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기후변화가 ‘한강의 기적’을 근간부터 위협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한국계 환경경제학자인 박지성 조교수(39·사진)가 지난달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환경을 넘어 경제 문제”라며 철강, 시멘트 등 탄소집약적인 업종의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특히 기후변화 대책에 신경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모님의 고향이자 자신이 매년 방문하는 부산의 평균 기온이 최근 10년간 1.9도 올랐는데 전 세계 평균 상승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만성 염증(기후변화)은 심장마비(재난)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북극곰 등 몇몇 동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과소평가하는 일각의 시선을 우려하며 “인적자본, 즉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사람’에게 치명적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극도로 더운 날에는 산업재해가 늘고,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낮아지며 강력범죄율 또한 높아진다며 폭염의 연쇄적인 악영향을 강조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그는 한때 생태학자를 꿈꾸며 호주 열대우림에서 석 달간 머물렀다.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환경변화 및 개발경제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엔, 세계은행 등의 자문에 응했고 2일 국내에서 저서 ‘1도의 가격’을 출간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만성 염증(기후변화)은 심장마비(재난)만큼 위험하다.”유엔, 세계은행,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등에 자문을 제공해온 환경경제학자 박지성 미 펜실베이니아대 조교수(39)의 주장이다. 예컨대 ‘산불의 진짜 비용’을 알기 위해선 불에 탄 재산과 화재현장에서 스러진 인명만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몇 달간 퍼지는 ‘연기’의 영향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홍수나 화재처럼 충격적으로 드러나는 재앙 자체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회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숨은 비용도 계산해보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 더위로 인해 시험을 망친 학생이 ‘커트 라인’에 걸려 입시에 실패하고 기대소득이 낮아지는 ‘나비효과’가 과장이 아니라고 그는 설명한다. 수천만 개의 데이터 세트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담은 그의 첫 저서 ‘1도의 가격(윌북)’이 다음 달 2일 한국에 번역 출간된다. 박 교수는 ‘친환경 정책’을 놓고 “녹색 사기”라고 비난하는 보수 진영과 “이러다 다 죽는다”며 절규하는 진보진영이 싸우는 현실에 차분하게 숫자를 내놓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종말론에 빠진 나머지 간과했던 희망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가히 훌륭한 책”이라고 호평했다. 부산 출신 부모님을 둔 그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도 유년기를 보냈다. 한때는 생태학자를 꿈꾸며 호주 유학 시절 열대우림에서 3개월간 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을 깨닫고 고민 끝에 환경경제학으로 진로를 돌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즈 장학생으로 환경 변화 및 개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3일 동아일보와 서면 및 전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은 ‘기후변화가 실존하는가’가 아니라 ‘이미 닥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 경제학자로서 그는 특히 “기후변화는 한국이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근간부터 위협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특별히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한국 경제의 구조 때문이다. 철강, 시멘트, 중공업처럼 탄소 집약적인 수출산업 비중이 크고, 글로벌 공급망과의 연계성도 높다. 전 세계의 기후 불안이 한국의 경제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의 고향이자 내가 매년 방문하는 부산의 평균 기온이 지난 10년간 1.9도 오른 것을 피부로 느낀다. 전 세계 평균 상승치보다 높은 수준이다.”―한국은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많지만, 배출 총량으로 따지면 중국 등 이웃 국가들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환경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은 면적과 인구수는 작지만, 영향력이 큰 나라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또한 기후변화가 모두의 삶의 질에 궁극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영향을 조금씩이라도 수치화하는 건 중요하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내가 북극곰을 사랑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정치 문제도 아니다.”―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평가는?“한국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정책의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RE100(100% 재생에너지)’은 분명 매력적인 목표처럼 들리지만, 중요한 건 수단이다. 기존 배출권거래제(K-ETS)를 연장할지, 탄소세 부과나 각종 보조금 지급을 활용할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장거리 배낭여행과 비슷하다. 당신이 얼마나 즐겁고 건강하게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당신이 선택한 교통수단에 달려 있다.”―책에 소개한 연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례를 몇 가지 꼽아달라. “하나는 더운 날씨가 인간 행동과 경제 활동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극도로 뜨거운 날에는 산업재해가 늘고, 학생들의 점수가 낮아지고, 강력범죄율도 높아진다. 평균 기온이 1도 높은 국가는 1인당 소득이 평균 8%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하나는 화재다. 산불 연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멀리, 오래 퍼져나가면 화재만큼 파괴적일 수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서는 화재로 대기 질이 나빠지면서 해마다 노인 인구 5000~1만5000명이 추가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산불 연기는 현재 미국에서 전체 초미세먼지 오염 노출의 20%를 차지한다.”―기후변화의 비용은 정부와 기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혁신에도 ‘가성비’가 중요하다. 기후변화의 비용을 정밀하게 계산해내면 쇠톱 대신 외과용 메스를 들고 수술을 할 수 있게 된다. 기후변화의 최대 문제 중 하나는 불평등한 세상을 더 불평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에어컨을 살 여력이 없는 학교, 사업장, 국가 등에선 학생들의 성적, 산업재해, 생산성 등이 악영향을 받으면서 불평등이 굳어진다. ‘데이터 기반 전략’은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이 어떤 어려움에 얼마나 직면해있는지를 밝혀낸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도 줄일 수 있다.”―자연보다는 인간이 받는 영향에만 다소 초점을 집중하는 전략이지 않나. “경제학자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저도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슬프게 느껴진다. 