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鵬 程 萬 里(붕정만리)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7시 54분


鵬 程 萬 里(붕정만리)

鵬-붕새 붕 蹴-찰 축 逍-노닐 소

冥-어두울 명 稽-상고할 계 鵠-고니 혹

莊子(장자)는 허풍쟁이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면 ‘次元(차원)이 다르다’고 一蹴(일축)해 버린다. 마치 하루살이에게 내일을 期約(기약)하고 매미에게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는 식이다. 그가 쓴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편에 보면 더 넓은 宇宙(우주)를 아무 거리낌없이 훨훨 날아다니는 鵬새의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사는 鯤(곤)이라는 물고기는 크기가 수 천리나 된다. 이 놈이 둔갑을 하면 鵬새가 되는데 鵬새의 등도 수 천리다. 이 새가 날개를 펴면 하늘을 덮고 날개짓을 하면 바다에 태풍이 분다. 그 태풍을 타고 9만리를 올라 6개월간이나 날아 南冥(남명·남쪽 어두운 바다)으로 날아간다.’

荒唐無稽(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그는 광대하기 그지없는 鵬새를 빌어 자신의 정신세계를 아무 구속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逍遙(노닐음)하고 싶었던 것이다. 鵬새는 곧 자신인 셈이다. 그는 또 斥;(척안)을 등장시킨다. ‘종달새’다. 그는 鵬새의 모습을 보고는 오히려 비웃듯이 말한다.

“저놈은 도대체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기껏 날아야 오륙 길 정도 높이 밖에 오르지 못하는데…”

마치 소인배가 賢人(현인)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서 鵬은 곧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존재’라는 뜻이 되어 鵬翼(붕익·거대한 날개) 鵬飛(붕비·거대한 날개짓) 鵬圖(붕도·원대한 계획) 鵬祭(붕제·붕새가 나는 우주) 등과 같은 말이 나왔다.

鵬程이라면 鵬새가 남쪽의 어두운 바다로 날아가는 길, 歷程(역정)을 일컫는다. 수 만리, 아니 수십 만리가 넘는다. 따라서 鵬程萬里는 사나이 대장부의 원대한 포부나 꿈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물론 그런 큰 뜻을 소인배들이 알아줄 리 없겠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燕雀安知鴻鵠之志’(연작안지홍혹지지)-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큰 뜻을 알랴!

秦(진)나라 말 陳勝(진승)이 한 말이다. 마침내 그는 거사를 하여 秦을 타도하는 데 앞장섰다. 그의 거사는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후에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마침내 漢(한)나라가 서게 된다.

그렇다. 사내 대장부의 큰 뜻을 小人이 알 리 없다. 그러나 알아주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 큰 뜻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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