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메시아’ 할렐루야 코러스 땐 일어서야 할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연말이면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는 명곡 중에 예수의 생애와 구원을 다룬 헨델(사진·1685∼1759)의 ‘메시아’가 있죠. 얼마 전 모임에서 연말에 가볼 만한 문화행사 얘기가 나오기에 이 곡 얘기를 꺼냈더니 친구가 아는 척을 합니다.

“그거 헨델의 오라토리오잖아. 할렐루야 코러스가 나오지? 오라토리오는 종교적 내용을 가진 오페라고. 그런데 오페라처럼 무대 연기를 하진 않지. 할렐루야가 나오면 청중이 일어서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까요. 중학교 때 배운 걸 기억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선 참 많은 걸 가르친다 싶습니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연 어디서나 할렐루야 코러스가 나오면 청중이 일어설까요? “한국과 일본에서만 그러는 거다”라며 비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관습의 기원에 대해서는 “‘메시아’ 초연 때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자 다른 관객도 모두 일어섰다. 이후 이런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지 2세는 초연에 오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독일어 자료에서는 “‘어떤’ 나라에서는 이 곡이 나오면 일어선다”라고 되어 있네요.

더 알아본 바는 이렇습니다. ‘영국 왕’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선 이 곡이 나와도 잘 일어서지 않습니다. 사실 ‘메시아’는 영어 가사에 곡을 입힌 곡이어서 영국에서 가장 자주 연주됩니다. 그렇지만 영국뿐 아니라 유럽 이외의 대륙에서도 대체로 이 곡이 나오면 일어선다는 공감대가 있는 듯합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그런데 유튜브로 영국의 연주 실황을 보아도 때로 청중이 그대로 앉아 있는 경우가 보입니다. 지휘자 트레버 피녹은 아예 악단이 연주하도록 놓아두고 돌아서서 손짓으로 청중을 일으킵니다. 이 곡의 ‘일어서는’ 전통에 대해 영국 청중조차 우리나라 청중처럼 잘 알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할렐루야’가 나오면 일어서고 싶어집니다. 너무도 장엄하고 격동적이라서 가만히 앉아 있기엔 몸이 들썩거리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어떤가요? 아래 링크 주소와 QR코드를 통해 ‘할렐루야’를 비롯한 ‘메시아’의 주요 부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38

유윤종 gustav@donga.com
#헨델#메시아#할렐루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