생물 다양성처럼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너무나 중요한 가치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뿐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숫자인 숫자가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해서 합해보면 이렇게나 큰 액수가 나온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우리 모두에게 경제적으로도 좋은 선택이다’라는 판단을 돕는 게 우리 연구의 최우선적인 목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요즘 20대들은 일본을 좋아한다”는 말,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동아일보가 아사히신문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20대 중 3분의 2가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일본인 중에서도 한국 호감도가 가장 높았던 연령대는 20대였다. 다만 이것만 가지고 한일 관계의 미래가 밝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문화 분야를 제외하면 정치·안보·역사 인식에서 젊은 남녀 간 인식 차이가 상당한 탓이다. 예컨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 한국 20대 남성은 5명 중 4명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불과 5명 중 2명만이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약 40%포인트에 달했다. 과거사에 대한 남녀 시각차도 컸다. ‘과거사 의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가 충분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20대 남성 29%가 “충분했다”고 답했다. 20대 여성 중에서는 불과 9%만이 “충분했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아산정책연구원 최은미 연구위원은 문화적 친밀감을 “회복하는 힘”이라고 부른다. 일본 문화 개방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일본과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이런 친근감을 바탕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일본학과 교수 또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문화’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화적 호감이 ‘만능열쇠’란 기대는 2030 내부의 뚜렷한 균열 앞에서 무력해진다. 두 전문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한일 관계의 정치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위안부 합의 재검토’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한일 관계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가늠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소구력이 큰 인권과 여성 의제가 부각되면서 성, 정치 성향, 한일 관계 인식이 연동되어 움직이는 모습도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정치 양극화가 굳어질수록 향후 양국 관계의 전망도 불확실해지는 셈이다. 결국 ‘한일 관계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는 ‘호감도’를 높이는 노력 못지않게 성별, 세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꼽힌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숫자로 드러난 젊은 층 내의 균열 요인을 세심히 살피고, 머잖아 양국 관계의 핵심이 될 가교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일 모두에서 2030의 인식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요. 친일 대 반일이라는 ‘올드한 프레임’을 넘기 위해 우선 세대 간, 같은 세대 안에서도 남녀 간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최 연구위원) “이미 어느 정도 친밀한 양국 10, 20대뿐 아니라 3040세대에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직군별 교류가 이어지면 실질적인 고민을 나누는 계기가 될 겁니다.”(이 교수) 결국 한국과 일본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다음 세대’가 양국 관계 개선의 ‘진짜 열쇠’이며 이와 관련된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단 제안에 고개가 끄덕여졌다.홍정수 국제부 기자 hong@donga.com}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 ‘대모’이자 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로 패션잡지 보그를 이끈 애나 윈터(76·사진)가 37년 만에 편집장에서 물러난다. 보그에 따르면 윈터는 26일(현지 시간) 편집회의에서 “열정적인 차세대 편집자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장을 누비도록 돕고 싶다”며 새 편집 책임자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4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윈터는 패션잡지 보조 인력으로 경력을 시작해 1988년 보그의 5대 편집장에 올랐다. 고강도 개혁 결과 취임 10년 만인 1998년 보그는 창간 이후 최고 수익을 올리며 ‘패션계의 바이블’ 반열에 올렸다. 윈터는 그의 전직 비서가 출간한 베스트셀러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편집장 ‘미란다’ 역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독단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윈터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유명해진 스웨덴의 납치 범죄자 클라크 올로프손이 장기간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다겐스 ETC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10대부터 범죄에 빠져든 올로프손은 1973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은행에서 공범 얀-에릭 올손과 함께 인질극을 펼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이들이 4명을 인질로 잡고 일주일 가까이 은행을 점거하는 동안 경찰은 범인들의 정확한 신원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어설픈 대응을 보였다. 이때 인질로 잡혔던 크리스틴 엔마크는 올로프 팔메 당시 스웨덴 총리에게 전화해 “나는 두 범인을 믿는다”라며 이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요청했고, 두 범인이 항복했을 때도 인질들은 범인들이 사살될까 봐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사건에 관여한 정신과 의사 닐스 베제로트는 ‘인질 피해자가 오히려 범인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이 표현은 이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다양한 범죄 분석에 적용되며 유명해졌지만, 엔마크는 추후 언론 인터뷰와 회고록 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도의 비위를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사건이 종결된 뒤 올로프손은 엔마크와 실제 사랑에 빠지면서 재차 세간의 이목을 얻었다. 이후 다른 여성과 결혼한 그는 남은 생애 동안 미술품 절도, 마약 밀매 등 다양한 범죄에 연루됐다가 몇 년 전부터 지병을 앓았다고 다겐 ETC는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완전한 파괴’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군의 공습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CNN, 뉴욕타임스(NYT)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처음으로 관련 보도를 한 너태샤 버트런드 CNN 기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버트런드 기자가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thrown out like a dog)”며 CNN 측에 그의 ‘해고’를 종용했다. 