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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추운 겨울」…IMF한파 후원금 8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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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추운 겨울」…IMF한파 후원금 80% 줄어

입력 1997-12-23 20:25수정 2009-09-2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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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충북 음성과 경기 가평 꽃동네에 불어닥치고 있는 올 겨울바람은 유난히 차갑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한파로 회비를 보내오는 후원회원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예년 이맘 때면 하루 평균 3천여명의 회원이 「월 1천원」의 후원금을 한꺼번에 보내왔지만 요즘에는 2천여명밖에 안된다. 인원은 30% 정도 줄었고 후원금 액수는 80% 가량 감소했다. 꽃동네를 운영하고 있는 오웅진(吳雄鎭)신부는 『연말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야 할 지 정말 걱정』이라며 수심이 가득하다. 2천여명의 식구가 모여 사는 음성 꽃동네의 하루 쌀 소비량은 12가마 정도. 1천2백여명이 살고 있는 가평 꽃동네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20가마의 쌀이 필요하다. 하루 9천여ℓ를 소비하는 경유값이 최근 수차례나 올라 이달 들어 난방 횟수를 대폭 줄였고 실내온도도 2도나 낮췄다.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노인과 중환자가 많아 난방 만큼은 예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나 자고 나면 오르는 연료비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 몸이 불편한 환자와 노인들이 춥다고 하소연해 올 때마다 오신부와 수녀들은 『IMF시대에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들을 달래느라 마음고생이 심하다.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는 자율배식을 중단하고 배식판에 밥을 절반만 채워준 뒤 부족한 사람에게만 재배식을 하고 있다. 김장도 올해는 1만포기를 줄여 10만포기만 담갔다. 오신부는 환자와 한방에서 잠을 자는 3백여명의 수녀를 위해 올해 숙소를 지으려던 계획도 포기했다. 하지만 가난한 후원자들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보내주는 온정의 손길은 얼어붙은 꽃동네를 훈훈하게 녹여준다. 얼마 전 서울시 환경미화원 8천여명이 지난 1년 동안 수거한 병과 종이 등을 팔아 모은 1천5백만여원을 아무도 모르게 보내왔다. 이들의 선행은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료값이 올라 농장 문을 닫게 된 한 축산업자가 자신이 키우던 오골계 2천여마리를 꽃동네 식구들의 몸보신에 써달라며 보내왔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덜 먹고 덜 쓰는 방법밖에 없어요.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겨울을 나야 할 것 같습니다』 오신부는 『그래도 꽃동네는 이름이 많이 알려져 굶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회복지시설은 더 어려울텐데 정말 큰일이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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