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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희토류(稀土類) 매장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시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귀 광물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최근 원유 감산을 지속하겠다는 결정으로 껄끄러워진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희귀 광물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상징적인 제스처”라며 평가절하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두 단계 격상시킨 뒤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에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첨단 산업 핵심 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매장돼 있다. 앞서 중국은 올 7월 일부 희귀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또 미 항공업체 보잉이 베트남항공과 737 맥스 항공기 50대 판매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의 해당 기종 추락 사고를 계기로 보잉 대신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사우디와도 희귀 광물 공동 개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우디가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 광산 지분을 사들인 뒤 해당 광산에서 난 리튬, 코발트 등을 미국이 구입하는 방안이다. 사우디는 이 광산들 매입에 150억 달러(약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행보를 견제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국가 대 국가 관계는 당 대 당 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며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베트남이 공식적인 관계를 격상하더라도 같은 사회주의 일당 체제 국가로서 중국과 베트남이 맺어 온 ‘당 대 당’ 관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얘기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규모 6.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향해 국제사회는 애도를 보내며 속속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7개월 전 5만 명이 숨진 대지진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터키)가 앞장섰다. 튀르키예 재난·비상사태 관리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모로코가 지원을 요청하면 265명의 구호·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호적이고 형제애 넘치는 모로코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모든 국민에게 행운을 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모로코 형제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서부 사하라 영토 분쟁으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10일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하고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 비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 모로코와 외교 관계를 끊은 이란도 외교부 명의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참상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의료 등을 지원할 수색구조팀 및 지원 자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해 무함마드 6세 국왕과 모든 모로코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비극적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함마드 6세에게 조전(弔電)을 보내 “모로코의 우호적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성명을 내고 “피해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현지 필요에 따라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모로코 축구대표팀 단체헌혈 “생명 구해야” 佛서 활동 하키미도 헌혈사진 올려현지 병원측 “헌혈 요청한다” 호소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혈해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로코 강진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 아슈라프 하키미(25·파리 생제르맹)가 자신이 헌혈하는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함께 올린 글이다.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전원도 이날 헌혈하며 각각의 사진과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렸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이후 모로코 국가대표팀은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 선수와 한 팀에서 뛰고 있는 하키미는 그중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힌다. 8일 심야에 발생한 강진으로 10일 오전 현재 20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400여 명은 중상으로 알려져 치료를 위해 혈액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로 아틀라스산맥 고원 지대 산간 마을에서 발생한 중상자들은 도시 마라케시 병원 등으로 속속 옮겨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라케시에 있는 무함마드 6세 국제대병원 응급실로 구급차가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다”고 전했다. 마라케시 헌혈센터는 “(부상자를 위한) 수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로코인에게 헌혈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문으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그리고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약 50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초청을 받아 베트남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하노이에서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논의가 진행된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국가는 지금까지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4개국뿐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격상은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지 10년 만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중국과 남중국해 파라셀제도 영유권 분쟁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균형추로 삼으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서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공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그레그 폴링 동남아시아 전문가는 “이번 방문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같은 중국 팽창주의에 대한 대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앞서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전인 4∼6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하노이에 급파해 응우옌 서기장과 회담했다. 