그는 CNN과 NYT 또한 ‘쓰레기(scum)’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이 보도의 근거가 된 미 국방정보국(DIA)의 평가 보고서를 유출한 사람을 겨냥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위협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DIA 보고서는 ‘초기(preliminary)’ 평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보고서 안에 ‘추가 정보 수집까지 몇 주가 필요하다’ ‘신뢰도가 낮다’는 내용이 있는데도 ‘허위 정보 매체’들이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공습 성과를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관련 정보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케인 의장 역시 공습에 쓰인 모든 무기가 “목표 지점과 조준점에 정확히 도달했다”고 했다. 폭탄 투하에 참여한 한 조종사가 “내가 본 가장 밝은 폭발이었다. 마치 대낮 같았다”고 증언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케인 의장은 23일 이란이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로 미사일 14발을 발사했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파견된 패트리엇 요원들이 요격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올 3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요격을 위해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 및 병력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는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공식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이란 우라늄 옮겨지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루스소셜에 “적의 영공을 36시간 동안 위험하게 비행하고 돌아온 애국자들이 전설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썼다. 그러나 CNN은 DIA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재고가 줄어들지 않았으며 원심분리기 등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전했다. NYT 역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의 피해는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고 지하 시설은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습으로 지연된 핵 개발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번 공습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패망을 이끌어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에 비유했다. 그는 이번 이란 공습이 2차 대전을 끝낸 원폭 투하와 “본질적으로 같은 공격”이라며 “전쟁을 끝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란의 농축 우라늄 이전 의혹에 대해 “아무 것도 옮겨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가 위성사진 공개에도 논란 여전25일 영국 BBC방송은 미국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24일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사진을 공개하며 21일 미국의 공습 뒤 새로운 구멍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공습 다음 날인 22일 촬영본에서는 미국의 공습으로 핵시설 입구에 거대한 구멍 6개가 생긴 게 확인됐다. 24일 촬영본에는 북서쪽 진입로 등에 분화구 모양의 구멍이 새로 발견됐다. 미국에 이어 23일 이스라엘도 같은 시설을 폭격한 결과로 보인다. 24일 이스파한 핵시설을 찍은 사진에선 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우라늄 전환 시설로 지목했던 건물이 대부분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나탄즈 핵시설은 22일 구멍이 움푹 파였던 두 지점이 24일 촬영본에선 흙으로 덮인 상태로 나타나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전반적으로는 이란 핵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했다”면서도 “원심분리기 등 파괴되지 않고 남은 부분은 향후 무기급 우라늄 생산에 사용될 여지가 있어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성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완전한 파괴’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군의 공습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CNN, 뉴욕타임스(NYT)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처음으로 관련 보도를 한 너태샤 버트런드 CNN 기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버트런드 기자가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thrown out like a dog)”며 CNN 측에 그의 ‘해고’를 종용했다. 그는 CNN과 NYT 또한 ‘쓰레기(scum)’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이 보도의 근거가 된 미 국방정보국(DIA)의 평가 보고서를 유출한 사람을 겨냥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위협했다.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DIA 보고서는 ‘초기(preliminary)’ 평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은 보고서 안에 ‘추가 정보 수집까지 몇 주가 필요하다’ ‘신뢰도가 낮다’는 내용이 있는데도 ‘허위 정보 매체’들이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공습 성과를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관련 정보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케인 의장 역시 공습에 쓰인 모든 무기가 “목표 지점과 조준점에 정확히 도달했다”고 했다. 폭탄 투하에 참여한 한 조종사가 “내가 본 가장 밝은 폭발이었다. 마치 대낮 같았다”고 증언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특히 케인 의장은 23일 이란이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로 미사일 14발을 발사했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파견된 패트리엇 요원들이 요격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올 3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요격을 위해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 및 병력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는 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공식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트럼프 “이란 우라늄 옮겨지지 않아”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루스소셜에 “적의 영공을 36시간 동안 위험하게 비행하고 돌아온 애국자들이 전설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썼다.그러나 CNN은 DIA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재고가 줄어들지 않았으며 원심분리기 등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전했다. NYT 역시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의 피해는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고 지하 시설은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습으로 지연된 핵 개발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이라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번 공습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패망을 이끌어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에 비유했다. 