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경험없고 저돌적 리선권, 국무위원 진입…對美 ‘판 흔들기’ 나서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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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1면에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1면에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2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군부 출신 강경파인 리선권 외무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외교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는 가운데 인적 교체를 통한 새로운 대미 전략이 나올지 주목된다.

13일 노동신문은 전날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가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고, 여기서 리선권 외무상과 신임 김형준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각각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내각과 당의 외교 전략을 이끄는 두 인사가 당연직 성격의 지위를 부여받으며 공식적으로 ‘리선권-김형준’ 체제의 발족을 알린 것이다. 신문은 이어 리용호 전 외무상과 리수용 전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국무위원에서 해촉됐다고도 전했다.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본격적으로 북-미 협상에 다시 나설 거란 기대감은 낮다. 하지만 외교관 경험이 전무한 동시에 행동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리선권이 북한 외교의 얼굴로 떠오른 만큼 ‘판세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외무성 ‘대미협상국’이라는 처음 공개된 조직의 명의로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미국과의 협상을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이 본인 생각대로 대미 협상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저돌적인 리선권을 등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 전후 ‘김정은의 입’으로 평가됐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역시 포착됐다. 최근 그의 담화가 나오고 있지 않고 있지만 대미 협상 기류에 변화에 따라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기 개발을 지휘한 핵심 인물로 꼽히는 리병철 당 군수담당 부위원장도 국무위원으로 임명됐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도 예산안 공개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다. 올해 총 예산의 47.8%를 경제 건설에 투입하겠다며 “인민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더욱 강화하며 정면돌파전을 재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국가예산 수입과 지출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지연 원산·갈마 등 기존에 강조되던 관광지구 개발에 대한 언급 대신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거론된 점은 새로운 기류로 읽힌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 수요 저조가 예상된다”며 “보건 및 자원절약 긴급사업으로 강조점이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날 보건부문 투자를 지난해보다 7.4% 늘렸다고 알렸다. 그러면서도 내각은 회의 보고에서 “(북한에서) 아직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의 연이은 ‘코로나 위기감’ 표출에 대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북한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많은 다른 나라들과 같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북한과 인도적 협력, 보건협력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최고인민회의에 등장해 시정연설을 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는 불참했다. 회의에선 대남, 대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코로나19 등으로 북한 경제가 어렵고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에서 기존 체제를 수습 및 관리하는 데 회의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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