양측은 상호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이번 방문으로 쿼드(Quad), 오커스(AUKUS), 그리고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전략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약 50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초청을 받아 베트남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 하노이에서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이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의 대외 관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지 10년 만이다. 이번 회담으로 두 단계를 격상시킨 것이다.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국가는 지금까지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4개국뿐이었다.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베트남은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다”고 밝혔다. 쫑 서기장은 “베트남과 남중국해의 동남아 나머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중국과 남중국해 파라셀제도 영유권 분쟁 등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균형추로 삼으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다만 베트남은 공식 발표문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된 국가들의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계속 보장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무력 사용이나 위협, 국제법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지 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미국으로서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공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그레그 폴링 동남아시아 전문가는 “이번 방문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같은 중국 팽창주의에 대한 대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앞서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전인 4~6일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하노이에 급파해 응우옌푸쫑 서기장과 회담했다. 양측은 상호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규모 6.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선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향해 국제사회는 애도를 보내며 속속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7개월 전 5만 명이 숨진 대지진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터키)가 앞장섰다. 튀르키예 재난·비상사태 관리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모로코가 지원을 요청하면 265명 구호·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날 X(옛 트위터)에 “우호적이고 형제애 넘치는 모로코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모든 국민에게 행운을 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모로코 형제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서부 사하라 영토 분쟁으로 2021년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도 10일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하고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 비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 모로코와 외교 관계를 끊은 이란도 외교부 명의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모로코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참상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미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의료 등을 지원할 수색구조팀 및 지원 자금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라케시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지진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해 무함마드 6세 국왕과 모든 모로코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비극적 시기에 모로코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함마드 6세에게 조전(弔電)을 보내 “모로코의 우호적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성명을 내고 “피해 지역의 조속한 복구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현지 필요에 따라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지진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규제 대상에 속하는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가 중국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에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 측은 미 상무부에 자진 신고하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 시간) 반도체 분석·컨설팅 회사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한 결과 SK하이닉스 스마트폰용 D램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나머지 부품 대부분은 중국 업체 제품이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날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미국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당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자사 메모리칩이 사용된 것을 확인하고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했으며 이 메모리칩이 어떻게 화웨이에 유입됐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SK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칩을 어떻게 조달받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미국의 전면적인 수출 규제 조치가 내려지기 전인 2020년까지 비축한 부품을 활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 명단에 올린 뒤 2020년부터 (화웨이 측과) 거래를 중단해 현재까지 거래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제품 양산 시기를 고려했을 때 중간 딜러나 다른 고객사를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최근 미국 제재 속에서 3년 만에 내놓은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장착한 것으로 확인돼 미 수출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의 의뢰를 받은 글로벌 기술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2세대 7나노칩 ‘기린 9000s’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SMIC는 공정 과정에 미국산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미 기업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어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도 규제했다. 이렇게 꽉 막힌 상황에서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6일 “화웨이에 최신 7나노 반도체를 공급한 SMIC가 미국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대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중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주장하는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도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모든 미국 기술 수출을 중단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텍사스주(州)가 6일(현지 시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예비전력 부족을 예상해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1년 2월 이상 한파 때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3일간의 정전으로 멈춰 서면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어 현지에선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오후 7시 반경 에너지 비상사태 2단계를 선포했다. 