그는 이번 이란 공습이 2차 대전을 끝낸 원폭 투하와 “본질적으로 같은 공격”이라며 “전쟁을 끝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란의 농축 우라늄 이전 의혹에 대해 “아무 것도 옮겨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추가 위성사진 공개에도 논란 여전25일 영국 BBC방송은 미국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24일 촬영한 이란 포르도 핵시설의 사진을 공개하며 21일 미국의 공습 뒤 새로운 구멍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공습 다음 날인 22일 촬영본에서는 미국의 공습으로 핵시설 입구에 거대한 구멍 6개가 생긴 게 확인됐다. 24일 촬영본에는 북서쪽 진입로 등에 분화구 모양의 구멍이 새로 발견됐다. 미국에 이어 23일 이스라엘도 같은 시설을 폭격한 결과로 보인다.24일 이스파한 핵시설을 찍은 사진에선 미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우라늄 전환 시설로 지목했던 건물이 대부분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나탄즈 핵시설은 22일 구멍이 움푹 파였던 두 지점이 24일 촬영본에선 흙으로 덮인 상태로 나타나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전반적으로는 이란 핵시설을 효과적으로 파괴했다”면서도 “원심분리기 등 파괴되지 않고 남은 부분은 향후 무기급 우라늄 생산에 사용될 여지가 있어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미국이 이란 핵 시설 공격에서 긴밀히 공조한 이스라엘의 사법부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의 재판은 즉시 취소돼야 한다”라며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위대한 영웅에게 사면이 내려져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사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사”라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을 “2020년 5월부터 이어진 ‘공포 쇼’”라고 부르며 “그토록 많은 것을 바친 사람에게 이런 마녀사냥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타냐후보다 미국 대통령과 더 나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구한 것은 미국이었고, 비비(네타냐후의 별명)를 구하는 것도 미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친분이 두터운 이스라엘 부호의 미국 비자 연장을 도와준 대가 등으로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9년 11월 기소됐다. 또한 카타르 측으로부터 2012년 15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2018년 5000만 달러(약 730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다만 하마스와의 전쟁 등을 이유로 재판이 차일피일 미뤄져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네타냐후 총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등을 동원해 이란을 공습함으로써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큰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에 투입된 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사들의 임무 수행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B-2 조종사들은 조종석 뒤에 설치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주로 고양이 모래가 담긴 ‘소변 주머니’를 이용해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벙커버스터 투하 순간 붕 떴을 것” 2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B-2 조종사들의 훈련과 생활은 전용 격납고가 위치한 미국 중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B-2들도 모두 이곳에서 이륙해 대서양을 건너 이란으로 향했다. 7대의 폭격기에 대당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했고 미국에서 이란까지 왕복 37시간 동안 비행했다. 폭격기마다 6만 파운드(약 2만7000kg)에 해당하는 벙커버스터 GBU-57 폭탄 2개를 실었다. GBU-57이 실전에서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년간 B-2 조종사로 복무했던 스티븐 배셤 전 미군 유럽사령부 부사령관은 “벙커버스터는 B-2 조종사들이 주로 투하하는 정밀 유도탄에 비해 훨씬 무겁다. 투하하는 순간 비행기가 잠시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라며 이번 작전에 참여한 조종사들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장거리 작전 땐 3, 4시간씩 교대로 쪽잠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총 44시간 동안 B-2를 몰아 역대 최장 시간 비행 임무 기록을 세운 미 공군 예비역 대령인 멜빈 디에일은 CNN에 “보통 출격 직전까지도 정확한 작전 시간 계획을 통보받지 못한다. 출격 3, 4시간 전에야 작전 브리핑이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각 비행기에 탑승하는 조종사들은 1인용 간이침대에서 3, 4시간씩 번갈아 쪽잠을 잔다. 이착륙, 공중 급유, 적국 영공을 비행하는 중에는 두 명 모두 반드시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디에일은 과거 의료진이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조종사들에게 ‘고 필(go pill)’이라고 불리던 각성제 ‘암페타민’의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며 “해가 질 때 복용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현재는 공군 의료진이 조종사들의 수면 일정을 미리 조정시킨다고 전했다.● 전자레인지도 있지만 화장실은 열악… “모래주머니 의존”조종사들의 생리현상을 관리하기 위한 영양 섭취도 중요한 요소다. 조종석 뒤엔 소형 전자레인지가 있어 핫도그와 칠리를 데운 ‘보머도그(bomber dog)’ 같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조종사들은 가열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배셤의 경우 통밀빵에 칠면조 고기를 넣고 치즈는 제외해 최대한 염도를 낮춘 샌드위치를 주로 먹었다. 칸막이 없이 화학물질로 냄새를 막는 간이 화장실도 설치돼 있다. 디에일은 “혹시나 화장실이 넘칠까 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모래를 채워 제작한 소변 주머니를 주로 썼다”며 얼마나 많은 주머니가 쌓이는지를 세어 가며 수십 시간의 비행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빈스 밴스와 더 밸리언츠’의 노래 ‘이란 폭격’과 B-2 스텔스 폭격기의 모습을 엮어 만든 57초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게시했다. 미국 내에서 반(反)이란 감정이 극심했던 1980년 나온 이 노래는 “이란 폭격, 폭격, 폭격”, “핵으로 때려버리자” 등 자극적 가사가 포함돼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한밤의 망치’ 작전을 위해 미국에서 이란까지 쉬지 않고 37시간을 왕복한 미 공군 B-2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관심이 몰리면서, 이들이 수행한 ‘초장시간’ 임무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B-2 훈련은 전용 격납고가 위치한 미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24시간 연속 비행을 하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이뤄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밤의 망치’ 작전에서 B-2 7대를 동원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폭탄 14발을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폭격기 한 대당 조종사 두 명이 탑승하고 총 6만 파운드(약 2만7000kg)에 해당하는 벙커버스터 2개를 실었다. 