 북한의 일방적 편들기가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노동신문은 당원 교육지이기도 하다. 북한은 현재 남한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이 정통성 있는 정부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은 6명으로 미국인 억류자 3명의 두 배다. 북한에는 2013년 10월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선교사 김정욱 씨 등 6명이 억류돼 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탈북민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인 억류자의 석방이 임박했다는 움직임과 달리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국인 억류자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인 억류자 석방 질의에 “정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전날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관련 질의에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보면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하면서 한국인 억류자만 남겨두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북한은 억류자에 대한 송환은 물론이고 가족 접견 및 서신 교환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때는 ‘2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3명(통역 제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렇게 남북, 북-중 정상회담 배석자를 극도로 제한하며 ‘농밀한 대화’를 택했다. 이번 달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테이블’의 의자 수도 최소한으로 예상된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측근만 대동한 채 상대방 의중 탐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첫 북-미 정상회담장에 나서는 ‘TEAM 트럼프’ vs ‘TEAM 김정은’의 면면을 예상해 본다. ○ 북-미 수행단 구성 놓고도 전략싸움 할 듯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사실상 회담 테이블 자리를 ‘예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폼페이오(당시 미 중앙정보국장)의 평양 방문을 공개하며 그가 ‘수석대표’임을 예고했다. 카운터파트는 김영철이 유력하다. 그는 올해 북한의 정상회담장을 모두 지킨 유일한 인사. 3월 북-중 정상회담에선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과 김정은을 지켰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선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정은 옆에 앉았다. 미국통인 리수용, 리용호도 배석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달 중국, 러시아를 다녀온 리용호는 중-러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며 즉각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에서 트럼프가 “북한을 궤멸시킬 수 있다”고 하자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진영에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들과 맞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볼턴은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최근에도 ‘선 비핵화, 후 보상’을 담은 리비아식 해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석자는 제한되지만 수행원들은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북-중, 남북 회담보다 ‘흥행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엔 북-미 정상의 인식이 같다. 남북 회담에서 우리가 수행원 6명을 공개한 뒤, 북측이 9명을 내세우자 우리가 급히 9명을 채우며 수를 맞춘 적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오전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못한 수행원들끼리 회담을 할 생각이었으나 북측 수행원이 모두 북쪽으로 넘어가 버렸다”며 당황스러웠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 북-미 회담의 또 다른 키 맨은 므누신과 매티스 이와 함께 북-미 회담의 ‘풍향계’는 전통적인 정상회담 라인인 국무·백악관이 아니라 경제·국방 쪽 인사 참여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북제재의 선봉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참석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대북제재 방침은 백악관이 발표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대부분 재무부가 쥐고 있기 때문. 므누신이 회담에 동행하거나 배석한다면 트럼프가 사전에 김정은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상당 부분 확인해 대북제재 완화 또는 경제 보상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체제 보장인 만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참여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 국방, 재무까지 참여한다면 북한의 보다 적극적인 결단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북-미 회담에서도 김정은의 의전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비서실장’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행사 의전’을 담당하는 선전선동부 고유 역할에 충실했다는 해석도 있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번에도 김정은 남매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에선 김여정에 맞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나설 수도 있지만 최근 트럼프를 가리켜 ‘멍청이’라고 한 것 때문에 보훈장관으로 좌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등 불화설도 나오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의 평창 올림픽 방문 때 동행했던 백악관의 또 다른 젊은 실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회담장에 동행해 북-미가 치열한 선전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판문점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할 가능성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카드를 또다시 꺼냈다. 트럼프가 트위터 말고 자신의 입으로 구체적인 북-미 회담 장소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3월 초 회담 개최가 성사된 이후 여러 후보지가 나왔지만 막판에 판문점 카드가 그야말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북-미가 그간 장소를 놓고 한 달 넘게 실무회담을 벌었지만 이동, 보안,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판문점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 세계에 생중계된 판문점의 남북 정상회담 영상이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돼 잇따라 판문점 카드를 거론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판문점, 상징성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행이 지난달 공개되며 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에 신중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회담 장소의 베일을 벗겼다. 기업의 티저 마케팅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 날짜 3∼4개, 장소 5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회담 장소와 관련해 2, 3곳으로 압축됐다”고 말했다. 