예비전력이 1750MW(메가와트) 미만으로 떨어지고 30분 이내 복구가 어려울 때 시행되는 조치다. 최고 수준 3단계가 발령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한 순환 정전이 실시된다. ERCOT는 “현재 실제 위기에 이를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고온, 높은 전력 수요, 태양광 발전량 감소 등으로 예비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동안 텍사스 예비전력은 2100MW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텍사스 전력 수요량은 8만2705MW로 이달 들어 가장 높았다. 올여름 텍사스는 낮 최고기온이 47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 고온이 지속됐다. 텍사스주 웹 카운티에서는 11명이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 등으로 숨졌다. 아스팔트 도로가 파손되고 급증한 수도 사용량을 견디지 못한 낡은 상수관이 파열되기도 했다. 비상사태는 이날 오후 9시경 해제됐지만 폭염이 지속된다면 2년 전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RCOT는 비상사태를 해제하며 전력 사용을 줄여 달라고 호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텍사스는 2년 전 치명적인 겨울 폭풍 이후 (또다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사막의 땅’이라 불리는 텍사스는 2021년 2월 눈폭풍을 동반한 30년 만의 한파로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당시 난방 수요가 치솟아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해 전력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현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3일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됐고 정상화까지 6주가 걸렸다. 이때 발생한 손실은 3000억∼4000억 원으로 추정됐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텍사스주(州)가 6일(현지 시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예비전력 부족을 예상해 전력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1년 2월 이상한파 때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3일간의 정전으로 멈춰서면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어 현지에선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오후 7시 반경 에너지 비상사태 2단계를 선포했다. 예비전력이 1750MW(메가와트) 미만으로 떨어지고 30분 이내 복구가 어려울 때 시행되는 조치다. 최고 수준 3단계가 발령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한 순환 정전이 실시된다.ERCOT는 “현재 비상사태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고온, 높은 전력 수요, 태양광 발전량 감소 등으로 예비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동안 텍사스 예비전력은 2100MW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텍사스 전력 수요량은 8만2705MW로 9월 들어 가장 높았다.올 여름 텍사스는 낮 최고기온이 47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됐다. 텍사스주 웹 카운티에서는 11명이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 등으로 숨졌다. 아스팔트 도로가 파손되고 급증한 수도 사용량을 견디지 못한 낡은 상수관이 파열되기도 했다.비상사태는 이날 오후 9시경 해제됐지만 폭염이 지속된다면 2년 전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RCOT는 비상사태를 해제하며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텍사스는 2년 전 치명적인 겨울 폭풍 이후 (또 다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사막의 땅’이라 불리는 텍사스는 2021년 2월 눈폭풍을 동반한 30년 만의 한파로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당시 난방 수요가 치솟아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전력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현지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3일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됐고 정상화까지 6주가 걸렸다. 이때 발생한 손실은 3000억~4000억 원으로 추정됐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내년 미국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치열하게 격돌해 쉽사리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경합주(swing state)’ 수가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을 수 있다고 CNN이 4일 진단했다. 미 사회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도층 유권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대선은 간선제와 직선제가 혼합된 방식으로, 50개 개별 주(州)에서 우선 직선제로 승자를 결정한 뒤 이긴 후보가 해당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 초당적 성향의 선거 분석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2024년 대선의 경합주로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4개 주를 지목했다.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센터는 조지아, 위스콘신, 애리조나, 네바다 등 4곳을 경합주로 예측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14곳의 경합주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CNN 또한 “내년 대선에서 경합주가 아무리 많아도 7, 8곳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4곳 이하로 역대 최저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등 동서부 해안에 위치한 주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텍사스,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아칸소 등 남동부 주는 공화당 지지세가 뚜렷하다. 이에 플로리다,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 비교적 많은 수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고 대선 때마다 승자가 바뀌는 경합주의 선택이 사실상 미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제 몇몇 경합주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주로 완연히 굳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주요 선거에서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공화당 우위 주로 바뀌고 있다. 미시간주 등도 민주당 우세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내년 대선에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민주당이 247명, 공화당이 235명(경합 56명)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관측했다.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센터는 민주당 260명, 공화당 235명(경합 43명)으로 내다봤다. 