이번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도 시뮬레이션 훈련이 길면 몇 주가량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코소보 작전에 참여했고 9년간 B-2 폭격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바샴 전 유럽사령부 부사령관(퇴역 중장)은 “이번 벙커버스터는 워낙 무거운 만큼, 투하하는 순간 비행기가 잠시 상공으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2 조종사들이 주로 투하하는 폭탄이 2000파운드(약 900kg)의 정밀 유도탄인 만큼, 평시의 훈련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란 의미다. B-2 임무가 30시간 이상 이뤄진 첫 사례는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얼라이드 포스’ 작전으로, 미국 미주리주에서 코소보까지 왕복 31시간을 비행했다. 이후에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도 ‘마라톤 비행’ 임무가 이어졌다. 오늘날 화이트먼 공군 기지의 의료진은 B-2 출격을 앞두고는 조종사들이 장시간 비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수면 일정을 조정하고 탈수를 막기 위해 다량의 수분 섭취를 연습하는 등 신체를 준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미 CNN방송도 이날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44시간 동안 B-2를 몰아 역대 최장 시간 비행 임무 기록을 세운 미 공군 퇴역 대령 멜빈 G. 디아일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보통은 출격 직전까지도 정확한 시간 계획을 통보받지 못한다”라며 자신도 작전 당시 출격 3∼4시간 전에야 잠에서 깨어나 브리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일단 출격한 뒤에는 조종사 두 명이 조종석 뒤에 마련된 1인용 간이침대에서 3∼4시간씩 번갈아 쪽잠을 잔다. 이착륙과 공중 급유, 그리고 적국 영토의 상공을 비행하는 중에는 좌석에 앉아 있도록 규정됐다. 디아일 대령은 과거에는 의사들이 ‘고필’(go pill)이라고 부르는 (각성제) 암페타민의 사용을 승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종석 뒤에는 음식을 데우는 소형 전자레인지도 장착됐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대부분 샌드위치처럼 가열할 필요가 없는 간단한 식사를 선호한다고 NYT는 전했다. 바샴 중장은 로이터통신에 조종사들이 수면과 영양교육을 받는다며 자신의 단골 메뉴가 통밀빵에 칠면조 고기를 넣고 치즈는 뺀 저염 샌드위치였다고 말했다.조종석 뒤에는 화학물질로 냄새를 막는 간이 화장실도 한 개 설치됐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화장실이 넘칠 것을 우려해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일 대령은 대신 고양이 모래가 담긴 기저귀형 장비, 이른바 ‘소변 주머니’를 사용했다며 “주머니가 얼마나 쌓이는지를 세어가며 수십 시간의 비행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공격 당시 처음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영국과 군수품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대통령실(크렘린궁)에서 군사대학 졸업생들을 초청해 “전투 상황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한 오레시니크의 양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레시니크는 1기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의 비행 속도가 마하 10(시속 약 1만2300km)에 달해 현존하는 기술로는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는 영국 등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일대에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오레시니크를 시범 발사하며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 런던의 스타머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군수품을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두 나라의 첫 번째 산업용 군수품 공동 생산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이번 합의가 “양국을 모두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날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같은 날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요격용 무인기(드론), 장거리 무인항공기(UAV) 생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은 각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합의를 공식화하기로 했다.AFP통신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및 휴전 등으로 중동 정세가 복잡해진 터라 우크라이나 의제가 전체적인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가능성 또한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회의가 “미국에는 승리, 우크라이나에는 좌절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 25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공격 당시 처음 공개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영국과 군수품 공동 생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대통령실(크렘린궁)에서 군사대학 졸업생들을 초청해 “전투 상황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한 오레시니크의 양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레시니크는 1기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의 비행 속도가 마하 10(시속 약 1만2300km)에 달해 현존하는 기술로는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는 영국 등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일대에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오레시니크를 시범 발사하며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 런던의 스타머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군수품을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두 나라의 첫 번째 산업용 군수품 공동 생산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이번 합의가 “양국을 모두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두 정상은 이날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같은 날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요격용 무인기(드론), 장거리 무인항공기(UAV) 생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은 각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합의를 공식화하기로 했다. 당초 나토가 권고한 2% 목표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유럽에 ‘안보 자강’을 강조하며 ‘5%’를 달성하라고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AFP통신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가질 계획이라며 두 정상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의 무기 조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및 휴전 등으로 중동 정세가 복잡해진 터라 우크라이나 의제가 전체적인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가능성 또한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회의가 “미국에는 승리, 우크라이나에는 좌절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다음 날인 22일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로 이름 붙여진 대(對)이란 공습 작전에 대한 브리핑에 나선 것.