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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119안전센터에서 활동하는 구급대원 김모 씨(42)는 숨이 가빠 말을 잇지 못하는 환자를 하룻밤에도 몇 명씩 병원으로 실어 나른다. 환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면 심전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곧장 병원에 알린다. 이는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무허가 의료행위’다. 김 씨는 “처벌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처벌을 무릅쓰고 환자를 구해야 하는 구급대원들의 현실(본보 19일자 A1면 참조)이 알려지자 19일 의료계에선 “사람 죽이는 규제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응급구조사인 119구급대원은 심전도 측정뿐 아니라 산모가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아도 탯줄을 자를 권한이 없다.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자동 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는 건 합법이지만 수동 충격기를 쓰는 건 불법이다. 당뇨 합병증으로 쇼크에 빠진 환자의 혈당을 재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18년 전 개정된 뒤 한 번도 손보지 않은 낡은 법 때문이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인공호흡과 수액 투여 등 14가지로 제한돼 있다. 이 밖의 의료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법령에 열거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구급 현장과는 동떨어진 대표적인 ‘나쁜 규제’다. 응급구조사가 처음 생긴 1995년 당시에는 업무 범위가 ‘이송 중 응급처치 및 병원 내 진료 보조’로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 일자리를 응급구조사들이 차지하기 시작하자 간호사단체 등의 견제가 시작됐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의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간호사단체가 응급구조사의 병원 내 업무 범위 축소를 요구했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2000년 현행 응급의료법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응급실과 무관한 119구급대 소속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까지 축소됐다. 그동안 응급의학회 등에선 여러 차례 “구급 과정에 한해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넓혀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직역(職域) 갈등의 재발을 우려한 복지부는 소극적이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그 사이 구급 현장과 법령 간 괴리가 커졌다. 소방청 구급대 업무지침엔 “가슴 통증 환자가 발생하면 심전도를 측정해 이송병원에 알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실상 불법을 저지르라는 지침이다. 지난해 전국 구급대원 9772명 중 응급구조사는 7623명(78%), 간호사는 1328명(17.4%)이었다. 의사의 지시 없이 심전도를 측정하려면 임상병리사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정작 임상병리사는 구급대에 지원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응급상황 시 구급대원이 의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심전도를 측정하는 비율은 미국이 73.2%, 영국이 75.6%였다. 한국엔 관련 통계가 없다. 이런 차이 탓에 입원 30일 내에 숨진 급성 심근경색 환자 비율은 한국이 8.1%로 프랑스(3.9%)나 미국(4.6%)보다 높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부산 동래구에 사는 A 씨(49)는 2016년 9월 집에서 가슴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119구급대원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A 씨의 심전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동아대병원 권역심뇌혈관센터에 보냈다. 의료진은 A 씨가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곧장 심장혈관 확장술을 준비했다. 119구급대와 동아대병원 간 신속한 의사소통 덕분에 A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만에 응급 시술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 동아대병원과 부산소방본부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심전도 전송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벌였다. 심장 이상 환자가 나오면 119구급대원이 바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내고, 의료진은 급성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한 것이다. 시범사업 기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 286명이 구조부터 심장혈관 확장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시범사업 전 평균 92분에서 79분으로 13분 단축됐다. 이에 동아대병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심전도 전송을 시범사업에서 정규사업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분초를 다투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살리기 위해 119구급대원이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도,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모두 현행법에 저촉된다. 심전도 측정은 의료기사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있어야만 측정할 수 있다. 의료진이 SNS로 전송받은 심전도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진단을 내리는 것도 의료법상 ‘무허가 원격의료’에 해당한다. 현행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구급대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의료진은 1년 이하의 병원 폐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시범사업은 상관없지만 정규사업은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동아대병원은 처벌을 각오하고 ‘심전도 전송 사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첫 증상을 보인 지 2시간 안에 심장혈관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응급실로 옮겨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의심환자의 2시간 골든타임 준수율은 절반(49.7%)에도 못 미쳤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119구급대원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왔는지를 알 수 없다. 