회담 후보지들에 ‘×표’를 치며 좁혀가던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판문점을 유력 장소로 공식 언급했다. 물론 트럼프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여전히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20일 전후를 D데이로 삼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장소를 놓고 북-미가 각자 어디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회담을 치러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판문점은 경비를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가깝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제3국보다 회담 준비를 하기 쉽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청와대가 미국, 북한과 모두 호흡을 맞춰본 것도 판문점 회담을 더 안정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포인트다. 경호 의전 홍보 등 실무 준비도 다른 지역보다 수월하다. 판문점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 이미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다. 여기에 3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큰 탈 없이 마무리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는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력 공급, TV 생중계 시설 등이 이미 완비되어 있어 곧바로 인력만 투입하면 판문점 회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文 “판문점에서도 주인공 될 수 있다”며 설득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하면서 “정전협정의 무대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판문점에 대해 “상징적(symbolic)”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간다는 의미도 백악관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사상 처음’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판문점행에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판문점 회담 개최는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압박이 아니라 회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깜짝 쇼’를 즐기는 트럼프가 판문점행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사전에 밝힌 것은 다른 깜짝 후보지 공개에 앞서 일종의 ‘연막작전’을 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핵 담판’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후보지로 판문점을 또다시 언급하며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당국은 20일 전후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에 대비해 관련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북-미 회담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열리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하다. 전적으로 가능하다. 우리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도 연락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회담과 관련해 한미는 물론이고 북-미 간에도 접촉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며 판문점 회담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곳(판문점)에서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도 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밝히자 반색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1일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 판문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집과 평화의집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통화 때 판문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symbolic(상징적인)’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전했다. CNN은 이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판문점이 포함된) DMZ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 확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DMZ 북쪽을 방문하는 것은 역사적인 기회다. 문 대통령도 (북-미) 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CNN은 밝혔다. 이는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은 물론이고 북측 통일각이나 판문각에서도 회담이 열릴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남북미 3자 회담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를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엔이 폐쇄 현장을 함께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손효주 기자}
“트럼프는 남북 정상회담의 이미지와 회담 전체가 생중계됐다는 점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CNN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을 때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를 깜짝 방문하려다 짙은 안개 때문에 가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된 판문점의 모습에 만족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면 앞선 남북회담 때보다 더 큰 파격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판문점에 가면 앞선 문재인 대통령보다 뭐든지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이 장소로 선정되면 북-미 실무자들은 새로운 ‘그림 만들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미 대화 국면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과 비슷한 장면은 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화의집, 도보다리 등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시설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통일각, 판문각 등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거나, 북한에서 판문점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72시간 다리’까지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회담이 통일각 등 북측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평양까지는 아니지만 북한 땅에 미국 대통령을 들인 셈이 되고, 트럼프 또한 단순히 MDL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 북한을 방문한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북-미 회담은 하루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정상의 경우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만 선언문에 넣었지만, 북-미 정상은 비핵화와 관련된 시한, 검증 등 더욱 진전된 문구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유학을 다녀온 김정은은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상회담인 