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협상… 미중 무역전쟁 ‘진검승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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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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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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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예고한 대로 1일(현지 시간) 상대방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무역전쟁을 둘러싼 두 대국의 ‘진검 승부’에 세계 경제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한 손은 관세, 다른 손으론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미 동부 시간 1일 0시부터 112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했다. 약 석 달 후인 12월 15일엔 나머지 16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도 1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원유 등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750억 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해 각각 10%와 5%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고 이중 일부 품목에 대해 미국 관세 부과 시점(중국 시간 1일 낮 12시)에 맞춰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았다. 미중 양국이 한쪽으로 협상 채널을 열어둔 채 다른 한쪽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관세 난타전이 시작된 셈이다.

미·중간 분쟁이 격화되면 이달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경제에 큰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이 어려운 ‘노 페인, 노 딜(No pain, no deal)’ 상황이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전쟁 신흥국 전이 경계해야”

관세 보복이 중국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내리고 세계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6%대 초반인 중국 성장률이 올해 4분기(10~12월)부터 5%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인위적인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미국의 보복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달러 당 7위안대 초반인 위안화 가치가 ‘포바(破八·달러당 8위안 돌파)’를 넘어서면 중국 내 자본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서 대대적인 자본이탈 및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위안화 환율 약세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 대외 부채가 큰 신흥국의 외채 부담이 늘어난다.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절하가 심화하면 취약 신흥국의 불안이 커지고 주요국간 환율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세계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전쟁 영향권 들어간 미 소비자

미 소비자들도 사실상 처음으로 관세 인상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관세 대상 중국산 소비재 비중은 8월 말 현재 29%에서 9월 이후 69%로 껑충 뛴다. 12월 15일부터는 약 97%가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받는다. 미 의류신발협회(AAFA)에 따르면 9월부터 미국내 중국산 의류의 91.6%, 신발류의 52.5%가 15% 관세 대상이다. JP모건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미국 가정이 연간 약 1000달러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인들의 신발 구입비용이 연간 40억 달러를 늘어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잘못 운영되고 허약한 기업들이 나쁜 경영을 탓하는 대신 작은 관세를 재빨리 비난하고 있다”며 기업을 탓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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