일단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는 응급실이라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 동아대병원 김무현 심혈관센터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라리 법을 어기고 말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행법에 어긋나는 사업을 허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2015년부터 의료진이 영상통화로 조언하면 119구급대가 심정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주사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도 “구급대원에겐 전문의약품 투약 권한이 없다”는 논란 때문에 정식 사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수령액과 보험료를 그대로 두는 대신에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큰 것을 감안해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초연금 인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손대지 않고도 노후소득 보장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기초연금 인상을 통해 사실상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방안을 관철하려면 기초연금을 현행 월 25만 원에서 43만4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걷는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처럼 현금성 복지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미래 세대가 질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득대체율 50% 인상과 같은 효과 보려면 기초연금 43만4000원으로 올려야 김연명 신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임명 전인 9월 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쟁점과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월소득 218만 원(전체 가입자 평균)인 가입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24년(평균 가입기간) 동안 낼 경우 노후에 받게 될 연금액은 소득대체율이 40%일 때 월 52만 원, 50%일 때 월 65만4000원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 가입자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렸을 때보다 평균적으로 월 13만4000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 50%’ 효과를 보겠다는 정부의 개편안은 이 차액을 기초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 10만 원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며 노후 생계를 돕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2014년 기초연금으로 개편하며 액수를 20만 원으로 높였다. 올해 9월부턴 25만 원으로 올렸고, 정부 여당은 2021년 4월부터 30만 원으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13만4000원을 증액해 43만4000원으로 올리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52만 원)과 기초연금(43만4000원)을 합해 95만4000원이 되는데, 이를 통해 1인 가구 최소 노후생활비(104만1000원)에 가까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60년엔 젊은층 1명이 노인 1명 부양 하지만 기초연금만 올리는 방안은 막대한 국가 재정을 필요로 하기에 후대에 큰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젊었을 때 낸 보험료를 모아서 굴린 뒤 노후에 나눠주는 개념이지만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었는데 액수까지 올리면서 2008년 기초노령연금 예산 2조2000억 원의 약 5배로 늘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예산 증가의 ‘서막’에 불과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정부의 검토안대로 기초연금을 43만4000원으로 올릴 경우 연간 소요 재정이 2040년 148조4280억 원, 2060년 201조1590억 원으로 급증한다. 42년 뒤에는 내년 정부 총예산 470조50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기초연금 유지에만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저출산으로 윗세대를 부양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 세대가 체감할 부담은 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15∼64세 인구는 3750만5502명, 65세 이상 노인은 769만3721명으로 추계된다. 생산가능인구 1명당 5만 원씩 노인 1명에게 주는 꼴이다. 하지만 2060년엔 15∼64세 2168만8378명, 노인 1853만6378명으로 그 비율이 1 대 1에 가까워진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린이가 50세가 될 즈음엔 혼자서 노인 1명의 기초연금을 대기 위해 매달 40만 원 가까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가 된다는 뜻이다. 막대한 재정도 부담이지만 국민연금은 ‘푼돈 연금’으로 방치한 채 기초연금만 올리는 방안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성을 점점 더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40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에 국회가 합의할지도 미지수다.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만 내년 4월 월 30만 원으로 2년 일찍 인상하자는 정부의 요청도 예산 협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르면 2020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와 병·의원 등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10만 원 안팎의 과태료를 문다. 주류 광고에서 모델이 술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공공청사와 병·의원, 초중고교 등 전국 14만8227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음주운전과 알코올 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4809명으로 하루 13명꼴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질병 및 사고)도 연간 9조4524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음주 폐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무 데서나 술을 마시는 걸 관용하는 문화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취지다. 현행법으론 공공장소 내 흡연만 단속할 수 있을 뿐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없다. 청소년 음주를 조장하는 주류 광고도 옥죈다. 술을 마시는 행위와 관련된 표현을 일절 금지한다. 주류업체들은 그동안 모델들이 술을 마시거나 병 따는 소리, 목 넘김 소리 등을 광고에 활용해왔다. 미성년자가 볼 수 있는 유튜브 동영상 앞뒤엔 술 광고를 붙이지 못한다. 이를 어겼을 때 처벌 상한을 벌금 100만 원에서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으로 상향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법은 계도 기간을 거쳐 2020년부터 현장에 도입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이르면 2020년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힌 장소는 초중고교와 병·의원, 관공서 등 지금도 사람들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곳이다. ‘길맥’(길거리에서 마시는 맥주) 문화의 중심인 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조례를 만들어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놀이터와 키즈카페, 학원 등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금주구역 범위를 좁게 정한 건 과거의 실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9월 대학 캠퍼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려다가 주류업자와 지역 상인의 반발로 뜻을 접었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2013년 4476명에서 지난해 4809명으로 늘었다.