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5년 코카콜라 ‘뉴 코크’ 출시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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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입니까?”(기자)

“음…더 부드럽고 숙성된, 음…조화로운 맛이라고 할까요.”(로베르토 고이수에타 코카콜라 사장)

“만약 이 제품이 성공한다면….”(기자)

“‘만약’이라뇨. 꼭 성공합니다.”(사장)

1985년 4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카콜라의 기자회견. 700여 명의 기자 앞에 선 고이수에타 사장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날 코카콜라는 기존 콜라에 단맛을 더 낸 신제품 ‘뉴코크(New Coke)’ 출시를 발표했다.

“혹시 ‘펩시 챌린지’를 염두에 둔 건가요?”(기자)

“예? ‘펩시 챌린지’라니, 그게 뭡니까?”(사장)

코카콜라의 아성(牙城)은 이미 허물어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60%가 넘던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에 25%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펩시 챌린지’라는 캠페인이 코카콜라에 직격탄을 날렸다.

경쟁사 펩시가 브랜드 이름을 가린 채 소비자들에게 어떤 콜라가 더 맛있는지를 묻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대다수가 펩시의 손을 들어 줬다.

고이수에타 사장은 이런 배경을 애써 모른 척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것이다.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틀 만에 국민의 80%가 신제품을 인지했고 대대적인 홍보로 회사 매출액도 전년보다 10%가량 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코카콜라의 소비자 센터인 ‘1-800-GET-COKE’에는 주문 대신 항의전화만 40만 통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 제품 왜 만든 거예요? 옛날 콜라를 돌려 달라고요.”

언론과 TV 토크쇼에서는 물론이고 야구장에서도 전광판에 신제품 광고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코카콜라의 운송 트럭이 공격받는 사건까지 보고되기도 했다.

경영진은 어이가 없었다. ‘왜들 이럴까. 분명히 사전 조사 때는 다들 맛있다고 했는데….’

정말 무엇이 문제였을까.

코카콜라는 고객들이 맛보다 이미지를 마신다는 사실을 몰랐다.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미국인들이 100년 전통의 브랜드에 바쳐 온 충성심을 회사는 간과한 것이었다.

코카콜라는 결국 석 달 만에 신제품을 거둬들였다. 뉴코크는 일부 지역에서 다른 이름으로 조금씩 생산되기도 했지만 2002년에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 스토리는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연구하는 가장 유명한 마케팅 실패 사례 중 하나가 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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