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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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보건20%
인사일반13%
사회일반10%
복지7%
미담3%
기타3%
  • “꿀꺽 꿀꺽, 캬~” 음주장면 광고 못한다

    정부가 이르면 2020년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힌 장소는 초중고교와 병·의원, 관공서 등 지금도 사람들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곳이다. ‘길맥’(길거리에서 마시는 맥주) 문화의 중심인 도시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조례를 만들어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놀이터와 키즈카페, 학원 등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금주구역 범위를 좁게 정한 건 과거의 실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9월 대학 캠퍼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려다가 주류업자와 지역 상인의 반발로 뜻을 접었다.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2013년 4476명에서 지난해 4809명으로 늘었다. 청소년의 위험 음주율(한 번에 소주 5잔 이상을 마시는 비율)은 2014년 47.5%에서 올해 52.5%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인식조사에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음주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국민적 공감이 커졌다. 응답자의 94.3%가 초중고교 내 음주 제한에 찬성했고 93.2%가 다른 음주자 때문에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9조4524억 원)은 흡연(7조1258억 원)이나 비만(6조7695억 원)보다 크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우선 누가 봐도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할 곳부터 규제하기 시작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류광고 규제도 손본다. TV와 라디오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류광고 금지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를 인터넷TV(IPTV)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도 적용한다.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도 술 광고를 붙이지 못하게 한다. ‘술 마시는 행위’ 묘사도 광고에서 퇴출한다. 가수 아이유가 소주를 넘긴 뒤 ‘캬∼!’라고 외치는 모습이나 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목젖을 강조하는 광고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젊은 광고모델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지하철, 선박 등에도 주류 광고를 하지 못한다. 술꾼이 스스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술 한 병에 든 알코올 총량을 겉면에 표기하고 알코올 섭취가 얼마이면 위험한지도 함께 넣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다수의 선진국이 음주행태를 점검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량 환산법을 알리고 있다. 한국은 소주와 맥주 모두 한 잔당 알코올이 7g 들었다고 가정해 하루에 7잔 이상이나 한 주에 14잔 이상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자로 본다. 복지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상반기 시행한다. 금주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금주 정책이 파악된 168개국 중 거리나 공원에서의 음주를 제한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캐나다 등 102개국이다. 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불쾌한 행동을 한 음주자를 체포할 수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에선 공공장소에서 술을 갖고만 있어도 최고 1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물린다. 노르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주류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양재진 알코올중독전문 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알코올 중독 질환자 중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12.1%에 불과하다”며 “고위험 음주자가 도움을 청할 곳을 곳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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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민 흡연율 조사때 전자담배 별도 설문

    정부가 내년부터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율을 별도로 조사하기로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0%에 육박하지만 현행 조사방식으로는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이 38.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국내에 상륙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지난해 조사 땐 “현재 담배를 피우십니까”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한 응답자만 흡연자로 봤다. 그러나 여기서 ‘담배’가 일반담배만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 “아니다”라고 답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전부 비흡연자로 분류됐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남성 1000명을 추가로 조사해보니 궐련형 전자담배만 피우는 흡연자 중 44%가 이 문항에 “아니다”라고 응답해 흡연자 집계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지난해 1월부터 조사를 진행했는데 아이코스 등은 6월 수입돼 중간에 문항을 바꿀 수 없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를 포함시켜도 전체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세는 한 해 만에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담배 35억2340만 갑 중 궐련형 전자담배는 7870만 갑(2.2%)에 불과했지만 올해(9월 기준)는 그 점유율이 8.9%로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조사에 처음으로 별도 문항이었던 ‘기타 담배’의 보기 항목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추가했다. 내년부턴 흡연 빈도와 하루 평균 흡연량 등 새로운 문항 3, 4개를 만들어 궐련형 전자담배를 따로 상세히 조사할 계획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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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군 발암물질이라던데…‘비소 백신’ 맞은 우리아이 어쩌나

    생후 4주 영아가 접종하는 경피용(도장형)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나 검출되자 부모들이 “이미 맞은 아이들은 어쩌란 거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와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 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Q. 핏덩이가 접종했는데 괜찮을 리 있나. A.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문제가 된 BCG 한 제품에서 비소는 최대 0.26ppm 검출됐다. 국내 기준치(0.1ppm)보단 많다. 하지만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매일 이보다 38배 많은 양을 평생 동안 주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BCG는 평생 한 번 맞는다. 게다가 도장형 BCG의 주사액은 일부만 피부 속으로 들어가는 데다 그마저도 72시간 이내에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최승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Q. 국내에 들여온 BCG엔 비소가 더 많을 수도 있지 않나. A.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현재 국내 유통량을 전부 회수해 검사 중이다. 다만 해당 제품은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에 따라 일정한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특정 제품에서 비소가 0.26ppm보다 훨씬 많이 검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최 과장) Q. BCG를 맞은 흉터와 비소로 인한 피부 질환은 어떻게 구분하나. A. 