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한 번에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는 비율)은 2014년 47.5%에서 올해 52.5%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인식조사에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음주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국민적 공감이 커졌다. 응답자의 94.3%가 초중고교 내 음주 제한에 찬성했고 93.2%가 다른 음주자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9조4524억 원)은 흡연(7조1258억 원)이나 비만(6조7695억 원)보다 크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선 누가 봐도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할 곳부터 규제하기 시작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광고 규제도 손본다. TV와 라디오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류광고 금지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를 인터넷TV(IPTV)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도 적용한다.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도 술 광고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술 마시는 행위’ 묘사도 광고에서 퇴출한다. 가수 아이유가 소주를 넘긴 뒤 ‘캬∼!’라고 외치는 모습이나 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목젖을 강조하는 광고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젊은 광고모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지하철, 선박 등에도 주류 광고를 하지 못한다. 술꾼이 스스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술 한 병에 든 알코올 총량을 겉면에 표기하고 알코올 섭취가 얼마이면 위험한지도 함께 넣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다수의 선진국이 음주행태를 점검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량 환산법을 알리고 있다. 한국은 소주와 맥주 모두 한 잔당 알코올이 7g 들었다고 가정해 하루에 7잔 이상이나 한 주에 14잔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자로 본다. 복지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시행한다. 금주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금주 정책이 파악된 168개국 중 거리나 공원에서의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캐나다 등 102개국이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불쾌한 행동을 한 음주자를 체포할 수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에선 공공장소에서 술을 갖고만 있어도 최고 1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린다. 노르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주류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양재진 알코올중독전문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알코올 중독 질환자 중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12.1%에 불과하다”며 “고위험 음주자가 도움을 청할 곳을 곳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율을 별도로 조사하기로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0%에 육박하지만 현행 조사방식으로는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이 38.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국내에 상륙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지난해 조사 땐 “현재 담배를 피우십니까”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한 응답자만 흡연자로 봤다. 그러나 여기서 ‘담배’가 일반담배만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 “아니다”라고 답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전부 비흡연자로 분류됐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남성 1000명을 추가로 조사해보니 궐련형 전자담배만 피우는 흡연자 중 44%가 이 문항에 “아니다”라고 응답해 흡연자 집계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지난해 1월부터 조사를 진행했는데 아이코스 등은 6월 수입돼 중간에 문항을 바꿀 수 없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를 포함시켜도 전체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세는 한 해 만에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담배 35억2340만 갑 중 궐련형 전자담배는 7870만 갑(2.2%)에 불과했지만 올해(9월 기준)는 그 점유율이 8.9%로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조사에 처음으로 별도 문항이었던 ‘기타 담배’의 보기 항목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추가했다. 내년부턴 흡연 빈도와 하루 평균 흡연량 등 새로운 문항 3, 4개를 만들어 궐련형 전자담배를 따로 상세히 조사할 계획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생후 4주 영아가 접종하는 경피용(도장형)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나 검출되자 부모들이 “이미 맞은 아이들은 어쩌란 거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와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 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Q. 핏덩이가 접종했는데 괜찮을 리 있나. A.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문제가 된 BCG 한 제품에서 비소는 최대 0.26ppm 검출됐다. 국내 기준치(0.1ppm)보단 많다. 하지만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매일 이보다 38배 많은 양을 평생 동안 주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BCG는 평생 한 번 맞는다. 게다가 도장형 BCG의 주사액은 일부만 피부 속으로 들어가는 데다 그마저도 72시간 이내에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최승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Q. 국내에 들여온 BCG엔 비소가 더 많을 수도 있지 않나. A.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현재 국내 유통량을 전부 회수해 검사 중이다. 다만 해당 제품은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에 따라 일정한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특정 제품에서 비소가 0.26ppm보다 훨씬 많이 검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최 과장) Q. BCG를 맞은 흉터와 비소로 인한 피부 질환은 어떻게 구분하나. A. 비소는 보통 오랜 기간동안 여러 차례 접촉해야 독성이 나타난다. 한 차례 투약한 의약품에 비소가 미량 섞였다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경우는 아직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비소로 피부암이 발생한다면 피부가 뚫리거나 검은 반점이 생겨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된다.(박창욱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Q. 만약 도장형 BCG로 부작용이 생기면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A. 국가의 피해구제가 약사법과 감염병예방법에 명시돼 있다. 