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가장 중요한 군사작전을 설명하는 자리에 서로 대조적인 두 인물을 세운 게 ‘쇼맨십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중파 합참의장, ‘막후 조언자’로 부상 이날 기자회견에선 친(親)트럼프 성향 방송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이 양복 재킷에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손수건을 꽂은 차림으로 먼저 발언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하고 비전 있는 지도력”에 찬사를 보냈다. 또 미국이 “이란 포르도의 핵 역량을 파괴했다. 미군의 역량은 거의 무한하다”고 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케인 의장의 어조는 다소 달랐다. 제복 차림의 그는 “피해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아직 무엇이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지를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인 의장이 “이번 계획은 워싱턴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극비 임무였다”는 점을 말하며 공습 작전이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회견 내내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인 케인 의장은 ‘한밤의 망치’ 작전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믿음직한 막후 조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케인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면서 의지하게 된 소수의 참모 중 한 명이었고,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의 해외 개입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또 “케인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준비 과정에서 비공개적으로 매우 중시한 자질이었다”고 했다. 미 공군의 F-16 조종사 출신인 케인 의장은 2월 지명 당시 세간엔 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했다고 한다. 케인 의장이 2018년 12월 성탄절을 맞아 이라크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원이 충분하다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신속히 격파할 수 있다”고 확언한 모습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헤그세스, ‘시그널게이트’ 위기 만회 반면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충성파다. 하지만 그는 올 3월 민간 메신저로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게이트’로 기밀 유출 논란을 빚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두둔했지만, 백악관 안팎에서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작전이 헤그세스 장관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만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작전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수시로 직보했고, 21일 공습 직전엔 대통령의 최종 승인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공습 계획의 보안을 완벽히 유지해 이번 작전의 핵심 인사로 인정받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을 건너뛰고 케인 의장 등 4성 장군들과 작전의 핵심 사항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공습 브리핑에 나란히 등장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려 의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이나 내각 주요 인물들을 기용할 때 외모와 이미지를 중시하며 ‘센트럴 캐스팅’(해당 역할에 딱 맞는 캐스팅)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다음 날인 22일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로 이름 붙여진 대(對)이란 공습 작전에 대한 브리핑에 나선 것.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가장 중요한 군사작전을 설명하는 자리에 서로 대조적인 두 인물을 세운 게 ‘쇼맨십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중파 합참의장, ‘막후 조언자’로 부상이날 기자회견에선 친(親)트럼프 성향 방송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 장관이 양복 재킷에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손수건을 꽂은 차림으로 먼저 발언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하고 비전 있는 지도력”에 찬사를 보냈다. 또 미국이 “이란 포르도의 핵 역량을 파괴했다. 미군의 역량은 거의 무한하다”고 했다.이어 발언에 나선 케인 합참의장의 어조는 다소 달랐다. 제복 차림의 그는 “피해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며 “아직 무엇이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지를 언급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인 의장이 “이번 계획은 워싱턴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극비 임무였다”는 점을 말하며 공습 작전이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회견 내내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인 케인 의장은 ‘한밤의 망치’ 작전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믿음직한 막후 조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케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면서 의지하게 된 소수의 참모 중 한 명이었고,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의 해외 개입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또 “케인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준비 과정에서 비공개적으로 매우 중시한 자질이었다”고 했다.미 공군의 F-16 조종사 출신인 케인 합참의장은 2월 지명 당시 세간엔 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했다고 한다. 케인 의장이 2018년 12월 성탄절을 맞아 이라크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원이 충분하다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를 신속히 격파할 수 있다”고 확언한 모습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헤그세스, ‘시그널게이트’ 위기 만회 반면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충성파다. 하지만 그는 올 3월 민간 메신저로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게이트’로 기밀 유출 논란을 빚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두둔했지만, 백악관 안팎에서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다.