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코스피 2000 시대]2007년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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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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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과 달리 증시체력 튼튼”… 외국인 주도 장세는 변수

14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37개월 만에 다시 2,000을 넘어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2007년 7월 사상 처음으로 열린 ‘지수 2,000시대’가 불과 몇 달 만에 끝난 적이 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주식형펀드 붐이 일면서 개인들이 앞다퉈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1년여 만에 반 토막 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보고 펀드를 환매했거나 지금도 물려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체력, 국내외 경제 환경, 경기 회복력 등에서 2010년과 2007년은 상황이 판이해 이번에는 상승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스피 2,000 돌파가 철저하게 외국인 주도로 이뤄졌고 대형주 위주로 상승해 주가 상승의 온기가 증시 전반에 퍼지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증시를 받쳐주는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소외되는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상승세의 탄력도 3년 전처럼 허무하게 수그러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달라진 한국 기업…지금도 싸다?

한국 증시 역사상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뚫은 것은 2007년 7월 25일로 당시 종가는 2,004.22였다. 2005년 6월 1,000대에 안착한 뒤 이렇다 할 조정 없이 2,000까지 수직 상승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10월 24일 938.75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남유럽 재정위기, 북한의 잇단 도발 같은 악재에도 큰 조정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2,000까지 밀고 올라왔다. 국내외 저금리 기조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2007년과 비슷하다.

2007년과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는 달라진 한국 기업들의 면모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글로벌 무대에서 2인자 그룹에 속했던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위기 이후 1인자 그룹으로 치고 올라왔다.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 삼성전자와 도요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업체들이 적자를 보거나 순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동안 순이익과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린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달라졌다”며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지면서 실적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2,000을 넘은 지금도 기업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이 많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286개 기업의 순이익은 85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내년엔 98조 원으로 늘어나 나머지 489개사를 합한 상장사 전체 순이익이 100조 원대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9.5배로 미국 12.6배, 중국 12.5배, 인도 16.7배, 브라질 10.5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반면 2007년은 상장사 순이익이 62조 원대였으며 PER는 13배였다.

○ 셀 코리아(Sell Korea)의 아픈 추억

지금까지 한국 증시 거품의 역사는 외국인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개인이 뒤늦게 이를 넘겨받으면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양태로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지수 2,000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외국인이 한국 탈출에 나설 때 이를 받아줄 기관 연기금 개인 등 국내 매수 세력이 약한 경우다.

다행히 외국인의 셀 코리아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 보인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넘쳐나는 외국 투자자금은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도 끌어들이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외국인들은 신흥시장 중에서도 아시아를 특히 선호한다”며 “중국보다 외화 유출입이 자유로운 한국 증시가 상대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글로벌 실물 자산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9%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올해 들어 6번이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긴축에 나서고 있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위안화 절상 등으로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은 남유럽 재정위기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미국 경기도 잠재된 악재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주가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지만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실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며 “주가지수가 2,000에 안착하기까지는 일정 기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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