특정 질환이나 건강 이상반응 때문에 진료비를 30만 원 넘게 썼고, 그게 도장형 BCG 때문이라는 심의 결과가 나오면 건강보험 본인부담 진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일시적으로 도장형 BCG에 국가무료접종 혜택을 적용한 만큼 당시 접종 이후 부작용이 있었다면 진료비와 별도로 간병비(하루 최대 5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 Q. 아직 BCG를 맞지 않은 우리 아이는 접종을 미뤄야 하나. A. 무료접종 혜택이 적용되는 덴마크산 피내용(주사형) BCG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이 가장 높으므로 BCG 접종은 필수다. 주사형을 접종하는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찾아 제때 맞추는 게 좋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생후 2개월 된 아들에게 최근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를 맞힌 이모 씨(35·여)는 8일 백신 세트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씨는 아이에게 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BCG를 맞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게 이 제품이다. 이 씨는 “비싸지만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해서 믿고 맞혔는데 아이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본비시지제조(JBL)에서 수입한 BCG에서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나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에 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문제 백신, 1993년부터 독점 공급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부터 회수에 나선 제품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수입된 것으로 제조(로트)번호는 KHK147∼149다. 8일 전국 병·의원엔 자녀가 맞은 BCG가 회수 대상 제품인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모 씨(36)는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의료진이 전화를 받느라 진료를 보지 못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접종 이력을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정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는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회수 대상 제품이 아이에게 얼마나 해로우냐다. 일본 후생성은 자국 내 유통 제품에서 나온 비소의 최대량이 한 제품당 0.26ppm으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하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온 제품엔 비소가 더 많이 섞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장형 BCG는 JBL사가 전 세계적으로 독점 공급한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이 제품을 수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백신 분말을 녹이는 생리식염수의 유리용기다. 식약처는 JBL사가 해당 유리용기의 제조 공정을 마지막으로 바꾼 시점부터 계속 비소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석 달 늦게 대처한 보건당국 보건당국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일 “JBL사가 8월부터 해당 백신의 선적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사실을 JBL사나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보고받지 못하다가 5일 일본 후생성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이후 문제를 파악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면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의 샘플을 수거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JBL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강제로 받아낼 근거는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해당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똑바로 파악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여 명이 동의했다. 현재 도장형 백신의 대체품인 덴마크산 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무료 BCG는 지정 의료기관 372곳과 보건소 256곳 등 전국 628곳에서만 맞을 수 있다. 반면 도장형은 부모가 7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병·의원 9000여 곳에서 이 백신을 사용했다. 국내 점유율이 70% 이상인 JBL사 백신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보건당국이 석 달가량 파악하지 못하면서 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연금 재정에 국고를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취지에 대해 “(대통령이) ‘국가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특히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을 종합하면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걷지 말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하나다. 연금 재정에 세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국고로 적자 보전” 명문화의 함정 문 대통령은 이미 8월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적자를 보전해주도록 명문화돼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그런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젊은 가입자들은 “내가 낸 보험료를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보험료 인상의 저항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법에 ‘국고로 적자를 보전한다’고 명기하면 불신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하면서 문 대통령 공약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연금 재정은 2054년에 완전히 고갈된다. 현재 29세인 A 씨가 65세가 돼 처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게 2054년인데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 이때부터 연금 적자는 연간 272조 원에 달한다. 이를 온전히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A 씨가 85세가 되면 연금의 연간 적자는 743조 원까지 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 총액이 470조 원이니 적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국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도 문제지만 국고로 적자를 보전하기로 하는 순간 보험료 인상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국가가 적자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내 돈을 더 내겠다’고 나설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40만 원의 명암 18∼59세 인구 중 국민연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율은 45.3%에 이른다. 