비소는 보통 오랜 기간동안 여러 차례 접촉해야 독성이 나타난다. 한 차례 투약한 의약품에 비소가 미량 섞였다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경우는 아직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비소로 피부암이 발생한다면 피부가 뚫리거나 검은 반점이 생겨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된다.(박창욱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Q. 만약 도장형 BCG로 부작용이 생기면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A. 국가의 피해구제가 약사법과 감염병예방법에 명시돼 있다. 특정 질환이나 건강 이상반응 때문에 진료비를 30만 원 넘게 썼고, 그게 도장형 BCG 때문이라는 심의 결과가 나오면 건강보험 본인부담 진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일시적으로 도장형 BCG에 국가무료접종 혜택을 적용한 만큼 당시 접종 이후 부작용이 있었다면 진료비와 별도로 간병비(하루 최대 5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 Q. 아직 BCG를 맞지 않은 우리 아이는 접종을 미뤄야 하나. A. 무료접종 혜택이 적용되는 덴마크산 피내용(주사형) BCG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이 가장 높으므로 BCG 접종은 필수다. 주사형을 접종하는 지정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찾아 제때 맞추는 게 좋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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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소 결핵백신’ 석달간 깜깜… “우리 아이 문제없나” 엄마들 분통

    생후 2개월 된 아들에게 최근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를 맞힌 이모 씨(35·여)는 8일 백신 세트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씨는 아이에게 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BCG를 맞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게 이 제품이다. 이 씨는 “비싸지만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해서 믿고 맞혔는데 아이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본비시지제조(JBL)에서 수입한 BCG에서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나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에 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문제 백신, 1993년부터 독점 공급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부터 회수에 나선 제품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수입된 것으로 제조(로트)번호는 KHK147∼149다. 8일 전국 병·의원엔 자녀가 맞은 BCG가 회수 대상 제품인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모 씨(36)는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의료진이 전화를 받느라 진료를 보지 못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접종 이력을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정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는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회수 대상 제품이 아이에게 얼마나 해로우냐다. 일본 후생성은 자국 내 유통 제품에서 나온 비소의 최대량이 한 제품당 0.26ppm으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하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온 제품엔 비소가 더 많이 섞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장형 BCG는 JBL사가 전 세계적으로 독점 공급한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이 제품을 수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백신 분말을 녹이는 생리식염수의 유리용기다. 식약처는 JBL사가 해당 유리용기의 제조 공정을 마지막으로 바꾼 시점부터 계속 비소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석 달 늦게 대처한 보건당국 보건당국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일 “JBL사가 8월부터 해당 백신의 선적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사실을 JBL사나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보고받지 못하다가 5일 일본 후생성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이후 문제를 파악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면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의 샘플을 수거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JBL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강제로 받아낼 근거는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해당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똑바로 파악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여 명이 동의했다. 현재 도장형 백신의 대체품인 덴마크산 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무료 BCG는 지정 의료기관 372곳과 보건소 256곳 등 전국 628곳에서만 맞을 수 있다. 반면 도장형은 부모가 7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병·의원 9000여 곳에서 이 백신을 사용했다. 국내 점유율이 70% 이상인 JBL사 백신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보건당국이 석 달가량 파악하지 못하면서 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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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공약대로 소득대체 50%땐… 결국 세금으로 적자 메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연금 재정에 국고를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취지에 대해 “(대통령이) ‘국가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특히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을 종합하면 결국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걷지 말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하나다. 연금 재정에 세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국고로 적자 보전” 명문화의 함정 문 대통령은 이미 8월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적자를 보전해주도록 명문화돼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그런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젊은 가입자들은 “내가 낸 보험료를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보험료 인상의 저항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법에 ‘국고로 적자를 보전한다’고 명기하면 불신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하면서 문 대통령 공약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연금 재정은 2054년에 완전히 고갈된다. 현재 29세인 A 씨가 65세가 돼 처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게 2054년인데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 이때부터 연금 적자는 연간 272조 원에 달한다. 이를 온전히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A 씨가 85세가 되면 연금의 연간 적자는 743조 원까지 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 총액이 470조 원이니 적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국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도 문제지만 국고로 적자를 보전하기로 하는 순간 보험료 인상은 아예 불가능해진다. 