백악관에 입성하려면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확실한 우위는 없는 셈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교사의 잇단 극단적 선택과 이에 따른 교사 집단행동이라는 최근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 영국 BBC 방송은 초경쟁 사회와 고학력 학부모를 ‘민원 문화(culture of complaining)’와 ‘교사 무시’ 현상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BBC는 4일(현지 시간) ‘교사의 자살로 한국 학부모의 괴롭힘이 드러났다(Teacher suicide exposes parent bullying in S Korea)’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교사들의 집단적인 ‘분노의 물결’에 주목했다. BBC는 무분별한 부모의 항의 전화와 제멋대로인 학생 태도가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수업 중 폭력 성향을 드러낸 학생을 제지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꾸짖으면 감정적 학대 행위로 취급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학부모가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결정을 한 교사에게 항의 전화를 계속하는 행위를 BBC는 ‘민원 문화’라고 지칭했다. 교사 결정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이 교사를 귀찮게 하는 방법을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면서 이 같은 민원 문화의 바탕에는 초경쟁 사회가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학생은 명문대 입학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성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부모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학원(hagwons)’이라 불리는 값비싼 과외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하나인 대부분 한국 가정에서 성공 기회는 한 번뿐으로 인식된다”며 “결국 부모는 ‘내 아이만 소중하다’고 생각해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짚었다. 또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교사를 존경하던 문화가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한 BBC는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과거와 달리) 많은 부모가 고학력자”라면서 “이는 학부모들이 종종 교사를 업신여기게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교사에게 (자녀 문제로) 불평할 수 있다는 강한 자격의식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한국에서 무너진 건 교실만이 아니다”라며 “성공에 대한 좁은 정의와 전반적인 교육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보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리 아들은 49세예요. 직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연애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어요. 손주를 원해서 부모인 우리가 대신 이곳에 왔어요.” 올 7월 일본 오사카 인근 사카이의 상공회의소 회의실. 사설 결혼정보업체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자녀들의 프로필 사진과 설명이 담긴 설문지 등을 든 60∼80대 부모 6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의 자녀는 대부분 30, 40대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들은 각각 1만4000엔(약 12만6500원)을 냈다. 2일 미 CNN은 일본의 이 같은 ‘오미아이(맞선)’ 파티를 보도하며 생활비 상승, 오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강도 높은 근무 환경,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도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발달된 편의점 문화 등 독신자에게 편리한 생활 환경 등의 여파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일본인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손주를 볼 가능성이 줄었다는 사실에 놀란 부모들이 직접 자녀의 소개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20, 30대 여성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40대 남성의 부모들이 많았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성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결혼에 도달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 노부모는 “40세 아들을 위해 다른 10명의 부모와 아들의 프로필을 교환했지만 소득이 없다”고 토로했다. 2021년 일본의 혼인신고 건수는 50만1116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또한 1.3명에 그쳤다. 약 1억3000만 명의 일본 인구를 유지하려면 최소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한데 이보다 대폭 낮다. 문제는 일본인의 결혼 욕구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의 80%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중매 행사를 여러 건 조직해온 미야고시 노리코 씨는 “일본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깊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풍조 또한 상당하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우리 아들은 49살이예요. 직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연애에 관심을 가지지 못 했어요. 손주를 원해서 부모인 우리가 대신 이 곳에 왔어요.”올 7월 일본 오사카 인근 사카이의 상공회의소 회의실. 자녀들의 프로필 사진과 설명이 담긴 설문지 등을 든 60~80대 부부 6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의 자녀는 대부분 30, 40대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들은 각각 1만4000엔(약 12만6500원)을 냈다.2일 미 CNN은 일본의 이 같은 ‘오미아이’(맞선) 파티를 보도하며 생활비 상승, 오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강도 높은 근무 환경, 여성이 가사와 양육을 도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발달된 편의점 문화 등 독신자에게 편리한 생활 환경 등의 여파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일본인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손주를 볼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부모들이 직접 자녀의 소개팅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주로 40대 남성의 부모들이 20,30대 여성을 며느리로 맞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많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성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결혼에 도달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 노부모는 “40살 아들을 위해 다른 10명의 부모와 아들의 프로필을 교환했지만 소득이 없다”고 토로했다.2021년 일본의 혼인신고 건수는 50만1116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산율 또한 1.3에 그쳤다. 약 1억3000만 명의 일본 인구를 유지하려면 최소 2.1의 출산율이 필요한데 이보다 대폭 낮다. 문제는 일본인의 결혼 욕구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의 80%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중매 행사를 여러 건 조직해온 노리코 미야고시 씨는 “일본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깊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며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풍조 또한 상당하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에서 중국인 교수를 총으로 쏴 살해한 피의자가 중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는 총기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29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州) 힐즈버러 오렌지 카운티 지방 검찰은 중국인 대학원생 치타이레이 씨(34)를 1급 살인(고의적·계획적 살인) 및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는 옌쯔제 응용물리학과 조교수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치 씨는 옌 교수 연구실에 소속된 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법원은 이날 치 씨에게 보석 없이 구금될 것을 명령했다. 