연금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올려도 이들의 노후 빈곤은 해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을 올리는 게 노후 소득보장을 높이는 정공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금 개선안에도 기초연금을 현행 월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역시 엄청난 재정 부담이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이 돈은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현재 18∼59세 3241만 명이 이를 나눠 낸다면 한 명당 35만 원꼴로 부담하는 셈이다. 만약 기초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올리면 2045년 예산엔 160조 원이 필요하다. 저출산 여파로 그해 18∼59세는 약 2269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한 명당 705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은 다음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면서 현 정부가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과식’ 전환 염두에 뒀나 일각에선 현재 671조 원인 연금 적립금을 조기에 소진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처럼 한 해 한 해 가입자들에게 걷어 연금 대상자들에게 나눠주는 ‘부과식’으로 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세대를 ‘인질’로 잡는 방식이다. 올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은 16.8%다. 이 비율은 2040년 62.7%, 2068년 124.1%로 급증한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다고 해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은 2040년 14.9%, 2070년 29.7%로 급격하게 오른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2070년 52세 때 월급 500만 원을 받는다면 148만여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생후 2개월 아들에게 최근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를 맞힌 이모 씨(35·여)는 8일 백신 세트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씨는 아이에게 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BCG를 맞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게 이 제품이다. 이 씨는 “비싸지만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해서 믿고 맞혔는데 아이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본비시지제조(JBL)로부터 수입한 BCG에서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에 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문제 백신, 1993년부터 독점 공급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부터 회수에 나선 제품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수입된 것으로, 제조(롯트)번호는 KHK147~149다. 8일 전국 병·의원엔 자녀가 맞은 BCG가 회수 대상 제품인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모 씨(36)는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의료진이 전화를 받느라 진료를 보지 못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접종 이력을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정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는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회수 대상 제품이 아이에게 얼마나 해로우냐다. 일본 후생성은 자국 내 유통 제품에서 나온 비소의 최대량이 한 제품당 0.26ppm으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하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온 제품엔 비소가 더 많이 섞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장형 BCG는 JBL사가 전 세계적으로 독점 공급한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이 제품을 수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백신 분말을 녹이는 생리식염수의 유리용기다. 식약처는 JBL사가 해당 유리용기의 제조 공정을 마지막으로 바꾼 시점부터 계속 비소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석 달 늦게 대처한 보건당국 보건당국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일 “JBL사가 8월부터 해당 백신의 선적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사실을 JBL사나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보고받지 못하다가 이달 5일 일본 후생성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이후 문제를 파악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면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의 샘플을 수거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JBL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강제로 받아낼 근거는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해당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똑바로 파악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여 명이 동의했다. 현재 도장형 백신의 대체품인 덴마크산 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무료 BCG는 지정 의료기관 372곳과 보건소 256곳 등 전국 628곳에서만 맞을 수 있다. 반면 도장형은 부모가 7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병의원 9000여 곳에서 이 백신을 사용했다. 국내 점유율이 70% 이상인 JBL사 백신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보건당국이 석 달가량 방치하면서 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1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 중엔 실전을 앞두고 미처 보지 못한 참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또 긴장감이 높아져 평소보다 늦은 밤까지 책상 앞을 못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면 오히려 수능 당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토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 평소보다 1시간 전 잠드는 건 금물 하루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있지만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음 날 생활하거나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적당히 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큰 시험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오히려 두뇌 활동성을 떨어뜨려 그간 익힌 지식을 기억해내는 데 방해가 된다. 거꾸로 잠을 설쳐 시험을 망칠까 봐 수능 전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람의 생체리듬은 인위적으로 급작스럽게 바뀌지 않는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히려 잠을 설치거나 새벽에 잠에서 깨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김의중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소보다 1시간 먼저 눕는 것만큼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평소에 오후 10시에 잠들었다면 오후 9∼10시는 ‘수면 금지 시간대’라 불릴 만큼 잠들기 힘든 시간대라는 것이다. 