국가가 적자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내 돈을 더 내겠다’고 나설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40만 원의 명암 18∼59세 인구 중 국민연금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율은 45.3%에 이른다. 연금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올려도 이들의 노후 빈곤은 해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을 올리는 게 노후 소득보장을 높이는 정공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복지부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금 개선안에도 기초연금을 현행 월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역시 엄청난 재정 부담이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이 돈은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현재 18∼59세 3241만 명이 이를 나눠 낸다면 한 명당 35만 원꼴로 부담하는 셈이다. 만약 기초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올리면 2045년 예산엔 160조 원이 필요하다. 저출산 여파로 그해 18∼59세는 약 2269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한 명당 705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은 다음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면서 현 정부가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과식’ 전환 염두에 뒀나 일각에선 현재 671조 원인 연금 적립금을 조기에 소진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처럼 한 해 한 해 가입자들에게 걷어 연금 대상자들에게 나눠주는 ‘부과식’으로 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세대를 ‘인질’로 잡는 방식이다. 올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은 16.8%다. 이 비율은 2040년 62.7%, 2068년 124.1%로 급증한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다고 해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은 2040년 14.9%, 2070년 29.7%로 급격하게 오른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2070년 52세 때 월급 500만 원을 받는다면 148만여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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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백신’ 믿고 맞혔는데…‘비소 백신’ 부모는 멘붕, 정부는 늑장

    생후 2개월 아들에게 최근 BCG(균으로 만든 결핵 백신)를 맞힌 이모 씨(35·여)는 8일 백신 세트에서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 씨는 아이에게 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BCG를 맞혔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게 이 제품이다. 이 씨는 “비싸지만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해서 믿고 맞혔는데 아이 건강에 문제가 없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본비시지제조(JBL)로부터 수입한 BCG에서 비소가 기준치의 최대 2.6배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에 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문제 백신, 1993년부터 독점 공급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부터 회수에 나선 제품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수입된 것으로, 제조(롯트)번호는 KHK147~149다. 8일 전국 병·의원엔 자녀가 맞은 BCG가 회수 대상 제품인지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쇄도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모 씨(36)는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의료진이 전화를 받느라 진료를 보지 못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접종 이력을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정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는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회수 대상 제품이 아이에게 얼마나 해로우냐다. 일본 후생성은 자국 내 유통 제품에서 나온 비소의 최대량이 한 제품당 0.26ppm으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하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온 제품엔 비소가 더 많이 섞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장형 BCG는 JBL사가 전 세계적으로 독점 공급한다. 한국은 1993년부터 이 제품을 수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백신 분말을 녹이는 생리식염수의 유리용기다. 식약처는 JBL사가 해당 유리용기의 제조 공정을 마지막으로 바꾼 시점부터 계속 비소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석 달 늦게 대처한 보건당국 보건당국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일 “JBL사가 8월부터 해당 백신의 선적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사실을 JBL사나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보고받지 못하다가 이달 5일 일본 후생성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린 이후 문제를 파악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면 2016년 상반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의 샘플을 수거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JBL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강제로 받아낼 근거는 없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해당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똑바로 파악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여 명이 동의했다. 현재 도장형 백신의 대체품인 덴마크산 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무료 BCG는 지정 의료기관 372곳과 보건소 256곳 등 전국 628곳에서만 맞을 수 있다. 반면 도장형은 부모가 7만~8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흉터가 덜한 ‘프리미엄 백신’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병의원 9000여 곳에서 이 백신을 사용했다. 국내 점유율이 70% 이상인 JBL사 백신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보건당국이 석 달가량 방치하면서 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출처: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및 질병관리본부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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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전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자면 되레 잠 설칠수도”