재판은 다음달 18일로 예정됐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하진 않겠지만, 이 혐의에 대해서는 최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부과될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치 씨는 28일 오후 1시 2분경 캠퍼스에서 옌 교수에게 총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치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90분가량 뒤 캠퍼스에서 1.5마일(약 2.4km) 떨어진 주택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NYT에 따르면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을 아직 찾지 못했으며, 치 씨가 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인지 불법적으로 구입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별도의 허가 없이 총기를 구매할 수 있지만 유학생은 불가능하다.경찰은 치 씨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있다. 다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치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난 일할 때 내 관심사 대신 내 일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내가 일하고 있다는 걸 상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역겹다”고 남긴 바 있다. 치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옌 교수 연구실에 있었다.한편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치 씨는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2011년 대입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현지 매체에 소개됐다. 옌 교수도 중국 후베이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시상식 무대에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올라섰다. 조금 전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스페인 여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공격수 제니 에르모소 선수(33)가 스페인 레오노르 공주와 인사를 나눈 뒤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46) 앞에 섰을 때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 선수를 양팔로 껴안더니 두 손으로 에르모소의 얼굴을 잡고 1, 2초가량 입을 맞췄다. 이 ‘기습 키스’ 사건으로 스페인 여자 축구계는 월드컵 우승이란 경사를 만끽할 틈도 없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번 사건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여성 스포츠계에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실상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치 6명 항의성 사퇴…FIFA도 직무정지사건 후 일주일 새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건 직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던 에르모소 선수는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당시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표를 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직장에서도 동의 없는 행동으로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이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스페인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밝혔다. ‘기습 키스’가 논란이 된 직후 루비알레스 회장은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이에 22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나서서 “우리가 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제스처였다”고 비판했다. 빅토르 프랑코스 스페인 체육장관도 루비알레스에 대한 업무 정지 절차에 착수하며 “스페인 축구를 위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의 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가 실수를 했다. 악의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고 중요 기관 수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라고 뒤늦게 사과했지만 사퇴 여론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영국 BBC방송 등은 이번 우승 주역 23명을 비롯해 81명의 선수가 루비알레스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 경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했다고 전했다. 26일에는 여자 대표팀 코치진과 다른 연령별 대표팀 코치 6명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규탄하며 사퇴했다. 같은 날 FIFA도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정지 징계를 내린 뒤 조사에 착수했다. 스페인 남자 축구 대표팀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 역시 “축하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女 선수들에 대한 상습 차별의 정점”스페인 여자 축구팀의 위상을 올려놓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기습 키스’ 논란으로 축구계의 공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18년 취임 때부터 “남녀 모두를 위한 협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여자 선수들에게도 2027년까지 월드컵·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등 주요 대회 참가에 따른 포상금을 남자 선수들과 동등하게 지급하는 협정에 지난해 서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루비알레스의 행동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여성 선수들에게 이뤄진 수년간 차별(mistreatment)의 일환이자 그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은 체계적인 훈련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 연습해왔고 유니폼도 여성의 신체에 맞춰 제작된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대표팀 선수 15명은 호르헤 빌다 감독의 훈련과 선수 관리가 권위주의적이라며 RFEF에 해임을 요구했다. 20일 잉글랜드와의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선취 득점에 성공하자 빌다 감독이 옆에 있던 여성 코칭스태프를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스포츠계의 성폭력과 성차별이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에 패해 탈락한 잠비아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도 감독이 선수들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4일 해양에 방류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흘러오기까지는 최소 4, 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농도가 낮아 우려할 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공동으로 시행한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염수가 방류 4, 5년 뒤에 국내 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방류 2년 뒤인 2025년 제주 해역에 일시적으로 ℓ당 0.0000001㏃(베크렐) 농도의 삼중수소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구진은 “해류는 계절에 영향을 받는데, 이 시기에 해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동쪽 해안에 있는 후쿠시마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된 오염수는 구로시오 해류를 만나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뒤 미국 알래스카주, 캘리포니아주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을 받아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이동하다 적도 부근에서 다시 구로시오 해류와 합류한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우리 해역으로 오는 것이다. 