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동성]해양선진국 이끌 유인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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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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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
중국의 유인 잠수정 ‘자오룽’호가 지난달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서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7062m까지 잠항에 성공하였다. 연구 설비를 갖춘 유인잠수정으로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자오룽호의 성공으로 중국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3500m보다 깊은 바다를 탐험한 나라가 되었다. 수심 7000m보다 깊은 바다를 탐험한다는 것은 전 세계 바다의 99.8% 탐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 세계 유인잠수정의 대표적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일본의 ‘신카이6500’은 6526m까지 잠항을 기록한 바 있으며 1985년에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찾아낸 미국의 잠수정 ‘앨빈’은 지금까지 5000회 이상, 최대 4500m까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심해생태계 및 광물 조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프랑스의 6000m급 잠수정 ‘노틸’도 1500여 회의 잠항 기록을, 러시아의 ‘미르’는 같은 6000m급이지만 ‘20시간’이라는, 세계 잠수정 중 최장시간 잠항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심해 탐사를 위한 장비 개발에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 나라들은 무엇을 위해 막대한 경비를 투자하며 바닷속 깊은 곳까지 탐험하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상에서 찾을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이 바닷속에 끝없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자원들의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함은 물론이다.

금, 은 등이 분포된 열수분출공 지역은 대략 수심 2000m 전후에 분포하고, 동태평양에 있는 우리나라의 망간단괴 광구는 5000m 정도에 걸쳐 분포한다. 즉, 성능이 좋은 잠수정을 만들어 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갈수록 유용한 자원의 종류나 양은 그만큼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심해의 열수분출공 지역, 해구지역 등에 분포하는 다양하고 독특한 심해생물도 해양바이오 연구에 필수적인 생물자원이며, 해구의 단층 조사를 통한 지진예보 및 재해방지 연구에도 잠수정은 필수 장비다. 이렇듯 잠수정의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해미래’라는 무인잠수정이 한 척 있을 뿐 아직 300m, 500m 정도의 잠항이 가능한 유인잠수정은 단 한 척도 없다. 바다 위의 연구선에서 모니터로 바닷속 수천 m의 현황을 살펴보는 무인잠수정보다, 과학자나 탐험자가 직접 탑승해 심해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타국의 장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처한 실정이다. 두 가지 잠수정을 모두 활용해 본 필자의 경험을 놓고 보더라도 유인잠수정이 바닷속 여러 상황을 입체적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 목적에 맞추어 탐사를 수행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도 높다.

또한 높은 기압에서 안전하게 여러 연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인잠수정을 만드는 기술은 산업의 다방면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 우리나라가 해양선진국으로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육상의 경쟁이 끝나고 전 세계가 바닷속 경쟁을 향해 모든 기술과 노력을 기울이는 오늘날, 무한한 해양자원 확보와 선진 산업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유인잠수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유인잠수정에 대한 요구는 높아만 간다. 지금의 노력이 없으면 원하는 미래도 다가올 수 없는 법이다. 머지않아 우리 손으로 제작한 유인잠수정을 타고 미지의 심해를 탐사하는 우리나라 해양과학자들의 모습을 만나길 소망한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
#해양선진국#유인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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