시험을 한 주 앞둔 시점부터는 수면 패턴을 수능일에 맞추는 게 좋다. 첫 교시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잠에서 깬 뒤 2시간가량 지나야 두뇌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적정 수면 시간이 7시간이라면 전날 오후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에 이보다 늦게 잤다면 하루 15분 정도씩 점진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기고, 아침에 조금씩 일찍 일어나는 게 효과적이다.○ 맵고 짠 음식은 금물 맵거나 짠 음식은 속 쓰림을 유발하고 숙면을 방해한다. 평소에 먹던 것 위주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는 게 제일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입시에서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미역에는 철분이 풍부해 두뇌 회전과 피로 해소를 돕는다. ‘시험을 죽 쑨다’며 피하는 죽도 소화가 안 될 때 가장 좋은 영양 보충식이다. 잠들기 4∼6시간 전 커피우유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오후 7시에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오후 11시까지 섭취한 카페인의 절반 정도가 몸속에 남아 있게 된다. 허기 탓에 잠이 오지 않으면 땅콩버터나 바나나, 요구르트 등을 먹는 게 좋다. 이 음식들엔 수면에 도움을 주는 물질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체력이나 집중력을 키우겠다며 안 먹던 영양제나 보약을 먹으면 오히려 생활리듬이 깨져 학습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식호흡과 스트레칭으로 긴장 해소 근육과 호흡을 편안하게 이완하면 대뇌는 오히려 각성 상태가 돼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다. 온몸의 힘을 뺀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코로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쉬고 배꼽 끝으로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복식호흡을 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때 “나에게 어려운 문제는 남들도 어렵고, 내가 시간이 부족하면 남들도 부족하다”는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처럼 돌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 두려움과 혼란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유하면 그 자체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고, 혼자만 불안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근육이 굳어 뒷목과 어깨 통증을 유발한다. 이때는 앉은 채로 목을 늘이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등을 곧게 펴고 한 손을 반대쪽 머리 옆에 대 머리를 어깨 앞쪽 45도 방향으로 당겨 15초 유지하고 천천히 돌아오는 식이다. 또 둥글게 기지개를 켜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게 좋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어깨 통증이 지속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만큼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은 뒤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보건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늘리면서 지금 내야 할 보험료는 올리지 말라는 ‘모순된 지시’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대통령 보고안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에서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20년째 동결된 보험료율을 높이는 게 필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보험료 인상(폭)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상 시점을 늦추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라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 복지부가 보고한 보험료 인상 폭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턱없이 작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일 경우 2065년이면 현재 630조 원인 적립금이 바닥난다. 소득대체율 45%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을 2034년 12.3%, 2044년 17.9%로 각각 인상해도 연금 재정은 2075년 적자로 돌아선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50%는 보험료율을 20%로, 소득대체율 45%는 보험료율을 16%로 각각 올렸을 때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늦추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연금개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돈을 더 내더라도 연금을 더 받고 싶다는 요구부터,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라는 요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결과 등을 더 반영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는 내년 하반기에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2020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보험료를 인상하기 더 힘들다. 이 때문에 결국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사실상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다음 정권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손대지 않으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연금의 ‘소득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은 월 468만 원이다. 이보다 월급이 더 많아도 보험료를 더 낼 수는 없다. 이 소득상한선을 높이면 고소득 가입자 242만 명에게서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 당장 재정 흑자가 커지겠지만 이는 임시방편 조치다. 소득상한액을 높이면 나중에 돌려줘야 할 연금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건드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올려 노후 소득을 높여주는 방안도 있다. 정부안에도 현재 월 25만 원인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세 미만 영아가 맞는 일본산 결핵 백신에서 기준치가 넘는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 보건당국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14만 명분의 백신을 전량 회수해 건강 위해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 제약사인 일본비시지제조(JBL)로부터 수입한 경피용(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결핵 백신 세트에서 비소가 최대 0.23ppm 검출돼 우리나라 기준치(0.1ppm)를 초과했다고 7일 밝혔다. 비소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다량 노출되면 말초신경 장애나 방광암 등에 걸릴 수 있어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자체 생산이 안 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결핵 백신은 JBL사가 만든 도장형과 덴마크 AJ사의 피내용(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등 2종뿐이다. 