북태평양 환류가 한 바퀴 순환하는 데에는 4∼10년이 걸린다. 우리 정부와 학계는 방류된 오염수의 80∼90%가 이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12년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7개월여(220일) 만에 한국 해역에 유입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출된 세슘-137의 농도를 1이라고 할 때 이 농도의 1조 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강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이 완전히 희석된 농도와 유사하다.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현장에서 확인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207㏃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용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1만㏃의 약 50분의 1 수준이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4일 해양에 방류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흘러오기까지는 최소 4, 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염수 내 방사능 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농도가 낮아 우려할 만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공동으로 시행한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염수가 방류 4, 5년 뒤에 국내 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방류 2년 뒤인 2025년 제주 해역에 일시적으로 L(리터)당 0.0000001Bq(베크렐) 농도의 삼중수소가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해류는 계절에 영향을 받는데, 이 시기에 해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일본 동쪽 해안 있는 후쿠시마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된 오염수는 구로시오 해류를 만나 북태평양으로 흘러간 뒤 미국 알래스카주(州), 캘리포니아주 인근 해역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다시 캘리포니아 해류의 영향을 받아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이동하다 적도 부근에서 다시 쿠로시오 해류와 합류한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돌아 우리 해역으로 오는 것이다. 북태평양 환류가 한 바퀴 순환하는 데에는 4~10년이 걸린다. 우리 정부와 학계는 방류된 오염수의 80∼90%가 이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12년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7개월여 만에(220일) 한국 해역에 유입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출된 세슘-137의 농도를 1이라고 할 때 이 농도의 1조 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강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이 완전히 희석된 농도와 유사하다.지난달 방문규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대한 정부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0년 뒤 제주 남동쪽 바다로 유입되는 방사능은 국내 해역 평균 농도의 10만 분의 1 수준(2021년 기준)으로 과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방류 10년에 가까워지면서 방사능 농도가 0.000001Bq 수치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국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 반발해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도 반발했다.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2일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이 국제사회의 거센 의혹과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했다”며 ‘엄정 교섭’을 제의했다. 엄정 교섭은 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타국에 항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어 “세계 각국 사람의 장기적 복지보다 일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로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일본이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3일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해경 순시선을 보냈다. 중국은 그간 일본이 이른바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이 지역에 해경선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홍콩은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통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 여행 시 기념품으로 수산물을 구입해 오지 말라고도 촉구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23일 “일본 여행에서 귀국할 때 수입 통제 대상이 되는 일본 지역의 수산물을 들여오지 말라”고 밝혔다. 체 장관은 “기념품은 반입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18개국이 속한 ‘태평양 제도 포럼’ 또한 성명을 내고 “태평양 지역에 다양한 견해와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해를 끼고 일본과 맞닿아 있는 필리핀 어민단체 ‘파마라카야’도 “일본 정부는 이웃 국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반발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케이블카는 제2롯데월드 타워 높이(555m)의 절반쯤인 274m의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케이블카를 지탱하는 케이블 3개 중 2개가 끊어져 남은 1개에 8명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22일 오전 7시경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州)의 한 산악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산과 협곡을 가로지르는 이 케이블카는 강풍에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등교를 하던 10∼16세 청소년 6명과 성인 2명이 그 안에 그대로 갇혔다. 심장질환을 앓던 10대 소년 1명은 공포에 떨다 의식을 잃었다. 구조 작전은 파키스탄군의 주도로 진행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고가 외진 산악지역에서 발생한 탓에 구조헬기가 도착하는 데만 4시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바람이 강해 헬기가 케이블카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가까스로 헬기에서 케이블카 안으로 밧줄이 전달됐다. 이 밧줄에 달린 벨트를 착용하도록 해 청소년 1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구조를 계속할 순 없었다. 헬기가 너무 가깝게 날다 보니 프로펠러가 케이블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날도 점점 어두워졌다. 파키스탄군은 현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아직 끊어지지 않은 1개의 케이블을 활용해 ‘임시 집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스키장 리프트처럼 생긴 체어리프트를 케이블에 연결해 케이블카 쪽으로 다가가 보자는 것이었다. 