이번 작전이 헤그세스 장관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만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작전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수시로 직보했고, 21일 공습 직전엔 대통령의 최종 승인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공습 계획의 보안을 완벽히 유지해 이번 작전의 핵심 인사로 인정받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을 건너뛰고 케인 의장 등 4성 장군들과 작전의 핵심 사항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두 사람이 공습 브리핑에 나란히 등장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려 의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이나 내각 주요 인물들을 기용할 때 외모와 이미지를 중시하며 ‘센트럴 캐스팅(해당 역할에 딱 맞는 캐스팅)’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공습한 21일(현지 시간) 밤 백악관은 ‘워룸(War Room)’으로 불리는 백악관 상황실 사진 7장을 신속하게 공개하며 이번 공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 국민이 휴식을 취하는 토요일 밤에 공습 사실을 발표할 만큼 상황이 긴박했다는 점도 널리 홍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가 아닌 공식 행사장 ‘이스트룸’에서 이란 공습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스트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5월 9·11테러의 주역인 오사마 빈라덴의 제거 사실을 공개한 장소다. 역시 이번 공습의 파급력이 빈라덴 제거에 맞먹을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이날 ‘X’에 게시한 사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와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이란 공습을 단행하는 상황실에 등장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서 케인 의장의 설명을 듣는 모습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또한 직접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상황실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대형 탁상 주변에 둘러앉았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엔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 앉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여부를 고심하는 동안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CBS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댄 스커비노 백악관 선임고문,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도 상황실에 동석했다. 다만 뉴욕포스트는 개버드 국장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핵심 관계자임에도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 3월 개버드 국장은 미 의회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발언해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옹호하며 “그녀(개버드 국장)가 틀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공습 작전이 이뤄지기 직전 몇 시간 동안 개버드 국장이 어디에 있었고, 공습 결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상황실은 최고 보안시설로, 이곳을 만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JFK 룸’으로도 불린다. 내부 모습은 언론에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빈라덴 제거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또한 이곳에서 빈라덴 사살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5000만 달러(약 687억 원)를 들여 1년간 리모델링했으며 2023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릭 크로퍼드 하원 정보위원장 등 집권 공화당 지도부에도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렸다. 크로퍼드 위원장은 공습 전부터 백악관과 긴밀히 접촉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하하며 정밀하고 성공적인 공습을 수행한 미군 장병들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공습한 21일(현지 시간) 밤 백악관은 ‘워룸(War Room)’으로 불리는 백악관 상황실 사진 7장을 신속하게 공개하며 이번 공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국민이 휴식을 취하는 토요일 밤에 공습 사실을 발표할 만큼 상황이 긴박했다는 점도 널리 홍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가 아닌 공식 행사장 ‘이스트룸’에서 이란 공습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스트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5월 9.11 테러의 주역인 오사마 빈라덴의 제거 사실을 공개한 장소다. 역시 이번 공습의 파급력이 빈라덴 제거에 맞먹을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백악관이 이날 ‘X’에 게시한 사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와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채 이란 공습을 단행하는 상황실에 등장했다.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서 케인 의장의 설명을 듣는 모습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또한 직접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상황실에는 트럼프 대통령 외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대형 탁상 주변에 둘러앉았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엔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이 앉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여부를 고심하는 동안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CBS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댄 스캐비노 백악관 선임고문,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도 상황실에 동석했다. 다만 뉴욕포스트는 개버드 국장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핵심 관계자임에도 백악관이 공개한 사진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 3월 개버드 국장은 미 의회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발언해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옹호하며 “그녀(개버드 국장)가 틀렸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공습 작전이 이뤄지기 직전 몇 시간 동안 개버드 국장이 어디에 있었고, 공습 결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상황실은 최고 보안시설로, 이곳을 만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JFK 룸’으로도 불린다. 내부 모습은 언론에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빈 라덴 제거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또한 이 곳에서 빈라덴 사살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인 5000만 달러(약 687억 원)를 들여 1년간 리모델링했으며 2023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릭 크로퍼드 하원 정보위원장 등 집권 공화당 지도부에도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렸다. 