    대학수학능력시험(1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 중엔 실전을 앞두고 미처 보지 못한 참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또 긴장감이 높아져 평소보다 늦은 밤까지 책상 앞을 못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면 오히려 수능 당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토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 평소보다 1시간 전 잠드는 건 금물 하루 네 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四當五落)’이란 말이 있지만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음 날 생활하거나 공부하는 데 지장이 없어야 적당히 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큰 시험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오히려 두뇌 활동성을 떨어뜨려 그간 익힌 지식을 기억해내는 데 방해가 된다. 거꾸로 잠을 설쳐 시험을 망칠까 봐 수능 전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람의 생체리듬은 인위적으로 급작스럽게 바뀌지 않는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히려 잠을 설치거나 새벽에 잠에서 깨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김의중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소보다 1시간 먼저 눕는 것만큼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평소에 오후 10시에 잠들었다면 오후 9∼10시는 ‘수면 금지 시간대’라 불릴 만큼 잠들기 힘든 시간대라는 것이다. 시험을 한 주 앞둔 시점부터는 수면 패턴을 수능일에 맞추는 게 좋다. 첫 교시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잠에서 깬 뒤 2시간가량 지나야 두뇌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적정 수면 시간이 7시간이라면 전날 오후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에 이보다 늦게 잤다면 하루 15분 정도씩 점진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기고, 아침에 조금씩 일찍 일어나는 게 효과적이다.○ 맵고 짠 음식은 금물 맵거나 짠 음식은 속 쓰림을 유발하고 숙면을 방해한다. 평소에 먹던 것 위주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는 게 제일이다. ‘미역국을 먹으면 입시에서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미역에는 철분이 풍부해 두뇌 회전과 피로 해소를 돕는다. ‘시험을 죽 쑨다’며 피하는 죽도 소화가 안 될 때 가장 좋은 영양 보충식이다. 잠들기 4∼6시간 전 커피우유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오후 7시에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오후 11시까지 섭취한 카페인의 절반 정도가 몸속에 남아 있게 된다. 허기 탓에 잠이 오지 않으면 땅콩버터나 바나나, 요구르트 등을 먹는 게 좋다. 이 음식들엔 수면에 도움을 주는 물질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체력이나 집중력을 키우겠다며 안 먹던 영양제나 보약을 먹으면 오히려 생활리듬이 깨져 학습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식호흡과 스트레칭으로 긴장 해소 근육과 호흡을 편안하게 이완하면 대뇌는 오히려 각성 상태가 돼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다. 온몸의 힘을 뺀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코로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쉬고 배꼽 끝으로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복식호흡을 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때 “나에게 어려운 문제는 남들도 어렵고, 내가 시간이 부족하면 남들도 부족하다”는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처럼 돌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 두려움과 혼란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공유하면 그 자체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고, 혼자만 불안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근육이 굳어 뒷목과 어깨 통증을 유발한다. 이때는 앉은 채로 목을 늘이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등을 곧게 펴고 한 손을 반대쪽 머리 옆에 대 머리를 어깨 앞쪽 45도 방향으로 당겨 15초 유지하고 천천히 돌아오는 식이다. 또 둥글게 기지개를 켜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게 좋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어깨 통증이 지속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만큼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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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보험료 인상 부담… 여론 눈치에 자꾸 미뤄지는 연금개혁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보고받은 뒤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자 보건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늘리면서 지금 내야 할 보험료는 올리지 말라는 ‘모순된 지시’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대통령 보고안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소득에서 연금으로 받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20년째 동결된 보험료율을 높이는 게 필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보험료 인상(폭)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상 시점을 늦추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라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 복지부가 보고한 보험료 인상 폭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턱없이 작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일 경우 2065년이면 현재 630조 원인 적립금이 바닥난다. 소득대체율 45%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을 2034년 12.3%, 2044년 17.9%로 각각 인상해도 연금 재정은 2075년 적자로 돌아선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50%는 보험료율을 20%로, 소득대체율 45%는 보험료율을 16%로 각각 올렸을 때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 늦추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연금개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돈을 더 내더라도 연금을 더 받고 싶다는 요구부터, 현재 구조를 그대로 두라는 요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수정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결과 등을 더 반영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는 내년 하반기에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2020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보험료를 인상하기 더 힘들다. 이 때문에 결국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사실상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다음 정권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손대지 않으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연금의 ‘소득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은 월 468만 원이다. 이보다 월급이 더 많아도 보험료를 더 낼 수는 없다. 이 소득상한선을 높이면 고소득 가입자 242만 명에게서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 당장 재정 흑자가 커지겠지만 이는 임시방편 조치다. 소득상한액을 높이면 나중에 돌려줘야 할 연금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건드리지 않고 기초연금을 올려 노후 소득을 높여주는 방안도 있다. 정부안에도 현재 월 25만 원인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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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소 기준 초과’ 일본산 결핵백신 전량 회수