만큼 통역사를 거쳐 세밀하게 문구를 조정해야 해 물리적 회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회담이 이튿날까지 이어진다면 김정은은 개성을, 트럼프는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트럼프가 판문점까지 가 회담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판문점은 미국 측으로 보면 사실상 북한의 홈그라운드여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백악관 일각에서 판문점 회담에 부정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다음 달 개최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김정은은 이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시행과 함께 현장 공개까지 약속했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소장,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우정엽 연구위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여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담은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 “CVID가 아닌 CVIID로 나아가야” 정 실장: 완전한 비핵화가 선언문 문구에 들어갔다. 이것이 미국이 요청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동일한지는 논란이 있지만, 미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CVID를 받아들였다고 본다. 이 본부장: 미국에서는 요즘 CVID에 ‘I(instant·신속한)’가 붙은 ‘CVIID’가 거론된다. 시간을 끌지 말고 신속한 비핵화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소장: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인지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우리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갔을 때보다 관련 표현이 진일보한 것은 확실하다. 비핵화를 차치하고서라도 긴장 완화 이런 부분은 진전된 부분이 있다. 우 연구위원: 북한 내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선언문에는 담지 못한 김정은 발언들이 중요하다. 30분간의 ‘도보다리 회담’을 통해 우리가 북-미 정상회담에도 관여할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정 실장: 북한이 당 전원회의를 통해 병진노선을 포기한 것은 결국 핵을 북-미 협상장에 놓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노선 변경은 상당한 지속성을 갖는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도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해서 나오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 “북한, 개방해도 10, 20년 내 붕괴는 안 될 듯” 우 연구위원: 미국 워싱턴에서는 최근 모습을 보고 “김정은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 정통성이 부족한 데다 ‘어린 친구’로 봤던 게 사실인데 그런 기류는 확실하게 변하고 있다. 진 소장: 김정은은 꼼꼼히 챙기는 실무형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회견 당시엔 후보자)과 만나고, 당 전원회의도 하고, 우리와 정상회담도 가졌다. 이런 모든 것을 다 ‘시간 벌기’라고 하기엔, 이렇게 큰 대사기극을 벌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진정성이 있다. 정 실장: 건강은 확실히 안 좋은 것 같다. 얼마 걷고 난 뒤에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자신이 집무를 못하게 됐을 때의 대비책인 것 같다. 진 소장: 결국 경제(개방)를 해서 북한 사회가 신흥개발국처럼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중국식 사회주의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엔 의문이 간다. 정 실장: 북한은 과거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보다 주민통제가 강하다. 일반적인 사회주의 국가에서 청년동맹 등 근로단체 가입률은 60∼70%이지만 북한은 거의 100%다. 북한이 개방을 한다 해도 10∼20년간 붕괴는 없을 것이다. ○ “트럼프-김정은 낮은 수준 비핵화 합의 가능성도” 우 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외교안보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하고, 대내외적인 여러 문제에 놓여 있다. 어느 정도 정치적 성공만 거두게 되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합의해 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 점을 파고들 것이다. 이 본부장: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성공해야 하는 회담이다. 하지만 그 성공의 내용이 걱정스럽다. 완전한 비핵화에 못 미치는 원론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 합의에는 꼭 시한이 들어가야 한다. 정 실장: 트럼프가 최근 트위터 등을 통해 밝히는 것을 보면 계속 북한과 접촉하고 있으며 비핵화 등을 빼면 많은 부분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는데, 결국 북-미 회담 결렬 시에 대한 보험용인 것 같다. 진 소장: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시한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득점하기 위해 트럼프가 회담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또 결국 (미국 내) 정치적 고려를 감안하면 북-미 정상회담도 50∼60%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남북관계 복원, 비핵화보다 앞서가면 안 돼” 우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에 가졌던 미국의 우려는 미국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한국 정부가 약속하는 것이었는데, 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이 크게 우려할 만한 대목은 없는 것 같다. 경협 등이 포함됐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이행되기 어렵다. 우리가 비핵화가 북한의 이익이라는 것을 북에 설명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최대한 빠르게 진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 소장: 국제사회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이 방해자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국제사회를 배려해준다는 측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간다는 이미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미 정상회담 때도 북한과 협상하지만 북한과 같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국내 정치도 여야가 너무 (북한 문제에) 극명하게 다른데 이는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대통령이 야당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 본부장: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라는 건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 또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보다 한 걸음 앞서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한 걸음만 늦게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평화협정 등을 이룰 수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 5분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1∼2초 만에 폭파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북한 핵실험의 상징물로 여겨졌던 시설의 파괴는 녹화중계로 전 세계에 타전되며 북핵 폐기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추가 검증 시기와 방법을 놓고 그해 12월 6자 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핵 검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고 경제, 군사적 위협에 놓일 때마다 핵 시설에 대한 검증 카드를 꺼내며 급한 불을 꺼 왔다. 