이 중 도장형 백신은 아이들의 거부감이 덜하고 접종하기 쉬워 주사형보다 4배가량 많이 쓰인다. JBL사의 도장형은 원래 국가무료접종에 쓰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사형 공급량이 부족해 24만 명이 넘는 영아가 도장형으로 무료 접종을 받았다. 현재는 주사형 백신만 국가무료접종에 포함돼 있다. 일본 후생성은 이날 식약처 발표를 두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최대 검출량이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주사액을 피부에 바른 뒤 바늘로 누르는 제품 특성상 극소량만 인체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해당 제품의 출하만 중지했을 뿐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회수 대상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보고 JBL사의 재고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사형 결핵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의원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는 것을 포함해 여러 조합의 개편안을 15일 내놓기로 했다. 국회가 다양한 개편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한 달 늦추고도 결국 선택을 떠넘긴 셈이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발표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경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받을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후소득보장 강화안’과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만 올리는 ‘지속가능성 제고안’ 안에서 보험료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각기 달리해 3개 이상의 다양한 세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 10∼11%로 올린 뒤 소득대체율에 따라 향후 최고 15%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연금은 4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만 원이던 기초연금은 올해 9월 25만 원으로 올랐고 2021년 30만 원으로 다시 오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 세대를 위해 기초연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국민연금 개편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6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한 반면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철중 기자}
내년 건강보험료가 3.49% 오른다. 8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인 ‘문재인 케어’와 노인 의료비 증가가 겹쳐 건보료가 대대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직장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보료를 현행 월급의 6.24%에서 6.46%로 올리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 건보료는 월평균 10만6242원에서 10만9988원으로 3746원 늘어난다. 지역가입자는 가구당 월평균 9만4284원에서 9만7576원으로 3292원 오른다. 건보료 인상률이 3%를 넘긴 것은 2011년(5.9%) 이후 처음이다. 2017년엔 건보료를 동결했고 올해는 2.04% 올렸다. 내년 큰 폭으로 건보료를 올린 것은 문재인 케어에 따라 2022년까지 건강보험 지출이 30조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건보료 인상 폭이 의료비 부담 증가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앞으로 건보료를 매년 3.49%씩 올릴 경우 7년 뒤인 2025년엔 건보료율이 7.93%가 돼 현행법상 상한(8%)에 가까워진다고 추계했다. 건보료를 이렇게 올려도 올해 7월 기준 21조6159억 원인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6년엔 2000억 원밖에 남지 않고, 2027년부턴 적자로 돌아선다. 급격하게 오르는 노인 의료비 증가도 부담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쓴 건강보험 의료비는 25조187억 원으로 2016년(21조9210억 원)보다 14.1%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라면 2022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는 국고 비중을 건보료 수입의 14%에서 20%로 올리고 관련법의 ‘한시 지원’ 조항을 삭제해 상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기 안양시의 한 의원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던 A 씨(56)는 2014년 2월 원장이 은퇴하자 건물과 의료장비를 사들였다. 가짜 의료재단을 세워 ‘사무장병원’을 직접 운영할 심산이었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A 씨는 봉직의(페이닥터)를 앞세워 진료 수익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외부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록에도 친필 서명이 없었다. 아내와 자녀, 며느리 등을 직원으로 채용해 고액 임금도 지급했다. A 씨가 올해 8월 당국에 적발되기 전까지 챙긴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82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월부터 지난달까지 특별 단속을 벌여 A 씨처럼 불법 요양기관으로 의심되는 병의원과 약국 등 90곳을 경찰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요양병원이 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요양병원은 비의료인 실소유주(사무장)의 관점에선 가장 짭짤한 돈벌이다. 200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사무장 요양병원 288곳의 부당이득금은 1곳당 평균 51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불법 요양기관 1550곳의 1곳당 평균 부당이득금(17억6600만 원)보다 3배 가까이로 많다. 한번에 많은 입원환자를 돌보기 때문이다. 약사를 ‘바지(가짜) 사장’으로 내세우고 실제 운영은 무면허자가 맡은 ‘면허대여 약국’도 24곳 적발됐다. 전남 여수시의 건물주 B 씨(54)는 인터넷 구인광고로 약사 C 씨(81)를 채용해 2014년 약국을 세우고 적발되기 전까지 총 18억 원을 챙겼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구조 자체는 사무장 병원과 같지만 면허대여 약국은 직원이 많지 않아 사무장과 약사가 말을 맞추기 쉽고, 그만큼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번에 적발된 불법 요양기관이 벌어들인 건강보험 진료비 5812억 원을 전부 환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실제 사무장 병원으로부터 돌려받는 부당 수익금은 적다. 지난해 부당 청구된 불법 요양기관 진료비 중 건보 재정으로 돌아온 비율은 4.9%에 그쳤다. 조사가 들어오면 재산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법 요양기관이 챙긴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도 전부 범죄수익으로 몰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없이 22일 공식 출범한다. 경사노위는 “2일 실무협의회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고용노동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국민연금 제도 개편 등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과제가 많은 상태에서 출범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개문발차(開門發車·문을 연 채 출발) 방식으로라도 경사노위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사노위는 이번 주 운영위원회를 열어 첫 본위원회 개최 일정을 정하고 제5차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최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다.