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FA·외국인선수 시장까지 불똥 튈 ‘투고타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6일 05시 30분


두산 김재환(왼쪽)-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왼쪽)-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지난해 44홈런으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거포로 거듭났다. 2016년 37개, 2017년 35개에 이어 거침없이 40홈런 고지까지 정복하며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올해는 20홈런을 넘기기도 버거워 보인다. 반 토막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비단 김재환뿐이 아니다.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급감했다. 반대로 평균자책점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14년부터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를 완화할 목적으로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춘 영향이 ‘곧바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홈런의 경우 경기당 지난해 2.44개에서 올해 1.43개로 현저히 줄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30홈런 타자가 몇 명이나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2013년 1명에 불과했던 30홈런 타자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7명→6명→7명→7명→11명의 분포를 보였다. 40개 넘는 홈런을 친 타자도 2014년부터는 2명→3명→2명→1명→5명에 이르렀다. 올해는 40홈런은 고사하고 30홈런 타자도 현재로선 두세 명에 그칠 듯하다.

홈런의 시대, 롱볼의 시대에 편승해 최근 수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급팽창했다. 30홈런·100타점을 올리는 타자가 각광받았다. 타고투저를 반영해 거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최고액 FA 계약을 살펴보면 투수로는 2015년 KIA 타이거즈와 90억 원에 사인한 윤석민이 유일하다.

그 뒤로는 모두 타자다. 2016년에는 박석민과 NC 다이노스의 96억 원, 2017년에는 이대호와 롯데 자이언츠의 150억 원, 2018년에는 김현수와 LG 트윈스의 115억 원, 2019년에는 양의지와 NC의 125억 원이 최고였다. 최고액은 놓쳤지만 2017년 최형우는 KIA와 100억 원, 2019년 최정은 SK 와이번스와 106억 원에 계약해 이대호, 김현수, 양의지처럼 100억 원대 갑부 대열에 합류했다.

‘투고타저’ 양상이 뚜렷한 올 시즌을 마치고 나면 FA 시장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FA 거품에 대한 논란 속에 2019년 시장은 이미 크게 후퇴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700억 원대로 활황세를 탔던 FA 시장이 2018년 631억5000만 원(계약자 19명)으로 주춤한 데 이어 2019년에는 490억 원(계약자 14명)까지 물러났다. 30홈런·100타점 타자가 즐비하던 시대가 저문 만큼 구단들은 이제 FA 전략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

FA 전략과 더불어 외국인투수 수급전략도 새로 수립해야 한다. 거포들을 제압하기 위해 파워피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이제는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장 감독들은 기교파투수(finesse pitcher)에도 주목한다. 올해를 비롯해 해마다 외국인투수 잔혹사에 시달려온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역시 이에 동의하며 “투고타저 시대에 걸맞게 이제 외국인투수 스카우트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인구 혁명’에서 비롯된 투고타저가 올 겨울 외국인선수와 FA 계약에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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