크로퍼드 위원장은 공습 전부터 백악관과 긴밀히 접촉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하하며 정밀하고 성공적인 공습을 수행한 미군 장병들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클레이 코트의 황제’로 꼽히는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39·사진)이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에게서 19일(현지 시간) 후작(侯爵) 작위를 받았다. 2014년 즉위한 펠리페 6세가 귀족 작위를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실은 이날 펠리페 6세의 즉위 기념일 행사에서 나달 등 작위 수여자들에게 “스페인 자부심의 원천이며 우리 사회에 영감을 준다”고 치하했다. 나달을 포함해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에서 28번째 메달을 딴 수영 선수인 테레사 페랄레스와 팝 가수 루스 카살 등 총 6명이 작위를 받았다. 스페인 마요르카섬 출신의 나달은 이날 ‘예반트 데 마요르카의 후작’이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이 작위는 후손들에게도 세습된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나달은 23년간 활약하면서 그랜드 슬램 22차례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불렸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출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지난달 열린 2025 프랑스오픈 개막식에서 남자 테니스 ‘빅4’로 불리며 전성기를 함께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다. 앞서 펠리페 6세는 왕세자 신분이었던 2008년 나달에게 스포츠 부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2022년 9월에는 ‘제5회 카미노 레알상’을 수여했다. 그는 당시 “나달이 노고와 탁월함을 통해 ‘최고의 스페인 홍보대사’ 중 한 명이 됐다”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이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클레이 코트의 황제’로 꼽히는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39)이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에게서 19일(현지 시간) 후작(侯爵) 작위를 받았다. 2014년 즉위한 펠리페 6세가 귀족 작위를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실은 이날 펠리페 6세의 즉위 기념일 행사에서 나달 등 작위 수여자들에게 “스페인 자부심의 원천이며 우리 사회에 영감을 준다”고 치하했다. 나달을 포함해 지난해 파리 패럴림픽에서 28번째 메달을 딴 수영선수인 테레사 페랄레스와 팝 가수 루스 카살 등 총 6명이 작위를 받았다. 스페인 마요르카섬 출신의 나달은 이날 ‘레반트 데 마요르카의 후작’이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이 작위는 후손들에게도 세습된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나달은 23년간 활약하면서 그랜드 슬램 22차례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불렸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출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지난달 열린 2025 프랑스오픈 개막식에서 남자 테니스 ‘빅4’로 불리며 전성기를 함께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머리(영국)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다. 앞서 펠리페 6세는 왕세자 신분이었던 2008년 나달에게 스포츠 부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2022년 9월에는 ‘제5회 카미노 레알상’을 수여했다. 그는 당시 “나달이 노고와 탁월함을 통해 ‘최고의 스페인 홍보대사’ 중 한 명이 됐다”라며 감사를 표했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이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통상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한일 간에 가장 협력해야 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는 ‘경제’를 꼽은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일본도 ‘경제’ 응답 비율이 28%로 안보(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특히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국민 대다수는 중국보다 미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경제를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77%, 일본인의 80%가 각각 미국을 꼽은 것. 중국을 중시한다는 응답자는 한국 14%, 일본 11%에 그쳤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무역의 핵심을 차지하는 첨단 ‘소부장’(소재·부품·기술 장비) 부문 협력에 관한 질문을 별도로 제시했다. 여기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70%였다. ‘현 수준 유지’는 19%, ‘약화해야 한다’는 5%에 그쳤다. ‘협력 강화’ 응답은 세대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65%를 넘었고, 정치 성향별로도 보수층(78%)과 진보층(69%)에서 모두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한국 경제계에서도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무역 규모가 772억 달러(약 106조 원)로 1965년 이후 352배가량 급증했다. 무협은 “과거 수직적 분업 관계였던 양국 무역이 상호 보완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향후 ‘소부장’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을 비교할 때 양국 모두에서 ‘한국이 낫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경제와 생활 상황이 더 나은 것 같나’란 질문에 양국 모두 ‘비슷한 것 같다’는 응답이 40%대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 중에서는 한국이라는 응답(29%)이 일본(26%)보다 소폭 높았던 반면 일본인 중에서는 한국(37%)을 고른 응답자가 일본(12%)의 3배를 넘었다. 10년 전 이뤄진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일본과 경제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2%, 일본인은 26%만 ‘그렇다’고 답해 비교적 낮은 평가가 나왔던 것과 비교된다.한편 이번 공동 조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1010명을 대상으로 9∼10일, 아사히신문은 1124명을 대상으로 7∼8일 전화조사를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22일)을 맞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양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분야로 한국인들은 ‘경제’를, 일본인들은 ‘안보’를 각각 꼽았다. 북-중-러 밀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관련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한일 간에 가장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경제(37%)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역사 문제(28%), 안보(20%), 저출산고령화 대책(12%) 순이었다. 일본에선 안보(34%)에서 우선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28%), 역사 문제(24%), 저출산고령화 대책(8%) 순이었다.‘한일 간 방위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60%, 일본에선 56%로 양국 모두 반수를 넘었다. 반면 방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한국 37%, 일본 30%였다. 서로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23%, 일본에선 19%가 나왔다. 이는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10년 전인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보다 한국은 18%포인트, 일본은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