    1세 미만 영아가 맞는 일본산 결핵 백신에서 기준치가 넘는 1군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 보건당국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14만 명분의 백신을 전량 회수해 건강 위해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 제약사인 일본비시지제조(JBL)로부터 수입한 경피용(도장형·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 결핵 백신 세트에서 비소가 최대 0.23ppm 검출돼 우리나라 기준치(0.1ppm)를 초과했다고 7일 밝혔다. 비소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으로, 다량 노출되면 말초신경 장애나 방광암 등에 걸릴 수 있어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자체 생산이 안 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결핵 백신은 JBL사가 만든 도장형과 덴마크 AJ사의 피내용(주사형·주사액을 피부에 주입) 등 2종뿐이다. 이 중 도장형 백신은 아이들의 거부감이 덜하고 접종하기 쉬워 주사형보다 4배가량 많이 쓰인다. JBL사의 도장형은 원래 국가무료접종에 쓰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사형 공급량이 부족해 24만 명이 넘는 영아가 도장형으로 무료 접종을 받았다. 현재는 주사형 백신만 국가무료접종에 포함돼 있다. 일본 후생성은 이날 식약처 발표를 두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최대 검출량이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의 38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주사액을 피부에 바른 뒤 바늘로 누르는 제품 특성상 극소량만 인체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해당 제품의 출하만 중지했을 뿐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회수 대상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도 비소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보고 JBL사의 재고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사형 결핵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의원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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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국민연금 개편 단일안 못내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는 것을 포함해 여러 조합의 개편안을 15일 내놓기로 했다. 국회가 다양한 개편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한 달 늦추고도 결국 선택을 떠넘긴 셈이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발표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경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받을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50%로 올리고 보험료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노후소득보장 강화안’과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만 올리는 ‘지속가능성 제고안’ 안에서 보험료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각기 달리해 3개 이상의 다양한 세부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 10∼11%로 올린 뒤 소득대체율에 따라 향후 최고 15%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연금은 4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만 원이던 기초연금은 올해 9월 25만 원으로 올랐고 2021년 30만 원으로 다시 오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 세대를 위해 기초연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국민연금 개편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6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한 반면 노동계는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철중 기자}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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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료 3.49% 인상… 직장인 月3746원 더내

    내년 건강보험료가 3.49% 오른다. 8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인 ‘문재인 케어’와 노인 의료비 증가가 겹쳐 건보료가 대대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6일 직장가입자가 매달 내는 건보료를 현행 월급의 6.24%에서 6.46%로 올리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 건보료는 월평균 10만6242원에서 10만9988원으로 3746원 늘어난다. 지역가입자는 가구당 월평균 9만4284원에서 9만7576원으로 3292원 오른다. 건보료 인상률이 3%를 넘긴 것은 2011년(5.9%) 이후 처음이다. 2017년엔 건보료를 동결했고 올해는 2.04% 올렸다. 내년 큰 폭으로 건보료를 올린 것은 문재인 케어에 따라 2022년까지 건강보험 지출이 30조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건보료 인상 폭이 의료비 부담 증가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앞으로 건보료를 매년 3.49%씩 올릴 경우 7년 뒤인 2025년엔 건보료율이 7.93%가 돼 현행법상 상한(8%)에 가까워진다고 추계했다. 건보료를 이렇게 올려도 올해 7월 기준 21조6159억 원인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6년엔 2000억 원밖에 남지 않고, 2027년부턴 적자로 돌아선다. 급격하게 오르는 노인 의료비 증가도 부담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쓴 건강보험 의료비는 25조187억 원으로 2016년(21조9210억 원)보다 14.1%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라면 2022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는 국고 비중을 건보료 수입의 14%에서 20%로 올리고 관련법의 ‘한시 지원’ 조항을 삭제해 상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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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 5800억 빼먹은 ‘사무장병원’ 등 90곳 수사의뢰

    경기 안양시의 한 의원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던 A 씨(56)는 2014년 2월 원장이 은퇴하자 건물과 의료장비를 사들였다. 가짜 의료재단을 세워 ‘사무장병원’을 직접 운영할 심산이었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A 씨는 봉직의(페이닥터)를 앞세워 진료 수익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외부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록에도 친필 서명이 없었다. 아내와 자녀, 며느리 등을 직원으로 채용해 고액 임금도 지급했다. A 씨가 올해 8월 당국에 적발되기 전까지 챙긴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82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월부터 지난달까지 특별 단속을 벌여 A 씨처럼 불법 요양기관으로 의심되는 병의원과 약국 등 90곳을 경찰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요양병원이 34곳으로 가장 많았다. 요양병원은 비의료인 실소유주(사무장)의 관점에선 가장 짭짤한 돈벌이다. 200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사무장 요양병원 288곳의 부당이득금은 1곳당 평균 51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불법 요양기관 1550곳의 1곳당 평균 부당이득금(17억6600만 원)보다 3배 가까이로 많다. 한번에 많은 입원환자를 돌보기 때문이다. 약사를 ‘바지(가짜) 사장’으로 내세우고 실제 운영은 무면허자가 맡은 ‘면허대여 약국’도 24곳 적발됐다. 전남 여수시의 건물주 B 씨(54)는 인터넷 구인광고로 약사 C 씨(81)를 채용해 2014년 약국을 세우고 적발되기 전까지 총 18억 원을 챙겼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구조 자체는 사무장 병원과 같지만 면허대여 약국은 직원이 많지 않아 사무장과 약사가 말을 맞추기 쉽고, 그만큼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이번에 적발된 불법 요양기관이 벌어들인 건강보험 진료비 5812억 원을 전부 환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실제 사무장 병원으로부터 돌려받는 부당 수익금은 적다. 지난해 부당 청구된 불법 요양기관 진료비 중 건보 재정으로 돌아온 비율은 4.9%에 그쳤다. 조사가 들어오면 재산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법 요양기관이 챙긴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도 전부 범죄수익으로 몰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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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사노위, 22일 민노총 없이 출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없이 22일 공식 출범한다. 경사노위는 “2일 실무협의회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과 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고용노동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국민연금 제도 개편 등 노사정이 함께 논의할 과제가 많은 상태에서 출범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개문발차(開門發車·문을 연 채 출발) 방식으로라도 경사노위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사노위는 이번 주 운영위원회를 열어 첫 본위원회 개최 일정을 정하고 제5차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최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다.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확대해 청년과 소상공인 대표 등을 참여시키는 대화기구로 6월 설립 법안이 공포됐다.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민노총은 유감을 표했다. 민노총은 지난달 17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의결하지 못해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로 결정을 미뤘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등을 요구하며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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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나들이, 옷 따뜻하게 챙겨 입으세요