김정은이 북핵의 원천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다음 달 폐쇄하고 현장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완전한 검증’ 문제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듯하다.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면 협상에 악영향을 주는 ‘딜 브레이커’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북한은 1974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시작으로 1985년 12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1992년 1월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면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듯했다. 그해 5월 처음으로 IAEA에 ‘5MW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1회 재처리해 추출한 약 100g의 플루토늄’을 신고했다. 그러나 IAEA가 이듬해 2월까지 6차례 사찰을 통해 신고량과 검증 결과가 다른 것을 파악했다. 이에 핵폐기물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2개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군사시설이라며 거부했다. 이후 북한의 1993년 6월 NPT 탈퇴 의사 통보로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고, 이듬해 6월 IAEA 탈퇴 통보로 정점으로 치달았다.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 경수로·중유 제공을 골자로 하는 1994년 10월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가 채택되며 위기를 넘긴 듯했다. 그러나 1998년 북한 금창리 지하에서 핵시설로 추정되는 터널이 발견됐고, 대포동 1호가 발사되며 합의에 금이 갔다. 결국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발표로 ‘2차 북핵 위기’가 초래됐다. 2008년 12월 결렬된 6자 회담도 결국 북핵 검증을 둘러싼 이견이 원인이었다. 북한의 핵시설은 2010년 미국 원자력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방북 이후 공개된 적이 없다. 이후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까지 하며 고도화를 이어갔다. 그만큼 검증할 수준은 높아지고 시설도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은 북핵 관련 합의와 번복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찰과 관련해 큰 걸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을 북이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7일 오후 6시경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문’ 공동 발표를 위해 나란히 섰다. 문 대통령은 먼저 나서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서두부터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뒤이어 연단에 나선 김 위원장의 발표는 조금 달랐다. 그는 “무엇보다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하고 실천적 대책에 합의했다”고 강조하면서도 평화의 전제조건인 비핵화 얘기는 본인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선언문에 포함됐지만 그 실행 의지에는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완전한 비핵화’에 서명해 놓고도 언급 안 한 김정은 남북 정상이 이날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란 단어가 총 3번 등장한다. ‘비핵화’를 문구에 넣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것들은 원론적 언급이다. 반면 북한이 이행해야 할 향후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두루뭉술한 입장에 우리가 동의한 셈이 됐다. 이런 인식 차는 두 정상의 선언문 발표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꼭 집어 4번 언급한 반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란 말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가 삽입된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핵은 조미(북-미) 간에 해결할 문제’란 입장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 간 합의문에 비핵화 문구가 공식적으로 들어간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까지 ‘남북 교류 로드맵’ 공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이행 조치는 물음표로 남겼지만 남북이 올해 말까지 촘촘한 교류 로드맵을 공개하며 대화 지속에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5월 혹은 6월 초중순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큰 만큼 남북 교류가 북-미 대화 지속을 유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 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남북은 불가침을 재확인하고,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물꼬를 튼 남북 교류는 더욱 확대된다. 6·15 남북 공동행사, 8·15 이산가족 상봉 추진, 8월 18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공동 진출에 이어 올가을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에 합의했다. 비록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 정상이 한 번 더 만날 것을 약속한 것이다. 다만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청와대행 제안에 “언제든지 불러주시면 가겠다”면서도 선뜻 서울행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앞선 2000년 6·15선언, 2007년 10·4선언에서 약속했던 남북 교류 확대나 상호 적대행위 금지와 같은 것들도 별로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이행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선언문의 이행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이 포함돼 있다. 앞서 우리가 북한에 약속했던 경제 지원이 이젠 뒤늦은 청구서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판문점이나 서울-평양이 아닌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도 우려를 낳는다. 결국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제재 약화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든다는 합의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10·4선언 이후 논란이 컸던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남남갈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판문점에 심게 될 소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이 코앞에서 첨예하게 대치한 판문점에서 그동안 나무는 경계근무의 시야 확보를 위해 ‘베어야 할’ 대상이지 가꾸고 보존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끼만행사건’이다. 유엔군이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내 미루나무 한 그루가 15m 이상 자라나 북한군 동향 파악이 어려워지자 이를 자르려고 나섰다. 그러자 북한군이 돌연 나타나 위협한 뒤 결국 미군 장교 2명을 도끼 등으로 현장에서 무참히 살해한 것. 