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원식]마라톤, 즐겁게 달리기가 기술이고 능력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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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마라톤은 장거리 경주의 연장(延長)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수사(修辭)가 단순히 그 코스의 길고 짧음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라톤은 그 어떤 반칙이나 편법이 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온몸으로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통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어떤 물리적인 공간, 시간적인 여백도 개입할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의 진수이자 정체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스포츠의 일반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스포츠인 셈이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달리기라고 볼 때 마라톤은 기초적인 체력 단련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와 원기 회복에도 좋고 규칙적인 운동습관을 가질 수 있어 더 좋다. 또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현대인들의 새로운 질병인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달리는 요령을 잘 습득해 내 몸에 맞게 꾸준히 계속한다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심신을 얻게 될 것이다.

최근 마라톤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비단 대회 현장뿐만 아니라 강변 둔치, 공원이나 산길, 헬스장, 각급 학교 운동장, 올레길, 도로 등 도처에서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에 이르기까지 건강을 위해 수시로 마라톤 훈련을 하는 ‘러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뛰어넘으려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마라톤은 단순히 뛰기만 하면 되는 운동이 아니다. 충분한 준비와 정확한 지식 없이 뛰다 보면 부상을 당하거나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근력, 뼈, 심폐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무작정 동네 운동장에 나가 뛰다가는 무릎 연골, 발목 인대 등을 다치기 쉽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걷기부터 몸을 만든 다음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250여 개에 달하는 각종 마라톤 대회들이 전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참가인원이 수천 명은 보통이며 소위 ‘메이저 대회’에 해당하는 대회들은 2만 명 내외의 대규모를 자랑한다. 마라톤에 처음 참가하는 아마추어라면 기록보다는 완주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는 목표시간과 구간기록을 설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초보자가 처음부터 너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중간에 낙오되거나 녹초가 되기 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친 경쟁심이나 승부욕보다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다. 특히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스리(풀코스 42.195km를 3시간 이내 완주)에 집착하는 선수가 많아 부상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른 운동은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야만 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데, 마라톤은 즐거움을 맛볼 줄 아는 게 바로 기술이고 능력이다. 봄은 운동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다가오는 17일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대회’를 준비하며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보자.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마라톤#서울국제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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