    주말인 27, 28일에는 비가 그친 뒤 기온이 2∼3도 떨어지면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7일 전국이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구름이 많은 가운데 중부와 전북, 경북 지역에 새벽부터 오전 사이에 빗방울이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과 경기, 충남에서 10∼40mm, 다른 지역에선 5∼30mm다. 비는 오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이후에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넘어오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기온이 낮아지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12도, 낮 최고기온은 11∼18도로 전망된다. 서울은 7∼13도, 춘천 4∼13도, 광주 9∼16도, 부산 11∼18도로 예보됐다. 28일엔 아침 최저기온이 서울 5도, 부산 9도 등으로 더 떨어진다. 이번 추위는 30일경 더 심해져 서울 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3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다음 주 내내 이어지겠다. 다만 대기 확산이 원활해 미세먼지는 주말 동안 전국 각지에서 대체로 ‘좋음’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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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차량 날아가… “83년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

    사이판을 강타한 26호 태풍 위투(Yutu)는 83년 만의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위투는 26일 오전 9시 현재 괌 북서쪽 약 61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23km의 속도로 필리핀 마닐라 방향으로 다가가고 있다. 위투가 사이판을 강타한 25일 오전 9시 중심기압 905hPa(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은 초속 58m였다. 가로수가 부러지고 철탑이 휠 정도의 강도로 실제 사이판 곳곳에서 주택 지붕과 차량이 날아가거나 나무와 전신주가 뽑히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세다. 8월 한반도를 지났던 19호 태풍 솔릭은 가장 강했던 순간에도 중심기압이 950hPa, 최대 풍속은 초속 43m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위투가 미국 본토나 미국령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1935년 ‘노동절 허리케인’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전했다. 위투는 중국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전설 속의 옥토끼를 뜻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가인 기자}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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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심근경색 1222명 ‘응급실 뺑뺑이’

    충남의 한 소도시에 사는 A 씨(61)는 8월 명치뼈 주변이 묵직한 느낌과 함께 아파오자 지역 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 체한 줄로만 알았는데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급히 충남 천안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첫 증상이 나타난 지 4시간이 지난 후였다. A 씨는 이 대학병원에서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심장혈관(관상동맥) 확장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심장세포가 상당히 괴사해 호흡 곤란과 심부전을 앓게 됐다.○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1222명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2시간 안에 응급실로 옮겨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기껏 찾아간 응급실이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심장혈관 확장술을 할 수 없다면 2시간 골든타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적잖은 환자들이 A 씨처럼 엉뚱한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돼 응급실을 찾은 환자 2만6430명 중 1222명(4.6%)이 처음 찾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을 옮긴 환자 비율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충남(14%)과 전북(8.6%) 제주(7.0%) 등이 높은 반면 대전(1.0%)과 울산(1.0%) 부산(1.5%) 서울(2.8%) 등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 지역은 낮았다.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을 대상으로 환자 전원(轉院) 비율을 살펴보면 지역 간 차이가 더 확연히 벌어졌다. 충남 서산시에선 급성 심근경색 환자 171명 중 다른 병원으로 옮긴 경우가 67명(39.2%)이나 됐다. 10명 중 4명꼴로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는 뜻이다. 서산 외에도 태안군(30.6%) 청양군(26.3%) 홍성군(25.7%) 당진시(22.8%) 등 충남 지역에는 전원 비율이 상위권인 시군이 몰려 있다. 그만큼 응급의료 시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골든타임 준수율 아무리 높아도… 심근경색 발병 뒤 2시간 내 응급실을 찾는 ‘골든타임 준수율’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 비율이 높다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그런 지역이 적지 않았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들의 첫 응급실 도착 시간 중앙값(도착 순서대로 환자를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시간)이 93분으로 비교적 짧았다. 하지만 환자의 16.4%는 첫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국 곳곳에 지역 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심장혈관 확장술을 하려면 심장내과 전문의와 영상기사, 간호사 등 3명이 병원에 상주해야 한다. 10억 원 이상인 심장혈관 조영실도 갖춰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병원이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큰돈을 들여 새 센터를 짓기보다 불필요한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행법상 임상병리사 자격이 없는 구급대원은 환자의 심근경색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심전도 측정기를 쓸 수 없다. 또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곧바로 심장혈관 확장술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구급대원들이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신동근 의원은 “복지부와 소방청이 이송 체계를 고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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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여성 도우미로 맹활약… 나누며 커가는 다문화사회