이후 미군은 항공모함까지 한반도 주변에 대기시키며 해당 나무 제거를 위해 ‘폴 버니언’ 작전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이때 문 대통령이 특전사 부대원 일원으로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상병이었던 문 대통령은 북한군 병사 오청성의 귀순 이후 지난해 12월 판문점을 찾아 “저도 예전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쪽 지역이 얼마나 예민하고 위험한 지역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청성 탈북 이후 북한은 경계 확보를 위해 귀순 경로였던 판문각 왼쪽 나무들을 베어 버렸다. 또 주기적으로 남북은 판문점 일대 잡풀과 나무를 베며 시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판문점 나무들의 잔혹사’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이 27일 ‘평화의 번영’을 상징하는 의미로 판문점에 소나무를 심는다. 게다가 식재 장소는 군사분계선 위다.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 위에 이번엔 남북 간 공존과 화합을 희망하는 또 다른 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는 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2일 저녁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로 사상한 중국인 피해자들(사망 32명, 중상 2명)은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중국이 6·25전쟁 때 미국과 맞서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한 것) 승리 65주년 기념 혁명(紅色)여행단’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안내한 여행사는 과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글들이 올라왔던 중국의 극좌파 토론 사이트 소속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23일 새벽 평양의 중국 대사관과 병원을 찾아가 위로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밤 평양역에 나가 시신과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한 전용열차를 직접 전송했다. 전용열차 편성도 김 위원장 지시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열차에 올라 부상자들을 직접 위로하고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를 만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위문금과 함께 위문 전문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에게 보낸 전문에서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신들의 도발이 아닌 우발적 교통사고에 대해 “속죄”라는 전례 없는 표현으로 사과한 배경이 주목된다. 북-중 혈맹을 기념하려 북한을 찾은 중국인들이 다수 희생된 이번 버스 참사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복 중인 북-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한 파격적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의 유명 좌파 인사인 쿵칭둥(孔慶東)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24일 웨이보(微博·중국 트위터)에 “황해북도 사고 피해자들이 싱훠(星火)여행단임을 확인했다. 매우 비통하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좌파는 개혁개방을 비판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옹호한다.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극좌파 토론 사이트 우유즈샹(烏有之鄕) 편집장이자 이 사이트가 운영하는 우유즈샹문화미디어공사 소속 싱훠여행단 사장인 댜오웨이밍(“偉銘)도 이번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유즈샹에는 과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해야 한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북-미 협상을 앞둔 최근에는 “핵실험 중단이 핵무기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트럼프(미국 대통령)와 대결해 중대한 승리를 거뒀다”는 주장의 글이 게시됐다. 좌파 학자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은퇴한 고위 관료, 관변 기관 연구자들도 글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여행단에도 이들 일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싱훠여행사는 홈페이지에 “항미원조의 위대한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지원군 선열의 휘황한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중북 양국 인민 간 우의를 계승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혁명여행을 조직한다”며 이달 18∼24일 7일 일정의 ‘혁명여행객’ 30명을 모집했다. 1인당 5900위안(약 101만 원)인 이 일정은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6·25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마오쩌둥 아들 마오안잉(毛岸英) 묘 참배 △중국인민지원군사령부 참관 △평양 항미원조전쟁승리기념관과 미국 푸에블로호 참관 등이 포함됐다. 홍콩 싱다오(星島)일보는 “사고 발생일 오후 일정은 (양국이 항미원조를 상징하는 전투로 선전해온 상감령 전투가 있었던) 평강군 상감령을 멀리서 바라보며 당시의 혹독했던 전투 현장을 회상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오전 6시 반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전날 사망자 32명이 발생한 중국인 관광객 버스 전복 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이) 습근평(習近平·시진핑) 동지와 중국 당과 정부, 그리고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되는 위문과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 매우 가슴 아프다”며 “혈육을 잃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통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사고 발생 12시간 반 만에 중국대사관을 찾은 데 이어 같은 날 저녁 부상자 2명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을 찾았다. 김정은은 흰 가운을 갖춰 입고 환자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 최고지도자는 감염을 우려해 병문안을 가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조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병원이 김씨 일가와 최고위급들이 치료받는 평양의 봉화진료소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조치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김 위원장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 위로하고 병원의 부상자들을 찾아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중국중앙(CC)TV는 김정은의 병문안 장면을 보도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를 기습 선언했다. “병진 노선(핵과 경제 동시 발전)이 승리했다”고 선언하며 ‘경제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에 나선다고 공표한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전날 개최된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 채택 후 김정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병진 노선은 5년 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또 ‘북부 핵시험장’(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고했다. 