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청년과 소상공인 대표 등을 참여시키는 대화기구로 6월 설립 법안이 공포됐다.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민노총은 유감을 표했다. 민노총은 지난달 17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지 못해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로 결정을 미뤘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등을 요구하며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주말인 27, 28일에는 비가 그친 뒤 기온이 2∼3도 떨어지면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7일 전국이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구름이 많은 가운데 중부와 전북, 경북 지역에 새벽부터 오전 사이에 빗방울이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과 경기, 충남에서 10∼40mm, 다른 지역에선 5∼30mm다. 비는 오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이후에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넘어오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기온이 낮아지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12도, 낮 최고기온은 11∼18도로 전망된다. 서울은 7∼13도, 춘천 4∼13도, 광주 9∼16도, 부산 11∼18도로 예보됐다. 28일엔 아침 최저기온이 서울 5도, 부산 9도 등으로 더 떨어진다. 이번 추위는 30일경 더 심해져 서울 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3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다음 주 내내 이어지겠다. 다만 대기 확산이 원활해 미세먼지는 주말 동안 전국 각지에서 대체로 ‘좋음’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사이판을 강타한 26호 태풍 위투(Yutu)는 83년 만의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위투는 26일 오전 9시 현재 괌 북서쪽 약 61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23km의 속도로 필리핀 마닐라 방향으로 다가가고 있다. 위투가 사이판을 강타한 25일 오전 9시 중심기압 905hPa(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은 초속 58m였다. 가로수가 부러지고 철탑이 휠 정도의 강도로 실제 사이판 곳곳에서 주택 지붕과 차량이 날아가거나 나무와 전신주가 뽑히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세다. 8월 한반도를 지났던 19호 태풍 솔릭은 가장 강했던 순간에도 중심기압이 950hPa, 최대 풍속은 초속 43m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위투가 미국 본토나 미국령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1935년 ‘노동절 허리케인’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전했다. 위투는 중국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전설 속의 옥토끼를 뜻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가인 기자}

충남의 한 소도시에 사는 A 씨(61)는 8월 명치뼈 주변이 묵직한 느낌과 함께 아파오자 지역 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 체한 줄로만 알았는데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급히 충남 천안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첫 증상이 나타난 지 4시간이 지난 후였다. A 씨는 이 대학병원에서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심장혈관(관상동맥) 확장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심장세포가 상당히 괴사해 호흡 곤란과 심부전을 앓게 됐다.○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1222명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2시간 안에 응급실로 옮겨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기껏 찾아간 응급실이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다면 2시간 골든타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적잖은 환자들이 A 씨처럼 엉뚱한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 2만6430명 중 1222명(4.6%)이 처음 찾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옮긴 환자 비율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충남(14%)과 전북(8.6%) 제주(7.0%) 등이 높은 반면 대전(1.0%)과 울산(1.0%) 부산(1.5%) 서울(2.8%) 등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 지역은 낮았다.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을 대상으로 환자 전원(轉院) 비율을 살펴보면 지역 간 차이가 더 확연히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에선 급성 심근경색 환자 171명 중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경우가 67명(39.2%)이나 됐다. 10명 중 4명꼴로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는 뜻이다. 서산 외에도 태안군(30.6%) 청양군(26.3%) 홍성군(25.7%) 당진시(22.8%) 등 충남 지역에는 전원 비율이 상위권인 시군이 몰려 있다. 그만큼 응급의료 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골든타임 준수율 아무리 높아도… 심근경색 발병 뒤 2시간 내 응급실을 찾는 ‘골든타임 준수율’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 비율이 높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그런 지역이 적지 않았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의 첫 응급실 도착 시간 중앙값(도착 순서대로 환자를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시간)이 93분으로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환자의 16.4%는 첫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곳곳에 지역 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심장혈관 확장술을 하려면 심장내과 전문의와 영상기사, 간호사 등 3명이 병원에 상주해야 한다. 10억 원 이상인 심장혈관 조영실도 갖춰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병원이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큰돈을 들여 새 센터를 짓기보다 불필요한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행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는 구급대원은 환자의 심근경색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심전도 측정기를 쓸 수 없다. 또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곧바로 심장혈관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구급대원들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신동근 의원은 “복지부와 소방청이 이송 체계를 고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