    ● 다문화가족 부문대상 받은 중국 출신 천즈 씨, 중국어 통역하며 한국 적응 도와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한 중국 출신 천즈 씨(44·여)는 네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감격스러워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은 우리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과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다문화공헌상을 받은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힘차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다문화가정을 응원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시상식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동아 다문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상환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진 장관은 “열린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다문화가족들이 잘 안착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양한 인종이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을 수상한 천즈 씨는 2006년 남편 김태영 씨(48)를 만나 중국에서 결혼했다. 한국어를 몰랐던 천즈 씨는 남편의 나라로 오면서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도움을 청할 곳을 몰라 일주일 내내 집에서 지낸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삶이 달라졌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자 한국직업전문학교에서 요리와 컴퓨터를 배웠다. 2013년부턴 자신처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중국어 통역사로 나섰다. 현재는 이주여성 사회적응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렛셍희영 씨(29·여)는 모국 캄보디아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남편 손현수 씨(43)를 만나 2011년 한국으로 왔을 땐 음식과 문화, 생활습관 등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렛셍희영 씨는 좌절하지 않고 서울 성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법률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인 중국동포 김미화 씨(43·여)는 중국에서 남편 백수현 씨(54)를 만나 2004년 중학교 교사 일을 접고 한국에 왔다. 처음엔 건강보험료가 2년 넘게 밀릴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배 속 아이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중국어학원에 이력서를 냈다. 현재는 중국어 강사와 통·번역사, 사회복지사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문화가족상 특별상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 류희정 씨(39·여)다. 2006년 결혼한 남편 류창문 씨(64)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결혼 초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 다문화공헌 부문14년간 34개국 1만7861명 무료 진료 ‘다문화 슈바이처’ 다문화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하라 미치코 씨(51·여·일본 출신)는 199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시동생의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져 전단을 돌리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경기 남양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접한 뒤 2013년부터 결혼이민자 서포터스 단장을 맡는 등 하라 씨의 삶은 달라졌다. 또 다른 개인부문 수상자인 김정림 씨(46·여·중국 출신)는 누구보다 흥이 넘친다. 하지만 그도 남편의 두 ‘친딸’과 갈등을 겪는 등 타국에서 외롭고 고된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국립제주박물관 통·번역 및 문화해설사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주글로벌센터’를 세웠다.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2008년 이웃에 살던 몽골인 가족이 불법체류자로 쫓겨나는 모습을 본 뒤 다문화동아리를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고, 전국 최초로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을 도입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가 됐다. 공헌상 단체부문을 수상한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는 2005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로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를 거쳐 간 외국인이 34개국 출신 1만7861명에 이른다. 이곳에선 의료인 5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단체부문 공동 수상자인 STX복지재단은 2007년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 방문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930여 명이 이 재단의 도움으로 모국을 찾았다. 2010년부터는 지역주민과 이주민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민 다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부문따돌림 극복하고 보디빌더 꿈 쑥쑥 다문화청소년상을 수상한 김승범 군(19·정남진산업고 3학년)의 하루는 오전 6시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군은 4년 전부터 트레이너의 꿈을 키웠다. 올해 4월 전국 고교보디빌딩대회 60kg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군은 어릴 적 작은 체격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근력 운동에 취미를 붙이며 삶이 180도 달라졌다. 처음엔 부모님이 운동을 허락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헬스장에 다닐 돈을 마련했다. 불판을 닦는 것도 근육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김 군을 보며 부모님도 차츰 “그렇게 먹어서 되겠냐”며 닭가슴살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목표인 김 군은 최근 서울 소재의 한 전문대 스포츠건강학과에 합격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이창민 군(18·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은 다섯 살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이 군은 중학교 2학년 땐 친구들과 갈등을 겪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로 옮긴 뒤 같은 상황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속철도(KTX)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생긴 뒤에는 교내 로켓대회에서 두 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올해 6월부턴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히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2018∼2022년)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에 김 군과 이 군처럼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담았다. 다문화청소년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이중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들의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사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다문화가정의 자녀 대다수가 초등학생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도입기’에 머물렀던 정책을 ‘정착기’로 맞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가족상 ―대상: 천즈 씨 가족(경기 수원시 중국 출신)―우수상: 렛셍희영 씨 가족(서울 성북구 캄보디아 출신), 김미화 씨 가족(경남 창원시 중국 출신)―특별상: 류희정 씨 가족(경북 영덕군 필리핀 출신)▽공헌상(개인) 하라 미치코 씨(남양주시 다문화가정 서포터 일본 출신), 김정림 씨(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 중국 출신), 임병우 씨(서울 청량고 교사)▽공헌상(단체) STX복지재단(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지원),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의료 봉사)▽청소년상김승범 군(정남진산업고 3학년), 이창민 군(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박은서 기자 clu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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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새 ‘드르렁 드르렁’… 나도 수면 검사 한번 받아볼까

