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 발목잡는 국회나, 핵심규제 못 푸는 정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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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작심한 듯 국회의 ‘규제권력’을 비난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면서 “청년 일자리 수십만 개가 달렸는데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붙잡고 있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묻고 싶다”며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쳐부숴야 할 암 덩어리’라고 지적했던 규제의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는 국회, 특히 야당의 책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한항공 특혜 법안’이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민영화 꼼수’라며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한 야당의 ‘갑(甲)질’이다.

국회를 비난하기에 앞서 대통령과 정부는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정부는 어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 시도지사에 이양, 자율주행 자동차 육성을 위한 특구 지정, 외국인 투자 업종 확대 같은 규제개혁들을 한 보따리 발표했다. 하지만 1, 2차 회의에서 발표한 규제개혁 과제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9월 2차 회의 때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경제규제 10%(1005건) 폐지를 목표로 규제를 발굴해 정비 중”이라고 했는데 어제는 “규제의 양적 개선에서 질적 개선으로 전환하겠다”니, 매번 대통령 보고만 하고 결과는 슬쩍 넘어가겠다는 것인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핵심 규제에 대해 대통령이나 정부나 모르쇠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는 조금씩 해서는 안 되니 규제 단두대에 올린 과제”라며 ‘연내 해결’을 말했다. 그러나 어제 수도권 규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니 “정부의 규제개혁 활동에 만족한다”는 기업이 7.8%에 불과(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560개 기업 조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국민의 (개혁) 염원을 거스르고 개인의 영달과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정치평론을 했다.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이처럼 국회 탓만 한다면 정부는,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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