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감자극 향신료 ‘삼총사’ 건강까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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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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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향신료는 부와 지위의 상징, 요리보다 치료제로 더 많이 쓰여
‘후추, 겨자, 고추냉이’는 항균, 방부, 기력회복 기능까지 탁월


진정 식도락(食道樂)을 즐기는 사람은 혀로만 음식을 느끼지 않는다. 눈으로 즐기고 향을 음미한다. 오감(五感)으로 음식을 받아들인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만큼 ‘향’은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다.

향신료는 음식에 향을 돋우고 풍성한 맛을 더한다. 고소함, 얼큰함, 쌉싸래함, 톡 쏘는 맛은 향신료에서 비롯된다. 향신료는 식물의 열매, 씨앗, 껍질이나 꽃의 일부를 원료로 한 것으로, 향이 나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겨자, 정향, 계피는 물론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마늘, 고추, 생강, 참기름, 후추도 향신료에 속한다.

유럽 사람들에게 동방 향신료의 원산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들은 향신료를 ‘파라다이스의 산물’로 여겼다. 중세시대 향신료는 화폐나 보석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미각과 후각에 자극을 주고 좋은 향이 병을 막아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추는 한 알씩 거래될 정도로 비쌌기 때문에 세금이나 집세를 낼 때 화폐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후추 한 줌이 양 한 마리나 황소 반 마리의 값어치와 같았다고 전해진다.

향신료는 영어로 ‘스파이스(spice)’다. 이는 ‘약품’이라는 뜻의 라틴어 ‘species’에서 유래됐다. 요리에 쓰이는 양념으로 사용된 것보다 의학적인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양념’도 ‘약념(藥念)’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먹어서 몸에 약처럼 이롭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평소에 즐겨먹는 후추, 겨자, 고추냉이는 면역력을 높이고 살균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향신료다. 매콤한 맛, 몸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까지 있는 세 가지 향신료를 살펴보자.

○ 잡 냄새 없애고 방부제 역할 하는 후추

후추는 다양한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대표적인 향신료이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 중 하나다. 기록상 후추를 처음 사용한 것은 기원전 6세기경 로마시대.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오래된 육류의 맛을 좋게 하는 데 후추의 효과는 탁월했다. 이후 후추는 신대륙으로 탐험을 나서는 이유가 됐다. 화폐로 쓰인 적이 있을 만큼 귀하게 여겨졌다.

후추의 원래 명칭은 ‘피페르 니그룸(Piper nigrum)’이다. 상록의 덩굴나무에서 나는 열매를 갈아 생긴 가루가 후춧가루다.

후추는 육류를 저장할 때 고기의 잡 냄새를 없앤다. 기생충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방부제 역할도 한다. 음식에 들어가면 비타민 C가 산화되는 것을 막고, 드레싱에 첨가하면 기름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다. 후추의 매운 맛을 내는 치비신과 피페린 성분은 식욕을 돋운다.

동양에서는 후추를 향신료보다 약초로 많이 썼다. 당나라 의서(醫書)인 신수본초(新修本草)는 후추를 ‘호분’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덥게 하며 담을 삭이고 오장육부의 풍냉(風冷)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후추가 위(胃)에서 작용하면 소화를 촉진시키고, 장으로 내려가면 가스를 제거한다.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부에 생기를 돌게 한다.

후춧가루는 굵을수록 향이 오래간다. 이 때문에 육류에 쓰거나 향을 위해 뿌릴 때는 굵은 가루를 쓰는 것이 좋다. 국물을 낼 때나 스프에 첨가에 먹을 때는 향이 진하지 않도록 곱게 간 가루가 좋다.

○ 기력을 회복하는 향신료, 겨자

‘불타는 포도즙’. 겨자의 어원이다. ‘포도즙(mustum)’과 ‘불타는 맛(arden)’을 합해 ‘겨자(mustard)’를 탄생시켰다.

먹는 순간 톡 쏘는 매운 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로마인은 포도주와 으깬 겨자씨를 섞어 겨자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겨자는 밋밋한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양장피, 해파리냉채, 겨자채, 냉면 등에 빠질 수 없는 향신료다.

겨자의 원료는 노란 꽃을 피우는 겨자의 씨앗. 겨자씨는 자체로는 매운 맛이 없지만, 가루를 내 물에 개면 ‘미로신’이라는 효소에 의해 특유의 향과 매운 맛이 생긴다. 이때 꿀이나 식초를 넣고 개어서 5∼10분쯤 두면 매운 맛이 더 강해진다.

겨자는 역사가 오래된 향신료 중 하나로 고대에는 약초로도 널리 쓰였다. 이뇨제, 류마티스 관절염에 붙이는 약으로도 이용됐다. 호흡기 계통의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겨자는 몸이 찬 것을 치료하고 오장(五臟)을 따뜻하게 한다’고 기록돼있다. 권태감을 없애주며 기력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겨자는 물과 접촉하면 매운 맛이 강해지고, 오래두면 쓴 맛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겨자는 습한 곳을 피하고 가급적 건조하고 찬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루로 보관하다가 요리 직전 필요한 만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 톡 쏘는 매운 맛, 고추냉이

2008년 일본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고추냉이 화재경보기’가 개발돼 화제가 됐다. 이 경보기는 화재경보음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불이 났을 때 고추냉이에서 추출한 매운 성분이 자동으로 분사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화재경보기 실험에 참가했던 한 청각장애인은 “고추냉이를 듬뿍 바른 생선초밥을 먹었을 때와 같은 강렬한 자극이었다”고 말했다.

고추냉이가 가진 매운 맛의 비밀은 ‘시니그린’에 있다. 이 성분은 휘발성이 강해 톡 쏘는 듯한 강렬한 맛을 낸 후 금방 매운 맛을 잊게 한다. 생선회나 초밥에 고추냉이가 즐겨 사용되는 것도 시니그린 때문이다. 시니그린이 분해하면서 생기는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강력한 항균작용을 해 식중독 균을 없앤다. 고추냉이에 들어있는 베타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는 소화를 돕는다.

고추냉이는 생선특유의 비린내도 제거한다.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지 않고 생선에 직접 발라 먹으면 비린내를 없애고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고추냉이를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정보. 자동차 에어컨의 악취가 심할 때 고추냉이를 물에 섞어 에어컨의 송풍구멍에 조금씩 뿌려보자. 에어컨을 세게 틀면 고추냉이의 항균 효과로 에어컨 냄새가 사라진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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