구조대원이 274m 상공에서 케이블에 의지한 채 작전을 진행해야 해 위험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이 체어리프트에 1, 2명씩 태워 나오는 방식으로 나머지 7명 전원을 구조했다. 이날 오전 시작된 구조 작업은 사고 16시간 뒤인 오후 11시에야 끝이 났다. 파키스탄군은 “파키스탄군 역사상 매우 독특한 작전이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BBC 등에 따르면 사고 지역에서 케이블카는 등하교나 출퇴근을 하는 주민들의 일상적 교통수단이다. 차량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서 가면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4분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50여 명의 학생이 매일 이 케이블카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울 하크 카카르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키스탄 전역의 케이블카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 반발해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도 반발했다.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2일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이 국제사회의 거센 의혹과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했다”며 ‘엄정 교섭’을 제의했다. 엄정 교섭은 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타국에 항의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어 “세계 각국 사람의 장기적 복지보다 일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로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일본이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중국은 23일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해경 순시선을 보냈다. 중국은 그간 일본이 이른바 자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이 지역에 해경선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홍콩은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통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 여행 시 기념품으로 수산물을 구입해오지 말라고도 촉구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23일 “일본 여행에서 귀국할 때 수입 통제 대상이 되는 일본 지역의 수산물을 들여오지 말라”고 밝혔다. 체장관은 “기념품은 반입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18개국이 속한 ‘태평양 제도 포럼’ 또한 성명을 내고 “태평양 지역에 다양한 견해와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해를 끼고 일본과 맞닿아있는 필리핀 어민단체 ‘파마라카야’도 “일본 정부는 이웃 국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반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01년부터 5년 동안 집권한 뒤 지금까지도 열광적 지지층과 반대파를 동시에 보유해 ‘아시아 최고의 논쟁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74)가 22일 15년 만에 해외 망명 생활을 마치고 전격 귀국했다. 탁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8년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을 전전했고 수차례 귀국설이 제기됐음에도 실제 귀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딸 패통탄이 이끄는 친(親)탁신계 정당 프아타이당의 집권이 유력해지자 사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귀국을 단행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방콕 끌롱쁘렘 중앙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날 의회에서는 탁신과 가까운 부동산 재벌이며 프아타이당이 추대한 세타 타위신(60)이 총리로 선출됐다. 프아타이당은 올 5월 하원 500석을 뽑는 총선에서 징병제 폐지, 왕실모독제 형량 완화 등 군부가 싫어하는 공약을 내건 전진당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상원 250석을 모두 차지한 군부의 반대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지 못하자 프아타이당은 군부와 손잡고 집권에 성공했다. 탁신 전 총리가 노리는 바가 여기에 있다. 프아타이당과 군부 간 연정 협상에는 그의 사면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그러나 5월 총선에서 태국 국민들은 군부와 탁신계 정당 모두 기득권 세력으로 보고 심판했던 만큼 정치 대립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탁신 지지자 ‘레드 셔츠’ 물결 타이PBS방송 등에 따르면 개인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를 출발한 탁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패통탄 등 가족과 함께 공항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이후 국왕 라마 10세의 초상화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지지층에게는 두 손을 모아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다. 당초 경찰은 귀국과 동시에 탁신을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수갑을 차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탁신은 경찰 조사 이후 대법원에서 8년형을 선고받았고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는 미얀마에 대한 정부 대출의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비리, 국유지 헐값 매입 등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수감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귀국한 것을 두고 사면 확신에 따른 일종의 ‘정치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거의 모든 언론은 그의 도착 및 수감 과정을 생중계했다. 공항, 대법원, 감옥 인근 등 그가 가는 곳마다 이른바 ‘레드 셔츠’로 불리는 탁신 지지자 등 수천 명이 몰려 그의 귀국을 반겼다. 2010년 친탁신파와 반탁신파의 대립으로 최소 90여 명이 숨진 유혈 충돌이 발생했을 때 탁신 지지자는 프롤레타리아를 상징하는 빨간 옷, 탁신 반대파는 왕을 상징하는 노란 옷을 입어 각각 ‘레드 셔츠’, ‘옐로 셔츠’라는 이름이 붙었다. ● 딸 패통탄 이끄는 정당-군부 공동 집권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상·하원 합동 총리 인준 투표에서는 세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됐다. 세타는 재적 의원 747석 가운데 오후 6시 현재 483표를 얻어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태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산시리의 전 회장으로, 5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했다. 프아타이당은 집권을 위해 루암타이상찻당, 팔랑쁘라차랏당 등 군부계 정당 2곳과 손을 잡았다. 프아타이당은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고, 왕실모독죄 개헌 또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탁신계 정당과 군부계 정당이 ‘공동 집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은 탁신 전 총리가 귀국을 위해 군부와 사면에 관한 일종의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신을 실각시킨 군부와 자신의 사면을 위해 다시 손을 잡은 격이다. 태국법은 70세 이상 국민이나 그의 가족이 왕실을 통한 사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영국 BBC는 교도소 측을 인용해 “탁신 전 총리가 즉시 왕실에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면까지 과정이 한두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셀프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 20일 방콕포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5%가 “프아타이당과 군부 정당의 연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