김정은은 “병진 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경제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국제법규를 준수한 채 핵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보유국의 권리를 강조하며 군축협상을 통한 대북제재 완화 및 체제 보장 등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메시지가 공개된 지 1시간 뒤 트위터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계론도 확산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1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2박 3일 일정으로 22일 방한해 한국 측과 비핵화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들을 긴급 소집해 김정은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회담 의제를 점검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연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평양에 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하며 비핵화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비핵화에 전향적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노동신문은 20일자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혁명 발전의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20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가 18일에 발표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0월 7일 2차 전원회의에 이어 6개월 만이다. 앞서 9일 김정은이 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터라 후속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라며 개최 배경을 밝힌 만큼 향후 남북, 북-미, 북-중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협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새로운 병진노선’을 언급했던 것을 감안해 일각에선 이번에 김정은이 기존 ‘병진노선(핵과 경제의 동시발전)’에 일부 수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20일 당 고위급이 총출동하는 전원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같은 날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남북 고위급 회담은 개최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당초 20일로 3차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뒤 북한의 답을 기다렸으나 19일 아침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앞서 9일 “(회담 일주일 전인) 20일이 넘어가면 완전히 현장 체제로 가야 한다”며 고위급 회담의 데드라인을 20일로 밝히기도 했다. 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하는 핵심 준비 회담이다. 정부 당국자는 “(준비)회담 일정이 조금씩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다음 주 실무회담에 이은 고위급 회담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중 사이에서 펼치는 ‘광폭 북핵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지 일주일도 안돼 평양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찾아와 면담했다. ‘동시다발적 정상외교’를 통해 비핵화 출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 김정은, 폼페이오 만난 뒤 북-미 대화 첫 언급한 듯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대화 의지를 대외에 알린 김정은은 3월 5일 우리 대북 특사단을 만나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사상 첫 한국 방문을 약속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 김정은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분명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결국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냈다. 김정은은 그 후로는 오랫동안 신중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야 북-미 회담을 처음 공식화했다. 노동신문은 10일자에서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남북정상) 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이렇게 ‘뜸’을 들인 것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직접 비핵화에 상응하는 반대급부의 규모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와의 조율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1일 평양을 방문한 우리 예술단의 공연장을 찾아 “4월 초 정치 일정이 복잡해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오늘 늦더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당초 3일 남북 합동공연으로 치러지는 공연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 스스로 ‘사정이 생겨 앞당겨 왔다’는 취지로 읽힌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당시 김정은에게 우리 예술단 공연 관람이 가장 중요했는데 갑자기 수정한 이유가 납득이 안 갔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만나자고 했다면 김정은도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폼페이오는 실무적으로 간결한 회담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보통 해외 출장에서 잠을 자지 않고 딱 일만 보고 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정도 상당히 짧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앞서 우리 대북특사단, 중국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만났던 것을 감안하면 폼페이오와의 면담도 같은 곳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는 집무실이 있는 곳에서 트럼프의 특사와 만난 셈이다. 폼페이오의 방북은 사실상 김정은이 ‘유도’한 측면이 크다. 김정은은 지난달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자신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 받은 이후에 같은 달 25∼28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 주석과 먼저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이에 트럼프가 북-중 회담의 결과와 함께 김정은의 비핵화 등에 대한 진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폼페이오 후보자를 평양에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가열되는 美中 상대 ‘양다리 외교’ 김정은이 본격화된 ‘릴레이 정상회담’ 국면에서 미중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양다리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지렛대로 북-중 정상회담을 이뤄낸 데 이어, 이를 디딤돌로 트럼프의 복심인 폼페이오를 평양에 끌어들이며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14일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찾은 쑹타오와 3박 4일간 두 차례 단독 면담을 갖고 두 번의 연회, 한 차례 중국 예술단 공연 관람을 하며 중국 대표단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북-미 정상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시 주석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은 미중 간의 경쟁 관계를 적극 활용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에게 현 상황이 기회인 것은 맞지만 비핵화 셈법 등이 어긋날 경우 (미중에 함께) 얻어맞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