    기자는 자면서 코를 골지 않는 줄 알았다.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도 믿지 못했다.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준 뒤에야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자다가 중간에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할 때가 많았다. ‘혹시 수면무호흡증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전문의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는 동안 연구개(입천장 안쪽 부드러운 부분)나 혀가 숨길을 막아 코를 골다가 호흡이 멎는 증상이 반복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로가 쌓인다.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심장이나 폐의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두통은 물론이고 심하면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이나 뇌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한번에 검사하는 ‘수면다원 검사’는 비용이 70만∼100만 원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히 7월 1일부터 이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병·의원 규모에 따라 57만8734∼71만7643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는 비용의 20%인 본인부담금 11만740∼14만352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자는 15일 수면장애 전문 클리닉인 서울 강남구 코슬립수면의원을 찾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혀가 목구멍을 많이 막고 있고 △평소 코를 자주 골며 △자는 도중 자주 숨이 막히고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증상을 토대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바로 수면다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하룻밤 내내 진행된다. 오후 9시 반경 머리와 가슴, 다리 등 곳곳에 센서를 달고 손가락 끝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착용했다. 몸에 연결된 전선이 30개가 넘었다. 이 상태로 잠들면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숨이 멎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된다. 그 모습을 의료진이 밤새워 폐쇄회로(CC)TV로 지켜본다.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지거나 센서가 떨어지면 조용히 와서 바로 잡아준다. 기자는 측정기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탓인지 중간에 여러 차례 깼다. 군대 선임이 등장하는 악몽도 꿨다. 다음 날 오전 5시 반경 검사가 끝났다. 평소와 수면 환경이 달라서 검사 결과가 왜곡되진 않을까 궁금했다. 담당 수면기사는 “수면무호흡증과 무관하게 깬 것은 결과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보정한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기자는 잠들어 있던 320분 중 19분(5.9%) 정도 코를 골았고 총 4110회의 호흡 중 288회(6.5%)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호흡곤란지수(RDI)는 4.5점이었다. 불면증 증상과 함께 RDI가 5점 이상을 기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된다. 기자는 다소 코를 골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왜 평소에 자다가 자꾸 깨는 걸까.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평소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웹서핑 등을 하는 습관이 ‘수면 위생’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침대 근처에는 알람시계도 치우는 게 숙면에 좋다. ‘반드시 몇 시까진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 습관을 바꾸고 코골이 방지 장치를 써도 효과가 없을 때 일명 ‘코골이 수술’을 한다. 연구개나 편도를 잘라내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를 넓히는 수술이다. 매년 4000명 안팎이 이 수술을 받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더 많다. 남성은 30대, 여성은 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코골이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을 땐 양압기를 쓴다. 양압기를 코에 걸고 자면 숨을 들이마실 때 자동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줘 숨구멍이 열린다. 안경 도수처럼 사람마다 맞는 압력이 달라 사용 전 꼭 검사를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되면 양압기 대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월 1만7800원만 내면 쓸 수 있다. 기자가 시험 삼아 양압기를 쓰고 누워서 숨을 쉬어보니 훨씬 편했다. 신 원장은 “환절기엔 비염 등 코막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꼭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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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짠’과 이별… 라면 수프 반만 넣으세요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 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수프를 반만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 권하는 사회… 주스 한병 먹어도 하루 기준치 절반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 커피 등 음료 80개 등 177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봉지당 1586mg이었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이었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 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의 2배 이상, 여성은 1.5배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 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의 당 함량이 27g이었다. 과일촌 아침에사과(500mL)는 50g으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이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회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개당 당이 5.3g 수준 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어 있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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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 한 그릇에 후식으로 감귤주스…설탕·소금 섭취량 보니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스프를 반만 넣고 음료는 작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식약처, 120개 제품 당-나트륨 공개▼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와 커피 등 음료 80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한 봉지당 1586mg였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였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보다 2배, 여성은 1.5배 이상 나트륨을 더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당 당 함량이 27g이었다. 웰치그레이프는 46g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에 육박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1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1개당 당이 5.3g 수준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1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적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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